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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인연/장상옥 편집부 차장

    “이놈의 영감, 나를 두고 왜 먼저 갔어.” 할머니는 울적할 때면 할아버지 산소를 찾으셨다.30년간 혼자 사셨으니 외로움이 오죽하셨을까. 삶의 무료함을 담배연기로 날려보내시던 할머니. 몇년전 겨울 어느 날 담배 사러 읍내 5일장에 나가셨다가 그만 사고를 당했다. 막차를 놓칠세라 허겁지겁 올라탄 버스가 잘못 된 방향이라 도중에 내린 게 화근이었다. 바람은 더욱 매서워져 방향 감각마저 잃고 헤매던 할머니는 논가 수렁에 빠져 다시는 못 올 길을 가셨다. 손자 뒷바라지에 온갖 정성을 다하셨던 할머니를 생각하면 늘 죄책감이 들지만 한편으론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힘이 불끈 솟는다. 며칠 전 40대 초반에 과로사한 동료는 비슷한 연배여서인지 더욱 충격이었다. 숨지기 전날 원고 출고를 재촉했을 때도, 마감시간의 분초를 다투던 와중에도 그는 예의 온화한 미소로 응했다. 그렇게 듬직하던 그의 모습은 이젠 볼 수 없다. 물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는 게 인생이라지만, 젊음을 불사른 회사 앞에서 노제를 치르던 날 컬러 영정의 웃음띤 마지막 모습은 어떤 역경에도 용기 잃지 말라고 당부하는 듯했다. 마치 예전의 할머니처럼. 장상옥 편집부 차장 okgogo@seoul.co.kr
  • [책꽂이]

    ●여행일기(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책세상 펴냄) 프랑스의 지성 알베르 카뮈의 여행기록집.1946년 3월에서 5월까지의 미국 여행과 1949년 6∼8월 남아메리카 여행에 관한 일기 형식의 노트 두 권을 하나로 엮었다. 대표작 ‘페스트’의 구상 과정 등 위대한 작가가 탄생하기 위한 산고의 순간을 엿볼 수 있다.9500원.●모래도시를 찾아서(허수경 지음, 현대문학 펴냄) 독일 뮌스터대에서 고대 근동 고고학을 공부중인 시인이 고대 폐허 도시들의 발굴 현장 체험을 토대로 고고학 에세이집을 펴냈다. 오리엔트의 폐허 도시 바빌론을 중심으로 고대 건축물들의 발굴 과정과 유물이 의미하는 역사적 의의와 함께 발굴 현장에서 느낀 인간의 숙명과 외로움 등이 시인 특유의 시적 표현으로 그려진다.9000원.●니벨룽의 반지(바그너 원작, 류가미 지음, 호미 펴냄) 러시아 마린스키극장의 국내 초연을 앞두고 바그너의 오페라 극본을 소설로 재구성했다. 게르만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 ‘니벨룽의 반지’는 권력과 지혜의 상징인 황금반지를 통해 인간의 복잡다단한 정신세계를 드러내는 수작이다. 바그너 마니아인 저자는 원작의 빼어난 문장과 구성에 소설적인 재미를 덧붙였다.9800원.●유랑시인(타라스 세브첸코 지음, 한정숙 옮김, 한길사 펴냄) 우크라이나의 국민 시인 세브첸코(1814∼1861)의 대표 시선집. 비천한 농노로 태어난 시인은 차르 전제정과 농노제에 반대하는 정치적인 시들을 발표한 혁명문학가로 추앙받고 있다. 시집에는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시정을 탁월하게 묘사한 장시 21편을 엄선해 실었다. 시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설명도 꼼꼼하게 달았다.2만 7000원.●욕조 속 개미(강나루 지음, 그림과책 펴냄) 월간 문예지 ‘시사문단’ 7월호를 통해 등단한 열여덟살 소녀 시인의 첫번째 시집.‘나는 죄인이 아니다/나를 자꾸만 포승줄로 포박하지 마라’(‘벽2’중) 등 청소년기의 자유를 붙들어매는 억압적 상황을 은유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 등 젊은 날의 고뇌를 담은 시들을 모았다.6000원.
  • ‘거미’표 음악의 ‘덫’

    ‘거미’표 음악의 ‘덫’

    고정관념을 뒤엎는 통쾌함은 연예인과의 인터뷰에서 얻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일반인으로서 연예인을 만날 때 느끼는 설렘 만큼이나 짜릿한 일이다. “푸하핫∼””깔깔∼”“넘 귀엽다. 하하.”스튜디오 촬영 도중 코디의 재롱(?)을 보고는 목젖을 보일 정도로 웃어 제친다. 머리를 떨군 채 자지러지기도 한다. 잠시 촬영 중단. 직접 마주한 그녀는 우리에게 알려진 모습이 아니다. 표정엔 우울함과 외로움을, 눈가엔 덩그렁 눈물 방울을 담은 채 슬픈 노래를 불러야 할 것만 같은데, 시종일관 웃음과 생기가 그녀 곁을 떠나지 않는다. 가수 거미(24·본명 박지연)가 돌아왔다. 지난해 가을 ‘기억상실’이라는 노래로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킨 그녀가 3집 ‘for the bloom’을 들고 다시 팬 앞에 섰다. 하지만 손에 쥔 새 앨범보다 눈에 더 들어오는 것은 그녀의 환한 얼굴. 앨범 제목 그대로 ‘활짝 폈다. “요즘 사는 게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요.1집때는 ‘욕심’이,2집때는 ‘부담’이 제 자신을 짓눌렀는데, 이번에는 그런것 다 버리니 너무 편한 거 있죠?(웃음)” 그녀는 신기하리만치 새 앨범을 내놓았는데도 마음에 여유가 느껴진다고 했다. 예전에는 무대위 작은 실수 하나에도 흥분하고 좌절하고 했었는데, 이젠 그 정도는 편하게 넘길 정도가 됐다며 웃는다.3개월이란 촉박한 제작 기간이었지만,1·2집 때보다 훨씬 수월한 작업이었던 것도 여유감 때문이란다. 이제 가수로서 물이 오른 것일까. 그녀는 “내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껏 자신을 둘러싼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말에 부끄러움과 부담을 느끼며 ‘곧 추락하지 않을까.’라고 조바심을 냈지만,3집 준비를 하면서 ‘계속 이렇게 유지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단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3집은 대중에게 한발짝 더 다가가려 한 전략적 노력도 엿보이지만, 무엇보다 평소 보여주지 못한 그녀의 감춰진 색깔이 듬뿍 배어 있다. 건반과 현악 연주가 돋보이는 애절한 느낌의 타이틀곡 ‘아니’를 제외하고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린 ‘슬픈 노래’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장르를 떠나서 제가 가진 느낌, 감정을 그대로 노래에 실어 여러분께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거미표 음악’이죠.”노래를 듣고 ‘들으니까 좋네.’라는 정도가 아니라,‘거미가 어떤 생각으로 불렀을까?’라는 생각이 들도록 대중의 공감을 사려 했단다. 스토니 스컹크의 거친 매력이 그녀의 섬세함과 잘 어울린 레게풍의 곡 ‘Holic’으로 시작하는 이번 앨범은 여러 면에서 ‘변화’와 ‘새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녀가 타이틀 곡으로 고집했던 ‘어른 아이’는 거미의 음악적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미드 템포의 곡. 브라스 세션을 기용한 멋스러운 블루스 풍 노래로 그녀의 매력적인 음색이 흠뻑 담겨 있다. 싱어송 라이터를 꿈꾸는 그녀의 첫 시도인 자작곡 ‘Secret’와 역시 처음으로 랩에 도전한 ‘Trap’이란 곡도 눈에 띈다. “오로지 ‘슬픈 노래만 부르는 가수’로 바라보시는게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그걸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방송에서 슬픈 노래만 부르다 보니 제 자신도 계속 슬퍼지고 어두워지더라고요.”그녀는 다음번 4집에는 3집보다 더 많은 ‘용기’를 담아내겠다며 미소짓는다. 블루스 등 ‘올드한’음악과 힙합·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밝은 느낌으로 선보이겠단다. 휘성과 렉시의 보컬 선생님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가창력의 소유자이지만, 요즘도 새벽이면 혼자서 노래 연습에 열중한다는 그녀. 어릴 적부터 꿈꿔온 가수의 길이 험난한 것을 잘 알기에 한시라도 음악에 대한 열정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이리라.“최대의 욕심이요?조그만 소극장에서 기타 하나 들고 ‘언플러그드 공연’을 하는 거예요. 모노 드라마 연극처럼이요.(웃음)”하긴, 남자 고르는 기준도 ‘함께 음악을 할 사람’이라는 그녀다. 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07일 TV 하이라이트]

    ●다큐극장-맞수(EBS 오후 9시30분) 2000년 우리나라에 모터사이클 경주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한눈 팔지 않고 레이싱을 함께한 유일한 선수 최동관과 조항대. 지난 8월14∼15일 강원도 태백 서킷에서 열린 2005 슈퍼바이크 모토원 챔피언십 제4전에서 맞붙은 두 선수.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돌발상황 속에서 펼쳐진 경기의 결과는….   ●루루공주(SBS 오후 9시55분) 영주로부터 자신의 품평회를 망치게 한 장본인이 고선임을 알게 된 희수는 고선을 보자 두려워한다. 고선은 찬호가 희수를 보호하려고 하자 우진이가 희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희수를 감싸고 도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빈정댄다. 희수는 장 회장으로부터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는 면박을 당한다.   ●박주현의 시사 업 클로스(YTN 오후 3시5분) 8·31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꼭 일주일이 지났다.‘이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라고 정부는 공언했지만 8·31부동산 대책을 두고 아직 말들이 많고,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8·31부동산 대책이 가져온 시장의 변화와 함께 더 추가돼야 할 후속 대책은 무엇인지 전문가와 함께 짚어본다.   ●논스톱5(MBC 오후 6시50분) 강력한 전염성을 지닌 눈병에 걸린 민우. 논씨네 멤버들은 어쩔 수 없이 민우를 격리시킨다. 외로움과 배고픔에 시달리던 민우는 정린에게 이런 저런 심부름을 시킨다. 민우에게 경준이를 좋아한다는 약점을 잡힌 정린은 꼼짝없이 심부름꾼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진우는 이정과 혜선이 사귄다는 것을 확신하는데….   ●TV문화지대-낭독의 발견(KBS1 오후 11시35분)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불러온 지 올해로 13년째. 최근의 새 음반까지 10장의 앨범을 내면서 김건모는 ‘국민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건모는 먼저 2집에 실린 김창환씨의 작품 ‘핑계’를 피아노의 멜로디에 맞춰 낭독한다. 그리고 김소월 시인의 짧은 작품 ‘먼 후일’을 읽는다.   ●장밋빛 인생(KBS2 오후 9시55분) 순이는 영이의 도움으로 겨우 정신을 차린다. 정신없이 살다보니 만날 친구 하나 없는 자기 신세가 처량하다. 점집에도 가보고 버텨보려 안간힘 쓰는 그 시간, 남편 반성문은 춘천에서 미자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편 정도의 홈쇼핑사에서 방송편성건을 따낸 영이는 회사에서 축하를 받는다.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금호아시아나그룹(1)-창업주 박인천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금호아시아나그룹(1)-창업주 박인천회장家

    “잠깐이면 될 것이다. 아주 잠깐. 이 쇳줄을 넘어 몸을 던지면 될 것이여. 눈 깜짝할 사이면 저 파도에 휩쓸려 들어가 아주 사라져 버리고 말 것잉게.” 문화부장관을 지낸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이창동씨가 지은 금호그룹 창업주 박인천(朴仁天) 일대기인 ‘집념-길위의 길’에는 1923년 당시 23세이던 박씨의 실패담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지금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보통학교 2학년 중퇴가 학력의 전부인 박씨는 어려서부터 이런저런 장사에 손을 댔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일본 오사카에 돈을 벌러 갔지만 일주일만에 빈손으로 돌아오며 자살을 염두에 뒀을 정도로 그의 젊은 시절은 상처투성이였다. 이창동씨는 박씨의 일대기를 소설 형식으로 묘사하면서 “박인천의 일생은 우리 역사의 엄정한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택시 2대로 운수사업 시작 박씨는 나이 30세를 넘어 정규 교육을 이수하지 못했으면서도 독학으로 지금의 행정고시에 해당하는 보통문관시험에 합격하는 등 놀랄 만한 집념으로 인생의 반전을 이뤘다. 이런 그의 의지는 해방 이후 당시로선 노인 취급을 받고 은퇴할 만한 나이인 46세에 광주에서 미국산 중고택시 두 대로 회사를 차려 광주고속이라는 고속버스 회사를 출범시킨다. 박 회장은 이를 기반으로 삼양타이어(현재의 금호타이어), 석유화학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며 현재 재계서열 10위 그룹으로 키워 냈다. 특히 금호그룹은 5공시절 예상을 깨고 제2민항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성장가도를 달리며 대표적인 호남재벌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박씨가 택시 두 대에서 아시아나항공까지 키워온 대재벌의 창업주로 성장하기까지에는 뼈아픈 실패들이 밑거름이 되었다. 남달리 고집이 세고 남한테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이 오늘날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야말로 박씨의 삶은 좌절과 성공을 향한 몸부림, 해방 후 맨주먹으로 출발해 한국 굴지의 재벌을 이루는 과정으로 이어지며 한편의 드라마를 연상시킬 만큼 극적이다. 그래서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과 닮은꼴이라는 평가가 많다. 아호가 ‘금호’(錦湖)인 박인천 회장은 1901년 7월5일 전남 나주군 죽포면 동산부락 일명 신기(新基)마을에서 태어났다. 빈농에서 태어난 박 회장은 열 살이 될 때까지 별다른 교육을 받지 못하다가 어머니 손에 이끌려 서당에 다녀야 했다. 또래들보다 늦게 시작한 한학이지만 열다섯살 때 팔현강당에서 개최된 강경(講經)시합에 출전해 최우수상을 받는 등 재능을 발휘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곧 한문공부에 흥미를 잃고 말았다. 자동차가 신작로 위에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시대에 한문 공부를 해서 뭘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결국 열일곱살 되던 해 지금의 초등학교격인 나주 공립보통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하지만 신식공부에 대한 열의도 2년을 넘지 못했다. 고등학교에 다녀야 하는 나이에 초등학교를 다니며 ‘애늙은이’ 취급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싫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공부에 대한 미련을 접어 버리고 열아홉살 때부터 면화수집상, 대금업, 싸전업 등의 장사를 했지만 손을 대는 족족 손해만 입었다. 이처럼 실패만 거듭해온 박씨가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것은 일본으로 건너간 직후였다. 일본 오사카에서 보았던 어마어마한 공장 굴뚝 앞에서 조선 사람으로서의 무력감과 좌절감이 그를 바꿔 놓았다.“일본놈들이 어떻게 돈을 벌고 공장을 짓는지 알고 싶다.”는 일념으로 일본 순사 시험을 준비해 합격한 뒤 5년 만인 1929년 보통문관시험에 합격한 이후였다. 그리고 같은 해 이순정 여사를 배필로 맞았다. 박 회장은 8·15 해방을 맞자 택시 두 대를 구입해 운수사업에 뛰어들었다.17만원(圓)의 자본금으로 포드 디럭스 세단 5인승 택시 두 대를 사들였다. 그때 이 돈은 80㎏들이 쌀 44가마를 살 수 있는 액수였다.3남인 삼구 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창업주의 집념, 도전, 개척정신을 본받는다는 취지로 그룹 창업의 모태가 됐던 택시와 똑같은 모델을 구입해 용인 금호아시아나 인재개발원 1층 로비에 전시하고 있다. 사업수완이 있었던 박 회장은 2년여의 짧은 기간에 어느 정도 자본을 축적,48년에 광주여객을 세워 버스운수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6·25전쟁은 탄탄대로를 걷던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하지만 박 회장은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50년대에 광주여객을 전라남도 최대의 여객운송업체로 키워냈다. 이 과정에서 이순정 여사의 내조가 결정적인 힘이 됐다. 올해 95세인 이 여사는 아직도 광주여객을 운영하던 광주시 금남로 212번지에 거주하고 있다. 광주여객을 경영하던 당시 ‘안집’이라고 불렸던 이 집에서 친척, 조카, 버스 차장과 정비공 등 50명의 식솔을 손수 챙길 정도로 남편의 사업을 헌신적으로 도왔다. 1984년 남편과 사별한 이후에도 이 여사는 900명에 이르는 학생들에게 매년 1억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복지시설에 수용된 불우이웃을 돕고 봉사단체를 육성하는 데 앞장서 왔다. 이 여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민간부문 최고 권위의 ‘적십자 박애장 금장’을 받기도 했다. ●제2민항 선정 ‘제2 도약´ 광주여객을 업계 최고의 반열위에 올려 놓은 박 회장은 이후 방적회사인 전남제사, 고려도자를 비롯해 금호타이어(전 삼양타이어)를 설립,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의 기틀을 다져나갔다. 그러던 박 회장은 1972년 어느 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던 큰 아들 성용에게서 중대한 제안을 받는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있던 사무실로 찾아 온 아들은 “경영성과를 높이고 효율적 운영을 위해 지주회사 설립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했다. 박 회장은 이를 받아들였고, 같은 해 10월 10일 박성용 교수 등 7명이 발기인으로 참석해 지주회사인 ‘금호실업’ 설립을 결의했다. 박 회장은 또 박 교수를 금호실업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1973년 1월1일 금호아시아나는 박 회장이 초대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출범시켰다. 금호는 그룹체제 출범과 함께 계열사별로 경영관리체제를 정비했다. 금호실업은 장남인 성용, 광주고속은 2남인 정구, 금호타이어는 3남인 삼구, 삼화교통은 첫째 사위인 배영환에게 경영을 책임지도록 했다. 1984년 6월6일 타계한 박인천 창업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인 박성용 부회장이 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서강대 교수 재직시절부터 자문역으로 그룹경영을 도와온 박 회장은 금호실업 사장과 그룹 부회장을 거쳐 10년 만에 2세 경영시대를 연 것이다. 박성용 회장은 88년 정부로부터 제2민항 설립업체로 선정되는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계열사간 합병과 비수익 사업정리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행해 취임 당시 6900억원이었던 그룹 매출을 1995년 4조원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박성용 회장은 1996년 4월 바로 아래 동생인 정구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 주었다. 형제간 친족간 경영권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는 작금의 경영계에 교훈이 될 ‘형제간 화합경영’의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박정구 회장이 2002년 지병인 폐암으로 세상을 뜨자 3남인 박삼구 회장이 그룹 4대 회장으로 취임하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형제경영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박인천 회장은 슬하에 5남3녀를 두었다. 성용, 정구, 삼구에 이어 4남 찬구 금호석유화학부회장,5남 종구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 등이다. 딸은 경애, 강자, 현주씨 등 3명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혼맥은 박인천 회장이 생전에 아들딸의 혼사에 매우 신경을 썼기 때문에 정·관·재계 유력 집안과 화려한 혼맥을 맺고 있다. 박 회장은 직접 유력 집안에 줄을 넣어 “사돈을 맺자.”고 청한 적도 있을 만큼 자식들의 혼사를 중요시했다. 특히 호남재벌이면서도 정구, 삼구, 찬구 3형제를 모두 영남 유력 집안에 장가 보냈다. 3세들 결혼도 삼성,LG, 대우그룹과 사돈을 맺는 등 화려한 혼맥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박 회장이 자식들의 결혼을 직접 챙기는 등 혼사를 중요시 여겼지만 유독 큰아들 성용은 부친의 뜻을 어기며 연애결혼을 강행했다. 큰 아들 성용은 미국 예일대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미국인 마거릿 클라크를 만나 열애 끝에 1964년에 결혼했다. 박성용 회장은 클라크 여사와 1남 1녀를 뒀다. 장손녀 미영(39)씨는 아직 미혼으로 캐나다에서 머물며 불교 관련 일을 보고 있다.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하고 있는 재영(35)씨는 구자훈 LG화재 회장 3녀인 구문정(30)씨와 결혼해 1남을 두고 있다. 창업주의 큰딸인 경애(71)씨는 제헌의원 출신 배태성씨의 장남 배영환(72) 삼화고속 회장에게 시집을 갔다. 슬하에 배정철·승현·동철·홍철 등 4형제를 낳았다. 2남인 정구 회장은 경북 안동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김익기 전 국회의원의 딸 김형일(59)씨를 배필로 맞았다. 김익기씨는 해태그룹의 창업주였던 박병규씨와 사돈관계이고, 박병규씨는 민병권 전 교통부 장관과 사돈이기도 하다. 정구 회장은 슬하에 은형·은경·은혜씨 등 세 딸과 외아들인 철완씨를 두고 있다. 세 딸은 모두 시집을 갔는데, 재계 유력 집안과 혼사를 맺었다. 장녀 은형(35)씨는 김우중 전 회장의 차남 김선협(포천아도니스CC 사장)씨와 결혼했고, 은경(33)씨는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 차남인 장세홍(한국특수형강 이사)씨와,3녀 은혜(29)씨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 재명(일진경금속 영업담당겸 누브인터내셔널 대표)씨와 혼인했다. 아들 철완(27)씨는 국내에 있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경영수업을 쌓고 있다. 금호미술관장으로 있는 2녀 강자(64)씨는 대한전자재료 회장인 강대균(64)씨와 결혼했다. 강씨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LSE대 출신인 아들 재원(25)씨와 지은과 지영 등 두 딸이 슬하에 있다. 3남인 삼구 회장의 부인 이경결씨는 한국은행·산업은행 총재, 재무장관을 지낸 이정환씨의 둘째 딸이다. 이정환씨는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삼구 회장의 장남 세창(30)씨는 2003년 3월 교육자 집안 출신인 김현정(29)씨와 결혼했다. 세창씨는 지난 6월 MIT공대 MBA 과정을 졸업한 뒤 미국 회사에 취직했고, 딸 세진씨는 유학 중에 있다. 4남 찬구 금호석유화학 부회장은 위창남 전 광주투금 사장 딸인 위진영씨와 결혼했다. 장남 준경(27)씨는 고려대를 졸업한 뒤 중동 관련 무역회사에서 근무하고 있고, 딸 주형씨는 미국에서 공부 중이다. ●3녀 현주씨 삼성과 사돈 금호가(家)의 화려한 혼맥은 3녀인 현주(52)씨에서 절정을 이뤘다. 현주씨는 대상그룹 임창욱(56) 명예회장과 결혼했다. 현주씨는 1998년 큰딸 세령(28)씨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동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37)와 결혼시켜 삼성가와 사돈 관계로 맺어졌다. 세령씨와 이 상무가 만나게 된 것은 두 사람의 어머니인 현주씨와 홍라희 여사가 불교신도 모임인 ‘불이회’에서 친하게 지낸 게 계기가 됐다.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세령씨는 결혼과 함께 휴학하고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남편을 따라 유학길에 올랐다. 세령씨는 유학 중 2000년 장남 지호를 얻었고, 이듬해 귀국해 이건희 회장 부부와 함께 살면서 지난해에는 딸 원주를 낳았다. 둘째 딸 상민씨는 이화여대를 나와 미국 유학 중이다. 특히 현주씨는 대상그룹의 계열사인 상암커뮤니케이션즈의 지분 75%를 갖고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둘째 딸 상민씨를 2대 주주(17%)로 편입시켜 눈길을 끈다. 5남 종구(47)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은 ㈜삼흥복장 사장 이명선씨의 장녀 이계옥(47)씨와 결혼했다. 슬하에 건호, 도윤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박씨는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다 1998년 기획예산위원회(현 기획예산처) 공공관리단장(별정직 2급)으로 공직을 시작했다.2002년 수질개선기획단 부단장으로 자리를 잠시 옮겼다가 2003년부터 국무조정실 1급인 경제조정관으로 재직 중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형제경영을 펼치면서도 유독 종구씨만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점도 재계에 비상한 관심거리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씨는 막내 아들이지만 경제를 전공한 전문가로서 그룹 일에 뜻을 두기보다는 공직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치는 것으로 집안 내에서도 정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벽안의 맏며느리’ 클라크 여사 ‘벽안(碧眼)의 재벌 며느리’ 박성용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마거릿 클라크 박 여사는 미국인이면서도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에 가까웠다. 보수적인 재벌가에서 조용히 남편을 도우며 맏며느리로서 시동생과 동서들을 챙기는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다. ●예일대 수학중 만나 교제 마거릿 클라크 여사는 남편인 박 전 명예회장을 1963년 미국 예일대에서 만났다. 그녀는 대학원 경제학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박 전 회장을 눈여겨봤다. 동양인이면서도 이지적인 이미지에 항상 ‘제니스’ 라디오의 이어폰을 귀에 꽂고 클래식 음악을 듣던 박 전 회장에 대한 호감이 컸다는 게 박 전 회장의 이종 사촌인 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고문 등 친인척들의 전언이다. 박성용 전 회장도 미국인이지만 키도 그리 크지 않고 조신하게 생긴 클라크 여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이 커갈수록 고통이 더했다. 당시로선 유교적 전통이 강한 밀양 박씨의 장손으로 외국인을 맏며느리로 들인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번민의 세월을 보내던 박 전 회장은 아버지에게 클라크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는 편지를 보내면서 그녀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동봉했다. 그러나 아버지 박인천 회장은 그 사진을 둘로 찢어서 봉투에 넣어 아들에게 다시 돌려보냈다. 그것이 박 회장이 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하고 단호한 의사표시였다. 그러나 부모에게 효자로 소문난 박 전 회장은 난생 처음 부모의 뜻을 거역했다.1964년 둘이서 법적 절차만을 갖춘 최소한의 결혼식을 올리고 아버지와 사실상 ‘의절’ 상태에 들어갔다. 물론 박 회장은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지도 않았고, 결혼식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는 법. 박 회장은 큰 아들 성용이 결혼한 지 2년이 지난 때에 둘째딸 강자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자 아들 집을 방문하게 됐다. 당시 박 전 회장은 예일대경제학박사를 받은 뒤 클리블랜드시에 있는 케이스 공대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박인천 회장은 클리블랜드 공항에 마중나온 파란 눈의 며느리와 그녀가 품에 안고 있던 장손녀 미영씨를 맞닥뜨린 뒤 얼었던 마음이 녹아 내렸다. 미국인이었지만 수수하면서도 정이 가는 인상을 가진 맏며느리를 보고는 굳게 닫혔던 마음을 2년반 만에 연 것이다. ●자녀들에 한국식 교육 서구 고문은 “성용 형님이 결혼한 뒤 페기(마거릿 클라크의 애칭) 형수에게 집안의 법도 등 예절교육을 많이 시켰다.”면서 “아버님에게 며느리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국의 며느리가 지켜야할 예절에 대해 귀가 닳도록 얘기를 했다는 말을 형님으로부터 들었다.”라고 회고했다. 실제로 클라크 여사는 미국인이지만 미영씨와 재영씨를 이화여고와 구정고까지 졸업시킨 뒤에야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을 정도로 한국식 자녀교육을 고수했다. 그녀의 한국말은 서툴렀지만 상대방이 하는 얘기를 어느 정도 알아듣는 수준이었다. 클라크 여사는 박 전 회장 사후에 미국 친정에 기거하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에 있는 미영씨와 재영씨를 가끔씩 만나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집안의 대소사가 있으면 미국에서 달려와 직접 챙기는 등 아직도 맏며느리로서의 소임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박인천 회장도 한국 집안에 시집온 뒤로 별 탈 없이 큰 며느리의 역할을 해내는 미국 며느리에 대해 뒤늦게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작한 탄생 100주년 기념 영상물에서 한 지인에게 “우리 큰 자부(며느리)가 미국 여자입니다. 나도 잘 이해를 하고 또 역시나 데리고 있어 보니까 똑같아요. 한국 며느리나 외국 며느리나. 그리고 이해심도 있어요. 자기들끼리 좋으면 좋은 것이기 때문에 이해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jrlee@seoul.co.kr ■ 창업주 父子 ‘금연 전도사’ ▲ 창업주의 도전정신을 기리기 위해 용인 인재개발원에 전시된 ‘1933년형 포드 딜럭스세단 5인승’ 옆에서 박삼구(왼쪽) 회장과 박찬구 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연운동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1986년 금연 캠페인을 시작해 1991년부터는 자체 사업장뿐만 아니라 일선 영업장에까지 금연을 실시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의 이런 금연 노력은 창업주와 2세 경영인들의 건강과 무관하지 않다. 박인천 회장은 1938년 심한 폐병을 앓아 2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했다. 지금이야 폐병이 심한 병이 아니지만 당시 폐병을 앓는 환자는 세 명 중 두 명이 죽어나갔다. 경찰이었던 박 회장은 요양을 위해 순천경찰서에서 보성경찰서로 직장을 옮기고, 몸에 좋다는 각종 약과 치료를 받았지만 별반 차도가 없었다. 결국 경찰서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목포에서 개업 중이던 김보형이라는 한의사로부터 1년 동안 녹용을 복용한 이후에야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박 회장은 이후 장수를 누려 84세에 별세했다. 박성용 명예회장도 폐가 좋지 않았다.1985년까지 하루에 담배 두갑을 피울 정도로 애연가였다. 그러나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하여 흡연운동을 전사적으로 전개했다. 1986년 8월 박 회장을 비롯한 142명의 임직원들이 금연운동에 동참해 매일 담뱃값 대신 푼돈을 모아 만든 ‘금호건강복지기금’을 조성해 금연 캠페인을 시작했다. 1991년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던 그룹 본사 사옥인 아시아나 빌딩을 포함한 전 사업장에 완전금연을 실시했다. 박 명예회장은 이런 공로로 1991년 8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금연메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박 명예회장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폐암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박 명예회장은 평소에도 허리디스크가 있어서 딱딱한 단화를 신지 못하고 스폰지 단화나 등산화 등을 신고 다녔다. 박정구 회장도 폐병으로 2년여 투병생활을 했다.2001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MD앤더슨암센터에서 폐기종 치료를 받아 한때 건강을 되찾아 경영 일선에 복귀했으나 2002년 7월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폐암으로 별세했다. 그룹 관계자는 “창업주를 비롯한 2세 경영인들이 공교롭게도 폐가 좋지 않아 고생을 했지만 가족병이라기보다는 경영인으로서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 최종건 SK그룹 선대회장과 최종현 회장, 양회문 대신증권 회장 등이 폐암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소노 아야코

    ‘자식이 걱정을 끼친다면 오히려 감사해라.’ 전용 승용차에 운전기사, 전문 간호사까지 대동하고 다니는 할머니,50 넘은 아들의 병수발을 드는 노모. 이들 두 사람중 누가 더 건강할까? 부모들에게는 걱정을 끼치지 않는 최상의 자식을 두는 것이 소원이겠지만 세상사가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세상은 불공평 하지만은 않다. 호사스럽게 대접받는 노인에게는 ‘무자극이 초래하는 비건강’이 찾아올 수 있다. 자식 일로 편한 날이 없는 노모는 오히려 그런 고통으로 마음을 지탱해간다.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리수 펴냄)는 74세 작가인 저자가 40대에 펴낸, 늙음을 경계하는 지침서다.30년이 넘도록 베스트셀러인 것은 낙관적인 시선으로 인생의 본질을 짚어냈기 때문. 중년에 접어든 이들에게는 건강한 미래를 위한 가이드가 된다. 외로움은 노인들의 최대 고통.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노인들에게 치명적인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인들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살아가는 즐거움이란 스스로 발견할 수밖에 없다. 혼자서 즐기는 습관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친구가 줄어 들기 마련인 만큼 혼자 낯선 동네를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독에 강해져야 한다. 또 자신의 고통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크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외부 세계로부터 단절되었기 때문에 ‘내가 가장 불행하다.’고 잘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푸념을 해서 좋은 점은 단 한가지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불평만 늘어 놓는 노인 곁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는다. 푸념은 자신을 비참하게 할 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명랑하게 지내야 한다. 명랑하게 행동하는 것은 세상 사람에 대한 예의이다. 겉과 속이 다른 것에 상처받거나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센티멘털리즘일 뿐이다. 같은 연배끼리 사귀는 것은 노후를 충실하게 하는 원동력 운동으로 튼튼한 다리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훈훈한 노후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을 한가지 꼽는다면 바로 어떤 일에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 가짐이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대전청사 7년 ‘별거아닌 별거’ 공무원들 우울증

    대전청사 7년 ‘별거아닌 별거’ 공무원들 우울증

    “저녁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감정이 예민해져 세상 일이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가족과 헤어져 홀로 생활하고 있는 대전청사 ‘나홀로족’ 공무원의 하소연이다. 정부대전청사가 조성된 지 7년이 넘었지만 형편상 홀로 떨어져 생활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들은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증까지 호소하고 있다. 특히 혁신에 따른 각종 평가제 도입으로 직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초조감과 무기력감, 불면증 등에 시달린다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일각에서는 향후 조성될 행정복합도시나 공기업 지방 이전을 앞두고 이에 대한 사례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울증세에 혼자만 ‘속앓이’ 맞벌이와 자녀의 학업 등으로 대전청사 이전 때부터 홀로 대전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철도공사 간부 A씨는 최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슴이 답답하고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면 왠지 불안감마저 든다. 저녁에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들기조차 힘들다.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매주 가족들이 있는 서울에 올라갈 수도 없는 처지다. 그는 “공사 전환 후 챙겨야 할 일 등 말 못할 고민이 많아졌다.”면서 “집에 가도 입시생 아들 때문에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주말도 주로 대전에 머문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혼자 떨어져 생활하고 있는 통계청 B과장은 “나태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규칙을 만들어 생활하고 있는 데도 이유없이 살이 빠진다.”며 “요즘은 한번 아프면 잘 낫지도 않는다.”고 건강을 고민했다. 조달청 간부 C씨는 밤에 자다 깨다를 반복,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불면증을 하소연했다. 불면증은 대전청사 나홀로족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 가운데 하나다. 김정수 클리닉비신경정신과 원장은 “불면증은 심한 스트레스 등 마음이 불안한 상태에서 발생된다.”며 “오랜 기간 생활이나 수면 패턴에 변화가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공기업 지방이전 앞서 사례연구·대책 필요 이와 같은 증상은 40대를 넘긴 중년 남성 솔로들에게서 특히 많이 나타난다. 조직에서는 중견 간부의 위치지만 최근 공직사회가 급변하면서 권한 행사에 앞서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업무로 스트레스 받고, 집에 오면 빨래며 집안청소까지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특히 나홀로족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외로움이다. 대전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 및 공기업 직원 중 ‘나홀로 아빠·엄마’는 10% 내외로 매년 감소 추세이다. 이들이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 어쩔 수 없이 두 집 살림을 하는 것은 맞벌이 부부이거나 자녀교육 때문이다. 요즘은 자녀는 서울에 남겨두고 부부만 대전에서 생활하는 신풍속도 생겨나고 있다. 향후 조성될 행정복합도시나 공기업 지방 이전 역시 이와 같은 나홀로족 문제가 잠복해 있다. 이전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구성원 가족들이 함께 옮겨갈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등의 지원책 마련이 요구된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남편 또는 아내 근무지로 우선 전보시켜주는 정책적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붉디 붉은 호랑이/장석주

    시인으로, 평론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장석주(51) 시인이 열두번째 시집 ‘붉디 붉은 호랑이’(애지 펴냄)를 냈다. ‘물은 천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이후 3년 만이다. 경기도 안성 수졸재에서 홀로 지내는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변방으로 멀찍이 물러나 있는 아웃사이더로서의 외로움을 감내하며 자신의 길을 꼿꼿이 걸어가는 은자(隱者)의 면모를 각인시키는 시들로 가득하다. 시집 앞머리를 장식한 ‘시인의 말’은 머리가 쭈뼛할 정도로 강렬하다.‘내 고혈을 빨고 비명마저 싹싹 핥고/그래도 미진한지 두리번거리는 너,/고문기술자, 악덕 포주, 끔찍한 세리稅吏여!/(중략)여명의 시각은 내 것이 아니다./내겐 해질녘의 긴 그림자밖에는 없다./쥐어짜도 더는 나올 게 없으니, 이제 그만,/내 머리끄댕이를 놓아다오.//시여!’ 호랑이의 그것을 닮은 시인의 눈동자는 움직이는 모든 자연 대상물의 속성을 포착하고, 마침내 우주 삼라만상의 근원적 에너지에까지 가 닿는다.‘단감 꼭지 떨어진 자리는/수만 봄이 머물고/왈칵, 우주가 쏟아져 들어온 흔적’(‘단감’중),‘삼라만상에 기운이 꽉 차 있으니, 피어나고, 걸어가고, 사라지는 것들은 저마다 그 움직임으로 생동한다!’(‘꽃과 그늘’중) 수졸재가 저수지를 끼고 있어서인지 유난히 물의 이미지가 강한 시들이 여럿 눈에 띈다.‘계곡 깊으면 물의 심지도 깊은 법,/물의 딸과 물의 어머니가 왜 저 물로 뛰어들었을까’(‘소금강’중),‘봄비가 나를 앞질러/가협에서 사그막으로 건너간다./봄비 따라 이승너머까지 걸어가는/사람도 있겠다.’(‘청산이 젖다’중) 1975년 ‘월간문학’신인상을 수상하고,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고려원, 청하출판사 등의 편집자와 대표로 일했고, 계간지 현대시세계와 현대예술비평 등을 통해 첨예한 비평 논쟁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시집은 중앙문화와 지방문화의 이분법적인 고정관념을 깨트리려는 취지로 대전의 애지출판사가 기획한 ‘애지시선’시리즈의 두번째 결과물이다. 지난달 초 중견 시인 하종오의 ‘님 시집’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7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고향에 묻혀 ‘제주화풍’ 외길 변시지 화백

    고향에 묻혀 ‘제주화풍’ 외길 변시지 화백

    바다와 산이 온통 황토빛이다. 어찌 색의 구별이 없을까만, 평생 제주 바다를 응시해온 노(老)화가는 파도와 바람, 조랑말이 어우러지는 무채색의 진풍경을 길어올렸다. 30년동안 제주도에 묻혀 살며 한국의 전통미를 추구해온 변시지(79) 화백. 그의 그림에는 자연과 인간이 나뉘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되는 경지가 담겨 있다. 황토빛 바탕에 먹빛, 두가지 색뿐이다. 여기에 단순한 구도를 통해 깊은 심연에 감춰진 제주도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변시지처럼 색채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역설적으로 색감이 느껴지도록 표현한 작가는 많지 않다. 바다도, 산도 누런 색이지만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바다는 바다색, 산은 산의 색, 자연 그대로의 색으로 다가온다. ●“독창적 작품은 역사·문화 풍토가 밑바탕” 자신만의 예술적 뿌리를 찾기 위해 몸부림 쳤던 변시지 화백을 만나러 제주도를 찾았다. 장마 끝무렵의 빗줄기가 간간이 해안가에 뿌리는가 싶더니 산과 바다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안개가 제주에 진주하기 시작했다. 제주공항에서 서귀포로 향하는 차창 밖으로 마주친 안개 속 풍경들을 통해 첫인상에 다소 낯설게 느껴졌던 강렬한 황토빛의 변시지의 작품세계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검푸른 파도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바다, 해안가 벼랑에 쓰러질 듯한 초가집. 안개 낀 들판의 소나무 한 그루가 외로움을 견디고 있고, 모진 바람에 갈기조차 성치 않아 보이는 조랑말 한 마리가 그 풍경의 일부가 되는 세계’ 변시지가 화폭에 담은 제주도다. “예술에서 풍토는 창작의 모체(母體)다. 독창적인 작품이 나오려면 역사와 문화가 담긴 풍토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스페인 출신 피카소가 프랑스에서 활동을 해도 그의 작품에는 스페인의 정열이 그대로 담겼듯이.”그에게 제주도는 끝없이 샘솟는 예술의 원천이다.“제주도에 살지 않았으면 이런 그림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제주의 바람이 화폭의 물감을 말리면서 농익은 빛을 우려냈다. 제주의 색으로 황토빛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아열대 태양빛의 농도가 극한에 이르면 흰빛도 하얗다 못해 누릿한 황토빛으로 보인다.” ●“70년대 해외유학 ‘붐´ 때 나는 귀향” 다른 화가들이 프랑스 등 해외로 떠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던 70년대 중반. 그는 거꾸로 고향 제주도로 회귀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쉽게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처음 제주도에 내려와 화려하고 섬세한 기법으로 그렸는데 겉껍질은 제주의 모습인데 정작 밑바닥에서 우러나오는 것은 없었어요.” 화폭에 담지 못한 열정을 술잔에 채웠다.“2년동안 술로 지샜어요. 죽음에 대한 공포마저 사라져 해안가 자살바위 근처를 배회하는 일도 허다했지요. 하지만 ‘예술적 패배’가 싫어 캔버스와 싸우고 싸웠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제주화풍’의 그림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처음 2년간은 그림 못 그리고 술로 새워 변시지 하면 떠오르는 황토빛 그림은 한국의 미(美)를 길어올리기 위한 순수한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는 노 화가의 정진이 빚어낸 결정품. 일본에서 얻은 화려한 명성과 찬사를 뒤로 한 채 가족과 떨어져 홀로 귀국할 때부터 그는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기성 화단의 부와 명예를 벗어던지고 홀연히 중앙 화단을 떠나 제주도로 낙향한 것은 예술을 향한 혹독한 채찍질이었다. 그는 손자들의 재롱을 보며 노년을 즐길 나이. 하지만 이 노 화가는 가족과 떨어져 홀로 예술의 길을 걷고 있다. 당초 1년 정도 생각하고 내려왔던 제주도 생활이 어느새 30년을 훌쩍 넘었다. 서울에 있는 부인 이학숙(동양화)씨와 첫째딸 정은씨도 화가다. 변시지의 작품에는 지팡이를 짚은 채 고개를 숙인 한 사내가 자주 등장한다. 쓸쓸해 보이는 그 사내는 작가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작품 ‘귀로’‘기다림’ 등을 보면 변시지의 마음은 저 바다 건너 뭍, 가족이 사는 곳을 향해 있는 듯하다. ●“점만 하나 찍어 제주도 되는 그림 그리고파” 그의 그림이 “조용하게 정지된 것 같지만 역동적인 생명력이 느껴진다.”고 했더니, 그는 “그림 속 사람은 조용하게 서 있지만 내심은 모순, 비리, 부정에 대한 저항심으로 끓어 오르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응답했다. 바다와 산의 색채가 같다는 지적에는 “바다와 산이 누런색이지만 굳이 색을 쓰지 않아도 색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했다.”며 “아무도 이런 그림을 그린 적은 없다.”고 했다. 변시지의 그림은 동양화도, 서양화도 아니다. 그렇다고 민화도 아니다. 그림에 ‘경계’가 없어진지 오래다. 현란한 ‘색’도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작품에 대한 욕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3년 전만 해도 아침 식사 전에 붓을 들면 아침도 점심도 잊고 어두워져 전깃불이 들어올때까지 그렸어요. 앞으로 선 하나, 점 하나로 완성되는 작품, 점만 하나 찍어도 제주도라고 생각되는 작품을 그리고 싶어요.” “예술은 완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이지만 “예술에서 깨달음을 얻는 경지까지 이르러 작품을 남기는 것”이 그의 꿈이다.‘제주도 화가’ 변시지가 60년 작품 활동을 결산하는 전시회를 6일∼11월4일 서귀포 기당미술관에서 연다. 대표작 ‘폭풍의 바다’ 등 80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이 미술관은 변 화백의 친척인 재일교포 강구범씨가 1987년 지어 서귀포시에 기증한 국내 최초의 시립미술관으로 제주도의 관광명소다. 제주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변시지 화백은 제주도 서귀포 출신 변시지 화백은 6세 때 가족이 일본 오사카로 이주하면서 그곳에서 대학까지 마쳤다.1948년 23세에 일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광풍회전’에서 최연소 최고상 수상기록을 세웠다. 이듬해 광풍회 심사위원으로 선정되며 화가로서 확고한 뿌리를 내렸다. 당시 40,50대 선배 화가들이 그와 마주치면 자존심의 상징인 베레모를 벗고 인사했을 정도였다. 아들의 수상 소식에 감격한 어머니는 장롱 깊이 넣어 두었던 한복을 꺼내입고 그의 아틀리에에 드나들었다. 그후 일본 화단에서 개인전을 하면 모든 작품이 팔리는 등 승승장구하며 잘 나갔지만 마음 한구석 공허함을 느꼈다. 평론가들로부터 ‘일본인의 기질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꿈틀거리고 있다.’라는 작품평을 듣고 민족의식이 솟구쳤다고 변 화백은 말했다. 마침 “조국의 미술발전을 위해 서울대 강의를 맡아달라.”는 윤일선 서울대 총장의 제의를 받고 1957년 귀국했다. 그러나 자유당 말기 중앙 화단은 반목과 질시로 어지러웠고, 그는 그런 화단과 타협하지 않았다.‘소신발언’의 여파로 서울대에서도 스스로 나와 마포고 미술교사, 서라벌예대 미술과 교수를 거쳐 제주도에 새로운 예술 세계의 둥지를 틀며 1975년부터 1991년까지 제주대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서귀포시 기당미술관 명예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책꽂이]

    |실용 경제| ●글로벌 CEO누르하치(전경일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중국 청나라를 건국한 주인공 누르하치의 생애, 놀라운 전략, 전술, 비전에 관한 책. 변방의 일개 부족장이던 누르하치는 단 13명의 기병으로 창업, 글로벌정신으로 중국 대륙을 M&A한 인물. 급변하는 국제 경영환경에서 절실히 요청되는 누르하치의 오랑캐식 경영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5000원 ●리더를 위한 동화(마거릿 파킨 지음, 윤달련 옮김, 이파로스 펴냄)리더가 조직·인재관리에 어려움을 느낄 때 문제를 해결할 해법을 제시한 책. 저자는 경영환경에서 겪는 어려움을 ‘미래에 대한 구상과 목표설정’‘긍정적인 사고와 창의력’‘권한 위임’등 5가지로 분류, 각 10개의 이야기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1만 2000원 ●공부 잘하고 싶으면 혼자서 공부해라(김송은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학습 매니지먼트에 대한 실용서. 상담과 적용사례를 통해 얻은 실전 노하우를 바탕으로 학습준비 단계부터 피드백까지 수준별, 과목별 학습법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제시한다.9800원 ●파란만장한 유학생 서바이벌 쿠킹북 (김은경 글·박홍순 사진, 웅진지식하우스 펴냄)해외에서 유학과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은 저자의 유학·외국생활 노하우. 특히 하루 5달러만으로 세끼를 모두 챙길 수 있고, 영양가 있는 식단으로 구성하는 노하우가 담겼다.8500원 |유아·아동| ● 까만 네리노(헬가 갈러 글·그림, 유혜자 옮김) 몸이 까맣다는 이유로 형들의 따돌림을 당하던 네리노. 그러나 까만 몸 덕분에 새장에 갇힌 형들을 구해내면서 스스로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되는데….6세 이상.8000원. ● 나에게도 친구가 생겼어요(바르브로 린드그렌 글, 울리세스 빈젤 그림, 조영수 옮김) 왜소하고 볼품 없는 외모 때문에 주변사람들에게 놀림을 당하던 외로운 아저씨는 어떻게 친구를 얻을 수 있을까? 보이는 것만으로 사물을 평가하는 어리석음을 우회적으로 꼬집는 그림동화.6세 이상.8500원. |초등·청소년| ● 내 친구 네이선(메리 바 글, 캐런 A. 제롬 그림, 신상호 옮김) 단짝친구를 잃은 주인공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기까지. 이젠 어디에도 없는 그리운 얼굴, 죽은 친구의 흔적을 더듬으며 외로움을 극복하는 주인공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초등 저학년.7000원. ● 첨벙첨벙 물 실험실(베르거 글, 케르슈텐 그림, 김영진 옮김)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권해주면 좋을 과학교양서. 물을 소재로 교과서에 나오는 실험들을 묶었다. 소재별로 ‘번쩍번쩍 빛 실험실’‘우르릉쾅 날씨 실험실’‘딩동댕동 소리 실험실’‘아슬아슬 힘 실험실’ 등이 함께 나왔다. 초등생. 각권 7500원.
  • [25일 TV 하이라이트]

    ●생방송60분-부모(EBS 오전 10시)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며, 엄마와 아이와의 애착관계는 제대로 형성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애착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 새롭게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과, 자녀의 불안감이나 부정적인 성격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놀이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아본다. ●사이언스+(YTN 오후 1시25분) 수학과 미술이 만났다. 이 둘의 만남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뜨릴 전시회가 열렸다. 이 전시회에서 수학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학문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 깊은 연관성을 가진 존재로 다가온다. 보고, 만지고, 느끼며 미술작품 속에 숨겨진 수학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다. ●안녕, 프란체스카(MBC 오후 11시5분) 입사시험을 준비하는 두일, 공부하는 두일을 도와주려는 프란체 패밀리의 엉뚱한 학습법. 그들의 간절한 바람 때문이었는지 두일은 새로운 회사에 취직하게 되지만, 프란체스카는 워커홀릭 두일 때문에 점점 외로워진다. 점점 엽기적인 방법으로 치닫는 그녀의 외로움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SBS 오후 11시5분) 최성국 이범수 김일우 강성연 윤은혜 등이 나선다. 행복한 남녀들이 애인과 여름휴가를 계획하며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무엇인지를 남녀 1만명에게 들었다. 이밖에 내가 여자친구에게 점수를 따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두고 남자 9000명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TV문화지대(KBS1 오후 11시35분) 2001년 일본 무대 진출 후 지금까지 일본 최고 권위의 음반차트인 오리콘차트 정상을 휩쓸며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된 가수 보아. 그녀의 이런 한·일을 아우르는 활동은 양국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6개월 만에 5집 앨범을 들고 국내 활동을 시작한 보아를 만나본다. ●폭소클럽(KBS2 오후 11시5분) ‘최신늬우스’에서는 유민상, 이동윤이 1960년대 뉴스앵커로 등장한다.‘야식남녀’에서는 김인석과 요리사 이혜정이 출연해 술안주를 만들어보고 ‘술자리에 이런 사람 꼭 있다’에 대해 담소한다.‘록기&루키 개그퍼레이드’에서는 홍록기와 신인 개그맨 4팀의 흥미만점 개그퍼레이드가 펼쳐진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정두희의 ‘금밥’ - 보리누름/김유석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정두희의 ‘금밥’ - 보리누름/김유석

    보리누름 - 김유석 이땅의 봄이 가장 일찍 오던 곳, 멀리서 보면 그냥 빈그릇이었더니 객客 들자 꽁보리밥 한 고봉 내어놓고는 내외하듯 먼 하늘만 쳐다보더니 긴 겨울 빈 들을 혼자 견딘 외로움 참지 못하고 아지랑이 눈 흘겨 수절을 헐던 이녁이여 여린 목숨 잡아주던 언땅의 뿌리를 벌써 잊었는가 마음은 푸른데 몸은 늙어 헛배를 채우며 오던 봄도 허리 휘어 보릿고개 넘는구나
  • [임해리의 色色남녀] 거시기 좀 배우지?

    얼마 전 연애의 달인인 친구가 하소연하기를 자기 아내가 도통 성적 접촉을 갖지 않으려고 해서 각 방을 쓰거나 ‘외부’에서 ‘성 도우미’의 손을 빌려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쪽도 마음은 허탈하고 기분은 거시기하다고 털어 놓았다. 그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의 아내는 성욕감퇴증인 것 같다. 교직 생활과 가사노동을 오랫동안 병행해 온 40대 여성의 그녀는 늘 육체적 고달픔과 정신적 긴장의 이중고에 시달렸을 것이다. 또한 성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그렇게 가사와 육아, 직장 일에 치이다 보니 부부간의 대화나 성적 접촉이 뜸하게 되고 나중에는 그냥 ‘가족’의 이름으로 남게 된 것이 아닐까? 간단히 말하면 꽃이 활짝 펴 보기도 전에 시들어진 셈이다. 생각해 보면 그 책임은 그와 그의 아내 모두에게 있다고 보여진다. 평상시에 나는 남자들에게 그렇게 말한다.“여의주도 개입에 물리면 개 구슬되는 것이고 좋은 땅도 개발업자 잘 못 만나면 조립식 주택밖에 못 짓는다. 그러니 남자들은 ‘개발’에 정진하라!” ‘소녀경’에서도 남성이 지녀야 할 필수적인 기술 중 하나가 여성에 대한 지식이며 여성을 잘 알아야 완전한 사랑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인도의 성전(性典)인 ‘카마수트라’에서 ‘카마’라 불리는 인간의 쾌락행위는 고대 인도의 바라문 계급이 학습해야 할 교양이며 지혜였던 것이다. 그들에게 섹스의 쾌락은 신들의 사랑으로 찬미되었고 종교와 철학의 목표였던 것이다. 또한 동양에서는 성 에너지의 양생을 통해 건강과 수명연장의 도구로 삼았던 것이다. 그런데 섹스산업이 융단 폭격을 하는 오늘날 포르노나 도색잡지 등에서 성교육(?)을 수료한 남성들은 일발 장전 사격 후 10분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도 나왔다. 그러면서도 티코 엔진에 무리하게 과속을 하며 자신이 베스트 드라이버이기를 꿈꾸는 것이다. 도교에서는 남성은 불이고 여성은 물이라고 한다. 불은 물에 의해 꺼지는 것이다. 물이 뜨거워 질 때까지 불의 화력을 유지하는 것이 ‘사랑 만들기’의 기본이다. 그런데 많은 부부들이 결혼한 지 10년이 지나면 당연히 권태기를 맞게 되고 사랑의 열정이 식는 것을 자연의 이치라는 식으로 생각한다. 그러면서 남자들은 새로운 모험의 세계를 찾으러 다닌다. 총각들은 젊음, 기혼남들은 권태, 늙은 독신남은 생존이라는 각각 다른 이름으로 이발소나 안마시술소, 마사지센터,‘대딸방’을 방문하는 것이다. 기혼남들의 아내는 성욕 감퇴증이나 우울증, 외로움 속에 세월을 보내고 있는데…. 도교에서는 여성의 육체를 아는데 7년이 걸리고, 여성의 마음을 아는데 7년, 그리고 여성의 영혼을 아는데 7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하물며 한 여성의 육체를 채 알기도 전에 만족이 되니 안되니, 맛이 있니 없니를 따지는 남성이야말로 얼마나 ‘맛이 간 물건’이란 말인가! 정말로 이 땅에 사는 많은 남자들이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았으면 한다. 아니 요즘 구청이나 주민 복지센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던데 왜 성인남녀를 위한 성교육은 안 시키는 것일까? 이왕이면 각 보건소마다 성 클리닉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국민 건강 차원에서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남자들이여! 여성에 대해 공부 좀 합시다. 성 칼럼니스트 sung6023@Kornet.net
  • [사설] 농어촌 외국인 주부 대책 시급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을 이룬 농어촌 지역 남성 가운데 27.4%인 1814명이 외국여성과 결혼했다. 농어촌 총각이 국내에서 짝을 찾지 못해 주로 동남아국가 여성들과 혼인하는 현상은 10여년전부터 있어 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젊은이들이 대부분 고향을 떠나 농어촌에 아기 울음소리가 그친 지 오래된 마당에 국제결혼을 해 농어촌을 지키는 가정은 그만큼 소중한 존재이다. 따라서 농어촌의 외국인 주부가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우리사회에는 있다 할 것이다. 외국인 주부들은 우리말을 배우고 문화를 익히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국 땅에서 대화상대 없이 지내느라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리는가 하면 때로는 남편과 시댁식구들에게 학대를 당하기도 한다. 이같은 어려움은 본인에게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를 낳아 길러도 그 2세가 우리 말글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 또래집단에서 소외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모든 것들이 외국인 주부가 개인적으로 극복하기에는 힘든 과제들이다. 현재 일부 지자체와 민간단체가 이들을 돕는 활동을 벌이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에는 힘이 달리는 상태이다.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여성과 그에게서 태어난 2세는 당연히 한국인이다. 게다가 새로 구성되는 가정의 27.4%가 국제결혼을 했다는 것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농어촌 인구의 상당수가 그 2세들로 구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이들을 방치해 소외계층으로 성장한다면 부작용이 어떠할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직접 나서 농어촌 외국인 주부가 한국생활에 빨리 적응해 건실한 가정을 이루게끔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 옛 노래 속의 낭만 연인/ 이민홍 편역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간의 사랑만큼 보편적이고 지속적인 것이 있을까?그래서 서구에선 고대로부터 신화와 문학의 가장 중요한 테마가 사랑이었다. 이미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의 신은 풍요의 신인 아버지와 빈곤의 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도 또 만나고 싶은 것은 어머니의 빈곤의식을 닮았고, 만남의 장소를 화려하고 근사한 곳으로 택하고자 하는 속성은 아버지의 풍요로움을 닮았기 때문이라는 신화적 해석이 그럴 듯하다. 하지만 유가이념이 지배한 동아시아에서 상류층 사람들은 내심 뜨거운 사랑을 나누면서도 이를 말하거나 글로 표현하는데 인색했다. 도덕군자로 알려진 저명한 선인들 대부분이 열렬한 애정행각을 벌였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건만, 이들이 남긴 ‘사랑의 시’는 가뭄에 콩나듯 희귀하다. 삼국시대의 향가나 고려조의 몇몇 가곡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엄밀한 의미에서의 사랑노래는 아니다. 대부분은 남녀간의 애정에 의탁해 왕에 대한 충성심을 노래한 것이기 때문이다.“내 님이 그리워 우는 것은 산 두견새와 비슷하다.”는 피맺힌 노랫말을 남긴 ‘정과정’,“이 몸 생기실 때 님을 쫓아 생겼으니, 천생연분이 하늘 모를 일이런가.”의 ‘사미인곡’을 애절한 사랑노래로 해석할 수 없는 것이 이같은 이치에 있다. 그러나 작자를 알 수 없는 수많은 만횡청류(漫橫淸流), 이른 바 사설시조엔 애정과 애욕이 넘쳐 흐른다. 조선시대 풍류와 사랑의 ‘진정한 주인’이랄 수 있는 명기들의 사랑노래는 애틋하고 진솔해 지금 읽어도 그 절절함이 가슴을 적신다. 또 일부 지식인들도 솟구쳐 오르는 사랑의 마음을 시로 남겼다.‘낭만연인·浪漫戀人’(이민홍 편역, 국일미디어 펴냄)은 이처럼 우리 선조들이 남녀간 애정을 꾸밈없이 읊은 한시 108수를 뽑아 해설을 붙인 것이다. 편역자의 표현대로라면 ‘조선시대의 3년간 나눌 애정을 3일 동안에 탕진할 수 있는 요즘, 애틋한 중세의 사랑을 그리워하며’ 한 수 한 수 뽑아 해설을 붙인 책이다. 책은 사랑이 싹트기 전부터 시작해 이별과 죽음 이후의 감정까지, 마치 사랑의 일대기를 그리듯 9개의 테마속에시를 담았다. 이성에 대한 설렘, 불꽃 같은 사랑, 이별, 그리움, 외로움, 꿈속의 사랑과 기다림, 체념, 다음 생의 사랑 등등. “열 다섯 아리따운 아가씨(十五越溪女)/부끄러워 이별의 말도 못하고(羞人無語別)/중문까지 닫아걸고 들어가서는(歸來掩重門)/배꽃 사이 달 보며 눈물 흘리네.(泣向梨花月)” 이성에 대한 설렘과 부끄러움이 잘 드러난 이 시는 임제(1549∼1587)의 ‘규원’(閨怨)이라는 한시. 열 다섯이면 요즘 중학교 2학년. 시대가 바뀌어 사내아이보다 더 기운이 넘쳐 악을 쓰며 뛰어다니기도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얼굴이 붉어지고 말도 잘 못하는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편자는 기대를 가져 본다. 당대 최고의 실력자 남곤(1471∼1527)의 첩이었던 조운. 첩이었던 것이 못내 한스러웠는지 그녀는 “…초가집 한 칸이면 당신과 누울 수 있으니/가을바람 밝은 달과 오래도록 삽시다.”라며 사랑의 도피를 애원한다. 조선 영조 때 평양의 명기로 소문났던 계월은 누구를 그리 떠나보내기 괴로웠는지 “대동강 강가에서 정든 님 보내는데/천가지 버들로도 잡아매지 못하네….”(送人)라고 으며 애를 끓이고 있다. 파격의 지식인답게 다산 정약용도 ‘꿈속의 아내에게’(如夢令寄內)란 사랑시를 남겼다.“…언제나 침실에서 아름다운 인연 맺을까나/그리워 말자 그리워 말자/서글피 꿈속에서 본 그 얼굴을.”시국사건으로 전라도 강진에서 오랜 귀양살이를 하던 그는 언제나 보고 싶은 아내랑 한 방에서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괴로워하고, 결국은 “그리워하지 말자.”며 체념을 드러낸다. 근엄과 격식의 사회에서도 ‘꿀과 설탕’같은 사랑이 흘렀고, 많지 않은 한시를 통해 이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98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프랑스 영화 ‘권태’ 17일 개봉

    세계 영화제들에서 뜨겁게 주목받아온 프랑스 신예감독 세드릭 칸의 ‘권태(L’Ennui)’가 17일 개봉한다. 거침없는 섹스장면과 직설적인 대사 등으로 수입추천 불허판정을 받았다가 재심을 거쳐 가까스로 관객을 만나게 된 화제작. 알베르토 모라비아(1907∼1990)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인간 내면에 도사린 욕망의 원형질을 낱낱이 해부해 보인다. 수입심의에 걸렸을 만큼 적나라한 ‘섹스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성적 행위에 카메라 시선을 고정시킨 듯하면서도 영화가 집요하게 따져드는 주제어는 ‘욕망의 존재방식’이다. 40대 대학교수 마르탕(샤를 베르링)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이혼한 아내의 주변을 자꾸 기웃거린다. 전처에게 새 남자가 생겼다는 소식에 묘한 질투를 느끼던 마르탕은 우연히 술집에서 늙은 화가를 알게 되고, 며칠 뒤 그가 갑자기 죽자 그의 누드모델이었던 17세의 세실리아(소피 길멩)를 만난다. 세실리아가 노인의 그림 모델이자 연인이었다는 비밀을 안 마르탕은 알 수 없는 호기심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세실리아와 성적 관계에 빠져든다. 무료함을 달래려 장난삼아 만나던 세실리아에게 조금씩 마르탕의 마음이 움직이고, 영화는 그 미묘한 감정의 동요를 집요하게 묘파한다. 사랑의 열정을 어리석은 감정이라 냉소했던 마르탕의 태도변화는 관객들에게 예상밖 감상의 묘미를 안긴다. 편견 속에 자리한 유럽의 섹스드라마란 으레 상식으로 공감키 어려운 성적 감수성의 결정체이게 마련. 이 대목에서 영화는 독특한 미덕을 자랑한다. 세실리아가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면 불안해서 어쩔 줄 모르고, 어떤 날엔 미술선생으로 위장해 그녀의 집을 찾아가기까지 하는 등 치기어린 마르탕의 행동들에 관객들은 때로 폭소를 터뜨릴 만큼 동감하게도 된다. 날것 그대로의 감정들이 거침없이 화면을 채우는데도 영화는 시종 진지함을 잃진 않는다. 부재(不在)의 방식으로만 존재하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검질긴 것인지를 설명하는 데 전력을 쏟는다. 세실리아의 젊은 새 남자친구를 질투하는 마르탕의 몸짓 하나 하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신랄하고도 처절한 톤으로 독점욕의 실체를 까발리는 데 동원됐다.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왜곡되고 변이될 수 있는지 영화는 마르탕을 통해 끝내 의미심장한 물음표를 찍어놓는다.“(세실리아를 향한)사랑을 멈추려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마르탕의 심리는 이 영화가 구사한 도발의 극치일 것이다.18세 이상.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조기유학 말리고 싶어요”

    “조기유학 말리고 싶어요”

    서울 강남에 사는 주부 박모씨는 요즘 고교 2학년인 아들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아이의 장래를 망친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돌이키면 그때 조기유학을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현재 아들 정모(17)군의 성적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정군이 캐나다로 조기유학을 떠난 것은 지난 2001년. 영어도 익히고, 경험을 넓혀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것이 박씨의 판단이었다. 다시 돌아올 경우에 대비해 국내 학교 진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참고서를 별도로 사서 보냈고, 현지에서 보습학원까지 보냈다. 그러나 언어가 통하지 않은 정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고, 부모와 떨어져 있는 외로움에 술과 담배를 배웠다.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대마초에도 손을 댔다. 박씨는 결국 정군을 1년만에 억지로 데려왔다. 학부모 김모(여)씨도 요즘 나아질 줄 모르는 고3 아들의 성적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2001년 중학교 2학년 당시 아들을 호주 멜버른으로 조기유학을 보냈지만 1년만에 효과도 없이 되돌아와야 했다. 원래 소심한 성격에 사춘기까지 온데다 부모와 떨어져 혼자 지내면서 공부에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년의 공백은 컸다. 학교 환경도 달라지고 공부도 따라잡기 힘들만큼 뒤처져 있다. 자녀를 조기유학 보낸 학부모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영어에 익숙해지고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큰 효과를 봤다는 부모는 찾기 어렵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조기유학을 다녀온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조사해서 성적이 가기 전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를 24일 내놓았다. 한국교육개발원 김홍원 학교교육연구본부장이 공개한 ‘조기유학에 관한 국민의식과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를 조기유학시킨 학부모 316명과 학생 34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상위 10% 이내’라고 답한 학부모는 유학 가기 전 50.4%에서 31.4%로 크게 줄었다. 반면 ‘하위 50%’라고 밝힌 학부모는 4.3%에서 14.7%로 크게 늘었다. ‘친지나 친구에게 자녀의 조기유학을 권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적극 권유하겠다.’는 응답이 15.4%에 불과한 반면 ‘말리거나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응답은 84.6%였다. 한편 학부모 3633명, 교사 555명, 조기유학 업무 담당자 196명 등 4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기유학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서는 ‘찬성’보다 ‘반대’가 많았다. 학부모의 55.7%, 교사의 59.4%가 조기유학에 반대했으며, 그 이유로는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크다.’‘가족 별거에 따른 문제가 많다.’‘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이 가중된다.’ 등을 꼽았다. 학부모들은 또 조기유학에 관한 얘기를 들으면 불안하고(67.9%), 매년 증가하는 조기 유학자와 비용을 보면 걱정스럽다(90.7%)고 답했다. 그러나 여건만 되면 조기유학을 보내고 싶다는 응답도 34.4%에 이르러 조기유학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사설] 광진구민, 무의탁 노인 비행기 태웠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중 1위로 추정될 정도로 자살률이 높다. 가히 ‘우울증 사회’라 할 만하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시험성적이 떨어져서, 가족이 해체되어, 외롭고 병들어서 등 자살의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크게 보면 이 사회의 문제는 한 가지다. 타인에 대한 살핌의 부족이다. 나만 편안하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이웃의 고통과 외로움에 눈을 감는다. 조금만 마음을 주면 함께 위로받고 행복할 것을 소통 부재의 사회는 살가워야 할 이웃들을 절망의 늪에 버려두곤 했다. 그러나 서울 광진구 주민들의 사례는 그래도 우리 사회에 희망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주민들은 돌봐줄 가족 없이 외롭고 가난하게 사는 노인들의 소박한 소원 한마디를 흘려듣지 않았다.‘죽기 전에 꼭 한번 남들처럼 비행기 타고 제주도에 가보고 싶다.’는 한 할머니의 말씀에 소원을 풀어드리고자 나선 것이다. 광장동·구의동 주민 210명이 뜻을 모았다. 많게는 20만원, 적게는 3000원 성금도 있었다니 이웃 살피기에 많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민들의 선의에 사회복지관도 감복해 무의탁 노인 38명의 제주도 여행 경비는 거뜬히 마련되었다. ‘비행기를 타면 구름 위에 있는 것처럼 기분이 좋을 것’이라던 한 할머니의 상상을 떠올려 본다. 노인들은 비행기 안에서 실제 구름위에 떠 있는 상태와 함께 비록 자식은 없어도 세상에 혼자는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광진구민들은 그래도 ‘이땅은 살 만한 곳’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제2, 제3의 광진구민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 茶속의 산책-하동군 화개골

    茶속의 산책-하동군 화개골

    천년의 향기를 간직한 햇차의 유혹이 시작됐다. 경남 하동군 화개골 지리산 기슭에서 전해오는 은은한 야생차의 맛과 향이 입과 코를 자극한다. 화개골은 천년전 우리나라에 녹차가 처음 전해진 녹차 시배지. 이 곳에 가면 지리산 이슬을 머금고 자란 야생차를 손으로 따 전통 제다법으로 덖어(볶아)낸 수제차를 맛볼 수 있다. 탁트인 섬진강과 지리산의 푸르름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특히 녹차의 날(5월25일)을 전후해 녹차의 본고장인 이곳에서 19∼22일에 야생차 문화축제가 열린다. 다양한 행사와 함께 명차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쌓인 시름을 훌훌털고 입과 코와 눈, 그리고 마음까지 즐거운 ‘원조 녹차’의 맛을 찾아 떠나보자. ●천년의 향기 그윽한 원조 녹차 맛 따라 눈이 시원하다. 서울을 떠나 4시간 남짓 달렸을까. 야생차밭을 감싸안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푸르름이 눈 앞에 펼쳐졌다. 화개장터를 지나 화개골로 가는 쌍계사 입구는 봄 한때 하얀 벚꽃 세상을 연출했던 가로수들이 청량한 녹색 터널을 선사한다. 차창을 열자 5월의 싱그러운 바람이 가볍게 뺨을 스친다. 먼저 찾은 곳은 쌍계사 인근의 녹차 시배지. 우리나라 차의 원조임을 증명하 듯 깎아지른 듯한 산등성의 시배지 아래 우리나라에 처음 녹차씨를 가져온 김대렴 공의 추원비와 시배지 탑이 우뚝 서 있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 남녘인 이곳에 심었고, 이를 진감선사가 널리 보급함으로써 우리나라 전통차 문화가 싹트게 됐다고 한다. 이 곳은 지방기념물 61호로 지정돼 있으며, 차인들이 대렴공의 추원비와 시배지탑을 건립하고 매년 5월25일을 차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어 쌍계사 앞으로 흐르는 화개동천을 따라 올라가자 경사가 급한 산기슭 바위틈 사이로 차밭의 전경이 시원스레 눈에 들어왔다. 머리에 수건을 둘러맨 채 손으로 조심조심 찻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모습은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 산세가 험해 찻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다소 위태롭게 보이기도 한다. 깔끔하게 정돈된 광활한 전남 보성의 차밭을 본 사람이라면 다소 실망스러울 정도로 작고 투박하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이 하동 녹차밭의 자랑이다. 비록 대량 생산은 못하지만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자부심이 남다르다.‘평지차가 인삼이라면 산지차는 산삼’이라며 입을 모은다. 그래서 하동 사람들은 다른 지역의 차와 구분해 이 곳 차를 굳이 ‘야생차’라고 부른다. 섬진강 맑은 물과 지리산의 깊은 지력을 흡입해서인지 차가 유난히 향이 짙다. 화개면 일대는 일조량이 높고 습도가 높은데다 일교차도 커 다른 지역보다 가장 좋은 첫물차인 우전(雨前)차 수확이 10일 이상 빠르다. 우전은 곡우(4월20일) 무렵을 전후해 차를 손으로 직접 딴다. 이렇게 딴 잎은 멍석에 말린 뒤 가마솥에서 볶고 비벼서 말리는 ‘덖음’과정을 거친다. 차를 덖어 내면 차맛이 은은한 향기를 띠며 차가 오랜 시간 우러나온다. ●국내 유일의 녹차명인을 만나다 이 곳은 시배지 답게 국내에서 유일한 ‘전통 수제녹차’ 명인인 박수근(61)씨가 살고 있다. 다원이 밀집한 화개동천변에서 명인다원(055-883-2216)을 운영하고 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사촌이자 차에 대한 조예가 깊었던 윤포산 스님과 선친인 박봉준 선생으로부터 전수를 받았다. 그는 “차는 색과 향과 미에 기가 더해진다.”면서 “차의 색은 연둣빛이 나야하며, 진하고 구수한 향이 나야 하고, 먹고 나면 단맛이 나야 하며, 만드는 사람의 혼신의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지역에서는 일본 품종인 야부기다종을 사용하지만 이 곳은 지리산 자락에서 자생하는 토종 차나무라고 말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중국 소엽종이지만 천년의 세월이 흘러 토종화된 셈이다. 말린 찻잎은 날로 먹어도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그는 올해는 날씨가 건조하고 바람이 불어 작황이 좋지 않아 최고 차인 우전·세작을 예년의 3분의1 수준인 1500통(한 통은 100g)밖에 만들지 못했다. 이 가운데 우전은 300통 정도로 2000평의 광활한 차밭에서 30㎏밖에 나오지 않는다. 우전 가운데에서도 한해 10여통 정도밖에 만들지 않는 최고급은 한 통에 55만원 정도. ● 이렇게 가세요 자가용으로 서울에서 4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경부·중부고속도로, 대진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하동IC에서 빠져 시내로 들어와 19번 국도 쌍계사 방향으로 가면 만난다. 다른 방법으로는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전주IC에서 나와 임실과 남원, 구례를 거쳐 내려오면 된다. 하동군청 문화관광과 웰빙이벤트 담당(880-2375), 녹차산업계(880-2751) ■ 오~설록차 녹차를 말할 때 제주도를 빼놓으면 아쉽다. 제주에는 서귀포 도순다원, 남제주군 서광·한남다원 등 총 40만평의 다원이 아름답고 싱그러운 초록 세상을 선사한다. 또 제주를 여행할 때 녹차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오’설록 녹차박물관’을 지나치면 섭섭하다. 태평양의 대표적인 녹차 브랜드 설록차를 마시면 자연스럽게 감탄사가 나온다는,‘오∼, 설록’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이곳에서 녹차의 은은한 향과 멋을 즐길 수 있다. ●녹차의 역사를 담아 녹차밭이라면 보통 보성과 해남, 하동 등을 들지만 제주도야말로 녹차의 유적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주 남제주군은 조선시대 대학자이자 명필인 추사 김정희가 유배시절에 초의선사가 보내준 차를 마시며 외로움과 고통을 달랜 곳이다. 결국 많은 다인과 차를 통해 교류하며 다선삼매의 경지에 이르러 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연평균 기온 섭씨 15도, 강수량 연간 1800㎜, 일조량이 많지 않아 차 재배의 적지이지만 돌투성이 땅에 차를 재배하기는 힘들었다. 태평양은 이곳을 2년동안 개간하고 1984년 차묘목 100만 그루를 심기 시작하면서 옥토로 바꾸어 녹차의 명소로 성장시켰다. 15만평 규모의 서광다원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설록차박물관 오’설록이 세워져 있다. 햇빛 좋고 공기 좋은 최적의 차 생산지, 제주의 멋을 느낄 수 있고 녹차와 한국 전통 차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자 학습공간, 푸른 빛으로 둘러싸인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으로 제 역할을 다한다. ●은은한 차 향기에 취해 1층 박물관에는 차와 관련된 세계의 역사, 공정과정, 삼국시대 토기잔과 상감기법으로 만든 고려잔 등 우리 찻잔 120여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이 마련돼 있어 흥미롭다. 2층 오’전망대에 오르면 넓게 펼쳐진 서광다원의 차밭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야외에는 방사탑, 물허벅 등 제주 전통 문화유산을 보기좋게 전시해 놓아 제주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있고,‘설록의 길’이라는 운치있는 산책로를 마련해놓아 휴식을 취할 수 있어 가족이나 연인을 위한 코스로도 딱이다. 다점에서는 연녹색의 녹차아이스크림, 녹차쿠키, 녹차초콜릿 등과 다양한 선물용 녹차를 구입할 수 있다. 특히 광활한 녹차 밭을 바라보며 먹는 2500원짜리 시원한 녹차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별미다. 먹는 것을 뺀 입장료, 주차비, 구경값은 모두 무료다. ●찾아가는 길 서광다원까지 가는 대중교통은 없다. 제주터미널과 서귀포터미널에서 ‘서광서리’ 가는 차량을 타면 내려서 25∼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경우라면 서부관광도로를 타고 ‘동광’ 이정표를 따라 ‘동광검문소’까지 간 뒤 ‘설록차 전시관’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한다.(064-794-5312·www.sulloc.co.kr) 제주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손으로 우려내 다함께 茶茶茶 화개동천변 40리(16㎞)에는 다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데 대부분 무료로 차를 시음하는 것은 물론 구입할 수도 있다. 업체는 소량으로 수제차를 만드는 곳까지 합치면 200여곳에 이른다. 하동군의 연간 차 판매량이 200억원에 달하고 전국 생산량의 25%가 하동에서 난다. 그렇지만 손으로 직접 따 덖어내는 고급 차인 우전과 세작이 대부분이다. 천변에 있는 예쁜 목조건물인 고려다원(883-5007)에 들어갔다. 이 곳에서는 차밭 전경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다. 원장 하구(40)씨는 다산, 추사, 초의선사의 말을 빌여 야생차에 대해 자랑했다. 그는 ‘산다유향’(평지보다는 산지의 차가 향이 그윽하다),‘청취위성’(차의 색은 맑고 대나무 잎처럼 연녹색을 최고로 친다.),‘감윤위상’(맛이 달고, 부드러운 것을 최상으로 여긴다.),‘부초배근’(최고의 차는 손으로 덖어서 불에 말린다.) 등을 인용, 야생차의 장점을 말한다. 차는 따는 시기에 따라 우전과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뉘며, 찻잎이 여린 첫물에 딴 찻잎일수록 고급이다. 최고의 차는 우전으로 곡우(4월20일) 전후에 채취한 아주 어린 잎이며, 세작은 입하(5월6일) 전후에 딴 차다. 가격은 다원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우전이 6만∼10만원, 세작이 3만∼6만원, 중작이 2만∼3만원, 대작이 1만 5000∼2만원 정도다. 한편 하동군청은 19∼22일 3일동안 화개면 운수리 차시배지 일원(쌍계사)과 진교면 백련리 차사발 도요지 일대에서 ‘제9회 하동야생차축제’를 벌인다. 이 기간동안에는 각종 차를 20∼30%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차는 고온도와 습도, 산소, 광선 등의 영향에 따라 쉽게 변질되는 만큼 진공팩에 넣어 영하 5도 내외의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맛있는 차는 종류와 양, 시간, 다구, 물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이 난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관(차를 우려낼 때 사용하는 도자기)을 사용할 경우 차를 충분히 끊인 뒤 숙우(물식힘 사발)와 찻잔에 붓는다. 이때 찻잔과 다기를 데우는 것으로 70∼80도 정도까지 식힌 뒤 250㎖의 물에 10g(5명 기준)에 식힌 물을 붓고 1∼2분 정도 우려낸 뒤 찻잔을 돌아가며 3회 정도 나누어 따른다. 특히 차는 마시는 것뿐만아니라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것으로 다례를 배워두면 좋다. 특히 생활속에서 차를 이용할 수 있다. 야채나 과일을 씻을 때 찻잎을 우렸다가 그물로 헹궈주면 농약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찻잎을 우려 냉장고나 전자레인지에 넣어두면 찌든 냄새를 없앨 수 있다. 주부 습진과 무좀을 차로 해결할 수 있는데 찻잎으로 손을 씻으면 손에 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놀랄 정도로 부드럽다. 하동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고행에서 피어난 情

    “처절한 외로움에 죽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런 마음을 작품에 옮깁니다.” 우리민족의 심성과 사랑을 따뜻한 가족애로 표현하는 이만익 화백. 그림속에서 묻어나는 따스함과 달리 처절한 ‘고행’을 통해 작품 세계가 열림을 말한다. 그가 즐겨 그리는 것은 가족도. 달빛아래 핀 벚꽃속의 일가족. 동글동글한 정겨운 얼굴. 자연의 서정성 짙은 풍경을 상징적인 배경삼아 단란하고 정겨운 가족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그의 작품은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아이를 사랑스럽게 무릎에 안고 있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대중에게 민족정신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단순하고 명료한 선, 형태, 색채들을 통해서다.‘까치와 호랑이’에는 이만익 특유의 유머가 담겨있다. 익살스러운 표정과 한가닥 수염으로 위엄을 잃은 호랑이 위에 날고 있는 까치는 묘한 평화를 선사한다.‘명성황후’‘청산별곡’등은 설화를 주제로 역사를 얘기한다. 이번 전시회는 세오 갤러리 2주년 개관 기념전으로 마련됐다. 김미진 아트디렉터는 “우리 민족 정신과 역사의식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현 한국 상황에서 한번 되새겨볼 만한 작품들”이라고 말했다.6월 30일까지(02)522-5618.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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