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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든 정의 TECH+] 게임·그래픽·AI까지…엔비디아를 만든 CEO 젠슨 황

    [고든 정의 TECH+] 게임·그래픽·AI까지…엔비디아를 만든 CEO 젠슨 황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도 거대 IT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습니다. 이미 발표된 2020년 1분기 실적을 보면 대형 IT 기업들의 실적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좋아졌습니다. 이런 대형 IT 기업 가운데 미국의 그래픽 프로세서(GPU) 제조 회사인 엔비디아가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9% 상승한 30억 8000만 달러의 매출과 116% 상승한 10억 2800만 달러의 영업 이익을 올렸습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200억 달러로 엑슨모빌 같은 거대 기업을 뛰어넘었습니다. 초기엔 게임용 그래픽 카드 벤처 기업으로 시작해 이제는 GPU 업계 1위 기업일 뿐 아니라 인공지능 하드웨어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까지 오른 엔비디아를 대표하는 인물이 창업자이자 CEO이고 회장인 젠슨 황(黃仁勳·사진)입니다. 스티브 잡스 없이 애플을 말하기 어렵고 빌 게이츠 없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이야기하기 어렵듯이 젠슨 황을 빼고는 엔비디아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젠슨 황은 1963년 대만에서 태어난 후 청소년기에 미국으로 이주해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다녔습니다. 이후 LSI Logic 및 AMD에서 일하다 1993년에 30세의 나이로 엔비디아를 세웠습니다. 창립 초기 엔비디아는 은행 잔고가 4만 달러에 불과한 작은 벤처 기업이었지만, 벤처캐피탈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그래픽 프로세서 개발 및 생산을 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에 나온 제품들은 반응이 좋지 않았지만, 리바 TNT(Riva TNT) 시리즈 이후 게임용 그래픽 카드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했으며 2000년에 출시한 지포스 2를 통해 그래픽 카드 시장의 강자로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젠슨 황의 첫 번째 외도가 시작됩니다. 3D 게임의 그래픽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GPU만으로는 앞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엔비디아는 지포스 256을 개발한 후 전문가용 그래픽 카드 시장에 도전합니다. 엔비디아의 워크스테이션 그래픽 카드인 쿼드로(Quadro)는 사실 게임용 그래픽 카드인 지포스와 동일한 GPU를 사용했지만, 드라이버와 펌웨어를 그래픽 작업에 최적화시킨 제품이었습니다. 하나의 GPU로 두 개의 제품군을 만든 이유는 두 시장의 가격이 크게 달랐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용 그래픽 카드는 비싼 대신 수요가 적었으며 게임용 그래픽 카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신 수요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게임용 그래픽 카드 성능이 높아져 전문 작업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되자 이를 기반으로 고가의 전문가용 그래픽 카드로 판매한 것입니다. 물론 엔비디아는 소비자가 저렴한 지포스를 고가의 쿼드로로 개조하지 못하게 막아놨습니다. 이 판단은 적중해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쿼드로는 전문가용 그래픽 카드 시장에서 표준 장비가 됐습니다. 그런데 젠슨 황의 외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GPU의 병렬 연산 구조가 고성능 컴퓨팅(HPC, High performance computing)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07년 지포스 8800 시리즈를 위한 G80 GPU에 CUDA라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GPU를 그래픽 연산 만이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CUDA를 통한 병렬 연산 기능에 특화된 제품군은 테슬라(Tesla)로 명명되었습니다. 테슬라는 초기에는 기능이 제한적이어서 널리 사용되지 않았으나 불과 몇 년 만에 고성능 컴퓨팅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으로 성장했습니다. 2010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등극한 중국의 텐허 1A(Tianhe-1A)에는 테슬라 M2050 7,168개가 탑재되었으며 현재 가장 빠른 컴퓨터인 미국의 서밋(Summit) 역시 엔비디아의 테슬라 V100 GPU 27,648개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게이밍 GPU를 기반으로 값비싼 슈퍼컴퓨터 및 데이터 센터용 GPU를 개발해 판매한 덕분에 엔비디아의 매출과 영업 이익은 매년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지금처럼 기업가치가 급격히 증가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인공지능 덕분입니다. 인공지능 연산에서 병렬 연산에 최적화된 GPU가 CPU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엔비디아의 GPU는 인공지능 하드웨어 시장에서 표준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하지만 젠슨 황은 단순히 기존의 GPU를 인공지능 하드웨어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을 주도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GPU에 인공지능 관련 연산 유닛과 기능을 대폭 추가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볼타와 튜링 아키텍처 기반 GPU들은 예상대로 인공지능 가속기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5월에는 인공지능 연산 기능을 대폭 강화한 A100 GPU를 들고 나와 엔비디아가 앞으로 인공지능과 데이터 센터 시장에 집중할 것임을 보여줬습니다. 최근 70억 달러의 거금을 들여 고성능 네트워크 솔루션 기업인 멜라녹스 테크놀로지스 (Mellanox Technologies)를 인수한 것 역시 앞으로는 게임 시장보다 데이터 센터 및 AI 시장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물론 엔비디아가 게이밍 GPU 시장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직도 매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장 점유율도 독보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게임을 위해 지불하는 돈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게이밍 GPU 시장이 앞으로 빠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위해 GPU를 도입하는 기업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은 값비싼 GPU에도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봐도 매출 및 영업이익 증가를 주도한 것은 전년 동기에 비해 80%나 매출이 증가한 데이터센터 부분이었습니다. 멀지 않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게임 부분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GTC 컨퍼런스에서 젠슨 황은 게임이나 그래픽 대신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에 미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항상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고 새로 뛰어든 분야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엔비디아는 벌써 몇 차례 그렇게 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엔지니어 출신이면서도 사업 감각을 지닌 기업인인 젠슨 황의 성공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어둑한 근대사에 돋보기…행간 속 민족을 사색하다

    어둑한 근대사에 돋보기…행간 속 민족을 사색하다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이자 원로 비평가인 임헌영(79) 선생의 이미지는 불가피하게 한국 근현대사와 함께 선명하게 각인된다. 이른바 ‘남민전 사건’으로 인한 투옥과 시련 그리고 민족문제연구소로 상징되는 사회운동에의 투신이 한 축의 면모라면, 다른 한 축은 치밀한 자료 섭렵을 통해 한국 근현대문학의 실증적·사상적 연구를 축적해 온 면모로 귀납된다. 그 가운데 연구소에서 오랜 열정과 공력을 다해 펴낸 ‘친일인명사전’(2009)의 성과는 우리 근대사의 어둑한 순간들을 현재로 소환해 반성적 자료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세 권 분량에 4300여명을 수록한 이 책의 성과는 두고두고 임헌영 선생의 생애를 집약하는 표지가 돼 줄 것이다.●알리고 밝히고 세워 가야 할 역사 친일 행적을 밝히는 게 쉬울 리 없다. 당시 작업에 대한 폄하와 공격도 상당했다. 선생이 연구자들에게 강조한 점은 이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당신 조상 다루듯 하라.’ “많이 넣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저히 뺄 수 없을 경우에만 넣도록 하자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창의적 교육관이 아니라 단순히 수동적 집행에 머물렀던 교육자 같은 이들은 모두 빠졌죠.” 민족사적 관점에서 반성적 자료가 되기에 족한 이들, 제국주의 협력의 자의식을 가진 이들만 추린 모종의 정예화 결과인 셈이다. 반발이 만만치 않았지만, 한쪽에서는 당사자인데도 이러한 과정을 흔연하게 받아들인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분들이 준 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파인 김동환의 자제 김영식 선생은 전집에 아버지가 쓴 친일 문건을 다 실었어요. 아버지가 사죄할 기회가 없었는데 자신이 대신 사죄한다면서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데 큰 힘을 줬습니다.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어쨌든 인명사전 출간 후 친일 청산에 대한 긍정적 지지자는 많이 늘어났고, 다수 여론조사에서 친일 청산 여론이 70%가 넘는다고 했다. “우리 연구소는 시민단체 가운데 가장 역사의식이 투철한 구성원들로 이뤄진 것 같아요. 이제 저희 과제는 오늘도 여전히 일본이 옳았다고 하면서 학문이나 예술이나 경제 논리로 포장하는 이들과의 싸움에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도 일본의 새로운 파시스트들과의 싸움이 중요하지요.” 최근 연구소는 각고의 노력으로 서울 청파동에 새 건물을 마련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스튜디오를 만들어 팟캐스트를 찍고 그걸 유튜브에 공개해 일반 시민들과 연구소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일본 파시즘 지지 세력과 우리 쪽 일부 세력이 보여 주는 정치적 화음에 주목할 때 아직도 연구소가 알리고 밝히고 세워 가야 할 역사의 흐름이 만만치 않은 듯했다. 물론 일본에도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와 우경화 반대를 외치는 이들이 있고, 우리 쪽에도 민족 경험을 훼손하려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현재형을 돌파해 제대로 된 민족사를 쓰기 위해 선생의 헌신과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친일 문제 연구에 평생을 바친 임종국 선생의 유지를 이어 1991년 설립된 연구소가 펼치는 한국 근현대사 연구와 과거사 청산 작업 역시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국내외를 망라한 작가들의 정치의식 탐색 사실 인터뷰를 촉발한 직접적 계기는 선생이 오랜만에 두 권의 역저를 잇달아 낸 데 있었다. ‘임헌영의 유럽문학기행’(역사비평사, 2019),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소명출판, 2020)가 그것이다. 두 책은 대조적 속성을 띠고 있다. 앞의 것이 광폭의 발품과 해박한 독서력을 기반으로 해외에 눈을 돌렸다면, 뒤의 것은 한국소설의 맹장들에 대한 정치적 관점에서의 독법이 담겼다. 먼저 유럽문학 기행은 어떤 의미였을까? “감옥에서 나와 여행을 못 다닌 게 원통했어요. 문화센터 같은 데서 강의하다가 외국 문인들의 박물관 방문 프로그램을 계획했는데 모집이 잘돼 제 뜻대로 계획도 짜고 진행도 했어요. 성공적이었지요. 이 책에서 다룬 분들은 모두 평화, 반전, 반제국주의의 작가들이에요. 민중적 정치의식을 가진 분들의 문학을 테마로 한 결과이지요.” 책은 영독불러의 황금분할을 이루고 있다. 푸시킨, 톨스토이, 고리키, 스탕달, 위고, 괴테, 횔덜린, 헤세, 바이런, 로런스 등이 선생의 열정적인 답파(踏破)와 재구성에 의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에세이풍으로 써 가는 선생의 친절하고도 에두름 없는 문장들이 책의 가독성을 한결 높여 준다. 위대한 작가들의 사생활, 특별히 외도 경험 같은 어둑 한 측면까지 훤칠하게 재현했다.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는 어떠할까? “우리가 위대한 시민혁명을 했는데도 여전히 발전된 정치의식이 빈곤하다는 것을 최근 절감했어요. 늘 흔들리고 위태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소설가들을 통해 역사를 올바로 보는 눈, 정치를 제대로 하는 힘을 빌리자고 생각했지요. 이왕이면 독자가 많은 작가들을 골랐어요. 되도록 각주를 빼고 연애소설 읽듯이 쉽게 풀어 갔습니다.” 책에는 장용학, 이호철, 최인훈, 박완서, 이병주, 남정현, 황석영, 손석춘, 조정래, 박화성, 한무숙 등이 담겼는데, 문학에 친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이병주가 다가올 것 같고, 문학의 자의식이 큰 분들에게는 최인훈과 남정현이 매우 유의미하게 다가올 것 같다. “정치사 비판의 현장 중계는 이병주 선생이 최고봉이에요. 어떤 정치평론가도 못 따라가요. 최인훈 선생은 우리 문단의 고질병인 파벌을 넘어선 범례로 다루면 좋겠고요. 그 지성의 날카로움과 처연함이 단연 빛나지요.” 아직도 우리에게는 ‘정치’라는 말을 향한 기대와 혐오의 엇갈림이 있다. 그러나 정치야말로 가장 첨예한 예술이 아니던가. 책 서문에 인용된 나폴레옹의 말처럼 모든 공동체에서는 “정치가 운명”이 아니겠는가. 그 점에서 이 책은 선생의 사회적 실천의 연장선상에서, ‘비평가 임헌영’의 두께를 한 뼘 늘려 줄 것이다.●고단하고도 외로운 길 선생은 1966년 ‘현대문학’을 통해 비평가로 등단했다. 그 후 카프(KAPF)나 해방기에 대한 자료를 누구보다도 선구적으로 모았고 자료집을 냈으며 그 논리와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진력했다. 선생은 1980년대 이후 우리 지성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해방 전후사의 인식’ 시리즈에서도 단골 필자였다. 이쪽을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등단하기 전부터 카프에 대한 애정을 가졌어요. 해금 전부터 납월북 작가에게 관심이 많았고요. 그때는 대학 도서관에서 자료를 카메라로 직접 찍었어요. 해독이 잘 안 되면 살아 계신 분들께 전화로 직접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최첨단을 걸었지요.” 임헌영 비평은 참여문학, 민족문학, 리얼리즘, 민중문학에 이르는 패러다임을 모두 품고 있다. 안으로는 동학농민혁명, 4·19혁명, 광주민중항쟁, 6월항쟁과 관련한 문학에 대해 꾸준한 비평을 해 왔고, 밖으로는 글로벌 시대의 해외동포문학에 대한 탐구도 줄기차게 수행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외연을 넓혀 갔다. 이처럼 선생은 근현대 민족 수난사와 함께하면서 디아스포라 문제에도 눈을 떴다. 물론 선생은 서정적이고 예술적인 언어도 세상에 많이 내놓았다. 이 점, 선생을 설명하는 데 퍽 중요한 균형추가 아닐 수 없다. 마침 연구소 곁 숙명여대에서 재직하는 권성우 교수가 동석을 해 줬는데, 권 교수가 선생께 ‘앞으로 어떤 책을 내고 싶으냐’는 질문을 던졌다. “북한문학 한번 정리해야 하고요. 해외동포문학도 중요합니다. 해외동포 쪽은 제가 제일 먼저 손대지 않았나 싶어요. 문학사회사, 특별히 필화사에 애정이 가요. 아마도 필화사가 제일 먼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이후로 두 분의 치열한 대화가 오갔다. 재일조선인문학, 특히 김석범과 김시종과 서경식에 대한 경험적 대화는, 비록 즉각적이었지만 임헌영 선생의 경험과 사유가 어디까지 뻗어 나가 있는지를 실물적으로 알려 줬다. “젊은 작가들의 세계를 평하기에는 이제 제 비평의 틀이 안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변해도 문학의 원칙은 그대로라고 생각해요. 그걸 훼손하면 안 됩니다. 원래 문학은 문학 하는 이들의 전유물이 아니었어요. 교양의 정점에서 문사철을 모두 이끌어 갔습니다. 손끝으로 하는 문학 말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문학을 지금도 옹호하고 또 대망하고자 합니다.” 굵직한 의제들을 버리고 쇄말주의에 빠진 우리 문학에 대한 원로다운 문제 제기인 셈이다. 선생의 말씀처럼 근본적 문학의 위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변하되 변하지 않을 문학을 위해, 여전히 현재형 의제인 민족사 복원을 위해, 선생이 걷는 고단하고도 외로운 길은 아직도 가파르게만 보였다. 하지만 그 길은 누군가는 걸어 우리에게 비춰야 했던 오랜 지남(指南)으로 남을 것이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아무이슈]‘부부의 세계’ 다시, 깊게 보기… 이혼 부모는 정말 아이를 망칠까

    [아무이슈]‘부부의 세계’ 다시, 깊게 보기… 이혼 부모는 정말 아이를 망칠까

    [명희진·김희리 기자의 아무이슈]드라마로 읽는 심리… 준영이는 왜 고산의 ‘숨은 빌런’ 됐나 “아빠가 다른 여자 만난거? 그래서 뭐? 그게 뭐 어쨌는데? 엄마를 배신한거지 나까진 아니야… 이혼하지마. 엄마가 아빠 한번만 봐주면 되잖아. 용서해주면 되잖아.”JTBC 금토극 ‘부부의 세계’가 비지상파 채널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며 지난 16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극 중 주인공 지선우(김희애 분)와 이태오(박해준 분)의 아들 준영(전진서 분)은 6회에서 이혼을 고백하는 엄마에게 이같은 모진 말을 내뱉으며 ‘빌런’(무언가에 집착하거나 돌출 행동을 해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인물)으로 급부상했다. 이후에도 준영이는 반항을 하거나 비행을 저지르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동시에 부모의 전쟁 같은 이혼에 직격탄을 맞은 최대 피해자라는 연민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완벽한 가정’을 이뤘던 지선우와 이태오는 어디서부터 준영이와 엇갈린 걸까. 자녀를 둔 부모에게 ‘건강한 이혼’은 가능할까. 정신과, 심리학과, 사회복지학과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준영이와 같은 이혼가정의 자녀들에게 분노와 함께 죄책감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는 성인보다 가족에 대한 의존도와 충성심이 높기 때문에 ‘나는 이 가정을 지키는데 일조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을 느끼기 쉽다는 것이다. 다만 부모의 이혼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갈등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선을 그었다. 부모의 외도, 폭력, 정사 목격… 어떤 상흔 남길까 극 중 지선우와 이태오는 적나라한 서로의 민낯을 준영이의 눈에 가혹하리만치 여러번 들킨다. 준영이는 아빠가 상간녀와 키스하는 장면을 촬영한데 이어 아빠가 엄마를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리는 현장을 맞닥뜨린다. 이혼한 엄마와 둘이 겨우 마음 잡고 사나 싶었더니 2년 만에 돌아온 아빠는 준영이가 보는 줄도 모르고 증오하던 엄마와 동침하는가 하면 끝내 아들의 눈앞에서 차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한다.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 사이의 불화를 보여주는 것도 정서적 학대”라면서 “준영이가 가정폭력을 목격하고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직후에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실에서도 가정폭력은 여성가족부, 아동학대는 보건복지부로 주무 부처가 나뉘어 있는데, 대부분의 가정에서 두 가지가 함께 발생하기 쉬우므로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6회에서 준영이의 문제의 발언이 외려 기특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이혼가정 자녀들이 정서적 어려움을 겪을 때 부모의 관계 파탄을 자신과의 관계 파탄으로 동일시하면서 괴로워한다”면서 “두 관계를 구분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준영이로서는 극복의 첫 단추였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준영이의 방황, 지선우의 책임일까준영이의 날선 반항은 대부분 엄마 지선우를 향했다. 임명호 교수는 “지선우 자신도 어린 나이에 부모를 상실하고 느꼈던 아픔을 치료받지 못한 상태였다. 김윤기(이무생 분) 선생이 도와주려 하지만 외려 방어적으로 거부하고, 심지어 준영이가 몰래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막는다”면서 “자신도 트라우마를 치료 받고 또 아이의 치료를 지지해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모가 아이를 의심하거나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이를 더 불안하게 한다”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애착을 형성했다는 점에서는 이태오가 외려 나았지만, 그 역시 이혼 과정에서 아이를 자기 편으로 만들려고 욕심낼 뿐 아이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영호 서울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장은 계모인 여다경(한소희 분)도 준영이의 상처에 큰 축을 차지한다고 봤다. 이 센터장은 “제니의 울음소리를 들었을때 바로 준영이에게 ‘네가 때렸느냐’고 속단한 것도 문제지만, 그 직후 ‘내가 해줄만큼 다 해줬잖아. 얼마나 더 해줘야하니?’라는 발언이 결정적인 문제”라면서 “부모와 자녀는 부모가 무언가를 해주고 자녀가 받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관계다. 그런데 여다경의 이같은 말은 준영이를 자신의 자녀로 받아들인 게 아니라 경제적 윤택함을 무기로 수혜를 베풀어온 것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이혼가정 자녀인데… 준영이와 노을이는 왜 달랐나준영이의 친구인 윤노을(신수연 분)은 역시 부모의 이혼을 경험했지만 똑똑하고 착한 모범생이다. 준영의 도벽을 눈치채고 “네가 이러면 한부모가정 아이들 다 이상하다고 욕먹이는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한다. 노충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의 이혼에 대한 아이의 반응은 성향의 차이라기보다 평소에 부모와 자녀 사이에 얼마나 건강한 관계가 형성 돼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죄책감에 아이의 부당한 요구를 계속 들어주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부모의 역할을 흔들리지 않고 수행하는 것이 진정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영호 센터장 역시 “노을이가 마트에서 일하는 엄마를 웃으며 돕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평소에도 노을이에게 엄마가 일방적으로 응석을 받아주는 존재가 아니라 모녀가 동등한 인간으로서 서로의 어려움을 터놓고 나누는 사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부모와 자녀가 평소에도 함께 몸을 쓰고 시간을 보내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것이 반드시 놀이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선우는 극 중 워킹맘이면서도 집안일까지 모두 직접 해내는데, 준영이와 함께 대청소를 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등 집안일을 나누며 일상의 과제를 함께 수행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더 친밀한 관계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경제적, 기능적 편의를 부족함 없이 제공하는 것만이 부모의 역할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건강한 이혼’ 가능하려면 전문가들은 부모의 이혼에 대해서 자녀에게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설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나래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에게 이혼은 부모 사이의 일일 뿐이지 너와는 상관이 없고,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너를 사랑하는 부모라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면서 “이혼은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을 납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노충래 교수도 “부부가 협의 이혼을 할 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자녀 양육교육을 의무로 받게 돼있다”면서 “이와 별개로 아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면 부모가 전문적인 심리상담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아이가 내면의 감정을 다 표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영호 센터장은 “현장에서 상담을 진행하면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 자녀를 둔 한부모가정의 경우 대표적인 난관이 ‘가족 사진 가져오기’ 숙제”라면서 “선생님이 아무 생각 없이 ‘사진에 엄마(혹은 아빠)는 어디있어?’라고 물어 아이가 혼란을 느끼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고 털어놨다. 교육기관에서부터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고, 가족구성원이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또 “한부모가정은 성인 혼자서 경제활동과 양육을 도맡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육체적·정신적 체력 소모가 큰 경우가 많다”면서 “한부모가정을 위한 지원 정책과 함께 정서적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자조모임 등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아무 : [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 ‘외도 의심’ 흉기로 연인 살해한 태국인 징역 15년

    연인의 외도를 의심하고 흉기로 살해한 태국인 남성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2부(부장 노재호)는 2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태국인 A(25)씨에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범행 후 경찰서에 찾아가 자수했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나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8일 오후 전남 나주시 이창동 태국인 여성 B(22)씨의 원룸에 찾아가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와 B씨는 사실혼 관계로,2017년에 한국에 들어와 각각 광주와 나주에서 근무했다. A씨는 B씨가 다른 남성과 SNS로 연락을 하고 바람을 피우는 것 같아 B씨를 찾아가 추궁하다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현실판 ‘부부의 세계’…블루투스 때문에 불륜 들통난 남편

    현실판 ‘부부의 세계’…블루투스 때문에 불륜 들통난 남편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연결했다가 깜빡한 남자가 집에서 쫓겨나게 됐다. 흔하지 않은 사연이 알려진 건 지난 14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인 틱톡에 한 편의 영상이 오르면서다. 이틀 만에 조회수 4만회를 훌쩍 넘긴 영상엔 야구모자를 쓰고 자동차 밖에서 전화를 받는 한 남자가 보인다. 문제의 통화를 한 주인공이다. 남자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이름을 알 수 없는 한 여자.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쉽게 짐작이 간다. 오가는 대화가 범상치 않아서다. 여자는 남자에게 “안녕, 내 사랑”이라고 반갑게 인사하며 “왜 메시지 보내지 않았어?”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 보는 거야, 못 보는 거야”라고도 한다. 결정적인 대목은 이어지는 질문이다. 여자는 남자에게 “부인하고 함께 있는 거야 아니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라고 따지듯 묻는다. 여자는 남자의 상간녀였다. 영상에 달린 댓글을 통해 파악한 전후 사정은 이렇다. 남자는 대형 사고를 친 이날 부인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마트로 장을 보러 나갔다. 하필이면 그때 남자의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슬쩍 보니 남자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부인 몰래 만나고 있는 남자의 상간녀. 입장이 곤란했지만 꼭 전화를 받고 싶은 마음에 남자는 “거래처 사람인데 밖에서 담배를 피면서 잠깐 통화하고 오겠다”며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상간녀와 잠깐 통화를 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만 남자는 외도의 꼬리를 잡히고 말았다. 차에 남은 부인이 대화 내용을 생생히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실수를 유발한 건 블루투스였다. 남자는 블루투스로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연결해놓은 상태였다. 전화를 받으려 급히 내리면서 남자는 블루투스 연동을 끄는 걸 깜빡했다. 부인은 차 안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감청하듯 들을 수 있었다. 영상이 찍힌 장소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언어와 억양을 보면 중남미 어느 곳에서 발생한 상황이 분명하다. 댓글을 보면 영상을 올린 건 남자의 부인이다. 부인의 친구들은 “친구가 대화 내용을 듣고 증거를 남기기 위해 즉시 상황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고 한다”고 댓글에 전후사정을 설명했다. 부인은 남자를 집에서 쫓아내고 이혼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변호사를 물색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동영상에는 “남자가 진짜 멍청하네” “저렇게 허술하면서 지금까지 들키지 않고 내연관계를 유지한 것만도 대단한 일”이라는 등 남자를 조롱하는 댓글이 꼬리를 물고 있다. 사진=영상 캡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조국 5촌 조카 “해외도피 아냐…억울했지만 지금은 반성”

    조국 5촌 조카 “해외도피 아냐…억울했지만 지금은 반성”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의혹 관련 핵심인물인 조범동씨가 해외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조 전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는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소병석) 공판기일에서 “도피했거나 자진 귀국이 아니라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날 조 씨에 대한 반대신문에서 “검찰 수사 초기 피고인이 해외 도피를 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사실이 아니다. 이미 5~6월에 세부와 괌에 놀러 가는 거를 아내와 상의를 했고 호텔과 비행기, 숙박을 다 예약 결제했다. 갑자기 이 사건 터진 시점이 여행 날짜와 겹쳤다”고 해명했다. 이어 조 씨는 “제가 도피하려 했으면 목적지를 바꿨을 것”이라며 “압수수색 전까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압수수색을 당하고 나서 제가 원래 예약 비행기보다 3~4일 늦게 온 건 사실이지만 도피했다거나, 자진귀국이 아니라는 건 사실이 아니다”며 “저는 억울한 부분이 많아 이 악물고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14일 새벽 귀국한 조씨를 인천국제공항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체포했다. 조 전 장관과 관련한 사모펀드 의혹이 불거진 이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베트남 또는 괌으로 이동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 그는 “처음 수사 대상이 됐을 때나 구속됐을 때 초기에는 많이 억울했다. 피해회복을 하려고 했던 사람은 관계인 중 저밖에 없어 억울했는데 조금 지나고 나니 제 죄도 인정하게 됐고 반성하게 됐다. 지금은 억울하지 않다”며 “익성 관련해 조사하면서 시비를 가려주십사 하는 부분이 법정에서 진행되는 거 보니 조금 미흡해 보여 그 부분은 사실 억울한 부분이 있다. 재판부에서 공평하게 가려주실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씨는 잘못을 인정하면서 자신이 일으킨 죄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남의 죄를 자신이 억울하게 처벌받지 않았으면 한다며 자신의 관여 정도를 잘 살펴봐달라고 요청했다. 또 압수수색 당일 장인에게 컴퓨터 한 대를 치워달라고 한 사실은 인정하며 “압수수색 직전까지도 죄가 된다는 식으로 생각한 적 없다”며 “전부 익성이 코링크를 운영·지배하던 시기라 제 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압수수색 나오고 나서도 자료가 뭐가 있었는지도 잘 몰랐다”고 해명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빛과진리교회’ 측 “목회자 출국금지 조치, 적절했는지 의문”

    ‘빛과진리교회’ 측 “목회자 출국금지 조치, 적절했는지 의문”

    신앙 훈련 명목으로 신도들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소재 빛과진리교회가 담임목사에 대한 경찰의 출국금지 조치에 반발했다. 18일 빛과진리교회는 18일 입장문을 내고 “경찰이 해외도피 우려와 개연성도 없고 흉악범죄자로 보기도 어려운 김명진 목사 등을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출국금지 처분은 범죄 수사나 재판을 위해 필요하거나 해외 도피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이뤄지는 것”이라며 “목회자 출국금지 조치가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앞서 경찰은 김 목사와 관련 피고소인 2명 등 3명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들은 경찰이 지난 12일 교회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압수 물품으로 성경책 등 부적절한 물품을 가져갔다며 “이런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이 정통 장로교 교회에서 자행된 것은 군사 독재시절에도 없었던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출국금지 조치에 대해 “김 목사가 목회자라는 사실은 고민했으나 사안 자체가 중하다”며 “수사 목적상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또한 성경책을 부적절하게 압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성경책 사이에 껴놓은 메모와 성경책 내용이 연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가져왔던 것”이라며 “선별작업 중 성경책에 대해선 압수 대상이 아니라 판단해 즉시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빛과진리교회는 신앙 훈련을 명목으로 신도들에게 인분을 먹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지선우에게 연민 느껴 몰입… 장면마다 산 넘어 산이었다”

    “지선우에게 연민 느껴 몰입… 장면마다 산 넘어 산이었다”

    “처음에는 상상하기 쉽지 않은 상황과 캐릭터여서 두렵기도 했습니다. 촬영하면서 점점 지선우에게 연민을 느끼고 응원하는 마음이 커져 몰입하게 됐습니다. 제게 기적이고 선물 같은 작품입니다.” 28.37%로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우고 종영한 JTBC 금토극 ‘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를 연기한 김희애가 17일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선우는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캐릭터라 더 도전하고 싶었다”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미워하며 내가 가진 에너지를 100% 이상으로 쏟아냈다”고 했다. 김희애는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의 외도로 한순간에 인생이 뒤집힌 아내를 연기하며 위태로운 심리 변화를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그는 지선우를 두고 “감정 소비가 정말 많은 캐릭터라 매 신(scene)이 산 넘어 산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혼자 감정 컨트롤도 많이 해야 했고, 감정에 집중하려 노력했다”면서 “정말 혼신의 힘을 다 쏟아서 후회도 없고,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첫 회에 방영된 부분이다. 지선우가 이태오의 생일파티에서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게 거짓이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그는 “남편보다 동료, 지인들의 배신이 오히려 충격이 컸다. 혼란과 슬픔이 밀려와 지선우의 감정에 휩쓸리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지선우를 둘러싼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홀로 고독했지만, 애정 어린 관심을 보내 주신 시청자 덕분에 덜 외로웠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부부의 세계’를 만나 치열하게 슬펐고, 애틋한 시간을 보냈다”면서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감사를 전했다. 함께한 배우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남겼다. 박해준에 관해서는 “워낙 연기를 잘하는데 상대방까지 연기를 잘하게 만드는 능력을 갖춘 배우”라고 밝혔다. 한소희(여다경 역), 이학주(박인규 역), 심은우(민현서 역)에 관해서도 “낯선 얼굴들이었는데 촬영을 해 보고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지금껏 어디에 있었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놀랐다”고 치켜세웠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여기는 중국] 아버지가 다른 쌍둥이 탄생… “1000만 분의 1 확률”

    [여기는 중국] 아버지가 다른 쌍둥이 탄생… “1000만 분의 1 확률”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쌍둥이 자녀를 품에 안은 중국의 한 남성이 황당한 진실과 마주했다. 쌍둥이 자녀 중 한 명은 자신의 친자녀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중국신문주간 등 현지 언론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이 부모는 쌍둥이를 출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시한 유전자 검사에서 쌍둥이의 유전자 정보가 각기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남편은 아내가 자신 외에 다른 남성과도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쌍둥이들이 각기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을 알고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친자보고서를 작성한 의사인 덩야쥔에 따르면 쌍둥이가 서로 다른 유전자 정보를 가지고 태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임신부인 여성이 같은 달에 한 개가 아닌 두 개의 난자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후 매우 짧은 간격으로 두 명의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다면, 각각의 남성에게서 서로 다른 유전자를 내포한 정자가 두 개의 난자와 만나 쌍둥이 태아가 생길 수 있다. 덩 씨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이러한 결과는 쌍둥이 신생아가 한 명의 어머니와 두 명의 아버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버지가 다른 쌍둥이가 태어나는 일은 매우 드물며, 굳이 가능성으로 보자면 1000만 명 중 1명 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학적으로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사례지만, 중국에서 유사한 사례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중국 남부 샤먼시의 부부 한 쌍이 현지 경찰서에 쌍둥이 아들의 출생신고를 하러 갔다. 등록을 마치기 위해서는 친자확인 검사 결과를 제출해야 했는데, 남편은 쌍둥이 아들 중 한명이 자신과 전혀 닮지 않은 것을 보고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유전자 친자확인 검사를 ‘무사히’ 마쳤음에도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던 남편은 결국 아내를 추궁했고, 아내는 다른 남성과의 외도를 인정하고 말았다. 2014년 중부 저장성 이우출신의 한 부유한 사업가도 쌍둥이 아들 중 한명이 자신 및 아내와 달리 큰 쌍꺼풀을 가지고 있는 것을 수상하게 여기고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역시 아내의 외도 사실이 밝혀졌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인천 학원강사→학생→과외강사, 이태원 클럽發 ‘3차 감염’ 현실화

    인천 학원강사→학생→과외강사, 이태원 클럽發 ‘3차 감염’ 현실화

    120명 확진… 당국 “익명검사 전국 확대”학원가와 학생, 그리고 과외 강사로 이어지는 서울 이태원 클럽발 3차 감염이 결국 현실화됐다. 13일 인천시에 따르면 서울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학원강사에게 개인 과외를 받은 쌍둥이 남매가 2차 감염됐는데 이들을 가르친 또 다른 국어 과외 강사도 양성 판정을 받아 3차 감염이 확인됐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킹클럽을 방문한 인천 102번 확진환자 A(25·학원강사·대학4학년)씨와 연관된 확진환자가 11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3일 이태원 킹클럽을 방문한 뒤 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무직이라고 속이고 인천 세움학원에 출강하고 과외도 다니면서 피해를 키웠다. A씨로부터 시작된 2차 감염자는 학원 동료 강사 1명, 학원 수강생(고 1~3년) 5명, 쌍둥이 과외 학생(연수구) 2명, 과외 학생의 어머니 1명, 인쇄업자 1명이며, 3차 감염자는 이 쌍둥이를 과외한 다른 강사 1명이다. A씨는 2일 새벽 문제의 클럽을 다녀온 뒤 지난 7일 쌍둥이 남매(13)에게 과외 수업을 했고 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쌍둥이 남매 중 B(13)군은 9일부터 코막힘 증상을 보이다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11일 쌍둥이 남매에게 국어 과외를 한 C(34·여)씨도 이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인천시는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학원강사로부터 시작해 과외 학생, 그리고 과외 강사로 감염이 이어졌다며 C씨를 3차 감염자로 분류했다.A씨는 초기 조사 땐 무직이라고 진술했지만 실제 동선과 일치하지 않는 경로가 많은 것을 수상하게 여긴 방역 당국이 경찰에 휴대전화 위치정보(GPS) 추적을 의뢰하면서 확진 판정 3일이 지나서야 ‘학원강사’임이 드러났다. 인천시는 자신의 동선과 직업을 속인 A씨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확진환자의 불필요한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고 검사 참여를 높이기 위해 13일부터 이태원 클럽 방문자에 한해 익명 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태원 클럽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익명 검사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클럽 관련 확진자는 120명이다. 인천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라임’ 김봉현 공범 수원여객 전 재무이사 자수

    ‘라임’ 김봉현 공범 수원여객 전 재무이사 자수

    ‘라임 사태’ 핵심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짜고 수원여객 회삿돈을 횡령한 뒤 해외에서 1년 넘게 도피행각을 벌인 수원여객 재무이사가 자수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회장과 공모해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경기도 버스업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리고 해외로 도주한 재무 담당 전무이사 김모씨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해 그의 행방을 쫓던 중 김씨가 전날 캄보디아 이민청에 자수 의사를 밝힌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는 자신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되기 직전인 지난해 1월경 해외로 도피해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전전하며 도피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캄보디아 측과 김씨에 대한 송환 시기와 방법,절차 등을 협의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경위 등은 김씨를 직접 조사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수원여객 사건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봉현 회장은 지난해 12월 이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잠적해 5개월 동안 도피 생활을 하다가 지난달 23일 서울 성북구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김 회장은 도피행각을 벌이던 올해 초 1조6천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꼽히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와 김봉현 회장 등이 빼돌린 회삿돈 가운데 86억원은 수원여객 계좌로 되돌려놔 실제 사라진 돈의 액수는 155억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김씨로부터 돈을 빌렸을 뿐 나는 횡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라임 사건는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를 맡고 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제보자들’, 현실판 ‘부부의 세계’ 조명 “간통죄 폐지 후…”

    ‘제보자들’, 현실판 ‘부부의 세계’ 조명 “간통죄 폐지 후…”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인기로 ‘불륜’이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KBS 2TV 시사교양 프로그램 ‘제보자들’은 13일 방송에서 현실판 ‘부부의 세계’를 조명한다고 예고했다. 최근 한 스마트폰 메신저에는 기혼자들의 연애를 목적으로 하는 대화방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고, 결혼했다고 자유로운 연애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기혼 연애’를 추구하는 이들. 제작진은 취재 과정에서도 수많은 불륜 제보가 쏟아졌다고 했다. 아내의 외도로 이혼을 했는데, 뒤늦게 아내가 결혼 기간 상간남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제보자부터, 배우자와 상간자가 동거하는 집을 직접 목격한 제보자까지. 제보자들은 입을 모아 간통죄 폐지 이후 결국 피해자만 고통받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2015년 2월 간통죄 폐지 후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상간자 위자료 소송뿐. 하지만 배우자의 외도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고, 설사 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평균 1천500만원 선의 위자료가 불륜의 대가일 뿐이다. 제작진이 취재 도중 만난 황철우(가명) 씨도 몇 달 전 집을 나간 아내를 대신해 세 아이를 돌보며 아내의 행방을 찾고 있다. 아내가 늘 운동을 하러 가던 동호회 모임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 외도를 저지르면서 18년간 지켜온 가정이 무너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사라진 아내를 찾아다녔지만 지난 3월 그에게 날아온 것은 이혼 소장이었다. 동호회 활동을 한 것일 뿐 불륜의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하며 이혼 소장을 보내온 아내. 제보자는 아내의 행방을 수소문하며 외도를 입증할 만한 증거들을 모으고 있다. 황 씨는 어쩔 수 없이 소송을 준비하면서 몸무게가 10kg이나 빠질 정도로 지옥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아내가 부디 마음을 돌리고 가정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호소한다. 오늘(13일) 오후 8시 55분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아낌없이 주신 내 어머니”...세상 모든 어머니를 위한 앤젤리나 졸리의 메시지

    “아낌없이 주신 내 어머니”...세상 모든 어머니를 위한 앤젤리나 졸리의 메시지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부모의 임종 못 지켜봐 자식에게 필요한 것 못 주는 것보다 힘든 것은 없어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삶의 의지 찾길 바라”“자식에게 아낌없이 주셨던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세계적인 영화배우이자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앤젤리나 졸리가 9일(현지시간) ‘어머니의 날’을 맞아 전 세계 어머니들에 대한 존경과 위로를 담은 메시지를 내놨다. 졸리는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부모를 잃었다. 이들에게 올해 ‘어머니의 날’은 더욱 힘든 날이 되고 있다”며 2007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 마르셀린 버트란드를 떠올렸다. 졸리는 아카데미상을 받은 할리우드 스타인 아버지 존 보이트와 무명배우인 버트란드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외도로 그의 어머니는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졸리는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들으며 자신을 담요로 감싸 꼭 껴안던 경험을 소개하며 “그 곡을 들으며 이 글을 쓰는 지금 그가 얼마나 외롭고 두려웠을지, 그럼에도 자식들의 안위를 위해 싸우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졸리는 “어머니를 잃은 날 누군가 내게서 담요를 뺏어 간 것 같았다”고도 소회했다. “사진첩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처럼 난민촌에서 만난 난민 엄마들의 아름다운 얼굴이 모두 기억납니다.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졸리는 기아와 싸우고 있는 전 세계 난민촌의 어머니들을 만난 경험을 소개하며 “이들을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어머니’라는 것을 믿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의 유일한 생각은 ‘괴롭히려면 내 아이가 아닌 나를 괴롭혀라, 내 밥은 뺏어 가도 좋으니 내 아이의 밥은 뺏지 마라’는 것”이라며 “여성들은 전쟁과 난민촌에서 상상 이상의 고통을 겪지만, 그럼에도 절대 아이 곁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졸리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전 세계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위로를 전했다. 그는 “자식에게 필요한 것을 주지 못하는 것보다 부모들을 힘들게 하는 일은 없으며, 이는 전염병 사태를 겪고 있는 가족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면서 “하지만 여러분이 자식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된다면, 아이들도 그러한 상황을 이해할 것”이라고 보듬었다. 이어 그는 “마지막 밥 한 모금과 유일하게 남은 담요까지 자식에게 주는 어머니들을 존경한다”면서 “더불어 이번 ‘어머니의 날’에 슬픔을 겪고 있는 모두가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위로와 삶의 의지를 찾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아낌없이 주신 내 어머니”...세상 모든 어머니를 위한 안젤리나 졸리의 메시지

    “아낌없이 주신 내 어머니”...세상 모든 어머니를 위한 안젤리나 졸리의 메시지

    “자식에게 아낌없이 주셨던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세계적인 영화배우이자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안젤리나 졸리가 9일(현지시간) ‘어머니의 날’을 맞아 전세계 어머니들에 대한 존경과 위로를 담은 메시지를 내놨다. 졸리는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부모를 잃었다. 이들에게 올해 ‘어머니의 날’은 더욱 힘든 날이 되고 있다”며 2007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 마르셀린 버트란드를 떠올렸다. 졸리는 아카데미상을 받은 할리우드 스타인 아버지 존 보이트와 무명배우인 버트란드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외도로 그의 어머니는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졸리는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들으며 자신을 담요로 감싸 꼭 껴안던 경험을 소개하며 “그 곡을 들으며 이 글을 쓰는 지금 그가 얼마나 외롭고 두려웠을지, 그럼에도 자식들의 안위를 위해 싸우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졸리는 “어머니를 잃은 날 누군가 내게서 담요를 뺏어간 것 같았다”고도 소회했다. “사진첩을 한장한장 넘기는 것처럼 난민촌에서 만난 난민 엄마들의 아름다운 얼굴이 모두 기억납니다.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졸리는 기아와 싸우고 있는 전세계 난민촌의 어머니들을 만난 경험을 소개하며 “이들을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어머니’라는 것을 믿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의 유일한 생각은 ‘괴롭히려면 내 아이가 아닌 나를 괴롭혀라, 내 밥은 뺏어가도 좋으니 내 아이의 밥은 뺏지 마라’는 것”이라며 “여성들은 전쟁과 난민촌에서 상상 이상의 고통을 겪지만, 그럼에도 절대 아이 곁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졸리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전세계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위로를 전했다. 그는 “자식에게 필요한 것을 주지 못하는 것보다 부모들을 힘들게 하는 일은 없으며, 이는 전염병 사태를 겪고 있는 가족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면서 “하지만 여러분이 자식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된다면, 아이들도 그러한 상황을 이해할 것”이라고 보듬었다. 이어 그는 “마지막 밥 한 모금과 유일하게 남은 담요까지 자식에게 주는 어머니들을 존경한다”면서 “더불어 이번 ‘어머니의 날’에 슬픔을 겪고 있는 모두가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위로와 삶의 의지를 찾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英언론의 ‘부부의 세계’ 감상평…간통죄·직장 내 성차별 언급

    英언론의 ‘부부의 세계’ 감상평…간통죄·직장 내 성차별 언급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연일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원작 ‘닥터 포스터’가 제작된 영국에서도 흥미로운 감상평이 나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8일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한국의 드라마가 심장을 뛰게 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부부의 세계’ 신드롬을 다뤘다. 가디언은 “한국은 5년 전까지 간통죄 처벌 법률이 있어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더 이상 (간통이) 범죄로 취급되지는 않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도하는 남편과 아내에 대해 비난을 기대하는 심리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판 ‘닥터 포스터’(부부의 세계)는 스카프에서 발견된 미스테리한 사건부터 사소한 범죄에 이르기까지 원작에 충실한 부분이 있지만, 사회적 격차과 성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확대했다는 것이 원작과 다른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주인공 지선우(김희애 분)와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인 설명희(채국희 분)가 직장 내에서 승진을 두고 성차별적 발언을 들었던 지난 회차를 언급한 것으로, 한국 시청자가 “‘부부의 세계’ 속 병원 원장이 너무 싫다. 내 상사를 떠오르게 한다. 중년의 성차별주의자가 없는 한국 직장은 찾아볼 수 없다”고 남긴 감상평을 소개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또 이 드라마가 남성을 묘사하는 기존의 틀을 깨뜨렸다고 평가했다. 주인공 지선우는 아내가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의 배경에 머무르며 남편을 조용히 지원하는 한국의 전형적인 아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 또 “드라마 속 주인공인 지선우가 이혼으로 주변 지인들에게 비난을 받는 대목 등은 이혼 후 잘생긴 백만장자들의 사랑을 받는 무수하게 다른 드라마와 달리 매우 현실적으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다소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이 전파를 탄 것,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이 많음에도 선정적인 장면이 등장한 것 등이 한국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았으며, “이러한 드라마가 이혼은 인생의 큰 상처라는 구식의 인상을 줄 수 있다. 요즘 한국에서는 이혼이 큰 문제가 아니다”라는 서울의 40대 시청자의 감상평을 덧붙였다. 가디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이혼율이 가장 높지만, 이혼한 여성과 자녀는 여전히 사회적 낙인과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3 한편 종영까지 4회만을 남겨둔 ‘부부의 세계’는 등장인물 간의 더욱 격해진 감정 폭발을 그릴 것으로 예고돼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인영 “판문점선언 2주년…북미 풀리기만 기다릴 수 없다”

    이인영 “판문점선언 2주년…북미 풀리기만 기다릴 수 없다”

    “북미 관계 풀리기만 기다릴 수 없다”“통합당, 통 크게 추경 심사 임해달라”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미래통합당에서 화끈하고 통 크게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에 임해주고,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늦어도 5월 중순까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끝내야 국민은 물론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신속한 예산 심사로 국민에게 희망을 드려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징검다리 연휴가 시작되는 30일 이전까지, 29일까지는 꼭 예산을 처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민주당은 신속한 예산 처리와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야당과 긴밀히 협력하는 등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나아가 우리 경제를 지키는 여야 간의 대타협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기업과 국민의 생존이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놓였다. 경제 방역은 이제부터 시작이고, 성패의 열쇠는 여야 협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형 뉴딜부터 성공시켜야 한다. 기간산업 관련법을 개정하고, 국가 보증안도 처리해야 한다”며 “재난지원금 기부 시 세액 감면을 위한 특별법도 제정해야 하고, 기업 추가 도산을 막기 위해 산업은행법 개정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 결정적 시기에 실기하면 경제 위축을 막을 수 없다”며 “국난극복은 실전이다. 연습도, 예외도 없다. 20대 국회 말이라도 여러 과제를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이 원내대표는 아울러 “오늘은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는 날이다. 멈춰선 한반도 평화의 수레바퀴를 다시 돌려야 한다”며 “언제까지 북미 관계가 풀리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남북 관계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가 동해 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여는 것과 관련해 “남북 철도협력사업과 이산가족 상봉에 다시 시동을 거는 의미”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했던 보건 분야 공동협력도 속도감 있게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대응 체계는 북한의 여러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국회도 남북 보건 분야 협력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은기자의 왜떴을까TV]‘부부의 세계’ 김영민 “파격 베드신 NG 없이 찍었죠”

    [은기자의 왜떴을까TV]‘부부의 세계’ 김영민 “파격 베드신 NG 없이 찍었죠”

    화제의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손제혁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는 배우 김영민이 “극중 손제혁은 굉장히 직접적인 사람이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극중 손제혁은 고산시의 회계사로 고등학교 동창인 이태오에 대한 묘한 경쟁심과 지선우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으면서, 아내 고예림을 두고는 외도를 일삼는 인물. 그는 “극중 손제혁은 나쁜 인간이긴 한데 어떻게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가소롭기도 하다”고 캐릭터에 대한 의견을 내비쳤다. 특히 이 작품은 국내 드라마 사상 최초로 2회 분량을 제외한 대부분이 19금으로 편성이 됐고, 4회에 손제혁이 지선우를 유혹하는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그는 파격 베드신 장면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 NG가 많이 나지는 않았다”면서 “워낙 김희애 선배님이 잘 해주셨고, 저도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전작인 ‘사랑의 불시착’에서 순박하고 정 많은 정만복 역으로 ‘귀때기’(도청자)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귀때기와 오뚜기를 합친 ‘귀뚜기’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그는 “‘귀뚜기’라는 별명이 너무 재미있고 마음에 든다”면서 웃었다. 이어 19금 장면은 “일차원적인 감정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선우의 심리와 욕망뿐만 아니라 인물 간의 기싸움, 둘의 감정을 설명하는 베드신”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작품은 자극적이기도 하지만 부부의 세계를 리얼하게 다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자기의 욕망과 이기심에만 충실했을 때 부부의 세계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면서 “작가님도 인간의 깊숙한 본능적인 것을 다뤄서 부부의 세계와 사람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게 잘 표현되어 있어서 작품 하나 제대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배우 김영민의 으른으른한 19금 인터뷰는 유튜브 채널 <은기자의 왜떴을까TV>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은기자의 왜떴을까] 당신이 ‘부부의 세계’에 빠진 몇가지 이유

    [은기자의 왜떴을까] 당신이 ‘부부의 세계’에 빠진 몇가지 이유

    완벽했다. 이 드라마를 둘러싼 모든 것이 완벽했다. 사람들의 궁금증을 한껏 자극하는 불륜 이야기에, 연기 관록이 빛나는 여배우 김희애 주연, ‘미스티’를 연출한 모완일 감독과 ‘낭만닥터 김사부’의 강은경 작가가 참여한 대본, 거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볼거리에 목말라하는 시청자까지. 6회만에 시청률 20%에 육박한 ‘부부의 세계’를 둘러싼 흥행 요인은 완벽했다. 하지만 아무리 잘 차려진 밥상이라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드라마의 세계다. ‘부부의 세계’가 뜬 몇가지 요인을 짚어본다. #1. 불륜을 소재로 한 관계 심리 드라마 드라마에서 불륜은 전혀 새로운 소재가 아니다. 심지어 식상할 수 있는 소재다. 일일극, 주말극, 미니시리즈 할 것 없이 그동안 수없이 다뤄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부의 세계’는 다른 불륜 드라마와는 ‘격’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왜일까. 그것은 불륜을 소재로 인간 관계와 심리의 문제를 파고들며 드라마의 외연을 확장했기 때문이다.자수성가형 의사인 지선우(김희애)는 높은 사회적 지위 뿐만 아니라 가정 생활에서도 완성형 행복을 이룬, 일과 사랑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여성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남편의 번듯한 지위까지 만들어줬으니 그야말로 세칭 ‘알파걸’, ‘슈퍼우먼’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는 이 ‘알파걸’이 가까운 사람들의 배신을 마주했을 때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남편이 자신이 완벽하게 만들어준 사회적 지위를 통해 젊은 여성과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믿었던 친구들마저 불륜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을 속이고 기만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지에 집중한다. 지선우는 머리카락과 립밤이라는 아주 작은 단서로 시작해 남편의 외도를 확인한 이후에도 남편이 ‘거짓말’을 하지 않기만을 바란다. 자신을 속이고 기만하는 일만큼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 이태오(박해준)는 지선우의 마지막 희망마저 저버리고 자신의 욕망에 따른 선택을 하고만다. 드라마는 지선우의 주변인을 통해 그녀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설명한다. 남자친구의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민현서는 “선생님같이 성공한 여자도 나와 별반 없네요”라는 말로 연민과도 같은 동정을 하는가 하면, 남편의 불륜을 덮는 최회장 부인은 “남편의 바람으로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을 버릴 수 없다. 남자의 불륜은 배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충고 아닌 충고를 하기도 한다.지선우는 결국 자신의 인생에서 이태오만 도려내기로 결심한다. 불륜녀의 임신 사실을 듣고 지선우는 점점 더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감정의 밑바닥을 치고 나서 마지막 자존감을 지키겠다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겨우 일어선다. 남녀 관계를 포함해 인간 관계의 배신, 속칭 ‘뒤통수’를 맞고 제정신인 사람은 없다. 상대방에 대한 미움, 자신에 대한 자책감, 인간이라는 존재의 나약함과 가벼움, 신의 상실의 허망함 등을 떠올리면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솟는다. 드라마는 지선우의 심리 상태를 통해 인간의 밑바닥 감정을 한겹한겹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2. 신데렐라는 과연 결혼 이후에도 행복하게 살았을까? 많은 멜로 드라마는 평범한 신분의 여주인공이 백마탄 왕자를 만나 신데렐라로 결혼에 골인하기 까지의 해피엔딩을 그린다. 하지만 신데렐라가 모두가 부러워하는 결혼, 그 이후에도 행복했을지는 의문이다. 이 작품에서 지선우는 엄밀히 말해 평강공주과에 가깝지만, 드라마는 일과 사랑에서 성공을 일군 여주인공의 결혼 그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부부의 세계‘는 결혼이라는 환상 너머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때문에 철저한 리얼리티를 근간으로 한다. 요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지어낸 이야기보다 더 충격적이고 추악한 사실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이 드라마가 막장 불륜극을 넘어 스릴러 드라마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도 인생을 살면서 마주할 수 있는 충격적이고 복합적인 사건들과 그로 인한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드라마는 간단치 않은 삶의 이면과 복잡하고 다층적인 인간의 감정을 구현하는 ’어른들의 멜로‘로 흥미를 끌고 있다. 모완일 감독은 ”리얼하지 않으면 다 가짜가 돼 버린다“고 말하면서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리는 전략을 택했다. 국내 드라마 사상 최초로 6회까지 19금 편성을 결정한 것은 일견 자극적이기도 하지만, 부부들의 민감하고 내밀한 세계를 좀더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때문에 드라마에는 충격적이지만 현실의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장면과 대사들도 자주 등장한다. 이태오는 지선우에게 미안한 기색 없이 ”두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고 있다“, ’사랑에 빠진 걸 어쩌냐”고 당당하게 항변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간통죄 폐지 이후 달라진 불륜의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선우는 자신의 환자로 온 상간녀 여다경을 보고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그녀의 20대의 외모와 자신을 비교하기도 하고, 진료실에서 여다경과 날선 신경전을 펼치며 미묘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선우는 자신을 유혹하러 온 손제혁(김영민)에게 “여자라고 바람필 줄 몰라서 안피는게 아니야. 부부로서 신의를 지키며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제하는 거지”라면서 이태오의 항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에둘러 전한다.이를 통해 드라마는 이 시대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부부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상간녀와 애정 행각을 벌이는 장면은 보는 이를 경악하게 하지만 본능이라는 미명하에 점점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사람 사이의 ‘신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부부의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보면 이 시대의 부부가 살아가는 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극중 지선우는 “결혼이란 판돈 떨어졌다고 손 털고 나오면 되는 게임이 이나니다”라고 말한다. 그녀의 말처럼 결혼은 아마도 가장 복잡다단한 인간 관계의 축소판이다.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 다양한 감정이 존재한다. 이 드라마는 그런 관계의 위기에서 오는 감정의 균열을 매우 내밀하고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3. ‘부부의 세계’가 고급스러운 막장 드라마가 된 이유 이 드라마가 세칭 ‘고급스러운’ 막장 드라마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은 완성도 높은 만듦새에 있다. ‘부부의 세계’는 주현 작가가 썼지만,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와 ‘제빵왕 김탁구’ 등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의 감정과 서사를 흡인력있게 그려온 베테랑 강은경 작가와 강 작가가 운영하는 창작집단 ‘글라인’이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선후배 작가의 패기와 관록이 어우러저 완성도 높은 대본이 나왔다. ‘부부의 세계’는 연출과 편집에서도 영화 못지 않은 세련된 감각을 뽐낸다. ‘미스티’에서 감각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모완일 감독은 사랑과 배신과 복수라는 인간의 가장 강렬한 감정을 다양한 색깔로 펼쳐보인다. 지선우가 아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산시 댐근처로 데려가는 장면은 영국의 한 마을을 떠올릴 만큼 이국적인 배경에 긴장감이 몰아치는 편집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무게감 있는 BGM은 가끔 ‘감정 과잉’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드라마의 스케일을 확장한다. 여기에 배우들의 물샐틈 없는 연기는 화룡점점을 찍었다. 시청자들이 ‘잘 차려진 밥상’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제대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얹은 셈이다. 주인공 김희애는 정극에서 쌓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이를 변주한 치정멜로극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어 가고 있다. 김희애는 과거 라디오 DJ를 맡고나서 아나운서실에서 발음 교육 받을 정도로 철두철미한 태도로 유명하다. 연기와 작품 해석에도 그런 완벽주의가 묻어난다. 영화 ‘독전’ 등에서 악역으로 인지도를 쌓은 이태오 역의 박해준은 ‘국민 욕받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자기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연극 배우 출신의 김영민 역시 전작에서 쌓은 다양한 연기 공력을 바탕으로 지선우를 유혹하는 바람둥이 손제혁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다.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면서 ‘부부의 세계’를 막장 드라마가 아닌 ‘고급 스러운’ 불륜 드라마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물론 이 드라마는 영국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한국 실정에 맞게 바꿨다. 주연 배우 김희애도 “원작 보다는 고산이라는 도시에 사는 한국 지선우만을 생각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작품은 엄청난 속도감으로 몰입감을 높있다는 데 있다. 드라마는 원작의 시즌1에 해당하는 내용을 6회만에 정리하고, 7회부터는 이태오가 돌아오면서 또다른 복수를 시작하는 시즌2의 내용을 풀어내고 있다.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작을 한국식으로 재창조, 재가공함으로써 해외 원작이 가질 수 있는 간극과 이질감을 줄인 것도 흥행 요인 중 하나다. 물론 불륜과 복수를 소재로 하고 있다보니, 자극적인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말초 신경을 자극한다거나 과도한 충격 요법으로 눈길을 끌려는 장면들이 ‘과유불급’으로 작용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런 단점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덮지는 못할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이 ‘남의 집 싸움 구경’이란 말이 있지 않던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캐나다 간호사 1600명 매일 美국경 넘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이 국경의 벽을 높이고 있지만 예외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병원으로 매일 출근하는 간호사가 1600여명에 이른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캐나다를 향해 “3M 마스크 등을 수출하지 않겠다”며 벽을 높이는 사이 캐나다 의료진은 매일 국경을 오가며 미국의 ‘코로나19와의 전쟁’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전염병 확산에 맞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매일 국경을 넘나드는 이들 캐나다 의료진은 미국인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됐다. 반면 캐나다에서는 자칫 미국의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자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시간주에서만 코로나19 사망자가 1600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780명 수준인 캐나다 전체 사망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이 때문에 국경을 넘는 자국 의료 인력의 수를 대폭 축소하거나 차라리 미국에 머물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캐나다 당국 내에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내 전체 사망자가 2만 3000명을 넘어선 대재앙과도 같은 상황에서 바이러스와의 사투를 멈출 수 없다는 캐나다 의료진의 반응도 적지 않다. 디트로이트의 여성병원에서 일하는 캐나다 간호사 르네 암요트는 WP에 “캐나다 내에서 논란이 벌어지는 모습이 안타깝다”면서 “환자들도, 나도 국경을 신경 쓰지 않는다. (치료가 필요한) 모든 인간은 간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해외 의료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20만 3700명의 간호사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지만, 2018년 한 해 실제 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인력은 17만명에 불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이 강경해지면서 타국의 의사·간호사의 미국행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신규 비자 발급 자체가 중단되며 의료 취업 목적의 비자 발급도 불가능해졌다. 더불어 이민자 출신 미국 의료진조차 강경한 비자 정책에 따라 다른 주로 이동하는 것까지 제한을 받는 실정이다. 이에 토니 카데나스 캘리포니아 하원의원 등은 연방정부에 서한을 보내 “미국을 위해 봉사할 준비가 된 해외 의료진이 비자정책의 유연성 부족과 현재 이민제도의 한계 때문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국경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대책을 호소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인도, 트럼프가 간절히 원하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주겠다는데

    인도, 트럼프가 간절히 원하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주겠다는데

     인도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비축량을 늘리게 도와달라고 간청도 하고 겁박도 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약은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비슷한 것으로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일부의 주장이 있다.  인도 외무부는 7일(이하 현지시간) 내각 회의를 열어 논의한 결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파라세타몰 제제 가운데 “적절한 양”을 나눠주겠다면서 특히 “팬데믹(대유행)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나라들에게도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미국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 등 과학자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게임 체인저”니 해가며 2900만정을 확보했느니 떠들어대는 것도 이상한 대목이었다. 그는 전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브리핑 도중에도 만약 인도가 이틀 전에 공표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보복할 것이라고 으름장까지 놓는 상식 밖의 발언을 했다.  그런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앞서 의료 여건이 열악한 인도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도울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상황이었다. 그것도 정부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수출을 “어떤 예외도 없이” 금지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어서 더욱 문제가 됐다. 개인적으로 친하고 얼마 전 국빈 방문도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간청한다는 이유만으로 선의를 베풀 수 있다고 밝힌 것이었다.  당연히 두 가지 의문이 든다. 인도가 미국을 도울 위치에 있는지, 도대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인지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으며 그렇게 비싼 약도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치유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로는 구입과 이용에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됐다. 인도 정부가 지난 4일 전면 수출 금지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도의 코로나19 감염자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7일 오전 9시 39분(한국시간) 집계에 따르면 4778명, 사망자는 136명이다. 그런데 전면 수출 금지를 결정한 이틀 전만 해도 3666명, 100명 밖에 되지 않았다. 감염자와 사망자 모두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 보건부도 이르면 7일 국내 소비량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 약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제조하는 인도는 다른 나라를 도울 여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인도 제약협회의 아쇼크 쿠마르 마단은 “인도는 글로벌 시장과 내수를 모두 충분히 감당해낼 수 있다. 물론 국내 상황을 먼저 고려해야겠지만 우리는 능력이 된다”고 BBC에 장담했다.  그는 아울러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제조할 때 들어가는 API 성분의 수출을 중국이 막고 있다는 보도도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마단은 인도가 필요로 하는 API의 70% 정도가 중국에서 수입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해상으로든 공중으로든” 중국에서 계속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능에 대해서는 전날 백악관 태스크포스 브리핑 도중이나 연방정부 논의 과정에도 여러 차례 이견이 표출됐고 국내에도 어느 정도 소개됐다. 어떤 위중한 환자에게는 효과가 있었고, 어떤 다른 위중한 환자에게는 별 효과가 없었거나 심지어 심각한 부작용까지 관찰됐다는 것이다. 제임스 갤러거 BBC 건강전문 기자는 “실험실 연구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였으며 일부 도움이 됐다는 일화적인(anecdotal) 증거가 약간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환자에게 이 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임상 시험 결과가 없다. 이제 중국, 미국, 영국, 스페인에서 진행 중이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데 일부 성급한 환자들은 스스로 찾아 먹고 끔찍한 변을 당하기도 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허풍스러운 주장에 현혹돼 과다 복용해 숨지는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 의학 전문 잡지 란셋(Lancet)에 실린 한 논문은 이 약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용하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가 트럼프 같은 세계적인 지도자들의 언급이란 이유로 삭제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방송은 지적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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