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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영화]

    ●백만달러의 사랑(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보넷은 타고난 예술가로 고흐, 세잔과 같은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위조해 경매시장에 갖다 파는 것을 즐기며 살아 간다. 보넷의 외동딸 니콜(오드리 헵번·오른쪽)은 이런 아버지를 걱정하지만 위조 작품을 그리는 일에 매료되어 있는 아버지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보넷은 비너스 조각상을 박물관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니콜은 그림은 위조가 가능하지만 조각상은 조각을 하는 데 사용했던 재질과 기술적 검증 등 여러 가지 검사를 거쳐 진위를 가리기 때문에 위험한 짓이라고 말린다. 하지만 평소 보넷을 위대한 예술품 소장가라고 굳게 믿고 있는 그리몬트 박물관 관장은 비너스 조각상의 진위를 가리지도 않은 채 조각상을 박물관에 버젓이 전시해 놓는다. 그렇게 비너스 조각상이 처음 박물관에 전시되던 날, 보넷은 박물관의 비너스 전시 개막식에 참석하고 니콜은 집에 홀로 남는다. 그날 밤, 보넷이 그린 가짜 고흐의 그림을 훔치려는 도둑이 집에 든다. 니콜은 도둑을 협박하다가 그만 실수로 그에게 총을 쏘고 만다. ●천국을 향하여(EBS 토요일 밤 11시) 팔레스타인의 젊은 청년들은 이스라엘에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차별정책과 절대적 빈곤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살아간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저항이라고는 자신의 온몸을 산화시켜 이스라엘인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것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릴 때부터 형제처럼 자라온 자이드와 할레드 역시 저항군 조직의 부름을 받고 기꺼이 순교자의 소명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막상 가슴에 폭탄 띠를 두르고 이스라엘로 향하던 두 청년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죽음과 같은 삶을 사는 것보다는 영웅적인 죽음을 택해 천국으로 가고자 했던 그들. 끊임없이 죽이고 죽고, 보복에 보복을 거듭하는 이 저항방식에 대한 의문들이 그들을 주저하게 만든 것이다. ●모범시민(OBS 일요일 밤 11시 25분)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괴한들에 의해 클라이드의 아내와 딸이 무참하게 살해당하고 만다. 범인들은 곧 잡히지만 담당검사 닉은 불법적인 사법거래로 그들을 풀어주고 만다. 이에 분노한 클라이드는 범인들과 그들을 보호한 정부를 향해 거대한 복수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10년 후, 클라이드 가족 살인사건의 범인이 잔혹하게 살해되고, 그 살인범으로 클라이드가 지목된다. 이에 클라이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순순히 유죄를 인정하고 감옥에 들어간다. 그런데 클라이드가 감옥에 수감되자마자 도시는 그가 경고한 대로 연일 처참한 살인사건과 대형 폭파 사건으로 혼란에 빠진다. 당황한 닉은 온갖 사법수단을 동원하지만 그의 거침없는 복수행각을 막을 수가 없는데….
  • [서울광장] YS라면 이주호 장관 몇 번 잘랐다/곽태헌 논설위원

    [서울광장] YS라면 이주호 장관 몇 번 잘랐다/곽태헌 논설위원

    지난 2일 대구의 한 고등학생이 중학교 동창으로부터 3년간 폭력과 협박에 시달리다 못해, 안타깝게도 투신자살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폭력에 시달린 학생의 자살이 이어져도 교과부와 해당 교육청, 학교는 책임도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사죄나 사과가 있을 리가 없다. 학교폭력이 여전하다면 강도 높은 대책이 나와야 한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은 이주호 장관을 경질해 학교폭력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해 정전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직접적인 잘못은 없는데도 물러난 것은 장관으로서의 정치적인 책임이다. 이주호 장관도 마찬가지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시원시원한 인사에 관해서는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국민여론을 잘 감안했던 YS라면 이어지는 학교폭력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에서 이주호 장관을 당장 경질했을 것이다. 이주호 장관은 지난 4월에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학교폭력에 관한 조사를 발표, 결과적으로 성실하게 조사에 임한 학교를 ‘폭력학교’로 낙인찍었지만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평소 말마따나 장관을 바꾼다고 확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학교폭력에 관한 무덤덤한 교과부, 교육청, 학교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교육수장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교과부, 교육청,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더 머리를 맞대게 되고 긴장도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그룹 최고경영자(CEO) 시절에도 마음이 약해서인지, 마음이 들지 않더라도 임직원들을 잘 자르지 못했다고 한다. 장관과 청와대 참모를 제대로 발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가 있을 때 실기하지 않고 제때 경질하는 것도 중요하다. 측근이라고 두둔만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주호 장관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을 지냈다. ‘실세’ 교과부 차관을 거쳐 22개월 전 장관이 됐다. 현 정부의 중요한 교육정책은 그의 작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표적인 게 학비가 비싼 자율형사립고(자율고) 정책이다. 제대로 생각도 않고 자율고를 양산하다 보니 지난해 말 상당수 남고에서는 3년째 무더기 미달사태가 빚어졌다. 서울의 경우 자율고 26곳 중 19곳은 남고, 3곳은 여고다. 수요와 공급도 제대로 따져 보지 않은 채 탁상행정에 따라, 실적에 얽매여 시행한 결과다. 이주호 장관은 그렇게 내세운 자율고 정책이 실패했는데도, 사퇴는커녕 한마디 사과도 없다. 물론 YS라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허구한 날 입시제도를 뜯어고치려고 하는 것도 문제다. 개선이라면 봐줄 수도 있지만 개악이다. 2014학년도(현 고2)부터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국어(현 언어)·수학(현 수리)·영어(현 외국어)는 쉬운 A형과 지난해 수능 수준인 B형으로 나뉜다. 수험생들은 A형과 B형 중 선택해야 한다. 실력이 좋거나, 뒤지는 경우는 선택에 고민이 없겠지만 어중간한 수험생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B형을 선택했을 때의 가중치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도 쉽지 않다. 같은 영역에서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를 골고루 출제하면 될 일인데도, 왜 굳이 복잡하게 하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2013학년도 수능을 앞두고 그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시행한 모의평가도 지난해의 ‘물수능’과 같은 수준이었다. 만점이 양산된 지난해 물수능 탓에, 눈치작전이 극심해 예상대로 부작용이 엄청 심했는데도 교과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은 고집불통이다. 수시가 아닌 정시로 가려는 수험생들에게 수능은 절대적이다. 그래서 수능은 변별력이 있어야 하지만 교육당국은 무책임하게 나 몰라라 식이다. 쉬우면 좋은 것으로 알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가. 이주호 장관은 외동딸을 국내 대학에 보내지 않았으니 영역별 1% 만점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알 리가 없다. 얼마나 교육과 교육현장이 더 망가져야 하나. tiger@seoul.co.kr
  • 이혼 자칫하단 양육비 폭탄?… 법원, 산정기준 첫 마련

    이혼 자칫하단 양육비 폭탄?… 법원, 산정기준 첫 마련

    들쭉날쭉한 데다 많아야 월 50만원 정도에 불과했던 이혼 자녀의 양육비가 현실화됐다. 크게 오르는 것이다. 이혼하는 부모에게는 ‘양육비 폭탄’인 셈이다. 서울가정법원은 31일 자녀의 나이, 부모 소득, 거주지, 물가 상승분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 양육비 산정 기준표를 제정해 공개했다. 법원이 구체적인 양육비 기준을 마련하기는 1963년 서울가정법원 설립 이래 처음이다. 지금껏 양육비 산정은 별도의 기준 없이 판사들이 임의로 결정했다. 82.9%의 기존 사건에서 양육비를 50만원 이하로 산정했다. ●기존 판결 82%는 50만원 이하로 양육비 산정 서울가정법원의 기준표는 앞으로 전국 가정법원과 가사재판부의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기준표는 강제할 수 있는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기준표에 따르면 양육비는 자녀의 거주지역, 즉 도시·농어촌에 따라 차등화했다. 또 소득과 자녀 나이에 따라 양육비의 최소·최고·평균값을 제시했다. 소득은 근로소득·영업소득뿐만 아니라 부동산 임대소득, 이자소득도 합한 세전(稅前) 소득으로 계산, 최저 199만원 이하부터 100만원씩 7구간으로 나눴다. 자녀 나이는 영유아, 유치원·초·중·고교생으로 구분했다.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쪽이 소득이 없는 경우에도 최저양육비 18만원의 절반인 월 9만원을 분담토록 규정했다. ●강제성 없지만 판결에 상당한 영향 미칠 듯 예를 들어 월수입 150만원인 남편 김씨와 월수입 400만원인 아내 박씨가 성격 차이 등으로 이혼하기로 합의했을 때 12살 난 외동딸의 양육비는 부부의 총수입 550만원의 중간값에 해당하는 127만 7000원이다. 김씨가 딸을 키울 경우 박씨는 전체 소득액 550만원 가운데 자신이 차지하는 부분을 백분율로 계산(127만원×400/550만원)한 금액인 93만원을 책임져야 한다. 양육 여부에 관계없이 소득이 많은 쪽에 양육비 부담을 더 지우는 것이다. 소득이 많아도 대체로 50만원 이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표준 양육비가 상당히 높아졌다. 자녀가 2명일 경우엔 1명보다 양육비가 평균 1.8배, 3명은 2.2배 더 필요하다는 통계 자료를 토대로 표준 양육비 평균치에 각각 1.8 및 2.2를 곱해 합계액을 정했다. 배인구 부장판사는 “‘자녀의 양육 수준은 부모의 이혼 후에도 전과 동일하게 유지돼야 한다’는 원칙 아래 만들었다.”면서 “재판 당사자들도 불필요한 감정싸움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영화프리뷰] ‘백설공주’

    [영화프리뷰] ‘백설공주’

    평화로운 왕국에 새 왕비가 들어온다. 얼마 뒤 왕은 실종되고 왕비가 집권한다. 왕비의 사치 탓에 왕국은 파산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왕비에겐 재정건전성보다 더 큰 골칫덩어리가 있었으니, 왕의 외동딸 백설공주다. 왕비는 10년이 넘도록 공주를 가둬 놓는다. 어느 날 화적질을 하는 일곱 난쟁이에게 털린 발렌시아 왕국 앤드루 왕자가 왕비를 찾아와 도움을 청한다. 왕비는 훈훈한 외모에 경제력까지 갖춘 왕자를 낚아 인생역전을 노린다. 문제는 왕자가 백설공주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사실. 올해는 야콥과 빌헤름 그림 형제가 독일의 설화들을 편집한 ‘그림동화’가 출판된 지 꼭 200년이 되는 해다. ‘헨젤과 그레텔’, ‘잠자는 숲속의 미녀’, ‘빨간모자’도 유명하지만, 그림 형제의 최대 히트작은 뭐니뭐니 해도 ‘백설공주’다. 5월에만 두 편의 백설공주 영화-타셈 싱 감독의 ‘백설공주’(3일 개봉)와 루퍼트 샌더스 감독의 ’스노우화이트 앤 헌츠맨’(31일 개봉)이 잇따라 개봉된다. 타셈 싱 감독의 버전은 애니메이션 ‘슈렉’의 세계관으로 재해석한 백설공주쯤으로 생각하면 무리가 없다. 팝스타 필 콜린스의 딸 릴리 콜린스가 연기한 백설공주는 더는 왕자의 키스를 기다리지 않는다. 빼앗긴 왕국을 되찾으려고 어리바리한 왕자의 도움을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칼을 빼들고 적과 맞선다. 300대1의 경쟁을 뚫고 8500만 달러(약 965억원)짜리 판타지 대작의 주연을 꿰찬 콜린스는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얼굴과 단호한 여장부의 모습을 동시에 드러내면서 할리우드의 블루칩임을 입증했다. 로맨틱코미디의 여왕 줄리아 로버츠가 늘어 가는 주름과 뱃살 걱정이 많은 여왕으로 등장한 것도 흥미롭다. 그녀 최초의 악역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사악하고 어두운 동화 속 왕비라기보다는 푼수끼 넘치는 귀여운 악당에 가깝다. 뮤직비디오와 광고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싱 감독은 이번에도 화려한 색채와 조명, 의상으로 동화의 세계를 실사로 구현했다. 물론 ‘더 셀’(2000),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2006), ‘신들의 전쟁’(2010)에서 호흡을 맞춘 의상 디자이너 에이코 이시오카(1938~2012)의 공이 크다. 1992년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받으면서 이름을 알린 이시오카는 세계 최고의 비주얼 아티스트로 명성을 날렸지만, 지난 1월 타계했다. 훗날 이 영화는 ‘발리우드의 할리우드 공습’(봄베이+할리우드의 조어로 인도 영화산업을 의미)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 콜린스가 인도풍 노래를 부르면서 동료 배우들과 인도 영화 특유의 떼춤을 춘다. 대니 보일의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에도 군무가 나오지만, 인도 뭄바이(봄베이의 새 이름)가 배경인 데다 인도 배우들이 무더기 출연했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다. 북미 등에서는 지난 3월 30일 먼저 개봉했다. 30일 현재 흥행수익은 1억 3537만 달러를 기록 중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청도에서 만난 세 가지 추억…산과 물, 인심 맑은 三淸의 땅

    청도에서 만난 세 가지 추억…산과 물, 인심 맑은 三淸의 땅

    파릇한 잎, 울긋불긋한 꽃. 산과 들이 색색으로 물듭니다. 그야말로 화양연화(花樣年華)입니다. 내 나라 안 구석구석이 가장 화사해지는 이때, 경북 청도를 찾아 나섰습니다. 산과 물, 그리고 인심이 맑아 ‘삼청(三淸)의 땅’이라고도 불리지요. 어디 맑기만 한가요. 산마루 곳곳에 살구꽃, 벚꽃이 흐드러지고, 마을 어귀의 연분홍 복사꽃은 한없이 객의 가슴을 설레게 했습니다. 혹시 가을철 ‘청도 반시’의 고장으로만 기억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청도의 절반밖에 보지 못한 것입니다. 시인의 연정, 그리고 편지 파란 하늘. 눈이 부시다. 시골마을 내호리를 찾아가는 길이다. 청마 유치환(1908~1967)에게서 5000여 통의 연서를 받았다던 여류 시인의 생가가 있는 마을이다. 어렵게 찾아간 이호우·이영도 시조시인 생가(등록문화재 제293호)의 대문은 그러나 굳게 잠겼다. 시인과 외사촌 사이라는 옆집 노부부의 양해를 얻어 2층 베란다에서 생가 안쪽을 살핀다. 천리향의 그윽한 향기가 코를 간질이고, 뜨락엔 키 작은 풀들이 뾰족뾰족 자라고 있다. ‘ㄱ’자 모양의 담벼락 옆엔 허우대만 컸지, 도무지 튼실해 뵈지 않는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필경 시인 오누이도 저 나무 아래서 술래잡기, 소꿉놀이를 하며 놀았을 게다. 정운 이영도(1916~1976)와 유치환, 두 시인의 사랑이야기는 애틋하기 짝이 없다. 이종기 청도군청 문화관광해설사 등에 따르면 경남 통영여자중학교 국어교사로 근무하던 청마는 같은 학교 가사교사 정운에게 마음을 빼앗겨 거의 매일같이 연서를 보내 구애했다. 1947년부터 1967년 청마가 사망할 때까지, 무려 20년 세월이다. 그동안 보낸 편지가 5000통을 넘는다. 청마가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임은 물같이 까딱않는데//날 어쩌란 말이냐”라고 절규하면 정운은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우려 기다리며/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청마는 이미 결혼한 몸. 정운 또한 남편과 사별하고 외동딸을 키우는 형편이니 그 사랑이 온전하게 결실을 맺을 리 없다. 결국, 청마는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란 시를 남기고 부산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이영도 시인은 그에게 받은 편지 중 200여 통을 추려 서간집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를 낸다. 시인의 생가 앞쪽 길은 꼭 영화 세트장 같다. 흙으로 쌓은 담과 여닫이 나무문이 달린 ‘영신정미소’,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한 ‘사료판매소’, LP판에서 오래된 노래가 흘러나올 듯한 ‘중앙소리사’ 등 낡은 풍경들이 이어져 있다. 시인의 집 바로 앞은 오래된 극장 건물이다. 영사기를 거꾸로 돌릴 수 있다면, 영화를 보려고 줄 섰던 사람들 틈에서 시인 남매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가에서 50m쯤 떨어진 강변에 오누이 공원이 조성돼 있다. 동창천과 청도천의 함수머리로, 강물은 이웃한 밀양시에 접어들면서 밀양강으로 이름이 바뀐다. 공원은 단출하다. 남매를 기리는 시비 두 개와 몇 그루의 벚나무, 정자 한 채가 고작이다.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화양연화(花樣年華)라 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하는 말이다. 시인의 생가가 있는 청도의 끝자락에서 안쪽으로 되짚어 가는 길이 그렇다. 살구꽃, 자두꽃이 흐드러지고, 복사꽃도 연분홍으로 물들었다. 특히 청도는 복숭아 산지로 명성이 자자한 곳. 보이느니 복숭아밭이요, 즈려 밟고 가는 땅 위는 죄다 복사꽃잎이다. ‘새마을 운동 발상지’인 신도마을 앞 능수버들의 실핏줄 같은 가지엔 초록의 기운이 완연하다. 청도는 날개 펼친 나비를 닮았다. 도시가 옆으로 펼쳐진 형국이다. 이종기 해설사에 따르면 곰티재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산동, 왼쪽은 산서 지역으로 갈린다. 각 지역의 정서도 조금씩 다르단다. 평탄한 산서 쪽과 달리 산동 쪽은 상대적으로 험하다. 초야에 묻혀 살길 원했던 양반들의 고택이 즐비하고, 운문사 등 대가람도 산동 쪽에 몰려 있다. 매전면 동산리의 처진 소나무(천연기념물 295호)와 하평리 은행나무(도 기념물 109호) 등을 줄줄이 지나면 금곡리 삼거리다. 동창천 맑은 물이 흐르는 삼거리 가운데엔 삼족대(三足臺)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김대유가 후학양성의 근거지로 삼았던 정자다. ‘요족하지 않아도 먹을 게 떨어지지 않고, 나이 60세 넘게 산 데다, 벼슬도 할 만큼 했으니 이만하면 족하지 않으냐.’고 길손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갈래길 어느 쪽으로 가도 운문사에 가 닿지만, 다리 건너 오른쪽 길을 ‘강추’한다. 여든여덟 칸짜리 운강고택과 만화정 등 청도를 대표하는 고택과 정자가 죄다 이 길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선암서원도 잊지 말고 돌아봐야 한다. 길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어 지나치기 십상이다. 삼족당 김대유와 소요당 박하담의 위패를 모신 서원으로 크고 화려하지는 않아도, 건물마다 세월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신지리와 이웃한 임당리 마을의 김씨 고택도 독특하다. 임진왜란 직전부터 16대에 걸쳐 내시(內侍)들이 살았던 고택이다. 성이 다른 내시를 양자로 들이다가 18대 이후부터 자식을 통해 대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세상 모든 존재에게 진리를 발걸음을 채근해 신라 고찰 운문사로 향한다. 국내의 대표적인 비구니 사찰이다. 가람 초입, 수백m 늘어선 솔숲이 객을 맞고 있다. 자태 단아하고 공기는 청량하다. 소나무 사이사이 진달래가 활짝 피어 화사함을 더하고 있다. 운문사에 들기 전, 꼭 찾아야 할 곳이 북대암이다. 솔숲 진입로를 지나면 왼편에 북대암 오르는 길이 나온다. 산자락 8부 능선까지 차로 오를 수 있으나, 그 뒤로도 가파른 산길이 이어진다. 북대암에 서면 운문사 대가람의 전경이 발아래 펼쳐진다. 운문사는 비구니 사찰인 동시에 수백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공부하는 4년제 승가대학이다. 여승들의 수도 도량답게 깔끔하면서도 화사하다. 하지만 객들이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은 여느 사찰에 견줘 매우 적다. 운문사에선 ‘사물’소리를 꼭 들어야 한다. 가죽 있는 축생에게 진리를 전한다는 ‘법고’, 물속의 중생을 제도한다는 ‘목어’, 하늘을 나는 새와 허공을 헤매는 영혼을 천도하는 쇠로 된 ‘운판’, 지옥의 중생까지 제도한다는 ‘범종’을 통틀어 ‘사물’이라고 부른다. 새벽예불 직전과 저녁 공양 이후(오후 5시 45분경) 사찰 입구의 2층 종각에서 울려 퍼지는 사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운문사는 법보의 보고이기도 하다. 비로전(보물 제835호), 삼층석탑(678호) 등 보물이 7개다. 만세루 옆 처진 소나무는 천연기념물(180호)이다. 이 나무는 해마다 음력 삼월삼짇날 막걸리 12말을 받아먹고 기를 보충한다. 글 사진 청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중부내륙고속도로나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동대구JC에서 신대구~부산간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청도나들목으로 나온다. 조금 더 내려가 매화로 유명한 삼랑진 나들목에서 되짚어 올라오는 것도 좋다. ▶맛집:청도읍 한재미나리마을은 평일에도 식도락가들로 북적댄다. 방문객이 돼지, 오리고기를 사와 농가 미나리밭에서 구워 먹는다. 미나리 한 접시에 1만원 안팎이다. 마을 초입에 미나리와 고기 일체를 파는 일반 식당도 즐비하다. 청도역 앞은 추어탕 거리다. 원조 청도추어탕(371-5510) 등이 알려졌다. 금천면 동곡리의 강남반점(373-1569)은 ‘스님짜장·짬뽕’으로 입소문이 났다. ▶잘 곳:비슬리조트관광농원(372-0900)은 한국관광공사 지정 ‘굿스테이’ 업소다. 각북면에 있다. 선암서원(070-4150-8445)은 한옥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 [영화리뷰] ‘하트브레이커’

    [영화리뷰] ‘하트브레이커’

    연애에 어수룩한 의뢰인을 도와 사랑을 이뤄지게 한다는 깜찍한 발상은 엄태웅·이민정 주연의 로맨틱코미디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을 통해 익숙하다. 17세기 프랑스의 실존인물 시라노 드 베라주라크의 일생을 모티브로 한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 하지만, 연애조작단이란 발상을 먼저 영화로 만든 건 시라노의 모국 프랑스인들이다. 2010년 3월 프랑스에서 ‘라흐나퀘흐‘(L‘arnacoeur)란 제목으로 개봉한 파스칼 쇼메유 감독의 ‘하트브레이커’(19일 개봉)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커플을 만드는 데 존재의 목적이 있는 반면, ‘하트브레이커’의 연애조작단은 커플을 깨뜨리는 게 전공이란 점이 다를 뿐. 알렉스와 그의 누이 멜라니, 매형 마크의 팀은 연인을 정리(?)하는 데 세계적인 실력을 자랑한다. 훈남요원을 현장에 파견한 뒤 치밀한 작전을 통해 여인과 사랑하게 빠지도록 만드는 게 알렉스 팀의 수법이다. 어느 날 프랑스 화훼재벌의 외동딸인 줄리엣의 결혼을 막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문제는 줄리엣의 약혼자 조나단이 재벌이자 국제어린이구호단체의 창립자인 훈남이라는 점. 게다가 결혼식은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알렉스는 천신만고 끝에 줄리엣의 경호원으로 위장해 접근한다. 하지만, 여태껏 알렉스가 상대했던 여자들과는 ‘레벨’이 다른 줄리엣을 흔드는 건 쉽지 않다. 설상가상 남자를 밝히는 줄리엣의 대학동창이 알렉스에게 지분거리면서 일은 복잡해진다. ‘하트브레이커’는 1시간 45분이란 상영시간 대부분을 낄낄거리게 하는 로맨틱코미디 영화다. 할리우드나 한국 조폭코미디의 ‘화장실 유머’나 몸개그는 없다. 재기 발랄한 대사, 웃음보가 터질 법한 상황도 진지하게 드러내는 정극 배우의 연기가 최대 웃음 포인트다. ‘스패니쉬 아파트먼트’ 등을 통해 국내에 알려진 로망 뒤리스(알렉스 역)는 프랑스의 아카데미상 격인 세자르상을 세차례(1999·2000·2006년)나 수상한 연기파 배우다. 생애 첫 로맨틱코미디에서 숨겨진 재능을 마음껏 발산한다. 또 다른 웃음의 축은 알렉스의 매형 마크 역의 프랑수아 다미앙. 한글자막에는 안 나오지만, 그가 카레이서 흉내를 내면서 엉터리 이탈리아어 애드립으로 “스파게티~ 볼로냐~ 봉골레~”라고 하는 장면에서 웃음을 참아내기란 쉽지 않다.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즐거움은 벌어진 앞니, 허스키 보이스에 뇌쇄적인 외모의 여배우 바네사 파라디(줄리엣 역)를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점. 배우 조니 뎁과 14년째 사실혼 관계이자 두 아이를 둔 엄마이기 이전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이자 샹송 가수, 샤넬의 뮤즈인 그녀는 마흔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여전히 사랑스럽다. 프랑스에서는 4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전 세계적으로 4735만 달러(약 539억원)를 벌어들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씨줄날줄] 대통령 딸의 결혼식/최광숙 논설위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미국 국민 앞에 고백하던 날. 이들 부부의 이혼설이 난무했지만 그 위기감을 가라앉힌 것은 바로 외동딸 첼시였다. 이들 부부가 한가운데 첼시를 놓고 나란히 휴가지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외동딸은 클린턴 가족의 균형을 유지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첼시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스캔들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감정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말하는 등 어머니인 힐러리를 닮아서인지 독립적이고도 진취적인 여성으로 컸다. 부모와 함께 백악관에 입성할 때만 해도 치아 교정기를 끼고 웃던 첼시가 2010년 왕실 못지않은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자 미국민들 일부는 삐딱한 시선을 보냈지만 대부분 “자격이 있다.”며 축하했다고 한다. 10대 시절 음주 등으로 말썽을 부리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쌍둥이 딸 제나가 2008년 어엿한 여성으로 거듭나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소박한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다. 아무리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딸의 결혼식 날만은 평범한 신부의 아버지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시집 가는 딸 이상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최고 권력자들의 모습은 여느 친정아버지와 다를 바 없다. ‘뚱보’ 클린턴 전 대통령이 딸의 결혼식에 맞춰 다이어트를 한 것만 봐도 대통령들 역시 ‘딸바보’임에 틀림없다.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딸과 아들의 혼사를 다 치렀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사위와 며느리 모두 재벌가에서 맞아 권력과 돈의 결합이라는 말들이 많았다. 딸 소영씨와 아들 재헌씨 둘 다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불과 40여일 만에 아들 건호씨와 딸 정연씨를 연이어 결혼시켰는데 청와대가 아닌 장소를 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다음 달 대통령 취임식 이후 한국인 사위를 맞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막내딸 예카테리나가 윤종구 전 해군제독의 차남 준원씨와 곧 결혼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준원씨는 러시아 모스크바 한국대사관 무관으로 근무한 아버지를 따라 모스크바의 한 국제학교에 다니던 중 예카테리나를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윤 전 제독은 “부모 모르게 결혼할 정도로 아들을 키우지 않았다.”며 결혼설을 일축했다. 이번에 두번째로 불거진 푸틴 딸의 결혼 소식도 그야말로 물거품으로 끝나는지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 최고 권력자 일가와의 혼인은 그리 순탄치 않은가 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19일 TV 하이라이트]

    ●역사스페셜(KBS1 밤 10시) 구석기인들은 어떻게 바다를 건너 제주도에 터를 잡고 살았던 것일까. 2만여년 전 제주도는 마지막 빙하기의 영향으로 한반도와 붙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구석기인들은 걸어서 제주도에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제주도까지 갔을까. 다량의 동물 발자국이 발견된 제주도 화석 산지, 그곳에 열쇠가 있다. ●롤링 스타즈(KBS2 오후 4시 5분) 우여곡절 끝에 탄생된 지구야구 대표팀 ‘롤링스타즈’의 에이스 투수 럭키는 엄청난 강속구로 자신의 첫 무대를 장식한다. 하지만 그의 앞을 막아선 타자는 바로 태양계 리그의 전설 칼투스다. 과연 최강 타율을 자랑하는 칼투스와 태양계 리그 최고의 강속구를 가진 슈퍼루키 럭키와의 대결의 승자는 누가 될까. ●일일시트콤 스탠바이(MBC 밤 7시 45분) 경표는 게임 아이템을 사기 위해 전세계약서로 사채를 쓴다. 이 일로 경표는 수현에 의해 부모님이 있는 하와이 집으로 떠나게 된다. 한편 고등학교 시절 기우의 실수로 교실에서 봉변을 당했던 것을 떠올리는 석진. 기우는 석진이 고등학교 동창이 맞는지 의심하게 되고, 석진은 애써 기우를 외면한다.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밤 8시 50분) 전북 익산에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간다. 그곳에서 몸의 뼈가 녹아내리고 밀려내려가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다영씨와 그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서는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모든 것들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모녀의 행복한 일상을 엿본다. ●극한직업(EBS 밤 10시 40분) 제주도 하귀리에 갓물질을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해녀들이 삼삼오오 모인다. 저마다 수다 한 보따리를 풀어내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데 이때 유독 눈에 띄는 남자가 있으니 바로 해남이다. 그는 해녀들 사이의 청일점, 하지만 경력만 해도 무려 49년째다. 젊을 때 일본으로 원정을 다닐 정도로 물질 실력은 일품인데…. ●검색녀(OBS 밤 11시 5분) 외동딸 연예인 특집으로 유채영, 이유진, 낸시랭이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유채영은 톱스타 남자 연예인의 술버릇을 공개하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술이 취한 남자배우는 술을 마시던 중 옆 사람 얼굴에 침을 뱉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밖에도 박진영에게 빈정 상한 이유진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 봄 봄 봄… 연극도 꽃핀다

    올봄, 연극계가 풍성하다.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선 배우의 작품이라든지, 탄탄한 스토리와 독특한 소재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작품이 연달아 공연되기 때문이다. 이윤택 연출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연극 ‘궁리’는 관노비 출신의 조선시대 과학자 장영실의 역사적 실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장영실은 21세기에도 조선의 왕 못지않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1442년(세종 24년) 임금이 타고 갈 수레의 바퀴가 빠지는 등으로 문제가 되자 태형 80대를 맞고 쫓겨났다는 기록(조선왕조실록)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역사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장영실은 중국 원나라에서 귀화한 과학자 아버지와 부산 동래현의 관노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로, 인간 장영실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 오직 그의 이름과 그가 남긴 발명품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궁리’는 장영실의 역사적 실종을 당시 조선을 둘러싼 동북아 국제 정세 속에서 파악한다. 세종대에 중국을 등에 업은 사대부들의 사대주의와 천민을 포함한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주 세력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장영실이 희생됐다고 해석해 낸다. 궁리는 24일부터 5월 13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 극장 무대에 오른다. 1만~5만원. (02)3279-2233. TV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엄마로도 유명한 카리스마 넘치는 여배우 이혜영이 13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5월 2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헤다 가블러’를 통해서다. 한국에서 프로 무대로 처음 선보이는 ‘헤다 가블러’는 ‘현대극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헨리크 입센의 대표작으로 애정 없이 결혼한 가블러 장군의 외동딸 헤다가 옛 애인에 대한 사랑과 질투로 자살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연극이다. 2만~5만원. 1644-2003. 한 무대에서 공연계 대표 연출가들의 각기 다른 연극 작품 3개를 연달아 볼 특별한 기회가 마련된다. 국립극단 손진책 예술감독과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의 윤호진 연출가, ‘청춘예찬’ ‘경숙이 경숙 아버지’의 박근형 연출가가 21일부터 5월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단막극 연작’을 올린다. 이들의 작품은 40~50분 분량의 단막 연극으로 극장에선 세 편이 연달아 공연된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관타나모수용소 10년-테러범 재판현장 가다 (2)] 알카에다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나는… ‘살인적 보안검색’

    [관타나모수용소 10년-테러범 재판현장 가다 (2)] 알카에다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나는… ‘살인적 보안검색’

    육안으로 접한 ‘테러범’은 여유로워 보였다. 그는 환자복처럼 헐렁한 흰옷을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작은 키에 올리브색 피부의 그는 배가 잔뜩 나온 ‘사장님 몸매’였으며,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털레털레 걸었다. 목에는 금색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수갑을 차지 않은 그의 자유로운 양팔을 군인들이 팔짱을 끼고 걸었다. 군인 10여명의 호송을 받으며 변호인석 앞줄 맨 끝에 앉았다. 2000년 10월 미국 군함 ‘USS 콜’에 대한 알카에다의 자살 폭탄테러를 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아브드 알라힘 알나시리(47)였다. 당시 테러로 미군 19명이 숨졌다. 17일 오전(현지시간) 알나시리에 대한 2차 공판 참관 절차는 백악관 취재보다 까다로웠다. 법원 입구에서부터 카메라와 녹음기는 물론 볼펜과 수첩 등 기초적인 취재 도구까지 압수당했다. 수첩 등의 철심이 흉기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였다. 전날 자신들이 발부한 출입증도 인정하지 않고 여권을 요구했다. 기자의 지갑을 가리키며 “안을 살펴봐도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졸지에 ‘무소유’ 차림으로 10여m 떨어진 법정 건물에 다다랐더니 또 다른 검색대가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심지어 기자들을 인솔해 간 공보장교들도 몸수색을 당했다. 알카에다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나는 ‘과잉 검색’이었다. 법정 앞에서 한번 더 신원을 확인한 뒤 그들은 ‘안전한‘ 볼펜과 수첩을 지급했다. 볼펜은 뜻밖에도 ‘메이드 인 코리아’였다. 20여명의 비정부기구(NGO) 관계자와 10여명의 테러 희생자 유족도 방청석에 함께했다. NGO 관계자들은 기자들에게 경쟁적으로 입장을 설파했다. 진보 성향의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소속 데번 셰피는 “관타나모 수용소는 폐쇄하고 테러 용의자 재판은 일반 용의자와 동등하게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법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재단 소속 컬리 스팀슨은 “확실한 대안도 없이 관타나모 수용소를 없애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등 극명한 이념 차를 드러냈다. 장병들은 “재판 장면을 그림으로 스케치해서는 안 된다.”고 미리 주의를 줬다. 방청석과 재판정은 대형 투명 유리창으로 격리돼 있었다. 2중 방탄·방음창이었다. 재판 음향은 방청석에 걸린 TV를 통해 듣는 구조였다. 재판정은 자리마다 컴퓨터 모니터가 설치돼 있는 등 최신식이었다. 변호인석은 자리가 30여개인 반면 검찰석은 9석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제 자리에 앉아 있는 검사와 변호인은 각각 7명씩으로 비슷했다. 알나시리가 법정에 들어서자 일부 유가족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어 오전 10시 판사가 입장하면서 재판이 시작됐다. 알나시리는 벽쪽에 나란히 앉은 병사 10여명의 감시 아래 헤드폰으로 아랍어 통역을 들으며 재판에 임했다. 그는 손으로 턱을 괴고 다리를 꼬기도 했다. 검사도, 변호인도 군복을 입고 있었다. 일종의 ‘국선 변호인’이었다. 변호인 스티븐 레이스 해군 소령은 재판 후 동료 군인 살해 테러 용의자를 변호하는 심경을 묻는 기자에게 “모든 피고인은 법적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감정을 배제하고 변호인으로서의 본분에 전념하고 있다.”고 답했다. 재판은 사건 본질보다는 재판 절차를 둘러싼 공방이 주를 이뤘다. 변호인은 군사재판을 민간재판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검찰은 재판이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인권과 안보 사이에서 갈등하는 미국의 고민이 재판정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알나시리는 한마디도 없이 재판 과정을 그저 듣고만 있었다. 1시간 30분 만에 오전 공판이 마무리되자 변호인들이 알나시리에게 악수를 건넸다. 알나시리는 법정을 나가면서 방청석 쪽을 한동안 쳐다봤다. 그러나 한 장교는 “법정 안에서는 방청석 쪽을 볼 수 없는 특수 유리창”이라고 했다. 알나시리의 얼굴을 보고 유가족들의 눈에 다시 이슬이 맺혔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왔다는 60대 남성은 “외동딸이 USS 콜에서 복무하다 테러로 사망했다.”면서 “(소감은) 선고가 내려진 뒤 말하고 싶다.”며 즉답을 피했다. 차마 더 대답을 채근할 수 없었다. 한때 779명의 테러 용의자까지 수감했던 이 기지에는 현재 171명이 수감돼 있다. 글 사진 관타나모(쿠바)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부고] 스탈린 외동딸 파란만장 삶 美서 마감

    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 스탈린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외동딸 라나 스베틀라나 스탈리냐가 지난 22일 미국 위스콘신에 있는 자택에서 결장암으로 사망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85세. 1926년 태어난 스베틀라나는 어린 시절 스탈린에게 ‘작은 참새’라 불리며 사랑을 받았지만 10대 들어 어머니의 자살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은 데다 첫사랑이었던 유대계 영화감독을 스탈린이 시베리아로 유배 보내자 부친과 급격히 멀어졌다. 급기야 1967년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조국을 등졌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표현의 자유”를 찾아왔다며 소련 여권을 불태웠던 스베틀라나는 라나 피터스로 개명한 뒤 소련을 신랄하게 비판한 자서전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스무 통’으로 성공을 거뒀다. 스베틀라나가 집필한 책 4권은 미 중앙정보국(CIA)의 반공 선전전(프로파간다)에 쓰이기도 했다. 1984년 소련에 두고 온 아들을 만나려고 귀국한 그녀는 “미국에서 단 하루도 자유로운 날이 없었다.”며 공개적으로 서방을 비난했지만 2년도 못 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아버지를 “도덕적이고 영적인 괴물”이라고 표현했던 스베틀라나에게 스탈린은 너무 큰 짐이었다. 한 인터뷰에서는 “사람들은 ‘스탈린의 딸’이란 말을 마치 내가 총을 들고 미국을 공격할 것처럼 규정하거나, 아니면 소련을 공격하기 위해 미국 시민이 된 것처럼 말한다.”면서 “하지만 나는 그 중간 어딘가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서 있다.”는 말로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3일 TV 하이라이트]

    ●현장르포 동행(KBS1 밤 11시 40분) 아빠와 엄마, 그리고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외동딸 금선이는 서울의 한 여관에서 7년째 살고 있다. 한때 잘나가는 강력반 형사였던 아빠는 경찰직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부하 직원이 회사 돈을 횡령해 잠적하는 바람에 사업이 기울었고, 빚쟁이에 쫓기면서 시작한 여관 생활은 올해로 7년째 접어들게 됐는데…. ●TV 특강(KBS2 밤 12시 35분) 서울대 건축학과 김광현 교수와 함께 미래를 위한 큰 기술 ‘공공건축’에 주목해 본다. 건축을 하는 것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현대 건축의 의미는 크게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과연 미래의 주인을 위한 건축이란 어떤 것일까. ●공감 특별한 세상(MBC 오후 6시 50분) 중국의 ‘보물섬’ 하이난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2대 청정지역이다. 동양의 하와이라 불린다. 육안으로도 깊은 바닷속 열대어를 감상할 수 있다. 또 맑은 바다와 산호 빛으로 둘러싸인 연인의 섬, 오지주도와 2000마리의 원숭이들이 집단 거주하며 원숭이 전용 수영장부터 구치소까지 있는 원숭이 섬을 소개한다. ●스캔 2고(SBS 오후 4시) ‘스캔 2고’ 팀에 속해 있는 주인공 새찬과 친구들은 최강의 레이서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드넓은 우주로 모험을 떠난다. 그라오 입학을 위한 경주에서 새찬이는 타이거를 만난다. 타이거는 자신만만해하며 새찬이를 가소롭게 여긴다. 그 모습에 오기가 생긴 새찬은 타이거에게 지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해서 달리기 시작한다. ●다큐 10+(EBS 밤 11시 10분) 엘리베이터는 현대생활의 필수품이다. 초고층 건물의 등장과 인구 밀집은 엘리베이터가 있기에 가능했다. 현재 전 세계 엘리베이터 이용자 수는 매주 100억명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면서도 밖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무심코 탑승하는 엘리베이터, 과연 문제는 없을지 ‘다큐 10+’와 함께 알아본다. ●김구라, 문희준의 검색녀(OBS 밤 11시 10분) 제국의 아이들의 성형돌 광희와 개그맨 양배추가 초대됐다. 광희는 미녀 패널 검색녀들에게 “다들 신상이시네요.”라는 칭찬과 함께 시작한다. 그리고 성형인들을 만났을 때 지켜야 하는 에티켓과 아이돌의 연예법까지도 공개한다. 한편 양배추는 아버지와의 진한 사랑이 묻어나는 에피소드를 털어놓는다.
  • 안동-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찾아서

    안동-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찾아서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찾아서 안동 여행은 ‘내 나라 여행’의 절정이다. 고리타분한 것으로 오역되곤 하는 전통은 안동에서 비로소 제자리를 찾고 있었다. 하회탈, 고택 모두 오랜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지만, 가까이에서 본 ‘옛 것’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안동 여행은 선비정신을 강조하는 유교의 고고함과 자연과 하나 되라는 도교의 온화함을 배우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곳을 지나간 개개인의 발자취가 조상들이 흩뿌려놓은 과거의 시간과 공존한다. 글 구명주 기자 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PnJ 커뮤니케이션즈 www.pnj21.com 탈 일상을 뒤집는, 해학의 美 민중의 삶을 위로하다 안동 하면 탈, 탈 하면 안동이다. 한국 탈의 진수를 느껴 볼 참이면 ‘안동 하회별신굿 탈놀이’의 공연장인 하회마을 내 탈춤 전수관으로 곧장 달려가야 한다. 공연 전 만난 선비 역할의 권순찬 연출국장은 “탈을 딱 쓰면 본연의 나를 버리고 탈의 캐릭터에 도취되는데, 이게 중독인기라. 일단 보이소”라며 명당을 지정해 준다. 공연장 곳곳에는 일본인, 중국인은 물론이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위스에서 온 서양인도 보였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관객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시선을 집중시키던 사회자가 사라지자, 사물놀이가 울렸다. 강신, 무동마당, 주지마당, 백정마당, 할미마당, 파계승마당, 양반·선비마당 등으로 이어지는 공연 내내 야외 공연장을 이러저리 누비는 광대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오리나무를 곱게 도려내 깎은 반달 모양의 인자한 미소는 보는 이의 마음을 치유해 준다. 특히 턱밑이 미완성된 이매의 웃음은 사실적일 뿐더러 그의 대사 또한 코믹해 등장만으로도 공연장은 웃음바다가 된다. “이매 이놈아야, 니 여서 머하노. 내가 아까 니보고 선비 데리고 오라 안 카더나” 초랭이의 핀잔에도 이메는 연신 “머라꼬 히히히 흐흐흐”라 받아칠 뿐이다. 탈놀이가 가장 성행했던 때도 신분질서가 사람 위에 군림했던 조선 중기가 아니었던가. 기존 질서에서 권위를 내세우는 양반, 선비, 중은 탈놀이에서 희화화의 대상에 불과하며 가부장제, 신분제 등으로 억압받던 할미, 초랭이, 백정 등은 오히려 주도적으로 제 할 말을 당차게 내뱉는다. “분홍치마 눈물 되고 다홍치마 행주 되네, 삼대독녀 외동딸이 시집온 지 사흘 만에 저 양반집 씨종살이, 씨종 살고 얻은 삼을 짜투리고 어울쳐도 삼시세때 좁싸래기” 할미의 한 서린 타령부터 “중놈이 부네하고 요래요래 춤추다가 중이 부넬 차고 저짜로 갔잖니껴”라는 간들간들 초랭이의 주접까지 대사 하나하나가 압권이다. 민중의 삶을 긍정하고 위로했던 우리네 탈의 힘이다. 양반들도 평민들의 탈놀이를 암묵적으로 인정했다고 하는데, 탈놀이로나마 억압됐던 감정을 표출하고 다시 순응하는 삶으로 돌아올 것을 종용했기 때문이란다. 탈춤이 끝나고 누구는 다시 안동 여행길로, 누구는 집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촐랑촐랑 초랭이 역할을 했던 서봉교씨의 얼굴에는 땀이 흥건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배운 탈놀이를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하고 있다. 고향인 안동을 훌쩍 떠났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 봉교씨에게 탈놀이는 숙명이 되었다. 그는 안동을 지키며 춤을 출 거라 말했다. 그날의 탈놀이는 끝났지만 내일도 모레도 새 공연의 막이 오를 것이다. 1 한국적인 멋은 ‘조화’라는 단어에 응축된다. 특히 안동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다 2 ‘초랭이’ 서봉교씨 3 ‘선비’ 권순찬 연출국장 4 가부장제를 꼬집는 할미의 타령 5 턱밑이 미완성된 이매탈은 웃음이 사실적이다 가장 한국적인 탈이 세계적이다 탈의 신비로움을 일찌감치 알았던 인간들은 문명이 발달하기 전부터 탈을 이용했다. 탈은 전세계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세계인의 유산’인 셈이다. 그러나 세계 공통으로 얼굴에 쓰는 ‘탈’이라 할지라도 저마다 생김새와 기능은 천차만별이다. 탈을 절대적이고 상대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하회마을 입구에 위치한 하회동 탈 박물관을 가야 한다. 총 3개의 전시실을 운영하고 있는 탈 박물관을 둘러보면 ‘세계 속의 한국 탈’이 보인다. 탈은 악귀를 쫓거나 자신이 믿는 신을 향한 일종의 의식에 이용됐다. 박물관 제2전시실의 아시아 탈이 이를 반증한다. 중국의 ‘나희가면’이 붉은 기운을 담아 역병과 잡귀를 몰아내는 역할을 했는가 하면 티벳, 몽골 등지의 챰가면은 라마교 사원에서 연행되는 종교 의식 때 활용됐다고 한다. 서양의 탈은 아시아의 탈과도 약간 다른데, 귀족문화를 반영해 겉이 상당히 화려하지만 정작 표정은 추상적이고 밋밋하다. 제1전시실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던 한국 탈은 달랐다. 한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탈 역시 다른 나라의 탈처럼 잡귀를 쫓거나 장례의식에 이용되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본주의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국의 탈은 종교적으로 편향돼 있지 않을 뿐더러 단지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형상화한다. 그것은 계층과 계급을 뒤집고, 양과 음의 융합을 이루는 ‘조화’를 추구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 clip. 2011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속으로 따라와~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가 4년 연속으로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 축제’다. 올해 축제에서도 신명나게 놀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탈을 쓰고 행진하는 ‘미친 퍼레이드’에 어울리거나, 총 상금 7,000만원이 걸려 있는 세계 탈놀이 경연대회의 우승을 노려 봐도 좋겠다. 일시 매년 9월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열흘간(2011년 9월30일~10월9일) 주최 안동축제관광조직위원회 장소 안동 시내, 탈춤공원, 하회마을 등 문의 054-841-6397 www.maskdance.com 고택 불편해서 매력적인 역설의 美 고택古宅을 한자어 그대로 직역하면 옛 집이다. 옛 것이라면 손을 저으며 새 것을 찾는 사람들이 갑자기 왜 고택을 찾는단 말인가. 안동의 어느 고택 주인은 도시인들이 고택에 대한 환상으로 숙박을 시도했다가 벌레, 화장실 등을 이유로 하루도 안 돼 떠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론 최근에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춰 새로 지은 고택도 많지만, 고택을 잘 꾸며진 한옥 펜션 정도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불편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불편해도 끌린다. 무섭게 하늘로 치솟은 아파트 숲에서 살던 도시인에게 고택은 가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넉넉하게 터를 잡고 옆으로 널찍하게 들어서 있는 ‘고택의 아우라’. 그저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고택의 본고장 안동에는 몇백년에 걸쳐 제 자리를 지켜 온 ‘명품 고택’이 있다. 1 ‘간재정’은 간재종택의 정자로 투숙객들의 인기 휴식처다 2 간재종택의 종손인 변성렬씨 가문의 향기 ‘원주 변씨 간재종택’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의 마을은 금제琴堤, 검제黔堤라는 별칭과 더불어 영원히 재앙이 없는 땅으로 불려 왔다. 안동 3대 성씨인 안동 김씨, 권씨, 장씨의 시조묘가 들어선 이곳에 간재종택도 마을을 지키고 있다. 원주 변씨 간재종택은 임진왜란의 공신이자 ‘하늘이 내린 효자’로 불렸던 조선중기의 학자, 간재 변중일의 종택과 정자다. 종손인 변성렬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매 주말 종택을 찾고 있었다. 11남매와 그 가족들이 다 모이는 날에는 종택이 꽉 찬다. 제사만 14번이다. 반복되는 하행길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그는 “종손의 삶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 했다. 간재종택은 투숙객들이 원할 경우 다도시간을 마련한다. 방문했던 날에도 때마침 일일 차茶교실이 열리고 있었다. 차를 연구하며 경주에서 찻집을 운영 중인 강청원 선생은 1인 다기로 차를 우려먹는 방법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차 뚜껑을 열 때는 안에서 밖으로, 잎차를 뜰 때는 항아리 벽을 향해 왼쪽으로 틀면서, 거름망을 뺄 때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두 떨어뜨린 후에….” 규칙의 연속이었다. 차 예절이 낯설기만 한 간재종택 투숙객들도 자신의 앞에 놓인 1인 다기를 이용해 잎차를 우려냈다. 1분30초. 차가 가장 맛있게 우려내지는 시간이란다. 1분30초라는 시간은 길게만 느껴졌다. 티백 차에 익숙한 탓이기도 했지만 종택에서는 유독 시계바늘이 느리게 걸었다. 종택에 머무는 동안은 느리게 가는 시간을 그저 즐기면 된다. 종택 구경 자체가 타지인에게는 하나의 볼 거리였다. 간재종택은 정침, 별당, 사당, 정자가 하나를 이룬다. 가옥은 ㅁ자형으로 ‘근심을 없앤다’는 뜻의 무민당無憫堂과 안채, 사랑방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사당이 안채 뒤쪽에 서 있다. 종택을 나오면 바로 앞에 국화 다랑이 밭이 있다. 선비의 기상을 빼닮은 국화꽃뿐만 아니라 분홍빛 흠뻑 머금은 백일홍이 마을 곳곳에서 하늘하늘 가지 손을 흔든다. 마치 백일홍이 몸을 간질간질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국화밭을 따라 올라간 끝에 호젓이 앉아 있는 간재정은 투숙객들의 이색적인 쉼터가 되고 있다. 객실료 큰방 4실 4~5인 기준 10만원, 작은방 4실 2~3인 기준 5만원 찾아가는 길 | 자가용 서안동 톨게이트→송야사거리(봉정사, 서후 방면)→원주 변씨 간재종택 대중교통 안동 초등학교 정문 서쪽편 버스 정류장에서 51번 버스 이용(30분 소요) 주소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 162 문의 054-852-2345 www.간재종택.com 3 간재종택은 주변 경관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4 병산서원의 만대루나 입교당에 올라서면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다 5 부용대 층길에서는 하회마을과 줄기차게 흐르는 낙동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 폭의 그림 속 ‘병산서원 주사’ 병산서원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권율 등 명장을 등용한 문신 겸 학자 서애 류성룡 선생이 후학들을 양성하던 곳이다. 서애선생이 세상을 뜬 후 제자들이 ‘존덕사’를 지어 위패를 모셨다. 병산서원은 유생들이 선생의 가르침을 받았던 입교당, 기거하며 공부하던 동재와 서재, 행사를 치르던 만대루, 인쇄 목판을 보관하는 장판각 등으로 이뤄져 있다. 만대루나 입교당에 올라서면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다. 병산이 이름 그대로 병풍처럼 자리하고 있고 낙동강이 그 앞을 잔잔하게 흐른다. 병산서원의 우측에 들어선 것이 바로 병산서원 주사廚舍다. 병산서원 주사는 서원이 지어질 때부터 병산서원 관리인의 집이었다. 병산서원의 현 관리인도 본래 이곳에서 생활을 했으나 지금은 병산서원에서 가까운 곳에 따로 기거 중이다. 일반인이 고택을 찾기 전 이곳은 빈집인 셈이다. 사람의 온기가 없어서인지 병산서원 주사는 적막하다. 적막을 깨는 것은 사람들의 웃음소리였다. 대청마루에서 주전부리를 즐기며 피우는 ‘이야기 꽃’은 평소보다 더 소중하다. 도시보다 빨리 찾아오는 시골의 밤, 잠자리에 들면 한옥 특유의 향이 코 끝을 미세하게 자극하고 풀벌레 소리가 귀에 맴돈다. 방에 놓인 작은 TV에는 온갖 채널들이 나온다. 타임머신을 타고 고택을 갔건만, 속세의 시끄러운 소리에 자유롭기란 힘들다. 실제 낯선 온돌방에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리모컨을 돌리다 자신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든다고 한다. 3칸 대청이 마당과 바로 마주하고 있으며 큰 방 하나, 작은 방 3개가 있다. 마당을 기준으로 좌우가 정확히 대칭을 이뤄 안정감을 준다. 객실료 큰 방 4~5인 기준 8만원, 작은 방 3~4인 기준 5만원, 전체 대여 28만원 찾아가는 길 | 자가용 서안동 나들목→34번 국도(예천 방향)→하회마을 방면→병산서원 대중교통 안동시외버스터미널 길 건너편에서 46번 버스 이용 주소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 30 문의 054-853-2172 www.byeongsan.net T clip. 안동 음식 4대 천황 1. 헛제사밥 각종 나물이 아삭아삭 씹히는 비빔밥과 삼삼한 탕국이 일품이다. 헛제사밥은 제사음식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2. 간고등어 내륙지방까지 생선을 옮기다 보니 염장처리가 필수였다. 안동 간고등어 한 마리면 밥 한 공기 뚝딱. 3. 버버리찰떡 버버리찰떡의 버버리는 벙어리의 안동 방언이다. 1920년대 김노미 할머니가 안동시 안흥동 철길 밑에서 찰떡에 고물을 묻혀 팔던 것이 원조로 지금도 손으로 직접 떡메를 치고 고물을 일일이 붙여 만든다. 4. 안동찜닭 찜닭의 고유명사가 되어 버린 안동찜닭. 간장이 배인 한입 크기의 닭과 감자, 대파, 시금치가 잘 어울린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김병일 사람과 향기] 꽃 향기는 천리를, 사람 향기는 만리를 간다

    [김병일 사람과 향기] 꽃 향기는 천리를, 사람 향기는 만리를 간다

    인간은 말은 쉽게 한다. 그러나 말한 대로 행동하긴 쉽지 않다. 언행일치나 지행일치는 옛말이 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개인들 간에는 믿음이 사라지고 사회는 이기심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개인이 더 행복해지고 신뢰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말한 대로’, ‘배운 대로’ 꼭 실천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우리 아이들 또한 그렇게 길러야 한다. 백번 말로 일러 주는 것보다 느낄 수 있는 곳에 데리고 가서 한 번 보게 하는 것이 더 교육 효과가 높다. 근래 휴가 때나 주말에 가족 친지와 함께하는 여행의 형태가 점차 바뀌고 있다. 둘레길 걷기, 템플스테이, 고택 체험 등을 통해 자연과 전통문화를 벗하면서 자기와 주변을 되돌아보는 체험형 여행 문화가 늘어나고 있다. 필자가 있는 안동에서도 고택 체험 여행객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고택 체험에는 한옥의 고풍스러움 못지않게 그곳에 살던 분들이 배운 대로 실천한 삶의 향기가 곳곳에 배어 있어 특히 의미가 더 있다. 향산고택도 그중 하나다. ‘향산’은 구한말 순국지사인 이만도 선생의 호이다. 퇴계의 11대손인 선생은 경술국치를 당하자 치욕을 견디지 못해 24일간 단식 순국한 분이다. 나라 잃은 치욕의 삶보다 의롭게 죽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평소 배운 선비의 삶을 그대로 실천에 옮긴 것이다. 선생의 이러한 행동은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 조카도 단식 순국으로 뒤를 이었고, 아들과 손자들 역시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특히 며느리인 김락 여사는 남편과 아들들의 독립운동을 정성을 다해 뒷바라지했다. 그리고 뒷날에는 자신도 직접 3·1 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일제의 시뻘건 인두 고문으로 실명하는 고난을 겪었다. 김락 여사의 그러한 삶은 ‘락, 너희가 나라를 아느냐’라는 제목의 뮤지컬로 제작돼 2년째 주말 여름밤마다 안동에서 공연되고 있다. 학봉종택의 13대 종손이었던 김용환 선생의 스토리도 감동적이다. 선생은 일제강점기 안동 지역에서 종택의 전답을 노름으로 모두 탕진한 파락호로 소문이 났던 인물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도 모르게 독립운동에 자금을 대기 위한 방편이었다. 노름꾼으로 위장함으로써 독립자금 마련을 좀 더 용이하게 하고자 했던 것이다. 독립자금 조달을 위해 외동딸이 결혼할 때 사돈댁에서 혼수 장롱 구입비로 보내준 돈까지 처분하는 바람에 딸이 할머니가 쓰던 헌 장롱을 가지고 울면서 시집갈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선생은 자신의 그런 행적을 결코 입에 올리지 않았다. 심지어 해방된 다음 해 죽는 순간까지도 김구 선생과의 면담 등 독립운동과 관련된 자신의 모든 행적을 비밀에 부쳤다. 남을 의식하고 자기를 내세우기보다 웃어른들로부터 배워 아는 대로 묵묵히 실천하는 참선비의 전형이다. 우리는 지금 김락 여사나 김용환 선생이 살던 시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시대의 삶의 향기는 왜 그 시절보다 못할까. 가난하고 어려웠던 때보다 무엇이 부족해서 그럴까. 당장의 이해보다 옳다고 생각하면 꼭 실천하는 솔선수범의 사람들이 드물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하여 이웃과 공동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나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한 사회의 건강성을 담보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보장하는 것은 물질보다 정신이다. 따라서 지도층부터 이러한 정신을 솔선해 실천하여야 한다. ‘꽃 향기는 천리를 가고, 사람 향기는 만리를 간다(花香千里 人香萬里)’는 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만리’는 단순히 공간적인 거리만을 가리키는 표현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한 사람의 올곧은 정신이 후대에 미치는 영향의 지속성을 가리키는 시간적 은유이기도 하다. 마치 누가 더 천박해지는가를 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오늘의 세태에서 우리 서로 앞다투어 옛 선현의 향기를 맡으며 자신의 수신부터 시작해 보자.
  • 그녀들 내조·활약상은 기록되지 않았다

    그녀들 내조·활약상은 기록되지 않았다

    일제 강점에 맞선 독립운동가 가운데 여성들은 많지 않다. 말없이 오직 조국의 독립에 몸을 바쳤지만 역사적 평가는 미미하다. 드러내지 않고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뒷바라지한 데다 공적으로 입증할 사료나 증언을 확보할 수 없었던 탓이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정부가 인정한 독립유공자는 1만 2966명이다. 여성은 전체의 1.57%인 204명에 불과할 뿐이다. 유공을 인정받은 여성들의 활동 내역은 3·1운동이 64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국내 항일 운동 52명, 광복군 활동 24명, 중국 지역에서의 독립운동 15명, 임시정부 활동 13명, 국내 학생운동이 12명이다. 국내에서의 독립운동으로 서훈을 받은 사람이 132명으로 전체의 64%이고, 해외 독립활동은 72명이다.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친 우당(友堂) 이회영 선생의 맏며느리 조계진 여사는 1919년 신혼의 단꿈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남편과 함께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갔다. 구한말 학부 대신을 지낸 조정구의 외동딸이자 영친왕의 외사촌인 조 여사가 보이지 않는 독립운동에 뛰어든 시점이다. 시아버지와 남편 이규학 선생이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을 종횡하는 동안 조 여사의 집에는 독립군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저자에서 돈을 빌려 독립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조 여사의 몫이었다. 먹거리를 마련하고 옷도 지었다. 신채호, 김창숙, 이을규 등 내로라하는 독립 운동가들은 모두 한번쯤 조 여사에게 신세를 졌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독립운동을 뒷바라지하는 과정에서 조 여사는 두 딸을 질병으로 잃기도 했다. 조 여사의 아들인 이종찬(전 국정원장)씨는 “상하이 시절 아버지가 마작을 배우자 어머니께서 백범 김구 선생께 일러 혼을 내고 다시 독립운동에 나서게 만드셨다.”면서 “독립에 대한 열의는 그 누구보다 높으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여사는 정부로부터 훈장은 물론 포장도 받지 못했다. 역사는 이회영 선생과 그의 아들들만 독립투사로 기억하고 있다. 광복 이후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은 묻혔다. 독립의 초석을 마련하는데 헌신했지만 알려지지도 기억되지도 않은 것이다. 때문에 기억 저편에 머물러 있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뜨거운 조국애와 숭고한 일생을 치밀하게 복원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뒤늦게 커지고 있다. 204명만 여성 독립유공자로 인정받는 현실 속에서 든든한 독립지원군 역할을 도맡았던 여성들의 활동이 제대로 평가될 리 없다. 신흥무관학교의 설립자이자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석주(石洲) 이상룡 선생의 손자며느리 허은 여사의 삶도 마찬가지다. 1915년 서간도로 이사한 허 여사는 신흥무관학교 학생들의 ‘어머니’가 된다. 겨울철 얼음을 깨 시린 손을 불어가며 군복을 빨았다. 아픈 학생들을 손수 간호했다. 수십리를 마다하지 않고 걸어서 군자금을 날랐다. 국내에 남은 독립군의 아내들도 처지는 매한가지였다. 장준하 선생의 부인인 김희숙(85) 여사는 1943년 일본군 위안부인 이른바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17세에 결혼을 했다. 하지만 다음해 장준하가 일본군을 탈영해 독립운동에 몸담자 24시간 일본 경찰의 감시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결혼 전 김 여사는 애국청년회에 가입, 독립운동의 연락책을 맡았던 전력이 있었다. 아버지와 남편을 따라 만주와 상하이로 떠난 여성들은 독립군의 안살림을 맡아 생활을 돌봤다. 때로는 군자금 마련에도 나서는가 하면 일경의 눈을 피해 위험천만한 연락책으로도 활동했다. 그러나 역사에 그들의 이름은 없다. 독립운동사의 한 귀퉁이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일제의 감시와 탄압으로 국내 독립운동보다 해외의 독립운동이 더욱 활발했다. 이에 따라 국내 독립운동가들보다 해외 독립운동가의 숫자가 더 많아야 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 해외 독립운동의 경우, 발굴이 어려워 해외 활동으로 유공자가 된 여성 비율은 35%에 그치고 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실장은 “3·1운동 이후 국내의 독립운동은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다. 따라서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만주와 상하이로 떠났고, 여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면서 “현재 국가가 인정한 여성 독립유공자가 전체의 1.5%에 그치는 것은 그만큼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한 여성의 발굴이 덜 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당 기념사업회 관계자도 “당시 독립군 일가 모두가 중국이나 다른 곳으로 망명해 활동을 벌였다.”면서 “여성은 지아비를 따라 망명 가는 것이 당연했고 그곳에서 집안일을 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독립군을 뒷바라지했다. 지금도 군에서 지원병이 있지 않나. 이들이 한 역할이 바로 지원병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 역사학자도 “1920년대 이후 여성들의 활동이 좀 더 활발해진다.”면서 “하지만 당시 정서에도 여성이 어떤 조직이나 단체의 발기인으로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었기에 기록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며 아쉬워했다. 보훈처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발굴이 덜 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유공자 지정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보훈처 측은 “유공자 지정을 위해서는 1차 사료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여성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지원하는 위치에 있었던 만큼 문건이나 자료에 남아 있는 분들이 별로 없다.”고 전했다. 독립유공자 지정을 위한 1차 사료의 부족으로 공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단국대 한시준 교수는 “역사적인 차원에서 구술이라도 이들에 대해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데 이미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면서 “독립기념관 등에서 이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대부분이 고령인데다 구술사 정리사업 기간을 장기로 잡고 진행하고 있어 문제다.”라고 말했다. 김동현·김소라·김진아기자 moses@seoul.co.kr
  • ‘패션잡지’ 보그, 10세 섹시모델 세웠다가 ‘뭇매’

    ‘패션잡지’ 보그, 10세 섹시모델 세웠다가 ‘뭇매’

    세계 패션계에서 깡마른 몸매의 모델 뿐 아니라 미성년 모델들의 활동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패션잡지 ‘보그’가 10세 모델을 관능적 분위기의 화보에 출연시켰다가 여론의 뭇매를 피하지 못했다. 프랑스판 보그는 최신호 성인의류 화보에 미성년 모델 틸란 루브리 블론두(10)를 메인으로 세웠다. 그녀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모두 성인모델들. 블라두는 나이답지 않은 조숙한 표정과 과감한 포즈로 화보를 장식했다. 문제는 이 화보가 지나치게 관능적인 분위기라는 점. 붉은색 립스틱의 진한 화장도 문제지만 앞가슴을 상당히 노출하거나 몸에 달라붙는 의상은 10세 어린이가 소화하기에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대체로 “10살밖에 안된 소녀가 유혹하듯이 카메라를 매섭게 쏘아보고 관능적인 포즈를 짓는 게 어색해 보인다.”고 비판했지만 무엇보다 성인패션계가 새로운 소비욕구를 창출하기 위해 미성년자들을 성상품화 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 심리학 전문가들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비단 조숙한 활동을 하는 어린모델의 문제 뿐이 아니라는 것.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폴 밀러 교수 등은 “패션산업이 어린이에 어른의 이미지를 투영한 건 아직 자아가 완성되지 않은 미성년자들에게 그릇된 미적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논란의 중심이 된 화보 주인공인 블론두는 프랑스 전 축구 대표선수 패트릭 블론두와 연예인 출신 디자이너 베로니카 루브리의 외동딸이다. 유명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 패션쇼로 5세 때 데뷔한 블라두는 나이답지 않은 독특한 분위기로 패션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해운회사 회장딸 짝 여자5호 출연, 돈에 강한 남자찾기 각본?

    해운회사 회장딸 짝 여자5호 출연, 돈에 강한 남자찾기 각본?

    해운회사 회장딸 짝 여자5호가 화제에 올랐다. 27일 방송된 SBS ‘짝’에 해운회사 회장딸 여자 5호가 남성 짝을 찾기 위해 출연한 것. 귀여운 외모의 짝 여자5호는 등장부터 남달라, 눈길을 끌며 남성들의 열병을 예고했다. 애정촌에 가장 늦게 도착하는 여자5호를 바라보며 남자들의 관심은 그녀를 태워 데려다 준 승용차 운전자의 정체에 쏠렸다. 다음날 본격적으로 짝을 찾아나선 ’짝’ 10기 9명의 남자와 5명의 여자는 자기 소개 시간에 각자의 학력과 직업 등을 공개하고 간단한 질문을 주고 받았다. 여자5호는 승용차 운전자의 정체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지인이라고 밝혔으나 질문이 계속되자 아버지의 수행비서라고 공개했다. 결국 여자5호는 자신이 해운회사 회장의 외동딸이며 오빠 대신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기 위해 경영학을 공부하는 늦깎이 대학생이라고 밝혔다. 놀라움을 표시하는 남성 출연자들에게 여자 5호는 자신과 아버지는 회사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성실성을 중시한다고 전하며 새벽에 애정촌을 청소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남성 참가자들이 열심히 애정촌을 청소하는 모습이 비춰지며 방송이 막을 내리자 남성 참가자들의 행태에 대해 비난 목소리가 일기 시작했다. 특히 남부러울 것 없는 해운회사 외동딸의 출연 배경과 제작진의 의도를 둘러싸고 여러 억측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 = SBS ‘짝’ 서울신문 나우뉴스 nownews@seoul.co.kr
  • [에코붐세대를 말한다] “현재를 즐긴다”… 월세면 어때 & 지름신 강림 괜찮아

    [에코붐세대를 말한다] “현재를 즐긴다”… 월세면 어때 & 지름신 강림 괜찮아

    베이비부머는 사회에 진입할 때부터 각종 변화를 이끌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초등학교 오전·오후반이 생겼고 이들이 자산을 모아 집을 살 무렵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들이 은퇴를 시작한 지금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변화가 예상된다. 이 세대의 자녀들인 에코부머( echo-boomer)들은 어떨까.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에 비해 510만명이라 사회적 영향력은 부모 세대보다는 작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포용이 늘어났고 이들이 자기 정체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작은 트렌드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는 현상도 나올 수 있다. 사회적 양극화가 빨라지면서 부모 세대의 부를 기반으로 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월세주택시장이 열렸다” 우선 월세 시장의 변화가 예상된다. 에코부머의 41.7%가 월세 및 사글세를 산다. 에코부머 중에서도 20대 후반(26~29세)은 월세로 사는 비중이 47.7%로 더 높아진다. 20년 전, 20대 후반 베이비부머가 월세를 살았던 비중은 32.5%였다. 홍춘욱 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코부머가 월세주택시장의 지평을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인구 변화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2006년 출간)를 통해 베이비부머에 의한 우리나라 자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한 바 있다. 그는 “에코부머가 부동산 변화의 1세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형 평형에 대한 수요는 매매가 아닌 거주 수요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에코부머는 가치관이 변해 집을 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원룸이나 트윈룸으로 교통이 좋은 곳의 월세가 이들이 선호하는 부동산”이라고 지적했다.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외동아들이나 외동딸이 대부분이 되면서 부모가 물려줄 집을 왜 사느냐는 생각이 보편화돼 있는 일본의 경우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저축습관보다는 현재를 즐기는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다.”며 “집은 없어도 차는 있는 젊은 층의 소비행태가 이를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웨딩시장 약진 예상 젊은 층의 소비는 가치소비, ‘지름신’(충동소비를 뜻하는 신조어) 등으로 대변된다. 가치소비는 문화적 경험과 가치를 소비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품목은 저렴한 상품을 선호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특정 분야에 있어서는 최고의 브랜드와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을 뜻한다. 웨딩 시장이 대표적이다. 국내 혼인건수는 2008년 32만 7715건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30만 9759건으로 줄어든 뒤 지난해 32만 6104건으로 다시 회복되고 있다. 여기에 예식에만 1억원 이상을 쓰는 골든웨딩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만혼으로 경제력을 갖춘 신랑신부, 한번의 자식 결혼식을 위해 돈을 아낌없이 쓰는 부모가 상승효과를 일으켜 골든웨딩 시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점에서 전문가들은 웨딩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지름신’은 인터넷쇼핑의 매출이 늘어나는 점에서도 증명된다. 에코부머들은 디지털 세대이기도 해 전자상거래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이들의 성장으로 지난해 인터넷쇼핑몰 판매액은 25조 1546억원으로 백화점(24조 3870억원), 슈퍼마켓(23조 8196억원)을 추월했다. ●‘내리사랑’이 가져오는 변화 자녀의 결혼과 함께 일어나는 것이 상속의 시작이다. 주택 마련부터 시작해 사전 상속이 꾸준히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남수 팀장은 “앞으로 10년에 걸쳐 증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유아·아동 산업의 발전으로 연결된다. 일본과 미국에서 나타난 ‘여섯개 주머니 세대’(six pocket generation·부모 2명과 조부모·외조부모 등 6명이 한명의 자녀를 위해 돈을 쓰는 현상)가 우리나라에도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코부머의 등장으로 출생아수가 지난해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해당 산업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훈남4명 사랑 독차지한 ‘가장 행복한 아기’ 누구?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아기는 누구일까? 최근 영국의 ‘슈퍼 부부’ 데이비드 베컴과 빅토리아 베컴의 딸 ‘하퍼’가 주위의 넘치는 사랑으로 ‘세계서 가장 행복한 아기’ 대열에 올랐다. 영국의 각종 언론매체에 따르면, 하퍼는 전 세계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데이비드 베컴과 세 오빠(브루클린, 로미오, 크루즈)의 관심과 애정을 독차지 하고 있다. 특히 베컴 부부는 그동안 딸의 출산을 손꼽아 기다려 왔으며, 하퍼가 태어나자마자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아이”라며 사랑을 감추지 못해 ‘딸바보’(자신의 딸을 각별히 아끼는 아버지를 가리키는 신조어)로 등극하기도 했다. 빅토리아는 오랫동안 기다려 온 딸의 출산과 함께, 하퍼의 방을 꾸미는데 2~3억 원을 쓴 것도 모자라 풍수지리 학자들에게 방을 보이는 등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컴 부부는 ‘하퍼’라는 이름의 어원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이는 빅토리아가 좋아하는 미국 출신 작가 하퍼 리‘(Harper Lee)에서 따온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는 세간의 루머와 달리, 빅토리아는 ‘앵무새 죽이기’ 등으로 유명한 이 작가를 매우 좋아해 딸의 이름에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외 네티즌들은 “슈퍼부부의 외동딸로 태어난 하퍼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아기”, “훈남 아빠와 훈남 오빠 3명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다니, 매우 부럽다.”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기록으로 본 인구정책 변천사

    기록으로 본 인구정책 변천사

    #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1960년대 산아제한 표어) # “가가호호 아이둘셋, 하하호호 희망 한국”(2010년 출산장려 포스터)국가기록원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인구의 날(7월 11일)을 기념해 13일부터 인구정책에 관한 주요 기록물을 나라기록포털(http://contents.archives.go.kr)을 통해 공개한다. 인구정책 기록콘텐츠는 국가기록물을 지식자원화하고 국민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 인구정책의 변화를 주요 기록물을 통해 보여준다. 이 콘텐츠는 시기별 인구정책, 주요 이슈 만나기, 인구변화 펴보기 등으로 구성됐다. 시대별 기록물에 따르면 1945년 해방 당시 한반도의 인구는 약 2500만명이었으며, 고출산·고사망의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구현상을 보였다. 1950년에서 55년까지 연 1% 수준이었던 인구증가율은 한국전쟁 이후 결혼 및 출산의 영향을 받아 1955~60년 연 3%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당시 출산정책 표어는 “3남 2녀로 5명은 낳아야죠”였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가족계획사업이 국가 시책으로 다뤄지지는 않았다. 가족계획사업이 공식적으로 거론된 시기는 1959년으로, 당시 보건사회부는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인구증가 억제를 국가시책으로 건의했지만 당장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높은 출산율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 차원의 산아제한 정책이 추진됐다. 이에 따라 출산정책 표어도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로 바뀌었다. 산아제한 표어로 잘 알려진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1970년대 표어다. 이후 1980년대 들어서는 50년대 중·후반 출생자가 자녀를 출산하면서 제2차 베이비붐 현상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당시 정부는 “여보! 우리도 하나만 낳읍시다”, “하나로 만족합니다. 우리는 외동딸” 등의 표어와 함께 대대적인 출산억제 캠페인까지 벌였다. 1990년대는 남아선호사상에 따른 성비 불균형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선생님! 착한 일하면 여자 짝꿍 시켜주나요”와 같은 표어도 등장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저출산 문제에 따라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와 같은 출산장려 표어가 주를 이뤘다. 이경옥 국가기록원장은 “이 콘텐츠가 저출산·고령화 사회 문제와 관련해 정책개발과 교육현장, 학술연구 등 다방면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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