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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번째 아내 찾아요” 110세 할아버지 공개구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는 말레이시아 노인이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00세를 훌쩍 넘긴 아마드 모하마드 이사(110)가 최근 6번째 부인을 맞이하겠다고 당당히 구혼 의사를 밝혀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모하마드 이사 할아버지는 지난달 말 말레이시아 대중지 코스모(Kosmo)와 한 인터뷰에서 “여생을 함께 보낼 동반자, 아내를 찾고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100세를 훌쩍 넘긴 할아버지는 손자 20여 명과 증손자 40여 명을 뒀다. 한 세기 넘는 일생 동안 할아버지는 이미 5번 결혼을 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중 4명과는 사별을 했고 마지막 부인과는 수년 전 이혼해 현재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킨 채 홀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아버지는 “아내 없이 혼자서 잠드는 건 너무 외롭다.”고 공개구혼의 이유로 외로움을 꼽았다. 노환으로 신문을 볼 때 돋보기를 이용해야 하고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 상대방의 말을 놓치기 일쑤지만 연령에 비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매우 정정하다. 할아버지가 6번째 부인을 찾는다는 신문 기사를 지면을 보고 가장 먼저 연락을 해온 82세 사나 아마드란 할머니가 현재 가장 유력한 부인감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0년 여 년 전 남편을 잃고 자녀 9명을 홀로 키워온 할머니는 전 남편과 비슷한 외모에 이름까지 똑같은 걸 보고 관심을 보였다. 현재 아마드 이사 할아버지의 딸과 결혼문제를 상의하고 있다. 6번째 결혼이 성사될 조짐을 보이자 할아버지는 크게 반색했다. 그는 “결혼 이야기가 오간다는 이야기를 딸에게 전해 듣고 기분이 깜짝 놀랐지만 정말 기분이 좋았다.”면서 “내 옆에서 함께 해주고 음식을 만들어 준다면 누구이든 상관없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주말 영화

    ●파워 오브 원(EBS 토요일 오후 11시) 남아프리카로 이주한 영국인 2세 피케이(스티븐 도프·오른쪽)는 어릴 적 아버지를 잃고, 홀로 남은 어머니마저 쓰러지자 기숙학교에 들어간다. 학교에서 영국인이란 이유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피케이는 줄루족 주술사의 도움으로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배운다. 피케이는 그의 진정한 첫 스승인 독일인 박사를 만나 자연의 위대함을 배운다. 전쟁 동안 독일인을 수감하라는 정부의 명령으로 박사가 감옥에 갇히자 피케이는 스승을 만나러 감옥에 다니며 흑인 히엘 피트(모건 프리먼)를 만나 권투를 배우고 그와 친구가 된다. 감옥에서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히엘 피트와 다른 죄수들에게 여러 가지 일을 도와주던 피케이는 ‘레인메이커’라고 불리며 그들의 희망이 된다. 한편, 호피 관장 밑에서 흑인들과 함께 훈련하던 피케이는 ‘진정한 평등이란 배움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흑인 권투 선수인 듀마의 말에 이들을 위해 야학을 시작하지만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하고 만다. ●트와일라잇(MBC 일요일 오후 11시) 얼음보다 차갑고 빛보다 빠른 그들이 온다. 햇빛을 사랑하는 17세 소녀 벨라(이사벨라 스완)는 황량하고 비가 많이 오는 워싱턴주 포크스에 있는 아빠의 집으로 이사를 온다. 전학 온 첫날, 벨라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적의로 가득한 에드워드 컬렌이라는 남학생과 마주친다. 냉담하고 스타일리시하며, 마음을 무방비하게 만들 정도로 잘생긴 에드워드와 우연히 연결되며 벨라의 인생은 전율과 두려움이 넘치는 전환을 맞는다. 지금까지 에드워드와 그의 일족은 작은 소도시에서 뱀파이어라는 자신들의 정체를 비밀로 지켜 왔다. 그러나 연인이 되고만 이 참신한 커플은 라이벌 뱀파이어 일족에게 추격당하게 되고, 벨라는 어느새 자의반 타의반으로 불사(不死)의 존재가 되고픈 바람을 지닌 채 예기치 못한 운명에 빠져든다. ●천국의 속삭임(KBS1 토요일 밤 1시 25분) 1970년대 이탈리아의 한 시골마을. 자상한 부모, 뛰어난 외모와 총명한 두뇌.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미르코는 영화와 기계 만지기,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하는 10살 소년이다. 그런데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고 당시 법에 따라 멀리 장애인 기숙학교로 보내진다. 앞을 볼 수 없다는 사실과 부모로부터 떨어져 지내야 하는 외로움 때문에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 하던 미르코는 우연히 학교녹음기로 주변의 소리를 녹음하면서 흥미를 느끼고 사계절을 소리녹음만으로 멋지게 표현해 숙제로 제출한다. 그러나, 기존의 장애인 교육법을 고집하는 교장은 이런 미르코를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줄리오 신부만은 미르코를 감싸는데….
  • [서울신문 신년특집]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 육상중흥 원년으로

    [서울신문 신년특집]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 육상중흥 원년으로

    육상은 인종, 국가, 대륙을 막론하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이지만 한국은 예외였다. 마라톤 등 특정 강세 종목을 제외하면 육상은 늘 ‘남의 잔치판’이었다. 그러나 안방에서 벌어지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둔 한국 육상의 각오는 남다르다. ‘10개 종목 톱10(결선) 진입’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담금질을 해왔다. 한국 육상 대표팀은 지난해 1월 5일 이례적으로 전 종목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발대식을 가졌다. 발대식 뒤 4일 동안 정신력 강화를 위한 합동 훈련이 이어졌다. 대한육상경기연맹 임원, 지도자, 선수 등 한국 육상 가족 모두가 대구 대회에서의 선전과 한국 육상의 중흥을 위해 뜻을 모았고, 맹훈련에 돌입했다. 그리고 드디어 6월 희망의 싹이 터 올랐다. 31년 묵은 남자 100m 한국기록이 깨졌다. 장재근 전 트랙 기술위원장의 주도 아래 맹훈련을 했던 김국영(20·안양시청)이 전국육상경기선수권에서 하루 동안 10초 31, 10초 23의 기록을 작성하며 종전 한국기록 10초 34를 단숨에 갈아치웠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투자와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한국 육상은 금메달 4개, 은 3개, 동 3개를 수확했다. 지난 2006년 도하대회의 성적(금 1, 은 1, 동 3)에 비하면 엄청난 도약이었다. 김덕현(26·광주시청)과 정순옥(28·안동시청)이 나란히 남녀 멀리뛰기를 석권했다. 도하대회에서 동메달에 그쳤던 여자 100m 허들의 이연경(30·안양시청)도 금빛으로 메달 색깔을 바꾸는 쾌거를 이뤘다. 마라톤의 ‘만년 유망주’ 지영준(30·코오롱)도 ‘국내용’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당당히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는 새로운 얼굴이 아닌 기존의 선수들이 맹훈련과 정신무장을 통해 이뤄낸 쾌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하지만 한계도 있었다. 31년 만의 쾌거를 달성했던 김국영은 아시안게임 100m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드림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녀온 미국 전지훈련이 효과를 못 봤다. 김국영과 400m 유망주 박봉고(20·구미시청)는 준비되지 않은 훈련지에서 낯선 기술을 배우면서 외로움과도 싸워야 했다. 김국영은 “외국인 코치와 한국 코치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박봉고는 부상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마지막 기대를 받았던 남자 400m 계주에서는 첫 주자 여호수아(24·인천시청)가 허벅지 통증으로 실격하고 말았다. 앞선 10월 전국체전에서 다쳐 출전 자체가 무리였다.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젊은 유망주들을 이끌었던 장 전 위원장은 연맹과의 갈등 끝에 결국 아시안게임 뒤 사퇴했다. 선수들은 더 혼란스럽게 됐다. 지난해 한국 여자 최초로 2009년 세계선수권 장대높이뛰기에 출전했던 임은지(22·부산 연제구청)는 금지 약물 복용으로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으며 아시안게임 출전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호재와 악재가 거듭됐던 2010년은 지나갔고, 한국 육상 중흥의 원년이 밝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수들은 2011년을 한국 육상 영광의 해로 만들기 위해 추위 속에서 구슬땀을 쏟고 있다. 땀은 꿈을 배신하지 않는다. 8, 9월 세계인의 육상 잔치에 한국 육상이 어떤 즐거움을 선사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한국 육상도 미래 있다” 전폭 지원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한국이 육상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절호의 찬스다.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이기 때문에 국내 환경에 익숙한 선수들이 입상할 확률은 여느 국제대회보다 높다.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 세계 육상과 높은 수준 차이만 느꼈던 한국 육상이 깊은 패배의식을 떨쳐낼 기회인 셈이다. 또 승리의 짜릿함을 한번 맛보면 이전보다 한 차원 높은 목표에도 도전할 힘이 생긴다. 저조한 성적에 따른 패배의식의 심화로 이어지던 악순환이 수상의 기쁨과 도전의식의 선순환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대한육상경기연맹도 대구대회를 한국 육상의 비약적 발전을 위한 선순환의 출발점으로 보고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전략 집중종목인 멀리뛰기와 3단뛰기, 허들, 경보, 창던지기, 높이뛰기와 단거리에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수한 외국인 총감독을 임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선진기술을 지도하기 위해 종목별로 1명씩 모두 6명의 외국인 코치도 배치한다. 이들은 선수 개인의 체력과 경기력의 발전과정을 전담해 관리하고, 과학 지원도 강화한다. 또 세계대회 진출 유망선수에 대한 맞춤형 액션플랜도 시행한다. 트랙 26명, 필드 42명, 마라톤·경보 32명으로 구성된 유망선수 드림팀을 선발, 관리 중이다.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승부욕을 유발하는 등 동기 부여를 위해 국제대회 메달에 대한 포상금의 규모와 범위도 대폭 확대했다. 대구대회까지 열리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선수에게는 10억원, 은메달 5억원, 동메달 2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4위 5000만원, 5위 3000만원, 6위 2000만원, 7·8위에게도 1000만원을 지급한다. 지도자에게는 선수에게 지급되는 절반 규모의 포상금을 줄 계획이다. 기록에 따른 포상금도 지급된다. 세계선수권대회 진출 자격인 A기준 기록을 세우는 선수에게는 2000만원, B기준 1000만원, C기준 500만원, D기준에는 100만원이 지급되고, 해당 기록을 세운 지도자에게는 절반 규모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을 통해 육상연맹이 당면한 대구대회만을 위해 단기적으로 좋은 성적을 급하게 뽑아 내려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척박한 환경에서 불안하고 고독한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육상 유망주들에게 ‘한국 육상에도 미래가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오동진 육상연맹 회장은 “한국 육상이 처음부터 선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간에 축구 등 다른 매력적인 종목에 선수를 빼앗겼기 때문”이라면서 “비전을 가지고 뭔가 할 수 있다는 확신만 선다면 선수로서나 지도자로서 계속 남아 한국 육상의 뿌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먼 훗날 한국 육상이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 대구대회에서 메마른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린다는 뜻이다. 훌륭한 지도자가 없으면 훌륭한 선수도 없다. 육상연맹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도 힘을 기울인다. 이를 위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시스템과 연계한 코치교육 인증시스템을 도입, 운영할 계획이다. 국가대표 코치 및 매니저 공개 채용을 통해 지도자 선발에도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복안이다. 여자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여성 매니저제의 도입도 적극 검토 중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서울신문 올 2대 사회문화운동 전개

    21세기 새로운 10년을 맞는 새해에는 경제 주체가 하나가 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일궈내야 합니다. 그러나 경제 발전에 치중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성장의 그늘에 가려 어려움을 겪는 소외 계층을 따뜻하게 보살펴야 합니다. 지구촌 곳곳의 어려운 나라들도 적극 도와야 합니다. 그래야 글로벌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시기도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신문은 이런 취지를 살려 2011년 어젠다(의제)를 ‘더 따뜻한 대한민국으로’로 정하고, 각종 기획물을 시리즈로 다룰 계획입니다. 특히 ‘홀몸노인 말벗 서비스’와 ‘대기업 제품에 중소기업 이름표 달기’를 2대 역점 사업으로 선정, 연초부터 순차적으로 사회문화운동으로 전개하려고 합니다.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성원과 관심을 기대합니다. 소중한 동참-홀몸노인 말벗 서비스 인구 고령화는 저출산과 맞물리면서 생산 동력을 떨어뜨리고, 미래 세대의 어깨를 무겁게 합니다. 더욱이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어 돌보기가 절실한 실정입니다. 이에 서울신문은 서울시 등과 함께 홀로 사는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 주는 등 사회 공동체로 이끌어 내는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홀몸노인들을 도와주는 현장을 생생히 소개해 기업과 학교 등 사회 구성원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려 합니다. 대기업 제품에 中企 이름표를 달자 휴대전화나 냉장고 등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기업 제품에는 중소기업들의 땀과 노력이 적잖이 담겨 있습니다. 기술력을 갖춘 협력업체들의 납품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대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서울신문은 대기업 제품에 납품을 한 중소기업 이름을 표시하는 캠페인을 통해 협력업체 이미지를 높이고 기술개발도 꾀하면서 대기업 제품도 업그레이드하는 윈-윈효과를 얻으려 합니다.
  • 노인 5명중 1명은 홀몸노인 돌봄서비스에 1002억 투입

    홀몸노인 100만 시대. 지난 2000년 55만가구에 불과했던 홀몸노인 가구가 2010년 102만가구로 약 2배 늘었다. 2010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수가 전체 535만 7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노인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홀몸노인인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이면 1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특히 홀몸노인은 실태조사 결과 자녀·친인척 등과 연락·왕래의 빈도가 ‘거의없음’으로 조사되고 있어 정서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그들의 ‘고독사’도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홀몸노인과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국가의 보호체계 내실화가 시급한 이유다.복지부는 올해 ‘독거(홀몸)노인 돌봄서비스’에 1002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885억원이었던 지난해보다 13.2% 증액됐다. 이어 복지부는 ‘독거노인 사랑잇기 프로젝트’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정부 예산 뿐 아니라 민간기업의 인프라까지 홀몸노인 지원에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자원봉사자가 홀몸노인과 결연을 맺고 주 2~3회 전화로 안부를 묻는 말벗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 실시하며, 홀몸노인 종합지원센터도 새롭게 설치·운영된다. 그러나 노인 복지분야 전문가들은 홀몸노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내지 못하면 강화된 독거노인 지원책도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한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들이 심심하니까 인심쓰듯 마음에도 없는 사람을 보내서 얘기하도록 하는 것은 독거노인 문제의 본질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교수는 “홀몸노인 문제 해결의 본질은 공동체 의식 복원에 있다.”면서 “노인의 외로움 핵심은 자녀들로부터의 소외감인데, 노인정과 아동 보육시설을 통합한 종합사회복지시설을 갖춰 노인과 아동이 함께 생활하게 하면 홀몸노인 문제뿐 아니라 아동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싱글 라이프] “신묘년엔 일·사랑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거예요”

    [싱글 라이프] “신묘년엔 일·사랑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거예요”

    늘어난 뱃살, 금연 실패, 학업 포기 등…. 한해를 돌아보면 아쉬운 것 투성이다. 연초에 세웠던 거창한 계획과 야심찬 목표는 어느새 기억 속에 묻힌 지 오래. 너무 쉽게 포기한 건 아닌지, 너무 쉽게 돌아선 건 아닌지 뒤돌아볼 때다. 또 오늘의 후회를 거울 삼아 내일의 희망을 설계할 때이기도 하다. 쑥스러움 탓에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다가서지 못했던 소심남부터 자기 계발에 소홀했던 ‘2030’세대까지 올 한해 싱글들의 반성을 정리하고 결혼, 취업 등 다양한 새해 소망을 들어본다. 실천가능 다짐으로 작심삼일 타파 회사원 손미현(30·여)씨는 올해 꼭 해보고 싶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한 한 가지 일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손씨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은 바로 ‘기부’. 연초부터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결국 1만원도 제대로 기부하지 못했다. 특히 연말 TV 프로그램을 통해 빈곤 가정이 카메라에 비춰질 때마다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올봄에 설악산에 올랐을 때 해돋이를 보면서 자신과의 약속으로 삼았다는 그다. 손씨는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좋은 일이고 너무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면서 “내년에는 작은 금액이라도 기부를 해서 스스로에게 떳떳해지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마케팅 업무를 하는 김현우(31)씨는 올 한해 본인에게 큰 투자를 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직장에서 성과를 올리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새벽에 집에 돌아오기 일쑤였고, 자기 계발은 뒷전이었다. 업무에서 뚜렷하게 큰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었지만 일 욕심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던 것. 늘 쫓기다 보니 몸무게는 일년 동안 무려 4㎏이나 줄었고 책 한권, 영화 한편 보지 못해 주변 사람과 일 얘기 빼곤 대화거리가 없어 쩔쩔매곤 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갈 때는 몰랐지만 연말이 되니 연초에 계획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대학원 진학 준비, 전국 유람 등 한해 목표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하나도 성취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속엔 부끄러움만 가득했다. 그는 “매년 이것저것 거창한 계획만 여러 가지 세워놓고 하나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곰곰이 따져보고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김현수(20)씨. 서울에 있는 유명사립대에 진학했지만, 학교에 맞추느라 전공은 고려하지 않아 내내 마음에 걸렸던 그다. 한 학기가 지나도 흥미가 생기지 않자 그는 휴학계를 내고 ‘반수’에 들어갔다. 몇 개월 동안 다시 수학능력시험 공부를 했던 것.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해보다 성적이 더 떨어졌다. 난도가 더 높았던 까닭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나태함이었다. 이미 대학생이라는 안전장치가 여유로움을 준 데다 막상 다시 공부를 시작하니 생각보다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4개월 동안 제대로 공부한 시간은 한달 남짓. 실망해하는 부모님을 보며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다른 이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공부하는 것인데 너무 안이하게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내년에는 정말 독하게 재수생처럼 수능에 매달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해엔 기필코 살 빼고 말 거야 잡지사 기자 홍수연(28·여)씨의 새해 첫 미션은 다이어트. 163㎝의 키에 50㎏이었던 체중은 연말 끊이지 않는 술자리와 함께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두달 새 벌써 9㎏이나 늘어난 것. 초등학교 시절부터 비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다가 대학 입학과 동시에 살을 빼 겨우 남자친구를 사귀었던 아픔을 가진 그라 불어난 체중이 더 무섭다. 그는 “10여년이나 요요현상 없이 관리를 했는데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회식 때만 되면 폭식으로 기분전환을 하는 것 같다.”면서 “옷도 맞지 않고 불어난 몸집을 거울로 볼 때마다 속이 상해 기분까지 다운된다.”고 말했다. 최근 식욕억제제까지 복용했다는 그는 “이제는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절제하는 마음과 스트레칭, 식이조절로 예전 몸매를 되찾을 생각”이라면서 “예전 기억을 되살려 다시 한번 나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이예지(22·여)씨도 2년 전부터 꿈꾸다 계속 미뤄 왔던 목표를 내년에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바로 피아노 배우기. 그는 6살 때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시작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연주하는 것을 그만뒀다. 그는 “베토벤 소나타, 모차르트 소나타 같은 클래식 음악을 연주했는데 도 단위 피아노 대회에 나가서 우수상을 받을 만큼 실력이 좋았다.”면서 “중학교 이후로 그만뒀더니 어떻게 피아노를 치는지조차 잊어버렸다.”면서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가며 스스로 뿌듯해하고 스트레스도 풀었던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내년에는 자랑할 만한 나만의 취미를 만들어볼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지나간 사랑은 털고 새 인연 맞이하기 공무원 황수진(27·여)씨는 지난해 말 남자 친구와 헤어졌던 아픈 기억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자친구와 알콩달콩 사랑을 속삭이며 보냈던 1년 전 크리스마스와 달리 올해 크리스마스는 씁쓸하게 홀로 방에서 영화 DVD를 쌓아두고 보면서 지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안 좋게 헤어져서인지 그는 “아직도 남자를 만나는 것이 두렵다.”며 당분간 솔로로 지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언젠가는 상처 받은 아픔이 치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남은 겨울도 영화 감상, 스노 보드 타기 등 취미 생활을 하며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친한 대학 친구들과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 떠는 수다도 그녀의 상처를 달래는 치유제다. 그는 “억지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외로움 때문에 아무나 사귀는 것보다 가끔씩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친구들과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홀로서기를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생 장모(28)씨의 새해 소망은 여자 친구 만들기다. 그는 “서른이 다 돼 가는 나이에 애인 없이 한해를 시작한다는 게 너무 서글프고 초라하게 느껴진다.”며 내년에는 연애에 올인하기로 했다. 지난여름 중국 여행 중 만난 한 여성과 핑크빛 로맨스를 시작할 뻔 했다가 수줍은 마음에 대화만 나누고 마음을 전하지 못한 게 여전히 미련이 남는다는 그다. 내년이면 취업이 바로 코앞에 다가오기 때문에 영어 공부 등 스펙 쌓기에도 최선을 다할 예정이지만 여자 친구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새해에는 취업과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게 꿈”이라며 웃었다. ‘사생결단’ 취업준비·금연결심 장씨와 반대로 고시생 김성용(25)씨는 준비하고 있는 외무고시 합격이 가장 큰 목표다. 대학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외무고시에 뛰어들었지만, 1차 합격도 버거운 상태. 그러나 그는 내년 시험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나와 올봄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가면서 친구들과 연락도 끊고 휴대전화 번호까지 바꿨기 때문. 2년여 가까이 만났던 여자 친구와도 헤어졌다. 그는 “가족, 연인, 친구들에게서 떠나 공부만 생각하니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하다.”면서 “1차 시험이 2월이라 시간이 촉박한 상태이기 때문에 마무리 공부에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또 “1차 합격을 하고 나면 점점 더 자신감이 생기지 않겠느냐.”면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취업 준비생 김성훈(30)씨는 올해 부모님에게 매번 투정만 했던 모습을 떠올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 낙방해 부모님을 볼 면목이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집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짜증을 내면서 속상한 말을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부모님은 그때마다 “너만 취업 준비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말을 모질게 하니.”라고 타박을 주면서도 서운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지막 관문인 면접에서 수십번이나 실패를 맛본 그는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어 부모님에게 끊임없이 화만 냈다. 김씨는 “친구들을 보면 내가 왜 사나 싶어 부모님에게 정말 못할 짓을 한 것 같다.”면서 “내년에는 꼭 좋은 곳에 입사해서 부모님의 서운한 마음을 풀어드리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회사원 최진우(32)씨는 올해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다 실패한 ‘금연’에 본인 역시 두손을 든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10년이나 담배를 피운 탓에 담배를 끊기가 너무 어려워 침, 전자담배, 약 등 사용하지 않은 금연보조제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담배를 피지 않으면 머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고 기력도 떨어져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다. 주변 친구들까지 “담배를 끊겠다고 말해놓고 1년이 지나도 아직 피고 있네.”라고 놀리지만 담배와 담을 쌓는 것은 밥을 먹지 않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심지어 흡연 욕구를 줄이기 위해 집에 있는 라이터와 담배에 물을 뿌려 쓰레기통에 버려도 1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발길이 동네 담배가게로 향할 정도였다. 그는 “담배를 줄여서 금연에 도전해 보기도 하고 여자친구와 보건소에 가보기도 했지만 갖은 수를 다 써도 담배를 멀리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집에 ‘나의 목표는 금연’이라고 쓴 큰 액자까지 걸어놓았다. 내년에는 반드시 담배와 이별하는 데 성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민경·정현용·이민영기자 white@seoul.co.kr
  • “교도소 밖에선 못 살아” 자수한 伊 마피아

    “교도소 밖에선 못 살아” 자수한 伊 마피아

    화려한 범죄전력을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마피아가 경찰에 자수했다. 납득하기 힘든 건 그가 스스로 수갑을 차겠다고 나선 이유다. “교도소 밖에선 외로워서 못 살겠다.” 이탈리아 루카라는 도시에서 56세 된 남자가 최근 경찰에 전화를 걸고 자수했다. 칼라브리아 지방의 마피아 조직원인 그는 “경찰서 최고 책임자와 말하고 싶다. 내가 지은 죄를 자백하고 자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래서 경찰과 시간과 장소를 약속한 그는 정시에 약속한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경찰을 보자 덜컥 포옹하며 “교도소 밖에선 외로워서 살지 못하겠다. 제발 교도소에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마피아 조직원 중에서도 위험 인물로 지목돼 추적을 받아왔다. 관계자는 “범죄단체 구성, 협박, 납치, 마약밀매 등 중대한 범죄를 연쇄적으로 저지른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자수한 진짜 이유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 경찰은 “교도소 밖에선 외로움을 탄다고 했지만 이게 진짜 자수한 이유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살해위협 등을 받고 차라리 교도소가 안전하다고 판단, 엉터리 이유를 대고 자수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남자는 경찰조사에서 은행강도, 강도미수 등의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뉴욕 리커스교도소에 꽃핀 작은 기적

    뉴욕 리커스교도소에 꽃핀 작은 기적

    하루 23시간을 독방에서 보내는 고독한 죄수. 바깥 세상에 남겨진 어린 세 아들과 아내. 가장 없는 집에서 매일 끼니를 걱정하며, 지옥 같은 삶을 살던 뉴욕 브루클린의 이 가정에 교도소에서 도착한 소포와 함께 변화가 시작됐다. 소포 속엔 아버지가 읽어주는 동화 CD가 들어 있었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존재를 느끼기 시작했고, 아내는 출소 후 남편과 함께 꾸려갈 가정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졌다. ‘책’이 만들어낸 기적. 뉴욕 최대의 교도소인 리커스 섬의 작은 실험이 만들어낸 결과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뉴욕시 교정국이 올해 시작한 ‘아빠, 책을 읽어주세요’ 프로그램이 이끌어낸 재소자와 재소자 가정의 긍정적인 변화를 집중 조명했다. 42살의 호세 로사도는 1989년부터 폭력, 마약 등으로 수감을 반복하며 거의 10년을 리커스에서 보냈다. 10학년(고등학교 1학년) 중퇴인 그의 수감 기록은 무려 6쪽에 이른다. 독방에 갇혀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로사도는 올해 초부터 ‘양말 속의 여우’ ‘빨간 강아지 클리포드’ 같은 동화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녹음해 보내자는 교정센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마약 거래상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 후안 카마초, 세 딸의 아버지인 무기 거래상 퀴드 레딕도 프로그램에 동참했다. 세 사람의 교육을 위해 3800달러가 교도소 내 테일러 교육센터에 배정됐고, 강의실 한쪽 벽에는 동화책과 녹음 시설이 마련됐다. 교정 책임자인 도라 시리로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버지가 되는 것과 같은 뜻이고,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재소자 자녀들이 아버지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재소자들에게 동화책 녹음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전을 찾아가며 단어의 뜻을 익혀야 했고, 거친 말투를 고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었다. 동화책 속 등장인물에 맞게 높은 목소리를 내는 법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우스꽝스러운 표현도 배워야 했다. 교도소 측은 이렇게 녹음된 CD를 각 재소자의 가정으로 보냈다. NYT는 “시간이 흐를수록 재소자들은 아버지의 모습을 갖춰가면서, 각자의 아이들에게 적합한 동화책을 고를 수 있게 됐다.”면서 “자기들이 받지 못한 사랑을 아이들에게는 전해주겠다는 의지도 강해졌다.”고 전했다. 지난달 프로그램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가족들의 교도소 방문도 이뤄졌다. 면회실에는 알록달록한 의자와 책장이 들어섰고, 이는 가정적인 분위기를 위해 둥그렇게 배치됐다. 이날 리커스 섬에서는 이전에 들린 적 없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로사도는 “아이들에게 책이 정말 많은 것을 알려준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엄마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아이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세대공감] 영화 같은 당신들의 크리스마스

    [세대공감] 영화 같은 당신들의 크리스마스

    해마다 이맘때면 거리에서 흐르는 캐럴과 화려한 빛깔로 반짝거리는 길거리 조명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크리스마스가 가슴 설레는 것은 연말연시 분위기에 연인, 가족과 함께하는 따뜻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성탄절이 사흘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연인과 함께할 크리스마스 계획에 들뜬 젊은 커플, 며칠 전부터 밤마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갖고 싶은 선물을 기도하는 어린이, 자녀의 선물을 준비하며 몰래 산타가 되려는 부모.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전, 저마다의 행복한 추억이 가득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신월동에 사는 송창근(54)씨는 크리스마스 하면 가장 먼저 차가운 훈련소와 조교들의 고함 소리가 떠오른다. 크리스마스 이틀 전 군대에 들어가 어리바리한 신참으로 크리스마스를 맞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송씨는 22세였던 1977년 12월 23일 논산훈련소에 입소했다. 부모님, 친구들과 헤어져 훈련소 연병장에 모이자마자 “지금부터 크리스마스 기분은 잊어라.”고 호령하는 고참의 말에 이씨는 바짝 긴장한 채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송씨는 입대 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고향인 충북 청주의 고고장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특히 크리스마스는 일년 중 몇 안 되는 통행금지가 풀리는 날이었기 때문에 송씨와 친구들은 크리스마스만 되면 밤새워 놀 계획을 세우곤 했다. 이런 송씨도 입영은 피할 수 없는 일. 머리를 빡빡 깎고 입영열차를 타러 가는 길에 울려 퍼졌던 캐럴이 송씨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가뜩이나 가기 싫었던 군대인데 친구들과 신나게 놀 수 있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려니 발길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송씨는 “캐럴을 들으면 크리스마스를 안 챙기는 사람이라도 마음이 들뜨는데 군대에 가야 하니 한숨만 나올 뿐이었죠.”라며 씁쓸했던 기억을 되살렸다. 입영열차 안에서 내다 본 차창 밖은 색색의 조명으로 가득했지만 열차 안은 먹장구름이 엄습한 것처럼 어두운 분위기였다. “그때의 우울했던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왜 하필이면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입대했는지.”라며 송씨는 한숨을 쉬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알바만… 꽃다운 나이 이렇게 처량할 수가 양재동에 사는 대학생 이소은(24·여)씨에게도 우울한 크리스마스의 추억이 있다. 가장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의 기억은 아르바이트로 보낸 대학교 1학년 때. 매일 아침 7시 커피숍으로 가서 가게를 열고 장사를 시작해 정오까지 일한 뒤, 점심을 먹고 곧바로 피자집으로 가서 저녁 9시 30분까지 일했다. 방학 내내 하는 아르바이트를 크리스마스라고 쉴 수 없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에도 커피숍과 피자집 아르바이트를 오가면서 이씨는 쏟아져 들어오는 연인들을 보며 부러워했다. 커피숍에서는 커플들이 양손에 백화점에서 산 선물을 가득 들고 들어와서는 다정하게 앉아 커피를 마시다 나갔다. 피자집에서는 오후 2시에 들어온 커플이 6시가 될 때까지 계속 앉아 있었다. 마주 앉아 먹는 것이 더 편할 텐데도 연인들은 한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계속 머리를 쓰다듬고 껴안으며 애정표현을 했다. 이씨는 “‘다 드셨으면 나가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면서 “나도 크리스마스 땐 놀고 싶고 특히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싶은데, 스무살 꽃다운 나이에 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속상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씨는 퇴근을 조금 앞두고 화장실로 가서 눈물을 훔쳤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지만… 크리스마스는 ‘솔로지옥’ “주접떨고 망가지는 역할은 이제 싫어요.” 공덕동에 사는 박서현(27·여)씨에게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 보냈던 5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다. 2005년 대학생이었던 박씨는 크리스마스 기분을 제대로 내기 위해 친구 3명과 함께 사람들이 북적이는 강남에서 약속을 잡았다. 설레는 기분으로 약속장소로 향한 박씨는 ‘절친’들을 발견해 손을 들어 인사하려는 순간,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박씨를 제외한 친구 3명 모두 남자친구를 데려온 것. 남자친구랑 같이 오겠다고 말한 적도 없었기 때문에 박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다 커플이고 저만 그 자리에서 혼자였어요. 미리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좋았는데 나가 보니 모두 쌍쌍이라 괜히 제가 민망했죠.” 친구들의 남자친구들도 여자친구만 믿고 그 자리에 따라왔을 뿐 서로 모르는 사이라 분위기는 썰렁했다. 박씨는 속으로 친구들이 굉장히 야속했다. “커플은 자기들끼리만 좋지 서로 알지도 못하는데 다 같이 어울리려니 어색했어요. 일행 중 저만 혼자라는 게 더 당황스러운 일이었죠.” 썰렁한 분위기를 견딜 수 없었던 박씨는 스스로 분위기 메이커가 되기로 결심했다. 혼자만 솔로로 왔으니 커플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으려면 되레 활발하게 분위기를 주도하자는 생각이었다. 박씨는 그때부터 커플들 사이를 이리저리 다니며 먼저 말을 걸었다. “이름이 뭐예요?”에서부터 “연예인 닮으셨네요.”라는 마음에 없는 칭찬까지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했다. 박씨가 이렇게 망가지는 사이 다른 친구들은 남자친구 앞에서 잘보이기 위해 조신하게 내숭을 떨었다. 심지어 한 친구의 남자친구는 자기 여자친구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저 사람 좀 푼수 같아.”라고 말했다. 분위기를 띄우려는 박씨의 눈물겨운 노력도 헛수고로 돌아가고 박씨는 오히려 마음에 상처만 입었다. “분위기 어색하지 않게 일부러 칭찬해준 것도 모르고 푼수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대로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박씨는 그후로 크리스마스 때 친구들이 불러도 나가지 않았다. 박씨는 “차라리 혼자 집에서 ‘나홀로집에’나 보는 게 더 편해요.”라며 울적한 표정을 지었다. 박씨는 올해도 여전히 솔로다. ●돈 잘버는 ‘화려한 돌싱’의 쓸쓸한 크리스마스 미국 뉴저지주에서 사는 최형원(49·가명)씨는 자칭 ‘화려한 돌싱’이다. 30대 초반에 결혼해 8년을 함께 산 아내와 이혼한 뒤 미국으로 이민간 지도 벌써 10년째다. 미국에서 벌인 사업이 번창해 성공한 이민자로 자리잡은 최씨에게 딱 하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여자친구. 사업이 바쁘고 여가시간에는 운동 등 취미활동을 하는 등 애인을 만들 시간이 없다고 주장하는 최씨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외로운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이맘때가 되면 겨울휴가를 받아 한국에서 미국 여행을 오는 친구들 부부나 가족을 보면 외로움이 더해진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에는 최씨의 가장 친한 친구 부부가 뉴욕으로 놀러와 예정에도 없던 ‘가이드’ 역할을 해야만 했다. 뉴욕의 지리와 명소를 잘 알고 있는 최씨에게 친구는 “부인을 감동시킬 수 있는 멋진 레스토랑을 예약해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결국 최씨는 친구 부부를 데리고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백화점 등을 구경시켜주는 데 크리스마스 하루를 전부 보내야 했다. 마지막으로 친구 부부를 위해 예약해둔 야경이 멋진 최고급 레스토랑까지 안내해준 최씨는 피곤하다면서 집에 먼저 들어갔다. 최씨는 “친구 부부가 오붓한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에서 눈치껏 빠져주긴했는데 막상 집에 오니 허무하고 외로웠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외국인 직원들과 매년 집에서 파티 경기 일산에 사는 이형민(28)씨는 3년 전인 2007년 12월 24일 비행기 안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그는 이집트로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 터키항공을 타고 하늘 위를 날고 있었다. 이씨는 “하필이면 24일만 비행기표가 남아 있어서…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낸 건 처음이었어요.”라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25일 0시를 알리는 시곗바늘이 지나자 옆자리에 앉아있던 한 외국인이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이씨는 인사를 나눈 참에 옆자리 외국인과 기내에서 주는 와인을 나눠 마셨다. 그러자 앞자리에 앉아 있던 또 다른 외국인이 마찬가지로 인사를 했고 함께 또 술을 나눠 마셨다. 이씨는 “그렇게 한명 한명 인사해서 5명이 서로 이야기도 하고 술도 마시고 했어요. 처음에는 와인, 다음엔 맥주도 마시면서 놀다 보니 서로 친구가 됐죠.” 국적은 미국, 터키 등 다양했다. 서로 말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지만 크리스마스 축하주를 나눠 마시며 더듬거리는 영어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씨는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전부 크리스마스라고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정말 세계인의 축제라는 말이 실감났다.”고 말했다. 중소 가구공장을 운영하는 문규성(62)씨도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과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의 추억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주 노동자가 가장 많이 사는 경기 안산시 문씨의 공장에는 6명의 외국인이 일하고 있다. 중국,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몽골, 네팔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이들은 문씨의 공장에서 일년 넘게 일해 가족처럼 정이 들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문씨는 외국인 직원 6명을 모두 집으로 초대해 파티를 열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가족과 떨어져 보내야 하는 외국인 직원들의 고충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문씨의 부인 김희화(59)씨는 크리스마스 전날 아침부터 음식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외국인들도 좋아하는 우리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불고기, 잡채부터 탕수육까지 집에서 직접 만들어 차려냈다. 일을 끝낸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문씨 부부까지 8명이 모두 음식 앞에 둘러 앉아 각자의 나라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족 이야기를 주고받는 등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자리가 모두 파할 무렵 외국인 직원들은 문씨 부부에게 하얀 쇼핑백을 하나 건넸다. 그 안에는 문씨 부부에게 영어로 쓴 크리스마스 카드와 부부의 선물이라는 내복이 들어 있었다. 문씨는 “각자 나라마다 명절이 다 다르지만 크리스마스는 공통적으로 즐길 수 있는 날이라고 생각해 직원들을 모두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냈다.”면서 “여러 사람이 함께 모이니 훨씬 더 따뜻하고 즐거웠던 시간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문씨는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이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청해 함께 파티를 할 계획이다. 김양진·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얼꽝’ 엄상궁은 여걸이었다

    ‘얼꽝’ 엄상궁은 여걸이었다

    일제가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뺏은 지 100년이 된 올해는 아픔의 ‘경술국치’ 역사를 되새긴 책들이 많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소설 ‘덕혜옹주’의 표절 시비가 보여주듯 대한제국 말기를 다룬 저작물은 빈약한 사료에 기대 자극적인 내용만 되풀이한다는 지적이 많다. ‘마지막 황태자’(푸른역사 펴냄)는 전작 ‘윤동주 평전’으로 작가이자 사학가로 인정받은 송우혜가 ‘조선왕조실록’은 물론 ‘일성록’ ‘승정원일기’ ‘각사등록’ ‘대한계년사’ ‘매천야록’ 등 사료와 신문기사 등을 공부해서 황태자 이은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총 4권 가운데 3권이 먼저 나왔다. 저자 송씨가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며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이은에게 주목하게 된 것은 ‘순종실록부록’ 1911년 7월 5일자에 실린 “왕세자(이은)가 (일본에 있는) 학습원 중등과 제2학년 제1학기 시험에서 우등함으로써 상장을 받다. 천황 폐하가 칠종 교어(交魚) 한 통을 하사하다.”란 기록 때문이었다. 일본어를 전혀 모른 채 인질로 일본에 끌려갔던 이은은 동급생들보다 어렸지만 일본 귀족의 아이들과 경쟁해서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이은의 형 순종은 몹시 기뻐하며 “심히 가상하다.”는 전보를 동생에게 보낸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인질 소년 이은이 연상의 일본인 학생들과 경쟁하여 우수한 성적을 올렸던 일은 그가 살던 시대의 모습과 속성을 나무의 나이테처럼 가시적으로 드러낸 사건이기도 했다. 그걸 느끼자 마음 깊은 데서 그 시대 사람들 및 그들의 슬픔과 고통과 꿈에 대한 관심이 요동치듯 치솟았다.”고 이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일본인들은 이은을 열등생으로 만들고자 학력이 높은 학생들과 같은 반에 넣었으나 자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자 육군중앙유년학교 예과로 편입시켜 버린다. 뛰어난 체력이 요구되는 군사학교에서 키가 작고 뚱뚱한 데다 체력도 열세였던 이은은 정신과 영혼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적극적이고 활기찼던 성격도 소극적이고 순종적으로 변해갔다. ‘마지막 황태자’는 ‘못생긴 엄상궁의 천하’ ‘황태자의 동경 인질살이’ ‘왕세자 혼혈결혼의 비밀’이란 부제가 붙은 책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에서는 이은의 생모인 엄 상궁의 행적이 처음으로 조명된다. 명성황후 시해사건 이후 고종과 세자가 1년여간 러시아 공관에서 머문 ‘아관파천’을 결행한 주역이 엄 상궁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뛰어난 지력과 당찬 뱃심에다 사람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투시력과 정치감각, 권력욕을 갖춘 여걸이란 것이 엄 상궁에 대한 저자의 평가다. 못생긴 외모로도 유명했던 엄 상궁은 고종이 중전을 잃고서 다시 가례를 올려 새 중전을 맞는 일을 아관파천으로 막았다고 송씨는 해석한다. 새 중전이 들어오면 자신의 지위가 흔들릴 것을 우려,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묻어버리려고 새 중전 간택을 서두르던 친일파 세력을 괴멸하고자 아관파천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엄비 천하’로 불리며 궁중 권력을 장악했던 생모 덕분에 극진한 대우를 받으며 자라던 이은은 10살이 되던 1907년 황태자로 책봉되고서 대한제국 침략전을 펼친 이토 히로부미의 손에 끌려 일본에서의 인질살이를 시작하게 된다. 이토 히로부미는 인질 작전과 동시에 이은을 일본 황족 여성과 결혼시키는 혼혈 결혼작전도 추진했다. 불우했던 소년 이은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낙선재 조약돌’로 일제에 보여주었다. 이은은 고국에 연락해 낙선재의 조약돌을 보내 달라고 하여 항상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낙선재는 그가 일본으로 끌려가기 전에 22일 동안 살았던 곳으로 당시 대한제국의 황태자가 사는 동궁(東宮)이었다. 낙선재 조약돌의 존재는 이은과 정략 결혼을 올린 고(故) 이방자 여사의 저서 ‘세월이여 왕조여’에 “은 전하는 이 돌들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한다. 그 뒤로 이 조약돌들은 전하의 향수와 외로움을 달래 주는 친구가 되었고 장난감이 되었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나도 울었다.”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각 권 1만 3600~1만 48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길섶에서] 반려동물/함혜리 논설위원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후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어휴, 저런!” 소리가 나왔다. 연평도의 주민 한명이 황급히 섬을 빠져나가면서 키우던 개를 위해 밥을 여러 그릇 챙겨 주는 장면이었다. 가족처럼 아끼던 반려동물이지만 데리고 나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밥이라도 여러 끼니 차려주고 떠나는 주인의 마음은 미어졌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개는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아침 신문에 난 사진을 보니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생후 2개월 된 강아지 한 마리가 큰 개에 물려 신음하는 것을 다른 개가 애처로운 듯 바라보는 사진이었다. 지금 연평도에는 주민들이 키우던 개와 고양이들이 방치돼 있다고 한다. 추위와 굶주림, 외로움에 고통 받고 있을 반려동물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능력만 된다면 당장에 달려가 보살피고 싶은 심정이다. 동물구호단체와 수의사협의회 회원들이 연평도에 들어가 동물들을 보살핀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반려동물도 귀한 생명체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44)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고전 톡톡 다시 읽기] (44)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누구나가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 그 행복을 위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우며, 그 계획에 맞춰 자신을 갈고 닦는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꿈도 그 꿈을 보아줄 누군가가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은 독자를 필요로 하기 마련이고, 영화를 찍는 사람은 관객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혼자 떠나는 여행조차 새로운 공간에서의 새로운 만남을 꿈꾸며, 설령 새로운 만남을 바라진 않더라도 결국은 그 여행담을 들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가. 혼자 떠나는 여행의 소중함을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여행자의 역설. 그것은 바로 인간이란 존재가 갖고 있는 인간적 한계의 증거다. ●행복의 조건 하지만 안타깝게도 누군가와의 만남이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진 못한다. 나와 너의 만남이 ‘우리’라는 이름을 갖게 될 때 우리 사이에는 치열하다 못해 처절한 싸움이 시작된다. 나의 행복을 위해선 반드시 너라는 존재가 필요하지만 ‘우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나의 행복만을 고집할 수가 없다. 난감한 일이다. 너를 떠나보내자니 홀로 되어 버린 내가 행복해질리 만무하고, ‘우리’라는 이름으로 너와 함께 있자니 나의 존재가 점점 사라져 버리는 것만 같다. 행복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올더스 헉슬리는 바로 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 존재의 질문을 ‘멋진 신세계’를 통해 다시 한 번 살펴본다.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철저하게 ‘우리’에게 맞춰져 있는 세계다. 세계 국가로 통칭되는 이 세계의 모토는 ‘공동사회, 동일성, 안정’이다. 이 모토에 위반하는 모든 요소들은 철저히 통제된다. 사회의 안정을 위해 ‘멋진 신세계’에서는 유전자 조작에 의한 계급 구분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알파, 델타, 감마, 입실론이라는 계급으로 나뉘어져 태어난 인간들은 신생아 때부터 무의식적 세뇌를 받음으로써 제 계급에 대한 불만을 모두 제거 당하게 된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사회에 대한 개인의 불만은 하나의 이기적인 질병으로, 그리고 유전자 생산과정의 불량품으로 판정되어 약을 처방받거나 멋진 신세계에서 추방 당한다. 개인의 자유라고는 전혀 인정되지 않는 완전한 디스토피아. 하지만 멋진 신세계의 통치자 무스타파 몬드는 이 모든 통제가 결국 ‘우리’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멋진 신세계’ 안에서는 어느 누구도 절대 불행하지 않다고 단정 짓는다. ‘멋진 신세계’, 그 안에서는 과학의 발달로 노화를 방지할 수도 있으며, 그로 인해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 필요한 것은 언제든 국가에서 제공받을 수 있으며, 섹스마저도 자유롭다. 그러니 사랑이나 고독, 슬픔, 복수 따위로 골머리를 썩일 일도 없다. 한 사람의 욕망이 다른 한 사람을 집착하지 않는, 그래서 누구도 외롭지 않은 ‘우리’의 세계. 그는 바로 이런 세계야말로 인간들이 진정으로 꿈꾸는 유토피아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개개인의 자유로운 욕망이란 누군가를 상처내고 죽이는 잔인한 이빨일 뿐이다. 그는 이 세계의 어느 누구도 불행해지는 것을 보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설령 ‘멋진 신세계’의 통제방식에 문제가 있다 한들, 이런 그를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과연 이 세상 어느 누가 서로에게 상처 받거나 상처 주면서 살길 바라겠는가. 무스타파 몬드의 ‘멋진 신세계’는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을지언정 그의 꿈은 유토피아를 향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에 결코 만족할 수가 없다. 그것은 인간이 가진 이기심과 어리석음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 감정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면 사랑도 행복도 무의미하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기 위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끗이 거세한 채 육체만을 서로 공유하는 행위는 결국, 나 홀로 떨어져 외로움에 고통 받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서로가 서로에게 행하는 복종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멋진 신세계’의 통치자 무스타파 몬드의 말에 맞서 ‘멋진 신세계’의 이방인인 새비지와 ‘멋진 신세계’의 ‘불량품’들은 무엇이든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한다. ‘늙어서 추해지고 무능하게 되는 권리는 말할 것도 없고, 매독과 암에 걸릴 권리를, 기아의 권리를, 더러워질 권리를,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에 대해서 끊임없이 걱정할 권리를,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를, 말할 수 없는 온갖 고통에 시달릴 권리를.’ 도대체가 말도 안 돼 보이는 이러한 권리. 하지만 이는 ‘누군가를 위해!’ 라는 망상으로 빚어진 독재에 대한 저항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애초부터 ‘우리’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존재들은 절대 진정한 의미의 ‘우리’를 이룰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안에는 ‘나’와 ‘너’라는 존재가 없기 때문에. 그렇기에 이방인 새비지와 불량품들은 자신이 불행해질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나’의 자유를 그토록 갈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토록 갈망하는 진정한 ‘우리’를 위해선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저 홀로 견뎌내어야 하는지. ‘나’의 자유를 당당히 주장하던 이방인 새비지조차도 결국은 홀로 있음, 그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고 만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나 홀로 고립된 세계, 이 또한 디스토피아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겁내지 마라, 고립은 없다 인간의 삶 속에서는 ‘우리’를 향한 나와 너의 싸움이 멈추지 않는다. 멈출 방법도 없다. 그 끝나지 않는 지독한 싸움에 지친 자들이 이 세상을 등지기도 한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인간은 고독하다고 느낄 때조차 그 누구도 혼자일 수 없다. 내가 고독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반드시 ‘너’라는 존재를 상정하고 있어야 하니까. 내가 고독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우리’라는 싸움을 계속 진행시키고 있다는 걸 의미하고, 나는 여전히 너와 함께인 것이다. 만약 그 고독이 ‘너’를 상정하지 않은 고독이라면 더욱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거기엔 ‘나’라는 존재 자체가 없을 테니까. 어처구니없지만 그 순간 ‘나’는 저 어딘가에서 아무렇지 않게 삶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나조차 없는 곳에 고독이 어떻게 숨어든단 말인가. 그러니 나와 너의 싸움에 고통받을까봐 겁내지 마라, 고립은 없다. 부디, 우리의 싸움에 지치지 마시길. 영상글밭 사하 이종영
  • 내년 개교 年학비 3500만원 제주 국제학교 누가 보낼까

    내년 개교 年학비 3500만원 제주 국제학교 누가 보낼까

    ‘월 평균소득 1000만원 이상, 직업은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이거나 자영업, 국·내외 어느 대학이든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 기숙사비를 포함해 연간 학비가 3500여만 원에 이르는 국제학교에 자녀를 진학시키려는 부모들의 ‘스펙’이다. 우리 사회에서 조기 유학이 붐을 이루면서 가족해체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고소득자들이 눈여겨 보고 있는 학교가 바로 국제학교다. 국비 유학을 떠났던 1세대와 영어유치원 등을 거쳐 조기유학을 떠나던 2세대에 이어 국내에서 외국 학교를 다닌 뒤 유학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유학 3.0’ 버전이 태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어떤 장단점을 갖고 있는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의사 등 전문직·자 영업이 58% 내년 9월에 제주영어교육도시에 문을 열 ‘노스런던 컬리지 잇 스쿨(NLCS) 제주’는 국제학교의 하나로, 제주특별자치도의 요청으로 개교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에 본교를 둔 이 학교는 지난 18일과 19일 서울과 부산에서 입학설명회를 열고 본격적인 학생 모집활동에 나섰다. 주최측이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260명의 58.9%인 153명이 월 1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였다. 월 700만원 이상 소득자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82.7%인 215명이 고소득자였다. 직업은 전문직과 자영업이 주류를 이뤘다. 본인과 배우자의 직업을 묻는 질문에 응답한 556건 가운데 190건(34.2%)이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이었고, 자영업도 132건(23.7%)을 차지했다. 이 학교에 관심을 갖는 이유(복수응답)로는 ▲국내·외 대학에 제한없이 진학할 수 있어서 ▲자율적이고 다양한 수업 때문에 ▲해외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서 등의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해외 유학 비용 때문이라는 응답자는 13%에 그쳤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면서도 자녀를 국내·외 명문대로 보내고 싶은 이중적 가치관이 드러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해외유학 부작용 적어 안심될 듯” 학부모들은 자녀를 제주도의 국제학교에 보내는 이점으로 ▲탈선·외로움 등 해외유학의 부작용이 적고 ▲원할 때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것 등을 꼽았다. 국제학교에 대한 신뢰보다 해외유학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NLCS측은 “서울 대치동에서 가진 설명회에 500여명, 부산 설명회에 600여명이 참석했다.”면서 “서울권 참석자들은 1시간 넘게 질문을 쏟아낼 만큼 적극적이나 차림새는 수수했던 반면 부산 지역 참석자들은 화려한 옷차림을 한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강승윤-장재인, 커플화보 촬영 ‘묘한 이끌림’

    강승윤-장재인, 커플화보 촬영 ‘묘한 이끌림’

    ‘슈퍼스타K 2’강승윤과 장재인이 연상연하 커플을 이뤄 화보를 촬영했다. 패션매거진 ‘보그 코리아’에서는 Mnet ‘슈퍼스타K 2’ TOP4에 안착한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과 함께 화보촬영을 진행했다. 그중 강승윤과 장재인은 커플로 호흡을 맞추며 카메라 앞에 섰다. 실제로 장재인보다 나이가 어린 강승윤이 장재인의 무릎에 살짝 기대는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묘한 분위기와 함께 조화를 이뤘다. 장재인은 “멤버들과 합숙을 하면서 처음으로 가족을 느꼈다. 그래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했을 때 막막하고 두려웠다”면서 “지금은 괜찮다. 우울함과 외로움에 감사한다. 그게 다 내 음악의 자양분”이라고 말했다. 강승윤에 대해서는 “17세라고 믿기 힘들만큼 포크 블루스와 록적인 색깔을 잘 소화한다”고 소개했다. 강승윤은 “TV에 나오고 싶었고, 멋있게 되고 싶었다”며 사진 촬영에 한껏 몰입했다는 게 제작진의 전언이다. 사진 = 보그 코리아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결혼이라는 종착역에 서도 사람은 누구나 고독한 걸까

    결혼이라는 종착역에 서도 사람은 누구나 고독한 걸까

    연애의 종착역인 결혼. 마침내 그 역에 다다르면 외로움과는 작별하게 되는 것일까.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 에쿠니 가오리(46) 신작 소설 ‘달콤한 작은 거짓말’(소담출판사 펴냄)은 우리가 잘 아는 것 같아서 더 외면하고 싶은 결혼이라는 현실의 쓸쓸한 진실을 담담하게 그려낸 책이다. 테디 베어 작가인 루리코는 남편 사토시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자신의 일과를 하나하나 보고한다. 사토시 역시 그녀에게 무엇이든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 기분으로 시시콜콜한 일들을 전하지만, 둘은 전혀 대화한다고 느끼지 못한다. 사토시와 둘이 꼭 붙어 지낼 수 없다면, 독소를 품고 있는 감자 싹의 솔라닌으로 요리를 만들어 동반 자살하겠다고 다짐해온 루리코. 그러던 어느 날, 루리코는 남편이 아닌 남자 하루오와 연애를 시작하고, 사토시 역시 대학 후배 시호와 사적인 만남을 지속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을 찾으면서도 여전히 서로를 필요로 한다. 루리코는 하루오의 집에서 편안함을 느끼지만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까 봐 서둘러 그곳을 떠나고, 사토시는 시호가 있어 루리코의 섬세함을 지킬 수 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비밀이 있어 일이 잘 굴러간다고 생각하고, 이미 서로에게 헤아릴 수 없는 거짓말을 해 버린 두 사람. 이들은 “중요한 건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나고, 어딜 나가더라도 다시 같은 장소로 돌아오는 것”이라며 서로에게 위로를 건넨다. ‘달콤한 작은 거짓말’은 ‘빨간 장화’에 이은 에쿠니의 결혼에 관한 연작 장편 소설이다. 그녀의 전작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던 ‘사람은 누구나 고독하다.’라는 전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전반적으로 관조적인 어조를 유지하지만 그 속에 묘한 광기가 어우러져 마치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사람은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 혹은 지키려는 사람에게.”는 루리코의 대사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콕 찍어내며 소리 없는 여운을 남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영화리뷰] ‘렛 미 인’ 세련미 입은 미국식 호러

    [영화리뷰] ‘렛 미 인’ 세련미 입은 미국식 호러

    2008년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스웨덴 발(發) 호러 영화가 있다. ‘렛 더 라이트 원 인’(Let The Right One In)이다. 욘 A 린드크비스트가 2004년 발표한 같은 제목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뱀파이어 소녀와 인간 소년이 외로움을 매개체로 나누는 애틋한 사랑을 그렸다.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스타덤에 앉힌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떠올리며 단순한 러브 스토리일 것으로 지레짐작하면 곤란하다. 피를 마셔야 살 수 있는 운명에 처한 뱀파이어 소녀가 번민하는 모습과,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가정에서도 겉도는 소년의 불안정한 모습은 영화에 무게감을 부여한다. 국내에선 ‘렛 미 인’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미국 할리우드판 ‘렛 미 인’이 18일 국내에 상륙한다. 스웨덴 작품을 리메이크한 게 아니라 원작 소설의 또 다른 영화 버전이라고 한다. 그런데 두 작품을 비교해보면 별반 다르지 않다.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당 서기장이 퇴장하던 시기의 1980년대 스웨덴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등장하던 1980년대 미국으로 무대를 옮기고 몇 가지 설정을 바꾼 것을 제외하곤 대사까지 거의 똑같다. 스웨덴 작을 본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장 큰 변화라고 하면 주변 이웃들의 역할이 축소되고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경찰 캐릭터가 투입됐다는 정도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할리우드 작은 밋밋하고 건조한 스웨덴 작보다 더 자극적이고 세련되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스웨덴 작에 범상치 않은 면모를 보탰던 심리 묘사와 상황 묘사는 상당히 희석된 편이다. 그래도 새로운 ‘렛 미 인’은 여러 지점에서 할리우드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우선 연기자다. 클로이 모레츠를 기억하는지. 올해 열세살의 이 소녀는 할리우드의 신성(新星)이다. 허락을 받아야 상대방 영역에 들어갈 수 있는 뱀파이어 소녀의 천사적이고 악마적인 양면성을 제대로 그려냈다. 모레츠가 국내 팬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은 작품은 ‘킥애스’다. 살인기계로 키워진 ‘힛걸’로 나와 잔혹 액션을 펼쳤다. 상대역 코디 스미트맥피도 어디선가 많이 본 꼬마 친구. 모레츠보다 한살 위인 이 소년은 ‘더 로드’에서 비고 모텐슨의 아들로 나왔다. 멸망한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절절한 연기로 영화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던 그는 이번에 마치 어린 트래비스(영화 ‘택시 드라이버’ 주인공)를 보는 듯 불안정한 모습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그 다음은 연출가. 맷 리브스 감독이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셀프 카메라 형식의 공상과학(SF) 스릴러 ‘클로버 필드’(2008)로 일약 할리우드의 기린아가 됐다. 한물 간 것으로 여겨졌던 페이크 다큐멘터리(가상 다큐) 형식의 영화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이 작품으로 ‘렛 미 인’을 연출하게 된 그는 현재 ‘클로버 필드 2’를 준비하고 있다. 115분. 15세 이상 관람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손글씨’ 하나로 女心 울린 디자이너 공병각

    ‘손글씨’ 하나로 女心 울린 디자이너 공병각

    여기 열병과도 같은 사랑을 하다가 이별을 맞은 한 남성 디자이너가 있다. 펑펑 울기도 하고 술에 흥건히 취해보기도 했지만 실연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고, 거짓말과 같은 이별을 맞은 지 1년 만에 이 남성은 ‘그녀’를 향해 꾹꾹 눌러 썼던 이야기를 모아 책을 냈다. 디자이너 겸 캘리그래퍼 공병각(32)이 사랑과 이별에 관한 두 번째 에세이 ‘전할 수 없는 이야기’(양문)를 펴냈다. 손 글씨로 애틋한 마음을 토해낸 이 책은 서적사이트 에세이 부문 상위권을 차지하며 반향을 일으켰고 한국과 일본여성 독자 수백 명을 고정팬으로 만들었다. “사랑과 이별을 경험한 평범한 사람들의 감성을 건들인 거죠. 전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에요. 첫 번째 책인 ‘잘 지내니? 한 때 나의 전부였던 사람’은 제가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썼던 14권의 공책을 엮은 거예요. 제 일기장에 독자들이 공감을 해 준거죠.” ◆ ‘연애편지 달인’이 작가가 되기까지 “내 얘기 같아서 눈물을 흘렸다.”는 독자들의 후기가 쏟아졌다. 주로 여성이었다. 간결하면서도 미세한 감정의 떨림까지 놓치지 않는 글귀를 읽다보면 공병각이 면도칼처럼 예리한 감성을 가졌음에 깜짝 놀라게 된다. 남성이 어떻게 이런 세밀한 내면을 가지게 됐을까. 공병각의 감성은 하루아침에 세포분열 한 게 아니다. 또래에 비해 더 섬세했던 공병각은 학창시절 다이어리를 감각적으로 꾸미고 친구들의 연애편지를 도맡아 써주던 아이였다. 어른이 돼서도 그는 습관처럼 침대나 책상 등지에서 떠오르는 걸 종이에 적어 모아뒀다. “본격적으로 캘리그래피를 시작한 건 3~4년 전이에요. 크레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면서 광고에 손글씨를 사용하기 시작했죠. 헤어진 ‘그녀’가 생각날 때마다 썼던 글을 미니홈피에 올려뒀는데, 그게 입소문을 타면서 출판사로부터 발간 권유를 받게 됐어요.” ◆ “‘이게 책이냐’는 안티도 많아” 이미 헤어진 연인과 200번 넘게 다시 헤어지는 심정으로 두 번째 책도 냈다. 활자가 하나도 없었던 전편에 비해 가독성을 높이는 디자인에 집중했고, 이별에만 집중됐던 내용은 사랑과 애틋한 등으로 좀 더 다양해졌다. 그래도, “‘아프지 말아.’ 누군가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어쩌면 이렇게 마음 저릴까.”, “사랑에 실패했다고 내 사랑이 멈추는 건 아니다. 실패한 사랑으로 내 마음엔 시동이 걸렸다.” 등 공병각의 애틋한 주절거림은 여전히 책의 주된 내용이다. 에세이 작가로는 드물게 거의 매달 사인회를 열고, 일본에서 여성 팬들이 찾아올 정도로 공병각의 인기는 한류스타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출판계에는 공병각 안티세력이 존재한다. ‘트렌드’란 허울을 입은 사랑에 대한 가벼운 글들이 에세이로 인정될 순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 “그다지 논리정연하지도 않고 심지어 책도 잘 안 읽는다.”고 솔직하게 고백한 공병각은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과 이별에 대한 글을 쓴다. 그에 대한 이야기에는 적합한 논리와 설득력, 이해가 필요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담담하게 의견을 밝혔다. 일명 ‘공병각 폰트’로 돈 좀 벌었겠단, 기자의 호기심 어린 추측에 공병각은 고개를 저었다. “많이 오해하시지만 제 손글씨는 폰트로 등록돼 있지도, 그럴 계획도 전혀 없어요. 제 글씨는 글씨체가 아닌 감정을 담아 디자인한 매개체라서 폰트로 등록할 수 없거든요.” 공병각은 디자이너·크레이티브 디렉터·캘리그래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감성 디자인이란 이름으로 뭉뚱그릴 수 있는 새로운 영역에서 그는 온갖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목표다. “다양한 작은 꿈들을 이뤄가고 싶어요. 동시에 저도 좋은 여성을 만나고 싶어요. 그럼 외로움이 사라지는 날이 오겠죠?” 글=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사진·영상=서울신문 나우뉴스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 “꿈 이루게 해준 한국에 열정 바칠래요”

    “꿈 이루게 해준 한국에 열정 바칠래요”

    “꿈을 이루게 해 준 은혜의 땅인 한국에 제 열정을 바칩니다.” 다음 달 11~12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러시아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몽골인 바르샤볼드(33)는 이렇게 말하며 밝게 웃었다. ●‘亞 예술인재 장학생’으로 한예종 입학 28일 오전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관 2층. 올 3월 ‘아시아 예술인재 장학생(AMA·Art Major Asian scholarship)’으로 한예종 영화과에 입학한 바르샤볼드가 친구들과 단편영화 제작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는 G20 정상회의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계기에 대해 “1998년부터 한국을 오가면서 느끼고 즐기는 문화와 사람들의 정(情)을 외국 정상 및 외국인들에게도 느끼게 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의제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번 회의가 아시아에 열리는 첫 회의다 보니 모국인 몽골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개발에 관한 의제가 어떻게 논의될지 기대가 크다고 했다. 그는 “고비 사막의 모래바람이 중국은 물론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치 듯 아시아 국가들이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사안이 많아졌다.”면서 “몽골의 개발문제는 한국의 문제일 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7년간 힘겨운 이주노동자 생활 바르샤볼드가 한국에 처음 온 건 1998년 12월. 그 해 몽골 국립예술대학 영상원을 졸업하고도 돈을 벌기 위해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1년 전 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중·고등학생이던 동생들 학비를 댈 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대전·금산·의정부·서울 등지의 가발공장·모피공장을 전전했다. 그는 “지금은 고용노동부에서 외국노동자 인권 대책도 세우고, 근로 여건도 많이 나아졌지만 당시에는 거의 ‘노예생활’을 했었다.”고 돌이켰다. “처음엔 월 30만~50만원을 받으면서 맨날 야근하고, 욕 듣고 매 맞아 가면서 일했다.”는 그는 “울란바토르에서 열심히 공부할 동생들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버티다 보니 7년이 흐르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그에게 한국은 여전히 흥미로운 나라였다. “근로 환경이 금방금방 달라졌다. 고작 7년을 살았지만 처음 왔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폭력·폭행도 거의 없어졌고 수당도 챙겨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돌이켰다. 2006년 몽골로 돌아간 바르샤볼드는 한국에서 번 돈을 종잣돈 삼아 이벤트회사를 차렸다. 한국 이벤트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경험을 살렸다. 사업이 날로 번창해 나중에는 TV프로그램 외주제작까지 맡았다. 그렇게 번 돈으로 두 동생을 뒷바라지, 대학을 마치고 지금은 결혼해 잘살고 있다고 전했다. ●‘인간의 삶·사고방식 영화에 담고 싶어’ 그는 2007년 6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영화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그때부터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국어와 영화 공부를 해 올 3월 한예종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그는 “아시아인으로서 아시아 문화를 지키고 싶었다.”면서 “아시아에서 영화가 가장 발달한 한국의 영화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돌아올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바르샤볼드는 현재 인절미와 다문화를 주제로 한 시나리오작업을 하고 있다. 몽골인 청년이 돈을 벌려고 한국 떡집에서 일하면서 겪는 일상을 영화화하는 작업이다. 그는 “나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던 이주 노동자가 한국에 적응하면서 부딪히는 선입견, 차별, 경제적 어려움, 외로움 등을 재미나게 다룰 생각이다.”면서 “영화를 통해 인간의 삶이나 사고방식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사설] 저출산·고령화 대책 여전히 미흡하다

    정부는 어제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최종 확정하고 앞으로 5년간 저출산 해소와 고령사회 대책에 총 75조 8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1차 계획에 비해 79% 늘어난 재정 규모다. 그만큼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결과이겠지만 내놓은 대책들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 9월 발표된 시안에 견줘 진전된 부분도 없지 않지만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과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를 극복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저출산 대책은 출산 기피의 근본원인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부족하고,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정부는 이번 2차 대책에서 여성근로자의 육아여건 개선을 핵심으로 보고 분야별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직장 여성들이 경력 단절 없이 일과 자녀양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맞벌이 가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육아휴직 제도를 확대하기로 한 점은 타당하다. 하지만 기간제 근로자의 육아휴직에 따른 근로기간 연장의 경우 노사합의가 쉽지 않은 점은 간과했다. 신혼부부 대출에 대한 무주택 제한 폐지, 대출시 소득자격요건 완화, 결혼 후 5년 이내 신혼부부 국민임대주택 미임대분 우선 배정 등은 실상에 대한 무지를 보는 듯하다. 고령화대책으로 중고령 여성을 위한 취업지원 강화와 사이버멘토링 등을 통한 전문성 활용방안이 제시됐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 빈곤율 1위의 오명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부족해 보인다. 노인들이 겪는 경제적 빈곤과 외로움, 건강관리 등의 문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 삶의 질을 높여줘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1.15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이며, 노인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세계 최고수준인 고령화 속도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기 바란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인내와 끈기를 갖고 장기적 과제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인 만큼 범사회적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하비는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고자 런던으로 향한다. 런던에 도착한 그는 자기 숙소만 외딴 호텔에 할당됐음을 알게 된다. 아무리 오래 전에 부모가 이혼했다지만, 그를 외톨박이로 취급하는 딸에게 섭섭함을 느낀다. 뉴욕에서 떠나기 전, 그는 회사 상사로부터 새 광고 음악을 후배에게 맡기겠다는 통보를 들었던 터다. 오랫동안 관리해온 광고주를 어린 후배가 채 갈까봐 그는 식이 끝나자마자 뉴욕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피로연에 참석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그에게, 딸은 새아빠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안팎의 사정으로 심기가 편하지 않은 그는 공항에서 케이트라는 여자와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눈다. 그녀도 그만큼 삶이 울적한 참이었다. 1950년대 이전, 로맨스 드라마는 성숙한 사람들을 위한 장르였다. 연애보다 결혼과 가족이 훨씬 중요한 주제인 시절이었고, 노련하고 원숙한 중년 배우들이 스크린을 장악하던 때였다. 하지만 젊은 층이 시장을 이끌기 시작하면서 로맨스는 청춘 장르로 인식됐으며, 배우의 세대교체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후 중년 로맨스는 뻔한 설정과 심심한 이야기, 식상한 주제로 인해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잉마르 베리만, 로버트 알트먼, 우디 앨런, 폴 마줄스키 등 일부 작가 외에 인상적인 중년 드라마를 창조하는 사람은 점차 줄어들었다. 로버트 드 니로와 메릴 스트립이 공연한 ‘폴링 인 러브’조차 평작에 머물렀으니, 지금은 ‘밀회’나 ‘유령과 뮤어 부인’ 같은 영화를 보기 힘든 시대다. 여기서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가 오랜만에 접하는 중년 로맨스의 걸작이라고 치켜세우진 않겠다. 다만 연출을 맡은 조엘 홉킨스에게는 믿음이 간다. “20대의 사랑이야기엔 관심이 없다.”고 당돌하게 말하는 신인 연출가가 언젠가는 수작 로맨스 한편쯤 뽑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의 저력은 하비와 케이트의 위치로 관객을 이끌고 가 그들에게 공감하도록 만드는 데서 드러난다.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는 거창한 사건을 배제하는 대신 두 인물이 처한 상황들을 꼼꼼하게 묘사하고, 그들의 마음을 읽는 데 정성을 다한다. 거추장스러운 육체관계 한번 보여주지 않고도, 영화는 두 사람이 이해와 사랑에 도달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그들에게 왜 사랑이 절실한지, 그들의 심상이 어떤지 영화는 잘 알고 있다. 아는 체하는 게 아니라, 알고 싶어 노력한 결과다. 미국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았던 더스틴 호프먼(사진 왼쪽)과 에마 톰슨(오른쪽)의 연기가 훌륭함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마음 한쪽에 외로움의 통증을 감춰둔 인물을 두 배우가 우아하고 세련된 연기로 감싸지 않았다면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는 성공하지 못했다. 참 아이러니한 점은, 하비 역할을 맡은 배우가 호프먼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주역으로, 할리우드 세대교체를 이룬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졸업’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해보라. 그는 기성세대에 저항한 청춘의 상징이 아니던가. 그런 그가 중년을 훌쩍 넘긴 남자의 사랑 이야기에서 주연으로 나선 거다. 희끗희끗한 머리와 주름투성이 얼굴을 시간과 지혜의 선물로 받아들인 그는 낙엽이 지는 런던의 가을처럼 아름다운 모습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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