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그룹 제자리 찾아라/유재용 소설가(일요일 아침에)
우리 국민의 의식속에는 정치와 권력지향적인 성향이 꽤 짙게 배어들어 있다.그런 성향이 정치를 다른 분야보다 한 등급 우위에 올려놓고,권력을 숭상하는 풍조를 만들어 놓았다.
백성이 우매했던 시대에는 백성을 다스리는 정치가 우위에 놓이는 것이 당연하다 하겠다.윤리와 도덕도 정치의 보조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백성들은 극한상황이 아니라면 자신의 운명을 정치에 의탁하는데 길들여져 있었다.
○힘의 지배시대 끝나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우리국민은 의식이 깨어나고,귀와 눈과 입이 활짝 열려,평등해진 다양한 분야,다양한 가치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누릴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정치와 권력 지향적 경향이 만연해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랫동안 정치제일주의,그리고 정치 즉 권력이라는 등식관계가 절대적으로 인정되던 사회제도 속에서 권력남용에 시달려온 대다수 백성들의 깨어난 의식이 그런 반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보다도 우려되는 점은 정신적 엘리트그룹인 지성인들에게까지 그런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치가 혼돈된 시대에 방황하는 대중을 올바르게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는 정치가보다는 지성인,정신적 지도자들이다.방황하면서도 의식이 깨어 있는 현대의 대중은 힘의 지배에 의해서가 아니라 창조적 역량에 의해 인도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회와 그 사회에 속한 지도자와 대중의 관계 사이의 함수관계가 이루어진다.지도자와 대중을 잇는 견인력이 창조력일때 그 사회의 가치체계는 발전적으로 안정되고,지도자와 대중을 잇는 견인력이 지배적 힘일때 그 사회는 가치체계가 불안해지고 정체된다.
현대의 대중은 누구에게 종속되는 것을 거부하면서도 어떤 지도자가 자신들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하며,현대의 지성인들은 자신들의 지배적 위치를 부정하면서도 영향력을 지니기를 원한다.
결국 현대의 대중과 현대의 지도자 사이에는 묵계가 이루어져 있는 셈이다.모순 같으면서도 그런 관계가 성립되는 것은 생명의 신비와 비교될 수 있다.이런 신비로운 조화와 균형이야말로 생명을,사회를 유지하고 발전하게 한다.
○창조적 역량 발휘를
그런데 요즘 우리사회 엘리트그룹의 활동상황은 대중의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대중의 수준이 엘리트그룹의 능력과 균형이 맞지 않을 만큼 높아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의 정신적 지도자들은 한눈 팔지 말고 자신들의 수준을 끌어올리기에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한다.자신들이 창조적 역량을 발휘할 때만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온다는 사실을 새롭게 각성해야 하는 것이다.
권력이나 영향력은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권력을 행사하는 자리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한번 앉아보면 내놓기가 어려워진다.창조적 역량을 지닌 자는 마땅히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되,창조적 역량이 사라졌을 때는 깨끗이 그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한데 권력이나 영향력이 크든 작든 한번 맛보고 나면 떠나 보내기가 무척 힘들어진다.창조적 역량이 고갈되어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어도 막무가내로 그자리를 지키려고 한다.
이윽고 그는 창조자에서 폭력과 속임수를 사용하는 지배자로 탈바꿈한다.
○물러날줄도 알아야
우리시대 우리사회의 종교인,예술인,학자,정치인,기업인들이여.진실로 창조적역량을 지니고 그대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는 자는 손들어 보시오.이런 외침이 대중 사이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천직이란 말은 까맣게 잊어버리고,거리에 뛰어나가 목소리 높여 소리 지르는 것으로 이름을 얻고 자리를 차지하려는 지도자(?)들이 도처에 눈에 띈다.
정치우위,권력지향적 사고방식이 낳은 유산일 것이다.
새한국건설과 의식개혁운동은 방황하는 엘리트그룹이 제자리를 바로 찾아가고 그들의 의식속에 천직사상을,천직에 대한 사명감을 재정립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그리하여 그들이 외도하며 목소리 높이고 얼굴을 내밀지 않아도 보람과 영예를 안고 창조력 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분위기와 조건을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