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한보 외화도피 행태
국세청이 23일 대한생명,한보 계열사와 전 사주 등의 외화도피 혐의에 대해 검찰에 고발조치한 것은 기업자산 및 국부 유출을 강력히 차단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외환자유화 조치를 전후해 생길 수 있는 누수현상을 막겠다는 뜻이다.국세청이 평소와 달리 신속하고 이례적으로 세무조사 결과를 공개한 점도 세정당국의 단호한 자세를 보여준다.
국세청 고위관계자는 “이들 기업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기업들도 비슷한 관행에 따라 기업재산을 해외로 빼돌렸을가능성이 높다”면서 “앞으로도 혐의사실이 드러나면 어느 기업주와 기업을 막론하고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가공회사에 거액을 빼돌린 대한생명=정기법인세 조사과정에서 외화도피 혐의가 드러났다.조세피난지역에 가공회사를 차려놓은 뒤 사업명목으로 송금하고 손실로 처리해 빼돌리는 전형적인 외화도피 수법이다.대생은 지난 97년 8월20일케이맨군도에 ‘그랜드 밀레니엄 펀드(GMF)’를 설립했다.
최순영 전회장의 지시로 같은 해 8월22일과 9월24일에 5,000만달러씩 1억달러를 송금했다.이 펀드는 같은 해 10월까지 이중 8,000만달러를 해외회사 4곳에 무담보 대출한 것으로 처리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까지 신동아그룹 무역회사인 ㈜SDA인터내셔널이 위장 무역자금을 환수한 것처럼 속여 이중 6,900만달러를 국내에 들여와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나머지 1,100만달러의 사용처는 확인되지 않았다.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대생은 GMF에 송금한 1억달러 가운데 환차손을 제외한 1,900만달러만을 회수했다.최 전회장의 해외도피 규모는 최소1,100만달러에서 8,000만달러에 이르는 셈이다.
◇계열사 매각대금 은닉한 한보=동아시아가스(EAGC)는 사실상 정태수 전회장 일가가 100% 소유한 기업.공동대표 김형기·목인규씨도 정씨의 측근이라고 국세청은 밝힌다.대주주 정태수씨(43.62%)와 4남 한근씨(0.33%)의 관련여부가 수사의 초점이다.
EAGC는 지난 96년 8월29일 석유 및 가스 생산업체인 러시아페트롤리엄의 주식 1,237만여주(지분 27.5%)를 2,512만달러에 샀다.이어 97년에 900만주(지분 20%)를 5,790만달러에 팔았으나 2,520만달러에 판 것처럼 꾸며 3,270만달러를 해외로 빼돌려 지난 98년 10월 360억원의 세금추징을 당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지난해 12월 나머지 지분 7.1%(398만주)를영국 비피아모코사의 자회사에 팔면서 대금 1,991만달러를다시 빼돌렸다.국세청은 빼돌린 돈이 사업 재기자금 마련용일 것으로 보고 있으며,이외에도 해외 은닉 자금이 더 있을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선화기자 pshno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