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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성진 칼럼] 검찰 개혁의 요체는 탈정치

    [손성진 칼럼] 검찰 개혁의 요체는 탈정치

    수십년 동안 몸집을 불려 온 검찰 권력은 무소불위, 공룡 검찰이란 통제 불능의 지경에 이르렀다. 권력의 비대화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한다. 괴물이 된 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어떻게 억압했는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아무런 통제 장치가 없는 권력은 더욱 위험하다. 정치권력은 유권자의 참정권을 통한 제어가 가능하다지만 검찰에는 그런 제어장치가 거의 없다. 사법부는 결국 검찰과 한 뿌리, 한통속이고 입법부도 검찰을 뜻대로 변화시킬 수 없는 현실이다. 행정부는 검찰을 통제하기는커녕 통치 수단으로 이용했고 그러면서 정권을 비호하는 맹수로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부인하기는 어렵고 현재 검찰 외에는 개혁에 반대하는 집단도 없다. 역대 정권들은 검찰 개혁을 외면하지는 않았지만 성공한 적이 없다. 실패한 이유는 자명하다. 정치적 보복과 정권의 유지· 재창출을 위해 검찰만큼 유용한 수단도 없다는 사실도 알았기 때문이다. 말 잘 듣는 검찰에 채찍을 가할 필요가 없었고 도리어 사탕을 내어 주며 권력의 단맛에 빠지도록 했다. 임기의 절반을 보낸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검찰 개혁에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이런 맥락과 어긋나지 않는다. 검찰의 저항이 심했겠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문 정부도 검찰을 적폐 수사의 본산으로 삼아 활용했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검찰권 남용과 인권 침해 사례가 발생했다. 적폐 수사를 충실하게 실행한 검찰에 개혁이란 압력을 행사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와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경쟁하듯 검찰 개혁안을 내놓고 있다. 그렇게 갈구했던 개혁이 일순간에 이뤄지는 모양새다. 이렇게 쉬운 개혁을 왜 진작에 하지 못했던가. 변죽만 울린다고 비판하기에 앞서 경쟁적 개혁 공세는 시대적 과제인 개혁 자체를 조국 임명을 둘러싼 정쟁 속에서 정치도구화해 버린 것이 문제다. 검찰 개혁을 조국 가족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속전속결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윤석열의 개혁은 정치적 공격에 대한 자기방어적 개혁으로 보인다. 개혁을 거부하는 검찰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한편 외부의 개혁 압력이 진행 중인 수사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선제적 조치인 것이다. 검찰권의 비대화는 병세가 짙은 만큼 깊은 진단과 숙의 과정이 요구된다. 취임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장관이, 또 총장이 각각 독자적으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급조해서 발표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서 국민의 뜻과 각계각층의 중지를 모아 완벽한 개혁안을 모색해야 마땅하다. 정치적 목적에서 즉흥적으로 추진된 개혁은 언젠가 또 다른 정치적 목적에 의해 쉽게 과거로 되돌려질 수 있다. 조국의 개혁은 그런 점에서 시기적으로, 방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발표된 개혁안들은 특수부 축소와 잘못된 수사 관행 개선에 관한 것들이다. 법률의 제·개정과 기관 권한 조정이 필요하지 않는, 내부 규정을 만들고 고침으로써도 가능하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같은 핵심적인 문제는 여전히 난관이 많다. 발표된 개혁안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본질적 문제는 아니다. 검찰 개혁의 요체는 정치적 중립, 탈정치화다. 검찰을 괴물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정치다. 괴물이 된 검찰을 정상적으로 돌려놓으려면 정치에서 해방해 줘야 한다. 특수부를 축소하고 해체하는 것만으로 검찰 개혁이 완성될 것이라고 본다면 오산 중의 오산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검찰을 이용하려 든다면 형사부 검찰인들 동원하지 못하겠는가. 대검 중앙수사부를 없앴어도 그 역할을 특수부가 이어받아 했듯이 정치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형사부를 특수부 대행으로 활용하지 못할 것도 없다. 어차피 같은 검찰이다. 검찰은 중립을 지켜야 하고 중립을 지키도록 정치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검찰 개혁을 달성하는 길이다. 조국 가족 수사에 대해서도 청와대, 정치권, 검찰, 또한 국민이 취해야 할 생각이다. 검찰은 오직 법률과 수사의 정도를 따르고 지키며 공정하게 수사하면 된다. 그것이 곧 개혁이다. 정치에 휘말리지 않는 검찰권은 강해도 무서운 존재가 아니며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 무턱댄 검찰권의 축소는 비리를 웃음 짓게 한다. 특수부 축소에 우리 사회 곳곳에 숨은 거악들은 속으로 손뼉을 치고 있을 것이다. sonsj@seoul.co.kr
  • 신청 복잡하다는 근로자, 혜택 몰랐다는 소상공인, 가격마저 아쉬운 상품들

    신청 복잡하다는 근로자, 혜택 몰랐다는 소상공인, 가격마저 아쉬운 상품들

    #“회사에 신청해 달라고 말을 꺼내기가 힘들어요. 누군가는 도맡아서 절차를 진행해 줘야 하는데 작은 회사일수록 눈치가 보이죠. 차라리 정부에서 신청 독려 홍보문이라도 보내주면 어떨까요.”(중소기업 근로자 송모씨) #“소상공인도 가입할 수 있다는 걸 정작 당사자들은 몰라요. 서비스 이름에도 ‘중소기업’만 들어가니까 장사하는 사람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여기고 넘어가죠.”(소상공인 박모씨)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복지를 대기업 수준으로 올리겠다며 중소벤처기업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야심 차게 시작한 ‘중소기업 복지플랫폼’을 둘러싸고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홍보 부족에 복잡한 가입 절차가 겹쳐 플랫폼을 이용 중인 근로자가 적고, ‘최저가 혜택’이라는 당초 설명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내 상품가격도 시장가격과 큰 차이가 없는 탓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안모(31·여)씨는 8일 “무료 서비스인 점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지금 상태를 유지한다면 가입자나 이용자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오픈한 ‘중소기업 복지플랫폼’은 중기부·대한상의와 제휴를 맺은 기업들이 각종 상품을 최저가로 판매하는 것을 기본 구조로 한다. 근로자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휴양·여행 상품(패키지 여행·호텔 예약 등)을 비롯해 취미·자기계발, 건강관리, 생활, 상품몰 등 크게 5개 분야로 나눠 19개 기업이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19개 기업 중에는 하나투어, 아고다, CJ CGV, 시원스쿨 등 각 분야의 유명 업체들이 포함돼 가입자들의 큰 기대를 받기도 했다. 중기부는 플랫폼 개시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다양한 복지상품을 중소기업 임직원에게 시장 최저가 혹은 보다 할인된 금액으로 제공한다. 중소기업 임직원, 소상공인이라면 별도의 가입비나 이용료도 없다”고 서비스를 소개했다. 그러나 이날까지도 가입 기업은 3400곳, 서비스를 누리는 중소기업 임직원은 3만 5000명 정도다. 중기부와 대한상의는 올해 목표치(기업 1000곳)를 이미 넘어섰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전체 중소기업이 360만개, 임직원이 167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중소기업 복지플랫폼’을 대부분 근로자가 누리고 있다고 보기엔 크게 부족하다. 앞서 대한상의가 중소기업 복지플랫폼 개시 일주일 만에 2500여개 업체가 가입 신청을 마쳤다고 발표한 것에 비춰보면 기업의 신청 열기도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중소기업 플랫폼이 외면받는 이유 중 하나는 서비스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게 가장 크다. 중기 근로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간혹 ‘가입 후기’가 올라오지만 댓글의 대부분은 플랫폼에 대해 소개받은 적이 없어 아쉽다는 지적으로 채워져 있다. 대전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모(33)씨는 “서비스 첫날 ‘중소기업 복지플랫폼’이 검색어 상위에 잠깐 올라 있던 것이 기억나 회사에 문의를 했는데 복지 담당자를 비롯해 ‘그게 뭐냐’는 반응이 나왔다”며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플랫폼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 관계자는 “비교적 오픈 초기여서 별도로 문자메시지(SMS)를 보낸다거나 관련 단체와 함께 홍보 활동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기존 신청자에 대한 승인 작업과 시스템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홍보작업도 내년부터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복잡한 가입 신청 절차도 가입률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한다. 현재 중소기업 복지플랫폼은 기업의 대표자 또는 복지 관련 담당자가 대표로 신청을 한 뒤, 소속 임직원에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일괄 부여하는 이른바 기업 단위의 가입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운용 중인 청년복지포인트 사업이나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등이 개별 신청(근로자 단위)하도록 설계된 것과는 다른 셈이다.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기업 임원을 먼저 설득해야 하는 또 다른 부담감을 느끼는 실정이다. 신청할 때 세무대리인에게 요청하거나 회사가 직접 회계프로그램을 이용해 신고할 때와 같은 ‘전자신고파일’을 만든 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확인서를 발급받도록 한 점도 까다로운 점으로 꼽힌다. 근로자 단위 신청 사업들을 보면 사업자등록증과 재직증명서 등 비교적 발급이 쉬운 서류로 신청이 가능하다. 복지담당자가 사업자등록증과 중소기업확인서를 등록한 뒤 부여받은 아이디를 통해 관리자 페이지에 접속해 임직원 정보를 입력하고, 개별 아이디를 발급받기까지 대략 1주일가량 소요된다. 소상공인 역시 같은 절차를 거쳐 소상공인 확인서를 발급받아야만 가입이 가능하다. 중기부 측은 “근로자 단위로 신청을 받으면 근로자가 재직하고 있는지를 분기별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기업이 대표로 인증을 받고 소속 직원 모두에게 아이디를 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미 가입을 마친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복지플랫폼이 내놓는 상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이 나온다. 특히 플랫폼 개시 때부터 중기부와 대한상의가 ‘시장 최저가’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비싼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 가령 서울의 L호텔에 대한 하루 숙박비용(10월 21일 기준)을 복지플랫폼에서는 25만 3000원을 제시했는데, 이는 시중의 호텔 예약 애플리케이션에서 예약할 수 있는 금액(25만 2000원~25만 4000원)과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서울의 G호텔의 경우 복지플랫폼 가격(16만 141원)보다 더 낮은 가격(14만 5470원)을 제시하는 여행사이트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테마파크, 공연장, 레스토랑 입장권 판매가도 소셜커머스가 취급하는 것과 큰 차별점을 갖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 내 테마파크의 입장료를 복지플랫폼에서는 6500원에 판매했지만, 또 다른 인터넷 공동 구매사이트에서는 6000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서울 강북구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모(27)씨는 “요즘 소비자들은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최저가를 바로 파악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실제 접속자는 더 줄어들 것”이라며 “현재 ‘중소기업 복지플랫폼’에는 가격을 한번 확인하는 수준에서 접속하고 있어 복지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 밖에 취미·자기계발, 건강관리, 생활 분야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적어 다양한 복지혜택을 누리기에는 힘든 상황이다. 특히 근로자들의 수요가 많은 전문교육 파트에서는 시원스쿨 1곳이 제휴를 맺은 상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달 중 밀리의 서재(전자책), 대명리조트 등 신규 제휴업체들의 서비스도 시작될 예정”이라면서 “연내에 3~4개 업체가 추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중 밀리의 서재는 일반가격보다 10~26% 할인된 5만 3730원(6개월 구독권), 9만 4050원(12개월 구독권) 상품을 내걸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당초 중기부와 대한상의는 복지플랫폼 오픈을 8월 말로 예고했다가 시스템 점검을 이유로 9월 중순에야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일 처리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중소기업 근로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필요한 상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가입을 독려하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1인당 법정외복지비용은 300인 이상 기업이 한 달에 31만 9800원, 300인 미만 기업은 13만 7400원으로 중소기업 복지비용이 대기업의 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투표권 없는 이주민 242만명… 정치로 다문화 인권 품어야

    투표권 없는 이주민 242만명… 정치로 다문화 인권 품어야

    [2019 이주민 리포트-코리안드림의 배신] <6·끝> ‘선거 공학’에 외면당하다국내 이주민(이주노동자·결혼이주여성·이주아동)은 규모나 역할로 볼 때 우리 사회의 중요한 한 축이 됐다. 하지만 이들을 대변해 줄 세력은 국회에도, 거대 노조에도 없다. ‘표’가 되지 않아서다. 이주민을 위한 버팀목이 마련되지 않는 사이 그들을 공격하는 혐오 표현이나 범죄는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42만명의 국내 이주민이 겪는 문제를 심층 취재한 서울신문의 ‘2019 이주민 리포트: 코리안드림의 배신’은 오늘 6회로 연재를 마친다. 마지막 회에서는 이주민과 함께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나 시스템을 이민·노동정책 전문가, 현장 활동가 등의 조언을 받아 정리했다. 이들은 “가장 큰 문제는 정치”라고 입을 모았다. 귀화한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을 비례대표로 공천하는 등 이주민을 정치 안으로 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살면서 철이 들고 세상 물정을 배워 온 한국 사람들과 달리 외국인들은 몸만 어른이다 뿐이지…(중략) 한국 사람과 비슷한 인식과 수준이 되기까지 한 3년이 걸린다는 거죠.” 무소속 이언주 국회의원이 지난 1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이언주티비’에서 이주노동자를 두고 한 말이다.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주장일 수 있지만, 이주민을 얕보는 대중 정치인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회의원 등 기성 정치인들이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의 인권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건 ‘선거 공학’ 탓이다.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고 한국에 체류 중인 이주민은 242만명. 대전·광주·울산 등 웬만한 광역시 인구보다 많다. 만약 이들 모두가 투표권을 가지고, 한 지역에 모여 산다면 선출 가능한 국회의원은 최소 9명에서 최대 19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는 무의미한 상상이다. 현실에서는 투표권이 없는 데다 사회적 영향력조차 미미해 이주민의 말에 귀 기울일 정치인은 별로 없다.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주민 관련 법안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16~20대 국회(2000년~현재)에서 발의된 이주민 관련 법안 172건 가운데 26.7%(46건)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이주민 관련 법안 중 4건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역대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들은 다문화가족지원법 일부개정안, 외국인근로자고용법 일부개정안 등으로 대부분 기존 법을 손질하는 수준이지 이주민의 인권과 노동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법안은 없다. 오히려 최근에는 이주민 차별을 부추기는 반인권 법안이 나오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차등 지급 법안이 5건이나 발의됐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6월 “우리나라에 기여한 것 없는 외국인들에게 똑같이 임금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발언한 것과 같은 맥락의 법안들이다. 한국당 소속 엄용수, 송석준, 박대출, 이만희, 김학용 의원이 비슷한 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국적에 따른 임금 차별은 근로기준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인데도 황 대표와 이 의원들은 ‘이주민 때리기’로 정치적 이득을 노린 셈이다. 이주민 지원단체인 ‘이주공동행동’ 측은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이 일하지 않는 최하층 3D 업종에서 일하며 한국 경제를 지탱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주민을 보는 정치인의 속내는 말실수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정헌율(민주평화당 소속) 전북 익산시장은 지난 5월 다문화가족 운동회 행사에서 이주아동을 ‘잡종’으로 표현하며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지난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베트남 정부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을 많이 하는데, 다른 (국가) 여성들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아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세금도 내지 않는 이주민에게 왜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하느냐”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비자를 받고 들어와 국내 공장, 농장 등에서 일해 월급을 받는 외국인도 소득세를 낸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도 연말 소득 신고에서 외국인 55만 8000명이 근로소득세 7707억원을 냈고, 외국인 일용근로자 49만 9000명은 700억원을 냈다. 박경태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프랑스에서는 신자유주의의 폐해 탓에 구조조정을 당하는 등 피해를 보는 시민들이 생기자 이 중 일부가 억울함을 사회 소수자인 이민자에게 돌렸다”며 “극우 정치인은 이를 악용해 표심을 잡으려 했는데, 한국에서 비슷한 흐름이 최근 보인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정치권에서 이주민을 대표할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012년 총선 당시 필리핀 이주여성 이자스민(42)이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15번으로 공천돼 당선된 건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재선에 나서지 못했고, 이후 이주민 국회의원은 맥이 끊겼다. 지방의회에서도 2010년 헌정 사상 최초로 몽골 출신 귀화여성 이라(42)가 한나라당 소속 비례대표로 경기도의회에 입성했으나, 이후 더 많은 이주민 의원은 배출되지 않았다. 이주민의 자녀가 정치 요직을 차지한 선진국 사례는 먼 얘기다. 프랑스 총리를 지낸 마뉘엘 발스와 첫 여성 파리시장을 역임한 안 이달고는 스페인 이주민 가정 출신이다. 독일에서는 베트남 전쟁고아 출신 입양아 필리프 뢰슬러가 자유민주당 대표 겸 부총리를 지냈다. 국내 정당들도 이주민의 정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은 알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주민과 그 가족의 수를 고려할 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집단”이라면서 “내년부터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정치 아카데미를 개설해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주민 인권을 다루는 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당은 비례대표제 폐지를 지지하는 상황이라 이주민 비례대표 공천 등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주민 인구가 240만명이 넘고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다문화 인구가 1000만명에 육박하는 한국은 이미 경제·사회 모두 ‘멜팅포트 사회’(여러 인종이 융화돼 사는 용광로 같은 사회)로 가고 있다”며 “이들의 목소리가 억눌리면 장기적으로는 집단 저항으로 터져 심각한 사회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위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신문과 베트남 국영통신 VNA가 공동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 투표권 없는 이주민 242만명… 정치로 다문화 인권 품어야

    투표권 없는 이주민 242만명… 정치로 다문화 인권 품어야

    이주민과 함께 사는 사회로 국내 이주민(이주노동자·결혼이주여성·이주아동)은 규모나 역할로 볼 때 우리 사회의 중요한 한 축이 됐다. 하지만 이들을 대변해 줄 세력은 국회에도, 거대 노조에도 없다. ‘표’가 되지 않아서다. 이주민을 위한 버팀목이 마련되지 않는 사이 그들을 공격하는 혐오 표현이나 범죄는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42만명의 국내 이주민이 겪는 문제를 심층 취재한 서울신문의 ‘2019 이주민 리포트: 코리안드림의 배신’은 오늘 6회로 연재를 마친다. 마지막 회에서는 이주민과 함께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나 시스템을 이민·노동정책 전문가, 현장 활동가 등의 조언을 받아 정리했다. 이들은 “가장 큰 문제는 정치”라고 입을 모았다. 귀화한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을 비례대표로 공천하는 등 이주민을 정치 안으로 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국내에서 살면서 철이 들고 세상 물정을 배워 온 한국 사람들과 달리 외국인들은 몸만 어른이다 뿐이지…(중략) 한국 사람과 비슷한 인식과 수준이 되기까지 한 3년이 걸린다는 거죠.” 무소속 이언주 국회의원이 지난 1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이언주티비’에서 이주노동자를 두고 한 말이다.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주장일 수 있지만, 이주민을 얕보는 대중 정치인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회의원 등 기성 정치인들이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의 인권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건 ‘선거 공학’ 탓이다.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고 한국에 체류 중인 이주민은 242만명. 대전·광주·울산 등 웬만한 광역시 인구보다 많다. 만약 이들 모두가 투표권을 가지고, 한 지역에 모여 산다면 선출 가능한 국회의원은 최소 9명에서 최대 19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는 무의미한 상상이다. 현실에서는 투표권이 없는 데다 사회적 영향력조차 미미해 이주민의 말에 귀 기울일 정치인은 별로 없다.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주민 관련 법안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16~20대 국회(2000년~현재)에서 발의된 이주민 관련 법안 172건 가운데 26.7%(46건)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이주민 관련 법안 중 4건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역대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들은 다문화가족지원법 일부개정안, 외국인근로자고용법 일부개정안 등으로 대부분 기존 법을 손질하는 수준이지 이주민의 인권과 노동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법안은 없다. 오히려 최근에는 이주민 차별을 부추기는 반인권 법안이 나오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차등 지급 법안이 5건이나 발의됐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6월 “우리나라에 기여한 것 없는 외국인들에게 똑같이 임금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발언한 것과 같은 맥락의 법안들이다. 한국당 소속 엄용수, 송석준, 박대출, 이만희, 김학용 의원이 비슷한 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국적에 따른 임금 차별은 근로기준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인데도 황 대표와 이 의원들은 ‘이주민 때리기’로 정치적 이득을 노린 셈이다. 이주민 지원단체인 ‘이주공동행동’ 측은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이 일하지 않는 최하층 3D 업종에서 일하며 한국 경제를 지탱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주민을 보는 정치인의 속내는 말실수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정헌율(민주평화당 소속) 전북 익산시장은 지난 5월 다문화가족 운동회 행사에서 이주아동을 ‘잡종’으로 표현하며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프랑스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지난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베트남 정부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을 많이 하는데, 다른 (국가) 여성들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아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세금도 내지 않는 이주민에게 왜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하느냐”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비자를 받고 들어와 국내 공장, 농장 등에서 일해 월급을 받는 외국인도 소득세를 낸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도 연말 소득 신고에서 외국인 55만 8000명이 근로소득세 7707억원을 냈고, 외국인 일용근로자 49만 9000명은 700억원을 냈다. 박경태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프랑스에서는 신자유주의의 폐해 탓에 구조조정을 당하는 등 피해를 보는 시민들이 생기자 이 중 일부가 억울함을 사회 소수자인 이민자에게 돌렸다”며 “극우 정치인은 이를 악용해 표심을 잡으려 했는데, 한국에서 비슷한 흐름이 최근 보인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정치권에서 이주민을 대표할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012년 총선 당시 필리핀 이주여성 이자스민(42)이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15번으로 공천돼 당선된 건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재선에 나서지 못했고, 이후 이주민 국회의원은 맥이 끊겼다. 지방의회에서도 2010년 헌정 사상 최초로 몽골 출신 귀화여성 이라(42)가 한나라당 소속 비례대표로 경기도의회에 입성했으나, 이후 더 많은 이주민 의원은 배출되지 않았다. 이주민의 자녀가 정치 요직을 차지한 선진국 사례는 먼 얘기다. 프랑스 총리를 지낸 마뉘엘 발스와 첫 여성 파리시장을 역임한 안 이달고는 스페인 이주민 가정 출신이다. 독일에서는 베트남 전쟁고아 출신 입양아 필리프 뢰슬러가 자유민주당 대표 겸 부총리를 지냈다. 국내 정당들도 이주민의 정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은 알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주민과 그 가족의 수를 고려할 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집단”이라면서 “내년부터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정치 아카데미를 개설해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주민 인권을 다루는 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당은 비례대표제 폐지를 지지하는 상황이라 이주민 비례대표 공천 등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주민 인구가 240만명이 넘고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다문화 인구가 1000만명에 육박하는 한국은 이미 경제·사회 모두 ‘멜팅포트 사회’(여러 인종이 융화돼 사는 용광로 같은 사회)로 가고 있다”며 “이들의 목소리가 억눌리면 장기적으로는 집단 저항으로 터져 심각한 사회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위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신문과 베트남 국영통신 VNA가 공동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 유승민 “조국일가 비호하는 홍위병 집회, 대통령이 선동”

    유승민 “조국일가 비호하는 홍위병 집회, 대통령이 선동”

    오신환 “조국 검찰개혁? 도둑이 도둑잡는 꼴”“국정농단 당시 촛불과 서초동 촛불 달라”“범죄 피의자 비호 위해 동원되고 있을 뿐”유승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고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서초동 집회의 손을 들어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서초동 집회는 조국 일가의 비리를 비호하는 홍위병 집회”라면서 “국론분열이 아니라고 하면서 대통령이 국론분열에 앞장서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유 대표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초동 광장의 파시즘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헌법가치를 파괴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전날 검찰개혁과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 등을 둘러싸고 열리는 대규모 집회에 대해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로,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대의정치가 충분히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 때 국민이 직접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 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서초동의 소위 ‘조국수호 집회’를 긍정하고, 더 나아가 조국 일가의 불법 부정과 비리, 반칙과 위선을 비호하는 홍위병들의 집회를 대통령이 나서서 선동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대표는 “‘폭정’의 저자 티머시 스나이더는 ‘탈진실은 파시즘의 전 단계’라고 했다”면서 “조국(장관)을 파면하고 조국 일가를 법대로 처리하면 끝날 일을, 대통령은 ‘밀리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진실을 외면하고 국민 편가르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지도자이기를 포기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말”이라고 일갈했다. 유 대표는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약속했던 취임식 때의 문 대통령은 어디로 사라졌나. 국민통합은 포기했나”라고 반문했다. 유 대표는 “대한민국이 두 개의 광장으로 쪼개져 있다”면서 “경제와 안보는 폭풍 속으로 치닫고 있는데 광장의 갈등과 대립은 가슴 아픈 분열”이라고 답답해했다. 같은 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족의 사모펀드 투기, 입시부정 의혹 등이 불거진 조 장관이 이끄는 검찰개혁에 대해 비판했다. 오 원내대표는 “조 장관이 검찰 개혁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도둑이 도둑을 잡으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면서 “분노한 국민들이 거리로 나오게 된 것은 여야를 막론한 모든 정치권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서초동 집회에 대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게이트로 인해 열린 촛불집회와는 다르다고 일갈했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2016년 국정농단 당시 전국에서 타오른 촛불과 서초동 촛불은 근본이 다르다”면서 “지금의 촛불은 범죄 피의자를 비호하기 위해 (집권 세력이) 동원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이 악문 케빈 나, 첫 우승 거둔 곳서 행복한 눈물

    8년 → 7년 → 10개월… 우승 시계 빨라져 첫 우승까지는 8년, 두 번째는 7년, 3승째는 10개월, 그리고 4승은 5개월 만에. 한국계 미국인 케빈 나(36·나상욱)의 우승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나상욱은 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서멀린TPC(파71)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최종일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파를 지켜 보기를 적어낸 패트릭 캔틀레이(미국)를 따돌리고 우승했다. 투어 통산 4승째로 ‘트리플 보기’를 딛고 일궈낸 승전보다. 2004년 PGA 투어를 뛰기 시작한 나상욱은 8년 만인 2011년 10월 바로 이 대회에서 첫 우승을 신고한 후 2018년 7월 두 번째 우승인 밀리터리 트리뷰트까지 7년이 걸렸다. 그러더니 지난 5월 3승째인 찰스 슈와브까지 10개월로 단축한 데 이어 이번에는 5개월 만에 4승을 거뒀다. 그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어로 “이를 악물고 경기했다. 한국 대회에서 뵙겠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나상욱은 오는 10일부터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한때 3타차 선두를 질주하던 나상욱은 10번홀(파5)에서 ‘트리플 보기’라는 치명적 실수를 했다. 티샷이 숲에 들어가는 바람에 ‘투온’에 실패한 그는 세 번째 샷마저 그린을 넘기면서 네 번째 샷에 공을 그린에 올렸다. 이어 보기 퍼트가 홀을 외면하면서 한꺼번에 3타를 잃었다. 스코어카드에 ‘더블보기’가 있으면 우승하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는 판에 트리플 보기를 저질렀으니, 그야말로 위기였다. 잃은 타수를 금세 복구했지만 16번홀(파5) 두 번째 샷을 물에 빠트리는 바람에 캔틀레이에게 1타차 선두를 내줬다. 승부처는 17번홀(파3). 이번엔 캔틀레이가 티샷을 물에 빠트려 1타를 잃었고, 나상욱도 티샷을 벙커에 빠뜨렸지만 5m짜리 긴 파퍼트를 홀에 떨구며 기어코 공동선두를 되찾았다. 최종합계 23언더파 261타로 캔들레이와 연장에 나선 나상욱은 첫 번째 연장홀에서 버디로 비긴 뒤 두 번째 연장에서 3퍼트 보기로 자멸한 캔들레이를 따돌리고 파를 지켜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靑, 광화문 집회도 檢개혁은 지지 판단… 한국 “文 민의 외면”

    文 “법무부·검찰은 역할 다르지만 한 몸” 검찰 책임지고 스스로 개혁 나서라 촉구 국회에 공수처법·검경수사권 처리 당부 바른미래 “대통령이 대립과 분열의 원흉”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하게 드러냈다.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내놓은 언급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반대 집회(서울 서초동)와 검찰 개혁 지지 집회(서울 광화문)가 팽팽하게 맞선 듯 보이지만 다수 국민 여론은 검찰 개혁 지지에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를 국론 분열이나 혼란으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국회가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때 국민이 직접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해석한 점도 주목된다. 결국 문 대통령의 말을 종합하면 서초동 집회 민심이 다수 국민 여론인 만큼 더욱 강력하게 검찰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조 장관 비판 집회도 결국 검찰 개혁을 얘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가’라는 질문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광화문 집회에 모인 분들은 검찰 개혁 필요성에 반대하는 것인가’라고 되묻고 싶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의 각론과 관련해선 “법무부·검찰은 각자 역할이 다를 수는 있지만, 크게 보면 한 몸이라는 사실을 유념해 달라”며 검찰 스스로 개혁에 나설 것도 촉구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법·제도 부분은 법무부에서, 관행·문화를 바꾸는 건 검찰에서 책임을 갖고 개혁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라며 “역할이 다를 뿐 검찰 개혁이라는 큰 덩어리는 같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국민 목소리는 무시하고 법 개정 없는 검찰 개혁을 요구하며 대의정치를 우습게 보고 있으니 국민이 직접 거리로 나왔을 것이라는 책임감은 들지 않나”라며 “국민이 직접 의사 표현을 하게 만든 것은 민의를 외면하고 있는 문 대통령 본인 때문”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조 장관 때문에 나라가 파탄 직전인데 나 홀로 한가한 대통령”이라며 “위선 조국 일가의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장관에 임명한 문 대통령은 자신이 대립과 분열의 원흉이라는 사실을 모르나”라고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한국당 “국민들 직접 의사 표출, 문 대통령 본인 때문”

    한국당 “국민들 직접 의사 표출, 문 대통령 본인 때문”

    문 대통령 “국민 목소리 엄중하게 들었다” 메시지에 논평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최근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고 말한 데 대해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듣긴 한 건가”라고 비판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이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지만 광화문 앞길을 가득 메운 국민의 행동을, ‘조국 파면’이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보고 듣기는 한 것인가 의문”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대의 정치가 충분히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 때 국민들이 직접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표출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대변인은 “국민들이 직접 의사표현을 하게 만든 것은 민의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문 대통령 본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은 ‘검찰 개혁’을 할 자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하나로 모아지고 있는 국민의 뜻은 ‘검찰 개혁’이 아니라 ‘조국 파면’이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조국 장관이) 수많은 범죄에 연관돼 있음에도 법무부 장관이라는 직책과 검찰 개혁이라는 수단으로 가족을 비호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법 개정 없는 검찰 개혁을 요구하며 대의정치를 우습게 보고 있으니 국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왔을 거라는 책임감은 들지 않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말로만 정의와 공정, 촛불을 운운하며, 국회 탓으로 모든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대통령부터 본인이 해야 할 일을 하길 바란다”면서 “지금 조국을 파면하고 대한민국을 정상화 시킬 책임이 있는 사람은 바로 문 대통령 본인이라는 점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중흥건설 임차인들 “분양 전환 약속 빨리 지켜라” 분통 터뜨려

    중흥건설 임차인들 “분양 전환 약속 빨리 지켜라” 분통 터뜨려

    “임차인을 우롱하는 중흥기업 각성하라”, “악덕기업 중흥주택 000은 물러나라” 7일 오전 10시 차가운 바람과 함께 이슬비가 내리는 순천시청 정문 앞에 중흥건설 입주민 150여명이 회사를 규탄하는 항의 집회를 열었다. 건설사의 부도덕성을 강조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남 순천시 해룡면 중흥S-클래스 신대5차 임차인들. 이들은 “중흥건설이 수년 동안 임대아파트 분양전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하루속히 분양 일정을 공개하고, 협상 장소로 나오라”고 촉구했다. 주민들은 2014년 5월 입주했다. 중흥주택이 80㎡, 94㎡, 112㎡ 등 3가지 모델로 30층 높이로 지었다. 현재 1488여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당초 ‘2년 6개월 후 분양전환 가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일반적인 분양전환 시기인 ‘5년 거주 후’의 절반을 줄여 입주자를 모집한 것이다. 짧은 기간에 분양아파트보다 낮은 가격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로 인근 여수산단·광양산단 등을 일터로 하는 무주택자들이 몰렸다. 회사측은 입주 당시 임차인들에게 ‘2년 6개월 후 분양가능’ 이라는 개별 통지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2년 6개월이 훌쩍 지난데 이어 5년 기간이 만료됐는데도 이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5년이 경과됐는데도 분양 전환에 대한 어떠한 답변도 없고, 임차인들의 줄기찬 요구에도 협상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중흥건설이 자신들과 협의를 마쳐야 분양전환을 할 수 있다는 말을 하면서도 대화 자체를 거부해왔다”고 주장했다. 입주민들은 2017년 초부터 분양전환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주민 서명을 받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1000여 세대 넘게 동의한 상태다. 추진위는 올해에도 2차례 공문과 민원 등을 꾸준히 제기했다. 순천시도 5차례 공문을 보내고, 직접 회사 방문을 통해 분양전환을 요구해왔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배호 분양전환추진위원장은 “우리는 커다란 요구를 하지 않는다. 입주민 대다수가 동의하고 요구한 분양 약속을 지켜주라고 하는 것 뿐이다”며 “회사측은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등 힘 없는 서민이라고 무시만 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에대해 중흥건설 관계자는 “분양 전환은 5년이 끝나고 이후 6개월까지가 기간으로 이 시기가 지나서 개별적으로 신청하면 주택법상 무조건 분양하도록 돼 있다”며 “분양 가격이 정해져 있고, 지금까지 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임대 보증금을 한번도 올리지 않았는데 나쁘게만 말하면 우리가 오히려 더 억울한 면이 많아진다”면서 “법정기한인 6개월이 지나기 전까지 매듭지을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나경원 “서초동 촛불집회는 관제데모 넘어선 황제데모”

    나경원 “서초동 촛불집회는 관제데모 넘어선 황제데모”

    “박원순, 광화문집회 외면…서초동엔 화장실 수십개 설치”“정경심 조서열람, 검찰이 조사하는 게 아닌 검찰을 조사”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7일 ‘서초동 촛불집회’에 대해 “관제 데모를 넘어선 황제 데모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영방송이 광화문 집회에는 심드렁하더니 서초동에는 헬기를 띄우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화문에는 화장실을 설치해주지 않고, 서초동에는 수십 개나 설치했다”고 주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찬비를 맞아가며 청와대 앞에서 진실 규명을 외치지만 어차피 문재인 정권에게 이들은 국민이 아닌 것 같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은 광화문 집회를 동원 집회로 깎아내렸는데, 국민 속이기, 언론 속이기의 달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당은 민심의 강한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내란 선동을 운운하고 있지만, 대놓고 검찰을 겁박하고 수사를 방해하는 이 정권, 집권 세력이야말로 내란 음모와 체제 전복(을 꾀하는) 세력”이라고 말했다. 또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5일 검찰에 출석해 대부분 시간을 조서를 열람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 “검찰이 피의자를 조사하는 것인지 피의자가 검찰을 조사하는 것인지 혼동된다”면서 “검찰 전체를 갖고 노는 수준의 사법 농락이 계속된다면 결국 역대 최대의 특검만이 답”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특검 여부에 대해 “정경심 교수에 대한 영장 청구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조국 게이트는 범죄 혐의 수준을 넘어 정권을 돈벌이에 활용하고 있는 정황까지 보이는 정권 게이트 수준으로 보이는 만큼 국정조사를 통해 국회가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것에 대해서는 “운전자, 촉진자, 중재자는 다 어디 갔는가. 실질적 비핵화 조치 없이는 어떤 협상도 불가하다는 것을 미국과 우리나라, 북한은 똑똑히 알아야 한다”면서 “졸속 협상은 한반도를 다시 안보 위기로 몰아넣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염전노예’ 호소했지만 노동청도 경찰도 외면… 잃어버린 11년

    ‘염전노예’ 호소했지만 노동청도 경찰도 외면… 잃어버린 11년

    지적장애 3급의 정신장애인인 김상엽(가명·54)씨는 ‘염전노예’였다. 지인의 꾐에 2003년 전남 완도 인근의 한 섬에 들어간 김씨가 그곳을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11년이 흐른 2014년이었다. 김씨는 섬에 갇혀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밤낮없이, 주말 없이 말 그대로 노예처럼 일해야 했다. 염전 주인 A는 김씨에게 매일같이 욕설을 퍼붓고 주먹도 휘둘렀다. 김씨는 경찰은 물론 고용노동청에도 손을 내밀었지만 지옥 같은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결국 ‘신안 염전노예’ 사건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뒤에야 경찰은 허겁지겁 일제단속을 벌여 김씨를 구출했다. A는 근로기준법 위반, 폭행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은 지난 4월 국가의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김씨의 삶에서 사라진 11년이란 세월은 그 누구도 보상해 주지 못했다. 서울신문은 지난 1일 국가배상 소송 법률지원을 맡은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와 함께 김씨를 직접 만났다.-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일하던 공장이 폐업하면서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고 있어요. 까막눈이라 한글도 공부하고 있고요. 그 와중에 가끔 아는 사람들한테 염전에서 또 일해 볼 생각 없냐는 전화가 오기도 하네요. 요즘 사람이 없다면서요.” -염전에서 전화가 온다고요?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면서? “제가 A의 염전에서 일했던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에요. 이번에도 돈을 준다는 말은 따로 없더라고요. 당연히 거절했지만, 가끔 연락이 오곤 해요.” 대법원은 지난 4월 5일 김씨를 비롯한 염전 노예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고용노동청, 피해자가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를 게을리한 경찰 모두에게 이번 사건의 책임이 있다는 취지였다. 특히 김씨는 2심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피해자 가운데 유일하게 법정에 출석해 진술 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털어놓기도 했다. -국가의 잘못이 인정됐습니다. 국가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 어떠셨나요. “좋았죠. 처음(1심)에 졌을 때, 다음에도 못 이기면 죽어야겠다는 생각마저 했어요. 다행히 두 번째(2심)에서 이겼고, 세 번째(3심)까지 남았다고 했을 때 무척 괴로웠지만, 결국 이겨서 매우 기뻤어요.” -법원은 노동청의 잘못을 지적했습니다. 당시 상황이 듣고 싶은데요. “처음 노동청에 갔는데 바로 옆에 A가 앉았어요. 따로 떼어놔 주질 않았더라고요. 근로감독관한테 돈을 못 받았다고 말하니까 옆에서 A가 ‘무슨 돈을 안 주냐’고 바로 말하더라고요. 오히려 ‘돈을 주고 일을 시켰는데 왜 여길 나오게 하느냐’고까지 말하더라고요. 첫 조사가 끝나고선 노동청 주차장 차 안에서 A에게 맞았어요. 왜 말을 똑바로 안 하느냐고.” 실제로 A의 형사 재판 판결문엔 폭행 경위가 상세히 나타나 있다. A는 2011년 6월 22일 목포 고용노동지청 주차장에서 김씨가 원하는 대로 진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말아져 있는 달력으로 김씨의 머리를 때리고, 한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또다시 국자 손잡이로 머리를 때렸다. A는 폭행 혐의를 포함해 준사기, 장애인복지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로 최종 확정됐다. -노동청 두 번째 조사에서도 A는 옆에 앉았나요. “네. 거기서 어떻게 말을 해요. 근로감독관이 저쪽 편인데. 그냥 ‘돈 필요 없다’고만 말했어요. 그랬더니 끝나더라고요. 그대로 섬으로 돌아가 다시 전과 다를 바 없이 일해야 했습니다. 최근 법정에서 당시 근로감독관과 비슷한 사람을 만났는데, 바로 성질이 나서 ‘너 나가’ 하고 뛰쳐나왔습니다.” 노동청은 2차례 조사 끝에 김씨 사건을 내사 종결시켰다. 김씨가 돈이 필요 없다고 하니 근로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김씨가 겨우 용기 내 진실을 말했던 1차 조서는 남아 있지도 않았고, 그나마 기록으로 남은 2차 조서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은 채 진술을 받은 정황이 그대로 드러났다. 당시 감독관은 ‘잘못이 없다’, ‘규정대로 했다’는 취지의 서면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의 염전에는 어떻게 가게 되신 건가요. “원래 경기도 곤지암 부근에 살았어요. 어느 날 지인이 ‘친형이 염전에서 일하는데 가서 일해 보지 않겠느냐’라고 해서 왔어요. 당연히 돈도 준다고 했고요. 섬에 도착했을 땐 이미 새까만 밤이었어요. 그곳에서 만난 A는 ‘잘해 보자’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돈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어요. 임금은 주느냐고 물어보니 ‘돈은 주면 써버리니까 줄 필요가 없다’면서 보관하고 있겠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이후에도 돈 얘기는 안 꺼냈나요. “염전에 도착한 다음날 A와 함께 염전을 둘러봤어요. 그때 다시 돈 얘기를 꺼내니 ‘월급은 일하는 거 봐서 주겠다’고 하더군요. 계약서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섬에 도착하고 하루만 쉬고, 그다음날부턴 바로 노예처럼 일해야만 했습니다.” -염전에선 무슨 일을 하셨나요. “기본적인 염전 일은 당연히 하고, 소를 돌보는 등 농장일도 도와야 했습니다. 낮도 밤도 없었어요. 비가 오면 염전 소금이 묽어지니까 언제든 나가서 탱크를 청소해야 했어요. 심지어 A 가족 집에 가서 집안일도 해야 했습니다.” -거주는 따로 하셨나요. “네, 전 A 가족이랑 따로 살았어요. 산꼭대기에 있는 오래된 기와집에 혼자 지냈어요. 가재도구는 이불, 담요뿐이었어요. 일하고 밥 먹을 때는 산 아래 염전에 있다가, 잠만 자러 산꼭대기로 올라와야 했죠.” -도망칠 생각은 못하셨나요. “당연히 도망가고 싶었죠. 동네 사람들한테 ‘나 빠져나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때마다 A가 쫓아오더라고요. 숨어 있으면 다 찾아내서 잡아가더라고요. 도망치다 걸리니 ‘물에 빠져 뒈져라’고 욕설을 들은 적도 많고요. 아마 주민들이 제가 도망치는 걸 A한테 바로바로 일렀던 거 같아요. 애초에 섬을 나가려면 배를 타야 하는데, 임금을 받지 못하니 뱃삯을 살 돈도 없었어요.” -경찰에 도움을 요청 못 하셨나요. “경찰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가끔 돌아다니면서 확인을 했고, 그때마다 돈을 못 받았고 욕설·폭행도 당했다는 말을 했지만,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불만을 말해 봤자 A한테 바로 얘기가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나중엔 아예 말을 못했습니다. 섬에서 탈출하고 난 한참 뒤에 한 언론사와 같이 섬에 다시 방문했어요. 제가 염전에서 일할 때 근무하던 경찰이 그대로 있더라고요. 아주 욕설을 퍼부어줬습니다.” -동료는 없었는지요. “저보다 먼저 A의 염전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원래 그 지역 출신이라지만, 저랑 마찬가지로 임금은 전혀 받지 못했어요. 매일 술 마시고 약 먹고 하다, 제가 오고 나서 5년 뒤에 세상을 떠났어요. 이젠 이름도 기억이 잘 안 나요. 떠난 사람 얘기해서 뭐해요….” -지금도 염전노예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분명히 있습니다. TV를 보다 보면 염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중에서 돈을 못 받고 노예처럼 일하는 사람이 있으면 바로 느껴져요. 제가 그 생활을 10년 넘게 했으니까 단박에 알죠. 그러나 아무도 그들을 도와주지 않아요. 관심도 없어요.” -기나긴 재판 과정을 모두 마치셨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그냥 일이 하고 싶어요. 정당하게 임금을 받으며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이요.” 글 사진 광주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기초연금 받을 수 있는데 신청안한 빈곤노인 5만명

    기초연금 받을 수 있는데 신청안한 빈곤노인 5만명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도 신청하지 않아 받지 못한 노인이 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는 45만 5000명인데, 이중 기초연금을 받는 인원은 40만5000명으로 4만9000명이 연령, 소득기준을 충족하지만 기초연금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금을 받을 경우 연금액만큼 생계급여에서 공제되어 아무런 혜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가처분 소득이 증가해 기초생활 수급에서 탈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윤 의원은 분석했다. 이렇게 기초연금 수급 권리를 포기한 노인은 2017년 4만2905명에서 2018년 4만7526명, 2019년 4만9232명으로 2017년 보다 14.7%늘었다. 이들뿐 아니라 실제로 기초연금을 신청해서 받는 65세 이상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 40만5천명도 사실상 기초연금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정한 생계급여 기준액보다 모자라는 금액만 보충해서 지원해준다는 보충성 원리에 따라 기초연금을 받으면 생계급여를 받는 기준이 되는 소득인정액이 올라가 기초연금을 받은 액수만큼 생계급여 지원액이 삭감된다. 한편, 연도별 65세 이상 기초생활 수급자의 생계급여액을 보면, 2017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수급자의 경우 2017년12월 1인 가구 26만4670원에서 2019년6월 현재 21만1174원으로 5만3496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2인 가구는 50만9264원에서 44만9530원으로 5만 9734원 감소했다. 윤 의원은 “노후 빈곤 해소를 목적으로 도입된 기초연금제도가 정작 가장 가난한 노인은 외면하고 있다”며 “시급히 제도를 개선해 기초생활 수급 노인들도 기초연금을 온전히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포토] 방통위원장 대놓고 외면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포토] 방통위원장 대놓고 외면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노트북에 방통위원장 사퇴 요구 손팻말을 붙이고 참석해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외면하고 있다. 2019.10.4 연합뉴스
  • [달콤한 사이언스] ‘정치 나랑 상관없어’?...정치가 개인정신건강 악영향 가능성

    [달콤한 사이언스] ‘정치 나랑 상관없어’?...정치가 개인정신건강 악영향 가능성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사람들이 광장으로 나와 촛불을 들면서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많이 탈피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 토요일에도 검찰개혁과 관련해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는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애써 외면하려는 이들도 많다. 과연 국내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사건들이 개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일까. 최근 영국 의학자들이 정치적 사건이 개개인에게 알게 모르게 정신적 타격을 입혀 심각한 정신과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노팅엄대 정신건강연구소, 영국 국민건강보험(NHS) 신탁재단 노팅엄셔병원 연구팀은 국가적 이슈가 되는 정치적 사건이 개인, 특히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 심각한 정신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4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영국의사협회에서 운영하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BMJ 임상사례연구’ 2일자에 실렸다.영국은 2016년 6월 유럽연합(EU) 탈퇴여부를 묻튼 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EU탈퇴가 결정됐다. 연구팀은 국민투표 3주 뒤 정신질환으로 인해 병원에 이송된 40대 남성을 치료 분석했다. 이 남성은 응급요원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을 당시 혼란스러운 말투, 정신적 동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감시하고 죽일 계획을 갖고 있다는 망상, TV와 라디오 토론에 과도한 집착 증상을 보이는 등 전형적인 급성·일과성정신장애(ATPD) 증상을 겪고 있었다. 이 남성은 브렉시트 투표 이후 벌어지는 여러 정치적 사건과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들에 대한 과민반응을 보이고 불면증과 불안증, 강박증으로 인해 가족들의 생활도 어려운 상황이 됐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후 로제라팜이라는 진정제를 투여받고 3주 동안 올라자핀이라는 항정신성약물을 투여받았다. 이 남성은 약물 투여 3주 뒤 완전히 회복돼 입원 5주만에 퇴원해 현재까지 아무런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지 않다고 연구진은 밝혔다.퇴원 후 연구팀은 해당 환자의 병력을 조사한 결과 집안에는 정신병력이 전혀 없었지만 평소 업무에 대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13년 전 남성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쇠약으로 병원을 찾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모하메드 지아 울 학 카트슈 노팅엄대 의대 임상교수는 “평소 걱정이 많고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 자신도 모르게 심각한 스트레스로 다가와 ATPD를 겪을 수 있게 된다”라며 “ATPD는 빠른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수 있지만 방치할 경우 만성적인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우려가 크다”라고 지적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도 “정치적 사건이 상당한 심리적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다”라는 결과가 나왔으며 응답자의 3분의 2가 미국의 미래가 중요한 스트레스 원인이라고 꼽았고 응답자 절반은 기존 정치풍토가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지난 1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연구팀은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BMJ 오픈’에 브렉시트가 어떤 형태로 이뤄지든 과일과 채소 가격이 폭등해 소비가 줄면서 심장병, 뇌졸중 등을 앓는 환자가 늘어나게 되고 장기적으로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광화문 VS 서초동, 여의도가 실종됐다

    광화문 VS 서초동, 여의도가 실종됐다

    한국당 나경원 “광화문 집회, 87년 넥타이 부대 연상하는 외침”민주당 박광온 “서초는 자발적 집회, 광화문은 군중동원 집회” 국회 아닌 광장의 세 대결에 목메는 ‘포퓰리즘 경계하라’ 지적도 경제·안보 등 내년 쉽지 않은데, 국민 분열 자체 우려 목소리도‘조국 반대’를 외친 광화문의 개천절 보수집회와 ‘검찰개혁’을 주장한 서초동의 금요 진보집회가 세 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여의도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원들이 1년 중 가장 중요한 국정감사 및 본회의 기간임에도 광장에 목을 메면서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힘받은 한국당, ‘국정농단·87년 넥타이 부대’ 등 진보측 용어 차용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조국을 물리치십시오. 국민의 명령을 무겁게 받아들이십시오. 이제 문 대통령은 붕당의 지도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썼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는다면 이 싸움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도 했다. 황 대표는 “어제(3일) 우리는 위대한 국민의 숭고한 명령을 들었다. 그것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법치를 농락하고 국정을 농단하는 정권에 대한 국민심판이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때 핵심 구호였던 ‘국정농단’이라는 용어도 썼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당 대책회의에서 “서초동 200만 선동을 판판이 깨부수고 한 줌도 안되는 조국 비호 세력의 기를 눌렀다”며 “민심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이것은 지난 1987년 넥타이 부대를 연상케 하는 정의와 합리를 향한 평범한 시민들의 외침”이라고 했다. 또 나 원내대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검찰 조사에 대해 “왜 정 교수를 긴급체포하지 않고 귀가시켜 공범들과 말맞출 시간을 주나. 한 명의 피의자 때문에 5000만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조 장관이 서울대 교수 시절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행태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판한 구절을 인용한 부분이다.●민주당, 광화문 ‘폭력·동원 집회’ 규정하며 서초 촛불집회와 차별화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일 열린 광화문 보수집회의 인파를 주시했지만 ‘동원집회’ 및 ‘폭력집회’ 등으로 규정하며 소위 ‘순수한 시민들의 모임인 서초동 촛불집회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집회에만 골몰하며 공당이기를 스스로 포기했다”며 “태풍 피해로 수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 정쟁에 몰두하며 자신들 지역구의 태풍 피해를 나 몰라라 했다”고 말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서초동 집회와 어제 광화문 집회를 비교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계속 한국당이 숫자로 비교하니 확연한 차이를 말하겠다”며 “서초동 집회는 깨어있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다. 어제 한국당의 폭력집회는 당의 총동원, 종교단체 등 이질적 집단을 동원해 만든 군중동원집회였다”고 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민생을 외면한 집회에서 막말이 난무했다. 한국당은 어제 국민과 민생을 말할 자격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도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오늘 회의 의제와 다르지만 수십명이 폭력을 휘두르고 성추행과 문화재 훼손도 있었다”며 “폭력을 포함한 불법은 용납돼선 안 된다. 엄정하게 조사하고 법에 따라 처리하라”고 지시했다.●콘크리트 지지층에 매달리는 여야 정쟁, 민생은 어디로 광화문 집회와 서초 촛불집회를 두고 여야가 정쟁을 벌이는 가운데 여의도 국회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대정문질문에 이어 국정감사 역시 소위 ‘조국 대전’ 중이다. 소위 조국 의혹 관련 증인을 채택하는데 합의하지 못해 일반증인이 없이 국감을 진행한 상임위원회가 나왔고 법제사법위, 교육위, 기획재정위 역시 같은 이유로 파행을 겪었다. 하지만 여야 모두 민생을 위해 상대가 먼저 멈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쪽 모두 광장의 목소리를 정쟁에 활용하는 것을 두고 정가에서는 포퓰리즘 경쟁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콘크리트 지지층을 보고 정치를 하면서 정작 많은 중도층의 목소리는 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검찰개혁은 원하지만 조 장관은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문제는 대한민국호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경제분야에서 경기하향세가 두드러지고, 디플레이션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중·러 전투기는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고, 한일 갈등, 지소미아 종료 및 방위비 인상을 둘러싼 한미 갈등의 분출 가능성 등 외교·안보 분야도 녹록치 않다. 한 의원은 “이런 분열은 지속되서는 안 된다.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광화문 집회 깎아내린 민주당…“동원된 군중의 폭력집회”

    광화문 집회 깎아내린 민주당…“동원된 군중의 폭력집회”

    더불어민주당이 4일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이 전날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과 문재인 정권 퇴진 등을 촉구하며 전날 서울 광화문 광장 집회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민주당은 태풍 피해 등 민생을 내팽개치고 정쟁에 골몰했다며 한국당을 꼬집었고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모인 집회 규모에 대해서도 동원된 군중, 폭력집회라며 깎아내렸다. 일부 의원은 검찰 개혁과 조국 장관 수호를 외친 서울 서초동 집회는 깨어있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 것이라고 치켜세우면서 광화문 집회와 질적인 차이를 강조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집회에만 골몰하며 공당이기를 스스로 포기했다”며 “태풍 피해로 수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 정쟁에 몰두하며 자신들 지역구의 태풍 피해를 나 몰라라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어제 집회에서 제1야당 인사들이 도를 넘는 막말을 했다”며 “지역위원회별로 수백명씩 버스로 사람을 동원하고, 공당이 이런 일이나 해서야 되겠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박광온 최고위원은 “한국당이 집권 경험이 있는 정당이라면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재난 상황을 박차고 나가 최소한의 양심과 책임을 버렸다”며 “특히 폭력집회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 중앙당 차원에서 총동원령을 내려 인적자원을 차출한 집회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박 최고위원은 “서초동 집회와 어제 광화문 집회를 비교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계속 한국당이 숫자로 비교하니 확연한 차이를 말하겠다”며 “서초동 집회는 깨어있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다. 어제 한국당의 폭력집회는 당의 총동원, 종교단체 등 이질적 집단을 동원해 만든 군중동원집회였다”고 강조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민생을 외면한 집회에서 막말이 난무했다. 한국당은 어제 국민과 민생을 말할 자격을 잃었다”고 말했고, 남인순 최고위원은 “기승전 ‘조국’을 쏟아붓는 한국 정치가 기승전 ‘국민·민생’으로 돌아오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이동구 칼럼] “국민으로 살기 참 힘들다”

    [이동구 칼럼] “국민으로 살기 참 힘들다”

    “어떻게 해야 백성들이 따르겠습니까?”라며 노나라 임금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는 “바른 사람을 천거해 비뚤어진 사람들 위에 놓으면 백성이 따르고, 비뚤어진 사람을 천거해 바른 사람들 위에 놓으면 백성이 따르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둘러싼 갈등을 보며 이 일화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의혹만으로 임명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가족 관련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던 조국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했다. 대통령의 이런 선택은 찬반 논쟁을 넘어 두 달 넘는 기간에 정치권과 온 국민을 편 가르고 갈등 속으로 몰아넣었다. 각종 의혹에 대한 진실은 법의 잣대로 판단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 장관을 지지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 서로 납득할 수 없을지도 모를 지경으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서로의 논리를 앞세우며 세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진영 논리에 따라 검찰의 수사나 법의 판단조차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을 기세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장관의 자질 평가를 두고 국민이 두 갈래 세 갈래로 찢어져 서로 일전불사의 태세를 보이니 어이없기도 하고 한편으론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국민을 더욱 어리둥절케 하는 것은 대통령의 언행 불일치에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권력형 비리에 대해 정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으셨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 주시길 바란다”며 “그래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 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간곡히 당부했던 대통령은 수사 한 달여 만에 검찰총장을 향한 경고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으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여당 대표나 총리까지 나서 자신들이 추천하고 임명한 검찰총장을 연일 흔들어 대고, 지지자들은 검찰청에 몰려가 함성을 외치고 있다. 검찰이 국민적 과제인 개혁을 반대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윤 총장이 “검찰개혁에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고 누차례 밝혔는데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몰아붙이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와 여권에서 검찰총장 자진 사퇴론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정말로 윤 총장과 검찰 조직이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모펀드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한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의 말처럼 감추고 싶은 심각한 문제들이 많은 것인지 궁금증만 더 커진다. 40대의 평검사가 내부 통신망을 통해 “힘센 쪽에 붙어 편한 길 가시지 왜 그러셨냐”고 윤 총장에게 쓴 편지처럼 권력에 밉보였기 때문이라면 대통령은 애초에 “권력에 휘둘리지 말라”는 당부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언행 불일치와 진영 간의 공방에 보통의 국민은 이 상황을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지쳐 있다. ‘경제공동체, 묵시적 청탁’ 등으로 전임 대통령을 단죄한 촛불 정부를 자칭하면서 주변 친인척과 자녀, 부인이 각종 의혹에 싸여 있는 가족공동체의 가장에게 사법 정의를 맡긴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조 장관은 최소한 ‘부덕의 소치’라는 도덕과 관습상의 잘못이라도 인정해야 하지 않나.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헷갈려 하는 국민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라는 말이 회자되는 것이 십분 이해된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뽑는다는 일이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검찰총장을 잘못 선택한 것인지, 법무장관의 임명을 잘못한 것인지 다시 물어보고 싶다. 둘 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책임질 일이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야당이나 언론 등 “남의 탓”이라 할 일이 아니다. 먼저 “메아 쿨파”(‘내 탓’이로소이다)라고 외쳐야 한다. 서두에 소개된 대화에서 공자의 답변은 사실 임금에게 들려줄 수준의 내용이 아니었다. 이를 두고 동양학 대가로 알려진 남회근(南懷瑾) 선생은 자신의 저서 ‘논의 강의’에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을 제후나 군왕들만 알지 못하고 있으니 그들이 너무 멍청하다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풀이했다. 국민이 지쳐 있는 이유를 우리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만 모르는 것은 아닐까.
  • 한국당 “개별 기록관 추진, 대통령이 몰랐다는 건 상상 안 돼”

    한국당 “개별 기록관 추진, 대통령이 몰랐다는 건 상상 안 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2일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개별 기록관 설립 문제를 놓고 극과 극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몰랐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며 정치 공세를 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기록관 언급을 최대한 피하고 ‘함박도’, ‘한국인 밀정 혐의자’ 등 다른 질의에 집중하며 야당의 공격을 외면하는 전략을 펼쳤다. 앞서 행안부 산하 국가기록원은 문 대통령의 개별 기록관 설립을 추진했으나 문 대통령이 “개별 기록관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이후 사실상 백지화했다. 한국당 박완수 의원은 “지난 8월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기록관 예산이 의결됐고 국가기록원이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에게 세 번이나 보고를 했다. (문 대통령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진영 행안부 장관은 “부처에서는 (청와대 담당자와) 협의를 하면 절차가 끝난 걸로 생각하고 진행한다. 그리고 몇백조 국가예산 안에 들어가 있는 32억원 정도의 예산은 인식 없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된다”고 해명했다.민주당은 김병관 의원 정도만 질의자로 나서 “재검토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진 장관은 “대통령기록관이 점차 차오르고 있어서 개별 기록관으로 만들지, 더 기록관을 지을 것인지 원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시 국무회의에서 개별 기록관 언급이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기사를 링크하면서 “대통령께서 (기록관 설립을) ‘지시한 바 없다’고 분명히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시가) 없었을 리 없다”고 하는 분들께 어떻게 더 설명해야 할까요”라고 반문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한국당 “개별 기록관 추진, 대통령이 몰랐다는 건 상상 안 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2일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문재인 대통령의 개별 기록관 설립 문제를 놓고 극과 극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몰랐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며 정치 쟁점화를 위해 공세를 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록관 언급을 최대한 피하고 ‘함박도’, ‘한국인 밀정 혐의자’ 등 다른 질의에 집중하며 야당의 공격을 외면하는 전략을 펼쳤다. 앞서 행안부 산하 국가기록원은 문 대통령의 개별 기록관 설립을 추진했으나 문 대통령이 “개별 기록관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이후 사실상 백지화했다.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은 “지난 8월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기록관 예산이 의결됐고 국가기록원이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에게 3번이나 보고를 했다. (문 대통령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박 의원은 “국가기록원이 서고 공간이 83.7%에 달해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 언급한 서고 외에 비밀문서 서고는 50%, 일반문서 서고는 42%, 시청각자료 서고는 37.3%의 사용률을 보인다. 국가기록원이 왜곡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진영 행안부 장관은 “부처에서는 (청와대 담당자와) 협의를 하면 절차가 끝난 걸로 생각하고 진행한다. 그리고 몇 백조 국가예산 안에 들어가 있는 32억원 정도의 예산은 인식 없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된다”고 해명했다. 이날 민주당은 김병관 의원 정도만 질의자로 나서 “재검토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진 장관은 “대통령기록관이 점차 차오르고 있어서 개별 기록관으로 만들지, 더 기록관을 지을 것인지 원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민주, 조국 일가 수사 검사 고발

    민주, 조국 일가 수사 검사 고발

    더불어민주당이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의혹을 수사하는 담당 검사 등을 피의사실 공표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을 압박하기 위한 초강수인 셈이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이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고발장에는 ‘피고발인들은 2019년 8월부터 조 장관의 친인척과 관련해 조 장관의 자택을 포함한 70여곳에 이르는 곳에서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을 포함한 한국당 의원 및 언론에 누설 및 공표하는 방법으로 공무상 비밀을 누설 및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 고발 방안은 지난달 23일 검찰이 조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자 당내에서 처음 나왔다. 이때는 검찰이 검찰을 엄정하게 수사하겠냐는 신중론이 우세했고, 일단 보류됐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대정부질문에서 주 의원이 자택 압수수색 때 조 장관이 현장 검사와 통화한 것을 폭로하자, 기류는 고발 쪽으로 바뀌었다. 해당 고발건에 대해 검찰의 빠르고 엄정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검찰의 추가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하고 검찰 스스로 해당 문제에 대한 개혁안을 만들도록 압박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날 서울중앙지검 등 3곳을 제외하고 검찰 특수부를 폐지하는 내용의 검찰개혁안을 낸 데 대해서도 “국민 요구에 못 미친다”며 압박 공세를 이어 갔다.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형식적으로 개혁한다는 시늉만 내지 말고 진정으로 스스로 거듭나지 않으면 검찰 자체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직시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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