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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광장] 이 가을에

    가을이다.새벽예불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귀뚜라미가 따라와 운다.문득 외로움을 느낀다.가을날 새벽에 지니는 이 외로움은 투명하다. 찻잔에 차를 내리며 은은한 차 향기에 나를 맡긴다.문 밖에는 비가내리고 바람이 문을 흔들며 지나고 있다.가을에는 모든 것이 슬퍼 보인다.어둠이 외로워 보이고,밤길을 걷는 사람의 뒷 모습이 그렇다.그토록 당당해 보이던 바쁜 일상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사람에 대해 연민을 가지는 시간도 또한 가을이다.나뭇잎이 떨어지듯 우리 모두는떠나야할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가을에는 너무도 구체적으로 다가서기때문이다. 찻잔에 가득 고인 차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수행자의 마음은 사라지고 일상에 묻혀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 모습이 편협하고 이기적이며 또한 속되다.부처님 슬하에서 세월을묻고 산 지 십수년이 되었지만 내 마음의 어느 한 자락도 부처님의발 끝조차 스치지 못하고 있다.무엇을 일러 ‘중’이라고 할 수 있을지,이제 나는 대답할 자신이 없다. 가을이면 찻잔을 앞에 두고 나는언제나 자신을 돌이켜 본다.차 향이 잔잔하게 온 방안에 퍼지듯 내 삶의 향기가 그렇게 은은히 번지기를 바라면서.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와서야 비로소 향기를 머금은 차잎이 피어나듯 혹독한 자기반성과 눈뜸 없이는 자신의 삶의 향기를 만날 수 없는 일이다. 이 가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내 마음 속에 이기를 버리고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너무도 오랫동안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기에 마음을 나누는 법을 잊어 버린 것만 같다.마음은 나눌수록 부유해지는 법인데,나는 스스로 가난을 택해 살아온 것이다. 그것은 형식과 이기에 얽매인 자연스러운 삶의 결과이기도 하다.마음은 있지만 승려이기 때문에,하고는 싶지만 귀찮기 때문에 하는 전제들을 모두 버리고 누구에게나 마음을 건네며 함께 웃고 울고만 싶다.가진 것이 없는 삶인데 마음마저도 넉넉하게 나누지 못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인색한 인생살이 아닌가. 며칠전 밤에 한 통의 전화를받았다.먼 제주도에서 바람소리를 전하기 위해서 도반 스님이 일부러 전화를 한 것이다.전화기를 통해서 말없이 건네던 바람소리를 처음에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들려? 바람소리가”.도반 스님의 해석을 통해서야 나는 비로소 바람소리라는 것을 알았다.스님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서울 살더니 바람소리도 잊었네.사람이 왜 그리 됐어.눈을 뜨고,귀를 열고 밖을 좀 내다봐. 제주도의 바람소리가 너무 좋아 일부러 전화했어”라고.바람소리의 감동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서 일부러 전화를 준 스님의 마음이 너무나 고마웠다.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선물을 할 때처럼 시간과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마음을 나누기 위해서는 마음을 내기만 하면된다.그러나 이 마음을 내는 일에 대개의 사람들은 서툴다.바쁜 일상속에서 타인과 자연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자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마음을 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마음을 비워야만 한다. 그리고 그비워진 자리는 백지처럼 언제나 깨끗하게 간직할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인연으로이 세상에 와 함께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다.마음의 문을 닫고 살기에는 인연의 무게가 너무나 지중하다.마음을 열고,마음을 나눌 때 한 생명의 아름다움은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갈 수 있으리라. 가을이다.길을 떠나야겠다.이기와 형식에 얽매인 나를 버리고 따뜻한 나눔의 길을 떠나야겠다. 성전 조계종 옥천암 주지
  • 영광의 얼굴/ 펜싱 金 김영호

    지난 97년 7월 1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한국펜싱의 희망 김영호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열전을 치른 끝에 세르게이 고르비츠키(우크라이나)에게 14-15,1점차로져 은메달을 따냈다.한국펜싱 사상 최고의 성적이었지만 김영호는 기쁨의 기색은 전혀 없이 비장감이 가득한 다짐을 했다.“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내겠습니다”. 그로부터 3년 뒤 김영호는 마침내 금메달을 찔러 자신의 다짐을 현실로 만들어 냈다.한국펜싱 50여년의 해묵은 숙원을 보란듯이 이뤄낸 것이다. 세계랭킹 5위인 김영호는 세계무대에서도 널리 알려 진 ‘쿠페(상대의 칼 위로 넘겨 치는 것)의 달인’.상대의 공격 의도를 동물적으로감지해낸 뒤 빠른 발을 이용해 전광석화처럼 상대를 내려치는 기술은 세계 8강 가운데서도 단연 으뜸이라는 평.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남자선수로는 유일하게 8강에 오른데 이어 올림픽보다 더 권위가 있다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97)과 동메달(98년)을 움켜 쥐었고 98독일월드컵과 99대우그랑프리·테헤란 국제대회에서는 잇따라 정상에 올랐다. 최근 고르비스키(세계 3위)와 왕하이빈(중국) 등 라이벌 들을 잇따라 이겨 일찌감치 금메달 청신호를 밝혔다.코칭스태프는 몸무게를 7㎏이나 불려 약점으로 지적된 파워를 보강한 것이 주효했다고 귀띔한다. 충남 연산중 2년 때 검을 잡아 충남기계공고 1년 때인 86년 주니어대표로 발탁됐고 대전대 2학년이던 90년말 태극마크를 단 뒤 10여년동안 국제무대를 누볐다. 지난 96년 10월 펜싱 국가대표 출신인 김영아씨(29)와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드니 특별취재단. *김영호 金따기까지 눈물의 사연. “1년에 3개월씩 해외를 전전해보십시오.그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사람은 아무도 모릅니다.”(에페 이상엽) 김영호가 한국펜싱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의 위업을 달성한 데에는남다른 눈물의 사연이 있다.김영호는 올초 3개월여 동안 칼 하나만을 믿고 해외를 전전했다.세계랭킹 5위권을 유지해온 김영호는 유럽시리즈 등 A급 국제대회에 가능한한 많이 참가해야만 랭킹포인트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내에서도 대전과 울산 등 지방을 쉴새없이 돌아다녀야했다.마땅히 주위에 연습할 훈련파트너가 없어 실업팀 연고지로 훈련구걸(?)을 다닌 것이다.대표팀에서 4년째 한솥밥을 먹고있는 김헌수코치는 “오직 올림픽 메달을 따자는 일념으로 가정은 포기해야 했다”고 밝혔다. 올림픽 개막 한달전에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그는 훈련파트너가 3명에 불과해 충분한 훈련을 쌓지 못했다.이곳 시드니로 건너와서도 연습파트너를 구하려했으나 작전이 노출될까봐 서로 꺼리는 바람에 다양한 훈련을 못했다. 펜싱은 국내에서는 비인기 종목.고작 실업팀이 서너개에 불과하다. 유망선수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갈 곳이 없어 중도에 펜싱을 포기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러다보니 다른 인기 종목처럼 선수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풍족할리없다.김영호는 3개월의 해외전훈 동안 좁은 호텔에서 김헌수코치와 한방을 쓰면서 와신상담해왔다. 몇년째 실업자인 김코치는 따로 직장을 잡을 생각도 하지 않고 김영호에게 매달렸다.김코치는 “내가 직장이 있으면 훈련을제대로 시킬수 있겠느냐”며 자신이 실업자인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말투다. 펜싱단체전이 올림픽티켓을 따내지 못해 플뢰레 선수단은 김코치와김영호 단 2명뿐이었다.장래에 대한 불안감과 해외 전훈시 수시로 찾아드는 지독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두사람은 펜싱에만 매달렸다. 세계 정상권 선수들의 기술을 면밀히 분석,그에 대한 대응책을 연구했다. ‘풍운아’김영호가 눈물의 방랑생활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올림픽 첫 메달에 대한 꿈이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다. 시드니 트별취재단
  • 추석맞는 납북자가족·南체류 비전향장기수 표정

    “동료들이 모두 북으로 간 뒤 한가위를 맞으니 더 외롭습니다” 지난 2일 장기수 북송 때 북으로 가지 않고 남쪽에 남은 비전향장기수들은 올 추석이 유난히 쓸쓸하다. 서울 관악구 봉천7동에서 ‘우리탕제원’을 운영하는 비전향장기수양인철씨(66)는 요즘 북으로 간 신인영(72),조창손씨(72) 등이 더 생각난다.감옥과 봉천동 만남의 집 등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한 이들이다.양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음식도 장만하고 북적거려 외로움을 몰랐다”면서 “올해는 찾아올 사람도,특별히 찾아갈 곳도 없어 그런지 북으로 떠난 친구들의 얼굴이 몹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초 결혼한 30살연하 아내를 위해 남쪽에 남아 화제가 됐던 안학섭씨(70)도 “하루빨리 남북한 자유왕래가 실현돼 북으로 간 이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며 말했다. 납북자가족들도 이산의 고통을 안고 외롭게 추석을 맞고 있다. 지난 87년 백령도 근해에서 조업 중 납북된 ‘동진호’ 어로장 최종석씨(55)의 딸 최우영씨(30·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북송된 비전향장기수 편에 보냈던 편지와 가족사진이 아버지에게 전해졌을 것이라고 위안하면서 한가위를 보낼 계획이다. 최씨는 “명절 때 고향에서 홀로 지내시는 어머니를 만나면 아버지의 빈 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면서 “내년 명절 때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아버지에게 손수 지은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말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 제57회 베니스영화제 오늘 伊 리도섬서 개막

    제57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오늘부터 다음달 9일까지 11일간의 일정으로 베니스 리도 섬에서 열린다. 이번 영화제에는 김기덕 감독의 장편 ‘섬’과 이상열 감독의 ‘자화상 2000’,하기호 감독의 ‘내사랑 십자드라이버’ 등 단편 2편이 각각 장·단편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지난 봄 칸영화제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영화가 크게 줄어들고 그 여백을 아시아와 유럽영화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장편 경쟁부문에 나온 총 19편 가운데 미국산은 로버트 알트먼 감독의 ‘닥터T와 여자들’과 줄리앙 슈나벨의 ‘어둠이 내리기 전에’ 등 2편뿐.이들도 거대자본을 등에 업은 할리우드산이 아니라 인디산이다. 대신 ‘섬’을 비롯한 아시아영화가 몇년새 뚜렷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추이다.지난해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장이모(張藝謨)·장유엔(張元) 등 중국출신 감독들에게 돌렸던 영화제는 올해에도 4편의 아시아산을 공식경쟁작 목록에 올려놓았다. ‘섬’은 청각장애를 앓는 여자의 광적인 사랑을 통해 인간의 외로움이낳는 병적인 집착과 애욕을 그린 작품.홍콩 프루트 챈 감독의 ‘두리안,두리안’은 중국 창녀를 이야기의 중심부에 세운 멜로드라마이며,이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서클’은 이란의 여성들과 아이들의 거친 삶을 담았다.이밖에 인도 붇하뎁 다스굽타 감독의 ‘레슬러들’도 아시아 대표작으로 꼽힌다. 역량있는 유럽감독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일람할 수 있는 것은 이영화제의 변함없는 미덕.포르투갈의 거장 마뇰 드 올리베이라의 신작 ‘팔라브라 에 유토피아’,영국 스티븐 프리어스의 ‘리암’,프랑스 사비에 보부아의 ‘셀롱 마티유’ 등이 상영된다. 흥미와 완성도를 겸비한 이탈리아 영화들도 4편이나 나와 주목된다. 가브리엘 살바토레의 초현실적 블랙코미디 ‘이빨들’을 위시해 시실리아 마피아를 다룬 ‘백발자국’,2차대전 말엽 레지스탕스 투쟁을그린 ‘빨치산 자니’,‘성자의 혀’ 등이다. 개막작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스페이스 카우보이’,폐막작은 토니 갓리프의 뮤지컬 ‘방고’. 지난해 ‘거짓말’(장선우 감독)에 연이은 본선경쟁부문 진출로 올베니스영화제에는 한국영화 홍보도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다.영화진흥위원회가 파견한 대표단이 베니스 현지에서 우리 영화의 현주소를 알리는 ‘한국영화의 밤’을 여는가 하면,스크린쿼터문화연대는 ‘문화의 종다양성을 위한 국제연대기구’ 출범을 제안하는 공식기자회견을 개막일 오후 공식행사장내에서 개최한다. 황수정기자 sjh@
  • 양천구 ‘실버콜’ 자원봉사 화제

    무엇인가를 기다릴 게 없는 것보다 더 쓸쓸한 것이 있을까.한달이지나도록 전화 벨소리 한번 듣기 힘든 독거노인들.이들에게 하루에한번씩 전화를 걸어 ‘기다림의 기쁨’을 선사하는 이들이 있다. 서울 양천구(구청장 許完) 자원봉사센터(02-2644-4750)의 실버콜(Silver Call) 자원봉사자들.이들은 비록 전화통화를 통한 만남이지만의탁할 곳 없이 홀로 사는 노인들에겐 너무나 반가운 벗이 되고 있다. 목6동에 사는 황선옥씨(黃善玉·38·주부)는 시각장애와 당뇨병을앓고 있는 김옥수(74·신정3동)할머니와 매일 통화를 한다.‘몸 상태는 좀 어떠세요’ ‘우리 아이가 할머니가 보고 싶대요’는 등 안부도 묻고 집안 이야기도 한다.특히 초등학교 5학년,1학년인 두 아이가할머니를 좋아해 가끔 함께 찾아가기도 한다. 최근에는 의료계 폐업으로 진료받기가 힘들다는 할머니 말에 전화할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황씨는 “봉사한다는 마음보다 아이들과 함께더불어 사는 이웃사랑을 배운다는 마음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신월2동에 사는 하미정씨(河美貞·55·주부)는 같은 동네에 사는 이소저(89·신월2동)할머니와 짝이 됐다. 이 할머니도 눈이 침침하고 골다공증이 심해 끼니를 거르는 일이 많다.하씨는 “그래도 항상 몸을 깨끗이 하고 지하셋 방이나마 말끔히치우고 사는 할머니가 아름답다”고 말한다. 하씨는 “전화할 때마다 반기는 할머니의 음성에서 그동안 얼마나외로웠을까 마음이 아프다”면서 “독거 노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외로움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
  • [이용원칼럼] 독도는 외롭다

    나는 독도다.“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외로운 섬하나 새들의 고향”으로 시작하는 노래,‘독도는 우리 땅’의 주인공인 바로 그 독도다.내 이름이 비록 ‘홀로 있는 섬(獨島)’이고 개그맨 정광태도 나를 ‘외로운 섬’이라 노래했지만,불과 몇해 전까지만 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다.언제나한마음으로 사랑해 주는 나의 주인,한국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렇지만 요즘 나는 외롭고도 두렵다. 옛날 한때 내 이름은 자산도(子山島)였다.어머니인 울릉도의 아들이란 뜻이다.나는 신라 지증왕 13년(서기512)한민족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어머니 땅에 있던 우산국(于山國)이 이사부 장군에게 정벌당한 뒤 우리 모자는 한국인들과 운명을 같이했다.내 존재는 일찍이 ‘고려사’에도 언급되었고 조선시대에는 더욱 확실하게 인식되었다. 17세기 말 어머니 울릉도의 영유권을 놓고 일본과 처음 분쟁이 일어났다.당시 동래 사람 안용복이 함부로 내 해역에 들어온 일본 어선을 끝까지 쫓아가일본관리에게서 처벌을 약속받은 일은,지금 생각해도 마냥 통쾌하기만하다. 일본인들이 1905년 2월 내 이름을 멋대로 ‘다케시마(竹島)’로 바꿔 저희호적에 올린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이어 내 주인이 나라를 잃고 창씨개명을강요당해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일본인들은 조만간 패망할 것이요,그리 되면 나는 빼앗긴 이름을 되찾고 옛주인을 반갑게 맞으리라’고 자신했기때문이다. 해방이 되고도 일본인들이 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다는 말을 들으면 “참으로 어리석고 욕심 많은 사람들”이라며 혼자 웃었다. 그런 망언이 나올때마다 다같이 분노하고 규탄하는 내 주인들을 보면서 마음이 든든했다. 그러나 상황은 어느 때부터인가 바뀌었다.‘국민가요’로 사랑받던 ‘독도는 우리 땅’이 지난 84년부터 한동안 방송에서 사라지자 “일본의 항의에정부가 굴복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그럴싸하게 돌았다. 96년에는 이 노래가 가을 학기부터 초등학교 4학년 ‘사회과 탐구’ 교과서에 실리기로 했다가 취소됐다.모두의 사랑을 받는 ‘국민가요’가 이처럼 구박 받는 걸 보면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제목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정부가 나를 대하는 태도는 더욱 실망을 준다.‘한·일어업 협정’에서 ‘중간수역’에 포함된 것만도 억울한데,국회답변에 나선 당국자는 나를“‘배타적경제수역(EEZ)’을 가지지 않는 암석”쯤으로 여기는 발언마저 했다. 정부 정책은, 현재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니 대외적으로 분쟁지역이라는 인식을 주지 않는 데 역점을 둔다고 한다.그러나 싸움에는 상대방이 있는 법.일본이 저처럼 악착같이 소유권을 주장하는데 이쪽은 피하려고만 하면남들은 점차 저들이 옳다고 여길 것이다.96년 홍콩의 경제주간지가 아시아기업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나를 한국땅으로 본 이는 절반 가량이었다고 한다.4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나에게 바깥소식을 전해주는 바람은 “요즘 너와 관련한 괴담이 들끓고 있어”라고 귀띔한다.‘석유 매장설’‘일본의 침략 시나리오’‘정부 약점설’ 등 듣느니 모두 민망한 내용뿐이다.오죽하면 인터넷 사이트 곳곳에 ‘독도가 한국땅이 아닌 13가지 이유’식의 글이올라 국민을 분노케 하겠느냐고바람은 걱정했다. 며칠 뒤면 광복절이다.그날 한나라당 국회의원 21명이 나를 찾아온다고 한다.국회의원이니 장관,그밖에 사회 저명인사들의 얼굴을 보는 게 얼마만인가? 가만 생각해 보면 지난 3년여 내 등에서 진행된 공식행사는 하나도 없었다.나를 사랑하는 보통사람들은 허가를 받지 못해,지도층 인사는 관심이 없어안 찾는 모양이다.나는 아직도 한국땅인가? 요즘 나는 외롭고도 두렵다. 이용원 논설위원ywyi@
  • [사설] 조기 유학의 양면성

    교육부가 지난해 10월 ‘조기유학 전면 허용’방침을 밝힌 뒤로 초·중·고생들 사이에 조기유학 과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맞기 전해인 지난 96년 1만2,000여명에 달하던 조기유학생은 한동안 크게 감소했으나 올해는 96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교육부는 예상한다.정부의유학 관련 방침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탓에 불법 조기유학생까지 급증하는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한때는 조기유학을 ‘가진 자의 특권의식 또는 자기과시’로 치부해 흘겨본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교육 선택의 기본권으로 여겨질 만큼 우리사회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오히려 조기유학으로 국내보다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고,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국제경쟁에 대비해 우리아이들을 세계인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조기유학을 제한하는 폐쇄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던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조기유학은 여전히 신중히 결정할 문제다.자녀를 외국에서 공부시키려는 부모 중에는 조기유학을 ‘도피처’나 ‘영어습득의장(場)’쯤으로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현행 입시제도 아래서는 자녀를 상급학교에 진학시키기 힘드니 아예 어렸을 때 외국에 보내 그곳에서 대학교육까지를 마치게 하겠다는 것이 바로 ‘도피처’를 찾는 논리다.‘영어만은 배워오겠거니’하는기대도 올바르지만은 않다. 올 초 서울의 대원외국어고 졸업생 9명은 외국어학연수 과정 없이 곧바로 미국 명문대학에서 입학허가를 받았다.지난해 2월 영국문화원과 EBS가 공동주최한 영어경시대회에서는 어학연수 경험이 전혀 없는 회사원이 우승해 내한한 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으로부터 직접 상을받았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열심히만 하면 영어를 충분히 익히고 이를 외국에서 인정해준 사례가 많다. 반면 아직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10대가 유학길에 올라 이국에서의 외로움,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공부는 커녕 심신을 망친 사례는 아주 흔하다.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갖지 못하고 세계인 의식도 깨우치지 못한 어중간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 또한 적지 않다. 유학이 성공하려면 먼저 당사자가 확고한 목적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그렇지만 조기유학을 결정하는 주체는 당사자가 아니라 결국 부모다.부모는 자식을 외국에 내보내기에 앞서 적성과 의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특히 아이에게외국생활의 어려움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판단을 물어야 한다.부모에게 등떼밀려 유학간 자녀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아울러교육부도 조기유학에 관한 방침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자녀의 조기유학을원하는 학부모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유학정보를 빠르게제공하는 체계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 [여성 선언]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은

    얼마 전 베이징에서 조선족 대학생 체육대회 및 친목회가 있었다.100명 남짓모였는데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고려인,북한에서 온 유학생,그리고 어학연수차 온 한국사람들도 섞여 있었다.분위기가 어떨까 하는 생각과는 달리,한국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인지 단박에 화기애애한 자리가 되었다. 조선족 친구가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부터 웃음의 도가니였다.“이 거는(이 분은) 한국에서 온 려행작가입네다” ‘아니,이거라니?’라고 언짢아 할 틈도 없이 학생들은 당장 나를 ‘려사님’(여사님)‘이라고 부르더니 곧 ‘동무’,‘동지’ 등의 공산주의 호칭(?)도 함께 쓰기 시작했다.같이있던 한국 학생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라니까 당장 “아니 여성을 어떻게 선생님이라고 합네까?”하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중국에서는 남자들에게만 선생이라는 호칭을 쓴다고 한다. 잘 들어보니 같은 한국말이면서도 이렇게 우리와는 쓰임이 다른 말이 많았다.“세게 바쁘단 말입니다(아주 힘듭니다)”,“우리 나그네는 골이 아주 비상하기요(우리 남편은 머리가 아주 좋지요)”,“다음번에는 지각소멸해야 합니다(지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등. 각자 자기가 자란 곳의 언어를 섞어 쓰는 것도 큰 특징이었다.중앙아시아에서 온 까레이스키 즉,고려인은 말끝마다 ‘오친 하라쇼(아주 좋아요)’라는러시아말을 반복했고,연변에서 온 조선족들도 샹빤(출근)이나 빵주(도움) 등중국어를 많이 사용했다.그에 비해 북한학생은 ‘까부수자’,‘자폭하자’등 섬뜩한 단어도 쓰지만,아주 예쁘게 다듬어진 한국말도 쓰고 있었다.“려사님의 그 끌신(슬리퍼),물맞이 칸(샤워실)에서는 세게 소용되겠습니다” 그날 우리들 대화의 가장 큰 장애물은 놀랍게도 내가 섞어 쓰는 외국어였다.우리가 일상으로 쓰고 있는 스케줄,시스템,노하우 등 간단한 외래어에도 모두고개를 갸우뚱한다.실제로 이 학생들이 한국의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볼 때최대의 여러움이 바로 영어를 비롯한 외래어들이라고 한다. 이렇게 조금씩 다르거나 모르는 단어도 있지만 의사소통에는 전혀 지장이없었다.오히려 그런 차이가 재미를 더했다.10대에서 40대까지 나이도다르고,태어나고 살았던 곳도 다르고,현재 베이징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유도 다른우리는 각자의 말투와 생소한 단어들을 따라해 보면서 하루종일 정말 유쾌하게 보냈다.몇명은 내 숙소에서 저녁까지 해먹으며 뒤풀이를 했는데.그 때가남북정상회담이 발표된 직후라 베이징 유학생 촌에서는 이미 ‘동서남북통일’이 다 되었다며 축배를 들었다.그날 우리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이렇게 우리가 하루도 되지 않아 허물없이 어울릴 수 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같이‘조선말’을 쓴다는 것이라고.그러니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든 한 민족이 틀림없다고.웃고 떠드는 뒤풀이 자리지만 ‘모국어를 통한 민족의 동질성회복’을 얘기할 때는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지난 7년간 세계 오지여행을 하며 오랫동안 말이 안 통하는 나라를다니면서 힘이 들 때나,문화적인 차이로 본의 아닌 오해를 살 때마다 지구저쪽에 나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 7,000만명이나 있다는 생각만으로 얼마나 큰 위안을 받았는지 모른다.그러다가 한국말 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저 우리말로 한바탕 수다를 푸는 것만으로도 몇달간의 여독과 외로움이 눈녹듯이사라지는 경험은 또 얼마나 여러번 했던가. 지난번 남북한 정상이 만나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역사적인 합의를 끌어낼수 있었던 것도 같은 언어로 의사소통을 한 때문이리라.만약 통역이 필요해물리적으로 시간만 두 배로 늘렸다 해서 이런 성과가 가능했을까? 같은 모국어를 쓴다는 것은 같은 피를 나누었다는 뚜렷한 증거임을,지난번 체육대회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새삼 깨닫게 된다. 한비야 오지여행가
  • 李姬鎬여사 소록도병원 ‘발걸음’ 대통령부인으론 처음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는 25일 한센병(나병) 치료병원이 설립된지 84년 만에 대통령 부인으로는 처음으로 '천형(天刑)의 섬' 소록도를 찾아 한센병 환자들을 위로하고 의사·간호사 등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여사는 국립소록도병원 후생복지관에서 연설을 통해 “한센병을 앓으신분들은 사회의 몰이해와 냉대 속에서 정든 고향산천,부모형제와 생이별을 해야 하는 등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며 “그러나 여러분의 좌절하지 않은 노력 덕분에 이곳 소록도는 희망의 땅으로 거듭났으며 외로움의 땅이 아닌 축복의 땅이 됐다”고 위로했다. 또 “어렵고 힘든 여건 속에서 진료는 물론이고 환자들의 손과 발이 돼 함께 사는 병원 직원 여러분과 평생을 이국땅에서 봉사하고 계신 마리안느 수녀님께 존경을 드린다”면서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여사의 연설도중 참석한 300여명의 환자들은 여러차례 박수를 보냈으며나이든 일부 환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이어 이여사는 병동으로 이동,‘모든 소록도 가족에게 믿음소망 사랑이 충만하길 기원하며’라고 방명록에 서명한 뒤 환자들을 돌아봤다. 청와대측은 이여사가 환자들이 보낸 방문 요청 편지를 직접 읽고 결심했다고 방문배경을 설명했다. 양승현기자 yangbak@
  • 가수 유익종 ‘겹경사’

    가수 유익종이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 1일부터 KBS-2라디오(수도권 AM 603㎒)의 노유정과 함께 ‘뮤직카페’(매일 오후4시10∼5시55분)를 진행하는 데 이어 4일부터 14일까지는 덕수궁옆 제일화재세실극장에서 라이브 공연 300회를 돌파하는 ‘춘자야(春者夜)’를 열게 된 것.(02)3272-2334. 유익종은,‘뮤직카페’가 MBC ‘이종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와 필적하고자 선택한 회심의 카드.김중진PD는 “물흐르듯 잔잔한 목소리와 주부들의 마음을 헤아려 줄 수 있는 소박한 말솜씨를 지녔고 현재 활동중인 가수가운데 주부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한다. 특히 오는 5일 오후3시 공연에서는 라이브 300회를 돌파하게 된다.이를 축하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그의 이름값에 부응하기 위해서인지 게스트 면면도화려하다.권진원 김세환 김장훈 동물원 박강성 박상민 박학기 안치환 유리상자 유열 이정선 이치현 임지훈 장철웅 장필순 채은옥 한동준 등. 지난 74년 듀엣 ‘그린 빈즈’를 시작으로 트리오 ‘유리박’멤버를 거쳐 83년 이주호와 ‘해바라기’를 결성,‘모두가 사랑이에요’‘내 마음의 보석상자’등을 히트시켰다.85년 솔로로 독립,‘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이연’‘차창에 흐르는 이별’‘반추’‘그리움’등 인기곡을 선보였고 가수활동 25년째를 맞아 지난해 8월에는 ‘사랑은 외로움이니’‘사랑의 나그네’‘그대 가는 길’‘떠나버린 시간들’등 히트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즐기고아끼던 노래 15곡으로 ‘워스트 앨범’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이번 공연에는 30·40대 주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춘자’라는 이름의관객에게 사랑이 담긴 장미꽃을 선사하는 이벤트도 준비했다.
  • “노인 사랑 우리區부터 실천”

    서울시와 각 자치구들이 가정의 달을 앞두고 복지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는불우노인들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속속 시행하고 있다. 무료 컴퓨터교실을 열어 컴맹탈출을 돕거나 보호센터를 설치,뇌졸중·치매등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을 돌봐주는가 하면 무의탁노인에게 무료이·미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치구도 있다. 서울시는 급격한 정보화의 물결속에서 자칫 소외되기 쉬운 노인들을 위해무료 컴퓨터교실 운영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1일 강북 성동 금천 도봉 등 4개 노인종합복지관에 무료 컴퓨터교실을 설치,운영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이어 강북(6월) 성동·금천(7월) 도봉(9월) 등 연말까지 종합복지관 4곳에 노인 무료 컴퓨터교실을 추가개설할 예정이다. 강남구는 다음달 8일 어버이날을 맞아 강남 및 명화 종합사회복지관에 2개월 과정으로 자체 노인 컴퓨터교실을 개설,운영할 계획이다. 각종 노인성질환을 무료로 치료해주거나 건강상담을 해주는 자치구도 많다. 종로구는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팀과 손잡고 창신동 동부진료소에서 건강상담실을 운영중이다.그런가 하면 강북구는 매주 화·목요일 65세이상 생활보호대상자를 대상으로 무료로 백내장시술 등 안과진료를 해주고 있다.서대문구는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 북아현2동 주민복지관에서 수지침 무료진료를 하고 있다. 성동구는 무의탁노인들의 생활편의를 위해 지난해 4월 구 여성교실 수강생10명으로 구성된 도배봉사대를 발족했다.매주 2차례 관내 저소득노인 가정을대상으로 도배를 무료로 해주고 있다.현재까지 모두 65가구가 혜택을 받았으며 현재 60가구의 신청이 밀려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최근 신림6동을 ‘효가 가득한 시범동네’로 지정한 관악구는 목욕업소와이·미용업소 21곳을 선정,저소득 노인들에게 무료 이용권을 나눠줘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동대문구는 일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해 자원봉사대를 운영하기로 하고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다.정기적으로 같은연배의 무의탁노인을 위로 방문하거나 결연노인에게 수시로 안부전화를 걸어외로움을 달래준다는 계획이다. 문창동기자 moon@
  • 사진에 담은 시골장터의 정겨움/ 그리고 구멍가게가 생기기 전에는?

    현대인들에게 ‘시골장터’의 풍광들은 ‘아늑한 마음의 고향’이다. 시인 안도현씨와 사진작가 이흥재씨가 펴낸 ‘그리고 구멍가게가 생기기 전에는?’(실천문학사)는 이같은 시골 장터의 정겨움을 듬뿍 담고 있다. 시골장터에는 뜨거운 국밥이 있고 새벽같이 내온 곡물과 야채가 바닥에 펼쳐져 있다.어물전의 비릿내와 장사꾼들의 시끌벅적한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이 모든 것은 도시인의 가슴속에 잠자던 아련한 추억을 되살려준다. 책에는 이씨가 전국의 시골장터를 누비며 찍은 50여컷의 사진과 안씨의 에세이가 어우러져 있다. 안씨는 “무선호출기를 부적처럼 지니고 다니고 휴대폰을 하루종일 갖고 다니는 편리함을 누리는 우리 시대의 모든 이가 외롭다고 말한다”면서 “왜그럴까”하고 되묻는다.이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분명하다.사람들이 장터를 멀리하고 백화점 셔틀버스에 몸을 실으면서 현대인의 외로움이 심해지고있다고 주장한다.값 7,500원. 정기홍기자
  • 캐치원 새달부터 방영 ‘사우스 파크’

    일요일밤 공중파TV의 뉴스나 오락프로그램에 물린 시청자라면 눈이 번쩍 띄는 애니메이션을 구경할 수 있다.그렇다고 야한 성애 장면을 기대하면 곤란하다.다만 천진난만한 표정의 캐릭터들이 내뿜는 어처구니없고 ‘엽기적인’ 대사를 참아내야 하는 의무가 따른다. 케이블 유료채널 캐치원(채널31)은 다음달 5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9시30분(월요일 밤11시45분 재방)에 ‘불손할 정도로’ 톡톡 튀는 성인 애니메이션‘사우스 파크’를 내보낸다.물론 15세이상으로 시청층은 제한하고 거친 욕설이나 성애적인 표현은 최대한 완화하여 번역한다. 사우스파크는 미국의 케이블채널인 코미디 센트럴사가 97년 8월부터 방영해케이블로서는 꽤 높은 5.4%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프로로 현재 세번째시리즈가 방영되고 있다. 콜로라도주 산골마을 사우스파크에 사는 에릭,카일,스탠,케니 등 초등학교 3년생 4명의 악동이 주인공으로 에피소드들을 살짝 엿보면 엉뚱하고 기발하기 그지 없다. 카트만의 엉덩이에 외계인들이 80피트짜리 위성안테나를 이식하고,카트만은연신 불방귀를 뀌며 외계인들은 소들에게 지구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동물이라며 선물을 준다.카트만과 스탠은 자신들이 기르던 돼지와 코끼리를 짝지어 새 종을 만들어내려고 열심이다.또 스탠의 애완견 스파키는 게이임을 비관해 가출하는 등 줄거리의 인과관계나 논리적인 상황연결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짐작되겠지만 주인공들의 가정도 엉망진창.온마을 남자들과 내연의 관계를맺는 양성인간을 엄마로 둔 에릭은 천하제일의 욕쟁이이고 외로움을 타는 유태계 카일은 입양한 동생 아이크를 발로 차는 버릇이 있다.여자친구 웬디가말을 걸기만 하면 토하는 버릇이 있는 스탠은 누나 셀리로부터 초주검이 되도록 얻어맞곤 한다. 국내에서도 얼마전 극장영화 비디오가 출시돼 ‘사팍’ 마니아들이 벌써 홈페이지까지 만들었다. 폭스사 중역 브라이언 그라덴이 크리스마스 카드 대신 특이한 비디오를 만들어달라고 무명의 영화인 테리 파커와 매트 스톤에게 부탁한 것이 이 애니메이션의 탄생으로 이어졌다.이들은 지하실에서 종이를 오리고 즉석에서 대사를 넣어 5분물을 만들었는데 반향이 가히 폭발적이어서 정규 프로로 편성된것이다. 그러나 국내 시청자들이 이 ‘발칙한’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얼마나 정서적으로 용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캐치원은 시청자의 반응을 점검,2·3시리즈의 추가매입을 고려한다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임병선기자 bsnim@
  • [연극 리뷰] “사랑을 주세요.”

    3월5일까지 대학로극장에서 공연되는 닐 사이먼 원작의 ‘사랑을 주세요’(김순영 연출)는 너무 가까이 있어 잊기 쉬운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돌아보게 하는 따뜻한 가족드라마다.지난 9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풀리처상과토니상을 거머쥔 경력이 말해주듯 원작은 평범하지 않은 가족구성원 들간의갈등과 숨겨진 진실,그리고 마침내 화해에 이르는 과정을 때론 웃음으로,때론 코끝이 찡한 감동으로 짜임새 있게 엮어낸다. 극은 병으로 아내를 잃은 에디가 그동안 멀리해온 어머니에게 두아들 제이와 아리를 맡기면서 시작돼 다시 찾아가기까지 1년간의 이야기를 담는다.고집불통의 무서운 할머니,정신장애자인 벨라 고모, 젊을 때 집을 나가 갱단의일원이 된 루이 삼촌, 이상한 발성을 내는 거트 고모 등 제이와 아리의 눈에비친 가족은 하나같이 비정상적이다. 어느날 벨라 고모가 결혼발표를 하느라 가족을 집에 오게 하면서 이 뒤틀린가족관계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드러난다.미국에서 유태인으로 온갖 차별을받으며 홀로 6남매를 키워야 한 할머니는 두 자녀를잃은 뒤 더이상 아이들에게 정을 주지 않기로 했고,사랑이 없는 가정에서 자라난 네 자녀는 각자방식으로 할머니를 떠났다. 일일연속극처럼 에피소드 위주로 진행되던 극은 벨라 고모가 할머니에게 지금까지의 외로움을 털어놓으며 “누가,누가 나를 안아줘”라고 울부짖는 장면에서 클락이맥스를 이룬다.고난과 역경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강철처럼 단련된 지난날을 떠올리며 회한의 눈물을 보이는 할머니의 독백은 객석을 숙연하게 만든다.소극장 연극으로는 상당히 긴 2시간30분의 공연이 그다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섬세한 심리묘사와 극적인 반전때문이다. 원작을 충실하게 무대화한 연출 솜씨와 배우들의 개성있는 연기는 칭찬할만하다. 특히 벨라 역의 박현미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의 중심 노릇을 훌륭히 해냈다.그러나 할머니의 몫이 100% 살지 않은 점과 전반부에 다소늘어지는 듯한 느낌은 아쉬움을 준다.(02)764-6052. 이순녀기자 coral@
  • 김목경 4집 ‘Vol 4’ 나와...

    적지않은 이들이 90년대 한국 가요계의 불모성을 지적하는 좌표로 블루스음악의 퇴조를 든다.80년대 후반 ‘신촌블루스’의 등장으로 마지막 불꽃을 태운 블루스는 90년대 들어 댄스음악과 발라드로 양극화한 시장논리에 따라 설자리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외롭지만 꿋꿋이 블루스의 길을 걸어온 김목경이 최근 4집 ‘Vol 4’를 냈다.노랫말에도 그의 외로움은 묻어난다.‘나만 홀로 서있고’(플레이 더 블루스) ‘잊혀졌다 했는데,당신은 노래를 만들었’(부르지 마)는데 ‘남은 건키작은 기타뿐’(남은 건 하나뿐)이라고 노래한다. “내 몸에 배여있는 건 블루스이다.이것이 기본역량이고 냄새며 느낌이다”이번 앨범은 의식적으로 전반 5곡은 대중성을 고려했고 나머지 절반은 블루지한 감각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그의 말마따나 ‘플레이 더 블루스’같은 노래는 기타솔로를 빼고 록적인 취향이 상당히 달콤하게 다가온다. 그는 재즈가 모체인 블루스보다 더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이 못내 아쉽다.이제 정통음악이 반격을 펼 때가 됐다고 믿는다. 그러나 댄스음악이 주도권을 쥔 방송무대에도 많이 나설 생각이다.그렇게 전투정신을 발휘할 생각이다. 그는 영국에서 커머셜 아트를 공부하면서 거리의 악사로 나서 2시간에 3∼4만원의 돈을 번 적이 있을 정도로 내공이 깊다.손가락에‘보틀 넥’이라 불리는 긴 반지를 끼고 지판 위를 종횡무진하는 슬라이드 주법이 자랑. 2집에서 잠시 컨트리음악과의 결합을 시도했던 그는 3집에서 정통에 가까운블루스를 들려주었고 이제 친근한 멜로디라인을 도입해 대중에게 다가가는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은 건 하나뿐’에서 그가 들려주는 투명한 기타 리프는 지금 세대의 음악코드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그 진가를 알아차리기 힘든 대목.한두번 듣고흘려보낼 음악이 아니라 꾸준히 흙속의 진주를 찾는 기분으로 탐구해야 할덕목으로서 음악의 가치를 일깨운다. 앨범 전체의 느낌이 상당히 개인적인 데 치우친 것 같다고 지적하자 “이번앨범까지만이며 앞으로는 다른 뮤지션과의 공동작업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그룹 긱스를 결성한 오랜 친구 한상원으로부터 최근 여자가수 한명을 소개받았다고 전했다. 김목경의 새 음반을 듣는 팬들은 그와 함께 블루스의 길을 걸었던 ‘내 모습 본적 있소’와 ‘누구 없소’(노래 한영애)의 작곡자윤명운의 소식을 궁금해할 수도 있겠다. 임병선기자 bsnim@ *흑인들의 한·절망 달래던 음악 블루스 흔히 느린 템포의 춤곡 정도로 오해되고 있는 블루스는 흑인들이 고된 노동의 시름과 경제적 궁핍·신분적 제약에 따른 한과 절망을 달래던 단순한 형식의 음악이다.블루스의 선창·후창은 지금은 기타·하모니카 등의 악기가주고 받는 형식으로 바뀌었지만 우리 전통 음악 가운데 상여소리나 농요의‘매기고 받는’양식과 비슷하다. ‘블루노트’라 불리는 블루스 기본음계는 장조면서도 단조처럼 들린다.7음계에서 3음과 7음을 반음씩 내려쓰기 때문.여기에 ‘레미솔라도’ 5음만 쓰는 ‘펜타토닉’ 스케일이 결합된다.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모 베터 블루스’ 도입부는 펜타토닉의 응용이다. 블루노트와 펜타토닉을 효과적으로 배합해 팝같은 블루스를 들려주는 이가‘원더풀 투나잇’의 에릭 클랩튼.축축 늘어지는 기타음과 꺼칠한 목소리의웅얼거리는 듯한 보컬이 특유의 브랜드로 내세워진다. 남부 농장지대에서 시카고로 북상하면서 도시화된 블루스는 흑인 전래의 리듬감이 첨가돼 흐느적거리는 느낌이 묻어나는 리듬 앤 블루스로 거듭났고 백인음악인 컨트리와 결합해서는 로큰롤이 되었다.재즈와 솔에 끼친 영향력 또한 작지 않다.이렇듯 블루스는 현대 팝음악의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
  • 퇴직공무원 15%만 재취업

    정년퇴직한 공무원의 65%가 재취업을 바라지만 새 직장을 얻는 사람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시청 예산담당관실의 고종승(高鍾承·6급)씨가 대전대 경영행정대학원에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 ‘공무원의 생활실태 재취업에 관한 연구’에서 밝혀진 결과다.논문은 대전의 퇴직공무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15%만 재취업에 성공했고,나머지 85%는 집에서 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를 수록하고 있다. 재취업을 원하는 이유로는 ‘건강유지’가 40.8%로 가장 많았고 ‘생활비충당’(22.2%),‘일하고 싶어서’(18.5%),‘용돈 마련’(14.8%),‘친분 유지’(3.7%)가 뒤를 이었다. 퇴직 뒤 가장 큰 문제로는 ‘사회적 역할 상실’(37.8%),‘건강’(24.4%),‘경제적 빈곤’(15.6%),‘외로움’(10%)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59세인 공무원의 정년퇴직 연령에 대해서는 68.9%가 ‘적당하다’고 답한반면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26.7%에 그쳐 정년 연장보다는 재취업 기회확대를 더 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씨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퇴직공무원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인력활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재취업 기회를 넓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경호기자
  • 北 경수로 건설 근로자 270명 새천년 맞이

    새천년 1월1일 아침.경수로 건설공사를 위해 북녘땅 함경남도 금호지구에머물고 있는 정부 직원과 근로자 50여명은 버스를 이용해 숙소에서 6㎞쯤 떨어진 원자력발전소 건설부지 근처 어인봉에 올랐다.해돋이를 보기 위해서였다.전체 상주인원 270명의 5분의1에 가까운 숫자였다.조성용(趙誠勇)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한국대표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날씨가 흐려 해돋이를 보진 못했지만 동해를 바라보며 환호속에 새 천년을 맞았다”고 다소흥분된 목소리로 분위기를 전했다.미국의 평양연락사무소 소장으로 내정됐던국무부 출신 미국대표 리처드슨도 함께 자리를 했다. 앞서 조대표 등 KEDO대표들은 지난달 31일 북한 원자력대상사업국 관계자들과 북측 영빈관에서 만나 사업성과를 평가하고 가족없이 새 천년을 맞는 ‘외로움’을 서로 위로했다.북측 관계자들도 대부분 평양에서 파견돼온 ‘독신’들이었다. 북측 관계자들은 지난달 27·28일 KEDO의 배타적 권한이 미치는 숙소지역및 건설부지를 방문,“본공사가 시작돼 기쁘다”며 친근한 입장을 보였다고한다.97년8월 부지공사 시작때부터 이곳에서 근무,세번째 북녘에서 새해를맞는 현장의 ‘최고참’ 손동희(孫東熙)한국전력 금호원자력본부 본부장도“과거와 달리 북측과 업무대화도 잘되고 분야별 실무자간에는 술잔도 기울이는 관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북측 관리들의 태도도 부드러워지고 협조도 잘된다고 설명했다. “건설장소에서 다친 일부 북한근로자들이 북한주권이 미치지 않는 숙소지역 의료실로 와 치료를 받고 돌아가기도 한다”고 현장의료원장인 김수길(金秀吉)박사는 설명한다.금호지구엔 의사 2명 등 한일병원 소속 의료진 6명이있다.간호사 2명은 ‘영원한 도움의 성모회’ 소속 수녀다. 근로자들은 지난달 31일 밤 숙소구역 테니스장 옆 공터에서 밤늦도록 송년행사를 가지며 그동안의 답답함과 긴장을 풀었다.노래자랑·술파티 등이 이어졌고 인근 북청지역 북한 주민들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폭죽과 불꽃놀이도있었다. 첫 일요일인 2일엔 큰 눈이 내렸다.이곳 사람들은 컨테이너에 임시로 마련된 사찰과 성당·절·교회 등에서 통일의염원을 기원하며 보고픈 가족들과전화 등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이석우기자 swlee@
  • [집중취재 탈북자]

    * 실태와 과제 자유를 찾아 남한에 온 북한 이탈주민(탈북자).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했지만 이념과 체제가 다른 우리나라에서 꾸려가는 제 2의 삶은 순탄치 않다. 대부분이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 생활고로 고통을 받는다.주변의 부정적인 시각과 언어의 차이,외로움 등으로 좌절감에 빠지거나 범죄의 유혹에말려들기도 한다.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다. 통일부가 펴낸 ‘북한 이탈주민 생활실태’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국내로들어온 탈북자 수는 모두 1,048명이다.해방 이후 93년까지 해마다 10명을 밑돌았으나 올들어만 100명을 넘어서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탈북난민보호유엔청원운동본부(본부장 金尙哲변호사)가 지난 10월 중국 현지의 탈북 난민 1,383명을 조사한 결과,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 난민이 10만∼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단체 관계자는 “중국 체류 탈북자들의 82.4%가 가고 싶은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면서 “국내로 들어 오는 탈북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생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탈북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직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자 가운데 사망자와 이민자를 뺀 국내 거주자 836명 중 직업이 있는 사람은 회사원 123명,공무원·국영업체 직원 51명,전문직 종사자 25명 등 199명에 불과하다.자영업·농업 91명,임시직 101명,학생 76명을 포함시키더라도일자리를 가진 사람이 절반에도 못미친다. 특히 90∼98년의 탈북자 308명 가운데 14%인 43명은 범죄를 저질러 남한사회에서의 부적응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5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지난 95년 북한을 탈출한 박모씨(38)는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았지만 남한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한데다 후두암까지 걸려 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박씨는 “한달에 40만∼50만원이 드는 치료비는 고사하고 30만원이 넘는 아파트 임대료를 마련하기도 힘들다”고 털어놨다. 탈북자들의 남한 생활을 돕기위해 97년에 만든 북한이탈주민후원회 관계자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탈북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생계유지를 위한 직장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면서 “취업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응교육을 실시하고 법정의무고용제도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명칭·대우 변천사 탈북자에 대한 대우는 탈북자 숫자가 증가하면서 크게 달라졌다. 보상금과 혜택이 크게 줄었다.최근에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은 과거와 달리따뜻한 시선조차 받지 못한다. 60∼70년대 탈북자는 ‘귀순 월남용사’로 불리며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특급 대우를 받았다.거액의 보상금과 주택이 무료로 제공됐다.직업도 알선받았다.정부가 북한의 정보를 캐고 ‘체제경쟁도구’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90년대 들어 탈북자 수가 조금씩 늘어나자 탈북자를 지칭하는 용어가 ‘귀순 북한 동포’로 바뀌었다.보상금은 조금 줄었지만 주택과 직업이 법적으로보장됐다. 94년에는 탈북자 숫자가 52명으로 93년 8명에 비해 6배 이상 늘었다.용어는 ‘북한이탈주민’으로 바뀌었고 주거지원금과 정착금은 1,400만원으로 낮아졌다.또 이들이 제공한 정보에 따라 일정액의 보로금(報勞金)만 주어졌다. 황장엽씨 같은 거물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지원금을 주택 임대보증금과 가재도구 구입비로 사용하고 여분의 돈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린다. 하지만 분단국가였던 독일은 ‘동독 난민은 서독 국민과 똑같은 권리를 가진다’는 전제 아래 520만명에 달하는 탈 동독난민 문제를 해결했다. 서독은 90년 10월 독일 통일 전까지 난민들을 국경부근의 베를린과 기센 연방수용소에 거주하도록 한 뒤 16개 주정부 수용소에 분산 배치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관련 예산지원을 분담했다.각종 민간단체들도 이들의서독사회 정착을 도왔다. 탈북자들을 위한 체제적응센터를 운영하는 중앙대 이상만(李相萬)교수는 “탈북자의 90% 이상이 남한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있다”면서 “이는 체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므로 정부가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조현석기자] * 탈북 한용수씨 고단한 삶 “처음에는 매일 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힘들었지만 이젠 조금씩 적응이 돼 갑니다” 지하철 2호선 서울 방배역에서 매표원으로 일하는 탈북자 한용수(韓龍洙·25·인천 남동구 만수동)씨는 지난 4년여 동안 자본주의 체제에서 겪었던 어려움들을 털어놨다. 지난 95년 북한 사회의 폐쇄성과 획일성에 염증을 느껴 휴전선을 넘어 귀순한 한씨는 “남한 사회를 배우는 데 꽤 비싼 수강료를 지불했다”며 그동안겪었던 어려움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한씨는 96년 7월 정부에서 알선한 지하철공사에 매표원으로 취직했다.매표창구에서 표를 파는 단순한 업무지만 돈버는 재미와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도배웠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즈음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받은 김모씨(30)등 4명에게 정착금 2,500만원을 빌려줬다가 한푼도 받지 못한 채 고스란히떼였다. 게다가 다른 사람에게 승용차를 빌려줬다가 사고를 내는 바람에 변상도 받지못하고 폐차시킨 적도 있었다. 또 세상물정이 어두웠던 그는 “신용카드를 잠시 빌려달라”는 말에 신용카드를 빌려줬다가 그 사람이 카드로 구입한 자동차와 옷 때문에 연체료를 무는 등 낭패를 보기도 했다. 그렇게 피해를 당한 액수는 무려 4,000여만원이 넘었다. 한씨는 “풍요와 자유가 넘치는 것으로 생각했던 남한 사회가 사기꾼과 강도만 들끓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계속되는 사기에 북한을 탈출한 것에 후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빚 때문에 지난해 5월부터 한씨의 월급은 전액 압류됐다.돈이 없어 이틀을 굶기도 했고,마을버스비 300원이 없어 30분 거리를 매일같이 걸어다녔다.북한에 있을 때만큼 비참한 생활이 계속됐다.서러웠다. 북에 두고온 부모님을 떠올리며 울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자포자기에 빠진 한씨는 ‘잡히면 죽이고 죽겠다’는 심정으로 칼을 품고 자신에게 사기를 친 사람들을 찾아 다니기도 했다. “온통 분노와 증오로 가득차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나 한씨는 지난 8월 한 여인을 만나면서 모든 것을 용서했다.회사 동료들의 도움으로 빚도 조금씩 갚았고 그녀와 결혼도 약속했다. 한씨는 “그녀와 꾸밀 행복한 삶을 생각하면 그동안 겪었던 고통은 절로 잊혀진다”면서 “어려웠던 삶이었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간다면 반드시행복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감하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한씨는 “하루빨리 통일이 돼 북한에 계신 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불효자식의 짐을 덜고 싶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 잠시 귀국한 이종범 “내년엔 ‘삼총사 몫’ 할겁니다”

    ‘삼총사 몫을 해내겠습니다’. 선동열·이상훈과 함께 ‘코리아 삼총사’의 위용을 과시,하위를 맴돌던 주니치 드래곤즈를 11년만에 리그 우승으로 이끈 ‘바람의 아들’ 이종범(29·사진)이 ‘삼총사’만큼의 활약을 혼자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23일 가족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종범은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갑자기 오게 됐다”면서 “집에서 1주일정도 머무를 생각”이라고 말했다.이종범은 내년에 더욱 열심히 해 호타준족의 ‘이종범 야구’를 꽃피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종범은 ‘삼손’ 이상훈이 미국 프로야구 진출을 위해 팀을 떠난데 이어큰 의지가 됐던 ‘나고야의 태양’ 선동열마저 충격의 은퇴를 하자 벌써부터 외로움을 느낄 정도다.가족과 함께 생활하지만 팀내 한국선수로 홀로 남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그러나 이종범은 외로움을 강한 훈련으로 달래며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다. 이종범은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데뷔 당시 호쾌한 타격과 빠른 발로 일본열도에 바람을 일으켰다.그러나 상대 투수들의 심한 견제속에 데드볼로뜻밖의 큰 부상을 입어 전반기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따라서 올해는 이종범의돌풍이 거셀 것으로 예고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밖으로 부진했다.시즌 초반 타격감을 찾지 못하면서 외야수로 전전하다 주전엔트리에서 빠지는 수모까지 당했고 123경기에 출장해 홈런 9개를 포함,타율 .238의 저조한 성적을 냈다.다만 도루 24개로 리그 2위에 오른 것이 위안 거리. 이종범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지만 일본 투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했고 팀분위기에도 완전히 적응했기 때문에 3년째를 맞는 내년 시즌이 명예회복의 해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이종범은 선동열과 이상훈의 몫까지 해내주니치의 2년 연속 리그 우승에 주역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수기자 kimms@
  • 원성스님 시화집‘풍경’화제

    ‘동승(童僧)’시리즈 그림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원성(圓性)스님이 최근글과 그림집인 ‘풍경’이란 단행본을 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은 아직 학승 신분인 원성의 천진무구하고도 해맑은 동심의 세계를 그림과 시로 잘 그려내고 있다.특히 입산기(入山記)를 통해 삶의 쳇바퀴 속에잃어버린 현대인의 옛 이야기를 주머니속에서 끄집어 내게 한다. ‘버렸으나 버린 것이 아니래요/떠났으나 떠난 것이 아니래요/하지만 나는버렸고 미련없이 왔다’(‘출가’중에서).‘고운 산 찾아/깊은 고요에 들어/심연의 나와 만난다/이리도 고요한 한낮/엄마가 너무너무 보고 싶은 날’(‘엄마가 너무너무 보고 싶은 날’중에서) 이들 시구에서는 원성이 어린시절 어머니 손에 이끌려 산사에 들어와 삭발하면서 흘린 눈물의 의미,그리고 수도과정에서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마치 한 편의 시화전을 보는 것처럼 와닿는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됐다.‘그리움’에서 시작해 ‘부처님의 깨달음’에 접근해 가는 원성의 속내를 잘 드러내고 있다.즉 사춘기에 출가해세속을 잊지 못하는 외로움과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산사의 이야기와 아름다운 자연풍경 등을 알알이 담아 내고 있다. 스님이 직접 쓰고 그린 책이지만 구도(求道)와 선(禪)의 세계만 느껴지는것이 아니다.그보다는 눈맑고 천진한 아이의 어리광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하늘과 별과 달과 구름,그리고 바람 물소리가 책 속에서 소리없이 들려오곤한다. 이 책이 눈길을 특히 끄는 것은 따뜻하고 편안한 그림이다.수채화풍의 이들 작품은 마치 원화가 그대로 살아있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감상적이다.그림은 출판사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엠 매트’라는 용지에 실려 있어 원화의질감이 그대로 살아 숨쉰다. ‘말의 뿌리는 침묵입니다/우레와 같은 침묵을 갖지 않고는/내면의 소리를들을 수 없습니다/커다란 침묵 속에서만이 마음이 열리고/은쟁반에 흰 눈을담은듯 고요하게/환히 들여비칠 것입니다’(‘우레와 같은 침묵’중에서) 원성은 깊은 산속의 샘물과 같은 순수가 느껴지는 이들 시와 그림을 스스로 얻어냈다.정규 미술교육을 받지않았는데도 이것이오히려 그림을 보는 감상자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는 비결이 되고 있다. 이 책은 담백하고 고결한 선의 세계를 한 동자승을 통해 우리들에게 들려준다는 의미에서 현대적 선화집이라 평가할 수 있다.도서출판 이레.값 8,000원. 정기홍기자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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