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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결혼 이주여성의 위험한 탈출 그 이후] “돈 주고 사온다는 선입견… 인격체 아닌 재화 개념으로 다뤄”

    [커버스토리-결혼 이주여성의 위험한 탈출 그 이후] “돈 주고 사온다는 선입견… 인격체 아닌 재화 개념으로 다뤄”

    ‘계획적인 사기인가, 어쩔 수 없는 탈출인가.’ 결혼 이주 여성의 가출은 크게 두 가지로 읽힌다. 남편의 폭력과 부당한 대우가 주된 원인으로 꼽히지만 취업 등의 목적으로 위장 결혼을 한 뒤 도망가는 사례도 많다. 잘살아 보겠다며 낯설고 물선 땅에 온 그들이 가출이라는 극단적 행동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결혼 이주 여성을 대하는 선입견과 부정적인 시선 등이 이주 여성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돈을 주고 사 온다는 개념이 일부 남아 있다 보니 여성을 배우자라는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재화의 개념으로 다루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박천응 안산이주민센터 활동가는 “돈을 주고 데려왔는데 여자가 도망갔다고 말하는 한국 남성의 의식 구조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면서 “노예도 아닌데 집에 가둬 놓고, 한국말도 못 배우게 하는데 어느 누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가정에 정을 붙이고 살 수 있겠느냐”고 했다. 실제 결혼 이주 여성은 외롭다는 것을 한국 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호소하고 있다. 의지할 수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도 부실하다. 지난 2월 여성가족부가 결혼 이민자 1만 5001명(결혼 이주 여성 응답자 1만 2531명)을 설문조사한 2012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결혼 이민자의 비율은 2009년 9.6%에서 2012년 14.2%로 4.6% 포인트 증가했다. 자신과 집안에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 의논할 상대가 없다고 답한 비율도 15.5%에서 21.7%로 4년 새 6.2% 포인트 늘었다. 지역 주민 모임에 참여한 경험이 없는 비율도 72.2%에서 86.7%로 14.5% 포인트 증가했다. 정부의 다문화 정책 지원으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여건이나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지만 이주 여성들은 여전히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가정폭력도 결혼 이주 여성을 밖으로 내모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가 지난 1월 발표한 2012년 상담실적 보고에 따르면 가정폭력으로 상담소의 문을 두드린 건수는 2012년 8417건으로 전년 5744건에 비해 46.5% 늘었다. 센터 관계자는 “가정폭력 상담은 꾸준히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신체적·정서적인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결혼 이주 여성들이 가출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혼 이주 여성의 사회 참여를 가로막는 것도 문제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베트남이나 중국, 캄보디아 등의 국가들은 사회주의를 거치면서 여성의 사회 참여가 당연시된 곳”이라면서 “한국 남편들이 이들의 노동 참여 욕구를 억누르면서 가정생활에만 안주하게 하는 여성으로 만들려고 할 때 결혼 이주 여성들이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도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표면적인 차원에서는 국제결혼 자체를 일정한 선에서 통제하거나 가출 여성들의 이혼과 소송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의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위은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이주여성법률지원단장은 “결혼 이주 여성이 부득이하게 집을 나오는 경우 가출이란 용어로 표현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면서 “가출은 남편의 입장에서 쓰는 말로, 남편의 폭력 등 기타 사정으로 집을 나온 이들에게 가출은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국 남성들이 결혼 전에 충분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도 “한국 남성들이 정상적으로 결혼생활을 할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에 돈을 주고 외국인 여성을 데려오는 데서부터 한계가 발생한다”면서 “외국인 여성을 데려오기 전에 한국 남성들이 상대 배우자에 대한 언어·문화 교육을 받도록 하고 미리 건강 진단을 받게 하는 등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커버스토리-주부 우울증] ‘마음의 감기’로 여기고 적극적 자세면 극복할 수 있다

    [커버스토리-주부 우울증] ‘마음의 감기’로 여기고 적극적 자세면 극복할 수 있다

    ’주부 우울증’은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만 곁들인다면 빠른 시일 안에 완치가 가능하다. 우울증에 대한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우울증 환자를 특별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도 사라져야 한다. 주부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감기’ 정도로 여기고,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한다면 치료와 예방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시·군·구 등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정신건강센터는 주부 우울증 환자의 상담과 치료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광주 서구에 사는 30대 주부 김모씨는 2009년 첫째 아이를 낳은 이후 산후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최근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우울증은 더욱 깊어졌다. 김씨는 “배 속의 둘째 아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첫째 아이를 안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자신의 이 같은 생각이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김씨는 서구보건소가 운영하는 상무금호 보건지소에 전화를 걸었다. 보건지소 정신보건팀은 곧바로 김씨를 만나 상담을 했다. 호르몬 변화, 외로움, 육아 부담 등에 따른 스트레스가 우울증의 원인으로 꼽혔다. 전문 상담 요원들은 김씨가 현재 임신한 상태라서 약물치료 대신 적극적인 상담 서비스를 펴고 있다. 박상하 팀장은 “상담을 거듭할수록 김씨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건지소는 또 최근 남편의 사망 이후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으로 두 차례 자살을 시도한 서모(51)씨를 상담과 병원 입원치료를 통해 거의 회복 단계로 끌어올렸다. 박현희 소장은 “서씨를 상담한 결과 그가 두 자녀와 물에 빠져 죽으려고 맘먹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며 “약물치료와 가정 방문, 전화 상담 등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건지소는 이들처럼 우울증을 겪고 있는 환자 300여명을 등록해 지속적인 상담과 보호 관찰 활동을 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전업주부이거나 이혼해 자녀들과 살림을 꾸려 가는 여성들이다. 주부들은 특히 출산과 육아·경제적 궁핍·가정불화·외로움 등으로 우울증에 자주 노출된다. 주부 우울증은 자칫 자녀와 동반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는 만큼 예방대책 마련도 절실한 실정이다. 선제적 예방책이 없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사례도 수두룩하다. 울산 남구에 거주하는 A(41)씨는 지난해 11월 둘째 아이를 출산한 이후 육아와 가사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겪었다. A씨는 육아 스트레스가 산후 우울증으로 이어져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했을 뿐 아니라 시도까지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지난 2월 초 남구보건소 모자보건실에서 산모를 대상으로 한 산후 우울증 선별검사에서 수치가 높게 나와 같은 달 13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남구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상담과 치료를 받았다. 치료 당시 A씨는 남편과 함께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치료를 받았다. 정신건강증진센터는 A씨에게 스트레스 및 우울증 관리 방법을 상담·치료했고, 남편에게는 산후 우울증의 심각성을 알리고 육아·가사를 함께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이 센터 이경진 정신보건임상심리사는 “육아와 가사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산후 우울증으로 이어져 극단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면서 “반면 남편 등 가족은 여성의 산후 우울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본인 치료와 주변 가족의 도움을 병행하는 치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50대 주부 김모씨도 구가 운영하는 정신보건센터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김씨는 어릴 적부터 부모의 무관심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 결혼을 했지만 남편의 경제적 무능, 폭언, 술 주정, 또 시댁과의 갈등으로 우울증을 앓게 됐다. 이후 약물 치료를 받으며 증세가 약간 호전됐으나 남편의 알코올 중독 문제가 재발하고 생활고까지 겹치면서 우울증도 재발했다. 자살까지 시도했던 김씨는 자살 사고 이후 동 주민센터를 통해 사례 관리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동 주민센터와 정신보건센터, 이웃 등의 폭넓은 관리를 받고 있다. 김씨는 정신병 증상에 대한 주기적 모니터링을 받고 스트레스 대처 능력 향상 교육, 분노 조절 프로그램, 자조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또 김씨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인 남편은 같은 센터 알코올 사례 관리팀에서 치료와 관리를 받고 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에 사는 김모(35)씨 역시 3살과 5살짜리 사내아이를 두고 있는 전업주부다. 청소와 빨래 등 집안 살림을 하면서 개구쟁이 아이를 돌보다 보니 저녁에는 파김치 되기 일쑤였다. 남편도 업무상 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은 데다 주변에 터놓고 대화할 친구도 없어 하루 종일 혼자 지낼 때가 많았다. 이웃과 단절된 공간 속에서 스트레스가 쌓여 가면서 잠을 못 잘 정도로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파트 20층에 살고 있는 김씨는 어느 날 “한 마리 새가 되어 아래로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이래선 안 되겠다고 판단한 김씨는 병원을 찾았는데 주부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3개월에 걸친 약물치료와 함께 남편의 도움으로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남편은 가급적 저녁 약속을 잡지 않고 일찍 귀가해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단지 내 공원을 함께 산책하고 주말에는 골프 등 스포츠를 즐기도록 아이 돌보는 일을 도맡았다. 집안 청소도 남편 몫이었다. 남편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말도 많아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처럼 우울증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사례로 점증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이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질병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 주부 우울증 관련 자살이나 각종 범죄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는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우울증을 고쳐야 하고, 고칠 수 있는 ‘질병’으로 보기보다는 개인의 ‘성격’ 문제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 역시 전문가의 상담보다는 스스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큰 것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조사 결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일반인의 67%가 스스로 우울증을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국민보건증진 차원에서 일부 지자체와 광역정신보건센터를 시범사업으로 운영하며 우울증 환자 등의 자살 예방과 상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홍보 부족 등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아는 주민들은 많지 않다. 김명권 광주서구보건소장은 “정신건강센터로 연락만 하면 전화·방문 상담 등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우울증 등으로 판단되면 관내 정신의료기관과 협진 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에서도 우울증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5월 직장 정기 건강검진 항목에 우울증 등 정신질환 검사를 포함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노동안전위생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이 같은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은 일본 자살자 수가 연간 3만명을 넘기는 등 자살 및 우울증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1998년 청소년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국가 차원의 자살방지 프로그램을 제정·선포한 이후 우울증 등을 국민건강 우선과제로 삼고 자살과 우울증에 대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오고 있다. 유성은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울증 환자를 특별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 탓에 많은 환자가 병원에 잘 가지 않는데 가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면서 “병원 말고도 우울증을 상담하는 정신보건센터 등이 속속 문을 열고 있는데도 이런 정보를 알리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산후 우울증은 남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가사와 육아를 돕고 아내와 함께 동반 대처하려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커버스토리-불법 온라인 도박의 함정] 5000원 베팅해 120만원 대박… 불행의 시작 사채까지 쓰며 수천만원 빚더미…“돈·꿈 다 잃었다”

    [커버스토리-불법 온라인 도박의 함정] 5000원 베팅해 120만원 대박… 불행의 시작 사채까지 쓰며 수천만원 빚더미…“돈·꿈 다 잃었다”

    사방이 환했다. 저녁을 먹고 컴퓨터에 앉은 것 같은데 12시간이 금세 지났다. 눈은 퀭했고, 빨갰다. 재떨이의 담배꽁초는 수북했다. 사설 스포츠토토는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았다. 간밤에도 그랬다. ‘손해본 것만 만회하면 바로 나와야지’라며 로그인했다. 저축은행에 이어 대부업체까지 손을 벌려 마련한 돈이었다. 반전을 꿈꾸며 클릭을 거듭했지만, 해가 밝았을 때는 다시 빈털터리였다. 3년째 되풀이 된 불면의 밤. 청년은 “돈과 시간, 꿈과 건강과 인간관계까지 모든 걸 잃었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19일 인터뷰에 응한 서울대 졸업생 김용진(가명·28)씨는 사설토토에 빠져 지낸 지난 3년을 힘겹게 곱씹었다. 시작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사설토토를 즐기는 친구를 보고 재미 삼아 시작했다. 2010년 가을,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때였다. 어차피 학교 수업 끝나면 집에서 매일 야구를 보는 그였다. 딱 5만원 걸었을 뿐인데 짜릿함은 배가 됐다. 투수의 공 하나, 타자의 방망이질 한 번이 달리 보였다. 스포츠의 세계가 무한해지는 느낌이었다. 이후 김씨는 종종 사설토토를 했다. 전보다 흥미진진하게 스포츠 중계를 볼 수 있었다. 중독되기 시작한 건 첫 베팅 후 3개월이 지났을 무렵. 여느 때처럼 푼돈을 걸었는데 대박을 쳤다. 프로농구(KBL)·여자농구(WKBL)·미국프로농구(NBA) 몇 경기의 승패, 언더-오버, 핸디캡 등 12개 결과를 모두 적중시킨 것이다. 베팅한 돈 5000원은 채 1분이 안 돼 현금 120만원으로 통장에 꽂혔다. 심장이 펄떡거렸다. 씀씀이는 점점 커졌다. 쉽게 번 돈인 만큼 부담 없이 마구 질렀다. 며칠 뒤에는 농구 언더-오버에 걸었던 100만원이 285만원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초반에 그렇게 몇 번 따니까 힘들게 직장생활 할 필요 없이 사설토토로 돈을 벌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회상했다. 승산이 있다고 믿었다. 행운에만 의존하는 도박이 아니라 공부하면 정복할 수 있는 주식 같았다고 했다. 사전정보가 있고 그 정보를 세밀하게 분석한다면, 본인만 잘한다면, 충분히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전문 돈벌이로 사설토토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김씨는 변수와 이변이 적고 베팅종류도 많지 않은 해외 축구를 집중적으로 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기본이고, 덴마크·핀란드·칠레·크로아티아·파라과이·에스토니아·사우디아라비아 등 제3세계 축구까지 닥치는 대로 챙겼다. 경기를 본 게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배당률과 씨름했다. 상대전적, 홈·원정 승률, 주요 선수 컨디션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경기정보가 빼곡한 분석사이트(베트익스플로어러, 오즈포털)와 외국 베팅업체 사이트(벳365, 188벳, 윌리엄힐),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모든 경기의 점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라이브스코어 사이트를 분주하게 오갔다. 공책에 베팅업체별 적중률, 배당률의 흐름·변화주기 등을 빼곡하게 적으며 자기만의 비책을 만들었다. 그렇게 추려진 통계 정보로 항상 경기시작 1분 전에 베팅했다. 한 경기에 20만~30만원씩, 확신이 있을 땐 최대 베팅금액인 100만원을 걸었다. 평일엔 6~7경기, 주말엔 10경기를 분석해 다양한 조합으로 베팅했다. 최고 1000만원을 딴 적도 있었지만 바로 베팅에 쓰거나 유흥비로 탕진했다. 몇 번의 ‘잭팟’은 흔히 말하는 초심자의 행운이었다. 환희보다 탄식과 분노, 오기가 일 때가 더 많았다. 사설토토는 ‘돈 먹는 하마’였다. 김씨는 인생에서 열심히 해서 정복하지 못할 건 없다고 믿었고 그렇게 살아왔다. 재수 1년만에 수능점수 120점을 끌어올려 서울대에 입학한 의지의 사나이였다. 분석 결과가 빚나가 돈을 잃을 수록 오기가 생겼다. “내가 호구 같이 돈을 뜯기고 있다는 기분을 참을 수 없었어요. 이기고 싶었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죠.” 야무지게 부딪혔지만 매번 돈을 잃었다. 평범한 대학생 용돈으로는 적자 폭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돈이 필요했다. 인터넷으로 계좌를 조회하다 부모님이 김씨 이름으로 붓던 적금을 발견했다. 적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농협에서 100만원씩 야금야금 빼냈다. 대출한도액 1500만원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그래도 끊을 수 없었다. 저축은행에서 금리 25%짜리 대학생 신용대출로 600만원을 빌렸다. ‘잭팟’ 한 번이면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을거란 생각에 갇혔다. 번번이 실패. 결국 김씨는 지난해 11월, 무려 30% 이자를 내야하는 일본계 대부업체에서 200만원을 빌렸다. 더러는 땄지만, 대부분 돈을 잃었다. 빚은 2500만원까지 늘었다. 김씨는 눈이 침침해질 때까지 담배를 뻐끔거리면서 불면의 밤을 보냈다. 친구들과 낄낄대면서 마시던 소주도 전혀 생각이 안 났고, 연애도 귀찮게만 느껴졌다. 때론 ‘내가 지금 뭐하는거지?’ 하는 자괴감이 들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김씨는 “생활은 피폐했고, 항상 비참했다. 밤일을 하니까 인간관계가 단절됐고, 결국 고독함의 극치를 맛봤다”고 회상했다. 더러운 기분을 잊으려고 더욱 토토에 매진했다. 악순환이었다. 매일매일 그만하려고 노력했다. 심지어 사이트 비밀번호는 ‘akwlakr’. 키보드를 한글로 치면 ‘마지막’이란 뜻이다. 굳게 마음먹고 사이트 탈퇴신청을 한 적도 있다. 회원가입된 상태면 자제하기 힘들 것 같아 아이디(ID)를 없애달라고 업체 측에 요청했지만, 계정은 2주가 지나도 안 없어졌다. 끊임없이 유혹메시지가 왔다. 아침마다 후회와 공허함을 느끼면서도 김씨는 저녁이면 어김없이 사이트에 접속했다. 손을 털게 된 계기는 어머니였다. 적금을 담보로 친동생에게 돈을 빌려주려던 어머니는 김씨가 이미 대출을 받아갔단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2월 말의 일이다. 사실이 발각된 뒤 김씨는 일주일간 집을 나가 방황하다가 다시 돌아와 무릎 꿇고 빌며 “주식에 손을 댔다”고 둘러댔다. 빚 2500만원도 있다고 털어놨다. 순간 위기는 모면했지만, 어머니의 눈물은 내내 잊히지 않았다. “엄마 얼굴을 떠올리니까 다 되더라”고 했다. 김씨는 그날 이후 사설토토를 끊었다. 그는 지난 3년을 어떻게 정의할까. “친구들은 다 취업해서 번듯한 회사를 다니는데, 나는 뭐했나 싶어요. 갈 데까지 갔는데 도박의 마지막은 엄청난 외로움만 남더군요. 공허하고 황폐하고 고독하더군요. 해봤자 별거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앞으론 남들보다 두 배로 열심히 살겁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잠에서 깬 소냐, 꿈·현실 사이 혼란을 겪고…

    잠에서 깬 소냐, 꿈·현실 사이 혼란을 겪고…

    호텔 청소부로 일하는 소냐는 투신자살한 손님을 목격하던 날 클럽에서 귀도라는 전직 형사를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어느 날 귀도가 경비원으로 일하는 갑부의 저택에 강도가 든다. 소냐는 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 깨어나지만 귀도는 목숨을 잃는다. 경찰은 소냐가 강도와 한패가 아니었는지 의심한다. 소냐는 죽은 귀도의 환영을 보기 시작한다. 얼마 후 소냐와 같이 일하던 동료가 의문의 자살을 한다. 소냐는 평소 추파를 던지던 직장 상사에게 납치돼 생매장을 당한다. 하지만 다음 순간 모든 것이 꿈이었음을 알게 된다. 귀도는 멀쩡히 살아서 그녀를 간호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이때부터 꿈에서 보았던 환영과 현실 사이의 복잡한 퍼즐 맞히기가 시작된다. EBS가 19일 밤 11시 15분 방송하는 주세페 카포톤티 감독의 ‘더블아워’는 지난 2009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리메이크 판권경쟁이 불붙었던 화제작이다. 영화는 고독한 남녀의 쓸쓸한 사랑이야기로 출발하지만 여주인공이 총을 맞은 뒤부터 스릴러와 공포 장르를 오간다. 소냐가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며 반전을 겪는다. 이때부터 느와르에서 익숙하게 다뤄온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심리게임이 펼쳐진다.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찍던 신인감독 주세페 카포톤티는 로맨스와 스릴러, 심리 드라마, 누아르가 뒤범벅된 영화를 꽉 짜인 편집과 아슬아슬한 속도감으로 끝까지 몰아간다. 예술영화 스타일의 느린 전개방식 탓에 내용보다는 스타일에 눈이 간다. 감독은 좀처럼 암시나 복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아픔을 가진 도시 남녀의 외로움과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는 놀라운 반전을 극대화하기 위한 감독의 속임수다. 어느 순간 불쑥 던진 단서를 가지고 관객은 영화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 크세니아 라포포트는 근심과 외로움, 연약함 등 복잡미묘한 단면을 지닌 소냐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2009년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볼피컵)을 받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경기도 경로당엔 카네이션이 피었습니다

    경기도 경로당엔 카네이션이 피었습니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 9동에 사는 최병재(가명·79) 할아버지는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카네이션 하우스’가 동네에 생긴다는 소식에 들떠 있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3년째 홀로 지내는 최씨는 외로움에 지쳐 극단적인 생각을 할 때도 있었는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게다가 일자리도 제공될 것으로 알려져 소일거리를 찾던 최씨에게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최씨는 “주변에 나처럼 혼자 외로운 나날을 보내는 노인이 적지 않은데 함께 지낼 친구도 있고 일자리도 생긴다고 하니 고민이 한꺼번에 해결되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경기도 내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공부방 등이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공동생활주택으로 탈바꿈한다. 독거노인 급증과 함께 생겨나는 노인 자살, 고독사, 우울증 등의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15일 도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도 노인 인구 107만 2000명 가운데 22%인 24만 4002명이 독거노인이다. 이 가운데 56.8%인 13만 8675명은 기초수급자, 차상위자, 장기요양등급자 등 보호가 필요한 저소득층이다. 독거노인 수는 2007년 15만 2851명에서 2011년 23만 3706명으로 급속히 늘고 있다. 노인 자살률도 해마다 증가해 2011년 기준으로 노인 10만명당 90.5명이 자살하고 있다. 전국 평균 79.7명보다 높다. 자살 원인은 우울, 고독, 가족 갈등이 51.2%로 가장 많았고 경제 문제(30.5%), 건강·생활 문제(15.6%) 등이 뒤를 이었다. 도 노인상담센터 김은주 실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노인 자살이 늘고 있는데 진짜로 어려운 노인들은 갈 곳도 없고 가족을 대신해 얘기를 나눠 줄 말벗도 없다”면서 “쪽방을 잡기 어려운 이들에게 안정적인 거처를 마련해 주는 것도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날 도청에서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와 카네이션 하우스 사업 업무 협약을 맺었다. 카네이션 하우스는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공부방 등을 공동생활주택으로 리모델링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충남도 등에서 시행하는 독거노인 공동생활제<서울신문 1월 2일자 2면>를 벤치마킹하고 여기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도는 예산 2억 4000만원과 행정 지원, 대한노인회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연계, 농협은 사업비 1억 2000만원 지원과 노인 일자리 창출을 맡는다. 카네이션 하우스가 들어서는 곳은 안양시 만안구 안양9동 공부방, 여주군 북내면 외룡리 마을회관, 이천시 율면 고당3리 마을회관, 구리시 교문동 경로당, 가평군 북면 백둔리 보건진료소, 연천군 청산면 초성2리 마을회관 등 6곳이다. 김용웅 노인정책팀장은 “노인들에게 제과·제빵 포장, 잡곡 선별, 절임 음식 생산 작업 등의 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시범 운영 뒤 성과가 좋으면 내년부터 전 시·군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카네이션 하우스는 다음 달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 7월에 문을 연다. 통장이나 부녀회장 등 마을 대표자를 지정해 관리하게 된다. 노인들은 자신의 집에 있으면서 원할 때 공동거주시설에서 취사와 숙박, 작업 등을 하게 된다. 김용연 도 보건복지국장은 “독거노인들이 겨울에 난방비를 아끼려고 난방하지 않고 그냥 잠을 자다 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네이션 하우스는 냉·난방이 잘되기 때문에 이 같은 돌발적인 사고도 미리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생명의 窓]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리고 ‘자고새’/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생명의 窓]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리고 ‘자고새’/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노랫말이 비장한 줄은 애초에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심오한 줄 몰랐다. 국민가수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말이다. ‘불후의 명곡’이란 TV프로그램에서 알리의 몸을 통해(그렇다, ‘몸’이라 했다. 노래는 입으로 부르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부르는 거다) 부활한 그 노래는 그저 흔한 대중가요가 아니었다. 시작부터 장엄했다. ‘랩’이라고 하면 반복적인 리듬에 맞춰 미국 흑인가수 흉내를 내며 잘 들리지도 않는 가사를 읊조리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결연한 목소리와 절제된 손동작으로 표현된 독백은 그 자체가 한 편의 시이자 설교였다. 모두가 하이에나처럼 서로의 상처와 고통을 헤집으며, 남의 실패와 죽음을 통해 제 잇속을 차리는 데 혈안이 된 세상에서 화자는 외친다. 차라리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이고 싶다고. 도시는 하이에나의 욕망이 들끓는 도가니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성경 역시 도시의 기원을 카인에게로 소급한다. 그가 제 아우를 살해한 뒤 에덴의 동쪽에 세운 ‘에녹’이 인류 최초의 도시다(창세기 4:16-17, 새번역성경). 그런 도시 안에서 고고한 표범을 꿈꾸는 이는 반동적이다. 성공한 하이에나에게 주어지는 풍요와 권력이 결코 그의 몫일 리 없다. 가난과 고독을 천형처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십자가만이 그의 운명이다. 그 대표적 인물로 화자는 네덜란드가 낳은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꼽는다. 고흐가 얼마 전에 서울을 다녀갔다. 먹고사는 일에 치여 전시회 같은 것은 사치로만 여기던 내게 그가 말을 걸어왔다. 꼭 만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이 책무감은 순전히 ‘킬리만자로의 표범’ 탓이다. 그 노래에 등장한 고흐, 그러니까 “야망에 찬 대도시 한복판에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대수이랴.” 호기롭게 위무하며, “한 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분연히 결기하는 고흐를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 걸린 이번 그림들은 고흐의 파리 시절에 한정된 것으로, 그의 일생을 더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내 눈은 ‘자고새가 있는 밀밭’(1887) 하나를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호사를 누렸다. 비단 이 그림이 그가 파리 시절에 그린 유일한 시골 풍경이어서가 아니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새가 그동안 익히 알려졌듯이 ‘종달새’가 아니고 ‘자고새’라는 새로운 발견 때문이다. 미술관 측에서는 친절하게도 네덜란드 현지에서 종달새와 자고새의 박제까지 들여와 전시해 놓고 있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노랗게 영근 밀이 바람결에 몸을 흔든다. 이에 놀랐는지 자고새 한 마리가 푸드득 하늘 위로 날아오른다. 꿩과에 속하는 자고새는 남이 제 둥지에 낳아놓고 간 알을 제 새끼인 양 품는 바보다. 고흐 역시 그걸 알았는지, 진작에 저 멀리 날아간 이름 모를 새를 점 하나로 표현했다. 어떻게든 남을 이용해 먹으려고 안달하는 세상에서 뻔히 속는 줄 알면서도 속아 주는 바보는 사랑의 다른 이름일 터. 고흐는 이런 식으로 도시 안에서 잃어버린 인간성의 회복을 주장한 게 아니었을까.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 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것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이라고 고흐의 자고새가 노래한다. 그런 사랑은 필연적으로 외롭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의 밝기는 외로움의 깊이와 비례하는 법이다.
  • 성인 전화에 빠져…1억 6000만원 요금 폭탄 맞은 男

    성인 전화에 빠져…1억 6000만원 요금 폭탄 맞은 男

    석달 사용한 전화요금이 무려 1억 6000만원이 나왔다면 믿을 수 있을까? ’성인 전화 서비스’로 외로움을 달래던 한 중년 남성이 무려 1억 6000만원에 달하는 전화요금 통지서를 받은 사연이 알려졌다. 화제의 남성은 현재 실업자로 지내는 영국 러프버러에 사는 케빈 월드럼(45). 월드럼은 지난해 9월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묘령의 여성과 전화 데이트를 할 수 있는 한 유료 성인 전화 서비스에 빠져들었다. 긴 밤의 외로움을 달래주던 이 서비스는 그러나 얼마 후 ‘폭탄’이 되어 돌아왔다. 처음 받은 전화요금 통지서에 찍힌 금액은 무려 1만 9,333파운드(약 3300만원). 이제 정신을 차릴 만도 했지만 이미 중독이 되어버린 그에게 요금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간 큰’ 남자는 계속 묘령의 여인과 전화 데이트를 즐겼고 두번째 청구서에는 무려 7만 1,850파운드(1억 2500만원)가 찍혔다. 결국 요금 한푼 내지 못한 그는 돈 갚으라는 독촉과 함께 사용 정지를 당했다. 월드럼은 그러나 오히려 전화 회사인 보다폰을 상대로 큰소리 뻥뻥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월드럼은 “이미 난 전화에 중독된 상태로 회사 측이 내 서비스를 진작에 차단해야 했다.” 면서 “이 서비스는 백만장자도 이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녀와 전화를 못하게 돼 지금은 우울하고 머리도 아프다.”고 호소했다. 이에대해 보다폰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보다폰 측 관계자는 “월드럼이 과도하게 서비스를 이용해 차단했으나 새로운 심 카드를 장착해 계속 사용했다.” 면서 “그의 상황을 참작해 요금을 총 2만 9083파운드(약 5000만원)로 대폭 감면 해줬다.”고 반박했다. 인터넷뉴스팀 
  • 미모의 모험, 연기를 얻었고…마초의 멜로, 절제를 깨쳤네

    미모의 모험, 연기를 얻었고…마초의 멜로, 절제를 깨쳤네

    시각장애인 역 완벽 소화 ‘그 겨울… ’ 송혜교 브라운관 데뷔작은 청소년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1995). 드라마 ‘첫사랑’(1996), ‘웨딩드레스’(1997)에선 단역이나 비중 없는 조연에 그쳤다. 그때 누구도 그녀가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1998년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백야 3.98’과 ‘육남매’에서 조금씩 얼굴을 알리더니,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주인공 오지명의 막내딸 ‘혜교’로 주연과 다름없는 역할을 따냈다. 예쁘장한 16세 소녀의 당돌함은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후 배우로서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했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순정녀 ‘은서’(2000), ‘올인’의 ‘수연’(2003), ‘풀하우스’의 ‘지은’(2004)이 그랬다. 하지만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얼굴만 예쁜 배우”였다. 어린 나이에 외모로 톱스타에 오른 만큼 담금질의 시간이 필요했다. 5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인 SBS 수목극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로 연기력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배우 송혜교(32)의 얘기다. 클로즈업된 카메라 앞에서 미세한 얼굴 떨림까지 표현하며 시각장애인 여회장 ‘오영’으로 시청자의 뇌리에 새롭게 각인됐다. 지난 3일 서울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20대에는 예쁜 여배우들이 많다. 30대는 다른 것으로 승부를 봐야할 때”라고 말했다. 완숙한 여배우의 농익은 기품이 풍겼다. 그는 “연기는 모험”이라고 정의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역할로 인기를 얻으면 제작자들은 계속 비슷한 역할만 시키더라. (배우에게)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려고 모험하지 않는다. 이번 작품은 노희경 작가가 ‘영’이란 캐릭터를 두고 제게 모험을 하신 거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발성에 힘이 실렸고, 눈이 반짝였다. 송혜교는 ‘그 겨울’로 전작인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노희경 작가와 5년 만에 해후했다. 당시 스물여섯 살의 송혜교는 노 작가가 요청한 깊고 진한 감정표현을 따라가기에 벅찼다. 연기에 대한 혹평이 이어졌다. 그래서 일부러 가시밭길을 걸었다. 미국 독립영화 ‘페티쉬’(2008년), 이정향 감독의 독립영화급 ‘오늘’(2011년) 등 규모가 작은 영화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다.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일대종사’를 2009년부터 4년에 걸쳐 찍었지만, 편집된 영화에선 정작 6분가량만 나왔다. 송혜교는 “몇 주일간 단 두 장면만 찍고 귀국할 때도 있었다. 현장에선 하루에도 수십 번 그만둬야 하나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년간은 연기에 바짝 목말라 있었다”고 했다. 역설적이게도 타지에서의 외로움과 작품에 대한 열망은 고스란히 ‘그 겨울’에 투영됐다. 못다 푼 연기의 한을 쏟아부은 셈이다. 복지관을 찾아 시각장애인들로부터 연기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방송에서 시각장애인을 묘사할 때, 오버액션이 너무 심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극중에서 눈이 먼 제가 직접 메이크업을 하는 연기도 했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선 카메라가 멈추고 자리를 옮길 때도 쉬지 않고 울었다. 잠시라도 감정의 곡선이 끊어질까 염려해서다. 그렇게 시청자의 가슴을 뒤흔든 오열 장면이 만들어졌다. 노 작가도 “예전엔 마냥 애 같았는데 이번엔 여자 같았다”며 칭찬했다고 전했다. 상대역 조인성에 대해 물었다. 애정 장면이 “오글거렸다”는 답이 돌아왔다. “인성씨와 동갑인 데다 2004년 같은 기획사에서 편하게 지내던 사이다. 그런데 솜사탕을 함께 먹는 장면이 너무 낯간지러워 ‘요즘 누가 저렇게 먹냐’고 감독께 항의했다”며 웃었다. 그는 박찬욱, 봉준호 등 ‘색깔 있는’ 감독들과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미 중국의 우위썬(吳宇森) 감독과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송혜교는 “저는 노력형 배우”라며 “‘친절한 금자씨’처럼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들과 전혀 다른 배역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상처 입은 남자로 변신 성공 ‘그 겨울… ’ 조인성 “외모로 승부하려는 생각은 애초부터 버렸어요. 젊은 배우들과 경쟁하기보다는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해야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남 스타 조인성(32).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이제 톱스타라는 수식어를 내려놓고 배우라는 옷으로 갈아입은 것처럼 보였다. 2011년 5월 제대한 조인성의 복귀는 연예가의 핫이슈였다. 하지만 제대 후 복귀작품으로 고른 영화 ‘권법’의 촬영이 지연되면서 그의 공백기는 점점 길어졌다.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8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 그에게 이목이 쏠린 이유다. 다행히 ‘그 겨울’은 멜로물이라는 한계에도 같은 시간대 1위로 3일 종영했다. “‘살았다.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다음 작품을 할 수 있게 돼서요.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주변에서 위로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죠. 제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느껴지고 세상을 너무 모르는 채 살아가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됐고요. 그런데 억지로 작품을 해서 장고 끝에 악수를 두기는 싫었어요.” 그러던 시기에 그는 ‘그 겨울’의 대본을 만났고 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조인성은 작품을 하겠다고 결정을 내린 순간, 모든 것을 바쳐 작품에 임했다. 유난히 클로즈업 장면이 많아 부담됐을 법도 하지만 그는 “배우가 나이 들어 가는 과정을 두려워하거나 신경쓰게 되면 더 이상해 보인다. 나 자신이 까발려지는 것이 별로 두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인성은 군 제대 이후 “얼굴이 예전 같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 데 대해서도 넉살 좋게 받아쳤다. “군대 다녀온 배우들에게는 ‘어드밴티지’를 줘야 해요. 2년 동안 매일같이 행군하고 총 쏘고 유격 훈련을 했는데 멀쩡한 ‘꽃미남’ 외모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어요(웃음)? 한편으로는 비교 대상의 작품이 너무 오래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예전의 풋풋한 얼굴로 돌아가려고 살을 빼거나 시술을 해 역효과를 내기는 싫었어요. 외모 대신 나이에 맞는 연기로 승부를 내야죠.” 그의 말처럼 대중은 아직도 영화 ‘비열한 거리’나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인성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불안한 청춘의 표상이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가슴속에 상처와 죄책감을 안고 살지만 한 여자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오수 역으로 한층 성숙하게 연기했다. “이번 작품에서 절제하는 법을 많이 배웠어요. 노희경 작가님이 힘을 빼고 연기하는 것이 더 재밌다고 얘기해주셨어요. 예전에는 연기가 흔들려 연기 톤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그런 점이 캐릭터와 잘 결부돼서 생동감 있게 느껴진 것 같아요.“ 과거에는 연기에 집중하느라 상대 배우의 대사가 잘 안 들릴 때가 많았다는 그는 ‘그 겨울’에서는 상대의 대사나 연기에 집중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유가 생겼다. 시청자들의 코를 시큰하게 했던 오열 장면이 더욱 리얼하게 느껴졌던 이유다. 남매와 연인을 오가는 섬세한 감정 연기도 무난하게 소화했다. “오수는 친오빠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오영을 여자로 느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오수가 돈을 위해 자신과 공통점을 지닌 오영을 속이는 데서 느끼는 죄책감과 비참함을 중점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시각장애인 역을 연기한 상대역 송혜교와 눈을 맞추고 연기할 수 없어서 어색하기는 했지만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는 조인성. 그는 “반사전제작제로 진행된 이번 드라마는 거의 주 5일제로 촬영했고 색 보정 등 완성도가 높아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아마 당분간은 멜로를 못하겠죠. 저도 보시는 분들도 잊는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다음 작품에서는 마초에서 벗어나고 싶기는 한데 완전히 풀어지는 코미디 연기도 어려울 것 같고요…. 벌써 고민이네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전투력 되찾아 링 위에 선 그들… 그리고 나, 강우석

    전투력 되찾아 링 위에 선 그들… 그리고 나, 강우석

    “이번에는 배우, 평단 등 그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현장을 즐기던 신인 감독 시절로 돌아가 영화를 찍었습니다. 그 결과도 제가 받아들여야겠죠.” ‘충무로의 승부사’ 강우석(53) 감독. 지난 2008년 영화 ‘강철중:공공의 적 1-1’(이하 ‘강철중’)로 위기에 직면한 한국 영화계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그는 이번에는 자신의 19번째 영화 ‘전설의 주먹’(10일 개봉)으로 감독으로서의 승부수를 띄웠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의 연출자이자 ‘왕의 남자’의 제작자인 그는 ‘투캅스’, ‘마누라 죽이기’ 등으로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인공이다. 하지만 최근 충무로의 시네마서비스 사무실에서 만난 강 감독은 ‘강철중’ 이후 5년 동안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영화 ‘이끼’로 각종 영화제의 상을 휩쓸었지만 답답함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강철중’을 만들어 놓고도 ‘공공의 적’ 1편을 우려먹는다는 생각에 답답했습니다. 발전하고 변신해야 하는 시기에 시리즈를 이용해 돈벌이한다는 생각에 괴로웠죠. 점차 전투력을 잃어버리고 평단의 눈치와 결과에 연연해 자신을 검증하고 현장에 짓눌린 제 모습을 보았어요. 그러면서 영화가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으로 변했던 거죠.” 두통약을 먹을 정도로 심적 고통에 시달렸다는 강 감독은 ‘내려놓음’에서 해답을 찾았다. 점점 엄숙해지던 그는 자신에게 ‘영화는 흘러가고 지나가는 것인데 너무 연연하지 말자. 남들이 어떻게 보건 말건 내가 재밌고 내 식대로 영화를 찍었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결론을 내렸다. 2년 전 자신의 치유를 위해 휴머니즘 영화 ‘글러브’를 연출했다는 강 감독은 ‘전설의 주먹’을 통해 그동안의 슬럼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는 현장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를 웃기고 직접적인 소통을 즐겼던 예전 ‘강우석’으로 돌아갔다. 배우들에게도 모니터 화면을 보여주지도 않고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를 믿고 따라오라”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전설의 주먹’은 강우석 감독 특유의 돌직구형 연출 스타일에 현대적인 감각이 덧입혀졌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학창 시절 전설적인 존재였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 세 친구가 TV로 중계되는 ‘파이트쇼’에 출전하면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내용이다. 한때 복싱 챔피언을 꿈꿨지만 딸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임덕규(황정민), 가족과 성공을 위해 자존심마저 내팽개친 대기업 샐러리맨 이상훈(유준상), 남다른 독기와 근성이 있었지만, 삼류 건달로 전락한 신재석(윤제문) 등 세 명이 주인공이다. 복고 열풍을 일으켰던 ‘써니’의 남성판으로 불리기도 한다. 강 감독은 이 영화가 우리 시대의 가장들을 위로하는 만큼 자녀 세대가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시사회 때 눈물을 흘리는 남성 관객들을 많이 봤습니다. 극 중 인물들은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권력이나 돈으로부터 할큄당하고 밟히는 4050세대를 대표합니다.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자본과 직위에 눌리고 집에서는 점점 존재감이 없고 무력해지는 것이 이 시대의 아버지들인 것 같아요. 주인공들이 다시 경기장으로 나오는 것처럼 많은 분이 영화를 통해 용기를 얻고 힐링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이 영화에 아버지이자 영화 제작자로서 자신의 모습도 투영했다고 말한다. 강 감독은 올해로 20년을 맞은 영화 제작·투자·배급사 시네마서비스의 대표이다. “저 역시 영화를 만들려면 자본에 무릎을 꿇어서라도 투자를 받아내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돈의 횡포에 대해서 잘 압니다.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면서 제가 겪었던 외로움도 영화에 담았죠.” 강 감독은 한 해에 1000만 관객 영화가 두 편이나 나올 정도로 한국 영화가 성장하는 데 대해 “20년 전 ‘투캅스’를 보면서 한국 영화가 외화 못지않은 재미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 당시 2030세대들이 4050세대가 된 지금도 영화를 즐기면서 관객층이 넓어졌다”면서 “앞으로 1000만명 돌파는 일상적인 일이 되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요즘 영화는 크게 거슬리지 않는 웰메이드(well-made)영화가 많지만 두루뭉술하고 도식화된 작품들뿐입니다. 조금 투박하더라도 끝까지 감정을 물고 늘어지는 날카롭고 튀는 감각의 독특한 영화가 없어요. 관객을 콱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집요함이 부족한 것 같아요.” ‘투캅스’와 ‘실미도’를 연출하고 ‘왕의 남자’의 제작자로서 번 돈을 20여편의 영화의 제작에 원 없이 쏟아부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강 감독. 최근 유아인 주연의 ‘깡철이’의 제작을 마친 그는 “앞으로 배급보다 좋은 영화의 제작과 투자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도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한달음에 극장을 찾는다는 그가 여전히 현역을 누비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딴 곳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고 30년간 영화에 빠진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요. 그동안 200번이 넘게 대학 강단에 서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지만 한 번도 응하지 않았어요. 현장을 지키는 감독이 있는 한 그 분야는 죽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이죠. 전 아직도 제가 만족하는 영화를 못 찍고 있다고 생각해요. 충무로에서 버틸 겁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혜민 스님 트위터 중단 “당분간 묵언 수행해요”

    혜민 스님 트위터 중단 “당분간 묵언 수행해요”

    혜민 스님이 트위터를 접고 묵언에 들어간다. 혜민 스님은 지난 1일 자신의 트위터에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트위터를 하게 되면서 너무 많은 말을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당분간 묵언 수행을 하면서 부족한 스스로를 성찰하고 마음을 밝히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외로움에 지쳐 소통을 하면서 많이 행복했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53만명의 팔로어가 있는 혜민 스님은 자신의 저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초대형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올려놓으며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힐링 멘토로 각광받았다. 이에 대해 팔로어들은 “수행이 너무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아쉬움을 전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2013 구정을 말하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2013 구정을 말하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과거에는 집집마다 마루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가족과 이웃이 대화하고 식사를 하면서 정을 나눴습니다. 그런데 그 마루가 사라지고 나서 이웃은 물론 가족끼리도 대화가 단절되고 정이 사라졌습니다. 우리 영등포구가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소통을 돕는 마루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2일 올해 중점 추진할 사업을 소개하면서 ‘영등포 마루’를 거론했다. 영등포 마루는 단순한 전화 응대나 서류를 통한 행정이 아닌 주민이 주민을, 공무원이 주민을 품는 따뜻한 복지를 의미한다. 조 구청장은 “최근에는 우리를 지탱해 온 공동체 의식마저 흔들리고 있다”면서 “독거 노인이 외로움을 못 이겨 생을 마감하고 지하 단칸방에서 어린아이가 영양 실조로 고통을 받아도 모르는 것이 우리의 비극이고 차가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조 구청장은 “왁자지껄한 대화의 장, 냄새가 물씬나는 소통의 장인 영등포 마루를 만들어 사람 중심의 행복도시 영등포구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문제로 인식된 노숙인을 교육해 독거 노인과 어려운 지역 이웃을 돕는 ‘노란 오이지 봉사단’으로 변화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봉사단은 지난해 최우수 자원봉사 프로그램 및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단순히 노숙인을 관리하는 것이 아닌 자활을 통해 일어설 수 있도록 자활 근로사업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노숙인도 259명이나 된다. 올해는 노인의 치매 예방과 건강 유지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치매 전문봉사단을 양성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전문의료팀이 경로당을 직접 방문하도록 해 건강 관리를 해줄 계획이다. 또 독거 노인이 독거 노인을 돕는 ‘홀몸노인 함께살이사업’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조 구청장은 지난해 이런 성과를 통해 대한노인회로부터 노인복지대상을 수상했다. 조 구청장은 “노인이 건강하면 행복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복지 예산도 절감할 수 있어 올해는 노인 건강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해 관광활성화 정책도 추진한다. 조 구청장은 “외국인을 위한 숙소가 부족하고 면세점이 없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앞으로는 재래시장을 활성화시켜 외국인을 위한 관광코스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을 위한 일자리 정책도 관심사다. 조 구청장은 “주민 취업 알선률이 서울 자치구 평균의 세 배이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치구 취업률 1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은퇴를 앞둔 50, 60대 베이비부머들이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고 인생 2모작을 할 수 있도록 특별교육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식당과 소기업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조 구청장은 끝으로 “영등포 문화재단을 통해 영·유아를 위한 책을 나눠주는 북스타트운동도 전개한다”면서 “아이들이 부모의 팔베개 속에서 책을 읽고 자라도록 해 가족의 정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공부에 관심을 갖도록 돕는 교육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반갑다, 정통멜로의 귀환

    반갑다, 정통멜로의 귀환

    2013년 봄, 안방극장에 정통 멜로의 꽃이 만개하고 있다.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주제로 한 정통 멜로는 사극과 전문직 드라마의 범람 속에서 외면받아온 것이 사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KBS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를 시작으로 올해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MBC ‘남자가 사랑할 때’ 등이 모두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정통 멜로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겨울 연가’, ‘천국의 계단’에서 시작된 한국형 정통 멜로 드라마는 배용준, 권상우 등 수많은 한류 스타를 배출하고 K팝의 유행에 물꼬를 튼 한류의 첨병이었다. 하지만 출생의 비밀, 기억 상실, 불치병 등 비슷한 소재가 반복되면서 드라마의 질이 저하되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자기 복제’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후 ‘내 이름은 김삼순’, ‘시크릿 가든’ 등 캐릭터를 강조하고 장르를 변형한 로맨틱 코미디가 대유행을 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에는 KBS ‘추노’, MBC ‘골든 타임’ 등 아예 멜로 라인을 배제하거나 축소된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정통 멜로는 안방극장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KBS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에서 MBC ‘보고 싶다’,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MBC ‘남자가 사랑할 때’까지 바통을 이어받으며 정통 멜로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다음 달에는 김남길·손예진 주연의 정통 멜로 ‘상어’가 뒤를 이을 예정이다. 최근 들어 진부하고 신파조라는 선입견을 깨고 정통 멜로가 각광을 받은 데는 여성 스타 작가들의 탄탄한 대본이 한몫했다. 이들은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개연성 있고 감각적으로 그리면서 시청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멜로의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기보다는 신선하고 새로운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작품들도 많았다. 수목극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남자가 사랑할때’는 여자 주연 서미도(신세경)와 남자 조연 이재희(연우진)의 멜로 라인 속에 남자 주연 한태상(송승헌)의 순애보적인 짝사랑을 그려 기존 멜로의 공식을 비틀어 재미를 주고 있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의 배신으로 상처받은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착한 남자’나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했지만, 시각장애인 여자와 전문 도박사의 이야기를 감정의 밑바닥까지 절절하게 끌어낸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등으로 한국 멜로 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던 이경희, 노희경 작가의 필력에 신선한 감각이 더해져 흥행에 성공했다. ‘남자가 사랑할 때’의 김인영 작가 역시 ‘태양의 여자’에서 탄탄한 대본으로 통속 멜로의 부활을 알린 작가이고 ‘보고 싶다’의 문희정 작가도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그대, 웃어요’를 흥행시킨 작가로 중견 여성 작가의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방송 전문가들은 정통 멜로를 갈구하는 기본적인 시청자층이 늘 존재하기 때문에 편성에서 빠지지 않는 장르라고 강조하면서도 최루성 정통 멜로가 인기를 끄는 것은 대중들의 사회심리적인 원인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강현 KBS 드라마국장은 “요즘 경기도 좋지 않고 정치나 외교의 불안 및 긴장 관계가 계속되면서 동화 같은 멜로나 사랑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잊으려는 심리에서 정통 멜로가 부활한 것 같다”면서 “2013년형 멜로는 소재의 자극성이 아니라 멜로선을 중심으로 완성도나 작품성을 잃지 않고 소설적인 분위기나 드라마적인 극성을 살린 작품이 많다”고 말했다. MBC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세상이 각박해지고 가볍고 계산적인 만남이 많아지면서 어떤 이해관계도 없는 순수한 사랑을 그린 정통 멜로가 일종의 판타지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주인공 중심에서 남성 신파로 멜로의 중심축이 이동했고, 멜로가 여성 시청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정통 멜로는 액션과 함께 복잡한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을 때 선호되는 장르이기 때문에 조금 무겁고 감정적인 소비가 있더라도 소구하는 지점이 있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남녀를 떠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자기 연민이나 외로움 등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감에 대한 고민을 담은 무게감 있는 작품이 많아 자기 감정과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고향에서 산후조리 받는 것 같아요”

    “고향에서 산후조리 받는 것 같아요”

    “출산 후 결혼 이주 여성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거예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고향의 손길이 아닐까요.” 결혼 이주여성의 산후 고충을 돕고자 소매를 걷어붙인 이들이 있다. 청년 기업 ‘맘마미아’의 여덟 청년이 그 주인공. 이들은 결혼해 아이를 낳은 이주 여성들에게 같은 나라 출신 이주여성을 산후 관리사로 연결해 주는 일을 한다. 산모들은 친정 식구와 같은 보살핌에 모국의 음식 등을 먹으며 산후조리를 받을 수 있다. 사업을 시작한지 석달, 맘마미아를 거쳐 간 산모는 일본인 4명과 중국인 1명이다. 맘마미아를 접한 산모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맘마미아를 통해 둘째 아이의 산후 관리를 받은 중국인 예퉁(오른쪽·31)씨는 “첫째 아이를 낳았을 때 한국인 산후관리사와 말이 통하지 않아 매우 힘들었다”면서 “홀로 한국땅에 있으니 고향 음식과 고향 사람이 그리웠는데 둘째 아이 때에는 맘마미아를 통해 친언니에게 도움을 받는 것처럼 따뜻함을 느꼈다”고 했다. 2011년 성균관대 경영학회 사회공헌 소모임에서 뭉친 이들은 다문화 여성의 취업을 돕기 위한 봉사 활동으로 첫 만남을 가졌다. 단기 프로젝트로 끝날 것 같았지만 2012 수원시 소셜벤처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과 인기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운영을 마음먹었다. 지난 1월 말에는 수원시에 작은 사무실도 꾸렸다. “장기적으로는 다문화 여성들 스스로 맘마미아를 운영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2013 방송계, ‘사회 공감형’ 예능이 뜬다

    2013 방송계, ‘사회 공감형’ 예능이 뜬다

    2013년 예능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히 웃고 즐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 1인 가구, 힐링 등 사회적인 화두를 통해 소통하는 ‘사회 공감형’ 예능이 뜨는 것. 연예인들의 신변잡기 위주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쇼로 1차 변신을 시도한 뒤 사회적인 의미를 담은 예능으로 2차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의 봄철 프로그램 개편과 맞물려 사회 공감형 예능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파일럿(시험판) 프로그램 중 사회적인 공감을 중요시한 프로그램이 많았다.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자 방송사들은 발 빠르게 정규 편성을 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KBS 2TV ‘인간의 조건’이다. 이 프로그램은 쓰레기, 자동차 없이 1주일 살아가는 체험을 통해 요즘 사회적인 화두인 친환경 생활 방식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고 있다. 박성호, 김준현, 허경환, 양상국, 정태호, 김준호 등 친근감 있는 ‘개그콘서트’ 출연진을 내세웠다. 출연자의 모습을 관찰하며 교훈을 얻는 형식이 아니라 ‘참여형’ 예능을 지향했다는 평가다. 이 프로그램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방송의 미션을 실천했다는 시청자들의 경험담이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시청자 박모씨는 “방송에서 출연자들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을 보고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고 실제 생활에 적용해 봤다”고 말했다. ‘인간의 조건’은 친환경 생활 방식을 전파한 공로로 지난 18일 환경부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MBC가 22일 밤 11시 25분에 첫 방송하는 ‘나 혼자 산다’는 사회적으로 1인 가구가 점점 증가하는 가운데 ‘나홀로 족’의 삶을 엿보는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 기러기 아빠인 탤런트 이성재와 김태원, 20~40대 미혼남인 노홍철, 서인국, 데프콘 등 혼자 사는 남성 6명의 생활을 관찰 카메라에 가감 없이 매주 담는다. 제작진은 국내 전체 가구의 25%가 1인 가정이라는 통계에 착안해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며 자신이 정말 잘 산다고 생각하는 독신,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아는 독신을 출연 대상으로 정했다. 향후 혼자 사는 여성까지 참여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박현석 PD는 “‘나 혼자 산다’가 내세우는 것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독신생활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가치”라면서 “(시청자들이) 자신의 삶을 투자해서 볼 가치가 있는지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고 말했다. 한편 SBS에서 지난 1일부터 매주 금요일 방송되고 있는 ‘땡큐’는 올해도 한국 사회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위로와 힐링을 접목시켜 주목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3~4명의 출연자들이 함께 모여 여행지로 떠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의 고민을 서로 나누면서 교감한다.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가 개인의 힐링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프로는 한걸음 더 나아가 관계 속의 힐링을 강조한 것. SNS의 발달 속에 점점 고립되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일깨운다. 현재까지 리더인 배우 차인표를 중심으로 야구선수 박찬호, 만화가 이현세, 사진작가 김중만 등 40대 남성들의 아버지 이야기나 발레리나 강수진과 리듬체조선수 손연재가 세계 최고를 꿈꾸면서 겪었던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 등 공통적인 관심사를 나눴다. 이창태 SBS 예능국장은 “‘힐링캠프’가 타자인 MC가 출연자의 힐링을 도왔다면 ‘땡큐’는 출연자가 스스로 문제를 치유하고 그 안에서 감사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방송가에서는 ‘사회 공감형’ 예능이 급부상하는 이유로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식의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진 데다 현실적으로 공감이 가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예능 프로그램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이 MBC ‘우리 결혼했어요’(5.9%), SBS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6.9%) 등의 시청률이 저조했고, 최근 KBS ‘개그콘서트’나 ‘1박 2일’이 다소 하락세로 접어든 모습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되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씨는 “요즘 시청자들은 재미 차원의 웃음이 아닌 공감에서 오는 가치를 더욱 높이 사기 때문에 자기 계발적인 요소 없이 연예인의 신변잡기식에만 머무른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면서 “경제도 어렵고 사회적으로 고립감을 느끼는 개인이 많아지면서 자신의 관심사와 욕구에 부합하는 TV 예능을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욱 커졌다. 따라서 다큐라는 형식을 가미해 시청자들이 참여할 여지를 높이고 공감지수를 높인 사회 공감형 예능이 각광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닌 자신의 얘기를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의 소통 욕구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인간의 조건’을 연출하고 있는 신미진 PD는 “예전에 동경의 대상이 되는 연예인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했다면 요즘은 시청자들이 연예인의 삶 속에서 발견되는 자기 이야기를 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면서 “출연자들이 생활인으로서 시청자를 대신해 체험하면서 고민하고 깨닫는 것을 통해 공감 지수를 높이고 프로그램이 계도성이나 의도적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이 학교, 사회나 국가에서 느끼는 가치나 의미의 결핍을 사회의 축소판인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찾기 원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공감이나 소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이창태 예능국장은 “이제 예능은 웃음을 유발하는 단계나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시대를 지나 사회적인 의미와 가치를 담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예능이 사회 현상에 대한 심리적인 해석, 가치 지향성과 방향성이 담보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것은 사회나 국가에서 찾을 수 없는 삶의 의미나 가치에 대한 결핍을 TV를 통해 보충하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⑥ 지구촌학교서 희망 배우는 ‘흑진주 삼남매’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⑥ 지구촌학교서 희망 배우는 ‘흑진주 삼남매’

    검은 얼굴에 한국식 교복을 입은 중학생 하나가 국내 첫 다문화가정 대안학교인 서울 구로구 오류동 ‘지구촌학교’ 행정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이 학교를 졸업한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찾은 ‘흑진주 삼 남매’ 가운데 둘째 황용현(13)군이다. 용현이는 20일 학교 설립자이자 삼 남매를 뒷바라지하고 있는 김해성(52) 목사의 부름을 받고 나온 참이었다. 밝은 얼굴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이제 즐거운 생각만 하려고 해요. 제 꿈은 영화배우가 되는 것이고요. 영화 ‘맨인블랙’에 나오는 윌 스미스처럼 유명해지고 싶어요. 그래야 하늘에 계신 엄마와 아빠가 기뻐하시죠.” 맑게 반짝이는 눈망울에서 쑥스러움이 묻어난다. 하지만 엄마, 아빠라는 말을 해놓고 금세 큰 눈에 그리움이 드리운다. 용현이는 2008년 검은 얼굴의 엄마(36)를 잃었다. 그녀는 아프리카 가나에 정박한 원양어선의 기관장이던 한국인 남편을 만나 이국 만리까지 시집을 왔건만 7년 만에 삼 남매만 남겨두고 세상을 등졌다. 용현이와 누나 도담(14)양, 남동생 성연(12)군은 아빠와 함께 슬픔을 떨치고 열심히 살려고 했다. 2008년 당시 9살, 8살, 7살이던 흑진주 삼 남매의 사연은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을 통해 소개됐다. 갑작스러운 병으로 엄마가 죽자 아빠는 어린 삼 남매의 엄마 역할까지 했다. 김치찌개도 끓여 주고 아침마다 삼 남매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빗겨 줬다. 소녀티가 나던 도담이가 자신의 검은 얼굴과 곱슬머리를 싫어하자 “아빠와 엄마가 도담이에게 물려준 선물”이라며 달랬다. TV 방영 후에는 이웃들이 삼 남매를 격려해 주었고 학교에서도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2010년 삼 남매에게 또 청천벽력 같은 일이 터졌다. 아빠(당시 40세)가 돌연 부산 태종대에서 투신자살을 한 것이다. 생활고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탓이었다. 이때 아무도 돌보려고 하지 않는 삼 남매를 외국인 노동자 지원단체 일을 하던 김 목사가 거뒀다. 삼 남매는 먹고사는 걱정을 덜었지만 비극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방황했다. 맏딸 도담이는 중학교 입학 2개월 만에 자신의 손목을 면도칼로 4차례나 긋고 자살을 시도했다. 한국인 학생들의 놀림감과 왕따의 대상이었던 삼 남매는 학교에 가는 것 자체가 싫었다. 그래서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김 목사가 포스코와 익명의 후원자 등의 도움을 받아 지구촌학교를 세운 게 이 즈음이다. 2011년 11월 정규학교로 등록된 지구촌학교에는 현재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과테말라 등 16개국 출신 99명의 학생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1학년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입학한 한국인 학생도 8명 있다. 학생 수는 적어도 교사가 25명이고 수업료 등 모든 비용이 무료다. 그럼에도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한국어와 영어, 출신국 언어 등을 배우고 태권도와 합창, 체험 학습 등의 체계적인 수업을 받고 있다. 학교는 늘 시끌시끌하고 학생들의 표정이 무척 밝다. 학교를 옮긴 삼 남매의 태도도 달라졌다. 막내 성연이가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인기가 좋은 한국인 학생 후보는 마치 국회의원 선거를 하듯 공약을 발표하고 모여서 구호를 외치며 ‘선거송’도 불렀다. 반면 성연이는 인도나 모로코 친구들조차 아는 척하지 않거나 겸연쩍어하며 피했다. 선거 유세 마지막 날 성연이가 단상에 섰다. “얘들아, 내 얼굴이 까맣지.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도 까매.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 출신이고 나는 엄마가 가나에서 왔기 때문이야. 나도 오바마 대통령처럼 되고 싶어.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우리 학교를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어. 날 도와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한국인 학생들도 따라서 박수를 쳤고 성연이는 압도적인 표 차로 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성연이는 혹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면 꼭 지구촌학교에도 들러 달라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그런 내용의 영문 편지도 백악관에 보냈다. 사실 막내 성연이의 꿈은 축구 선수다.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FC 소속 강수일 선수가 성연이의 전부다. 성연이는 강 선수의 검은 얼굴에 친밀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지구촌학교 중등 과정에 다니는 누나 도담이의 꿈은 모델이다. 벌써 키가 168㎝이고 엄마를 닮은 듯 아프리카 소녀의 맵시가 엿보인다. 도담이는 모델 겸 가수인 장윤주를 좋아한다. 방송국을 찾아가 만난 장윤주로부터 “도담이는 매력적인 피부색과 동양적인 멋이 함께 보인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듣고는 가슴에 꼭꼭 담아 두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서울광장] 軍 골프 이유 있다/박정현 논설위원

    [서울광장] 軍 골프 이유 있다/박정현 논설위원

    대한민국처럼 유명 골프 인사를 풍성하게 배출한 나라도 없다. 박세리가 15년 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평정한 이후 LPGA 우승컵을 손에 쥔 한국 여성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남자 골퍼로는 최경주와 양용은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어깨를 나란히했다. 이쯤 되면 ‘골프강국’이라고 할 만하다. 골프 하나로 한순간에 ‘지명도’를 끌어올린 공직자는 숱하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산불 때도, 수재 때도 골프를 즐겼다. 결국 3·1절 골프로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곡절을 겪었다. 지난해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부이자 권력실세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 중인 긴박한 상황에서 주중 한국대사관 직원들이 단체 골프행사를 벌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잊을 만하면 어김없이 고개를 내미는 공직자 골프 파문이라니…. 이번에는 ‘별들의 골프’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주말 북한의 대남 위협이 극에 달한 가운데 군 장성들이 태릉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겼고, 계룡대 골프장에서는 해·공군 참모총장이 운동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준(準)전시상황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에 즈음해 당장 전쟁이라도 일으킬 듯 광포한 모습을 보여줬다. TV에 비친 숨죽인 연평도와 북한 장사포 진지의 모습은 한치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긴장 그 자체였다. 이런 비상시국에 장성들이 골프장을 찾을 생각을 했다니 국민은 분노를 넘어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북한이 서해에 포 사격이라도 해왔더라면 어쩔 뻔했나. 군은 아무리 자숙해도 부족하다. 어떤 이유를 들이대도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론 걸리는 대목도 없지 않다. “모든 군 골프장은 체력단련장 개념으로 부대 바로 옆에 있어 군 관계자들이 운동 중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즉시 복귀할 수 있다”는 군의 설명을 듣고 보면 일거에 내칠 일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 예비역 대령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는 “비상이 걸리면 몇 시간이 지나야 부대 복귀가 가능한 등산을 갔다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군인들에게는 골프가 비상대기이자 체력단련, 생활문화라는 얘기다. 주말에 비상이 걸리면 부대에 늘 남아 있어야 했다는 그는 중령 때 간신히 골프채를 잡았고, 이를 통해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외로움을 달래야 했다고 한다. 군인 골프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든다. 태릉 골프장 이용금액은 캐디피를 합해 3만 9000원, 계룡대 골프장은 1만 8000원이다. 일반인들의 평균 골프 비용 34만원에 비하면 10분의1 수준이다. 접대와 향응의 자리인 일반인들의 골프와 군인의 골프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것이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면 그 다름도 수용해 달라는 주문이다. 시인 김지하는 1970년 ‘오적’에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 등 다섯도둑의 행태를 통렬히 비판했다.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 끓는 목소리로/혁명공약 모자 쓰고, 혁명공약 배지 차고/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우매한 국민 저리 멀찍 비켜서랏/골프 좀 쳐야것다’ 당시에는 끼리끼리 모여 골프를 치는 그들은 귀족이었다. 음습한 비리와 부패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골프는 이제 더 이상 귀족스포츠가 아니다. 전국에 골프장이 410개나 있다. 골프 인구는 336만명, 지난해 골프장을 찾은 인구는 2690만명에 이른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장삼이사 운동’이 된 것이다. 골프뿐이랴. 승마도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다. 전라남도는 도내에 있는 회원제 승마클럽인 나주의 ‘위너스’와 ‘광개토’를 개방, 일반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코스를 개발하겠다는 ‘승마입도(立道)’를 선언했다. 김지하의 ‘오적’이 나온 지 43년, 하지만 골프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요지부동인 것 같다. 세상은 변했다. 유독 골프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 아닌가.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고향 노래로 향수 달래고 서로 소통하지요”

    “고향 노래로 향수 달래고 서로 소통하지요”

    “서로 말이 안 통하는 것 아니냐고요? 음악에 무슨 대화가 필요하겠어요.” ‘지구인 뮤직밴드’를 기획한 마붑 알엄(36)이 웃으며 입을 뗐다. 지구인 뮤직밴드는 문화예술단체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를 통해 결성된 이주민 밴드다. 몽골(3명)과 방글라데시(3명), 코트디부아르(2명), 아일랜드(4명) 등 4개국에서 온 12명에 한국인 3명 등 5개국 15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구인 뮤직밴드가 만들어진 것은 올 1월. 알엄은 “로마의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이탈리아인과 외국인이 모여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밴드 결성을 고민하게 됐다”면서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각국의 악기를 가지고 소리를 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밴드가 바이올린, 하프, 더블베이스뿐 아니라 아일랜드 관악기 틴휘슬, 서아프리카 타악기 젬베, 인도 타악기 타블라 등의 다채로운 악기로 구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의 직업도 영어 교사, 유학생, 기자, 생산직 노동자 등으로 악기만큼이나 다양하다. 방글라데시 귀화자인 알엄은 2009년 한국 영화 ‘반두비’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만큼 노래도 영어, 한국어, 방글라데시어 등으로 번역해서 부른다. 알엄은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아 어려울 때도 있지만 악기를 연주하다 보면 음악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애초 2주에 한 번으로 예정돼 있던 연습을 매주 한 번으로 바꾸는 등 점점 애정과 팀워크가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5월 서울 마포구에 있는 이주민 문화예술센터 프리포트에서 첫 공연을 하고 7월에는 앨범도 내기로 했다. 10일 오후 모인 이들이 연습한 곡은 아프리카 음악 ‘마마 아프리카’와 아리랑, 아일랜드 민요 ‘오로 셰 다 바하 왈리어’ 등이다. “‘오로 셰 다 바하 왈리어’는 ‘우리 고향에 어서 오세요’라는 뜻이라네요. 아무래도 고향을 떠나 지내다 보니 집을 그리워하는 곡을 고르게 된 것 같습니다. 음악으로 대화하고 음악으로 외로움을 잊게 되네요.”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신춘문예가 선택한 신작 맛보기…서울신문 등단 ‘기막힌 동거’ 등 7편

    2013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희곡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신춘문예 단막극제’가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가 주최하는 ‘신춘문예 단막극제’는 그해 희곡 부문에 당선된 신예 작가들의 데뷔를 축하하며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기회를 주고 관객에게는 신예 작가들을 알리는 의미 있는 기획이다. 서울신문을 비롯해 한국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 경상일보, 부산일보 등의 신춘문예 당선작과 한국희곡작가협회의 신춘문예 당선작까지 모두 7개 작품이 공연된다. 이번 단막극제에서 ‘기막힌 동거’를 올리는 임은정 작가는 “배우들의 읽기에 참여하고 연출의 해석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면서 “기성 연출가의 풍부한 경험과 원숙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내 작품에서 새로운 면을 끌어내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막힌 동거’는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단칸 월세방을 시간을 정해 놓고 나눠 사용하면서 월세도 분할하는 다섯 남녀를 이야기한다. 생존과 주거 문제를 타개하려는 인물들의 노력이 황당하면서도 코믹하다. 박원경 연출은 “그 즐거움을 맛보는 순간 마음 언저리에 아픈 눈물이 고이는 것을 인지하는 블랙 코미디를 만들려 한다”고 의도를 전했다. 동화 같은 설정 속에서 부조리한 세상의 근원과 고독을 그려낸 김성제 작가의 ‘동화동경’(한국일보)은 박정의 연출을 만나 아름답고도 잔혹한 연극으로 태어난다. 꿈을 이식한다는 참신한 소재로 쓴 민미정 작가의 ‘당신에게서 사라진 것’(한국희곡작가협회)은 송미숙 연출가와 함께 “당신이 잃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최준호 작가의 ‘일병 이윤근’(동아일보)은 군대를 배경으로 젊은 세대의 솔직한 자화상을 그렸다. 장경욱 연출은 이 작품에서 각자의 이해타산을 위해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모순을 들여다본다. 이미경 작가의 ‘우울군 슬픈읍 늙으면’(조선일보)은 노인들만 사는 시골의 풍경을 수사극 형식으로 풀었다. 최재오 연출은 노인들의 외로움, 추억과 기억, 욕망을 코믹하고 기묘하게 들춘다. 염지영 작가의 ‘나비에 대한 두 가지 욕망’(경상일보)은 산속에 숨어 사는 두 자매와 그들을 찾아온 언니의 10년 전 약혼자의 관계에서 인물의 욕망과 갈등을 조명한다. 박승원 연출은 이 작품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의 구원을 꺼내 든다. 현찬양 작가의 ‘401호 윤정이네’(부산일보)는 이기도 연출과 손잡고 평범한 이름을 가진 윤정을 통해 세상과 인물에 대한 시선과 생각을 드러낸다. 작품마다 공연 시간은 50분 정도다. 공연 기간 매일 오후 3시부터 7편을 차례로 공연한다. 편당 관람료는 5000원, 전 공연 관람권은 2만 5000원(한국공연예술센터 홈페이지에서만 예매)이다. (02)6402-6328.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문화마당] 스타를 권하는 사회/임형주 팝페라 가수

    [문화마당] 스타를 권하는 사회/임형주 팝페라 가수

    간만에 서재를 대청소했다. 언제 어디서 구입했는지도 모르는 음악 CD와 영화 DVD들 속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필자와 같은 해(1998년)에 데뷔했고, 한 음반사에서 같은 장르로 활동했던 동갑내기 영국 팝페라 소프라노 샬럿 처치다. 샬럿은 재능 있는 아이들을 찾는 TV프로그램에 전화를 걸었고, 노래 하나로 스타가 됐다. 12살에 세계적인 음반사 소니뮤직에서 데뷔 음반 ‘천사의 음성’(Voice of an Angel)을 내면서 전 세계에서 수백만장에 달하는 판매고를 세웠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 세계 각국 유명인사에게 초청돼 공연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쌓아갔다. 그러나 그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타가 된 값을 톡톡히 치렀다. 10대 후반부터 타블로이드지를 장식했다. 하루 담배 2갑, 길거리 흡연 등 골초로 비쳐졌고, 어린 나이에 임신과 유산을 반복했다. 2005년 음반을 내고 섹시 콘셉트의 팝가수로 변신했지만 판매량과 평단의 평가, 흥행 모두 참패했다. 운동선수 출신인 연인과의 불화, 재결합, 결혼 등 숱한 기사를 쏟아내며 그의 애칭은 ‘천사의 음성’에서 ‘최연소 스캔들메이커’가 됐다. 2년 전 샬럿은 ‘백 투 스크래치’를 발표하면서 반짝 관심을 끌었지만 예전의 인기를 되찾기엔 역부족이었다. 그에게서 우리 대중문화계의 현실이 겹쳐 보였다.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이 정말 많다. 참가자격을 대폭 낮추거나, 아예 어린아이들이 대상이 된 오디션 프로그램도 있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이 탈락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참가자는 “초등학교 들어가서 공부해야죠. 제 유년기의 마지막 오디션이에요”라고 대답했다. 아이는 참 귀엽고 똘똘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보며 씁쓸했다. 어린 나이에 재능을 발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특히 선천적 재능이 필요한 대중문화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일찍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 무엇보다도 확고한 의지가 없다면 무척 힘든 일이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필자도 어른들 틈바구니 속에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법부터 배웠던 것 같다. 어른의 눈치를 보고 어른들이 원하는 태도와 생각을 옮기면서 훈련받는 아바타가 된 느낌이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무대 위에서는 나 자신과 끝없이 싸웠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상실감·외로움·고독과 마주했다. 이 모든 것들을 혼자 감당해 내야 했다. 자유를 찾아 반항과 일탈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알기에 앞만 보고 달렸다. 아이가 사람들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잘 춘다면, 그 재능을 키워주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우리 아이가 방송이나 무대에서 재능을 펼치고 사랑을 받는 것이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단순히 판을 벌여 맛을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스타가 될 수 있다고 부추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아이들의 재능과 특성, 장점을 먼저 찾아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그 험난한 길을 걸어가기 위한 열정을 갖추었는지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를 스타로 만들기 전에 해야 할, 어른들의 몫이다.
  • [5일 TV 하이라이트]

    ■세상사는 이야기(KBS1 밤 11시 40분) 산세와 비경이 알프스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영남 알프스’. 이곳 1000m급 7개 산봉우리 가운데 겨울 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가지산이 있다. 가지산에 들어온 지 30년 차인 정진용씨와 10년 차인 정학용씨. 고향 선후배인 두 남자는 10여년 동안 강아지 2마리를 키우며 동고동락해 오고 있다. ■삼생이(KBS2 오전 9시) 서울로 돌아온 삼생(홍아름)은 식구들과 재회하고 봉무룡(독고영재)에게 한의대에 가게 됐다는 소식을 전한다. 오인수(김승욱)에게서 삼생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동우(차도진)는 막례네가 세 들어 사는 필순네 집에 찾아가 삼생을 기다린다. 지성(지일주) 역시 삼생이 궁금해서 필순네 집에 찾아온다. ■장수 가족 건강의 비밀(EBS 밤 10시 45분) 전남 해남 땅끝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장남서 할아버지와 이이순 할머니. 할아버지는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함을 자랑한다. 게다가 구순의 나이에 오토바이를 타는 멋쟁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멋지게 오토바이를 타며 마을을 누비는 할아버지의 뒷자리에는 언제나 할머니가 함께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한국에 초청돼 수술 지원을 받게 된 두 명의 중국인 어린이. 중국과 한국 병원 간 연계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초청된 지난 2월, 다섯 살 양리와 네 살의 우웬지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화상으로 너무나 큰 고통을 겪는 양리와 우웬지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기만 한데…. ■달라졌어요(EBS 밤 7시 30분) 회사 일부터 육아, 집안일까지.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바쁜 아내와 퇴근 후 집에 오면 아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두 아이만 바라보는 남편. 아내는 남편에게 힘듦과 외로움을 호소하지만 남편은 그만하라며 입을 닫아 버린다. 딸 바보 남편과 외로운 아내. 과연 남편은 아내를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멜로다큐 가족(OBS 밤 11시 5분) 전남 장흥의 넓은 초원에서 스위스 전통 의상을 입고 요들송을 부르는 부부가 있다. 이들은 아메리카노 커피에 파운드 케이크로 브런치를 즐긴다. 이들에게 적응을 못 하던 마을 사람들도 이제는 적응 완료. 귀농 부부의 새로운 패러다임, 별난 알프스 부부의 귀농 일기를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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