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과세 강화 신중해야/박대근 한양대교수·경제학(정경문화포럼)
◎가계저축 위축·재산 해외도피 부작용/세율인하 통한 장기채권투자 유도를
정부는 신한국창조의 기치아래 금융실명제의 실시,부동산투기근절과 가격안정을 위한 세제개혁,기업에 대한 규제의 완화등을 포함한 일련의 경제개혁조치를 추진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이들 개혁조치들은 하나같이 여론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지당한 정책이어서 여기에 누군가가 의견을 더한다면 오히려 사족으로 보일 정도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경제에 장기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제개혁이 그 경제적 효율성이나 거시경제적 효과등에 대한 사전평가 없이 단지 여론이나 국민정서에 부응하여 이루어지는 경향에 대해서는 경종을 울려야 할 것이다.
요즈음 정부와 여당이 정책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속재산에 대한 과세강화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상속세와 증여세를 포함한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의 강화는 재벌의 소유집중,사회지도층의 부동산 과다보유 등을 목격해 온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소위 국민정서에 부응하는 정책이다.자식에게 물고기를주지말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말씀도 있지 않은가.그러나 상속재산에 대한 지나친 과세는 조세저항을 유발하는 이외에도 가계의 저축을 저해하고 재산의 해외도피를 초래하여 우리 경제의 성장에 필요한 투자재원을 잠식할 우려가 있는만큼 상속세 과세강화는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10%에서 55%까지,증여세는 15%에서 60%까지 다섯 단계의 세율을 가진 누진세 체계로 되어 있는데,법정세율 자체는 결코 낮은 수준이라 할수 없다.그러나 실제로는 사전상속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으며,상속재산중 부동산을 제외한 자산의 상당부분이 과표로부터 탈루되기 때문에 실효세율은 법정세율에 비해 훨씬 낮은 편이다.따라서 상속에 대한 법정세율을 구태여 인상하지 않더라도 실명제의 실시,금웅 전산망구축,조세행정상의 비리척결 등이 이루어지면 과표로부터 탈루되는 상속재산이 줄어들어 상속재산에 대한 실효세율은 대폭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실효세율의 상승은 가계의 저축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그 이유는 상속이 가계저축의 중요한 동기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가문의 번성을 중요시하는 유교문화권에 속한 나라의 경우 상속을 목적으로 한 저축동기가 매우 강할 것으로 추측된다.실제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가계저축률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제국의 가계저축률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인데,그 원인이 민족성이나 문화적요인에 있다는 주장도 팽배하다.이처럼 저축의 상당부분이 상속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상속재산에 대한 과도한 과세는 상속을 위한 저축의욕을 감퇴시키고 오히려 소비를 촉진시킬 것이다.극단적인 예로 상속세율이 1백%라면 아무도 구태여 상속재산을 남기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경제의 성장을 위한 투자재원조달에 큰 몫을 담당해 왔던 가계저축은 80년대 후반부터 과소비현상이 만연함에 따라 크게 둔화되었다.이러한 한국병이 채 치유되기도 전에 상속세 과세강화로 가계저축을 더욱 위축시킨다면 투자를 위한 재원조달을 어렵게 만들고 경상수지적자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따라서 정부는 단순히 상속재산에 대한 과세 강화만을 천편일률적으로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가계저축이 위축되고,재산이 해외로 도피되어 투자재원이 잠식되지 않도록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첫째로 상속재산이 과표로부터 탈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과세강화는 조세형평의 차원에서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그러나 과세강화에 따라 실효세율이 지나치게 상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오히려 법정세율을 하향조정하는 한편 기초공제 규모를 늘리고 과세구간을 재조정하여야 한다.
둘째로는 상속세와 증여세의 개편을 통해 상속재산의 구성에 있어서 부동산보다는 투자재원의 조달에 유리한 장기채권등의 비중이 높아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특히 우리나라가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회간접자본과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는 회임기간이 매우 길므로 장기채권에 의해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상속세를 통해 장기채권에 대한 수요증가를 유발할 필요가 있다.이를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하의 장기채권상속에 대해 비과세하거나 차등과세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