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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가 족/오풍연 논설위원

    주변에 혼자 사는 가장이 많다. 주로 40대 직장인이다. 일찍이 자녀들을 유학보냈거나 외국생활을 마친 뒤 단신 귀국한 예가 대부분이다.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니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니다. 좋지 않은 소식이 종종 신문 귀퉁이를 장식하곤 한다.1∼2년이 흔하지만 햇수로 10년 가까이 되는 경우도 보게 된다. 기러기 아빠의 고충담을 듣노라면 가정의 소중함이 절실해진다. 엊그제 한 모임에서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로부터 체험담을 들었다. 문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식사, 빨래 등 쉬운 일이 없다고 한다. 그러자 외로움에 더해 우울증까지 생기더라는 것. 그 친구는 조만간 가족이 귀국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혼자 지내기가 무척 힘들다고 토로했다. 함께 있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헤어져 살다 보니 그들이 더욱 그리워지더라면서…. 더러 눈물이 날 때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친구는 외국에 건너가 강제(?)로 가족을 데려오기도 했다. 가정의 덕목은 화목함에 있다. 오순도순 함께 사는 것이 좋다. 옛날에는 3대가 잘 지내기도 했다. 오늘날 핵가족 시대에는 2대도 찾아보기 어렵다. 가정의 의미를 다시 한번 나눠보자.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길섶에서] 봄비스케치/최종찬 편집부 차장

    까칠한 신새벽 우윳빛 구름타고 내려와 꾸벅꾸벅 조는 경비원의 한 생애 탁본하고 불면증으로 신경 곤두선 가로등 달래주면 침울하던 아파트 단지에 도는 생기 숨어있던 사연들 가구마다 뛰어나와 켜켜이 쌓은 서로의 이야기로 소란스럽다 절대고독의 방에서 울고 웃는 이들을 위하여 비밀 하나 허공의 노트에 귀띔하고 또 하나 우편함 어둠 속으로 밀어넣으면 노란 옷으로 갈아입은, 성급한 개나리 빗방울 타고 베란다 창문 열고 들어와 잠자는 아이 얼굴에 환한 미소 짓게 한다 야근을 끝내고 귀가하던 어느 새벽녘 아파트 입구에서 봄비가 마중을 나왔습니다. 오랜 외로움에 지쳤는지 정말 반갑게 나를 맞이합니다. 그 너머 경비실에서는 아저씨가 밤샘 노동에 지쳤는지 머리를 연방 조아리고 개나리는 수줍은 듯 얼굴을 못 들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아직 꿈나라에 있는 신새벽 봄비가 빚어내는 작은 세상을 그려봤습니다. 최종찬 편집부 차장 siinjc@seoul.co.kr
  • [20&30] 영화속 싱글라이프

    미국 뉴욕의 일요일 점심시간. 분위기 좋은 카페에 싱글 여성 4명이 모였다. 신문 칼럼니스트·변호사·홍보업체 사장·미술관 큐레이터 등 번듯한 직업에 멋진 애인까지 둔 이들. 느긋하게 브런치를 즐기며 남이야 듣건 말건 조잘조잘 수다를 떤다. 남자, 섹스, 일, 구두, 옷…. 테이블에 올라오는 수다에는 제한이 없다. 수많은 2030들이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시티’에 나오는 이 장면의 주인공처럼 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현실 속 싱글들의 삶이 영화에서처럼 화려할 수만은 없다. 한국영화 ‘싱글즈’의 주인공 나난(장진영 분)에는 서른 안팎 싱글 여성의 보편적인 모습이 담겨 있다. 그는 상상 속에서 섹스도 하고 직장에 사표도 던지지만 대출금 이자, 공과금, 카드값을 위해 옥탑방에서 회사로 출근하는 고단한 현실을 살아간다. “아침 해주고 밤에 적당히 서비스해주면 남편이 학비도 대주고 용돈도 주겠다는데, 그런 찬스가 어딨냐.”는 친구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결혼’ 대신 ‘일’을 선택한다. 너무도 하기 싫었던 레스토랑 매니저 일이었지만 그 일로 직장에서 최초로 인정받은 기쁨을 결혼과 맞바꾸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잘 나가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친구의 아이를 낳아 혼자 기르기로 결심하는 동미(엄정화 분)라는 캐릭터는 싱글들이 좀체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한번쯤은 상상해 봤을 법한 일종의 판타지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브리짓(르네 젤위거 분)은 출판사에 다니는 30대 싱글. 독신 생활을 즐기면서도 언젠가는 이상적인 남자를 만나 결혼하겠다고 꿈꾼다. 하지만 몸매도 별로인데다 골초인 그녀가 연애를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외로움에 지친 듯 ‘오직 나 혼자만’(All by Myself)를 부르는 장면은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싱글들을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 영화의 공통점은 ‘속깊은 이성친구’가 인생의 절친한 동반자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남들이 ‘노처녀 히스테리’라고 혀를 찰 만한 고민들도 그들 앞에서는 자유롭게 펼쳐놓는다. 애인이 없을 때는 애인 대용으로 파티에 데려가거나 어른들에게 인사를 시키기도 한다. ‘처녀들의 저녁식사’‘코르셋’‘결혼은 미친 짓이다’‘파니핑크’ 등 국내외 영화들도 싱글들의 삶을 잘 묘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아침을 먹자] 군침 돌게하는 상큼한 봄나물

    [아침을 먹자] 군침 돌게하는 상큼한 봄나물

    서울신문과 CJ가 함께 진행하는 ‘아침을 먹자’ 이번 주 식단은 상큼한 봄나물을 마련했습니다.CJ의 한식 레스토랑 ‘한쿡’에서 냉이, 달래, 풋마늘대로 만든 도시락을 배달했습니다. 조리법을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 도움말 김영배 한쿡 조리개발팀장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냉이 나물 재료:냉이(300g), 된장 소스 75g(된장, 다진파, 간마늘, 참깨, 참기름, 소금, 다시다 육수) 1. 냉이는 뿌리 부분을 칼로 다듬고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30초간 데친다. 2.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제거하고 소스에 무쳐 그릇에 담는다. ●풋마늘대 무침 재료:풋마늘대 200g, 초고추장 50g 1. 풋마늘대는 깨끗이 손질해 2cm 간격으로 자른다. 2.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1의 풋마늘대를 넣고 2분 정도 데친다. 3. 데친 풋마늘대는 찬물에 넣어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제거한다. 4. 초고추장에 무쳐 그릇에 담는다. ●원추리 나물 무침 재료:원추리 300g, 고추장, 된장 소스 40g(고추장, 된장, 다진파, 간마늘, 깨소금) 1. 원추리는 뿌리 부분을 자르고 3㎝ 간격으로 자른다. 2. 자른 원추리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뒤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넣고 1분간 데친다. 3. 데친 원추리 나물은 찬물에 넣어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제거한다. 4. 고추장, 된장 소스에 무쳐 그릇에 담는다. ●씀바귀 재료:씀바귀 150g, 고추장 소스 40g(고추장, 고추가루, 깨소금, 식초, 다진파, 다진마늘, 설탕) 1. 씀바귀는 누런 잎을 떼고 다듬어 찬물에 담가 양손으로 비벼 씻은 뒤 4cm 크기로 자른다. 2.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2분간 데친 뒤 찬물에 담가둔다.(쓴맛을 없애기 위해 하루정도 담근다. 단 한두번 정도 물을 갈아준다.) 3. 씀바귀는 물기를 제거한 뒤 고추장 소스에 무쳐 그릇에 담는다. ●달래 무침 재료:달래, 간장 소스(간장, 설탕, 다진 홍고추, 풋고추, 참기름, 후추가루, 간마늘, 깨소금) 1. 달래는 윗부분을 손질한 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2. 씻은 달래는 4㎝ 크기로 자른 뒤 그릇에 담고 소스는 따로 제공한다. ■ 친언니처럼 저를 사랑하던 언니께 민영애(서울 중랑구 묵1동) 어머니가 없는 제게 엄마 같이 절 아껴주던 언니가 있었습니다. 봉제공장을 다니며 야학하러 다니던 시절. 공장에서 일을 하며 알게 된 지숙 언니는 절 친동생처럼 예뻐해 줬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거의 밤마다 배달해 주었고 생일엔 잡채에 갖은 음식, 앙증맞은 카드 한 장을 기숙사로 가져왔습니다. 친구들의 시샘 어린 눈빛을 언니와 나의 웃음으로 녹여 버렸었지요. 얼굴도 곱고 마음도 천사처럼 맑은 언니였습니다. 힘들었던 지난 날을 꽃처럼 아름답게 만들어준 언니에요. 이름은 윤지숙. 여름 아침에 돌담 밑에 수줍게 피어 있는 봉숭아 꽃을 닮은 언니였습니다. 나이는 그때 당시 마흔이 조금 안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넉넉지 않은 형편인데도 주말이면 늘 언니네로 절 초대해 맛있는 걸 만들어주며 제 외로움을 녹여주었어요. 엄마가 없는 제게 엄마가 돼 주겠노라 약속했던 지숙언니. “다음에 영애 네가 아기를 낳으면 네 산후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꼭 내가 해줄 거야.” 그 말 한마디에 언니를 끌어안고 얼마나 많은 행복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그러던 지숙언니가 경기도 안산으로 이사를 하면서 우린 자주 만나질 못했습니다. 가끔 찾아갔지만 구멍가게 같은 슈퍼를 하며 장사가 안 돼 무척이나 힘들어했어요. 언젠가부터 연락이 잘 되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언니와의 연락이 끊기고 전 결혼을 했습니다. 첫아이를 갖고 입덧이 얼마나 심했던지 석 달동안 토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엄마 같던 지숙언니가 너무나 보고 싶었습니다. 언니의 얼굴을 생각하며 소리없이 눈물 흘렸어요. 아이를 낳던 날. 시댁 부모님도 친정 부모님도 계시지 않았던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고 둘이 서로 “축하한다, 힘내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이와 셋이 껴안고 “꼭 행복하게 살자.”는 맹세를 하며 입맞춤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언니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릅니다. 안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아이가 크자 제일 먼저 제가 찾아간 곳은 언니네 슈퍼였습니다. 옛 기억을 되살려 힘들게 찾아 간 그곳엔 이미 다른 주인이 앉아있었습니다. 어디론가 이사를 했다더군요. 언니에게 아이를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몇달 전 지숙언니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쑥쓰러운 마음에 아직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전하지 못했습니다. 따뜻한 아침을 선물하면서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네요. ■ 식사도 못하고 출근하는 남편이… 전수미(서울 강서구 방화2동) IMF 커플 1호라고 자칭 떠들고 다니던 우리 부부. 그때보다 더 힘들어졌지만 남편은 “더 열심히 일해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이제 자기일을 펼친지 5년째 접어듭니다. 힘들다는 말도 너무 식상해서 안하고 산 지 오래입니다. 입덧 하는 저 때문에 아침을 스스로 대충 챙겨 먹더니, 아예 안먹고 일찍 잠 깨울까봐 몰래 빠져 나갑디다. 아이를 낳고 돌이 다 돼 가는데 아직도 아침은 커녕 출근하는 남편의 모습도 봐주기 어렵네요. 어려워도 우리 딸들 덕분에 언제나 즐겁게 지내고는 있지만 항상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남편의 사무실에 훌륭한 아침을 배달해 주고 싶네요. 직원들과 작은 행복이나마 함께 했으면 합니다. ■ 병환중인 장인·장모께 사위가… 남기훈(서울 마포구 염리동) 당뇨가 심해 거동이 불편 하신 장인어른, 심장병으로 무척 힘들어 하시는 장모님. 손수 식사하셔야 하는데 제대로 챙겨 드시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맞벌이를 하느라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고……. 따뜻한 도시락으로 연로하신 장모님께 효도하고 싶습니다. 하루라도 맛있는 식사로 기쁨을 맛볼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 [배지환의 DICA FREE oh~ 주제가 있는 사진 #3] 바람을 타고 온 자유

    [배지환의 DICA FREE oh~ 주제가 있는 사진 #3] 바람을 타고 온 자유

    오토바이를 배에 싣고 인천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로 무작정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늑장을 피운 탓에 인천에서 배를 놓치고 여러 고민 끝에 다시 인천에서 목포로 오토바이를 몰았다.1번 국도를 따라 수원-오산-평택-천안-계룡-논산-전주-정읍-장성-함평-무안-목포. 시속 80㎞ 이상으로 달리면서 새벽바람을 12시간 동안 맞는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안개가 자욱한 암흑 속에서 느끼는 혼자라는 외로움…. 그렇게 밤새 달린 후 출항시간에 맞춰 가까스로 목포에 도착, 배에 승선했다. 몸이 피곤해서인지 침대칸에 눕자마자 거의 기절하다시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5시간 정도가 흘렀나. 안내방송에서 제주도에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깨어났다. 하루종일 제주도에서 오토바이 라이딩을 즐겼고, 제주도의 해안도로를 따라 함께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새롭다. 끝없이 펼쳐져 있던 바다. 눈부시던 햇살, 바람, 돌,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 뒤돌아 보면 힘들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여행이지만 언제나 사람 사는 일이 그렇듯 고통과 아쉬움이 함께 해야만 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의욕이 생기고 희망이 생기는게 아닌가 싶다. 지난 제주도 여행은 또 다시 한계를 테스트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또 다시 그 한계를 뛰어넘어 한달여만에 카메라를 손에 쥐게 만들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간이 길어지지만 또 다시 찾아올 한계를 생각하면 조금의 두려움과 긴장을 해야 한다는 설렘이 존재한다. # 설렘 어린아이에게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언제나 설렘만으로 행복하다. 위 사진들은 지난 가을 제주도 라이딩을 할 때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면서 카메라에 담았던 사진들이다. 원하는 피사체를 위한 계획적인 촬영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짜여지지 않은 일정 속에 자연을 그대로 만끽하며 카메라에 담는 사진이야말로 더 매력적이지 않나 싶다. 또한 사진에서 자신의 느낌을 일관되게 끌고 나가는 것들이 중요하다. 구성과 연출은 사진을 촬영하는 본인의 주관적인 느낌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낮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는 것도 좋지만 아름답지만 쉽지 않은 새벽풍경과 한밤의 야경 사진을 촬영하면서 여행사진의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나, 일관된 주제를 통한 느낌 전달 또한 잊어서는 안된다. (www.pewpew.com)
  • 中출신 아내들 “외로워요”

    |도쿄 이춘규특파원|지난달 17일 일본 시가현에서 유치원생 딸(5)의 친구 2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중국 국적의 다니구치 미에(34)씨 사건을 계기로 2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일본내 중국인처들의 외로움, 부적응 문제가 집중 부각되고 있다. 다니구치씨는 중개업자의 소개로 2000년 일본인 남편과 결혼하기 직전 일본으로 건너왔다. 언어장벽 문제로 일본인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딸의 유치원생활도 고심했었다고 한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04년 일본인 가운데 3만 9511명이 국제결혼했다. 이 가운데 80% 정도가 남성이었다. 그중에서 약 40%인 1만 1915명이 중국인 여성과 결혼했다. 대부분 20대인 중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일본인은 40대 전후의 독신남들이다. 최근 10여년간 이러한 국제결혼이 급증,2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연애결혼을 한 경우에는 문제가 적지만 400만엔(약 3300만원) 안팎의 중개료를 내고 알선결혼할 때가 문제가 많다고 한다.“주위로부터의 멸시받는다고 느낀다.”,“시부모로부터 음식맛이 없다고 구박받는다.” 등이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중국인처들은 “교류할 만한 이웃이나 중국인 친구가 없어 외롭다.”,“아이들이 집단등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인으로서는 스트레스다.”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인 남편도 의사소통 문제 등으로 우울증에 걸려 자살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일본에 살고 있는 중국인, 타이완인 등의 고민상담을 하는 ‘간사이생명선’ 이토 대표는 “상담건수의 40%정도가 중·일간 국제결혼에 관련된 것”이라면서 “이국생활은 주위, 특히 남편의 도움이 필수”라고 말했다고 뉴스위크 일본판이 1일 보도했다. 한편 중국인과 일본인의 국제결혼에는 옛 만주지역에 집중된 잔류일본인 고아들이 깊이 관련돼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2차대전 패전뒤 현지에 남은 일본인들이 1980년대부터 일본으로 귀국, 이들이 중국내 친척 등과 연결돼 사업목적으로 국제결혼 알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taein@seoul.co.kr
  • 전통춤 지킴이로 나선 ‘춤꾼’

    전통춤 지킴이로 나선 ‘춤꾼’

    “쌍검무는 전장에 남편을 보낸 여인의 한과 외로움, 그리고 무운장구를 비는 마음을 그린 ‘내면의 춤’입니다.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최승희 선생이 추었던 쌍검무를 제자인 전황 선생이 재구성한 것이에요. 저 또한 전황 선생의 직제자이니 ‘3대’를 이어 추는 셈이지요.” 올해 ‘한국의 명인명무전’에서 쌍검무를 추는 김지원(32·한양대 강사)씨는 “젊은 나이에 명인명무라는 타이틀의 무대에 서는 게 적잖이 부담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올해 한양대에서 ‘한국 민속춤의 동작코드와 의미체계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무용학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 전통무용계의 재원. 특히 그의 논문은 2006년 한양대 예·체능계 최우수 논문이자 동시에 한양대 전체 우수논문으로 뽑혀 무용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한국의 전통 춤사위마다 용어가 중구난방이에요. 예컨대 송파산대놀이에서 옴중이 추는 춤사위는 용트림이 표준어임에도 여러 사투리가 통용되고 있습니다. 또 자라춤은 흔히 죔춤이라고들 하지요. 한국 전통춤 동작소들의 용어를 통일해 새로운 무보(舞譜)의 틀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한국춤의 원형지킴이’를 자임하는 김씨는 “우리 전통춤이 전승 과정에서 종종 정체성이 훼손당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런 심정에서 그는 쌍검무의 뿔관 하나를 재현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다섯 살 때부터 10년동안 발레를 배운 김씨는 1990년대 초에는 KBS 문화다큐멘터리 리포터로도 활동한 색다른 이력의 소유자. 이미 ‘명인’의 반열에 든 춤실력 뿐 아니라 ‘홍 그리고 백’ 등의 작품을 통해 안무 능력도 인정받은 ‘콘텐츠가 있는’ 춤꾼이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한국 모던록 개척 가수 이승열

    한국 모던록 개척 가수 이승열

    이국 땅에서 외로움을 달래주던 기타를 들고 고국을 찾아 뮤지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벌써 12년이 흘렀다. 이승열은, 지금은 영화음악가로 활약하고 있는 방준석과 함께 94년 유앤미 블루(u&me blue)를 결성했다. 이후 내놓은 앨범 2장은 한국 모던 록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해체 이후 오랜 공백을 깨고 2003년 발매한 솔로 앨범 ‘이날, 이때, 이즈음에’에서도 작사 작곡 연주 프로듀싱까지 소화하는 빼어난 창작자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평론가, 마니아층을 떠나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그가 노랫말을 함께 하고 클래지콰이와 같이 부른 노래 ‘Be my love’가 지난해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제곡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그가 지난 17일과 18일 서울 정동극장 무대에 섰다.‘아트 프런티어’로 뽑혔기에 마련된 자리였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대중음악계에 한 획을 그었던 자신의 음악 세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이승열은 프런티어라든가 선구자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감투를 쓴 것 같아 부담스럽다.18일 공연을 앞두고 만난 그는 그저 운이 좋아 조금 먼저 시작했을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민으로 미국에서 보냈던 청소년 시절 세계 음악의 흐름을 보다 빨리 접했을 뿐이라고 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찾아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게 그가 이야기하는 삶의 궤적이다. 때문에 서늘하고 음울하기까지한 저음 색채의 보컬 때문에 세계적인 밴드 U2와 비교되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젊은 시절 자양분으로 흡수했기에 더욱 그렇다. 그가 결코 상업적이지 않은 음악을 하면서도 인기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에는 마니아 팬들이 있었다. 유앤미 시절 팬 클럽 회장을 맡았던 팬이 이번 공연을 찾아왔다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또 처음에는 음악 활동을 반대했던 어머니도 “너 이 음반 들어봤냐.”며 핑크 플로이드 전집을 보내주며 정신적 버팀목이 됐다고 설명한다. 세션팀 먼데이 블루와 함께 한 이날 무대는 전날에 이어 만원 사례. 유앤미 시절(흘러가는 시간 잊혀지는 기억들, 천국보다 낯선)과 솔로 1집(비상, 분,5am, 시크릿), 또 앞으로 선보이게 될 신곡(Curly Girlie,Montage,Shing Happy People) 등 모두 19곡이 ‘버라이어티’하게 선사됐다. 주문을 외듯 낮게 읖조리는 보컬이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도어스의 짐 모리슨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노래 사이사이 던지는 수줍은 멘트와 농담에도 열혈 팬들은 함께 웃고 즐겼다. 러브홀릭의 여성 보컬 지선과 함께 생기발랄한 듀엣곡을 노래하며 이승열표 음악이 담고 있는 블루톤의 무거움을 벗어던지는 시간도 마련됐다. 팬들은 “라이브라 그런지 목소리가 훨씬 따뜻하네.”라며 새 모습을 발견했다고 속삭였다. 이승열은 “그동안 음악 작업은 절대 팬들이 없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팬들은 단지 팬이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를 가지고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팬을 생각하면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없다는 그는 오는 5월 약 2년 6개월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다. 그리고 그가 선배 뮤지션으로 존경한다는 한대수처럼 게릴라적인 음악 여행을 이어가게 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나길회기자의 세상속으로] 안성남사당 외줄타기 체험 2박3일

    광대는 단 한순간도 세상을 사랑하지 않았다. 거방진 재담, 자지러지는 쇠가락과 감아도는 상모놀이, 그리고 하늘을 희롱하는 줄타기로 한판 제대로 놀면 그뿐이다. 이것이 광대가 세상을 보듬는 방식이다. 밟는 자에게 강하고 함께 즐기는 자에 약한 진정한 호인 또한 광대다. 몸은 땅에 속해 있되 영혼은 하늘에 맡긴 광대는 비단 줄꾼만은 아닐 것이다. 목숨은 아깝지 않되 사무치는 외로움은 화려한 흥으로 가리고 울음은 바람소리에 묻어 보낸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왕의 남자’에서 관객을 사로잡은 것은 장생(감우성 분)의 카리스마도 공길(이준기 분)의 녹아나는 눈빛도 아니다. 양반은 물론 같은 천민에게도 무시당한, 밑바닥 삶을 산 남사당패가 보여준 질깃한 생존력이었다. ●신명을 위해 산다 남사당의 이런 매력을 오롯이 지닌 곳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남사당의 최초 발생지로 꼽히는 안성의 시립남사당을 찾아갔다.‘왕의 남자’의 숨은 주역이자 남사당의 정신과 전통을 잇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풍물을 위주로 공연하는 다른 곳과 달리 풍물, 버나(접시돌리기), 땅재주 놀이, 어름, 덧뵈기(탈놀이), 덜미(인형극) 등 여섯마당을 다 전수하고 있다. 억눌린 한을 분출하기 위해 사회 부조리를 꼬집었던 남사당패의 정신은 물려받되 내용과 형식을 현대판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전통을 변질시키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영화가 흥행하니 남사당을 좀더 알릴 수 있어 좋죠. 그래도 변한 건 없습니다. 공연이 있는 곳에서 신명나게 놀기 위해 준비할 뿐입니다.”이들과 함께한 2박3일간 연습실에는 밤낮 없이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죽을 판과 살 판 사이 쇠든 장구든 어느 한 가지에 몰입하는 이들은 그저 ‘아름다운 광대’다. 하지만 외줄의 아찔함을 흥으로 바꾸는 줄꾼의 유혹이 무엇보다 강렬했다. “정초부터 사고라도 나면 우리 남사당패는 어떡합니까.”낮은 연습용 줄에서 이틀을 연습했다. 발바닥의 가장 여린 부분으로 줄을 디뎌야 하기에 악소리 내며 고꾸라지길 수천번.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도 걸어갈 수 없었다. 그런 다음에 공연용 줄에 올라가겠다고 하자 ‘스승님’ 권원태(39)씨가 말렸다.30년 경력의 그도 낮은 줄을 1년 넘게 타고서야 높은 줄에 올랐다고 하니 반대하는 것이 당연했다. 아슬아슬하지만 걸을 만하니 설사 떨어져도 다치는 것은 면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그렇게 높이 3m의 줄에 올라섰다. 살얼음을 밟는 것처럼 위험해 ‘어름’이라고 불리는 줄타기를 두고 혹자는 이렇게도 말한다.‘죽을 판 살 판’. 대단한 어름사니(줄타는 사람)도 언제 떨어져 죽을지 모른다는 의미다. 죽음과 삶의 암수 한몸인 외줄 위에서 자유, 우월감 같은 거창한 느낌을 기대했던 오만함은 지웠다. 그저 겸손해졌다. ●걸립패에서 월급쟁이까지 남사당패는 무리를 지어 전국을 떠돌며 공연을 하고 돈과 곡식을 얻는 일종의 걸립패였다. 안성남사당의 꼭두쇠(놀이패 우두머리를 일컫는 말)인 이원보(77)옹은 “안성맞춤이라는 말도 있듯이 예전에 이곳에는 없는 물건이 없을 만큼 큰 장이 열렸다.”면서 “자연스럽게 전국에서 가장 큰 놀이판이 열릴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안성이 남사당의 근거지가 됐다.”며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유랑예인 집단 중에서도 남자들로만 이뤄져 남사당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지만 1863년에는 바우덕이라는 인물이 여성으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사당의 꼭두쇠가 됐다. 바우덕이가 이끄는 사당패는 경복궁 중건에 동원돼 사기가 떨어진 사람들에게 신명의 힘을 불어넣어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대중 스타로 기록된 이들은 천민으로 벼슬까지 받았지만 일제시대를 거치며 그 맥이 끊길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지난 1982년 안성의 풍물인들이 남사당 보존회를 구성해 길을 모색하게 됐고 2002년 안성시립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이 만들어졌다. 전통은 잇지만 사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엄격한 오디션을 거친 성인들인 단원들은 반공무원으로서 아침 10시에 출근하는 월급쟁이다. 물론 여자단원도 있다. 어깨너머로 배우던 방식도 체계적인 교육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떠돌이 광대’다. 상쇠 성광우(32)씨는 “우리끼리는 서로를 광대라고 부르지만 그래도 엄연한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인생과 줄타기의 교집합 줄 위에서는 발이 곧 눈이다. 시선은 줄 끝에 두고 발로 줄을 살펴야 한다. 바로 앞의 줄을 봤다가는 어김없이 떨어지고 만다.‘눈앞에 연연하지 말고 멀리 내다봐야 한다.’는 인생의 평범한 진리가 몸으로 다가온다. 겁이 났다. 아니, 겁없이 올라간 줄 위에서 조선시대 뜨내기 광대의 삶에서 이 시대의 어린 전승자들의 얼굴까지 모두 떠올랐다.‘수제자로 삼아달라.’며 능청을 떨었던 모습은 간데 없고 시간은 전혀 줄에 오른 적이 없던 때로 뒷걸음질쳤다. 줄 끝에 겨우 서서 펼쳐 든 부채는 천근만근. 한발 내밀어 더듬어본 줄은 어느새 가는 실로 변해 있었다. 저 아래 사람들의 얼굴이 흐릿해지고 시간의 속도가 달라졌다. 그렇게 줄 위는 딴세상이었다. 잡념도 독이다. 줄을 건너야 한다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하면 단 한걸음도 옮기지 못하고 떨어진다.7년째 줄을 타는 박지나(18)양이 의젓해 보였다. 줄 위에서 인생을 일찍 알았을까. 그도 더 어렸을 땐 마냥 재미있었던 줄타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했다. 마침내…. 발바닥이 열갈래로 찢어질 듯한 고통은 긴장으로 덮고 줄 끝을 향해 걷기를 시도했다.“내가 줄 위에 섰다∼.”마음 속으로 외쳤다. 그런 외침도 잠시,5m쯤 되는 줄의 끝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한걸음, 두걸음…. 몇걸음을 줄 위에서 걸었다. 몇천번 떨어진 끝에 얻은 천금같은 성과다. 끝내 반대편에 닿지는 못했다. 그러나 한가닥 줄위에 선 것만 해도 스스로 대견했다. 줄 아래로 떨어지고서도 마음은 줄 위에 남아 걸쭉한 재담을 늘어놓았다.“어허, 한판 제대로 놀았네 그려.” kkirina@seoul.co.kr ■ ‘왕의 남자’ 줄타기 대역 권원태씨 영화 ‘왕의 남자’를 보고 장생의 줄타기 실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은 이가 있을까. 줄 위에서 왕을 조롱하며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는 장면은 눈을 의심케 한다. 그래픽 기술의 승리가 아니다. 이 명장면은 지난 2004년 세계줄타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권원태(39)씨의 대역으로 탄생했다. 아테네 올림픽 때 해변에 줄을 치고 전세계인을 놀라게 해 이미 유명세를 치른 그다. 대대로 예능에 종사해온 집안에서 태어나 10살에 줄에 처음 올랐다. 오랜 경력 덕분일까. 그의 줄타기에는 긴장감과 편안함이 공존한다. 이런 그도 처음 높은 줄에 섰을 때는 ‘겁난다.’라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공연하는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대개 4미터 가까운 높이에서 줄을 탄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어름사니이지만 20대 때에는 공연 도중 떨어져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졌다. 다른 길을 찾을까 심각하게 고민도 했지만 역시 줄타는 것이 천직이었다. “다시 태어나면 줄은 안 탈 겁니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 어떻게 다시 줄 위에 오르겠습니까.”하지만 이틀간 기진맥진해가면서 줄의 매력을 조금 맛보고 나니 달리 해석된다. 줄타기 배우는 과정만 잊을 수 있다면 그가 또다시 줄에 오를 것이라고 말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시론] ‘사학법 반대’ 현실 너무 모른다/강명구 아주대 행정학 교수

    [시론] ‘사학법 반대’ 현실 너무 모른다/강명구 아주대 행정학 교수

    2005년 말의 광풍에서 벗어나 이제 차가운 이성의 새해를 맞았다. 이른바 ‘황우석 사태’는 아직도 바람 매서운 거리에서 헤매고 있는 개정 사학법을 어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좋은 교훈이다. 개정 사학법에 대한 찬반과 시시비비는 익히 알려져 있다. 이제 그 시비곡직을 정파적 분석에서 한발 물러나 상식과 지혜의 관점에서 헤아림이 옳다. 연전에 읽은 미국 경제학자 허쉬만의지혜(번역본 제목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를 빌려 우리 교육 모순의 한 표상인 기러기 아빠 문제를 살펴보자. 차분하게 기러기 아빠의 행로를 추적하다 보면 사학법이 가야 할 길이 더 잘 보일 수도 있다. 조직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제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어떻게 해야 원상회복시킬 수 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조직에 남아서 개혁을 위해 싸우거나 아니면 조직을 떠남으로써 경고음을 발하는 것이다. 전자는 항의방식이고 후자는 이탈 방식이다. 조직마다 성격과 목표가 다른 연유로 정치·사회적 성격의 조직에서는 주로 항의방식이, 경제적 성격의 조직에서는 주로 이탈방식이 주요한 원상회복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물론 항의도 못하고 이탈도 못하면 자정능력을 잃어 조직은 사멸한다. 만일 한 단계 분석수준을 높여 어느 조직에서 이탈과 항의 두 방식을 동시적으로 작동시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미국의 예를 들어보자. 문제점 많은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하여 교육소비자에게 비싸지만 보다 나은 사립학교로의 이탈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이럴 경우 허쉬만의 분석에 따르자면 공립학교는 사립학교와의 경쟁을 통해 스스로 개혁의 길을 택하기보다는 퇴보의 나락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정부 보조에 기대는 안이함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주된 개혁세력들이 사립학교로 이탈해 가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라는 선택이 없었다면 끝까지 남아서 가장 드높게 개혁의 목소리를 외칠 학부모들이 가장 먼저 공립학교를 떠나는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구미 각국에 비하여 사립학교가 발달하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 기러기 아빠는 한국 공교육 문제점에 대한 이탈의 대표적 결과다. 십여년 전만 하여도 흔치 않았던 일이 이제는 계층을 뛰어넘는 일상 풍경이 되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기러기 아빠들은 아직 다 크지도 않은 아이들을 비싼 돈 들여 이역만리 타국에 보내놓고 스스로 자초한 외로움을 한 잔 술로 달래는가? 통계치는 없지만 추론은 가능하다. 소수는 이른바 글로벌 엘리트(global elite)에 대한 확신 때문이겠지만 다수는 우리네 공교육에 대한 불만 때문일 것이다. 인성교육도 제대로 못 시키면서 과외다, 학원이다 하여 돈은 돈대로 들이고 애는 애대로 잡느니 차라리 조기유학이 돈도 덜 들고 마음도 더 편하다는 계산이다. 이러다 보니 조기유학의 행렬이 불어나는 것이다. 그외 다수의 기러기 아빠들은 아이를 보내지 않았으면 남아서 가장 열심히 교육의 방향을 잡아줄 여론 주도층이다. 이런 계층이 이탈방식을 택하니 교육의 문제점을 스스로 치유할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남은 사람들은 더욱 불안해져 이탈 행렬의 끄트머리에 서게 되는 것이 아닐까?피폐해가는 우리네 농촌모습의 판박이다. 평소 여당이 못마땅한 점이 많지만 여당의 개정사학법을 변호하는 연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비록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투명성 제고와 견제·균형의 제도적 장치를 통해 개정 사학법은 떠나지 않고 남아서 바꿀 수 있는 첫 단추를 꿰어주었기 때문이다. 국가정체성 위기를 들어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는 박근혜 대표의 논리는 세상물정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이야기다. 강명구 아주대 행정학 교수
  • [‘금둥이’ ‘굶둥이’ 양육 양극화] 1장4만원 기저귀…명품 치장·영어유치원 필수

    [‘금둥이’ ‘굶둥이’ 양육 양극화] 1장4만원 기저귀…명품 치장·영어유치원 필수

    “하나밖에 없는 내 아이, 아까울 게 있나요.”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1.16명. 여성 100명이 평생 낳는 자녀의 총합이 116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자녀를 한명만 낳아 기르는 것이 사회의 커다란 흐름으로 굳어지고 부모의 관심과 경제능력이 이들에게 집중되면서 어른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어린이 세계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아현동에 사는 이햇님(36)씨는 유모차를 두번이나 구입했다.30만원짜리 국산 제품을 썼지만 울퉁불퉁한 길에 다닐 때면 아기 머리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40만원을 훌쩍 넘는 외제 유모차를 다시 샀다. 이씨는 아기 건강을 생각해 일회용 기저귀 대신 면기저귀를 빨아서 사용한다.1장에 무려 4만원이나 하는 유기농 면기저귀다. 음식 재료 역시 유기농만 고집한다. 이씨는 “외로움보다 가난을 물려주는 게 죄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애 같은 20개월짜리한테 1000만원짜리 책 세트를 사주는 엄마도 있는데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중곡동에 사는 차진영(28)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아이 옷은 특정 명품 브랜드를 고집하고 몇십만원짜리 책을 사주는 데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영어 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 때 해외 연수도 필수적으로 시킬 계획이다. 기대와 정성이 아이에게 집중되면서 심각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장세아(가명·10)양은 지난 3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엄마가 외동아이인 장양에게 기대하고 집착하는 정도가 너무 심했다. 평일에는 바이올린, 피아노, 영어는 물론 종이접기 학원까지 하루에 3∼4곳의 학원을 다녀야 했다. 주말에는 엄마와 함께 재즈댄스, 붓글씨 등을 배우러 다녔다. 장양은 엄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거짓말을 밥먹듯 하기 시작했다. 성적을 속이고 반장이 되지도 않았으면서도 거짓말을 해 부모를 무려 3개월이나 속였다. 학교에서는 100평짜리 아파트에 산다며 친구들을 속였다. 연세누리신경정신과 이호분 박사는 “정신과 상담을 받는 아이들 절반 정도가 부모의 과도한 기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서 “외동아이들의 경우 문제 있는 빈도가 높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32)씨는 6개월 전 딸아이의 돌잔치를 집에서 직접 치렀다. 이씨는 “강남의 1000만원짜리 돌잔치는 남의 얘기일 뿐”이라면서 “지금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나중에 아이가 더 크면 어떨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유치원 대신 지역 문화센터나 스포츠단에 데리고 다닌다는 서모(33)씨는 “아이가 한명인 부모라고 다 좋은 유치원에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소득 수준에 따라 자녀 수도 달라지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주부 강모(29)씨는 “아이 하나도 벅차서 영어 유치원 같은 건 꿈도 못꾼다.”면서 “반면 한의사인 형님네는 애를 둘이나 낳고도 50만원짜리 명품 옷을 척척 사준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김승권 저출산고령정책연구본부장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유층에서는 둘째는 물론 셋째아이까지 낳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녀 양육에 대한 비용이 자녀 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으로 자칫 자녀의 수에서도 양극화에 따른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본프레레 코드인사형·코엘류 외톨이형

    “본프레레는 코드가 맞지 않았고 코엘류는 외로움과 싸워야 했다. 아드보카트는 냉철하게 선을 긋는 프로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문장 이운재(33·수원 삼성)가 2일 ‘이기려면 기다려라’(도서출판 일리)라는 자전 에세이집을 펴내면서 3명의 외국인 감독들을 이같이 평했다. 이운재는 이 에세이집에서 ‘본프레레는 코드가 맞지 않았다’는 소제목을 달아 문제점을 상세히 되짚었다. 그는 본프레레 감독이 개인기 훈련에 집중했고 선수선발과 기용에서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고 기술했다. 이운재는 주장으로서 감독을 찾아가 선수기용에 대해 다시 고려해 줄 것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코엘류 감독에 대해 “선수들을 지나치게 방임하는 스타일이었고 스스로 너무 외로웠다.”고 회고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해서는 “히딩크 감독과 참 많이 닮았지만 그라운드에서 부드러운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무서운 분은 아니다. 모든 면에서 냉철하게 선을 긋는 프로”라고 썼다. 이밖에 이운재는 대표팀 감독에 대한 나름의 평과 함께 2002한·일월드컵축구 뒷얘기, 자신의 축구인생 등을 책에 담았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나눔세상] “교통할아버지 다시 일어나세요”

    [나눔세상] “교통할아버지 다시 일어나세요”

    ‘42년만에 호루라기를 내려놓은 영등포구 교통부장관’ 1963년부터 매일 아침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임진국(90) 할아버지가 지난해 9월29일 중풍으로 쓰러졌다. 경찰은 서둘러 병원에 옮겼지만, 왼쪽 팔과 다리의 마비를 막지는 못했다. 그러나 임 할아버지는 걷는 데 무리가 없다며 호루라기를 다시 입에 물었다. 그러나 올 겨울 날씨가 추워지면서 할아버지의 호루라기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영등포역 상가 번영회가 할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돕기에 나섰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지난달 23일, 박내웅 회장 등이 할아버지의 사진을 앞세우고 1200원짜리 미용화장지를 담은 손수레를 밀며 상가를 돌아다녔다. 상인들은 5000원,1만원,5만원씩 내며 할아버지의 쾌유를 빌었다. 그렇게 80여개 상가에서 130만원이 모였다. “할아버지가 기거하는 쪽방촌을 가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한 명이 누울 만한 여관방에서 몸이 불편한 분이 홀로 계시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더군요.” 박 회장은 성금 모금을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전했다. 지난달 27일 할아버지는 상가 번영회가 건넨 ‘거액의 성금’을 받고 몇 차례나 고개숙여 인사를 했다. 교통안전 자원봉사로 수십 차례 감사장을 받았지만, 생계는 늘 어려웠다. 노인수당 34만원을 받아 월세 16만원을 내고 나면 먹고 살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는 130만원을 모두 저축한다고 했다. 올해 쪽방촌이 철거되면 양평동 ‘노인의 집’으로 이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구청에서 마련해준 곳이지만 그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새 집에 빈 손으로 들어가면 쓰겠느냐.”고 했다. 할아버지가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은 1963년. 초등학생 3명이 을지로4가 청계천 근처 학교 앞 도로에서 유(U)턴 하던 차에 숨지는 사고를 목격하면서부터다. 그후 매일 아침 6시에 도로로 출근했다. 총각인 그는 교통정리 봉사를 하며 가족 없는 외로움을 달랬다. 이러한 할아버지를 주민들은 ‘영등포구 교통부장관’으로 불렀다. 할아버지는 ‘도로 한가운데서 호루라기를 불며 자동차를 지휘하는 꿈을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시조 당선작] 아쿠아리우스/최호일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시조 당선작] 아쿠아리우스/최호일

    아쿠아리우스/최호일 나는 물 한 그릇 속에서 태어났다 은하가 지나가는 길목에 정한수 떠있는 밤 물병자리의 가장 목마른 별 하나가 잠깐 망설이다 반짝 뛰어 들었다 물은 수시로 하늘과 내통한다는 사실을 편지를 쓸 줄 모르는 어머니는 알았던 것이다 달마다 피워 올리던 꽃을 앙 다물고 그이는 양수 속에서 나를 키웠다 그 기억 때문에 목마른 사랑이 자주 찾아 왔다 지금도 물 한 그릇을 보면 비우고 싶고 물병 같이 긴 목을 보면 매달리고 싶고 웅덩이가 있으면 달려가 고이고 싶다 어디 없을까 목마른 별 빛 물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멎을 때까지 아주 물병이 되어 누군가를 적셔주고 싶다 아니,트로이의 미소년 가니메데에게 눈물 섞인 술 한잔 얻어 마시고 취한 만큼 내 안의 고요를 엎지르고 싶다 한밤중의 갈증에 외로움을 더듬거려 냉장고 문을 열면,그리웠다는 듯 반짝 켜지는 물병자리 별 하나 ※물병자리 별. 그리스 신화에는 제우스에게 납치 당해 신들에게 술을 따르는 트로이의 왕자 가니메데의 이야기가 있다. ■ 당선 소감 “옆집 아줌마에게 말걸듯…그렇게 詩 써내려 갈 것” 십년 전쯤, 생업을 등지고 시에 빠져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무성 영화처럼 돌아간다. 세상은 온통 잿빛이었고 나는 살짝 맛이 가 있었다. 과도한 의욕이, 편견과 오만이, 그리고 화려한 궁핍이 내 유일한 의상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보이거나 천재였다. 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먼저 지쳐있었다. 어림도 없을 줄 알았던 당선소식을 듣고는, 아이들은 상금의 용도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고, 아내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방에 가서 운다. 나는 실없는 장난 전화를 받은 것처럼 담담했다. 가소롭다. 나도, 아내도, 아이들도…. 누군가 말했다. 시인은 돈을 멀리해야 하고, 살이 쪄서도 안 되며, 오로지 고독과 이슬만 먹고 살아야 한다는 심한(?)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시인의 양식은 과연 고독과 이슬일까? 하지만 나는 어느덧 돈의 단맛을 아주 잘 알고 있을 정도로 영악해져 있다. 그러나 등이 따뜻해져 갈수록 마음은 여전히 춥거나 허기를 느낀다. 그리하여 시여!시인이여!절벽까지 나를 안내해 다오. 출구가 도대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작심을 하고 쓴 시는 모조리 밀려나고, 옆집 아줌마에게 얘기하듯 쓴 시가 당선이 되어 적지 않게 놀랐다. 힘을 뺐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는 앞집 아줌마에게 얘기하듯 시를 써 봐야겠다. 아무튼, 내가 어쩌자고 이곳으로 다시 기어들어 왔는지 통 모르겠다. 아버지에게 약주나 한잔 부어 드리러 산에 가야겠다. 격려해 준 어머니와 형제들, 그리고 홍일표 시인, 날시 동인, 글을 뽑아 주신 심사위원님들, 지금은 눈에 덮여 있을 추동공원의 벤치에게 참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 최호일 약력 ▲1958년 충남 한산 출생 ▲잡지 프리랜서 ▲날시 동인 ■ 심사평 “우물처럼 웅숭깊은 신화적 시선” 예심을 거쳐 온 적지 않은 작품들을 숙독하면서, 올해의 응모작들이 시적 다양성이나 인식의 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해 선자(選者)들은 안타까웠다. 말을 지나치게 낭비하고 있으면서도 사로잡힌 시가 안 보이니! 뿌리 없는 상상력과 모호한 주제들, 시답지 않은 시시덕거림의 중언부언들, 리듬을 사상(捨象)시킨 산문의 줄글체 등이 어지럽게 부조되어 왔다. 스스로 감동하지 못하는 시상(詩想)을 펼쳐 독자에게 다가선들 그 반응은 불문가지이리라. 마치 알맹이가 빠져나가버린 말의 빈 포대자루를 한참이나 들고 서있었다는 느낌이다. 그 와중에서도 임수련씨와 최호일씨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라 할까. 임수련씨의 작품에서 오래 묵힌 신뢰 같은 것을 맛본다.‘악어왕국’에서 보여주듯이 진술과 묘사를 교직시키는 적확한 비유가 삶에 스며드는 풍자와 제대로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발상의 동력을 내쳐 지탱해내는 인내를 잃었을 때,‘달리는 자전거의 실루엣’처럼 처음의 긴장이 어느새 허물어져버리는 시편으로 나타난다. 최호일씨의 경우, 응모 작품 전체에서 균질감이 살펴진다. 그만큼 습작의 강도가 굳셌음을 읽어내게 한다. 상상에 젖어든 시어의 활달한 운용도 그의 시편들을 오롯이 한 편씩의 완결된 서정으로 구축하는데 일조했으리라. 그 중에서도 ‘아쿠아리우스’는 태생의 별자리를 짚어 삶의 근원적인 갈증을 풀어내는 신화적 시선이 우물처럼 웅숭깊게 다가온다. 이 작품이 당선작으로 뽑힌 것은 직선도 곡선도 아닌 시의 얼개를 어느 정도 아우를 줄 아는 솜씨가 평가된 것이다. 당선을 축하하며, 더욱 정진하길 당부한다. 정현종 김명인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블랙홀/김미정 등장인물 광식 정애 남자 가인 등을 들고 있는 아이 인철 그 밖의 배우들 각 에피소드들의 시간적 배경은 같다. 에피소드 1 전체 무대는 1,2층의 구조로 되어 있다.2층은 오랜 병원생활을 했음을 짐작하게 해 주는 병실의 내부가 있다. 병실에는 환자용 침대와 보호자용 침대가 있고 침대를 바라보며 유리창이 있다. 유리창 밖으로는 도시의 풍경이 보인다. 양끝으로는 줄을 연결해서 빨래를 걸어 놓았다. 한쪽에는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이 있고 그것은 병원 비상계단의 모습이다. 침대 옆에는 인공호흡기와 심장모니터기가 놓여져 있다.1층은 어느 산동네를 연상케 하는 배경들이 있고 계단의 정반대쪽에는 지하철 입구의 표시가 그려져 있다. 계단의 앞쪽으로는 벤치가 있고 그 벤치 옆에는 어느 노숙자가 놓고 간 듯한 신문지들과 소주병들이 나뒹군다. 멀리서 들리는 소리, 얼핏 들으면 기차소리와도 같은 규칙적인 소리.2층의 무대가 조금 밝아지면서 기차소리는 심장 모니터기의 소리로 바뀐다.2층의 무대가 완전히 밝아지면 모니터의 소리는 잦아들고 보호자용 침대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광식의 모습이 보인다. 유리창 밖에는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리창을 닦는다. 유리창을 닦다가 소주를 꺼내어 마신다. 광식의 앞에는 먹던 중이었던 김치그릇과 밑반찬 그릇들 그리고 밥그릇이 있다. 나머지 두 침대는 비어있다. 광식:(입맛을 다시며)거 참 맛있겠네. 저 양반 저거 세상을 아는 양반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소주 한 병 사오는 건데.(혼잣말로)거 혼자만 잡숫지 말고 나눠 먹읍시다.(먹던 밥을 계속 먹는다.) 남자가 유리창을 두드리더니 소주병을 내민다. 광식:한 잔 주시게요?아이고 그럼 나야 고맙지요. 유리창 남자가 소주를 따르는 시늉을 한다. 광식이 술잔을 받는 시늉을 한다. 광식:(마시는 시늉)원샷! 캬! 안주는? 안주도 줘야지. 남자가 씩 웃는다. 광식:사람 참 싱겁소. 남자도 하!웃는 모양. 그러고는 유리창을 닦는다. 광식:하, 취한다.(침대의 이불을 젖히니 아이가 반듯이 누워 있다. 광식이 아이의 몸을 옆으로 돌려서 등을 문지른다)우리 딸입니다. 예쁘죠?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이 예수님 귀 빠진 날이래요. 뭐 대단한 양반인지는 몰라도 병원 전체가 들썩들썩 합니다. 우리 병실 환자들은 모두 외출을 나갑디다. 세상을 구원하신 독생자 그리스님인지 놈인지 덕분에 오랜만에 조용하고 좋수.(등을 문지르다가 손을 동그랗게 하고 두드린다.)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둘이요, 두부장수 두부를 판다고 달달달, 셋이요, 새 각시가 빨래를 한다고 달달달. 광식이 부르는 노래의 반주와 함께 빨간 등을 든 여자아이가 등장해서 1층의 무대를 돌아다닌다. 아이가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아이:(가만히 서서)아빠!일곱은 뭐라고 그랬죠? 남자가 뭔가를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유리창을 두드린다. 광식이 쳐다본다. 남자가 손가락 일곱 개를 유리창에다 댄다. 광식:일곱이요. 일본 놈이 순찰을 돈다고 달달달! 아이:아!(아이가 다시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를 돌아다니다가 퇴장한다.) 광식:(아이의 등에 베개를 대주고 이불을 덮어주면서 남자를 빤히 쳐다본다.)우리가 언제 한 번 본 적이 있죠?(유리창에 입김을 불어서 글씨를 쓴다.‘나 몰라요?’큰 소리로 입 모양이 보이게)초등학교 어디? 난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공주에서 살다가 중학교 올라가면서 서울로 이사 왔는데…. 고향이 공주?아닌가?아무튼 형씨 인상 한 번 좋수다. 어쩌다 이런 일…. 뭐 오해는 마슈. 위험하니까. 이런 일 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잘 될 거요. 인상 보면 알지.(아이를 쳐다보며)우리 애는 십 년째 이러고 누워 있어요.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거든.(사이)원무과에서는 석 달에 한 번씩 청구서가 나옵니다. 일년 만에 집 날리고 벌써 팔 년 짼데 뭐가 남았겠습니까?지금은 월세 낼 돈도 없어서 병원에서 살아요. 뭐 그런 얘기를 밥 먹으면서 하냐고 그러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게 현실인걸. 만날 울고 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그냥 하루하루 간신히 넘기는 거죠. 하루의 끝은 웃으면서 보내려고 해요.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죠.(한숨을 쉬며)그래도 하루에도 몇 번씩 울화가 치밀어요.(조금 작은 소리로)이건 형씨한테만 하는 말인데요. 처음에는 살아준 것만으로도 고맙더니 딱 일년이 지나니까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길어야 삼년이겠지. 웃기죠?딱 일년 만에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우리 마누라가 알면 난리 날 겁니다. 긴병에 효자 없죠?맞습니다. 부모라면 벌써 포기했을 겁니다. 자식이니까 붙들고 있는 겁니다.(큰소리로)진짜 나 몰라요?(한참의 사이 후 고개를 숙인다. 어깨를 들썩인다. 다시 한참의 사이를 두고 고개를 든다.)제길, 소주 한잔에 취했네. 다 잘 될 거요.(사이)그거 하면 하루 얼마나 줍 니까? 남자가 유리창에다 손가락을 대고는 여섯, 다섯, 넷, 셋, 둘, 하나를 세더니 칼을 꺼내어서 줄을 끊는다. 순식간에 남자가 사라진다. 광식:어?(광식은 잠시 아무 움직임이 없다가 주머니에서 전화를 찾는다.)씨!지가 왜 죽어. 죽을 놈이 누군데.(한참 만에 전화를 찾는다. 떨리는 목소리로)저 여기 13층인데요.(사이)네?병원(사이)한영병원요. 사람이 떨어졌어요.(사이)아니 안이 아니고 밖인데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누구냐면…유리창을 닦는 사람인데…. 인상이 좋고…. 어디서 많이 본 것도 같고…. 저 위 동네에 사는…. 헉!(갑자기 입을 막는다. 전화를 놓친다.) 광식이 정신없이 병실을 빠져나가 비상계단으로 내려간다. 머리를 벽에다 반복해서 박는다. 무언가 모를 괴로움에 몸부림을 친다. 그러다가 미친 듯이 웃는다. 한참 만에 다시 병실로 돌아온다. 아이를 바라보고 유리창 밖을 바라본다. 두 손바닥을 유리창에다 댄다. 이제부터는 모든 행동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아이의 호흡기 전원을 끈다. 호흡기 소리가 점점 잦아들다가 멈춘다. 침대 위 아이의 몸이 위로 한 번 뛰었다가 털썩 내려앉는다. 심장모니터의 박동소리가 완전히 멈춘다. 광식의 몸이 털썩 밑으로 내려간다. 무대가 서서히 어두워진다. 광식의 손바닥 자국이 드러난다. 소리:2005년 12월25일 서울의 모 병원에서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생명을 유지하던 15세 김모 양의 아버지가 아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김모 씨는 병원 소각장에서 아이의 신발을 태우다가 붙들렸습니다. 김모 양은 지난 1998년 교통사고를 당해 그 이후로 계속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서 살아왔던 걸로 밝혀졌습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아이의 목숨마저 끊어버리게 된 김모 씨는 현재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씨의 다른 가족으로는 아이의 어머니 최모 씨와 8세의 아들이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김씨는 아내 최모 씨에 의해 경찰에 신고 되었다고 합니다. 같은 날 김모 양의 병실 밖에서는 병원의 유리창을 닦는 강모 씨의 추락사가 있었습니다. 강모 씨의 주머니에는 마시다 만 소주병이 있었고 리프트의 한 쪽에는 분골함으로 보이는 상 자에 하얀 재가 반쯤 들어 있었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층 들뜬 분 위기의 한 쪽에는 이런 어두운…. 암전 에피소드 2 빗소리와 함께 무대가 밝아진다.2층 무대의 소품들은 여전하다. 정애가 지하철 입구를 통해 밀고 다니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등장하고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그냥 그 자리에 선다.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어서 닦는다. 남자가 벤치에 앉아 있다가 정애가 있는 곳으로 온다. 정애:(남자를 힐끗 보더니)크리스마스에 눈이 안 오고 비가 오네요. 남자가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도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남자를 바라보며)묘한 기분이 들어요. 남자:…. 정애:(천천히 고개를 돌리며)나 좀 봐 주책이야. 남자가 담배를 피운다. 정애:(가방에서 칫솔을 꺼낸다. 혼잣말로 연습한다.)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학교에서나 공부하시느라 살림하시느라 일하시느라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으십니까. 오늘 제가 가지고 나온 물건은 여러분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해소시킬 수 있는 건강 칫솔입니다. 이 건강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 인준을 받은 칫솔모를 사용한 칫솔로서 여러분의 이와 잇몸의 구석구석까지 들어가서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줄 것입니다. 몇 달이 지나도 칫솔모가 상하지 않아 칫솔을 자주 바꾸실 필요가 없습니다.(남자를 쳐다보며)한영병원 1002호에 입원해 있는 가인이를 아시죠? 제 딸이에요. 남자:(그제서야 고개를 돌려서 정애를 본다) 정애:그동안 잘 지냈어요? 남자:…. 정애:당신, 많이 늙었네요. 남자:…. 정애:먹고 살만 하시면 칫솔 두 개만 사주세요.5천원이에요. 이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를 인정받았어요. 그게 뭔지 아시죠? 남자가 주머니에서 5천원을 꺼내서 정애에게 준다. 정애가 남자에게 칫솔을 준다. 정애:우리 가인이는 저 혼자 이빨도 못 닦아요. 그래서 칫솔도 필요 없죠.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무대 가운데로 간다. 뒤돌아서 정애를 바라본다. 남자:봉천동 산27번지에 사는 소영이는 어제 바다에 뿌려졌습니다. 며칠 전에 돌에 깔려서 죽었거든요. 그 아이도 이제 칫솔은 필요없을 겁니다. 정애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남자:가인이는 오래오래 살길 바랍니다. 정애가 남자에게 달려들어 옷을 잡고 흔든다. 남자와 정애의 몸싸움. 슬프고도 정열적인 음악이 흐른다. 얼핏 보면 두 사람이 춤을 추는 것 같다.2층 병실로 검은 옷을 입은 조폭이 등장한다. 쇠방망이를 들었다. 조폭:으메 씨벌, 병실 한 번 좋구마잉, 으메 씨벌, 돈 빌려준 놈은 지 엄니 병원비도 없어서 집구석에서 다 돌아가시게 생겼는디 돈 빌려간 놈은 지 자식을 번듯하니 이런 큰 병원에다 모셔두고 있어 잉?니들이 사람이여?개, 돼지만도 못한 것들 아녀 이것!씨발!(방망이를 한 번 내리친다) 정애:병원비가 없어서 사채를 썼어. 갚은 이자만으로도 원금을 까고도 남는데 이 새끼들이 이자가 한달만 밀려도 병실로 찾아오네. 아이의 아빠가 작업복을 입고 1층으로 등장한다. 같은 복장의 배우들이 방망이를 들었다. 광식:이 집은 재개발 지역 내에 있습니다. 나 난 이, 이렇게까지 하긴 싫어요. 어서 어서들 나가세요. 안, 안 그러면 가만 두지 않겠어. 어, 어서 나가!셋을 셀 거야. 하나!둘!씨발 나가요!셋!(방망이를 치켜든다.) 배우들이 같이 치켜든다. 남자:봉천동 산 27번지 재개발 지역. 거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 조폭:울 엄니도 몇 년째 똥오줌 받아내고 있다니까. 니 자식만 자식이고 울 엄니는 늙었응께 고만 돌아가시라 이거여 뭐여!잔말 말고 돈 내놔!안 그러면 자식이고 뭐고 없응께. 인철이가 피에로 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남자와 정애는 본격적으로 춤을 춘다. 광식:인철아!이 자식 여기 있었구나. 나 좀 살려주라!이게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난 못 하겠다. 내가 그 돈은 꼭 갚을게. 인철아. 나 좀 놔 주라. 내 이 손으로 우리 엄니같은 노인네 허리를 치고 머리를 잡고 집에다 불을 지르고 그랬다. 야!인철아!나 좀 ! 인철:아직 먹고 살 만한가 보구나, 니가. 알아서 해. 광식:야, 우리가 불알친구 아니냐. 이 자식아. 인철: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생각해. 자식을 생각하라고. 광식:인철아. 나 이제 이 짓 못하겠다. 나 좀 봐주라. 인철:야 이 자식아. 일할 사람은 많아. 너 당장 돈 갚을 수 있어? 광식:내가 벌어서 갚을게. 인철:오다가 떨어져서 말이야. 니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나도 곤란해져. 이쪽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지는 알지? 광식:그래도 난, 난 못해. 인철:이 자식아. 그럼 돈을 가져와. 광식:으으으으으! 인철:쉽게 생각해. 아이의 호흡기 소리가 거칠어진다. 음악이 고조되면서 2층 병실의 조폭과 1층의 광식과 다른 배우들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정애와 남자가 무대를 빙글빙글 돈다. 배우들의 모습은 마치 무협영화의 한 장면 같다. 정애:있는데 안 주는 것 아닌데. 조폭:그려? 갚을 능력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워야지. 아줌니 아직 탱탱하구마잉. 남자:일곱 살 난 딸이 집 마당으로 뛰어들다가 돌에 깔려 죽었네. 정애:그럴게요, 그럴게요, 제가 가서 일해 드릴게요. 빚만큼 일해 드릴게요. 제발 가주세요. 조폭:오메, 이렇게 쉬운 길이 있었는데 괜히 힘써 부렀네. 현란한 조명이 무대 전체를 채우고 이어서 공사장의 먼지 같은 희뿌연 연기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무대에 탬버린 소리가 울린다. 연기가 걷힌다. 화려한 옷을 입은 정애가 탬버린을 치고 있다. 정애는 노래를 부른다.2층의 유리창 밖으로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골함에서 하얀 재를 허공에 뿌린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에피소드 3 웨딩마치 흐르면서 무대가 밝아지면 2층의 무대에는 하얀 천이 내려와져 있다. 무대의 곳곳에는 두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단들이 있고 단위에 사람들이 둘씩 앉아 있다. 그들은 모두 광식과 정애다. 첫번째 단 광식:오늘은 입질이 영 시원찮네. 정애:아이 재미없어. 광식:그러게 왜 따라왔어. 정애:집에 있어도 재미없어. 광식:그러셔?가인이는? 정애:아까부터 곯아 떨어졌어. 텐트 치고 잔다고 좋아하더니. 당신은 낚시가 그렇게 좋아? 광식:그러엄. 정애:우리보다도? 광식:그러엄. 정애:치, 그럼 왜 결혼했냐? 평생 혼자 낚시나 하고 살지. 광식:니가 결혼해 달라고 하도 쫓아 다녀서 할 수 없이 했다. 정애:뭐야?내가 언제? 광식:물고기 머리냐? 정애:하이구 그러셔?그래서, 그래서 후회해? 광식:글쎄에. 정애:이이가 정말.(광식을 꼬집는다.) 광식:아야!조용히해. 물고기들 다 도망간다. 정애:똑바로 말하란 말야.(또 꼬집는다.) 광식:아야. 왜 이래 마누라. 똑바로 말하면 잡아먹으려고? 정애:뭐야? 광식:하하하. 두번째 단 정애:방송국에서 우리 가인이를 찍어간대. 광식:그래?방송국에서 어떻게 알고? 정애:간호사들이 편지를 써 줬대. 광식:정말? 세번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정애:아이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광식:가끔씩 눈을 맞추고 울기도 합니다. 정애:가인아. 어서 일어나서 엄마랑 밖에 나가 놀아야지. 광식:(얼굴을 찌그러트리고 입을 크게 벌려서 운다.) 정애:그럴 땐 우리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요. 그럼 가인이가 곧 일어날 것 같아요. 광식:(정애의 등을 두드린다.)두 시간에 한 번씩 체위를 바꿔주고 등을 이렇게 두드려 줘야 합니다. 정애:가래도 뽑아줘야 하고요. 낮에는 어머니가 와 계시고 밤에는 우리가 교대로 하죠. 낮에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정애와 광식의 역할을 바꾸어 정애가 광식의 등을 두드린다. 광식:가장 필요한 거는 역시…. 정애:(얼른)아이의 병원비를 석 달에 한 번씩 계산해야 해요. 셋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세번째 단 정애:밑 빠진 독에 물붓기지. 벌써 통장이 바닥났어. 광식:인수가 걱정이야. 정애:왜? 광식:장모님이 병원으로 데리고 왔어. 정애:그래서? 광식:데리고 가서 자장면을 사줬는데, 아이가 이상했어. 정애:이상해? 광식:자장면을 먹다가도 눈을 깜빡하고 얘기도 잘 하지 않고 그저 눈만 깜빡거렸어. 정애:하도 오랜만에 보니까 낯설어서 그랬겠지. 광식:그게 아니야. 정애:그럼, 아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광식:장모님이 그러는데 신경증 증세가 있대. 정애:뭐? 광식:우리가 잘 돌봐주지 못해서 그래. 태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가인이가 그렇게 되고…. 아무리 장모님이 신경 써 줘도. 정애:그래서 엄마가 잘 못 돌봐서 그런단 거야? 광식:이 사람이!누가 그렇대? 정애:그럼 뭐야, 그럼 뭐냐고. 광식:으이구, 왜 억질 부려. 내가 뭐라고 했다고. 정애:몰라. 정말 미치겠다. 다른 배우들이 세번째 단을 쳐다본다. 네번째 단 광식:당신 저녁마다 어디를 나가는 거야. 정애:내가 말했잖아. 친구 식당일 도와준다고. 광식:당신 정말! 정애:어서 밥이나 먹어. 광식:…. 정애:유리창 닦는 아저씨가 죽었어. 광식:뭐? 정애:집이 재개발돼서 다 부숴지고 식구들이 다 뿔뿔이 흩어지고 그랬대. 광식:그래서, 죽었어? 정애:줄을 끊었어. 광식:다, 당신이 봤어? 정애:아니, 들었어. 깡패들이 와서 집을 다 부쉈대. 참 기분이 묘해. 그 아저씬 우리 가인이가 바깥세상을 잘 볼 수 있게 유리창을 깨끗하게 잘 닦아줬는데. 광식:…. 정애:불쌍하다. 그치?그런 거 보면 우리만 힘든 것도 아냐. 가인이는 이렇게 살아 있잖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도……. 광식: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그게 어울리는 말이니? 정애:왜 이래?오늘?짜증이 컨셉트야? 광식:힘들겠다. 자기는. 정애:새삼스럽게 왜 이래. 광식:밤마다 춤추고 노래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 정애:뭐? 광식:…. 정애:어, 어떻게 알았어? 광식:더럽다. 정애:누가? 광식:내가. 정애: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당신이 사채만 안 썼어도. 광식:당신이 다른 남자들 앞에서 웃고 있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쏠려. 정애:그럼 가서 일억만 벌어와. 광식:제길! 정애:당신이 신체 포기각서도 썼다며. 콩팥하나 떼어줬는데 이번에는 뭘 주려고?눈?간?심장?그럼 우리 가인이는?당신이 죽으면 가인이도 죽어. 광식:개새끼들한테 돈을 빌리는 게 아니었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정애:허풍 떨지 마. 광식:뭐? 정애:어렵지 않아. 그냥 노래만 불러. 광식:거기가 그런 데냐?노래만 부르는 데냐고. 정애:정 못 믿겠으면 따라와서 보면 되잖아. 광식:꿈에도 생각 못했어. 당신이…. 정애:아까 어머니가 호박죽 끓여 오셨던데 먹을래? 광식:…. 정애:총각김치도 있어. 광식:개새끼. 정애:애 듣는 데서 왜 자꾸 욕을 하고 그래. 광식:듣긴 누가 듣는다고 그래. 병신이! 정애:(광식의 뺨을 친다.) 광식:인생이 억울하다. 정애:…. 광식:…. 정애:가인이가 다 들어. 세 단의 배우들이 일어나서 계단으로 올라가서 하얀 천을 내린다. 침대위의 아이가 호흡기를 단 채 침대에 앉아있다. 빨래가 매달려 있는 줄 사이에는 등이 여러 개 걸려 있다. 등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정애의 얼굴 몽환적이 된다. 무대에는 등의 불빛만이 있다. 정애:이상하지. 유리창 아저씨가 우리 병실 앞에서 하얀 재를 뿌리는 꿈을 꿨어. 그게 우리 가인이가 죽어서 태운 재 같아서 가슴이 저려 죽는 줄 알았어.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당신 얼굴이랑 똑같이 생긴 거야. 광식:그 사람. 자기 아이가, 무너지는 집에 깔려서 죽었어. 정애:어떻게 알아? 광식:나도 꿈을 꿨어. 둘이서 장난삼아 주거니 받거니 소주 한 잔 하는데 그 사람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 거야. 초등학교 동창인가 중학교 동창인가 물어보려는 참에 줄을 끊더라. 그러고 나니까 생각이 나는 거야. 죽은 그 아이를 많이 닮았더라. 내가 그 사람을 닮고 죽은 아이가 가인이를 닮고 ……. 정애:꿈을 꾸는 것 같다가 일어나보면 꿈이랑 별 차이가 없는 현실이 돌아와. 광식:내가 거기 있었어. 아이가 죽을 때 내가 거기 있었어. 죄책감 때문에 미칠 것 같다. 배우들이 등 앞에 서있다. 하나의 등에 하나의 광식과 정애. 두 사람이 조금 더 몽환적인 상태가 된다. 정애:지금도 꿈을 꾸는 것 같아. 광식:꿈에서 보면 우리의 머리맡에 등이 하나씩 걸려 있어. 정애:예쁘다. 광식:등이 하나씩 꺼져. 정애:슬프다. 배우들이 등을 차례로 끈다. 광식:가인이 머리위의 등은 아직 켜져 있어. 정애:다행이다. 광식:(두 팔을 천천히 들어올린다)나는 꺼진 내 등을 부여잡고 울어. 당신 등을 부여잡고 울어.(울음을 터트린다.) 정애:부모란 게 그런 거야. 자식이란 게 그런 거야. 광식:저기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 많이 희미해진 등들이 있네. 정애:그건 누구의 등일까? 광식:인수. 정애:저게 우리 인수 등이야?어머, 정말 빨갛고 작은 등이네. 광식:그 아이, 그 아이 아빠. 정애:어쩜, 저렇게 예쁜 등을 가진 아이였어. 광식:(손을 원을 그리며 돌린다.)나는 가인이의 등을 꺼. 정애:어?그럼 안돼. 광식:천천히, 조금씩 심지를 줄여. 미안해. 정말 미안해. 배우가 가인이의 등을 끈다. 앉아있던 아이의 눈이 무섭게 커진다. 호흡을 거칠게 쉰다. 그러다 점점 잦아든다. 앉은 채로 숨을 멈춘다. 정애가 광식의 목을 조른다. 남아 있는 등들이 무대를 비춘다. 숨을 멈춘 가인의 눈이 등불처럼 떠져 있다. 암전. 에피소드 4 1층 무대의 한곳에 햇빛처럼 조명이 드리우고 광식이 벤치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광식의 그림자가 무대 전체에 비추어지면서 광식의 외로움이 극대화된다. 정애가 계단을 통해 내려와서 무대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간다. 소복을 입고 있다. 광식의 그림자에 정애의 모습이 겹친다. 정애:(허공에 손을 대본다.)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면 뭐라고 그러지? 광식:메리 크리스마스. 정애:치, 화이트 크리스마스 아냐? 광식:알면서 왜 물어봐? 정애:어서 일어나서 이리로 와. 집에 가야지. 광식:왜 이래? 당신이 이쪽으로 와야 해. 병원으로 가는 길은 이쪽이야. 정애가 광식의 쪽으로 걸어오다가 멈춘다. 정애가 당황해하며 멈춰 서서 양쪽을 바라본다. 정애:어디로 가지?가인이가 죽었는데. 광식:(놀라며)무슨 소리야?가인이가 죽어? 정애:균에 감염이 돼서 열이 40도까지 올라갔어. 누가 때리지 않았어도 온몸에 멍이 들고 입과 항문으로 피가 줄줄 나왔어. 당신이 없는 동안에 가인이가 죽었어. 지금 가면 볼 수 있어. 광식:(가슴을 쥐어짜며)아! 정애:죽는 건 너무 순간이라 처음엔 나도 믿을 수가 없었어. 집으로 데려와서 씻기고 옷을 입히고 당신을 기다렸어. 오늘쯤 당신이 병원으로 올까봐 이리로 왔어. 광식:우리한테 집이 있었나? 정애:가인이를 보내려고 집을 구했어. 며칠동안만이라도 있을 수 있었어. 오늘 나가야 해. 주인이 죽은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는 걸 보고는 당장 나가라고 그러는데 며칠만 봐달라고 빌었어. 광식:난 꿈을 꾸는 것 같아. 정애:다른 병실 아이도 죽었어. 아이 아빠가 호흡기를 껐어. 뉴스에도 나왔어. 그 아이 아버지는 잡혀 갔어. 나도 꿈을 꾸는 것 같아. 아니 잘 모르겠어. 지난 8년이 꿈인지, 아니면 지금이 꿈인지. 광식이 운다. 그림자가 흐느낀다. 정애의 몸에 겹쳐져서 두 사람의 흐느낌이 된다. 광식:장례비는? 정애:아이 옷하고, 염할 것 하고, 화장터 가서 화장할 것 하고 집세 내고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무대 위를 비추는 조명이 시간이 흘러감을 알게 해준다. 그림자가 점점 작아진다. 광식: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정애:차내에 계시는 승객 여러분, 여기를 잠시 봐 주십시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은 한달만 써도 칫솔모가 쉽게 닳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로는 치석까지 제거되지 않습니다. 광식:둘이요, 두부장수. 정애:여기 새로운 칫솔이 나왔습니다. 몇 달을 써도 칫솔모가 손상되지 않는 칫솔입니다. 이를 닦으면 부드러운 칫솔모가 이의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어가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줍니다. 광식:낙원으로 갔니? 정애:이를 닦는 동안 여러분을 낙원으로 데리고 가줄 칫솔이 두개에 오천원입니다. 광식:정말 하루저녁이 꿈같다. 아이들이 죽고 어른들은 자살하고 마치 블랙홀에 빠진 것 같아. 정애:하얀 옷을 입어서 니 모습이 성모 마리아처럼 성스럽고 숨소리는 너무나 고요해서 세상의 모든 소음을 덮어주었어. 엄마는 꿈을 꾼다. 니가 등불을 들고 나타나 아빠를 위로해주고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고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선하게 해주는 꿈을……. 죽은 이들이 등불을 들고 등장한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들었다. 환하게 웃고 있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 당선소감 “수술후 벅찬 소식… ‘이런게 인생이구나’ 느껴” 갑자기 배에 기형종이 생겨 수술을 받게 되었고 수술 직후 당선 소식을 들었다. 통증과 전신마취 후의 몽롱함 속에서 들은 가슴 벅찬 소식이었다.‘이런 게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나는 ‘대전여민회’라는 여성운동단체의 연극 소모임 ‘돼지꿈’에서 활동을 해 왔다.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여성 문제를 연극으로 만들어 공연을 하면서 ‘연극’이라는 것이 사람의 다친 마음을 치료해주고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최고의 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호사로서 막연히 연극에 대한 동경만 가지고 있던 나를 연극판으로 이끌어주고 몇 년을 한결같이 믿어준 대전여민회의 언니와 동생들 그리고 진연 언니에게 가장 먼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나와 같이 몇 년을 울고 웃으며 연극을 했던 모든 돼지꿈 단원들과도 술 한 잔 하면서 기쁨을 나누고 싶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다. 단 몇 평의 무대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신 김상열 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부모님, 대전대의 모든 교수님들과, 같이 스터디했던 동료들, 그밖에 작품을 열심히 읽어주고 평을 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아 주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개인이나 가족의 병이 아닌 사회의 병으로 인식해 같이 치료할 날을 바라며 당선 소감을 마친다. 김미정 ●약력 1971년 대전 출생 충남대학교 간호학과 졸업, 대전대 문예창작대학원 수료 대전여민회 문회위원장(연극모임 ‘돼지꿈’ 연출 및 극작 활동) ■ 심사평 “꿈·현실 넘나들며 존재의 불가사의 부각 돋보여” 신춘문예에도 유행은 있는가 보다. 올해 응모작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심사를 하면서 그 작품이 그 작품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말로 하면 개성 있는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말이다. 자의식과 관념이 과잉되어 작가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작품들, 고통의 아우성만 보여주고 고통의 근원을 성찰하지 않으려는 엄살과 감상(感傷)덩어리의 작품들, 무뇌아적 형식실험에 진부한 소재를 안이하게 결합한 작품들, 존재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보이려는 도살의 욕망은 보이나 존재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나 깨달음은 보이지 않는 작품들 등. 개성이나 독창성의 기준을 떠나 극작의 기본기를 중심으로 작품을 선별하려고도 해보았으나 단편희곡이 지녀야 할 덕목을 지닌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소한 소재를 의미심장하게 구성해내는 능력, 압축적이면서 오랜 울림을 줄 수 있는 내공, 존재의 심연을 깊고 섬세하게 응시하는 통찰력을 지닌 신인을 만날 수 없었다. 정말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 독창성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신인을 기대했다. 그 이유는 대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들이 등단과 함께 사라져가는 경우가 너무나 허다하기 때문이다. 등단은 시작일 뿐이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끝을 내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미정의 작품과 박재원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거론되었다. 박재원의 희곡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서라운드(surround), 다시 말해 삶의 조건에 대한 성찰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그러나 형식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삶의 조건에 대한 중심인물의 대응이 자폐적이라는 지적 또한 면할 수 없었다. 김미정의 ‘블랙홀’은 공간, 인물, 사건의 혼재와 병치, 꿈과 현실의 넘나듦을 통해 존재의 불가사의한 면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연극 공간의 활용과 극적 이미지의 연결이 돋보였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와중에도 코믹함을 잃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철리 김태웅
  • 외로워서 연쇄 방화

    30대 교도소 출소자가 사회적 소외로 인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연쇄방화를 저질렀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9일 노숙자 박모(34)씨에 대해 방화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11시쯤 서대문구 연희동 다세대 주택 주차장에 쌓여 있던 폐지 더미를 태우는 등 최근까지 10차례에 걸쳐 불을 질러 22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주변에서 노숙해온 박씨는 주로 폐지 등에 불을 붙인 뒤 곧바로 “불이야.”라고 소리쳐 주민들이 달려 나오면 함께 진화에 나서는 기행을 보이기도 했다. 박씨는 경찰에서 “올 10월 출소한 뒤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 불만이 많았다. 사람들과 함께 불을 끄면서 어울리는 게 좋았다.”며 소외감이 방화 배경임을 피력했다.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되돌아본 정치권 2005 말… 말… 말…

    되돌아본 정치권 2005 말… 말… 말…

    임종 직전에라도 마이크만 들이대면 눈을 반짝이며 말을 한다는 정치인의 속성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정치권은 2005년 한해에도 풍성한 말잔치를 벌였다. 한마디 ‘말씀’은 정국 흐름을 확 바꾸기도 했지만, 때에 따라서는 황당무계한 주장으로 실소를 사기도, 거침없는 독설로 상대의 가슴에 대못을 박기도 했다.‘혀’를 잘못 놀렸다가 도리어 화를 입는 ‘설화(舌禍)’도 허다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말의 달인’답게 ‘후끈한’ 발언으로 뉴스를 주도했다.“정부와 여당이 비상한 사태를 맞고 있다.”며 시작한 ‘연정(聯政·연립정부)’ 관련 발언이 그랬다. 그 강도는 갈수록 거세져 “대통령이 가진 권한의 절반 이상을 내놓을 용의도 있다.(7월 6일)”“권력을 통째로 내놓으라면 검토하겠다.”“2선 후퇴나 임기단축을 시작할 수 있다.(8월30일)”며 점차 진화해 나갔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스토커”라고 반박했고, 당사자로 거론된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대표가 펄쩍 뛰며 제안을 거부했다. 여당에서도 문학진 의원 등이 “대통령이 신(神)이냐.”“예스맨은 더 이상 못해먹겠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대한민국 걱정 두 가지는 태풍과 대통령” 대통령의 직선 화법도 여전했다.9월초 외국 순방 길에서는 “대한민국에 두 가지 걱정거리가 있는데, 하나는 태풍이고 하나는 대통령”이라면서 “대통령이 비행기 타고 외국에 나가니 열흘은 조용할 것”이라고 ‘자해’했다. 유전의혹 등 측근 비리가 불거졌을 때는 “밥을 먹어도 힘이 안 난다.”고 고백했다. 부인 명의로 된 대부도 땅 문제로 집중 포화를 맞은 이해찬 국무총리는 5월20일 기자간담회에서 “손학규 경기지사는 정치적으로 나보다 한참 하수”라고 말해 구설에 휘말렸다.10월2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는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과 2004년에 이어 ‘2라운드’로 맞붙어 “쓰나미 피해 지원을 했던 다른 나라 국회의원이 (방청석에)와서 보고 계신데 (그런)질문에 답변드리는 게 창피스럽다.”고 냉소했다. 다음날 한나라당 이방호 의원에겐 “의원들이 품위있고 사리에 맞게 질문해야지, 답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해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김영삼 정부의 불법도청팀 ‘미림팀´과 ‘X파일´ 논란도 정국 흐름을 좌우했다. 국민의 정부 때도 일부 불법 도·감청이 있었다는 국정원의 ‘양심고백’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병원신세를 졌고,‘병상정치’라는 말도 나왔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는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있고, 별일이 다 있다.”고 토로했다.‘삼성 킬러’인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불법으로 도굴돼도 문화재는 문화재”라며 테이프 내용을 공개하자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은 두 차례 재보선에서 완패해 무력감을 드러냈다. 당에서는 ‘27대 빵’이라는 자조섞인 푸념이 나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5월말 당 워크숍에서 “대중에게 비쳐진 여당 이미지는 ‘무능 태만 혼란’”이라고 일침을 놨다. 여당 의원들도 이에 공감했지만, 지지율은 갈수록 추락해 20%대로 곤두박칠쳤다.“태풍이 올 때는 납작 엎드려 있는 게 최선이다. 까불다가는 쓰나미에 다 휩쓸려간다.”고 몸을 사렸던 문희상 의장은 10월 재보선이 끝난 직후 ‘유구무언’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폭탄주 안 마셨지만 맥주잔 속 양주 마셨다” 한나라당은 연거푸 터져나온 술자리, 욕설 추태로 곤혹을 치렀다. 곽성문 의원은 골프장에서 맥주병을 던졌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감 기간에 피감기관과 술을 마신 데다 술집 여사장에게 성희롱이 담긴 욕설을 퍼부었다고 논란이 일었던 주성영 의원은 “폭탄주는 마시지 않았지만 맥주잔 속에 든 양주잔을 빼내 마신 사실은 있다.”고 해명하는 촌극을 빚었다. 박계동 의원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송파구지역협의회 출범식에서 이재정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게 축사기회를 안 준다며 맥주를 끼얹어 국회 윤리위에 제소당했다. 최근에는 임인배 의원이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며 국회의장실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다 여직원에게 “싸가지 없는 X” 등 욕설을 퍼부었다. 열린우리당은 “역시 많이 먹고 많이 마시는 돈 많은 정당”이라고 비아냥거렸고, 한나라당에서는 “미꾸라지 몇 마리가 연못 물 다 흐린다.”고 탄식했다. 비뚤어진 음주 문화를 바로잡겠다며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만든 ‘폭소클럽(폭탄주 소탕 클럽)’은 이후 회원들이 한두 잔씩 폭탄주를 다시 먹는 바람에 회원이 자연 감소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도 취임 직후 “신고식 하느라 폭탄주를 다섯 잔이나 먹어 박진 회장에게 죄송하다.”고 고해성사했다. 와중에 ‘조용히 폭탄주 마시는 모임’인 ‘조폭클럽’도 생겨났다. 국회 행자위원회 의원들이 국감을 끝내고 저녁을 먹다가 발족했다. 엉터리 자료로 망신을 산 의원도 있다. 열린우리당 홍미영 의원은 충청북도 국감에 앞서 ‘이원종 충북지사가 안기부 도청 X파일과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질의자료를 배포했다가 부랴부랴 자료를 회수했다. 이 지사를 김영삼 대통령 때의 이원종 정무수석과 혼동한 해프닝을 벌인 홍 의원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으니 제발 잊어달라.”고 읍소했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10월초 ‘이해찬 국무총리가 1가구 2주택자’라고 밝혔지만, 이 총리는 이미 한 채 팔아버린 뒤였다. 총리는 발끈했고, 이 의원은 “집계상 실수였다.”고 사과해야 했다. 단식도 유독 많았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원내대표실에서 단식에 들어가 13일을 굶었다. 뒤늦게 심재철 의원이 5일 동안 단식했고, 안상수 의원은 “의원이 돌아가며 1일씩 단식하자.”며 숟가락을 얹었다. 쌀 협상 비준동의안 처리를 앞두고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무려 29일 동안 44㎏이나 살이 빠지면서도 일체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는 비준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농촌을 살리자.”며 눈물을 보였다. 행정중심도시법에 대한 위헌심판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임박해지자, 해당 지역구인 무소속 정진석 의원은 “합헌 결정이 나기 전에는 햇볕을 볼 수 없다.”며 의원회관 사무실에 들어앉아 열흘간 곡기를 끊었다. 여당의 선병렬·양승조 의원도 9일 동안 회관 1층 로비에서 ‘노숙’하며 단식했다. 한나라당 최장수 대변인 기록을 세운 전여옥 의원은 “차기 대통령은 대졸자여야 한다.”고 말했다가 집중 포화를 맞았다. 열린우리당의 전병헌 대변인은 취재진에 e메일을 보내 “(헷갈릴 수 있으니)‘전 대변인’ 약칭 대신 양쪽 대변인 이름을 모두 표기해달라.”고 잽싸게 요청했다. 차기 대권후보군의 말도 화제를 모았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영화배우 이은주의 자살을 접한 뒤 미니홈피에 추모글을 올려 “호스피스의 홍보대사였던 그가 막상 자신의 스트레스와 좌절감, 외로움을 들어줄 친구를 찾지 못했나보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모친을 여읜 직후 어버이날을 맞아 미니홈피에 애절한 사모곡을 올렸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공주’라는 별칭을 붙인 것을 가리켜 “전자공학 전공한 공주 본 적 있느냐.”고 반박했다. 그동안 박 대표를 ‘수첩공주’라고 말해온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은 “봤다. 일본에는 전자공학 전공한 공주가 있다.”고 응수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솔직히 노무현과 이회창을 놓고 인간적으로 누가 더 맘에 드느냐 하면 노무현”이라고 말했다가 발끈한 ‘창(昌)’에게 공개 사과했다. 손학규 경기지사는 “‘경포대’라는 신조어는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가, 강원도의 거센 반발과 함께 열린우리당으로부터 “경기도가 포기한 대통령 후보”라는 핀잔을 들었다. ●“국회의장 모가지 뽑아놓든지…” 발언 면박당해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일부 언론인과 학자가 친미파”라는 ‘독특한’ 해석을 내놓아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은 “국회의장 모가지를 잡아 뽑아놓든지….”라고 했다가 열린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에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달라.”고 면박당했다. 열린우리당 조일현 의원은 한마디 말로 단연 스타가 됐다. 쌀 협상 비준안을 처리할 때 본회의장에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몸으로 막자,“제 자신이 닭보다 더 험한 발을 가진 농부의 아들”이라며 마이크도 없이 찬성토론을 벌여 비준안 처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당 ‘구원투수’ 정세균 의장은 최근 당·정·청 워크숍에서 “수구 우파가 다음에 집권한다면 역사의 후퇴이며 재앙”이라고 말했다가 한나라당의 역공을 맞았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16일 TV 하이라이트]

    ●리얼다큐 여자(EBS 오후 9시30분) ‘세기말 블루스’,‘희망의 누드’ 등의 저자 신현림씨가 ‘싱글맘 스토리’라는 책으로 세상을 다시 한번 떠들썩하게 했다. 이혼의 아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삶의 고단함과 서글픔, 딸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 등등. 그녀는 스스로 느끼는 이런 삶의 주제를 주저없이 당당히 말한다.   ●신동엽의 있다!없다?(SBS 오후 7시5분) 용한 점쟁이의 부적인지, 부적처럼 보이는 미술작품인지 지니고만 있어도 애인이 생긴다는 부적이 있을까. 불어인지, 구수한 사투리인지 모를 ‘우리나라 보슈극장’. 장사를 위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인지, 네티즌이 만든 합성인지 ‘양장피는 자신없다!’고 적어놓은 전단지 등이 있는지 없는지 본다.   ●글로벌 비전(YTN 오후 1시20분) 아시아와 유럽의 교차점에 위치한 터키는 젊은 인구가 많아도 교육 수준은 주변의 그리스나 불가리아에 뒤져 있다.8년 간의 의무교육을 위해 매년 3000만 달러를 지출하는 야심에 찬 개혁을 실시했으나, 아직은 걸림돌이 많다. 종교적,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사회라 여자가 교육을 받는 것도 수월하지 않다는 터키.   ●맨발의 청춘(MBC 오후 8시20분) 기석이 다쳤다는 연락을 받은 경주는 기석을 보러 간다. 하지만 기석이 희정의 집에 편한 차림으로 있는 것을 본 경주는 화가 나서 나가버린다. 심기가 불편한 경주는 준혁의 연락에 반색하여 그를 따라 나선다. 한편, 화숙과 싸우고 무작정 살던 동네로 오토바이를 몰고 온 보배는 정환과 마주치고….   ●청춘 신고합니다(KBS1 오후 7시30분) 김명철. 연예계의 소식을 전해 주던 그가 지난 6월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했다. 많은 여인들의 가슴을 울리던 그가 자신이 속해 있는 ‘육군 제5 군수지원사령부’를 소개한다. 김명철 이병을 따라 장병들의 힘찬 패기를 느낄 수 있는 ‘육군 제5군수지원사령부’ 탐방을 떠나보자.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아내가 한 남자도 아닌 여러 남자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게 된 형석. 죽자살자 따라다닌 끝에 결혼 했지만 아내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형석은 큰 충격을 받는다. 다 정리하라는 형석에게 아내 미영은 오히려 이혼을 요구한다. 형석은 ‘껍데기뿐이어도 좋으니 너의 옆에만 있게 해 달라.’고 애원한다.
  • ‘기러기아빠 삶과 생활’ 보고서

    ‘기러기아빠 삶과 생활’ 보고서

    “아빠 입장에서는 완전한 희생입니다.” 3년 전 아홉살 아들과 여덟살 딸을 부인과 함께 뉴질랜드 더니든에 보낸 손강호(41·가명·회사원)씨는 연봉 3500만원을 전부 떨어져 지내는 가족에게 보내고 있다. 대신 본인은 주말마다 가게를 운영해 생기는 부수입으로 생활한다. 갖고 있던 집과 고향에 있는 땅은 벌써 팔아 현지 정착금에 보탰고,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부모님 집에 들어가 살고 있다. 12,10세 된 두 딸과 부인을 2년 전 캐나다 밴쿠버에 보낸 신제동(41·가명)씨도 연봉의 60%인 2400만원을 가족들에게 보낸다. 살던 집은 처분한 뒤 작은 원룸으로 옮겼고, 적금도 해약했다. 신씨는 “돈이 넉넉하지 못하다 보니 삼겹살에 소주처럼 싼 걸 찾게 된다.”면서 “2년 동안 내 옷은 한 벌도 사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족을 외국에 보내고 혼자 사는 기러기 아빠들은 경제적 부담과 아버지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러기 엄마는 외국에서 남편 혼자 고생하게 놓아둔다는 주변의 가부장적인 시선에 힘겨워한다. 이런 결과는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김성숙 전임강사가 최근 발표한 논문 ‘기러기 아빠의 경제적 삶과 가정생활’에서 드러났다. 기러기 아빠 9명과 기러기 엄마 1명 등 1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및 이메일 설문조사에서 이들의 연간 송금액은 2400만원에서 1억 4000만원까지 다양했다.6000만원 이하가 4명,6000만∼1억원 4명,1억원 이상 2명으로 연봉의 50∼100%를 가족에게 보내고 있었다. 명절 왕복 여행비를 고려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1000만원 정도가 더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됐다.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기 위해 3명은 원룸,2명은 작은 아파트로 규모를 줄였고 1명은 교외로 이사를 했다. 부모와 동거하는 기러기 아빠도 3명이었다. 송금액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현지에 적응하기 위한 사교육비로 10명 중 3명은 월 50만∼200만원씩을 영어를 배우고 악기를 사는 등 사교육비로 쓴다고 응답했다. 생활 변화에 따른 부적응도 심했다. 외로움을 술과 담배로 달래다 건강이 악화되고, 식생활을 밖에서 해결하다 보니 외도에 대한 걱정이 커지기도 했다.3개월 전 10대 아들 2명을 미국 중부로 보낸 김동원(46·가명·교수)씨는 “저녁이면 약속을 잡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보고, 먹을 자리가 생기면 끝까지 남아 있게 된다.”면서 “견디기 힘들다니까 아내도 걱정을 시작했고, 자꾸 술을 먹게 되니 애인이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털어 놓았다. 기러기 엄마는 동정어린 시선을 받는 기러기 아빠와는 또다른 고민을 안고 있었다. 남편이 미국 보스턴에 교환교수로 가게 되면서 15세 딸과 11세 아들을 함께 보낸 이삼순(47·가명·회사원)씨는 시댁 어른들이 남편 혼자 외국에서 자녀들을 돌보느라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면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총가계소득의 90%에 이르는 1억원 정도를 송금하고 있는 이씨는 “기러기 엄마에게는 휴직하고 따라가지 혼자 왜 한국에 남아있느냐는 식의 시선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 전임강사는 “무엇보다 기러기 가족들이 마음을 열고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기러기 가족 모임 등을 활성화하거나 복지기관에 상담센터를 마련, 부끄러움 없이 문제를 털어 놓을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부드러운 동작·명상’심신의 건강’ 찾는다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부드러운 동작·명상’심신의 건강’ 찾는다

    |파리 함혜리특파원|“눈을 감으세요. 지금까지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모든 걱정과 근심, 스트레스를 떨쳐 버리세요. 호흡을 가다듬고 신체의 불편한 부분에 집중하세요. 그리고 잔잔한 바다, 저 수평선 너머로 저물어가는 노을을 상상하세요. 머릿속을 비우고 어린 시절 즐거웠던 추억들을 떠올려 보세요….” 파리에 있는 스포츠센터 포레스틸의 소프롤로지 시간. 강사는 조용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정을 찾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강의실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주문’에 걸린 듯 강사의 말을 따라 조용히 명상의 세계로 빠져 든다. ●몸과 마음의 조화를 추구 올해 38세인 로랑스. 엔지니어링 전문회사의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혼한 뒤 혼자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직장생활, 육아 및 가사 노동에 대한 부담, 그리고 혼자라는 외로움까지 겹쳐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벅찰 정도였다. 심리상담도 해 보았고, 에어로빅으로 활력을 찾아 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지친 몸과 마음은 자꾸 무기력해지기만 했다. 우울증 치료제와 수면제를 복용하기도 했다. 로랑스는 지난 여름 친구 권유로 에렌프리드 요법을 접하게 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동양의 기공체조 일종인 타이치(태극권)를 시작했다는 그녀는 “부드러운 동작과 명상, 호흡은 심신의 안정을 되찾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프랑스인들 사이에 요즘 웰빙 체조가 색다른 건강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요가, 타이치, 기공 등 동양에서 기원된 기(氣) 체조부터 스트레칭, 보디 밸런스, 필라테스 등 서양식 체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소프롤로지, 펠덴크라이스, 에렌프리드 등 대체의학의 한 분야로 과학적 효능을 인정받고 있는 치료요법들도 웰빙 붐을 타고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서점에는 ‘치유의 심리·생리학’‘신체와 정신’‘신체를 깨우는 움직임들’‘중국 마사지의 비밀’‘명상’ 등 관련 서적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선(zen)에 입문하기, 웰빙과 대체의학, 다르게 살기 등 다양한 웰빙 페어들이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웰빙 체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 발맞춰 포레스틸, 클럽메드 등 헬스클럽에서는 정기 강좌를 개설하고 일요일을 이용해 특별강좌를 마련하기도 한다. 체조실은 언제나 만원이다. 포레스틸 체육클럽의 필라테스 강사인 카리나는 “바쁜 도시생활에 지치고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에게 심신의 안정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면서 “근육과 심폐기관에 자극을 주는 격렬한 운동보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유연성을 기르고 균형감각을 찾게 해주는 체조가 인기”라고 말했다. ●신체와 정신은 ‘하나’ 전통적인 체조와 구분하기 위해 ‘정적인 체조’라고도 불리는 웰빙 체조는 우리의 신체와 정신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방식이 약간씩 다를 뿐 기본 원리는 같다. 부드러운 동작과 호흡, 그리고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의 조화를 찾는다는 것이다. 웰빙개념을 도입한 체조들이 더욱 각광받는 이유는 동양식 명상과 서양식 치료요법을 접목해 꾸준히 할 경우 균형성, 내구력, 유연성을 키워주고 몸과 마음이 동시에 건강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무심(無心)의 상태가 되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명상은 몸 안의 ‘탁한 기운’을 없애는 물리적 효과도 가져다 준다. 탁한 기운은 주로 스트레스를 받아 생기는데 몸에 쌓일 경우 질병을 유발하고 잡념 때문에 마음의 병을 만든다. 명상으로 이런 탁한 기운을 빼냄으로써 몸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열량소비 커 다이어트 효과 여기에 해부학과 심리학, 정신분석학 등 서양의 과학적 학문이 추가됐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웰빙체조는 또 동작이 부드럽고 자연스럽기 때문에 신체조건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운동선수 출신인 프랑수아는 “펠덴크라이스 요법을 시작한 뒤 내 신체에 대해 다르게 인식하게 됐다. 관절이 훨씬 유연해지고, 특히 마음이 평온하고 긴장감이 완화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그는 “대부분의 웰빙 체조는 동작이 단순해서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정확한 동작을 할 경우 근력과 관절이 강화되고 균형감각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며 “열량 소비가 크기 때문에 꾸준히 실시하면 다이어트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일에는 필라테스를 하고 일요일에는 소프롤로지 강의에 참가한다는 클로딘(26·교사)은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운동을 시작했지만 꾸준히 참석하면서 몸의 균형이 잡히고 마음이 조화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월요일을 맞는 것도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고 일의 능률도 훨씬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상쾌한 몸·마음 스트레스 몰라요” |파리 함혜리특파원|웰빙 체조를 하면서 심신의 조화를 찾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예 정신세계에 집중하면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파리 7대학 동양어학과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마누엘(20)도 그 중의 한 명. 두달째 파리에 있는 명상센터 마음수련원에 다니고 있는 그는 “아직 초보단계여서 명상의 세계를 깊이 체험하지 못했지만 전에 비해 마음이 아주 편안해진 것은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수련원의 전체 8과정 가운데 1과정을 마친 상태다.2과정까지가 마음을 비우고 나와 우주가 하나임을 인식하는 단계에 속한다. 마누엘은 고등학교 때 쿵푸를 배우면서 아시아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한국어를 하는 프랑스인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한국어를 전공하게 됐다고 했다. 그가 명상을 시작한 동기는 학업에 따른 과중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보고서도 내야 하고, 시험도 준비해야 하고, 졸업논문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지만 명상을 시작하고 전에 갖고 있던 스트레스를 거의 느끼지 않는다.”면서 “아마도 내 자신이 변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전히 집중하는데 어려움이 많고, 가부좌를 하고 두시간 이상 버티는 것도 힘들지만 매일매일 변화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즐거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조용히 미소지었다. lotus@ seoul.co.kr ■ 새롭게 각광받는 웰빙체조 4選 21세기의 새로운 건강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웰빙 체조로는 에렌프리드 체조, 펠덴크라이스 요법, 소프롤로지, 필라테스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에렌프리드(Ehrenfried) 체조 모든 신체의 움직임은 다른 조직에 영향을 준다는 원리에 따라 아주 느리면서도 단순한 동작을 리듬에 맞춰 반복하면서 조화와 균형을 찾아 자연치유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운동요법. 독일 태생의 의사인 릴리 에렌프리드(1896∼1994) 박사가 1933년 파리로 이주한 뒤 스승인 엘자 긴들러(1885∼1961) 박사의 가르침을 기본으로 운동치료사들인 제자들과 함께 발전시켰다. 우리 신체를 초기의 자연스러운 상태로 되찾게 함으로써 잘못된 습관과 동작, 스트레스 등으로 얽매어 있던 자신의 잠재력을 해방시키고 심신의 평정을 찾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펠덴크라이스(Feldenkreis) 요법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 물리학자인 모쉬 펠덴크라이스(1903∼1984) 박사가 무릎 부상으로 심하게 손상된 자신의 다리를 직접 고치기 위해 물리학, 신경생리학, 심리학, 해부학 등 다방면의 지식을 쏟아부어 만들어낸 치료법이자 보조 운동법. 인체구조에 가장 적합한 부드러운 자세와 동작들을 통해 뇌의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신체의 근육활동을 개선하고 정신적 안정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부분 눕거나 앉아서 양팔, 혹은 양다리의 길이를 비교해 보는 식의 아주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는 이 요법은 신체에 균형을 찾아주고 의식의 세계를 넓혀 주기 때문에 머리와 목, 어깨의 만성적 통증을 완화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소프롤로지(Sophrologie) 콜롬비아 태생의 정신분석학자인 알퐁소 카이세도 교수가 최면치료법에 인도의 요가, 티베트 불교의 명상, 일본의 선 등 동양의 정신수양법을 접목시켜 만든 종합적인 의식의 과학.1960년 바르셀로나에 소프롤로지 클리닉을 개설하면서 일반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소프롤로지는 눈을 감은 채 느리고 깊은 호흡으로 의식을 집중하며 근육을 이완하는 것으로 시작해 증오, 고통, 긴장,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떠올린 뒤 이를 몰아내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마음과 몸의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특히 분만을 앞둔 산모, 큰 수술을 앞둔 환자, 스포츠경기를 앞둔 운동선수들, 시험을 앞둔 수험생, 면접을 앞둔 입사지원자 등에게 심리안정의 효과가 크다. 우리나라에는 소프롤로지 분만법이 소개돼 있다. ●필라테스(Pilates) 1900년대 초 독일의 조제프 필라테스에 의해 처음 개발된 정신 수련법이자 호흡법으로 근육 운동을 뜻한다. 서양의 스트레칭과 중국의 기예, 인도의 요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운동기법을 적용해 근육강화, 통증완화 등 신체적인 효과뿐 아니라 정신 수양, 명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원래 재활치료를 위해 개발됐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움직임을 최소화하되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특정한 호흡과 동작으로 신체의 중심을 안정화시키는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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