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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스펀도 자문 월가 ‘공인경제통’/ 美 웰스 파고 은행 손성원 수석부행장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월가에선 손성원(58)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경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그는 미 언론에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그의 말 한마디가 실려야 기사의 비중이 올라간다고 할 정도다.지난 17일 워싱턴의 한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첫 인상은 “아주 깔끔하다.”였다.검정색 양복에 긴팔 흰색 와이셔츠를 입었다.노란색 넥타이로 멋도 냈다.중서부에 6000개의 지점을 거느린 웰스 파고 은행의 수석 부행장답게 미국의 전형적 은행가 차림이다. 그러나 그의 말투는 노련함과 차가움이 배어있는 한국의 은행가들과는 다소 달랐다.미국에서 30년을 살아서였을까.다소 더듬거리는 그의 한국말에 거부감보다 친근함이 엿보였다. ●“출장길엔 아내 동반하세요” “집안이 행복해야 일을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냐.” 일벌레로 통하는 그답지 않게 가정을 첫번째로 꼽았다.1965년 100달러를 쥐고 혈혈단신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외로움 때문일까.아니면 교통사고로 부인을 먼저 잃은 아픔 때문일까.그는 출장시 직원들에게 부인을 동반하라고 권장한다.일까지 함께 할 수는 없지만 저녁식사에 동참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그 자신 재혼한 11살 연하의 부인과 함께 늘 출장을 다닌다. 경제문제를 묻자 막힘이 없다.왜 그가 월가에서 인정받는 경제전문가인지 이해가 갔다.사실 워싱턴에 온 것도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만나기 위해서다.24∼25일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할 미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그린스펀 의장이 그와의 면담을 요구했다.벌써 10년째 계속돼온 일이다.그 때문인지 그린스펀의 후임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그린스펀 의장은 1월과 6월 의회에 낼 경제전망 보고서 작성에 앞서 미 최고의 경제전문가와 은행가 3∼4명을 만난다.실물경제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서다.여기에 그가 매번 끼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능력은 입증된 셈이다. 그는 미국 경제의 두가지를 걱정한다.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과 주택시장의 버블이다.디플레이션의 경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에 비유한다.걸릴 확률은 적지만 감염되면 치명적이라고 한다.그러나 현재로서는 심각한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한다.과잉생산이나 수요부족에 의한 디플레이션이 문제지만 지금처럼 기술향상에 의한 가격하락은 긍정적이라는 얘기다.일반인들은 그린스펀이 말한 디플레이션을 나쁜 쪽으로만 받아들인다.이번에 금리를 0.5% 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측하지만 자칫 디플레이션을 시인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주택시장은 저금리로 활황세를 이어가지만 거품을 걱정한다.주식가격 대비 임대료의 비율이 너무 커 버블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것. ●한국경제 낙관… 노조엔 부정적 한국경제는 낙관한다.내수에 어려움이 있지만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 점차 대외 수출이 늘 것으로 본다.노조에는 부정적이다.외국인 직접투자의 장해 요인으로 꼽는다.북한 문제에 한국 정부가 강경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본다. 그는 한때 한국의 은행장으로 갈 생각을 했다.제안이 있었다고 했다.그러나 3년 임기가 문제였다.“미국의 은행에는 정년이 없기 때문에 임원들이 소신을 갖고 일을 하는데 임기를 제한하면 행장이단기적인 이익에만 급급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그의 경력에는 최단기,최초라는 표현이 많다.피츠버그대에서 2년만에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아 25세의 나이로 닉슨 행정부의 경제자문위원회 선임 이코노미스트가 됐다.27세 최연소 노스웨스트 부행장,이후 미네소타 주립대 총장을 지낸 아시안계 최초의 미 대학 총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졌다.은행 본사가 있는 미네소타주는 그를 월터 몬데일과 함께 미네소타를 빛낸 20세기의 100인으로 선정했다. mip@
  • [마당] 자신을 사랑하는 법

    습관적으로 비싼 명품을 사들이는 사람들 중에는 단연 남자보다 여자가 많다고 한다.모든 인간은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기를 원한다.하지만 남자의 외로움이 대체로 설명 가능한 것이라면,유독 여자의 외로움은 난초를 기르는 것처럼 까다롭고 섬세한 경우가 많다.물건을 사면서 쾌감을 느끼는 증상도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많을 것이다.미친 듯이 사들인 명품에 둘러싸인 한 여자가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말한다.아무에게서도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나를 외롭게 한다.쇼핑은 사랑받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스스로 사랑을 주는 행위이다.“산다.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는 자본주의 사회의 오래된 덕목일지 모른다. 하지만 갚을 수도 없는 카드 빚으로 남는 광적인 쇼핑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넘어서 자신을 아예 잃어버리는 위기상황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남는 것은 물건이고,잃어버린 것은 허전한 내 마음이다.마음 내키는 대로 물건을 사서 자신에게 선물하는,쇼핑처럼 물질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가 또 있을까? 문제는 그 사랑의 갈증이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나 역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관해 오래도록 생각해왔다.타인에게 기대했던 사랑에 실망할 때마다,사실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관해 너무나 무지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학교에서 우리는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을 배우지 못했을까? 물건을 사는 일보다 행복한 일이 이 세상엔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아주 어릴 적부터 배워야만 한다.어른들 뿐 아니라 어린 아이들 또한 매일 갖고 싶은 수많은 물건들을 향한 쇼핑 욕구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어릴 적 나는 우표 수집광이었다.집에서 학교를 향해 가는 길 중간쯤에 우표 가게가 있었다.나는 돈만 생기면 그곳으로 달려가 우표를 샀다.얼마나 진귀한 먼 나라의 우표들이 가득 쌓여있었는지,나는 꿈속에서도 우표 꿈을 꾸곤 했다.명품을 사 재끼는 사람의 심리와,그 시절 나의 우표에 관한 편집증은 그리 다르지 않았을지 모른다.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은 우표를 사느라 늘 모자랐고,돈이 없으면 친구에게 꾸어서라도 사야만 직성이 풀렸다.그러고 보면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쇼핑 중독을 앓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우표를 사는 순간 온 마음이 뿌듯해졌다.무언가를 사는 행위를 통해 잠시 동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때 알았다. 나의 광적인 우표 쇼핑 중독은 머지않아 어머니의 분노에 찬 만류로 종결되었다.내게는 우표보다 어머니가 소중했다.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얻은 행복을 오래 누릴 수는 없는 일이다.그 후 나는 오래도록 행복해지는 법을 찾지 못했다.나 자신이 아닌 남을 사랑하는 일로부터 행복을 느꼈을까? 그 대상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간에,내가 아닌 남을 사랑하는 일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을 사랑하는 일로부터 행복을 얻는 일에 실패한다.남편도 아내도 자식도 결코 나 자신이 될 수 없으므로. 나는 암 병동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호스피스들을 볼 때 머리가 숙여지곤 한다.돌려받고자 하는 이기적이고 유아적인 사랑이 아닌,그렇게 넉넉한 사랑을 그들은 어떻게 배웠을까? 결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그들은 남뿐만 아니라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찾은 사람들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황 주 리 화가
  • 책 / 나는 꽃과 나비를 그린다

    나카노 교코 지음 / 김성기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500마르크짜리 독일 지폐를 장식하는 여성 곤충화가 마리아 지뷜라 메리안(1647∼1717).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신으로 곤충과 식물의 생태를 생생한 동판화로 옮겨 동시대 지성들에게 학문적·예술적 영감을 던진 주인공이다. ‘나는 꽃과 나비를 그린다’(나카노 교코 지음,김성기 옮김,사이언스북스 펴냄)는 독문학을 전공한 일본인 여류작가가 메리안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묶어 담은 책이다. ●獨지폐 주인공 곤충화가 메리안 일대기 여성인권을 기대할 수 없었던 바로크 시대를 살았어도 메리안의 학문적 업적은 지대했다.그럼에도 그의 생애와 작품에 관한 연구작업은 독일 본국에서조차도 체계화되지 못한 게 사실.그가 여성이었기에 재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판단한 지은이는,현대곤충도감의 원형을 일군 메리안의 작품세계와 열정을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복원해냈다. 책의 출발은 한편의 성장소설같다.동판화 제작자이자 출판업자인 아버지를 뒀지만 후처의 딸이란 이유로 이복 피붙이들에게 무던히도 냉대당하며 유년을 보냈다.그에게 곤충 관찰은 외로움을 달래는 도피구였다.13세 무렵, 당시 그의 고향에는 양잠업이 성행하고 있었고 우연히 발견한 누에의 변태과정을 스케치했다.곤충의 극적인 형태변화를 그림으로 표현하고픈 강한 잠재욕구를 스스로 발견한 건 그때였다. 책은 한 여인의 비범한 인생을 시간의 흐름에 맞춰 착실히 재생해낸다.18세에 결혼해 바람둥이 남편에게 시달리다 이혼에 이르는 등 아픈 개인사를 지나서야 비로소 메리안은 ‘천직’에 몰두할 수 있었다.두 딸과 함께 출판공방을 열어 곤충생태 연구를 본격화하고 사회명사들과도 적극 접촉해 나갔다. 저 유명한 동판화집 ‘수리남 곤충의 변태’를 쓴 것은 57세이던 1705년의 일.52세의 늦은 나이에 단신으로 남아메리카 수리남 정글로 들어가 수백점의 생태스케치와 표본을 만들어,답보상태에 빠진 당시 유럽 곤충학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새를 공격하는 타란툴라 거미,제비 알을 삼키기 직전의 보아뱀 등 정글의 생존법칙을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한 그림으로 재현한 것이다.애벌레의 몸속구조를 정밀묘사한 그림들은 첨단기술을 동원한 현대의 사진자료만큼이나 사실적이다. ●사진만큼 사실적… 현대 곤충도감 원형 메리안의 이름을 따서 학명이 붙여진 생물은 무려 17종.나비 9종,풍뎅이 2종,식물 6종 등이다.‘곤충학자’로도 손색없었지만,그는 누가 뭐래도 바로크시대를 대표한 동판화가였다.그의 그림은 지금까지도 미술애호가들 사이에서 사랑받고 있다.대표적 곤충도감인 ‘수리남 곤충의 변태’는 해마다 경매가가 갑절로 뛰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왜 예술사가들은 그의 이름을 한줌 고민도 없이 회화사의 계보에서 빼버렸을까.예술사의 편견을 향해서도 책은 따끔하게 일침을 날린다.1만 2000원. 황수정기자 sjh@
  • [마당] 사소한 행복

    사람들은 종종 인삿말 대신 요즘 무슨 재미로 사세요? 하고 묻는다.요즘처럼 심한 불경기에다 로또 복권에도 관심이 없고 담배도 끊고 술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정말 무슨 낙으로 살까? 살아가는 낙이란 마치 자동차에 넣는 기름처럼,없어서는 안 되는 밥 다음으로 중요한 삶의 제2의 연료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우리의 유일한 낙이라면 정말 딱한 일이 아닌가? 아무리 내 자식이라 해도 부모와 너무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그들의 언어는 날이 갈수록 낯설기만 하다.가족들과 떨어져 고즈넉한 밤 시간에 컴퓨터 앞에 혼자 앉으면,들어오라고 클릭하라고 속삭이는 그 많은 접속의 유혹.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가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위로받으려는 이 시대의 고독은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너무 멀리 와버린 것만 같다.외로움을 떨쳐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스포츠에 심취하는 일일 것이다.골프처럼 돈 드는 운동이 아니라도 산에 오르거나 그저 걷기만으로도 우리는 잠시 즐거워질 수 있다. 내 삶의 낙 중의 하나 또한 무조건 걷는 것이다.집 뒷길을 따라 걷다가 야트막한 뒷산에 올라갔다 내려와 집에 도착하면 딱 한 시간 걸리는 코스이다.담배와 술과 인터넷 채팅과 로또 복권 사기가 다 중독이라면 매일 걷기 또한 굉장한 중독 증세를 수반한다.소설 ‘좀머씨 이야기’는 걷는 일을 멈추지 않는 현대인의 강박 증세를 상징적으로 다루고 있다.하지만 문자 그대로의 걷는 일에 관한 한 나 또한 좀머씨에 뒤지지 않는다. 어떤 날씨 좋은 날은 무작정 하루 온종일 걷기도 한다.그러다가 요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바퀴 달린 운동화를 신고 공원이나 거리를 활보하는 꿈을 꾼다.얼마나 신이 날까? 이 따분한 세상에서 스르르 미끄러지는 운동화를 신고 달려가는 기분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더구나 걷기 예찬자인 나로서는 바퀴 달린 운동화의 존재가 여간 반가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90년대 초 뉴욕 허드슨 강변에 살고 있던 나는 강변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을 늘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넘어져서 크게 다칠 것 같은 두려운 마음에,내 삶의 바퀴 달린 운동화는또다시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어디 그런 일이 하나 둘이랴? 마음은 굴뚝같지만 결국 하지 못하고 마는 세상의 많은 일들.칠십이 넘은 노인들이 바퀴 달린 운동화를 타고 새벽 공원을 질주하는 모습은 정말 존경스럽다. 생각하면 별로 많지도 않은 나이에 나는 너무 무서운 게 많은 건 아닐까? 실제로 신고 달리는 운동화가 아니더라도,사실 우리는 발이 아니라 생각에 바퀴를 달고 살아간다.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일이 지겹고 따분해서 돈 주고 살 수 없는 유일한 물건인 청춘을 카드 빚과 바꾸기도 한다.바퀴 달린 운동화를 신은 우리의 생각은 그렇게 기분 좋게 세상을 미끄러져 나갈 수 있을 듯하지만,아차 하는 순간 넘어져서 치유할 수 없는 타박상을 입기 일쑤인 것이다. 사람들은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설거지와 빨래를 하는 일,책 한권을 읽는 일과 차 한 잔을 마시는 일의 충만함.하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그렇게 사소한 일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동시에 모든 일상의 사소한 일에도 고통을느끼는 사람이 아닐까? 깊은 밤 잡아 탄 모범택시 운전기사 아저씨가 딸의 카드 빚에 대하여,한번도 본 적 없는 손님인 내게 한없이 사연을 늘어놓는다.깊은 밤 문득 내 속까지 타드는 듯하다. 황 주 리 화가
  • “이웃 홀로노인을 내가족처럼”성동 ‘孝도우미봉사대’ 발족

    주민들이 ‘봉사대’를 결성해 이웃의 홀로노인 보살피기에 본격 나섰다. 성동구 주부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93명은 16일 ‘효(孝)도우미 봉사대’(사진)를 발족했다.이들은 관내에 홀로 사는 노인 280여명의 생활 불편을 덜어주는 등 작은 효의 실천을 통해 지역사회를 화목하게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도우미 가운데는 회사원,영어강사 등 남성 직장인들도 있지만 대부분 주부들이다.병의원 이송과 119신고 등 의료서비스뿐 아니라 평소에는 말동무로서 외로움도 달래준다.밑반찬을 만들어 주고 안부전화하기,장봐주기,그리고 아들·딸 역할도 한다.도우미 1인당 5∼6명의 홀로노인을 돌본다. 구는 효 도우미와 홀로노인들의 응급상황을 지원하고 불편해소를 돕기 위해 기억하기 쉬운 번호로 ‘노인전용회선’을 설치,운영할 방침이다.효 도우미를 계속 늘려 홀로노인 누구나가 이웃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고재득 성동구청장은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효의 시작”이라며 “효 도우미가 전국적으로 전파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
  • 학대… 방임… 내 아이는?

    “공부해라” 중압감도 결국 ‘학대' 직장여성 ‘육아뒷전' 후유증 커 조기교육,영재교육 등 잘 키우겠다는 부모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이런 아이들이 과연 “부모 잘 만나 질 높은 교육을 받는다.”고 할 수 있을까.공부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아이들을 학대하는 것은 아닐까.직장을 가진 여성들이 늘면서 아이들을 방임하는 경우가 많다.직업적 성취를 위해 아이가 잠들고 나서야 귀가하는 직장 여성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아이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누가 달래줄 것인가.학대와 방임 사이,내 아이는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 ●잘 키우고 싶다 강영은(34·가명·서울 서초구 반포동) 씨는 6살 난 딸 혜리를 자랑하는 재미에 살아왔다.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똑똑한 딸에게 한 달에 무려 100만원씩 쏟아 부으면서도 늘 새로운 교육정보를 얻으려고 교육에 관심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신문 사이에 끼워진 광고 전단지까지 빠짐없이 살핀다. 그런데 최근 영재 판별을 받기 위해 교육전문상담소를 찾았더니혜리는 엄마 뒤에 딱 붙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순간 강씨는 화가 치밀어 “왜 이래 바보같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고,그 순간 착하기만 하던 아이가 엄마를 꼬집고 때렸다. 이와 관련,전문가들은 “부모를 때렸을 정도라면 분리불안이 심하고 충동 조절이 되지 않는 등 마음에 심각한 병이 있다는 증거”라면서 “두 돌이 되기 전부터 시작된 국어학습지,수학학습지가 아이의 마음을 지치고,병들게 한 것“이라고 조기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그러나 어머니 강씨는 “요즘 아이들,다 그렇지.”라며 아이의 영재성만을 확인받고 싶어했다. 김연홍(36·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7살,5살 두 아이의 교육을 위해 지난해 일산의 집을 팔고 전세를 얻어 이사했다.한 달에 두 아이의 교육비로 150만원이 조금 넘게 든다.그래도 부족하다 싶어 집으로 미국인 강사를 초빙해 영어공부를 시작,이달부터는 60만원이 더 지출된다.남편의 월급이 보통 직장인보다 많아서 그나마 가능한 일이란다. “제가 집을 팔고 전세를 사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해요.아이들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하는 게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하니까요.이 험한 세상에서 잘 살 수 있도록 키워줘야죠.” 한국은행이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소비자동향조사결과에 따르면 수입의 절반 이상을 교육비로 쓰는 부모들은 “생활이 어려워도 교육비는 더 늘리겠다.”고 응답했다.국어·수학·영어 학습지는 기본,피아노,미술,두뇌계발 등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부터 6∼7가지씩 이어지는 아이들의 조기교육을 부모들은 ‘교육투자’라 말한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 만들어진,수입된 조기교육 교재·교구들은 마치 이것들을 다루지 않으면 ‘당신의 아이는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협박하듯이 집요하게 다가온다.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한다며 20개월부터 시작되는 수학공부와 ‘상상력을 자극해 논리적 사고와 기억력을 키워준다.’는 두뇌계발형 교구들이 장난감을 대체하고 있다. “교육은 0세부터,아니 태교부터 영어로 한다.”든가 “값비싼 교재를 사용했더니 또래보다 목도 먼저 가누고,옹알이도 먼저 시작했다.주변에서 이렇게 빠른 아이는 처음 본다고 말한다.”고 자랑하는 젊은 엄마들의 체험담은 또래를 키우는 엄마들을 흥분시킨다.“우리 애만 뒤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속도’가 아이들의 세상에도 중요한 척도가 되면서 아이들은 병들고 있다.어쩌면 풍부한 물질,좋은 환경에서도 아이들은 ‘학대’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명품으로,특별하게 ‘잘 키운다’는 말 속에는 아이들을 최고로 잘 입힌다는 것도 포함된다.청담동 명품상가 뒤편에는 아이들을 위한 명품매장이 늘어섰다.보통 사람들로서는 오금이 저려 들어서지도 못할 정도의 값비싼 옷이 ‘공주’와 ‘왕자’들을 기다리고 있다.손바닥만한 옷이 20만∼30만원,원피스 한 벌에 100만원짜리도 드물지 않다.아이 옷을 잘 차려 입히는 것이야말로 ‘내 아이는 특별하다.’는 증거로 부모들은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을 괴롭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이 ‘비싼 옷’이다.강남의 한 유치원 교사는 “편한 옷을 입혀서 보내 달라고 당부하지만 어머니들은 예쁜 옷을 사서 입혀 보낸다.때로는 옷을 더럽히지 말라는 당부를 교사에게 하기도 한다.무엇이 중요한지를 정말 부모들은 모른다.”고 말했다.물론 변두리라고 예외는 아니다.안산의 한 어린이집 원장 역시 “야외활동을 하는 날이라고 고무줄 바지를 입혀 보내 달라고 당부해도 한두명은 반드시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혀서 보낸다.그러면 그 아이는 제대로 활동을 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옷이 잘 벗겨지지 않아 실례를 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옷을 더럽히자 “엄마가 야단친다.”고 너무나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며 다른 아이를 때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고급 옷을 입히는 것이 아이에 대한 사랑인지,일종의 구속인지 모르겠다고 교사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사랑으로 자라는 나무 성공한 직장인 나혜선(43·가명)씨는 자신이 ‘나쁜 엄마’라는 자책에 빠져 있다.고등학생인 아들 경호(18·가명)는 혼자 늘 방에 틀어박혀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매사에 의욕이 없어 공부는 물론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없다.”고 말해 부모와 함께 학습장애클리닉을 찾았다.그러나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어릴 때 아이의 특성을 말해 보라.”는 질문을 받고는 말문이 막혔다.“아무것도 기억나는 게 없었어요.너무 바빴기 때문에 아이는 아주머니에게 거의 맡겼죠.별 문제도 없었고….”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으로부터 산만하다는 말을 들은 것이 거의 유일한 아들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었다.경미한 자폐증을 앓아온 것으로 밝혀지자 나씨는 “너무 힘들고,바빠서 아이에게 사랑을 제대로 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흐느꼈다. 여성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떳떳하게 드러내지 못한다.성공한 남자의 업무 책상 위에 놓은 가족사진은 그가 가정적인 남자라는 증거지만,일하는 여성이 가족사진을 책상 위에 내놓는다면 그것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영락없는 아줌마’라는 말을 듣기 때문이다.그래서 직장에서 성취하고 싶은 여성들은 아예 육아에 눈을 돌리지 않기도 한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김영(33·가명) 씨는 7살 난 딸을 시어머니에게 맡겨 키우고 있다.자신보다 할머니가 더 잘 키운다는 게 그녀의 ‘변명’이다.그러나 실제로 김씨가 아이를 데려오기를 미루는 것은 “야근도 많고 해외출장도 잦은데 아이가 있으면 사회생활이 제대로 안 될 것 같다.”는 게 주된 이유다.어린이 집 종일반에서 저녁 6시까지 지내는 딸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고,단 1시간이라도 더 빨리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지 않는 시어머니에게 섭섭하다.최근에는 아이가 “할머니가 자꾸 엄마 흉본다.”면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도 안하고 우울증세를 보여 어린이집 교사가 상담치료를 권했다. 김유영(43·가명·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는 5대 독자인 ‘귀한 아들’을 시어머니가 도맡아 키웠기 때문에 ‘할머니 식’에 맞게 자란 아이에게 거리감을 느낀다.중1인 아들은 최근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정신과를 찾았다.“남편과 시어머니에 대한 섭섭함이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투영된 것 같다.아무리 아쉬움없이 자라도 사랑의 결핍은 채울 수 없는 것 같다.”며 김씨는 부부싸움과 가족간의 불화로 인해 아이가 희생됐다고,결국 자신이 아이를 ‘방임’했다고 후회했다. 허남주기자 hhj@ ■저소득층 아동학대 심각 당신은 학대받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고단한 삶을 아십니까?그들은 매맞고 굶주리는 것은 물론 내버려져서 심성마저 달라져 있습니다.우리 사회는 이들을 어떻게 배려해야 좋겠습니까? 정식(가명·8살),정우(가명·6살)형제는 현재 한국수양부모회의 보호를 받고 있다.부모가 이혼 한 뒤 1년반 동안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굶거나 겨우 생라면을 뜯어먹으며 주린 배를 채웠던 아이들은 오랜만에 ‘사람 대접’을 받고 있다.그러나 두 아이는 다른 아이를 때리는 등 이미 폭력을 학습하고 있었다. 유정(12·가명)이는 우울증과 학습장애를 앓는 아이다.7살때,어머니의 가출로 인해 술을 마시기만하면 딸을 때리는 아버지를 피해,할머니댁에서 살다가 할머니마저 “아이를 돌볼 형편이 아니다.”며 수양부모회에 도움을 청했다.아이는 극심한 우울로 인해 누구와도 눈을 맞추지 않는다.공부에도 관심 없고,학교생활도 재미없어서 자꾸 결석한다. 박영숙 한국수양부모회 회장은 “사랑으로 아이를 보듬어안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아이들에 대한 학대와 방임은 제도적으로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역촌동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돌보는 공부방 ‘꿈이 있는 푸른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한윤희(36)씨는 “저소득층 아이들은 대부분 환경탓에 자아 존중감은 가질 수도 없어 폭력적으로 변하고 또한 사람에 대한 애정도 없다.실제로 아이들을 낮에 데리고 있으면 늘 불평만 하고,왜 제대로 도와주지 않느냐는 불만에 차있다.때로는 섭섭함도 느꼈지만 그것이 바로 아이들이 처한 환경으로 인해 심성마저 달라진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02년 아동학대신고전화 ‘1391’에 접수된 2498건 가운데 친부모에 의한 학대가 무려 80%나 된다고 발표했다.피해아동의 74.9%가 11세 이하의 아동으로,아동학대유형은 방임과 신체학대,정서학대와 유기 등 다양했다.그중 아동을 굶기거나 제대로 입히지 않는 등 방임형 학대가 36.3%로 전년에 비해 4.4%나 늘어났다.한편 부자나 모자가정,즉 한부모 가정에서 학대받는 아이들이 48.0%로 양부모 가정 2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아동학대 피해자 숫자가 무려 4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이 아닌 지나친 교육열로 인한 아동학대까지 포함한다면 그 숫자는 얼마나 될까.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엄밀한 의미의 아동학대는 경제적 어려움을 기저에 깔고 있지만,우리 사회의 지나친 교육열로 인한 학대까지 포함한다면 우리 사회의 어린이들은 거의 대부분 피해자일지도 모른다.학대받은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우리 사회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허남주 기자
  • 신월중학교 학생 1000여명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행사

    “할머니 외로워마시고 제가 달아드린 카네이션 보면서 웃으세요.” 7일과 8일 양천구 신월중학교 학생 1000여명이 카네이션 꽃을 두 손에 들고 찾은 곳은 양천노인복지관을 비롯한 관내 노인복지시설. 어버이날을 맞아 양로원 등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려는 취지에서 양천구(구청장 추재엽)가 마련한 행사다. 학생들은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할아버지 할머니의 옷에 정성스럽게 달아드렸다. 손자·손녀 같은 학생들의 꽃을 받은 노인들은 손을 부여잡으며 함박 웃음을 터뜨렸다. 황장석기자
  • 장형익 감독 데뷔작 별 / 순박한 남자 ‘무공해 사랑’

    멜로영화라면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 주인공쪽 역할에 무게가 더 실리게 마련이다.여배우들이 너나없이 멜로영화로 스크린 데뷔를 꿈꾸는 건 그래서다.지난 1일 개봉한 ‘별’(제작 스타후릇)은 바로 이 대목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영화다.건조하고 거친 이미지에 갇혀온 유오성이 순애보의 주인공으로 껍질을 벗은 휴먼멜로.‘간첩 리철진’을 함께 찍은 박진희와 다시 짝을 이뤘으나,영화 속 사랑이야기는 시종 그를 구심체로 삼고 살을 붙여간다. 통신회사 엔지니어인 영우(유오성)는 동물병원 의사인 수연(박진희)의 주변을 수줍게 맴돌기만 한다.무심한 여자에게 사랑고백을 하긴커녕 키우는 개를 핑계삼아 쓸데없이 사료만 사재는 게 일이다.선 굵은 남성중심의 멜로를 겨냥해서일까.이내 영화는 험준한 소백산 정상으로 무대를 옮긴다. 뺑소니 사고에 억울하게 휘말린 영우가 오지의 산꼭대기 출장소로 좌천되면서다. 영화는 통속 멜로의 공식을 잠시도 잊지 않는다.순박하고 우직한 남자는 비누처럼 미끄러져만 나가는 여자 때문에 속앓이를 한다.그럼에도 우여곡절 끝의 해피엔딩은 일찍부터 감지된다. 제목만큼이나 순수한 사랑이 영화의 핵심어.남자 주인공의 캐릭터가 집중 부각된 화면에는 갈수록 그런 주제의식이 또렷해진다.영우가 의지가지 없는 고아 출신인 것도 순애보의 감상을 한결 진하게 돋우는 장치.그것도 모자라 뺑소니범으로 억울하게 내몰리면서도 변명 한마디 못하는 ‘순진남’으로 묘사된다. 인적 끊긴 한겨울 심산의 설원에서 양치기 개 한 마리를 유일한 벗삼아 외로움을 달래는 영우에게 초점을 맞추는 영화에,물결치는 격정 같은 건 없다. 영우와 그의 직장 동료인 진수(공형진) 말고는 한참 동안 다른 등장인물도 보이지 않을 만큼 담담하다. 고적한 ‘무공해’ 화면 덕에 도시 배경의 일반적인 트렌디 멜로와 또 한번 뚜렷이 차별화된다. 영화는 애초부터 짜임새 있는 내러티브보다는 ‘보고 느끼는’ 드라마를 지향한 듯싶다.낮에는 눈덮인 고산(高山),밤에는 시리도록 밝은 별무리가 짝사랑에 안타까워하는 남자의 애상을 대변한다.극중 유오성의 대사도 최대한 자제됐다. 그러나 CF처럼 환상적인 화면의 마술에서 풀려나면 군데군데 허점이 많다.쌀쌀맞던 수연이 갑자기 사랑의 감정으로 돌아서 영우를 찾아오는 배경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산 밑의 늙은 의사 부부(이호재,김영애)가 영우의 잃어버린 부모인 것처럼 은근슬쩍 귀띔하는데,찜찜하긴 마찬가지.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싶은 의도는 읽히지만 지나치게 현실감을 무시해 거북스럽다.장형익 감독의 데뷔작. 황수정기자 sjh@
  • 8일 개봉 로맨틱 코미디 ‘펀치 드렁크 러브’ / 정서불안 고독男 사랑 펀치에 아찔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등 예술성 높은 영화에 매달려온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이,가벼운 코미디물을 평정한 배우 애덤 샌들러를 만났을 때…. 이 심상치 않은 만남은,아주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8일 개봉·Punch-Drunk Love)를 빚어냈다.줄거리만 보면 남녀가 사랑을 키워가는 내용이지만,영화는 실험적인 촬영·음악 등 결코 줄거리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등장인물의 내면과 행동의 상징적인 의미까지 기발하게 잡아낸다. 일곱 명의 누나에게 들들 볶이며 자란 배리는 마일리지를 덤으로 받는 푸딩을 사는 것이 유일한 낙인,평범한 소시민이다.어느날 평화로운 정적을 돌연 깨버리는 자동차 소리와 함께 풍금이 거리에 버려진다.카메라는 풍금 앞에 선 배리를 정면·옆면·뒷면에서 번갈아 롱숏으로 잡는다.고독한 한 인간에게 기습적으로 찾아온 낯선 물건.배리는 풍금을 사무실에 들여다 놓고 하나 둘 건반을 누른다.그리고 바로 그날,낯설지만 푸근한 풍금 소리처럼 아름다운 여인 레나가 다가온다.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공허감 속에 빠진 배리는 레나를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내가 뭘 찾고 있지?”라고 중얼거리며 대형 쇼핑몰에서 푸딩을 찾아 헤매는 배리.카메라의 초점이 흐려진 수많은 상품 앞을 서성이는 그의 모습은,소비 자본주의 사회의 늪에 빠져 고독감에 허덕이는 현대인을 상징한다. 급기야 배리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폰섹스에 빠지고,폰섹스 업체 일당은 배리의 신용정보를 미끼로 돈을 요구한다.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벨,정신불안증 환자처럼 왔다갔다 하는 배리,배리의 상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다를 내뱉는 여동생….영화는 이 짜증나는 상황을 정신없는 타악음악과,거칠게 움직이는 핸드헬드 카메라 기법으로 표현한다.관객 역시 배리와 함께 폭발 직전까지 다다르게 되는 것. 배리는 결국 레나에게 손을 내민다.누구나 마음의 문을 꼭꼭 닫은 채 살아가지만,아픔과 고독을 서로 나눴을 때 세상이 핑크빛으로 변한다는 내용은,감독의 전작과 맥이 닿아 있다.‘매그놀리아’가 우울한 드라마로 인간의 아픔과 화해를 형상화했다면,‘펀치…’는 톡톡 튀는로맨틱 코미디로 고독과 사랑을 그려냈다.특히 이번 작품은 다양한 영화형식을 실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단순한 스토리와 재미있는 설정 때문에 훨씬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정서 불안에 떨면서도 사랑의 설렘 앞에서 용감해지는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애덤 샌들러의 변신도 놀랍다.‘브레이킹 더 웨이브’로 알려진 에밀리 왓슨은 동그란 눈동자에 순수한 첫사랑의 느낌을 간직했다.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제목은 ‘사랑에 한방 맞아 아찔한 상태’를 뜻한다. 김소연기자 purple@
  • “주민 찾아가는 경찰 평소 소신 지키고파”/ 서울 방배경찰서 김인옥 서장

    “요샌 하도 바빠서 입술이 다 터질 지경이에요.” 마음씨 좋은 누나처럼 수더분한 50대 처녀 서장,지리산 공비토벌대장의 딸,가출 소녀의 대모…,최근 서울 방배경찰서장에 임명돼 화제를 모으는 김인옥(金仁玉·51·총경) 서장을 가리켜 주위에서 일컫는 말들이다. 4월의 마지막 햇볕이 내리쬐는 30일 김 서장을 만났다.미소가 영락없는 어릴 때 누이의 모습이다.하지만 당찼다.김 서장의 이력이 문득 떠올랐다.경찰청 소년계장,경남 의령경찰서장,경기 양평경찰서장,서울경찰청 방범과장을 거치면서 쌓인 현장경험과 내공을 직감할 수 있었다.때문에 24시간 복잡하게 돌아가는 수도치안의 한 현장을 깔끔하게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김 서장은 현 경찰청의 김강자(金康子·58·총경) 여성청소년과장에 이어 서울에서는 두번째의 여자 경찰서장이다.저녁 순시에 나서는 김 서장의 뒤를 살짝 따라나섰다. ●“사소한 절도사건도 확실히 없애도록”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방배본동 동사무소 회의실.10여명의 관내 발전동우회 회원들이 잠시 회의를 중단하고 김 서장을 박수로 맞았다.기대감이 커서일까.지역 현안과 민원이 이들의 입에서 한꺼번에 쏟아졌다.한 남성회원은 “강력반을 동원해서라도 방배동 카페골목에 있는 호스트바를 없애 달라.”고 부탁했다.주부 한준희(50)씨는 “학원과 독서실에서 밤 늦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길거리 안전을 체크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서장은 주민들의 갑작스러운 ‘공세’에도 당황한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김 서장은 “현행법상 호스트바를 완전히 없애기는 쉽지 않다.그러나 열심히 단속,서장으로 있는 동안 호스트바를 없애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아울러 밤마다 골목 순찰을 강화하고 늦게 귀가하는 학생들에게 경찰 순찰차를 태워주겠다고 약속했다. 김 서장은 강도사건은 물론이고 사소한 절도 하나라도 없애달라는 것이 주민들의 바람이라는 점을 몇차례 강조했다.관내 아파트의 안방에서 경찰서까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 ‘넷폴’(netpol,internet police) 시스템을 25일부터 가동한 것도 이 같은 취지다.김 서장은 “주민의 곁으로 찾아가는 경찰상을 확립하는 게 소신”이라고 거듭 역설했다. ●서장이 우리를 찾은 것은 처음 ‘강남’에도 ‘잘 나가는’ 사람만 사는 건 아니다.호화 빌라의 높은 담벼락 옆으로 외로움과 빈곤,병마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동사무소를 나선 김 서장은 밤 9시30분쯤 라면과 두유 한 박스씩을 사들고 방배본동 주택가로 향했다.서초구청측이 전세로 마련한 방 2개짜리 단독주택에 60,70대 할머니 네 분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경찰서장이 찾아오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라며 반갑게 맞았다.그런 할머니들이 안쓰러웠는지 김 서장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김 서장과 할머니들이 4평 남짓한 방안에 자리를 잡자 그나마 좁은 방이 더 좁게 느껴졌다.김 서장은 양창순(76) 할머니의 손을 꼭 잡은 채 “흙도 많이 밟고 성경도 읽으면서 고운 모습 간직하고 오래 사세요.”라고 당부했다. ●아버지도 평생 경찰에… 피는 못 속여 이곳을 나서면서 김 서장은 “퇴직 후 경찰 출신 퇴직자들과 어울려 살 수 있는 양로원을 하나 마련하는 게 꿈”이라면서 “함께 의지하고 봉사하면서 말년을 보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집안 내력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1950년대 지리산 공비토벌대장을 지낸 선친 김호연씨의 경찰 이력을 딸이 그대로 물려받은 듯했다.김 서장도 “평생 경찰에 투신한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법과 질서를 지키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어릴 때 집에서 고아원을 운영한 탓에 다른 사람을 돕고 봉사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덧붙였다.2001년 서울청 방범과장 시절에도 의경들과 함께 집 없는 노인들을 위한 복지 시설인 용산 ‘사랑의 집’을 한달에 두차례씩 찾았다. 김 서장은 “계속 일에 매달리다 보니 혼기도 놓치고 어느새 나이 50을 넘겼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가출소녀에 대한 각별한 관심 밤 10시쯤 찾은 곳은 방배동 카페골목과 사당동 먹자골목.비행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김 서장은 18년 동안 일선서와 경찰청 청소년계에서 ‘청소년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가출한 애들을 찾으러 종종 찾았던 곳”이라고 했다. 밤이 깊어지자 인파도 조금씩 늘어났다.김 서장은 “새벽녘이 되면 이곳에서 가출 청소년들을 쉽사리 찾을 수 있다.”면서 “90년대 중반 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으로 있을 때는 신촌,강남역 등 서울지역 번화가는 가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아픈 기억 하나.지난 96년 서울 미아리 사창가에서 10대 여학생 둘을 빼낸 적이 있었다.연락을 받고 찾아온 부모들은 “이미 내 자식이 아니다.”라며 발길을 돌렸다.소녀들을 반기는 곳은 이미 없었다.김 서장은 “청소년보호기관에 맡긴 뒤 경찰로서 한계를 많이 느꼈다.”고 돌아봤다. 아직도 그 일이 가슴에 남아서일까.김 서장은 여성부,여성단체와 협조해 매맞는 아내와 갈 곳 없는 소녀들을 장기간 보호할 수 있는 ‘여성 쉼터’를 관내에 지을 계획이다. 아귀찜을 전문으로 파는 음식점 주인 유순희(48·여)씨가 김 서장을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김 서장은 “단속하러 온 게 아니라 도와주려고 찾아왔다.”면서 “모두들 어렵지만 열심히 생활하자.”고 말했다.유씨가 “들어와서 식사라도 하고 가라.”고 팔을 잡아 끌었으나 김 서장은 “다음에 들르겠다.”며 간신히 손길을 뿌리쳤다. 경찰 점퍼 차림의 ‘뚜벅이’ 서장은 자정을 넘긴 시각,또 다른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겼다.이두걸기자 douzirl@
  • 책꽂이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이청 엮음,아침나라 펴냄)지난 95년 발간했다 절판된 조계종 서암 큰스님(8대 종정)의 회고록 ‘도가 본시 없는데 내가 무엇을 깨쳤겠나’를 증보해 다시 펴냈다.엮은이가 경북 봉화군 물야면의 조립식 암자에 칩거하던 스님을 찾아가 인터뷰한 내용이 추가됐다.‘(스님들은)돈이 필요없는 생활을 해야’‘중 아닌 사람이 중노릇을 하기는 어렵다’등 충격적이랄 수 있는 내용들이 실렸다.8500원. ●마릴린 몬로,My Story(마릴린 먼로 지음,이현정 옮김,해냄 펴냄) 192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마릴린 먼로의 본명은 노마 진 베이커.예명인 마릴린 먼로 중 ‘마릴린’은 영화사에서,‘먼로’는 어머니의 이전 성을 따서 지은 것이다.어린 시절의 성폭행과 가난은 평생토록 그녀를 외로움의 감옥에 가둬뒀다.9개월만에 끝난 야구 스타 조 디마지오와의 결혼,그후 극작가 아서 밀러와의 결혼,1962년 36세로 느닷없이 끝난 삶.이 책은 먼로가 직접 쓴 미완의 자서전이다.1만원. ●위기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이연 지음,학문사펴냄) 한국과 미국,일본의 위기관리체제와 재난보도 시스템을 비교한 연구서.로스앤젤레스시가 1994년 노스릿지 지진 때 재해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데는 주지사 직속의 긴급업무부(OES)라는 캘리포니아주의 독특한 조직이 있었기 때문이다.2만5000원. ●나는 작은 우주를 가꾼다(다이앤 애커먼 지음,손희승 옮김,황금가지 펴냄) 조화와 포용의 철학을 담은 생태에세이.미국의 시인인 저자는 정원을 가꾸면서 지켜본 생물의 성장과 소멸에 관해 적었다.‘남의 정원에 훈수를 두지 마라’‘다른 이의 정원에서 시든 꽃을 꺾지 마라’‘꽃들에게는 사슴이 테러리스트’등 독특한 비유의 금언들이 담겼다.1만5000원. ●고사리야 어디 있냐?(도토리 기획,장순일 그림,보리 펴냄)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는 산나물 이야기.산나물 24가지의 세밀화 등 소박하고 정다운 수채화.6세 이상.보리 1만1000원. ●너는 내 친구야(벤 쿠이퍼스 글,잉그리드 고돈 그림,나누리 옮김) ‘천적’인줄로만 알았던 양과 늑대가 단짝친구가 되기까지의 감동과 웃음.2003년 오스트리아 아동문학상 수상작.7세 이상.달리 7000원. ●특별한 손님(에릭 바튀 글·그림,이진경 옮김) 소박한 왕궁과 옷차림의 ‘왕중의 왕’을 통해 겉치레는 무의미한 것임을 귀띔.5세 이상.행복한아이들 8000원. ●닷새장 가는 길(유경환 글,김민정 그림) 시집처럼 서정짙은 단편동화집.표제작은 겨울날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장에 가는 길의 에피소드.초등 저학년.예림당 7000원.
  • 그녀에게 - 식물인간 두여자 그를 사랑한 두남자

    인간이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모든 신체기관이 제 구실을 하지만 의식이 없는 두 여자.이들을 사랑하는 두 남자.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18일 개봉·Talk to Her)는 극단적인 상황에 빠진 두 커플을 통해,지독한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타인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인간의 숙명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발레리나 지망생 알리샤는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지 4년째.그녀를 짝사랑하던 베니그노는 간호사가 되어 밤낮으로 그녀를 돌본다.아무런 의식이 없는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고 말을 걸면서.한편 옛 애인을 잊지 못하는 여자 투우사 리디아와,기자인 마르코는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주며 사랑을 키운다.하지만 리디아 역시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다.다수의 유럽 예술영화와 달리,알모도바르의 영화는 일단 스토리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흔치는 않겠지만 가능할 법한,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사랑.하지만 스토리를 곧이 곧대로 따라가다가 뭉클하게 감동을 느끼는 할리우드식 러브 스토리와는 다르다.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영화속 상황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들이다.베니그노는 알리샤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결혼을 꿈꾸고,그녀를 (아마도)임신시킨다.강간죄로 감옥에 들어간 베니그노.하지만 알리샤는 기적적으로 눈을 뜬다.현실에서라면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이지만,영화는 이 행위의 상징적 의미를 설명하는 장치를 곳곳에 심어놓는다. 우선 자체 제작된 7분 가량의 흑백 무성단편영화 ‘애인이 줄었어요’.베니그노가 알리샤에게 들려주면서 등장하는 이 영화는 과학자인 연인이 만든 약을 먹고 몸이 손가락 크기로 줄어든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남자는 결국 연인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한 몸이 된다.타인과 하나가 되기를 소망하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 오프닝을 장식하는 피나 파우시의 현대 무용 역시 두 남자의 상황을 암시한다.앞을 못보는 두 여자가 아픈 듯이 춤을 추고 한 남자가 주위에 널린 의자를 치워주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어하는 타인의 존재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상실감과 외로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혼자이면서도 언제나 둘을 갈망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희망의 단초를 찾고 있다.그리고 마르코는 죽은 베니그노를 대신해 알리샤에게 말을 건다.그들의 ‘말’은 고독,죽음 등에 대항하면서 인간이란 존재를 증명해주는 수단이다. 알모도바르 영화 특유의 감각적인 색채는 상실감에 빠진 인간의 표정을 더 극명하게 드러나게 한다.남미풍의 음악도 영화의 감성적인 결을 잘 살리고 있다.인간이란 존재의 깊이감을 느껴보고 싶다면 모처럼 찾아온 이 스페인 영화에 주목해보자.유럽영화로는 드물게 75회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 ‘바둑황제’ 조훈현 9단 “삽살개 분양 합니다”

    “금지 옥엽같은 제 삽살개를 나눠 드리겠습니다.”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이 인터넷 바둑 전문 사이트인 타이젬(www.tygem.com)을 통해 자신이 키우는 애견 삽살개를 바둑팬에게 선물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화제다.타이젬은 바둑계의 ‘빅 3’로 불리는 조훈현·이창호·유창혁 9단이 투자해 만든 바둑사이트로,조 9단이 이사로 있다. 조 9단이 분양하겠다고 내놓은 삽살개는 그가 가족처럼 아끼는 삽살개 ‘갑돌이’와 ‘갑순이’가 낳은 생후 3개월된 암컷 강아지 두 마리.바둑알처럼 검은 윤기가 흐르는 녀석들이다. 이 가운데 한 마리는 앞으로 한달간 타이젬에 새로 가입하는 신규 회원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주인을 가리게 되며,나머지 한 마리는 오는 5월7일 타이젬과 ‘라이브바둑’ 통합사이트 오픈에 맞춰 기념행사로 벌이게 될 ‘n대1 투표바둑’에 참여하는 네티즌을 상대로 추첨,새 주인을 가릴 계획이다.‘n대1 투표바둑’이란 조 9단이 다수의 네티즌 기사들과 대국하는 것으로,전국의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수를 착점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삽살개를 무상 분양하겠다고 나선 조 9단은 바둑계에서 소문난 애견 기사.그가 유난히 개를 사랑하게 된 것은 일본에서 바둑유학을 하던 시절에 맺은 개와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1962년,세계 바둑사상 최연소인 9세때 프로에 입문한 조 9단은 다음해인 63년 일본으로 건너가 군복무를 위해 72년 귀국할 때까지 세고에(瀨越憲作) 9단의 문하에서 그의 내제자로 생활했다.그때 그에게 주어진 집안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스승인 세고에 9단이 아끼는 개 ‘벤케이’를 돌보는 일이었다.조 9단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먼저 개똥을 치우고 산책을 시키는 것이 중요한 일상사였다.”고 회고한다. 그때 조 9단이 길렀던 개가 일본인들이 세계적인 명견이라 자랑하는 아키다견(犬)이었다.가족이라고는 노스승 부부와 그가 전부였던 데다 어린 나이에 고국을 떠나 일본에서 바둑을 배우는 제자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스승이 그에게 건넨 특별한 선물이었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탔던 조 9단은 “그때 ‘벤케이’를 벗삼아 지낸 것이 내가 항상 개를 가까이 두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조 9단은 “군 복무를 위해 귀국할 때 나를 보고 애절한 눈빛으로 우짖던 ‘벤케이’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뒤 귀국 4개월 만에 스승의 자살 부음을,그로부터 두 달 뒤에 ‘벤케이’마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마음 아파했었다.두 주인을 떠나 보낸 ‘벤케이’가 음식을 마다하더니 끝내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조 9단은 그 후 줄곧 개를 길러오고 있다.그가 분양할 삽살개는 지금의 서울 평창동 집으로 이사해 기르기 시작한 ‘갑돌이’와 ‘갑순이’가 최근 출산한 여덟마리 가운데 가장 똘똘한 놈들이라고. 조 9단은 “성원해 준 바둑팬들에게 인사도 드릴 겸해서 결정한 일”이라며 “내가 아끼는 개인 만큼 집에서 기념촬영 등 절차를 거쳐 출가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나의 건강보감] ‘한국 록음악의 대부’ 신중현

    ‘한국 록음악의 대부’ 신중현(65).그의 삶은 간결하다 못해 흑백의 대비처럼 단조롭기까지 하다.자신의 삶을 오로지 음악 한 곳에만 쏟아온 까닭이다.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신중현을 다층적으로 이해하려 하고,그의 음악을 복잡하게 들으려 한다.그래서,한국 록을 온 몸으로 일궈온 그이지만,진정 그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거리의 허름한 지하실에 꾸민 ‘우드스탁(WOODSTOCK)’.바로 신중현의 음악이 잠룡(潛龍)처럼 비상의 힘을 얻는 산실이다.조명과 연주·음향시설이 어지러운 그곳에서 그를 만났다.이순(耳順)을 넘긴 대가답지 않게 연신 머리를 긁적였다.순정(純正)하고 애은,그러면서도 자유에의 열정이 솟구치는 그의 음악이 어쩌면 이처럼 그를 닮았을까. 얼굴에는 건강보다 깊게 대가의 경륜이 배어 있었다.건강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젊을 때 같지는 않지만 좋은 편”이라고 했다.건강하다는 그의 얼굴에서는 켜켜이 주름으로 앉은 지난한 세월의 편린이 고스란히 묻어났다.건강을 단순히 육신의 안위로만 해석한다면 그는 건강하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뭐냐는 당돌한 물음에 그는 물끄러미 한 곳을 응시하더니 “사는 거지요.”라고 했다.음악에는 한 시대와,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삶이 담긴다는 뜻으로 들렸다.좀 쉽게 설명해 달라고 청했다. “음악을 하다보면 여러 단계의 변화를 거친다.젊었을 때는 뭔가 보여주겠다는 욕심으로 만든 음악을 최고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은 아니다.어느덧 내가 음악에서 큰 순환을 마치고 다시 원점에 이른게 아닐까.지금은 복잡한 것보다 단순하고 원초적인 소리가 좋다.장자는 ‘오음(五音)만이 진정한 음악’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사실 그에게 건강을 얘기하자는 게 좀 그랬다.평생 밤샘 작업을 밥먹듯 해오면서 술과 담배에 빠져 살았다.담배를 빼물지 않으면 악상이 떠오르지 않았다.술도 ‘엄청나게’ 마셨다.오죽했으면 “술 때문에 친구들 다 잃었다.”고 할까.한번 술을 마시면 시쳇말로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던 그는 지난 74년쯤,의사로부터 “맥이 안잡힌다.얼마 못살겠다.”는 날벼락같은 진단을 받았다.나이 서른.그의 음악이 막 뜨던 시절이었다.그는 독하게 마음을 다잡았다.술,담배를 끊고 절제를 다짐했다.그가 자신의 음악성을 지켜내기 위해 ‘무위의 삶’에 눈뜬 계기이기도 했다.그는 담배가 끊어지더냐고 되묻자 “끊은 게 아니라 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담배의 중독성이 그만큼 무섭다는 뜻일까. 이때부터 그는 음악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명상에 몰입했다.“음악에너지는 정신에너지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구할 수밖에 없다.그런 점에서 나는 좀 특이하다.” 설명은 이어졌다.“음악은 소리다.나는 나를 소리로 파악한다.몸과 정신에 이상이 생기면 우선 소리가 죽는데,나는 이 소리를 살리기 위해 수양을 택했다.도가적 명상을 통해 소리를 복원하거나,제 소리가 날때까지 소리를 연습한다.이를테면 수양이다.” 그는 악상이 떠오르지 않거나 알 수 없는 벽에 부닥치면 조용히 눈을 감는다.먼저 호흡을 가다듬고,고요 속으로 마음을 이끈다.“내가 없는 것이 바로 내가 있는 것”이라며 내면의조급함과 욕심을 하나씩 지워나간다.이렇게 한계의 벽을 넘어뜨려온 그다. 여행도 많이 했다.몸이 가라앉고,정신이 혼탁해지면 그는 말없이 여행길에 나서곤 했다.애당초 행선지는 없다.마음이 닿는 곳에 머물다 떠나곤 하는 식이다.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안가본 곳이 없지만 풍경을 보러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건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고 했다.한때는 채식도 해봤지만 그만뒀다.필요한 육체적 힘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는 뭐든 가리지 않고 잘먹는다. 그럼 그런 섭생만으로 필요한 힘이 얻어질까.“그렇게 얻는 것은 몸의 힘일 뿐이다.영혼의 힘은 우주의 섭리 속에 있다.”고 한다.“음악이라는 것이 그렇다.기(技)의 단계를 넘어 도(道)의 경지에서 우주와 만나야 한다.우주의 도도한 힘과 질서에 나를 맡기면 음악이 달라진다.그 음악은 쇼냄새에 전 기의 음악이 아니라 가장 단순하고,심오한 도의 음악이다.” 그래설까.요즘 음악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에둘러 답했다.“음악에서 과장과 인위의 냄새가 나면 그건음악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그는 “음악인이라면 누군들 절망을 겪지 않을까만,나처럼 험한 세상을 살았던 사람도 흔치 않다.”고 토로했다.대중의 기대는 그에게 힘이자 짐이었다.여기에다 ‘새로운 음악에 대한 열망’은 수없는 질곡을 그에게 안겼다.70년대 초반에 터진 마리화나 사건도 이런 와중에 빚어진,그로서는 좀 억울한 해프닝이었다. 돈과는 인연이 없어 모은 것도 없다.그런 그에게 “생애를 음악에 투자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예의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음악은 자유자재가 가능하다.또 자기 세계를 스스로 그려낼 수 있다.바로 자유다.그런 점에서 나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도가병상과 도인체조법 신중현은 얘기중 특히 ‘무위(無爲)’를 강조했다.“좋은 소리란 어거지가 아닌 자연스러운 소리를 말한다.”는 그는 “이제 욕심을 부리기보다 모든 것을 비움으로써 빈 곳을 채우려 한다.”며 조용히 노장(老莊)을 얘기했다. ‘무위(無爲)’야말로 그의 음악 인생이 추구해 온 모든 것의 결집이라는 것이다.아닌게 아니라 음악실 곳곳에는 노자의 경구가 붙어 있었다.“화장실에 가다가도 문득 저 글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는다.”고 했다.그는 무위를 통해 노장(老將)의 외로움과 허탈한 상실감을 되채우고 있었다. ‘무위’란 노자와 장자가 주창한 도가사상의 핵심 덕목으로,유위(有爲)나 인위(人爲)에 반대되는 개념이다.즉,무리해서 뭔가를 하려 하지 않고,스스로 그런 삶을 사는 무위자연의 입장이다. 이 노장사상에서 태동한 건강법이 바로 기를 돋운다는 도인체조.대유연구소 윤상철 원장은 오장육부를 단련하는 도인체조중 폐와 심장을 단련하는 체조를 이렇게 가르친다. 먼저,앉은 상태에서 눈을 감고 오른쪽 발꿈치가 회음혈(항문과 성기 중간)에 닿도록 한다.왼쪽다리는 무릎을 구부린 채 세운 다음 양손을 깍지껴서 손바닥으로 무릎 바로 아래를 감싼다.천천히 숨을 들이쉬면서 왼쪽 무릎을 당겨 허벅지가 가슴에 닿게 한다.이때 왼쪽 발끝은 아래를 향하다가 무릎을 당김에 따라 위로 향한다.숨을 멈췄다가 내쉬면서 왼무릎을 원래 자리로 놓는다.5∼7회 반복한 뒤 발을 바꿔준다.심장과 정력에 좋은 체조다. 신장과 폐를 단련하려면,반듯하게 앉아 주먹쥔 양손을 어깨 넓이로 내려 바닥을 짚는다.이때 손등은 앞을 향하고 몸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숙인다.몸의 무게중심을 주먹에 두고 서서히 고개를 왼쪽으로 최대한 돌리는 동시에 회음혈을 오므리며 숨을 들이쉰다.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회음혈을 풀면서 숨을 내쉰다.3∼5회 반복한다. 경희대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송미연 교수는 “기공(氣功)은 불규칙한 생활로 흐트러진 신체리듬을 회복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신중현씨와 같은 음악인이 하는 명상과 도인체조는 심신의 음적 에너지를 활성화해 신체와 정신의 균형을 이루는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심재억기자
  • 새영화/ 새달 4일 개봉 ‘하늘정원’ 시한부 환자 사랑… 뻔한 스토리

    ‘하늘정원’(제작 두손드림픽쳐스·새달 4일 개봉)은 한류 열풍의 주역 안재욱과 이은주가 짝을 이뤘다는 대목에서부터 눈길을 모으는 청춘멜로다.안재욱의 동남아 팬들까지 ‘원정’온 통에 지난 25일 시사회장은 마치 팬클럽 모임 같았다. 영화는 요즘 한국멜로의 공식을 빼고 보탬 없이 그대로 따랐다.시한부 인생인 여주인공이 우연히 인연이 닿은 남자와 숙명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는 줄거리.빤한 이야기 얼개로 드라마의 매듭을 얼마나 솜씨좋게 묶었다 풀었다 할지,감독의 연출역량에 영화의 성패는 달린 듯하다. 쾌활하고 당당한 성격의 분장사 영주(이은주)는 위암말기 환자.불치병을 후반부에 깜짝카드처럼 들이밀지 않고 처음부터 드러내는 의도가 의아할 만하다.그러나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호스피스 병원을 운영하는 젊은 의사 오성(안재욱)이 등장하면서 이내 필연의 끈이 남녀를 묶게 되리란 예감이 든다. 시한부 생명이라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밝히며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영주에게,오성은 처음엔 연민을 느낄 뿐이다.그러다 혈혈단신인 영주가고통과 외로움을 못이겨 자신의 병원으로 찾아오자 조금씩 사랑의 감정을 느껴간다.둘의 감정변화에 초점을 한정할 듯하던 영화는,죽음을 기다리는 그곳 환자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끼워넣어 단조로움을 피했다. 호스피스 병원이 주요무대인 덕분에 고즈넉한 시골정취(경남 사천)가 멜로의 감성을 한층 북돋운다.그러나 조금만 논리를 따지는 관객이라면 물음표를 찍을 대목들이 많다.설명부족인 사건전개와 성급한 감정변화는 ‘이 영화,속편이야?’싶게 당혹스럽다.부모를 일찍 잃고 외롭게 자랐다는 닮은꼴 환경에서 동류의식을 느낄 만하나,이렇다 할 동기 없이 오성이 영주를 숙명적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설정은 요령부득이다.오성이 “떠나는 슬픔보다 남겨지는 슬픔이 더 가혹하다.”며 그토록 외로움을 못 견뎌하는 숨겨진 사연이 뭔지,설명을 싹독 자른채 감상적인 대사만으로 눈물나는 로맨스를 어물쩍 엮으려 했다.CF감독 출신인 이동현 감독의 데뷔작. 황수정기자 sjh@
  • 책꽂이/ 사랑의 빵속에 담긴 작은 행복이야기 외

    ●사랑의 빵 속에 담긴 작은 행복이야기(박경희 지음,평단 펴냄)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돕는 따뜻한 이야기.극동방송의 ‘김혜자와 차 한잔을’에 소개된 내용이 골격을 이룬다.책 판매수익의 일부는 월드비전 구호기금으로 쓰일 예정.8000원. ●하워드의 유럽IT 재발견(하워드 리 지음,다산출판사 펴냄) 유로화 시대를 맞아 점차 중요성을 더해가는 ‘유럽공화국’의 첨단정보산업을 업종별·국가별로 고찰.1만9000원. ●학문의 권장(후쿠자와 유키치 지음,남상영 등 옮김,소화 펴냄) ‘탈아론(脫亞論)’을 주장해 일본의 조선침략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후쿠자와 유키치의 저작.그의 인생과 학문,실천이 응집돼 있어 텍스트로서의 가치가 크다.‘서양사정’‘문명론의 개략’과 함께 저자의 3대 명저의 하나로 꼽히는 책이다.6800원. ●무인시대와 삼별초(유현종 지음,대산출판사 펴냄) 1170년 고려 무신정변부터 삼별초의 대몽항쟁까지 고려 100년사를 다룬 역사소설.전 3권 각권 9000원. ●곽희의 임천고치(林泉高致)(곽희·곽사 지음,신영주 옮김,문자향 펴냄) 11세기 중국 북송시대 산수화의 대가 곽희와 그의 아들 곽사가 지은 산수화 이론서.곽희가 이 책에서 내세운 화론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삼원(三遠),즉 고원(高遠)·심원(深遠)·평원(平遠)이다.이것은 일종의 원근법으로 이후 동양 산수화의 전범으로 자리잡았다.1만3000원. ●죽음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틱낫한 지음,허문명 옮김,나무심는 사람 펴냄) 죽음과 두려움이라는 존재론적인 문제를 정공법으로 다룬 에세이.행선(行禪),즉 걷기명상을 통한 평화로운 발걸음,정성을 다 쏟는 호흡,측은지심으로 우러나오는 행동을 통해 두려움과 외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9000원. ●로댕(베르나르 샹피뇔르 지음,김숙 옮김,시공사 펴냄)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은 공무원이 되기 원했던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어린 시절 제대로 글을 쓰거나 간단한 셈조차 하지 못한 열등생이었다.명성과 천재성에 가려진 로댕의 인생과 작품에 대한 열정을 살핀다.1만5000원. ●새로 쓴 일본사(아사오 나오히로 등 엮음,이계황 등 옮김,창작과비평사펴냄) 2000년 일본에서 나온 ‘요설(要說)일본역사’를 번역한 것.일본의 현역 연구자들이 새로 쓴 정통 일본통사로,실증적으로 인정된 학설과 자료를 기반으로 균형잡힌 시각에서 접근한다.2만2000원. ●마을민속보고 어떻게 할 것인가(안동대 민속학연구소 엮음,민속원 펴냄) 민속학의 생명은 현지조사지만 학자들이 만나는 연구자료는 민속의 실상이 아니라 조사보고서 속의 기록이다.지난해 ‘마을 민속조사 어떻게 할 것인가’에 이어 펴낸 민속조사보고 방법론.1만원.
  • 책/’너 자신을 혁명하라’ 저항 지식인이 남겨둔 고뇌

    함석헌 지음 / 김진 엮음 / 오늘의책 펴냄 일제치하,그리고 해방후 서슬퍼런 군사독재의 폭력에 양심과 비폭력 사상으로 저항했던 지식인 신천옹(信天翁) 함석헌(1901∼1989).고난과 모순으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 속에서 끊임없이 사회와 인간에 대한 희망을 제시한 종교인이자 사상가다. 사회혁명에 앞서 끊임없이 자기혁명과 자기해방을 강조한 특징을 갖는다. 13일 탄신 102주년에 맞춰 나온 ‘너 자신을 혁명하라’(김진 엮음,오늘의책 펴냄)는 책 제목대로 남보다는 ‘나로부터의 개혁’을 늘상 외쳤던 신천옹의 삶과 인간됨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명상집이다.함석헌 사상과 삶에 천착해온 엮은이(크리스챤아카데미 선임연구원)가 밝혔듯이,책은 단순한 함석헌 사상읽기에 머물지 않은 채 ‘참나’ ‘생명’ ‘종교’와 하나님 등 그가 줄기차게 매달렸던 화두들을 풀어낸다. “나는 네가 되고 싶다/가파른 산위를 오르다/어느덧 그토록 깊은 외로움에 곤두박친 네가 되고 싶다/아직도 나는 백살배기 바보새/나는 네가 되고 싶다” 대체로 다소 무겁고문체도 쉽지만은 않지만,어려운 시절 결코 뒷전에 물러앉지 않았던 지식인의 고뇌를 곱씹게 만드는 살아있는 글들이다.1만원. 김성호기자 kimus@
  • “한번만…백색유혹 내 가정 앗아갔어요”

    *환각파티 주부 통한의 눈물 외국어고 교사등 5명 검거 여덟살짜리 딸을 둔 은모(28·여)씨는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남부러울 게 없는 주부였다.학원 강사인 캐나다인 남편과 함께 아파트 평수를 늘리기 위해 고민하고 딸을 어떤 학원에 보낼지 생각하며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갔다.해외유학은 가지 않았지만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외국인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국제적인’ 미시족이기도 했다. 그러나 은씨는 단 한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비극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지난해 8월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 숀(30)이 건넨 마약에 맛을 들인 게 화근이었다.숀은 한 무술학원에서 합기도와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인 친구.“걱정하지 말고 한번 즐겨보라.”는 그의 권유에 잠시 딸과 남편의 얼굴이 떠올라 망설였지만 ‘한번인데 어떠냐.’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무엇보다 어떤 느낌인지 체험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한번 시작한 해시시와 대마 등 마약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다.은씨는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듯한 기분에짜릿함마저 느꼈다.”고 했다.끝내 ‘악마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은씨는 26일 쇠고랑을 찬 뒤에야 통한의 눈물을 쏟아냈다. 은씨를 포함,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카페촌을 돌아다니며 질펀한 마약파티에 심취했던 외국인 등 마약상습범 5명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이중에는 국내 유명대에 유학 중인 칠레교포 최모(26·여)씨도 포함됐다.서울의 명문 D외국어고 교사 마크(34)도 경찰의 추적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그는 지난해 10월 동료 교사 스티븐이 구해온 대마를 흡입한 뒤 몽롱한 환각상태에서 교실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Y대 국제학 대학원에 재학 중인 캐나다인 캠벨(28)도 지난해 1월 만난 칠레교포 최씨와 ‘금단의 향연’을 벌였다.만 두살 때 이민을 갔던 최씨는 “공부하기 위해 혼자 한국에 돌아온 뒤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캠벨이 권하는 마약을 포기하지 못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초췌한 표정으로 철창 신세를 지게 된 이들 5명은 서로의 집에 우르르 몰려가 술과 마약에 실컷 취하는 ‘환각파티’를 자주 즐겼다고 한다.서울경찰청 외사2계는 이들에게 마약을 건넨 공급책의 뒤를 쫓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마약에 ‘단 한번’이란 있을 수 없다.”면서 “무엇보다 은씨가 딸의 가슴에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점이 안타깝다.”고 혀를 찼다. 박지연기자 anne02@
  • 문학/책꽂이

    ●씨앗(김영래 지음) 소설 ‘숲의 왕’으로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저자의 두번째 장편 생태소설로,미래의 우주와 생명문제를 다뤘다.대기오염과 온난화로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지구 사람들은 식물을 가꿀 수 없게 된다.초대형 기업인 세계종자은행이 모든 씨앗의 거래와 유통을 장악했기 때문이다.작품 전편에 걸쳐 명상적 언어와 신화적 상상력이 넘친다.민음사 7500원. ●길모퉁이의 중국식당(허수경 지음) 시인으로 독일에 유학중인 저자의 산문집.몸이 아픈 날 ‘더운 밥과 젓가락’이 나오는 중국식당엘 찾아가면 “문지의 김병익 선생,경숙(소설가 신경숙)이와 함께 홍대 근처 중국집에 앉은 것처럼 편안하다.”고 적은 표제작을 비롯,외국생활의 외로움과 문학적 단상을 그린 148편의 글을 실었다.문학동네 8000원. ●양철북(이산하 지음) 제주 4·3사태를 다룬 장편서사시 ‘한라산’으로 구속되기도 했던 운동권 출신 시인의 자전적 성장소설.문학소년 양철북이 고행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고자 하는 법운 스님과의 동반여행을 통해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시공사 8000원. ●테레즈 라캥(에밀 졸라 지음,박이문 옮김) 에밀 졸라가 쓴 첫 자연주의 소설.고종 사촌과 결혼한 테레즈 라캥이 외도를 하다 애인 로랑과 공모,병약한 남편 카미유를 죽인 뒤 겪는 정신적 갈등을 그렸다.일부 비평가들의 혹평에 대해 졸라가 “나는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 기질을 연구하고자 했다.”고 한 반론은 유명하다.문학동네 8000원.
  • 문화광장

    ***클래식 ■ 청소년을 위한 피아니스트 이준성 이은영 듀오 리사이틀 13일 오후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소극장(02)3436-5929. ■ 모스크바 소년합창단 내한공연 14일 오후7시30분 호암아트홀(02)6288-2380,18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43-3482.레오니드 바쿠신 지휘. ■ 서울신포니에타 제100회 기념 정기연주회 14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732-0991.바이올린 김영준,비올라 최승용. ■ 국립중앙도서관 유라시안필하모닉 음악회 14일 오후5시10분 대강당(02)590-0547.지휘 금난새.힌데미트 ‘5개의 관악기를 위한 소실내악곡’,모차르트 교향곡 34번.무료. ■ 이윤정 오보에 독주회 14일 오후8시 금호아트홀(02)6303-1919. ■ 강수정 피아노 독주회 14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02)3436-5929. ■ 유라시안필하모닉 유럽 뮤직 페스티벌 ‘브람스&모차르트’ 15일 오후3시 포스코센터 아트리움(02)751-9606.지휘 금난새. ■ 한국 페스티벌 앙상블-니체의 사랑과 음악 15·16일 오후5시30분 호암아트홀(02)751-9606.음악감독 박은희,해설 김문환 서울대교수. ■ 오혜정 피아노 독주회 16일 오후3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02)545-2078. ■ 윌리엄 포터 파이프오르간 독주회 17일 오후7시30분 횃불선교센터 사랑성전(02)2273-4455. ■ 유라시안 필하모닉 러시안 페스티벌 17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33-8744.지휘 금난새. ***콘서트 ■ god의 100일간 휴먼콘서트 3월30일까지 목·금 오후7시,토·일 오후5시 팝콘하우스(02)6005-6827. ■ 브래드 멜다우 내한공연 13일 오후8시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02)599-5743.재즈 피아니스트. ■ 이은미의 내추럴 14일·18∼21일 오후8시,15·16·22일 오후 4시·8시,23일 오후6시 대학로 폴리미디어씨어터(02)784-2602. ■ 박완규 콘서트 14일 오후7시30분,15일 오후 4시·7시30분,16일 오후5시 대학로 라이브극장(02)744-6700. ■ endless love for you 15일 오후 4시·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2187-5656.리 오스카와 맨해튼 트랜스퍼 밴드의 내한공연. ■ 마이 퍼니 밸런타인 16일 오후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323-7437.기타리스트 짐 홀 등의 트리오 공연. ***어린이 ■ 하우스 오브 테일즈 28일까지 평일 오후 2시·4시,토·일 오후 1시·4시(월 쉼)코엑스 그랜드콘퍼런스룸(02)583-4564.짐 마틴·고재형 작,짐 마틴 연출.동화의 집에 사는 4명의 친구가 벌이는 마법의 세계.손인형의 본고장 미국 뉴욕의 세서미 스트리트 출신 전문 배우 내한공연.영어 손인형 뮤지컬.애플트리에듀테인먼트. ■ 큐빅스 15일∼3월16일 오후 3시·5시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02)3442-0747.미래도시 버블타운에서 펼치는 주인공 하늘과 로봇 큐빅스의 모험담.애니메이션을 뮤지컬로.개그우먼 김지혜 출연.NG앙상블. ■ 내 친구 플라스틱 28일까지 평일 오후 2시·4시,토·일 오후 1시·3시(월 쉼)동영아트홀(02)382-5477.공동창작,임도완 연출.유리병이 플루트로,계란판이 다양한 얼굴로….재활용품을 활용한 연극놀이.극단사다리. ■ 토토 3월2일까지 화∼일 오후 1시·4시(금 오후 4시·7시30분)동숭아트센터 동숭홀(02)766-3390.정태영 작·연출.쓰레기 별 화성을 구하러 떠나는 지구 소년 토토의 모험.뮤지컬.극단동숭아트센터. ■ 리틀 드래곤 3월2일까지 수∼금 오후3시,토∼일 오후 3시·6시 라트어린이극장(02)540-3856.박명인 작,로저 린든 연출.불타는 알 속에 든 채 별에서 떨어진 아기 용의 이야기.영어연극. ■ 그림동화 백설공주 23일까지 낮12시·오후 2시·4시 하늘땅소극장(02)7474-222.김대환 연출.뮤지컬로 꾸민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이야기.극단손가락. ***무용 ■ 2003 현대무용단-탐 솔로공연 18·19일 오후7시30분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02)3277-2584.유희주의 ‘워닝’,정지영의 ‘겨울나비’ 등. ■ 한영숙 춤 강습회 20∼22일 오전9시30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02)520-8141.신청은 17∼19일.이애주 서울대 교수의 승무,박재희 청주대 교수의 살풀이,정승희 무용원 교수의 태평무 등. ***뮤지컬 ■ 카르멘 23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 오후 4시·7시30분,일 오후 3시·6시30분(월 쉼)문화일보홀(02)762-0810.고선웅 작,양정웅 연출.순진한 병사 돈 호세와 유혹의 화신 카르멘을 새롭게 해석한 창작뮤지컬.극단갖가지. ■ 인당수사랑가 23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일 오후 4시30분·7시30분(월 쉼)학전블루 소극장(02)762-0810.박새봄 작,최성신 연출.춘향가와 심청가를 모티브로 재창조.인형극,창극,연극이 어우러진 창작뮤지컬.마고극장. ■ 로미오와 줄리엣 16일까지 오후 3시·7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02)523-0986.윌리엄 셰익스피어 작,유희성 연출.창작뮤지컬로 다시 태어난 비극적 러브스토리.서울예술단. ■ 삼신할머니와 일곱 아이들 14일∼3월2일 오후 2시·5시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02)730-3637.이강백 작,송용일 연출.딸부잣집에 막내가 생기고 삼신할머니는 또 여자아이임을 알려주는데….남녀 구분없는 생명 존중을 다룬 가족뮤지컬.극단십년후. ■ 캣츠 3월1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 오후 3시·8시,일 오후 2시·7시(월 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02)580-1300.각양각색의 인생경험을 가진 고양이들의 무도회.브로드웨이 투어팀 초청공연.제미로. ■ 도깨비 스톰 16일까지 오후7시30분 정동극장(02)2068-0657.윤영선 작·연출.일상에 찌든 회사원과 도깨비가 펼치는 전통·현대음악의 신명나는 퍼포먼스.미루스테이지. ■ 풋루스 3월2일까지 화·목 오후7시30분,수·금·토·일 오후 4시·7시30분 연강홀(02)766-8551.딘 피치포드 작,이종훈 연출.춤을 사랑하는 한 고교생이 보수적인 시골마을에서 화합을 이끌어 냄.뮤지컬컴퍼니대중. ***미술 ■ 군자전 16일까지 서울갤러리 1,2전시실(02)2000-9737.수도여자사범대학·세종대학 출신 여성화가들의 그룹전.이견·김숙일·황정자·서양순·조영실 등 90여명의 풍경·정물작품. ■ 제15회 한국야생화연구회 특별사진전 18일까지 갤러리 라메르(02)730-5454.야생화연구가 초정 김태정 박사 화갑 기념전.노랑만병초·꿩고비·돌단풍·물질경이 등 정겨운 야생화 사진의 향연. ■ 2003 서울 가톨릭미술가회전 18일∼3월16일 가톨릭화랑(02)360-9193.‘이스라엘이 홍해바다를 건너다’(성옥희)‘해를 입고 달을 밟고’(엄선애)등 예술로써 하느님을 찬미하는 작품. ***연극 ■ 집 14∼23일 평일 오후7시30분,토·일 오후4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02)2274-3507.박근형 작·연출.13평짜리 반지하 집에 사는 별난 가족의 좌충우돌과 꿈.지난해 가족 연작 공연 가운데 가장 호평 받은 작품.국립극단. ■ 슈가&개그콘서트 27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 오후 4시·7시30분,일 오후6시(월 쉼)씨어터제로(02)338-9240.저글링·마술·마임·탭댄스가 어우러진 영상 퍼포먼스와,볼거리가 풍성한 개그의 향연.심철종퍼포먼스제작소·전유성의코미디시장. ■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 4월20일까지 화·목·금 오후7시,수·토·일 오후 3시·7시 소극장산울림(02)334-5915.로버트 제임스 월러 작,임영웅 연출.짧지만 격렬한 사랑을 담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무대화.손숙·한명구 출연.극단산울림. ■ 스노우 쇼 23일까지 평일 오후8시,토 오후 3시·7시,일 오후 2시·6시(월 쉼)LG아트센터(02)2005-0114.사랑·실연·고독에 관한 에피소드가 모인 환상적인 마임극.광대극의 계보를 잇는 러시아 슬라바 폴루닌 초청공연. ■ So Love 23일까지 화∼목 오후7시30분,금∼일 오후 4시30분·7시30분 동숭무대소극장(02)910-8430.공동창작,정세혁 연출.만남,이별,외로움 등 사랑에서 파생되는 현실에 관한 다양한 잔상.극단화살표. ■ 미친 햄릿 3월9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 3시·6시(월 쉼)열린극장(02)743-6474.김민호 작·연출.군사분계선에서 몽환적인 환상으로 교차하는 햄릿의 이야기.극단청년. ■ 붓다를 훔친 도둑 3월2일까지 화·수 오후7시30분,목∼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4시30분 알과핵소극장(02)357-5355.원철스님 작,송미숙 연출.호시탐탐 훔칠 기회만 노리는 아이와 스님의 좌충우돌.중견배우 이호재 출연.극단예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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