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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답구나, 폭우의 상처도 품고 흐르니

    미호천(美湖川)은 이름 그대로 크고 작은 모래톱과 여울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하천이다. 나라 안 대부분의 하천이 준설, 모래 채취, ‘녹차 라테’ 따위에 시달리지만, 미호천에선 그런 구간을 찾기 어렵다. 사람의 간섭이 적었다는 뜻이다. ‘삽질’과 개발이 능사인 시대에 이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다만 수질 오염의 소지는 여전하다. 하천 생태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시설과 도시가 곳곳에 웅크리고 있어서다.●미호천, 마이산~금강 90㎞ 흐르는 하천충북 음성의 마이산에서 시작된 미호천은 세종시에서 금강과 합류될 때까지 약 90㎞ 정도를 굽이굽이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강의 원형을 곳곳에 펼쳐 놓는다. 이리 굽고 저리 휘는 동안 모래톱과 여울이 번갈아 나오고, 크고 작은 버드나무는 둑방을 따라 흐드러졌다. 이 강물에 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가 산다. 1984년 미호천에서 처음 발견된 한국 고유의 어류다. 미호천에 많다고 해서 미호종개란 이름을 얻었지만 서식지 파괴와 수질오염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절멸 위기에 놓였다. 우리 산하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황새 복원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도 바로 이 강의 상류 지역이다.강이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야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독특하기로는 ‘포플러 장학금’이 가장 앞줄에 설 듯하다. 옛 청원군(현 청주시 청원구)에서 운용했던 ‘포플러 장학금’은 가난했던 1960년대 1만 4000그루의 포플러를 강외면 궁평리 미호천 둔치에 식재한 뒤 이를 목재로 팔아 조성했다. 당시 2000여명 정도가 이 장학금의 혜택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기리는 포플러 장학금 기념관이 옥화자연휴양림 안에 조성돼 있다.미호천은 청주에서 세종시에 이르는 구간에서 강폭을 한껏 넓힌다. 증평의 보강천, 청주 무심천 등 여러 지류와 합쳐진 결과다. 한데 강폭과는 달리 웅숭깊은 풍경은 상류 쪽에 많다. 특히 진천군과 청주 오창읍 등의 구간에 빼어난 풍경을 빚어 놨다. 다만 강의 진면목을 살피기는 쉽지 않다. 접근로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 주변에 조성된 걷기 길이나 몇몇 관광지 등을 돌아보는 게 고작이지만, 이마저도 빼어나다.●농다리 천년 이어온 비결은 지네 닮은꼴 모양미호천 주변 볼거리 가운데 ‘전국구’ 관광지를 꼽으라면 단연 진천 농다리(충북유형문화재 28호)다. 국내 돌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꼽힌다. 고려 초에 축조됐으니 연혁이 천 년을 넘나든다. 미호천 상류의 농다리는 편마암의 일종인 자줏빛 자연석을 쌓아 만들었다. 길이가 얼추 94m에 달한다. 모양은 지네를 닮았다. 거대한 지네가 몸을 살짝 굽혀 물살을 가로지르는 형상이다. 현지 문화관광해설사는 이 같은 유연한 형태 덕에 미호천의 물살을 견디며 천 년을 이어 왔다고 설명했다.농다리는 조성 당시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사료가 딱히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들만 전설처럼 전해질 뿐이다. 일반적으로는 고려 개국공신인 임희 장군이 처음 조성했고, 고려 고종 때 무인 임연이 개보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천군 태수를 지낸 신라 김유신의 아버지 김서현이 고구려에 전승을 거둔 것을 기념해 놓았다는 설도 있다.오래된 다리일수록 이리저리 얽힌 사연도 많기 마련이다. 나라에 어려운 일이 닥치면 다리 일부가 소실된다고 하는데, 한국전쟁 당시 교각 5칸이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올여름 청주와 미호천 등을 할퀸 물난리 때는 교각 일부와 상판 세 개가 유실됐다. 후대가 이를 어떻게 기록할지 궁금하다. 농다리는 현재 통행이 금지된 상태다. 유실된 부분의 보수 작업을 거쳐 이르면 9월쯤 다시 출입이 허용될 전망이다.농다리 너머에 정자와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정자에 앉아 굽이치는 미호천과 물 위로 놓여진 ‘검은 지네’를 보는 맛이 각별하다. 전망대 뒤로는 산책로가 놓였다. 이른바 ‘초롱길’의 하나로 초평저수지까지 연결돼 있다. 초평지는 미호천의 지류를 막아 축조했다. ‘미호저수지’라고도 불린다. 산책로 끝자락의 전망대에서 굽어보는 초평지 풍경이 빼어나다.●김유신 탄생지 진천… 계양마을에 생가 복원진천은 흥무대왕 김유신의 탄생지다. 신라 진평왕 17년(595)에 만노군(신라 때 진천군의 이름) 태수를 지내던 김서현과 만명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진천 일대에 그와 관련된 유적지들이 몇 곳 있다. 미호천과는 거리가 있지만 역사 공부 삼아 찾아볼 만하다. 김유신 생가는 상계리 계양마을에 복원돼 있다. 김유신 탄생지 뒤편은 길상산이다. 산 정상 어름에 그의 태실지가 있다. 김유신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길상사는 탄생지에서 뚝 떨어진 벽암리 도당산 아래 있다.초평지에서 좀더 아래로 내려가면 충북학생수련원이다. 이 일대에도 ‘인증샷’ 찍을 만한 곳이 많다. 이 앞을 흐르는 미호천의 다른 이름은 은여울이다. 은탄(銀灘)리는 이를 한문으로 쓴 행정 명칭이다. 이름만큼 맑고 고운 여울이 흘러간다.팔결다리 주변엔 자전거 도로와 걷기 길이 조성돼 있다. 팔결다리는 청주와 옛 청원군 오창읍을 연결하는 다리다. 현재의 팔결교는 왕복 6차로의 도로를 이고 있는 큰 다리지만 옛 ‘팔결교’는 그보다 상류 쪽에 소박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1970년대 옛 팔결다리는 청주와 오창 주민들이 즐겨 찾는 피서지였다. 마땅히 갈 곳이 없던 시절 주민들은 물이 깨끗하고 모래사장이 너른 팔결다리 인근에서 천렵이나 물놀이를 즐기며 여름을 보냈다. 요즘도 천렵을 즐기는 이들은 종종 눈에 띄지만 수영을 하는 이는 찾기 힘들다.미호천이 청주에서 흘러온 무심천과 합류되는 곳이 까치내다. 미호천의 여러 물줄기 가운데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곳이다. 강가엔 버드나무가 많다. 시골에서 살았던 이라면 누구나 버드나무 잔가지로 만든 버들피리의 추억을 하나쯤은 갖고 있을 터다. 청주 일대에선 이를 ‘호드기’라 부른다. 매끈한 가지를 골라 자르고, 껍질을 비틀어 줄기와 분리시킨 다음 적당한 크기로 자르면 버들피리 완성이다. 겨우 삘릴리 소리나 낼 정도지만 둑방길 걸으며 추억을 소환하기에 이만한 도구가 없지 싶다.●연인들 인생샷 남기는 까치내 정북동 토성 까치내를 따라 걷기 길이 조성돼 있다. 문암생태공원 등 주변에 돌아볼 만한 곳도 있다. 까치내 위쪽엔 정북동 토성이 있다. 미호천변의 평지에 축조된 사각형의 토성이다. 삼국시대 초기인 2~3세기쯤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남북이 약간 긴 방형의 형태로 전체 길이는 675m 정도다. 정북동 토성은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는 촬영지다. 해거름에 펼쳐지는 서정적인 풍경을 담기 위해서다. 최근엔 청주 등지의 젊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 데이트 코스로 급부상 중이다. 초록빛 성터를 도란도란 걷거나 성벽 위의 소나무 한 그루를 배경 삼아 ‘인생 샷’을 남기기도 한다. angler@seoul.co.kr미호천이란 이름을 들어 보셨는지요. 아마 올여름에 부쩍 많이 들은 이름일 겁니다. 미호천은 충북 청주와 진천 등의 주민들에게 젖줄 같은 강입니다. 삶의 터전이자 역사와 문화가 깃든 곳이지요. 올여름 미호천은 폭우로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 탓에 지금은 물가의 생명들이 누추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곧 원래의 모습을 회복할 겁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간을 그렇게 보내 왔으니까요. 그러니 지금 잠시 볼품없는 몰골이라 해서 그게 전부는 아닌 것이지요. ‘아름다운 강’ 미호천 일대를 돌아봤습니다. 상처 입은 강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여전히 너른 품을 사람에게 벌리고 있었습니다.천 년을 넘나드는 세월을 이어 온 진천 농다리(왼쪽). 미호천이 품은 풍경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여행지다. 오른쪽은 김유신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길상사다.
  • 김태수 서울시의원 “구로구 복지 최우수, 중랑구 가장 열악”

    김태수 서울시의원 “구로구 복지 최우수, 중랑구 가장 열악”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복지정책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에서 주민 복지사업을 가장 잘한 자치구는 구로구인 것으로 조사됐다.서울시의회 김태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중랑2)이 서울시에서 받은 ‘최근 5년, 서울시· 자치구 공동협력사업(인센티브) 평가’ 자료를 보면 서울시는 복지정책을 장려하기 위해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117억을 인센티브로 걸었다. 그 결과 매년 활발한 복지사업을 펼친 구로구가 5년간 9억8천만원을 인센티브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로구는 희망일자리, 찾아가는 복지, 여성·보육 등 모든 사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어 영등포구, 서대문구, 동작구, 은평구 순으로 집계됐다. 이들 자치구는 9억7천만원, 8억2천만원, 7억6천만원, 7억4천만원을 각각 받았다. 반면 복지사업이 가장 저조한 자치구는 중랑구로 나타났다. 중랑구는 여성·보육뿐만 아니라 희망일자리 분야에서 ‘0원’을 기록했다. 찾아가는 복지사업도 8천만원(2013년 3천만원, 2015년 5천만원)을 타내는 데 그쳤다. 이어 종로구(1억), 용산구(1억1천만원), 서초구(1억3천만원), 송파구(1억6천만원) 순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업 평가는 ▲찾아가는 복지 서울 ▲성 평등하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행복한 서울 만들기 ▲희망일자리 만들기 등 3개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찾아가는 복지 서울은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추진 △ 개방형 경로당 운영 △어르신과 장애인 일자리 △장애인편의시설 등 10개 사업을 평가했다. 성 평등하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행복한 서울 만들기는 △여성 일자리 △여성 안심귀가 및 안심 택배 △성폭력·가정폭력 예방 교육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어린이집 지도점검 등 여성과 보육정책 실적을 평가했다. 희망일자리 만들기는 △일자리 창출 활성화 △사회적 경제시장 활성화 △노동권익향상 등을 평가했다. 김태수 의원은 “이번 사업의 인센티브는 각 전문가의 객관적인 심사를 통해 지급된 만큼 자치구의 복지 사업을 평가하는 잣대로 봐도 무방하다”고 하면서 “서울시 복지 정책이 일부 자치구의 외면으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복지 사업에 뒷짐을 졌던 자치구는 이번을 계기로 복지 정책을 전면 수정해 주민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자치구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김영옥 대령, 초등 교과서에 다시 실어라

    [서울광장] 김영옥 대령, 초등 교과서에 다시 실어라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중 ‘명견만리’를 읽은 사실을 공개하고 일독을 권했다. 문 대통령은 이 책에 대해 “가까운 미래의 풍향계”라며 “개인도 국가도 만리까지는 아니어도 10년, 20년, 30년을 내다보면서 세상의 변화를 대비할 때”라고 했다.기자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 때 보았다는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한우성 지음)도 함께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최근 불거진 ‘공관병 갑질’ 논란이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군의 고질적인 병폐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계 미국인으로 2차 대전과 6·25 전쟁의 전설적 영웅인 김영옥(1919~2005) 대령의 일대기를 다룬 이 책은 진정한 군인의 길이 무엇인지 보여 주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 책을 읽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영옥을 “미국 역사상 최고의 전쟁 영웅 16인 중 한 사람, 유색인으로는 유일하게 워싱턴·아이젠하워 대통령, 맥아더 장군 등과 어깨를 겨눈 세계적 전쟁 영웅”이라고 소개하고 “해 진 후 헤드랜턴 불빛에만 의존해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가 존경받는 이유는 2차대전 당시 혁혁한 공을 세워서만은 아니다. 생사를 가르는 전쟁통에서 보여 준 군인정신 때문이다. 위험한 전투에서 그는 늘 앞장섰고, 자신보다 부하를 먼저 챙겼다. 죽음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미국에서 태어난 김영옥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6·25 전쟁 참전이다. 2차대전 종전 후 성공한 사업가의 길을 걷던 그는 아버지의 나라에서 전쟁이 터지자 재입대해 최전방에서 북한군과 중공군에 맞서 싸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최고 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해 그의 전공을 기렸다. 그는 한국군 현대화의 숨은 주역이기도 하다. 6·25 전쟁 이후 주한 미군의 군사고문직을 맡아 미사일부대 창설 등 한국군 재건을 도왔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생각한다면 미사일부대 창설은 김영옥의 ‘명견만리’ 통찰력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전역 후 그의 인도주의적 삶은 더 돋보인다. 31년 군 생활을 마친 후 미국 정·관계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33년 동안 고아, 입양아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했다. 미국은 그를 기려 2009년 로스앤젤레스(LA) 지역의 한 공립중학교를 ‘김영옥중학교’로 명명했다. 1999년 일본계 미국인 마이크 혼다 전 미 연방 하원의원이 캘리포니아주 의회에 위안부 결의안을 상정했을 때 일본계 미국인들이 반발하자 이들을 설득해 결의안을 통과시키도록 한 이도 다름 아닌 김영옥이다. 이는 그가 2차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들로 구성된 부대를 이끈, 일본인들로부터 존경받는 리더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삶은 2011~2014년까지 우리 초교 5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려 우리 아이들도 그의 군인정신과 봉사하는 삶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돌연 삭제됐다. 당시 교과서 개정 작업에 참가한 한 인사가 ‘한국의 차세대 역할 모델로 왜 미국 시민권자를 가르쳐야 하나’라고 반론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런 논리라면 초교 6학년 국어 교과서에 헬렌 켈러, 콜럼버스 등을 소개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김영옥이 미군 장교로 6·25 전쟁에 참전한 것도 문제가 됐다고 한다. 세계에 자랑할 우리의 영웅을 정작 우리 교과서에서 내쫓는 한심한 일이 박근혜 정부 때 일어났다. “역사를 바로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새 국정 역사교과서 만들기에 나섰던 정부가 정작 초등학교 교과서 제작에 어설픈 반미(反美) 논리가 작동한 것을 막지 못한 것이다. 지금 초교 교과서 개정 작업이 한창이라고 한다. 이번 기회에 김영옥 이야기를 5학년이 아닌 6학년 국어 교과서에 다시 실어야 한다는 교사들의 의견이 많다. 6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현대사를 배우기 때문에 ‘통합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김영옥의 일대기를 쓴 한우성씨를 만났다. “김영옥은 여느 전쟁 영웅, 사회 봉사자와 다르다. 앞으로 한·미 관계, 한·일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에 대한 화두까지 던진 진정한 영웅이다. 이런 영웅을 왜 정작 조국은 외면하는가”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열린세상] 새 정부 교육개혁, 생태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열린세상] 새 정부 교육개혁, 생태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1866년 독일 과학자 헤켈이 주창한 ‘생태학’은 생물과 자연뿐 아니라 인간과 사회현상을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유용한 관점을 제공해 왔다. 생태학적 접근에 따르면 하나의 생물 또는 개체는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독자적으로 발전하기보다 다른 생물이나 개체 그리고 주변 환경과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진화하고 발전한다. 따라서 생태학적 관점은 하나하나 낱개만을 살피기보다 각각의 요소가 구성하는 전체 환경과 구조의 역동성을 중시한다. 환경과 구성 요소, 구성 요소끼리 어떠한 영향을 서로 주고받는지에 초점을 둔다.최근 정부의 교육정책 추진 방식을 두고 너무 서두른다는 지적이 많다. 심지어 국무총리도 교육개혁은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승복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때로는 천천히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문제는 조급함에만 있지 않다. 정책이 단발적, 분절적으로 다른 정책과의 관련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되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추구하는 교육의 비전과 전체 구도에 대한 청사진을 국민에게 알리고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정책적 요소들을 두루 살펴본 뒤 정책 간 관계와 우선순위를 고려한 로드맵을 만들어 세심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즉 생태학적 관점이 부족하다. 예컨대 새 정부 들어 일부 교육감이 밀어붙이는 자사고 폐지 정책을 보자. 생태학적 관점에서 보면 자사고는 전체 중등교육 체제에서 일반고라는 요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일반고 교육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대한 정부의 구상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이에 대해 교육 주체들이 믿음을 가질 때에만 자사고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 자사고의 문제점만을 부각하고, 그것을 핀셋으로 집어내듯이 해치우겠다는 생각으로는 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과열된 입시경쟁을 줄이고 협동 정신과 개방적 태도를 갖춘 인재를 양성하려면 현재의 상대평가 제도에 대한 수술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전체 대학입학제도라는 생태계 구조를 외면한 수능제도만의 개혁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대입 생태계에서 대학의 학생선발 메커니즘과 시험의 변별력은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수능시험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것은 고교 내신 평가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와도 맞물려 있다. 학부모, 교사, 대학들이 수능제도의 개선 방향에는 대체로 수긍하면서도 정부 정책에 전폭적으로 동의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이유는 대학입학제도를 구성하는 생태계 전반에 대한 총체적 개혁 방향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추진할 교육정책에도 생태학적 접근은 유효하다. 고교 학점제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 중에서 비교적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다양하고 충분한 수업 개설과 이를 위한 교사 충원, 도시와 농어촌의 교사 불균형 극복, 교실과 기자재를 비롯한 인프라 확충, 과목별 평가 결과의 공정한 활용 방안 마련이라는 선결 과제를 충실히 이행할 때 성공할 것이다. 수업 생태계를 총체적으로 고려한 정책 패키지가 없다면 고교 학점제는 몇몇 학교에서의 시범 추진에 그칠 공산이 크다. 또 정부의 제안대로, 지역 거점 국립대학을 대폭 지원하는 것은 지역 균형발전과 대학 서열화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를 차지하는 지역 사립대학에 대한 지원 방안, 국립대와 사립대의 관계 및 역할 분담에 대한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 우리 국민은 교육 문제에 대해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어떤 교육정책이 다른 문제와 연결돼 있고, 무엇을 우선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다른 무엇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각각의 정책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정책의 생태계 구조를 훤히 꿰뚫고 있다. 교육개혁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얻고 각각의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목적을 달성하려면 생태학적 관점이 요청된다. 복잡한 정책의 생태계를 정교하게 계산한 복합 처방이 요구되고, 정책 간 선후를 제시하는 로드맵에 따라 차근차근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교육정책 생태계에서 원포인트 개혁이란 없다.
  • 금호타이어 영업부문 임직원·해외 바이어, 매각 반대 ‘침묵 시위’

    금호타이어 영업부문 임직원·해외 바이어, 매각 반대 ‘침묵 시위’

    금호타이어 영업맨들과 해외 바이어 등 100여명이 회사 ‘부실 매각’에 반대하는 침묵 시위를 시작했다.이들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사옥 앞에서 산업은행의 무리한 매각 추진이 영업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고, 특히 해외 영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동 지역에서 수십 년간 금호타이어 제품을 수입해온 한 거래상은 이날 시위에서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로 매각되면 브랜드 가치 저하로 해외 시장에서 금호타이어 제품이 외면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호타이어 임직원들은 현재 진행 중인 매각 작업이 중단되지 않을 경우 수출 환경 개선과 해외 거래처의 생존을 위해 계속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 초 더블스타로의 매각설이 퍼지면서 1분기 북미·유럽 등 해외 매출이 전년보다 10.9% 줄었다.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출은 전체의 65%를 차지한다. 이로 인해 1분기 전체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015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2분기 실적도 크게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집에 가기 싫어요…온몸으로 고집 부리는 개(영상)

    집에 가기 싫어요…온몸으로 고집 부리는 개(영상)

    고집센 애완견과 주인의 ‘밀당’이 담긴 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7일 영국 데일리메일(현지시간)은 호주 퀸즐랜드주 골드코스트 벌리 힐의 한 공원에서 꼼짝도 하지 않으려는 골든 리트리버와 그의 주인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 6일 공원 잔디밭에 앉아 화창한 날씨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 눈앞에서 개 한 마리가 시선을 끌었다. 개가 공원 한 가운데 보도블럭에서 귀여운 생떼를 부리고 있어서였다. 개의 주인은 필사적으로 애완견을 구슬려 데려가려 했지만 개는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바닥에 등을 대고 네 발을 위로 들고 누워 자신을 움직이게 만드려는 주인의 시도를 가볍게 무시했다. 보다못한 주인은 억지로 개를 질질 끌었지만 개는 끝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목줄을 제거하고 개를 외면하고 가버리는 척 했지만 그 순간에도 개는 고개를 돌려 떠나는 주인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러다 마침내 결심이 섰는지 개는 일어나서 자신 때문에 진땀을 흘린 주인을 따라나섰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재미있어하며 환호를 보냈다. 페이스북에 ‘실은 아직 떠날 준비가 되지 않았던 개’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영상은 페이스북에서 조회수가 15만건을 넘어섰다. 사람들은 “개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개의 행동이 마치 아이처럼 느껴진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페이스북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씨줄날줄] 존엄한 승자, 김인경/진경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존엄한 승자, 김인경/진경호 논설위원

    7일 새벽(현지시간 6일 오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에서 펼쳐진 골프 전쟁은 스릴러 영화를 방불케 했다. 전날까지 리더보드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조디 섀도프(잉글랜드)는 한걸음 한걸음, 집요하게 김인경을 추격했다. 8타차, 7타차, 6타차?3타차, 그러곤 2타 차! 파이널라운드를 6타차 선두로 여유 있게 출발한 김인경은 겨우 1타만을 줄인 채 한 발짝도 더 나가질 못했고, 섀도프에게 덜미를 잡힐 위기에 놓였다. 모두가 통한의 30㎝ 퍼팅 실패로 메이저 챔프 자리를 날렸던 5년 전 김인경을 떠올렸다.승부는 그 순간 시작됐다. 두 홀 앞서 경기한 섀도프가 2타 차로 추격을 멈췄지만 김인경 앞엔 악명의 17번홀이 버티고 있었다. 많은 경쟁자들이 그린 앞 크릭 해저드에 공을 빠뜨려 분루를 삼킨, 평균타수 4.4의 핸디캡 1번 홀이다. 김인경이 얼마든 우승을 날려버릴 수 있을 홀이었다. 운명의 순간임을 직감했을까. 잠시 숨을 고른 김인경은 하이브리드 클럽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1초, 2초, 3초?. 클럽을 떠난 공은 179야드를 날았고, 도랑을 넘었고, 6초 뒤 그린에 안착했다. 김인경이 ‘김인경’을 넘는 순간이었다. 골프사의 ‘충격적 사건’으로 남은 김인경의 2012년 LPGA 나비스코 챔피언십 4라운드 18홀 30㎝ 퍼트 실패는 프로골퍼에게 선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다. 30㎝ 앞 홀컵을 외면했던 5년 전 골프공은 그러나 ‘세리키즈’ 골프 영재 김인경에게 좌절하는 법 대신 골프 너머의 세상을 배우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한 듯하다. 훌훌 인도네시아로 떠나 단식 수련을 했고, 인도에선 요가 명상에 몰입하기도 했다고 한다.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이웃에 눈을 떠 기부천사가 됐다. 또래 신지애, 박인비가 세계를 주름잡는 동안 골프 너머를 배웠다. 리코브리티시오픈 우승컵을 받아든 김인경을 향해 “역경에 대해 불만을 갖지 않고 아름답게 대처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그보다 더 존엄하게 실패를 뛰어넘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외신의 찬사가 쏟아진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퍼팅을 놓친 게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은 아니다. 많은 분들이 우승할 거라 했는데, 저만이라도 제게 ‘우승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얘기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시나브로 161㎝의 작은 거인이 된 그에게 이번 메이저 우승은 그의 말대로 ‘작은 선물’이자 덤에 지나지 않을 만큼 작아 보인다. 그가 가장 사랑한다는 비틀스의 ‘블랙버드’는 날개 부러진 작은 새의 비상을 노래했다. 나이 서른, 아무래도 그녀의 잔치가 시작된 듯하다.
  • [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인간 배아 연구, 왜 필요한가

    [김진수의 바이오 에세이] 인간 배아 연구, 왜 필요한가

    최근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돌연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비후성 심근증을 초래하는 유전자 변이를 인간 배아에서 교정해 정상 유전자로 복구시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전에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을 시도한 사례가 있었으나 유전자 가위의 정확성에 문제가 있었고 교정된 세포와 교정되지 않은 세포가 섞이는 ‘모자이크 현상’이 나타나는 한계도 있었다. 공동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구성하는 단백질과 가이드 RNA를 수정 후가 아니라 수정과 동시에 난자에 도입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극복했다. 또 자체 개발한 절단 유전체 시퀀싱 방법을 통해 변이 유전자만 교정하고 다른 유전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 가위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허용됐으며, 관리 규정에 따라 실험 후 모든 배아는 폐기됐다. 그러나 유전자 가위가 도입된 배아와 도입되지 않은 배아 사이에 배반포 발달에 있어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만약 산모에 착상했다면 변이가 교정된 건강한 아이가 출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배아의 변이 유전자를 고치는 방식은 비후성 심근증에 국한되지 않고 대부분의 유전병에 보편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유전자 가위를 구성하는 가이드 RNA만 맞춤형으로 새로 합성하면 되기 때문이다. 1만여개가 넘는 유전질환의 대물림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배아 유전자 교정은 전 세계 수천만명에 달하는 유전질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는 성과임은 분명하나 생명윤리 차원에서 몇 가지 우려와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 인간 난자와 배아를 실험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다른 적절한 대안이 있다면 인간 생식세포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지난 수년 동안 생쥐와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 배아 유전자를 교정한 사례가 학술지에 보고됐으나 이들 동물과 인간 유전자는 염기서열이 달라 인간 배아에서 유전자 가위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 더욱이 인간 배아 연구를 통해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성과가 많아 네이처에 발표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를 위해 귀중한 난자를 기증한 해외 여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둘째, 착상 전 유전자검사(PGD)란 방법이 있는데 굳이 배아 유전자 교정을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번 논문에 분명히 밝혔지만 유전자 가위는 PGD의 대안이 아니라 PGD와 함께 사용돼 착상에 적합한 건강한 배아의 비율을 높일 수 있다. 인공수정이 항상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착상에 적합한 배아의 숫자를 늘리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셋째, 국내 생명윤리법은 인간 배아 연구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국내 연구진이 이를 피하기 위해 유전자 가위를 해외 연구진에 제공하고 배아 실험 후 DNA를 들여와 분석한 것이 편법이란 지적도 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변호사에게 자문을 한 결과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2015년 말 미국 국립과학원과 영국 왕립과학원, 중국 과학원은 인간 배아 연구는 허용하되 임상에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논문 발표 뒤 하루 만에 유전학 관련 국제학회 11개는 공동성명을 통해 각국 정부가 인간 배아 연구를 금지해서는 안 되고 연구비 지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도 이런 국제적 논의에 부합하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연구 활성화와 의료·생명공학산업 발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수십만명에 달하는 국내 환자와 가족들이 매일 흘리는 눈물, 후손들이 받게 될 고통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 [‘세기의 재판’ 삼성 결심 공판] 朴특검 “승계 위한 뇌물 혐의 입증”… 삼성 측 “승계 프레임 씌워”

    [‘세기의 재판’ 삼성 결심 공판] 朴특검 “승계 위한 뇌물 혐의 입증”… 삼성 측 “승계 프레임 씌워”

    박영수 특별검사는 7일 직접 법정에 출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삼성 간 뇌물 혐의가 입증됐다”고 단언했다. 반면 삼성 측은 “마치 국가보안법 사건처럼 (특검의) 추측만으로 공소장이 이뤄졌다”고 반발했다. 박 특검이 “3세 승계를 위해 (삼성이) 정경유착 고리를 강하게 형성했다”고 지적하자 삼성 측은 “특검이 사업구조 개편을 ‘승계 작업’이란 프레임으로 만들었다”고 반박했다.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특검과 삼성의 입장은 지난 53차례 공판에서 그랬듯 평행선을 달렸다. 특검의 구형 절차와 삼성 측 최후변론은 90분 가까이 이어졌다. 특검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으로 인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필요성(2014년 5월)→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독대에서의 정경유착 합의(9월)→삼성전자 자금으로 최순실씨 모녀 지원(2015년 8월 이후)’ 구도를 제시한 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현안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신규 순환출자고리 해소 문제, (해외펀드) 엘리엇 대책 방안 마련 등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실제 도움을 준 사실까지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삼성 측 송우철 변호사는 “특검이 법적 논증에 눈감은 채 ‘대중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요구에 따라 정유라씨 승마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에 수백억원대 지원을 했지만 최씨 일가 때문에 지원 성격이 변질됐으며, 삼성이 로비의 일환으로 지원했다는 것은 특검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논리다. 송 변호사는 “승마 지원은 박 전 대통령의 요청 때문이 아니라 최씨의 강요 내지 공갈에 의한 것”이라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를 부인했다.또 이번 사건을 특검이 ‘에버랜드 사건부터 이어져 온 삼성의 편법 승계에 종지부를 찍는 사건’이라고 명명했던 점을 들춰낸 뒤 송 변호사는 “사건 당사자도 다른 20년 전 사건과의 연계는 논점 일탈이고, 연좌제를 연상시킨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최씨의 독일 회사인 코어스포츠에 삼성전자가 78억여원을 보내며 성립된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해서도 양측은 명확한 시각차를 내비쳤다. 삼성 측은 “승마 유망주를 위한 합법적 용역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특검은 “범행 당시부터 사후에 문제가 될 것에 대비하는 경향이 확인된다”면서 “당시 계약이 불법이란 점을 삼성이 미리 알고 만들어 둔 뇌물 혐의 은폐 장치”라고 평가했다. 양측은 지난 수사·공판 과정에서의 말 바꾸기를 서로 지적하며 신경전을 펴기도 했다. 특검은 “피고인들의 주장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여러 차례 번복됐다”며 “이 부회장 범행 은폐를 위해 이들이 지속적으로 허위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으로 송 변호사는 “특검이 기소 내용의 모순점을 외면하다 최근 52차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영재센터 관련 봉투를 직접 전달했다는 부분을 삭제하는 등 무리한 주장을 이어 갔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조계 안팎에서는 오는 25일 열리는 이 부회장 1심 선고가 박 전 대통령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등을 인정한다면 혜택을 입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역시 유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30㎝ 긴 터널 뚫은 긍정 오뚝이의 5년

    30㎝ 긴 터널 뚫은 긍정 오뚝이의 5년

    김인경(29)이 먼 길을 돌고 돌아 마침내 ‘메이저 퀸’이 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입문 10년 만이며 2012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18번홀에서 30㎝ 퍼트 실수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놓친 지 5년 만이다.김인경은 7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인근의 킹스반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컵을 안았다. ‘코스 레코드’(64타·대회 최저타수) 타이기록으로 무섭게 추격한 2위 조디 섀도프(잉글랜드)를 2타 차, 미셸 위(미국) 등 3위 그룹을 5타 차로 따돌리며 올 시즌 세 번째 우승을 일궈 LPGA 투어 다승 선두가 됐다. ●섀도프, 마지막 18홀까지 2타 차로 쫓아와 한때 ‘긴장’ 이날 우승 경쟁은 좀 싱거울 것 같았다. 2위 그룹과 6타 차 출발, 그리고 4라운드 1번홀 탭인 버디로 그의 우승을 위협할 만한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인경의 ‘골프 인생사’처럼 우승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오후 들어 굵어진 빗줄기도 전혀 도움이 안 됐다. 9번홀이 위기였다. 티샷 실수에 이어 3m짜리 파 퍼트를 놓쳤다. 44홀 만에 나온 보기와 지나치게 지키려는 플레이가 2위 그룹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10·13·16번홀의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살짝 외면했다. 김인경이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공동 7위(8언더파)로 4라운드를 출발한 섀도프가 단독 2위로 치고 올라왔다. 그는 이날 18홀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17번홀에서 회심의 버디를 잡으며 16언더파로 김인경을 강하게 압박했다. 선두 김인경과는 겨우 2타 차. 티샷 실수가 나오거나 해저드에 빠지면 연장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인경의 연장 성적표는 5전 전패.●김인경 시즌 3승 다승 1위… 상금 100만 달러 돌파 ‘제2전성기’ 결국 승부처는 그린 앞에 개울이, 뒤에는 벙커가 자리잡은 17번홀이었다. 맞바람까지 불어 비거리가 짧은 김인경에게는 불리했다. 파만 해도 우승 고지의 9부 능선을 넘지만 보기를 기록하면 2012년의 악몽이 또다시 재현될 수도 있었다. 그는 안정적인 티샷에 이어 환상적인 두 번째 샷으로 홀 3m 옆에 공을 떨궜다. 버디 퍼트는 아쉽게 홀을 비켜 갔지만 무난하게 파를 지켜 냈다. 그는 “코스 곳곳에 리더보드가 많아 2타 차까지 쫓긴 사실을 모를 수 없었다”면서 “하지만 침착하게 파를 지켜 나가 우승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번 우승으로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에서 들어 올린 트로피는 12개(22전 12승). 2015년 최다승 기록(15승) 경신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특히 올해 네 차례 메이저대회에서 3승을 합작했다. 지난달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재미교포 대니얼 강(25)까지 포함하면 한국계 선수가 올해 메이저대회를 싹쓸이한 셈이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靑 ‘퍼스트 도그’ 토리의 여름 나기

    靑 ‘퍼스트 도그’ 토리의 여름 나기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해 ‘퍼스트 도그’가 된 토리.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5일 토리의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토리 녀석이 처음 본다고 짖고 외면한다. 다음엔 맛있는 간식거리를 들고 가야겠다”고 썼다. 임종석 비서실장 페이스북
  • 54홀에 17언더파 … 물오른 김인경

    54홀에 17언더파 … 물오른 김인경

    김인경(29)이 생애 첫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 우승을 눈앞에 뒀다. 2012년 메이저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통한의 ‘30㎝ 퍼트’ 실수로 다 잡은 우승을 놓친 뒤 5년여 만에 맞은 두 번째 기회다. 이번에 ‘메이저 트라우마’를 털어낼지 주목된다.김인경은 6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인근의 킹스반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올해 LPGA 투어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325만 달러) 3라운드에서 버디만 6개를 쓸어담는 물오른 퍼팅 감각을 뽐냈다. 3라운드 합계 17언더파 199타로, 공동 2위(11언더파)와 6타 차 단독 선두다. ‘디펜딩 챔피언’ 에리야 쭈타누깐(22·태국)이 지난해 세웠던 대회 54홀 최저타 기록(16언더파 200타)을 경신했다. 그는 “골프를 20여년 해왔지만 요즘처럼 쉽게 느껴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3번홀이 그나마 위기였다. 2번홀 기분 좋은 버디로 잠깐 방심해서인지 티샷 실수로 공이 페어웨이 왼쪽 벙커에 빠졌다. 하지만 깔끔한 레이아웃과 정확한 아이언샷, 4m짜리 파퍼팅을 성공시켰다. 이후엔 거칠 게 없었다. 5번홀 탭인 버디와 6·7번홀 장거리 퍼팅으로 3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특히 6번홀에서 퍼팅 실수를 저질렀지만 공은 거짓말처럼 홀컵으로 빨려들어갔다. 후반 11·12번홀에서도 각각 5m, 4m가량의 버디 퍼팅을 집어넣으며 2위 그룹과의 격차를 벌렸다. 그는 이날 성적 비결로 “긴 퍼팅이 많았는데 어려운 파 세이브를 잘했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내일 우승하면 2012년에 일어났던 일을 털어버릴 것 같으냐’는 한 외신 기자의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 골프 코스 안팎에서 많은 노력을 했고 그게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내일(7일) 6타차 리드를 지킬 계획’과 관련해서는 “유연하게 대응하겠다. 때때로 원하는 대로 되지 않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즐기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진했던 ‘골프 여제’ 박인비(29)도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내는 신들린 퍼팅을 선보였다. 마지막 18번홀 회심의 10m짜리 버디 퍼팅이 홀을 살짝 외면하면서 ‘코스 레코드’(64타·18홀 최저타수)를 갈아치우지 못했다. 8언더파 64타로, 미셸 위(28·미국)가 1라운드에서 세운 코스 레코드와 타이를 이뤘다. 이로써 박인비도 중간 합계 10언더파 206타, 공동 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우승은 ‘날씨의 신’에게 달려 있다”며 대역전 우승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주 레이디스 스코티시오픈에서 우승한 이미향(24)도 5타를 줄여 8언더파 208타로 공동 7위에 자리했다. 세계 랭킹 1위 유소연(27)은 5언더파 211타로 공동 31위, 올해 US여자오픈 챔피언인 박성현(24)은 4언더파 212타로 공동 40위에 올랐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자살 유가족 75% 우울·무기력 시달린다

    자살 유가족 75% 우울·무기력 시달린다

    우울증·불면증 등 질환 이어져 일반인보다 자살위험 8배 높아 정신건강 지원 절실 58% 꼽아 남편을 떠나보낸 서모(35·여)씨는 한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10분, 30분의 쪽잠에 의지했다. 수년 전 “바람 좀 쐬고 오겠다”고 했던 남편이 아이들 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남편의 죽음을 자신 탓이라고 여겨 심한 죄책감에도 시달렸다. 3일장과 49재를 마치고 ‘사고 당일 좀더 늦게 잠들었다면’이라고 생각한 어느 날 스크린도어 공사 중이던 지하철역에서 들어서는 열차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근처에 있던 한 남성이 급히 “정신 차려야 한다”고 외치며 옷을 잡아채 또 한번의 비극을 피했지만 3명의 아이를 두고도 슬픔에서 좀처럼 헤어나질 못했다. 이후 그는 건강가정지원센터의 도움을 받고 지역의 자살 사별자 모임에 참여하면서 서서히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서씨는 “외면하고 다독이는 것만으론 슬픔을 이겨낼 수 없었다”며 “때로는 직접 마주 보는 것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6일 보건복지부와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서씨처럼 자살 사고를 경험한 유가족들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사고 발생 후 1년 이내에 가장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가족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정신적 어려움은 우울·의욕저하(75.0%, 복수응답)였다. 불면(69.4%), 불안(65.3%), 분노(63.9%), 집중력·기억력 저하(59.7%) 등의 경험 비율도 높았다. 스트레스가 심해져 우울증(41.7%), 불면증(37.5%), 불안장애(31.9%) 등으로 진단받거나 입원치료(11.1%)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신체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호흡곤란·두근거림(59.7%), 두통(56.9%), 근육통·요통·전신피로(52.8%), 눈피로·이명(51.4%) 등의 신체적 고통을 호소했다.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반복되면 자살위험이 높아진다. 홍창형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해외 자료에 따르면 자살 유가족은 일반인보다 우울증은 7배, 자살위험은 8.3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이 지원이 가장 많이 필요하다고 여긴 분야는 정신건강(58.3%)이었다. 이어 가족관계(44.9%), 직업·경제적 변화(34.8%) 등을 꼽았다. 이들은 주로 유가족 모임(72.2%), 가족·친척(59.7%), 자살예방센터(59.7%), 정신건강복지센터(55.6%) 등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전국 241개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지역자살예방센터에 요청하면 된다.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99)나 보건복지콜센터(국번 없이 129)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문 대통령과 토리 근황 전한 임종석 비서실장 “부럽”

    문 대통령과 토리 근황 전한 임종석 비서실장 “부럽”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여름 휴가를 마치고 청와대로 복귀한 문재인 대통령과 ‘퍼스트 도그’ 토리의 근황을 전했다.임 비서실장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휴가에서 돌아오신 대통령 님의 얼굴이 참 좋아보입니다. 재충전 완료하신듯. 감사. 부럽”이라며 “저도 드디어 내일 휴가갑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유기견으로 동물보호센터에서 지내다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한 토리의 사진도 공개했다. 임 비서실장은 “토리 녀석이 처음 본다고 짖고 외면합니다. 섭섭. 그러보니 토리랑 상견례가 늦었네요. 다음엔 맛있는 간식거리를 들고 가야할 듯”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속 토리는 나무로 지어진 집 앞에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나무 두 그루를 사이에 두고 있는 풍산개 ‘마루’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지루한 성공은 의미 없다” 실패에 관대한 베저스

    “지루한 성공은 의미 없다” 실패에 관대한 베저스

    지난달 27일 워싱턴주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에서 갑자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가 16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지켜 온 ‘세계 최고 갑부’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이날 아마존의 주가가 한때 1083.31달러까지 오르면서 베저스의 자산 가치는 923억 달러(약 103조원)까지 치솟아 게이츠의 900억 달러(약 101조원)를 넘어섰다. 장 막판 주가 하락으로 ‘4시간 천하’였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베저스가 게이츠를 제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세계 최고 혁신 기업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아마존 성공 뒤에는 엄청난 실패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아마존이 2007년 시작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웹페이는 수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결국 2014년 중단됐다. 또 2014년에는 자체 스마트폰인 파이어폰을 출시했으나 소비자의 외면으로 1억 7000만 달러(약 1912억원)의 손실만을 남긴 채 사업에서 철수했다. 2015년 아마존 데스티네이션이라는 지역 호텔 예약 서비스도 에어비앤비 등에 밀려 6개월 만에 손을 뗐다. 아마존 월렛(결제), 아마존 로컬 레지스터(결제), 아마존 뮤직 임포터(음악재생 플랫폼), 아마존로컬(부동산정보) 등 실패한 사업도 상당히 많다. 이런 실패는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베저스 CEO의 기업 철학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베저스는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큰 성공은 수십 번의 실패가 쌓인 뒤에야 온다”면서 “CEO로서 나의 일 중 하나는 직원들에게 실패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 베저스는 실패가 아마존의 ‘문화’가 되도록 했다. 그는 “성공을 목표로 하면 거기서 멈춰 버린다”면서 “그러나 실패를 목표로 하면 실패할 때까지 끊임없는 혁신과 변혁이 일어난다. 오히려 지루하게 성공한 직원들이 회사에 불필요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아마존이 현재 진행 중인 온·오프라인 융합 등 새로운 실험이 그동안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또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무관심이 만드는 ‘저질 지방의원’… 갈 길 먼 ‘파수꾼 민주주의’

    무관심이 만드는 ‘저질 지방의원’… 갈 길 먼 ‘파수꾼 민주주의’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모두 8장의 투표지가 유권자 손에 쥐어진다. 서울 시민이라면 서울시장, 서울시의회의원, 시의회 정당비례, 구청장, 구의회의원, 구의회 정당비례, 서울시 교육감에 이어 개헌투표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기본권, 지방자치권 등을 담은 개헌안 국민투표를 지방선거 때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사는 곳의 구청장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마당에 개헌안은 지방선거에서 모든 유권자들의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이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란 플라톤의 정치에 관한 명언이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는 관심을 갖기조차 쉽지 않은 구도가 형성된다. 4년 동안 별다른 견제장치 없이 운영되는 지방의회에 대한 유일한 심판도구가 투표지만 그마저도 주민의 무관심과 무리한 선거제도 등으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졌다. 지방의회는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자치분권의 뿌리지만, 1991년 의원선거로 부활한 이후 내내 지탄의 대상이었다. 한때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불거졌으나 의회의 견제와 감시를 받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앞장서서 의회 필수론을 주장하며 방패막이가 됐다.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지방의회를 촛불 집회와 같은 파수꾼 민주주의로 바꿀 수 있을지 알아보았다.“승진은 좀 어려울지 몰라도 원하는 보직으로 가는 전보는 의원 한마디면 다 되죠. 공무원 인사가 나면 누구는 내가 전보시켜 줬다며 힘을 과시하고 다닙니다.” 한 서울시 공무원의 이야기다. 지방의원들의 인사 개입은 주로 총무과장 또는 행정국장을 통해 이뤄지는데 지난해 9월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발효되자 서울시의 전임 행정국장은 아예 전화통화 연결음(컬러링)을 김영란법으로 바꿨다. 일부러 법 조문을 다 들을 때쯤 전화를 받자 의원들의 인사 청탁이 쑥 들어가서 하반기 정기인사 시즌을 편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영란법으로 오히려 인사 청탁이 더 음지로 들어가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귀띔이다. 인사 청탁은 사실 국회의원들이 먼저 하던 ‘갑질’이다. 공공기관에서는 ‘의원 백’ 하나쯤 있어야 승진할 수 있다는 얘기는 이미 상식으로 통한다. 국회에서 벌이던 구태와 적폐가 그대로 지방의회까지 이어지는 것을 끊어내고자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방의원의 정당공천제를 없애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구본승(43) 서울 강북구의원은 “3년 전에 정당공천제 폐지를 반대한 사람들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마당에 한번 폐기된 제도를 되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무공천제보다는 정당 시스템 안에서 지방 정치를 바꾸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도 많다”고 말했다. 지방의원들의 공천권은 사실상 국회의원들이 갖고 있다. 게다가 지방의원들은 주요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진다. 지역에 밀착해서 생활하는 지방의원들에게 지역구 관리를 맡기는 등 확실한 국회의원-지방의원 간의 상하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국회의원 보좌관을 했던 이들도 많다. 처음 지방의회가 부활할 때는 무보수 명예직이었지만, 명예를 노리고 정치판에 뛰어든 지역유지들이 각종 이권 개입으로 처벌되는 등 제대로 역할을 못하자 2006년 유급제로 전환했다. 유급제 도입 이전에는 농업, 상업, 제조업 출신 의원이 많다가 2006년 이후에는 대졸 정당인 출신이 늘어 현재 지방의회 구성원도 법적으로 가능한 겸직을 하지 않는 전업 의원이 약 70%에 이른다. 물난리에 해외 외유(충북도), 예산 편성권을 악용한 땅 투기(대구시), 토지 용도 변경 빌미로 뇌물 착복(서울 성북구), 살인교사 혐의(서울시), 순금으로 의원 배지 제작 등 온갖 추태를 일삼는 지방의회 악의 근원은 결국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정당의 공천제도다. 지방의회 지원과 제도를 맡은 행정안전부 선거의회과 관계자는 “전국 243개 자치단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행안부는 뭐하냐는 의견도 많지만 지방자치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견제가 먼저다”며 “자치분권 시대에 의회에서 조례나 규칙에 따라 정한 일에 건건이 협조 요청을 내려보내면 지방자치가 아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지방의회의 구태를 지적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반발은 그럼 국회의원은 모두 자질이 괜찮으냐는 것이다. 물난리 해외 외유에다 국민과 언론을 레밍(들쥐)에 비유한 발언으로 전국구 인물이 된 김학철 충북도의원은 “단돈 10만원의 정치 후원금도 내지 못한 제게도 공천을 주신 분이 계실 때까지는 지방의원이 되는 길은 참으로 어렵고 힘들었다”며 “추경예산 통과시켜달라고 아우성치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예산안 통과되던 날 자리 안 지키고 다 어디 갔나?”며 희생양이 되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충북도의회의 물난리 해외 외유가 여론의 지탄 대상이 됐을 때도 행안부는 유의사항 공문조차 내려 보내지 않았다. 어찌 됐든 도의회에서 제도에 따라 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여러 지방의회에서 순금으로 수십만원 짜리 의원 배지를 만들자 유의사항으로 ‘일반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정도의 가격(예 국회의원 배지 가격 3만 5000원 이하)으로 제작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을 뿐이다. 국회의원에서 지방의원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와 같은 먹이사슬 구조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벌써 2년여가 지난 일이긴 하지만 안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오산시의회의 당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안 의원은 지역향우회 야유회가 열린 부안군 야유회장에서 부안군수에게 노래를 부르면 부안군 예산 100억원을 내려주겠다는 발언과 함께 야당 예결위 간사는 여당 예결위원장과 동급으로 장관들도 굽실거리고 같은 국회의원들도 눈을 맞추려고 한다는 망언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등 오산 시민들의 명예를 처참히 훼손했다”고 밝혔다. 2011년에는 안 의원이 전당대회 참석을 위해 시의원들이 단체로 탄 버스에서 “이런 식으로 하면 공천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대들이 잘나서 시의원 된 거 아니라고 명심하시기 바라겠어요. 신당에서 잘하겠다는 각오 담은 서약서 준비하십시오”라고 다그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때 안 의원은 오산지역 보육연합회 회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시의원의 아버지가 선출되자 시의원들에게 ‘병신’이란 막말까지 써가며 화를 냈다고 한다. 내년에 지방분권 개헌이 이뤄지면 지자체 예산이 지금의 2배가 된다는 얘기가 벌써 나온다. 개헌으로 법적 지위까지 공고해질 지방정부를 감시해야 할 막강한 역할을 지방의회가 맡은 것이다. 올 초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는 당시 행정자치부를 찾아 전국 의정비 일원화, 의회 사무직 공무원 인사권, 정당공천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정치권에서 논의해야 할 요구 사항 대신에 지방의회 자질 향상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의정연수센터 설립과 예산정책지원센터 마련 등을 통해 의회가 전문성을 갖고 지방정부의 예산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남기헌 충청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말의회, 야간의회, 지역 순회 간담회, 주민의 상임위활동 참여제도화, 유급 시민모니터링제 등으로 국민이 민주주의의 파수꾼이 되어 지방자치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지방의회가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의 지방의회 폐지안을 앞장서서 반대했던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은 “무엇보다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이 괜찮은 인물을 발굴해 공천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양윤경 기자 웹툰 속 배현진 “높은 분들이 아낀다는 회사의 소녀시대”

    양윤경 기자 웹툰 속 배현진 “높은 분들이 아낀다는 회사의 소녀시대”

    MBC 배현진 앵커의 행동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MBC 양윤경 기자의 웹툰 ‘상암동 김사장’이 재조명받고 있다.양윤경 기자는 지난달 18일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상암동 김사장’을 올리면서 “저희 회사 이야기다. 감히 이해받고자 한다. 열린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린다”는 글을 적었다. ‘상암동 김사장’은 김장겸 MBC 사장으로 인해 MBC 보도가 망가지고 시청자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과정을 풍자한 만화로 여기에는 2일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배현진 앵커와 양윤경 기자와의 일화도 그려져 있다. 배(ship)와 또 다른 배(pear)가 그려진 드레스를 입은, 높은 분들이 아낀다는 사람에게 한 직원이 “저기요, 물 틀어놓고 양치하고 거울 보고 화장 고치는 쫌 거시기…”하다고 말하자 수증기처럼 옆방으로 증발하는 장면이 있다. 드레스를 입은 사람은 배 앵커이고 옆방으로 쫓겨난 직원은 양 기자였다. 실제로 양윤경 기자는 배 앵커에게 ‘너무 물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잠그고 양치질을 하라’고 했고, 배 앵커는 ‘양치하는데 물 쓰는 걸 선배 눈치를 봐야 하느냐’고 답하면서 몇 번의 언쟁이 오갔는데, 이것이 문제가 돼 양 기자는 당시 ‘경위서를 써야 한다’, ‘인사가 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현재 비제작부서인 미래방송연구소에 소속돼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경형 칼럼] 차가운 평창올림픽을 달구자

    [이경형 칼럼] 차가운 평창올림픽을 달구자

    1988 서울올림픽 때 코리아나가 부른 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Hand in Hand)는 전 국민 애창곡이었다. 서울올림픽은 냉전 이후 12년 만에 서방 진영과 사회주의 국가들이 함께 참석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서울올림픽 성공에 힘입어 동구권에 이어 소련과 중국 수교,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등 북방외교의 가속 페달을 밟았다. 오늘로 190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내년 2월 9~25일) 및 패럴림픽(내년 3월 9~18일)이 좀처럼 뜨지 않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 올림픽 관심도가 35.1%에 그쳤다. 지난 3월 1차 조사(35.6%)와 5월 2차 조사(40.3%) 때보다 더 낮은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겠다는 비율은 7.9%로 10명 중 1명에도 못 미쳤다. 올 2~6월 1차 온라인 추첨식 판매 때 팔린 티켓은 총판매량(107만장)의 21%에 불과했다. 국내 판매량(75만장)은 6.9%에 머물렀다. 조직위 관계자는 “오는 9월 6일부터 2차 온라인 선착순 판매, 11월부터 오프라인 판매가 시작되면 입장권 판매고가 급상승할 것”이라고 전망은 하고 있다. 2011년 3번의 고배 끝에 올림픽을 유치했을 때 온 국민이 환호했지만 지금은 차갑다.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먼저 지난해 최순실씨가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들은 외면했고 기업들은 후원을 주저했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이 ‘뇌물죄’ 논란으로 확산되면서 대기업 후원은 끊어지고 정권교체기의 공공기관장들도 몸을 사렸다. 평창올림픽 총소요예산 2조 8000억원은 ?스폰서십, 후원금 9400억원(34%) ?국제올림픽위(IOC) 지원금 7400억원(27%) ?입장권 판매 1조 1000억원(39%)으로 조성된다. 후원금만 보면 현재 8884억원으로 500억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 촛불혁명, 대선 정국 등 국내의 연속적인 대형 이슈 발생과 최근 북한 핵·미사일 등 안보 불안이 겹치면서 국민들이 평창올림픽에 눈길을 줄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정권 초기의 적폐청산 등 시퍼런 개혁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민적인 축제 분위기가 좀체 살아나기 힘든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성공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맞는 국제 메가 이벤트라고 해서가 아니다. 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세계를 향해 뻗어 가는 나라의 기상이 솟구쳤듯이 지금 우리에게는 또 한번의 도약이 필요한 것이다. 평창올림픽의 슬로건은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다. 개막식의 주제는 ‘평화’다. 비록 북한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여가 불투명하지만 최종 순간 와일드카드 출전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지금은 대북 압박에 방점이 있지만, 북한이 ‘벼랑 끝 전술’로 긴장 국면의 전환을 꾀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평창에 이어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평화올림픽’을 고리로 한·일·중 간의 새로운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차가운 평창올림픽을 달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문 대통령이 ‘G-200’ 행사에서 홍보대사를 맡은 데 이어 휴가 첫날에도 평창에 가고, 이낙연 총리가 공공기관장을 초치해 동참을 당부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국내외로 평창을 홍보하고, 붐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청와대에 한시적인 ‘올림픽 수석’이라도 신설, 조직위와 강원도 등 올림픽 주체별 역할 분담과 관련 부처 및 공기업 등 국가적인 역량을 결집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보강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창올림픽은 환경올림픽, 정보기술(IT)올림픽, 문화올림픽, 평화올림픽에 이어 치유올림픽이 돼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말은 옳다. 문 정부가 전면에서 온 국민의 열정을 끌어내는 추동력을 발휘할 때 이것들이 가능하다. 당장 서울 광화문광장에 평창 마스코트인 대형 ‘수호랑과 반다비’를 설치하고 점심시간에 이미 발표된 7개의 평창 응원가라도 틀어 보자. 뭔가 뜨거워야 마음이 당긴다. 주필
  • 이탈자 늘고 경쟁력 잃고… 알뜰폰 이중고

    이탈자 늘고 경쟁력 잃고… 알뜰폰 이중고

    알뜰폰 업계가 2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동통신 3사로의 이탈 고객이 급증한 가운데, 정부가 통신비 절감 대책으로 내놓은 ‘25% 요금할인’ 등이 역으로 알뜰폰 업계에 악재가 되는 모양새다. 요금 원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도매대가 인하 협상도 전망이 불투명하다.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이동전화 번호 이동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빠져나간 고객 수가 3사에서 유입되는 고객 수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지난달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갈아탄 고객은 6만 3113명으로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고객 5만 9256명보다 3857명 많았다. 알뜰폰으로의 순유입 고객은 지난 3월 2만 3070명을 기록한 이래 4월 1만 1515명, 6월 401명까지 급감했다. 2011년 등장한 알뜰폰은 기존 통신사 대비 30~40% 저렴한 요금을 앞세워 가입자를 늘려왔다. 그러나 통신 3사에서 알뜰폰 이동 고객은 2014년 105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5년 87만명, 지난해 90만명, 올해 상반기 37만명으로 뒷걸음질치는 추세다. 통신 3사가 전용 중저가폰 모델을 출시하고 알뜰폰 가입자를 유치하는 유통점에 추가 장려금을 주는 등 역공을 벌인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알뜰폰 업계는 “다음달 시행될 25% 요금할인은 역으로 알뜰폰 업계를 외면한 정책”이라면서 정부에 추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20%에서 요금할인이 25%로 올라가면 통신 3사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지는 반면, 알뜰폰의 강점이었던 ‘낮은 요금’은 상대적으로 빛이 바래기 때문이다. 알뜰폰 요금제의 주요변수인 도매대가 인하 협상도 묘수가 없는 상황이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업체가 통신 3사에 지불하는 이동통신망 사용료를 말한다. 정부는 앞서 발표한 통신비 인하 대책에서 통신 3사에 주는 LTE 도매대가를 10% 포인트 낮추기로 했지만, 이는 강제사항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망 의무제공 사업자인 SK텔레콤의 관련 협상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알뜰폰 업자들의 망 구축, 부가 서비스 정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업계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도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경제 블로그] 먼지 쌓인 中企대출 감독규정… 금융위 이번엔 채찍질 먹힐까

    [경제 블로그] 먼지 쌓인 中企대출 감독규정… 금융위 이번엔 채찍질 먹힐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 같은 생산적 분야보다 가계대출과 담보대출 위주의 손쉽고 안정적인 영업에만 안주해 혁신기업이나 신산업 분야에 자금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경영평가항목 반영” 있지만 몰라 사실은 중소기업 대출은 이미 ‘관리 대상’입니다. 금감원의 ‘은행업 감독규정 및 은행검사 매뉴얼’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비율 준수 실적을 은행 경영실태평가 중 경영관리 적정성 부문에 평가, 반영한다”고 합니다. 한국은행 ‘금융기관 여신운용 규정’에도 “시중은행은 원화 금융자금 대출 증가액 45% 이상을 중소기업자에게 지원해야 하며 미달 때 한은은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실적 낮아도 제재 수위 낮아 외면 시중은행에선 이런 규정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감독이라는 ‘채찍’이 약하기 때문일까요? 금융 당국 관계자는 “(중기 대출 비율이) 경영실태평가 항목에 반영돼 있지만 수많은 평가 항목 중 하나라 실효성은 높지 않다. 다른 평가 계량지표가 1등급으로 양호하면 중기 대출이 미비해도 등급 하락폭이 제한적”이라고 밝힙니다. 한은의 ‘제재’ 도 한의 ‘총액대출한도’를 줄이는 수준인데, 저금리로 돈이 넘쳐나는 은행에서는 무섭지 않습니다. 은행에선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대출 담당자가 전선 위의 참새에게 “너 담보 있니?”라고 묻는다는 겁니다. 기업이 돈을 빌릴 때 담보가 없으면 아예 생각지도 말라는 뜻이지요. 중기대출 ‘총량’만 가지면 우량 중소기업에만 대출을 몰아주는 편법이 있습니다. 사실 중요한 건 신기술을 가진 벤처나 스타트업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이지요. ●은행 “부실기업 트라우마 우려” 시중은행 관계자는 “1998년 외환위기 기업금융 부실화에 대한 트라우마가 크다”고 항변합니다. ‘조상제한서외’(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외환은행) 등은 관치 탓에 부실 대기업에 대출한 죄로 공적자금을 수혈받거나 합병됐는데, 은행들은 그 악몽을 지울 수 없답니다. 당시 소매금융을 하던 국민은행(주택은행)은 승승장구합니다. 최 위원장이 “모든 은행이 국민은행화”라고 말했지만, 다 배경이 있는 거죠. ‘은행이 전당포냐’고 경고한 만큼 시중은행의 영업 관행이 과연 개선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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