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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충상’ 된 대종상… 몰락

    ‘대충상’ 된 대종상… 몰락

    파행도 이만저만한 파행이 아니다. 대종상영화제가 시상식의 주인공인 배우들의 외면을 받으며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상인 대종상은 1990년대 중반부터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으며 권위가 흔들려 왔는데 올해는 아예 바닥에 내팽개쳐진 모양새다. ‘대충상’이라는 비아냥까지 받는 대종상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20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52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국제시장’의 황정민과 ‘암살’의 전지현이 각각 남녀주연상을 받았다. 황정민과 전지현은 일신의 이유와 촬영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아 동료들이 대리 수상했다. 오달수(‘국제시장’)와 김해숙(‘사도’)은 각각 남녀조연상을 수상했지만 역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아 대리 수상했다. 또한 ‘뷰티인사이드’로 신인감독상을 받은 백종열 감독도 불참했는데, 대리 수상자로 급히 무대에 오른 이병헌 감독은 백 감독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말해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영화제 측이 정한 ‘대리수상 불가 원칙’을 스스로 뒤집으며 원칙 자체가 졸속이었음을 안팎에 천명한 꼴이 됐다. 영화제 측은 지난달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리 수상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참석하지 않는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종상 측이 불참자 수상 제외 방침을 천명하며 불필요한 논란과 반발을 불렀다. 수상자 및 수상작 선정의 공정성 논란이 거듭되며 끊임없이 신뢰를 잃어온 대종상 측이 권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이 결과적으로는 스스로 발등을 찍은 셈이다. 이날 시상식에는 황정민과 전지현을 비롯해 유아인(‘사도’, ‘베테랑’), 하정우(‘암살’), 손현주(‘악의 연대기’), 김윤진(‘국제시장’), 김혜수(‘차이나타운’), 엄정화(‘미쓰와이프’), 한효주(‘뷰티인사이드’) 등 남녀주연상 후보 9명이 모두 불참했다. 여기에 인기투표 1위에 오른 김수현과 공효진도 참석하지 않았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보이콧(참석 거부)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날 영화제는 진행하는 내내 진행자와 시상자의 손발이 맞지 않는 등 미숙한 운영으로 영화제의 권위를 스스로 깎아내렸다. 당초 배우 김혜자에게 수상 약속을 했다가 번복해 논란을 자아낸 ‘나눔화합상’은 수상자를 발표하지 않고 유보했다. ‘국제시장’은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비롯해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시나리오상, 촬영상, 녹음상, 편집상, 기획상, 첨단기술 특별상 등 10개 부문의 상을 쓸어가 다시 한 번 ‘몰아주기’ 논란까지 제기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상영도 안 된 영화에 상을 주고, 몰아주기식 시상으로 해마다 빈축을 사 공정성에 흠집이 간 건 오래고 신뢰도 권위도 없는 상이 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운영의 묘를 살렸어야 했는데 참석하지 않는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겠다고 공식화하는 바람에 반발을 부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열린세상] 국제 테마파크를 관광산업 효자로 키워야/김용환 문화관광연구원 석좌위원

    [열린세상] 국제 테마파크를 관광산업 효자로 키워야/김용환 문화관광연구원 석좌위원

    올해 우리 관광업계는 특허 전쟁으로 시작해 특허 전쟁으로 끝날 것 같다. 정부가 특정 법률에 따라 일반인들의 경제적 참여는 근본적으로 금지한 채 특정인에게 독과점 지위를 부여하는 특허 말이다.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주요 고객인 면세점과 카지노 사업의 배타적 영업권을 지키거나 따내기 위해 면세점 신규 특허, 기존 면세점 특허 갱신, 카지노 신규 특허라는 3라운드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 특허 사업의 연간 매출이 10조원을 넘으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임이 틀림없다. 특허 쟁탈전의 결과는 관광업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오고 지역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벌써 특허 전쟁의 후폭풍을 걱정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우리나라를 찾은 유커는 2005년 59만명(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11%)이었으나 지난해 613만명(43%)으로 10년 만에 10배 넘게 늘었다. 증가세는 지속될 전망이라 유커에 초점을 맞춘 관광정책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유커 중심의 면세점과 카지노 사업만으로는 무언가 2%가 부족하다. 면세사업과 관련해 첫째, 중국 정부는 해외면세 수요를 국내로 돌리는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이난에 대형 면세타운 개장을 앞두고 있어 우리 면세시장은 어느 정도 잠식될 수밖에 없다. 둘째, 유커가 쇼핑 관광을 위해 한국을 가장 많이 찾는 것을 고려하면 면세 수요를 중국 내로 바꾸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대응해 국내 면세점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셋째, 엔저가 지속되면 유커의 일본행이 늘어나고 우리의 선점 효과도 크게 반감될 수 있다. 올 들어 방일 중국인 증가율이 방한 증가율의 4배에 달하고 이는 유커를 대상으로 한 면세사업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카지노 사업은 반부패 정책을 추진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 의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카지노 사업에 적극적 투자 의향을 보였던 홍콩을 포함한 중국계 자본이 소극적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소식도 들린다. 카지노 투자가 실질적으로 이뤄져도 중국 정부의 반부패 정책에 따라 사업 성과가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업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 중국은 아편전쟁을 경험한 바 있어 우리 국민의 카지노 출입은 불허하면서 유커 출입을 권장하는 인상을 주면 관광산업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면세점과 카지노만으로는 부족한 2%를 채울 수 있는 아이템은 무엇일까. 필자의 소견으로는 지금이야말로 국제 수준의 테마파크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국제 테마파크는 국민소득 3만~4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국내 수요가 충분하다.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는 논어 말씀처럼 안정적 국내 수요가 있어야 국제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국제 테마파크는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수요 창출이 가능하다. 스토리와 콘텐츠가 끊임없이 발굴·갱신되고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관광산업이 될 수 있다. 특히 원소스 멀티 유즈가 가능해 산업화 영역이 확장될 수 있다. 지금이 아니라 5~10년 앞을 내다보는 5조~10조원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향후 급증이 예상되는 동북아 관광 수요를 고려하면 충분한 관광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게 크게 부족한 세계적 수준의 관광 어트랙션이 확충되면 관광 경쟁력도 높아진다. 국제 테마파크는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외화 가득률이 높은 체류형 관광을 촉진하고 복합리조트 개발로 다양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강점을 지닌다. 정부도 지난 10년에 걸쳐 세계 수준의 테마파크 건립을 추진해 왔으나 가시적 성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저런 이유로 주춤하고 있던 와중에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이자 미래 먹거리인 국제 테마파크 사업이 일본과 중국에 선점당한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정부와 업계가 중지를 모아 적극 사업을 추진한다면 늦지 않았다고 본다. 인천국제공항이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 비해 늦게 개항했지만 지금은 동북아 최대의 허브공항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국제 테마파크가 또 하나의 성공 스토리가 되길 염원한다.
  • 내·외국인 모두 외면, 썰렁한 송도 글로벌캠퍼스

    국내 학생의 해외 유학에 따른 국부 유출 방지와 외자 유치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명목 아래 설립된 인천 송도국제도시 글로벌캠퍼스가 국내외 학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국내 학부모와 학생들에겐 졸업 후 취업난의 돌파구로서도 부족해 보이고, 부유한 중국 학생은 오히려 미국 유학을 선호하는 데다, 동남아 학생들에게는 연간 2만 달러(약 2300만원)의 학비와 연간 300만원의 기숙사비 등이 부담된다는 게 외면받는 이유다. 19일 인천글로벌캠퍼스운영재단에 따르면 글로벌캠퍼스에는 뉴욕주립대, 조지메이슨대, 겐트대, 유타대 등 4개의 외국 대학이 운영되고 있다. 송도 5·7공구 17만 9300㎡의 부지에 조성된 글로벌캠퍼스에는 2012년 뉴욕주립대가 한국 분교 형태로 처음 문을 열었으며 지난해 조지메이슨대와 겐트대, 유타대가 잇따라 개교했다. 이들 대학은 본교와 같은 커리큘럼을 내세워 국내외 학생을 유치하고 있으며 졸업 시에도 본교와 같은 학위를 수여한다. 그러나 재학생 수는 형편없다. 뉴욕주립대는 정원 1207명 중 383명(31.7%), 조지메이슨대는 760명 중 245명(32.2%), 겐트대 900명 중 123명(13.6%), 유타대 1000명 중 121명(12.1%)으로 4개 대학 재학생은 872명(22.5%)에 불과하다. 외국인 재학생 수도 미미하다. 뉴욕주립대 69명, 조지메이슨대 11명, 겐트대 4명, 유타대 8명 등 재학생의 10.5%인 92명에 불과하다. 아직 초기지만 심각한 학생수 부족 현상으로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부터 글로벌캠퍼스 2단계 공사를 시작하는데 실속 없이 규모만 늘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캠퍼스재단은 내년부터 송도 5·7공구 11만 5700㎡에 2단계 확장사업을 실시하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할 계획이다. 인천시의회는 전날 글로벌캠퍼스재단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벌여 학생충원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시 관계자는 “글로벌캠퍼스는 송도를 살리기 위해 시가 앞장서 조성한 것”이라며 “지금보다 다양하게 학과를 추가로 개설하고 지명도가 더 있는 대학을 신규로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월드피플+] 佛테러 현장서 목숨걸고 피해자 돌본 20세 여성 감동

    [월드피플+] 佛테러 현장서 목숨걸고 피해자 돌본 20세 여성 감동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로 아내를 잃은 프랑스 언론인 앙투안 레리가 SNS를 통해 범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이 편지에서 ‘나는 당신들이 원하는 증오를 내어주지 않겠다. 또한 내가 공포에 빠져 주변 사람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안전을 위해 자유를 포기하길 원하겠지만 이 역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S가 진정 원하는 것은 인간성의 약화이며, 여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편지는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최근 IS의 테러 속에서도 인간애를 포기하지 않은 영웅적인 인물이 한 명 더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 주인공은 20세의 웨이트리스 자스민 엘 유시. 그녀는 IS 테러범 살라 압데슬람이 수 미터 바깥에서 총탄을 퍼붓고 있는 상황에서도 도망치지 않은 채 부상당한 여성을 곁에서 위로하고 죽어가는 이들을 달래는 모습을 보여줘 많은 이의 귀감이 되고 있다. 당시 유시는 사촌이자 직장동료인 사미르와 사건현장 인근 바에서 일하던 중 총격 소리를 들었다. 처음에는 누군가 폭죽으로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으나 그 순간 유리창이 깨지며 도망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 가게 안의 모습을 촬영한 CCTV영상을 보면 유시는 사미르의 머리를 눌러 바 뒤로 숨기면서 상황을 살피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사미르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통해 먼저 도망쳤고 다음 순간 팔에 큰 부상을 입은 여성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유시가 웅크리고 있던 바 뒤로 숨어들었다. 영상을 보면 유시는 도망가지 않은 채 바 뒤에 앉아 부상당한 여성에게 팔을 두르고 그녀를 위로하고 있다. 유시는 해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여성은 많은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했으며 팔에는 아무런 감각이 없다고 했다. 그런 그녀를 두고 도망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범인이 현장에서 멀어진 듯 하자 유시는 부상 여성과 가게 안으로 몸을 숨겼던 다른 사람들을 모두 아래층 계단으로 대피시켰으며, 곧바로 참사가 벌어진 거리로 나가 다른 부상자들을 살폈다. 유시의 가게 건너편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아이샤 프레즈는 “그녀는 건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첫 번째 사람이었다. 주변에 있는 생존자들에게 다가가 계속해서 ‘괜찮다,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키려 했다”고 증언했다. 유시는 위험을 무릅썼던 이 날의 행동의 대해서 “피해자들이 홀로 죽게 내버려두느니 차라리 함께 죽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녀는 “총에 맞은 그들이 ‘버려졌다’고 생각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며 “그렇게 홀로 남겨져 죽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을 외면하고 돕지 않았다는 후회를 가슴에 품고 한 평생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직도 공포와 고통에 떨던 피해자들의 눈빛과 표정이 눈 앞에 선하다”며 괴로운 심정을 전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현장 블로그] 보호 못 받는 내부 고발자

    “내부 고발 후 저는 왕따가 됐어요. 동료 교사들은 아는 체도 안 했고, 저는 그동안 밥도 혼자 먹어야 했어요.” ●하나고 전경원 교사 ‘비밀유지 위반’ 징계위에 전경원(45) 하나고 교사는 자신의 학교 입시비리를 고발한 ‘내부 고발자’입니다. 그의 고발 이후 하나고는 폭풍에 휘말렸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특별감사를 벌였고 학교가 3년 동안 모두 90명의 성적을 조작했다는 비리가 드러났습니다. 그는 학교에서 쫓겨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학교 측이 그에 대해 ‘비밀유지 엄수 위반’을 근거로 징계를 내리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 측 관계자는 “전 교사 때문에 학교가 입은 피해가 막대한데 어떻게 징계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는 사립 재단의 권한이라고 주장합니다. ●‘입시 비리 당사자’ 이사·학교장이 징계위원 17일 열린 전 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에는 하나고 재단 이사와 학교장 등 징계위원 6명이 출석했습니다. 이 중 3명이 시교육청 특별감사에 따른 파면 등 징계 대상자였습니다. 앞으로 징계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징계하겠다고 나선 꼴입니다. 전 교사가 일부 징계위원들에 대한 기피 신청을 내면서 징계위는 19일로 미뤄졌습니다. 하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그의 파면은 확실해 보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전 교사에 대한 징계 추진을 중단하라고 공식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사학 비리를 내부 고발하면 징계를 당한다’는 것은 정해진 ‘공식’과도 같습니다. 사학법 때문입니다. 사학법에는 교사의 징계에 대해 재단이 절대적인 권한을 갖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이 권한은 교육부도 함부로 못 건드립니다. 교육부가 징계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학교는 다시 징계를 내립니다. 학교 비리를 고발한 서울 동구마케팅고 안종훈 교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학교법인 동구학원의 재단 비리 등을 폭로하고서 파면됐던 그에게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파면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은 5개월 만에 복직한 그에게 교단 대신 잡무를 맡겼습니다. 사학재단의 이어지는 징계와 동료들의 차가운 외면. 내부 고발자 전 교사에게 이번 겨울은 어느 때보다 춥습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압박받는 安, 文 내민 손 잡을까

    압박받는 安, 文 내민 손 잡을까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내년 총선을 이끌 지도체제로 ‘문재인·안철수·박원순(문·안·박) 연대’가 떠오르는 가운데 성사의 키를 쥐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동안 안 전 대표는 ‘문·안·박 연대’에 있어 유일하게 부정적이었으나 최근 자신과 문 대표의 협력을 촉구하는 당내 압박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표는 18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안·박 연대’를 포함한 총선 승리 비전을 제시하고 안 전 대표를 향해 참여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권한을 보장한 공동 지도부를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여러 당내 의원 모임을 통해 문 대표와 안 전 대표 간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처럼 안 전 대표를 향한 ‘읍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결국 안 전 대표의 선택에 새정치연합의 향후 지도체제가 달려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 전 대표의 마음은 쉽게 돌아서지 않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 ‘공정3법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선거체제에 돌입하고 저에게 어떤 자리를 준다는 것은 완전히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 전 대표가 쉽게 ‘협력 모드’로 돌아설 수 없는 근저에는 앞서 자신이 요구한 혁신안(부패 척결, 낡은 진보 청산)에 대한 응답이 없다는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는 공천 작업에 돌입하자고 주장하고, 저는 당의 큰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두 달 전부터 (둘 다)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문 대표의 ‘안철수표 혁신안’에 대한 수용 여부에 따라 안 전 대표의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칠 경우 양측의 관계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주변 인사들로부터 당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조만간 ‘중대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단순히 ‘안철수표 혁신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다”며 “당 혁신위원회가 마련한 혁신안을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정도의 결단을 내려야 협력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그는 “당과 결별하라는 의견, ‘문재인 체제’로는 총선이 어렵다는 의견 등을 듣고 있으며 조만간 안 전 대표가 직접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남양유업 설탕 뺀 커피믹스로 맥심에 재도전

     프림(카제인나트륨)을 빼고 무지방 우유를 넣은 커피믹스로 동서식품 맥심에 도전장을 냈던 남양유업이 이번엔 설탕 함량을 낮춘 커피를 새로 출시했다.  남양유업은 17일 커피믹스의 당 함량을 6g에서 4g대로 25% 낮춘 저당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비만처럼 당의 과다섭취에 따른 건강 불균형을 우려하는 소비자 인식을 반영해 저당 커피믹스를 선보였다”면서 “내용물 절반 가량이 설탕인 커피믹스는 과도한 당 섭취에 대한 지적으로 해마다 5% 이상 시장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을 생각하는 최근 추세에 맞춰 음료나 과자 등 다른 식품군에서는 경쟁적으로 당을 줄인 제품이 출시됐지만 달달한 맛 때문에 먹는 커피믹스는 저당화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박종수 남양유업 연구소장은 “칼로리를 반으로 줄인 커피믹스가 나온 적 있지만 합성감미료를 넣는 바람에 맛이 떨어져 소비자의 외면받았다”면서 “이번 신제품에는 국내산 우유와 농축우유가 가진 단맛과 자일리톨 등 천연재료를 사용해 단맛을 보충했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은 신제품 개발을 위해 50차례, 1만 여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맛 테스트를 진행했고, 소비자 대부분으로부터 기존 제품보다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전국 400여개 판매점에서 대대적인 시음행사에 나선다. 현재 2000억원 수준인 커피믹스 매출은 내년까지 3000억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여의도 블로그] 과잉대응 외면한 與 폭력시위 간과한 野

    16일 개최된 여야 최고위원회의 화두는 지난주 토요일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발생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었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우리나라의 공권력이 불법 무도한 세력에게 유린당하는 나약한 모습을 더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고 밝혔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정부는 생존권을 요구하는 국민에게 살인적 폭력 진압을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같은 사안을 놓고 ‘불법 시위’와 ‘과잉 진압’에 각각 방점을 찍으며 ‘강대강’으로 충돌한 것이다. 대규모 군중집회가 달아오르는 건 순식간이다. 현장 상황을 면밀하게 돌이켜보지 않고서 불법 시위와 과잉 진압의 인과관계를 따지는 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만큼이나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이다. 신문지에 불을 붙여 경찰버스 주유구에 집어넣으려고 하거나 쇠파이프 등으로 경찰을 위협한 시위대의 폭력 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물론 쓰러진 비무장 시위자인 농민 백모(68)씨를 향해 물대포를 직사한 경찰 대응도 공권력이란 이유로 정당화될 순 없다. 하지만 사회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정치권은 오로지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았다. 여당은 경찰의 과잉 대응에 대한 유감 표명 없이 정당성을 부여하기에 급급했다. 야당 또한 일부 시위대의 도를 넘은 폭력 행위를 애써 외면했다. 주승용 새정치연합 의원이 “폭력적인 방식의 시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주최 측이 다음달 5일 2차 총궐기대회를 예고한 상황에서 정치권은 ‘폭력의 악순환’을 끊으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은 셈이다. 국회는 지금부터라도 갈등 ‘조장’이 아니라 갈등 ‘조정’에 나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에선 경찰이 총을 쏴 시민을 죽여도 정당한 것으로 나온다”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의 자극적인 발언은 아쉽다. 새정치연합은 “경찰이 공무집행을 위해서는 시민을 쏴 죽여도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는 말”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가 언제쯤 갈등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오리온·전자랜드의 가볍지 않은 반성…사과에도 격이 있다

    요즘 농구 코트를 찾으면 하프타임에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선수들이 고개를 깊이 숙이는 장면을 보게 된다. 출전 정지 징계가 풀려 다음 경기에 복귀하는 홈 팀 선수가 미리 ‘대학 시절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져…’로 시작하는 사과문을 관중 앞에서 낭독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지난 15일 오리온-KCC 경기가 펼쳐진 경기 고양체육관에서는 조금 색다른 장면이 연출됐다. 20경기째 출전 정지 징계가 풀려 이날 복귀전을 치른 장재석이 경기 전 운동복 차림으로 나와 고개를 숙였다. 같은 차림의 선수단 전원이 옆에서 나란히 머리를 조아렸다. 불법 스포츠 베팅에 연루돼 프로농구연맹(KBL)으로부터 기한부 출전 보류 처분을 받았던 현역 선수는 모두 12명. KBL 등록 후에도 불법 베팅을 했던 3명은 제명돼 코트를 떠났고 대학 시절 잘못을 저지른 9명은 출전 정지와 사회봉사활동 이수 처분을 받았다. 앞서 복귀전을 치른 다른 선수들과 달리 장재석은 선수단 전원과 함께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선수단에는 장재석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로 성찰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 걸음 나아가 장재석은 앞으로 공격 리바운드를 잡을 때마다 20만원씩 모아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쓰겠다고 발표해 더 적극적인 메시지를 농구계에 전하려고 애썼다. 전자랜드도 20경기 출전 정지가 풀린 함준후를 지난 12일부터 경기에 내보낼 수 있었지만 내보내지 않고 16일 인천 부평구노인복지관에서 선수단 전원,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요원들과 함께 사회봉사활동을 하게 한 뒤 출전 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른 구단들이 곧바로 출전시킨 것과 한참 다르다. 구단은 불법 스포츠 베팅이 프로 스포츠의 근간을 흔들어 팬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구단 전체가 되새기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특정 선수의 잘못을 뛰어넘어 공동의 책임의식을 절감하고 새기게 하겠다는 뜻은 오리온과 같았다. 전자랜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는 이날 4시간 동안 기초생활 수급 노인 등 300인분의 점심을 준비하고 배식과 설거지는 물론 복지관 시설 청소에 매달렸다. 그저 으레 사과 한 차례 꾸벅 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경기에 뛰게 하지 않고 뭔가 하나라도 스스로에게나 팬에게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담아 전하려는 두 구단의 마음가짐이 돋보인다. 그래서 사과에도 격(格)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軍인맥서 자유로운 문민 국방장관 필요

    국가보훈처는 최근 각종 비리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재향군인회에 대한 개혁 방안 연구 용역을 육군협회 지상군연구소에 맡겼다. 하지만 육군협회도 또 다른 예비역 단체라는 점에서 실효성 있고 공정한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정치 세력화한 성우회 등 예비역 조직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관학교 기수 문화와 인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민간인 출신 국방 장관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군의 구조개편 등 국방 개혁의 틀 안에서 예비역 조직의 개혁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美 ‘골드워터 니콜스법’처럼 문민 통제 규범 필요 김종대 디펜스 21플러스 편집장은 “각종 근무 인연과 사관학교 선후배로 촘촘히 얽힌 우리 군의 현실 속에서 예비역의 전횡은 문민 통제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1986년 육·해·공군으로 나뉜 각군의 합동성을 강화하고 강력한 문민 통제 규범을 제시한 ‘골드워터 니콜스법’을 제정했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면서 예비역 개혁도 국방개혁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김 편집장은 “대선 때가 되면 특정 정당에서 예비역 장성들이 수백명씩 입당하거나 하부조직임을 자임하는 모습은 정치세력화”라며 “예비역들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민간인에게 개혁 작업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문가도 “예비역 조직이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전문성을 갖춘 민간인 출신이 국방부 장관을 맡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트 대표는 “예비역들이 군인공제회 등에 참여해 군내 이권사업에 개입하는 관행을 우선적으로 끊어야 한다”면서 “문제는 장관이 개혁의 칼을 빼드는 순간 예비역 조직에서 외면당한다는 점에서 광범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방 개혁 틀 안에서 예비역 개혁도 병행해야 최병욱 상명대 군사학과 교수는 “미국 재향군인회는 참전 경험자 가운데 명예롭게 전역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도록 가입 대상이 단순하면서도 광범위하다”면서 “우리 예비역 조직이 전역 당시 계급에 따라 장성 출신들은 성우회, 대령 출신들은 대령연합회라는 식으로 나뉘는 형태는 건강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예비역 장성들도 대선 때 수백명씩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지역 조직을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등의 모습을 지양하고 자신이 몸담았던 군을 후원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자정을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힘든 날들은 벽이 아니라 문이다(구영회 지음, 나남 펴냄) 저자는 33년에 걸친 방송기자 생활을 마친 뒤 지리산 속으로 푹 안겼다. 작은 구들방과 부엌만 있는 누옥에서 홀로 지내며 가끔 서울서 내려오는 부인과 가족들의 방문을 받을 따름이다. 예순을 훌쩍 넘긴 중씰한 이가 산자락에서 홀로 지냄은 자칫 세상과의 단절, 관계의 절연으로 지레짐작할 법하다. 하지만 저자는 그곳에서 사람들을 쉼없이 만났다. 그리고 성찰과 사유의 과정, 결과를 담아 ‘미생’으로 스스로 자조하는 청년들에게 말을 건넨다. 젊은 시절 무척 가난했던 그는 그 경험을 성공한 인생의 훈장처럼 회억하지 않고 더 깊숙이 자기 안으로 들어가 성찰한다. 희망, 행복의 가치, 다양함이 존중받는 세상에 대한 속깊은 바람이 절로 느껴진다. 248쪽. 1만 2500원.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강윤중 글, 서해문집 펴냄) 때론 한 장의 사진이 구구하게 적은 숱한 기록보다 더 강렬하게 진실을 직시하기도 한다. 익숙함과 편견의 틀을 깨는 이미지 탄생의 출발이다. 사진기자의 카메라는 고스란히 사람들의 삶을 향해 있다. 성적소수자, 장애인, 광산 노동자, 이주노동자, 철거민, 독립영화감독,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살아남은 사람들, 독거노인, 산골 분교 아이들 등 다양하다. 하지만 본질은 하나다. 사회의 외면 혹은 오해와 편견에 눈물을 떨구고 있거나, 이에 분연히 맞설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때로는 덤덤히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진실을 드러내고, 때로는 가슴 먹먹하게 그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기에 글의 언어, 카메라의 언어조차 따뜻하기 그지없다. 326쪽. 1만 3900원. 한반도 삼국지(이충렬 지음, 레디앙 펴냄)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이라는 한국 현대사 속 세 정치 거인의 삶을 좇는다. 부제 ‘세 개의 혁명과 세 개의 유훈통치’에서 짐작하듯 그들이 살아생전 혁명적으로 추구했던 가치와 함께 여전히 그 자장 아래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진단이기도 하다. 각각 ‘근대화 혁명’(박정희), ‘민주주의 혁명’(김대중), ‘공산주의 혁명’(김일성)으로 규정하며 가치적 측면에서 이들로부터 시작한 갈등과 대립이 아직 끝나지 않음에 주목했다. 세 사람의 인물열전과 더불어 해방의 과정부터 시작해 70년 한반도 현대사를 정치 중심으로 풀어내면서 아직 현재 진행형인 신삼국지의 결말이 누군가의 승패가 아닌, 화해와 인류보편적 가치의 추구로 결론 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384쪽. 1만 6000원. 과거의 죄(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권상희 옮김, 시공사 펴냄) 지난 8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담화문에서 전후 세대에게 사죄의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국가 범죄의 주체는 국가이며, 특정 개인이나 세대가 사죄하고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음을 뜻한다. 독일인인 저자는 나치 독일이 저지른 국가 범죄의 법적·도덕적 책임을 명쾌하게 풀어냈다. 그는 가해자 후대를 향해 ‘과거에 형성된 정체성 안에 붙들려 있으면, 그들은 과거 세대와 연대 관계를 맺게 되고, 그로 인해 과거 세대의 죄에 연루되어 그 죄를 떠안거나 그 죄에서 벗어날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역설했다. 죄라는 것은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친일파 문제가 새삼 언급되는 한국사회에도 경종의 소리로 들린다. 222쪽. 1만 3000원. 패션, 영화를 디자인하다(진경옥 지음, 산지니 펴냄) 옷은 일종의 메시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의 옷,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의 브로치,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 등은 외교 회담 등에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입장과 의사를 상징했다. 영화에서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 옷도 그냥 대충 걸치거나 당대의 패션 코드를 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화 의상은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는 비밀스러운 영화 언어다. 1948년 아카데미 의상상이 제정된 이유다. 오드리 헵번의 리틀 블랙 드레스, 제임스 딘의 청바지, 옷으로 신분 상승의 변화를 보여준 ‘귀여운 여인’ 속 줄리아 로버츠, 점차 바뀌어 가는 조폭 패션의 변화를 가감없이 선보인 ‘친구’와 ‘신세계’ 등 국내외 각종 영화와 공명하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패션 이야기다. 320쪽. 2만원.
  • [사설] 아베, 전범재판 역사까지 뒤집겠다니

    일본 집권 세력인 아베 신조 총리와 자민당의 몰(沒)역사관과 역사 왜곡 행태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아예 패전의 역사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자민당 창당 60주년을 맞아 아베 총리 직속으로 ‘전쟁 및 역사인식 검증위원회’를 출범시켜 청일전쟁부터 미 군정까지 20세기 전반의 역사를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2차대전 전범 재판인 극동국제군사재판, 다시 말해 도쿄재판도 포함돼 있다. 말이 좋아 검증이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하고 미화하겠다는 뜻 아니겠는가. 도쿄재판은 뉘른베르크재판과 함께 2차대전 전후 처리의 양대 축이다. 침략전쟁을 지휘한 도조 히데키 전 총리를 비롯한 A급 전범 28명이 기소돼 재판 도중 죽거나 정신 이상이 생긴 3명을 제외한 25명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전범국인 일본의 정·관계 및 군부 인사들의 전쟁범죄 책임을 엄중하게 물은 것이다. 결국 도쿄재판을 검증하겠다는 것은 전후 국제질서를 노골적으로 부정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에는 “도쿄재판은 승전국에 의한 ‘정치적 단죄’에 불과하다”는 우익들의 그릇된 인식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하긴 아베 총리조차 정부 대변인이던 관방장관 시절 A급 전범에 대해 “일본이 주체적으로 재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은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강변했으니 그들의 그릇된 인식을 미뤄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일본은 대한민국을 비롯해 일제 침략전쟁의 최대 피해자들인 아시아 국가들도 도쿄재판에 대해 할 말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피해 당사자들을 배제한 채 진행된 도쿄재판은 침략 전쟁 수괴인 히로히토 일왕과 일본 정부를 면책시키고 개인의 책임만 물은 ‘형식적인 재판’에 불과했다. 할 수만 있다면 이제라도 역사적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 검증위원회 출범은 아베 정권의 끝없는 역사 도발의 연장선이다. ‘공부 모임’에 불과할 뿐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뻔하다. 역사를 왜곡해서라도 패전국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이른바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속셈 아니고 무엇인가. 하지만 일본은 역사 왜곡에 대한 국제사회의 냉혹한 시선을 외면해선 안 된다. 가까스로 개선의 첫발을 뗀 한·일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상들끼리 합의한 위안부 문제 해결은 미적거리고, 오히려 침략의 역사마저 지우려는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 않은가.
  •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웃는 아이’만 보면 행복한데 ‘금수저’ ‘흙수저’ 소리 들으면…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웃는 아이’만 보면 행복한데 ‘금수저’ ‘흙수저’ 소리 들으면…

    사랑스런 아이를 돈에 견주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가져왔지만, 아이가 클수록 그런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아이가 무조건 예쁜 것과, 내가 엄마로서 갖는 책임감과는 또 다른 문제다. 아이는 나를 아무 조건 없이 바라보고 웃어주고, 그 웃음이 그 무엇보다 큰 행복감을 주지만, 그와는 별개로 돈과 시간 같은 물질적인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꼭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아이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사주는 것부터 다양한 경험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 돈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아기 태어나고 보름쯤 되자 양육비 부담 실감 ´양육비´를 실감한 것은 아기가 태어난 지 보름쯤 됐을 때다. 산후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신생아 기저귀를 하루에 10개씩 갈아치우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다. 남편은 그때 처음으로 아빠이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순식간에 갈아치우는 기저귀 값을 자기가 다 감당해야 한다는 실감이 났단다. 모유수유가 어려웠던 초반에 사 먹인 분유가 한 통에 3만~4만원, 기저귀 한 팩에 2만원 안팎. 새것을 사들이는 속도가 생각보다 너무 빨라서 놀랐다. 장난감 몇 개, 옷, 이유식 재료 등 아이가 클수록 돈 들어갈 곳은 늘어났다. 일을 하려고 보니 아이를 맡기는 비용으로 100만원 단위 돈이 아주 우습게 나간다. 이제 두 돌을 바라보는 아이의 말과 행동이 급격히 발달하는 것을 보며 ´교육비´도 생각이 든다. 당장 이 어린아이에게 뭘 시키거나 특별히 가르칠 생각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고책을 사도 몇 만원이 쉽게 나가는 것을 보며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비용을 체감하게 된다. 아이 한 명을 대학교까지 보내는 데 3억원 남짓의 돈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미 그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 부쩍 와 닿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10년 자녀 양육비용을 추계한 결과 한 달 평균 자녀 1인당 양육비 지출 추계액은 한 자녀 가계 월 75만 5972원, 두 자녀 가계 월 65만 8607원, 세 자녀 가계 월 54만 6309원으로 산출됐다. 아이의 연령대로 살펴보면 첫째 아이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학령 전인 경우 월 75만 4601원, 초등학교 재학시 월 77만 5534원, 중학교 재학시 월 83만 6821원, 고등학교 재학시 월 96만 5027원, 대학교 재학 시 88만 5900원으로 추계됐다고 한다.(인당 비용 접근법) 자녀 양육비용 추계액은 자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증가했고, 특히 자녀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일 경우가 가장 높았다. 교육비 지출이 가장 높은 이유에서다. 5년 전의 통계를 기반으로 한 결과인 만큼 지금은 더 높아졌으리라고 본다. 지난 6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연구위원의 ‘자녀가치 국제비교’ 연구 내용에서도 이 같은 ´부담´이 드러난다. 9개 국가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의미하는 ‘자녀가치’를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평균 점수가 3.29점인 반면 우리나라는 3.17점으로 세 번째로 낮은 쪽에 속했다. 각 항목의 점수는 ▲자녀는 기쁨 4.26점 ▲자녀는 부모의 자유를 제한 3.30점 ▲자녀는 재정적 부담 3.26점 ▲경제활동을 제한 3.25점 ▲자녀로 인해 사회적 지위가 상승 3.17점 ▲성인자녀는 노부모에게 도움 3.54점 등으로 조사됐다. ●부모 스펙도 아이 성장에 영향 주는 현실 캄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결과가 특이한 점은 자녀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도 높고 부정적인 가치도 높은 양면적인 특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은 점수로 나타난 것은 ‘부모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과 ‘재정적 부담이 된다’는 것이었다. 자녀가 정신적인 기쁨을 주기는 하지만 자녀를 양육하는 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고 개인적 생활이 제한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런 부담은 단순히 아이를 길러내는 비용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아이에게는 먹을 것과 입을 것 외에도 필요한 게 아주 많을 뿐더러 우리가 아이만 키우면서 사는 것도 아니다. 살고 있는 집의 대출도 얼른 갚아야 하고 각종 공과금에 생활비도 있다. 지난해 이사해 살고 있는 집은 1년 만에 전셋값이 1억원이 올랐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심지어 이제는 아이를 어디서 키우는지도 중요한 문제가 됐고, 아이가 컸을 때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도 무시할 수 없다. 성인이 되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나이 서른 넘은 애 엄마에게도 여전히 “아버지 뭐하시냐”는 질문이 따라붙는 사회다. 고위직 인사들이 성인이 된 자녀들의 취업을 부탁하는가 하면 또 그것이 통한다고 여겨진다. “어디 사느냐”는 한마디로 그 사람의 경제적 수준이 가늠되고, 부모의 ´스펙´이 곧 자녀에게도 영향을 주기도 한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굉장히 듣기 싫은 말이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나는 이런 곳에서 아이를 길러야 한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으면 그만 앞이 캄캄해진다. 별로 욕심도 없고 그냥 평범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는데 그것조차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부모 의존 안 해 뿌듯… 출발부터 뒤처졌다 생각도 나는 아기를 가졌을 때부터 이 아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면서 보다 넓은 시각을 갖고 세상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꿈꿨다. 많은 사랑을 받고 또 받은 것을 베풀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고 있다. 그 길을 이끌어주고 지원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하는 엄마의 삶을 택했다. 아이가 뭔가 경험하고 싶을 때 몇 푼이라도 더 도움을 줄 수 있고, 나의 다양한 경험이 아이의 생각을 넓히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시간이 하루씩 늘어갈수록 내가 너무 순진한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대학 공부까지 잘 시켜주신 부모님에게 더이상 의존하지 말자며 우리 부부는 둘 만의 힘으로 살림을 시작했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뿌듯했던 기분도 가끔은 옅어진다. 출발선부터 뒤처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다. 게다가 일을 하다 보니 아이와 함께 있을 시간은 급격히 줄었고, 양육비는 훨씬 늘었다. 분명히 일을 하고 돈을 벌지만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쳇바퀴만 돌리는 듯한 느낌을 종종 받는다. ●난관 모두 이겨내겠지만 딸 세대에 대물림 없길 아마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 느끼는 것의 몇 배 이상의 더 큰 무거움이 끊임없이 찾아올 것이다. 아이를 봐주시는 이모님은 아들 두 명을 대학에 보내놓고도 아직도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다고 한다. 결혼시킬 걱정 때문이다. “이런 부담감은 죽어야 끝날까 몰라”라는 말에 이상하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모님은 이제 “부모(자녀의 조부모)에게 도움받아서 결혼시키는 사람들이 부럽다”고 하시는데 쓴웃음이 났다. 물론 나는 엄마니까 아이의 웃음을 무기 삼아 어떤 어려움과 버거움도 이겨낼 것이고,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날 이 세상에서 마주하게 될 부담감을 과연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을까. 다른 욕심은 다 제쳐두고 적어도 내 딸이 나와 똑같은 양의 어려움을 대물림하진 않기만을 바란다. baikyoon@seoul.co.kr
  • 오늘 10만 ‘민중총궐기’… 정부 “불법 엄정 대응”

    오늘 10만 ‘민중총궐기’… 정부 “불법 엄정 대응”

    정부가 13일 노동계 등이 주축이 된 주말 대규모 도심 집회를 앞두고 5개 부처 공동 담화를 발표하며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집회 주최 측은 “정부가 평화집회를 불법 폭력집회로 매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최대인 10만명 안팎의 인원(주최 측 주장 15만명, 경찰 추산 8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민중총궐기 투쟁대회를 앞두고 정부와 집회 주최 측 간에 전운이 감도는 모양새다. 교육부·법무부·행정자치부·농림축산식품부·고용노동부 등 5개 부처 장차관들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집단행동 자제를 당부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불법 집단행동이나 폭력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특히 불법 시위를 조장, 선동하는 사람이나 극렬 폭력행위자는 끝까지 추적해 사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지금 노동개혁을 완성하지 못한다면 우리 아들딸들은 고용절벽을 맞아 모든 희망을 포기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외면한 채 ‘노동개혁 반대’만 외치면서 정치 총파업까지 간다면 ‘정규직의 기득권 챙기기’라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 공안부도 이날 경찰청 등 관련기관과 공안대책협의회를 열고 불법 집단행동에 엄정 대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공안당국은 민주노총과 교류하는 일본 노동계 인사 100여명이 시위에 참가하며, 이 중에는 과격 성향을 띤 일본 극좌파 ‘중핵파’ 구성원 10여명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60대가 됐지만 중핵파는 1960년대 ‘혁명군’이라는 테러 실행집단을 꾸려 시한폭탄 설치, 자민당 당사 방화 시도 등을 해 일본 사회에 충격을 준 바 있다. 투쟁본부는 많은 대학의 대입 논술 및 면접시험이 14일 집회일과 겹치는 것과 관련, 공식 페이스북에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께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올렸다. 투쟁본부는 “시험을 치르는 12개 대학 중 11개 학교는 집회 장소와 상당히 먼 곳에 있고 집회는 대부분 오후에 시작되기 때문에 집회에 따른 영향은 최소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집회에 따른 논술고사 수험생과 시민들의 불편을 덜고자 지하철 운행 횟수를 증편하기로 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서울 핫 플레이스] 가을을 머금은 호수, 도시가 품은 여백

    [서울 핫 플레이스] 가을을 머금은 호수, 도시가 품은 여백

    2015년 가을의 끝자락이다. 서울은 이번 주말에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아~ 벌써 가을이 지나갔나. 아직 단풍 구경도 못했는데…’라고 자조 섞인 혼잣말을 내뱉는 청춘이나 ‘회사 일에 치여 눈 떠보니 가을이 끝났구나’라는 중년에게 서울 잠실 석촌호수를 권한다. 차량으로 지나가다 본 석촌호수와 오색 물결의 나무 사이로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걸어 본 석촌호수는 같지만 전혀 다른 곳이었다. 주변에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카페와 방이먹자골목의 맛집에서 느끼는 식도락의 즐거움에 제2롯데월드 쇼핑몰에서 저렴하면서 멋스러운 스카프 하나 걸치고 간다면 올가을의 호사를 다 누린 것이다. 이번 주말 피곤하다고 ‘방콕’(방에 콕)하지 말고 도심에서 마지막 가을 나들이를 떠나 보자. [어디까지 가봤니] 가을이 아름다운 서울의 인공호수인 석촌호수. 지금 가을의 향기가 샤넬 NO5 향수보다 그윽하다. 호수 주변 둘레길은 평일임에도 가을을 즐기러 온 사람들도 북적인다. 제2롯데월드가 일부 개장하면서 중국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명소로 떠올랐다. 중국 관광객 뤄샤오이(24·베이징)는 “석촌호수의 가을 풍경은 정말 예쁘다”면서 “쇼핑과 먹거리, 아름다운 호수가 어우러진 잠실 주변이 명동이나 압구정보다 훨씬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한강 정비때 생긴 둘레 2.5㎞ 인공호수 최근 사회적 이슈로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면서 ‘이름’은 친숙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석촌호수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석촌호수의 면적은 21만 7850㎡이며 둘레 길이는 2.5㎞이다. 지금은 아파트로 가득 채워졌지만 석촌호수 북쪽 잠실벌에는 원래 나루터가 있었다. 당시 서울과 경상도, 전라도를 연결하는 중요한 요충지였다. 광진교 밑에서부터 잠실야구장까지 지금 석촌호수를 지나는 송파강과 신천강을 이루는 샛강도 있었다. 1969년 한강 본류 정비에 착수하면서 샛강을 메운 이후 일부 남겨 놓았다. 바로 그곳이 석촌호수로 변신한 것이다. 당시 메워서 만든 땅이 현재의 잠실동과 신천동이다. 1981년 호수 주변에 녹지와 산책로, 쉼터 등이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한동안 수질 악화와 악취로 외면받기도 했으나 2001년부터 송파구가 석촌호수를 명소화 사업 대상지로 선정, 수질 개선과 편의시설 확충 등을 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송파대로 기점으로 동호와 서호로 갈려 석촌호수는 송파대로가 만들어지면서 동호와 서호로 나눴다. 현재 동호는 송파관광정보센터 등 시민 휴식 공간으로 꾸며졌다. 서호는 ‘끼~악~’ 하는 비명이 나오는 자이로드롭으로 대표되는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어디까지 맛 봤니] ●야외서 즐기는 브런치의 멋 ‘카페 거리’ 석촌호수의 가을은 멋진 풍경뿐 아니라 맛난 음식도 많다. 가을에 어울리는 브런치와 진한 커피 향이 좋은 카페들이 즐비한 카페 거리로 가 보자. 석촌호수를 중심으로 제2롯데월드와 반대쪽에는 유럽처럼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20여곳의 카페가 줄지어 있다. 일명 카페 거리다. 2009년 디자인서울거리로 지정되면서 옥외 영업이 허용됐다. 그래서 유럽 도시처럼 야외 테라스를 갖춘 카페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카페 코마’, ‘코니퀸즈’, ‘엘루체’, ‘릴리움커피’, ‘엘루체’ 등 저마다 독특한 인테리어와 맛있는 커피 등으로 낭만 고객을 유혹한다. 브런치 카페로 유명한 ‘호수베이커리 카페’는 바로 석촌호수 가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천연 발효 빵과 풍성한 샐러드가 나오는 호수샐러드(1만 4000원)가 유명하다. 또 ‘드라페’는 1만 2000원에서 2만 5000원 사이에서 브런치나 스파게티,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야외테라스도 좋고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동호 쪽 송파관광정보센터 1층에 있는 ‘J카페앤 레스토랑’도 석촌호수의 가을을 바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카페 쪽에선 커피와 간단한 음료 등을 마시거나 테이크아웃할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피자와 스파게티 등 식사를 할 수 있다. 가격은 1만 90000원에서 2만 50000원 선이다. 점심보다는 석촌호수의 가을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저녁을 추천한다. 피규어 카페로 유명한 ‘고고스’도 가볼 만하다. 아이언맨과 배트맨, 헐크 등 대형 피규어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피규어 등이 가득해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커피와 간단한 핫도그(7000원대)를 즐길 수 있다. ●200여개 음식점 밀집한 ‘방이먹자골목’ 방이먹자골목도 들러볼 만하다. 450m 거리 양편과 사이 골목 등에 음식점 200여개가 밀집해 있다. 일식부터 ‘신선설농탕’ 등 유명 식당 체인과 크고 작은 술집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쌀쌀해진 가을밤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술 한잔하기 ‘딱’이다. 크고 작은 식당이 많지만 같은 자리에서 19년째 순댓국을 파는 ‘한양 순대국집’은 테이블 6개의 작은 식당이지만 국물 맛이 끝내 준다. 큼지막하게 자른 머리 고기 등도 푸짐하다. 순댓국 7000원. 먹자골목 뒤편에 있는 ‘송파 생태전문’의 시원한 국물도 빼놓을 수 없다. 한소끔 끓이면 주인장이 기술 좋게 뼈를 발라내 준다. 생태, 대구탕 각각 1만 2000원. 동태탕 7000원이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野비주류, 오늘 文의 공천 혁신안 무력화 시도

    대안과 논리 부재, 모래알 조직력으로 주춤거리던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가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11일 비주류 모임인 ‘정치혁신을 위한 2020모임’이 출범했다.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 도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2일 열리는 의원총회는 문재인 대표가 직을 걸었던 공천 혁신안에 대한 사실상의 무효화 시도인 만큼 당내 세 대결의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같은 날 비주류 박지원 의원은 문 대표를 만나 지도부 체제 개편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혁신을 위한 2020모임’은 발족 기자회견을 열어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두고 진영 논리로 적대적 공생 관계를 유지하는 거대 양당 중심의 독과점적 정당 체계는 타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임에는 이상민, 문병호, 유성엽, 이춘석, 정성호, 최재천 의원 등 1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근본적인 정치 개혁을 표방했지만 면면을 볼 때 주류와의 경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간사인 문 의원은 “통합전대가 가장 명쾌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방향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12일 의총에서는 혁신위원회가 마련한 20% 컷오프 등 공천 규칙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류 측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지도체제 개편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투쟁의 무게추가 시민사회 진영으로 옮겨진 터라 문 대표도 비주류의 압박을 마냥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문 대표는 “같은 상황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게 답답한데 열어 놓고 논의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표의 선택지는 ▲문재인-안철수-박원순 통합기구 ▲당내 ‘대주주’들이 전면에 나선 조기 선대위 ▲정의당과 무소속 천정배 의원까지 포함한 통합전대 등이다. 특히 문 대표는 김한길, 박지원 의원 등 계파 좌장들이 전면에 나서는 조기 선대위 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계파별 나눠 먹기식 선대위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통합전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면서 “문-안-박 연대를 강화한 총선 체제 전환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보육예산 혼란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교육부와 교육청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떠넘기기로 또다시 어린이 보육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엔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무려 14곳이 내년도에 필요한 관련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어린이 보육료의 지불 주최를 둘러싼 정부 기관 간의 갈등이 어린이와 부모들의 피해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누리과정은 만 3~5세의 미취학 아동에 대한 보육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연간 약 3조 8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전국 14곳의 시·도교육청은 내년도 예산안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일절 편성하지 않았다. 이유는 누리과정은 국고에서 지원해야 하는 것이지 교육청 예산으로 하는 사업이 아닌 데다 그럴 만한 재원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 10월 개정된 지방재정법시행령을 근거로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 지원은 교육감의 의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 모두가 실력 행사에 나선 형국이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4월 이후 여러 차례 반복돼 왔다. 그때마다 예비비 지출 등 임시방편으로 문제를 덮어 두는 데 급급해 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누리과정 소요액 전액을 연간 4조원에 이르는 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원하려는 교육부의 입장과 이 경우 학교 환경 개선 등 다른 교육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교육감들의 주장에 한 치의 변화가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 서로 ‘네 탓’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필요한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두고 다툼을 계속하는 꼴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어린이와 젊은 부모들이 떠안게 된다. 맞벌이 등으로 당장 아이들을 맡겨 둘 곳이 마땅치 않은 부모들은 어린이집 대신 유치원을 알아봐야 할 처지에 있다. 유치원들은 자칫 몰려드는 어린이들로 보육 환경이 열악해지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정부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이 문제가 더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해법을 찾아야 한다.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시작된 사업이 아닌가. 보육 문제를 외면하고는 저출산 문제가 극복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도교육청과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똑같은 국민의 세금을 두고 어느 돈을 사용해야 한다는 갈등은 볼썽사나울 수밖에 없다.
  • [박현갑의 빅! 아이디어] 김만복과 정종섭의 경우

    [박현갑의 빅! 아이디어] 김만복과 정종섭의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장차관이나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공직을 사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도 있으나 법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피선거권에 문제가 없다면 누구든지 출마의 자유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출마 행보는 너무나 가볍다. 인사청문회나 입당 절차 강화를 통해서라도 고위 공직자의 인물 됨됨이에 대한 꼼꼼한 검증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 김 전 국정원장의 새누리당 입당 소동은 그의 경력에 어울리지 않게 코미디 수준에 가깝다. 그는 국정원 45년 역사상 첫 공채 출신 원장이다. 부산고·서울대 법대를 나와 유신 시절인 1974년 중앙정보부에 들어간 그는 학원 사찰 담당을 시작으로 원장이 되기까지 32년간 ‘안보 전문가’로 일했다. 민간인 신분인 그의 정치적 선택을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비판할 권리는 없다. 공무원으로 있을 때야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니지만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 출신인 그의 행보는 비판받기에 충분하다. 지난달 보궐선거를 앞두고 고향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새정치연합 후보를 만나 덕담을 건넨 것은 새누리당 입장에서 보면 해당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당 차원의 공식 초청이 아닌 개인적 차원에서 초청한 데다 고향 선배로서 인간적 정리로 응했던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올 초에는 자신이 총장 대리로 있던 한국골프대학의 실소유주와 ‘총장대리’ 자리를 두고 고소·고발전을 벌여 구설수에 올랐었다. 지난달에는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회고록을 내면서 직무와 관련된 사항을 출간하려면 국정원장의 사전 승인을 받는다는 규정을 어긴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까지 당한 상태다. 김 전 원장의 정치 행보에 대해 현 야당이나 국정원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의 정치적 입지 확보를 위해 국가안보를 들먹이는 장사치로 생각하지 않을까. 그의 표현대로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길이 ‘국회 마이크’ 잡는 것말고는 없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정권에서 국정원장이라는 핵심 요직을 맡았던 사람이라면 일반직 공무원과는 다른 영혼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나. 차라리 무소속으로 출마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게 옳지 않았을까. 현직 장관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더욱더 문제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가다. 하지만 행자부 장관으로서의 행보는 아마추어나 다름없었다. 그는 3개월 전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을 건배사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거 주무 장관으로서 선거법 위반을 했다는 등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당시 정 장관은 사과를 표명하면서 “(총선 출마에) 별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열린 국회 예결위에서 “지금은 별 생각이 있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그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제가 답변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그의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민간인 신분인 김 전 원장과 달리 그는 현직 정무직 공무원이다. 3개월 전 논란이 됐을 때 당당히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장관직을 사퇴했어야 옳았다.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출마에 대한 입장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밝히는 모습은 과거 정치권의 행태를 답습하는 것 같아 아쉽기 그지없다.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가 공직 후보자 검증에 좀 더 주도면밀해야 한다. 고위 공직자로서 정치 도의를 지킬 수 있는지, 공직 윤리를 준수할 자세가 돼 있는지 공직 이후의 삶에 대한 가상의 질문을 통해서라도 후보자의 답변을 기록으로 남겨 두고 검증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정치 도의와 명분을 외면하는 사람이나, 공직 윤리를 내팽개치는 인사의 입법부 도전은 국민과 유권자에 대한 도전이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투명 사회를 앞당기는 길일 것이다.
  • 朴대통령 “진실한 사람만 선택해 달라”

    朴대통령 “진실한 사람만 선택해 달라”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국회에서 모든 법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정체 상태로 두는 것은 말로만 민생을 부르짖는 것이고, 국민들의 삶과 대한민국 경제를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이라면서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밝히고 “국무회의 때마다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단지 메아리뿐인 것 같아서 통탄스럽다”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는 법안들은 19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가 이것을 방치한다면 국민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진실한 사람 선택론’은 앞서 박 대통령이 제기했던 ‘배신의 정치 심판론’의 또 다른 표현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새누리당 일부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박 대통령은 조속히 처리돼야 할 것으로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창출 법안, 노동개혁 법안과 한·중, 한·뉴질랜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등을 들면서 “오랫동안 방치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논의가 없어 아쉽다. 정기국회가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국민 여러분 모두가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역사 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도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魂)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참으로 생각하면 무서운 일”이라면서 “역사 교과서 문제는 정쟁이 되어서도 안 되고 정쟁의 대상이 될 수도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 등을 언급하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는데 이 문제가 최대한 조기에 해결되도록 해 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얼핏 바른말 같지만 자기를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을 떨어뜨리라는 노골적인 선거 개입 발언”이라며 “이는 민생을 외면하고 국정을 내팽개치는 일인 만큼 선거 개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중국판 ‘블프’ 때문에… 호주 엄마들 ‘분유 찾아 삼만리?’

    중국판 ‘블프’ 때문에… 호주 엄마들 ‘분유 찾아 삼만리?’

    호주 엄마들은 요즘 분유를 찾아 헤매고 있다. 특히 유기농 고급 분유인 벨라미스 분유는 아예 씨가 말랐다. 젖먹이 아기를 둔 한 시드니 주민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반경 20㎞ 이내의 어느 상점에서도 벨라미스 분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호주에서 갑자기 분유 품귀 현상이 나타난 것은 중국의 ‘광군제’(光棍節·11월 11일·싱글데이) 할인행사 탓이다. 중국의 구매대행업체들이 광군제 행사 때 팔 요량으로 호주 분유를 사재기하는 통에 정작 호주에서 분유 사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로라 맥베인 벨라미스 최고경영자(CEO)는 “미처 손쓸 새가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를 하루 앞둔 10일 중국의 인터넷은 할인행사를 알리는 판촉 문구로 도배됐다. 광군제는 난징대학의 싱글 남학생들이 1993년부터 쇼핑으로 외로움을 달래던 풍습에서 시작됐다.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2009년 27개 브랜드로 인터넷 쇼핑 잔칫날을 기획한 이후 6년 만에 세계 최대 소비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광군제가 글로벌화되면서 전 세계 대부분의 기업이 알리바바 쇼핑몰인 타오바오몰과 티몰에 줄을 섰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올해 광군제 행사에 참여하는 외국 기업만 5000여개이다. 이 중 일본 기업만 100개가 넘는다. 콧대 높던 미국의 메이시스 백화점과 영국의 최대 슈퍼마켓 세인스베리, 코스트코, 월트디즈니, 애플, 캘빈클라인 등도 알리바바의 문을 두드렸다. 블룸버그는 “광군제만 놓고 보면 중국 경기가 과연 침체되는지 알 길이 없다”면서 “3억명에 이르는 중국 중산층을 외면할 기업은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알리바바가 광군제 하루 동안 올린 매출액은 571억 위안(약 10조 1600억원)이었다. 할인이 시작되는 11일 0시부터 단 3분 동안 10억 위안이 팔려나갔다. 올해 매출은 800억 위안(약 14조 2000억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이번 광군제에 얼굴을 내민 제품은 무려 600만개에 이른다. 참가 기업은 4만개, 브랜드 수는 3만개이다. 광군제 당일 1인당 소비 금액은 지난해보다 22% 늘어난 1761위안(약 32만원)이 될 것으로 조사됐다. 알리바바 쇼핑몰에서 판매된 상품을 배달하는 인원만 1700만명에 이르며 차량은 40만대가 동원된다. 중국 우정국은 “전국적으로 7억 6000만건의 택배 서비스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광군제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광군제 할인을 위해 미리 가격을 올리는 ‘꼼수’가 비일비재하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허위 가격으로 소비자를 속인 기업과 ‘짝퉁’ 상품을 판매한 기업은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너무 많은 상품이 거래돼 단속이 쉽지 않다. 광군제가 가격과 유통 구조를 왜곡시켜 오히려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도 있다. 징둥닷컴에서 퇴직한 유통전문가 루어후이린은 “공급자 측면에서 보면 광군제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은 원자재 가격과 재고, 물류비용 등을 고려해 적합한 설비와 인력을 배치해 최적의 양을 생산해야 가격 균형을 맞출 수 있는데 모든 제품을 하루에 싼 가격에 대방출하다 보니 시장 왜곡이 생기고 기업은 할인 가격을 벌충하기 위해 가격을 어떻게든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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