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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뜨거운 축제·시원한 웃음

    8월, 뜨거운 축제·시원한 웃음

    축제의 계절이다. 공연예술의 본거지, 서울 대학로도 8월 한 달 동안 축제 현장으로 변신한다. ‘대학로, 당신의 여름휴가’를 내세운 마로니에 여름축제에 이어 잘 만든 희극을 만나는 코미디 축제가 관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서울 대학로 활성화를 위해 준비한 ‘2012 마로니에 여름축제’는 8월 3일부터 9일 동안 열린다. 첫회부터 축제를 진두지휘해온 배우이자 극단 배우세상 대표인 김갑수 총감독은 “대학로를 다시 공연예술문화의 중심지로 살려보자는 취지”라면서 “실험적이고 논리적인 형태의 공연으로 즐길 만한 대학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 포부는 프로그램에서도 드러난다. 연극·무용 외에 국악, 월드뮤직, 독립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기획물을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과 1층 씨어터카페를 중심으로 펼쳐놓는다. ‘대학로, 당신의 여름휴가’라는 콘셉트에 맞춰 캠핑장도 만들었다. ●3일 축제개막… 카페가 연극 무대로 3일 대학로예술극장 야외무대에서 김 총감독과 다이나믹 듀오, 브로큰발렌타인, 마임배우 이태건·강정균·김찬수가 참여하는 개막식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4일에는 대학로예술극장을 중심으로 블록파티가 열린다. 블록파티는 지역 주민들이 만드는 파티라는 뜻으로, 이날은 극장 앞 도로와 주차장이 파티장이다. 18년째 대학로 거리공연을 해온 통기타가수 윤효상·김철민을 비롯해 정원영밴드, 김바다밴드, 가자미소년단이 무대에 오른다. 씨어터카페도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먼저 극단 창작토마토가 선보이는 ‘커피플레이’가 눈에 띈다. ‘커피값을 누가 낼 것인가’를 주제로 설전을 벌이는 상황극으로, 편하게 커피를 마시던 곳이 무대가 되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밴드 밀크티가 어쿠스틱 음악을 선사하는 ‘쌉.달.콘’, 판소리와 창작음악으로 꾸민 ‘놀애 박인혜의 청춘을 노래하다’, 피리연주자 안은경의 ‘미로’, 소설가 문순태의 ‘대바람 소리’를 음악과 함께 읽는 시간 등이 이어진다. 애니메이션 감독들과 대담을 나누고,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청춘밴드’의 일부도 맛볼 수 있다.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는 퓨전국악콘서트 바이날로그의 ‘셋 유어 솔 프리’, 1990년대 춤꾼들의 성지를 재현한 ‘문나이트 클럽 향수를 찾아서’,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의 ‘판소리, 레인부츠를 신다’, 창작집단 툭의 무용극 ‘귀신의 집’, 재즈와 라틴댄스를 만나는 ‘쉘 위 댄스 위드 새바’, 음악가 하림과 친구들이 집시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낸 ‘집시 테이블’, 그라운드잼의 탭공연 ‘사운드 오브 탭 라이브’가 열린다. 예술가와 시민이 만나는 벼룩시장, 시민형 독립극장 ‘낙산씨네마’에서 영화상영도 마련했다. ●엄선된 정통희극 5편, 15일부터 정통희극을 만나고 싶다면 8월 15일부터 9월 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제2회 코미디 페스티벌’을 눈여겨보자. 한국공연예술센터가 공모를 통해 접수된 70여 편 중 5개 작품을 엄선했다. 오랜 기간 공연하며 관객의 사랑을 받은 인기작부터 초연작, 해외 고전희곡 등이 골고루 섞여 있다.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창작극 ‘에어로빅 보이즈’(15~19일)가 먼저 문을 연다. 20대에 헤비메탈의 일종인 데스메탈에 열광한 주인공들이 중년으로 접어들며 현실과 타협하고 피트니스클럽을 홍보하기 위해 에어로빅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코믹한 상황 속에 청장년층의 고민을 녹였다. ‘위선자 따르뛰프’(극단 수레무대·17~23일)와 ‘시라노’(창작집단 혼·27일~9월 2일)는 프랑스 작가들의 정통희극이다. 몰리에르(1622~1673)가 성직자로 가장한 사기꾼 따르뛰프를 통해 사회의 위선과 속물근성을 드러낸다면, 에드몽 로스탕(1868~1918)은 못생겼지만, 마음이 따뜻한 인물 시라노의 삶에서 사랑을 이야기한다. 맨씨어터의 ‘유쾌한 하녀 마리사’(22~26일)는 작가 천명관이 자신의 동명소설을 직접 각색했다. 소설은 남편 토마스의 외도로 괴로워하던 요한나가 자살을 시도하지만 마리사의 실수로 토마스가 죽어버렸다는, 독특한 복수극. 연극은 그 뒷이야기이다.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빠른 속도감을 두루 갖추었다는 설명이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이번 페스티벌에 ‘휴먼코메디’ 10주년 기념공연(29일~9월 2일)을 올린다. 백원길·권재원 등 초연 멤버들이 나와 손발이 착착 맞는 6인 14역의 진수를 보여준다. 마로니에 여름축제와 코미디 페스티벌 일정은 한팩 홈페이지(www.hanpac.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씨줄날줄] 힐링캠프/최광숙 논설위원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후 외도 사실을 고백했던 존 에드워드 미 상원의원의 부인 엘리자베스가 남편에 대해 착잡한 심경을 털어놓은 곳은 다름 아닌 ‘오프라 윈프리 쇼’였다. 혼외 자식까지 둔 남편과 이혼하지도, 그렇다고 용서하지도 못하는 엘리자베스에게 윈프리는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느냐.”고 가혹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그건 복잡한 질문”이라고 답했다. 이 쇼는 윈프리가 마치 스튜디오가 아닌 자신의 집 거실에 손님을 초대해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다. 진행자나 출연자는 물론 객석의 청중들까지 하나가 돼 함께 웃고, 울기도 한다. 한 방송의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도 윈프리 쇼를 차용했다고 할 수 있다. 명사들을 초대해 그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공감하고, 위안을 나누는 형식이 같다. 요즘 ‘힐링’(healing)이 대세다. 과거 ‘웰빙’과 ‘느리게 살기 운동’을 거쳐 이제는 마음을 위안하며 치유한다는 힐링이 이 시대의 화두가 된 것이다. 생활고·취업난·실업난 등으로 인해 삶이 고단하고 팍팍해져 그만큼 위로받고 격려받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힐링 열풍이 얼마나 거센지 방송가를 넘어 출판·광고·여행·음식 등에 이르기까지 힐링 자가 붙지 않는 것이 없다. 이른바 소비자를 위로한다는 ‘힐링 마케팅’이 전 산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포장마차에서 한잔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샐러리맨의 얘기를 다룬 박카스 광고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샐러리맨은 돈벌이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군인을 부러워하지만 군인은 백수가 부럽고, 백수는 그만둘 직장을 가진 샐러리맨을 부러워한다. 대선 출마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그제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최근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낸 데 이어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하면서 이 프로의 시청률은 18.7%로 자체 시청률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는 ‘자의든 타의든 이젠 대권후보’라는 질문에 “조만간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방송에 나온 이유에 대해서는 “오늘(18일) 새벽에 책을 탈고하고 지쳐서 저 역시 힐링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웃자고 한 얘기인 줄 알지만 마음에 걸린다. 물론 매사에 열심인 그도 힐링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국민들의 지지가 쏠리는 것은 그가 자신이 아닌 국민들을 힐링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라는 사실만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우리 문화·생활양식과 상관성 깊은 ‘화병’

    [Weekly Health Issue] 우리 문화·생활양식과 상관성 깊은 ‘화병’

    화를 병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너무나 일상적인 감정의 발현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든 속으로 감추든 화를 내고 이 때문에 속을 끓이는 일은 마치 숨을 쉬고 밥을 먹는 일처럼 흔하다. 그러나 이런 화가 병이 된다. 바로 화병이다. ‘화병’(hwa byung)이라는 질환명으로 국제 학회의 공인까지 받은 엄연한 질병이다. 이 화병이 우리, 그중에서도 여성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우리의 문화 또는 생활양식이 이 병의 발생과 깊은 상관성을 갖기 때문이다. 이런 화병을 두고 강원섭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먼저, 화병은 어떤 질병이며 한국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화병(火病)이란 분노의 억압으로 소화불량·숨이 참·피로감·한숨·가슴에 덩어리가 있는 듯한 먹먹함 등의 신체 증상에다 우울·불안 등 정서적 증상을 보이는 증후군이다. 분노가 화, 억울함, 한(恨) 등의 감정 상태로 장기간 지속된 경우에 해당하는 화병은 미국의 정신장애진단편람에 ‘한국인에게 고유한 문화 관련 증후군’으로 명시돼 있으며 ‘분노증후군’으로 부르기도 한다. 한국인에게 한(恨)이라는 정서는 특별한데 잦은 외침과 동족상잔 등 역사적으로 반복된 비극에다 차별적인 신분제도,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오는 억압과 억울함, 분노 등의 감정이 억압되고 축적돼 형성된 정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왜 화병이 문제가 되는가. 화병은 다른 신경증적 장애와 공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화병 발병 후 많은 시간이 경과해 다른 장애가 함께 생긴 다음에야 환자가 병원에 오기 때문이다. 일단 화가 나면 혈압이 오르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만성적으로 분노를 유발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이런 분노가 적절히 처리되지 않으면 만성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우울장애, 불안장애, 신체화장애 뿐아니라 분노와 관련된 고혈압, 심장질환 등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화병을 질병으로 인식해 조기에 발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은 무엇인가. 개인보다 가정과 사회, 체면 따위를 중시하는 분위기 때문에 화를 참거나 억압하는 것이 문제다. 화병의 1차적 원인은 화다. 분노를 유발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억울함, 분함, 한과 같은 정서가 축적돼 화병으로 발전한다. 경제적 곤궁, 가정에서의 폭력과 학대, 남편의 외도에 따른 상처 등 부정적 경험이 화병을 유발하기 쉽다. 또 남편의 폭력이나 고부 갈등 등 불공평한 사회적 상황이나 사업 실패, 고립, 차별 등의 경험이 수치심을 유발하고 자존감에 상처를 내며 이게 만성적인 피해 경향으로 남아 화병에 취약한 상태로 만든다. ●어떻게 화가 병으로 발전하는지 경위를 설명해 달라. 화병은 화를 참고 참아 나타난 결과다. 분노는 인간의 기본적 감정인데 화병 환자에게서는 만성적으로 화가 억압되면서 분노의 억제를 뜻하는 신체 증상이 유발된다. 분노의 표현은 화난 기분과 열감, 치밀어 오름 등 분노의 신체적 반응으로 나타나거나 가슴 답답함, 목·가슴의 덩어리 등 분노의 분출을 뜻하는 신체적 증상 등으로도 나타난다. 희생양으로서의 억울함, 외부적 이유나 불행, 실패에서 오는 분함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화병의 증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화병의 유병률과 발병 추이를 설명해 달라. 화병은 가족 내 갈등에 노출되기 쉬운 중년 이후의 여성에게 많은 만성 장애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역학연구 결과 ‘화병이 있다’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4.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증상은 부분적으로 분노가 억압되거나 표출되는 형태를 보인다. 가슴 답답함, 열감, 치밀어 오름, 가슴에 덩어리가 맺힌 듯한 느낌에다 억울함, 분함, 한, 입마름, 두통, 어지러움, 불면, 가슴 두근거림, 저리거나 떨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 우울 및 불안장애, 신체화 장애에서도 보이는 슬픈 기분, 눈물, 불안, 식욕 감퇴, 죄책감, 쉽게 놀라는 증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검사와 진단은 어떻게 하나. 화병은 우울장애, 기분부전장애, 불안장애, 적응장애와 신체형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때문에 흔히 우울증으로 진단되기도 한다. 화병을 진단하는 특이적인 검사 및 진단체계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화가 나고 억울하거나 분한 사건이 유발인자로 존재하며, 이런 요인이 있음에도 주변 사정 때문에 참아왔으며 수개월 이상의 만성적 증상이라면 화병으로 간주한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화병은 화나 분노, 억울함과 분함, 분노의 행동 표현, 열감, 증오심, 한 등의 유무 외에 속에서 치밀어 오름, 가슴 속 덩어리, 가슴답답함, 두근거림, 입 마름, 한숨, 잡념, 하소연 등의 증상을 고려해 진단할 것이 권고되고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치료의 목표는 화를 줄이는 것이며 분노를 초래한 상황을 재경험하게 함으로써 긴장, 불안을 완화시키거나 힘든 감정을 표현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 정신과적으로는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고 신체 증상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치료를 통해 분노의 감소를 유도한다. 약물로는 항우울제와 항불안제가 주로 사용되며 분노 조절에 필요한 분노 다루기 및 인지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가족도 화병의 중요한 병인이기 때문에 가족치료나 부부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다. ●화병과 관련한 정책적인 문제는 없나. 화병은 불공정함에 대한 느낌 및 부당한 사회적 압박과도 일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사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법과 사회적 시스템이 사회적 약자를 더 많이 배려해야 하며 여성에 대한 불공정한 처우도 당연히 개선되어야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나라 뒤흔든 고려왕실 ‘남녀상열지사’

    ‘만둣집 상인에게, 절 지주에게, 술집 남정네에게, 심지어 우물 용(왕을 은유한다)에게 손목 잡히고, 잠자리를 한다.’ 고려가요 ‘쌍화점’을 요약하면 이렇다. 내외의 법도가 지엄한 조선시대 사대부가 보면 헛기침을 하면서 남세스럽다고 할 만큼 후끈하다. 엄격한 유교사회였던 조선에 비해 고려 사회는 재산상속이나 부모 봉양 등에서 남녀의 권리와 의무가 비등했다. 이혼과 재혼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이런 분위기에서 철저히 소외된 계층이 왕실이다. 순수 혈통을 이어 가기 위한 족내혼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략결혼이 성행했다. 서민들은 남편과 사별하면 어렵지 않게 재혼했지만, 왕후는 여생을 홀로 살아야 했다. 고려의 왕 34명 가운데 천수를 누린 왕은 몇 명에 불과한 것을 보면, 남은 젊은 왕후들이 ‘소박한 애정’을 찾았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고려왕가 스캔들’(이경채 지음, 현문미디어 펴냄)은 그런 고려 왕실의 남녀상열지사가 고려 정사(政事)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적했다. 책은 고려왕실의 대표적인 스캔들로 꼽힐 만한 천추태후(헌애왕후)와 김치양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고려 6대 왕 성종의 동생 천추태후는 남편 경종과 사별한 뒤 외척 김치양과 사통(私通)했다. 대로한 성종이 김치양을 귀양 보냈으나 천추태후가 목종을 대신해 섭정하면서 김치양은 부활했다. 심지어 둘 사이에 아들이 생기면서 왕부(王父)의 포부가 커졌다. 문제는 경종의 비 헌정왕후가 사가로 나온 지 10년 만에 숙부 왕욱 사이에서 낳은 순혈 대량원군(왕순)이었다. 천추태후와 김치양은 대량원군을 제거하기 위해 수많은 역모를 꾸미고 고려 왕실은 정치 소용돌이에 빠졌다. 고려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이자겸이다. 이자겸은 고모 셋이 모두 11대 왕 문종의 비가 되면서 정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심지어 누이 장경궁주가 순종의 비가 되면서 이자겸의 영화는 영원무궁해 보였다. 하지만 순종이 즉위 석 달 만에 유명을 달리하는 바람에 스물도 안 된 장경궁주는 사가에서 독수공방을 시작했다. 이때 눈에 들어온 것이 노비 태산이니, 많이 아는 식으로 말하자면 둘이 영화 ‘변강쇠’ 한 편 찍었다. 이 소문이 선종의 귀에 들어가 이자겸의 파직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자겸은 22년간 와신상담한 끝에 외손자 인종이 즉위하자 자신의 딸들을 안기면서 다시 권력을 탐했다. 책은 의종의 둘째 딸 안정궁주의 외도를 꺼내들어 왕실 여인들도 여염집 아낙들과 다르지 않은 욕망이 있었음을 이야기하고, 충혜왕과 부인 덕녕공주의 일화로 치열하고 어지러운 고려말 조정의 상황을 살핀다. 근친혼과 불륜 수준이 막장 드라마 이상이지만 고려왕실 일탈의 기록 정도로 넘기기엔 왕실정사와 인물열전이 꽤 흥미롭게 진행된다. 1만 3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부인 외도 막으려 그곳에 자물쇠를…엽기남 체포돼

    부인 외도 막으려 그곳에 자물쇠를…엽기남 체포돼

    부인의 외도를 예방하기 위해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 인도 남자가 수갑을 찼다. 인도 인도르에 사는 43세 기계수리공이 부인의 은밀한 곳에 피어싱을 하듯 구멍을 뚫고 자물쇠를 건 혐의로 체포됐다고 외신이 19일 보도했다. 남자가 30대 후반의 부인에게 몹쓸 짓을 한 건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남자는 친척 중 여자의 외도로 가정이 파탄나는 걸 여러 번 본 뒤 의처증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유없이 부인을 의심하던 그는 결국 부인의 음부에 구멍을 뚫고 자물쇠를 걸었다. 출근을 하면서 열쇠는 항상 몸에 지니고 나갔다. 남자의 몰지각한 행각은 최근 자살을 시도한 부인이 병원에 실려가 감춰왔던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경찰은 남자를 체포했다. 남자는 잔학행위와 상해 혐의로 기소됐다. 남자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뒤에야 부인의 자물쇠를 풀어주곤 했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한편 여자는 남편이 딸에게도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voniss@naver.com
  • [런던올림픽 D-8] 무한도전, 그들의 마지막 승부

    [런던올림픽 D-8] 무한도전, 그들의 마지막 승부

    올림픽은 비정한 무대다. 금메달리스트가 아니면 기억되지 않는다. 평생 한 번도 나가기 어려운 올림픽을 몇 번씩 출전하면서도 스포트라이트 한 번 받지 못한 선수들은 차고 넘친다. 코앞으로 다가온 런던올림픽을 마지막 무대 삼아 생애 첫 금메달을 노리는 노장들이 여기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수십년간 땀과 눈물을 벗 삼아온 이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사이클 조호성 한국 사이클의 대들보인 조호성(38·서울시청). 이름 석자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부터 시작해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지만 메달을 딴 적은 없다. 1999년 월드컵시리즈 포인트레이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종합 우승했고, 4차례 참가한 아시안게임에서 내리 금메달을 땄으며, 2005년 경륜으로 전환한 뒤에는 47연승의 절대강자로 군림했지만 딱 하나가 없었다. 올림픽은 그에게 영광을 허락하지 않았다. 애틀랜타에선 7위에 그쳤고, 2000년 시드니대회에선 1점 차로 4위를 했다. 잠시 경륜으로 외도했지만 마음이 머무는 곳은 올림픽 무대였다. 결국 불혹을 앞두고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이번에 정식종목이 된 옴니엄이다. 이틀 동안 6개 종목(플라잉 랩, 포인트 경기, 제외 경기, 4㎞ 개인 추발, 15㎞ 스크래치, 1㎞ 독주)을 치러 순위를 가린다. 지난 2월 런던에서 열린 트랙월드컵 옴니엄 경기에서 은메달을 따며 조호성은 첫 올림픽 메달 꿈에 한발짝 다가섰다. ●하키 여운곤·이선옥 선수단 남자 주장을 맡은 하키대표팀 맏형 여운곤(38·김해시청)은 런던이 4번째 밟는 올림픽 무대다. 동기들은 이미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지만 금메달 하나를 바라보고 또 스틱을 잡았다. 매번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란 각오로 필드에 섰는데 이제 정말 마지막일 수밖에 없다. 김윤동 감독은 “나이가 있지만 체력은 대표팀에서 중간 정도일 정도로 몸관리를 잘했다. 풀타임은 소화하지 못하겠지만 위기 때 필드에서 동생들을 다독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자팀 맏언니 이선옥(32·경주시청) 역시 화려한 은퇴를 꿈꾸고 있다. 2004년 아테네대회 이후 결혼과 출산으로 필드를 떠났다가 베이징올림픽을 1년 앞두고 다시 스틱을 잡았던 이선옥은 사상 첫 금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핸드볼 윤경신 올림픽 무대를 자주 밟기로는 윤경신(39·대한핸드볼협회)을 따라올 선수가 없다. 경희대 1학년이던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를 시작으로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에 이어 5번째 올림픽 출전 기록을 썼다. 현역 중엔 최다 출전이고, 역대로 따져도 이은철(사격), 허승욱(스키), 오성옥(핸드볼), 이규혁(스피드스케이팅)에 이어 다섯 번째다. 1988년 서울대회 은메달 이후 끊긴 메달 맥을 잇겠다는 윤경신은 “생애 마지막 올림픽에서 기수로 선정돼 영광이다. 반드시 금메달을 획득해서 기수의 자부심을 지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서울광장] 교육대통령을 보고 싶다/곽태헌 논설위원

    [서울광장] 교육대통령을 보고 싶다/곽태헌 논설위원

    지난 15일 민주통합당 박준영 전남지사의 대선 출마선언을 끝으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대선 주자들이 모두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는 무소속이지만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만 출마선언 시기를 놓고 장고(長考) 중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대선 주자들은 당내 경선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1차 관문을 통과해 코리안시리즈(대선 본선) 티켓을 딴 것이나 마찬가지다. 민주통합당 경선 1위는 안철수 원장과 코리안시리즈 진출을 위한 플레이오프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대선 주자들은 출정식에서 하나같이 미사여구로 장식한 출마의 변과 공약을 늘어놓았다. 이렇게만 된다면 대한민국은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고, 국민의 삶도 하루하루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각 부문별로 달콤한 공약들을 남발했지만, 교육분야의 핵심을 짚은 공약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교육이 얼마나 중요하고, 대학입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아는 대선 주자들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대선 유력 주자의 자녀 가운데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없는 게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그나마 민주통합당 정세균 상임고문이 사교육 폐지를 주장한 게 눈길을 끌고,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논술고사를 폐지하겠다는 게 그런대로 핵심에는 근접한 편이다. 신한은행이 지난 5월 말 전국 24~59세의 고객 15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은퇴 준비의 장애요인으로 자녀 교육비를 꼽은 사람이 22.3%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들은 자녀 교육비로 월 평균 134만원을 쓰고 있다고 했다. 보통 월수입의 30~40%가 자녀의 교육비로 들어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녀의 사교육비 때문에 등골이 빠지고 빚이 늘고 있지만 대선 주자들은 강 건너 불구경 식이다.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려면, 정세균 고문의 공약대로 사교육을 강제로라도 없애면 될 일이다. 하지만 군사정부도 아닌 요즘에 이렇게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대학입시 제도를 손대야 한다. 대학입시 제도가 갈수록 복잡해져 각종 과외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미국 물을 어설프게 먹고 돌아온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비롯한 관리들이 미국의 입시제도를 그대로 따라하기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하고 있다고 해서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은 잘못이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뽑는다고 하지만, 말이 그렇지 정작 가능성을 보이기 위한 각종 스펙을 쌓으려면 재력이 있는 부모나 사회적인 지위가 높은 부모를 만나는 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내신 과외와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과외는 기본이고,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가려면 각종 외국어 인증을 받기 위한 과외, 대학생 수준인 AP(Advanced Placement)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과외도 해야 한다. 각종 경시대회 참가는 기본이다. 보통 가정의 자녀들은 돈 문제로 엄두조차 낼 수가 없다. 대학시험이 ‘돈 놓고 돈 먹기 식’ 시험이 아니라면, 입시제도를 단순화해야 한다. 대학의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과거 예비고사(현재 수능)와 본고사로 신입생을 선발하던 1980년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과거처럼 농·어촌의 자녀들이 명문대에 다수가 합격해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가 다시 될 수 있다. 각종 퍼주기 식 공약을 무책임하게 남발하는 대선 주자들이 대학입시 제도, 교육제도의 문제점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어 걱정스럽다. ‘국민 마음속에 꿈을 심는 대통령’(박근혜)도 좋고, ‘농부대통령’(박준영)도 좋다. ‘사람이 먼저’(문재인)라는 슬로건도 좋고, ‘저녁이 있는 삶’(손학규)이라는 슬로건도 좋다. 하지만 자녀를 둔 서민·중산층이 원하는 것은 말뿐인 구호나 슬로건이 아니라 사교육비를 대폭 줄여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다. 그래야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도 만들어갈 수 있다. tiger@seoul.co.kr
  • “제주도민증 발급해주세요”

    국내외에 거주하는 제 주 출신자에게 발급하는 제주도민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1월부터 발급을 시작한 제주도민증 발급 건수가 지난해 2만 1617명, 올해 상반기 6417명 등 지난달 말까지 2만 8034명에 이른다고 17일 밝혔다. 지역별로는 서울 1만 119명, 경기 7565명, 부산 2478명, 경남 2230명, 인천 1116명, 울산 1028명, 대전 576명, 대구 484명 등이다. 국외는 일본 238명, 미국 20명, 호주 4명, 캐나다·중국 각 2명 등 266명이다. 이들의 직업은 회사원 5775명, 학생 4890명, 주부 3340명, 교사·교수 1297명, 사업가 1246명, 공무원 710명, 의료인 512명 등이다. 이같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도민증 소지자에게 도민과 마찬가지로 제주도 직영 박물관·기념관·관광지·골프장 이용료를 비롯해 완도와 목포, 부산, 인천, 녹동, 마라·가파도 등 6개 항로의 국내 여객선 요금을 20% 할인해 주기 때문이다. 제주를 오가는 국내선 항공료도 10∼15%를 할인해 준다. 제주도는 본적이나 원적을 제주에 둔 12세 이상의 재외도민과 배우자(직계비속 포함)에게 재외도민증을 발급하는 내용의 ‘제주도 재외도민 지원조례’를 제정,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커버스토리-대한민국은 휴가 스트레스] 88만원 세대 “무급휴가 처리… 넉넉한 휴가? 파산해요”

    [커버스토리-대한민국은 휴가 스트레스] 88만원 세대 “무급휴가 처리… 넉넉한 휴가? 파산해요”

    “여름휴가요. 딴 세상 이야기죠.” A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강모(27)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여름에도 휴가를 포기했다. 비정규직인 강씨도 비록 3일이지만 여름휴가를 쓸 수 있다. 문제는 휴가가 유급이 아닌 무급이라는 점이다. 휴가를 쓰면 3일간의 급료가 빠지는 것이다. 강씨는 “휴가를 안 가고 출근하면 하루에 7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데 3일간 휴가를 가면 21만원이 날아간다.”면서 “월급이 130만원인 상황에서 21만원은 상당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또 “가까운 곳이라도 움직이면 돈을 쓸 수밖에 없는데 받는 돈은 없으면서 쓸 곳만 생기는 휴가라면 가도 마음이 편치 않다.”고 털어놓았다. ●휴가도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심화 20~30대 비정규직인 이른바 ‘88만원 세대’에 휴가는 사치다. ‘빈곤한 휴가’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들은 “어느 항공사 광고처럼 어디까지 가봤다가는 개인파산을 신청해야 할 형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뚜렷한 양극화 현실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도 제도적으로는 휴가가 보장돼 있다. 게다가 무급이 아닌 유급휴가다. 2007년 7월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동일 노동을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과 근로시간, 연차유급휴가, 출산휴가 등에 대한 차별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현장은 다르다. 통계청이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유급휴가를 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정규직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유급휴가 수혜율은 2004년 24.6%(정규직 58.2%)였지만 2005년 22.7%까지 떨어졌다. 올 3월 현재 32.3%로 다소 높아졌지만 정규직 69.0%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실정이다. 정규직처럼 휴가를 즐기면 가뜩이나 적은 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탓에 비정규직에게 휴가는 꿈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차별을 시정해 달라는 신고를 피해 당사자가 직접 해야해 실제 신고는 이뤄지기 어렵다.”면서 “현재 정규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비정규직의 유급휴가 수혜율을 잘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알바생 “두달 꼬박 일해야 등록금 마련” 유급휴가 개념 자체가 없는 아르바이트생의 사정은 더 나쁘다.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 준비를 하는 한모(23·여)씨는 “시간당 돈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휴가를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올 3월 현재 시간제 근로자의 유급휴가 수혜율은 6.3%에 불과했다. 100명 중 6명만이 급료를 받으며 휴가를 갈 수 있었다는 얘기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선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H대 3학년 김모(24)씨는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물건 나르는 일을 하는데 점심값을 포함해 일당 7만원을 받고 있다. 김씨는 “하루 6시간씩 두 달을 꼬박 일해야 2학기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어 먼 여행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면서 “모 항공사 광고에 나온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카피 문구를 보면서 나는 ‘물류창고까지 와 봤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등학생 과외도 한다. 김씨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의 경우 과외비는 생활비로 들어가기 때문에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친구들은 방학 때 추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필수”라고 전했다.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현실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도 유급휴가와 관련된 차별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는 일로 감내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고용주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법으로 정해진 유급휴가를 쓸 수 있는 권리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호·김동현기자 sayho@seoul.co.kr
  • [13일 TV 하이라이트]

    ●특별 생방송 헌혈, 생명을 나눕시다(KBS1 오후 2시 10분) 헌혈은 생명을 나누는 기부다. 우리가 흔히 가진 헌혈에 대한 오해는 무엇일까. 개그맨 김경진과 나인뮤지스와 함께 서울 시내에서 헌혈캠페인을 펼친다. 시민들의 오해는 무엇이며 진실은 과연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또한, 스튜디오에서는 개그맨 김학래, 탤런트 이현경 등이 함께한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2(KBS2 밤 11시 5분) 어느 날 부부클리닉 위원회에 한 부부가 찾아왔다. 남편이 벌어 오는 돈으로 살림을 하며 사는 평범한 주부. 여기저기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하며 알뜰하게 돈을 모아 수천만원의 비자금 통장을 만든다. 한편, 아내의 비자금 통장을 알게 된 남편은 아내의 비자금을 믿고, 직장을 그만두고 레스토랑을 차린다. ●일일연속극 그대 없인 못살아(MBC 밤 8시 15분) 상도에게 인혜가 다녀갔었다고 전화하는 가영. 상도가 전화를 그냥 끊어버리자, 가영은 상도의 회사로 찾아간다. 한편, 인혜 역시 상도의 회사를 찾고 세 사람이 한자리에서 만난다. 상도는 인혜에게 자신의 외도를 인정한다고 한다. 그러자 인혜는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말한다. ●궁금한 이야기 Y(SBS 밤 8시 50분) 지난 6일 오후,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납치극이 벌어졌다. 누구도 모를 줄 알았던 이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바로 어느 유명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저희 할아버지가 납치됐어요.’라는 글이 실리고 나서부터였는데…. 과연 야심한 밤도 아닌, 보는 눈도 많은 대낮에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 ●명의(EBS 밤 9시 50분) 영양과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나라에서 발생률이 높은 호흡기 질환. 하지만, 예외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발생률과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 이유는 발생률에 반해 호흡기 질환에 대한 인지율이 낮기 때문이다. 전염성이 높은 폐결핵은 특히,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호흡기 질환의 예방과 치료, 그리고 완치까지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대뜸 토크(OBS 밤 7시 5분) 대권 정국의 주연들을 ‘대뜸’ 찾아가 그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신개념 토크쇼를 시작한다.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힌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를 찾아간다. 임태희 후보는 대권 도전에 대한 솔직 담백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권혜정 여사와의 달콤한 로맨스를 전격 공개한다.
  • [중국통신]가정 폭력에 스와핑까지? 막장 남편 충격

    잦은 외도와 가정 폭력까지 참고 견디던 아내가 남편의 ‘변태’ 행위에 드디어 이혼을 선언하고 나섰다.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 29일자 보도에 따르면 장(張)씨는 남편 류(劉)씨와 2006년 결혼을 한 이후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가정을 외면한 채 남편은 항상 밖으로만 돌았고, 여자 문제도 늘 끊이지 않았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면서도 급한 성격에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이 무서워 장씨는 속으로만 화를 삭혀야 했다. 그러던 지난 해 10월 무렵, 류씨가 푸젠(福建) 출신의 여성과 만나기 시작하면서 장씨의 인생은 더욱 꼬였다. 남편의 애인이 류씨에게 “당신의 부인이 ‘스와핑’에 동의해야만 잠자리를 갖겠다.”는 말도 안되는 제안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때부터 장씨는 류씨로부터 “(애인의) 남편과 관계를 가지라.”는 요구를 받았다. 장씨가 수차례나 거절하자 류씨는 급기야 장씨를 감금하고 구타하며 그녀를 괴롭혔다. 남편의 폭력과 변태성향에 지칠대로 지친 장씨는 결국 집을 박차고 나왔고 올해 6월 용기를 내 법원에 이혼 소송을 했다. 재판에서 장씨는 “남편은 나를 자신의 재산으로 여겼을 뿐 한번도 존중한 적이 없다. 한번은 입에 술을 들이부어 죽을뻔한 적도 있었다.”며 “응급실에 실려가 겨우 살았는데 남편은 자기가 나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그간의 고통을 털어놨다. 한편 류씨는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면서 “성강박증이 있어 욕구가 충족되야만 스트레스가 해소되었다.”고 말했다. 법원은 “류씨가 가장의 책임을 다 하지 않고 아내를 폭행해 장씨의 심신에 큰 상처를 입혔다.”며 장씨의 이혼 소송을 받아들였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씨줄날줄] 과외금지/곽태헌 논설위원

    1980년 7월 30일 국가보위비상대책 상임위원회는 대학입시 본고사를 없애고, 예비고사(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과 고교 내신성적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내용이 포함된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본고사를 대비해 왔던 당시 고3 수험생과 재수생들은 황당해했고, 대입에 반영되지 않았던 탓에 내신에 신경쓰지 않았던 수험생과 재수생들은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불과 대입이 몇달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하룻밤 사이에 입시제도를 뜯어고친 것은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준 무모한 ‘졸작’이었다. 1979년 10·26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12·12를 거치며 실권을 장악한 서슬퍼런 사실상의 군사정권 시절이니 이런 무지막지한 정책이 가능했다. 당시는 고(故) 최규하 전 대통령 시절이었지만 ‘명목상’이었고, 최고실력자인 육군 중장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던 때였다. 상식과 합리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었지만, 당시 어느 언론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서민과 중산층의 환영을 받은 대책은 ‘과외금지’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많은 욕을 먹지만, 지금도 “잘했다”는 말을 듣는 게 ‘과외금지’다. 요즘보다야 덜했지만 그때에도 학원이나 과외는 성행했다. 국보위는 국영기업체 임직원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와 의사, 변호사 등 사회지도급 인사들에게 어떤 형태의 과외공부도 자녀에게 시키지 말도록 했다. 모든 교수와 교사의 과외수업 행위도 금지하고, 중·고등학생들이 사설학원에서 수강할 수 없도록 했다. 전두환 위원장의 말이 곧 법으로 통하던 시절이었으니 이런 게 가능했다. 민주통합당 정세균 상임고문이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개헌을 해서라도 사교육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요즘 많은 학부모들은 “전두환(전 대통령)이 다시 나와서 과외를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과외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도 크고, 과외를 해야 하는 자녀들도 안쓰럽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입시 제도가 갈수록 재력가와 사회지도층 자녀에게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 수능과외는 물론이고, 내신·논술과외도 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다 뭐다 해서 각종 스펙도 쌓아야 한다. 점점 더 ‘개천에서 용 나는’ 게 어려운 사회가 되고 있다. 과외가 금지되면 보통시민의 자녀들도 기득권층의 자녀와 겨뤄볼 만하다. 신분 상승의 걸림돌이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나는 나라, 사회라면 희망은 없다.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16) 연산군과 김일손

    [선택! 역사를 갈랐다] (16) 연산군과 김일손

    세조의 치세가 열리는 길목은 가파르고 무서웠다. 많은 죽음이 널렸고, 한때의 임금은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목숨을 빼앗기고 제사도 받지 못하였다. 또한 문종의 현덕왕후까지 ‘왕이 아닌 자의 어미’라는 이유로 폐출되었다. 문종에 앞서 소릉에 묻혔기 때문에 ‘소릉폐치사건’이라고 한다. 공포와 쇠락의 시대, 김종직의 ‘조의제문’은 일탈과 분노의 서사였다. 세조의 공신들은 정변과 찬탈의 전리품을 즐겼다. 유학의 수기치인과 의리명분을 벗어난 화려한 외도였다. 역사의 상흔을 감추고 기억을 억압하였다. ‘사관의 이름을 적으면 바른 사초가 어렵다.’라고 말하는 관료들도 죽였다. 또한 남이의 옥사와 성종 즉위를 빌미로 공훈을 보탰다. 이들에게 세조는 ‘불세출의 중흥주’였다. 1478년(성종 9) 4월 이심원이 세조 공신의 퇴진을 상소하고, 이레 후 남효온은 소릉복위를 주장하였다. 철벽같은 권력에 대한 도전이며, 누구도 말하지 못한 금기를 들춘 것이다. 이심원은 성리학에 조예가 깊은 종친이며, 남효온은 태종 때 영의정을 지낸 개국공신 남재의 후예였다. 이 둘은 평소 친분이 깊었고, 논지는 서로 연속하였다. 새 정치 질서를 모색하자면 진실을 밝히고 상흔을 치유하자는 바람을 담았다. 기억운동, 역사운동의 시작이었다. ●왕실의 분란, 또 다른 비극을 잉태하다 남효온이 세조의 최대 흠결을 적시하며 국가의 도덕성 회복을 주장할 즈음 왕실은 원자를 낳은 중전 윤씨 문제로 분란에 휩싸였다. 중전 윤씨는 결국 폐서인되어 사저로 쫓겨났다가 3년 후 환란의 싹을 자른다는 포고문과 함께 사약을 받았다. 원자가 7살이던 1482년 8월 세자 책봉이 있기 반년 전이었다. 폐비의 묘는 버려지고 제사도 없었다. 1489년 5월 수호와 제사에 관한 방침이 처음으로 정해졌다. 수령이 주관하였으며, 기일제(忌日祭)가 아닌 명절의 속절제(俗節祭)였다. 물론 묘호나 사당도 없었다. 다만 제례의 물품만은 ‘죽은 왕비’의 예로 하였다. 세자의 마음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미래의 국왕을 배려한 고육책이었다. 폐비 윤씨를 제사지냈던 그해 겨울 남효온이 경상도 의령에서 ‘육신전’을 탈고하였다. ‘사육신충신론’이었다. 이듬해(1490) 3월 김일손은 경연에서 “노산군은 유약하여 책무를 이기지 못하였을 뿐이지 종사에 죄를 짓지 않았음”을 이유로 입후치제(立後致祭)를 건의하였다. 이때 무오사화로 밝혀진 사초를 작성하였다. “노산군의 시체를 숲 속에 버려서 한 달이 지나도 거두는 자가 없자 까마귀와 솔개가 날아와 쪼았는데, 한 동자가 밤에 짊어지고 달아나서 물에 던졌는지 불에 던졌는지 알 수 없다.” ‘세조실록’의 ‘예로서 장사 지냈다.’는 사론과는 전혀 달랐다. 그리고 ‘김종직이 과거 들기 전에 꿈속에서 보고 느낀 바가 있어 충분(忠憤)을 부쳤다.’는 평가와 더불어 ‘조의제문’ 전문을 옮겨 놓았다. 또한 현덕왕후의 복위를 상소하고는 사초에 “소릉의 관을 바닷가에 버렸다.”고 적었다. 몰래 살폈던 길 위의 노래, 억압된 기억과 기록을 사초에 담았던 것이다. 왕조실록에 실리면 노래는 불멸의 증언이 되고 야사는 국가의 정사가 된다. ●치유와 화해로 미래를 열어야 김일손은 일찍부터 문명이 높았다. 1486년 식년문과에 제출한 ‘중흥대책’(中興對策)은 인구에 비장하였다. 여기에 역대 왕조의 일치일란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하면서 당대를 ‘중쇠’(中衰)로 규정하였다. 중쇠에서 중흥의 기회로 삼는 길은 간명하였다. “천지의 억울함을 풀고 일월의 어둠을 걷어내야 비로소 기강과 법도가 찬연하게 수복되고 예악문물이 가지런히 거행되고 마침내 중흥할 수 있다.” 즉 과거의 상흔을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한 것이다. 재야의 역사운동이 조정에 점화하였다는 의의가 있다. 한편 역사운동은 과거로 돌아가기가 아니라 과거에서 교훈 찾기였다. 김일손은 심온 일가를 멸문시키고도 중궁 심씨는 끝까지 보전한 태종의 도량을 새삼 되살렸다. 또한 두 왕자를 부왕에게 희생된 방번ㆍ방석의 후사로 삼아 제사 지내게 하였던 세종의 인정과 고려 왕씨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하여 숭의전을 세운 문종의 관용을 추앙하였다. 그만큼 좋은 정치, 어진 임금을 향한 바람이 컸던 것이다. 남효온도 사육신을 희생시킨 세조를 광명의 군주로 리메이크하고 싶은 염원이 강렬하였다. “육신으로 하여금 금석 같은 단심을 지키며 강호에 물러나 살게 하였다면, 상왕의 수명도 연장할 수 있었고 세조의 치세는 더욱 빛났을 것이다.” 이렇듯 역사운동은 증오와 분열을 마감하고 화해와 미래를 향한 소망을 담았다. 예나 지금이나 다를 수 없다. 세자는 처음부터 국왕 수업을 감당하지 못하였다. 공부를 싫어하고 환관들과 희롱하기 일쑤였다. 장성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부왕의 훈계가 두려워 시강원에 나가더라도 건성이었고, 관료가 공부라도 독려할라치면 얼굴을 찌푸리며 배척하였다. 기본경전 ‘사서’를 멀리했다. 읽지 않는 것보다 낫겠지만 방대한 ‘명신언행록’을 뒤적일 따름이었다. 날이 지날수록 유희는 심해졌다. 성종도 걱정이 많았다. 인정전 연회에서 우찬성 손순효가 반쯤 술에 취하여 용상 아래 엎드려 무언가를 아뢰고 임금도 몸을 굽혀 화답한 적이 있었다. ‘성종실록’ 21년 8월 22일 기사인데, 너무 소리가 작아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폭군의 맨얼굴 신왕은 경연에 소홀하고 국정에도 별반 관심이 없었다. 대신 생모의 추복에 적극적이었다. 먼저 영사전(永思殿)에서 기일제를 지내고 분묘를 천장하고 ‘회묘’(懷墓)라 하고 ‘효사묘’(孝思廟)를 지었다. 신왕 즉위 6개월, 김일손은 시무개혁안 26조를 올렸다. 이때 국왕의 마음 공부를 기본으로 ‘내수사 혁파’ ‘공물 감액과 공안 개정’ ‘사관제도 확대’ ‘제조제의 혁파’ ‘천거제의 확대’ ‘어진 종친의 발탁’ 등을 제안하였다. ‘경국대전’을 보완하는 구상으로 차세대 기묘사림도 개혁과제로 삼았다. 물론 소릉 복위도 포함하였다. 신왕의 반응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김일손은 멈추지 않았다. 왕실 전래의 불교의식인 수륙재 반대에 앞장섰다. 이단을 반대한다는 것보다는 백성을 위한 일이 아니면 복을 빌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외척을 우대하는 인사방침이나 폐비 제사도 반대하였다. 신왕은 싸늘했다. “총명을 조작하며 옛 법을 어지럽히지 말라.” 또한 “김일손은 나를 용렬하다고 여겨서 섬기려 하지 않을뿐더러 임금을 아끼는 마음도 없다.”고 비난했다. 결국 김일손은 소릉복위소를 마지막으로 조정을 떠났다. 1498년 봄 모친상을 끝낸 김일손은 고향 청도를 떠나 함양 남계로 옮겼다. 정여창이 살던 마을에서 멀지 않게 정사를 마련하고 서로 강론하고자 함이었다. 김일손은 여기에서 한성으로 압송되었다. 국왕은 모질었다. 처음에는 사초에 나오는 궁중 비사의 출처와 이유를 캤다. 그러다가 추국 3일 만에 유자광이 ‘조의제문’을 풀이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김일손 등은 능지처사되고 김종직은 부관참시였다. 또한 수기철학을 실천하던 도학자까지 난언과 붕당죄로 걸렸다. 무오사화는 왕실과 훈구세력의 비판 언론과 실천 도학에 대한 국가폭력이었다. 정국은 일순 얼어붙었고 국왕은 정국주도권을 틀어쥐었다. 그래도 뜻대로 폐비 복위는 쉽지 않았다. 많은 신료가 성종의 유지를 내세워 반대한 것이다. 겁박으로 제헌(齊憲)란 시호를 얻어내고 회묘는 회릉(懷陵)으로 높였다. 그리고 폐비사건에 직간접으로 연관된 신료에게 보복하였다. 그동안 무오사화를 처결하고 폐비 추숭을 진행한 윤필상 등 훈구원로나 이미 세상 떠난 세조의 으뜸 공신 한명회까지 참화를 입었다. 또한 국왕의 뜻을 거슬렀던 삼사언론을 ‘능상’(上)으로 처벌하였다. 국왕은 스스로 공도(公道)의 주인임을 포기하였다. 과거로 인재 뽑듯 ‘흥청망청’ 각처 기생을 끌어오는 ‘도가니’ 세상을 연출한 것이다. 민심이반은 심각하고, 군신관계는 결딴났다. 신하들은 묵언패를 걸고 전전긍긍, 생존게임이 벌어졌다. ●자신을 세우지 않고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없다 국왕 재위 12년 여름 전라도에서 유배객 김준손·이과·유빈 그리고 옥과현감 김개 등이 반정의병을 준비하였다. 9월 15일 남원 광한루에 출정하기로 하였다. 도성의 성희안·유순정에게도 알렸다. 반정과 반란의 길목에서 혼선을 막고 경중 호응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9월 1일 김개가 격문을 가지고 도성으로 향하였다. 여의치 않으면 진성대군을 호위하여 내전에 대비할 요량이었다. 바로 이날 밤, 도성의 반정세력이 궁궐을 장악하였다. 인심을 잃으면 임금도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 일대 사변, 중종반정이었다. 국왕은 연산군으로 강등되어 쫓겨났다. 그런데 전라도의 거사에 앞장선 김준손은 김일손의 백형이었다. 연산군과 김일손은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관점과 방향이 정반대였다. 선택과 방식도 천양지차였다. 김일손이 진실을 통하여 상흔을 치유하고 미래가치를 지향하였다면, 연산군은 개인적 분노와 욕심으로 엄청난 폭력을 동원하며 보복하였다. 한편은 관용의 진보이며 다른 한편은 파괴의 퇴행이었다. 이렇게 갈리는 근본은 무엇이며, 교훈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극기복례, 수기처신(修己處身)의 마음 공부가 아닐까? 이종범(조선대 사학과 교수)
  • 쌍용건설 매각 15일 3차 본입찰

    올해 두 차례나 유찰된 ‘쌍용건설’의 매각작업이 다시 어려움을 맞고 있다. 15일 본입찰이 예정된 가운데 지난달 입찰적격자로 낙점된 독일계 엔지니어링 그룹인 M+W와 국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PEF)인 소시어스가 모두 소극적인 태도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는 오는 11월 22일까지 쌍용건설을 매각하지 못하면 정부에 현물로 반납해야 한다. 시공능력평가 14위의 쌍용건설은 올해 건설부문의 인수·합병(M&A) 최대어로 꼽힌다. 14일 건설업계와 투자은행(IB)들에 따르면 쌍용건설 매각 주간기관인 KAMCO는 본입찰을 앞두고 M+W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다른 인수 후보인 소시어스는 컨소시엄을 구성할 전략적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해 일찌감치 중도포기했다. 유일한 인수후보로 남은 M+W도 최근 일방적으로 실사를 중단하는 등 움직임이 심상찮다. M+W의 모기업인 오스트리아의 스텀프 그룹 측에서 유럽발 재정위기 등을 이유로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인수협상을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한 ‘카드’라는 추측도 나온다. KAMCO는 이번에는 한 곳만 본입찰에 참여하더라도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으로 팔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M+W가 예정가격 이상의 가격을 써내야 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쌍용건설이 당분간 독자경영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매출 1조 7000여억원 규모로 해외도급공사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40%에 달할 만큼 안정적이어서 독자회생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건설업체들 이유있는 ‘외도’

    건설업체들 이유있는 ‘외도’

    건설업체들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외도’에 나서고 있다. 건설경기 장기 침체가 일감 부족을 불러오면서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침체에 따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까지 겹치며 기존 사업만으로는 불황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인식이 건설업체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권오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일본에서도 1990년대 초반 부동산 시장 침체로 중소 건설업체들이 다른 분야로 진출하거나 업종을 전환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대표적 사례는 수입차 판매. 코오롱글로벌을 비롯해 동양건설산업, 반도건설 등 상당수의 중견 건설사들은 자회사를 통해 ‘외제차 딜러’ 부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코오롱건설이 코오롱아이넷 등을 흡수·합병해 출범한 코오롱글로벌은 독일자동차 BMW의 판매와 애프터서비스(AS)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중견업체인 동양건설산업은 D&T토요타를 설립한 뒤 매년 20억원대의 순익을 남기고 있다. 부산에선 반도건설이 일본 닛산의 인피니티 브랜드를 판매하는 반도모터스와 닛산 차량을 판매하는 퍼시픽모터스를 운영 중이다. 호텔사업 진출도 늘고 있다. 단순 수주·시공이 아닌 운영에까지 뛰어들고 있다. 임대아파트 건설업체인 부영은 제주도를 중심으로 호텔·리조트 사업을 확장 중이다. 자회사인 부영CC와 함께 제주관광호텔을 소유한 부영은 최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 앵커호텔 사업까지 인수했다. 서울 삼성동에서 최고급 호텔인 파크하얏트서울을 운영 중인 현대산업개발도 내년 초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파크하얏트부산을 개장해 호텔사업의 영역을 확장한다. ‘빅5’ 건설사인 대림산업도 최근 자회사를 통해 서울 을지로3가 장교지구의 호텔부지를 매입했다. 유통·물류업에 진출한 곳도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용산 민자역사인 아이파크몰 개장 뒤 일부를 전문 악기상가로 바꿔 낙원상가를 뛰어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호반건설의 경우 광주·전남지역 민영방송인 광주방송(KBC)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장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인공 달팽이관 투자금 세탁… 140억 해외로 빼돌려

    인공와우(인공 달팽이관)를 밀수출하고 받은 대금과 가짜 서류로 수출 실적을 부풀려 받은 투자금 등 140억여원을 해외로 빼돌린 중소업체 관계자들이 세관에 덜미를 잡혔다. 관세청 인천공항본부세관은 10일 인공와우 제조업체 감사 윤모(41)씨 등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업체의 실제 대표인 재미교포 장모(45)씨에 대해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장씨는 미국으로 도피한 상태다. 장씨 등은 경기 성남에 있는 인공와우 제조업체 M사 경영진으로, 2007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000만 달러(약 120억원) 상당의 인공와우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밀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허위로 부풀린 매출 실적을 내세워 벤처투자사들로부터 105억원을 투자받아 유상증자한 뒤 이 가운데 20억여원을 해외투자, 직원급여 등을 지급한 것처럼 세탁해 해외로 위장 송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쌍둥이 형·모범운전자… 조폭들 기막힌 위장술

    “모범운전자 행세, 쌍둥이 형으로 위장 ,국외도피 ….” 도심 난투극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른 조직폭력배들이 사법당국의 수배에 신출귀몰한 도피행각을 벌이다 검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결국 일망타진됐다. 부산지검 강력부(부장 류혁)는 3년 6개월 이상 장기 기소중지 미제상태로 남아있던 조직폭력배 10명을 붙잡아 모두 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통합서면파 행동대원 윤모(39)씨 등 8명은 검찰이 2008년 4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통합서면파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자 달아났다. 이들은 경찰의 불심검문을 피하기 위해 교통법규를 철저히 지키는 모범운전자 행세를 한 것은 물론 도피생활 중에도 타인 명의의 신분증을 이용해 교도소에 수감 중인 동료를 면회하는 등 대담성을 보였다. 조직원인 윤씨는 암자, 산악 지역 농가 등에서 장기간 도피 생활을 하면서 차량을 이용할 때에는 경찰의 불심검문에 대비해 철저한 ‘모범 운전자’의 모습을 보였다. 안전띠를 매는 것은 기본이고 신호등의 노란불이 켜지면 차량을 세우고 철저히 정지선을 지켰다. 보행 때에도 횡단보도의 신호등을 지키며 불심검문에 걸릴 소지를 완전히 차단한 채 법규를 준수해 수사망을 피해 왔다. 행동대원인 오모(36)씨는 형사당국의 수배를 받자 쌍둥이 형으로 신분을 위장했다. 같은 조직원이었던 쌍둥이형이 먼저 붙잡혀 처벌받은 뒤 풀려나자 형의 신분증을 가지고 다니면서 4년여간 형으로 행세하며 생활해 왔다. 외모로는 분간이 안 되는 일란성 쌍둥이여서 다들 속아 넘어갔다. 그러나 오씨도 결국 검찰에 꼬리가 잡혔다. 오씨의 진료 기록과 몸의 흉터 등 신체 기록으로 형과 구별되는 점을 찾아내고 결국 지문 확인으로 오씨를 검거했다. 이 밖에 행동대장급 동모(40)씨도 쌍둥이는 아니지만 거꾸로 얼굴이 비슷한 동생의 신분증으로 신분을 위장해 법망을 피해 다녔다. 동씨는 대담하게도 동생 신분증을 이용해 교도소에 수감중인 동료 조직원을 면회한 사실이 검찰조사에서 드러났다. 최모(41)씨는 수배당시 수사기관에 공적인 사진 등이 없어 검찰이 검거에 애를 먹었으나 끈질긴 탐문 수사 끝에 붙잡았다. 최씨는 아버지 이름으로 초고속 인터넷망을 개설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보시라이 사건 본질은 권력투쟁과 좌경화…마오쩌둥 같은 절대권력자 다시는 없을 것”

    “보시라이 사건 본질은 권력투쟁과 좌경화…마오쩌둥 같은 절대권력자 다시는 없을 것”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에 대한 사건 처리가 정권교체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6~7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8일 중국인민대학교 정치학과 장밍(張鳴) 교수로부터 보시라이 사건이 권력투쟁과 막이 오른 중국 5세대 지도부로의 권력승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장 교수는 2008년 12월 중국 공산당 일당독재 종식 등을 요구했던 ‘08헌장’의 서명인으로 중국 정치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음은 장 교수와의 일문일답. →보시라이 사건의 본질은. -직접적인 원인은 보 전 서기가 국가 지도자 자리를 가로채려 했고, 이를 위해 ‘충칭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사건의 본질은 부분적으로 권력투쟁의 결과다. 중국 사회의 이데올로기 문제도 있다. 좌경화 문제다. →보시라이 실각은 향후 그가 중앙 정법위 서기가 되어 퇴임한 반대파를 숙청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시각도 있는데. -중국 사정을 모르는 소리다. 중앙 정법위 서기는 당내 서열 9위로 생각만큼 권한이 크지 않다. 중국 사회는 아직 법치(法治)보다 당치(黨治)가 우위다. 중국에서 최대 권력은 군권(軍權)이다. 중국 정치 논리상 퇴임자를 건드리는 일은 없다. →보시라이 사건이 향후 권력승계에 미칠 영향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던 좌파들을 진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소한 앞으로 차기 지도부가 될 사람들은 보처럼 권력을 도모하기 위해 ‘좌클릭’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매번 권력교체기마다 벌어지는 권력투쟁의 공통점은. -권력투쟁 사실을 고도로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당의 단결을 강조한다. (공산당 기관지인)인민일보가 실각설이 나도는 저우융캉(周永康) 중앙 정법위 서기의 건재를 매번 확인해 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 저우융캉은 무사할 것인가. -중국의 정치 논리는 일체 파격을 배제한다. 정치국 상무위원 임기를 마치고 무사히 내려올 것이다. →권력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나. -중국에는 이제 마오쩌둥(毛澤東)도 없고 덩샤오핑(鄧小平)도 없다. 과거처럼 말 한마디로 중국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자가 없는 무권위 시대다. 권력교체가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말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군사위원회 주석직을 퇴임한 후 1~2년 뒤에 내줄 것이란 관측이 있는데 . -아니다. 이르면 올 하반기 당 총서기직을 내줄 때 함께 승계시켜 줄 수도 있다. 권력에 집착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 사건은 살인·호화생활·자금 해외도피 등 추문으로 공산당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민심이반을 야기했는데. -민심이 이반된 지는 오래다. 그렇다고 공산당의 위기까지는 아니다. 중국에는 여전히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아 정보 접근이 제한된 인구가 훨씬 더 많다. 또 공산당의 정통성을 믿는 사람들도 많다. →보 사건이 중국의 정치 개혁을 가져올까. -그렇다. 그러나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하향식의 개혁이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영화프리뷰] ‘블루 발렌타인’

    [영화프리뷰] ‘블루 발렌타인’

    사랑에는 정말 유통기한이 있는 것일까. 있다면 그 감정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할까. 영화 ‘블루 발렌타인’은 이처럼 사랑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블루 발렌타인’이라는 제목처럼 영화는 결코 가볍지 않고 우울한 색채를 띤다. 대신 6년차 부부의 현실적인 결혼 생활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이 변하는 과정에 천착한다. 영화 속 주인공인 딘(라이언 고슬링)과 신디(미셸 윌리엄스). 그들의 시작도 찬란했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이삿짐 센터 직원 딘은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의대생 신디에게 첫눈에 반하고, 신디 역시 솔직하고 다정한 남자 딘에게 이끌린다. 두 사람은 결국 우여곡절 속에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하지만, 결혼 후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그들에게 남은 것은 건조하고 메마른 일상뿐이다. 간호사로 일하는 신디는 직장과 가정 생활에 지쳐 있고, 야망도 꿈도 없는 딘에게도 예전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다. 둘 중 한 명이 외도를 하거나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다. 다만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식었을 뿐이다. 영화는 이 부부가 왜 위기를 겪게 됐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두 사람과 그들의 감정 사이에 쌓인 세월의 흔적을 가감 없이 보여줄 뿐이다.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독특한 편집기법이다.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은 이들의 현재의 모습과 대비해 6년 전 사랑을 약속하고 키워나갔던 두 사람의 과거를 틈틈이 보여주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바로 두 배우의 연기력이다. ‘노트북’, ‘드라이브’, ‘킹메이커’ 등의 작품에서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였던 라이언 고슬링은 이번 작품에서 열정적이지만 다소 다혈질적인 성격의 남편 역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한편 미셸 윌리엄스는 현실적인 사고 방식의 신디 역을 맡아 6년간의 시간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8㎏이나 몸무게를 불리는 등 열연해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은 “부모님의 이혼은 나를 적잖이 당황스럽게 만들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관계의 변화를 다룬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말했다. 다소 지루하고 답답한 구성은 흠이지만, 조용히 곱씹어 볼 만한 부분은 있다. 특히 마지막의 열린 결말은 여운을 남긴다. 31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공직열전 2012] (5) 총리실 (중)‘국정현안 해결 중추’ 국장급

    [공직열전 2012] (5) 총리실 (중)‘국정현안 해결 중추’ 국장급

    총리실 국장들은 “국정 현안 해결의 중추로서 최일선에 서 있다.”고 자부한다. 정책 현안의 이견과 갈등을 조정, 조율된 정책과 대안을 잉태시키는 산파 역할을 한다. 총리실 보직 국장은 28명. 이 가운데 4명만 총리실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업무 특성이나 인적 구성면에서 학연, 지연에 대한 편향성은 엷다. 서울 8명, 대구·경북 7명, 호남 5명, 부산·경남 4명 등 고른 편이다. 서울대와 고려대가 각각 5명씩으로 제일 많지만 외국어대(3명) 등 13개 대학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주요 사안들이 거쳐 가는 길목에는 오균 기획총괄정책관이 버티고 있다. 부드럽고 조용하지만 쉴 새 없이 일을 챙기고 독려하는 정책통으로 다양한 업무를 거쳤다. 외교부의 대표적인 브레인이자 다자문제 전문가 오준 싱가포르 대사가 친형이다. 임찬우 일반행정정책관은 교육, 복지 등 사회 갈등 현안에 침착하게 대처했다. 김충호 개발협력정책관은 여러 차례 총리 청문회를 총괄·지휘하면서 위기대응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을 받았다. 공적개발원조(ODA)를 둘러싼 부처 간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국내외 ODA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고 있다. 김원득 사회총괄정책관은 ‘정책의 종말처리장’이란 사회통합정책실 선임국장. 사회갈등처리 조정 업무에 경험이 많고 일처리도 안정적이다. 참여정부에선 승진이 늦었지만 원만한 일처리와 성실성으로 만회했다. 너무 조심스러워 진취적인 정책 개발이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윤창렬 교육문화여성정책관은 비서실 쪽에서 출발했지만 정책 분야로 옮겨와 뿌리내린 차세대 선두주자 중 한 사람이다. 검·경 수사권 갈등에서 조정 능력을 보였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이해찬 전 총리 시절 지근 거리에서 보좌, 신임을 독차지하며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김황식 국무총리와는 사돈 간이다. 김 총리의 딸이 처남댁이다. 최병환 규제정책총괄관은 의전관으로 김 총리를 보좌하며, ‘총리실 부총리’란 별명을 얻었다. 업무 처리의 눈높이가 높고, 직원들에게도 가혹할 만큼 엄격하지만, 일을 떠나서는 소탈하다. 정무·공보 총괄 업무를 오래 다뤄 현안의 종합 분석에 능하다. 박장호 평가총괄정책관은 상관들에게 “치밀하게 일을 처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궂은 자리를 거치지 않은 채 경제규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파견 등 ‘꽃보직’을 두루 거쳐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최창원 평가관리관은 배려와 매너로 여성 직원들에게 인기 높은 ‘미스터 총리실’. 빠릿빠릿한 일처리와 매끈한 대인관계로 현 정부 들어 행정고시 선배, 동료들을 제치고 고속 승진했다. 김성환 의전관은 시시비비를 엄정하게 따지는 깐깐한 스타일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때에는 조사심의관실 등에 근무하며 힘을 받았다. 현 정부에 와서 고전하다 규제개혁실 선임국장을 거치며 다시 궤도에 올랐다. 이철우 총무비서관은 원만한 처신과 업무 처리로 무난한 평을 받지만 특허청, 농림부 등 밖에 나가서 근무한 ‘외도’ 기간이 길어 내부 인지도가 낮다는 평도 있다. 지난 17일 인사로 ‘문고리 권력’을 잡게 된 김 의전관과 인사·살림을 손에 쥐게 된 이 비서관이 모두 호남 출신이라 ‘호남 인맥의 부활’이라는 입방아도 없지 않지만 무리 없는 인사라는 평이 더 많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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