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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청계천 생태계 보존 시민 책임이다

    되살아난 청계천에 붉은귀거북(청거북)을 비롯한 외래종이 등장해 토종 어류가 잡아먹히는 등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청계천관리센터가 엊그제 밝힌 데 따르면 청계천 개통 후 버들치·돌고기·피라미 등 고유 어종이 점차 늘어나 생태하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붉은귀거북 등이 나타나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잉붕어·금붕어 등 자연하천에 살 수 없는 관상어종이 죽은 채 발견되는 경우가 잦아 청계천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도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청계천은 지난해 10월 개통한 뒤 서울시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에게서 폭넓은 사랑을 받아왔다. 서울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맑은 물줄기와 양변의 산책로, 길가에 우거진 초목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자연친화적인 친근감·안락함을 제공한 게 사실이다. 더욱이 올들어서는 물고기 개체 수가 급격히 늘고 청둥오리 등 다양한 생명체가 더해진 까닭에 청계천은 생태공원으로서의 기능까지 맡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니 될 말인가. 관리센터 측은 붉은귀거북·금붕어·잉붕어 등의 등장이, 방생을 했거나 집에서 기르던 애완물을 몰래 버린 결과라고 추정한다. 비록 좋은 뜻에서 했더라도 방생은 지금 막 자리잡아가는 청계천의 생태계를 교란하는 역효과만 불러올 뿐이다. 애완물을 버리는 장소로 청계천을 악용하는 건 더더구나 용납할 수 없다. 청계천 생태계를 보존하는 건 시민 모두의 책임이다. 청계천이 생태하천으로서 온전히 되살아날 때까지 우리 모두가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한다.
  • [Zoom in서울] 청계천 외래어종에 ‘몸살’

    ‘청계천 토종어류를 보호하라.’ 청계천에 최근 붉은귀거북과 잉붕어 등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교란시키는 외래종들이 급증하면서 토종어류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잡식성인 붉은귀거북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우리 고유어종인 버들치와 돌고기, 피라미 등이 먹이로 전락, 청계천 생태계의 교란이 우려되고 있다.●붉은귀거북 20여마리 잡혀 25일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청계천관리센터에 따르면 최근 황학교 근처에서 붉은귀거북(일명 청거북)이 잡히는 등 청계천이 개통된 지난해 10월 이후 청계천 일대에서 붉은귀거북이 20여마리나 포획됐다. 붉은귀거북은 청계천 고유어종들을 잡아 먹는데다 천적이 없고, 번식력이 강해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붉은귀거북은 미국에서 애완용으로 수입된 육식거북으로 집에서 기르던 시민들이 몰래 가져다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포획된 붉은귀거북은 곧바로 한국조류보호협회에 인계돼 독수리 먹이로 제공된다.●청계7가 수족관 거리서 시민들이 방생 금붕어와 잉붕어 확산도 고민거리다. 붉은귀거북과 같이 토종어류에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생태하천인 청계천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잉붕어는 잉어와 붕어의 교잡종으로 금붕어처럼 붉은 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 황학교 근처에서는 100여마리가 살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또 금붕어와 비단잉어는 대부분 수족관 가게 50여개가 몰려 있는 청계 7가 ‘수족관거리’에서 시민들이 물고기를 사서 방생한 것들로 청계 7가 주변인 다산교와 영도교, 황학교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띈다. 자연상태에 적응하지 못한 금붕어들이 종종 죽은 상태로 발견돼 미관을 해치기도 한다. 청계천관리센터는 아직 금붕어와 잉붕어를 잡지 않고 있지만 대처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외래종 방생금지” 확대·전담요원 순찰 서울시는 방생 자제 캠페인에 나서는 등 외래종에 대한 경계령을 내렸다. 청계천관리센터 생태관리부 전담직원 2명이 매일 순찰을 도는 한편 ‘방생 금지’ 안내 표지판을 오간수문과 다산교 등에 이어 영도교와 황학교 진입로 등으로 확대했다. 또 청계천 7가 주변 수족관에 대해서는 방생 목적의 물고기 판매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청계천관리센터 강수학 부장은 “외래종의 인위적인 유입으로 자연스럽게 살아나고 있는 청계천 생태계의 회복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면서 “청계천은 우리 고유종들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하천으로 방생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다.”며 자제를 호소했다.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통계로 본 서울] (27) 야생동식물

    ‘오색딱따구리, 도롱뇽, 황복, 뒹경모치, 강주걱양태’ 콘크리트로 뒤덮여 흙조차 밟아 보기 힘든 서울에도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야생동·식물들이 살고 있다. 최근들어 청계천 복원 등 생태계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개체수가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의 동·식물들은 산업화로 인해 서식지를 잃거나 생존 위협을 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뒹경모치등 상당수 생소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과 남산, 청계천, 청계산, 북한산 등 서울의 산과 강에는 수많은 동·식물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멸종위기에 처해 서울시로부터 보호 야생 동·식물로 지정된 동·식물은 모두 35종이다. 어린시절 흔히 봐왔던 동·식물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것들이다. 포유류는 노루, 오소리, 고슴도치, 족제비 등 4종, 조류는 오색딱따구리, 흰눈썹황금새, 물총새, 제비, 꾀꼬리, 박새 등 6종, 양서·파충류는 두꺼비, 도롱뇽, 북방산개구리, 무당개구리, 줄장지뱀, 실뱀 등 6종, 어류는 황복, 뒹경모치, 꺽정이, 강주걱양태 등 4종이다. 곤충류는 넓적사슴벌레, 애호랑나비, 말총벌, 왕잠자리, 풀무치, 노란허리잠자리, 땅강아지, 강하루살이 등 8종, 식물류는 서울오갈피, 삼지구엽초, 끈끈이 주걱, 복주머니난, 산개나리, 금마타리, 관중 등 7종이다. 이 가운데 뒹경모치는 잉어과에 속하는 토종민물고기로 몸길이는 7∼9㎝이며, 강주걱양태는 농어목 돛양태과 민물고기로 몸길이 7㎝ 정도다. 서울오갈피는 두릎나무과 낙엽 관목이며, 금마타리는 산지 바위틈에 자라는 손바닥 모양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한강 밤섬 등에서 볼 수 있어 야생 동·식물들은 녹지대인 한강 밤섬과 강동구 둔촌동, 송파구 방이동, 탄천, 은평구 진관내동, 한강시민공원 광나루지구, 고덕수변 생태공원, 청계산 원터골, 헌인릉 등 서울시에서 지정한 9개 ‘생태·경관 보존지역’을 비롯해 도심 외곽의 월드컵 공원, 우면산, 북한산, 중랑천 등지에서 주로 관찰된다. 식물류의 경우 삼지구엽초는 청계산 원터골 계곡과 북한산 삼화사 등지에서, 끈끈이 주걱은 관악산 장군봉, 수락산 물개바위 등지에서, 금마타리는 북한산 동부 깔딱고개 등지에서 각각 서식한다. 어류는 한강 밤섬과 가래여울, 잠실 수중보 위쪽, 조정경기장 주변 모래톱, 난지도와 행주대교 주변 등에서 서식하는데 황복은 바다에서 올라와 4∼6월 잠실 수중보 아래에서 산란을 한다. 도롱뇽과 개구리는 우면산 입구 저습지 등에 많으며, 조류는 탄천 2교∼대곡교 사이 자연형 하천을 주로 찾는다.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사람 서울시는 서식지 보호 및 생육환경 개선, 관리종 복원 및 증식, 생태계 위해 외래 동·식물 퇴치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시는 상당수의 동·식물들이 등산객과 낚시꾼 등 사람의 손에 의해 다치거나 훼손되는 만큼 보호지역내 출입을 금지하고, 야생 동·식물 보호에 대한 홍보활동도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생태계를 위협하는 붉은귀거북 등 외래종 퇴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행정도시 알고보니 ‘생태계 보고’

    행정도시 예정지에 삵과 수달 등 멸종위기 동식물이 상당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도시건설청은 행정도시 예정지내 생태계와 대기, 수질 등 환경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충남 연기군 동면 용호리 노적산과 미호천에서 환경부가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한 삵과 수달이 서식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양서류는 역시 멸종위기종 2급인 맹꽁이와 남생이가 발견됐다. 하지만 황소개구리와 청거북 등 외래종들도 전역에 서식,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조류로는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와 원앙이 미호천에 많이 살고 있었고 멸종위기종인 조롱이, 새홀리기, 흰목물떼새 등도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흰뺨검둥오리, 멧비둘기, 붉은머리오목눈이, 직박구리, 박새 등 텃새들도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호천과 금강 합류지점에서 각시붕어, 중고기, 몰개, 눈동자개 등 고유의 어류가 발견됐고 금강에만 출현하는 눈불개가 서식하는 것도 확인됐다. 멸종위기 1·2급 정도의 곤충은 조사되지 않았으나 남면 송원리에서 청정지역에 주로 사는 늦반디불이가 발견돼 생태계가 양호한 상태임을 반영했다. 행정도시는 고도가 비교적 낮은 지역이지만 원수산과 전월산을 중심으로 소나무 군락이 잘 보존돼 있고 마을에는 늙은 은행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행정도시의 일교차는 서울, 부산, 강릉보다 컸고 오존농도도 다른 도시보다 높았다. 미호천 등 하천의 수질은 2∼3등급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행정도시건설청 환경방재팀 손선현 사무관은 “미호천에 멸종위기 1급인 미호종개도 서식할 가능성이 있는 등 생태계가 좋은 상태”라며 “행정도시 건설 과정에서 생태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연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더 이상 돌을 던지지 말라/원철 스님 조계종포교원 신도국장

    한 해가 저물어 갈 무렵 동료들과 함께 금강산을 찾았습니다. 출발하면서 휴대전화도 안 되고 9시뉴스도 없을 것이라는 지레짐작을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휴대전화는 미리 수거를 하더이다. 그 바람에 그 지역 안에서는 일행 중 누군가가 없어져도 연락할 방도가 없어, 발로 직접 찾아 다니거나 나타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9시뉴스까지 사라지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숏커트에 관리된 표정의 서울대 연구처장이 중간발표를 읽어내렸고 이어서 황우석 교수가 사퇴성명을 하면서 ‘그 원천기술은 대한민국 것’이라는 말을 비장하게 덧붙였습니다. 이제 최종발표를 앞두고 눈밝은 열혈 누리꾼들은 ‘보이지 않는 손’의 기획의도를 읽어내기에 여념이 없는 것도 또 다른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천년 전쯤의 일이긴 합니다만 당시 율법에는 간음하다가 들킨 여자는 돌로 쳐 죽이라는 조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무렵 간음죄를 범하고서 광장으로 끌려나온 그녀에게 모두의 돌팔매질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지혜로운 선지자는 주변을 향하여 외쳤습니다. “너희들 중에 죄없는 자가 있다면 돌을 던지라.” 어제까지 한솥밥을 먹던 의·과학계 투석꾼들에게 ‘남의 티끌을 보기 전에 내 눈 안에 있는 들보나 제대로 보라.’는 말을 이 문외한이 보태주고 싶습니다. 연극배우 같은 천의 얼굴로 합종연횡을 일삼는 춘추전국시대의 장의(張儀)와 소진(蘇秦)을 능가하는 세치 혀를 가지고서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대부분의 언론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부활한 PD수첩은 이제 생명공학계의 메시아(?) 노릇까지 하고 있습니다. 한 쪽에서는 ‘국익보다 진실’ 운운하면서 박수를 칩니다. 또 다른 부류들은 이후 외국 학술지 논문 게재시 한국출신이라는 것이 장애가 될까봐 노심초사합니다. 그렇다면 국가로 인한 손해보다는 진실이 더 중요하다고 동의했다면 논문은 논문답게 실력과 진실성으로 승부를 겨루면 될 일입니다. 그걸 국가 때문이라면 ‘잘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참으로 비과학적 사고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한국인이라는 비과학적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주려는 해외 학술지가 있다면 설사 실어주겠다고 하더라도 차라리 거절하는 것이 과학도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일 것입니다. 어느 외래종교의 상징적 원로께서 하신 말씀인 “한국사람이 세계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며… 한국인은 세계무대에서 정직하지 못하다는 눈총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대갈일성도 이 범주의 사고영역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지닙니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수십년 땀방울의 결과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인재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조사를 바탕으로 당사자 역시 승복하는 결과로써 그 공로와 허물을 가려내고, 연구윤리를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혹여 감정적, 편파적 내지 정치적 조사위원회였다는 불명예로 역사에 기록될까봐 걱정스러운 마음도 함께 일어납니다. 더불어 황 교수가 가진 능력이 진정 가치있는 것이라면 그 능력이 사장되지 않도록 사회적 지혜를 함께 모아야 할 것입니다. 이 격렬한 탁류 속에서도 경기지사의 장기바이오센터 계속 추진과 함께 ‘다시 한번’이라는 그 마음 씀씀이는 한줄기 맑은 샘물처럼 인재를 아낄 줄 아는 사람의 청량음으로 들려옵니다. 이제 광기(狂氣)를 멈추고서 모두가 옳다고 하더라도 정말 옳은지 한번 더 생각해보고, 모두가 그르다고 할지라도 정말 그른지 한번 더 숙고해 보아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차가운 시절에도 흰눈조차 제대로 내리지 않은 금강산에서 온정각 광장 한 쪽에 서있는 정몽헌씨의 추모비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정성 다해 두 손을 모읍니다. 온갖 사회적 모순을 혼자서 모두 짊어진 채 어쩔 수 없이 시대의 희생양이 된, 그동안 이 땅에서 살아왔던 모든 이들의 고뇌가 함께 읽혀져 옵니다. 원철 스님 조계종포교원 신도국장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1)끝. 새날의 희망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1)끝. 새날의 희망

    ‘정감록’ 연재도 막바지라 맺음말이 없을 수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의 예언문화를 다각도로 다루려 노력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화제는 조선후기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바로 그 시기에 ‘정감록’이 등장했고, 그것이 한동안 정치 및 종교운동의 모태가 되었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조선후기엔 이른바 ‘정감록’ 사건이 참 많기도 했다. 그런데 ‘정감록’은 과연 무슨 사상을 담고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때가 많다. 아무리 ‘정감록’을 읽어봐도 어떤 체계라든가 사상성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설사 ‘정감록’에 예고된 정진인(鄭眞人)의 세상이 된다 해도, 그것은 또 하나의 왕조일 뿐 세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잘 알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신약성서’의 ‘요한계시록’ 은 예수의 재림이 가져다 줄 인류역사의 완성을 예언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정감록’은 기껏해야 왕조교체를 논하는 수준이란 평가다.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니다.‘정감록’이란 텍스트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정감록’을 읽는 나의 방법은 적혀 있는 글자만 읽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문화적인 맥락에 비추어 읽는 방식이다. 텍스트의 안과 바깥을 부지런히 오가며 ‘정감록’을 읽는 것이다. 그러면 수수께끼가 풀린다. ●정감록, 지배이데올로기에 맞선 대항이데올로기 ‘정감록’은 조선시대의 지배이데올로기인 ‘성리학’에 맞서 평민 지식인들이 준비한 대항 이데올로기였다. 이 점은 19세기 후반에 등장하기 시작한 여러 신종교의 가르침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동학·증산교 및 원불교는 하나같이 곧 밝아올 새 세상을 노래했다. 그들이 선포한 새날은 ‘정감록’이 민중에게 약속한 새 나라였다. 그것은 역사상 존재했던 여러 왕조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새 하늘, 새 땅이었다. 새 날의 모습은 성리학자들이 추구해온 목가적 이상세계와는 달랐다. 그것은 ‘정감록’으로 빚은 대항 이데올로기의 핵심이었다. 연재 가운데 이미 검토된 사실이지만 동학과 같은 새 종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17세기 이후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런 운동은 ‘정감록’을 매개로 평민 지식인들이 주도했다. 신종교 운동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나름대로 조직적 경험과 이론을 확립해갔다. 마침내 19세기 후반에는 동학이란 교단으로 화려하게 부활해 민중에게 널리 지지를 받았다. 최제우의 동학은 ‘정감록’운동의 터전 위에서 창립된 것으로,‘정감록’없이는 동학도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 옳다. 나중에 동학의 교명을 천도교로 바꾼 손병희 같은 지도자도 ‘정감록’을 무척 중시했다. ●오만년 대운, 전환기의 괴질 동학을 비롯한 여러 신종교에서는 조선왕조가 망하고 나면 새 세상이 열린다고 보았다. 바로 ‘정감록’에 예언된 정진인의 나라다. 그때가 되면 문자 그대로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롭고 복된 사회가 건설된다고 한다. 이를 두고 오만년대운(五萬年大運)이 새로 시작된다고 표현했다. 동학의 경전 ‘용담유사’에는 ‘오만년’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한다.‘용담가’에 “한울님 하신말씀 개벽 후 오만 년에 네가 또한 첨이로다.”라는 대목이 있다. 세상이 열린 지 오만 년 만에 최제우가 큰 가르침을 열었다는 말이다. 최제우는 인류역사상 최초로 이상적인 종교를 창립했다며,“무극대도 닦아내니 오만년지 운수로다. 만세일지 장부로서 좋을시고”라고 했다. 불교와 유교는 이미 낡은 것이 되었고, 이제는 인류 최상의 가르침인 동학을 통해 새 세상을 건설할 때라는 것이다. 최제우는 동학의 유행을 천운(天運)이라 했다. 그러면서 보통사람들은 근심걱정 없이 이러한 시운에 따라 최제우가 가르치는 대로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했다. 최제우에 앞서 세상이 바뀔 거란 점을 누누이 강조한 것은 ‘정감록’이었다. 그 유행에 힘입어 사람들은 최제우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정감록’엔 새 세상이 밝아올 때 여러 가지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고 예언돼 있다. 전쟁과 질병과 굶주림이 그것이다. 최제우는 ‘정감록’ 예언을 대폭 수용해 과도기의 징후를 ‘몽중노소문답가’에서 이렇게 정리한다.“십이제국 괴질운수 다시개벽 아닐는가.” 여기서 말하는 십이제국이란 문자 그대로 열두 나라가 아니라 온 세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온 세상이 정체불명의 질병으로 시달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다른 곳에서 그는 ‘삼년괴질’이니 ‘연년괴질’과 같은 말을 한다. 요컨대 여러 해 동안 인류가 조류독감이나 에이즈와 같은 질병으로 시달린 다음에 “개벽”이 완성된다고 보았다. 이것은 마치 성경에서 말세에 큰 환란을 겪은 뒤 예수가 재림한다는 식이다. 조선 후기엔 천주교가 수용되어 종말론이 널리 전파되었다.‘정감록’에 기록된 환란도 그와 관계가 있어 보인다. 최제우의 동학 역시 마찬가지다. 동학은 이름부터 천주교(서학)에 반대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지만, 그 주장이 꼭 대립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학을 계승한 증산교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증산교의 창립자 강일순은 한국에 출생하기 전에 로마 교황청 꼭대기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고 했다. 그는 서양신부 마테오리치를 중국으로 파견한 장본인이라고도 했다. 이런 증산교도 전환기에 찾아올 환란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강일순의 생각은 동양적이었다. 그는 이른바 괴질의 원인을 과거의 모든 악업(惡業)과 신명들의 원한과 보복이 쌓인 것이라 했다. 악업과 신명을 강조한 점에서 그의 생각은 다분히 불교적이다. 강일순은 괴질의 발생을 사계절과 비교한다. 봄과 여름에는 큰 병이 없다가 봄여름의 죄업에 대한 인과응보가 가을에 접어드는 환절기에 병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말세에는 이런 식으로 큰 병이 세상을 휩쓸게 되는데, 한국에서 최초 발병자가 나오며 병을 치료할 구원의 도(道) 역시 한국에서 일어난다 했다. 괴질은 전라북도 군산과 순창에서 발생해 49일 동안 전국을 휩쓸고는 외국으로 건너가 3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쓴다. 이것이 강일순의 예언이다. 그는 한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간주했는데 이런 사고방식은 ‘정감록’에서도 확인된다. 동학의 최제우 역시 오만년 대운을 열 새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함으로써, 한국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겼다. 19세기 한국은 내우외란이 겹쳐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종교적인 면에서도 외래종교인 천주교가 들어와 전통사상이 도전에 직면했다. 이런 판국이라 ‘정감록’을 비롯한 각종 예언은 더욱 인기를 끌었고, 마침내 말세의 환란과 새 세상에 대한 기대가 꽃을 피웠다. 동학과 증산교의 등장이 바로 그 보기다. ●새 세상은 미륵세상 최제우의 글에는 새 세상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강일순의 경우는 달라 다가올 세상을 비교적 자세히 예고했다. 언제나 발뒤꿈치를 땅에 붙이고 살기 마련인 사람들도 하늘에 올라갈 수 있게 된다 했다. 새 세상은 밤도 낮처럼 환해지며, 들에는 백가지 곡식이 풍성하고 만 가지 과일이 다 굵고 커, 음식이 풍성하게 된다. 아름다운 옷도 무척 흔해진다. 강일순이 꿈꾼 새날은 의식이 풍족하고 교통이 편리하게 되며 어둠이 사라진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선 거짓이 사라지고 온갖 차별도 없어지며 수명이 늘어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강일순의 예언이 적중했다고 말한다. 이제 비행기를 타고 얼마든지 하늘을 날게 되었고, 전깃불로 밤을 밝히게 되었다. 또한 대형 할인마트에는 국산과 외국산을 막론하고 음식과 과일 그리고 의복이 넘친다. 헐벗고 굶주리던 옛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인권이 잘 보장되며 평균수명도 많이 늘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강일순이 예고한 새 세상은 불교에서 말하는 미륵세상이다.‘미륵하생경’에 비슷한 모습이 더욱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새 세상이 되면 거리마다 번화하기 짝이 없고, 밤마다 향수가 가랑비처럼 내린다 했다. 길바닥은 거울처럼 맑고 깨끗하고 평탄하며, 식량이 풍족해 인구도 번창한다. 보배가 무수하고 감미로운 과일나무, 향기로운 풀과 나무도 무성하다. 기후는 늘 온화하고 화창하며, 계절의 변화가 순조롭고 사람들은 착하고 고운 말만 서로 주고받는다. 대소변을 볼 때면 땅이 저절로 열렸다 닫혀 아무런 냄새도 안 난다. 인간의 수명도 늘어나 보통 8만 4000세까지 살게 된다. 이것이 지금 도솔천에서 수행 중인 미륵이 세상에 내려와 건설할 새 세상의 모습이다. 물질이 지극히 풍족하고, 평화로우며, 아름답고, 누구나 심신에 고통을 받지 않고 오래 사는 이상향이다. 불교신자라면 누구나 이런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염원하는 것이 당연하다. 불교는 오랫동안 한국의 국교였다.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및 고려시대까지 늘 그랬다. 상하를 불문하고 모두 불교를 믿었다. 조선시대에야 사정이 달라졌다. 유교를 국시(國是)로 삼아 불교를 업신여기는 풍조가 유행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불교적 세계관에 익숙했다.19세기에 강일순이 미래의 이상향을 언급하면서 미륵세상을 사실상 그대로 옮긴 것도 우연이 아니다. 미륵세상은 한국사람 누구나가 지향한 이상향이었다. 그 점을 감안하면 조선후기 신종교운동을 펼친 평민지식인들이 이상세계를 구체적으로 논하지 않은 것도 납득이 된다.‘정감록’에 미래사회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 때는 누구나 미륵세상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정감록’이든 또는 동학의 경전이든 이상향에 관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던 시절이다. 조선시대 민중이 궁금했던 것은 이상향의 모습이 아니라 과연 언제 새날이 밝느냐는 문제였다.‘정감록’이 선포한 새 세상은 미륵세상이란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미륵이 얼마나 중시됐는가는 전국각지에 미륵신앙이 퍼져 있다는 사실에 나타난다. 일제시대 함경도 함흥에서 수집된 무가(巫歌)를 보면, 미륵은 인간을 창조한 조물주로 인식될 정도였다. 바로 그 “미륵님 세월에는 섬(石)으로 말(斗)로 밥을 배불리 많이 먹고 인간 세월이 태평하였다.” 과거 미륵세상이 태평했다는 대목은 앞으로 다가올 미륵세상이 그러리란 기대를 역으로 투사한 것이다. ●정감록은 후천세계로 귀결 다가올 미륵세상을 신종교에서는 후천(後天)이란 용어로 표현한다. 인류의 역사를 양분해 지난 세상은 선천(先天), 다가올 세상은 후천으로 설명한다. 선천은 각종 모순이 쌓여 불합리하고 상극이 되어 충돌하던 어두운 세상, 후천은 상생의 논리가 지배하는 밝은 세상으로 본다. 원불교 교조 박중빈은 이미 선천과 후천이 교대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 후천세계는 평화롭고 평등한 문명 세상이다. 그것은 온갖 종류의 차별과 대립이 사라진 지상낙원인데, 한국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정감록’이 기약했던 정진인의 나라는 결국 후천세계로 귀결되었다. ■ 정감록과 임진왜란 ‘정감록’이 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임진왜란이었다. 선조25년(1592)에 일어난 왜란의 여파는 무척 컸다. 전쟁이 끝나고 얼마 안 돼 전쟁에 관한 예언이 수집되었다. 일종의 사후 약방문인 셈인데, 그것은 뒷날 ‘정감록’에 녹아들었다. ‘조선금석총람’ 하편을 보면 세조5년(1459) 원각(圓覺)이란 승려가 81세를 일기로 입적하며 앞날을 예언했다. 자기가 죽고 130여년이 지난 뒤 고래 같은 도적(왜적)이 쳐들어와 나라가 의지할 곳을 잃게 된다고 했다. 그 때가 되면 산과 냇물에 시체가 쌓이고 피가 천리를 적시는데 서쪽(중국) 병사들이 와서 구원하리라 했다. 임진왜란 발생과 경과를 대강 맞춘 셈.‘산과 냇물에 시체가 쌓인다.’는 식의 표현은 ‘정감록’에도 보인다. 원각은 참혹한 전쟁에도 불구하고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늘의 신들이 도와주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그는 향불을 태우며 무릎꿇고 관세음보살의 주문을 외우면 화를 입지 않게 되며 오래 살 수 있다고 하였다. 당시 유행한 예언서에 “적은 부산에서 일어나 부산에서 그친다.”라고 돼 있었다 한다. 임진왜란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경상도 부산포에서 시작돼 어찌보면 거리가 매우 먼 평안도 부산에서 끝난다는 이야기였다. 보통은 잘 모르고 있지만 평양 서쪽 30리에 부산 고개라는 곳이 있다. 그 왼쪽 언덕에는 사람 모양의 석상이 있는데 언제 누가 무슨 일로 세웠는지는 알 수 없다 한다. 임진년(1592년) 봄, 석상이 피를 흘려 이웃한 부산 고개까지 흘러 내렸다. 전쟁이 일어날 징조였다. 전라도 광양에선 돌에 적힌 예언서가 발견되었다. 쇠무덤(鐵叢)이라 알려진 곳에서 출토된 예언서에는 이상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동쪽으로 시오리 되는 곳에 황금총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발견하면 만 배 이익이 될 것인데 그리 되면 아들은 능지기가 되고 노비가 능 주인이 되어 상하가 뒤집힌다. 승려가 승려노릇을 그만 두고 선비가 붓과 먹을 버리게 되며, 베 짜는 여인이 베틀을 버리고 농부가 쟁기를 버린다.” 상하의 질서가 무너지고 사람들이 본업에 충실하지 않는 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예언이었다. 비슷한 표현이 ‘정감록’에도 있다. “임진년에는 나라가 셋으로 갈라졌다가 계사년에 다시 평정되리라. 말해 또는 양해에 다시 태평하여질 것이다. 두류산에 들어가 난을 피하는 것이 제일이다. 호서는 조금 편안하고, 한양에 도읍하면 마땅히 팔백년을 갈 것이다. 당나라 병사가 임진강을 건너면 국운이 2백년은 더 하리라.” 이 대목은 ‘정감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삼국으로 갈라졌다 하나로 통일된다는 것, 말해와 양해가 대길하다고 예언한 것은 모두 ‘정감록’에 수용되었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한 번 나온 예언은 어떤 식으론가 계승되게 마련인 것을 알 수 있다. 선조 때 명신인 이항복에 관한 이야기도 전한다. 왜란이 일어나기 한 해 전 겨울날이었다. 이항복이 퇴궐해 막 집에 도착하자 청지기가 뛰어 나와 어느 괴상한 남자가 뵙자고 야단이라 하였다. 그 사나이는 헤진 갓에 다 떨어진 신발을 신고 있었다. 더러운 누더기를 몸에 걸쳤고 좁은 바지 자락은 정강이까지 돌돌 말아 올렸는데 얼굴은 큰 돌 같았고 키가 무척 컸다. 붉은 입을 괴물처럼 열고 한참 동안 무슨 말인가를 늘어놓은 뒤 갑자기 사라졌다. 이웃집에 살던 이덕형이 이를 목격하고 사정을 캐물었다. 이항복은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를, 그 사나이는 자칭 백악산의 야차(범어의 yaksa, 두억시니)라고 하는데 장차 내년에 큰 난리가 터질 텐데 아무도 걱정하는 사람이 없어 이렇게 내게 알려주러 왔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야차는 10세기 초 철원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토성 신을 연상케 한다. 그는 고려태조의 등극을 알리는 ‘고경참’을 시장에 내다 판 것으로 돼 있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백두대간 야생식물 목숨 ‘위태위태’

    백두대간 야생식물 목숨 ‘위태위태’

    풀과 나무의 미덕은 그지없다. 곤충과 새, 여러 야생동물들의 근원적 삶터 그 자체이면서 사람들에게도 더없는 혜택을 베푼다. 빗물을 걸러 맑은 물을 선사하는가 하면 뿌리로 흙을 붙들어매 산사태나 홍수 피해도 줄여준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들이켬으로써 요즘 지구촌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현상 방지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문익점의 목화씨는 헐벗은 민족의 몸을 감싸주는 의복혁명까지 불러오지 않았는가. ●녹색연합, 법정보호종 파괴지 30곳 조사 이런 산야의 초목들이, 그것도 야생식물의 보고로 불리는 백두대간의 야생식물들이 사람들의 마구잡이 개발과 홀대, 무관심으로 신음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이니, 희귀·특산종이니 하는 법정보호종들도 가뜩이나 가녀린 목숨이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다. 녹색연합은 최근 ‘백두대간 야생식물 실태조사’ 보고서를 펴내고 개발바람에 휩쓸려 스러져가고 있는 야생식물의 실상을 전하면서 당국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보고서엔 백두대간에서 벌어진 대규모 개발사업에 따른 야생식물의 훼손현황이 자세히 담겨 있다. 녹색연합 백두대간보전팀 남경숙 간사는 “1998년부터 올해까지 이뤄진 개발사업 가운데 30곳을 골라 환경영향평가 조사보고서 등 문헌자료와 현장조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했다.”면서 “서울면적의 20%가량 되는 121㎢의 야생식물 서식지가 각종 개발사업으로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서식지 훼손은 모든 개발사업 현장에서 고루 나타났지만 특히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뒤 야생식물 이식 등 보전대책 마련이 요구된 사업지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러 법정보호종들이 부실한 사후관리에다 이식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말라죽거나, 옮겨심도록 지정된 종(種)과 다른 식물이 이식됐는가 하면 외래종을 무분별하게 심어 생태계 교란을 부추기는 사태도 빚어졌다. 녹색연합은 30곳의 조사대상 사업지 가운데 ▲강원 양양군 양수발전소 ▲강원 정선군 자병산의 옥계 석회석 광산 ▲전북 무주군 무주리조트 ▲무주군 무주 양수발전소 건설사업 등 4곳을 이식사업 실패 사례로 꼽았다. ●왜래종 마구 심어 생태계 교란까지 무주리조트가 들어선 덕유산국립공원내 향적봉 일대는 300∼500년 된 주목(朱木)과 구상나무 군락지가 펼쳐진 원시림 지역이다. 고급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이는 구상나무는 덕유산·지리산·한라산 등 세 곳에서만 서식하는 한국 특산종이고, 주목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희귀종이다. 리조트 건설로 서식지가 훼손되면서 10여년 전 이들 나무의 이식이 이뤄졌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녹색연합 조사 결과, 리조트 내 스키 슬로프 외곽에 심겨진 구상나무 113그루는 모두 고사(枯死)해 버렸고, 주목(253그루) 역시 44%가 말라죽어 142그루만 겨우 살아남은 것으로 조사됐다. 녹색연합은 “나무의 수령과 크기 등을 고려하지 않고 한꺼번에 많은 수목을 이식하는 바람에 생육조건이 나빠져 고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 나무는 한정된 서식환경에서 생존하는데, 이식 시기와 방법 등이 불충분하게 검토됐다.”고 지적했다. 자병산의 석회석 광산과 무주군 양수발전소의 경우 생태계 교란 현상이 빚어졌다. 자병산 광산의 경우 훼손지 복원공사를 하면서 끈끈이대나물·루드베키아·족제비싸리 등 외래종이나, 현지에 서식하지 않는 해송 등을 대거 옮겨심은 것으로 조사됐다. 덕유산국립공원내 양수발전소 일대에도 환경부가 협의해준 종과는 다른 야생식물이 이식됐는가 하면 개발이 끝난 후 북미산 족제비싸리와 일본산 홍단풍과 겹철쭉, 중국단풍 등 12만여 그루의 외래식물이 이식된 것으로 파악됐다. “원형 그대로의 자연이 보존된 곳”으로 평가돼 온 양양군 점봉산과 인제군 진동계곡의 경우 대형 양수발전소가 내년 8월 완공될 예정인데,“댐 주변 9곳에 이식지를 조성했다고 보고돼 있으나 사업주체측은 이식지 위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녹색연합은 전했다. 아울러 환경영향조사를 통해 솜다리와 한계령풀·털개불알꽃 등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이 확인됐지만, 그럼에도 이들 종은 사업시행 과정에서 제대로 이식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녹색연합은 “지금까지 법정보호종 등의 이식조치가 개발사업의 부작용을 줄이는 최선의 대안으로 여겨져왔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고 비판했다. ●“야생식물 보호시스템 일원화해야”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해마다 1만㏊가 넘는 산림이 우리나라에서 사라지고 있다. 산불이나 도벌 등 인위적·자연적 요인을 빼더라도 6000㏊ 안팎의 산림이 도로나 공장·대지조성 등 용도로 자취를 감춘다. 백두대간의 훼손면적도 날로 커지면서 야생식물의 종(種)다양성 보존조치가 절실한 형편이다. 백두대간엔 4000종 남짓한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33%가 살고 있고, 특산식물도 전체의 27%가량인 108종이 서식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백두대간 야생식물 훼손실태와 원인 등을 짚으면서 몇가지 대책마련도 촉구했다. 먼저 야생식물 보호시스템의 체계적 구축을 위해 현재 환경부와 산림청, 문화재청 등으로 분산된 야생식물 보호 담당부처의 기능적 통합 필요성을 제기했다. 각각 멸종위기종(환경부), 희귀특산식물(산림청), 희귀식물(국립수목원), 천연기념물(문화재청) 등 이름으로 관리하고 있는데,“기관마다 식물종과 서식처를 관리하는 보전목표 등이 달라 보호정책도 상이한데, 이제는 일관성있는 통합관리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야생식물을 그저 이식하도록 조치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이식된 식물이 달라진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연구 ▲이식 후 철저한 사후관리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남경숙 간사는 “우선 환경부가 이식할 야생식물의 선정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하고, 해당 개발사업체에 대해 이식후 사후관리 지침과 모니터링 책임 등을 구체적으로 부여해야 할 것”이라면서 “한반도에서 사라지면 다시는 볼 수 없는 한국특산식물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와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악어 삼키다 배터진 비단뱀

    길이 4m의 미얀마 비단뱀이 1.8m짜리 악어를 통째로 삼켰다가 배가 터져 죽은 채 발견되는,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일이 벌어졌다. 미국 플로리다주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을 순찰하던 헬리콥터 조종사와 동물학자들은 지난주에 비단뱀의 옆구리가 터져 악어의 꼬리 부분이 튀어나온 처참한 현장을 발견했다. 죽은 비단뱀의 머리는 근처에 없었다. 물론 악어도 숨졌다. 프랭크 마조티 플로리다 주립대 야생동물학과 교수는 “비단뱀 뱃속에서 악어가 발톱으로 쥐어뜯는 바람에 배가 터진 것 같다.”며 “소화 습관으로 볼 때 악어는 뱀의 위 속에서 삭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단뱀 머리가 사라진 것은 평소 엄청나게 큰 뱀을 삼키길 꿈꿔온 다른 악어가 ‘꿀꺽’한 것으로 동물학자들은 보고 있다. 악어와 비단뱀은 지난 3년 동안 4차례 혈투를 벌였는데 대부분 악어가 승리하거나 비겼고, 이번에도 비단뱀은 절반의 승리만 거둔 셈이다. 5929㎢의 광활한 늪 지대에 수천마리 악어가 살고 있는 에버글레이즈 공원 근처 주민들이 지난 몇년새 애완용으로 키우던 비단뱀을 늪에 버리는 사례가 부쩍 늘어 지난 2년간 최소 150마리가 잡혔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비단뱀과 악어의 대결 소식을 듣고 일부 농장 주인들이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미얀마 비단뱀을 늪에 풀어놓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이번에 확인된 ‘최후의 만찬’ 장면은 외래종인 비단뱀들이 토착 동물들을 위협해 먹이사슬에서 맨 위 포식자였던 악어를 제압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동물학자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마조티 교수는 “이제 에버글레이즈에서 어떤 동물도 비단뱀으로부터 안전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6m까지 자라는 비단뱀은 수많은 파충류와 수달, 다람쥐, 황새, 참새 등 공원내 보호 대상 동물들을 마구 잡아 먹으며 방심한 사람, 특히 어린이까지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주만지 프로젝트’ 논란

    미국 네브래스카주의 옥수수밭에 사자떼가 나타나고 콜로라도 고원(高原)에서 코끼리들이 행진하며 서부 텍사스의 덤불에서 치타가 어슬렁거리는, 영화 ‘주만지’의 한 장면과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을까. 1만 3000년 전 대형 포유동물들이 멸종한 북아메리카 대평원에 아프리카 코끼리와 사자, 치타, 몽골산 야생마 등을 이주시켜 생태계 균형을 회복하자는 생태학자들의 다소 황당하면서도 급진적인 제안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AP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코넬대학을 비롯한 10개 대학 및 연구기관의 학자들은 이날 발매된 과학 잡지 네이처에 게재된 ‘미국 생태역사공원 계획’이 멸종 위기에 처한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형 야생동물들에게 안전한 서식처를 제공하는 한편 날로 황폐해지는 대평원을 관광지로 변모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자들은 첫 단계로 아시아의 당나귀와 몽골산 야생마 등 동물원 거주 동물들을 북미에 정착시키고 두 번째 단계로 울타리를 친 대규모 사설 공원 안에 치타와 사자·코끼리들을 풀어 놓을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북미 평원을 지금처럼 방치할 경우 다른 작은 동물들도 멸종하게 되고 잡초와 쥐만 판치는 황무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시베리아에서도 5000년 전 사라진 토종 물소 대신 캐나다로부터 물소를 들여와 서식시키는 홍적세(洪積世) 공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테드 터너 CNN 전 회장도 뉴멕시코주의 평원 지대에 거북이 생태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외래종을 잘못 이주시킨 결과 토끼와 맹독 두꺼비들이 너무 많아진 호주의 예를 들어 이 계획이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고 통신은 덧붙였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무궁화 보급 40%이하로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의 보급률이 최근 4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무궁화 담당 연구팀은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관공서, 일반 가정 등의 무궁화 보급률이 30∼40% 정도로 떨어졌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80년대 이후 관공서 등의 나라꽃 심기 운동이 시들어졌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또 일반 가정에서 무궁화가 병해충이 많은 수종으로 인식되면서 심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국내에 무궁화를 연구·개발, 보급하는 곳은 국립산림과학원뿐이며 그나마 무궁화 담당 연구사 1명이 모든 업무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무궁화를 심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외래종을 선택하고 있어 자칫 토종 무궁화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진주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2030년 한국의 미래상] 로봇과 말동무…바캉스는 우주호텔에서

    [2030년 한국의 미래상] 로봇과 말동무…바캉스는 우주호텔에서

    오는 2011년 우리나라는 40억t의 물이 부족하고,2026년에는 우리나라 인구 4600만명 가운데 노령인구 비율이 20%에 육박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에너지 수요는 향후 30년간 매년 2.3%씩 증가,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 2100년쯤엔 한반도의 기온이 지금보다 섭씨 2도 상승해 극심한 환경변화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총 8개 분야로 구성된 ‘과학기술 예측조사’를 17일 제시한 것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는 ‘주어지는’ 것이 아닌 ‘선택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총망라하고 있어 우리의 일상생활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2030년 한국의 모습을 가상해 본다. ●우주·지구 2018년 곤충이나 새처럼 나는 소형비행체가 개발되고,100m급 혜성과 소행성 등 지구접근 천체를 탐사하는 기술이 실용화된다.2019년엔 디지털화된 전지구의 기상자료를 분석,‘빗나가지 않는’ 기상예보가 이뤄진다. 또 2022년에는 소음이 거의 없고 활주로가 필요없는 ‘회전익기’가 상용화돼 도심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게 된다. 이어 2024년에는 지구궤도 또는 달에 우주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해 지구로 에너지를 보내는 기술이 실용화된다. 특히 2025년에는 우리 기술로 자체 제작한 우주선을 타고 우주관광에 나설 수 있고 달이나 우주에 건설될 우주호텔이나 우주도시로의 우주관광상품도 등장한다.2027년엔 자원개발, 우주탐사 등의 기능을 수행할 국제공동 달(月)기지 및 우주공장이 개발된다. ●식량·생물자원 오는 2009년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동결 및 해동기술이 실용화되고 식품의 안전성 유지를 위한 저비용 저장·유통·관리기술도 보급된다. 2012년에는 농수산물 검역, 변별을 위해 손바닥 크기의 DNA칩이 개발된다.2013년에는 생물자원의 장·단기 보존기술이 실용화된 데 이어 2014년엔 해로운 해양 외래종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탐색하고 막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2016년에는 인체에 무해한 질병퇴치 천연물질과 미생물을 활용한 농약 등도 보급된다. 게다가 2017년에는 사람의 대체장기를 생산하기 위한 동물을 맞춤생산할 수 있는 대량사육기술이 실용화된다. 또 2022년에는 식물처럼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동물도 개발될 것으로 예측됐다. ●정보·지구 먼저 2009년 가상현실 및 네트워크를 활용한 게임이 보급된다. 2011년에는 투명한 유리 형태의 디스플레이가,2012년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자동 신원확인이 가능한 시스템이,2013년엔 환경오염 요인을 분석해 생태계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각각 등장하게 된다.2014년에는 노인 및 장애인을 위한 지능형 로봇, 원하는 목적지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목표 지점까지 운전이 가능한 자동운전시스템 등도 갖춰진다. 이어 대화 상대방의 언어를 통역하면서 표정을 간접적으로 나타내주는 통역 및 이미지 투사기술이 2015년 개발된다. 오감을 표현·전달할 수 있는 기술은 2016년,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로봇은 2018년 상용화된다. 원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2019년에 보급된다. ●생명·건강 원스톱 의료 서비스가 2012년 실현된다. 2013년에는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집에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재택의료시스템도 보급된다. 이듬해에는 난치병, 성인병 환자의 국가적인 통합관리시스템이 갖춰진다. 범세계적으로 발생한 급성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대처할 수 있는 방어시스템은 2015년쯤 가능해진다. 이어 2016년에는 고혈압과 당뇨병의 발생원인이 규명돼, 이들 질병 치료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이며 생명정보학을 이용한 질병예측시스템도 2017년 실용화된다. 생체시계를 이용한 노화방지 메커니즘은 2020년 규명될 전망이다. ●소재·생산 2011년 발광층이 유기물질로 이루어진 대형 접이식(flexible) 디스플레이가 기존 반도체를 대체하게 된다. 충전시간이 3분 이내인 휴대용 배터리는 2012년에, 이른바 ‘는 플라스틱’인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2013년에, 완전 컬러가 가능한 ‘전자종이’(e-paper)는 2014년에 각각 상용화된다. 이어 2018년엔 생산설비를 포함, 인간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설비들이 자체적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능동적, 자율적으로 반응하는 인공 인지기능이 실용화된다. 2020년엔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혈관 청소용 로봇(나노로봇)’이 등장, 사람의 몸속 혈관에서 혈관을 깨끗이 청소하고 손상된 부위를 치료한다. 또 상온 초전도체를 이용한 자기부상열차가 철로 위를 달린다.2021년엔 인간에 가까운 지능과 행동능력을 가진 로봇이 실용화된다. ●에너지·환경 2011년 대체에너지원과 기존 전력선 연계기술이 개발된다.2013년에는 연료전지 자동차가,2014년에는 대체에너지 하이브리드형 발전 시스템이 실생활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또 2018년에는 독도 주변에 대량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개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실용화된다. 2020년에는 청정에너지인 수소를 경제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초고온 가스냉각 원자로가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2년 뒤인 2022년에는 생물체에서 직접 에너지를 변환시킬 수 있는 생체 광합성 기술도 규명된다.2026년엔 수소동위원소 플라스마의 핵융합 반응 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관리·사회인프라 2010년 도로안내, 교통혼잡안내, 기타 도로교통관련 정보를 보행자와 운전자에게 실시간 입체형으로 전달하는 홀로그램 네비게이터가 실용화된다. 2012년에는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독거 노인을 위한 사이버 의사, 쌍방향 간호 등의 기능을 갖춘 ‘실버케어 타운’이 등장한다. 같은 해에 자재나 인력에 센서를 부착, 공정·자재 관리가 가능한 유비쿼터스 건설현장 작업관리 기술이 보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어 2013년 건물 에너지를 50% 절감할 수 있는 건물 외장재 개 발 등 초저에너지 건축 설계기술이 개발되고 대규모 지하 저온 저장시설(농축수산물,LNG 등)의 설계 및 시공기술이 실용화된다. 2014년에는 차량주행소음을 흡수해 도로 주행차량이 유발하는 소음공해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흡음 포장재료가 보급될 예정이다. 2019년에는 한반도, 일본, 중국 그리고 동남아를 잇는 해저터널망 구축기술이 개발될 전망이다. ●안전 오는 2009년 전자투표, 전자화폐, 전자결제 등을 위한 전자상거래용 보안기술이 보급된다.2010년에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한 과적차량 탐지 및 통보 시스템이 개발돼, 이들 차량에 대한 단속이 사라질 전망이다. 2012년에는 지하 복합변전소, 원자력발전소 등 전력기반시설내 방재시스템이 구축되고 대형복합용도 건축물 재난 발생시 비상대응계획 구축 시스템도 개발된다. 이듬해에는 시설물의 안전성을 장기 연속 모니터링하기 위한 소형 매설이 가능한 첨단 센서들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에는 위성에 의한 특정지역 홍수, 가뭄 등 수·재해 집중감시체계가 실용화되고 수소자동차 설비 안전 기술이 개발된다.2017년 꿀벌·나비 등 곤충을 이용한 폭발물 추적기술이 선보인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안양 서울대 관악수목원 일반에 개방

    안양 서울대 관악수목원 일반에 개방

    경기도 안양시 안양유원지에서 조금 더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3만평 규모의 서울대 관악 수목원이 펼쳐진다. 29일부터 개인 및 가족 관람객들에게 제한적으로 개방되는 수목원은 경관이 빼어나거나 아름드리 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는 다른 수목원과 달리 아담하면서도 수수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멸종위기·북반구식물등 1700여종 8만그루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을 비롯해 멸종위기에 놓인 식물과 희귀 식물 등 교육적 가치가 높은 식물을 보존하고 있는 연구림(硏究林)이기 때문이다. 삼성천을 따라 조성된 수목원은 바위와 계곡을 이용한 유실수원과 수생초원, 화관목원, 무궁화원, 참나무원, 숙근초원, 단풍길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폭 10∼15m의 중앙로 양쪽에 잣나무와 함께 심어진 중국굴피나무, 회화나무, 느릅나무, 가죽나무 등 각종 활엽수는 아직 물이 덜 오른 탓인지 헐벗은 몸체만 자랑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숲 그러나 본격적인 신록의 계절에 접어들면 700여m에 이르는 이 구간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녹음이 우거진 ‘나무터널’로 변한다. 숲 곳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감주나무’ 등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희귀식물을 발견할 수 있다. 수목원의 끝자락인 ‘만남의 다리’를 돌아 정문까지 내려오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 규모가 크지 않은 탓도 있지만 수목원측에서 숲 훼손을 우려해 관람시간을 제한했다. 이 수목원 김우진(56)소장은 “다른 수목원처럼 웅장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것은 연구목적으로 만들어 졌기 때문”이라면서 “방문객들이 수목원을 ‘쉼터’보다는 자연관찰공간을 ‘견학’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첫 연구림… 음식물 소지 금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속 수목원으로 1967년 10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성됐다. 본격적인 숲 조성은 1974년부터 시작됐다. 우리나라 자생식물과 북반구 식물에 대한 수집과 증식, 보전, 전시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수목원 면적은 관악산 서쪽일대에 454만평에 달하며 실제 관리 면적은 3만여평 정도이다. 거친 모래와 화강암으로 뒤덮인 곳을 손으로 개간해 현재 멸종위기 식물과 외래종 등 모두 1700여종,8만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개인·단체 입장 요일 달라 관악수목원은 토·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한 월∼금요일 개방된다. 유치원, 학교, 기관, 단체는 월∼목요일에, 개인이나 가족은 금요일에 한해 입장할 수 있다. 개방 시간은 오후 1∼4시까지이다. 개인 및 가족 입장 희망자는 일주일전까지 안양시 만안구 건설과 녹지팀(031-389-3511∼3)으로, 단체 입장은 관악수목원 관리소(031-473-0071)로 신청해야 한다. 개인 등 입장객은 30명 안팎의 인원을 모아 한꺼번에 입장한다. 수목원에서는 사진촬영 등을 할 수 있지만 가방, 음식물 등을 갖고 들어갈 수 없다. 안양시는 숲 해설자를 현장에 배치, 입장객과 동행하면서 수목원에서 자라는 각종 수목과 숲에 대해 설명해 줄 예정이다. 안양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수도권플러스] 서울대 수목원 29일 일반인에 개방

    경기도 안양시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이 오는 29일부터 시민에 개방된다. 지난 1965년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한지 꼭 40년만이다. 안양시는 이날부터 주말과 휴일을 제외한 월∼금요일 단체 및 개인에 대해 수목원을 개방하기로 서울대측과 합의했다고 17일 밝혔다. 유치원·학교·기관 등 단체는 월∼목요일에, 개인 및 가족은 금요일에 한해 각각 입장할 수 있다. 개방시간은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 희망자는 방문예정일 일주일 전까지 만안구 건설과 녹지팀(031-389-3511∼3)으로 신청해야 한다. 시는 숲 해설자를 현장에 배치, 입산자와 동행하면서 수목원에서 자라는 각종 수목과 경관에 대해 설명토록 할 예정이다. 또 관람객 편의를 위해 개방 전까지 탐방로 곳곳에 의자, 안내간판, 간이화장실 등을 설치키로 했다. 시는 당초 지난달 28일부터 수목원을 개방할 예정이었으나 서울대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개방이 지연됐다. 삼성산과 관악산 양 계곡 주변 20ha에 자리잡은 서울대 관악수목원은 수십∼수백년생 각종 나무와 멸종위기 식물, 외래종 등 1700여종이 서식하고 있다.
  • 유서깊은 사찰 산불에 강하다

    유서깊은 사찰 산불에 강하다

    목재에서는 세월이 지날수록 수분이 빠져나간다. 산불 앞에서 목조 건물 일색인 사찰은 화약고나 다름없다. 하지만 불국사와 해인사·선운사·전등사 같은 유서깊은 절들은 산불을 대비하는 전통도 남다르다. 자체적으로 산불에 강한 사찰을 만드는 내화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들은 수분이 많아 쉽게 타지 않는 수종으로 내화수림대를 조성하고, 불이 쉽게 옮겨붙지 않도록 공간을 넉넉히 남겨두었다. 절의 연륜이 쌓이고 심어놓은 나무가 자라나면서 산불을 방어하는 능력도 든든해졌다는 것이다. ●선운사 동백나무 방화림 역할 고창 선운사의 대웅전 뒤편에는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된 500살짜리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겨울철에도 화려한 꽃봉오리로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선운사 동백나무는 그러나 산불이 가람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내화림으로 심어졌다. 국립산림과학원 임주훈 박사는 “옛 문헌에는 산불을 방지하기 위해 선운사 대웅전 뒤에 동백나무 숲을 조성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면서 “상록활엽수인 동백나무는 잎이 두껍고 수분함유율이 높아 사철 산불의 진행을 최대한 더디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선운사는 또 대웅전에서 동백나무 숲까지 15m 이상 공간을 띄워 산불이 동백숲에 옮겨붙는다 해도 절 마당까지는 쉽게 침범하지 못하도록 했다. 선운사에는 최근 학계의 관심사인 내화수림대가 이미 훌륭히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내화수림대는 선운사 같은 방법도 있지만 산불이 번지지 못하도록 산 정상에는 나무를 심지 않은 채 길을 만들고, 길 주변에 불에 강한 수종을 심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전등사 건물 옆엔 식수 안해 불국사가 있는 경주 토함산은 동해안지역의 특성대로 소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하지만 불국사는 대잎나무·개잎갈나무 등으로 수종을 다양화하는 방법으로 내화체계를 갖췄다. 사찰 특유의 조림방식으로 나무 사이를 멀찍이 띄워 산불이 나도 번지지 못하도록 했다. 합천 가야산 해인사는 수령 300∼500년에 이르는 나무가 죽어도 함부로 베어버리지 않는다. 죽은 나무를 양분으로 토양이 비옥해지자 소나무 일색의 식생이 참나무·서어나무로 다양화됐다. 가야산 국립공원사무소 유창우 관리계장은 “해인사 주변의 졸참나무와 잣나무는 소나무보다 산불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강화도 전등사는 사찰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25만평에 이르는 사찰림을 관리한다. 경내의 숲은 500∼600년짜리 느티나무, 은행나무로 이루어졌으며, 역시 건물 옆에는 나무를 심지 않는 방법으로 대비한다. 한국도시건축병리연구소 양성욱 박사는 “전등사 주변의 수종은 30년 전부터 소나무 중심에서 참나무 중심으로 바뀌고 있지만, 왜송과 아카시아 등 외래종도 많이 자라나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농약등 영향 제비·참새 8년새 절반 줄었다

    농약등 영향 제비·참새 8년새 절반 줄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봄소식을 전해 주는 제비와 가을 농촌의 들녘을 수놓던 참새가 최근 몇 년 사이 절반 가까이 자취를 감췄다. 대신 외래종인 붉은귀거북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면서 하천생태계를 사실상 장악했다. 야생고양이도 부쩍 늘어 국내 생태계의 새로운 ‘문제아’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국립환경연구원이 펴낸 ‘2004년 야생동물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야생동물 서식실태를 국가통계로 잡기 시작한 1997년 이래 이같은 변화상이 주요 특징으로 관찰됐다. ●환경硏 “먹이 감소·서식지 환경 악화” 이번 조사 결과 우리에게 친근한 제비(여름철새)와 참새(텃새)의 개체 수는 2003년을 제외하곤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제비의 경우 지난해 전국 평균 서식밀도가 ㎢당 20.6마리로 조사돼 첫 조사가 이뤄진 2000년(37마리)부터 8년 사이 44% 감소했다. 참새도 제비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지만 엇비슷한 감소 추세를 보였다.1997년(184마리/㎢)부터 국가통계로 잡아왔는데 2000년 155마리,2002년 120마리에 이어 지난해엔 105마리로 떨어졌다. 국립환경연구원 유병호 동물생태과장은 “우리나라 농촌을 대표하는 제비와 참새가 공교롭게도 비슷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먹잇감인 벌레·곤충이 농약살포 등으로 감소한 데다, 개발로 인한 농경지 감소 등 서식지 변형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외래종 붉은귀거북 하천생태계 장악 반면 붉은귀거북은 2001년부터 생태계 위해 외래종으로 지정돼 수입이 금지됐지만, 이미 강과 하천·계곡·저수지 등 대부분의 서식처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전국 927개 수계(水系)를 2년 동안 현장조사한 결과,41%에 이르는 382곳에서 서식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집을 뛰쳐나온 야생고양이는 전국 405개의 조사구에서 511마리가 관찰됐다. 환경연구원은 “일부 지역에서는 같은 고양이과인 삵(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과의 잡종 형성 및 서식처 경쟁 등으로 인해 삵 개체군의 생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주말화제] 특수애완동물 치료 책임집니다

    [주말화제] 특수애완동물 치료 책임집니다

    “애완동물은 ‘반려동물’입니다. 못생겨도, 난폭해도 주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죠.” 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본동 한성동물병원. 특수애완동물 전문의인 권태억(44) 원장은 입원해 있는 족제비과의 암갈색 페럿 ‘쿠리’를 돌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네살짜리 쿠리는 왼쪽 가슴에 생긴 종양이 퍼지는 바람에 지난달 18일 입원했다. 처음에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먹이도 토해냈지만, 꾸준한 항암치료로 지금은 우리탈출을 감행할 정도로 회복됐다. 토끼, 햄스터, 페럿, 기니피그, 프레리도그, 슈거 글라이더, 친칠라, 아나콘다, 장수풍뎅이, 전갈….‘나만의 것’을 중시하는 세태 속에 ‘특수애완동물(exotic animal)’이 각광받고 있다. 국내 애완동물의 1% 정도를 차지하는 특수애완동물은 양서류와 파충류, 곤충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진료법도 발전하고 있다. 애완달팽이의 부러진 등껍질도 정형외과 수술로 붙인다. 몸집이 작고 자기표현을 하지 못해 진단이 어려운 거미 등 곤충류는 혈액을 채취해 건강상태를 점검한다. 거북이는 딱딱한 등껍질을 자르고 수술한 뒤 다시 접착해 놓고, 피부병에 걸린 개구리는 약품을 탄 물에서 놀게 하는 ‘약욕’으로 치료한다. ●양서류서 곤충류까지 다양 권 원장은 1992년 63빌딩 수족관의 촉탁 수의사가 되면서 별난 친구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경북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제약회사에서 동물약품 연구를 담당하던 그에게 63빌딩측이 새로 들여온 파충류와 해상포유동물의 건강을 돌봐달라고 부탁한 것. 국내에 들여왔던 해달을 관리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동물병원을 연 것은 1990년. 특수동물 전문의는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뒤따르는 직업이었다. 페럿의 항문선 제거 수술을 하다 특유의 지독한 노린내가 병원에 가득 차 며칠간 제대로 진료하지 못한 적도 있고, 강한 힘으로 사람을 졸라 죽이거나 잡아먹기도 하는 아나콘다를 진료하다 손을 물리기도 했다. 먹이를 먹지 못하는 악어를 치료하기 위해 꼬리를 잡으려다 갑자기 몸을 틀어 입을 쩍 벌리는 바람에 혼비백산 도망치다 수조에 부딪혀 피투성이가 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3018곳의 동물병원이 있지만 특수동물을 전문으로 돌보는 곳은 61곳에 불과하다. 특수동물도 수의사 자격증만 있으면 진료할 수 있지만, 하나하나의 특성을 알지 못하면 낭패를 당하기 일쑤다. 현재 한성동물병원에서는 권 원장까지 4명의 수의사가 근무하고 있으며, 한 달 매출은 2000만원에 이른다. ●진료병원 전국 61곳 권 원장은 외래종이 검역을 제대로 받지 않고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것을 우려하는 시선에는 “반드시 인가받은 애완동물 가게를 이용하고, 인터넷이나 길거리에서 구입해 수입절차를 확인할 수 없는 애완동물은 즉시 동물병원에서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사설] 외래종 침입 대책 시급하다

    외래종 동식물이 마구잡이로 국내에 들어오는 데도 사전·사후 관리가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라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연구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식용으로 수입한 황소개구리를 방치해 국내 생태계가 심한 홍역을 치른 게 1990년대 초의 일이다. 그뒤로도 블루길·큰입배스·붉은귀거북 등이 생태 파괴의 주범으로 떠올라 대책 마련에 부심한 지 오래됐다. 그런데도 여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외래종 수입 및 관리를 허술하게 해왔다니 한심하다. 국내에 유입된 외래종 수는 지난 20년새 3배 가까이로 늘어나 현재 동식물 합해 500종을 넘어선 상태이다. 게다가 애완용으로만 매년 100종이 넘는 동물을 세계 각국에서 수입한다니 새로운 외래종이 언제라도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다. 수입동물 가운데 일본에서 이미 ‘생태계에 역효과를 주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는 개체’(침입외래종)로 지정된 몽구스를 비롯해 프레리도그·페릿·햄스터 등은 국내 학계에서도 생태계 교란종으로 거론하는 동물들이라고 한다. 적절한 대책이 없다면 4∼5년내 국내 생태계가 교란·파괴되리라는 KEI의 경고를 흘려들을 수 없는 대목이다. 외래종의 생태계 파괴를 방지하려면 조속히 국가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식물 수입·통관에 관한 법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건과 농림·축산·어업 등 용도별로 나뉘어 있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통합해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미국의 ‘침입종에 관한 행정명령’, 일본의 ‘침입외래종법’과 같은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아울러 환경부 등 유관부서가 모두 참여하는 외래종 관리기구를 설치, 사전·사후 관리를 일괄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국민도 개별적인 외래종 수입을 자제해 우리 생태계 보호에 적극 동참하기를 바란다.
  • 검역·허가절차 없어 ‘에일리언’ 몰려온다

    검역·허가절차 없어 ‘에일리언’ 몰려온다

    ‘타란튤라, 밀크스네이크, 몽구스, 프레리도그, 페릿, 붉은가재….’ 외래종들이 국내로 마구 들어오면서 생태계 교란이 우려되고 있다. 이름도, 정체도 생소한 외래종이 크게 늘고, 거래도 빈번하지만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지금까지 얼마나 도입돼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등 사전·사후 관리는 전무한 실정이다. 외래종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와도 딴판이어서 관련 법령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최근 펴낸 ‘생태계위해외래종의 통합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외래종의 국내 유입과 관련,“적절한 대처가 없을 경우 4∼5년내 국내 자연생태계의 교란 및 파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력 경고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각지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외래종은 애완동물 용으로만 연간 100여종에 이른다. 기니피그·페릿 등 포유류와 이구아나, 도마뱀, 거북 등 양서·파충류들이 수백에서 많게는 수십만마리씩 유입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열대지방이나 밀림 등이 원산지인 특이종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외래종 관리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특히 양서·파충류의 경우 수입 전 허가절차나 검역 등 일체의 안전장치 없이 마구 수입돼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KEI 방상원 박사는 “(현재 생태계 위해 외래종으로 지정된 황소개구리와 붉은귀거북을 제외한)모든 양서·파충류들을 사전허가나 검역절차 없이 도입할 수 있어 외래종 관리제도상의 명백한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곤충·절지동물 등의 무분별한 유입도 문제다. 식물방역법에는 식물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유해동물로 지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 때문에 거미나 전갈·지네·거머리 등은 아무런 제약없이 수입이 가능한 상태다. 방 박사는 “미국은 1996년, 일본은 지난해 각각 침입외래종법을 제정하는 등 단속을 강화해 가고 있다. 외래종 유입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우리도 외래종 위해성평가제도를 마련하고 이미 도입된 외래종의 개체 수 조사·모니터링 등 사후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환경연구원 유병호 동물생태과장도 “외래종도 하나의 자원이라는 극단적 주장도 있으나 국내 생물종 다양성을 위협하면서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왕우렁이 ‘제2의 황소개구리’ 우려

    왕우렁이 ‘제2의 황소개구리’ 우려

    에일리언이 꼭 우주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국경이나 대륙과 섬 등의 경계를 넘나들며 특정 지역의 고유 생태계를 위협하는 ‘침입외래종(Invasive Alien Species)’들이 나라마다 넘쳐나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은 수그러들었지만 한때 전국을 발칵 뒤집어놓다시피 한 황소개구리가 대표 격이었다. 붉은귀거북과 블루길(파랑볼우럭), 큰입배스 등은 전국의 하천이나 호수를 무대로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위해외래종 지정 10종에 불과 현재 법으로 지정된 생태계 위해외래종은 황소개구리를 비롯, 동·식물을 합해 모두 10종. 그러나 이는 위해성이 확인된 사례일뿐 국내에 들어온 다른 외래종들이 해롭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황소개구리나 붉은귀거북 등의 폐해도 국내 도입 후 20∼30년이 지나서야 드러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태계 내에 많은 위해종들이 잠복해 있을 공산도 크다. 현재 황소개구리는 한창 때의 30%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는 감소원인에 대한 외부용역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데, 원인규명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가 들린다. 근친교배로 인한 열성유전이 원인이라는 설이 있었지만 환경부는 “미국 본토의 황소개구리의 유전자와 비교해 본 결과 차이점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국내 생태계의 새로운 교란종으로 떠오른 것은 왕우렁이다. 남미 아열대지역이 원산지인 왕우렁이는 1980년대 초 동남아에 유입된 이후 토착 생태계 교란종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중이다. 채소와 수초, 연한 풀 등 대부분의 식생을 먹어치우는데다 번식력도 뛰어나 필리핀에서는 총 논면적(300만㏊)의 절반 이상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동남아보다 상대적으로 추운 우리나라는 자연상태에서 번식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이 빗나갔다.20일 환경부가 발표한 ‘왕우렁이 생태계 위해성 조사결과’에 따르면 그동안 전남 일부 지역의 논농사에 피해를 일으켜온 왕우렁이의 월동지가 전북 정읍지역까지 북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환경연구원 김원명 박사는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 에너지를 절약하는 등 월동 메커니즘을 터득해 앞으로 월동한계선이 점차 북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1년에 1000여개의 알을 낳는 왕성한 번식력을 감안하면 황소개구리에 이은 새로운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될 것이란 예측도 학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유해 가능성 외래종도 거래중” 국내 침입외래종은 ‘의도적’으로 도입된 이후 ‘관리미비’ 때문에 자연생태계로 퍼져 나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황소개구리나 왕우렁이, 블루길 등은 식용이나 농가소득용으로, 붉은귀거북은 방생이나 애완용으로 유입됐었다. 현재 무차별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각종 애완·감상용 동·식물들이 언제 위해종으로 돌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대목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는 이미 외국에서 위해종으로 판명되거나 이와 비슷한 종으로 분류되는 동물들도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방상원 박사는 “일부 국내 애완동물 수입업자의 판매목록에 일본이 침입외래종으로 지정한 몽구스 등이 포함돼 있는 경우도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애완동물로 수년 전부터 다량 수입되고 있는 다람쥐과의 프레리도그를 비롯해 페릿, 햄스터, 고슴도치 등도 생태계 교란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무역절차 규제완화와 애완동물에 대한 소유 및 과시욕구가 커지고 있어 외래종의 의도적 유입이 더욱 증가될 전망”(방상원 박사)이지만 유해 외래종을 차단하기 위한 국내 인프라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방 박사는 “외래종과 관련한 국내법이 19개에 이르지만 이미 지정된 10종의 위해종만 수입 금지될 뿐 나머지 외래종은 국경 단계의 감시기능이 없다. 생태계위해성평가제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거미와 전갈, 지네, 거머리 등도 유해성 여부에 대한 판단없이 수입이 가능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도입된 외래종(2002년 9월 현재)은 동물 223종, 식물 281종 등 모두 504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외래종 가운데는 봉숭아나 망초, 달맞이꽃, 코스모스 등 우리에게 친숙한 종들도 많다. 척박한 환경에 자리잡아 토양침식을 방지하는 등 유익한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래종이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사전평가제도나 사후 관리제도가 없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방 박사는 “생태계 외래종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한번도 실시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외래종 관리에 관한 한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만큼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외래종 차단 법령정비 ‘박차’

    외래종 차단 법령정비 ‘박차’

    외래종에 의한 생태계 교란현상은 외국에선 현실화된 지 오래다. 대륙과 섬, 바다 등을 가리지 않고 도처에서 문제가 불거져 왔다. 이에 따라 외래종 차단을 위한 법령 제정도 잇따르는 등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초비상 상태에 돌입한 것이다. ●외국의 침입외래종 피해 사례 외래종 수입대국으로 꼽히는 일본은 애완동물용 등 여러 목적으로 매월 1억개체 이상의 외래종을 들여온다고 한다. 하지만 값비싼 대가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인도·아라비아가 원산지인 고양이과 식육동물 몽구스가 대표적이다.1910년 첫 도입된 이래 ‘독사의 천적’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각지로 확산되었는데, 천연기념물이나 희귀종인 조류와 소형 포유류 등을 마구 잡아먹는 등 생태계를 파괴시켰다. 경제적 손실도 컸다. 방상원 박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몽구스 퇴치사업에 든 비용만 10억여원”에 이른다.1981년 대만에서 식용으로 들여온 왕우렁이는 규슈(九州)지방 논면적의 16%인 4만여㏊에 피해를 입혔고, 우리나라처럼 황소개구리나 붉은귀거북, 블루길, 큰입배스 등에 의한 생태계 교란도 진행 중이다. 호주의 사례는 좀 더 극적이다. 생태계에 대한 고려없이 무분별하게 들여온 외래종이 환경재앙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19세기 중반 사냥용으로 들여온 토끼 24마리가 불러온 화근은 아직도 회자된다. 먹이사슬상 상위에 있는 토착 포유류가 없던 터라 한때 2억마리까지 늘면서 초원과 농토를 초토화시킨 것.1950년대 들어 호주정부는 급기야 토끼벼룩이나 바이러스 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병을 전파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더이상의 급속한 증가는 막았지만 내성 강화로 인한 ‘슈퍼 토끼’의 발생 등 새로운 문제점도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5대호로 유입된 카스피해의 얼룩홍합이 발전소 냉각수의 유입관을 막거나 식물성플랑크톤을 거의 전멸시키는 등 피해가 불거졌었다.“농작물과 생물서식지 파괴 등 외래종으로 인한 피해가 연간 1400억달러”(방상원 박사)라고 한다. 중국도 우리처럼 붉은귀거북과 황소개구리에 의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국제사회 1993년부터 본격 대처 그럼에도 국제사회가 외래종의 생태계 교란에 대해 경각심을 가진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방상원 박사는 “외래종 유입 문제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지만 생태계 관리차원에서의 본격 실태조사와 학문적·정책적 대상이 된 것은 불과 10여년 전”이라고 말했다. 1993년 발효된 생물다양성협약에 침입외래종에 대한 언급이 처음 이뤄진 뒤 1996년 노르웨이에서 열린 전문가회의에서는 “침입외래종 문제는 도서지역에서는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는 가장 큰 위협요인이며, 대륙에서는 서식지 파괴 다음의 요인”이라고 판단,‘경보음’을 울리기에 이르렀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에 따라 외래종 도입시 생태계위해평가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등 각종 법령정비에 들어갔고, 일본도 지난해 6월 ‘침입외래종법’을 새로 만들었다. 방 박사는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조속한 대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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