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외로움
    2026-03-07
    검색기록 지우기
  • 댓글
    2026-03-07
    검색기록 지우기
  • 간판
    2026-03-07
    검색기록 지우기
  • 유골
    2026-03-07
    검색기록 지우기
  • 전국
    2026-03-0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170
  • “유튜브 볼 때 통화 거절”…당신 외롭게 만드는 ‘알고리즘’의 비밀

    “유튜브 볼 때 통화 거절”…당신 외롭게 만드는 ‘알고리즘’의 비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로움을 겪는 이들에게 소셜미디어는 도피처가 됐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외로움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일수록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자극적인 정보에 휩쓸리거나 편향된 생각 속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도 했다. 초연결 시대의 역설을 마주한 우리는 공감의 반경을 다시 넓힐 수 있을까. 서울에 사는 직장인 최희수(가명·33)씨는 매일 6~7시간씩 스마트폰을 본다. 줌과 같은 화상 회의 서비스로 지방에 사는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지만, 대부분 시간은 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를 찾는다. 며칠 전에는 혼자 저녁식사를 하면서 영화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어머니의 안부 전화가 울리자, 1초 만에 수신 거절 버튼을 눌렀다. “지금은 무슨 영상이었는지 기억도 안나요. 몰입했던 상태라 ‘10분만 더 보고 전화 드려야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수신 거부 버튼을 눌렀던 것 같아요. 10분 뒤 전화드렸는데, 그 사이 어머니께서 주무셔서 그날은 결국 얘기를 못했죠.” 온라인 동영상 시청은 우리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가까운 가족 방문이나 친구와의 만남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난 혼자만의 시간을 취향에 맞는 영상을 보며 보내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다. 실제 2018년 42.7%였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 비중은 지난해 66.3%로 올랐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플랫폼 대부분은 사용자의 시청 내역이나 다른 콘텐츠에 대한 특정 반응 등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며 사용자가 오래 머물도록 유혹한다. 이를 추천 알고리즘이라고 부른다. 추천 알고리즘은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사용자의 관심사를 예측한다. 먼저 ‘협업 필터링’은 사용자와 성향이나 취향이 비슷한 다른 사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추천한다. ‘콘텐츠 기반 필터링’은 기존에 사용자가 선호했던 콘텐츠와 비슷한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영상 뿐만 아니라 쇼핑, 음악 등 분야에서 알고리즘이 작동하고 있다. 사용자가 클릭한 ‘좋아요’나 ‘구독’만 분석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사용자가 화면 스크롤을 내리다가 언제, 어떤 콘텐츠에서 몇초 동안 머물렀는지까지 세세하게 취합된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이 가장 좋아할만한 콘텐츠가 눈에 띄도록 배치된다. 소셜미디어를 오랫동안 이용할수록 이러한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수천개 행동 데이터를 취합해 더 정교해진다. 소셜미디어 회사들은 이를 통해 이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에 중독되도록 유도한다. 분노나 허위 정보를 조장하는 콘텐츠를 빈번하게 노출시켜 비판을 사는 일도 적지 않다. 이용자가 오랜 시간 플랫폼에 머물수록 기업은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얻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 3분기에만 531억 3000만달러에 달하는 광고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은 282억 7600만달러로 전체 매출액의 97.5%에 달한다. 일례로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17년 사용자들이 다른 SNS로 이탈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주류 언론의 콘텐츠를 줄이고 이용자들의 상호작용에 대한 가중치를 높였다. 피드에 뜨는 게시글의 순서를 정할 때 감정 표현을 하는 ‘이모티콘’ 반응에는 5점을 부여하고, ‘좋아요’에는 1점을 매기는 식이었다. ‘재공유’된 글에도 가중치를 뒀다. 프랜시스 하우건 전 페이스북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가 지난해 10월 언론 등을 통해 폭로한 문건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19년 이러한 알고리즘 개편이 잘못된 정보와 혐오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내부 비판이 계속되자 2020년 9월에서야 ‘화나요’ 이모티콘 반응에 대한 가중치를 없앴다. 이용자들은 페이스북으로 멀리 사는 친구의 결혼이나 출산 소식 대신 알고리즘이 추천한 음모론을 봐야 했던 셈이다.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은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보고 싶은 정보 안에 갇혀 편향성을 띄게 하는 이른바 ‘필터 버블’ 현상을 낳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0월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소셜미디어 이용자 3000명을 조사한 결과 63.2%는 견해가 같은 게시물을 보면 ‘추천’이나 ‘좋아요’를 누른다고 답했다. 견해가 다른 경우 ‘비추천’(45.9%)하거나 ‘구독 취소’(40.0%)를 눌렀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초연결 사회는 선호를 중심으로 연결되기에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접할 기회가 없어지고, 이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나 관용이 떨어 뜨린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보수 성향 계정에는 보수 성향 영상이, 진보 성향 계정에는 진보 성향 영상이 더 많이 추천된다는 게 여러 연구자들의 결론이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유튜버의 정치 동영상이 사람들의 정치적 정체성에 영향을 주고 사회적 이념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알고리즘이 만드는 필터 버블에서 이용자가 벗어날 수 있도록 권리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하원에는 이용자가 플랫폼 사용시 알고리즘 추천 여부를 인식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필터 버블 투명성 법안’이 발의됐다. 또 사업자가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으로 심각하게 유해한 콘텐츠를 추천한 경우 책임을 묻는 ‘악성 알고리즘 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알고리즘의 폐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만큼 소셜미디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인간을 학습하는 알고리즘 기계는 공정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면서 “이용자에게 최소한 추천된 이유를 알리고, 추천에서 벗어날 권리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 “1인 가구 증가…‘외로움’ 더 심해질 것”

    “1인 가구 증가…‘외로움’ 더 심해질 것”

    고령층 뿐만이 아니라 중장년·청년층까지 전 세대에 걸쳐 외로움이 확산하고 있는 세태를 두고 정부와 기업, 개인 모두가 나서서 서로를 연결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서울신문은 신년기획 ‘초연결 시대, 당신은 외로운가요’를 통해 최근 코로나 등 요인으로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이 크게 늘었고, 이와 함께 외로움도 사회 전반에 움트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각자도생, 분열이 아닌 유대, 통합의 길로 가려면 제대로 된 실태 파악과 그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외로움은 사회적 질병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다각적으로 연령별 외로움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외로움 문제는 점차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단순히 심리적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복합적인 요인을 분석해 촘촘한 지원망을 짜야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539만여명이던 1인 가구는 지난해 664만 3354가구로 늘었다.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의 비중은 31.7%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에서 코로나19 전후 사회적 고립과 주관적 웰빙에 대해 연구한 김주연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사회적 고립이 심해져 요인이 무엇인지 분석 중”이라며 “여러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고 교류하는 경험이 자주 있어야 자신과 다른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데, 20대 남성의 경우 특히 가족을 제외한 외부와의 단절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나’라는 정체성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데, 그 과정에서 자기 주체성이 잘 발휘되는 게 ‘빛’이라면 ‘그늘’은 고립감과 외로움이 증가하는 것”이라며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 사이에서 새로운 공존의 방식을 찾기 위해 우리 사회가 끊임 없이 논의하고 토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령과 계층, 직업 등 개인이 처한 상황에 알맞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사회학 교수는 “미취업 청년층의 경우 병원 치료를 꺼릴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중인 상담 바우처 지급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고령층이 밀집된 농촌의 경우 복지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등 사회보장제도가 자체가 미흡한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사업본부 전문위원(정치학 박사)은 “코로나처럼 사회적 위험에 따른 외로움은 특히 취약 계층한테 미치는 타격이 크다”며 “앞으로 우리 사회의 사회적 고립은 심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외로움을 의제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가상공간에서의 관계는 외로움에 긍정적인 효과를 못 주는 것으로 나타난만큼 온라인에서의 비대면 접촉이 갖는 양면성을 잘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셜미디어가 안고 있는 비대면 접촉의 한계를 극복할 만한 대안으로 메타버스가 언급되기도 하지만, 기술적으로 대면 접촉과 가깝게 구현하려면 갈길이 멀다는 진단도 나온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플랫폼 경제가 성장하다보면 우리 사회의 모든 게 파편화된다”며 “100% 대면 소통 시대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렵기 때문에 메타버스가 현재 비대면 소통의 한계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수정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소비자들 입장에서 봤을 때 메타버스가 아직은 비대면 소통의 대안으로 명백하게 기능하는 기술은 아니라고 본다”고 짚었다. 다만 “몰입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긍정적인 측면은 분명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AI)이나 알고리즘이 혐오 표현을 걸러내기는 커녕 이를 학습하거나 부각시켜 혐오에 힘을 실어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혐오 표현에 대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천 알고리즘이 ’필터 버블’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있지만 규제를 통해 추천 알고리즘 사용을 제재하기보다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필터 버블은 이용자가 보고 싶은 정보만 제공해 개인이 가진 편향성을 강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추천 알고리즘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규제보다는 이용자가 허위정보를 거를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높이고 사업자나 허위정보 유포자 등에 대한 책임 범위를 정하는 방향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특별기획팀
  • 고독한 이가 더 고독한 곰을 만나 변화하는 모습에 뭉클

    고독한 이가 더 고독한 곰을 만나 변화하는 모습에 뭉클

    현실을 반영하고 사회 제반의 여러 요소를 고민하면서 세태의 흐름도 놓치지 않을 수 없는 소설 장르의 경우 특히 지난 2년여의 코로나19 팬데믹이 창작자들을 곤란하게 했던 것 같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돌봄’과 ‘죽음’에 관한 작품이 다수를 이뤘다. 거리를 두고 서로의 눈만을 바라보며 지내는 시절이 길어지면서 소설 역시 다시금 우리가 타인을 어떻게,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골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양한 작품 속에서 최종적으로 논의의 대상이 된 것은 ‘되돌아오는 곰’, ‘빅토리아’, ‘파두’ 등 세 작품이었다. ‘파두’는 하나의 감각과 정서를 말로 표현하는 일이 사실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보여 주는 이야기였다. 여러 인물을 통해 언어에 대한 감각을 드러낸 이 소설은 그러나 바로 그 부분에서 약점이 있었다. 언어 장애를 겪는 아이나 통번역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침묵에 빠져드는 인물 등은 여러 차례 형상화된 바 있는데, 그 기시감을 돌파할 만한 매력을 찾기가 어려웠다. ‘빅토리아’는 망해 가는 연극을 즉흥적으로 수습해 가는 이야기만큼이나 그 형식적 긴장감이 돋보였다. 희곡이라는 장르와 무대에 선 배우를 통해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 준 이 작품은 구성적 측면에서 다소간 헐거움이 있다는 것, 왜 이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되돌아오는 곰’은 큰 이견 없이 당선작으로 결정됐다. 안정적인 문장과 전개, 각각의 인물이 주는 독특한 매력, 독자가 흥미롭게 채울 수 있는 여백들 등이 장점으로 언급됐다. 무엇보다 고독한 한 사람이 그보다 더 고독한 곰을 만나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그 외로움을 알아보고 돌봐 주는 존재가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 뭉클함을 안겨 주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소중한 작품을 보내 준 투고자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 익숙해진 혼밥, 낯설어진 관계… 코로나가 ‘사회적 고립’ 더 키웠다

    익숙해진 혼밥, 낯설어진 관계… 코로나가 ‘사회적 고립’ 더 키웠다

    “출근 시간대 달라 동료들 못 만나요”“집에서 혼자 수업·과제 하는 게 일상” 청년층 32.5% “코로나 전보다 외로워”30대 30.8%… 강원 노령층 58.9% 달해 사회적 연결망 약화로 ‘고립도’  34.1%2년 만에 6.4%P늘어… 2019년엔 27.7% “사교적인 사람도 관계 소극성 띨 수도”코로나19는 우리 사회 곳곳의 모습을 이전과는 다르게 바꿔 놨다. 회사원들은 매일 아침 러시아워를 뚫고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학생들도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등교하지 않아도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사실상 근무나 수업 모두 집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일터와 학교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타인과의 직접적인 관계 맺음이 줄어들며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의 취약계층인 노년층의 경우 비대면 소통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욱 심한 사회적 고립에 노출돼 있다. 2020년 2월 회사를 옮긴 강다현(29·가명)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출근 한 달 만에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최근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거리두기가 다소 완화되면서 일주일에 두 번씩 회사로 출근하고 있지만 회사에 가서도 동료 직원들과 마주치는 일은 드물다. “각자 원하는 시간대에 출근하니까 혼자서 덩그러니 사무실을 지키는 날이 많아요. 이전 회사에 비하면 동료들과도 거리감이 있고 소속감도 덜하죠.”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교 3학년 김기영(21·가명)씨는 신입생 때를 끝으로 더이상 동기나 선후배를 직접 대면할 일이 없어졌다. 학과 특성상 팀끼리 하는 과제가 많았지만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며 대부분 개인 과제로 바뀌었다. 등록금이 아깝다며 휴학을 하는 친구들도 많다 보니 작품이나 기획에 대해서도 터놓고 얘기 나눌 사람이 없다. “집에서 혼자 수업 듣고, 혼자 과제하고, 혼자 배달 음식 시켜 먹고 하는 게 일상이죠. 적적하니까 종일 유튜브를 틀어 놔요.”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접촉의 기회가 줄면서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소셜미디어와 친숙한 청년 세대의 경우에도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관계망을 구축할 경로가 차단되면서 다른 연령대 못지않게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 서울신문 의뢰로 한국갤럽이 진행한 조사에서도 ‘코로나 이전에 비해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한 청년(18~29세)은 32.5%로 30대(30.8%)보다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층의 경우 감염에 대한 우려로 그나마 남아 있던 관계망마저 흔들리면서 어떤 연령층보다 극심한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코로나19 전에 비해 ‘매우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60세 이상 응답자는 전체의 38.2%나 됐다. 노년 인구 비중이 높은 농·임·어업 종사자의 70.1%가 외로움을 겪었다. 사무·관리직(35.3%) 등 다른 직업군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수도권에 비해 노인 인구 비중이 큰 강원 또한 외롭다는 응답이 58.9%에 달했다. 외로움은 사회적 연결망이 약화될 때 더욱 심화된다. 통계청은 사회적 연결망이 얼마나 촘촘한지를 파악하기 위해 2년 주기로 사회조사를 진행하는데,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27.7%였던 ‘사회적 고립도’는 2021년 34.1%로 6.4% 포인트나 증가했다. 사회적 고립도는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와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둘 중 하나라도 요청할 상대가 없다는 사람들로 측정된다. 코로나19로 만남이 줄고 사회적 연결망이 약화되면서 위기상황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사람들이 부쩍 는 것이다. 외로움은 주관적 감정으로 치부되곤 하지만 심화되면 정신적·신체적 질병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지난해 18~79세 국민 5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 외로움, 사회적 고립 및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 관련 장애 수준이 더욱 높게 나타났다. 광장공포증이나 범불안장애 등의 불안 장애를 겪는 비율도 높았다. 미국의 공중위생보건국장을 지낸 비벡 머시는 저서 ‘우리는 다시 연결돼야 한다’에서 “외로움은 당뇨와 심장병, 뇌졸중, 고혈압과 같은 신체적 질환과도 깊이 연관돼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사회학 교수는 “세계화와 정보화로 개인화가 많이 진행됐지만 코로나 이후 외로움과 고독감이 심화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계층과 연령에 따라 다르겠으나 원래 사교적이었던 사람도 코로나로 인해 관계에 소극성을 띠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 알고리즘 시청·문어발 소통… 액정 꺼지는 순간, 공허함이 켜진다

    알고리즘 시청·문어발 소통… 액정 꺼지는 순간, 공허함이 켜진다

    60대 유튜브 이용자 83% “수시로 봐” 시간 때우기용 시청, 되레 무력감 키워 코로나 이후 소셜미디어 이용은 급증 원격수업·업무 늘고 메타버스 휴가도 다양한 관계망, 한시적 외로움 달래기 대면 만남의 ‘감정적 교류’ 대체 못해 관계 얕고 실제 대면 꺼려 고립 심화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소셜미디어 사용이 크게 늘었다.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유튜브 사용량이 급증했고, 청년층은 단순한 소통을 넘어 가상현실인 메타버스(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는 3차원 세계)에서 만나 교류하는 시대가 됐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든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초연결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소셜미디어가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감을 좁혀 주긴 하지만 실제 만남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얕은 관계만 남거나 실제 대면을 꺼리게 될 경우 외로움과 고립감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2년 전 은퇴한 김영건(68·가명)씨의 최근 일과는 단순하게 흘러간다. 아내와 식사한 뒤 작은 농지에 심은 작물들을 관리하고 나면 어느덧 해가 진다. 평소 같으면 저녁 시간에 지인들과 만나 술자리를 가졌겠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만남이 줄면서 적적한 시간을 유튜브로 해소한다. 김씨가 하루 평균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은 못해도 5~6시간으로 주로 생활 속 꿀팁이나 농사 관련 콘텐츠를 본다. 김씨는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사거나 하는 건 복잡한데 유튜브는 따로 뭘 검색하지 않아도 새로운 게 계속 떠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면서 “출가한 자식들이 자주 오지 못하다 보니 유튜브나 넷플릭스, 왓챠를 구독해 줬는데 아들딸만은 못해도 술자리를 대체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기간 고령층의 인터넷 이용률도 크게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20년 6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2016년 74.5%에서 크게 증가한 91.5%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0월 19~69세 소셜미디어 이용자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대 가운데 유튜브 계정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3.4%에 달했다. 이들 중 유튜브를 하루 한두 번에서 수시로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83%로 오히려 50대(82.5%)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비율은 전 연령에 걸쳐 늘어나는 추세다. 학생이나 직장인의 경우 수업과 업무를 모두 원격으로 하다 보니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이 과거에 비해 더 증가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률은 2019년 63.8%였지만 2020년 65.9%로 상승했고, 이용 시간도 같은 기간 주 평균 53.9분에서 65.8분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그러나 소셜미디어 이용이 코로나 시대의 외로움을 상쇄해 주지는 못한다. 특히 유튜브처럼 일방적인 정보 전달성이 강한 소셜미디어의 경우 되레 외로움이 커질 수도 있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의 ‘코로나19 확산 후 소셜미디어 이용과 무력감·외로움 체감 연구’(2020)에 따르면 단순히 ‘시간 보내기’ 용도로 유튜브를 장시간 시청할 경우 오히려 무력감과 외로움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 소통 방식의 소셜미디어 또한 직접 대면 소통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상대의 표정과 몸짓을 모두 볼 수 있는 대면 소통과 달리 소셜미디어에선 글만으로 뉘앙스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연락을 나눌 수 있지만 그런 측면 때문에 관계망이 문어발식으로 확장되면 소수의 사람과 깊은 친교를 나눌 때에 비해 공허함과 고립감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외국계 기업에 재직 중인 권현아(33·가명)씨는 2년째 재택 근무 중이지만 직장 동료들과 활발하게 비대면으로 소통한다. 다같이 파티복을 입고서 회의를 하기도 하고, 지난여름엔 메타버스에서 동료들과 여름휴가를 즐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실제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현실에 공허함을 느낀 권씨는 게임에 빠져들었다.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게임을 할 때뿐이란 걸 권씨도 알고 있다. “진짜 도움이 필요할 때 친구한테 말하듯 이 사람들에게 얘기하긴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죠.” 경기 소재 한 중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인 임경원(30·가명)씨는 “원격 수업 이후 학생들끼리 다투는 걸 본 일이 드물다”고 말했다. 서로 의견 대립이 있으려면 그만큼 가까워져야 하는데 원격 수업으로 실제 보지는 못하고 소셜미디어로 얕은 소통을 지속하다 보니 데면데면한 사이로 지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적당한 소셜미디어 활용은 한시적인 외로움을 완화시켜 줄 수 있지만 지나치게 사용하거나 장기화될 경우 오히려 외로움과 고립감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비대면으로 소통을 하다 보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착각이 들 수 있지만 직접 만나는 것과는 감정 교류의 질적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면서 “계속하면 만족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 초연결 시대, 당신은 외로운가요

    초연결 시대, 당신은 외로운가요

    코로나19의 길고 검은 터널을 언제 통과할 수 있을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임시 처방이었던 ‘비대면’이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기준 질서로 빠르게 뿌리내렸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에 더 깊숙이, 더 간절하게 항시적으로 의지하는 ‘초연결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대면이 제도적으로 가로막힌 터널 속에서 초연결 사회의 외로움은 더 가속되는 중이다. 여기 있으되 여기 있지 않으며, 함께 있지만 혼자인 시대. 위기가 지나간 뒤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선택할 순간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 고민을 3회에 나눠 싣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성인 2명 중 1명꼴로 이전보다 더 외로워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신문이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이틀간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비해 더 외로워졌다고 느낀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45.9%였다. 연령이 높을수록 외로움을 더 타는 경향이 짙게 나타났지만 예외적으로 18~29세 청년(32.5%)이 외로움을 겪는 비율은 30대(30.8%)보다 높았다. 대부분의 대학이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해 대면 방식의 소통이 단절된 데다 청년 실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외로움은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얼마나 심각한 수준으로 퍼져 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회 구성원이 외로움에 자주 노출된다는 것은 사회적 연결망이 그만큼 희미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외로움이 장기간 해소되지 못하면 극단적인 경우 자살로 치닫고, 타인에 대한 적대감이나 공격성으로 발현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사회학 교수는 “코로나19로 학교는 물론 취업시장의 문도 좁아져 청년이 갈 곳이 어디에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20대 여성과 10대 남성의 자살률이 크게 늘어난 현실이 청년층의 외로움이 심화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된 이 시대에 외로움이 감염병처럼 확산하는 현실은 역설적이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의 수 자체는 증가했지만 소통의 깊이는 현저히 얕아졌다”며 “비대면 소통으로 인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별기획팀  
  • ‘초연결시대’ 사는 한국인, 코로나에 2명 중 1명 “외롭다”

    ‘초연결시대’ 사는 한국인, 코로나에 2명 중 1명 “외롭다”

    코로나19의 터널을 우리는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길고 검은 터널을 언제 통과할 수 있을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임시 처방이었던 ‘비대면’이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기준 질서로 빠르게 뿌리내렸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에 더 깊숙이, 더 간절하게 항시적으로 의지하는 ‘초연결 시대’를 살고 있다. 옆사람과 이야기하면서도 쉼 없이 휴대전화 스크롤을 내리고 트윗을 하고….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을 뿐 당신은 사실은 혼자인지 모른다. 사람과 사람의 대면이 제도적으로 가로막힌 코로나19 터널 속에서 초연결 사회의 외로움은 더 가속되는 중이다. 여기 있으되 여기 있지 않으며, 함께 있지만 혼자인 시대. 코로나19 위기가 어렵게 지나간 뒤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선택할 순간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 고민을 3회에 걸쳐 싣는다.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성인 2명 중 1명꼴로 이전보다 더 외로워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신문이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이틀간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비해 더 외로워졌다고 느낀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45.9%였다. 외로움은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얼마나 심각한 수준으로 퍼져 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회 구성원이 외로움에 자주 노출된다는 것은 사회적 연결망이 그만큼 희미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외로움이 장기간 해소되지 못하면 극단적인 경우 자살로 치닫고, 타인에 대한 적대감이나 공격성으로 발현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학교는 물론 취업시장의 문도 좁아져 청년이 갈 곳이 어디에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20대 여성과 10대 남성의 자살률이 크게 늘어난 현실이 청년층의 외로움이 심화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된 이 시대에 외로움이 감염병처럼 확산하는 현실은 역설적이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의 수 자체는 증가했지만 소통의 깊이는 현저히 얕아졌다”며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소통이 증가하면서 그로 인한 피로감이 극도로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집·사무실서 혼자 덩그러니…코로나 ‘사회적 고립’ 키웠다

    집·사무실서 혼자 덩그러니…코로나 ‘사회적 고립’ 키웠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곳곳의 모습을 이전과는 다르게 바꿔 놨다. 회사원들은 매일 아침 러시아워를 뚫고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학생들도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등교하지 않아도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사실상 근무나 수업 모두 집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일터와 학교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타인과의 직접적인 관계 맺음이 줄어들며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의 취약계층인 노년층의 경우 비대면 소통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욱 심한 사회적 고립에 노출돼 있다. 2020년 2월 회사를 옮긴 강다현(29·가명)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출근 한 달 만에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최근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거리두기가 다소 완화되면서 일주일에 두 번씩 회사로 출근하고 있지만 회사에 가서도 동료 직원들과 마주치는 일은 드물다. “각자 원하는 시간대에 출근하니까 혼자서 덩그러니 사무실을 지키는 날이 많아요. 이전 회사에 비하면 동료들과도 거리감이 있고 소속감도 덜하죠.”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교 3학년 김기영(21·가명)씨는 신입생 때를 끝으로 더이상 동기나 선후배를 직접 대면할 일이 없어졌다. 학과 특성상 팀끼리 하는 과제가 많았지만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며 대부분 개인 과제로 바뀌었다. 등록금이 아깝다며 휴학을 하는 친구들도 많다 보니 작품이나 기획에 대해서도 터놓고 얘기 나눌 사람이 없다. “집에서 혼자 수업 듣고, 혼자 과제하고, 혼자 배달 음식 시켜 먹고 하는 게 일상이죠. 적적하니까 종일 유튜브를 틀어 놔요.” 20대 32.5% “코로나 전보다 외롭다”노령층, 청년보다 2배나 더 “외로워”‘사회적 고립도’ 2년 새 6.4%P 증가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접촉의 기회가 줄면서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소셜미디어와 친숙한 청년 세대의 경우에도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관계망을 구축할 경로가 차단되면서 다른 연령대 못지않게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 서울신문 의뢰로 한국갤럽이 진행한 조사에서도 ‘코로나 이전에 비해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한 청년(18~29세)은 32.5%로 30대(30.8%)보다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층의 경우 감염에 대한 우려로 그나마 남아 있던 관계망마저 흔들리면서 어떤 연령층보다 극심한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코로나19 전에 비해 ‘매우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60세 이상 응답자는 전체의 38.2%나 됐다. 노년 인구 비중이 높은 농·임·어업 종사자의 70.1%가 외로움을 겪었다. 사무·관리직(35.3%) 등 다른 직업군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수도권에 비해 노인 인구 비중이 큰 강원 또한 외롭다는 응답이 58.9%에 달했다.외로움은 사회적 연결망이 약화될 때 더욱 심화된다. 통계청은 사회적 연결망이 얼마나 촘촘한지를 파악하기 위해 2년 주기로 사회조사를 진행하는데,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27.7%였던 ‘사회적 고립도’는 2021년 34.1%로 6.4% 포인트나 증가했다. 사회적 고립도는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와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둘 중 하나라도 요청할 상대가 없다는 사람들로 측정된다. 코로나19로 만남이 줄고 사회적 연결망이 약화되면서 위기상황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사람들이 부쩍 는 것이다. 외로움은 주관적 감정으로 치부되곤 하지만 심화되면 정신적·신체적 질병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지난해 18~79세 국민 5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 외로움, 사회적 고립 및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 관련 장애 수준이 더욱 높게 나타났다. 광장공포증이나 범불안장애 등의 불안 장애를 겪는 비율도 높았다. 미국의 공중위생보건국장을 지낸 비벡 머시는 저서 ‘우리는 다시 연결돼야 한다’에서 “외로움은 당뇨와 심장병, 뇌졸중, 고혈압과 같은 신체적 질환과도 깊이 연관돼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계화와 정보화로 과거에 비해 개인화가 많이 진행됐지만 코로나 이후 외로움과 고독감이 심화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계층과 연령에 따라 다르겠으나 원래 사교적이었던 사람도 코로나로 인해 관계에 소극성을 띠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고령층까지 ‘유튜브’ 삼매경…스마트폰 볼수록 ‘공허함’ 커졌다

    고령층까지 ‘유튜브’ 삼매경…스마트폰 볼수록 ‘공허함’ 커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소셜미디어 사용이 크게 늘었다.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유튜브 사용량이 급증했고, 청년층은 단순한 소통을 넘어 가상현실인 메타버스(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는 3차원 세계)에서 만나 교류하는 시대가 됐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든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초연결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소셜미디어가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감을 좁혀 주긴 하지만 실제 만남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얕은 관계만 남거나 실제 대면을 꺼리게 될 경우 외로움과 고립감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60대 유튜브 이용자 83% “수시로 봐”시간 때우기용 시청이 무력감 키워 2년 전 은퇴한 김영건(68·가명)씨의 최근 일과는 단순하게 흘러간다. 아내와 식사한 뒤 작은 농지에 심은 작물들을 관리하고 나면 어느덧 해가 진다. 평소 같으면 저녁 시간에 지인들과 만나 술자리를 가졌겠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만남이 줄면서 적적한 시간을 유튜브로 해소한다. 김씨가 하루 평균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은 못해도 5~6시간으로 주로 생활 속 꿀팁이나 농사 관련 콘텐츠를 본다. 김씨는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사거나 하는 건 복잡한데 유튜브는 따로 뭘 검색하지 않아도 새로운 게 계속 떠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면서 “출가한 자식들이 자주 오지 못하다 보니 유튜브나 넷플릭스, 왓챠를 구독해 줬는데 아들딸만은 못해도 술자리를 대체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기간 고령층의 인터넷 이용률도 크게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20년 6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2016년 74.5%에서 크게 증가한 91.5%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0월 19~69세 소셜미디어 이용자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대 가운데 유튜브 계정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3.4%에 달했다. 이들 중 유튜브를 하루 한두 번에서 수시로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83%로 오히려 50대(82.5%)보다도 높게 나타났다.코로나 이후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비율은 전 연령에 걸쳐 늘어나는 추세다. 학생이나 직장인의 경우 수업과 업무를 모두 원격으로 하다 보니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이 과거에 비해 더 증가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률은 2019년 63.8%였지만 2020년 65.9%로 상승했고, 이용 시간도 같은 기간 주 평균 53.9분에서 65.8분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이용이 코로나 시대의 외로움을 상쇄해 주지는 못한다. 특히 유튜브처럼 일방적인 정보 전달성이 강한 소셜미디어의 경우 되레 외로움이 커질 수도 있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의 ‘코로나19 확산 후 소셜미디어 이용과 무력감·외로움 체감 연구’(2020)에 따르면 단순히 ‘시간 보내기’ 용도로 유튜브를 장시간 시청할 경우 오히려 무력감과 외로움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관계망, 한시적 외로움 달래기대면 만남 속 ‘감정적 교류’ 대체 못해 상호 소통 방식의 소셜미디어 또한 직접 대면 소통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상대의 표정과 몸짓을 모두 볼 수 있는 대면 소통과 달리 소셜미디어에선 글만으로 뉘앙스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연락을 나눌 수 있지만 그런 측면 때문에 관계망이 문어발식으로 확장되면 소수의 사람과 깊은 친교를 나눌 때에 비해 공허함과 고립감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외국계 기업에 재직 중인 권현아(33·가명)씨는 2년째 재택 근무 중이지만 직장 동료들과 활발하게 비대면으로 소통한다. 다같이 파티복을 입고서 회의를 하기도 하고, 지난여름엔 메타버스에서 동료들과 여름휴가를 즐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실제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현실에 공허함을 느낀 권씨는 게임에 빠져들었다.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게임을 할 때뿐이란 걸 권씨도 알고 있다. “진짜 도움이 필요할 때 친구한테 말하듯 이 사람들에게 얘기하긴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죠.” 경기 소재 한 중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인 임경원(30·가명)씨는 “원격 수업 이후 학생들끼리 다투는 걸 본 일이 드물다”고 말했다. 서로 의견 대립이 있으려면 그만큼 가까워져야 하는데 원격 수업으로 실제 보지는 못하고 소셜미디어로 얕은 소통을 지속하다 보니 데면데면한 사이로 지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적당한 소셜미디어 활용은 한시적인 외로움을 완화시켜 줄 수 있지만 지나치게 사용하거나 장기화될 경우 오히려 외로움과 고립감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비대면으로 소통을 하다 보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착각이 들 수 있지만 직접 만나는 것과는 감정 교류의 질적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면서 “계속하면 만족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전화 잦은 1인 가구, 통화대상은 한정적

    홀로 사는 1인 가구는 가족들과 함께 사는 가구보다 통화를 자주 하지만 통화 대상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요금 연체 경험이 가장 많은 계층은 소득이 없는 중장년층(35~59세) 1인 가구로 파악됐다. ●한달 평균 통화량 41.4명과 360여건 통계청이 22일 서울시, SK텔레콤과 함께 가명 데이터(성명·생년월일 등을 알 수 없게 처리한 데이터)를 결합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중상 이상인 1인 가구는 한 달 평균 360여건의 통화를 해 ▲300~320여건인 2인 가구 ▲300~350여건인 3인 이상 가구보다 통화 횟수가 많았다. 하지만 1인 가구가 통화한 대상은 평균 41.4명으로 3인 이상 가구 44.7명보다 3명 이상 적었다. 즉 1인 가구는 소수의 사람에게 더 자주 전화를 거는 것인데, 외로움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소득 중장년층 ‘통신비 연체’ 최다 소득이 없는 중장년층 1인 가구 중 15.9%는 통신비 연체 경험이 있어 전체 계층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경제적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소득 7000만원 이상 사람들의 연체율이 2~3%라는 것을 감안하면 7배가량 많다. ▲소득이 없는 청년층(20∼34세) 2인 가구(14.4%)와 ▲저소득(소득 3000만원 이하) 청년층 2인 가구(12.9%) ▲소득이 없는 청년층 1인 가구(12.2%)도 연체 비율이 높았다. ●서울 1인가구 139만… 전체의 35% 지난해 기준 서울의 1인 가구는 139만 가구로 전체 398만 가구의 약 34.9%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이번 분석 결과를 내년부터 수립하는 1인 가구 정책에 반영하고 재정적 위기에 놓인 1인 가구를 위한 긴급구호 사업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고령 친화도시 울산”… 내년 4101억원 투입

    “고령 친화도시 울산”… 내년 4101억원 투입

    울산시가 내년 4000억원대의 예산을 투입해 노인 정책을 강화한다. 22일 울산시에 따르면 2023년 고령사회·2029년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WHO 고령친화도시 울산 실현’을 위한 노인 복지 정책을 추진한다. 노인 복지 정책은 ▲먹거리와 주거 복지 ▲일자리와 활력 ▲놀거리와 여유 ▲돌봄의 고도화 등 4개 분야로 구성됐다. 울산시는 먹거리와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경로당 무료급식과 추위·더위 고통 없는 주거환경 조성에 집중한다. 경로식당 무료급식 사업비는 전년 대비 8억 7700만원 증액한 41억 5500만원을 편성해 급식 단가를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렸다. 저소득 취약계층의 한파·폭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냉난방기를 보급하고 노인가장 가구에 냉난방비도 지원한다. 또 시는 소득 보장과 지역사회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노인 일자리 확대와 활력 제고 정책을 추진한다. 기초연금 수급자 노인을 대상으로 소득 보전 및 사회 참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호랑이 순찰단 운영 등 참여형 일자리를 1000개 확대한다. 지속 가능한 노인 일자리 제공을 위해 신규 수요처를 지속 발굴하고, 인력 양성 및 구인·구직과의 연계성도 높인다. 이와 함께 시는 다양한 복지시설 인프라 구축 및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제2시립노인복지관 건립과 동구 노인회관 신축이전 건립 등을 지원한다. 특히 노인 기초연금을 올해 2962억원에서 내년 3287억원으로 확대하고, 지역 첫 공립 치매전담형 요양시설도 내년 6월 개관한다. 노인보호구역 지정을 확대하고 노인복지 기본조례를 개정해 노인 전용 주차공간도 조성한다. 시가 내년도 예산에 편성한 노인 복지 사업비는 총 4101억원에 달한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1960~1970년대 일자리를 찾아 울산으로 온 그 시절 ‘청년들’의 땀이 지금의 울산을 만든 만큼 이제 우리지역 사회가 노후 불안이 없도록 잘 보살펴야 한다”며 “촘촘한 돌봄 안전망을 구축해 먹거리와 추위·더위, 외로움과 걱정까지 다 내려놓고 즐겁고 활기찬 삶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2021년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④ 국민포장 수상자 이점범 씨

    ‘2021년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④ 국민포장 수상자 이점범 씨

    행정안전부는 ‘제16회 자원봉사자의 날’(12월 5일)을 맞아 ‘2021년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자원봉사자의 날’은 자원봉사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자원봉사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1985년 국제연합(UN)이 지정한 기념일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 ‘자원봉사활동 기본법’상 기념일로 지정됐다. 매년 전국 각지에서 오랜 기간 헌신적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해온 개인·단체·기업·지방자치단체에 훈·포장과 표창을 수여한다. 올해 국민훈장은 정영애(76) 대구자원봉사포럼 회장과 황우갑(58) 평택시민아카데미 대표가 받았다. 국민포장에는 김숙자(72) 마산보건소 스마일홈닥터 봉사단 팀장과 이점범(71) 이천 마장녹색가게 대표가 선정됐다. 훈·포장자 4인을 차례로 소개한다. 다음은 이점범 대표. ●이점범 이천 마장녹색가게 대표 공적 내용 이점범 씨의 봉사는 1988년 대규모 국가 행사인 서울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때에 시작됐다. 이천도자기축제, 이천쌀문화축제, 평생학습축제, 이천인삼축제 등 다양한 지역 축제가 열리는 현장에서 관람객을 안내하고 문화행사를 돕던 그는 2003년부터는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아주대학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죽음을 목전에 둔 환우들과 산책하고 말벗이 돼줬다. 환경재해인 태안 기름유출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그는 한걸음에 달려가 검은 기름으로 덮인 해변을 청소했다. 검게 변한 바위와 모래 해변을 닦고 또 닦았다. 생각만 해도 온몸이 저리고 아픈 세월호 침몰 참사 때도 그는 유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했다. 각종 재난 현장에도 그는 빠지지 않았다. 침수지역을 찾아가 토사를 제거하고 무너진 하우스를 정비하고 농작물 수확에 손을 보탰다. 마장면 물류창고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나 폭설로 인해 강원도 지역이 고립됐을 때도 그는 달려가 일상이 멈춘 사람들을 도왔다. 이렇게 말없이 이웃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그의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마장녹색가게는 2010년부터 운영했는데 가게 운영만도 바빴던 그는 환경운동에까지 관여했다. 그때 시작한 것이 재활용 환경보존 사업이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자원재사용문화실천운동’을 시작하며 폐비누를 만들고 EM을 만들어 보급했다. 그뿐 아니라 헌 옷을 수거해 깨끗하게 세탁하고 손질해 주위 사람에게 나눠줬다. 거리에 달려있던 수많은 홍보용 폐현수막도 그의 손길을 거치면 훌륭한 생활용품이 됐다. 버려두면 불에 태워질 쓰레기가 그의 눈길, 손길, 관심을 거쳐 쓸모 있는 물건으로 재탄생했다. 폐현수막이 알록달록 에코백으로 변신해 거리를 누비게 됐다. 그는 이와 같은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환경보존 활동과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이천시 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하는 ‘이동목욕차량’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이동이 어려운 수혜자들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목욕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래주고 아픈 곳은 없는지, 속상한 일은 없는지 등을 묻고 확인한다. 이렇게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동안 그는 우리 삶을 개선하는 양성평등,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을 자연스럽게 펼쳤다. 그는 목사님이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나눔을 실천해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 한 가족의 믿음과 사랑, 신자유주의에 맞서다

    한 가족의 믿음과 사랑, 신자유주의에 맞서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집권한 1980년대 영국은 신자유주의의 파고 속에서 노동조합을 짓밟고 저소득층 복지를 대폭 줄인 시절로 꼽힌다. 실업률은 급등하고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 계층은 ‘게을러서 가난하다’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지난해 ‘부커상’을 받은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 더글러스 스튜어트의 소설 ‘셔기 베인’은 이처럼 ‘대처리즘’의 상흔 속에서 절망에 빠진 글래스고를 배경으로 파괴된 한 가정에서 빛난 모자간의 사랑을 생생하게 그렸다. 자존심 강한 여인 애그니스 베인은 가학적이고 이기적인 바람둥이 남편 셕이 떠나면서 외진 탄광촌에 아이 셋과 버려진다.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주민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수당에 의존해 살아가는 이곳에서 애그니스는 상실감과 외로움을 잊고자 점차 술에 의존하며 자기파괴적 행위를 일삼는다. 애그니스의 곁을 지키던 아이들도 한 명씩 떠나간다. 하지만 남자답지 않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막내아들 셔기는 자신이 노력하면 어머니를 알코올중독에서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의 끈을 놓지 않는다. 남자다움을 숭배하는 사회에서 셔기가 겪는 폭력은 스스로에 대한 수치심을 주입하는 정신적 폭력이다. 아들이 다른 소년들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용기를 주는 애그니스의 사랑은 셔기가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작가는 인간의 추한 이면을 폭로하면서도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한 어머니와 아들이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어두운 현실을 헤쳐 나가는 숭고한 인간미와 희망을 제시한다. 특히 범죄·중독·가난을 개인의 잘못에서 비롯된 사회악으로 치부한 대처리즘에 맞서 환경·시대적 요인을 강조한다. 셔기의 절망적이지만 아름다운 사랑과 애그니스의 용감한 투쟁은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독자에게 공감과 울림을 선사한다. “욕망의 파괴력과 가족에 대한 성찰이 가슴 절절하게 슬프지만 희망의 여운을 남긴다”는 부커상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무엇보다 적확하게 느껴진다.
  • “성정체성은 아이가 제일 잘 알죠… 원하는 옷·장난감 갖게 하세요”

    “성정체성은 아이가 제일 잘 알죠… 원하는 옷·장난감 갖게 하세요”

    성별불일치감 겪는 청소년 체계적 상담자존감 향상에 초점 맞춰 300여명 도와심리 표현 어려울 땐 놀이·노래·연극 활용따돌림에 대처할 수 있는 평정심 키워내“내가 크면 엄마처럼 가슴이 나와요? 싫어요. 도와주세요.” 네덜란드에 사는 다섯 살 노아(가명)는 사춘기가 되면 자신의 몸이 어떻게 바뀔지 고민이라고 했다. 엄마는 노아를 데리고 어린이·청소년 심리 상담소 ‘유즈 잔담’을 찾았다. 정신과 의사 알렉스 콜만을 만난 노아는 “난 소녀가 아니라 소년이에요”라고 말했다. “이런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걱정하는 엄마에게 콜만은 “아이가 자기 자신에 대해 제일 잘 안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북서부 방향으로 약 20㎞ 거리에 위치한 소도시 잔담. 서울신문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성별 불일치감을 겪는 어린이·청소년을 체계적으로 돕고 있는 심리 상담소 ‘유즈 잔담’을 찾았다. 2016년 4월부터 어린이·청소년 트랜스젠더 300여명이 다녀간 이곳에는 정신과 의사, 가족·놀이 상담사, 심리학자 등 12명의 전문가가 모여 일한다. 이 중 세 명은 트랜스젠더다. ‘유즈 잔담’은 어린이와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의 고립·우울감을 덜어 내는 동시에 다른 이들과 유대를 쌓고 자존감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둔다. 상담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밖에 안 됐지만 17개월을 기다려야 예약이 가능할 정도로 명성과 신뢰를 쌓았다. 심리 지원 업무를 하는 토마스 웜후르는 “성별 불일치를 느끼는 청소년은 타인이 자신을 공감해 주지 못한다는 외로움에 빠지기 쉽다”며 “자아를 탐색하며 트랜스젠더 당사자와 교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언어 표현이 어려운 나이일수록 대화보다는 놀이, 노래, 연극을 활용하는 게 ‘유즈 잔담’만의 특징이다. 6~10세 대상 프로그램에서는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는 대신 장난감 놀이로 ‘내면과 외면이 달라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심어 준다. 이를 통해 아이는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남자’나 ‘여자’ 이름표를 달고 새 이름으로 살기를 체험할 수도 있다. 매년 두 차례 숙소를 빌려 12~24세 50여명이 캠핑이나 수영을 하는 프로그램은 특히 만족도가 높다. 그곳에서 트랜스젠더는 소수자가 아니다. 지난달 캠핑에 다녀온 한 아이는 콜만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누구인지, 내 몸은 왜 그런지를 모두에게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어 그게 너무 행복했어요.” ‘유즈 잔담’은 부모가 혼란을 겪는 자녀에게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해 나가야 하는지도 조언한다. 사회의 편견과 혐오로부터 자녀를 보호하는 것이 트랜스젠더 부모의 역할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실커 네이하우스는 “부모에게 아이의 뜻을 존중하라고 조언한다”면서 “아이가 원하는 옷을 입고, 원하는 장난감을 갖고 놀게 하는 것은 실천하기 쉬운 첫걸음”이라고 했다. 부모뿐 아니라 형제자매에 대한 상담도 병행한다. 콜만은 “형제자매를 잃는 게 아니라 새롭게 얻는다는 긍정적 방향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가족이 형제자매를 주변에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설명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고 안내한다”고 덧붙였다.상담소를 찾은 청소년이 학교에서 커밍아웃하길 원하는 경우 이를 돕는 역할도 한다. 해당 청소년의 학교에 같이 가서 성 정체성을 설명하고 “앞으로 이 친구를 본인의 성 정체성에 맞게 대해 달라”고 요청한다. 네이하우스는 “모든 따돌림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따돌림을 무시하고 자신을 지키겠다는 평정심을 가지도록 돕는다”고 덧붙였다. 콜만은 “트랜스젠더는 인류의 여러 스펙트럼 중 하나로 질병이 아니다”라며 “이들은 건강하지만, 온전한 자신으로 살도록 정신과나 호르몬 치료 등을 하는 의사가 도와주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콜만과 네이하우스는 인터뷰 내내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환자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네이하우스는 “강제로 성 정체성을 바꾸려는 시도는 정신 건강을 피폐하게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 도움주신분들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부모모임,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다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박한희·류민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이승현 비온뒤무지개재단 이사장, 이은실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 장창현 살림의원 원장, 김종명 서울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황나현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 윤현배 서울대 의대 휴먼시스템의학과 교수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너는 혼자가 아니야”…청소년 트랜스젠더 자존감 키우는 네덜란드 상담소

    ”너는 혼자가 아니야”…청소년 트랜스젠더 자존감 키우는 네덜란드 상담소

    “내가 자라면 엄마처럼 가슴이 나와요? 나는 싫어요. 도와주세요.” 네덜란드에 사는 5살 노아(가명)는 사춘기가 오면 자신의 몸이 어떻게 바뀔지 고민이라고 했다. 이날 노아가 어머니와 함께 어린이·청소년 심리 상담소인 ‘유즈 잔담’을 찾은 이유다. 정신과 의사 알렉스 콜만(64)을 만난 노아는 “나는 소녀가 아니라 소년이에요”라고 확고하게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노아의 어머니에게 콜만은 “아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제일 잘 안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북서부 방향으로 약 20㎞ 거리에 위치한 소도시 잔담. 2016년 4월부터 성별불일치감을 겪는 트랜스젠더를 상대로 상담을 시작한 ‘유즈 잔담’에는 지금껏 어린이와 청소년 300여명이 부모님과 함께 방문했다. 서울신문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유즈 잔담’을 찾아 이곳에서 일하는 정신과 의사, 가족 상담사, 놀이 전문 상담사 등 12명을 만났다. ‘유즈 잔담’은 어린이와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의 고립·우울감을 덜어내는 동시에 다른 이들과 유대를 쌓고 자존감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둔다. 상담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 밖에 안됐지만 17개월을 기다려야 예약이 가능할 정도로 명성과 신뢰를 쌓았다. 개인이 겪고 있는 성별불일치감의 정도나 성 정체화 단계에 따라 맞춤형 상담과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우울증, 공황장애를 겪는 경우 많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을 받는다. 대부분 2차 성징이 나타나는 10~12세에 우울감을 호소하고 부모나 교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이런 이유에서 ‘유즈 잔담’은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트랜스젠더 심리 지원 업무를 하고 있는 토마스 웜후르는 “성별 불일치감을 느끼는 청소년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공감해주지 못한다는 외로움에 빠지기 쉽다”며 “전문가와 자아를 탐색하면서 트랜스젠더 당사자와 교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고 설명했다.구체적인 언어 표현이 어려운 나이일수록 대화보다는 장난감을 이용한 놀이나 노래, 연극을 활용한다. 연령별로 프로그램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6~10세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는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장난감 놀이를 통해 ‘내면과 외면이 달라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심어준다. ‘남자’나 ‘여자’ 이름표를 달고 새 이름으로 살아보기를 체험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세상에는 나 혼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서로에게 장래 희망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시간도 갖는다. 트랜스젠더인 ‘유즈 잔담’의 사회복지사, 심리학자, 의사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이자 롤모델이다. 매년 두차례 숙소를 빌려 약 50명의 12~24세 트랜스젠더들이 캠핑이나 수영을 하는 프로그램은 특히 만족도가 높다. 그곳에서 트랜스젠더는 소수자가 아니다. 지난달 캠핑에 다녀온 한 아이는 콜만에게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 내 몸은 왜 그런지를 모두에게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게 너무 행복했어요. 선생님.”아이들끼리 모일 때 부모를 위한 모임도 열린다. 부모는 사회의 편견과 혐오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콜만은 “가족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아이들은 ‘나는 실패작이다. 부모님을 실망시켰다’며 우울해하고 자존감이 낮아진다”면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족들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심리학자 실커 네이하우스(27)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의 뜻을 존중하라고 조언한다”면서 “아이가 원하는 옷을 입고, 원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하는 것은 실천하기 쉬운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형제자매에 대한 상담을 병행하는 것도 특징이다. 가족도 안정감을 느끼도록 하려는 취지다. 콜만은 “형제자매를 잃는 게 아니라 새롭게 얻는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식을 유도해야 한다”며 “가족들이 형제자매를 주변에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설명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해도 도와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커밍아웃을 하려는 청소년을 돕는 것도 ‘유즈 잔담’의 업무다. 학생과 함께 학교에 가서 “성 성체성 개념을 소개하고 앞으로는 이 친구를 여성, 남성으로 대해달라”고 소개하는 식이다. 네이하우스는 “모든 따돌림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따돌림을 무시하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평정심을 가지도록 돕는다”고 덧붙였다. 콜만은 “트랜스젠더는 인류의 여러 스펙트럼 중 하나이며 질병이 아니다”라며 “이들은 건강하지만, 온전한 자신으로 살도록 정신과나 호르몬 요법 등을 하는 의사가 도와주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콜만과 네이하우스는 인터뷰 내내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환자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네이하우스는 “강제로 성별 정체성을 바꾸려는 시도는 어린이·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피폐하게 만들 뿐”이라며 “몇년 안에 네덜란드에서 전환치료는 불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서울신문의 ‘벼랑 끝 홀로 선 그들-2021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나우뉴스] 죽은 아내 못잊어 냉동인간 만든 남편의 4년 후 선택은

    [나우뉴스] 죽은 아내 못잊어 냉동인간 만든 남편의 4년 후 선택은

    사망한 아내를 냉동 보존한 남편이 새 인연 앞에서 망설이는 사연이 공개됐다. 사연의 주인공은 중국 산둥성 출신의 남성 구이쥔민 씨다. 구이 씨는 지난 2017년 중국에서는 최초의 냉동인간이 된 여성 잔원리엔(당시 47세)씨의 남편으로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다. 그의 아내는 지난 2015년 폐암 진단 후 약 2년 간의 투병 생활 끝에 2017년 5월 –196℃, 2000L 액체질소 탱크에 잠들었다. 계획대로라면 구이 씨의 아내는 냉동인간이 된 지 50년이 지난 오는 2067년 잠에서 깨어난다. 당시 중국에서는 시행된 적 없었던 냉동인간의 첫 사례가 된 잔 씨의 호흡기를 직접 제거한 이도 남편 구이 씨였다. 그렇게 잔 씨는 남편의 동의 하에 현재 산둥성 인펑 생명과학연구소 액체질소관 안에 냉동돼 잠들어 있는 상태다. 당시 아내를 냉동시킨 구이 씨의 사연은 현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총 300여명의 의료진의 자문과 미국에서 초빙한 인체 냉동분야 전문가 아론 드레이크 박사도 잔 씨 냉동인간 수술에 참여했다. 당시 언론들은 잔 씨의 냉동인간 수술에 대해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독자적인 인체 냉동기관을 가진 국가가 됐다’면서 대대적인 홍보 기사를 이어갔다. 덕분에 남편 구이 씨는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때문에 이후 수 년이 지난 최근 그가 새로운 연인을 만나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세간의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반면 구이 씨는 자신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에 대해 “만약 내 아내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오히려 축하해주고 새 인연을 만들어갈 것을 독려했을 것”이라면서 “나 역시 내가 만약 아내처럼 냉동인간이 되어 누워있는 처지였다면, 아내가 새로운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외로움에 고통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이 씨와 만남을 시작한 연인은 10살 연하의 여성이다. 그는 “새 여자친구의 개인 정보와 신상에 대해 누리꾼들이 조사해 공유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면서 “하지만 아내가 잠들어 있는 연구실에도 동행해 아내 허락을 이미 받았다. 오히려 내 새 여자친구는 내 아내와 나의 애틋한 사연을 알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털어놨다. 구이 씨는 미래에 깨어날 냉동 상태의 아내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 일은 그때가서 생각해 결정하면 될 문제다”면서 “누군가는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비난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냉동시킨 뒤 그녀가 깨어날 날만은 손꼽아 기다리는 고통을 경험 하지 않은 사람은 나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하루 18시간 일하며 버틴 베트남 고아…세계 최고 미녀로

    하루 18시간 일하며 버틴 베트남 고아…세계 최고 미녀로

    “자신감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을 아는 데서 온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랑 받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외로움과 자기 연민을 깊이 이해합니다. 그래서 항상 모든 사람에게 따뜻함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부모의 이혼으로 4세 때 버려져 18세까지 친척들의 도움으로 힘겹게 산 베트남 여성은 꿈을 위해 하루에 18시간 이상 일하며 버텼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왕관을 썼다. ‘2021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우승자 응우옌 툭 투이 티엔(Nguyen Thuc Thuy Tien·23)의 이야기다. 지난 4일 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60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최고의 미인으로 뽑힌 투이 디엔은 대회에서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핑크빛 성에 사는 공주가 아니다. 부모님의 사랑 없이 살아야 했다”고 불우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고백했다. 베트남 호치민시 출신 투이 디엔은 2017년 미스 사우스베트남 대회 1위, 2018년 베트남 대회 5위에 이어 2019년 일본에서 개최된 미스 인터내셔널 대회에 베트남 대표로 참가했다.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모델, 호텔 안내원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하루에 18시간 이상 일하기도 했다는 그는 우수한 학업 성적은 물론, 외국어에도 능통해 베트남어 외에 영어·태국어·프랑스어 등 4개 국어를 구사했다. 이번 대회 중에는 코로나 팬데믹에 맞서고 있는 의료진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해 베트남 전통 의상 아오자이를 재해석한 ‘파란 천사(Blue Angel)’ 의상을 입기도 했다. 응에안 신문은 “투이 디엔은 아름다운 미모나 뛰어난 몸매 외에 영어와 태국어로 소통하거나 노래해 우승할 수 있었다”며 “대회 심판진은 그가 보인 진정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투이 디엔은 “다시는 전쟁과 폭력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다양한 자선 활동과 친절은 한 국가가 아닌 전 세계의 사명”이라며 “오늘 저의 꿈이 이루어졌고 여러분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는 소감을 전했다.
  • 죽은 아내 못잊어 냉동인간 만든 남편의 4년 후 선택은

    죽은 아내 못잊어 냉동인간 만든 남편의 4년 후 선택은

    사망한 아내를 냉동 보존한 남편이 새 인연 앞에서 망설이는 사연이 공개됐다. 사연의 주인공은 중국 산둥성 출신의 남성 구이쥔민 씨다. 구이 씨는 지난 2017년 중국에서는 최초의 냉동인간이 된 여성 잔원리엔(당시 47세)씨의 남편으로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다. 그의 아내는 지난 2015년 폐암 진단 후 약 2년 간의 투병 생활 끝에 2017년 5월 –196℃, 2000L 액체질소 탱크에 잠들었다. 계획대로라면 구이 씨의 아내는 냉동인간이 된 지 50년이 지난 오는 2067년 잠에서 깨어난다. 당시 중국에서는 시행된 적 없었던 냉동인간의 첫 사례가 된 잔 씨의 호흡기를 직접 제거한 이도 남편 구이 씨였다. 그렇게 잔 씨는 남편의 동의 하에 현재 산둥성 인펑 생명과학연구소 액체질소관 안에 냉동돼 잠들어 있는 상태다.당시 아내를 냉동시킨 구이 씨의 사연은 현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총 300여명의 의료진의 자문과 미국에서 초빙한 인체 냉동분야 전문가 아론 드레이크 박사도 잔 씨 냉동인간 수술에 참여했다. 당시 언론들은 잔 씨의 냉동인간 수술에 대해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독자적인 인체 냉동기관을 가진 국가가 됐다’면서 대대적인 홍보 기사를 이어갔다. 덕분에 남편 구이 씨는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때문에 이후 수 년이 지난 최근 그가 새로운 연인을 만나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세간의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반면 구이 씨는 자신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에 대해 “만약 내 아내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오히려 축하해주고 새 인연을 만들어갈 것을 독려했을 것”이라면서 “나 역시 내가 만약 아내처럼 냉동인간이 되어 누워있는 처지였다면, 아내가 새로운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외로움에 고통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구이 씨와 만남을 시작한 연인은 10살 연하의 여성이다. 그는 “새 여자친구의 개인 정보와 신상에 대해 누리꾼들이 조사해 공유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면서 “하지만 아내가 잠들어 있는 연구실에도 동행해 아내 허락을 이미 받았다. 오히려 내 새 여자친구는 내 아내와 나의 애틋한 사연을 알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털어놨다.  구이 씨는 미래에 깨어날 냉동 상태의 아내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 일은 그때가서 생각해 결정하면 될 문제다”면서 “누군가는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비난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냉동시킨 뒤 그녀가 깨어날 날만은 손꼽아 기다리는 고통을 경험 하지 않은 사람은 나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 [김택규의 문화 잠망경] 다정한 것에 고개를 숙이다/번역가

    [김택규의 문화 잠망경] 다정한 것에 고개를 숙이다/번역가

    공부하러 먼 나라에 가 있는 딸은 매일 하루 두 번 아내와 영상통화를 한다. 아침에 등교하기 전에 한 번, 밤에 잠자리 들기 전에 한 번. 그것도 매번 30분에서 1시간씩 긴 대화를 주고받으니 늘 아내 옆에 있는 나로서는 의아하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한다. 대체 무슨 할 이야기가 저렇게 많을까. 친구, 선생님, 공부 이야기에 매끼 밥 지어 먹는 이야기까지 온갖 화제가 난무한다. 나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차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외로움을 잘 타는 딸과 근처에 마음 맞는 이웃이 없는 아내가 서로 멀리 떨어지면 얼마나 적적할까 싶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영상통화 기술의 발전 덕분에 오히려 전보다 더 가깝고 깊게 마음을 나누고 있다. 혹시 우리 집 모녀만 이러는가 싶어 출강하는 대학원 학과의 중국인 여학생들에게 가족과 자주 영상통화를 하느냐고 일일이 물어보았다. 예외 없이 그렇다고들 했다. 또한 역시 예외 없이 엄마하고만 영상통화를 한다면서 아빠하고는 안 하거나 가끔 인사만 나눈다고 했다. 학과에 중국인 남학생이 전무해 못 물어보기는 했지만 남학생에게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엄마에게든 아빠에게든 매일 영상통화를 하는 남학생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이 안 갔기 때문이다. 확실히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다정함이 부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가정은 줄곧 다정함을 배우는 학교였다. 연애 당시부터 지금까지 아내는 엄격한 교사로서 내게 공감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다정한 소통의 방식을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군부 독재와 산업화의 시대에 극도로 남녀 분리적인 동시에 남성중심주의적인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남녀 분반이었고, 남중ㆍ남고를 나왔으며,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야 간신히 또래 여성과 소통할 기회를 얻었는데, 겨우 1년 만에 군대를 가야 했다. 그 와중에 한국 남성사회 특유의 위계질서와 경쟁의식이 정신에 아로새겨진 채 아내와 처음 연애란 것을 시작했으니 아내는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돌아보면 그때 아내가 포기하지 않고 그래도 잘 가르쳐 보자고 마음먹어 준 것이 내게는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전화할 때는 항상 상냥한 어조로 말해 줘”, “같이 걸어갈 때는 앞장서지 마”, “가족한테는 ‘사랑한다’, ‘좋아한다’고 자주 말해 줘야 해”, “대화할 때는 해결책을 주려 하지 말고 그냥 안아 주고 다독여 줘” 등등 아내가 내준 갖가지 구체적인 숙제를 해 나가면서 나는 좀더 덜 공격적이고 더 협조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이 과정을 진화심리학에서는 ‘자기가축화’(self-domestication)라고 부른다고 한다. 자기가축화를 통해 내 부족한 친화력을 높여 조금이라도 ‘야생 상태’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면 아마 아내와 딸이라는 ‘진화된 다정한 인류’ 사이에서 완벽하게 왕따가 돼 버렸을 것이다. 저명한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커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인류의 진화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렵채집 시기에 인류가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발전시킨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리의 마음은 조상들이 식량 채집을 위해 사물, 동식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 말이 옳다면 우리는 민주화된 산업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십만 년 전 수렵채집 시대의 마음을 갖고 태어난 것이니 누구나 살아가면서 그 야생의 마음을 진화시켜 좀더 다정해질 필요가 있는 셈이다.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아무래도 여성이 남성보다 그 진화에서 앞서 있는 듯하다. 2002년 6월의 어느 여름날 저녁이 생각난다. 당시 우리 가족은 서로 1만㎞나 떨어져 있었다. 아내와 딸은 뉴질랜드에서, 나는 서울에서 1년 넘게 얼굴을 못 본 채 살았다. 그날은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지만, 나는 번역 일에 치여 식당에서 혼자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내에게서 국제전화를 받았다. 아내는 언제나처럼 밝고 다정한 목소리로 딸을 데리고 그곳 교민들과 함께 단체 응원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비싼 전화요금 때문에 몇 마디도 못 하고 전화를 끊어야 했지만, 그 다정한 목소리에 얼마나 큰 위안을 받았는지 모른다. 그리고 아마 느꼈던 것 같다. 세상의 다정한 것들에는 어떻게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고.
  • [열린세상] 현생인류는 친화성 덕분에 살아남았다/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열린세상] 현생인류는 친화성 덕분에 살아남았다/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현생인류는 약 30만년 전 아프리카 동부에 처음 나타나 전 세계로 퍼졌다. 당시 지구상에는 우리를 포함해 6종이 넘는 사람(Homo) 혈통이 이미 존재했다. 유럽과 아시아에 살면서 추운 기후에 적응한 네안데르탈인, 동남아시아에서 이미 성공을 이룬 호모에렉투스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약 4만년 전부터 다른 종은 사라져 버렸다. 왜 우리만 살아남았을까. 머리가 더 좋아서, 언어가 발달한 덕분에…. 최근에는 ‘낯선 사람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능력’ 덕분이라는 이론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24일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실린 기사의 내용이다. 제목은 ‘가장 친화적인 자의 생존? 현생인류는 왜 다른 인간 종보다 오래 살아남았나’이다. 기사에 따르면 호모사피엔스는 다른 모든 인간 종보다 더 큰 무리를 지어 협력하며 살았다. 직계 집단을 넘어 다른 집단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독보적인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여타의 사람 종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그 원인은 아직 분명치 않다. 아프리카의 기후가 크게 변화하면서 살아남기가 어려워진 탓이라는 해석도 있다. 서로 폭넓게 협력하는 집단의 생존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인류의 사회적 연결망이 확장된 것은 사실이다. 예컨대 약 32만년 전 현재의 케냐 남부 지역을 보면 화산에서 분출돼 창 촉에 사용되는 귀중품인 흑요석이 최대 90㎞ 떨어진 곳까지 운반됐음을 알 수 있다. 3만년 전 남아프리카의 호모사피엔스는 300㎞ 넘는 거리에서 타조알 껍질로 만든 구슬을 교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 스트링어는 말한다.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이웃 그룹의 행동과 발명품을 습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류가 처음 등장했을 때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사회적 교류가 활발하고 연결망이 더 커지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인간 종에서는 볼 수 없는 방식으로 이웃들과 상호작용할 용기는 어디서 생겼을까. 윌리엄스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의 유전자 분석이 이 질문에 빛을 던져 준다. 환자는 심장병과 정신지체를 지니고, 조그만 요정과 같은 얼굴이 특징인데 지나치게 사회적이다. 낯선 사람을 신뢰하고 안아 주기를 좋아하며 공격성이 적다. 원인은 7번 염색체에 있는 유전물질 일부가 사라진 것인데 그중에서도 특정 유전자(BAZ1B)에 최근 연구가 집중됐다. 배아발달기에 많은 조직의 기본을 형성하며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아드레날린 분비샘을 만드는 신경능선세포와 관련된 유전자다. 스페인 ‘카탈루냐 고등연구소’의 세드리크 베크스가 수행한 연구를 보자. 그의 팀은 현대인의 유전체를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네안데르탈인 및 데니소바인 것과 비교했다. 결과 문제의 유전자, BAZ1B가 호모사피엔스에서 더 많은 돌연변이를 겪었음을 발견했다. 진화의 압력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스트레스를 더 잘 견딜 수 있는 방향으로의 진화를 추정하게 해 주는 결과”라고 베크스는 말했다. 영국 요크대의 페니 스피킨스 교수는 이 돌연변이가 “우리의 공격성을 낮출 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덜 위협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 같다”고 한다. 네안데르탈인의 눈썹뼈가 크고 턱이 두드러져 야만적으로 보이는 것과 대조된다. 우리의 호모사피엔스 조상은 ‘스스로 길들이기’ 과정을 겪은 것 같다. 인류의 두개골과 치아가 작아지고 얼굴이 평평해지면서 인상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한 것이 약 30만년 전이다. 일부 학자들은 친화적 행동과 여성스럽고 젊어진 외모는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의 분비 증가, 소통 능력 증대와 연결돼 있다고 설명한다. 늑대에서 개로 가축화하는 과정과 하이델베르크인에서 현생인류로 진화하는 과정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소통 능력 증대와 부드러운 얼굴 인상은 연결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간의 자기 적응 과정에서 획득한 사회적 특성에는 단점도 있다. 스피킨스는 “더 긴밀히 연결되고 관대해지면 공동체로서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키면서 집단에 소속되려는 근본적인 욕구는 개인을 외로움, 우울함, 불안에 취약하게 만든다”고 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