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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상우 “흩어진 여성 팬들 다시 모아야죠”

    권상우 “흩어진 여성 팬들 다시 모아야죠”

    권상우(35)가 달라졌다. 어눌한 말투, 흐릿한 눈빛. 곽경택 감독의 신작 ‘통증’에서 보여 주는 그의 모습은 기존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남자 남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지난달 29일 만난 권상우는 어느 때보다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개봉 날이 다가오니 떨리긴 하지만 현장에서 재미있게 촬영한 분위기 그대로 영화가 나온 것 같아요. 아름답게 만나서 헤어지는 멜로가 아니라 다소 투박하지만 가진 것 없고 약한 젊은 남녀의 가슴 뭉클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연기한 캐릭터로 끝까지 영화를 끌어가고 감정선이 많이 드러나 좋았어요.” 그가 맡은 남순은 어린 시절 자동차 사고로 가족을 잃은 뒤 죄책감과 후유증으로 모든 감각을 잃고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다. 권상우는 이 작품에서 자해를 해 채무자들을 위협한 뒤 돈을 타내는 일로 먹고사는 남순의 거칠고 투박한 삶을 꾸미지 않고 현실적으로 그려 냈다. “남순은 가족을 떠나 보낸 충격으로 모든 감정이 청소년기에서 정체돼 있습니다. 그래서 말을 시작할 때 더듬거리거나 자신 없는 눈빛, 구부정한 자세 등으로 인물의 심리를 표현했어요. 머리를 감지 않고 눌린 채로 촬영장에 가거나 세수를 안 한 적도 많아요. 덕분에 현장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었죠(웃음).” 시나리오를 읽고 남순을 조용히 안아주고 싶었다는 권상우. 그는 사랑의 꽃을 피우지도 못한 남순이 한없이 불쌍해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홀어머니가 일 하러 나간 뒤 느꼈던 외로움과 불안함을 떠올리며 홀로 남은 남순의 슬픔과 외로움에 감정을 이입시켰다. 극 중 남순은 얻어맞는 일로 먹고산다. 평소 액션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권상우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늘씬하게 많이 맞는다. ●“변신 매력적… 대표작 됐으면” “맨 얼굴로 정말 많이 맞았어요. 30초 넘게 맞는 장면을 10번씩 찍기도 했으니까요. 실제로는 더 맞았는데 많이 편집됐더라고요(웃음).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어요. 작품도 욕심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대역은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땀 흘리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부족한 점을 (몸을 던지는 모습으로) 메우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요.” 적어도 이 작품에서만큼은 그는 외적인 욕심을 많이 내려놓았다.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친구’의 장동건, ‘똥개’의 정우성, ‘사랑’의 주진모 등 많은 미남 배우들이 곽 감독의 영화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제가 봐도 좀 이상하게 나온 장면이 많아요. (영화 흐름상) 멋있게 나올 필요도 없었고요. 그렇다고 제가 미남이라는 얘긴 아닙니다(웃음). 드라마는 어느 정도 기본값을 해야 하지만 영화는 변신의 폭이 커서 더 재밌어요. 언제까지 대표작으로 ‘말죽거리 잔혹사’나 ‘동갑내기 과외하기’만 내세울 순 없잖아요. 이번 작품이 저의 대표적인 영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챔피언’ ‘태풍’ 등 투박하고 거친 남성 영화를 선보인 곽 감독은 멜로에서도 그런 감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남순과 동현(정려원)의 사랑은 서툴지만 가볍지 않은 진정성이 느껴진다. 혈우병에 걸린 동현은 통증에 무감각한 남순과 달리 작은 통증에도 치명적인 여자다. “서로 정반대의 상황에 처한 남녀가 엉뚱하게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비극으로 치닫게 되죠. 투박하지만 순정이 있고, 세련되진 않지만 예쁜 사랑 이야기입니다. 첫사랑의 느낌이 강해요. 첫사랑 때는 아무런 계산을 안 하잖아요. 자신을 희생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사랑, 그래서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권상우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보기 힘든 사랑 이야기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면서 “(손태영과의) 결혼으로 흩어진 여성 팬을 다시 모으고 싶다.”며 웃었다. 이쯤 되니 실생활에서의 사랑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평소 결혼을 일찍 하고 싶다고 말하던 그는 2008년 동료 배우 손태영과 결혼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두살배기 아들 룩희가 있다. ●“호기심 유발하는 배우 되고파” “아내나 저나 결혼했다고 무덤덤해지는 건 싫어해요. 여전히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영화처럼 순정도 있어요. 일적인 부분은 서로 존중하고 크게 간섭하지 않아요. 그래도 이번 영화에 키스신과 베드신이 있다는 말은 차마 못 하겠더라고요(웃음). 좋은 작품을 한 것으로 위안을 삼았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 권상우의 삶은 영화만큼 극적이다. 각종 루머에 시달린 적도 있고 지난해에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연기 인생 최대 위기를 겪기도 했다. 자숙 뒤 드라마 ‘대물’에서 하도야 검사 역을 열연하면서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 일을 생각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참 다사다난했네요. 권상우, 쉽게 죽진 않았어요(웃음).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두번 이상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두루두루 여러 연령대에서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더 부지런히 연기해야죠.” 당분간 권상우의 눈은 해외에 맞춰져 있다. 월드 스타 청룽과 함께 액션물 ‘12 차이니스 조디악 헤즈’를 촬영 중이다. 연말에는 장바이즈와 찍은 멜로 영화 ‘리핏, 사랑해’가 중국에서 개봉된다. 내년에는 미국 할리우드 진출이 예정돼 있다. “명절 때 극장에서 만나던 청룽과 함께 작업하다니, 지금도 가끔 믿기지 않아요. 현장에서 청룽은 스태프를 도와 카메라를 옮길 정도로 부지런하고 에너지가 넘칩니다. 쉽지 않은 기회가 주어졌으니 리샤오룽이나 청룽처럼 해외에서도 동양의 액션 스타로 이름을 날리는 기적을 이뤄보고 싶네요.” 스타성을 잃지 않고 호기심을 갖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권상우. 그의 바람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내 손길서 아름다움 살아나 매력적”

    “내 손길서 아름다움 살아나 매력적”

    “아시아 어느 나라보다도 트렌디하고 높은 수준의 한국 메이크업 디자인의 장점을 배워 베트남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고 싶어요.” 베트남 출신 남자 유학생 응우옌 반 응이아(26)는 성신여대 2010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융합문화예술대학원 메이크업 디자인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소감을 28일 이렇게 대신했다. 그가 메이크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베트남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 2007년 장학생으로 부산 동명대 경영정보학과에 입학한 응우옌.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과 애정으로 한국어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전공에 대한 흥미를 잃어 가던 차에 듣게 된 교양수업이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패션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같은 대학 뷰티디자인학과에서 개설한 수업을 선택하면서 메이크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내 손길을 따라 사람의 숨겨진 아름다움이 나타나는 과정이 마법 같았지요.” 졸업이 다가오자 뷰티디자인학과 교수가 대학원 진학을 권유했고, 성신여대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2009년 서울로 오게 됐다. 대학원 생활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베트남 친구는 물론 남학생이 거의 없는 여대에 다니는 일이 낯설었다. 뒤늦게 메이크업 디자인을 시작했기 때문에 실습과 현장경험이 풍부했던 동기들과 함께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벅차기도 했다. 하지만 응우옌은 메이크업 학원을 다니면서 틈틈이 무용극단 등에서 현장경험을 익혀갔다. 졸업논문은 ‘베트남 여성의 메이크업 역사’를 주제로 삼았다. 1975년 베트남 전쟁이 끝난 뒤 메이크업이 부각되기 시작한 1990년대와 2000년대 베트남 연예인들의 메이크업 스타일을 비교 분석했다. 그는 다음 달 말에 베트남에 돌아가 호찌민 등 대도시에서 프리랜서로 메이크업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디딜 계획이다. 헤어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아 학원에서 관련 수업도 듣고 있다. 20년 후에 자신만의 메이크업학원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한국에 오기로 했을 때 메이크업 디자이너가 되어 돌아갈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고민도 많고 외로움에 울기도 했지만 새로운 꿈을 가지고 돌아가게 돼 기쁘기만 합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은행 고졸사원 연착륙 ‘총력’

    고졸 채용 열풍을 일으킨 은행권이 고졸 신입사원들의 사회생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바쁘다. 사회경험이 없는 어린 직원들이 직장생활의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같은 고교 출신의 선배 직원을 ‘멘토’(조언자 또는 정신적 스승)로 붙여주거나, 고졸 사원에게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기도 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4일 특성화고 출신 신입 직원 20명에게 ‘인생 멘토’를 연결해줬다. 지난달 4일 각 영업점에 배치돼 업무를 시작한 고졸 직원들이 또래 동료나 비슷한 처지의 선배가 없는 외로움을 호소하자 이들의 고민을 상담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고교 또는 중학교 동문 및 같은 지역 출신의 선배들을 짝지어 준 것이다. 기업은행 천안지점에 근무하는 최솔희(19) 계장의 인생 멘토는 천안여자상업고등학교 20년 선배인 김미정(39) 천안불당지점 과장이다. 최 계장은 “같은 지점에 일을 가르쳐주는 ‘업무 멘토’도 있지만, 같은 길을 먼저 걸었던 인생 경험이 많은 선배에게 업무 밖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내가 1990년 은행에 들어왔을 때에는 같은 지점에 고졸 동기가 3명이나 있어서 적응하기 쉬웠는데 최근 들어온 후배들은 혼자여서 앞길이 막막할 것”이라면서 “최 계장이 나를 큰언니나 이모처럼 편하게 생각하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현재 고졸사원 채용 면접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다음 달초 최종합격자를 발표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기존 창구텔러직원과 똑같이 4주 동안 합숙교육에 들어가는데 사회 경험이 적은 학생들이므로 고객 응대 등 고객만족(CS) 서비스 부문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고졸 신입직원에게 특화된 연수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3개월 과정의 프로그램을 연수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금융의 기초 지식부터 창구 업무 실습까지 단계적으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1997년 이후 중단된 고졸 직원 채용을 15년 만에 재개하고 오는 11월 50명을 최종 선발하기로 했다. 상반기에 8명의 고졸 직원을 채용한 국민은행도 10월 중순 이들을 대상으로 3주간 연수를 실시한다. 이 은행은 고졸 사원들의 직장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멘토 프로그램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코리아 갓 탤런트 최종 우승 주민정·준우승 최성봉

    코리아 갓 탤런트 최종 우승 주민정·준우승 최성봉

    ‘팝핀 여제’ 주민정(17)이 ‘한국의 폴 포츠’ 최성봉(22)을 제치고 tvN의 오디션 프로그램 ‘코리아 갓 탤런트’에서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20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주민정은 황금색 의상을 입고 나와 파워풀하면서도 절도 있는 댄스를 선보여 심사위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고, 최성봉은 지역 예선을 통과했던 ‘넬라 판타지아’를 멋드러지게 불러 감동을 선사했다. 100% 시청자 문자투표로 진행된 결승전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주민정은 우승 직후 “하고 싶은 것을 하러 나왔는데 이렇게 우승해서 기쁘다. 부모님과 춤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 감사 드린다.”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눈앞에서 우승을 놓친 최성봉은 “지금까지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면서 “앞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춤과 노래로 한국 최고의 재주꾼에 오른 두 사람의 경연 소감을 들어 봤다. ■주민정 “기억에 남을 무대 보여주고 싶어, 댄스학교 설립이 꿈” 큰 키에 작은 얼굴, 가녀린 여고생의 몸에서 아무도 이처럼 절도 있는 팝핀 댄스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주민정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당당함과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하며 ‘코리아 갓 탤런트’의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이 결정된 뒤 기자들과 만난 주민정은 “이번 계기를 발판 삼아 여러분들께 평생 기억이 될 수 있는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고, 댄스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여성으로서 팝핀 댄스에 도전한 것도 특이하지만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여성이 우승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항상 춤을 추면서 내가 여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자들보다 잘하기 위해 배로 열심히 해야 했기 때문에 부단히 노력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는 했지만 주민정의 최종 우승은 방송가의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한국의 폴 포츠’로 불리며 줄곧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혀 온 최성봉을 제쳤기 때문이다. “저도 (최)성봉 오빠가 우승을 할 줄 알았어요. 며칠 전 기자간담회에서도 많은 분들이 오빠를 우승 후보로 지목했거든요. 그 전에 TV에서 본 모습도 있고, 동네 오빠같이 친근해서 많이 친해졌어요. 앞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서 언젠가 같이 무대에서 만나고 싶어요.” 주민정이 ‘코리아 갓 탤런트’의 결승전 무대를 위해 준비한 시간은 2주. 그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작진이 무대를 멋지게 만들어 줘 굉장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결승전에서 감각적인 팝핀 댄스와 침착한 카리스마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 박칼린은 “혼자 그런 독무대에서 그 정도의 당당함을 갖고 있는 것이 너무 예쁘다.”면서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화려하고 절도 있는 팝핀 퍼포먼스로 ‘춤의 황제’라 불리는 가수 장우혁도 극찬과 함께 댄스 지도를 하는 등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코갓탤’은 제가 처음으로 출연한 방송이자 평생에 있어 단 한번밖에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경연을 준비하면서 매일 새벽 5시까지 연습을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장우혁씨가 응원을 해줘서 제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팬으로서 응원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주민정은 우승 상금 3억원은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승할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서 “앞으로 내 재능을 계속 보여드릴 수 있게끔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주민정이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뭘까. “휴가를 못 갔는데, 방학도 다 보내버렸어요. 어디든 휴가도 가고 싶고, 잠도 많이 자고 싶어요. 일단 집에 가고 싶어요.” 지금 사귀는 남자 친구는 없다고 수줍게 밝힌 주민정. 댄스 가수로 데뷔할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노래는 별로 잘한다고 생각을 안 해봐서 댄스 가수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댄스를 배워보고 싶어요. 앞으로 제 꿈은 거창하지만 댄스학교를 세우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께 감동을 드릴 수 있는 무대,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최성봉 “응원하는 사람들 있어 행복 이젠, 밝은 세상서 살고싶어요” 최성봉은 파이널 무대에 오르기 전 “태어나 한번도 1등을 해본 적이 없다. 누군가와 경쟁해 본 경험마저 없었기에 도전해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지만 우승도 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단순히 오디션 프로에서의 1등보다 삶에 있어 처음으로 정상에 서 보고 싶었던 최성봉. 비록 1등은 놓쳤지만 처음으로 세상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돼 행복하단다. 제아무리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지만, 2등 최성봉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성봉은 예선 때부터 한국의 폴 포츠로 불렸다. 고난의 연속이었던 인생 이력 때문이다. 세 살 때 부모에게 버림받아 대전 고아원에 맡겨졌다가 다섯 살 때 구타를 피해 탈출했다. 또래들이 초·중학교에 다닐 때 나이트클럽에서 껌과 음료를 팔았고 10년 동안 건물 계단, 공용 화장실 등에서 지냈다.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으나 검정고시를 거쳐 예술고등학교 성악과를 다녔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야’, ‘너’로 불렀고, 본인도 자신의 이름을 몰랐다. 그러다 시장통에서 유난히 그를 예뻐했던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지성이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학교는 마쳐야 한다.”며 검정고시 공부를 하도록 끊임없이 독려해 줬다. 최성봉이란 본명은 검정고시 응시를 위해 주민등록 정보와 고아원 기록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찾게 됐다. 힘든 유년시절을 보내서인지 얼굴에 표정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일단 노래를 시작하면 소리의 울림이 크고, 여느 성악가 못지않은 노래 솜씨를 뽐낸다. 노래에 절로 감동이 묻어난다. 그의 공연 장면과 인생사를 담은 동영상은 지난달 21일 미국 CNN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랐고, CNN과 ABC 뉴스에서도 ‘수전 보일의 인기를 넘어섰다.’며 최성봉 이야기를 다뤘다. 유튜브 동영상은 조회수만 1000만건이 넘는다. “집에 TV가 없어서 제가 나왔던 첫 방송을 보지 못했어요. 나중에 인터넷 등에서 제가 화제가 되고 있고, 기사도 많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됐죠. 처음 받아보는 관심에 혼란을 느꼈던 게 사실이에요. 너무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너무 밝은 곳으로 나온 듯한 기분을 혹시 아세요? ” “어릴 때 친구가 없었어요. 껌 같은 걸 팔며 그냥 혼자 살아가던 아이였죠. 유일하게 외로움을 달래준 게 노래예요. 그런 노래가 나 같은 아이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게 해줬습니다.” 예심에서 밝힌 고단한 삶의 이야기가 감동을 이끌어냈고, ‘희망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기에 충분했다는 말에 그는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나쁜 짓을 상상 이상으로 많이 해봤어요. 그런 제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뻐요. 사람들이 인정해 준다면 더 바랄 게 없거든요. 많은 사람들에게 제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요. 그리고 이젠 밝은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씨줄날줄] 나홀로 가구/임태순 논설위원

    미국의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는 “인간이 지금처럼 남들과 어울려 사는 것에 무능했던 시대는 아마 인류 역사상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선진국 도시인구의 절반이 혼자 살고 있고 치솟은 이혼율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을 그 예로 든다. 실제 2009년 기준 세계 각국 도시의 1인 가구 비율은 뉴욕 48%, 도쿄 42.5%, 유럽이 40%대에 이른다. 미국의 이혼율은 51%, 스웨덴은 48.1%다.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순 없다. 서울시가 엊그제 발표한 ‘2010 서울가구구조 변화보고서’에 따르면 1인가구는 85만 4606가구로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4.4%로 가장 높았다. 그동안 선두를 독주해 오던 4인 가구는 80만 7836가구(23.1%)로 2위로 물러앉았다. 2인 가구와 3인 가구의 비율이 각각 22.3%, 22.5%로 턱밑까지 치고왔으니 2위자리마저도 위태위태해졌다. 서울도 세계적 도시의 ‘1인가구 추세’에 동참하게 된 셈이다. 핵가족이라는 말을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1인가구시대라니, 가족제도의 빠른 진화에 새삼 놀라게 된다. 1인가구는 미혼, 배우자의 사별, 이혼, 기러기아빠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혼 기피 풍조가 가장 클 것이다. 서울의 1인가구를 혼인형태별로 보면 역시 미혼이 60.1%로 가장 많았고, 사별 17.4%, 이혼 12.6%였다. 1인가구가 도시의 대표적 가구로 자리잡음에 따라 독신족을 위한 ‘싱글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1~2인용 전기밥솥에 미니세탁기, 미니생수기가 나오는가 하면 1인용 햇반에 1인용 반찬까지 나와 탄탄한 매출고를 자랑하고 있다. 식당에서는 혼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1인용 좌석을 마련하고 있을 정도다. 젊은 층은 혼자 사는 것이 편할 것이다. 남의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않고, 사생활이 완벽하게 보장되니 이보다 좋은 일도 없다. 부모님으로부터 잔소리 들을 일도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외로움에 봉착하게 된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면 외롭고 자신의 고민이나 고충을 털어놓을 기회도 적어져 사회와 고립되게 된다. 기러기아빠들이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도 가족과의 유대감이 끊어진 데 따른 무력감 때문이다. 개, 고양이 등 애완산업이 번창하는 것도 1인가구의 고독과 무관치 않다. 인간은 공동체와 관계를 맺으며 사는 사회적 동물이다. 바보, 천치를 뜻하는 영어 ‘이디엇’(idiot)은 혼자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바보, 천치가 아니라면 1인가구보다는 최소한 동반자가 있는 2인가구를 권한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책꽂이]

    ●정연주의 기록(정연주 지음, 유리창 펴냄)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자전 수필. 2002년 출간된 ‘서울-워싱턴-평양’에 KBS 사장이 된 이후 이야기를 덧붙인 개정 증보판이다. KBS 사장 임명 이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나눈 대화도 소개한다. 1만 5000원.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 58(로저 로젠블라트 지음, 권진욱 옮김, 나무생각 펴냄) 타임지 에세이스트인 저자가 성공적으로 나이 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당신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외로움보다는 싸움이 낫다’ ‘자신을 상징하는 옷차림을 만들라’ 등을 담았다. 1만 5000원. ●중독(성커이 지음, 허유영 옮김, 자음과모음 펴냄) 중국작가협회 1급 작가가 2003년에 발표한 장편 소설. 자본주의 경제 체제로 급변하는 중국 현대사회에서 방황하고 상처받은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중국의 여러 문학상을 휩쓸어 중국 평단의 큰 관심을 받았다. 1만 3000원.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의 사진(크리스 디키 지음, 김규태 옮김, 미술문화 펴냄) 사진이 처음 기술로 시작돼 예술 형태로 발전하고 우리 생활 전반에서 영향력 있는 매체로 인식되기까지의 사회적·기술적 변화들을 짚어 본다. 1만 3000원. ●연쇄살인범 지도 매핑(브렌다 랠프 루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휴먼앤북스 펴냄) 20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전 세계의 악명높은 연쇄살인범 25인의 범죄 경로와 추적 과정을 ‘매핑’으로 소개한 책. ‘매핑’이란 살인 현장을 지리적 연관 관계로 분석하는 지도 프로파일링 방식이다. 1만 4500원. ●12시간의 통일 이야기(이태진·하영선 외 지음, 민음사 펴냄) 역사학자와 사회학자 여섯 명이 지난해 7월 12시간에 걸쳐 진행한 통일 좌담을 묶었다. 역사학자인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노태돈 서울대 교수, 도진순 창원대 교수, 사회학자인 하영선 서울대 교수, 고유환 동국대 교수,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가 새로운 통일안을 제시한다. 1만 5000원.
  • [독거노인 사랑잇기] “취약계층 고용창출·사회공헌…공공기관이 한발 더 앞장서야”

    [독거노인 사랑잇기] “취약계층 고용창출·사회공헌…공공기관이 한발 더 앞장서야”

    강윤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날로 더해가는 독거노인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면서 “공공기관이 한 발 앞서나가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고,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심평원은 건강보험 심사기관으로, 의료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앞으로도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강 원장과의 일문 일답.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사회적 나눔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기업도 여기에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기업은 이윤 창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몸집을 키우는 동안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기업도 사회공헌 서비스에 적극 참여해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 복지 제공의 주체는 국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도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공헌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 →최근 들어 독거노인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독거노인이 102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핵가족화, 부양의식 및 가치관의 변화 등으로 해마다 5만명씩 늘어 전체 노인의 20%나 된다고 한다. 독거노인은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다고 해도 부양능력이 없어 부양을 받을 수 없는 분들이다. 물론 가족과 같이 살지 않기 때문에 고독·빈곤·질병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가사서비스를 제공해줄 가족구성원이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노인이 정서적 고립으로 고통을 받다가 고독사해 방치되는 것은 우리사회의 커다란 문제다. 제도적인 지원대책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 →심평원이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우리는 이미 지난해 3월부터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고객상담사가 주 2회 안심콜서비스를 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의 고독사를 방지하고, 고독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복지부가 올해부터 중점적으로 시작한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 심평원이 집중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은 ‘의료’ 분야로, 국민의 건강을 위해 서비스하는 심평원의 업무 특성과 잘 맞는다.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 고객 센터는 상담업무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고, 지금보다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늘어나는 상담사 수만큼 더 많은 독거노인에게 안심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사회공헌사업과 연계해 독거노인들을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도 병행해 확대할 계획이다. →또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사회공헌 활동이 있는가. -2004년부터 우리 원 직원들이 매달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돈을 모아 희귀난치병 어린이 돕기 치료비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또 치료레크리에이션·학습지 지원, 난치병 환우와 함께하는 치료캠프 등 정서적·물질적 지원활동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독거노인 사랑잇기] 노인이 행복한 사회 (10)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말벗’ 봉사

    [독거노인 사랑잇기] 노인이 행복한 사회 (10)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말벗’ 봉사

    “안녕하세요. 할머니.” “아이고, 그래. 그쪽도 잘 지내셨지요?” “밤새 잘 주무셨어요?” “잘 잤지, 방금 운동 갔다가 와서 누웠어. 근데 어지러워. 왜 그럴까.” “오늘 드실 약 잘 드셨어요?” “약은 먹었는데, 어지럽네.” “날씨가 더워서 그런 것 같아요. 오늘은 쉬시고 오후까지 어지러우면 근처 병원에 한번 다녀오세요. 참, 막내딸네는 다녀오셨어요?” “그럼, 갔다 왔지. 어제 저녁 늦게 왔어.” “할머니 잘 쉬시고, 주말 잘 보내세요. 제게 재밌는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요.” “그래요. 항상 염려해줘서 고마워요.” 누군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다면 손녀와 할머니의 대화로 착각할 수도 있다. 이 대화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담사와 독거노인이 주고받는 안부 통화 내용이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하면서 독거노인의 건강을 가족처럼 챙기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심평원 상담사들은 자발적으로 이들 독거노인과 가족의 연을 맺고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상담사들 자발적 실천… 봉사분야 다양 심평원 콜센터 상담사는 50명. 각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54명의 독거노인에게 안심콜서비스 전화를 한다. 일주일에 두 번이지만 노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정완순 심평원 고객센터 차장은 “서초구에 사는 노인이라고 해서 모든 노인이 부유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복지단체의 추천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지속적으로 안부전화를 해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노인은 모두 75세 이상의 고령인 데다 일부 노인은 지병이 있어 집 밖을 나서는 것조차 어렵다고 호소한다. 집 안에서만 주로 지내는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서적인 위로다. 가끔씩 노인들이 금품을 노린 사기전화로 오해해 냉대하는 사례도 있지만 상담사들은 웃음을 잃지 않고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노인들을 대하고 있다. 정 차장은 ”외로우니까 누군가 연락해주는 것을 너무나 반기는 어르신이 많지만 어떨 때는 사기전화로 의심해서 냉대를 받을 때도 있다.”면서 “하지만 꾸준히 연락하면 마음을 열고 전화를 기다리게 된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마음을 열고 시시콜콜 여러 얘기를 늘어놓으면 지루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상담사들은 노인들의 대화를 더 기다린다고 했다. 특히 건강보험 심사를 담당하는 심평원은 의료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노인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지난 6월 27일에는 창립기념일을 앞두고 독거노인 가정에 쌀 10㎏과 라면 1박스씩을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서초구는 물론 인천과 경기 성남, 고양까지 직접 찾아가 44가구에 식료품을 전달했다. 본래 인근 지역 노인들을 초청해 본원 지하식당에서 잔치를 가질 계획이었지만 많은 노인들이 거동이 불편하다는 점을 감안한 행사였다. 노인이 집을 비운 곳도 찾아가 이웃을 통해 식료품을 전달하도록 조치했다. 당시 쌀을 받은 김모(76) 할머니는 “우리네가 뭘 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고생스럽게 찾아다니면서 도와주니 감격스러울 따름”이라면서 “누군가 나를 돕는다는 생각을 하면 외로움이 훨훨 날아가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독거노인 방문과 별도로 다양한 노인 돕기 행사를 펼치며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올 1월에는 설 명절을 앞두고 서울지역 쪽방촌 노인 300여명에게 내복과 쌀을 전달했고, 최근에는 서울노인복지센터에 신입사원이 방문해 2000여명의 노인에게 구두닦이와 배식, 안경세척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 인턴직원들은 노인들을 위해 7000개의 만두를 빚어 대접하는 행사를 가졌다. 노인들이 어려워하는 손발톱깎기 봉사활동도 진행했다. 모두 보건복지부에서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과 맞물려 지역 주민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낸 사업이다. 지난해 겨울에는 강남구 구룡마을을 방문해 연탄 2000장과 쌀·라면 등의 생필품을 전달했다. 당시 행사에는 여느 봉사행사와 마찬가지로 강윤구 심평원장이 직접 참여해 쌀과 라면을 함께 나르며 땀을 흘렸다. 일부 직원들은 일회성 행사로 끝낼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을 청하기도 했다. 공공기관으로 평소에도 대민 서비스에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특히 봉사활동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이 좋았다. 당시 봉사단에 참여한 김옥봉 심평원 기획예산부 차장은 “봉사활동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더 열심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료 강점 살려 봉사분야 확대할 것” 심평원은 방문행사와 함께 향후 1~2년 내에 두배로 확장하는 콜센터를 활용해 안심콜서비스 사업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상담사들을 늘려 업무부담을 줄이고, 일부는 노인 봉사에 집중하도록 돕는다는 계획도 세웠다. 김충렬 심평원 고객지원실장은 “독거노인은 생활의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대화할 상대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라면서 “특히 심평원에는 간호사 등 전문인력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병원에 가보시라’는 말 이상의 도움도 드릴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심평원의 사회공헌활동은 독거노인 돕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중점 사업은 희귀난치병 어린이 돕기. 희귀난치병 어린이에게 치료비와 격려금을 지원함으로써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다. 심평봉사단은 한 해 1000명이 넘는 직원이 5000시간 가까이 봉사활동을 펼쳐 대표적인 사내 봉사단체로 남았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8) ‘마담 보바리’ 작가 플로베르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8) ‘마담 보바리’ 작가 플로베르

    1856년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 보바리라는 여인의 불륜을 다룬 소설이 발표되었다. 작품은 즉각 가족주의와 금욕적 도덕관을 내세우는 신흥 부르주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다음 해, 제2제국의 권위주의적 재판부는 풍기 문란과 종교 모독이라는 죄목으로 이 작품을 기소한다. 유부녀가 노골적으로 남자를 유혹하고, 불륜을 저지른 여인의 종부성사를 장님의 상스러운 노랫소리가 화답하는 등 작품 전체가 간통을 미화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마지못해 문학의 자율성을 주장하는 변호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렇게 ‘마담 보바리’와 작가 플로베르는 예술 창작을 암암리에 규제해 오던 부르주아적 도덕의 허위를 폭로했다. ●아버지, 나는 부르주아가 싫어요 플로베르는 1821년 소도시 루앙의 외과의사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문장력 있던 조숙한 소년은 자신의 재능이 문학으로 꽃필 것을 꿈꾸었다. 하지만 지방 부르주아였던 닥터 플로베르가 보기에 이 똑똑한 아들이 해야 할 일은 딴 데 있었다. 파리의 법대에 들어가 입신출세하고 부와 명예를 얻는 것! 1820년 왕정복고시대에 태어난 플로베르는 1880년 죽을 때까지 왕정, 공화정, 제정이라는 각종 정치 체제의 변혁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어떤 체제가 되었든, 사회의 주인공은 부르주아였다. 온갖 정치적 변혁의 한가운데에서 이 계급은 금융과 산업을 주도하며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높여갔다. 소년 플로베르는 루앙의 시민들이 각자의 이권과 보신을 위해 질투에 찬 중상모략을 일삼는 것을 지켜보았다. 겉으로는 다들 온순하고 근면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비정한 야욕이 도시에 넘쳐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부르주아거나, 부르주아를 지향하는 프롤레타리아트거나. 청년 플로베르는 부르주아라는 말을 특정한 계층에만 국한해서 쓸 수는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가장 돈이 없고 지위가 낮은 하층계급 안에서도 의사나 변호사 같은 번듯한 직업을 갖고, 돈 있는 가문과 결혼하고, 사교계에 나가 출세할 수 있으리라는 부르주아의 삶이 하나의 꿈으로 확실히 똬리를 틀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부르주아’란 재정상태가 아니라 정신상태의 이름이어야 했다. 그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부르주아에 대한 증오는 미덕의 출발점이다. 여기에서 내가 말하는 ‘부르주아’라는 말에는 프록코트를 입은 부르주아와 마찬가지로 작업복을 입은 부르주아들도 포함되어 있다.”라고 써 보냈다. 플로베르는 1843년과 1844년 연이어 일어난 치명적인 신경발작을 겪었다. 그때부터 자신의 건강을 위해 아예 부르주아적 삶과 인연을 끊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법대에서의 마지막 시험을 포기하고 문학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학계 안에서도 부르주아적 태도가 판 치고 있었다. 작가들은 기존의 문학잡지나 아카데미를 부와 명예를 향한 도약대로 삼아 그 안에서 자족하고 있었다. 그들은 정치의 격변기마다 부화뇌동하면서 사회문제, 대중의 교화, 진보, 민주주의 같은 판에 박힌 소리만 되풀이했다. 사실주의를 내세우면서 서민들의 대변자로 자처하고 하층민들을 동정할 뿐이었다. 플로베르는 이들을 보며 진정으로 사람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문학을 꿈꾸기 시작했다. 자신의 길은 분명했다. 부르주아적 세계관을 버릴 것! 시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창조할 것! 플로베르는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닌, 오직 문학에 자신의 삶을 다 바치기로 했다. 나중에 카프카는 이런 플로베르를 자신의 정신적 지주로 모시며 평생 그의 작품을 가까이 했다. ●“나는 보바리다”-자살 장면 쓰면서 구토 플로베르는 본격적인 첫 작품을 구상하면서 안토니우스라는 성인에게 끌렸다. 안토니우스는 250년 무렵 이집트 북부에서 태어난 기독교 초기의 성자다. 그는 사막에서 고행하며 각종 이교도의 신들과 자기 안의 탐욕, 질투, 회의에 맞서 신앙을 지켜냈다. 플로베르는 이 성인의 삶에서 자신의 운명을 보았다. 끊임없이 유혹을 마주하면서 수도해야 하는 성인처럼, 그 자신도 계속해서 부르주아적 태도와 취향을 마주하며 글을 써야 했다. 문학에 인생을 건다는 것은 그런 적극적 대결이 필요한 일이었다. “진주는 조개의 병에서 생기는 것이라지만 문체는 아마 그보다 더 깊은 고통을 통해 나오는 것일 거요. 예술가의 삶, 아니 예술 작품의 완성도 그렇지 않겠소? 거대한 산을 오르는 일처럼 말이오. 얼마나 집요한 의지가 필요하겠소! 그 산 정상은 창공 속에서 순수함으로 빛나고, 그 엄청난 높이는 공포를 가져다주지. 우리는 더듬더듬 바위에 손톱들을 찢겨가면서, 외로움 속에 눈물을 흘리며 계속 걸어가지. 우리는 욕망의 백색 고통 속에서 소멸하는 거요. 정신의 격류가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그리고 얼굴을 태양으로 향한 채!”(편지, 1853년 9월 16일) 제목은 ‘성 앙투안의 유혹’. 그는 3년에 걸쳐 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그의 이야기는 서정, 인물의 움직임, 구성 어느 것도 새롭지 않았다. 초고를 본 친구들은 상투적인 반복과 무질서한 구도에 진저리를 쳤다. 플로베르는 성 앙투안을 쓴다면서 결국 자신의 의식에만 집중했던 것이다. 자신도 타인의 삶, 다른 존재에 대해 철저히 무관심한 여느 부르주아들과 다를 바 없었다. 플로베르는 작가의 개성과 정념이 지배하는 문학은 예술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플로베르는 예술이 제2의 자연과 같다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불가해한 것. 숲 속에 살아 있는 수많은 나뭇잎과 초록의 속삭임처럼 무한하면서도 준엄하게 존재하는 것. 그래서 아름다운 것. 작가란 자신의 경험과 정념을 지움으로써 이 제2의 자연을 창조하는 존재여야 했다. 플로베르는 인물의 말과 행동을 기술하는 글쓰기, 그것이 바로 작가 주체를 소멸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가는 나밖에 모를 거요. 주제, 인물, 효과 등등 모든 것이 나의 바깥에 있거든. 우리가 쓰는 글은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오. 예술과 예술가는 아무런 상관이 없소”(편지, 1852년 7월 26일) 그렇게 해서 플로베르는 자신과는 출신도, 성(性)도, 교육 배경도 완전히 다른 시골 유부녀 에마 보바리를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그는 에마와 그녀 이웃들의 속물주의가 주는 혐오감을 견디며, 작품 속 인물이 생생하게 살아날 수 있도록 6년 동안 쉬지 않고 세상을 관찰하고 연구했다. 에마가 비소를 먹고 자살하는 장면을 쓰다가 구토를 하기도 했다. 플로베르는 종종 “나는 에마 보바리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수도승처럼 철저히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자신의 정체성을 소멸시키고 에마 보바리라는 또 다른 존재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시대의 허위와 대결 생애 마지막에 플로베르가 도전한 것은 두 명의 필경사 이야기다. 최신의 근대 학문을 다 섭렵해 보기로 한 부바르와 페퀴셰. 하지만 저명하다는 원예학, 지질학, 의학, 고고학, 심리학, 교육학 안에는 논리적 모순이 너무나도 많았다. 게다가 각각의 지식들은 현실에 적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정보를 추상적으로 나열하고 있었다. 부바르와 페퀴셰는 근대 지식의 한계에 대항하면서 진리와 미,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이 작품의 부제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백과전서’다. 플로베르는 이 작품을 위해 1500권이 넘는 학술서들을 철저히 검토했다. 근대적 학문에 맹종하면서 인류의 진보를 신봉하는 부르주아의 어리석음에 최후의 일격을 가하고자 한 것이다. 부바르와 페퀴셰의 인생에는 그 어떤 극적 드라마도, 감동적인 사건도 없다. 오직 실험과 논증이 백과사전처럼 한없이 펼쳐진다. 오락으로 읽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논리적인 대화의 연속이었다. 한가한 부르주아 독자들에게는 너무나 당황스러운 작품이었다. 그리고, 역사소설, 연애소설과 같은 소설의 전통적 구분은 이 작품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어리석음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플로베르는 미완으로 붙이게 된 뒷부분 개요에서 서술 방법과 작품 분석을 소개하기도 했다. 소설 안에서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해석하다니! 상상물인 소설과 현실의 작가가 뒤섞여 버린 것이다. 이렇게 플로베르는 19세기 문학의 온갖 관습을 무너뜨려 버렸다. 이 최후의 싸움은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플로베르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지우면서 근대 학문의 어리석음과 부르주아 문학의 허위와 대결했다. 오선민(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강동구 어르신 “황혼이 외롭지 않아요”

    강동구 어르신 “황혼이 외롭지 않아요”

    노인 미팅 주선, 노-노(-) 상담센터에 여가센터까지, 이곳에 있으면 황혼도 두렵지 않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고령화사회 진입으로 관련 정책이 주목받는 가운데 강동구의 다양한 고령친화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방적으로 지원하고 보호하는 노인 정책이 아니라, 활기찬 사회 활동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꾸려 좋은 평가를 받는다. 26일 개최하는 ‘골드미팅’ 역시 활기찬 노후생활을 유도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다. 말 그대로 황혼 세대 노인 남녀의 사교와 교제에 목적을 둔 미팅이다. 강동구에 홀로 사는 만 65세 이상 남녀 각 10명이 참여한다. 전문 MC 이상용씨의 진행으로 각종 레크리에이션을 즐기며 자기소개, 대화 등 서로를 알아 가는 시간으로 꾸민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되는 행사 뒤 커플이 된 참가자들에게는 커플티와 실버 영화관 관람권도 제공한다. 강동구는 이번 행사를 위해 각 동 노인회에 협조를 구해 지원자를 받았다. 구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아직까지는 남 보기 쑥스럽다고도 하시지만 많은 분들이 흥미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강동구는 이번 행사 이후 보완 과정을 거쳐 연말쯤 더 큰 규모의 골드 미팅을 계획하고 있다. 이해식 구청장이 2008년부터 친환경 급식과 함께 ‘효행도시’를 중점 공약 사업으로 내세운 까닭에 강동구는 관련 정책을 다양하게 개발·진행해 왔다. 강동구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 인구 대비 8.17%로 고령화사회 기준을 이미 넘어섰다. 서울 평균과 비슷한 수준인데, 특히 사별 등으로 혼자 사는 노인 20%에 이르러 노년 외로움이 큰 문제다. 강동구는 또 지역 90개 경로당에 ‘실버푸르미 여가문화센터’를 운영하며 실버요가, 지압, 컴퓨터 등 노령 인구 특성에 맞춘 문화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치솟는 인기 덕분에 전체 경로당으로 확대할 계획도 세웠다. 또 변호사, 한의사 출신 노인 상담위원들이 직접 노인 문제를 상담하는 노-노 상담센터도 개소 이후 현재까지 총 3000여건의 상담을 진행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장 30년까지 이용 가능한 3000기 규모 구립 봉안당도 비용이 저렴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구청장은 “고령 인구가 점차 늘어나 빈곤, 외로움, 질병 등과 관련된 노인 문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노후가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요즘 외로운 이 남자

    요즘 외로운 이 남자

    이재오(얼굴) 특임장관이 요즘 외로움을 부쩍 많이 탄다고 한다. 그와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 얘기다. 원내대표와 당 대표 선거에서 잇따라 친이(친이명박)계가 무너지면서 입지가 좁아졌을 뿐만 아니라 친정인 한나라당으로 돌아갈 시점이 다가오는데도 당에서 반기는 분위기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 친이계 의원은 “이 장관의 뒤를 따르던 의원들 중 일부는 장관과 일부러 거리를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22일 친이계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장관은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8월 중순쯤 당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장관의 당 복귀 결심은 진작에 굳어졌고, 당에 와서 무엇을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일각에선 친이계의 구심점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우선 지역구 일에 매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전국 민생투어에 나서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장관은 어떤 식으로든 당내 갈등을 조장시킨다는 의심을 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측근 의원들을 불러 모아 세를 과시하는 모습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표가 지난 19일 대통령을 향해 “정치를 못 한다.”고 비판했을 때 이 장관은 적잖이 화가 났지만, 오해를 살까 봐 지난 21일 당·정·청 회의에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꾹 참았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그가 ‘승부사’ 기질까지 접은 것은 아니다. 한 측근 의원은 “이 장관이 누구 밑에서 일할 사람은 아니다. 내년 총선에서 최선을 다한 뒤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최근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울등도 방문을 앞장서서 막겠다고 나섰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를 병문안하기도 했다. 한·일 국교정상화 반대 시위를 주도한 ‘6·3세대’로 유신시절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과거를 끄집어내는 것 자체가 ‘정권 2인자’라는 이미지를 넘어 또 다른 정치적 변신을 시도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이재오, “대통령 정치 못한다” 홍준표에 머리끝까지 화가 났지만…

    이재오, “대통령 정치 못한다” 홍준표에 머리끝까지 화가 났지만…

     이재오 특임장관이 요즘 외로움을 부쩍 많이 탄다고 한다. 그와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 얘기다. 원내대표와 당 대표 선거에서 잇따라 친이(친이명박)계가 무너지면서 입지가 좁아졌을 뿐만 아니라 친정인 한나라당으로 돌아갈 시점이 다가오는데도 당에서 반기는 분위기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 친이계 의원은 “이 장관의 뒤를 따르던 의원들 중 일부는 장관과 일부러 거리를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22일 친이계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장관은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8월 중순 쯤 당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장관의 당 복귀 결심은 진작에 굳어졌고, 당에 와서 무엇을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일각에선 친이계의 구심점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우선 지역구 일에 매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전국 민생투어에 나서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장관은 어떤 식으로든 당내 갈등을 조장시킨다는 의심을 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측근 의원들을 불러 모아 세를 과시하는 모습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표가 지난 19일 대통령을 향해 “정치를 못 한다.”고 비판했을 때 이 장관은 적잖이 화가 났지만, 오해를 살까봐 지난 21일 당정청 회의에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꾹 참았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그가 ‘승부사’ 기질까지 접은 것은 아니다. 한 측근 의원은 “이 장관이 누구 밑에서 일할 사람은 아니다. 내년 총선에서 최선을 다한 뒤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최근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울등도 방문을 앞장 서서 막겠다고 나섰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를 병문안하기도 했다. 한·일 국교정상화 반대 시위를 주도한 ‘6·3세대’로 유신시절 민주화 투쟁에 앞장 섰던 과거를 끄집어 내는 것 자체가 ‘정권 2인자’라는 이미지를 넘어 또다른 정치적 변신을 시도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열린세상] 원전만 없었더라면…/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열린세상] 원전만 없었더라면…/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지난 6월 10일 일본의 소마(相馬)라는 농촌에서 50대 낙농가가 자살했다. 방사능 유출사고를 낸 후쿠시마(福島)제1원자력발전소의 30㎞권역 밖이었다. 농촌 총각은 필리핀 아가씨와 결혼하여 두 자식을 두었다. 대출을 받아 축사도 다시 짓고 젖소 치는 일을 전부로 이제 살아보자고 하는 때였다. 그런 그에게 방사능이란 보이지 않는 비수가 폐부에 꽂혔다. 키우던 젖소의 우유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었다. 아내는 아이 둘을 데리고 필리핀으로 돌아갔다. 외로움과 경제적인 어려움, 심신의 피로는 농부의 기력을 잃게 했으며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가 할 수 있었던 저항이란 퇴비 곳간의 합판에 쓴 ‘원전만 없었더라면….’이란 절규 섞인 유서가 전부였다. 도쿄(東京)전력이 자살로 밀어버렸고 국가는 그의 자살에 싸늘했다. 3·11 동일본 대재해가 일어나자 AC재팬(구 공공광고기구)은 ‘모두 함께!’,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등의 문구로 TV방송을 도배했다. 그런 문구는 농촌 신랑의 파인 상처를 어루만질 수 없었다. 그의 주검이 원전 폐기 운동의 단초가 되나 싶었는데 사회는 아랑곳없었다. 싸늘한 사회를 덥히기에는 전력기업의 독점과 지역의 이기심이 너무 차가웠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사회 분위기에 젖다 보니 스스로 나서는 움직임은 무뎌졌다. 주체적 개인은 묻혀 버렸고 또 무력해졌다. 농촌 신랑의 절규는 항의데모 하나 유발하지 못한 채 죽은 씨앗으로 묻혀 버렸다. 시민혁명 없이 이뤄온 민주주의의 취약성이 정체를 드러냈다. 일본 관료와 정치가는 이런 개인의 속성을 잘 알고 있었다. 지역을 10개로 분할하고 10개 전력회사가 전력공급을 나눠 갖는 지역독점을 만들었다. 재해지역인 도쿄전력과 도호쿠(東北)전력은 전체 전력판매의 42.1%를 차지하는 공룡이었다. 지역 간 상호 송전도 인정하지 않았고, 원자력발전소 건설 입찰도 공개경쟁이 아닌 일본기업만의 제한입찰로 일관했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이나 그 상위관청인 경제산업성은 도쿄전력과 한통속이었다. 도쿄전력이나 그 관련단체는 퇴임관료 낙하산 인사의 착지점이었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감시하라 맡긴 격이었다. 사회적 악영향을 끼치는 기업을 제재하는 국가지도자의 리더십도 발휘되지 못했다. 원전은 재정확보 수단이라는 지역이기심의 산물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자폭탄을 맞은 일본이었지만 원전이라는 빠르고 강력한 에너지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원전 건설 자치단체에는 전원입지지역대책교부금, 전원개발촉진세, 핵연료세, 고정자산세 등의 사탕(재정 확보)을 제공했고, 자치단체는 그 사탕을 잘 받아 먹었다. 예컨대 사가현의 겐카이초(玄海町)는 원전 관련 재정수입이 마을 예산(57억엔)의 69.7%에 이를 정도이다. 막대한 원전관련 교부금의 약발이 떨어지면 몇 년 후 2호기 건설, 또 몇 년 후 3호기 건설을 용인하며 증설해 온 것이 일본의 원전이다. 후쿠시마 원전도 그렇게 6호기까지 건설되었다. 이런 경위로 건설한 원전은 전국에 54기에 이르렀고 원자력에너지 의존도도 3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원전사고만 없었더라면’ 일본은 대지진 피해복구나 부흥을 착실히 진행한다고 너나없이 경이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3·11 대재해는 동일본 지역 생산시설의 파괴로 공급제약을 가져왔다. 와세다대학의 노구치 유키오 교수는 해결책으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제조업의 상당부분을 간사이(關西)지방으로 이동시키고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서비스업의 상당부분을 간토(關東)지방으로 이동시킬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해진 생활터전으로부터의 이동을 꺼려하는 일본인의 속성으로 보면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원전사고만 없었더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였을까? 경제학은 돈으로 나타내지 못하는 심신의 피로나 기력의 쇠진으로 인한 괴로움을 담아내지 못한다. 마음의 불편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 맹점이다. ‘원전사고만 없었더라면’ 버둥대며 살던 착한 농촌 신랑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경제학의 허구를 반성해 본다.
  • [외국인도시 길을 묻다] “한국말 서툴러 취업 어려워… 임금체불·차별 여전해요”

    [외국인도시 길을 묻다] “한국말 서툴러 취업 어려워… 임금체불·차별 여전해요”

    “한쿡 생활 쉽지 않아요~.” 결혼 이민자와 외국인 근로자 등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저마다 한국 생활의 애환을 털어놓는다. 숨은 사연은 각기 달라도 낯선 이국땅에서 겪는 어려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사소통 문제 가장 힘들어” 17일 오후 4시 서울 성동구 홍익동 ‘성동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네 살배기 아이와 함께 아동극 프로그램에 참여해 ‘아기돼지 삼형제’ 대본을 연습 중이던 서수분(30·여·중국)씨는 서툰 한국말로 “남편은 귀화시험을 통과해 국적을 취득했는데 저와 아이는 아직도 중국인”이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3년 전 조선족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서씨는 “우리 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났는데도 국적을 취득하려면 중국에 가서 가족증명서를 떼 와야 하고, 이를 제출해도 1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서씨는 결혼 이민자에게 주는 보육비 지원 등 각종 혜택도 받지 못한다. 다문화가족이라고 하더라도 한쪽 부모가 한국에서 출생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현행 ‘다문화가족지원법’ 때문이다. 서씨는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보육비가 한 달에 40만원이나 드는데, 지원이 정말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국인 남편을 따라 1993년 한국에 온 유세프타(33·여·우즈베키스탄)씨는 “한국말을 체계적으로 교육받기 쉽지 않고, 육아와 아이 교육에 대한 걱정도 크다.”고 말했다. 한국말이 서툴러 취업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했다. 구청을 통해 다문화지원센터에 취업해 9월까지 프로그램 지원 업무를 하고 있는 응옥티마이(24·여·베트남)씨는 “다문화 가족들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성동구에서 결혼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국생활의 힘든 점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언어 문제가 66%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자녀 양육과 경제적 어려움, 외로움 등의 순이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안산 외국인노동자의 집’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위즈(39·나이지리아)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한국인 친구들이 도움을 많이 줬다.”면서도 “하지만 불법체류라는 신분 때문에 임금 차별을 받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안타까운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고 했다. 그는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똑같은 사람으로 대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불법체류자 약점 탓에 돈 못받아”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온 김모(43)씨는 “양계 농장에서 5년간 일했지만 불법체류자라는 약점 탓에 돈 한 푼 받지 못했다.”며 “노동부에 신고하는 것을 도와주겠다던 사람이 나타나 그를 믿었는데 갑자기 사건이 종결됐다며 종적을 감춰 버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인도, 중국인도 아닌 사생아 같은 존재”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같은 고향 출신인 장길성(73)씨는 “몸이 아파 고생하자 ‘중국동포의 집’ 직원들이 입원비를 마련해줬다.”고 고마워했다. 부인과 사별한 뒤 한국에 온 그는 “고향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며 “같은 민족이고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글을 쓰는 동포의 나라에 정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상담과 통역일을 하고 있는 임옥(38·여·베트남)씨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임금체불과 산업재해로 고통받고 가정폭력, 차별, 폭행 등으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외국인들의 상담이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외국인 마을인 서초구 반포4동 서래마을에 사는 외국인들도 어려운 점이 있다. 쾌적한 분위기의 고급 빌라가 밀집된 부촌에 살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넘지 못할 벽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동네에서 주민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서래 글로벌빌리지센터’는 외국인 거주자들이 겪는 생활관련 불편사항을 해결하고, 의사소통을 돕고 있다. 서래마을에는 주민 1만 3000명 중 718명이 외국인이고, 또 이 가운데 400여명이 프랑스인이다. 한국인 남편을 따라온 알리홀 마리피에(40) 센터장은 “서래마을에 사는 외국인 상당수가 비자 발급과 변경 절차가 복잡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각종 예약 시스템이 영어로 돼 있지 않아 공연과 여행 등을 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공서 서류에 영어 표기를 병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현석·강동삼기자 hyun68@seoul.co.kr
  • [독거노인 사랑잇기] “노후생활 맞춤 ‘수익+안정’ 금융상품 출시”

    [독거노인 사랑잇기] “노후생활 맞춤 ‘수익+안정’ 금융상품 출시”

    “지금 은행들은 젊은 고객에 영업전략을 집중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 노인 세대가 중요한 고객군으로 주목받을 것입니다.” 강원 우리은행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은 10일 금융권에서 노인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들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제적인 어려움과 외로움을 호소하는 독거노인을 위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보건복지부의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도 대상을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노인 고객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 은행은 미래 성장을 위해 청년층, 우량 고객화를 위해 중장년층을 주요 고객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의료 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급격한 노령화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전체의 11%였으나 2050년이면 38.2%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고객은 오랜 경제활동을 통해 축적한 부를 소비하는 계층이다. 현재는 물론 향후 중요한 거래 고객군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노인 고객을 위한 특화 금융상품이나 서비스는 무엇인가. -연금을 수령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우리연금통장’, 노후에 대비하기 위한 ‘월복리 연금식 적금’을 판매중이다. ‘해피라이프 퇴직연금 평생통장’ 등과 같은 퇴직연금 상품과 역모기지론 상품인 ‘주택연금대출’도 마련돼 있다. 앞으로 매월 수익이 이자로 지급되는 월지급식 펀드 등 수익률과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고령화에 대비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와 맞춤형 금융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노인들의 안정적인 경제 생활을 위해 우리 사회가 준비할 것은. -노인들의 자산은 대부분 연금이어서 운용 기간이 길다. 그러나 국내 금융시장은 장기 상품이 원활히 운용될 정도로 발달하지 못했다. 노인들에게 많은 연금이 지급되려면 장기채권, 주택저당증권(MBS), 물가연동채권 등 장기 운용 시장의 발전이 필요하다. 또 금융회사들이 의료나 관광산업 등과 연계된 창의적인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 등 제도적 지원도 있어야 한다. →사회공헌 활동의 목표와 내용은 무엇인가. -우리은행은 인간사랑, 행복추구, 희망실현 등 3가지 키워드를 통해 ‘함께하는 사랑, 꿈과 희망을 키우는 나눔 금융’ 실현을 목표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 행복 소사이어티 프로그램’이 있다. 전국 30개 영업본부가 지역의 사회복지시설을 ‘우리사랑나눔터’로 정하고 1만 5000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이 꾸준히 봉사 활동과 기부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고객을 대상으로 인터넷 뱅킹 이용시 직접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온라인 소액 기부 문화 정착에도 힘쓰고 있다. →복지부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에 참여한 계기는. -장애인, 불우청소년 등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사랑나눔 활동을 하고 있지만 독거노인 문제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왔다. 쪽방촌에 살고 계시는 독거노인을 위해 식료품 등을 지원하고 있고, 매년 창립기념일인 1월 4일이면 독거노인에게 ‘사랑의 쌀’을 전달하고 있다. 그러던 중 복지부의 제안을 받고 흔쾌히 참여하게 됐다. 올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지원 대상을 늘릴 생각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독거노인의 고독사를 방지하고 이들에 대한 애정과 배려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졌으면 한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독거노인 사랑잇기] 2부-노인이 행복한 사회 (5)여가를 즐겨라

    [독거노인 사랑잇기] 2부-노인이 행복한 사회 (5)여가를 즐겨라

    “하나, 둘, 셋, 넷! 어이구 김 할머니 잘하시네.” 지난달 29일 서울 중랑구 중화동 중화경로복지관. 노인 20여명이 경쾌한 음악에 맞춰 10가지 체조 동작을 하며 흥을 돋웠다. 복지관이 도입한 ‘도시 노인 9988 건강체조’ 동아리 회원들이었다. 전체 동아리 회원 30명 가운데 15명이 독거 노인이지만 체조를 할 때만큼은 고독감이 말끔히 사라진다고 했다. 연습 시간이 30분 내외로 짧고 박자를 맞추지 못하는 노인도 많았지만 열정만큼은 젊은이들 못지않았다. 서로의 동작을 체크해주고 추임새를 넣으면 흥이 절로 난다고 했다. 김애자(67) 할머니는 “운동을 해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있지만 더 좋은 점은 사람들을 만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서울 중랑구에서 열린 ‘어르신 건강체조 경연대회’에서 시범을 보이는 등 건강체조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자부심도 크다. 정길수 중화경로복지관 과장은 “처음에는 나서기 싫어 하고 체조가 어렵다고 생각해서 참여하는 어르신이 많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서로 독려할 수 있어서 매주 정기적으로 나오는 어르신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우리 주변에는 “시간은 많은데 할 일이 없다.”고 호소하는 노인들이 많지만 눈길을 조금만 집 밖으로 돌리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의외로 많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나 복지단체에서 운영하는 ‘복지관’을 찾으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주민센터나 경로당 등에 여가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 책자도 비치돼 있어 집 밖을 나서면 손쉽게 노후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노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에어로빅과 태극권 등의 운동 관련 프로그램이다. 사물놀이 등 보다 전문적인 문화 활동을 운영하는 곳도 많다. 노래교실, 수공예 등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 밖에 ‘독서 동아리’나 ‘인문학 아카데미’에서는 자신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 다른 노인을 도울 수도 있다. 최근에는 노인을 위한 ‘실버영화관’도 생겨났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 낙원상가 4층 허리우드극장에서는 ‘실버영화관’을 운영하고 있어 주말이면 수백명의 노인들이 몰린다. 6월에는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빨간마후라’ 등 추억의 전쟁영화가 상영됐고, 시기에 따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옛 영화도 감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인근의 청춘극장도 노인들이 좋아하는 추억의 영화를 상영한다. 두 영화관 모두 관람을 원하는 노인에게 2000원만 받고 있다. 부산에서는 이달부터 부산시민회관이 매월 셋째 주 월요일 오후 2시에 실버영화관을 운영한다. 일반 영화 상영을 줄이고 노인에게 특화된 영화 관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시민회관 관계자는 “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노인들의 문화 욕구 충족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충남 아산 온양온천 업소 가운데는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5000원인 입장료를 4000원으로 할인해주기도 한다. 경로 우대 음식점도 있다. 서울 강동구청 관내 음식점 132곳은 노인이 방문할 경우 20~50%의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준다. 미용실 79곳, 이발소 19곳, 목욕탕 9곳, 사진관 10곳 등도 같은 취지로 할인 혜택을 준다. 최근 부산 중구청은 ‘경로 우대 할인업소’ 표지판이 부착된 관내 음식점 10여곳에서 노인에 한해 5~10%의 할인 제도를 실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봉사를 원하는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다.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에 따르면 서울 시립강동노인종합복지관은 고학력 노인을 대상으로 ‘실버그린환경지도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사회 문제인 자연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고, 어린이집 및 유치원에서 환경생태교육을 담당한다. 부산 동구노인종합복지관은 정기적으로 구의회 의정모니터링 요원을 모집하고 있다. 지역의 정치 현안에 관심이 많은 노인들을 위해 마련한 봉사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 전북 완주노인복지센터는 지역 저소득층 노인을 위해 간단한 집수리와 청소, 이·미용 등을 담당하는 봉사단원을 모집하고 있고, 강원 강릉종합사회복지관은 군 부적응 병사에게 자아 존중감을 향상시키는 시니어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노인 여가 프로그램 개발에 치중하는 것보다 외로움을 겪는 독거 노인들이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기관이 나서서 연계해주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정경희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자아실현도 있지만 사회적인 연계 부분에서의 여가 프로그램이 독거 노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5) ‘금오신화’ 김시습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5) ‘금오신화’ 김시습

    다섯 살에 ‘대학’과 ‘중용’을 배우고 시와 산문을 지었던 신동, 세조의 왕위 찬탈에 저항했던 생육신, 천재 시인이자 전기소설의 저자, 공자적인 이상과 원칙을 죽을 때까지 고수했던 유학자, 세상을 등진 채 산림을 방랑하며 술 마시고 곡하며 노래했던 ‘거짓 미치광이’, 머리 깎고 유랑하며 불교 공부에 매진했던 비구, 노자와 장자를 공부하며 연단과 양생을 실천했던 도가. 김시습(1435~1493)의 화려한 이력이다. 김시습, 그는 평생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하나로 규정될 수 없는 삶의 여정을 걸었다. 그는 유학의 원칙을 포기한 적이 없으면서도 승려로 자처하고, 부처가 되기 위한 수행의 길을 가면서도 불제자로 알려지기를 거부했다. 그렇기 때문에 ‘은밀한 것을 탐구하고 괴이한 일을 행하는 색은행괴(索隱行怪)나 방외인’으로 단정 짓기도 어렵고, ‘행적은 승려지만 본마음은 유학자’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지기였던 대제학 서거정의 말처럼 그는 입산도 출산도 마음대로 하고 유학에도 불교에도 구애됨이 없었다. 그는 공자이면서 불자이자 노장이었고, 동시에 공자도 불자도 노장도 아니었다. 김시습의 사상적 방랑은 줏대 없는 흔들림과는 달랐으니 진리를 현현하는 구도자의 몸부림 그 자체였다. 김시습은 천재였다.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글자를 식별하여 말보다 먼저 천자문을 배웠으며, 세 살 적엔 글을 지을 줄 알았고, 다섯 살에는 시와 산문을 지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세종이 그 천재성에 감탄하여 비단을 하사하고 장성하면 크게 쓰리라 약조까지 내렸다. 그는 학문에 놀라운 진전을 보이며 관료로서의 자질을 갖추어 나갔다. ●불의한 세상에 맞서기… 비타협의 순수성 그러나 1455년 21살 그의 삶은 전변한다. 북한산 중흥사에서 과거를 준비하던 김시습은 세조의 왕위 찬탈 소식을 듣게 된다. 그는 신하가 왕을 참람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절망하여 책을 불사르고 똥통에 몸을 빠뜨리는 등 미친 척 행동하며 유랑을 시작한다. 얼마 뒤 단종의 복위를 꾀했던 성삼문,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 등이 사형당하고, 끝내 단종도 영월에서 죽임을 당한다. 김시습은 저자에 버려진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여 묻어주고, 제사 지내주었다. 그는 희망 없는 세상과 단절할 수밖에 없었다. 관서, 관동, 호남 등지를 떠돌며 때론 비분강개하고 때론 처절한 외로움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나그네 길을 멈출 수는 없었다. 김시습이 머리를 깎고 승려를 자처하며 전국을 떠돈 이유는 단순히 목숨을 보존하고 세상을 기롱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유학자로서는 현실을 구제할 수 없고, 탈속한 승려로서만이 그 정의의 세계, 비타협의 정신을 현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멱라수에 빠져 죽음으로써 더러운 세상과 타협하기를 거부했던 초나라의 굴원과 같은 심정이었으리라. 미치광이, 천치바보 등 사람들이 조롱하고 욕해도 김시습은 타협하지 않았다. 불의한 세상에 대항하는 길은 거기에 물들지 않는 고결한 정신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일뿐이었다. 김시습은 더욱 견결하게 세상을 비판하며, 혼탁한 세상과 대치했다. “이내 마음 못 꺾으리 어느 위력도/ 옛날도 지금도 이 마음 빛나리라/ 순 임금은 누구이고 나는 누구인가/ 높고 낮은 차이란 본디 없는 것/ 대장부는 언제나 염치가 있는 법/ 세상 눈치 보면서 이리저리 따르랴/ 학자와 문인은 역사에 남아 있다/ 제왕의 칼부림도 역사는 못 막으리(‘대장부’)” ●묘비에 ‘꿈꾸다 생을 마친 늙은이’라 써달라 1462년 28살, 김시습은 긴 유랑을 끝내고 경주 금오산(지금의 남산)의 용장사에 정착한다. 그는 매일 맑은 물을 올려 예불하고 예불이 끝나면 곡을 하고 곡이 끝나면 노래하고 노래가 끝나면 시를 지었다. 시가 끝나면 또 곡을 하고는 시를 태워버렸다. 정의로운 세상을 염원하며, 그렇지 못한 현실을 조문하는 고통스러운 행위. 김시습은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그 경계에 서서 불의한 세상과의 싸움을 계속해 나갔다. 절대 낙관할 수 없는 절망적 현실의 횡포, 그렇다고 비관만 하며 사람살이의 이상과 원칙을 저버릴 수는 없는 상황. 바로 이 지점에서 전기소설 ‘금오신화’는 탄생한다. 김시습은 ‘인간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 사회의 인정과 진실이 그 어떤 상황에서도 결단코 포기될 수 없는 것임을 역설한다. 아버지를 여의고 장가도 못간 채 홀로 사는 양생, 왜구의 침입으로 절개를 지키다 결혼도 못하고 죽은 낭자, 이 두 사람의 기이한 만남과 사랑.(‘만복사저포기’) 임금에게 충성을 다했으나 간신배들을 물리치지 못해 원한을 품고 죽은 한 선비가 마침내 저승(남염부주)에서 간악한 무리를 다스리는 왕이 되고, 한미하지만 어떤 권력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경주 선비 박생이 남염부주의 차기 왕으로 임명되는 이야기.(‘남염부주지’). 김시습은 ‘금오신화’를 통해 현실 세계에서 실현되지 않았던 사랑이나 정의와 같은 진리들이 반드시 인간 세상 밖에서라도 해원될 수 있으리라는 불가사의한 희망을 보여준다. 현실이 아무리 절망적이라도, 빛 하나 보이지 않는 암흑일지라도 인간은 꿋꿋이 신념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 함부로 낙관할 수는 없지만 신념을 지키며 고군분투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진리가 실현되리라는 것. 이것이 김시습이 은둔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진실이었다. 진실을 믿는 김시습. 그에게도 기회가 왔다. 1471년 성종이 즉위하자 37살 김시습은 서울로 올라와 수락산 근처 폭천정사에서 10여년을 지낸다. 성종의 등극으로 김시습은 세상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며, 경세제민의 능력을 갈고 닦는다. “나라 창고에 쌓인 재물은 모두 백성들이 마련한 것이며, 윗사람들의 옷과 신발은 바로 백성들의 살가죽이며, 음식 요리는 백성들의 기름이며, 궁전과 수레도 백성들의 힘으로 이룩된 것이며, 세금과 공물, 그리고 모든 용품도 죄다 백성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백성들이 소득의 십분의 일을 세금으로 나라에 바치는 것은 원래 군주에게 총명과 예지를 다하여 백성들이 잘살 수 있도록 다스려 달라고 하는 것이다.”(‘애민의’) 꺾이지 않은 예봉, 정치에 관한 확고한 신념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훼손된 세상은 되돌아올 줄 몰랐다. 1481년 폐비윤씨 사건이 일어나자 47살 김시습은 다시 양양으로 발길을 돌린다. ●일상의 처한 자리가 곧 깨달음의 장 김시습은 한 번도 안주한 적이 없었다. 세상을 등졌을 때도, 세상으로 나왔을 때도, 방랑할 때도, 정착했을 때도 어느 한 순간도 진리를 향해 가는 발길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에게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방편은 하나가 아니었다. 그것은 유학의 도이기도 하고, 불교의 도이기도 하고, 노장의 도이기도 했다. 그에게 유불선은 ‘길은 달라도 마음을 기름은 한 가지’로 회통된다. 일상의 모든 행동에서 사심을 끊어버리고 공평한 마음을 회복하여 인을 실현하는 유교의 길, 양생이나 연단으로 탐욕을 끊음으로써 본연의 생명을 유지하려는 노장의 길, 일상응연처(日常應然處)에서 모든 집착을 끊어내고 나라는 실상이 없음을 깨닫고 모든 존재들이 상호관계에 있음을 깨닫는 불교의 길은 김시습에게 공히 진리를 찾아가는 방편들이었다. 일상의 처한 자리에서 필요에 따라 유자도 되고 불자도 되고 노장도 되었다. 그에게는 이 사상 사이에 어떤 차별도 없었다. 욕망이 들끓는 세상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불의한 세상과 대결하기 위해 그는 모든 사상의 자양분을 섭취하고 실천했다. 그에게 문제되는 것은 단 한가지였다. 일상과 진리 사이에 어떤 틈도 없게 하는 것. 진리 그 자체로 살아가는 일. “나의 삶과 부처 사이에 틈이 없으며 나의 유통이 곧 부처의 유통이다. 부처의 원이 자재하고 장엄하므로 나의 원도 자재하고 장엄하다.” 김시습은 부처의 진리가 그대로 삶이 되게 하고, 공자의 진리가 그대로 삶이 되게 하고, 노장의 진리가 그대로 삶이 되도록 방랑하고 또 방랑했다. 그 어느 길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김시습의 삶은 결국 하나였다. 구도의 길이자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절대 자유의 길이 바로 그것. ‘꿈꾸다 생을 마친 늙은이’(夢死). 묘비명에 새겨달라고 했던 이 말보다 더 잘 그를 형용할 표현은 있기 어려울 것이다. 길진숙 수유+너머 강원 연구원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11)술 취한 원숭이들이 늘고 있다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11)술 취한 원숭이들이 늘고 있다

    인기 TV 동물프로그램에서 전화가 왔다. 원숭이들이 술이 든 음식을 좋아해 그걸 먹고 취해 돌아다닌다는데, 혹시 듣거나 경험한 적이 있느냐고 했다. “글쎄요…. 우리 동물원 원숭이들은 과일, 야채만 먹는데요. 관람객들이 던져 주는 과자류 외에 색다른 걸 먹는 건 못 봤습니다.” 이렇게 답한 뒤 인터넷으로 술 취한 원숭이를 검색해 봤다. 어떤 사람이 자기가 기르던 원숭이에게 장난으로 술을 먹였는데 나중엔 음주벽이 붙어 주인보다 더 취해 돌아다닌다는 내용이었다. 동네 사람들에게 안주를 달라고 보채거나 물어뜯는 등 주정을 부린다고까지 돼 있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아프리카 야생 코끼리들이 술에 취해 원주민에게 난동을 피우는 사례들이 있으며 ‘밀주’의 원천은 발효된 과일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그걸 읽고 나니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게 새삼 기억났다. 전남 해남군 흑석산에 유래를 알 수 없는 일본원숭이 한 마리가 5년 동안 야생으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소방서에서 “원숭이가 지나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등 너무 난폭해졌는데 심각하면 생포를 해야겠다.”고 협조 요청이 왔다. 마취총을 준비해 산에 올라갔다. 그러나 녀석은 낌새를 챘는지 주춤주춤 하다가 멀리 달아나 버렸다. 한참을 찾아 다니는 동안 그놈은 가까운 나무 위에서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 녀석이 사고를 치는 원인은 아마도 최근에 생긴 휴양림 때문인 것 같았다. 산이 아닌 곳에 죽치고 살면서 만만하게 보이는 노약자나 어린이에게 덤벼드는 모양이었다. 그런 행동이 혹시 술이 원인이 된 건 아닌지 궁금해졌다. 실제로 그 원숭이와 가장 친밀한 총각 산지기는 “저 녀석 술도 아주 잘 먹어요.”라고 했다. 술이 아니면 5년을 내리 혼자 살다 보니 너무 지치고 외로워서 약하게 보이는 같은 영장류에게 과도한 애정표현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원숭이들이 술을 좋아하는지 어떤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인간이 동물들을 흉내 내 마시기 시작했다는 술의 기원으로 볼 때 그 오묘한 맛과 느낌에서 원숭이들이라고 예외는 아닐 성싶다. 우리 동물원 침팬지도 혼자라서 외롭다. 먹이로 사과를 많이 주는데 녀석은 그걸 완전히 먹지 않고 입에서 씹어 덩어리로 뱉어 손으로 주물거린 후 한쪽에 모아 놓는다. 그러면 사과는 하루종일 서서히 갈변하며 발효된다. 사육사가 아침에 나와 보면 전날 모아 둔 사과 부스러기는 녀석이 모두 먹어 말끔히 사라져 있다. 일반인들은 틀림없이 침팬지가 똥을 모아 놨다가 먹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행위가 의도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씹다 뱉은 사과는 유산균에 의해 일정 부분 발효가 진행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알코올 발효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기회가 되면 똑같이 실험을 해 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침팬지의 그 행위가 술을 얻기 위한 것인지, 일탈행위의 일종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동물들도 나름대로 술로 풀고 싶은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라는 것, 술에 취하는 동물들을 주목해야 할 또 다른 관점일 것이다. 최종욱 광주 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 서울신문은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의 열띤 호응 속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우치동물원의 최종욱 수의사와 서울신문 유영규 기자가 함께 꾸미는 지면입니다.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동물들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은밀한 비밀 등 다채롭고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매주 1차례씩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금까지 연재됐던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른들의 동물원] (1) ‘크누트’의 돌연사 왜 어미곰은 새끼를 포기했을까? [어른들의 동물원] (2) 외로운 ‘블랙스완’ 대량학살의 슬픈 역사 간직한 그들. [어른들의 동물원] (3) 동물들의 사랑 몸짓(상) 고슴도치들은 어떻게 교미를 할까? [어른들의 동물원] (4) 동물들의 사랑 몸짓(하) 수컷뱀 성기 2개로 5시간 짝짓기 [어른들의 동물원] (5) 동물의 심리학 개장수 나타나면 동네 개들 조용해지는 이유 [어른들의 동물원] (6) ‘고리롱’ 박제논란(상) 숨진 로랜드고릴라를 어떻게 해야 하나 [어른들의 동물원] (7) 우리나라 최초 코끼리 600년전 일본에서 실려와 비운의 삶 [어른들의 동물원] (8) ‘고리롱’ 박제논란(하) 서울동물원, 독자의견 따라 박제 않기로 [어른들의 동물원] (9) 잘못 알려진 진실들 백조는 물속에서도 발짓을 하지 않는다 [어른들의 동물원] (10) 동물들도 자살을 하나? 1주일 만에 새끼 잃은 어미원숭이의 선택 [어른들의 동물원] (11) 술 취한 원숭이들 먹던 과일 씹다 두면 발효돼 자연의 밀주로 [어른들의 동물원] (12) 더위 절대강자 낙타의 비밀 무릎 같은 발목이 하이힐 역할 [어른들의 동물원] (13) 원숭이와 눈 마주치지 마라 동물원 사팔뜨기 안경의 비밀 [어른들의 동물원] (14) 불법포획 돌고래의 고백 사자도 공작도 과거를 숨기는지 몰라요
  • 설리 눈물 “11살때 홀로 상경, 태연 티파니 없었다면”

    설리 눈물 “11살때 홀로 상경, 태연 티파니 없었다면”

    설리 눈물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걸그룹 에프엑스(f(x)) 멤버 설리가 소녀시대 멤버 태연과 티파니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눈물을 보인 것. 설리 눈물 고백은 27일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파리에서 왔수아’특집을 통해 방송됐다. 이날 골방토크 코너에서 설리는 “태연 언니와 티파니 언니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연예인이 되기 위해 초등학교 4학년 때 혼자 서울에 올라온 설리는 5학년 때부터 같은 소속사의 소녀시대 태연, 티파니와 함께 숙소생활을 했다. 11살 때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올라와서 의지할 사람이 없었던 설리는 “당시 외로웠던 나를 두 언니가 친동생처럼 많이 챙겨줬다”며 눈물을 보였다. 설리는 “소녀시대 데뷔를 앞두고 언니들이 바빠져 언니들을 못 보고 숙소에 혼자 남게 되면서 점점 멀어지게 돼 걱정했다”며 “뒤에 나도 에프엑스로 데뷔해서 언니들도 자주 보고 언니들이 많이 챙겨줘서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이에 티파니는 “해외 공연에서 후배들을 보면 지쳐 보였다”며 “막내들이 서운했을 것 같아 언니들이 더 노력하려고 한다. 요즘엔 좀 더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화답해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네티즌들은 “설리 잘 컸다”, “초딩4년 홀로 상경 외로움 컸을듯”,”아이돌 탄생 뒤엔 그런 어려움이”, “역시 태연 티파니 언니” 등의 격려를 보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nownews@seoul.co.kr
  • [독거노인 사랑잇기] 2부-노인이 행복한 사회 (4) ‘봉사활동 6개월’ 하나은행 콜센터 돌보미들의 소회

    [독거노인 사랑잇기] 2부-노인이 행복한 사회 (4) ‘봉사활동 6개월’ 하나은행 콜센터 돌보미들의 소회

    “지방에 계신 어르신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으신 듯합니다. 전화를 드렸을 때 대화하는 내용이 주로 TV나 주변 어르신과의 만남 정도인데, 비수도권 지역에도 다양한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르신들 이젠 상담 직원 안부까지 물어” 독거노인 사랑잇기 봉사활동이 시작되고 반 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봉사에 참여한 직원들은 노인복지 문제에 대해 뚜렷한 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노인들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한 직원들은 하나같이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자리나 문화 활동과 교류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 오류동에 위치한 하나은행 콜센터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에 맞춰 노인들을 위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민경남 콜센터관리부 차장은 26일 “수도권 지역의 어르신은 주변에 활동하실 문화 공간과 여유가 조금 더 있으신지 대화 내용에서 여유가 느껴진다.”면서 “문화 공간이 부족한 지방에 계신 어르신들은 여가 활동의 범주가 한정되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점을 안타까워하는 상담 직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는 것은 노인과 상담 직원 사이에 어느덧 ‘정’이 들었다는 방증이다. 상담원들은 어색한 첫 통화에서는 식사는 했는지, 질병은 없는지 짧게 묻고 대답하는 식으로 통화를 했다. 통화 횟수가 늘면서 대화는 노인들의 일상과 가족 이야기로 발전했고, 오히려 상담 직원의 안부를 묻는 정담이 됐다. 통화가 더 이어지면서는 TV 말고는 소일거리가 없다거나 몇 명의 친구와 교류하는 게 인간관계의 전부로 굳어지고 있는지 등 ‘노인의 일상에 대한 통계’를 직원들이 알아채게 되는 것이다. 직원들의 통화는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남 일 같았던 노인의 삶을 알게 된 뒤에는 도움을 주고 싶다거나 변화를 주려는 마음이 생겨났다. 임미영 직원은 “처음에는 데면데면했던 어르신께서 ‘이 휴대전화로 전화해주는 사람이 아가씨밖에 없네’라고 하시며 가족 이야기나 병원 다녀오신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면서 “그다음부터는 외출 계획이 잡히면 버스 시간이나 병원 예약을 인터넷으로 미리 알아보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오면 좋고 안 오면 그만인 전화에서 오지 않으면 생활이 불편해지는 전화로 진일보한 순간이다. ●“저희 할머니 생각 나 칼슘제 보내드려” 도정미 직원은 “전화를 드리는 할머니 집의 보일러가 고장나서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나셨는데, 여름이 오면 이번에는 비가 샐까 봐 걱정을 하시더라.”면서 “저희 할머니 생각도 나도, 너무 안타까워서 지난 어버이날에 칼슘제를 하나 보내드렸다.”고 했다. 이 직원은 “칼슘제 한 통에 너무 고마워하시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며 잊고 있었는데, 할머니 말씀대로 이제 장마가 시작되면 비가 새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콜센터 직원들은 포털사이트 카페를 활용해 노인들에게 필요한 사항을 기록해 사회복지사에게 알린다. 의료·식비 제공처럼 생계 측면에 초점을 맞춰 온 정부의 복지정책에서 “비가 샐지 걱정”이라는 고민은 신경 쓰기 어려운 소소한 문제였다. 하지만 이제 사랑잇기 콜센터 직원들이 관심을 기울여 알아낸 노인의 고민은 복지사에게 즉각 연결되고 있다. ●양로원 등 방문 봉사 동아리 운영도 물론 전화 한 통으로 문제가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 민 차장은 “연세가 많으시니 당연히 아프신 곳도 많으신데, 의료비 부담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제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외로움을 많이 탄다.”고 말했다. 의료봉사뿐 아니라 생활건강 지도, 레크리에이션 활동이 많아져야 한다고 민 차장이 제안하는 이유다. 사랑잇기 봉사활동 외에도 상담 직원들은 ‘여쁜맘’이라는 자원봉사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영·유아 보육시설, 정신지체아 보육시설, 양로원 등을 정기적으로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동아리다. 연말에는 바자회를 개최해 수익금을 생활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에 전달하고 있다. 사랑잇기 활동은 콜센터 상담 직원이 업무 시간 동안 틈을 내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따로 시간을 내고 준비를 해야 하는 기존 봉사활동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하지만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기 위해 직접 부딪치며 소통한다는 점에서는 맥락이 갖다고 민 차장은 설명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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