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외면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 도록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 한미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 차량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 민자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9,795
  •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여성운동을 이끌어 온 활동가들은 ‘안희정 재판’이 남성 편향적인 한국 사회의 틀을 바꿀 변곡점이 되리라 기대했다. 자신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대한 제도권의 첫 응답이었기 때문에 많은 여성운동가들이 재판에 주목하고 참여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이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활화산처럼 타오른 미투의 분노와는 달리 우리 사회의 지반은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동토(凍土)임을 확인해 줬다. 공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방청한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42)씨가 지난 17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재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계속 재판을 방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흔치 않다. 피해자가 나서기도 어렵고 법정에서 제대로 평가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이 여기까지 밀어붙인 셈이다. 더욱이 안희정은 내가 20년간 성폭력 상담과 관련 운동을 하면서 봐 온 피의자 중 권력이 가장 센 사람이었다. →안희정의 권력도 이미 끝난 것 아닌가. -방청 과정에서 엄청난 권력자라는 걸 새삼 느꼈다. 선고공판 당일 새벽 6시 전에 방청권을 얻기 위해 가장 먼저 법원 앞에서 줄을 선 이들이 안희정의 지지자들이었다. 변호사들의 조력도 남달랐다. 재판관을 주로 상대하는 중년 여성의 변호사, 증거 채택 문제에 집중한 두 남성 변호사, 피해자에게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진 젊은 여성 변호사 등 안희정의 변호인단은 전략적으로 치밀했다.→김씨 측은 어떠했나. -김지은을 지지하고 도운 사람들 가운데 남성 변호인이나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그 많던 남성 인권변호사들이 모두 외면했다. 한 줌의 여성들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나섰다. 재판 전체가 ‘위력이 행사되는 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유죄를 예상했나. -재판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재판부가 이 사건의 쟁점을 위력이 존재하는지와 위력이 실제로 행사됐는지로 쪼개서 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이 바로 “저희도 그것을 중심으로 재판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검찰은 “위력 간음죄를 총체적, 맥락적으로 보겠다”고 했다. 재판부와 안희정 측 변호인단이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판결 가운데 가장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은 무엇인가. -책임을 입법에 돌린 점이다. 판사는 ‘비동의 간음죄’(No means no rule)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무죄를 선고한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비동의 간음죄보다 권력형 성폭력 범죄를 더 확실하게 처벌할 수 있는 게 ‘위력에 의한 간음죄’다. 이 조항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 비동의 간음죄가 있는 서방 국가도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미투가 계속 터져 나오니까 오히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위력에 의한 간음죄(형법 303조)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성폭력 처벌법 10조)가 다 있다.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되는데 비겁하게 입법 미비로 책임을 돌렸다. →‘비동의 간음죄’ 입법이 굳이 필요 없다는 뜻인가. -비동의 간음죄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비동의 간음죄는 ‘노’(No)라 말했을 때 상대가 ‘노’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위력 관계에서는 ‘노’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때문에 비동의 간음죄는 부부나 친구 관계 등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처벌하는 데 유효한 조항이다. →위력에 의한 성폭행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입법 논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인가. -그렇다. 미투가 비동의 간음죄 입법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입법 물타기’를 경계한다. 이번 판결은 법이 문제가 아니라 판사의 재량에 따라 본질이 왜곡된 게 문제다. 재판부 탄핵이나 젠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성폭력 전담 재판부를 만드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처벌이 보편화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피해자들이 숨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법정까지 갔을 때 잃는 게 너무 많다. 직장 여성으로서 커리어를 다 포기하고 재판을 시작해야 하니까 입을 닫는다. 김지은의 안희정 고발은 미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피해자가 용기 내기 어려운 사회였는데 미투 이후에 달라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법원이 “이제 우리가 가진 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어야 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성적자기결정권’ 등 여성주의 용어들을 언급하며 신경을 쓴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 쓴 용어들을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쓴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성적자기결정권’과 ‘성인지 감수성’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고 침해당해선 안 되는 권리이지 행사해야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김지은한테 왜 그걸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마치 ‘돈이 있는데 왜 쓰지 않느냐’고 책임을 묻는 꼴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그걸 침해한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 재판부는 김씨의 성인지 감수성도 문제 삼았다. 그런데 성인지 감수성은 재판관이 가져야 하는 것이다. 법관이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안희정을 재판해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김씨가 피해자답지 않게 행동했다’는 재판부의 판단도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답지 않다고 지적된 행동 대부분이 업무의 연장선에 있었던 일들이다. 강간 다음날 순두부를 챙겨 줬다고 하는데, 식사 챙기는 것은 권력자를 상사로 둔 비서의 기본 업무이다.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상사가 짜증을 내는데 안 할 수 있겠나. →이번 판결에 가장 분노하는 이들이 여성 직장인들인 것도 그 때문인가. -그렇다.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직장인들도 위력에 의한 등산, 위력에 의한 회식으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날 저녁 상사가 술자리에서 욕하고 때렸어도 다음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출근해야 하는 게 직장 내 ‘을’들의 현실이다. 김지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 성이 개입되니까 ‘이상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피해자다움’을 강요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다 쓰러져 있고, 인생 포기하고, 자살을 기도할 거라는 편견이 있다. 그런데 대다수 피해자들은 당장은 그렇게 못 한다. 대부분이 얼어붙는다. ‘내가 어제 뭘 겪은 거지’라고 그 일을 소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김지은이 수행비서에 채용된 지 불과 3주 만에 첫 간음이 일어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거다. 그리고 두 달간 3번의 성폭행이 일어났다. 김씨는 비서가 된 후 “이제 너는 안희정 사람”, “정치판에서는 평판이 전부”라는 이야기를 매일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만 가만히 있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사소화시키는 과정을 겪는다. 김지은도 그 과정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위력의 존재’가 곧 ‘위력의 행사’는 아니지 않나. -물론 양자를 동일시할 수 없다. 그런데 재판부는 안희정에게 ‘위력’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의 행사 여부를 증명할 때는 김지은에게 “왜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갑자기 주어가 달라진 거다. 재판부는 안희정한테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인권을 강조하던 사람이 왜 참모한테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안희정 재판이 아니라 김지은 재판이었다. 안희정이 “외롭다. 안아 달라”고 한 것 자체가 위력의 행사인데도 말이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너무 넓게 인정되면 부하 여직원과의 불륜을 모두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불륜은 둘이 좋아서 하는 것이다. 보통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재판에서는 둘이 진짜 연인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같이 찍은 사진이나 하트를 보낸 문자가 있는지, 데이트를 한 흔적이 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위력 관계 속에서도 상호 동의에 의해서 위력이 무력화될 수 있는 연인 관계로 전환됐는지도 중요하다. 그런데 안희정 재판의 쟁점은 이게 아니었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성적자기결정권 행사 여부를 물었다. 안희정은 둘이 연인이었다는 증거를 하나도 제출하지 못했다. →여성들의 분노가 남성 혐오로 흐르는 측면도 있다. 성평등 사회로 가려면 결국 남성과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여성들만의 힘으로 1심까지 왔다면 2심에서는 남성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남성들도 겪었던 갑질 횡포에 대한 증언과 자백이 나와야 한다. 생물학적 성별을 떠나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여성들과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하는 그 지점을 찾아내는 것은 남성들의 몫이다. 위력에 의한 모욕에 숨죽일 수밖에 없는, 영혼이 죽어 가는 모습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투 이후 남성들의 젠더 감수성도 발전하고 있지 않나. -그간 남성들이 많이 놀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강의를 하면서 여성이 겪는 폭력의 현실을 얼마나 몰랐는지 고백하는 남학생들도 많이 만났다. 밤에 택시 타고 들어갈 때 여성이 “잘 들어갔느냐”고 안부 문자를 보내면 남성은 이를 호감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이 문자는 위험 사회에 노출된 여성들의 일상의 언어이다. 이런 현실을 남성들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보수 정권에 비해 젠더 감수성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 않나. -현 정부는 ‘386 진보 남성’의 한계에 갇혀 있다. 보수의 한계와는 또 다르다. 진보 쪽 남성들은 자신이 다른 남성보다 낫고 매력적이라고 착각하며 여성들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보수 남성들이 ‘왕’처럼 군림했다면 진보 남성들은 ‘왕자병’에 걸린 것 같다. 보수는 여성의 입을 막았고 진보는 듣는 척하지만, 결국 ‘너도 동의했잖아’라고 치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도 페미니스트다”라고 선언했지만, 페미니즘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다. 선언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항소심은 어떻게 예상하나. -항소심이든 대법원이든 이겨야 한다. 1심 재판부는 안희정 편이었다. 검찰이 제기한 모든 문제에 아무것도 답하지 않았다. 대법 판례를 볼 때 폭행, 협박이 없고 김지은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사건에도 유죄를 내린 경우가 있다. 이번처럼 끝까지 싸우려는 피해자가 등장했을 때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진전되어야만 한다. 여기서 이겨야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낸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권김현영은 누구 1994년 대학에 들어간 이후 줄곧 여성운동을 해 왔다. 대학 총여학생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대학원 졸업 후 이화여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등 다수의 책과 연구논문을 냈다. 지난 18일 안희정 무죄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집회에 참여했다.
  • [뉴스 분석] 北, 종전선언 위상 낮춰 트럼프 결단 유도… 비핵화 수위 조절할 수도

    북한과 미국 사이에 핵무기 리스트와 종전선언을 맞교환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이 종전선언을 ‘정치적 선언’으로 규정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부터 조기 종전선언을 주장한 북한이 종전선언의 성격을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개인 논평 ‘조·미(북·미) 관계는 미국 내 정치싸움의 희생물이 될 수 없다’에서 “반대파들이 득세하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싱가포르 공동성명도 외면하고 대통령이 약속한 한갓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마저 채택 못하게 방해하는데 우리가 무슨 믿음과 담보로 조·미 관계의 전도를 낙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신문은 또 미국 민주당 의원들, CNN·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 공화당 내 반트럼프 세력 등을 방해세력으로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선언 결단을 촉구했다. 개인 논평이긴 하지만 북한이 종전선언을 정치적 선언으로 규정한 것은 종전선언이 불가침 선언, 주한미군철수, 유엔사 해체 등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미국 내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종전선언을 북·미 간 신뢰를 확보하는 정치적 선언으로 의미를 한정해 협상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특히 미국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대외적인 매체인 메아리나 우리 민족끼리가 아니라 대내용 공식 매체인 노동신문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을 볼 때 북한도 그만큼 종전선언이 급하다는 의미”라며 “막바지로 보이는 북·미 간 협상에서 확답을 못 하는 미국에 보내는 직접적인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신문 논평대로 종전선언을 정치적 선언으로 한정해 위상을 낮추면 북한 역시 상응하는 비핵화 조치의 수준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양측이 타협점에 이를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이런 시각은 정부의 구상과도 맥을 같이한다. 정부는 종전선언과 관련해 법률적 효과를 가급적 배제하는 정치적 문서로 추진하고 문안은 최대한 간소화해 조기 채택을 유도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안희정도, 사법부도 유죄다”…분노한 여성들, 거리로 나서다

    “안희정도, 사법부도 유죄다”…분노한 여성들, 거리로 나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일을 비롯해 일상에서의 성폭력·성차별에 분노한 시민들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경찰과 검찰, 법원, 언론을 통틀어 국가가 성폭력으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지 않는 현실을 규탄했다. 3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수많은 여성들이 모였고, 남성들도 더러 있었다. 집회는 원래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가 지난 14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집회가 한 주 앞당겨졌다. 시민들의 손에는 ‘#MeToo, #WithYou’, ‘우리는 김지은을 지지합니다’, ‘안희정은 유죄’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집회에 참여한 조모(36)씨는 안 전 지사에 대한 법원 판결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조씨는 “판사가 가해자의 잘못을 외면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이번 사건을 피해자의 잘못으로 몰았다”면서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냐고 물을 게 아니라 가해자에게 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냐고 따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장명진(37)씨는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과 같은 상징적인 사건에 있어서 법원이 또다시 현실에 안 맞는 판결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김혜정 부소장은 사회가 원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해야 피해자로 인정하는 법원의 태도를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안 전 지사 사건의) 1심 재판부는 가해자(피고인) 측 증인들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단서 하나하나를 모두 ‘피해자가 원했다’는 증표로 읽었다”면서 “재판부는 우리나라에 새 법이 도입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했지만, 법원이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일상, 직장 생활 등 일거수일투족을 문제 삼으며 ‘이건 피해자답지 않다’고 인식하는 한 어떤 법이 도입돼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에서는 안 전 지사를 고소한 김지은씨가 쓴 편지가 낭독되기도 했다. 정혜선 변호사가 대독한 이 편지에서 김씨는 “지난 14일(안 전 지사 1심 재판 선고일) 이후 여러차레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습니다. 살아내기가 너무나 힘겹습니다. 죽어야 제대로 된 미투가 인정될 수 있다면 지금 죽어야 할까 생각도 수없이 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김씨는 재판부가 피해자의 목소리엔 귀를 닫고, 가해자의 잘못은 묻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세 분 판사님, 제 목소리 들으셨나요. 당신들 질문에 답한 제 목소리를 들으셨나요. 재차, 3차 확인한 증거들 읽어 보셨나요. 확인하지 않으실 거면서 제게 왜 물으셨나요. 안희정에겐 물으셨나요. ‘왜 김지은에게 미안하다 말하며 그렇게 여러차례 농락했느냐’고 물으셨나요. 검찰 출석 직후에 왜 자신의 휴대전화를 파기했냐고 안희정에게 물으셨냐요. 왜 가해자에게는 묻지 않으셨나요.” 김씨는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제발 함께 해주십시오. 계속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진실을 지켜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도 집회에 참여했다. 최영미 시인은 “김지은씨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진술을 번복한 적이 없다. 하지만 안 전 지사는 (김씨의 폭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고 밝혔더니 재판이 시작되니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고 돌변했다. 두 번이나 진실을 번복한 사람은 안 전 지사”라고 말했다. 최영미 시인은 최근 고은 시인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연대 발언이 있을 때마다 시민들은 ‘안희정은 유죄다, 사법부도 유죄다’,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가해자 측 받아쓰기, 너희가 언론이냐’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이후 시민들은 행진에 나섰다. 광화문 앞에 도착했을 때 시민들은 청와대 방향으로 함성을 질렀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시작해 광화문, 인사동, 종각역을 지나 다시 서울역사박물관으로 돌아오는 행진은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시민들은 집회 주최 측의 선창을 따라하며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더 이상은 못참는다. 강간문화 박살내자’ 등의 구호를 계속 외쳤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국민은 빚에 허덕이는데 은행 이자수익 20조라니

    시중은행들의 이익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집계 결과 국내 은행들은 올 상반기에만 19조 7000억원의 이자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순수익은 8조 4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000억원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은행들의 순수익은 6년 만에 최대였던 작년 실적(11조 2000억원)을 가뿐히 넘어설 기세다. 은행들의 실적 호조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 국민이 빚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예대금리(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를 이용해 손쉽게 고수익을 올리는 점은 달리 생각해 볼 일이다. 올 상반기 은행들의 예대 금리 차이는 2.08% 포인트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2.01% 포인트보다 0.07% 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들의 비이자 이익이 33% 감소한 3조원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은행들이 이익 대부분을 이자 장사로 벌어들인 셈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는 마당에 우리가 금리 인상을 비켜갈 수는 없다. 문제는 은행들이 대출 금리는 재빨리 많이 올리면서 예금 금리는 찔끔 올리기를 반복한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5월 기준 국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신규 기준) 평균금리는 3.49%로 지난해 12월보다 0.07% 포인트 올린 반면 저축성예금 평균금리는 1.81%로 0.03% 포인트 높이는 데 그쳤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지만, 은행들은 업무원가와 마진 등을 감안해 정하는 가산금리 산정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은행들이 가산금리 산정에서 대출자 소득을 누락하는 등 대출금리 조작 사태까지 빚어졌다. 지난 수년간 가계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1500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금리가 0.1% 포인트만 올라도 가계는 1조 5000억원의 추가 부담을 져야 한다. 은행들이 국민 고통은 외면한 채 ‘이자 파티’를 벌이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되는 이유다. 금융 당국은 현재 준비 중인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선을 최대한 당겨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불합리한 가산금리 산정이 사라진다. 은행들도 국민 고통을 나눈다는 심정으로 자발적으로 가산금리 조정에 나서길 기대한다.
  • [자치광장] 아파트 경비원의 건강한 여름나기/이해우 서울시 대기기획관

    [자치광장] 아파트 경비원의 건강한 여름나기/이해우 서울시 대기기획관

    아파트 경비원들이 111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을 힘들게 견디는 중이다. 아파트 경비실은 보통 비좁고 통풍도 안 된다. 그럼에도 입주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선풍기나 에어컨을 마음껏 켜지 못한다. 전기요금 때문이다.서울시는 이런 사정을 고려해 아파트 경비실에 미니 태양광을 무료로 설치했다. 지원 대상은 300가구 이하 소규모 공동주택의 경비실로 한정했다. 경비실 지붕에 300W급 태양광 설비 2대를 설치하면 6평형 벽걸이 에어컨을 최대 4시간까지 가동시킬 수 있다.  현재 아파트 경비원은 지자체나 공공 차원에서의 에너지 지원 대상이 아니다. 경비원을 취약계층이나 에너지빈곤층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이들에 대한 지원도 오롯이 아파트 입주민들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사회가 외면해야만 할까. 열악한 근무환경과 일방적인 해고 불안에 놓여 있는 경비원들의 처우는 익히 알려져 온 사실이다.  이 뜨거운 여름 장기간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경비실은 분명 에너지 취약시설이다. 경비실 모든 곳이 에어컨을 갖추고 있진 않더라도 대부분 선풍기를 갖추고 있고, 서울시의 이번 지원은 냉방기기가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적인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취지다. 냉방기기가 없는 경비실은 서울시와 자치구가 아파트 부녀회와의 협의를 통해 설치를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반가운 소식은 서울시 미니태양광 보급 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태양광 보급 업체의 기부 동참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경비실 미니태양광 지원은 서울시의 태양광 설치 보조금 지원, 태양광 보급업체의 인건비 등 재능 기부, 또 태양광 모듈 및 인버터 제조사의 원가인하 공급 덕분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행정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 또한 분명한 건 법의 테두리 밖에 놓인 이들까지 살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아파트 경비실 1000곳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경비실 4500곳에 미니 태양광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매년 폭염 장기화 등 이상기후가 자주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경비원들이 마음 편히 냉난방 기기를 이용하길 바란다.
  • [금요칼럼] 시원한 풍차 소리를 들으며/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금요칼럼] 시원한 풍차 소리를 들으며/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사람마다 좋아하는 나라가 있다. 나는 네덜란드를 으뜸으로 친다. 그곳에 가면 수백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큰 풍차 바퀴들이 아우성을 치며 잘도 돌아간다. 강가에 늘어선 풍차의 행렬을 바라보노라면 네덜란드를 향한 나의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벌써 여러 번 그곳을 찾아갔다. 유럽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 402명). 땅도 좁고 자연조건도 순조롭지 않다. 네덜란드라는 이름이 말하듯 워낙 “저지”라서, 본래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었다. 암스테르담도, 스키폴 공항도 실은 해수면 아래이다. 그러나 네덜란드 사람들은 댐을 쌓고 풍차를 돌려 바닷물을 뺐다. 무려 국토 4분의1을 바다에서 건져낸 것이다. 유럽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속담이 있다. “신은 만물을 창조하셨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그 나라 사람들이 창조했다.” 쓸모없는 땅덩어리처럼 보여, 서양 중세의 가장 탐욕스런 성직자며 귀족들조차 이 나라를 외면했다. 덕분에 네덜란드는 용감한 평민의 나라가 됐다. 억센 평민들이 운하를 건설하고, 질척한 갯벌에 수백만 개의 나무기둥을 박아 도시의 토대를 만들었다. 그들의 이마에서 흐른 구슬땀이 한 뼘 한 뼘의 땅덩어리가 됐다. 네덜란드는 어떠한 악조건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는 인간 의지의 상징이요, 평민의 위대함이 아닌가. 17세기는 네덜란드의 시대였다. 그때 그들은 험한 파도를 이기고 동남아시아에 이르렀다. 유럽의 부자와 귀족들을 매혹시킨 향신료 무역의 최강자가 그들이었다. 네덜란드인들은 일본과도 수백 년 동안 교역했다. 1858년 일본이 미국과의 통상을 결정한 배경에는 네덜란드 정부의 진지한 충고가 있었다고 한다. 일본은 네덜란드 덕을 톡톡히 본 셈이지만, 우리는 그들과의 인연이 너무 엷었다. 현대 서구의 경제학자들은 네덜란드야말로 자본주의의 원산지라고 주장한다. 17세기 거기에서는 보험업, 운송업은 물론 증권시장도 고속으로 성장했다. 1637년에는 ‘튤립 파동’이란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튤립 알뿌리 한 개가 요즘 화폐로 환산해 1억 5000만원도 넘었다. 엄청난 투기의 거품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자 적잖은 수의 상인과 시민이 파산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시라. 네덜란드를 좋아하는 진정한 이유는 그깟 자본주의 때문이 아니다. 자유와 관용 때문이다. 이 두 가지야말로 네덜란드의 매력이다. 서양 중세를 지배한 교회의 권위를 그 뿌리에서부터 뒤흔든 이는 철학자 스피노자였다. 그로 말하면 종교적 박해를 피해 이베리아반도를 떠나 암스테르담에 정착한 유대인 공동체 출신이었다. 그 무리에서도 이단자로 치부되던 스피노자는 고난에 가득한 실천적 삶을 통해 관용과 자유의 가치를 역사에 아로새겼다. 내가 좋아하는 나라, 네덜란드는 지금도 지구상에서 가장 관용적이고 자유로운 곳이다. 동성 간의 결혼도 가장 먼저 허용한 나라, 카페에서는 마리화나도 거리낌 없이 사서 피울 수 있는 곳, 연명치료의 허울에서 벗어나 안락사를 인간의 당연한 권리로 인정하는 곳이 바로 네덜란드이다. 여전히 네덜란드는 세계를 향해 열려 있다. 그곳 사람들은 영어도, 불어도, 독일어도 잘한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좁은 자기네 땅 안에서 복작거리며 심하게 다투지 않는다. 세계 어디든 자유롭게 쑥쑥 뻗어 가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나로서는 부럽기 그지없다. 독일처럼 명품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하는 나라. 삼성과 현대처럼 거대한 재벌기업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 그래도 네덜란드인의 평균소득은 유럽의 최강국인 독일을 크게 앞선다. 2018년 현재 네덜란드 평균소득은 5만 5185유로로 독일 5만 841유로를 넘었다. 네덜란드를 생각하면 나는 항상 기분이 밝아진다. 불가능 따위는 결코 그곳에 없다.
  • 국회의장 ‘금일봉’ 포기 못한 국회… 생색만 낸 ‘특활비 폐지쇼’

    국회의장 ‘금일봉’ 포기 못한 국회… 생색만 낸 ‘특활비 폐지쇼’

    용처 못 밝히는 ‘국회의장 몫’ 의문 남겨 정의당 “결정 재고를”… 참여연대 “유감”국회가 끝내 국회 특수활동비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되찾을 마지막 기회를 결국 외면한 것이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오늘부로 외교·안보·통상 등 최소한의 영역을 제외한 교섭단체 및 상임위 운영지원비, 국외 활동 장도비, 목적이 불분명한 식사비 등의 모든 특활비를 폐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도 특활비는 본연의 목적에 합당한 최소한의 경비만을 집행하고, 나머지는 모두 반납한다”며 “2019년도 예산도 이에 준해 대폭 감축 편성한다”고 밝혔다. 유 사무총장이 폐지하지 않고 남겨두겠다고 밝힌 ‘최소한의 특활비’는 국회의장 몫을 의미한다고 국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결국 전체 국회 특활비 중 교섭단체 몫과 상임위원장 몫의 특활비는 폐지하되 의장 몫은 폐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에 따라 국회는 약 31억원인 올해 하반기 특활비 중 70~80%를 삭감해 반납하기로 했다. 반면 남는 20~30%(약 5억~6억원)는 의장단 몫으로 계속 쓰게 된다.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의장 몫의 특활비 용처를 묻는 질문에 “외교·안보·통상 등 국익과 관련된 특활비 사용처는 외교 상대국과의 관계도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날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장이 각종 금일봉을 줘야 하기 때문에 특활비가 필요하다”고 서울신문에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국민 세금으로 왜 국회의장이 생색을 내느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은 “금일봉은 기밀 유지가 필요한 특수활동과 관계가 없다”며 “몇억원씩 책정되는 특활비가 어디에 쓰이는지 설명도 없이 일부를 남긴 건 매우 유감이고, 결국 앞으로 남은 부분에 대한 폐지 요구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그렇게 큰 비판을 받았는 데도 의장단 특활비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은 유감으로, 최후의 최후까지 특권의 흔적이라도 남기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며 “의장단의 특활비를 남기겠다는 결정을 재고하기 바란다”고 했다. 유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라고 왜 특활비 쓸 일이 하나도 없겠나. 그거 조금 쓴다고 미적대니 어쩌니 그런 엉터리 기사는 쓰지 말아 주길 부탁한다”고 취재진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광저우 독립운동가 33인… 역사마저 그들을 묻었다

    광저우 독립운동가 33인… 역사마저 그들을 묻었다

    경기 안양에 사는 김기용씨는 1988년 출판한 가문 족보에서 자신의 작은할아버지 김근제(1904~1927·추정)에 관한 기록을 발견한다. ‘독립투사, 독립군장교, 흑룡강전투에서 순국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김씨는 어렸을 때부터 작은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길 수차례 들었다. “과묵한 성격으로 힘이 셌고, 3·1 운동 때 일본 순사를 때려눕히고 독립운동을 하러 만주로 갔다. 상하이에서 독립군 장교 교육을 받고 독립투사로 활약하다 하얼빈에서 23세의 어린 나이에 돌아가셨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확인하려 여러 종친을 찾아다니며 물어보고 250여권의 책을 뒤졌다. 그러나 어떤 증거도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한상도 건국대 교수에게서 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중국 광저우에 사는 강정애씨가 “황푸군관학교 묘비에서 ‘김근제’라는 이름을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2013년 8월 독립기념관 중국남부지역 독립운동유적지 실태조사 일행과 함께 광저우의 황푸군관학교를 방문한다. 벅찬 마음을 억누르며 묘비를 어루만진 김씨는 준비한 태극기와 국화꽃을 묘비 옆에 세우고 한국에서 가져온 소주 한 병을 부어 참배를 올렸다. 강씨가 김근제에 관한 행적을 다수 발견했지만, 김근제 지사는 여전히 독립운동 유공자 명단에 들지 못한 상태다. 묘비가 광저우에 있지만 족보에는 순국지가 흑룡강전투라고 기록된 탓이다.중국 광저우의 역사연구가 강씨가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33명을 발굴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자료는 강씨가 10년 동안 중국 지역의 서적과 자료를 뒤지고 발품 팔아 찾은 것들이어서 순도가 높다. 강씨의 연구로 인해 그동안 어긋났던 사료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들 가운데에는 공산주의자나 무정부주의자였다는 이유로 우리 학계가 외면했던 이들에 관한 행적이 다수 담겼다. 이들의 행적이 사실로 드러나면 독립운동사 관련 연구에 큰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강씨가 발굴한 33인 가운데 신해혁명에 참여한 첫 한인으로 알려진 범재 김규흥을 제외하고 32명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다. 일부는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학계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 예컨대 황푸군관학교에서 항공 비행사 교육을 받은 뒤 중국 공군에서 활동하고,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장교를 지냈던 박태하의 경우 해방 후 북한을 택하면서 남한에서 거론이 되지 않았던 사례다. 강씨는 광저우에서 입수한 자료와 1922년 조선일보 기사 등을 토대로 그의 행적을 밝혀냈다. 박태하는 1916년 12월 스물다섯의 나이로 중국으로 망명한 이후 1917년 쑨원이 광저우로 남하해 설치한 대원수부 항공처 산하의 비행기 수리공으로 취업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기도 전에 취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김복’(金復·본명 김규흥)의 주선 덕분이었다. 김복은 1908년부터 광저우에서 쑨원의 혁명 활동에 참여해 신해혁명이 성공하자 광둥성 정부의 고관이 된 인물이다. 쑨원 정부 아래에서 여러 공을 세운 박태하는 중국 국민당 정부의 지원으로 1926년 5월 옛 소련으로 유학을 간다. 소련에서 항공 교육을 마쳤지만 박태하는 중국으로도 조선으로도 귀국하지 못하고 파블로프스키 촌에 남아 공산청년회 책임서기를 지내다 광복 후 북한에서 인민군 공군 사령으로 활동했다.이름이 알려진 이라 하더라도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행적을 비롯, 학계의 논란이 될 만한 사실도 다수 확인됐다. 박태하와 마찬가지로 황푸군관학교에서 항공 비행사 교육을 받은 차정신은 강씨가 현지의 여러 중국어 사료를 대조한 결과 남한 군인 김진일로 밝혀졌다. 김진일은 우리 공군 창설의 주역으로, 당시 행적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씨의 자료 가운데 불교계 독립 운동가들로 현지에서 사망한 이들, 한국에 돌아왔으나 알려지지 않은 세 명의 승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대목에서는 ‘이육사가 광저우 중산대학에 재학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강씨가 발굴한 33명의 독립운동가에 관한 자료는 내년 초쯤 출판사 수류산방이 묶어 책으로 낼 예정이다. 심세중 수류산방 편집장은 “자료가 워낙 방대한 데다 교차 확인을 거치느라 3년 가까이 걸렸다”면서 “우리에게 알려진 상하이, 미국 등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 외에 그동안 잊혀진 독립운동가들을 구축하는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경세·문장 모두 탁월… 임진왜란 위기 헤쳐나간 명재상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경세·문장 모두 탁월… 임진왜란 위기 헤쳐나간 명재상

    낙동강 물줄기가 태극 모양으로 감싸고 돌며 수려한 긴 모래사장을 형성한 마을, 고색창연한 한옥과 전망 좋은 정자가 즐비한 마을, 산세가 험하지 않고 그늘이 없이 밝은 마을, 바로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이다. 조선 명재상으로 꼽히는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1542~1607)을 배출한 곳이다.#이름을 짓기 어려운 큰 그릇 조선 중기 4대 문장가로 꼽히는 상촌 신흠은 서애를 수행했을 때 기억을 이렇게 술회했다. “공은 내가 글씨를 빨리 쓴다는 이유로 반드시 나에게 붓을 잡으라고 명하고 입으로 불러주어 문장을 이루게 하였다. 줄줄이 이어지는 문서나 편지를 비바람 몰아치듯 신속히 지었는데, 붓이 멈추지 않고 문장에 점 하나 더하지 않았어도 찬란하게 격을 이루었다. 중국에 보내는 외교문서까지도 또한 그렇게 하였다.” 우리가 이름 정도는 들어보았을 선현 중에는 경세에 능했던 인물도 있었고, 문장에 능했던 인물도 있었고, 학문에 능했던 인물도 있었다. 그러나 한 인물이 두 가지 이상의 분야에서 커다란 능력을 드러낸 경우는 많지 않았다. 문장이나 학문에 능한 사람은 경세나 행정에 어둡고, 경세에 밝은 사람은 문장이나 학문이 얕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애는 그런 상식에서 예외적인 인물이다. 영의정, 도체찰사(都體察使)로서 위기에 빠진 조선을 구하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던 경세가이자 ‘맹자’의 문체를 체득한 이름난 문장가였다. 주자학에 깊은 조예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당시 학자들이 이단시하던 육상산과 왕양명의 학설에까지 관심의 범주를 넓혔던 학자이자 병법에 밝은 실무형 이론가이기도 했다.#퇴계 수제자… 병법에도 밝은 실무형 이론가 퇴계 이황의 수제자를 꼽을 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이가 있다면 그가 바로 서애다. 21세 되던 해에 처음으로 퇴계의 문하에 들어 ‘근사록’(近思錄) 등 성리서를 배웠는데, 퇴계는 그를 만나 보고 나서 하늘이 낸 인재라고 찬탄했다 한다. 퇴계의 예언대로 서애는 임진왜란 당시 국가가 위난에 빠졌을 때 크게 공을 세웠다. “임금께서 한 발자국이라도 이 땅을 벗어나시면 조선은 더이상 우리의 것이 아니게 됩니다.” 두려움에 떨던 선조는 여차하면 중국으로 넘어갈 요량으로 국경과 가까운 곳으로 피란하려 했다. 조정의 일부 신하들도 이에 동조하였지만 서애는 극구 반대해 자칫 걷잡을 수 없이 번질 민심의 동요를 잠재웠다. 선조가 장수로 삼을 만한 인재를 천거하라고 했을 때는 지방 수령으로 있던 이순신과 권율을 천거해 일방적으로 밀리던 전세를 역전시키게 만들었다. 소극적이던 명나라 원군을 설득해 끝까지 왜적을 몰아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명나라의 신병법인 기효신서법을 배워 군사들을 조련했고 훈련도감을 설치해 군사력 향상의 기틀을 마련했다. 당파에 따라 서애의 활약상에 대해 다른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이 몇 가지 사실만 가지고도 그의 탁월한 안목과 기여도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사상의 정수가 담긴 잡저 서애의 문집은 가장 먼저 ‘잡저’(雜著) 부분을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서애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글들을 모아 놓은 곳이기 때문이다. 잡저는 송(宋)나라 역사를 읽으면서 당대에 귀감이 될 만한 사건들에 대한 평설(評說)을 기록한 ‘독사여측’(讀史測) 등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정주학(程朱學) 계통의 이론을 담은 ‘주재설’(主宰說) 등과 양명학을 비판하는 ‘왕양명이양지위학’(王陽明以良知爲學) 등은 서애의 학문적 사상을 논할 때 필수적으로 인용되는 글들이다. 일견 여타의 정주학자들과 비슷한 견해를 보이지만 ‘지행합일설’(知行合一說)을 읽어 보면 양명의 주장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은연중 보여 주기도 한다. “왕씨의 의도를 잘 살펴보면, 대개 당시 세상의 학문이 외면적인 것으로만 치닫는 것을 경계한 것이었다. 그래서 한결같이 본심(本心)을 위주로 하여, 무릇 마음을 써서 강구하는 행위를 모두 행(行)이라고 여겼던 것이니, 이는 굽은 것을 바로잡으려다가 너무 지나치게 곧게 된 경우이다.” #벼슬을 버리고 은거를 결심하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러 국정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서애는 부단히도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청했다. 그러나 선조는 계속해서 윤허하지 않았다. “의리상으로는 비록 임금과 신하였으나 정으로 볼 때에는 친구 사이와 같았다. 나만큼 경을 잘 아는 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 당인들은 집요하게 그를 공박했다. 마침내 그가 57세이던 1598년에 파직돼 고향으로 돌아갔다. 한때 관작을 삭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애초에 벼슬에 초연했던 서애로서는 이런 일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고 전란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유비무환의 교훈을 담은 ‘징비록’(懲毖錄)을 저술했다. 임진왜란과 관련된 다양한 사실을 담고 있어 숙종 연간에 이미 일본에서 입수해 출판하기도 했다. 이후로 다시는 임금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지만, 나라를 향한 서애의 충정은 죽는 날까지 식지 않았다. “나라 위한 마음은 늙어서도 그대로라 세모(歲暮)에 빈산에서 비장하게 읊조리네 노년이라 매사에 감회가 일어나니 무단히 눈물이 홀연 옷깃을 적시네.” #사관(史官)도 놀란 조문 행렬 대신이 세상을 떠나면 사흘 동안 조정은 공무를 중지하고 시장은 문을 닫는 것이 전례였다. 서애가 고향 풍산에서 세상을 떠났을 때도 그랬는데, 시장 상인들은 애도의 뜻으로 하루 더 문을 닫았다.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선조실록 사관의 평이 흥미롭다. 1000여명이나 되는 조문객이 한때 서애가 살았던 묵사동 빈집에 모여 조곡(弔哭)을 하였던 일을 전례가 드문 일이라고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그 인물이 조정에서 발자취가 끊어졌고 상(喪)이 천리 밖에서 났는데도 온 성안 사람들이 빈집을 찾아 모여서 곡을 하였으니, 아마도 시사(時事)가 날로 잘못되어 가고 민생이 날로 피폐해지는데도 후임으로 수상(首相)이 된 자들이 모두 전 사람만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추억하기에 이른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의 백성 역시 불쌍하다.” 선조실록은 북인이 중심이 돼 기술했기 때문에 서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내용이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당시 사람들이 서애를 얼마나 높이 평가했는지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권경열 한국고전번역원 성과평가실장■ ‘서애집’은 서애집(西厓集)은 조선 선조 조의 명재상이었던 류성룡의 시문집이다. 원집(原集) 20권 10책, 별집(別集) 4권 2책, 연보(年譜) 3권 2책 등 총 27권 14책으로 구성됐다. 인조 11년(1633년) 봄에 합천 해인사에서 원집과 별집을 합쳐 초간했다. 고종 31년(1894년) 가을에 하회의 옥연정사에서 연보를 추가 중간했다. 한국고전번역원의 전신인 민족문화추진회에서 1982년에 번역, 출간했다. 류성룡의 자는 이현(而見), 호는 서애(西厓), 본관은 풍산(豊山)이며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 [열린세상] 관행을 끝내야 할 때다/양중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열린세상] 관행을 끝내야 할 때다/양중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이 법은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조 내용이다. 이 법은 제35조 제1항에 ‘이 법에 의한 사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하에 공정거래위원회를 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공정위를 둔 목적이 바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조다.그런데 그간 공정위의 행태는 설치 목적과 전혀 맞지 않았다. 먼저 공정위라는 공적인 조직을 통해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 구성원들이 과도한 힘의 집중을 이용해 부당하게 취업 알선이라는 공동불법행위를 저질렀다. 불공정한 취업 거래를 통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취업 경쟁을 방해했다. 그 결과 창의적인 기업 활동이 저해돼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었다.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도움이 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제1조와 정확히 반대되는 행태다. 결과는 참담했다. 전직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줄줄이 구속됐다. 또 다른 간부들에 대한 소환도 예상된다고 한다. 피의 사실도 ‘공정’(公正)이라는 간판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인다. 4급 이상 퇴직 간부들의 재취업을 반강제적으로 대기업에 떠맡겼다. 고시 출신은 2억 5000만원, 비고시 출신은 1억 5000만원이라는 연봉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기본 2년의 취업 기간에 1년 더 연장할지 여부를 자체적으로 정했다는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이 정도면 취업 알선이 아닌 취업 강요임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필자가 지적하려는 것은 이런 문제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조직인 운영지원과를 동원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쉬쉬하면서 취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직 전체가 동원돼 당연하다는 듯 이뤄진 일이라는 뜻이다. 이런 일은 통상 관행(慣行)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된다. 다 아는 것처럼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을 그대로 한 것이라는 뜻이다.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보니 무엇이 잘못인지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 도덕관념이 마비된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관행은 공정위에만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조직이건 어떤 일에 대해 으레 그렇게 하는 방식이 있다. 누구나 용인할 뿐만 아니라 아무도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다. 그게 일하기도 쉽고, 조직이나 개인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들은 적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년 동안 해오던 방식이다. 그렇다 보니 문제의식이 점점 사라져 결국에는 한 줌의 거리낌조차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누군가 잘못됐다고 느끼더라도 일부러 외면해 버리게 된다. 실제로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수사기관에 소환되는 많은 사람들이 관행이라는 변명을 들이댄다. 예전부터 해오던 방식대로 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하지만 관행은 내부의 부정과 비리를 은폐하는 이름이나 다름없다. 관행이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 문제가 드러난다. 그것은 사실 당연한 것이다. 외부인의 눈으로 보면 누가 보아도 이상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했다. 일반인의 도덕관념도 변했다. 예전 같으면 그러려니 했던 것이 더이상 그렇지 않게 됐다. 구조적인 부정과 비리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되는 세상이 아닌 것이다. 관행을 바꾸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렵다. 많은 경우 무엇이 잘못인지 인식조차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나 조직의 존재 의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바꾸지 않으면 개인도, 조직도 살아남기 어렵다.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그것만이 조직이 사는 길이고, 개인도 사는 길이다. 바꾸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느 조직이건 법률이나 정관에 조직의 존재 목적이나 작동 방향이 규정돼 있다. 그것은 외부를 향해서만 작동하는 규범이 아니다. 외부를 향하기 전에 조직 내부에서 자주 되새겨야 하는 규범이다. 그것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관행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가장 쉬운 길이다. 이제 관행을 끝내야 할 때다.
  • [월요 정책마당] 콩코드의 교훈/김용진 기획재정부 제2차관

    [월요 정책마당] 콩코드의 교훈/김용진 기획재정부 제2차관

    누구나 나쁜 방향으로 흘러갈 걸 뻔히 알면서도 잘못된 결정을 되돌리지 못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금껏 투자한 시간과 노력, 돈이 아까워서다. 이를 ‘매몰비용의 오류’라 부른다. 작게는 일상의 소소한 결정부터 크게는 국가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까지 그런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대표적인 사례로 콩코드 여객기가 있다.냉전 시절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콩코드기를 개발했다. 하지만 곧이어 닥쳐 온 불황과 석유 파동, 게다가 너무 높은 이용가격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그런데도 영국과 프랑스는 막대한 적자를 감수해 가며 30년간 콩코드기 운항을 고집했다. 결국 2000년 대형사고를 겪고 나서야 사업을 접었다. 이는 국가의 자존심과 매몰비용의 오류가 만나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대형 인명사고까지 초래한 비극으로 손꼽힌다.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 비용에 집착하지 않는 건 쉽지 않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까지 고려하면 얘기가 더 복잡해진다. 이해관계는 기득권으로 이어지고 결국 불합리한 규제 혹은 적폐가 되기 십상이다. 역사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나쁜 제도가 혁신을 억눌렀던 각종 사례로 뒤덮여 있다. 영국에서 마차를 보호하려고 자동차 운행을 규제한 붉은 깃발 법, 세계 최초의 증기선 운행을 막은 독일의 풀다강과 베저강의 뱃사공 길드 독점권, 세계 최초의 편직기계에 특허를 거부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일화도 혁신적인 기술발전이 기득권에 굴복한 사례에 해당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저소득층, 자영업자, 청년 등 국민 각계각층이 직면한 복잡다기한 어려움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잠재성장률 저하에 대응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도 안고 있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이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처지에서 본다면 더욱더 신중하고 깊게 숙고하는 것은 능력 문제 이전에 책임 문제이다. 예산이란 언제나 쓸 곳은 많고 돈은 한정돼 있을 수밖에 없다. 재정을 더욱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할 필요성이 높더라도 더 효과적으로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강도 높은 지출구조조정이 선행돼야 비로소 재정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지출구조조정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출혁신 2.0’ 추진 전략을 수립하고 후보 과제를 선정했다. 그동안 여건이 변했는데도 불구하고 관행적으로 지속돼 온 재정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기 위해서다. 매몰비용의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기득권과 관행에 얽매여 사회와 경제의 혁신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지는 않은지 심도 있게 검토할 계획이다. 가장 시급한 건 급변하는 정책환경 변화에 따라 재원배분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재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를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재정을 제때 투입하면서 산업 전반의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이를 위한 범정부적인 관심과 협조가 절실하다. 기존에 해 오던 방식과 제도만으로는 당면 과제를 풀어내기 역부족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합의와 포용의 정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설득하고 풀어 나가는 노력도 갖춰야 한다. 혁신이 창조적 파괴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면, 그 비용을 합의와 포용을 통해 함께 나눠야 한다. 지출혁신 2.0은 다음달 과제가 확정되고 연말까지 개선방안이 마련될 계획이다. 아무쪼록 성공적으로 추진돼 우리 사회와 경제의 포용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 “이주민 인권 지키는 작은 실천으로 사회의 편견 없어지길”

    “이주민 인권 지키는 작은 실천으로 사회의 편견 없어지길”

    “이주민의 인권을 지키는 작은 실천이 그들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없애는 나비효과가 되길 바랍니다.”지난 3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에서 만난 이주민 인권을 지원하는 대학 연합 동아리 ‘위드MI’(With Migration) 회원 이현정(21·고려대 국문과), 윤여빈(19·고려대 중문과), 정상운(19·성균관대 사과대)씨는 “거대한 일보다는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회적 낙인 지우는데 정부가 나서야” 이들은 동아리 이름을 ‘위드MI’로 지은 이유에 대해 “인종과 국적이라는 프레임을 넘으면 ‘이주민’도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MI(이주민)=ME(나)’이고, 우리가 이주민과 동등하게 함께(With)한다는 의미를 더해 ‘위드MI’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010년부터 이주 노동자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는 활동을 하다가 지난해부터 동아리 이름을 바꾸고 학내외에서 이주민 차별에 관한 다양한 인식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사회가 이주민들에게 가진 편견의 벽은 여전히 높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는 “이주민이라 하면 보통 동남아 쪽에서 온 이주 노동자나 미디어에 비치는 가정폭력을 당하는 결혼이주여성을 떠올리게 된다”면서 “이주민이라는 범주가 불쌍한 사람들로만 채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도 “그들을 배척하고 외면하는 것은 위험한 태도”라면서 “이주민의 가슴에 새겨진 사회적 낙인을 지우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민·유학생 등 차별 해소 프로젝트도 ‘위드MI’ 회원들은 지난해 학내에서 벌어지는 유학생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는 ‘북한 이탈주민’도 이주민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고 그들에 대한 차별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윤씨는 “지난달 탈북민을 알아보는 ‘내 마음속 철조망’이라는 제목의 오픈세미나를 열었고 지금은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주최 공모전에 참여해 탈북 청소년 인식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지난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국적에 따른 이주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담아 낸 ‘내 안의 인종주의’ 캠페인을 진행해 최우수상인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았다. ‘위드MI’는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텀블벅 프로젝트(크라우드펀딩)를 통해 메시지를 담은 상품을 판매하고 이주민 인권 개선을 위한 다양한 영상 제작도 시도하고 있다. 윤씨는 “국내에 이주민과 난민을 돕는 활동가 수가 극히 적은데 더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통일부 “방북시 안전 본인 감수 확인서” 논란

    통일부 “방북시 안전 본인 감수 확인서” 논란

    북한을 방문하는 유소년 축구단이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을 본인이 감수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이에 책임 회피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방북시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 환기 시키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12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평양으로 떠난 유소년 축구대회 방북단은 첫머리에 ‘본인의 말과 행동이 남북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다음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돼 있는 확인서를 받았다. 확인서에는 축구대회 참가라는 방북 목적에서 벗어나는 행동,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 훼손 행위, 대북제재에 위반되는 현금이나 물품의 제공, 승인을 받지 않은 물품의 반출·반입 등 방북 과정에서 주의할 사항이 나열돼 있고 말미에 서명을 하도록 돼 있었다. 문제는 ‘방북 과정에서 신변 안전에 유의하고 안전사고 발생, 관련 법규 위반 시 이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감수한다’는 마지막 항목이다. 북한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정부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확인서는 통일부의 권고에 따라 민간 교류 주최 측이 방북단에 요청해 받고 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통일부와 사전협의한다’는 문구 등으로 미뤄볼 때 사실상 통일부가 요구한 것으로 관측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방북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 환기하려는 차원의 내용이지 개인에게 책임을 미루려는 뜻은 아니다”라며 “만에 하나 안전사고 등이 발생하면 정부가 외면하겠느냐”라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표창원 “특활비, 의원들 간 침묵의 카르텔 있다”

    표창원 “특활비, 의원들 간 침묵의 카르텔 있다”

    양당 반대에 ‘노회찬법’ 자동폐기 가능성 내역 공개 판결에 항소? 치졸한 시간끌기 국민 분노 거세… 결국 특활비 폐지될 것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 지도부가 특수활동비를 폐지하라는 국민 여론을 외면해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표창원(경기 용인정) 의원이 공개적으로 특활비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표 의원은 9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제 양당 원내대표의 국회 특활비 양성화 합의는 국민의 요구가 아닌 만큼 특활비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반기를 들었다. →지난 8일 양당 원내대표가 올해 국회 특활비를 폐지하지 않는 대신 영수증 또는 증빙 서류를 첨부해 양성화하겠다고 합의했는데. -국민의 요구와 궤를 같이하는 합의가 아니다. 올해 남은 특활비를 사용하되 영수증을 첨부하겠다는 건데 이걸 어떻게 공개하겠다는 내용도 없다. 국회에 제출된 특활비 폐지 법안을 처리해 국민의 분노와 의문을 해소하고 지금까지 특활비로 사용한 예산을 정규 예산화해야 한다. →양당 원내대표는 왜 국회 특활비 폐지를 머뭇거릴까. -특활비가 권력이기 때문이다. 한 손에는 채찍, 즉 공천권, 상임위 배정권, 당직 인사권 등을 쥐고 한 손에는 당근, 즉 돈을 쥐고 권력을 휘두른다. 특활비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자리에 가기 위해 계파를 만들고 줄을 서면서 정치 기득권이 유지되는 것이다. 특활비가 없다면 왜 원내대표가 되기 위해 난리를 치고 상임위원장이 되려고 머리 터지게 싸우겠는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원내대표가 한 달에 5000만~6000만원을 특활비로 쓸 수 있고 상임위원장 역시 1000만원 안팎을 쓰는데, 금일봉 등으로 여기저기 사용하는 것이다. →국회사무처가 특활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 결정에 항소했는데. -이번 판결이 처음이면 항소에 실익이 있을 수 있지만, 이미 참여연대가 비슷한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한 번 났다. 똑같은 사안과 내용에 시기만 다른 것인데 항소한다는 것은 시간을 벌자는 것밖에 안 된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동안 공개하지 않고 버티면 그사이 특활비에 관련된 현역 의원들 중 일부가 은퇴하거나 낙선해 파장이 좀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인 거다. 너무 치졸한 행태다. 당장 항소를 포기해야 한다. →여야가 평소 노선 차이로 싸우면서도 특활비라는 ‘밥그릇’ 앞에서는 담합하는 것인가. -정치를 오래한 사람들끼리의 공고한 ‘침묵의 카르텔’이라 할 수 있다. 여야로 나뉘어 있지만 서로 통하는 것들이 있다. 국회의 잘못된 관행을 묵인하고 이익을 서로 공유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게 특활비다.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발의해 계류 중인 국회 특활비 폐지 법안(국회법 개정안)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건가. -지금 이대로라면 아마 계속 심사 등의 형태로 보류되다가 20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는 수순을 밟을 것 같다. 물론 그렇게 되면 국민들께서 그냥 두지 않으실 거다.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국외 출장을 간 의원 38명에 대해 국회가 피감기관의 조사를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38명 명단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를 발견해 의원 38명 명단을 통보했는데 국회가 피감기관에서 알아서 판단하라니. 이는 피감기관들이 ‘의원은 잘못 없고 우리만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결론 내길 기다리는 거다. 이래서 정치 혐오가 계속되는 거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영원한 ‘별들의 고향’… 경성의 낭만을 소환하다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영원한 ‘별들의 고향’… 경성의 낭만을 소환하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3회 극장순례(영화의 고향) 편이 지난 4일 서울 종로와 충무로 일대에서 진행됐다. 여름 야행 두 번째 행사를 맞아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답사단 일행 30여명은 모자와 부채, 손풍선 등으로 완전 무장했지만 쏟아지는 폭염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안전사고를 막고자 도보 코스를 줄이고, 서울신문사에서 때마침 제공한 ‘아이스 쿨 스카프’에 의지해 답사를 마쳤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6시 지하철 종각역 3번 출구 앞 종로타워빌딩(옛 화신백화점) 앞에서 집결, 우미관 옛터~인사동 조선극장 옛 터~허리우드극장~단성사 옛터~서울극장~충무로 영상센터 순으로 2시간짜리 극장순례를 다녀왔다. 서울극장에서 충무로 영상센터까지는 지하철로 이동했다. 지난해와 올해를 통틀어 답사 중 첫 대중교통 이용사례다. 해설을 맡은 심흥식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흘러간 추억의 영화는 물론 자신이 경험한 70~80년대 영화의 주제가를 직접 부르면서 영화와 극장 분위기를 전달해 공감과 호평을 얻었다.서울은 극장의 도시이다. 한국영화의 고향이기도 하다. 근대화의 산물이자 대중문화의 상징인 영화는 일제강점기의 수도 경성에서 화려하게 꽃피었다. 1920년대 전후 ‘문화로써 생활의 중심으로 삼는 사상’ 즉 문화주의와 문화운동이 전개되었고, 그 중심에 영화가 있었다. 일제의 통치방식이 ‘무단통치’에서 ‘문화정치’로 색깔을 바꾼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제의 문화정치는 진정한 의미의 문화주의 정치가 아니라 식민지의 ‘문명개화’(文明開化) 혹은 ‘문치교화’(文治敎化)의 흉내에 불과했지만 500년 봉건왕조의 지배에서 막 깨어난 대중을 유혹하기엔 충분했다. 영화로 대표되는 서울의 대중문화는 양반 선비문화, 고급 엘리트문화에 대항한 문화적 민주주의의 시발점이었다.1930년대 접어들면서 신파극, 뽕짝가요, 영화 등 3대 장르가 주도하는 ‘조선식 대중문화’가 경성에서 폭발했다. 근대화와 식민지 정서가 뒤섞인 독특한 문화양식이었다. 당대 경성의 신인류를 지칭하는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 낭만주의적 퇴행성을 대표하는 식민지 근대성의 표식이라면, ‘장한몽’(이수일과 심순애),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홍도야 울지 마라) 같은 신파극은 이율배반적 비극미의 표출이었다. 3대 장르에서 짜내는 부조리한 눈물은 대중에게 위안을 제공했다. 체제 순응이라는 자학적 죄의식을 외면하는 핑곗거리를 제공했다. 대중문화는 정치 이데올로기 전파의 수단으로 사용됐다. 특히 영화(Screen)는 성(Sex), 스포츠(Sports)와 함께 ‘3S’의 대명사였다. 1919년 제작돼 한국영화의 기원으로 간주하는 ‘의리적 구토’는 과도기 성격의 영화이다. 연극 무대에서 구현이 어려운 장면이나 풍경을 활동사진으로 찍어서 중간에 끼워 보여주는 연쇄극이었다. 단성사 사장 박승필은 명월관, 청량리, 홍릉, 장충단, 한강철교 등 경성의 명소를 찍어 단성사에서 공연하는 연극의 중간에 삽입했다. 한국영화의 전성기는 1926년 나운규의 ‘아리랑’과 함께 막을 올렸고, 1937년 나운규의 죽음과 함께 막을 내렸다. 최초의 무성영화이자 흥행 대작이었다. 식민지 조선의 암울한 현실과 대중의 민족 정서를 반영한 이 영화는 상영 첫해에 11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아리랑이라는 걸출한 영화 한 편이 영화를 대중문화의 간판산업으로 밀어 올렸다. 1935년 최초의 발성영화 ‘춘향전’이 히트를 한 이후 1938년 경성 시내에서 영화와 연극관객이 하루 평균 1만명에 이르렀고, 1942년에는 연인원 2000만명이 영화와 연극을 관람했다고 한다. ‘영화 경성시대’였다.한국영화는 1950~60년대 르네상스를 맞았다. 1955년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은 정비석이 서울신문에 연재한 동명 소설을 영화화해 영화 부흥의 기틀을 마련했다. 교수 부인의 바람은 전통적 가부장제를 밑바닥에서 흔드는 발칙한 소재였다. 1961년 한국영화사상 최대의 문제작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을 시작으로 신상옥, 김기영 감독의 작품이 뒤이었다. 1970년대 유신 시절 침체기에 접어든 한국영화는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 등 호스티스 영화로 명맥을 유지하다가 사회성 짙은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 등으로 되살아났다.극장은 신파극, 뽕짝가요, 영화 등 오락문화를 쓸어 담는 그릇이었다. 본래 연극 공연장이던 극장은 무용·음악·예능 등 무대예술 공연장으로 영역이 확대됐다. 19세기 말 영화의 발명 이후 극장과 영화관이 구별됐다. 무대와 조명을 갖춘 국내 최초의 실내극장은 1902년 서대문밖에 세워진 협률사였다. 로마 원형극장을 본뜬 협률사가 최초의 관립극장이자 서양식 극장이었다면 1908년 신문로에 설립된 이인직의 원각사는 최초의 사설극장이었다. 활동사진 상설극장으로 가장 먼저 개관한 곳은 1910년 종로구 관철동 경성고등연예관이다.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뀐 뒤 1915년 수용인원 1000명 규모의 상설영화관 우미관으로 거듭났다. 판소리와 창극을 공연하던 단성사는 1918년 활동사진 전용관이 되기 전까지 경성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유일한 극장이었다. 무성영화 시절 유명한 변사는 대부분 우미관 출신이었다. 찰리 채플린이 제작·감독·각본·주연을 맡은 무성영화 ‘황금광시대’도 우미관에서 상영했다. 우미관은 단순한 극장이라기보다 종로상권을 넘보는 청계천 이남 남촌에 근거지를 둔 일본 야쿠자의 북촌 진출을 막는 방어선이었다. 종로 주먹 김두한의 사무실이 우미관에 있었다. 영화 ‘장군의 아들’, 드라마 ‘야인시대’의 주 무대이다. 종로2가 길가 화단에 표석이 남아 있다. 답사단이 찾은 종로타워 뒷골목 우미관은 1959년 관철동 우미관이 불타 없어진 뒤 화신백화점 뒤로 옮긴 곳이다. 이전 후에는 이류 재개봉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1982년 폐업, 지금은 우미관 주차장이 됐다. 1907년에 개업한 단성사는 1919년 ‘의리적 구토’를 시작으로 ‘장화홍련전’과 ‘아리랑’을 상영하면서 장안의 영화 중심가로 떠올랐다. 이후 ‘서편제’ ‘태백산맥’ ‘장군의 아들’ 등을 개봉했다. 1913년 황금연예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국도극장은 일본인 거주지역인 을지로를 대표하는 극장 황금좌로 운영되다가 1948년 개칭했다. 지금은 국도호텔로 변신했다. ‘미워도 다시 한번’ ‘별들의 고향’ ‘겨울여자’를 각각 개봉했다. 1922년에 건립된 인사동의 터줏대감 조선극장은 영화상영과 판소리, 가무곡 공연 겸용관이었다. 김기진 등이 신파극에 대항해 근대 신극운동을 펼친 토월회의 창립공연을 비롯해 명창대회가 열린 유서 깊은 장소이다. 1936년 방화로 소실된 뒤 이런저런 장소로 떠돌다가 포장마차 골목으로 쓰이고 있다. 뒷면 대나무 숲 앞에 조선극장 터 표석이 서 있었으나 훼손돼 사라졌다. 황금좌, 우미관, 단성사, 조선극장이 경성의 4대 극장으로 군림했다. 1935년 설립된 연극전용 동양극장은 1976년 폐관될 때까지 서대문을 대중연극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서울의 문학1(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일시: 8월11일 토요일 오후 6~8시 ●집결장소: 청계광장(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 1.2호선 시청역 4번 출구)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http://futureheritage.seoul.go.kr)
  • 안젤리나 졸리 폭로 “브래드 피트, 결별 후 양육비 외면”

    안젤리나 졸리 폭로 “브래드 피트, 결별 후 양육비 외면”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43)가 전 남편이자 배우 브래드 피트(53)가 양육비를 주지 않고 있다고 폭로했다. 7일 미국 할리우드 연예매체와 NBC 뉴스에 따르면 안젤리나 졸리는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이혼소송 관련 서류에 브래드 피트가 현재 양육비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안젤리나 졸리의 대변인은 피플에 “아이들의 양육 비용에 관한 비공식적 조정에 비춰볼 때 피트는 1년 반 동안 정기적으로 지원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의 양육비 지원에 관한 소급 명령을 위해 관련 서류를 제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는 지난 2003년부터 교제해 2014년에 결혼했으나 지난 2016년에 결별 후 지금까지 이혼 소송을 하고 있다. 졸리와 피트는 매덕스(16), 팩스(14· 이상 캄보디아), 자하라(13·에티오피아)를 입양한 뒤 실로(12)와 쌍둥이 비비앤과 녹스(10)를 낳았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앤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 아이들 양육비 외면하고 있다”

    앤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 아이들 양육비 외면하고 있다”

    미국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43)가 전 남편인 배우 브래드 피트(53)와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피트가 자녀 양육비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7일(현지시간) NBC 뉴스와 할리우드 연예매체 등에 따르면 졸리의 법정 대리인은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피트가 아이들을 지원할 의무를 지고 있지만, 결별 이후 지금까지 의미 있는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졸리의 대변인은 피플지에 “제출한 서류의 목적은 소송 당사자들이 다음 단계의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혼인 관계를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졸리와 피트가 아이들의 부모로서 다시 헌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또 “자녀 양육비에 관한 비공식적 조정에 비춰볼 때 피트는 지난 1년 반 동안 정기적으로 지원한 것이 없다”면서 “아이들의 양육비 지원에 관한 소급 명령을 위해 관련 서류를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졸리와 피트는 2003년부터 만나기 시작, 2014년 결혼식을 올리고 2016년 결별하기까지 매덕스(16), 팩스(14), 자하라(13), 사일로(12), 쌍둥이 비비엔과 녹스(10) 등 6명의 자녀를 슬하에 뒀다. 그러나 2016년 두 사람은 ‘화해할 수 없는 차이’를 이유로 결별했고, 이후 이혼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설] 제자리걸음 ‘은산분리 완화’ 더이상 늦춰선 안 돼

    지난해 4월 케이은행, 7월 카카오뱅크의 출범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시대가 열린 지 1년이 지났다. 공인인증서 없는 거래, 24시간 이용, 수수료 인하 등 혁신으로 올 상반기 기준 고객 700만명과 총대출액 8조원의 성과를 냈다. 기존 은행의 대출금리와 수수료를 끌어내린 ‘메기 효과’도 입증됐다. 하지만 출범 초기의 열기를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어 혁신은커녕 생존을 고민하는 처지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 참석해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 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은산분리 완화를 재차 강조했다. 대선 공약 파기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은산분리 완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분명하다. 금융권 전체의 혁신을 이끌 인터넷은행이 처한 현실적 난관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리와 출발이 비슷했던 중국은 인터넷은행뿐만 아니라 금융과 첨단기술을 결합한 핀테크 분야에서 날개 단 듯 발전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 혁신의 속도와 타이밍을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은산분리가 완화되면 국민의 예금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염두에 둬야 할 사안임엔 틀림없다. 2013년 동양그룹이 계열 금융회사인 동양파이낸셜과 동양증권을 통해 자금을 불법 지원받아 부실 사태를 키웠고, 그 피해를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썼던 전례가 절대 반복돼선 안 된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가서야 되겠는가. 현재 국회에 제출된 은산분리 완화 관련 특례법안들은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거나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혁신의 문은 활짝 열되 부작용을 차단할 보완 장치를 튼튼히 갖추면 될 일이다.
  • “이해찬, 당내 소통 안 되는데…국민·야당·北과 소통하겠나”

    “이해찬, 당내 소통 안 되는데…국민·야당·北과 소통하겠나”

    호통칠까 겁 나서 의원들 전화도 잘 못해 李 대세론은 광복절 기점으로 뒤집힐 것 “이해찬 대표 체제로 가면 소통에 심각한 장애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영길(55) 당대표 후보는 7일 서울 여의도의 캠프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에 대해 “당내 국회의원과도 소통이 안 되는데 어떻게 국민·야당·남북과 소통할 수 있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당대표 후보 중 유일한 호남 출신인 송 후보는 “호남에서는 내가 부동의 1위”라며 “기세가 치고 올라가고 있어 광복절을 기점으로 판세가 뒤집힐 것”이라고 자신했다. →당대표 경쟁구도를 어떻게 보나. -이 후보와 나의 대결이다. 처음에는 이해찬 대세론이 있었지만 이제는 송영길이 치고 올라가는 과정이다. 이 후보는 우리 의원들조차 그분이 뭐라고 호통칠까 겁이 나서 전화도 잘 못하는데 소통이 되겠나. 옛날부터 문재인 대통령보다 위에 있었던 분인데 대통령도 (이 후보가) 편하겠나. 당연히 부담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김진표 후보가 이 후보보다 낫지만 김 후보로는 민주당의 진보성과 개혁성을 담보할 수 없다. →김 후보는 경제 문제를 집중 거론하는데 공감하나. -그건 기획재정부 장관이 해도 될 이야기다. 당대표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김 후보의 말을 들어보면 경제가 정치·외교와 분리되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내가 가진 외교 역량과 네트워크가 한반도 평화와 경제문제까지 해결하는 데 활용될 것이다. →야당과의 소통 방안으로 연정, 특히 자유한국당과 연정이 가능할까. -연정 대상이 될 수 없다. 연정이란 건 공동의 정책 목표와 가치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 장관 자리를 나눠 먹는 게 연정이 아니다. 최근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의 환경부 장관 입각설 파동처럼 청와대가 나서면 야당 분열 프레임에 빠지기 때문에 당이 주도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되고 당·청 간 긴밀한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주장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입장은. -국회가 일은 안 하고 자기들 밥그릇 문제만 계속 논의하면 국민이 국회를 외면하게 된다. 따라서 야당과 논의를 하는 대신 병행적으로 개혁입법 처리를 위해 식물국회의 원인인 국회선진화법 개정까지 같이 다뤄야 한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엔 바른미래당의 합리적인 분들도 동의하지 않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입장은. -보완해야 한다. 임금 인상만으로 소득이 생기는 게 아니다. 그래서 집 얘기를 하는 거다. 지출 비용을 줄이면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데 지출 비용의 핵심은 주거비다. 당대표가 되면 우리나라 주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 →친문을 넘어 ‘신문’(새로운 친문)을 주장한 건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권리당원을 의식한 건가. -선거용이 아니다. 지난 대선 전까지는 문 대통령에 대해 잘 몰랐지만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으면서 애정이 생겼다. 문 대통령같이 훌륭한 분을 우리가 잘 뒷받침해서 나라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다. →좀 뻣뻣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내가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그런 시각이 있는 것 같다. 특사로 러시아 갔을 때 나보다 큰 사람을 처음 만나보고 ‘아 이런 기분이겠구나’라고 처음 느꼈다. 요즘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폴더인사’를 하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낡은 금융 기득권 깬다…文 규제혁신 1호는 ‘인터넷은행 활성화’

    낡은 금융 기득권 깬다…文 규제혁신 1호는 ‘인터넷은행 활성화’

    文 “英 붉은깃발법으로 마차업자 보호 결국 독일·미국에 자동차 산업 뒤처져” 일각 “기존 금융기업들에 경종 울릴 것” 여야 16일부터 은산분리 관련 법안 논의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은산 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관련 규제 개선에 속도가 붙게 됐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찌감치 은산 분리 규정을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추진해 왔다. 애초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준비 부족으로 취소했던 규제혁신점검회의에서 은산 분리 완화 문제를 핵심 안건으로 올려 논의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혁신 현장 방문은 지난달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방안 발표 행사 참석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지만 문 대통령이 추진하고자 했던 규제혁신 1호 안건은 인터넷 전문은행 은산 분리 규제 완화였던 셈이다. 가장 풀기 어려운 규제부터 혁신해 다른 산업의 규제 혁신 노력을 끌어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이날 문 대통령은 자동차가 마차보다 빨리 달리지 못하도록 붉은 깃발을 흔들어 속도를 제한한 19세기 말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규제가 산업의 발목을 잡은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문 대통령은 “마차 업자들을 보호하려고 이 법을 만들었는데, 결국 영국이 시작한 자동차 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고 말았다. 규제 때문이었다”며 과감한 혁신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규제 혁신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동력을 창출하려고 한다. 이날 연설에서도 “혁신기술과 자본을 가진 IT 기업의 인터넷 전문은행 참여는 연구개발(R&D)과 핀테크 등 연관 산업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기존 금융기업과 경쟁시켜 금융산업을 혁신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 금융산업의 시장구조는 기존의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굳어져 왔고, 이미 시장에 진입한 금융회사들은 경쟁과 혁신 없이도 과점적 이익을 누렸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의 활성화는 금융권 전체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기존 금융기업들에 경종을 울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금융감독기관은 금융권이 자칫 기득권과 낡은 관행에 사로잡히는 일이 없도록 금융혁신과 경쟁 촉진 노력에 박차를 가해 달라”고도 촉구했다. 정치권에서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관심이다. 당장 여야는 오는 16일부터 열리는 8월 임시국회에서 은산 분리 관련 법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은산 분리 원칙은 지켜져야 하지만 인터넷 은행이 처한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며 “인터넷 은행에 한해 은산 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은산 분리 규제를 대폭 허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인터넷 뱅크에 한해 은산 분리 규제를 완화하고 기존 규제는 그대로 놔두는 식으로 간다면 혁신 성장은 어렵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 정책이 문 대통령의 금산 분리 공약 파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규제 강화 등 금산 분리의 원칙을 준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금산 분리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해 누구든 못 들어가게 만들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