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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멕시코처럼… 역습으로 멕시코 깬다

    멕시코처럼… 역습으로 멕시코 깬다

    멕시코 로사노·치차리토 ‘펄펄’ GK 오초아, 독일전 9슈팅 선방 한국, 공격도 수비도 모두 침체 손흥민 등 뒷공간 파고들어야한국 축구 대표팀이 벼랑 끝으로 몰렸다. 오는 24일 열리는 러시아월드컵 F조 멕시코전에서도 지면 그대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다. 모든 걸 쏟아붓겠다던 스웨덴전에서 이미 0-1로 패했기 때문이다. 멕시코를 이겨야 그나마 경우의 수라도 따져 볼 수 있다. 한국의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독일이기 때문에 멕시코전에서도 패하면 만회가 어렵다. 일각에서는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3패를 기록한 이후 28년 만에 또다시 조별리그 전패를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반드시 멕시코를 잡아야 하지만 한국 대표팀의 공격력은 침체돼 있다. 지난 18일 스웨덴전에서 예리한 크로스나 과감한 중거리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페널티킥으로 선취점을 내주면서 조급해졌는지 역습도 효과적이지 않았다. 결국 90분 동안 한국 대표팀이 기록한 유효 슈팅은 0개였다. 전체 슈팅 5개 중 3개는 수비 벽에 막혔고 2개는 골대를 외면했다. 스웨덴 골키퍼는 제대로 슈팅을 막아 볼 기회조차 없었다. 19일 현재 이번 대회에서 유효슈팅 0개를 기록한 것은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15일 러시아전)뿐이다. FIFA 랭킹 15위인 멕시코는 북중미의 강호다. 러시아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 1위(6승3무1패)를 기록하며 여유 있게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1994 미국월드컵부터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6회 연속 16강에 진출했다. 한국과 역대 A매치 전적에서도 6승2무4패로 우위에 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선 한국에 1-3 역전패를 안긴 악연도 있다. 선수들의 개인기가 좋고 스피드가 빠르다. 더군다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인 독일을 1-0으로 무너뜨리면서 선수들의 자신감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종종 침대 밑에서 튀어나와 동료를 놀래게 해서 ‘처키’라는 별명이 붙은 이르빙 로사노(23)는 독일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으며, 로사노에게 어시스트를 연결한 ‘치차리토’(스페인어로 작은 콩이란 뜻) 하비에르 에르난데스(30)도 주의해야 한다. 수문장 기예르모 오초아(33)는 독일전에서 무려 9개의 슈팅을 막아낼 정도로 안정된 모습이다. 멕시코는 한국전에서 전방부터 압박을 하는 수비를 보여 줄 가능성이 높다. 독일전에서는 밀집 수비로 맞서다 역습하는 전략이었는데 이번에는 좀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전술의 귀재’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7) 멕시코 감독의 성향도 상대에 따라 다양한 포메이션을 들고 나오는 쪽이다. 주전 수비수 미겔 라윤(30)은 “오소리오 감독은 독일전 승리 직후 한국전 준비에 나섰다. 이미 한국전을 대비한 전술과 계획을 모두 짠 상태”라며 “한국전에도 최고의 전술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은 마치 멕시코가 독일전에서 그러했듯이 단단한 수비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어설프게 공격에 나섰다간 자칫 대량 실점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선수들의 개인기가 좋기 때문에 혹여 수비가 뚫리면 근처 선수들이 도와주는 플레이가 나와야 한다. 멕시코가 전방압박을 쓰면 뒷마당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가상의 멕시코’로 여겨졌던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처럼 손흥민과 황희찬이 최전방에서 빠르게 역습에 나서면 득점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자살할래” 양치기 112 신고… 힘 빠지는 경찰

    “자살할래” 양치기 112 신고… 힘 빠지는 경찰

    허위 신고라도 외면할 수 없어 ‘민원전담반’ 운영해 강력 대응“나 자살할 거야.” 지난 3일 밤 서울 강북경찰서 관할 지구대에 ‘자살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경찰은 전혀 다급해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미 그날에만 세 번째 접수된 신고였다. 신고자는 40대 진모씨로 알코올 중독자라고 했다. 경찰은 허위 신고인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숨을 내쉬며 현장으로 출동했다. 같은 날 다른 지구대 경찰도 “친구가 죽기 직전”이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가 보니 과음으로 길바닥에 쓰러져 잠든 30대 남성과 일행만 있었다. ‘양치기 소년’ 같은 진상 신고자와 악성 민원인의 112 신고에 경찰이 헛심을 빼고 있다. 그렇다고 아예 무시해 버릴 수도 없어 경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2 신고 1895만 3131건 가운데 출동할 필요가 없는 신고 건수가 841만 3916건(44.4%)으로 나타났다. 긴급 신고는 338만 921건(17.8%), 비긴급 신고는 715만 8294건(37.8%)으로 집계됐다. 신고자 1명이 100회 이상 신고한 건수는 지난해 서울에서만 11만 4236건에 달했다. 허위·장난 신고가 많아질수록 112 신고에 대한 경찰의 판단은 흐려진다. 허위 신고에 대처하느라 인질극 등 실제로 위급한 상황에서 출동 인력이 없어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112 신고 말고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없다 보니 경찰로서도 출동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경찰은 ‘악성 신고’ 대응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서울경찰청을 비롯한 전국 9개 지방청은 최근 ‘112 장난 전화’에 대비하고자 민원전담반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폭언을 일삼거나 범죄와 무관한 내용을 신고하는 사람의 전화는 민원전담반으로 연결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허위 신고자에 대한 처벌도 엄격해졌다. 민원전담반은 지난 2월 서울 강북구에서 “누군가가 문을 때려 부순다”며 11차례 반복 신고를 한 사람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그는 한 달 사이에 400회 이상 허위 신고를 했다. 만취한 상태로 17차례 신고 전화를 한 음주자도 경범죄처벌법상 ‘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112 접수요원에게 상습적으로 전화해 욕설을 퍼부은 남성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됐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방경찰청 단위에서 신고 전화를 내용에 따라 알맞게 분류해 긴급한 신고와 허위 신고를 걸러내는 방식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면서 “일선 경찰들이 상황 판단에 따라 불필요해 보이는 민원 대신 다른 긴급한 현장에 출동했을 때 추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이사람 e향기] “북한에 의료기기 생산공장 설립해 北 의료 발전 돕고파”

    [이사람 e향기] “북한에 의료기기 생산공장 설립해 北 의료 발전 돕고파”

    성원메디칼주식회사(대표이사 이낙호)는 1996년 충북 청원(청주)에서 일회용 수액세트를 생산하는 공장설립으로부터 의료기기 사업을 시작했다. 이때 성원메디칼은 여러 개의 수액제나 주사제를 한 번에 투약할 때 쓰이는 ‘쓰리웨이 스탑코크’(3-Way Stopcock) 제품을 국산화했다. 설립 첫해부터 당시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KFDA)의 전문의사 제품인 ‘중심정맥카테터세트’(Central Venous Catheter Set)와 병동용품 쓰리웨이 스탑코크 승인을 시작으로 2004년 ‘자가조절진통 펌프세트’(PCA pump set) 승인, 2007년 국내 처음 항균기능을 가진 향상된 중심정맥카테터 세트인 ‘Prime-S Central Venous Catheter Set’ 승인에 이어 2017년에는 미국 FDA에 ‘경피카테터 어큐시스’(Accu-Sheath Introducer set) 및 ‘크레센도(Crescendo) 카테터 안내선(Guidewire)’ 승인을 신청했다. 특히 2006년 ‘Drainage Catheter locking system’의 PCT출원과 미국에 특허등록을 획득했으며, 이를 포함한 전문의사 제품들에 한해 CE·GMP·ISO13485·ISO9001·Inno Viz의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그렇다 보니 지난해 매출액은 217억원으로 2016년 189억원보다 12.9%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생산직원과 연구인력을 대폭 확충해 평균 근로 직원 수의 경우도 지난해 110명에서 올해는 30명, 21.4%가 늘어난 140명에 이른다. 주력 제품군은 카테터류, 수액 세트군, 가이드 와이어류 등이다. 성원메디칼은 지난 15일 베트남에 제2 생산공장을 준공, 동남아시아 의료기기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한편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뿐만 아니라 성원메디칼은 4·27, 5·26의 2차례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의 길이 열리면, 북한에 의료기기 공장을 설립해 북한의 병동의료 발전에 동참할 계획도 갖고 있다. 북한은 현재 뇌혈관질환과 만성폐쇄성 폐질환이 사망을 일으키는 주요 질환인 데다 영유아 사망률 역시 21.3명으로 전 세계 223개국 가운데 74번째로 높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신생아 감염관리, 예방접종, 위생시설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는 한국 사망률이 5세 이하 3.5명, 1세 이하 2.7명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영아 사망률 평균 4.51명과 비교해 보면 심각한 수치다. 북한의 병원의료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본지는 이대희 성원메디칼연구소 소장을 찾아 인터뷰했다. 이 소장은 “성원메디칼은 병동의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수액세트류, 카테터와 카테터 안내선 등 의료기기가 주력제품인 만큼 북한에 생산공장을 설립해 북한 의료발전을 돕고 싶다”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경협 때 꼭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고 바이오 기술과 의료전문 기업으로 지속성장해 한민족 건강에 이바지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북한에 의료기기 생산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원메디칼은 1996년 창업 이후 병원의료의 한 축인 수액세트류, 카테터와 카테터 안내선 등 의료기기를 주력제품으로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연간 200억 원대 매출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병원의료의 발전과 함께 한 성장입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접한 북한의 보건의료 환경과 사정은 모성 건강, 영유아, 예방접종 및 결핵 관리 등에 취약했습니다. 한 핏줄을 나눈 동포로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오면 병원의료의 기초가 되는 의료기기 생산공장을 북한에 설립해 북한 의료 발전을 돕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문재인 정부가 신남방외교와 신북방외교에 이은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 간 평화의 길을 열면서 북미정상회담도 열렸습니다. 세계가 한반도의 평화를 주목하며 지지하는 마당에 성원메디칼이 비록 중소기업이지만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회장님과도 이 문제로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경협, 특히 북한에 공장설립이 가능한 길이 열리면 이에 꼭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성원메디칼이 북한의 병원의료 발전에 작은 힘이지만 보태자고 했습니다. →최근 베트남에 제2 생산공장을 설립해 준공을 했는데요. 북한에 생산공장을 건립할 투자 여력은 있습니까. -베트남 공장은 사실, 지난 15일 아시아 시장진출의 전초기지를 목표로 준공됐습니다. 우선은 국내 수요를 충족할 겁니다. 성원메디칼은 2015부터 2017년 걸쳐 30억원 가량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습니다. 매출액 대비 10% 수준입니다. 스타트업 기업이나 벤처기업도 아닌 21년 역사를 지닌 중소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의 거의 대부분을 R&D에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적극적 투자의 본질은 중소기업이지만 의료기기의 원천기술을 획득하기 위함인 거죠. 게다가 성원메디칼은 금융부채도 거의 없어 은행 신용도가 좋습니다. 기회가 온다면 북한에 생산공장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북한 의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권에 맞춘 병원이 북한 곳곳에 설립돼야 할 겁니다. 여기에 병원의료에 필요한 의료진과 의료기기 등도 제공돼야 할 것이고요. 북한이 언제까지 구호기관과 단체들의 구호에만 의존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성원메디칼이 의료기기 가운데 일회성 소모품이 주력이긴 하지만, 먼저 북한에 생산공장을 설립하게 되면 저희를 뒤따라 여러 의료기기 제조회사들도 북한공장 설립에 나설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니면, 성원메디칼을 벤치마킹해서 북한 자체적으로 의료기기 생산공장 설립에 나설 수도 있고요. 시사점이 클 것으로 봅니다.→R&D로 원천기술을 획득한다는 것은 ‘특허품 개발’로 이해됩니다. 갖고 계신 특허제품은 있습니까. -2006년에 획득한 Drainage Catheter locking system입니다. 또 개발 주력제품인 카테터 안내선(가이드와이어)의 경우 올림푸스(Olympus), 데루모그룹(TERUMO), 보스톤사이언티픽(Boston Scientific) 각각 특허출원했는데요. 꾸준한 R&D로 이들 세 제품에 대한 특허회피전략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R&D 투자 결과입니다. 카테터 제품군으로는 원천기술인 접합 없이 한 번에 3종류 이상의 경도를 압출하는 기술을 이용해 카테터 튜브를 뽑아내는 것도 성공했습니다. 이는 임상적으로 볼 때 체내에 삽입되는 카테터들은 장기의 손상을 줄이며 시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각기 다른 경도의 튜브를 뽑아 이를 하나씩 수작업으로 붙이는 게 외국계 제조사들의 수준입니다. 하지만 붙인다는 건 분리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크게 포함합니다. 만일 체내에 들어간 카테터 튜브가 접합점이 분리되어 떨어진다는 걸 상상하면 끔찍할 것입니다. 이런 분리 이탈되는 현상을 원천적으로 막는 기술이 있다면 우리가 걱정하는 리스크는 제로에 가깝게 됩니다. 이 원천기술을 얻고 나오는 카테터 제품들은 모두 특허를 등록하기 위한 큰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싱가포르에 다국적 기업들의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R&D 센터에 입주해 서로의 연구실적을 공유해 합작연구가 활발합니다. 이에 성원메디칼도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2018년 4월 이곳에 연구소 분소를 세우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R&D하는 부분은 영상의학과, 순환기내과, 소화기 내과 등에 사용되는 디바이스 일회용 제품인 카테터와 카테터 안내선(Guidewire )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세계적인 다국적 의료기기 회사들의 경우 연 매출이 수조원에 이릅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글로벌 의료기기회사가 출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해도 중소기업,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제품생산에 R&D 투자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R&D 투자를 계속해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조사들의 숙명은 끊임없는 투자와 성장입니다. 병원에서 링거를 맞을 때 간호사들이 유량을 조절하기 위해 수액조절펌프(Infusion Pump) 기기 기능을 구현하는 일회용 수액 조절기에 유량 눈금이 표시된 제품을 2000년에 저희 회장님께서 수많은 노력과 실패 끝에 국내 처음으로 국산화했습니다. 고급화된 조절기가 달린 수액세트입니다. 그렇지만 저가형 수액세트의 경우 개당 200원, 300원합니다. 3톤 트럭에 가득 실어야 700만원이고요. 게다가 이 수액세트를 병원 또는 병동에 직접 일일이 공급을 해줘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소위 말하는 ‘인건비 따먹는 제품’인 거죠. 많은 사람을 투입해 많이 생산해서 많이 팔아야 조금 남는 거죠. 지난 20여년간 국내 수액세트 제조사들이 유지해 왔던 방식입니다. 변화가 필요했던 거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확장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감한 R&D 투자는 기존 고급화된 조절기기가 달린 수액세트를 좀 더 다양 소재와 구성품으로 친환경적이며 생체적합성에도 전혀 문제없는 제품개발의 결실을 맺고 있고, 이는 심평원 급여가 3000원, 7000원 하는 제품이긴 해도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 의료용 병동 소모품입니다. 여기에서 얻은 수익을 카테터와 와이어 제품 개발에 재투자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R&D 투자를 할 겁니다. →주력제품이 카테터와 와이어라고 하셨는데요. 매출 외형과 시장환경을 고려할 때 글로벌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 건가요. -두 제품은 국내에서 저희 회사가 순수 자력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의 기술향상을 위해 국내 회사이며 저의 연구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모 대학병원의 교수님 도움을 받아 수술 시 참관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기술향상을 어떤 방향으로 이룰 것인가의 길라잡이 역할이라고 할까요. 임상의와 연구진의 만남인 거죠. 이제, 세계적인 의료기기 제조회사들인 메드트로닉, 지멘스, GE, 필립스로부터 OEM을 받을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성원메디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한 에피소드라 할까 보람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소개한다면요. -기술을 배우려고 온 나라를 다 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술을 배우고자 해당 공장 앞에서 기다리기도 일쑤였죠. 일본의 경우 돈 주고 사겠다고 하는데도 처음에는 외면받았습니다. 장인 정신 같은 것을 갖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쉽게 내어 팔 수가 없었던 거죠. 그 마음을 이해하고 기다린 끝에 기계를 살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카테터를 만들게 됐죠. 특히, 저희 제품이 사람 몸에 들어가잖아요. 병원과 공동연구 하면서 개발하는 제품 중 혈관 내 안내선 중 한 품목이 있는데 국내에는 90% 이상 수입사 제품인데요, 굉장히 많은 요소기술들이 하나의 안내선에 녹아 있거든요. 즉 시술 시 의사가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필수 제품이죠. 임상에 대한 이해와 시술 순서를 알고 앞과 뒤에 연계되어 사용하는 의료기기들이 무엇인지를 알아야만 그 안내선의 기능적 역할을 불어넣어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 몸에 들어가려면 바늘이 꽂이고 바늘을 통해 특정 목적을 띤 카테터 안내선이 들어갑니다. 뒤에 카테터 관이 뒤따라가겠죠. 혈관 깊숙이 들어가 뒤따라 들어온 카테터의 역할을 돕고자 안내선은 해당 병변까지 진입을 하는 게 소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아주아주 얇고 말랑한 혈관에 안내선의 역할을 하려면 그만큼 유연성·직진성은 필수겠죠. 이 두 특성의 발란스를 잘 조절해야 병변에 도달한 안내선과 카테터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혈관 성형술을 하게 됩니다. 이 안내선을 작년에 100% 국내 생산으로 국내 최초 성공했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슴 벅찬 순간이였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올해 생산직원들과 연구원을 많이 뽑았습니다. 30여명 됩니다. R&D로 우수제품이 개발생산하게 되고, 그 결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도 하고, 베트남 제2공장도 준공하게 된 겁니다. 저는 혼자 잘살고 배부르면 다인 회사문화를 아주 싫어합니다. 이 모든 게 한 사람의 결정으로 방향을 세울 수도 있지만 그 방향도 구성원들 간의 끊임없는 논의와 합리화를 통해 세운 후, 구체적인 목표에 맞게 나랑 같이 일하는 동료와 또 그 동료들의 상호 간 신의가 없으면 절대 이루어 질 수 없다고 봅니다. 결국 마침표를 찍는 건 함께 일한 직원과 동료들의 훌륭한 능력에서 완성이 되는 거죠. 이런 회사문화를 근간으로 기회가 되면 앞으로 남북경협의 문이 열려서 북한 생산공장을 설립하게 되면, 그때 제대로 자랑할 수 있겠죠. →사훈이 있습니까. -정교(精巧)입니다. 사람의 생명, 특히 혈관을 다루는 제품생산 기업입니다. 노약자와 어린이는 특히 혈관이 약합니다. 식약처가 정해 준 제품 기준이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그 기준보다 더 정교해야 한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직원들에게 항상 ‘내가 생산한 제품을 내 아이가 쓸 수 있고, 가족 중 뇌졸중으로 쓰러진 분이 사용할 수도 있다. 그때 어찌할 것인가’라고 말합니다. 즉 품질에 있어 ‘세심하고 엄격하라’고 하는 거죠. 그래서 ‘공정 중 하나라도 의심쩍거나 기준에 맞지 않으면 가차 없이 품질관리(QC)에서 아웃시켜라’고 합니다.→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입니까. -미래의 의료기기에 대한 준비와 주도적 역할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현재 R&D하고, 인력을 늘리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IT(정보기술) 기반이 된 미래형 의료기기로 나가기 위한 겁니다. 의료기기와 IT가 접목되는 지점에 또 다른 원천기술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분야의 특허로 기술력을 인정받고자 하는 거죠. 이를 실현하려면 제조업의 형태를 변화시켜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가 필수입니다. 그러면 인터넷 기반의 IT 기술이 융합된 고부가가치 제품이 하나둘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여기에 특허받은 내용을 오픈이노베이션형태로 기술혁신을 더 해 나가면 글로벌 회사로 발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평화 시대가 열리고 있지 않습니까. 한반도 평화와 함께 열리는 남북경협은 저희같이 기술은 있으되, 시장환경에 의해 ‘인건비 의존형’의 중소기업에는 새로운 기회입니다. 강소기업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호기인 거죠. 그래서 의료기기 제조업의 ‘구글’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겁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김윤하의 라이너노트] 한국 음악페스티벌 지형이 바뀌다

    [김윤하의 라이너노트] 한국 음악페스티벌 지형이 바뀌다

    획일화된 콘셉트, 관객 외면18만명. 지난 6월 초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울트라 코리아 2018’이 사흘 동안 동원한 관객 숫자다. 올해 7년차를 맞은 이 페스티벌이 기록한 역대 최다 관객수이자 올해 국내 단일 페스티벌이 동원한 최다 인원이 될 것이 확실해 보이는 숫자다. 또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다. ‘STORM 뮤직 페스티벌’이 오는 8월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부산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이었다. 아시아 최대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축제’의 반가운 한국 상륙이었다. 가장 뜨거운 두 페스티벌의 공통점은 하나, 바로 EDM이다. 한국 음악 페스티벌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아니 터놓고 말하면 바뀌기 시작한 지는 꽤나 오래됐고 이미 한 차례 체질을 바꾼 뒤 동체를 재구성 중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기점은 2013년 즈음이었다. 1999년 인천 송도에서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대형 음악 페스티벌 시장은 이후 끊이지 않는 악천후, 좀처럼 흑자로 돌아서기 힘든 구조 등 다양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덩치를 불려 갔다. 2013년과 2014년은 대형 페스티벌 붐이 일었던 시기였다. 어렵사리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2006년 출범)과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2009년 출범), 현대카드 주최의 ‘시티 브레이크’ 등 수도권에서만 무려 5개의 대형 음악페스티벌이 범람했다. 모두 흥행을 위해선 10만명 이상의 관객 동원이 필요한 규모의 페스티벌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국내에서 좀처럼 주류의 깃발을 차지하지 못한 록 음악과 ‘장화는 필수, 우비는 선택’으로 요구되는 ‘사서 고생형’ 페스티벌을 매주 찾을 만한 페스티벌 마니아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국내 관객의 성향마저 도심형, 일상형, 피크닉형으로 진화하던 참이었다. 불과 2, 3년 사이에 대부분의 페스티벌이 문을 닫았다. 올해 개최를 확정한 건 인천 송도의 펜타포트가 유일하다.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해 대부분의 공연 관계자들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고 입을 모은다. ‘사람이 모인다’는 소문만 듣고 뛰어든 사업자들이 당시 급변하던 시장 상황에 대해 고민과 분석을 소홀히 했다는 이야기다. 이 밖에도 대형 음악 페스티벌이 국내 시장에서 쇠퇴하게 된 원인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 가장 자주 꼽히는 건 록 음악의 인기 하락이다. 한때 대형 음악 페스티벌이라면 자연스레 ‘록 페스티벌’을 연상하던 시절이 있었다. 주최 측과 관객이 하나로 마음을 모아 라디오 헤드, 콜드 플레이 등 세계적인 록 스타들을 헤드 라이너로 세우기 위해 밤낮으로 공을 들이던 시기였다. 이 분위기가 바뀌기까지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회자돼 온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의 올해 헤드 라이너는 더 위켄드, 비욘세, 에미넴 등 블랙 뮤직 음악가 일색이었다. 국내 상황 역시 라인업 발표와 함께 각종 음악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만든 건 체인 스모커스, 데이비드 게타 등 EDM 스타들의 이름이었다. 유일하게 1차 라인업을 공개한 펜타포트의 경우 인더스트리얼 록의 전설인 나인 인치 네일즈와 활동을 중단한 린킨 파크의 멤버 마이크 시노다의 이름을 내세웠다. 안타깝게도 모두 전성기가 10년 이상 지난 음악가들의 이름이었다.아쉬운 마음이 없진 않지만 슬퍼할 시간은 많지 않다. 미래는 ‘음악을 듣는 사람이 사라진 시대’가 됐기 때문이 아니라 내일은 ‘새로운 음악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즐기는 세대’에게 주도권이 옮겨갔기 때문임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이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대동소이한 라인업과 획일화된 콘셉트로 점차 관객들의 신뢰를 잃어 가고 있는 봄, 가을의 중소 규모 음악 페스티벌 역시 새겨 둬야 할 명제다. 대중음악평론가
  • 밋밋하게 허무하게… 16강 멀어지나

    밋밋하게 허무하게… 16강 멀어지나

    ‘깜짝 선발’ GK 조현우 선방쇼 후반 20분 뼈아픈 페널티킥 강호 멕시코·독일과 경기 남아 조별리그 탈락 궁지에 내몰려김민우(상주)의 발끝이 조금만 더 공을 맞혔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 뼈아픈 페널티킥 실점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8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스웨덴과의 1차전을 김영권(광저우 헝다)의 결정적인 두 차례 태클과 A매치 네 번째 출전한 조현우(대구)의 특급 세이브에 힘입어 잘 버텼다. 그러나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빅토르 클라손(크라스노다르)의 다리를 발로 건드려 넘어뜨려 후반 20분 주장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크라스노다르)에게 결승 득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대표팀은 전반 초반 좌우를 흔들어 주며 주도권을 잡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12분 김신욱(전북)이 경고를 먹은 뒤 17분 그란크비스트에게 단독 기회를 줄 뻔했으나 김영권이 태클을 걸어 위기를 넘겼다. 마르쿠스 베리(알아인)가 20분 조현우와 일대일 기회에서 슈팅한 것이 조현우의 오른쪽 허벅지에 맞고 나가 대표팀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 감독이 28분 박주호(울산)가 허벅지를 다치자 김민우와 교체하면서 게임 플랜이 꼬이기 시작했다. 코너킥 상황에 베리의 킥을 김영권이 또다시 슬라이딩 태클로 저지하며 한국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표팀은 이재성(전북)이 우리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공을 가로채 역습에 나서 손흥민(토트넘)이 골라인 근처까지 몰고가 뒤로 밀어준 패스가 상대 선수 발에 걸린 것이 아까웠다. 41분 이재성이 찔러준 패스를 손흥민이 잡으려 했으나 루드비그 아우구스틴손(베르더 브레멘)이 발을 걸어 넘어뜨렸으나 주심의 파울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전반 점유율 64-36%, 슈팅 수 1-9의 열세를 견뎌낸 대표팀은 후반 3분 에밀 포르스베리(라이프치히)의 오른발 슈팅을 허용하는 가슴 철렁한 순간을 넘겼다. 다행히 그의 슈팅은 허공을 갈랐다. 후반 7분 김민우가 골지역 왼쪽에서 갑자기 뒤로 돌아 나가서 올린 크로스를 구자철이 헤딩으로 꽂았으나 불행히도 옆그물을 출렁이고 말았다. 10분 황희찬의 파울로 얻어낸 프리킥을 스웨덴이 헤딩 슈팅으로까지 연결했으나 또다시 조현우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그러다 결국 김민우가 18분 페널티지역 안에서 클라손에게 태클을 걸어 페널티킥을 내줘 주장 그란크비스트가 2분 뒤 왼쪽으로 몸을 던진 조현우의 반대쪽에 공을 차 넣어 승부를 결정지었다. 김신욱을 빼고 정우영(빗셀 고베)을 투입한 신 감독은 30분 구자철 대신 이승우(엘라스 베로나)를 투입하며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끝내 동점을 만들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 4분이 주어졌고 황희찬이 마지막 순간 헤더를 시도했지만 골포스트 왼쪽을 조금 비켜나갔다. 종료 직전 이삭 키에세 텔린(베버렌)의 어깨에 공이 닿았는데 주심은 끝내 VAR을 신청하지 않았고 판독실에서도 외면하며 한국은 땅을 쳤다. 스웨덴에 패하면서 한국은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궁지에 몰리게 됐다. 앞서 독일이 멕시코에 0-1로 덜미를 잡히면서 대표팀에는 암울한 기운이 감돌았다. F조 2위는 브라질이 될 것으로 보이는 E조 1위와 16강에서 맞붙게 돼 독일로서는 한국과의 최종전에서 전력을 다할 게 뻔하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승점을 따내지 못한 한국은 남은 멕시코와 독일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펄치게 됐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는 터라 16강을 향한 길은 더욱 희미해졌다. 니즈니노브고로드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시민의식 어디로?…뉴욕 지하철역서 다리털 미는 여성

    시민의식 어디로?…뉴욕 지하철역서 다리털 미는 여성

    통근자들로 혼잡한 지하철역에서 뻔뻔하게 다리털을 미는 시민이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뉴욕 맨해튼 42번가 역 승강장에서 촬영된 영상 속에는 치마를 입은 한 여성이 의자에 앉아 휴대용 면도기로 다리털을 밀고 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심지어 면도크림까지 다리에 바르고 꼼꼼하게 다리털을 제거하는 모습이다. 옆에 앉은 남성이 여성을 황당하게 바라보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 외면해버린다. 영상이 공개된 후 누리꾼들은 “너무 황당해서 할 말이 없다”, “왜 지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지?”, “아무리 시간이 없었어도 공공장소에서 면도를 하다니...” 등 반응을 보이며 여성의 낮은 시민의식을 비난했다. 사진·영상=Looks Good Babe/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안철수 비판’ 장진영, 김어준과 설전 “김부선, 주진우 부른 적 있냐”

    ‘안철수 비판’ 장진영, 김어준과 설전 “김부선, 주진우 부른 적 있냐”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미국행을 비판했던 안 후보의 측근, 장진영 변호사가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여배우 스캔들’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 시사평론가 김어준씨를 작심 비판했다. 6·13 지방선거에 바른미래당 동작구청장 후보로 나섰던 장 변호사는 1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뉴스공장 측이 장 변호사에게 출연 요청을 한 이유는 장 변호사가 전날 페이스북에 남긴 ‘안철수 후보의 미국행을 개탄합니다’라는 글 때문이었다. 장 변호사는 “빛나는 보석같은 후보들이 너무나도 많았고, 당이 헛발질만 안했더라도 너끈히 당선될 수 있는 후보들이었는데 모두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힘든 후보들과 함께 눈물 흘리고 아파해도 모자랄 판에 따님 축하 외유라니요. 역사의 어느 전쟁에서 패장이 패배한 부하들을 놔두고 가족 만나러 외국에 가버린 사례가 있나”라며 안 후보를 정면 비판했다.그러나 장 변호사가 뉴스공장 출연을 승낙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뉴스공장의 편파성을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장 변호사는 진행자인 김어준씨에게 “김부선씨가 여기 나온 적 있어요? 주진우씨가 나온 적 있어요?”라고 물었다. 김씨는 두 질문에 모두 “없죠”라고 답했다. 장 변호사는 “그런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당사자들은 안 부르면서 바른미래당 이건 뭐 사실 별 얘기도 아닌데…”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씨는 “별 얘기 맞죠”라고 반박했다. 장 변호사는 재차 “뭐 이런 걸 이렇게 득달같이 불러서 갈등을 키우려고 하고…”라고 받아쳤다. 김씨는 “갈등은 본인이 말한 거 아닙니까. 우리가 뭘 키우려고 그래요. 본인이 직접 말을 해서 부른 건데…그럼 왜 나오셨어요? 나오지 말지”라고 말했다.이에 장 변호사는 “이 얘기 하려고 나왔다. 공정하지 않다. 그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스공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유가 바로 이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서였다고 재차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이재명 당선인은 유세 기간 내내 여배우 김부선씨와의 불륜 스캔들에 시달렸으나 여러 차례 부인한 바 있다. 특히 김어준씨와 친분이 있는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지난 2016년 김부선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 당선인과의 스캔들 무마를 시도한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되는 등 진흙탕 논란이 벌어졌었다. 김영환 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는 이런 스캔들에 대한 진실을 요구하며 폭로전을 이끈 바 있다. 장 변호사는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뉴스공장이 지방선거 판을 흔들었던 이재명-김부선 스캔들을 외면한 것을 비판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강연재 “번지수 잘못 찾고 나대는 민주당, 본인들부터 되돌아보라” 비난

    강연재 “번지수 잘못 찾고 나대는 민주당, 본인들부터 되돌아보라” 비난

    더불어민주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을 향해 제대로 된 반성과 적극적인 국정 협력을 촉구하자, 서울 노원병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3위로 낙선한 강연재 변호사가 “민주당 본인들부터 스스로 되돌아보시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강연재 변호사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번지수 잘못 찾고 나대는 민주당에 한마디’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번 선거 민심은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보수야당, 한국당이 바뀌어야 한다는 회초리였다”고 했다. 이어 “국민 각자가 회초리 한 대 때리자 했는데 뚜껑 열어보니 너무 심하게 때린 바람에 이 나라의 야당이 완전히 죽어버린 격”이라면서 “일당 독재, 1인 독재가 돼버렸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결과를 이겨내고 다시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심판자는 국민이다”라면서 “같은 선수 입장에서 다른 선수 잘못을 운운하는 것이 오만한 발상”이라고 민주당의 지적을 반박했다. 강연재 변호사는 “민주당은 야당일 때 대통령 권력 견제해야 한다고 그렇게 소리치더니, 1년 내내 청와대 꼭두각시, 앵무새 노릇, 까 보니 성폭력, 권력 갑질, 시민단체 인사들 부패, 대선 조작”이라고 비판했다. 또 “불과 몇 년 전에 지지율 한 자리 왔다갔다 하며 곧 숨이 끊어질 듯 온 국민의 외면을 받던 무능의 극치 야당이었다”면서 “안철수 모셔서 겨우 인공호흡, 김종인 모셔서 겨우 기사회생”이었다고 비난했다. 강연재 변호사는 “남의 반성까지 평가하고 입 댈 여유 있으면 본인들이 훌륭한 집권여당, 정부 견제 가능한 국회인지, 적폐 없는 깨끗하고 공정하고 민주적인 세력인지부터 되돌아보길 바란다”면서 “우리 때문에 영 아닌 사람에게 속아 잘못 손 잡고 가는 사랑하는 이를 꼭 다시 찾아와서 진정한 행복으로 책임질 수 있는 그때를 준비해야겠다”고 글을 맺었다. ‘안철수 키즈’였다가 2017년 7월 국민의당을 탈당, 2018년 1월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강연재 변호사는 지난 6·1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지만 3위로 낙선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열린세상] 당신은 청바지 꼰대?/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당신은 청바지 꼰대?/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다양한 세대가 함께 협업하고 공동의 목표를 추구해야 하는 조직에서 세대 갈등은 더욱 큰 문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매킨지컨설팅이 함께 펴낸 ‘한국 기업의 기업문화와 조직건강도 2차 진단 보고서’는 이 같은 상황을 잘 보여 주었다. 2016년 1차 진단 후 2년 사이 기업 문화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직장인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이다. 보고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조직의 리더들이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복장을 자율화하고 직급 호칭을 없앴지만 정작 의견은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제도를 도입하고 모양새를 갖췄지만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답변이었다. 이를 ‘무늬만 혁신’이라 불렀고, 복장만 자유로워진 상사를 ‘청바지 입은 꼰대’라고 비유했다.조직문화 전문 컨설팅사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장은지 대표는 “수직적 조직 문화에서 손발 역할을 하며 겨우 ‘머리’가 된 선배들이 밀레니얼세대를 만나면서 충돌을 일으킨다”고 설명하면서 “고성장 시대가 끝남으로써 윗사람들의 성공 경험과 그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수직적 조직 문화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데 계속 고집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기업 혁신의 키를 ‘꼰대’들이 쥐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대 간의 소통을 강화하고 조직의 혁신을 이루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명품 브랜드 구찌 사례를 살펴보자. 명품의 침체기로 여겨졌던 시기인 2017년에 “올해의 핫 브랜드 1위”로 꼽힌 명품 브랜드가 바로 구찌다. 구찌는 그해 최고의 제품 1, 3, 4, 5위를 싹쓸이했다. 한마디로 밀레니얼세대로부터 환호를 받는 브랜드로 거듭난 것이다. “아이 필 구찌”(I feel Gucci)라는 말은 “아 좋다”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구찌는 어떻게 밀레니얼세대의 사랑을 듬뿍 받는 브랜드로 부활했을까? 2015년 구찌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마르코 비자리는 구찌의 위기가 밀레니얼세대의 외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비자리는 사내에 ‘30세 이하 밀레니얼세대 직원들과의 모임인 ‘섀도 커미티’(그림자위원회)를 만들었다. 임원회의가 끝나면 그 주제를 가지고 섀도 커미티에서 다시 토론했다. 여기서 나온 의견을 최종 반영해 회사의 전략을 결정한 것이다. 밀레니얼세대가 여행을 필수라고 생각한다는 점에 착안해 ‘구찌 플레이스’라는 여행 앱을 론칭했다. 환경문제나 동물보호에 민감한 밀레니얼세대에 맞추기 위해 2018년 봄 시즌부터 일체의 모피 사용 금지를 선언했다.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과감하게 반영하면서 새로운 브랜드 명성을 구축하고 있다. 구찌 사례를 보면 CEO의 오픈 마인드, 공감 능력, 진심에 기반한 소통 노력 등이 젊은 직원들의 역량을 끌어냈고, 그것이 성과로 연결됐음을 알 수 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도 ‘내가 본 미래’라는 책에서 CEO는 특히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젊은 사람들이 반드시 옳은 것이 아니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나와 다를 수 있지만 사고를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꼰대일까 아닐까 고민하지 말자. 굳이 청바지 입으려고 노력하지 말자. 그것보다는 다양한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귀를 기울여 보자. 예를 들면 젊은 직원들이 10분 정도 취미생활이나 최근의 관심사 등을 이야기하도록 하는 ‘미니토크’ 같은 비공식 행사를 자주 여는 것도 좋다. 요즘 기술기업들이 많이 사용하는 해커톤과 같은 행사를 열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인공지능, 다양성과 포용성,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모바일 앱 등 막 대학을 졸업한 직원들이 잘 알고, 익숙하게 여기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미니토크를 한다면 배울 것이 많을 수 있다. 어쩌면 비슷한 연배,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앉아서 일방적 강의를 듣는 수많은 조찬 강의보다 더 유익할 수도 있다. 내 경험, 내 의견을 전달하는 컴포트존에만 머물지 말고 과감하게 마음을 열어 젊은 세대의 진짜 속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당신은 결코 꼰대가 아닐 것이다.
  • VAR로 체면 살린 프랑스·상대 자책골로 1승 챙긴 이란

    VAR로 체면 살린 프랑스·상대 자책골로 1승 챙긴 이란

    우승 후보 佛, 호주 상대 진땀승 태클 주심 판정 번복돼 PK 득점 이란, 20년 만에 본선 승리 챙겨주말(16~17일)을 거치며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A~D조 소속팀이 모두 한 경기씩 치렀다. 큰 무대이다 보니 선수들이 긴장한 듯 자책골과 페널티킥 실축이 많이 발생했다. 이번 대회부터 월드컵에 처음 도입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은 경기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주말에 펼쳐진 월드컵 주요 경기를 정리했다. 우승 후보 중 하나였던 프랑스의 체면을 살려준 것은 VAR이었다. 프랑스는 지난 16일 C조 최약체로 꼽혔던 호주를 상대로 아쉬운 경기력을 보이며 후반 9분까지 0-0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던 중 프랑스의 공격수 앙투안 그리에즈만(27)이 동료의 패스를 받고 골문으로 달려가다 호주 수비수 조시 리즈던(26)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처음엔 주심이 파울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잠시 후 VAR에 돌입했다. 모니터를 찬찬히 바라본 뒤 주심은 페널티킥으로 판정을 번복했다. 그리에즈만이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면서 프랑스는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VAR의 수혜를 입은 국가가 됐다. 호주 골키퍼인 매슈 라이언(26)은 “상대팀에게 졌다기보다는 (VAR) 기술 때문에 졌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페루는 17일 조별리그 C조 덴마크전에서 VAR의 기회를 못 살렸다. 전반 막판 VAR로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페루의 크리스티안 쿠에바(27)가 찬 공이 골대를 외면했다. 위기를 넘긴 덴마크는 후반 14분에 유수프 포울센(24)이 선제골을 넣었다. B조의 이란은 지난 16일 모로코를 누르며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 국가 중 첫 승을 신고했다. 공 점유율이 36%에 그치며 모로코에게 밀리는 양상이었지만 후반 추가 시간에 아지즈 부핫두즈(31)의 자책골로 1-0으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 1호 자책골이었다. 아시아 국가가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한 것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이후 8년 만이다. 이란이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를 맛본 것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미국을 2-1로 꺾은 이후 20년 만이다. 이란은 B조 1위에 올랐다. D조의 나이지리아는 17일 크로아티아전에서 스스로 무너졌다. 전반 32분 오그헤네카로 에테보(23)가 자책골을 범해 선취점을 내준 데다가 후반 26분에는 페널티킥으로 또다시 1점을 헌납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존경받는 기업들엔 4가지 비결이 있다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존경받는 기업들엔 4가지 비결이 있다

    애플 11년째 1등인데… 삼성은 외면받는 이유?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은 올해 1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매년 선정하는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 1위에 올랐다. 지난해부터 애플은 배터리 게이트, 성능 저하 업데이트에 따른 집단 손해배상 소송 등 각종 논란에 시달렸지만, 11년째 1위 자리를 수성했다. 포천은 매년 세계 30여개국 7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임원, 애널리스트 등 3900여명의 평가자 설문을 거쳐 순위를 매긴다. 기업별로 혁신과 인사관리, 자산활용, 사회적 책임, 품질 관리, 재정 건전성, 장기 투자가치, 제품·서비스 품질, 글로벌 경쟁력 등 9가지 항목을 두루 평가한다. 애플은 올해 9개 항목 모두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기업의 위기 속에서도 존경받는 기업 1위를 고수한 애플의 비결은 ‘혁신에 기반한 끊임없는 도전’으로 집약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17일 “애플의 현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은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달리 ‘혁신보다 관리에 치중한다’는 비판에 봉착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에서 ‘페이스 ID’ 같은 새로운 생체인식 기술을 공개하고 아이폰 기기에만 치중했던 회사를 콘텐츠 회사로 변신시키는 등 ‘애플은 혁신의 대명사’라는 명제를 충실히 지켜냈다”고 진단했다. 애플이 강조한 ‘사회적 가치’ 역시 1위 선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1월 당시 애플은 “향후 5년간 미국 경제 회복, 일자리 창출을 위해 3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해외 페이퍼 컴퍼니의 현금을 다시 가져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동시에 380억 달러에 이르는 세금도 정상 납부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애플의 경쟁사로 꼽히는 삼성그룹은 2016년 35위에 오른 것을 마지막으로 순위에서 사라졌다. 혁신 분야만 놓고 보면 삼성의 경쟁력은 세계적으로 수위를 다툰다. 최근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지난해 기준으로 발표한 ‘세계 50대 혁신기업’에서 애플은 1위,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던 삼성은 5위에 랭크됐다. ‘혁신 기업’ 삼성이 유독 존경받는 기업 부문에서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경영권 승계 및 노조 설립 와해 의혹, 국정농단 사태까지 사회적 신뢰 측면에선 장기간 점수를 잃어 온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투명한 기업경영 면에서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재붕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단기간 압축 성장을 겪은 우리나라는 유독 대기업에 대해 ‘정당한 경쟁 대신 정경유착 등 불공정한 수단으로 재벌이 됐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면서 “과거엔 사실인 측면도 컸지만, 이제 이런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야 하고 기업 역시 경영의 글로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 활동의 순수한 결과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결국 사회 전체에도 선순환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이 경영활동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법적 의무를 철저히 지키는 대신 기업활동 영역은 자유롭게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윤리연구소인 에티스피어 재단은 매년 ‘윤리적인 기업’ 리스트를 발표하는데, 지난 2016년 흥미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갈수록 직원들의 부정행위 및 소송 건수, 자사의 대응 정보를 자진해 공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재단 측은 “예전 같으면 기업들이 이런 문제들을 기밀로 취급했다면 이제는 투명하게 우려를 표명해 가는 경향”이라고 전했다. 윤리 경영이 결과적으로 경영 성과에도 보탬이 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재단에 따르면 ‘윤리적인 기업’에 선정된 기업들의 경영 성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보다 3.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 관계자는 “시민의식(citizenship), 진실성(integrity), 투명성(transparency) 같은 분야에서 리더십을 입증한 기업은 투자자, 지역사회, 고객 및 직원을 위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 자산’을 1회용으로 취급하지 않고 혁신의 원천으로 삼는 것도 존경받는 기업의 비결이다. 기업의 목적과 철학이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중소기업청이 2016년 모범 기업으로 선정했던 신화철강의 경영철학은 ‘직원은 가족’이다. 경남 창원에서 철강재를 생산하는 이곳은 직원 1인당 해외연수, 포상휴가를 평균 네 차례 다녀왔을 정도로 직원 투자에 적극적이다. 김재판 이사는 이에 대해 “지출 비용 대비 효과를 양적으로 측정하긴 힘들지만 사업 경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지역 기반으로 자수성가한 기업인 만큼 직원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할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김 교수는 “결국 인적 자원이 혁신을 가져온다. ‘기업이 곧 사람’이라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우리 기업 활동은 창업주 혹은 기업가 혼자 회사를 만들어 성장시켰다는 ‘신화’에 바탕을 뒀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기업 구성원 스스로 혁신·성장하고 이를 위해 고용 안정과 복지, 사회 기여가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고용주와 종업원이 꿈을 함께 공유하고 직원에게 권한 부여 및 성과 공유가 이뤄져야 기업이 선순환한다는 논리다. 애플의 기업 철학이 단순한 혁신이 아니라 ‘기술에 기반한 인류애’인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아이폰은 시각 장애인이 마라톤을 하게 하고 아이패드는 자폐증 앓는 아이를 세상과 연결시켜 준다. 윤리활동을 하는 기업의 ‘진정성과 지속성’ 역시 존경받는 기업의 충분조건으로 꼽힌다. 운동화 제조회사 ‘베자’(Veja)는 2004년 창립 이후 지난해까지 전 세계 40개국 1500여개 매장에서 2800만 달러 매출을 올리며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시장에서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 베자는 친환경 유기농 소재 제조와 공정무역에 집중하기 위해 광고를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창업자인 세바스티앵 콥과 프랑수와 지슬랭은 “우리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이라면 늦더라도 제대로, 그리고 뚜벅뚜벅 걸어가자”고 내세우는데, 기업 경영에서 진정성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단면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그래픽 김예원기자 yean811@seoul.co.kr
  • [교육감 깜깜이 선거 막자] “교육감과 지방선거 분리 등 정부가 개선방안 공론화해야”

    [교육감 깜깜이 선거 막자] “교육감과 지방선거 분리 등 정부가 개선방안 공론화해야”

    “뜨거운 교육열의 나라인데 교육감에 대한 관심은 기초의회 의원보다 못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의 사령관 격인 교육감을 뽑는 6·13 지방선거가 진보 성향 후보들의 압승으로 끝났다. 또 재선·3선에 도전했던 현직 교육감들도 모두 당선됐다. 이러한 결과를 떠나 올해 교육감 선거도 무관심 속에 ‘깜깜이’로 진행됐다는 평가를 피하긴 어렵다. 한 해 60조원 예산권과 교원 37만명 인사권을 가진 교육감 자리의 무게를 감안할 때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신문은 현장과 이론에 두루 밝은 교육 전문가 11명으로 ‘2018 시·도 교육감 선거공약 검증위원회’(위원장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를 꾸려 서울·경기 등 8개 광역시 교육감 출마자들의 공약을 검증해 연속 보도했다. 민 위원장과 강소연 연세대 교수(교육심리학), 김성열 경남대 교수(교육학),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교육학), 임병욱 서울 인창고 교장, 조효완 광운대 교수(입학사정관협회장) 등 검증 위원들은 17일 서울역 프리미엄 라운지에서 마무리 좌담회를 갖고 “단순히 특정 세력의 대변자가 아닌 정말 능력 있는 인물을 교육감으로 뽑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일문일답.→당선된 시·도 교육감 17명 중 14명이 진보 후보인데. -배상훈 교수(배 교수) 이번 선거에 드러난 민심은 ‘변화’다. 국민 마음속에 있는 교육에 대한 불만이 임계치에 달한 것 같다. 첫 전국 직선제 교육감 선거였던 2010년 진보 후보가 6명 당선됐고, 2014년에 13명, 이번에는 14명 당선되며 그 수가 점점 늘고 있다. 반면 보수 후보들은 새로운 가치·의제를 못 던졌다. 진보 측에서 ‘무상교육, 혁신학교, 교육민주화’ 등을 앞세운 반면 보수는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진보 교육감에 맞서) 외고와 자사고를 현행 유지하겠다’는 정도만 보였다. -강소연 교수(강 교수) 우리 학부모들은 평등 의식이 강하다. 진보 교육감을 지지한 건 그런 성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학교 간 교육 편차가 너무 벌어지는 등 불만이 커졌는데 진보 교육감이 해소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담긴 것 같다. -민경찬 교수(민 교수) 시장·도지사 등을 뽑는 선거와 함께 진행됐기 때문에 전체적인 선거 흐름이 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준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후보들은 ‘앵그리맘’(현 정부 교육 정책에 화난 엄마들) 프레임을 꺼내 진보·현직 교육감을 겨냥했다가 실패했다. -배 교수 화난 엄마들은 분명 있다. 하지만 보수 후보들이 그 대상을 잘못 생각한 것 같다. 현 교육감이나 정부의 교육 실정에도 화났겠지만, 정서의 밑바탕에는 그동안 오래 버티고 있었던 교육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분노가 있다고 본다. 유권자들은 ‘보수=오래 해 온 사람들’이라고 인식한다. -김성열 교수(김 교수) 현 정부의 교육 분야 지지도가 낮은 건 결정적으로 대입 정책 때문이다. 이는 시·도 교육감의 역할이 아니다. 학부모들도 이 점을 이해하고 투표한 것 같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수준의 교육에서는 진보 교육감이 내세우는 ‘과도한 경쟁 완화’나 ‘아이들의 행복 교육’을 내세우는 정책이 통할 수 있다. →이번 교육감 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을 평가했는데 총평한다면. -배 교수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정책보다 ‘무상’ 정책이 더 많았다. 또 미래 대비 교육보다 현재에 중심을 두는 공약이 핵심이었다. 이는 각 후보들이 그동안 교육감 선거 때 학습한 걸 토대로 짠 전략이라고 본다. ‘어차피 교육감 선거에서 정책 대결은 이뤄지지 않는다. 특정 진영의 세를 규합해 지지를 얻고, 상대를 분란으로 이끌면 이긴다’는 것이다. -조효완 교수(조 교수) 교복을 무상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있는데 차라리 복장 자율화하면 되지 않나. 불필요해 보인다. 다른 후보가 준 것보다 무상 공약을 하나 더 추가하려는, ‘무상을 위한 무상’ 공약 같다. 포퓰리즘(인기영합) 공약은 많은데 구체적인 예산 계획은 없었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니 일단 눈에 띄고 보자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후보들이 포괄적 약속만 하는 대신 공약 실현을 위해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민 교수 학생의 미래를 고민해 공약을 만들기보다 표를 받기 유리하게 공약을 짰다. 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대한 관점이 없다. 예컨대 글로벌 시대에 맞는 아이들로 성장시키기 위한 정책, 세계관을 담은 공약이 없었다. 교육감은 학부모와 학생, 교사 등에게 큰 그림과 꿈을 보여 줘야 하는 자리인데 그런 본질적인 공약이 별로 없다. -임 교장 후보들 대부분이 공약 평가 항목 중 ‘교원 정책’ 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교사를 위한 정책이 없었다는 얘기다. 교육청의 교육 정책이 성공하려면 결국 현장 교사들이 실현해 줘야 한다. 하지만 교사에게 비전과 희망을 보여 주며 “한번 같이 가보자”고 설득하는 공약은 안 보였다. -강 교수 교육에 있어 단위학교와 지역 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졌는데 그런 공약이 굉장히 부족했다.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학교를 발전시키거나 학생들의 활동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앞으로 중요하다. →낙선 후보자 공약 중 묻히기엔 아까운 공약은 없었나. -배 교수 민생 체감형 공약 중에 좋은 게 있었다. 예컨대 (경기교육감에서 낙선한) 임해규 후보는 사춘기 극복을 위해 ‘초등 6학년 전문 상담 교사 배치’ 같은 공약을 했는데 눈에 띄었다. 같은 지역 배종수 후보의 초·중·고교 학생에게 ‘1화분 키우기’, ‘1운동 익히기’, ‘1악기 다루기’ 공약도 학생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임 교장 당선자들이 취임하기 전 낙선 후보 캠프의 정책 공약 담당자와 자신의 정책 담당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허심탄회하게 말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떨어진 후보의 좋은 공약을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번 교육감 선거도 유권자 관심도가 떨어졌다. 깜깜이 선거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배 교수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교육감 선거를 아예 지방선거와 분리해 치러 교육에 대한 큰 담론을 얘기해 보는 장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 지금은 교육감 선거가 시·도 지사 선거 등에 압도당한다. 교육감보다 오히려 시·구 의원에게 관심이 간다는 사람도 있다. 교육 영역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하다면 선거 때 온 국가의 관심이 교육에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선거 공영제다. 교육감 선거 치를 때 보통 30억원 정도 든다고 한다. 덕망 있는 교육계 인사도 비용 부담 탓에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선거 비용 부담을 줄여줄 방안도 찾아야 한다. -강 교수 교육감 직선제가 무관심 속에 진행되니 예전처럼 학부모 대표 등만 참여하는 간선제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간선제 때 비리가 많았다. 답이 될 수 없다. 시장, 도지사 후보가 러닝메이트(선거 파트너)로 교육감 후보와 함께 나오면 오히려 교육 전문가들이 많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임 교장 문재인 정부 들어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교육감 선거 제도를 놓고 연구해야 한다. 지금 대입 정시·수시 비율을 정하는 걸로 공론화하고 있는데 진짜 공론화해야 하는 주제는 교육감 선거 같은 것이다. -민 교수 공론화는 국민이 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과정이기에 중요하다. (배 교수의 제안처럼) 교육감 선택의 시기를 시·도지사 선거와 떼어내 하는 등의 방안을 국가 차원의 이슈로 끌어올리면 좋겠다. -김 교수 교육감 후보자들은 정당 조직이 없기에 자신을 알릴 기회가 적다. 단일화나 한 번 해야 알려질까 하는 정도다. 선거관리위원회나 공공기관, 언론기관 등에서 주최하는 공개 토론회를 꼭 했으면 좋겠다. →새 교육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배 교수 당선자들이 선거 결과를 해석할 때 ‘아, 내 주변의 세력을 지지한 것이구나’ 하고 오판하면 안 된다. 단순히 진보를 지지했다기보다 기존 보수 세력을 벗어난 변화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다. 과거 어느 교육감은 측근들로 이뤄진 자문회의에서 주요 안건을 결정하기도 했었는데 소통을 막고, 주변을 세력화한 잘못된 예다. 보수들은 왜 외면받았는지 고민과 반성을 해야 한다. -강 교수 학부모 입장에서 본다면 학부모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 조금 더 넓게는 지역사회와 소통을 더 늘려야 한다. 아이들의 높은 자살률이나 번아웃(탈진 현상) 등의 중요 원인은 아이들이 집에 혼자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와 호흡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민 교수 지금은 대전환기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고,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국제 정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 초·중·고 학생들이 변한 사회를 주도할 세대인 만큼 학생 한 명 한 명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을 펴줬으면 좋겠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재난안전 관리체계 복원 보람…대형사고 대처는 여전히 미흡”

    “재난안전 관리체계 복원 보람…대형사고 대처는 여전히 미흡”

    류희인(62)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차관급)은 17일 “지난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계기로 전국 요양병원에 대한 안전 감찰을 해 보니 이달 말까지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병원 가운데 상당수가 여전히 외면하고 있었다”며 “각종 사고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고 정부가 안전 관련 대책을 만들어 이에 대한 준수를 독려해도 일부(20~30%) 현장에서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재난 문자 발송 시간 단축 등 성과 류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재난 안전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바꾼 것에 보람을 느끼지만 잇따른 대형 사고에서 여전히 대처가 미흡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고 취임 1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전 정부에서 사문화됐던 ‘중앙수습지원단’(대규모 재난 현장에 파견하는 재난 관리 전문가 조직)이 지난해 11월 포항 지진을 계기로 복원된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긴급재난문자(CBS) 전송 시스템을 개선해 문자 발송 시간을 크게 줄였고, 특별재난지역 선포 기준을 완화해 읍·면·동 단위도 재난 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며 “국가안전대진단(중앙 부처와 지자체, 공공 기관 등이 참여해 안전 관리 실태를 점검하는 행사) 실명제를 도입하고 20년 가까이 오르지 않던 주택 복구지원금을 단숨에 44%나 인상(전파 1300만원, 반파 650만원)해 정부 역할을 확대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뿌듯해했다. ●‘재난관리 전문대학원’ 설립 필요 재난안전관리본부장으로 아쉬웠던 점을 묻자 그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충돌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올해 1월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에 최선의 대응을 하지 못해 지금도 안타깝다”면서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안전 역량이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미흡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지금의 재난 관리 시스템을 냉정하게 되돌아보는 기회도 됐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재난 관리 전문대학원’ 설립 등 야심차게 추진했던 여러 정책들이 예산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도 아쉬워했다. 특히 “전국의 야영장이나 요양병원에 대한 안전 감찰을 해 보니 정부의 강력한 안전 의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며 “2014년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대한민국을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됐음에도 여전히 현장에선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본부장은 이달 초 용산 4층짜리 건물이 붕괴된 것에 대해 “민간 건물이라고 해서 안전 책임을 전적으로 건물주에만 맡겨 둘 수 없어 (용산 건물처럼) 법의 시각지대에 있는 건축물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면서도 “다만 민간 건물의 안전 책임은 (정부가 아닌) 민간에 있다는 원칙만은 지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 예산으로 지원금을 주는 ‘포퓰리즘 정책’을 쓰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종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성적소수자 축구 팬들 동성애 혐오 러시아에 오는 이유

    성적소수자 축구 팬들 동성애 혐오 러시아에 오는 이유

    성적 소수자(LGBT) 인권운동가가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 근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일인시위를 벌였다가 구금됐다. 피터 태철이란 영국 출신 운동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옛소련 군사령관이었던 게오르기 주코프 동상 앞에서 “푸틴은 체첸의 동성애자 고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광고판을 든 채 서 있었다.러시아 당국은 그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다. 영국 BBC가 1만여명의 팬들과 함께 삼사자 군단을 응원하기 위해 러시아로 떠나는 리라고만 자신을 밝힌 동성애자 축구팬의 기고를 실어 눈길을 끈다. 잉글랜드와 러시아는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6 대회 기간에 충돌했던 데다 스파이 독살 사건으로 외교관계마저 최악인 상황이다. 더욱이 러시아는 개인부터 국가까지 동성애에 대해 극단적인 혐오감을 드러낸 나라다. 그런데도 그가 신변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러시아를 가겠다고 한 이유는 뭘까? 그는 기고를 통해 “전에 러시아에 가본 적이 있는데 분위기 때문에 질식할 것 같았다. 하지만 (월드컵이 시작하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모든 걱정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동성애자 서포터로서 가면 안된다고 모든 사람들이 말하기 대문에 오히려 더 가고 싶어진다”고 말했다.리는 또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언제 갈거니?”와 “지금도 가고 싶냐?”는 것이라며 “그들은 지금이라도 내가 가면 안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에 러시아는 동성애자들의 프로파간다를 금지했다. 영국 외무부는 러시아에서 “동성애에 대한 공중의 태도는 영국에서보다 훨씬 덜 관용적”이라고 이례적으로 공표했다. 축구 서포터 협회는 동성애자 팬들이 러시아에 머무르는 동안 “성정체성을 드러내지 말라”고 조언했다. 리는 “만약 (성적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그곳에 도착하면 난 외면당할 것이고 한쪽으로 밀려난 뒤 어쩌면 한대 맞을 수도 있다”면서도 “월드컵 무대가 막이 오르면 러시아 사람들은 전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을 접하며 더 많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낙관했다. 나아가 많은 것을 드러내는 성품의 파트너와 함께 러시아에 갈 것이라고 했다. 드러내놓고 파트너의 손을 잡거나 하는 공적 공감대 표현(PDA)을 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의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사실 4년 전 소치동계올림픽 때도 푸틴 대통령은 동성애자 선수들이 차별을 받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는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리는 지적했다. 이어 시각이나 견해가 바뀐 것인지, 그가 진심으로 걱정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털어놓았다. 월드컵 반차별국장인 알렉세이 스메르틴은 성적 소수자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시키느라 애쓰고 있다. 리는 러시아가 자신들을 세계무대에 드러내려면 대회 기간 동성애 혐오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가서 직접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그는 결론으로 “아마도 조금 톤을 낮춰 말하게 될 것이며 많은 시선이 내게 쏠리는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이들의 시선 때문에 날 바꾸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홍준표, ‘국비 세계일주’ ‘음주 의총’ 작심하고 쏟은 막말

    홍준표, ‘국비 세계일주’ ‘음주 의총’ 작심하고 쏟은 막말

    6·13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16일 작심하고 일부 한국당 의원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난 1년 동안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을 우선하는 당내 일부 국회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내가 만든 당헌에서 ‘국회의원 제명은 3분의 2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이를 강행하지 못하고 속 끓이는 1년 세월을 보냈다”고 당내 인적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막말 한번 하겠다”면서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 추한 사생활로 더 이상 정계에 둘 수 없는 사람, 국비로 세계 일주가 꿈인 사람, 카멜레온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변색하는 사람,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이라고 당내 일부 의원들을 비난했다. 이어 “친박(친박근혜) 행세로 국회의원 공천을 받거나 수차례 하고도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 탄핵 때 줏대 없이 오락가락하고도 얼굴·경력 하나로 소신 없이 정치생명 연명하는 사람, 이미지 좋은 초선으로 가장하지만 밤에는 친박에 붙어서 앞잡이 노릇 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들 속에서 내우외환으로 1년을 보냈다. 이런 사람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한국 보수 정당은 역사 속에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대표는 “이념에도 충실하지 못하고 치열한 문제의식도 없는 뻔뻔한 집단으로 손가락질받으면 그 정당의 미래는 없다. 국회의원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념과 동지적 결속이 없는 집단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본질적인 혁신은 인적 청산. 겉으로 잘못을 외쳐본들 떠나간 민심은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나는 이제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이 말로 페이스북 정치는 끝낸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글을 맺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알바 낭인’, 어느 집 귀한 새끼들/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알바 낭인’, 어느 집 귀한 새끼들/황수정 논설위원

    이야기가 좀 길다. 지인의 아들은 대학에 합격하자마자 작년 겨울 알바를 시작했다. 숯불에 고기를 얹어 잘라 주는 일이었다. 등록금에 얼마라도 보태겠다기에 기특했던 엄마 마음은 잠시. 숯불 냄새에 온몸이 장아찌가 돼 들어오는 아들을 보며 날마다 짠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올 초. 밤 11시가 넘어 들어온 아들은 손도 씻지 않고 밥부터 찾았다. 심야 밥상을 차리며 엄마는 설마 했다. 고깃집 알바가 밥을 못 얻어먹었을 리가.고깃집 알바는 밥을 얻어먹지 못했다. 손님이 미어터져 짬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최저임금이 뛰어오르자 사장님은 달라졌다. 밥때가 되면 선걸음에 밥 한술은 뜨게 내놓던 김치찌개 냄비마저 치워 버렸다. 알바생 둘은 정리됐고, 겨우 살아남은 둘은 사장님의 밥을 더는 먹지 못했다. “배가 고파 손님이 남긴 삼겹살을 몰래 집어 먹었다”고 아들이 한마디 던진 밤. 엄마는 눈물이 핑 돌고, 꼭지가 팽 돌았다. “천하에 야박한 인간, 망해 버려라!” 엄마의 저주가 통했던 걸까. 고깃집은 지난달 문을 닫았다. 그런데 모르겠다.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인 것인지, 그 반대인지. 온 가족 일손이 동원되던 고깃집은 과연 최저임금이 갑자기 올라서 폐점하고 말았는지. 이야말로 을(乙)들의 전쟁이다. 을들은 최저임금 논쟁을 고상하게 입으로 주고받을 겨를이 없다. 자영업자와 알바 사이의 생존 샅바싸움은 신속하고 비정하다. 이웃집 아버지와 이웃집 아들딸의 밥벌이 줄다리기. 민망해서 오래 뜯어볼 일이 못 된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다. 생계형 알바들은 숨을 죽이고 있다. 앞으로는 상여금, 식비, 교통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올해 최저시급 7530원이 너무 많았다는 비판에다, 내후년까지는 1만원으로 올려 주겠다는 대통령의 약속도 있으니, 이번에는 사용자들 쪽에 유리하도록 계산법을 손봐 준 셈이다. 알바들에게 상여금이야 어차피 딴 나라 이야기. 사업주들은 식대를 따로 못 주면 끼니라도 신경썼지만, 이마저 합법적으로 생략될 게 빤하다. 끼니를 건너뛰는 조건으로 시급을 더 얹어 받는 ‘꿀알바’가 부쩍 늘 수는 있다. 청년 일자리를 걱정하는 정책의 이론적 선의는 현실에서 굴절되고 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0.5%로 역대 최대치였다. 지방직 공무원시험을 그때 치러 청년 응시자들이 대거 실업자로 분류된 탓이라고 정부는 또 친절하게 해설했다. 번번이 한 발을 빼는 이런 태도가 지금 가장 답답한 문제다. 청년 일자리의 씨가 마른 것은 변명의 여지 없게 모두 피부로 통감하는 현실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청와대의 해명 한마디가 말꼬리 태풍을 불렀다. 맥락이 같은 문제다. 현실을 교감하지 못하면 정책의 선의는 외면당한다. 청와대 참모들과 경제 관료들은 구름방석에서 내려와 봐야 한다. 몫을 더 챙겨 주겠다는데, 그 현장에서 되레 비명이 터진다. 이론으로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 직관이라도 동원해야 한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부터 자정 넘어 야행(夜行) 하루만 나와 보시라. 우리 동네 24시간 편의점은 인건비가 무서워 새벽 1시면 문을 닫는다. 다른 편의점에서는 여학생 알바가 혼자 낑낑대며 셔터를 내린다. 알바 정글의 생태계 근황은 어디까지들 아시는가. 주 52시간 근무로 투잡을 뛰려는 직장인이 가세해 알바계 진입은 취업만큼 힘들어졌다. 인맥으로 물려받지 않고서 이력서로는 어림없다. 고교생 알바들은 방학 때 대학생 알바들이 스펙 쌓기 여행이라도 떠나주기를 목을 빼고 기다린다. 일자리가 귀해지니 근무지는 자꾸 더 멀어진다. 교외에 일자리를 얻은 알바생들은 벌써 걱정이 태산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버스가 일찍 끊기면 새벽에 쪽잠은 어디서 자야 하나. “이혼한 부부가 망하면 알바 천국으로.” 무개념 정치인의 망언 ‘이부망천’을 알바생들은 그새 이렇게 바꿔서 자조한다. 알바 낭인들이 제 발목을 자꾸 얼음장 냉소에 담그고 있다. 모두 어느 집의 금쪽같은 새끼들이다. sjh@seoul.co.kr
  • [사법농단 후속 조치] 결국 형사조치 외면한 김명수… ‘수사 협조’ 실효성은 미지수

    [사법농단 후속 조치] 결국 형사조치 외면한 김명수… ‘수사 협조’ 실효성은 미지수

    개혁적 성향의 김명수 대법원장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대책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 개혁을 위해 사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형사상 조치는 외면했다. 전문가들은 김 대법원장이 책임을 회피했다고 비판했다.김 대법원장이 15일 발표한 담화문의 결론은 특별조사단이 지난달 25일 ‘재판에 개입하려는 수준의 문건은 발견됐지만 실제로 실행되지는 않았다’고 밝힌 3차 조사 결과와 비슷하다. 김 대법원장은 특조단 발표 직후만 해도 검찰 고발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사법발전위원회가 수사를 촉구한다면서도 대법원장의 형사 고발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밝혔고, 법원장간담회와 대법관간담회 등에서도 수사 신중 의견이 나오자 “사법부 자체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돌아섰다. 각급 법원 대표판사들이 모인 전국법관대표회의도 대법원장의 형사 고발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서 김 대법원장의 퇴로를 열어 줬다. 행정처 경력이 전무해 스스로 “31년간 재판만 했다”고 자부한 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실장, 행정처 차장 등을 거친 뒤 행정처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한 양 전 대법원장 모두 재판 거래는 없다는 전제를 고수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재판 거래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고, 김 대법원장도 담화문에서 “상상하기 어렵다”며 사견을 들어 재판 거래 의혹을 부인했다. 그나마 김 대법원장은 “재판 거래는 상상할 수 없다는 개인적 믿음과는 무관하게 재판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으려 하였다는 부분에 대한 의혹 해소가 필요하다”며 수사 필요성을 일정 부분 인정했지만, 대법관들은 재판 거래 의혹을 한층 강하게 부정했다. 대법관들은 “재판의 본질을 훼손하는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더이상 계속되면 안 된다”며 “재판 독립에 관해 어떤 의혹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관들의 이 같은 입장 발표가 사실상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최종적인 사법 판단을 담당하는 현직 대법관들이 의혹을 공개 부인하는 것은 검찰에게 수사하지 말라는 사인으로 들린다”고 평가절하했다.결국 김 대법원장의 담화문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가 시작됐을 때 대법원의 수사 협조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인 최용근 변호사는 “수사를 받는 사람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수사 협조라는 말은 공허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범죄 혐의가 명백하거나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당당하게 고발이나 수사 의뢰를 통해 모든 사실을 밝혀야 하고, 혐의가 없고 검찰 수사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더이상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본인 책임하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김 대법원장이 어정쩡한 타협안으로 결론 내린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견 수렴을 제외한 다른 요소는 고려하지 않고 내부 절충안을 택한 것 같다”며 “검찰 고발이나 수사 의뢰까지 고려하겠다던 초기 입장보다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김 대법원장의 후속 조치가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사법발전위원회 위원인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이 직접 고발하면 하급심 법원에서 엄청난 부담이 돼 결과적으로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6·13 민심] “국민이 한국당 탄핵” “중진 정계 은퇴하라” 내홍 격화

    [6·13 민심] “국민이 한국당 탄핵” “중진 정계 은퇴하라” 내홍 격화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 정치 선거사에 기록될 만큼 미증유의 대패를 당한 자유한국당이 15일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처절한 반성을 강조했다.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중진을 향해 정계 은퇴를 요구한 상황에서 김무성 의원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국당은 홍준표 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총사퇴로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당 진로와 노선, 세부 수습안 등을 놓고 일대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 수습을 둘러싼 중진 퇴진 요구는 초선 의원에서부터 불거졌다. 비상 의원총회를 앞두고 김순례, 김성태(비례), 성일종, 이은권, 정종섭 의원 등 5명의 초선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년 보수정치 실패의 책임이 있는 중진은 정계 은퇴하고 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중진은 당 운영의 전면에 나서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당은 지난 대통령선거와 6·1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냉엄한 심판을 받았다”며 “더는 기득권과 구태에 연연하며 살려고 한다면 국민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의원은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책임이 있는 중진 의원으로는 친박(친박근혜) 중진과 함께 지난 총선 공천에 책임이 있는 비박(비박근혜)계 중진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비박계 좌장이라 할 수 있는 김무성 의원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책임과 희생이야말로 보수의 최대 가치다”라며 “새로운 보수정당 재건을 위해서 저부터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차기 당권 주자로도 거론되는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중진 책임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비상 의원총회 역시 분위기는 초상집이었다. 한 충청 지역 의원은 악수를 청하는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향해 “잘못했다고 엎드리는 것만 하지 말고 제대로 혁신을 하라”고 쏘아붙였다. 회의장 스크린엔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는 국민이 한국당을 탄핵한 선거”라며 “여전히 수구 냉전적 사고에 머무른다면 국민이 더 외면할 것이란 경고를 잘 새겨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이념의 해체, 한국당 해체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국민들로부터 탄핵당한 마당에 조기 전당대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3시간 40분여 진행된 의원총회가 끝나고 한국당 의원들은 참패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무릎을 꿇었다. 김 원내대표는 “조기 전당대회는 대체로 지금 상황에서 치러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였다”며 “앞으로 혁신 비대위를 구성해서 당의 변화에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가겠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내에서 제기되는 위기 수습 방안은 각양각색이다. 일부 중진 의원은 차기 지도부 선출에 중점을 두는 반면 당 해체에 버금가는 범보수 연합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정우택 의원은 앞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려운 여건이지만 당을 어떻게든 추스르는 것이 1번(과제)이라고 본다”며 “선당후사의 자세로 당에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6·13 민심] 기존 정당이 외면한 여성·환경·청년… 속 시원하게 대변하다

    [6·13 민심] 기존 정당이 외면한 여성·환경·청년… 속 시원하게 대변하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내걸었던 신지예, 안철수 이어 4위… 정의당 김종민 앞서 제주선 고은영, 한국·바른당 누르고 3위 미투·성차별에 침묵한 기존 정치권 반감 당 아닌 지향하는 가치 투표 유권자 늘어 1t 트럭·자전거 타고 ‘밀착 유세’도 한몫“죽기 전에 성차별 없는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를 보는 게 꿈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작은 진보 정당인 녹색당이 파란을 일으켰다. 차별받아 온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 생태 문제를 선거 한복판으로 끌여들였다. 젊은 유권자들은 이들의 주장에 적극 호응했다. 기성 정당을 위협하며 기세를 올린 녹색당의 선전은 대한민국 정치 지평에 지각 변동이 일어남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28세의 나이로 ‘서울시장 선거’라는 빅리그에 도전장을 낸 신지예 녹색당 후보는 1.6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원내 진보 정당인 정의당의 김종민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제주에서는 ‘녹색 바람’이 더 거셌다. 제주지사 선거에 뛰어든 고은영 녹색당 후보는 3.53%를 얻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후보를 제치고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경북 안동시의원 선거(마 선거구)에 나선 허승규 녹색당 후보는 16.54%를 기록하며 10%대를 돌파하기도 했다.‘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란 슬로건을 내걸었던 신 후보는 1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페미니즘 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한발을 내딛게 돼 만족스럽다”면서 “일상적으로 성차별을 겪는 여성들에게 페미니스트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 주려던 목표는 달성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입성을 목표로 2020년 총선에 도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신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와 삶을 갈망하는 여성들의 뜨거운 열망을 확인했다”면서 “많은 지지자들이 손편지와 꽃을 건네 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개 지지와 ‘덕분에 용기가 난다’는 메시지도 숱하게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벽이 여전히 높다는 사실도 체감했다. 수십 차례 벽보가 훼손됐고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신 후보는 “가장 순하게 나왔다고 생각한 사진을 썼는데 그런 반응이 나올 줄 예상 못했다”면서 “벽보 훼손은 한국 사회 기득권의 편견을 확인한 사건이었지만 이후에 더 많은 응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제주지사 선거에서 여성이 출마한 것은 고은영 후보가 처음이었다. 제주 출신이 아닌 지사 출마자 역시 고 후보가 처음이었다. 고 후보는 “청소년들은 저에게 달려와 인증샷을 함께 찍자고 했고, 할머니들도 저를 따뜻하게 맞아 주셨다”고 전했다. 고 후보는 “새파랗게 어린 것이 개념 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여성들은 오히려 날 보며 속이 시원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녹색당은 소액 후원과 1만 200명 당원의 당비로 ‘짠내 나는’ 선거를 치렀다. 고 후보는 1t 트럭을 타고 제주 구석구석을 누비며 “청년이 청년의 문제를 얘기한다”고 외쳤다. 녹색당에 한 표를 던진 유모(33·여)씨는 “50대 정치인이 주거, 실업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내 또래가 하는 이야기가 훨씬 와닿고 신선했다”고 말했다. 녹색당의 후보 32명 중 16명은 20~30대이며 여성 후보는 78%에 달한다.‘녹색 바람’의 가장 큰 원인은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있다.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미투 운동 이후 여성들은 정치권이 성차별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기대했지만 그 역할을 한 정당이 없었다”면서 “녹색당이 소수자, 환경, 청년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제기했기 때문에 여성과 청년들의 지지를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세먼지, 탈원전, 육아, 낙태죄 등 생활밀착형 이슈에 천착한 것도 파란을 일으킨 원인으로 꼽힌다. 고 후보는 “제주에선 한국사회가 그동안 겪어온 압축성장이 지난 10년간 똑같이 반복됐다”면서 “성장만 중시하는 난개발에 주민들이 반감을 느꼈고, 녹색당을 대안 정치세력으로 인정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봉석 성균관대 사회학과 초빙교수는 “청년 문제가 계속되는 한 청년층의 정치적 힘은 계속 발휘될 것”이라면서 “당장 당선되는 정당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에 투표하는 유권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정치 지형에 점진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영표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원외에서 시작한 진보 정당들이 원내에 진입하면서 기성정치 구도를 극복하지 못했다”면서 “녹색당 역시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겠지만, 지금의 긍정적 ‘아마추어리즘’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재판거래 의혹, 檢에 공 떠넘긴 대법원장

    재판거래 의혹, 檢에 공 떠넘긴 대법원장

    미공개 문건 제공·판사 13명 징계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 후속 조치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형사 고발이나 수사 의뢰 없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수사 촉구와 수사 반대로 양분된 법원 내부 의견을 듣고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엄정한 수사를 통한 진실 규명을 바라는 국민 여론을 외면한 데다 검찰에 공을 떠넘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김 대법원장은 15일 오후 1시 40분쯤 담화문 형식으로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관련된 판사 13명을 징계 절차에 회부하겠다”는 내용의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징계가 청구된 판사는 이규진 전 양형위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고법 부장판사 4명, 지법 부장판사 7명, 판사 2명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미 이뤄진 고발에 따라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 절차에 따라 제공하고, 사법행정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김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법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다는 제 개인적 믿음과는 무관하게 이 부분에 대한 의혹 해소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안철상 법원행정처장과 대법관들은 오후 4시 15분쯤 별도 입장문을 내고 “법원행정처와 대법원 재판부는 엄격히 분리돼 있다”면서 “재판 거래 의혹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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