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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 수교 20년] 한글간판 빼곡한 中왕징… 중국말 넘쳐나는 ‘구로 거리’

    [한·중 수교 20년] 한글간판 빼곡한 中왕징… 중국말 넘쳐나는 ‘구로 거리’

    지난달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의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 연회장에는 관영 중국중앙(CC)TV가 마련한 아주 특별한 무대가 설치됐다. 국내 유명 카페 체인업체의 중국사업 책임자인 이모(42·여)씨를 비롯한 중국거주 한국인 7명으로 구성된 직장인 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평소 각자의 생업에 종사하면서 이국생활의 외로움과 고국에 대한 향수를 음악으로 달래왔던 이들은 이날 무대에서 조용필의 ‘꿈’을 청중들에게 선사했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슬퍼질 땐 차라리 나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1990년대 후반 남편과 함께 유학 왔다 정착한 이씨를 비롯해 이들의 중국 거주 사연은 제각각이다. 음악학원 강사로 일하는 색소포니스트 박모(42)씨는 그동안 중국인 부인과 가정을 꾸렸고,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기타리스트 이모(51)씨는 한·중 문화교류의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8만명 넘는 한국인이 거주하는 왕징은 한·중 수교 20년의 살아있는 발자취다. 베이징 어디에도 이런 집단적인 외국인촌은 찾아볼 수 없다. ‘전주옥’, ‘7080카페’, ‘갯마을’, ‘장터’ 등 친숙한 우리 글 간판이 즐비하다. 중국인들도 우리 말을 곧잘 구사해 처음 중국에 온 사람들도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다. 베이징에 ‘왕징 코리아타운’이 있다면 서울에는 ‘구로 차이나타운’이 있다. “가게도 더 늘리고 교외에 뜰이 있는 이층집도 살 계획이에요.” 중국 지린성 둔화(敦化)가 고향인 탄춘펑(潭純鳳·52). 한족인 그녀는 중국인 밀집지역인 서울 대림 2동과 건국대 입구, 경기 안산 등에서 식당만 네 곳을 운영한다. 먼저 한국 국적을 취득한 남편의 초청으로 2007년 입국했다. 재료 공장까지 따로 둘 만큼 사업이 커지면서 여동생, 아들, 며느리 등 집안 식구 모두 입국해 함께 일하고 있다. 식당 본점은 지하철 2호선 대림역 주변에 있는 이른바 ‘구로 차이나타운’ 골목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해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식당은 물론 중국인 지원센터, 중국 신문사, 취업소개소, 중국 상점, 중국어 간판으로 된 휴대전화 대리점 등이 몰려 있는 곳이다. 식당 차림표를 통해서도 이곳 사람들의 출신지를 짐작할 수 있다. 쓰촨식 마라탕(麻辣?), 산시(山西)풍의 다오샤오멘(刀削麵) 옌볜식 양꼬치 구이 등이 눈에 띈다. 조선족 동포뿐 아니라 중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 얘기다. 중국내 코리아타운 역시 상하이의 구베이(古北), 산둥성 칭다오(靑島)의 청양(城陽) 등 한국인 밀집지역 어디에나 들어서 있다. 베이징의 ‘왕징 코리아타운’, 서울의 ‘구로 차이나타운’은 한·중 수교를 통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왕징은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인이 몰리면서 베이징의 대표적인 신도심으로 개발됐고, 서울의 대림동과 구로동에는 2000년대 초부터 중국인이 모여들었다. 민간 교류 확대의 결과다. 실제 수교 20년 동안 한국과 중국은 비약적으로 교류를 넓혀왔다. 수교 첫 해 13만명에 불과했던 양국 국민 간 교류는 2011년 640여만명으로 50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은 상대국 수도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독특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수교 20년의 역사를 실체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서울 주현진기자 stinger@seoul.co.kr
  • 루시드 폴 “제 음악이 치유제·힘 됐으면…공학박사 길 포기 후회 안해”

    루시드 폴 “제 음악이 치유제·힘 됐으면…공학박사 길 포기 후회 안해”

    몸과 마음이 들뜨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지는 연말. 잔잔한 음악으로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가수가 있다. ‘가요계의 음유시인’ 루시드 폴(36·본명 조윤석)이다. 한 편의 시처럼 간결하고 감성이 풍부한 음악으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그가 지난 20일 새 앨범 ‘아름다운 날들’을 내놓았다. 21일 서울 신사동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루시드 폴을 만났다. →5집이다. 이번 앨범을 자신의 내면으로 떠나는 순례자의 시선이라고 소개했는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가장 많은 뮤지션들과 작업을 했고, 다양한 악기를 원 없이 써봤다. 노래를 빛나게 해주는 편곡과 악기 배치를 할 수 있었고, 덕분에 곡마다 다른 분위기와 스타일을 잘 살릴 수 있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공부나 방송 활동을 일절 하지 않고 스스로를 ‘유배’시킨 채 곡을 쓰는 데만 전념했다. →그래서 그런지 가사가 더욱 사색적이고 철학적이다. ‘나를 흔들리게 하는 건 내 몸의 무게’(외줄타기), ’난 가진 것도 별로 없는데 무얼 놓지 못해 주저하는지’(어부가), ‘언젠가 내가 나를 태워버릴 것 같아’(불) 등이 대표적이다. -혼자서 내 이야기를 토로하고 싶었다. 이전에는 내 음악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면 이번에는 누군가 내 이야기가 들리는 사람이 있다면 와서 공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내 자신을 다독이고 싶은 것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외로움이든 불안함이든 무언가를 해소하고 싶었다. 일종의 스스로에 대한 위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1집과 유사한 점도 있다. →앨범 제목인 ‘아름다운 날들’은 어떤 뜻인가. -외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보낸 지난 2년여의 시간은 슬럼프도 있었지만,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지난여름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고, 그것이 주는 묘한 서글픔이 있었다. 내게 또 그런 아름다운 날들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공대(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스위스(로잔공대)에서 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수로 전업하기에는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았나. -미련은 전혀 없다. 무언가를 성취했다기보다는 후회 없이 연구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다행히 공부를 마무리할 무렵에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다. 학위를 따고 교수가 되면 같은 분야의 사람들을 접촉할 일이 많은데, 공대 쪽 사람들과 정서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다른 점이 많이 느껴졌다. 유학 생활에 대한 피로감도 있었고, 내가 더 이상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생각 등 여러 가지가 겹쳐 가수의 길을 걷게 된 것 같다. →그 사실을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좋지 않았을까. -고등학교 때 난 이미 음악인이었다. 기말고사 때도 공부는 하지 않고 기타를 끼고 살아서 기타줄을 끊어버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음악을 끊으니까 금단 현상이 왔고, 대학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노래가 하고 싶어서 육교 위에서 부른 적도 있고, 학교 잔디밭에서도 불렀다. 그러다가 1998년 인디 밴드 ‘미선이’의 보컬로 활동하게 됐다. →4집 때 화제가 됐던 ‘고등어’에 이어 이번에는 나무를 깎아 여러 가지를 만드는 장인을 소재로 한 ‘꿈꾸는 나무’, 염전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여름의 꽃’ 등 자연을 소재로 한 가사가 유독 많다. -자연이 주는 소재가 무한하다. 사람도 크게 보면 자연의 일부가 아닌가. 때론 태양이나 별처럼 자연이 말 없이 주는 영감이 클 때가 있다. 항상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 때문인지 음악에서 치유의 힘이 느껴진다. -힘들 때 밥만 같이 먹어도 힘이 되는 사람이 있지 않나. 시대와 나이를 불문하고 외로움은 누구나 갖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 감히 할 수 있다면, 제 음악을 듣고 치유가 되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탱고와 플라멩고 등 남미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곡도 많다. -유학 갈 무렵부터 브라질 음악을 좋아했고, 쿠바 음악을 들으면서 외연을 넓혔다. 생명공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남미 음악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사람의 체온 같아 좋다. →크게 힘 들이지 않고 노래하는 것 같은 창법이다.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생각은. -나긋나긋하다고 이야기해주는 분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목소리의 윤곽이 흐리멍텅한 것이 불만이다. 악기나 배경 음악에 묻혀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그동안 방치했던 내 목소리를 한번 연구해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가수 인생에 유희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던데. -전 소속사와의 계약 분쟁 때문에 가수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평소 내 음악을 좋아했던 (유)희열이 형이 소속사 대표를 통해 내가 다시 가수를 할 수 있도록 세 번이나 설득했다. 내겐 정말 형 같은 사람이다. 후배들도 잘 챙기고 의리가 있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루시드 폴(Lucid Fall)은 ‘찬란한 가을’이라는 뜻이다. 이름에서부터 그의 시적인 감성이 묻어난다. 음악의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한다는 그는 ‘가요계의 음유시인’이라는 별명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소진되지만 않는다면 음악을 오랫동안 하고 싶다는 그의 여정을 가능한 한 오래 따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 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 조승우 “흥행 3할타자, 홈런 칠 차례죠”

    조승우 “흥행 3할타자, 홈런 칠 차례죠”

    금테 안경 뒤로 비치는 매서운 눈빛과 무표정, 마운드 위에서의 분주한 동작까지. 영화 ‘퍼펙트 게임’ 속 조승우(30)는 롯데 자이언츠의 전설적인 투수였던 고(故) 최동원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작은 사진)하고 있었다. ‘퍼펙트 게임’은 당대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최동원과 선동열(현 기아 타이거즈 감독) 선수의 세기의 맞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마이웨이’와 함께 올 연말 충무로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한국 영화다.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조승우는 중학교 때까지 실제로 투수가 꿈이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학창 시절 공부는 하기 싫었고, 운동 신경이 좋아 공을 멀리 던지는 것은 자신 있었어요. 테니스공으로 친구들과 캐치볼도 많이 하면서 중학교 때까지 투수의 꿈을 키웠죠. 물론 그 이후 뮤지컬을 한 편 보고 제 삶이 바뀌기는 했지만….” 출연 중인 뮤지컬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 전에는 다른 작품 대본은 일절 보지 않는다는 그는 공연 초반에 소속사 대표의 전화를 받고 우연히 영화 요약본을 본 뒤 마음이 흔들렸다고 털어놨다. “야구 영화를 꼭 한 번 하고 싶었는데 제 꿈이었던 투수 역할이고, 거기다가 최동원 선수 역할이라니 더욱 마음이 흔들렸죠.” 부산 사투리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영화 ‘타짜’(2006)에 함께 출연했던 “(김)윤석이 형에게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밝게 웃는 조승우. 그는 끈질긴 집념의 최동원을 연기하기 위해 600쪽가량의 자료를 파고들었다. “(최동원 선수가) 영화에서는 철저한 승부사로 나오지만, 유니폼을 벗으면 명랑하고 쾌활하고 장난도 잘 치는 분이셨습니다. 후배들에 대한 리더십이나 책임감도 컸고요. 은퇴식도 없이 스스로 쓸쓸하게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하고 열정이 컸기 때문에 그 외로움과 고통을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최동원이 공을 던질 때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배짱과 표정 하나 흔들리지 않는 ‘포커페이스’를 스크린에 그대로 담고 싶었다는 조승우는 “최동원 선수의 인간적인 면모보다 냉철하고 고집스러운 모습이 더 부각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최동원과 자존심 대결을 펼치는 선동열 역에 양동근을 강력 추천한 이는 바로 조승우였다. “시놉시스를 보자마자 (양)동근이가 제격이라고 생각해 감독님께 얘기했습니다. 내가 관객이어도 조승우와 양동근 조합이라면 흥미롭게 볼 것 같다고 큰소리 치면서요.” 조승우는 다른 영화를 계약하기 직전이던 양동근을 설득해 한배를 탔다. 연기 경쟁이 만만치 않았겠다고 하니 “함께 연기하면서 오히려 많이 배우고 반성도 많이 했다.”면서 “양동근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일품”이라고 답했다. “동근이는 모자를 만지고, 물을 마시고, 수건으로 땀을 닦는 동작도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합니다. 마치 몰래카메라로 누군가의 일상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하지만 힘이 느껴지는 동근이의 연기 호흡을 보면서 25년 연기 경력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님을 느꼈습니다. 제 연기가 긴장감을 준다면, 동근이는 이완해 주는 역할을 했어요.” 영화의 대부분은 1987년 5월 16일 최동원과 선동열의 마지막 승부를 그리고 있다. 당시 승부는 15회까지 가는 혈전 끝에 무승부로 끝났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로 꼽히는 경기다. “저는 그때 나이는 어렸지만, 당시 언론에서 그렇게 화려하게 다루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다시 재조명하고 영화화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당시는 야구를 통해 지역 감정을 조장하기도 했던 때지만, 그런 시대에 한 방 먹여주는 통쾌함도 있고…. 사전적인 의미는 다르지만 진정한 ‘퍼펙트 게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조승우는 지난 9월 세상을 떠난 최동원을 한번도 만나 보지 못했다. 생전에 그는 박희곤 감독에게 “영화를 만들 거면 허구를 넣어도 좋으니 허투루 하지 말고 진정한 야구 영화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최동원 선수를) 시사회에 꼭 초대해 칭찬받고 싶었는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애교도 부리고, 공 잡는 방법도 배우고 싶었는데….” 조승우는 고인과의 공통점을 묻는 질문에 “최동원 선수가 유니폼을 입었을 때와 벗었을 때가 다른 것처럼 나 역시 무대에 섰을 때와 무대 밖에 있을 때가 다르다.”면서 “나 자신이 해이해질 때마다 채찍질을 하고, 겉멋에 치중하거나 취해 있거나 연습에 제대로 임하지 않는 후배들에게는 쓴소리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영화보다 뮤지컬 무대가 좋다고 잘라 말했다. “무대는 두 시간 동안 음악과 몸짓으로 캐릭터를 극대화시켜 명확하게 묘사할 수 있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영화는 찍는 순서도 뒤죽박죽이고 가끔 시커먼 카메라가 집중을 깨기도 합니다.” 까칠했던 성격이 군대를 다녀온 뒤 유연해진 것 같다고 하니 “너무 착한 이미지 때문에 영화 ‘하류 인생’에 안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로 일부러 그런 척을 했던 것”이라고 여유롭게 받아친다. 뮤지컬에 비해 영화는 흥행 성적이 썩 좋지 못했다고 하자 “10편의 영화에 출연해 3편 정도 성공시켰으니 3할 타자는 된다.”면서 “이번에 스포츠 영화의 (흥행)기록을 깼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받아넘겼다. 자신의 인생을 야구에 비유한 마지막 답변이 인상적이다. “중학교 때 뮤지컬을 본 게 1루를 밟은 것이라면, 2루는 예고에서 은사인 남경읍 선생님을 만난 겁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전’에 출연하면서 3루를 돌았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출연으로 마침내 홈에 들어왔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인격적으로 타락한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인생은 어떤 공이라도 쳐내야 하는 타자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장벽과 쟁애물을 허무는 과정이 아닐까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평화비 철거? 日 몰염치 철거하라”… 분노 더한 1001번째 수요시위

    “평화비 철거? 日 몰염치 철거하라”… 분노 더한 1001번째 수요시위

    “일본 정부는 평화비 철거를 요구하는 몰염치를 거둬라.” 2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1001회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정기적인 시위였지만, 피해 할머니들의 분노는 더 크게 울려퍼졌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최근 한·일 정상회담에서 지난 14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건립한 소녀 형상의 ‘위안부 평화비’를 철거하라며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기증한 ‘희망 승합차’를 타고 시위에 참여한 김복동(85)·길원옥(84)씨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영하의 추운 날씨 속, 내리는 눈을 맞으며 한목소리로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죄를 거듭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길 할머니가 주도해 “바위처럼 살아가 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라고 시작하는 노래 ‘바위처럼’을 함께 불렀다. 빨간 산타 모자를 쓴 피해 할머니들은 ‘산타 할머니’가 돼 시위 참가자들에게 선물을 나눠 주기도 했다. 정대협 직원들은 직접 만든 덧신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증정하기도 했다. 캐럴인 ‘창밖을 보라’를 ‘전쟁은 안돼’로 개사해 부르며 참혹한 전쟁의 기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성탄절을 앞둔 이날, 평화비의 머리에는 빨간 털모자가 씌워졌고, 목에는 두툼한 목도리가 둘렸다. 무릎에는 빨간 담요가 덮였고 시려 보이는 발에도 덧신이 신겨졌다. 곁에는 빨간 모자를 쓴 작은 눈사람 인형이 놓여 소녀의 외로움을 달랬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이웃 봉사’ 우리도 한 몫!] 고교생 16명 독거노인 쌀 배달

    고교생들이 홀몸 어르신들을 위해 일일 사랑의 쌀 배달부로 나섰다. 광진구는 건대부고 학생회 소속 16명의 학생들이 16일 지역내 독거노인들에게 쌀 10㎏들이 35포대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에게 전달될 사랑의 쌀은 지난 10월 건대부고 전교생들이 용돈을 아껴가며 십시일반으로 모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마련했다. 학생들을 인솔할 정양균 교사는 “구의2동 주민센터에 사회복지공무원이라곤 달랑 한명밖에 없어 일손 부족을 심각하게 겪는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쌀을 배달하기로 했다.”며 “거동 불편한 어르신들의 집을 찾아가 말벗도 돼 드리고 청소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갈수록 퇴색하기만 하는 효 사상을 일깨우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학생 16명은 2인 1조로 독거노인 35명에게 사랑의 쌀을 배달하게 된다. “기초수급자로 월 40만원을 지원받고 홀로 지하 단칸방에 살며 근근이 살아가는 할머니·할아버지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조금이나마 외로움을 잊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오승준 학생회 부회장은 밝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의 성금 170여만원 중 80만원을 이번 쌀 구입에 쓴다. 나머지는 자매부대와 어려운 복지단체에 기탁한다. 지난해에도 지역 독거노인을 위해 이웃돕기 성금을 모아 사랑의 쌀 42포대를 기증,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허온 구의2동장은 “공부하기도 바쁜 손자뻘 학생들에게 직접 쌀까지 받는다니 고마운 일”이라며 “어르신들의 따뜻한 겨울나기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씨줄날줄] 반(絆)/임태순 논설위원

    전쟁이나 재해 등 대형 사고를 겪고 나면 인간은 큰 충격을 받는다. 천안함 폭침사건을 겪은 장병들은 제대 이후에도 사고 당시의 참혹한 광경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거나 사고 당시를 연상시키는 물체를 보고 공포에 빠지기도 한다. 9·11테러 이후 뉴요커들 역시 한동안 비극적인 사건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뉴욕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항공기를 이용한 자살테러로 형체도 없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본 시민들은 넋을 잃었다. 테러 닷새 뒤 뉴욕타임스 기자 알렉스 쿠친스키는 ‘무표정을 벗어버린 뉴욕’이란 기사를 썼다. 길에서 서로 마주쳐도 상대를 무시하고, 지하철에서 멍하니 맞은편만 바라보던 뉴욕 시민들이 충격적인 사건에서 살아난 이후 관계를 형성하고 아픔을 공감하기 위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시선을 교환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생존한 것에 대해 안도감을 느끼며 서로를 위로하면서 연대감, 공동체 의식을 가졌다는 것이다. 물론 뉴욕 시민들은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다시 예전의 무표정한 얼굴로 되돌아갔다. 현대인들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고독해지고 있다. 전통사회는 가족, 마을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고 모내기, 추수 등 서로 힘을 합쳐야 하기 때문에 외로움이라는 말이 스며들 틈이 없었다. 그러나 도시인들은 칸막이가 쳐지고 원자화되면서 고독, 소외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얼마 전 서울시 통계를 보면 1인 가구가 24.4%로 가장 많을 정도로 가족 해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무연사(無緣死)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독신자들이 늘면서 아무런 연고 없이 혼자 죽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연사로 장례문화가 간소화돼 장례비용이 최근 10년 동안 3분의2가량 감소하고, 도쿄의 경우 장례식 없이 바로 화장하는 직장(直葬)의 비율이 지난해 30%에 이르렀을 정도다. 일본에서 올해를 상징하는 한자로 ‘반’(絆)자가 선정됐다고 한다. 일본어로 ‘기즈나’로 읽는 이 한자는 사람 사이의 정과 유대를 뜻한다. 올해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 등 대형 재해를 겪으면서 충격을 받은 일본인들이 가족과 동료 사이의 정을 중요하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고통을 나누고 위로해 주며 보듬어 주면 큰 힘이 된다. 굳이 큰일을 겪지 않았더라도 주위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한 해를 마무리하면 세밑이 더욱 훈훈하고 따뜻해지지 않을까.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9일 TV 하이라이트]

    ●7인의 신부(KBS1 밤 1시) 1850년경 오리건의 어느 큰 목장에는 아담을 비롯한 일곱 명의 형제들이 살고 있다. 외로움에 지친 아담은 읍내로 나가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밀리에게 구혼한다. 아담의 아내가 되기로 한 밀리는 아담과 함께 목장에 오게 된다. 하지만 밀리는 아담의 형제들이 꾀죄죄하고 예절이 없고 촌스럽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고 만다. ●VJ 특공대(KBS2 밤 9시 55분) 연말과 연초 매출이 1년 매출의 40%를 차지한다는 숙취음료. 송년회 대목을 맞아 쉴 새 없이 공장을 가동함과 동시에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한 업체에서는 안전귀가 캠페인의 일환으로 리무진 서비스를 준비함은 물론, 이벤트에 당첨된 고객이 부르기만 하면 달려가 리무진으로 특급 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데…. ●우리 아이 뇌를 깨우는 101가지 비밀(MBC 오후 4시) 아이가 공부할 때 음악을 듣는다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버럭 화를 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음악을 들으면 기억력이 좋아져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음악’과 ‘뇌’사이에 숨겨진 놀랍도록 똑똑한 비밀을 공개한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음악으로 똑똑해지는 비법까지 만나 본다. ●더 뮤지컬(SBS 밤 9시 55분) 어머니가 아픈 모습을 감추기 위해 사라진 것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은비의 질문에 유진(박기웅)은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부모님이 대구로 내려온 이유를 알게 되어 분노하는 유진. 계속 힘들어하던 유진은 은비에게 같이 있어 달라고 요청하고, 그 모습을 우연히 라경과 재이가 목격하게 된다. ●세대여행(EBS 밤 10시 40분) 1990년대부터 10여년간 캠핑을 해온 캠핑 전문가 안재모씨. 두 아들의 자상한 아버지이자 성실한 가장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인공, 아버지와 여행을 떠나 보고 싶었던 고등학교 1학년생 맹현성군. 공부에 대한 걱정과 꿈에 대한 고민이 많다. ‘세대여행’에서는 처음 만나는 두 사람과 함께 경기 여주로 동계 캠핑여행을 떠나 본다. ●건강 버라이어티 올리브(OBS 밤 11시 10분) 퀴즈를 통해 건강한 삶의 비법을 공개한다. 명의들이 직접 출연하여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되는 운동과 음식 등을 알아보는 건강버라이어티 ‘올리브’. 이번 주는 김학래와 김한국이 출연하여 50대에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인 ‘대사증후군’에 대해 알아본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합병증 및 치료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본다.
  • 손예진 ‘오싹한 연애’로 컴백…그녀, 인생을 말하다

    손예진 ‘오싹한 연애’로 컴백…그녀, 인생을 말하다

    낯가림이 심했다. 새로운 일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도 컸다. 대중 앞에 모든 것이 까발려지는 배우란 직업을 하기에 적합한 천성은 아니다. 그런데 중학교 때였나. 말로는 표현 못 할 기운을 느꼈다. 어린 나이였지만 평범한 직장생활 하면서 살 팔자는 아니란 걸 직감했다. 소녀는 배우를 꿈꿨다. 열일곱 살에 화장품 모델로 데뷔했다. 열아홉 살에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2002년 영화 ‘취화선’ 조연으로 충무로로 영역을 넓혔다. 두 번째 영화 ‘연애소설’부터는 줄곧 주연만 했다. 배우라면 한 보따리씩 가진 무명 시절 고생담과는 거리가 멀었다. “밖에서 보는 것처럼 운이 좋았을지도 몰라요. 다들 니가 무슨 슬럼프가 있었느냐고 해요. 그런데 십몇 년 동안 끊임없이 복기하고 자책하고 후회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항상 도돌이표 같은 고민을 해요.” # 상대역 캐스팅 안 됐지만 시나리오만 믿고 로맨틱 코미디 ‘오싹한 연애’로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손예진(29)을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새달 1일 개봉하는 ‘오싹한 연애’는 로맨틱 코미디란 ‘도’에 호러란 ‘토핑’을 얹은 독특한 영화다. 기를 쓰고 쫓아다니는 귀신 때문에 연애는커녕 가족·친구로부터 버림받은 여자 여리(손예진)가 마술사 조구(이민기)를 만나 벌이는 달콤살벌 연애담을 다뤘다. 영화는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 이후 2년 만이다. 데뷔 이후 한해도 영화를 거르지 않은 점에 비춰 의외의 행보. 손예진은 “드라마 ‘개인의 취향’을 하고 나서 (강제규 감독의) 영화 ‘마이웨이’를 하기로 했었는데 시나리오가 바뀌면서 아예 빠졌다. 그 무렵 ‘오싹한 연애’를 받았는데 묘하게 새롭고 재밌었다.”면서 “내가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의 좋은 작품들을 했다고 자부하는데 좀 더 업그레이드된 걸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인감독, 게다가 상대배우 캐스팅도 안 된 상태에서 시나리오만 보고 결정했다. 전작 ‘개인의 취향’에서 5세 연하인 이민호에 이어 3세 연하인 이민기와 커플연기를 했다. 영화를 끌고나가는 건 오롯이 그녀의 몫. 손예진은 “그동안 (최민식·배용준·김주혁·김명민·한석규·정우성 등)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추다 영화에선 처음으로 후배와 찍었다. 관객 입장에선 검증이 안 된 신인감독이니까 책임감이 더 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영화에선 처음으로 후배와 호흡 맞춰가며 그래서일까. 언론 시사 전날 1시간밖에 잠을 못 이뤘다. “하하하, 늘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시사회에 가요. 발가벗겨진 채로 도마 위에 놓인 느낌 같다고나 할까요. 기자 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옷이 입혀질 수도 있고, 계속 발가벗겨진 채로 있을 수도 있는 거죠. 다행히 웃을 대목과 무서워할 대목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 나온 것 같아요.” 손예진에겐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작업의 정석’ ‘아내가 결혼했다’ 같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물을 만난 고기처럼 청순미와 섹시한 매력을 발산했기 때문. 물론 그녀가 과감한 연기변신을 시도했던 ‘외출’ ‘무방비도시’ ‘백야행’ 같은 영화의 흥행성적이 좋지 못했던 탓도 있다. “로맨틱 코미디는 두세 작품밖에 안 했는데 그 인상이 강하게 남았나 봐요(웃음). ‘외출’은 치정극도 아니고, 허진호 감독님 특유의 미묘한 감정선이 중요한 영화잖아요. ‘무방비도시’는 손익분기점은 넘었고. ‘백야행’은 워낙 특별하고, 뒤틀린 사랑 얘기여서…. 처음부터 대박과는 거리가 먼 걸 알았지만 선택한 거죠.” 곧 말을 이었다. “내가 새롭고 즐겁지 않으면 관객들이 재밌을 수 없잖아요. 변신을 위해 억지로 꿰맞춘 옷을 입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나를 감싼 껍질을 끊임없이 깨뜨리고 싶어요. 장르적으로는 똑같은 멜로, 똑같은 로맨틱 코미디라고 해도 그 안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야죠.” 손예진은 “두 번의 슬럼프가 있었다.”고도 했다. 2003년 드라마 ‘여름향기’를 끝낸 직후와 2008년 드라마 ‘스포트라이트’를 찍을 때였다. 두 번 모두 쉬어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작품 욕심에 일을 강행했던 게 패착. 정신적·육체적으로 패닉상태에 이르렀지만, 이겨냈다. # 나를 감싼 껍질을 깨뜨리고 싶었답니다 “결국 시간이 약인 것 같아요. 힘들긴 하지만 고민하는 시간은 나에게 주어진 몫인 거죠. 그런데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여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만큼 ‘연기관’도 달라졌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평생 연기만 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란 회의가 문득 들어요. 뭘 할까 고민하다 음악을 좀 배워 볼까란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이걸 배워서 음악영화에 출연할 때 써먹으면 좋겠구나란 생각으로 연결돼요(웃음). 이 세상에 사는 이상 연기를 하지 않는 나는 재미없을 것 같아요.” 그녀는 또한 “연기를 할 때 철저하게 외롭지만 그 외로움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자연인 손예진으로 돌아올 때 느끼는 허탈함은 컨트롤이 안 된다. 나를 알아가는 즐거움과 고통, 욕망, 그 모든 것이 연기의 매력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혼녀(‘연애시대’), 소매치기(‘무방비도시’), 기자(‘스포트라이트’), 팜므파탈(‘백야행’) 등 폭넓은 스펙트럼의 역할을 소화한 그녀가 도전하고 싶은 역할은 무엇일까. 그녀는 “30대에는 진한 여자들의 우정, 여성 캐릭터의 깊이를 더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델마와 루이스’나 ‘밴디트’ ‘몬스터’ 같은 영화에 끌린다.”고 털어놓았다. # 변신하려고 억지로 꿰맞춘 옷은 싫으니까요 조만간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우리 앞에 나타날 모습이 기대된다. 물론 피 흘리고, 재투성이가 된 손예진을 먼저 만나게 된다. 그녀는 요즘 생애 첫 번째 블록버스터 재난영화 ‘타워’현장에서 설경구, 김상경 등과 함께 재투성이에 피범벅으로 촬영 중이다. 배우 손예진의 껍질깨기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나는 18년간 성노예로 살았습니다”

    “나는 18년간 성노예로 살았습니다”

    “무척 가슴이 아프다. 이 책을 쓰기가 얼마나 힘든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쯤에서 그만 멈추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때의 심리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 괴롭고 속이 뒤틀린다. 쓰면 쓸수록 더욱 힘들어진다. 하지만 계속 쓰고 싶기도 하다. 쓰지 않으면, 나를 유괴하고 강간한 범인을 계속 보호해 주는 꼴이 될 테니까.” ‘도둑맞은 인생’(제이시 두가드 지음, 이영아 옮김, 문학사상 펴냄)은 11살 때 납치되어 18년간 성 노예로 살다가 구출되어 세상을 경악시킨 한 여성이 직접 쓴 책이다. 두가드는 1991년 6월 10일 여느 때와 같은 월요일 아침 학교에 가다가 납치된다. 스턴 총(전기충격기)에 감전된 채 담요로 뒤덮여 낯선 집에 가게 된다. 어린 소녀를 납치한 남자는 스턴 총으로 해코지한 것도 모자라 옷을 벗기고 알몸으로 샤워를 시킨다. “나는 강간당했던 바로 그곳에서 계속 지내야 했다. 그땐 그게 뭔지도 몰랐다. ‘강간’이란 단어가 있는지도 몰랐으니까. 지금은 그 순진한 어린 소녀가 지독히도 가엾다. 그 소녀는 아직도 나의 일부이며, 때때로 밖으로 튀어나와 또 한 번 나를 움츠러들게 하고 무력하게 만든다. 강간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는 것밖에는 모른다. 그 일이 벌이질 때마다 나는 그가 끝낼 때까지 마음속으로 ‘달아나는 법’을 배웠다.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지어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 시절에는 공상의 세계로 달아나기가 쉬웠다. 원래부터 워낙 몽상가였던 나는 딴생각을 많이 하는 아이였다. 시간 감각이 모호해졌고 그 덕분에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 2008년 8월, 29살이 되어서야 구출된 두가드는 그동안 14살에 첫딸, 17살 때 둘째 딸을 낳았다. 두가드를 성폭행하고 18년간 어린 소녀의 인생을 훔친 필립 가리도는 431년 형을, 납치에 동조한 그의 아내 낸시 가리도는 36년 형을 선고받았다. 두가드는 “필립을 증오하는 마음은 없다. 미워해서 좋을 것이 없다. 증오를 품고 사는 사람들은 원망하며 인생을 낭비하느라 좋은 것들을 전부 놓치고 만다. 지난 일은 돌이킬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두가드가 묘사하는 ‘달리기’는 끔찍하기 그지없다. ‘달리기’란 가리도가 마약을 흡입하고 며칠 동안 두가드를 성 노예로 학대한 일을 가리킨다. 심지어 가리도는 이 달리기 행위를 비디오로 촬영하기까지 했다. “‘달리기’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순간들이었다. ‘달리기’가 끝나도 좋았던 적은 없었다. 다음이 또 있으리라는 걸 알았으니까. 끝이 보이지 않았다.”고 담담히 이야기하는 두가드의 문장에는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배어 나온다. 초등학교 5학년까지밖에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두가드는 가리도의 인쇄 사업을 거의 도맡아 생활을 꾸리고, 학교를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학습자료를 만들어 공부시켰다. 감금 생활에서 풀려날 수 있었던 것은 버클리대 경찰관 덕분이었다. 유괴범, 강간범, 소아성애자에 마약중독자인 필립 가리도의 피해망상증은 날로 심해졌다. 이미 전과가 있었던 탓에 정기적으로 보호관찰관들이 가리도의 집을 방문하던 중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이들에 의해 18년간의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 두가드는 “실수일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의견을 밝혀 옳은 일을 했다.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해준 그들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도움을 준 경찰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감금에서 막 풀려났을 때 두가드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를 두려워했다. 심지어 납치범에게 성적 학대를 받으면서도 극도의 외로움 탓에 가리도로부터 위로를 받기도 한다. 이제 두가드는 두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도시락을 싸 주며 평범한 일상의 기쁨을 느끼고 있다. 물론 심리치료도 받고 있다. 책의 판매수익금은 두가드가 유괴와 학대로 고통받는 가족들의 치료를 위해 세운 ‘JAYC’(Just Ask Yourself to Care)재단에 기부된다. 악몽 같은 세월을 더듬어 나가는 두가드의 글에는 괴로워하는 어린 소녀와 당시의 세월을 돌아보며 그 소녀를 연민하고 상처를 치유해내는 어른이 함께 있다. 인간이 인간을 어쩌면 이렇게 잔인하게 다루었는지 새삼 울분이 치밀어 오르면서도 저자의 놀랄 만한 의지에 감탄하게 된다. 1만 45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길섶에서] 초코파이/이도운 논설위원

    1994년 초 시베리아에 갔다. 탈출한 북한 벌목공들을 취재했다. 춥고, 무섭고, 배고팠던 출장이었다. 작은 위안거리가 있었다. 초코파이. 현지에서 인기 좋다는 말을 듣고 잔뜩 사갔다. 우선 내가 먹었다. 영하 20도의 추위에 딱딱해진 초코파이를 씹으며 허기와 외로움을 달랬다. 취재의 윤활유 역할도 했다. 관공서나 시장에서 사람을 만날 때마다 하나씩 건네면 분위기가 좋아졌다. 받은 이들은 대부분은 먹지 않고 가방에 넣었다. 집에서 기다리는 어린 아들과 딸을 위한 선물이었다. 개성공단에서 초코파이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고 한다. 기업마다 간식으로 제공하는 초코파이 개수가 달라 북한 근로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단다. 그들에게 초코파이는 간식이 아니다. 밥이 부족한 아이들의 양식이고, 장마당에 내다 팔아야 할 수입원이기도 하다. 1999년 다시 시베리아를 방문했다. 마을 곳곳 상점마다 초코파이가 가득했다. 언젠가는 북한 주민들도 초코파이 정도는 마음놓고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숫자로 본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 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고객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은비(41)씨는 최근까지도 정기적으로 안부전화를 하면 쌀쌀맞게 대하기만 하는 할머니가 못내 아쉬웠다. 첫 전화 때는 “나는 아무것도, 아무도 필요 없으니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 할머니는 7남매를 뒀지만 명절 때조차 아무도 찾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어느 날부터는 통화를 하다 작별인사를 할라치면 “밥은 먹고 일하나. 언제가 전화하는 날이지?”라고 말하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김씨는 “여전히 차도할(차가운 도시의 할머니)로 불리는 할머니이지만 독거노인이 마음을 열 때면 고된 업무로 인한 중압감이 씻은 듯 사라진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을 시작한 지 어느덧 1주년을 한 달 앞둔 시점이다. 독거노인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하기 위해 ‘사랑의 전화’ 사업에 참여한 기관이 그 새 42곳으로 늘었다. 제일은행과 국민카드가 협약을 앞두고 있는 등 나눔에 동참하는 기업은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늘고 있다. 사랑의 전화는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기 어려운 노인의 고독사를 방지하고, 외로움을 달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연초부터 현재까지 나눔천사 1만 103명이 독거노인 1만 4667명에게 매주 2~3회씩 정기적으로 안부를 전하고 있다. 1대1 결연사업으로 추진돼 단순히 안부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인의 건강과 생활문제 등을 심층적으로 상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직접 만나 돕는 ‘마음 잇는 봉사’에는 2만 1243명의 봉사자가 참여했다. 독거노인 5만 1852명이 후원품을 받거나 설거지, 청소 등 생활에 도움을 받았다. 100만명에 달하는 전체 독거노인 수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규모이지만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복지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로 직접 전화를 걸어 자원봉사 신청을 하거나 지원을 연계해 달라는 요청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센터 설립 이래 현재까지 1만 39 34건의 연락이 이뤄졌다. 노인에게 직접 제도를 안내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센터에서 연락을 취한 사례는 9만 5253건에 달한다. 독거노인 사랑 잇기 사업으로 노인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 사랑의 전화를 받은 독거노인 1728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인의 고독감은 7개월 동안 4.4%가 감소했다. 고독감 정도는 사회복지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UCLA 고독감 척도’를 활용했다. 직접 방문은 제외하고 단순히 노인에게 전화를 한 것만 적용한 것이어서 의미는 컸다. 최진영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과장은 “단기간에 전화만으로도 노인의 고독감이 감소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라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열린세상] 대통령의 외로움과 퇴임사/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대통령의 외로움과 퇴임사/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대통령은 외롭다. 혼자 있는 시간은 거의 없지만 대통령직이라는 게 원래 외로운 자리다. 특히 임기 말이 다가오면 권력의 구심력은 떨어지고 청와대에 보따리를 싸는 사람도 많아진다. 대통령은 갈채와 환호 속에서 화려하게 등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판과 냉소에 시달리는 일이 잦아진다. 국정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여느 정치인이나 훈수꾼에 비길 바 아니지만 이를 알아주는 사람은 적다. 억울하지만 이는 대통령이 묵묵히 감수해야 할 몫이다. 그래서 대통령마다 현실정치의 인기보다 역사의 심판을 믿고 기대한다고 말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하여 국회를 찾았다. 우여곡절을 거쳐 성사된 국회 방문이었기에 대통령도 ‘빈손’으로 가지는 않았다. 야당이 독소조항으로 꼽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에 대하여 ‘선 비준동의안 처리 후 재협상’이라는 카드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에 명분을 주면서 교착상태에 봉착한 FTA 국면을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이미 숙제를 끝낸 오바마 대통령을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만나기 전에 이 대통령도 서둘러 숙제를 끝내고 싶었는지 모른다. 결국 숙제를 끝내지 못한 이 대통령이 출국에 앞서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본인의 진정성을 몰라주는 것에 대한 외로움의 고백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활발한 외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때로는 국제사회의 리더로, 때로는 글로벌 문제의 해결사로 활약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기회도 많다. 그러나 귀국길에만 오르면 사정은 달라진다. 재·보궐 선거를 통해 뼈아픈 민심 이반을 경험했다. 특히 2040 세대로부터 받은 낙제점에 청와대와 여당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쇄신파가 연판장을 돌리며 대통령에게 국정기조 전환과 국정 실패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대권 주자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권력지형도 바뀔 조짐이다. 여당 내의 갈등은 이미 파열음 수준을 넘었다. 분당 가능성이 수면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대통령의 외로운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징조다. “저는 제 인생 최대의 보람을 국민 여러분에게 봉사하고 민족과 국가의 운명을 열어가는 데 동참하는 것이라고 믿고, 저의 모든 것을 바쳐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많았습니다. 후회스러운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중략) …지난 5년 동안 저는 잠시도 쉴 새 없이 달려왔습니다. 이제 휴식이 필요합니다.” 2003년 김대중 대통령 퇴임사의 한 대목이다. 한마디로 임기 동안 열심히 봉사한 보람만큼이나 아쉬움과 후회도 많았지만 이제는 소시민으로 돌아가서 쉬고 싶다는 뜻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보슬비가 내리는 날 퇴임하면서 봉하마을로 직행했다. 환호하는 봉하 주민 앞에서 퇴임 소감을 한 마디로 ‘야! 기분 좋다’고 투박하게 표현했다. 임기 5년을 뒤돌아보며 가장 보람된 시간이 ‘대통령직을 마치고 고향에 내려와서 잘했다고 말해주는 사람들 앞에서 귀향 보고를 하는 이 순간’이라고 고백했다.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려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느끼는 보람과 아쉬움 그리고 안도감의 복합적인 감정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 1년이 가장 외롭고 아쉬운 기간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퇴임 소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사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아직 잔여임기를 고려하면, 대통령의 퇴임사를 떠올리는 것은 발칙한 상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퇴임사의 내용을 고민하며 국정에 임해야 한다. 국정 경험은 부족했지만 권력은 컸던 집권초기와는 달리 경험은 쌓이는데 오히려 추동력은 약해지는 권력의 역설도 직시해야만 한다. 사람이 작은 외로움을 느끼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려고 노력하지만 큰 외로움이 닥치면 오히려 마음의 문을 닫는다. 큰 외로움을 겪는 대통령은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역사로 남는다. 이 대통령이 퇴임사를 준비하며 큰 외로움을 피하고 이길 지혜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 “섬 떠날까 했는데 포격 뒤 맘바꿔…신도 수도 더 늘었죠”

    “섬 떠날까 했는데 포격 뒤 맘바꿔…신도 수도 더 늘었죠”

    “1년 동안 섬을 지키면서 절망도 고생도 참 많았습니다. 악몽을 딛고 새 희망을 찾는 주민들을 보니 가슴이 뿌듯합니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 연평장로교회 송중섭(45) 목사는 17일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교회 앞에 서서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섬 주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기도했던 송 목사에게 지난 1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북한군의 포탄이 쏟아진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24일. 교회에서 열린 수요 저녁 예배 시간에는 미처 섬을 탈출하지 못한 주민들이 속속 모였다. 피난길에 나서지 못한 주민 수십명의 두려움과 고립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송 목사는 주민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잠깐만 떠났다가 꼭 다시 돌아옵시다.” 다음 날 주민들을 이끌고 인천행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인천의 한 찜질방에 머물면서 주민들을 돌보다 열흘 만에 다시 섬으로 돌아왔다.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다시 찾은 마을은 ‘유령의 섬’이었다. “포격으로 예배당의 유리창이 깨져 도리 없이 비좁은 교육관으로 예배 장소를 옮겨야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섬에 남은 주민은 얼마 되지 않았다. 예배를 보러 오는 주민이 4~5명에 불과할 때도 있었다. 송 목사는 섬에 남은 주민과 뭍에서 온 자원봉사자, 복구 인력, 공무원 등에게 교회의 문을 열어주었다. 주민들의 외로움을 달래 주고 공포감을 덜어 주는 일은 송 목사의 몫이었다. 송 목사는 주민들에게 “마을 주민 모두가 무사한 건 기적입니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위로하고 격려했다. 그렇게 연평교회는 섬에 남은 주민들의 안식처로 자리 잡았다. 지난 2월 김포에 머물던 주민 800여명이 섬으로 돌아오면서 현재 연평교회를 찾는 주민은 70여명에 이른다. 포격 이전보다 더 늘었다. 송 목사는 “예전에는 안 보이던 분들도 교회를 찾는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포격 전에는 ‘자연에 감사하고 열심히 살자’는 말씀을 드렸으나 지금은 ‘포격이라는 시련을 겪었지만 두려움을 잊고 담대하게 살아가자’고 당부한다.”고 했다. 포격 사건은 송 목사의 목표도 바꿔 놓았다. 지난해 3월 연평교회에 부임한 송 목사는 때때로 섬을 떠날 고민을 하곤 했다. 그러나 포격 이후에는 은퇴할 때까지 섬에 남겠다고 결심했다. “연평도를 지키는 게 내게 주어진 소명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글 사진 연평도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열린세상] 추운 농어촌의 마을회관과 경로당/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열린세상] 추운 농어촌의 마을회관과 경로당/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입동(立冬)이 지났다. 겨울이 깊이를 더해가면서 예전에 보았던 영상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남한과 북한의 야경 사진이다. 인공위성에서 한반도를 찍은 그 사진에는 남한 대부분의 지역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던 반면, 북한 대부분의 지역은 불 꺼진 세상이었다. 그 그림을 생각하면서 우리의 도시와 농촌의 겨울 난방 온도를 영상으로 찍어보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도시에 비해 농어촌의 온도가 휠씬 낮게 나타날 것이다. 농어촌의 난방 사정이 도시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이다. 농어촌지역은 도시처럼 값싸고 질 높은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다. 예전처럼 산에 올라가 나무를 베어다 아궁이를 지필 수도 없다. 그렇다고 기름을 때서 겨울을 보내자니 월 30여만원의 기름값을 감당할 재간이 없다. 겨우 몸 하나 누일 수 있는 공간만큼의 전기장판에 의지해 난방을 하다 보니 방이나 거실의 상층부와 하층부의 온도차이가 크다. 상층부는 귀가 시릴 지경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시·군당 300~400개씩 6만여개의 마을이 있다. 겨울이 되면 대부분의 마을이 난방이 어려워지고 삶의 질도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1인 가구의 비율과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각각 30%를 웃돌고 있고, 전동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사람의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농어촌지역은 고령화로 인한 외로움과 거동의 불편함에 더해 난방의 애로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농어촌 주민들은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을 찾고 있다. 난방이 되는 공간에서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끼니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잠도 잔다. 그야말로 겨울이 되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은 주민들이 집단생활을 하는 공동 공간의 역할을 하게 되며, 추위를 막아주는 ‘피한처’(避寒處)이자 외로움을 달래주는 상호 간의 ‘의지처’(依支處)가 된다. 여기에 일조하고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 재원을 지원하고 있다. 마을 규모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마을당 150만원 정도의 난방비가 지원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지자체 부담이 78%, 국비가 22%를 차지하고 있다. 국비에 견주어 지자체의 재원 부담이 과다한 측면을 떠나, 재정자립도가 떨어지고 살림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대부분의 지자체 입장에서는 마음만큼 지원을 해줄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추운 농어촌’의 겨울을 위해서는 난방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 태양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주택의 보수 및 개량에 더해 보다 근본적으로는 도시가스 공급이나, 일본·프랑스처럼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에 대비하여 면 소재지 등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농어촌의 정주공간을 재편하는 이른바 ‘집락재편’(集落再編)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당장에 닥친 추위와 고령자 등 주민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의 보다 많은 역할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가 녹색성장 차원에서 2020년까지 추진하기로 한 ‘그린홈 100만호 시책’을 이들 공간에 적용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다. 태양열이나 태양광 관련 시설을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 설치하여 난방문제를 해결하고, 지자체나 정부의 재정 부담을 저감시킬 수 있는 ‘에너지 자립공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24시간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을 활용할 수 있는 여력도 생긴다. 여기에 더해, 장애자가 많은 주민 편의시설의 정비도 필요하다. 전동차를 타고 오는 주민의 눈높이에 맞는 충전장치의 설치도 시급하다. 가정은 물론 마을회관, 경로당에서도 젊은 사람의 손을 빌려 충전을 해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고령자, 장애자 주민을 위해 현관 계단도 없애고, 램프도 설치해야 한다. 문턱도 없애거나 낮추고, 화장실도 내실에 두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이래저래 ‘추운 농촌’을 위해 작지만 가장 요긴한 지역 개발 전략은 공동생활 공간인 마을회관이나 양로원의 기능을 지역주민의 처지와 필요에 맞게 보다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독거노인 사랑잇기] 푸르미 떴다… 나홀로 생일상 끝!

    [독거노인 사랑잇기] 푸르미 떴다… 나홀로 생일상 끝!

    지난 8일 낮 12시 충북 영동군 상촌면 유곡리 마을회관이 시끌벅적했다. 고소한 기름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박수와 함께 할머니들의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영동지역 주부들로 구성된 푸르미봉사단(회장 허청·63)이 이날 생일을 맞은 박금례(85) 할머니를 위해 성대한 생일잔치를 열었기 때문이다. 케이크에다 미역국, 조기, 떡, 갈비, 과일, 잡채, 술 등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다 모였다. 잔치에 초대된 마을 주민 60여명은 혼자 사는 박 할머니의 여든다섯 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덕담을 건넸다. 푸짐한 식사가 끝나자 봉사단원들은 박 할머니에게 따뜻한 털스웨터를 선물하고, 노래와 춤으로 흥겨운 뒤풀이자리를 마련, 박 할머니의 외로움을 달랬다. 박 할머니는 “이웃과 변변하게 식사 한 번 못했는데, 모처럼 푸짐한 생일상을 받고 이웃까지 대접해 기쁘다.”면서 눈물까지 흘렸다. 이날 잔치는 8년 전부터 독거 노인을 찾아다니면서 생일잔치를 베푸는 푸르미봉사단이 올해 열번 째 마련한 자리다. 2003년 ‘불우이웃과 더불어 푸르고 아름답게 살자’는 취지로 주부 20명이 결성한 푸르미봉사단은 혼자이거나 자녀가 있어도 부양받지 못하는 홀몸 노인을 찾아 생일상을 차려주면서 자식 노릇을 대신하고 있다. 시작은 조촐했지만 2004년부터 영동군이 연간 360만원의 음식 재료비를 지원하면서부터 동네잔치로 확대됐다. 최근엔 읍·면사무소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노인 1명씩을 추천받는 방식으로 11개 읍·면을 돌면서 1년에 열한 차례 생일상을 대접한다. 허 회장은 “가족의 따뜻한 정이 그리운 어르신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면서 “아직도 농촌마을에는 생일조차 잊고 사는 불우노인이 적지않아 생일상 차리기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푸르미봉사단은 15일에는 양산면 송호리 손익재(71) 할아버지의 생일상을 차릴 예정이다. 영동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원로배우 김추련씨 목매 숨져

    원로배우 김추련씨 목매 숨져

    1970년대 활동했던 원로 영화배우 김추련(64)씨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남 김해 중부경찰서는 김씨가 8일 오전 11시 45분쯤 김해시 내동의 한 원룸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같은 교회에 다니는 교인 강모(50)씨가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씨의 방에서는 “외로움과 어려움을 견디기 힘들다. 팬들과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가 우울증을 앓아왔으며, 전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김씨는 ‘빗속의 연인들’ ‘야시’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 약 5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독거노인 사랑잇기] (3부) 독거노인 복지제도 (8) 대한생명 ‘사랑의 콜센터’서 본 그분들은…

    [독거노인 사랑잇기] (3부) 독거노인 복지제도 (8) 대한생명 ‘사랑의 콜센터’서 본 그분들은…

    대한생명 서울콜센터에서 7년째 상담사로 근무 중인 박수진(31·여)씨는 지난해 출산을 한 뒤 한때 우울증을 겪었다. 삶이 공허하다고만 느꼈던 박씨가 행복을 되찾게 된 것은 병원이나 약 때문이 아니었다. 4개월 전 인연을 맺은 독거노인 김영자(68·여)씨와의 통화가 그녀에게 삶의 활력소를 제공했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나 좋은 소식 있어. 우리 집 TV가 잘 안 나왔는데, 오늘 정부에서 디지털 TV로 바꿔준대. 빨리 와서 달아줬으면 좋겠어.” 박씨와 김씨의 인연은 대한생명이 지난 7월 보건복지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독거노인 사랑잇기’ 캠페인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대한생명의 콜센터 상담사 150명이 서울과 부산의 독거노인 300명에게 매주 1~2회씩 ‘사랑의 전화’를 걸고 있다. ●5개월째 전국 300명에게 ‘안부콜’ 전화를 걸고 받는 게 직업인 박씨지만 외롭고 지쳐 있을 것 같은 독거노인에게 처음 전화를 할 때는 긴장되고 부담스러웠다. 박씨가 어렵게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네자, 김씨는 젊은 나이에 했던 이혼, 자녀의 죽음, 감당하기 어려웠던 큰 수술, 홀로 된 외로움까지 굴곡진 지난 세월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눈시울을 붉히지 않고는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아픔들이었지만,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다는 기쁨이 구구절절한 사연을 털어놓게 했다. 박씨는 가슴 저미는 아픔을 갖고 있음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김씨를 보며 소소한 행복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한다. 독거노인에게 거는 사랑의 전화가 김씨뿐 아니라 박씨에게도 삶의 활력소를 불어넣은 것이다. 박씨는 “어르신을 통해 오히려 내가 부자가 된 것 같다.”며 1주일에 2번 하는 김씨와의 통화를 손꼽아 기다린다. 부산콜센터 상담사 김남희(27·여)씨는 회사의 독거노인 사랑잇기 자원봉사 모집공고를 보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실천할 방법을 몰라 차일파일 미뤘기 때문이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전화기를 들었던 김씨. 하지만 윤춘자(가명·70·여)씨는 반갑고 밝은 목소리로 김씨를 맞았다. 지난 7월 25일 늦은 밤 김씨의 휴대전화에 독거노인지원센터가 보낸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전송됐다. 윤씨가 당뇨 악화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것이다. 크게 놀란 김씨는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윤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던 윤씨는 휠체어를 타고 매일 보건소에서 당뇨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상태가 악화됐던 것이다. 윤씨는 그러나 “나 이제 괜찮아. 아직은 건강해.”라며 오히려 걱정하는 김씨를 다독였다. “할머니는 상대방에게 힘을 주시는 분이에요. 홀로 힘든 치료를 이겨내면서도 내색 한 번 안 하는 ‘미소 천사’예요. 독거노인 사랑잇기 전화가 꼭 필요한 소통창구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서울콜센터 상담사 김미정(38·여)씨는 언젠가부터 TV나 신문에서 건강 정보가 나오면 귀를 기울이는 습관이 생겼다. 독거노인 신동화(73·여)씨와 사랑잇기 전화를 통해 인연을 맺고 난 후부터다. 신씨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마을회관 문을 열고 청소를 하고 있다. 김씨는 이런 신씨를 ‘에너자이저’라고 소개했다. 김씨는 신씨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청소를 하는 게 안쓰럽기만 하다. 여름철 몸 관리 법, 감기를 이기는 방법, 예방주사 접종 후 주의해야 할 점 등 건강 정보를 틈틈이 메모한 뒤, 1주일에 2차례 신씨와 통화할 때 전달한다. ●상담사들 “되레 얻는 게 더 많죠” 그런 김씨 때문일까. 신씨는 일이 전혀 고되지 않다고 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내가 마을회관 문을 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인데, 내가 할 수 있으면 더 좋지.” “할머니, 늘 지금처럼 활기차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의 웃는 모습 오래 뵐 수 있도록 제가 할머니의 ‘건강 지킴이’가 될게요.”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신씨를 보며 김씨가 하는 맹세다. 콜센터 상담사들은 각종 문의부터 불만까지 1인당 하루 90여통의 전화를 쉴새 없이 받는다. 고객과 맞닿아 있는 업무인 만큼 친절해야 하지만, 그들도 종종 속상하고 화나기는 마찬가지다. 때문에 그들을 ‘감성 노동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독거노인과의 통화가 상담사들에게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서 접했던 독거노인들은 외롭고 고된 생활로 우울한 삶을 사는 것 같았지만, 전화로 만나 보니 밝고 활기찬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부산콜센터 상담사 윤경화(32·여)씨는 여든여덟의 나이에도 늘 힘찬 목소리로 자신을 맞아주는 최영갑씨를 ‘비타민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대한생명은 이 밖에 2007년 보험업계 최초로 직원이 고객의 가정과 회사 등을 방문해 보험상담업무를 도와주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보험계약 상담부터 사고보험금접수, 계약내용변경 등 회사를 직접 방문해야 처리가 가능했던 업무를 대한생명 설계사(FP)가 직접 찾아가 해결해 주고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하거나 나이 많은 노인, 장애가 있는 고객들은 보험업무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시행 후 지금까지 32만여명(연평균 8만여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60대 이상 ARS 없이 직접 상담도 대한생명은 60세 이상 노인이 콜센터에 전화할 경우 복잡하고 딱딱한 ARS 기계음을 거치지 않고, 바로 상담사와 통화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사랑잇기 전화 봉사를 하는 150명의 상담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저희가 어르신들께 도움을 드리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아요. 독거노인 사랑잇기 활동을 통해 부모님께도 더 잘하게 됐어요.”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내가 울면서 쓰지 않은 시 남들도 울며 읽지 않아요”

    5년 전쯤 따뜻한 봄날의 일이다. 시인 도종환(57)과 충북 보은에서 만난 적이 있다. 건강이 좋지 않아 한적한 황토 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그는 암탉 한 마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기특하게도 암탉은 현관문 신발장이 있는 곳에 거의 매일 알을 낳는다. 도씨에게는 그런 암탉이 유일한 벗이자 시를 쓰는 마음의 상대였다. 이어 상사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가 대화를 한다. 혼자 살지만 결코 외롭지 않을 만큼 여러 벗을 두었다. 그렇게 시인은 절해고도 같은 곳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었다. ●내 문학의 시작은 “가난·절망·눈물…” 그는 화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다 시인이 됐다. 부드러우면서 곧은 시인으로 말이다. 그가 이번에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한겨레 출판 펴냄)를 출간했다. 이 책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쳤던 날들, 교육 운동을 하다 감옥에 간 이야기, ‘접시꽃 당신’으로 가족과 함께 상처받고 힘들었던 시절, 아파서 숲에 들어가 혼자 보내야 했던 시간들의 이야기까지 절절하게 담았다. 시인의 오랜 지기인 판화가 이철수의 채색 그림이 시를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여기서 작가의 말을 잠시 들어보자. “가난과 외로움과 좌절과 절망과 방황과 소외와 고난과 눈물과 고통과 두려움으로부터 내 문학은 시작됐고 그것들과 함께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것들이 없었다면 나는 시인이 되지 못했을 겁니다.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 많은 아픔의 시간을, 거기서 우러난 문학을, 나의 삶, 나의 시를…. 결혼한 지 채 몇 년이 되지 않아 아내가 암에 걸려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고 말았습니다. 울면서 시를 썼습니다. 그리고 내가 울면서 쓰지 않은 시는 남들도 울면서 읽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살면서 수많은 벽을 만났습니다. 어떤 벽도 나보다 강하지 않은 벽은 없었습니다.” 1만 5000원. ●제13회 백석문학상 수상 겹경사 4일 낭보도 날아들었다. 창비가 주는 제13회 백석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 수상작은 시집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로, 상금은 1000만원이다. 심사위원단은 “이순에 가까운 시인이 발견한 의외로운 시적 경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운명 혹은 ‘다른 시간’의 겸허한 수락”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경기북부청 ‘외로운 죽음’ 예방 팔 걷었다

    경기북부청 ‘외로운 죽음’ 예방 팔 걷었다

    경기북부청이 자원봉사자인 새마을부녀회원들을 활용, 혼자 살고 있는 노인들을 돌보는 ‘생활밀착형 홀몸 노인 돌봄’ 사업을 11월 한 달 간 시범 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 이는 정서적 고립감과 우울감이 상대적으로 높아 ‘고독사’에 노출된 노인들에 대한 지원이 정부에서 시행하는 돌봄 서비스 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경기지역의 경우 노인 자살이 지난해 899명으로 전국 4위를 기록해 우려를 낳고 있다. 고독사 예방을 위해 경기북부청은 지난달 새마을부녀회원과 읍·면·동장을 대상으로 12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개최, 사업내용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돌봄 활동을 희망하는 자원봉사 새마을부녀회원 1300여명을 선정하기도 했다. 선정된 새마을부녀회원들은 1대1로 홀몸노인과 자매결연을 맺고, 경기북부 64개 읍·면·동에서 밑반찬과 생활필수품 등을 홀몸노인에게 지원하게 된다. 새마을부녀회원들은 또 수시로 홀몸 노인의 가정을 방문하고 안부전화로 안전을 확인하며, 방문 시 파악된 필요서비스를 지원하는 노인돌보미 역할까지 수행하게 된다. 더불어 일부 시·군에서는 우유나 요구르트 배달 등의 방법을 이용해 수시로 홀몸 노인들의 안전을 확인할 계획이다. 홀몸 노인 방문 때 파악된 필요 서비스에 대해서는 해당 읍·면·동에 곧장 통보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특정 예산을 배정받아 하는 정부정책과 달리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예산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특징도 지녔다. 경기북부청은 인건비 등 불필요한 예산 없이 약 3000만원이면 시범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남양주, 포천, 양주, 동두천, 가평, 연천 등 6개 시·군 홀몸 노인을 대상으로 한다. 노인 3400여명이 혜택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북부청은 사업평가 결과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민간기업의 사회공헌사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고순자 복지여성실장은 “이번 사업으로 추운 겨울 혼자 사는 노인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길 바란다.”며 “고령사회에 대비한 주민 참여형 노인복지 모델로 정착될 수 있도록 자원봉사단체와 민간기업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노인 자원봉사 대축제’ 참석 박원순 시장의 노인복지정책은…

    ‘노인 자원봉사 대축제’ 참석 박원순 시장의 노인복지정책은…

    3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전국노인자원 봉사대축제 개막식에서 “복지 시장이 되겠다고 약속한 만큼 어르신들이 존중되는 복지정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자살노인 많아… 소통하는 정책 역점” 박 시장이 그만큼 노인복지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는 “외로움으로 자살하는 노인이 많고 세대 간 갈등을 겪고 있는 만큼 세대 간 소통과 나눔이 이뤄질 수 있는 복지정책에 역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노인복지 분야에서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다.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소규모 밀착형 복지 서비스 강화, 자치구별 1개 이상 노인요양시설 설립, 요양 여가시설 서비스 확충, 노인돌봄서비스 확대 등 실현 가능한 공약들을 내세워 지지를 이끌어 냈다. 대부분 서울시 계획과 어긋나지 않아 별 무리 없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올해 노인복지예산은 7326억원이다. 노인복지정책과 이동복 팀장은 “매년 복지예산이 늘면 늘었지 줄지 않는 추세를 보더라도 내년 역시 올해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자 중심의 재무관리, 경력관리, 노후관리 등을 하게 될 행복설계 아카데미 운영도 내년부터 당장 시행에 들어갈 수 있는 사업”이라며 “다만 긴축재정으로 인해 신규사업을 펼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는 올해 공공분야 3만 5000명, 민간분야 1만 1000명의 노인 일자리 창출에 나섰는가 하면 독거노인에게 공공 일자리 20%를 할당하는 등 2014년까지 1만 3000개의 일자리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노인여가복지시설 수요 충족률이 56.7%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해 2016년까지 소규모 노인복지센터를 중심으로 노인여가복지시설을 54곳에서 105곳으로 늘리는 계획도 박 시장의 매년 10% 노인복지시설 확충 공약과 맞물린다. 그러나 박 시장의 공약들은 연도별 계획이나 재원마련 등의 구체적인 추진계획이 빠져 있어 오세훈 전 시장의 사업과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임 시장 사업들과 상충될 수도 시는 이미 주거환경개선사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달부터 5500명의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전등 점·소등 리모컨 지원과 높이 낮춤 싱크대 개조 사업이 2014년까지 2만 7500명에게 지원된다. 가사·간병지원, 안심폰 등 일상생활 지원 대상도 2014년까지 4만 9000명으로 확대하며 노인치매치료센터인 데어케어센터도 현재 255곳에서 2014년까지 300곳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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