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외로움
    2026-01-20
    검색기록 지우기
  • 환전상
    2026-01-20
    검색기록 지우기
  • 난민 정책
    2026-01-20
    검색기록 지우기
  • 불수능
    2026-01-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157
  • [20일 TV 하이라이트]

    ●과학카페(KBS1 밤 11시 40분) 높이 2744m의 한반도 최고봉 백두산. 이곳에 세계 과학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백두산에서 화산 폭발 전조 징후들이 포착되면서 대규모 폭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두산 폭발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한다. ‘과학카페’에서는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단해 본다. ●세상의 모든 다큐(KBS2 오전 11시 20분) 미국의 독립 후에도 서부지역은 여전히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스페인 정복자들과 프랑스 모험가들도 활동하고 있었다. 용기와 고난으로 점철된 초기 서부의 개척과정은 그대로 미국의 특성으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모험과 기회의 땅 서부를 향해 길고 험난한 마차 여행을 떠나는데…. ●메디컬 스토리 닥터스(MBC 오후 6시 50분) 한 소년이 양쪽 다리에 고통을 호소하며 아빠의 등에 업혀 응급실에 들어왔다. 아이가 평소처럼 친구들과 놀던 중 갑자기 담벼락이 쓰러지면서 다리에 콘크리트 벽돌이 떨어진 것이다. 의료진은 긴급히 환자의 상처 난 다리를 세척한다. 그 후 골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밀 검사에 들어가게 된다.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SBS 밤 11시 15분) 첫 심경, 사건 그후에 하지 못했던 ‘빅뱅’의 대성과 지드래곤이 처음으로 입을 연다. 1년 만에 다시 뭉친 ‘빅뱅’의 멤버들이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한 모든 비밀을 말한다. 지드래곤의 글로벌한 비밀 친구가 있다고 말을 전한다. 과연 그 친구는 누구일까. 대성은 노출을 즐긴다는 얘기를 털어 놓는데…. ●동물일기(EBS 밤 8시) 가족에게 버림받고 아픈 몸으로 거리를 떠도는 유기견들. 그 안타까운 유기견을 위해 스타가족이 나섰다. 소중한 내 친구 프로젝트에서는 아역배우 정다빈이 함께한다. 다빈이 임시 보호중인 유기견 보리 몸에 이상은 없는지, 병원을 찾은 보리에게 청천벽력 같은 검진결과가 나왔다. 과연 보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명불허전(OBS 밤 10시) 43년간 시를 써 온 한국의 대표 시인 문정희. 초등학교 시절, 혼자 광주로 유학 간 후 외로움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녀. 고교 3학년 때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시집도 발간했다고 털어 놓는다. 그리고 그 인연으로 미당 서정주 선생을 만나 36년간 함께한 이야기도 전한다. ‘명불허전’에서는 한국의 위상을 떨친 그녀의 삶을 들여다 본다.
  • 오뚝이 아빠와 열 식구의 희망찾기

    오뚝이 아빠와 열 식구의 희망찾기

    치킨 집에서 배달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이진호(30)씨. 어린시절 외할머니 손에 자란 진호씨는 아버지를 잃은 뒤 방황을 거듭하다 중학교를 중퇴했다. 사고로 귀를 다쳐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할 수 있는 것은 배달일 정도였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왔다. 한 살 어린 아내 순주씨를 만나 가정도 꾸렸다. 혼자 사는 외로움이 싫었던 터라 장모와 손위 처남을 함께 모시고, 아이도 셋이나 낳았다. 그런데 넷째가 쌍둥이로 태어나고 4개월 전에는 고향집에 계신 어머니까지 함께 살게 되면서 작은 집에 식구가 열이 됐다. 환희(7)와 수림(6), 술희(5), 세 살짜리 쌍둥이 은철·은재까지 다섯 아이가 뛰노는 집안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순주씨와 처남이 아이들을 돌보지만 역부족이다. 그나마 아이들이 서로를 아끼고 챙기는 모습은 부부에게 위안을 준다. 처남은 내성적인 데다 군 제대 후 대인기피증이 생겨 사회생활이 어려운 지경이었다. 그러던 그에게 조금씩 변화를 가져다 준 건 이 아이들이다. 조카들을 돌보면서 생활력을 찾아가려는 의지를 보였고, 진호씨가 일하는 식당 전단지를 나눠 주는 일도 도우며 사회적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어머니가 걱정이다. 지적 장애가 있는 어머니는 북적거리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쓰러지기 일쑤였다. 할 수 없이 집 근처 요양원에 모셨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시설이라 진호씨 어머니가 이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행복을 찾는 진호씨에게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눈길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져도 오뚝이처럼 일어나야 한다. 팍팍한 일상 속에서도 늘 꿈꾸던 대가족의 행복을 기대하는 진호씨에게 과연 희망의 빛이 비춰 줄까. ‘오뚝이 아빠’ 진호씨와 열 식구의 희망찾기를 16일 밤 11시 40분 KBS1 ‘현장르포 동행’에서 함께 따라가 본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비행청소년들은 왜 빨간 노스페이스 점퍼를 보면 뒤집어질까

     속칭 ‘삥’(돈)을 뜯는 비행 청소년들에게 빨간색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은 또래 아이는 ‘표적’이다. “일진 대장만 입을 수 있는 빨간색 점퍼를 감히 입었으니 그냥 놔둘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이 때문에 그런 애를 보면 잡아 패고 옷까지 뺏는다. 서울 강동구 K고교에 다니는 김모(16) 군은 “멋 모르고 빨간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었다가는 ‘네가 뭔데?.’라며 욕을 먹거나 빼앗기기 일쑤”라면서 “갓 입학한 저학년일수록 이런 일을 당하는 일이 많다.”고 털어놨다.  최근 학교 주변에서는 이런 이유로 폭행과 갈취가 반복된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강남 일대에서 하굣길 학생들을 협박해 60만~70만원대의 노스페이스 점퍼만을 빼앗은 10대 12명을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광진서도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청소년 20명을 붙잡았다. 9일 부산 동래서에서도 게임방에서 노스페이스 점퍼를 빼앗은 10대 2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빨간색 점퍼를 주요 표적으로 삼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중·고교생들 사이에서는 교복 위에 덧입는 패딩 점퍼의 색깔이 곧 계급이다. 60만~70만원대의 노스페이스 빨간색 점퍼는 ‘대장’이, 50만~60만원대의 노란색 점퍼는 일진 상위 계급이, 30만원대 파란색 점퍼는 일진 하위층이나 일반 학생이, 25만원대 검은색 점퍼는 아무나 입을 수 있는 것으로 여긴다.  왜 하필 빨간색일까. 전문가들은 빨간색이 가지는 상징성이 일진 청소년들의 심리에 투영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심향선 CCI색채연구소 소장은 “임금의 곤룡포가 빨간색이듯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족, 귀족은 빨간색을 즐겨 입었다.”면서 “빨간색에는 공격성·과시욕·남성성·힘의 이미지가 숨어 있는데, 학생들에게도 이런 심리가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진 학생들이 다른 학생의 빨간색 점퍼를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를 연상케 하는 빨간색 점퍼는 폭력적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범행을 저지르는 학생들이 선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구분해 정체성을 확립하고, 돋보이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행 청소년들의 빨간색 선호는 열등감을 감추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백낙선 색채심리연구소 소장은 “빨간색은 생리·심리적으로 흥분·긴장감·에너지·열정 등 강한 인상을 준다.”면서 “가난, 외로움 등으로 생긴 내적 열등감에서 벗어나려는 일종의 방어기제가 숨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영준·최지숙기자 apple@seoul.co.kr [사건 Inside] (1) 믿었던 ‘모델급’ 여친이 회사 사장과…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사건 Inside] (2) 소개팅女와의 하룻밤이 끔찍한 지옥으로…인천 ‘미성년자 꽃뱀 사건’ [사건 Inside] (3) 생면부지 여중생에게 몹쓸 짓을…‘전주 여중생 성추행 동영상 사건’ [사건 Inside] (4) 밀폐공간에 속 시신 3구, 누가? 왜?…‘울산 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사건 Inside] (5) “입양한 딸, 남편이 바람핀 뒤 나 몰래?”…‘구로 영아 폭행치사 사건’ [사건 Inside] (6) 조강지처 베란다서 밀어 살해해 놓고 태연히 음료수 마신 ‘엽기 남편’ [사건 Inside] (7) 범인 “시신은 상상할 수 없는 곳에 있다”…‘거창 40대 여성 실종사건’ [사건 Inside] (8) “내 애인이 ‘꽃뱀 예림이’라니”… 70대 재력가의 비극적 순정 [사건 Inside] (9) 군대에서 발견된 성병, 범인은 ‘그 아저씨’…‘전주 무속인 추행 사건’ [사건 Inside] (10) 이웃사촌들이 최악의 ‘집단 성폭행’…전남 장흥 시골마을의 비밀 [사건 Inside] (11) 명문 여대생, 남친 잘못 만나 마약에 성매매까지… [사건 Inside] (12) 부인 시신에 모자씌워 저수지로…사기 결혼이 부른 엽기 살인 [사건 Inside] (13) “나만 믿으면 100만원이 3억원으로”…‘인터넷 교주’ 믿었다 패가망신 [사건 Inside] (14) 독극물 마신 살인범 주유소로 난입해…‘강릉 30대女 살인사건’ [사건 Inside] (15) 글러브 끼고 주먹질에 ‘쵸크’로 반격…엽기 커플의 사랑싸움 [사건 Inside] (16) “감히 나를 모함해?”…가양동 ‘일진 할머니’의 기막힌 복수 [사건 Inside] (17) “실종된 여고생 3명, 장기가 적출된 채…”…순천 괴소문의 진실 [사건 Inside] (18) 남자 720명 울린 부천 꽃뱀 알바의 정체…수상한 레스토랑의 비밀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디센던트’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디센던트’

    하와이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남자.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두 딸. 물려받은 거대한 땅을 관리하는 중산층. 매트 킹은 누구나 부러워할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디센던트’는 지상 낙원으로 불리는 하와이를 부정하는 매트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하긴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인데 그림엽서 같은 풍경만 펼쳐지진 않았으리라. 사실 얼마 전부터 매트의 삶은 난관에 부닥쳤다. 아내가 보트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면서 아직 10대인 두 딸과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한다. 그뿐 아니다. 큰딸이 던진 폭탄 같은 말은 그를 공황상태로 만들어버린다. “엄마가 바람을 피운 걸 정말 모른단 말이에요?” 아내와 놀아난 녀석의 이름을 알고 싶고 얼굴을 보고 싶고 무슨 말인가 내뱉고 싶은 매트는 두 딸과 큰딸의 멍청한 친구를 대동하고 길을 나선다. 매트는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전작에서 익히 보아온 중년 남자와 다를 바 없는 인물이다. 주변인과 어긋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삐걱거리는 삶을 내버려둔 채 걸어가던 ‘일렉션’의 짐과 ‘어바웃 슈미트’의 워렌과 ‘사이드웨이’의 마일스는 매트의 다른 이름들이다. 풀지 않고 묵혀둔 숙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때 그들은 비로소 고통스러운 진실과 대면한다. 검소를 미덕으로 삼아 항상 일에 매달려 사는 매트는 아내의 외로움과 두 딸의 고민거리를 모르고 지냈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두 딸이 골칫거리로 자란 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페인은 언제나 그랬듯이 인물이 지혜를 찾도록 짧으면서도 긴 여정 위에 세운다. 그는, 가만히 앉아 머릿속으로 풀 수 있는 문제는 현실에 없다고 생각한다. 현대인은 타인과의 관계를 너무나 골똘히 고민한 나머지 병에 이른다. 그들은 도덕이나 선이 아닌 이해득실에 따라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니 관계의 정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행여 해를 입을까 소심증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그런 인물들이 영화에도 등장하는데, 보통의 영화가 일삼는 실수는 상처를 쉬 치유하려는 데서 비롯된다. ‘디센던트’는 다르다. 영화는 못난 남자의 못난 감정에 충실하게 접근하고, 주인공은 복잡한 문제들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가족 내부의 갈등과 가문의 영지 처분이라는 안팎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매트는 선조의 역사를 되새긴다. 그리고 선조와 후손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가운데 선 자신의 위치를 자각한다. 설령 그의 행동과 판단이 옳지 않다 하더라도 설득력을 구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최소한 얄팍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페인의 코미디를 보며 마냥 웃을 수는 없다. 인물들이 행하는 엉뚱한 짓거리에 연민을 느끼게 되고, 실없는 소동에 웃다 문득 관조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코마에 빠진 아내 앞에서 매트가 숨겨둔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을 보자. 듣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혼자 흥분한 모습이 우스꽝스럽지만, 다른 한편으로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자의 슬픔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페인의 코미디가 매번 각별하게 다가오는 건 그런 까닭에서다. 쉽게 만든 인물을 허투루 사용하는 현대영화와 달리, 페인은 인물 하나하나에 진심을 부여한다. 영화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반대로 현장을 잘 통솔하기를 원하는 페인은 배우에게 최선의 연기를 끌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디센던트’의 조지 클루니도 리스트에 오를 만하다. 스타가 연기까지 잘할 때, 감탄은 몇 배 커진다. 16일개봉. 영화평론가
  • 이나영 “송강호 선배와 ‘열연’하지 말자 농담했다”

    이나영 “송강호 선배와 ‘열연’하지 말자 농담했다”

    비현실적으로 긴 팔다리, 남달리 큰 눈과 그 속에서 부유하는 눈동자. 눈이 시릴 만큼 창백한 낯빛. 미인의 전형과는 거리가 있는데 묘하게 눈길이 간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한 번도 스테레오타입의 인물을 연기한 적은 없다. 어딘가 한 구석은 결핍된 캐릭터들. 그래도 정을 뗄 수 없는 인물들을 맡았다. ‘네 멋대로 해라’(2002)의 경 ‘아는 여자’(2002)의 이연,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2006)의 유정이 그랬다. 데뷔한 지 15년째인데 사생활은 드러나지 않았다. 전지현과 더불어 ‘연예인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연예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별’에서 온 듯한 이미지가 희석되는 데 걸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말을 쉽게 뱉기보다 머릿속에서 한 번 더 돌리는 사람이었다. 미묘한 뉘앙스 차이면 넘길 법도 한데 구분을 지으려는 고집이 있었다. 질문을 받으면 먼발치를 응시하면서 꼭꼭 되씹고, 역으로 되묻기도 했다. 그만큼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대하는 관(觀)이 뚜렷하다는 방증일 터.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의 한 카페에서 ‘하울링’의 주인공 이나영(33)을 만나고서 든 느낌들이다. 16일 개봉하는 ‘하울링’의 얼개는 간단하다. 의문의 연쇄살인이 발생하는데, 증거라고는 공통적으로 개에 물린 자국이 있다는 게 전부다. 동료들이 꺼리는 사건을 만년 형사 상길과 순찰대 출신 은영이 떠맡는다. 십수년의 나이 차, 성별의 차이에도 둘은 묘하게 닮았다. 승진에서 밀리고 아내에게 버림 받은 상길이나 마초 소굴인 강력계에 뛰어든 이혼녀 은영이나 경계인 같은 존재이기 때문. 실마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가운데 은영의 섬세한 눈은 늑대개에서 사건의 열쇠를 찾는다. 이나영이 ‘하울링’을 선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의외였다. 유하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쌍화점’을 거푸 성공시킨 이야기꾼. 하지만 ‘비열한 거리’ ‘쌍화점’의 조인성이나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 등 1인자가 아닌 남성의 욕망을 그리는 데 탁월했다. 여성캐릭터는 장치로 소비했다. 게다가 ‘하울링’은 미스터리 형사물의 표피를 썼다.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럽고, 뚱한 가운데 고집스러운 이나영의 이미지가 사랑받은 건 영화 ‘아는 여자’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아일랜드’였지 장르영화는 아니었다. 가장 먼저 은영에 꽂힌 이유를 묻었다. 이나영은 “은영이 품고 있는 본연의 외로움에 끌렸다. 남편이 떠나고 가족이 없어서가 아니고 남성 중심 조직에 속해 있는 처연한 외로움이다. 늑대개에 연민을 느끼고 교감한 지점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팬이었던 두 남자-유하, 송강호-와의 작업은 선택을 당기는 기폭제가 됐다. 그는 “유 감독은 오케이 컷을 하지 않는 걸로 유명한데 막상 해보니 장난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은영이 병실에서 화상을 입은 용의자를 신문하면서 ‘질풍이(늑대개)도 가족 아닙니까’라며 북받치는 장면은 30번도 더 찍었다. 영화 주제를 담은 대사가 하필이면 나한테 걸렸다.”며 깔깔깔 웃었다. 은영의 감정선을 고려하면 클라이맥스에 해당하지만, 도를 넘어서면 관객의 공감을 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었을 터다. 영화 내내 이나영은 외로움과 욕망을 밑바탕에 깔고, 터질 듯 터질 듯하면서도 끝까지 수위를 넘지 않는 감정 연기를 펼쳤다. 강력반 선배 역의 배우에게 뺨을 두들겨 맞고, 오토바이 사고로 죽을 뻔했던 순간보다 외려 고통스러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나영은 “영화를 찍으면서 나 자신을 새롭게 깎고, 재정비하고 싶었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힘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남들은 몰라도 스스로 조금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진 터였다.”고 말했다. 이어 “‘하울링’은 철저하게 비워 놓고 찍은 영화다. 나 스스로 답을 찾기보다는 감독이 끌어내는 무언가에 집중했다. 유 감독은 내면을 꽉 채우면 저절로 밖으로 새어나가는 감정을 원했다. 표정을 일부러 만드는 게 아니라 집중하고서 저절로 배어 나온다고 해야 할까. 눈물 한 방울도, 미간을 찌뿌리는 것도 함부로 해선 안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송강호와 가장 많이 주고받은 농담이 “우리 열연하지(감정과잉 되지) 말자.” “선배! 열연하지 마세요.”였단다.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여형사는 ‘트로피 와이프’ 같은 존재이거나 숏커트 머리에 가죽점퍼를 입는 존재로 그려졌다. 반면 은영은 펌을 한 긴 머리에 또래 여성들이 입는 평범한 옷차림이 대부분이다. “실제 강력반 여형사 여러분을 만났죠. 숏커트에 야상 차림이면 잠복을 하거나 용의자를 쫓을때 외려 여형사 티가 날 수가 있다더라고요. 일부러 미니스커트에 힐을 신는 분도 있었어요. 감독님과 상의해서 전형적인 여형사의 이미지는 지워버리자고 했죠. 단 너무 더러워 보이지는 말자고 했어요(웃음).” 데뷔 15년차인데 장편영화는 겨우 9편째. 이쯤 되면 ‘과작’(寡作)이다. “신비주의 전략이요? 그런 건 없어요. 하하하. 작품 욕심은 항상 넘치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비슷비슷해요. 내 마음을 설득시킬 수 있는 작품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잘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하고 싶은 작품을 해야 재밌죠.” 이미지 변신에는 관심이 없다고도 했다. “사람들이 날 어떤 이미지로 보는지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어요. 생각하는 순간 날 가둬버리게 되요. 이미지 변신을 위해 작품을 선택한 적은 없어요. ‘아빠는 남자를 좋아해’ 끝나고는 여성스러운, 예쁜 역할이 끌려 ‘도망자 플랜B’를 했고, ‘하울링’을 끝내고 나니 대중적인 멜로에 배가 고픈 식이에요.” 그는 이어 “사람들이 내 얼굴, 이미지를 좋아해주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스스로는 질려 있을 때가 많다. 스스로에게 엄격해서 일지도 모르지만, 항상 다른 재미를 찾는다. 나를 움직이는 에너지는 전부 재미에서 나온다. 코미디의 재미를 뜻하는 게 아니라 내가 꽂힐 수 있는 재미를 얘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안소니 랩·옥상달빛… 공감이 있는 2월 공연

    안소니 랩·옥상달빛… 공감이 있는 2월 공연

    짙은, 가영, 안소니 랩, 임인건, 크라잉넛, 3호선 버터플라이, 옐로우 몬스터즈, 강허달림, 조동희, 한음파, 꽃다지, 흐른, 옥상달빛…. 누군가는 고개를 갸우뚱거릴 테고, 또 다른 누군가는 심장박동이 치솟을 이름이다. ‘그곳에 가면 진짜 음악이 있다’는 구호를 걸고 2004년 출발한 EBS ‘스페이스 공감’의 2월 공연 명단이 발표됐다. 8일에는 미국 뮤지컬 ‘렌트’의 오리지널 버전에서 주연 배우로 활약한 안소니 랩이 무대에 선다. ‘렌트’의 작곡가이자 연출자인 조나단 라슨이 브로드웨이 초연에서 토니상과 퓰리처상을 받은 뒤 13년간 ‘렌트’가 브로드웨이 흥행대작이 된 과정과 뒷얘기를 담은 1인 뮤지컬 ‘위드아웃 유’의 곡들로 채워진다. 15~16일에는 한국 블루스의 새로운 진화로 평가받는 강허달림을 만날 수 있다. 신촌블루스 보컬 출신 강허달림이 1집 ‘기다림 설레임’(2008)에서 막막함과 절실함을 드러냈다면, 2집 ‘넌 나의 바다’(2011)에서는 한결 여유롭고 안정된 느낌을 표현했다. 슬픈 정서를 담고 있지만, 비트가 강한 리듬에 어깨를 들썩이게 되는 그만의 몽환적이면서도 흥겨운 무대를 만날 수 있다. 17일에는 조동진과 조동익의 동생으로 먼저 유명해진 싱어송라이터 조동희의 무대다. 장필순의 명곡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를 비롯해 조규찬, 김장훈의 음반에 작사가로 참여했던 조동희는 지난해 첫 앨범 ‘조동희. 1’을 발표했다. 무심한 듯 따뜻한 그만의 에너지와 고집을 느낄 수 있다. 20일에는 우울한 정서를 지닌 사이키델릭 록음악을 펼쳐내는 4인조 밴드 한음파의 무대가 기다린다. 2008년 ‘스페이스 공감’ 신인발굴 프로젝트 ‘올해의 헬로루키’에 뽑히는 등 EBS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새달 발표될 ‘키스 프럼 더 미스틱’의 수록곡을 가장 먼저 만날 기회다. 28일에는 스물아홉 동갑내기 김윤주, 박세진으로 짜여진 여성 듀오 옥상달빛이 2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없는 게 메리트’ ‘하드코어 인생아’ 등 청춘의 성장통을 보듬어주는 옥상달빛의 따뜻한 위로를 들을 수 있다. 홈페이지(www.ebsspace.com)에서 신청하면 추첨을 통해 원하는 공연을 볼 수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길섶에서] 육필 연하장/구본영 논설위원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언론계 지인이 뒤늦게 연하장을 보내왔다. 황량한 한겨울 날씨 탓일까. 인사말 속에 들어 있는 “살아갈수록 외로움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아직은 지인들과 신년 덕담을 주고받을 기회가 많은 연초가 아닌가. 그런데도 외로움을 탄다는 그의 고백이 처음엔 의아했다. 하지만, 곱씹어 보니 공감이 갔다. 그저 편리하다는 이유로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는 보내면서 정성을 담아 육필로 쓴 연하장을 보낸 지는 참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마다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뻔한 전자 인사 메시지를 날린들 무슨 위안이 되겠는가. 그렇다. 류시화 시인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겉치레가 아닌, 마음을 터놓는 대화야말로 너나 할 것 없이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싶다. 내년 설에는 은혜를 입은 분들을 직접 찾아뵙고 육성으로 감사를 전하거나, 손끝으로 꾹꾹 눌러 쓴 카드라도 꼭 보내야겠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행복한 노후, 인문학에 물어보세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60대 52.7명, 70대 83.5명, 80대이상 123.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이런 서글픈 기록에는 경제적 빈곤과 병고, 외로움 등이 원인이겠지만, 스스로 노후 생활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정신적 척박함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마포구는 50세 이상 구민들에게 노후 생활의 의미를 찾고 삶을 성찰하는 기회를 마련하도록 돕기 위해 다음 달부터 ‘아름다운 실버세대를 위한 인문학’ 강좌를 개설·운영한다고 25일 밝혔다. 강좌는 생로병사(生病死), 개인과 사회, 성과 사랑 등 어르신들이 당면한 문제를 인문학적 시각으로 돌아보고 새로운 인식을 다지는 기회로 삼을 수 있게 구성됐다. 강의는 크게 세 과정으로 나눠 각각 김세서리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연구원 수석연구원, 김선희 건국대 철학과 전임강사, 장영란 한국외대 서양철학 전임강사가 강사로 나선다. 이들은 ‘동양철학과 함께하는 인생의 오솔길’(총 5회), ‘좋은 삶과 좋은 죽음을 위한 철학상담’(총 5회), ‘문학과 예술을 통한 노년의 성과 사랑’(총 5회) 등을 주제로 동·서양 문학·역사·철학 분야를 넘나드는 강의를 진행한다. 강좌는 다음 달 13일부터 5월 21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마포구 평생학습센터에서 열린다. 50세 이상 구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선착순 40명을 모집하며, 수강료는 없다. 구본수 교육지원과장은 “노년의 삶은 이제 복지, 건강을 넘어 정신적 풍요를 만드는 게 중요한 시대”라며 “이번 강좌를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돌아보고 주체적으로 미래 비전을 키우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열린세상] 히틀러와 입학시험/김다은 추계예술대 교수·소설가

    [열린세상] 히틀러와 입학시험/김다은 추계예술대 교수·소설가

    한 청년이 화가의 꿈을 안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흘러들었다. 1907년 가을, 빈 조형예술아카데미 소속 일반화가 학교에 입학시험을 치르게 된 18세의 그 청년은 아돌프 히틀러였다. 그는 ‘낙원으로부터의 추방’ 등 실기시험에는 합격했으나, 2차 면접에서 실패하고 만다. 풍경화나 건축화에는 뛰어났지만, 초상화에는 소질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얼굴을 그리지 못하는 사람은 화가가 될 자질이 없다고 면접관들이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최근 동유럽 여행 때, 오스트리아와 폴란드의 서로 다른 현지 가이드들이 히틀러에 대해 들려준 공통된 내용이다. 히틀러는 입학시험에 불합격하고도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고, 3류 화가 노릇을 하면서 빈에서 외로움과 배고픔을 견디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군대에 가야 하는 나이가 되었고 이를 거부하다 군사재판에 출두하게 된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이 터졌을 때는 독일 군대에 자원입대를 하는데, 이것이 파시스트 히틀러 행로의 시작이었다. 만약 히틀러가 예술아카데미 입학시험에 합격했다면? 나치당의 운명과 독일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독일의 오스트리아 합병, 체코 및 폴란드 침공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발발, 프랑스 점령, 덴마크 장악, 러시아 진격과 패배 등 전 세계가 전쟁과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휩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大) 독일의 야망 아래 자행된 유대인 대량 학살도 없었을 것이다. 역사의 연쇄적 영향에 의해 우리는 전혀 다른 21세기를 맞고 있을 것이다. 히틀러가 화가가 되었다면 예술의 지형도도 달라졌을 것이다. 당시 오스트리아 제체션(분리파)의 중심에 있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영향과 에곤 실레 등과의 교우관계를 통해 히틀러는 표현주의 화가로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랬다면 여행객들은 폴란드의 오슈비엥침 수용소(‘아우슈비츠’라는 표현은 독일이 폴란드를 점령하고 난 후 독일식 발음으로 바꾼 것이다)가 아니라 히틀러 미술관으로 즐거운 발길을 옮기게 됐을지도 모른다. 화가 히틀러의 인생살이와 예술을 다룬 책이나 영화 ‘페인터’가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독일에 대한 저항으로 오스트리아인들 사이에 애창되던 에델바이스를 트랩 대령의 입을 통해 부르게 했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히틀러가 세계적인 화가가 될 수도 있었고 그래서 역사가 다른 길로 흐를 수도 있었으리라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요즘 각 대학들에서 입학시험이 진행되고 있어서이다. 얼굴을 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히틀러를 예술 밖으로 내친 면접관들이 실수를 한 것인지, 히틀러에게 진정한 예술혼이 없음을 알아챈 그들의 선견지명을 놀라워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히틀러가 입학시험에 불합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초상화 때문이라는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 단지 풍경화 속에 건축물과 배경만 있을 뿐 사람이 그려지지 않아서 “면접관들은 회화과 대신 건축과 입학을 추천했는데, 고등학교 졸업장이 필수인 과정을 당시 히틀러는 중학교를 중퇴했기에 낙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니, 초상화는 현지인들의 입으로만 전해지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오슈비엥침 수용소 관람 후, 가이드는 버스 안에서 폴란드의 유명한 유대계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라프 스필만의 이야기를 다룬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를 틀어주었다. 유대인 피아니스트는 독일 장교와 오이지 통조림 앞에서 절체절명의 연주를 하게 되는데, 그 곡이 쇼팽의 발라드 1번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 폴란드 현지 한국인 가이드에게 낯선 나라에 정착하게 된 계기를 물어보았다. 대학입학시험 때 자신이 획득한 점수가 한국외국어대 폴란드어과를 선택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대학입학시험이 한 개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지형도를 바꾼다는 것을 히틀러뿐만 아니라 평범한 가이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입시철이다. 인간과 세계의 미래를 향한 지극히 중대한 기획이 진행되고 있다. 눈에 보이게, 보이지 않게 수많은 선택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그 선택의 결과들을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보게 될 것이다.
  • [CEO 칼럼] 마음의 길, 소통의 길/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CEO 칼럼] 마음의 길, 소통의 길/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길’이 있다. 사람 사는 곳에 길이 있다. 집과 집 사이에 길이 있고, 마을과 마을 사이에 길이 있다. 이렇게 사람이 길을 만들고, 길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준다. 언제인가 사람들은 신작로(新作路)를 만들었다. 길은 넓어지고 잘 다져지며, 곧아졌다. 자동차가 거침없이 신작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기술이 더욱 발달해 고속도로가 생기고, 고속철도가 나오면서 사람들은 더 빠르고 편하게 오갈 수 있게 되었다. 길이 좋아지는 만큼 세상도 변했다. 속도가 경쟁력이 돼 버렸다. 속도에 몰두하면서 사람들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잊어갔다. 시속 300㎞의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철도 안에서 창밖의 풍경은 무의미하다. 100㎞를 넘게 질주하는 자동차의 운전자에게 차창 밖은 자신과 상관없는 다른 세계일 뿐이다. 빨라지는 세계엔 외로움이 찾아든다. 몇몇 사람들이 속도 때문에 잊혔던 인간성 회복이라는 명제를 다시 떠올렸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다시금 깨닫는 각성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속도 대신 여유와 활력, 소통을 말한다. 패스트푸드 대신에 잘 숙성되고 정성껏 만들어진 슬로푸드를 찾고, 마을은 사람과 자연에 바탕을 둔 슬로시티임을 자랑한다. 세상이 또다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변화로 길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남해 바래길, 부산 갈맷길 등 지역의 특성을 살린 아름다운 길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유행처럼 만들어지는 이 길의 공통점은 목적지까지 빠르게 가는 것이 아니라 느리게 함께 걷는 길, 같이 즐기는 길이라는 것이다. 길 위에서 아들은 아버지를 배우고, 가족은 사랑을 알며, 사람들은 자연을 느끼게 되었다. 신작로에서는 무심히 지나치던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며, 사람을 보게 되었다. 다시 사람들이 길을 만들고, 길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고 있다. 하이원리조트에는 ‘하늘길’이 있다. 매년 수만명의 사람들이 이 길을 걸으면서 자연을 만끽하고 새로운 만남을 갖는다. 하늘길을 사람 냄새 풀풀 나는 길로 만드는 것, 이것이 하이원이 세상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자 길이다. 숱한 길 중에 으뜸은 마음의 길, 소통의 길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논의의 초점이 대개 소통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불통’(不通)이 심각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불통은 공감과 배려의 부족에서 시작된다. 공감의 부족은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편견에서 나오고, 배려의 부족은 자신만이 옳다는 오만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없을 때 대화는 공허해지고, 말은 끊기고 만다. 대화가 사라진 사회에서 갈등과 분열은 증폭된다. 마음의 길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소통은 사회안정의 필수요건이고 기업생존의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강려자용(剛戾自用)에서 제왕의 소통 부재를 엿볼 수 있고, 채플린의 무성영화 ‘모던타임스’는 기업의 소통 부재를 대변한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중고생들의 ‘왕따’ 문제도 바로 소통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가정과 사회에서 꽉 막힌 언로(言路)가 어린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소통이 원활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이런 문제를 슬기롭게 헤쳐 가지만 불통의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결국 피해자나 가해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게 된다. 설 명절이 며칠 남지 않았다. 명절이 좋은 것은 떨어져 살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이다. 이번 설에도 사람들은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를 시도할 것이다. 마음의 길이 확 뚫리는 대화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사회가 안정되고 기업이 번창하며 학교에 왕따가 없는, 그런 소통의 길, 마음의 길이 열리는 설날이었으면 좋겠다.
  • [생명의 窓] 촌로들의 행복/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생명의 窓] 촌로들의 행복/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겨울인데도 비가 온다. 좀처럼 눈이 오지 않는 이곳은 겨울이 파랗다. 겨울이 겨울 같지 않아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이 파란 겨울을 보는 것도 가끔은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사면이 바다인 이 섬에서 나는 시간만 나면 바다를 향해 걷는다. 어떤 때는 새벽 예불이 막 끝난 새벽에 걷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침 공양을 마친 아침 시간이나 저녁 무렵에 걷기도 한다. 나의 걷기는 지속적이고 또한 규칙적이기도 하다. 걷다 보면 아침 바다를 만나기도 하고 저녁 별을 보기도 한다. 그 많은 풍경 가운데 내가 가장 많이 만난 풍경은 논밭에서 일하는 촌로들의 모습이다. 나는 그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노동이 어떻게 풍경이 되는가를 볼 수 있었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이 왜 명작이 될 수 있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나는 그들을 그려 보고 싶었다. 그러나 내겐 그림을 그리는 재주가 없다. 손으로 그들을 그리지 못하는 대신 나는 눈으로, 마음으로 그들을 그렸다. 그들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내가 그들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있는 것을 느낀다. 그 풍경 속에 있는 나를 보며 나는 내 삶의 미래가 어떨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백장 스님은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고 했다. 스콧니어링은 노동력을 잃자 스스로 굶어 죽는 삶을 택했다. 이들에게 노동은 존재였고 삶이었다. 그것은 우주의 생명을 느끼는 가장 숭고한 의식이기도 했던 것만 같다. 가장 낮은 자세로 대지에 코를 갖다 대고 생명을 키우는 일은 우주의 생명을 가꾸는 일이기도 하다. 백장의 노동이 선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골의 촌로들은 선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일하며 즐겁다. 젊어서 농사는 고역이었으나 노년의 농사는 생존의 절박성을 떠나 있으므로 자유롭다. 시금치가 때아닌 고온과 비에 다 녹아내려도 발을 동동 구르지 않는다. 자연이 하는 일을 어쩔 수 있냐며 받아들인다. 원망이 수용으로 바뀌는 이 시간의 길이 사실은 수행이고 정진이다. 촌로들은 수행 아닌 수행을 통해 자유를 얻은 것이다. 거칠게 일해 오면서 그들은 마음속에 자연을 어머니처럼 받아들인 것이다. 이런 그들에게 노동은 숨을 쉬는 것과도 같다. 새벽 껌껌할 때도 논에 물을 대는 그들을 만난다. 어둠 속에서 걸어오는 그들은 놀람도 당혹도 없다. 깊고 긴 숨을 쉬는 사람처럼 그들은 어둠 속의 물체를 향해서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넨다. “누굽니까? 어디 가십니꺼?” 그들의 음성이 어둠을 느리고 따듯하게 건너온다. 어둠을 뚫고 여리게 찾아오는 빛처럼. 숨을 쉬듯 일하는 그들은 건강하다. 땅을 일구고 생명을 키우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인간의 힘을 내어 주고 어쩌면 우주의 힘을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은 자식들에게 자신의 삶을 의탁하지도 않는다. 자식이 없는 자리의 외로움을 대지가 다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대지는 이들에게 자식보다 더 큰 반려로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노년엔 농사를 짓는 것이 최상의 행복이라는 말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실이다. 나는 그 진실을 지금 목전에서 만나고 있다. 인생이 점점 길어진다. 노년을 도시에서 배회하는 일은 서글프다. 저무는 생명을 일으켜 저 땅 위에 푸른 생명들을 키워 내는 일을 한다면 좋지 않겠는가. 농촌에 근거가 없다고 말하지 말라. 길은 찾으면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다. 일을 못한다고 말하지 말라. 일은 하면 몸에 배지 않겠는가. 가난을 두려워하지 말라. 욕심을 버릴 때 가난은 맑은 가난이 된다. 그것은 영혼을 키우는 가난이다. 오늘도 나는 바다로 난 길을 걷는다. 그 길은 넓은 마늘 밭을 끼고 있다. 파란 겨울이 눈에 푸르게 물이 든다. 일하는 노인이 손을 흔들며 소리친다. “스님, 바다 갑니꺼?” 그 음성이 바다보다 푸르게 다가온다. 나는 두 손을 모으고 합장한다. 그도 멋쩍어 어설프게 따라서 합장을 한다. 촌로는 내가 합장한 이유를 알고 있을까. 내가 부처처럼 빛나는 그의 기쁨이 부러워 합장하고 있다는 이 사실을.
  • [한·중 수교 20년] 한글간판 빼곡한 中왕징… 중국말 넘쳐나는 ‘구로 거리’

    [한·중 수교 20년] 한글간판 빼곡한 中왕징… 중국말 넘쳐나는 ‘구로 거리’

    지난달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의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 연회장에는 관영 중국중앙(CC)TV가 마련한 아주 특별한 무대가 설치됐다. 국내 유명 카페 체인업체의 중국사업 책임자인 이모(42·여)씨를 비롯한 중국거주 한국인 7명으로 구성된 직장인 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평소 각자의 생업에 종사하면서 이국생활의 외로움과 고국에 대한 향수를 음악으로 달래왔던 이들은 이날 무대에서 조용필의 ‘꿈’을 청중들에게 선사했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슬퍼질 땐 차라리 나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1990년대 후반 남편과 함께 유학 왔다 정착한 이씨를 비롯해 이들의 중국 거주 사연은 제각각이다. 음악학원 강사로 일하는 색소포니스트 박모(42)씨는 그동안 중국인 부인과 가정을 꾸렸고,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기타리스트 이모(51)씨는 한·중 문화교류의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8만명 넘는 한국인이 거주하는 왕징은 한·중 수교 20년의 살아있는 발자취다. 베이징 어디에도 이런 집단적인 외국인촌은 찾아볼 수 없다. ‘전주옥’, ‘7080카페’, ‘갯마을’, ‘장터’ 등 친숙한 우리 글 간판이 즐비하다. 중국인들도 우리 말을 곧잘 구사해 처음 중국에 온 사람들도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다. 베이징에 ‘왕징 코리아타운’이 있다면 서울에는 ‘구로 차이나타운’이 있다. “가게도 더 늘리고 교외에 뜰이 있는 이층집도 살 계획이에요.” 중국 지린성 둔화(敦化)가 고향인 탄춘펑(潭純鳳·52). 한족인 그녀는 중국인 밀집지역인 서울 대림 2동과 건국대 입구, 경기 안산 등에서 식당만 네 곳을 운영한다. 먼저 한국 국적을 취득한 남편의 초청으로 2007년 입국했다. 재료 공장까지 따로 둘 만큼 사업이 커지면서 여동생, 아들, 며느리 등 집안 식구 모두 입국해 함께 일하고 있다. 식당 본점은 지하철 2호선 대림역 주변에 있는 이른바 ‘구로 차이나타운’ 골목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해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식당은 물론 중국인 지원센터, 중국 신문사, 취업소개소, 중국 상점, 중국어 간판으로 된 휴대전화 대리점 등이 몰려 있는 곳이다. 식당 차림표를 통해서도 이곳 사람들의 출신지를 짐작할 수 있다. 쓰촨식 마라탕(麻辣?), 산시(山西)풍의 다오샤오멘(刀削麵) 옌볜식 양꼬치 구이 등이 눈에 띈다. 조선족 동포뿐 아니라 중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 얘기다. 중국내 코리아타운 역시 상하이의 구베이(古北), 산둥성 칭다오(靑島)의 청양(城陽) 등 한국인 밀집지역 어디에나 들어서 있다. 베이징의 ‘왕징 코리아타운’, 서울의 ‘구로 차이나타운’은 한·중 수교를 통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왕징은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인이 몰리면서 베이징의 대표적인 신도심으로 개발됐고, 서울의 대림동과 구로동에는 2000년대 초부터 중국인이 모여들었다. 민간 교류 확대의 결과다. 실제 수교 20년 동안 한국과 중국은 비약적으로 교류를 넓혀왔다. 수교 첫 해 13만명에 불과했던 양국 국민 간 교류는 2011년 640여만명으로 50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은 상대국 수도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독특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수교 20년의 역사를 실체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서울 주현진기자 stinger@seoul.co.kr
  • 루시드 폴 “제 음악이 치유제·힘 됐으면…공학박사 길 포기 후회 안해”

    루시드 폴 “제 음악이 치유제·힘 됐으면…공학박사 길 포기 후회 안해”

    몸과 마음이 들뜨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지는 연말. 잔잔한 음악으로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가수가 있다. ‘가요계의 음유시인’ 루시드 폴(36·본명 조윤석)이다. 한 편의 시처럼 간결하고 감성이 풍부한 음악으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그가 지난 20일 새 앨범 ‘아름다운 날들’을 내놓았다. 21일 서울 신사동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루시드 폴을 만났다. →5집이다. 이번 앨범을 자신의 내면으로 떠나는 순례자의 시선이라고 소개했는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가장 많은 뮤지션들과 작업을 했고, 다양한 악기를 원 없이 써봤다. 노래를 빛나게 해주는 편곡과 악기 배치를 할 수 있었고, 덕분에 곡마다 다른 분위기와 스타일을 잘 살릴 수 있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공부나 방송 활동을 일절 하지 않고 스스로를 ‘유배’시킨 채 곡을 쓰는 데만 전념했다. →그래서 그런지 가사가 더욱 사색적이고 철학적이다. ‘나를 흔들리게 하는 건 내 몸의 무게’(외줄타기), ’난 가진 것도 별로 없는데 무얼 놓지 못해 주저하는지’(어부가), ‘언젠가 내가 나를 태워버릴 것 같아’(불) 등이 대표적이다. -혼자서 내 이야기를 토로하고 싶었다. 이전에는 내 음악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면 이번에는 누군가 내 이야기가 들리는 사람이 있다면 와서 공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내 자신을 다독이고 싶은 것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외로움이든 불안함이든 무언가를 해소하고 싶었다. 일종의 스스로에 대한 위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1집과 유사한 점도 있다. →앨범 제목인 ‘아름다운 날들’은 어떤 뜻인가. -외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보낸 지난 2년여의 시간은 슬럼프도 있었지만,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지난여름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고, 그것이 주는 묘한 서글픔이 있었다. 내게 또 그런 아름다운 날들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공대(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스위스(로잔공대)에서 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수로 전업하기에는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았나. -미련은 전혀 없다. 무언가를 성취했다기보다는 후회 없이 연구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다행히 공부를 마무리할 무렵에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다. 학위를 따고 교수가 되면 같은 분야의 사람들을 접촉할 일이 많은데, 공대 쪽 사람들과 정서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다른 점이 많이 느껴졌다. 유학 생활에 대한 피로감도 있었고, 내가 더 이상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생각 등 여러 가지가 겹쳐 가수의 길을 걷게 된 것 같다. →그 사실을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좋지 않았을까. -고등학교 때 난 이미 음악인이었다. 기말고사 때도 공부는 하지 않고 기타를 끼고 살아서 기타줄을 끊어버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음악을 끊으니까 금단 현상이 왔고, 대학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노래가 하고 싶어서 육교 위에서 부른 적도 있고, 학교 잔디밭에서도 불렀다. 그러다가 1998년 인디 밴드 ‘미선이’의 보컬로 활동하게 됐다. →4집 때 화제가 됐던 ‘고등어’에 이어 이번에는 나무를 깎아 여러 가지를 만드는 장인을 소재로 한 ‘꿈꾸는 나무’, 염전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여름의 꽃’ 등 자연을 소재로 한 가사가 유독 많다. -자연이 주는 소재가 무한하다. 사람도 크게 보면 자연의 일부가 아닌가. 때론 태양이나 별처럼 자연이 말 없이 주는 영감이 클 때가 있다. 항상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 때문인지 음악에서 치유의 힘이 느껴진다. -힘들 때 밥만 같이 먹어도 힘이 되는 사람이 있지 않나. 시대와 나이를 불문하고 외로움은 누구나 갖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 감히 할 수 있다면, 제 음악을 듣고 치유가 되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탱고와 플라멩고 등 남미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곡도 많다. -유학 갈 무렵부터 브라질 음악을 좋아했고, 쿠바 음악을 들으면서 외연을 넓혔다. 생명공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남미 음악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사람의 체온 같아 좋다. →크게 힘 들이지 않고 노래하는 것 같은 창법이다.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생각은. -나긋나긋하다고 이야기해주는 분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목소리의 윤곽이 흐리멍텅한 것이 불만이다. 악기나 배경 음악에 묻혀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그동안 방치했던 내 목소리를 한번 연구해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가수 인생에 유희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던데. -전 소속사와의 계약 분쟁 때문에 가수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평소 내 음악을 좋아했던 (유)희열이 형이 소속사 대표를 통해 내가 다시 가수를 할 수 있도록 세 번이나 설득했다. 내겐 정말 형 같은 사람이다. 후배들도 잘 챙기고 의리가 있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루시드 폴(Lucid Fall)은 ‘찬란한 가을’이라는 뜻이다. 이름에서부터 그의 시적인 감성이 묻어난다. 음악의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한다는 그는 ‘가요계의 음유시인’이라는 별명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소진되지만 않는다면 음악을 오랫동안 하고 싶다는 그의 여정을 가능한 한 오래 따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 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 조승우 “흥행 3할타자, 홈런 칠 차례죠”

    조승우 “흥행 3할타자, 홈런 칠 차례죠”

    금테 안경 뒤로 비치는 매서운 눈빛과 무표정, 마운드 위에서의 분주한 동작까지. 영화 ‘퍼펙트 게임’ 속 조승우(30)는 롯데 자이언츠의 전설적인 투수였던 고(故) 최동원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작은 사진)하고 있었다. ‘퍼펙트 게임’은 당대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최동원과 선동열(현 기아 타이거즈 감독) 선수의 세기의 맞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마이웨이’와 함께 올 연말 충무로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한국 영화다.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조승우는 중학교 때까지 실제로 투수가 꿈이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학창 시절 공부는 하기 싫었고, 운동 신경이 좋아 공을 멀리 던지는 것은 자신 있었어요. 테니스공으로 친구들과 캐치볼도 많이 하면서 중학교 때까지 투수의 꿈을 키웠죠. 물론 그 이후 뮤지컬을 한 편 보고 제 삶이 바뀌기는 했지만….” 출연 중인 뮤지컬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 전에는 다른 작품 대본은 일절 보지 않는다는 그는 공연 초반에 소속사 대표의 전화를 받고 우연히 영화 요약본을 본 뒤 마음이 흔들렸다고 털어놨다. “야구 영화를 꼭 한 번 하고 싶었는데 제 꿈이었던 투수 역할이고, 거기다가 최동원 선수 역할이라니 더욱 마음이 흔들렸죠.” 부산 사투리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영화 ‘타짜’(2006)에 함께 출연했던 “(김)윤석이 형에게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밝게 웃는 조승우. 그는 끈질긴 집념의 최동원을 연기하기 위해 600쪽가량의 자료를 파고들었다. “(최동원 선수가) 영화에서는 철저한 승부사로 나오지만, 유니폼을 벗으면 명랑하고 쾌활하고 장난도 잘 치는 분이셨습니다. 후배들에 대한 리더십이나 책임감도 컸고요. 은퇴식도 없이 스스로 쓸쓸하게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하고 열정이 컸기 때문에 그 외로움과 고통을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최동원이 공을 던질 때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배짱과 표정 하나 흔들리지 않는 ‘포커페이스’를 스크린에 그대로 담고 싶었다는 조승우는 “최동원 선수의 인간적인 면모보다 냉철하고 고집스러운 모습이 더 부각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최동원과 자존심 대결을 펼치는 선동열 역에 양동근을 강력 추천한 이는 바로 조승우였다. “시놉시스를 보자마자 (양)동근이가 제격이라고 생각해 감독님께 얘기했습니다. 내가 관객이어도 조승우와 양동근 조합이라면 흥미롭게 볼 것 같다고 큰소리 치면서요.” 조승우는 다른 영화를 계약하기 직전이던 양동근을 설득해 한배를 탔다. 연기 경쟁이 만만치 않았겠다고 하니 “함께 연기하면서 오히려 많이 배우고 반성도 많이 했다.”면서 “양동근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일품”이라고 답했다. “동근이는 모자를 만지고, 물을 마시고, 수건으로 땀을 닦는 동작도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합니다. 마치 몰래카메라로 누군가의 일상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하지만 힘이 느껴지는 동근이의 연기 호흡을 보면서 25년 연기 경력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님을 느꼈습니다. 제 연기가 긴장감을 준다면, 동근이는 이완해 주는 역할을 했어요.” 영화의 대부분은 1987년 5월 16일 최동원과 선동열의 마지막 승부를 그리고 있다. 당시 승부는 15회까지 가는 혈전 끝에 무승부로 끝났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로 꼽히는 경기다. “저는 그때 나이는 어렸지만, 당시 언론에서 그렇게 화려하게 다루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다시 재조명하고 영화화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당시는 야구를 통해 지역 감정을 조장하기도 했던 때지만, 그런 시대에 한 방 먹여주는 통쾌함도 있고…. 사전적인 의미는 다르지만 진정한 ‘퍼펙트 게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조승우는 지난 9월 세상을 떠난 최동원을 한번도 만나 보지 못했다. 생전에 그는 박희곤 감독에게 “영화를 만들 거면 허구를 넣어도 좋으니 허투루 하지 말고 진정한 야구 영화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최동원 선수를) 시사회에 꼭 초대해 칭찬받고 싶었는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애교도 부리고, 공 잡는 방법도 배우고 싶었는데….” 조승우는 고인과의 공통점을 묻는 질문에 “최동원 선수가 유니폼을 입었을 때와 벗었을 때가 다른 것처럼 나 역시 무대에 섰을 때와 무대 밖에 있을 때가 다르다.”면서 “나 자신이 해이해질 때마다 채찍질을 하고, 겉멋에 치중하거나 취해 있거나 연습에 제대로 임하지 않는 후배들에게는 쓴소리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영화보다 뮤지컬 무대가 좋다고 잘라 말했다. “무대는 두 시간 동안 음악과 몸짓으로 캐릭터를 극대화시켜 명확하게 묘사할 수 있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영화는 찍는 순서도 뒤죽박죽이고 가끔 시커먼 카메라가 집중을 깨기도 합니다.” 까칠했던 성격이 군대를 다녀온 뒤 유연해진 것 같다고 하니 “너무 착한 이미지 때문에 영화 ‘하류 인생’에 안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로 일부러 그런 척을 했던 것”이라고 여유롭게 받아친다. 뮤지컬에 비해 영화는 흥행 성적이 썩 좋지 못했다고 하자 “10편의 영화에 출연해 3편 정도 성공시켰으니 3할 타자는 된다.”면서 “이번에 스포츠 영화의 (흥행)기록을 깼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받아넘겼다. 자신의 인생을 야구에 비유한 마지막 답변이 인상적이다. “중학교 때 뮤지컬을 본 게 1루를 밟은 것이라면, 2루는 예고에서 은사인 남경읍 선생님을 만난 겁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전’에 출연하면서 3루를 돌았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출연으로 마침내 홈에 들어왔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인격적으로 타락한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인생은 어떤 공이라도 쳐내야 하는 타자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장벽과 쟁애물을 허무는 과정이 아닐까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평화비 철거? 日 몰염치 철거하라”… 분노 더한 1001번째 수요시위

    “평화비 철거? 日 몰염치 철거하라”… 분노 더한 1001번째 수요시위

    “일본 정부는 평화비 철거를 요구하는 몰염치를 거둬라.” 2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1001회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정기적인 시위였지만, 피해 할머니들의 분노는 더 크게 울려퍼졌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최근 한·일 정상회담에서 지난 14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건립한 소녀 형상의 ‘위안부 평화비’를 철거하라며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기증한 ‘희망 승합차’를 타고 시위에 참여한 김복동(85)·길원옥(84)씨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영하의 추운 날씨 속, 내리는 눈을 맞으며 한목소리로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죄를 거듭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길 할머니가 주도해 “바위처럼 살아가 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라고 시작하는 노래 ‘바위처럼’을 함께 불렀다. 빨간 산타 모자를 쓴 피해 할머니들은 ‘산타 할머니’가 돼 시위 참가자들에게 선물을 나눠 주기도 했다. 정대협 직원들은 직접 만든 덧신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증정하기도 했다. 캐럴인 ‘창밖을 보라’를 ‘전쟁은 안돼’로 개사해 부르며 참혹한 전쟁의 기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성탄절을 앞둔 이날, 평화비의 머리에는 빨간 털모자가 씌워졌고, 목에는 두툼한 목도리가 둘렸다. 무릎에는 빨간 담요가 덮였고 시려 보이는 발에도 덧신이 신겨졌다. 곁에는 빨간 모자를 쓴 작은 눈사람 인형이 놓여 소녀의 외로움을 달랬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이웃 봉사’ 우리도 한 몫!] 고교생 16명 독거노인 쌀 배달

    고교생들이 홀몸 어르신들을 위해 일일 사랑의 쌀 배달부로 나섰다. 광진구는 건대부고 학생회 소속 16명의 학생들이 16일 지역내 독거노인들에게 쌀 10㎏들이 35포대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에게 전달될 사랑의 쌀은 지난 10월 건대부고 전교생들이 용돈을 아껴가며 십시일반으로 모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마련했다. 학생들을 인솔할 정양균 교사는 “구의2동 주민센터에 사회복지공무원이라곤 달랑 한명밖에 없어 일손 부족을 심각하게 겪는다는 얘기를 듣고 직접 쌀을 배달하기로 했다.”며 “거동 불편한 어르신들의 집을 찾아가 말벗도 돼 드리고 청소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갈수록 퇴색하기만 하는 효 사상을 일깨우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학생 16명은 2인 1조로 독거노인 35명에게 사랑의 쌀을 배달하게 된다. “기초수급자로 월 40만원을 지원받고 홀로 지하 단칸방에 살며 근근이 살아가는 할머니·할아버지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조금이나마 외로움을 잊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오승준 학생회 부회장은 밝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의 성금 170여만원 중 80만원을 이번 쌀 구입에 쓴다. 나머지는 자매부대와 어려운 복지단체에 기탁한다. 지난해에도 지역 독거노인을 위해 이웃돕기 성금을 모아 사랑의 쌀 42포대를 기증,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허온 구의2동장은 “공부하기도 바쁜 손자뻘 학생들에게 직접 쌀까지 받는다니 고마운 일”이라며 “어르신들의 따뜻한 겨울나기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씨줄날줄] 반(絆)/임태순 논설위원

    전쟁이나 재해 등 대형 사고를 겪고 나면 인간은 큰 충격을 받는다. 천안함 폭침사건을 겪은 장병들은 제대 이후에도 사고 당시의 참혹한 광경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거나 사고 당시를 연상시키는 물체를 보고 공포에 빠지기도 한다. 9·11테러 이후 뉴요커들 역시 한동안 비극적인 사건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뉴욕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항공기를 이용한 자살테러로 형체도 없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본 시민들은 넋을 잃었다. 테러 닷새 뒤 뉴욕타임스 기자 알렉스 쿠친스키는 ‘무표정을 벗어버린 뉴욕’이란 기사를 썼다. 길에서 서로 마주쳐도 상대를 무시하고, 지하철에서 멍하니 맞은편만 바라보던 뉴욕 시민들이 충격적인 사건에서 살아난 이후 관계를 형성하고 아픔을 공감하기 위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시선을 교환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생존한 것에 대해 안도감을 느끼며 서로를 위로하면서 연대감, 공동체 의식을 가졌다는 것이다. 물론 뉴욕 시민들은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다시 예전의 무표정한 얼굴로 되돌아갔다. 현대인들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고독해지고 있다. 전통사회는 가족, 마을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고 모내기, 추수 등 서로 힘을 합쳐야 하기 때문에 외로움이라는 말이 스며들 틈이 없었다. 그러나 도시인들은 칸막이가 쳐지고 원자화되면서 고독, 소외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얼마 전 서울시 통계를 보면 1인 가구가 24.4%로 가장 많을 정도로 가족 해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무연사(無緣死)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독신자들이 늘면서 아무런 연고 없이 혼자 죽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연사로 장례문화가 간소화돼 장례비용이 최근 10년 동안 3분의2가량 감소하고, 도쿄의 경우 장례식 없이 바로 화장하는 직장(直葬)의 비율이 지난해 30%에 이르렀을 정도다. 일본에서 올해를 상징하는 한자로 ‘반’(絆)자가 선정됐다고 한다. 일본어로 ‘기즈나’로 읽는 이 한자는 사람 사이의 정과 유대를 뜻한다. 올해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 등 대형 재해를 겪으면서 충격을 받은 일본인들이 가족과 동료 사이의 정을 중요하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고통을 나누고 위로해 주며 보듬어 주면 큰 힘이 된다. 굳이 큰일을 겪지 않았더라도 주위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한 해를 마무리하면 세밑이 더욱 훈훈하고 따뜻해지지 않을까.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9일 TV 하이라이트]

    ●7인의 신부(KBS1 밤 1시) 1850년경 오리건의 어느 큰 목장에는 아담을 비롯한 일곱 명의 형제들이 살고 있다. 외로움에 지친 아담은 읍내로 나가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밀리에게 구혼한다. 아담의 아내가 되기로 한 밀리는 아담과 함께 목장에 오게 된다. 하지만 밀리는 아담의 형제들이 꾀죄죄하고 예절이 없고 촌스럽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고 만다. ●VJ 특공대(KBS2 밤 9시 55분) 연말과 연초 매출이 1년 매출의 40%를 차지한다는 숙취음료. 송년회 대목을 맞아 쉴 새 없이 공장을 가동함과 동시에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한 업체에서는 안전귀가 캠페인의 일환으로 리무진 서비스를 준비함은 물론, 이벤트에 당첨된 고객이 부르기만 하면 달려가 리무진으로 특급 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데…. ●우리 아이 뇌를 깨우는 101가지 비밀(MBC 오후 4시) 아이가 공부할 때 음악을 듣는다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버럭 화를 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음악을 들으면 기억력이 좋아져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음악’과 ‘뇌’사이에 숨겨진 놀랍도록 똑똑한 비밀을 공개한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음악으로 똑똑해지는 비법까지 만나 본다. ●더 뮤지컬(SBS 밤 9시 55분) 어머니가 아픈 모습을 감추기 위해 사라진 것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은비의 질문에 유진(박기웅)은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부모님이 대구로 내려온 이유를 알게 되어 분노하는 유진. 계속 힘들어하던 유진은 은비에게 같이 있어 달라고 요청하고, 그 모습을 우연히 라경과 재이가 목격하게 된다. ●세대여행(EBS 밤 10시 40분) 1990년대부터 10여년간 캠핑을 해온 캠핑 전문가 안재모씨. 두 아들의 자상한 아버지이자 성실한 가장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인공, 아버지와 여행을 떠나 보고 싶었던 고등학교 1학년생 맹현성군. 공부에 대한 걱정과 꿈에 대한 고민이 많다. ‘세대여행’에서는 처음 만나는 두 사람과 함께 경기 여주로 동계 캠핑여행을 떠나 본다. ●건강 버라이어티 올리브(OBS 밤 11시 10분) 퀴즈를 통해 건강한 삶의 비법을 공개한다. 명의들이 직접 출연하여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되는 운동과 음식 등을 알아보는 건강버라이어티 ‘올리브’. 이번 주는 김학래와 김한국이 출연하여 50대에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인 ‘대사증후군’에 대해 알아본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합병증 및 치료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본다.
  • 손예진 ‘오싹한 연애’로 컴백…그녀, 인생을 말하다

    손예진 ‘오싹한 연애’로 컴백…그녀, 인생을 말하다

    낯가림이 심했다. 새로운 일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도 컸다. 대중 앞에 모든 것이 까발려지는 배우란 직업을 하기에 적합한 천성은 아니다. 그런데 중학교 때였나. 말로는 표현 못 할 기운을 느꼈다. 어린 나이였지만 평범한 직장생활 하면서 살 팔자는 아니란 걸 직감했다. 소녀는 배우를 꿈꿨다. 열일곱 살에 화장품 모델로 데뷔했다. 열아홉 살에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2002년 영화 ‘취화선’ 조연으로 충무로로 영역을 넓혔다. 두 번째 영화 ‘연애소설’부터는 줄곧 주연만 했다. 배우라면 한 보따리씩 가진 무명 시절 고생담과는 거리가 멀었다. “밖에서 보는 것처럼 운이 좋았을지도 몰라요. 다들 니가 무슨 슬럼프가 있었느냐고 해요. 그런데 십몇 년 동안 끊임없이 복기하고 자책하고 후회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항상 도돌이표 같은 고민을 해요.” # 상대역 캐스팅 안 됐지만 시나리오만 믿고 로맨틱 코미디 ‘오싹한 연애’로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손예진(29)을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새달 1일 개봉하는 ‘오싹한 연애’는 로맨틱 코미디란 ‘도’에 호러란 ‘토핑’을 얹은 독특한 영화다. 기를 쓰고 쫓아다니는 귀신 때문에 연애는커녕 가족·친구로부터 버림받은 여자 여리(손예진)가 마술사 조구(이민기)를 만나 벌이는 달콤살벌 연애담을 다뤘다. 영화는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 이후 2년 만이다. 데뷔 이후 한해도 영화를 거르지 않은 점에 비춰 의외의 행보. 손예진은 “드라마 ‘개인의 취향’을 하고 나서 (강제규 감독의) 영화 ‘마이웨이’를 하기로 했었는데 시나리오가 바뀌면서 아예 빠졌다. 그 무렵 ‘오싹한 연애’를 받았는데 묘하게 새롭고 재밌었다.”면서 “내가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의 좋은 작품들을 했다고 자부하는데 좀 더 업그레이드된 걸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인감독, 게다가 상대배우 캐스팅도 안 된 상태에서 시나리오만 보고 결정했다. 전작 ‘개인의 취향’에서 5세 연하인 이민호에 이어 3세 연하인 이민기와 커플연기를 했다. 영화를 끌고나가는 건 오롯이 그녀의 몫. 손예진은 “그동안 (최민식·배용준·김주혁·김명민·한석규·정우성 등)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추다 영화에선 처음으로 후배와 찍었다. 관객 입장에선 검증이 안 된 신인감독이니까 책임감이 더 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영화에선 처음으로 후배와 호흡 맞춰가며 그래서일까. 언론 시사 전날 1시간밖에 잠을 못 이뤘다. “하하하, 늘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시사회에 가요. 발가벗겨진 채로 도마 위에 놓인 느낌 같다고나 할까요. 기자 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옷이 입혀질 수도 있고, 계속 발가벗겨진 채로 있을 수도 있는 거죠. 다행히 웃을 대목과 무서워할 대목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반응이 나온 것 같아요.” 손예진에겐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작업의 정석’ ‘아내가 결혼했다’ 같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물을 만난 고기처럼 청순미와 섹시한 매력을 발산했기 때문. 물론 그녀가 과감한 연기변신을 시도했던 ‘외출’ ‘무방비도시’ ‘백야행’ 같은 영화의 흥행성적이 좋지 못했던 탓도 있다. “로맨틱 코미디는 두세 작품밖에 안 했는데 그 인상이 강하게 남았나 봐요(웃음). ‘외출’은 치정극도 아니고, 허진호 감독님 특유의 미묘한 감정선이 중요한 영화잖아요. ‘무방비도시’는 손익분기점은 넘었고. ‘백야행’은 워낙 특별하고, 뒤틀린 사랑 얘기여서…. 처음부터 대박과는 거리가 먼 걸 알았지만 선택한 거죠.” 곧 말을 이었다. “내가 새롭고 즐겁지 않으면 관객들이 재밌을 수 없잖아요. 변신을 위해 억지로 꿰맞춘 옷을 입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나를 감싼 껍질을 끊임없이 깨뜨리고 싶어요. 장르적으로는 똑같은 멜로, 똑같은 로맨틱 코미디라고 해도 그 안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야죠.” 손예진은 “두 번의 슬럼프가 있었다.”고도 했다. 2003년 드라마 ‘여름향기’를 끝낸 직후와 2008년 드라마 ‘스포트라이트’를 찍을 때였다. 두 번 모두 쉬어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작품 욕심에 일을 강행했던 게 패착. 정신적·육체적으로 패닉상태에 이르렀지만, 이겨냈다. # 나를 감싼 껍질을 깨뜨리고 싶었답니다 “결국 시간이 약인 것 같아요. 힘들긴 하지만 고민하는 시간은 나에게 주어진 몫인 거죠. 그런데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여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만큼 ‘연기관’도 달라졌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평생 연기만 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란 회의가 문득 들어요. 뭘 할까 고민하다 음악을 좀 배워 볼까란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이걸 배워서 음악영화에 출연할 때 써먹으면 좋겠구나란 생각으로 연결돼요(웃음). 이 세상에 사는 이상 연기를 하지 않는 나는 재미없을 것 같아요.” 그녀는 또한 “연기를 할 때 철저하게 외롭지만 그 외로움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자연인 손예진으로 돌아올 때 느끼는 허탈함은 컨트롤이 안 된다. 나를 알아가는 즐거움과 고통, 욕망, 그 모든 것이 연기의 매력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혼녀(‘연애시대’), 소매치기(‘무방비도시’), 기자(‘스포트라이트’), 팜므파탈(‘백야행’) 등 폭넓은 스펙트럼의 역할을 소화한 그녀가 도전하고 싶은 역할은 무엇일까. 그녀는 “30대에는 진한 여자들의 우정, 여성 캐릭터의 깊이를 더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델마와 루이스’나 ‘밴디트’ ‘몬스터’ 같은 영화에 끌린다.”고 털어놓았다. # 변신하려고 억지로 꿰맞춘 옷은 싫으니까요 조만간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우리 앞에 나타날 모습이 기대된다. 물론 피 흘리고, 재투성이가 된 손예진을 먼저 만나게 된다. 그녀는 요즘 생애 첫 번째 블록버스터 재난영화 ‘타워’현장에서 설경구, 김상경 등과 함께 재투성이에 피범벅으로 촬영 중이다. 배우 손예진의 껍질깨기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나는 18년간 성노예로 살았습니다”

    “나는 18년간 성노예로 살았습니다”

    “무척 가슴이 아프다. 이 책을 쓰기가 얼마나 힘든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쯤에서 그만 멈추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때의 심리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 괴롭고 속이 뒤틀린다. 쓰면 쓸수록 더욱 힘들어진다. 하지만 계속 쓰고 싶기도 하다. 쓰지 않으면, 나를 유괴하고 강간한 범인을 계속 보호해 주는 꼴이 될 테니까.” ‘도둑맞은 인생’(제이시 두가드 지음, 이영아 옮김, 문학사상 펴냄)은 11살 때 납치되어 18년간 성 노예로 살다가 구출되어 세상을 경악시킨 한 여성이 직접 쓴 책이다. 두가드는 1991년 6월 10일 여느 때와 같은 월요일 아침 학교에 가다가 납치된다. 스턴 총(전기충격기)에 감전된 채 담요로 뒤덮여 낯선 집에 가게 된다. 어린 소녀를 납치한 남자는 스턴 총으로 해코지한 것도 모자라 옷을 벗기고 알몸으로 샤워를 시킨다. “나는 강간당했던 바로 그곳에서 계속 지내야 했다. 그땐 그게 뭔지도 몰랐다. ‘강간’이란 단어가 있는지도 몰랐으니까. 지금은 그 순진한 어린 소녀가 지독히도 가엾다. 그 소녀는 아직도 나의 일부이며, 때때로 밖으로 튀어나와 또 한 번 나를 움츠러들게 하고 무력하게 만든다. 강간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는 것밖에는 모른다. 그 일이 벌이질 때마다 나는 그가 끝낼 때까지 마음속으로 ‘달아나는 법’을 배웠다.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지어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 시절에는 공상의 세계로 달아나기가 쉬웠다. 원래부터 워낙 몽상가였던 나는 딴생각을 많이 하는 아이였다. 시간 감각이 모호해졌고 그 덕분에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 2008년 8월, 29살이 되어서야 구출된 두가드는 그동안 14살에 첫딸, 17살 때 둘째 딸을 낳았다. 두가드를 성폭행하고 18년간 어린 소녀의 인생을 훔친 필립 가리도는 431년 형을, 납치에 동조한 그의 아내 낸시 가리도는 36년 형을 선고받았다. 두가드는 “필립을 증오하는 마음은 없다. 미워해서 좋을 것이 없다. 증오를 품고 사는 사람들은 원망하며 인생을 낭비하느라 좋은 것들을 전부 놓치고 만다. 지난 일은 돌이킬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두가드가 묘사하는 ‘달리기’는 끔찍하기 그지없다. ‘달리기’란 가리도가 마약을 흡입하고 며칠 동안 두가드를 성 노예로 학대한 일을 가리킨다. 심지어 가리도는 이 달리기 행위를 비디오로 촬영하기까지 했다. “‘달리기’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순간들이었다. ‘달리기’가 끝나도 좋았던 적은 없었다. 다음이 또 있으리라는 걸 알았으니까. 끝이 보이지 않았다.”고 담담히 이야기하는 두가드의 문장에는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배어 나온다. 초등학교 5학년까지밖에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두가드는 가리도의 인쇄 사업을 거의 도맡아 생활을 꾸리고, 학교를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학습자료를 만들어 공부시켰다. 감금 생활에서 풀려날 수 있었던 것은 버클리대 경찰관 덕분이었다. 유괴범, 강간범, 소아성애자에 마약중독자인 필립 가리도의 피해망상증은 날로 심해졌다. 이미 전과가 있었던 탓에 정기적으로 보호관찰관들이 가리도의 집을 방문하던 중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이들에 의해 18년간의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 두가드는 “실수일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의견을 밝혀 옳은 일을 했다.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해준 그들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도움을 준 경찰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감금에서 막 풀려났을 때 두가드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를 두려워했다. 심지어 납치범에게 성적 학대를 받으면서도 극도의 외로움 탓에 가리도로부터 위로를 받기도 한다. 이제 두가드는 두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도시락을 싸 주며 평범한 일상의 기쁨을 느끼고 있다. 물론 심리치료도 받고 있다. 책의 판매수익금은 두가드가 유괴와 학대로 고통받는 가족들의 치료를 위해 세운 ‘JAYC’(Just Ask Yourself to Care)재단에 기부된다. 악몽 같은 세월을 더듬어 나가는 두가드의 글에는 괴로워하는 어린 소녀와 당시의 세월을 돌아보며 그 소녀를 연민하고 상처를 치유해내는 어른이 함께 있다. 인간이 인간을 어쩌면 이렇게 잔인하게 다루었는지 새삼 울분이 치밀어 오르면서도 저자의 놀랄 만한 의지에 감탄하게 된다. 1만 45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