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외국인 범죄
    2026-03-2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679
  • [사설] 국가보호 원하면 국민된 도리 지켜야

    아프간 인질 사태가 사실상 종결됐다. 풀려난 이들이 하루빨리 돌아와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의 신속한 배려를 바란다. 젊은이 2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으나 나머지 19명이 무사히 풀려남으로써 이 사건은 불행 중 다행으로 마무리됐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끝은 아니다. 우리들에게 성찰하고 되새길 여러가지 과제를 던졌다. 그 중에서도 온국민이 피랍 기간 내내 불안에 떨면서도 한두번쯤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던 것은 국가의 책무와 개인의 책임일 것이다. 헌법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범죄행위나 재해로부터 구조받고 보호받을 권리를 지닌다. 해외에서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탈레반에 납치된 사람들은 여행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경고를 처음부터 무시했다. 위험 지역을 마구 다니다 대규모 인질극에 휘말렸다. 아프간은 내전이 격심하고, 외국인 납치가 빈발하며,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위해를 입을 수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들을 구해낼 수 있는 것은 국가밖에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무모한 행동은 국가에 막대한 부담을 떠안기고 국민에게 큰 심려를 끼쳤다. 경위가 어떠하든 위험에 빠진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다. 그 원칙은 흔들어서도, 흔들려서도 안된다. 그러나 국가의 보호를 바라기에 앞서 국민의 도리를 다하는 게 우선이다. 내국인 출국자가 지난해 1160만명을 기록했다. 해외로 나간 국민을 일일이 돌볼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정부는 이번 인질사태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개인의 책임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테러단체와 협상하는 국격 훼손과 인명 피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정부나 개인이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하며, 특히 무모한 선교활동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 [피랍자 추가 석방] ‘테러단과 협상없다’ 불문율 깨

    ‘차선의 선택이었지만, 적잖은 후폭풍이 우려된다.’ 한국정부는 40일 넘게 끌어온 아프간 인질사태를 ‘인질 전원석방 합의’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협상타결 이후 적잖은 후유증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테러단체와 직접 협상은 없다.’는 국제 불문율을 깨고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무장단체인 탈레반과 협상에 직접 나선 것에 대한 지적이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국제사회에 남긴 ‘테러단체와 거래를 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어내기는 어려워졌다. 외형적으로는 탈레반의 손을 들어준 형국이 됐다. 또 앞으로 세계 각국의 분쟁·위험지역에서 유사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도 우려된다. 한국인을 납치하면 한국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벌여 몸값을 높일 수 있다는 오판을 부추길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무장단체뿐 아니라 단순 납치범의 한국인을 노린 유사범죄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하면서 탈레반이 전복대상으로 꼽는 아프간 정부쪽에서도 불만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아프간의 아민 파르항 통상산업부장관은 “만일 모든 정부가 한국정부처럼 한다면 이는 항복의 시작이 될 것”이라면서 비난했다. 또 이번 합의로 아프간에 사는 교민들도 이달안에 생업을 접고 모두 철수해야 하는 직접적인 피해를 겪게 됐다. 기독교계의 무모한 해외선교방식에 대해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는 있지만 아프간에서 기독교선교를 포기한다는 내용에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은 물론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측은 부인하고 있지만,‘몸값’논란이 계속 불거지는 것도 부담이다. 영국 BBC는 인터넷판에서 “몸값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딜(deal)의 일부에 포함됐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몸값이 1인당 10만달러(아사히신문)라는 보도에 이어 수십만∼수백만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독일 슈피겔은 이라크에서 잡힌 외국인 인질의 몸값은 2004년에는 1인당 약 2만 5000달러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수백만달러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어차피 우리 정부나 탈레반쪽을 통한 확인은 불가능하겠지만, 몸값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씨줄날줄] 제노포비아/육철수 논설위원

    약자에 대한 강자의 공격본성과 강대국의 약소국 침략야욕은 명색이 법치와 문명시대에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고도의 이성이 인류발전을 주도한다지만, 이 시대에도 국가간 크고 작은 전쟁과 민족분쟁·인종차별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서 인간의 이성에 종종 회의를 느낀다. 결국 인간사회도 동물의 세계처럼 약육강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그렇다면 ‘만물의 영장’이나 ‘이성적 동물’란 말은 인간이 동물에 대해 갖는 한낱 우월적이고 오만한 수사에 불과한 것 아닌가. 21세기 첨단과학은 지구촌을 눈깜짝할 사이에 하나로 엮을 수 있다. 국가와 인종과 민족의 개념보다 ‘세계인’ ‘세계화’의 개념이 힘을 얻어가는 추세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자주 만나고 가까울수록 갈등과 증오는 더 커지는 탓일까. 이민족 타문화에 대한 배타성은 이런 시대에도 식을 줄 모르니 참으로 답답하다. ‘유럽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 감시센터’(EUMC)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이른바 신사의 나라인 영국에서 제노포비아(Xenophobia, 외국인혐오증) 관련 범죄가 5만여건 일어났단다. 경제대국 3∼4위를 다투는 독일에서는 1만 2000건이 발생했다. 미국에서 일어난 증오범죄의 절반이 인종갈등에 기인한다는 통계도 있다. 겉으로 점잖고 선진국입네 하는 나라에서조차 비인간적인 범죄가 횡행하니 이민족 타문화에 대한 이해나 배려는 여전히 말만 요란할 뿐이다. 최근 러시아·독일 등에서 스킨헤드(Skin head)와 극우민족주의자들의 준동이 또 심상치 않다고 한다. 외국인에 대한 소규모 폭력에서 이제는 조직폭력의 양상을 띤다고 한다. 그래서 이 기회에 이들과 연계된 극우정당을 불법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단다. 하지만 남의 나라를 험담하기에 앞서 국내로 눈을 돌려 보자. 우리나라에도 이젠 연간 외국인 관광객 600만명, 상주 외국인 100만명 시대가 열렸다. 이 중에 이주노동자가 40만명, 불법체류자가 22만명에 이른다. 문제는 우리 역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유린이나 제노포비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때리는 사장님이 무섭다.”는 그들의 절규에 늦었지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되살아나는 제노포비아 망령

    유럽에서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혐오증)’의 악령이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설쳐대고 있다. 러시아, 독일 등에서 스킨헤드(Skin head)를 비롯한 극우민족주의자들의 외국인에 대한 무차별 폭행사건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조직 폭력의 양상까지 띠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참에 아예 유럽에서 극우정당을 불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동쪽으로 45㎞ 떨어진 뮈겔른에서 열린 마을축제에서는 약 50명의 독일 젊은이가 인도사람 8명을 집단 폭행해 12명이 다쳤다. 작센주 경찰 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외국인 혐오 범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폭행한 독일 젊은이들이 외국인 혐오 구호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독일 서부 마인츠에서도 아프리카계 외국인 2명이 극우파 청년들에게 맞아서 1명은 중상을 입었다. 26세의 수단사람은 와인 축제 장소에서 와인병으로 머리를 맞는 등 집단 폭행을 당했다.39세의 이집트사람은 이 수단사람을 도우려다 구타를 당했다고 현지 경찰이 전했다. 러시아에서는 악명높은 극우단체 스킨헤드가 툭하면 외국인을 겨냥, 잔인한 폭력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한국인도 예외없이 이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지난 2005년 2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는 음악을 전공하던 조모(당시 16세)씨가 스킨헤드의 공격을 받아 11군데 자상을 입고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극우주의자들까지 스킨헤드의 범죄행위를 답습, 외국인에 대한 조직적인 폭력행위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폭행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배후에는 극우 정당들이 젊은이들을 선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여수참사 6개월 끝나지 않은 악몽] (상) 치료차 재입국한 6명의 생활

    [여수참사 6개월 끝나지 않은 악몽] (상) 치료차 재입국한 6명의 생활

    새벽 화재로 10명의 사망자와 16명의 부상자를 낸 여수외국인보호소 참사가 발생한지 180여일이 지났다. 하지만 부상자들에 대한 치료와 시설 개선 등의 후속 대책은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등 떠밀리듯 출국한 부상자 가운데 6명은 치료를 위해 다시 한국을 찾았지만 누구도 이들을 반기지 않는다.6개월 전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화재 피해자들의 삶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전문가 제언 등을 3차례에 걸쳐 싣는다. “자살 등 극단적인 행동을 할 만큼 극도의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불에 대한 공포 때문에 가스레인지 옆에 가는 것마저 두려워 합니다.” 경남 마산의 외국인노동자 쉼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철승(44) 씨알감리교회 목사는 지난 6월 재입국해 치료를 받고 있는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피해 생존자들을 지켜본 뒤 이같이 증언했다. 마산 쉼터에서 치료받은 피해자 4명은 다른 외국인노동자 10여명과 함께 각각 5평과 13평 남짓 남녀 숙소에 분리 수용돼 힘겨운 한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11일 새벽 발생한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10명의 희생자와 16명의 부상자를 남겨둔 채 사람들 뇌리에서 잊혀졌지만 6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자들은 그 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밤 똑같은 악몽에 시달리고 사람을 기피하며 화재로 인한 기관지 통증을 호소한다. 손발 저림과 집중력 감소는 그나마 참기 수월한 편이다. 이들은 사고 직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했지만, 제대로 된 정신과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내쫓기듯 출국길에 올라야 했다. ●피해자 16명 중 6명만 재입국 치료 정부는 출국 전 사망자 유족에게는 1억여원, 피해자에게는 1000만원의 배상금을 각각 지급했다. 부상자는 7일 이내에 출국하되 현지에서 후유장애 진단을 받으면 재입국을 보장하며, 병원 치료를 위해 최대 3년까지 한국에 머물 수 있다는 양해각서를 써줬다. 그러나 서울신문이 19일 취재한 결과 화재참사 피해자의 재입국률은 절반에도 못미쳤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본부 관계자는 “지난 5월말부터 6명이 재입국해 치료받고 있지만 정확한 소재 파악은 안 된다.”고 밝혔다. 여수참사 피해자로 국가 배상을 받은 16명 가운데 성범죄 전과가 드러난 2명을 제외한 14명에게 재입국 기회를 제공했으나 6명만 재입국해 치료를 받고 있다. 6명 가운데 5명은 현재 이주노동·운동협의회의 도움을 받고 있다.5명 중 1명은 서울쉼터에, 나머지 4명은 마산쉼터에 거주하며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목사는 “장풍문(48)씨 등 피해자 4명은 가족 3명과 함께 입국해 인근 창원 파티마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면서 “법무부에 전담 직원이 없어 재입국과 병원 섭외, 쉼터 마련은 물론 입국 항공료 청구까지 모두 안내해 줬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정부는 양해각서에 따라 치료비를 부담하지만 피해자와 가족의 체류 비용은 당사자 몫”이라면서 “항공료도 입국 비용만 지원되는데 이마저도 모두 후불로 지급돼 선뜻 입국해 치료에 나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이들은 한국어를 거의 못해 중국어 통역도 필요하지만 정부는 사고대책반을 해체한 뒤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병원측은 이들이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자살이나 살인 등 극단적 행동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외국인보호소 시설 개선도 제자리 걸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 위은진 변호사는 “정부가 후속 대책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등 수용 시설의 소방 시설을 개선하고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용역 직원의 수용시설 관리, 운동 부족 등 인권 침해도 지적됐던 사항이다. 서울신문이 확인한 결과, 소방시설 개선을 위한 외국인 보호시설 관련법률(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여태 개정되지 않았다.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터라 개선 사항 확인하기 어렵다. 출입국·외국인본부 관계자는 “개별 언론사에 시설을 공개하기는 힘들다.”면서 “3개 보호시설 가운데 청주는 전 시설에, 화성은 1개 층에 소방 시설을 이미 설치했고, 여수는 10월쯤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력 확충이 안돼 용역 직원은 그대로 쓰고 있다.”면서도 “수용시설은 국제 규격을 충족시키는데다 운동 부족도 전통놀이 등으로 보완했다. 언제든지 외부와 전화통화가 가능해 이들 수용시설은 교도소에 비하면 호텔급”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부상자들이 연락을 주면 좋겠지만 입국 뒤 시민단체 등의 도움을 청한 뒤 연락을 끊는다.”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유엔 “한국 단일민족 이미지 극복해야”

    “한국은 다민족적 성격을 인정하고 단일민족 국가라는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위원장 레지 드 구테)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7개항의 결과 보고서를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위원회는 “한국에 사는 다른 민족이나 국가 출신자들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위한 인권 프로그램과 그들의 역사, 문화와 관련된 정보를 초·중등학교 교과목에 포함시킬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위원회는 “민족 단일성에 대한 강조와 순수혈통이나 혼혈 같은 단어 속에 담겨있는 민족적 우월성이 한국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는 점에 유의한다.”고 덧붙였다. 또 인종차별의 정의를 조약의 관련 규정에 걸맞게 헌법이나 법률에 포함시킬 것을 주문하고, 이주노동자와 혼혈아 등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관련법을 제정할 것을 권고했다. 더불어 “인종적인 동기에서 저질러진 형사 범죄를 처벌하는 특별한 법적 조치들을 도입해야 한다.”며 한국정부가 추진중인 ‘차별금지법’의 빠른 제정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경찰관, 변호사, 검사, 판사 등 형사, 사법 관계 공무원들에게 인종차별 관련 특별교육을 시킬 것도 요구했다. 위원회는 외국인 여성 배우자 문제와 관련,“그들의 남편이나 국제결혼 중개기관에 의한 잠재적 학대로부터 적절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별거나 이혼시 그들의 법적 거주 지위 보장, 국제결혼 중개기관 활동 규제, 한국 사회로의 통합 촉진을 위한 적절한 조치의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이들은 연장 불가능한 3년짜리 고용계약만을 허가받고 전업에 대해 심각하게 제한받으며, 장시간 근로에 저임금, 위험한 작업 조건 등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최종찬기자 연합뉴스 siinjc@seoul.co.kr
  • 유엔 “한국 ‘단일 민족국가’ 이미지 극복해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위원장 레지 드 구테)는 한국 사회의 다민족적 성격을 인정하고, 한국이 실제와는 다른 ‘단일 민족 국가’라는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교육, 문화, 정보 등의 분야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특히 한국내에 사는 모든 인종․민족․국가 그룹들 간의 이해와 관용, 우의 증진을 위한 인권 인식 프로그램 뿐 아니라 서로 다른 민족.국가 그룹들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정보들을 초.중등 학교의 교과목에 포함시킬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하고 나섰다. 위원회는 인종차별철폐조약(이하 조약)과 관련해 지난 해 우리 정부가 제출한 통합 이행보고서를 놓고 9~10일 이틀간 제네바에서 심사를 진행한 뒤,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7개항의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위원회측이 18일 전했다.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당사국(한국)이 민족 단일성을 강조하는 것은 그 영토내에 사는 서로 다른 민족․국가 그룹들 간의 이해와 관용, 우의 증진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뒤, ‘순수혈통’과 ‘혼혈’과 같은 용어와 그에 담겨 있을 수 있는 인종적 우월성의 관념이 “한국 사회에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는 데 유의한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또 인종 차별의 정의를 조약의 관련 규정에 맞게 헌법이나 법률에 포함시킬 것을 권고하고, 이주노동자와 혼혈아 등 외국인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 및 제거하는 한편 다른 민족이나 국가 출신자들이 조약에 명시된 권리들을 동등하고 효과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관련법 제정을 포함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위원회는 “조약 관련 규정에 따라 인종적인 동기에서 저질러진 형사 범죄를 금지.처벌하는 특별한 법적 조치들을 도입할 것을 권고한다”면서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차별금지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위원회는 “인종 차별 행위들을 처벌하는데 활용 가능한 현 형법 조항들이 한국의 법정에서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것에 우려를 갖고 주목한다”고 말하고, 한국내에서 인종 차별 관련 진정이 없는 배경과 관련해 ▲관련 법제의 미비 ▲법적 구제 가능성에 대한 인식 부족 ▲기소 당국의 의지 부족 등이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이를 위해 경찰관, 변호사, 검사, 판사를 포함해 형사 사법 체제내에서 일하는 관계 공무원들에 대한 특별 교육을 제공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조약의 각종 권리를 향유하는 데서 한국 국민과 비(非)국민 간의 동등성 보장을 위한 모든 법적.제도적 조치와 더불어, 난민 지위 결정 프로세스의 공정하고 신속한 진행, 난민 신청자 및 인도적 체류허가자에 대한 취업 허용, 그리고 난민의 한국 사회 통합 촉진을 위한 포괄적 조치 도입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외국인 여성 배우자 문제와 관련, 위원회는 “그들의 남편 또는 국제 결혼 중개기관에 의한 잠재적 학대로부터 적절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별거.이혼시 그들의 법적 거주 지위 보장 ▲국제 결혼 중개기관 활동 규제 ▲한국 사회로의 통합 촉진을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의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서는 외국인 여성 배우자에게 과도한 요금을 요구하거나, 장래의 한국 남편에 대한 핵심적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신분증과 여행문서 들을 압수하는 등 학대를 비롯한 일부 국제 결혼 중개기관들의 문제점이 거론됐다.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 위원회는 “이주노동자들은 갱신 불가능한 3년 짜리 고용계약만을 허가받고 전업에 대한 심각한 제한에 직면해 있을 뿐만 아니라 장시간 근로에 저임금, 불안전하고 위험한 작업 조건 등과 같은 작업장 내에서의 차별적 대우 및 학대를 겪고 있다”고 지적하고 고용 계약 연장 등을 포함한 효과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한편 위원회는 보고서 서문에서 ▲올 5월 채택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과 재한외국인 처우기본법 ▲작년 6월의 외국 이주노동자 통역지원 센터 설립 ▲2004년 3월 채택한 성매매 알선 등 행위 처벌법 ▲작년 5월 채택한 다문화 가정 자녀 교육지원 대책 등을 포함해 그 간의 한국 정부의 노력을 환영하고 심사 과정에서의 적극적 협조를 높이 평가했다. 제네바=연합뉴스@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정부 “인종차별 범죄 가중처벌”

    정부가 인종차별 범죄를 가중처벌하겠다는 의지를 유엔에 밝혔다. 스위스 제네바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참가중인 한국 대표단은 10일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참가중인 정부 대표단이 전했다. 대표단은 인종차별을 동기로 벌인 범죄에 대한 처벌과 관련,“한국 헌법의 평등권 규정에 반하고 형사상 불법인 만큼 형법상 ‘범행의 동기’ 면에서 가중적 요소로 고려해 일반 범죄보다 중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가중처벌이 법 집행에서 현실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임을 강조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난민인정 심사결정 기간이 오래 걸리는 점을 감안, 난민인정 신청자와 인도적 체류허가자에게도 일정한 조건하에 선별적으로 취업활동을 허용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불법체류 외국인의 경우에도 자진 출국의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드러난 구직(求職) 아가씨 매매(賣買) 비밀조직(組織)

    드러난 구직(求職) 아가씨 매매(賣買) 비밀조직(組織)

    「여공모집」「타이피스트모집」등의 구인광고를 낸 뒤, 일자리를 구하려는 여대생, 또는 가출소녀 3백40여명을 「호텔」, 여관등에 팔아 매음행위를 시켜오던 3개 악질범죄단체가 검찰에 적발되었다. 검찰서 밝힌바로는 서울시내에 이런 범죄단체 30여개가 있어 일자리를 구하려는 소녀들을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고. 서울시내에 30여개소나 감금해놓고 매음을 강요 서울지검 강력부 황공렬(黃公烈)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구인광고를 내어 찾아온 처녀들을 창가에 팔아온 명재천(明在千·27·주거부정), 안경애(安京愛·38·서울 중구회현동1가 113), 차원복(車元福·29·주거부정)등 5명을 직업안정법위반, 매음행위단속법위반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에 앞서 29일에는 역시 같은 방법으로 일자리를 찾아온 처녀들을 창가에 넘긴 조갑주(曺甲州·25·서울중구 충무로3가 131), 윤영운(尹英雲·33·서울중구 회현동1가 125), 또 모여관 지배인 장병곤(張炳坤·44·서울종로구 서린동114의1)등 3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한편 서울지검 강력부의 서동권(徐東權)검사도 70여명의 처녀를 같은 방법으로 꾀어 주로 미군기지촌에 팔아오던 주거부정의 정찬모(27), 김진자(36·경기도파주군), 김연자(29)등 3명을 영리유인, 매음행위단속법위반, 직업안정법위반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매일 신문광고난에 홍수처럼 쏟아져나오는 구인광고. 바람난 시골처녀,「아르바이트」일자리를 구하는 여대생들의 구미를 돋우기 위해『초봉7만원』『침식제공』등 달콤한 미끼를 아끼지 않는다. 이번 8명의 악질 인신매매업자를 적발한 황부장검사는 연말을 기해 신문 광고난을 이용한 처녀 매매업자에 대한 일제단속을 계속 벌이는 한편 순진한 구직아가씨들이 속아 넘어가지 않게 하기위해「매스콤」을 이용, 계몽에 나섰다. 검찰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신문 구인광고난을 이용하여 처녀를 모집한뒤 한집에 5~10여명씩 감금해 놓고「호텔」여관손님에게 매음행위를 시키거나 기지촌「바」등에 팔고 사는 조직이 서울 시내에 30여개 처나 있을 뿐 아니라 악의 소굴에 빠져 밤이면「호텔」문을 두드려야 하는 밤의 꽃이 무려 5백여명이나 된다고. 일본인 사장이라는 자가 여관에서 주민증 뺏더니 쇠고랑을 차고 황부장검사 앞에서 조사를 받던 안경애 여인과 윤영운 여인은『서울시내 각여관에서 아가씨를 보내달라는 전화가 밤새도록 걸려온다』고 성업(?)을 자랑했다. 피해자 진술을 하기 위해 검사실에 온 김현숙(金賢淑 가명·20)양은 D여대 2년을 중퇴한 평범한 얼굴의 아가씨. 바로 이 아가씨의 신고로 이들 범죄조직은 그 꼬리가 잡혔다. 박봉으로 생활을 이끌어오던 아버지가 폐결핵으로 자리에 눕게되자 지난 2학기 등록을 못하고 9월부터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타이프」학원엘 다녔다. 「좋은 일자리가 없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로 매일 조석간 광고난을 빼놓지 않고 보던 어느날 아침-『「타이피스트」모집 월수6만원』이란 구인광고가 김양의 눈에 띄었다. 보던 신문을 든채 뛰어나간 김양은 집앞 약방에서 연락장소인 (23)XX34의「다이얼」을 돌렸다. 『여보세요, 거기서「타이피스트」구합니까?』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40대남자의 목소리가 친절하게 대답했다. 『아침 10시 XX극장 앞 공중전화에 와서 다시 전화해 주십시오』 약속된 시간에 지정된 극장앞 공중전화「복스」에서 연락처로 전화를 했다. 『곧 나가겠다. 손에 신문지를 말아들었다』고 먼저의 40대 남자가 말했다. 깨끗이 차려입은 그 신사를 따라 남산밑 어느 여관까지 갈 때 그가 독사의 이빨을 가진 인신매매업자란 사실을 알아차리기엔 김양의 나이와 세상경험이 너무 어렸다. 여관 2층방에 김양을 안내한 그 신사는 신원을 확인해볼 터이니 주민등록증을 맡기라고 요구, 김양이 내어주니까『기다리고 있으라』고 명령조로 말하며 방을 나갔다. 하오 3시쯤, 문을 두드리기에 열었더니 여관에서 일하는 16살쯤 돼 보이는 사내아이가『아가씨를 채용할 일본 사장님이 무척 바빠 만나 보려면 저녁 8시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글거리며 말하고 내려갔다. 저녁 7시40분쯤 40대의 한신사가 나타나 일본인 사장이 아가씨를 쓰기로 했다며 만나러 가자고 서둘렀다. 여관앞에는 까만「세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E「호텔」502호로 안내받은 김양은 얼굴에 기름기가 흐르는 50대 일본인과 처음 먹어보는 양식에 맥주 몇잔까지 억지로 마셨다. 20년간 고이 간직한 처녀를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빼앗기기 직전 위기를 모면한 김양은 도망쳐나와 경찰파출소에 신고를 했다. 시골서 올라왔다 기지촌에 팔려가기도 악질 인신매매업자들은 신문광고 외에 서울역 부근 골목길이나 시외「버스」정류장에 구인벽보를 붙여 상품(?)을 낚기도 한다. 고향이 전남 보성인 성정숙(成貞淑 가명·18)양은 지난달 16일 서울에 있는 외삼촌 집을 찾아왔다가 집을 못찾고 다시 내려가기 위해 서울역앞 G고속「버스」정류장에 갔다가 전신주에 붙어있는『여공모집 침식제공』이란 구인광고를 보고 약도에 그려진 사무실을 찾아갔다. 사장님으로 불리는 중년부인과의 간단한 면접을 끝낸뒤 남자직원과 같이 낡은「지프」에 올랐다. 차가 번화한 시내를 벗어나 시골길에 다다랐을 때 남자직원이『아가씨는 시골공장에서 일하기로 결정되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순진한 시골처녀가 일선지구 미군기지촌이 어떤 곳이란 것을 알리 없었다. 성양이 팔려간 곳은 경기도파주군 미군기지촌에 있는 어느 미군「클럽」. 매음행위를 강요하는「클럽」여주인의 등쌀에 못이겨 팔려간 다음날 흑인 미군병사에게 처음으로 처녀의 몸을 더렵혔다. 울며 집에 보내달라는 성양에게 주인여자는『너를 3만원에 샀으니 3만원 벌어놓고 가라』고 말했다. 다행히 고향 오빠 친구를 만난 성양은 악의 소굴에서 구출되어 고향으로 내려 갔다. 이 오빠친구의 신고로 검찰에 덜미를 잡힌 것이 바로 정찬모, 김진자등 일당 3명. 서울시내 여관에서 공공연히 불러주는 밤의 여인들이 대부분 이런 경로를 밟아 몸을 짓밟힌 아가씨들. 검찰의 일제단속이 이들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내야겠지만 우선 아가씨들은 구인광고를 조심할일이다. <金 建 기자> [선데이서울 70년 12월 13일호 제3권 51호 통권 제 115호]
  • 美, 외국인 도청권 대폭 확대

    美, 외국인 도청권 대폭 확대

    미국의 외국인에 대한 도청 권한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미국 하원이 4일(이하 현지시간) 외국인 테러 용의자에 대한 비밀도청 권한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해외정보감시법(FISA) 개정안을 통과시킨 까닭이다. 이에 따라 반테러 활동을 위한 미국 내 수사기관의 도청 권한이 강화되고, 범죄 수사기관간 정보 공유가 다시 활발해지게 됐다. 전날 상원에서 통과된 이 법안은 이날 하원에서 찬성 227, 반대 183표로 가결됐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 법률로서 효력을 갖게 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이 백악관으로 전달되는 즉시 서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FISA 개정안에 따르면 미국 안보 당국은 외국에 거주하는 테러용의자들이 미국 내 통신망이나 서버를 이용해 전화 통화나 이메일 외 다른 통신활동을 할 경우 사전 영장 없이 도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이에 대해 부시 행정부는 이 법안이 테러방지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정부로 하여금 법원·의회의 감독의 눈을 피해 미국민이 외국인과 전화통화,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에도 마음대로 도청할 수 있도록 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조 로프그렌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이 법안이 “테러 용의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광범위하게 남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반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동안 이번 법안에 제한 조치가 더 가해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의 수정 법안을 거부하겠다고 위협하면서 8월 의회 휴회를 앞두고 개정법안을 밀어붙여 통과시키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주 초반에 이 법안 개정을 둘러싼 논의에서 몇몇 양보 조항을 얻어냈을 뿐이다. 도청시 법무장관은 물론 국가 정보 당국 책임자의 승인을 얻도록 했다. 또 의회가 새 법안을 연장하지 않으면 6개월 후에 효력을 상실하도록 견제했다. 한편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월 영장 없이도 도청할 수 있도록 해서 말썽을 빚어온 비밀 도청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의 승인을 받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테러용의자의 국제전화, 이메일 등은 FISC의 승인을 얻은 경우에 한해 도청이 이뤄졌다. 지난 1978년 제정된 해외정보감시법에 의거해 설립된 FISC는 스파이, 테러범 등 미국의 적에 대한 도청, 압수 수색영장 발급을 비밀리에 담당해왔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태] 시민들 “잘잘못 가리기보다 무사귀환 우선”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탈레반에 의해 납치된 데 대해 일부에서는 교회의 무리한 선교 방식을 비판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무고한 인명이 억류된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며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 반면 탈레반이 요구하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한국군의 철군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일부선 교회의 무리한 선교방식 비판 변호사 이효상(32)씨는 “지금은 피랍자들에 대한 잘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안전하고 조속한 석방을 기원하는 것이 온당한 순서일 것”이라면서 “이들의 아프간 행은 개인의 신념에 따라 이뤄진 일이고,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일도 아니었던 만큼 성토 일색인 여론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조선시대 후기부터 국내에서 많은 외국인 선교사들이 목숨을 걸고 선교 활동을 했다.”면서 “본래 선교라는 것이 낙후되고 위험한 지역에서 희생을 각오하고 하는 것인 만큼 이들의 순수한 의도까지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개인사업을 하는 이영(34)씨는 “아프간에서는 이슬람교를 포교하는 것도 불법이라던데 교회에서 너무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면서도 “무고한 생명을 담보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탈레반의 행동은 명백한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씨는 “정부로선 어차피 12월 철군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탈레반과 협상 과정에서 철군 시기를 조금 앞당겨 명분도 구축하고 피랍된 국민들의 생명도 반드시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이모(31·여)씨는 “피랍된 기독교인들의 행동을 비난하는 것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라면서 “어떤 이유에서라도 무고한 인명을 담보로 해 정치적 이득을 꾀한 탈레반의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회사원 진정희(30·여)씨는 “피랍된 이들도 피해자인데 대다수 사람들이 마치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욕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기독교계의 무차별적 선교 활동에 반감이 있지만 교단의 교세 확장과는 별개로 피랍자들은 선의로 위험을 무릅쓰고 아프간에 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서 일하는 원희연(29·여)씨는 “이들의 목적이나 활동은 충분히 짐작이 되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적 위험성을 간과했다 결과적으로 화를 자초한 셈”이라면서 “개인이 혼자 떠나는 것까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지만, 교회가 기획하는 단체봉사 활동의 경우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해 파견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교계에서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이디 ‘고고싱’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사람들이) 무리한 선교로 위험을 자초했다는 비난들도 많지만 지금은 일단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피랍자 가족들을 위로할 때”라고 강조했다.●한국군 철군시기도 의견 엇갈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분쟁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민간인을 납치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로 지탄받아야 한다.”면서 “김선일씨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지 심각하게 우려된다. 정부는 즉각적인 철군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주의연대 관계자는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람들을 치료하고 학교를 건설하고 있는데 탈레반이 정당하지 않은 요구를 하고 있으므로 철군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임일영 류지영기자 argus@seoul.co.kr
  • 은행 CD기 이체·인출 한도 낮춘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전화를 이용한 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금 입·출금기의 인출 및 이체 한도가 낮아진다. 외국인의 예금계좌 개설 요건도 강화된다. 정부는 18일 정부중앙청사에서 한덕수 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보이스피싱 예방대책을 집중 논의해 이같이 결정했다. 정부는 보이스피싱이 지난해 6월부터 1년 동안 모두 3990건(피해액 371억원)에 달하는 등 범죄수법과 유형이 다양화, 전문화되고 있어 피해자가 속출할 것으로 보고 강도 높은 단속을 실시키로 했다. 정부는 우선 현금입출금기(ATM)를 통한 현금 인출 및 이체한도를 하향조정하고 외국인 예금계좌 개설 요건을 강화키로 했다. 이와 함께 중국, 타이완과 국제공조협력을 강화하고, 단속기관간 공조 아래 특별단속을 실시키로 했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음주운전 경력’ 미국 여행 힘들어진다

    음주운전 경력이 있거나 음주와 관련된 범죄기록이 있는 사람은 앞으로 미국 여행이 힘들어질 전망이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적발된 경력이 있거나 음주와 관련된 범죄기록이 있는 외국인들에 대한 비자발급 심사를 대폭 강화할 것을 주문하는 ‘음주운전 경력 비자신청자 처리 지침’을 해외 영사관과 대사관에 시달했다. 국무부는 이 지침에서 음주운전 경력이 법적인 비자발급 부적격 사유는 아니지만 비자 신청자가 지난 3년간 음주운전으로 한 번 이상 체포됐거나 음주운전과 연관된 범죄기록이 있으면 추가 조사를 실시, 비자발급 거부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관광이나 사업 등 비 이민 비자를 신청한 외국인이라도 수속 과정에서 음주 관련 체포나 범죄기록이 있으면 반드시 재조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또 이민신청자는 미 국무부가 지정한 의사로부터 음주 관련 체포가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받도록 했다.이에 따라 음주운전자가 많은 한국의 미국 비자신청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워싱턴 연합뉴스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10년뒤 한국’ 이것이 고민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10년뒤 한국’ 이것이 고민

    지난 10년간 세상은 급변했지만 앞으로 10년동안 세상은 더 많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10년 뒤 우리나라는 무슨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지, 그런 고민을 하지 않거나 줄이기 위해서는 미리 어떤 것을 대비해야 할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환경·문명 충돌 심화… 삶의 질 더 나빠져 10년 뒤 한국사회는 경제와 환경, 문명과 생태계, 인간과 자연의 충돌로 환경적·사회적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크게 쇠락할 것이다. 이로 인해 삶의 질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고 경제사회 발전의 지속성마저 멈춰버릴지 모른다. 현재 국민소득이나 교역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있다고 해서 그것이 삶의 질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 먹는 음식 등 우리가 매일 접하는 땅과 물과 환경이 심하게 오염돼 아토피, 비염, 비만, 당뇨병, 심장질환, 뇌졸중 등 각종 환경성 질환이 만연하고 있다. 서울은 4년 연속 세계 최고의 대기오염 도시로 국제적으로 공인되어 있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이 해마다 발표하는 삶의 질 측정수단인 ‘지속가능성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42개 국가 중 최하위권인 122∼136위 사이를 오르내린다. 앞으로는 경제 지상주의나 개발 일변도의 정책이 크게 도전받게 될 것이다. 난개발, 부실공사가 사회적 악으로 지탄받고 그것을 주도한 정치인이나 관료 및 기업들은 사회적 죄인으로 지목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주자들은 앞다퉈 그린벨트 해제, 산림과 농지 전용, 막개발과 난개발 등 개발시대의 패러다임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토지·건설과 연관되는 이른바 ‘토건국가’의 폐해가 노골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사회 지속가능성의 악화도 우려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 및 이혼 증가율, 교통사고 사망률, 청소년 범죄율, 음주 사망률, 저출산 고령화 현상, 노사간 극한대립 등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환경의 지속가능성이 나빠지면 삶의 질 하락과 사회 양극화 및 대립을 더욱 부추겨 사회의 지속가능성마저 악화시키는 동반 상승현상이 나타난다. 정치·경제 지도자들은 10년 뒤에는 스스로 역사적 죄인으로 지목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환경친화형 발전, 녹색주의 개발, 삶의 질을 중심에 두는 경제정책 등 한마디로 경제와 환경을 제도적으로 조화시키는 정책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김성훈 상지대 총장(전 농림부장관) ■ 경제 성장능력 저하… 재정부담 급증 최근 재정적자가 지속되고 국가부채가 증가하는데 이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므로 사전 예방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급속한 노령화와 경쟁력 둔화 등으로 성장능력이 떨어져 세입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부분 연구기관의 미래 잠재 성장률은 4% 수준이다. 둘째, 노령화로 각종 연금과 의료보험의 재정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노령화는 세계에서 유례없이 빨라 2000년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7%였는데,2019년에는 14%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보험에서 노인의료비 비중이 1985년 4.7%에서 2006년 22.8%로 늘어났고,2010년에는 28% 수준으로 전망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대한 재정지원도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도입된 기초노령연금도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 같다. 셋째, 재정지출 구조면에서 공무원 인건비,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등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경직성 복지비 지출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비전 2030 희망 한국’에 따르면 2006∼2030년 복지지출 증가율이 연 9.8%로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넷째, 통일시 북한 재건을 위한 막대한 비용이 예상된다. 그 비용조달을 위해서는 증세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막대한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미 국가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통일 비용 조달을 위한 부채까지 늘어난다면 국가부채는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독일의 경우 통일되던 1991년 부채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40.4%에서 2004에는 67.0%로 크게 늘어났다. 최종찬 롯데그룹 고문(전 건교부장관) ■ 다인종·다문화 가속화… 민족 정체성 혼란 10년 뒤에는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선진국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환율변동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성장속도를 유지해 나간다면 8년 후인 2015년쯤에는 국민소득 3만달러가 달성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그때쯤이면 고령화와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발굴 등 우리경제의 지속성장에 대한 고민이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방화도 질적, 양적으로 한층 진전되어 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가 늘어나면서 교역량도 크게 늘게 될 것이다. 또한 국제간 교류협력관계가 확대되면서 해외 인력과 문화의 국내유입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다인종·다문화사회에 접어들 것이며, 민족주의적 배타성보다는 어떻게 하면 세계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할 것인가를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본다. 산업구조도 지금과는 달라져 있을 것이다. 정부가 계획하는 지능형 로봇, 미래형자동차, 지능형홈네트워크 등 10대 차세대 성장산업이 모습을 나타내면서 제조업이 재편되고 서비스업의 비중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또한 신기술이 개발되고, 기존 기술이 다른 기술과 융합되면서 새로운 사업모델도 계속 생겨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상품과 서비스는 물론 자본, 기술,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이 크게 확대되면서 국가간, 기업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경우 경쟁대열에서의 탈락도 그만큼 빨라지고 기업의 수명도 단축될 것이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 고령인구 14%… ‘누워 지내는 노인’ 일반화 10년 뒤 대한민국은 성장하는 중국과 회복하는 일본 사이에서 여전히 성장 동력의 모색과 창출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글로벌 생산체제가 급속히 변화하는 가운데 우리 경제는 제조업에서 지식서비스 중심으로 전환을 꾀하고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FTA)과 남북 및 주변 열강들과의 역학 관계는 대한민국의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교육과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파생되는 문제가 고민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국내 정치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가운데 북한 체제의 전환과 주변 열강들의 각축은 심화하면서 우리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져줄 수 있다. 예컨대 탈북자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 남북간 정치문제뿐 아니라 남한내 사회적 갈등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외국인 노동자와 농촌에서의 국제결혼 및 혼혈아동의 문제는 구체적인 사회 이슈로 다가올 것이다. 이는 우리 국민의 정체성과도 결부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 분야는 지금과 다른 형태의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외국으로 진출,‘기러기 아빠’를 양산했으나 10년 뒤에는 ‘가족의 해체’라는 극단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외국 대학이 국내로 진출하면서 국내 대학들은 입시제도보다 국내·외 우수 인력의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고령화가 진전되어 출산 장려와 보육, 노인복지 문제도 크게 부각될 것이다.10년 뒤 우리 사회는 고령 인구가 전체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현재 일본사회를 특징짓는 ‘네타키리(寢たきり, 즉 누운 채)’라는 단어가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뇌졸중ㆍ중풍 등으로 누워 지내는 노인들이 일반화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간병의 장기화와 의료비 증가, 연금재정 고갈 등이 발생하는 고령사회의 심각한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 ■ 나노기술 이용 테러 위험… 北체제 큰 변수 10년 뒤 한국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현재 급격한 인구 구조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저출산 및 고령화의 추세이며 특히 한국은 그 정도가 심하다.10년 뒤 인구증가율은 마이너스로의 전환이 예상된다. 고령화 인구 비율도 13.8%로 증가하고 2030년에는 무려 24%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잠재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고, 우리는 이민정책을 포함한 노동인구 활용을 고민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정보기술(IT) 혁명은 18세기의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대 변혁의 시작이었다. 전문가들은 생명공학, 나노기술,IT기술의 융합이 차세대 기술 혁명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 동감한다. 생명공학은 인류복지 증진을 위한 질병, 웰빙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만 생명 복제와 같은 도덕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나노기술은 아직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이며 이 역시 우리의 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혁명이고 동시에 테러와 같은 나쁜 용도로 사용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10년 뒤 이러한 차세대 과학 기술 분야에서 선진국과의 수준 격차를 고민할 가능성이 많다. 우리들은 남북 통일이라는 시기를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아주 중요한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10년내에 북한체제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난다면 한국에는 무엇보다도 큰 과제가 아닐 수 없으며 우리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할 문제다. 앞으로의 10년은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임상규 삼성경제硏 연구전문위원
  • 李·朴측 ‘BBK 투자사기 보도’ 또 공방

    한나라당의 이명박 대선경선 후보 관련 의혹이 1일 또다시 한 주간지를 통해 제기됐다.BBK 투자사기 관련 사안이다. 박근혜 후보측은 이 후보의 공식 해명을 요구하며, 후보 검증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 후보측은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며, 반격하지 않았다. 주간동아 7월10일자는 ‘이명박 형법·지방공기업법 위반 의혹’ 제목의 기사에서 “2001년 이 후보 등에게서 LKe뱅크 대표이사와 이사직을 물려받은 것으로 서류상 돼 있는 외국인들이 모두 위조된 허위 인물(fake director)”이라고 보도했다. 이 후보 대리인격인 김백준씨가 미국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른 것이고, 당시 최대 주주인 이 후보가 이를 몰랐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기사는 또 김백준씨가 한동안 LKe뱅크 이사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서울메트로 감사를 동시에 맡았고, 이는 지방공기업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캠프의 정책메시지총괄단장인 유승민 의원은 “김씨가 (가짜 이사를)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로 확인되면 형법의 ‘공정증서 원본 등 부실기재’ 조항에 따라 실정법 위반이 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이 후보측이 무대응 전략을 펴지만, 현행법 위반 의혹까지 불거졌으니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후보 관련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 후보측 대응을 유도한 것이다. 추가 의혹도 제기했다. 유 의원은 “이 후보 비서인 이모씨가 주가 조작 등 BBK 관련 범죄혐의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며 이에 대한 해명도 요구했다. 이 후보 진영은 유 의원의 공세를 ‘무대응’ 전략이 공고해지고 있다고 암시할 홍보수단으로 삼는 인상이다. 박형준 캠프 대변인은 “모든 것을 검증위에 맡기고 원칙으로 돌아가 질서있게 철저하게 하자.BBK 사건은 이미 검찰과 금감원에서 무혐의 결정이 났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측은 잇따르는 관련 의혹에 대한 역공 논리로 ‘그릇론’을 내세웠다.“일을 해야 그릇도 깬다.”는 뜻을 담은 그릇론은 “험한 세상을 험하게 살았다.”는 이 후보의 발언과 일치한다. 대기업 CEO부터 서울시장까지 이 후보의 경력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박 후보와의 차별화 전략을 꾀하기 위한 의도가 그릇론에 숨어 있다는 평가다. 홍희경 김지훈기자 saloo@seoul.co.kr
  • [한·미 FTA 협정문 공개]쇠고기 세이프가드 발효 첫해 27만t

    [한·미 FTA 협정문 공개]쇠고기 세이프가드 발효 첫해 27만t

    ■ 농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과정에서 낙농제품과 일부 농산물은 예상보다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30개 민감품목을 제외한 분유, 치즈 등 낙농제품과 닭고기, 오이, 양배추 등 기타 농축산물은 특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상품분야의 양자 세이프가드를 적용받게 돼 발동 횟수가 1번으로 제한된다. 일단 발동한 뒤에는 수입이 급증하더라도 추가적인 발동을 할 수 없어 국내 산업의 피해를 막을 보호장치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 쇠고기의 경우 현행 40%의 관세가 15년내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세이프가드 발동기준은 발효 첫 해 27만t을 시작으로 해마다 6000t씩 늘어난다. 그러나 연평균 쇠고기 소비량이 35만t을 웃도는 점을 감안할 때 실효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돼지고기의 경우 냉장삼겹살, 갈비, 목살 등 일부 품목으로만 세이프가드 적용이 한정된다. 오렌지는 감귤 출하기인 9∼2월에는 현행관세 50%를 유지한다는 예외조항을 인정받아 세이프가드 적용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다만 무관세 쿼터를 2500t부터 시작해 매년 3%씩 늘린다. 관세율할당(TRQ) 물량 배정 방식의 경우 보리, 인삼, 녹두, 메밀. 고구마 등 18개 품목에 대해서는 무관세로 쿼터를 주고 선착순 방식만 도입한다. 국영무역은 금지된다. 양국이 합의해야 한다. 위생검역위원회(SPS)도 설치한다. 쇠고기 검역 기준 완화와 유전자조작식품(GMO) 인증제도 변경 등 미국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공산품·섬유 공산품쪽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위스키’와 ‘소주’다. 한국과 미국은 특산품의 트레이드 마크를 상호 인정하고 보호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버번 위스키와 테네시 위스키를, 우리나라는 안동 소주와 경주 법주를 각각 내세웠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위스키 제품에 거의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버번 위스키나 테네시 위스키라는 표현을 쓸 수 없게 됐다. 미국도 한국 교민이 많이 사는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안동소주나 경주법주라는 이름으로 술을 팔 수 없다. 섬유 분야에서는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제공키로 한 ‘경영 정보’의 세부 항목이 드러났다. 당초 알려진 경영진 명단과 근로자수, 기계대수 등은 물론 기계 가동시간, 제품 명세, 생산 능력, 납품기업 명단, 미국 바이어 연락처까지 제공해야 한다. 미국이 사전 예고없이 현장 실사를 원할 경우 이 또한 받아들이기로 했다. 원사 기준과 관련해서는 레이온, 리오셀, 아크릴의 투입재에 대해서는 예외 인정을 따냈다. 공급이 부족한 원료의 역외(域外)조달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섬유쪽에서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는 나라는 이에 상응하는 범위 안에서 섬유 의류 상품의 추가적 양허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는 대신 그만큼의 추가 양보를 통해 보상하라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섬유 세이프가드 남발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자동차 자동차 부문에서는 특별소비세 등 세제 개편과 원산지 적용 규정이 관심을 끈다.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이 적잖이 줄게 됐다. 또 미국에서 만들어진 일본차·유럽차의 무관세 수입이 늘어난다. 특소세율의 경우 차량가격을 기준으로 ▲800㏄ 이하 면제 ▲800∼2000㏄ 5% ▲2000㏄ 초과 10%인 현행 3단계 세율이 ▲1000㏄ 이하 면제 ▲1000㏄ 초과 5%의 2단계로 축소된다. 배기량에 따라 부과되는 자동차세는 현행 ▲800㏄ 이하 1㏄당 80원 ▲800∼1000㏄ 100원 등 5단계에서 ▲1000㏄ 이하 80원 ▲1000∼1600㏄ 140원 ▲1600㏄ 이상 200원으로 바뀐다. 정부는 미국측의 요구를 수용, 앞으로 이 두가지 세금 외에는 배기량에 따라 부과되는 자동차세를 새로 만들지 않기로 했다. 요율도 그대로 유지된다. 차량 구매자들의 자동차공채(지하철·지역개발 채권) 매입 부담도 더 늘어나지 않는다. 자동차 원산지 판정비율은 ‘순원가법’(순원가에서 역내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 기준)과 ‘집적법’(인도가격에서 〃)을 적용할 때에는 35%,‘공제법’(인도가격에서 역외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 기준)을 적용할 때에는 55%로 결정됐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의약품 한·미 FTA 협정문은 의약분야에서 원안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가운데 ‘윤리적 영업관행’을 강조했다.‘신약의 가치인정’과 관련해선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25일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의약품 및 의료기기 분야에서 비윤리적 영업행위를 처벌하기로 명시했다.‘적절한 벌칙과 절차를 채택하거나 유지한다.’고 밝혀 앞으로 리베이트 제공 등에 대한 벌칙이 철저히 지켜질 전망이다. 아울러 ‘약가협상 과정에서 특허약의 가치를 적절히 인정하기로 합의한다.’는 부분이 주목받고 있다.‘적절히’란 문구를 양국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향후 약가 협상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여기에 ‘규제당국은 의약품의 보험약값을 결정할 때, 그 결정이 이른바 경쟁적 시장도출 가격에 기초해서 이뤄지도록 보장한다.’는 부분도 지적받는다. 우리측은 협상을 진행하면서 단 한 번도 이런 내용을 공개한 적이 없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는 ‘경쟁적 시장도출 가격’이 내포하는 의미를 ‘외국 특허약의 가격을 사실상 선진국 평균약값 수준으로 보장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리 협상단은 미국이 요구하던 ‘신약의 최저가격 보장’을 수용하지 않은 것을 의약품 분야의 최대 성과로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에 따른 특허권 소송이 남발할 것으로 보고 제약업계와 정부관계자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방침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금융 외환위기와 같은 긴급한 시기에 해외로의 송금을 1년간 금지하는 ‘단기 세이프가드’를 도입한다. 하지만 국내에 투자한 외국 자산을 몰수할 수 없고 이중이나 다중의 환율제도도 적용하지 못한다. 또한 미국의 상업적·경제적·재정상의 이익에 불필요한 손해를 피하도록 명시한다. 다만 경상거래나 외국인 직접투자와 연계된 지급이나 송금에는 단기 세이프가드가 적용되지 않는다. 국경간 금융서비스 거래를 허용하되 해상운송보험과 재보험, 보험 컨설팅·계리·손해사정 등의 기업관련 보험서비스와 일반 금융서비스에 대한 자문으로 국한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서비스를 허락한 뒤에는 다시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 국내에서 신금융서비스를 인가하면 미국 금융기관에도 똑같이 허용하되 국내 건전성 규제 등을 적용한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특별대우를 인정하고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은 금융기관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주택금융공사와 농협, 수협 중앙회의 최고 및 차상급 경영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격을 한정한다. 한편 우정사업본부가 금융기관으로서 규제되지 않는 정부기관임을 인정하되 금융감독위원회에 재무제표와 결산서류 등의 경영정보를 제공하고 금감위는 검토 의견을 내도록 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지재권 저작권 분야에서 새로 밝혀진 내용은 대부분 정책집행 및 처벌과 관련돼 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한 강력한 정책추진과 처벌규정 강화 등 미국측 요구가 대부분 받아들여진 것으로 드러났다. 처벌과 관련해서는 영화관에서 비디오카메라 등을 이용해 영화를 촬영하는 것은 물론 촬영시도 행위까지도 ‘미수범’으로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불법복제 DVD를 아예 원천봉쇄하겠다는 미국측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양국은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도 범죄수익 몰수를 인정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상표권 침해에 대해서만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었다. 양측은 또 대학가의 서적 불법복제, 배포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키로 합의했다. 협정 발효 6개월내에 복사업소 등에 대한 대대적인 적법저작물 사용 캠페인 등을 벌이기로 했다. 세관에 저작권 침해우려 물품이 수입신고될 경우, 직권으로 통관을 보류하고 권리자에게 통보될 수 있도록 관련 저작권을 세관에 등록하는 ‘저작권 침해물품 세관 신고제도’도 새로 도입키로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온라인에서의 지적재산권 침해시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을 때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침해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개인정보를 권리자에게 제공하도록 의무화한 것과 관련해서는 보다 자세한 내용이 공개됐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통신·전자상거래 통신분야에서 두 나라는 정부의 기술표준정책 추진권한을 인정했다. 이는 와이브로(휴대 인터넷)와 같은 기술표준을 정부가 중심에서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무선분야에선 범위를 효율적 주파수 활용, 글로벌 로밍보장, 법 집행 등으로 제한했다. 유·무선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는 상대국 사업자에게 상호접속·전용회선·전주·관로·도관의 이용 등에서 차별없이 제공해야 한다. 다만 양국 무선분야의 지배적 사업자는 예외지만 SK텔레콤은 상호접속 의무를 갖는다. 또 지배적 사업자가 독점력을 통해 얻은 초과이윤을 다른 통신시장의 자회사나 계열사 등에 보조하는 ‘교차보조 행위’는 금지됐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온라인으로 전송되는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무관세 관행을 유지했다. 또 CD 등의 전달매체에 담긴 오프라인 디지털 콘텐츠 제품도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우정분야에선 국제특송 시장이 개방됐다. 무역관련 서류에 한정됐던 국제특송은 국제서류까지 확대됐다. 또 부속서한에는 “우편법 또는 관련 법률을 개정해 민간 배달 서비스의 범위를 증대하기 위해 우정당국의 독점에 대한 예외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하지만 정부는 “부속서는 구속력이 없는 선언적 문서”라고 설명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노동·환경 노동분야는 협정문의 공개자체보다는 재협상 요구 등 앞으로의 변수가 더 주목된다. 노동분야의 핵심인 ILO기준 재확인, 자국 노동법 인정, 위반국에 최대 1500만달러의 벌과금을 부과하는 분쟁해결 절차 등은 당초 알려진 대로 변경은 없었다. 다만 앞으로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동분야가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개성공단이 특별지역으로 인정될 수 있는 조건으로 한반도 비핵화, 남북관계 일정 등과 함께 노동·환경분야가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측의 재협상 요구가 거세질 경우 예상되는 분쟁해결 절차 변경 등에 대한 우리정부의 대응책 마련도 관심이다. 환경 분야는 그동안 밝혀진 내용 외에 특별한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미국측이 추가 협상을 내걸어 야생 동식물 거래 금지 등 국제적인 보호 협약을 각자 법률로 제정하고 강화된 환경 보호 의무를 지도록 하자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경법을 지키지 않아 원가를 절감하고 많은 이윤을 남기게 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환경보호 의무를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는 주장도 펼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그러나 “환경법의 효과적 집행의무는 선언적 법률이고, 우리나라는 이미 환경관련 주요 국제협약에 가입, 실천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류찬희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주말탐방] 손보사 대인보상팀

    [주말탐방] 손보사 대인보상팀

    “몸은 어떠십니까?어느 병원에 입원하셨나요. 그 병원에 지금 바로 ‘지불보증’을 해놓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오후 3시쯤에 찾아뵙겠습니다.” 자동차보험 대인보상팀에서 일하고 있는 삼성화재 이상덕(38)과장은 이 같은 전화를 하루에 4∼5건씩 하거나, 받는다. 손해보험 대인보상팀이란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가해자인 자동차 보험가입자를 대신해 민사상의 책임을 모두 해결하는 보험사 직원을 말한다. 첫 번째 조치가 ‘지불보증’인데, 교통사고 피해자가 병원 진단 및 입원, 치료에 드는 모든 비용을 보험사가 보증한다는 뜻이다. 베테랑 보상직원은 보험 가입자가 제출한 사고 신고서를 읽어보고 첫눈에 뭔가 찜찜한 점을 발견해 탐문수사를 벌이는 초동 수사자이기도 하다. 지능화되는 다양한 보험사기로부터 선량한 보험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다. 메리츠화재의 오재혁(37)과장은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의 경우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보조석 에어백에 립스틱이 묻어있는데, 운전자가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는 가장 쉽게 거짓임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고 했다. 이 과장과 같은 대인보상 직원이 삼성화재에는 670여명이 있고, 전체 화재보험사에서는 32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과장의 하루는 서울 중구 삼성화재 중앙보상센터 사무실에 오전 7시 30분쯤 출근하면서 시작된다. 도착한 직후 아직 보험금 합의를 보지 못한 미결 사건 중 그날 만나야할 사람을 정하고, 새로 배당된 사건의 내용을 살펴본다. 사고 신고서를 읽으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는 것도 이때다. 오전 10시쯤이면 현장 근무를 시작한다. 이 과장의 활동 무대는 종로와 서대문 쪽에 흩어져 있는 병원들. 서울대병원, 이대 동대문병원, 강북 삼성병원, 적십자 병원, 그리고 소규모의 서너 개 정형외과는 그가 담당하는 곳이다. 현장 퇴근하는 날도 있지만, 어떤 날은 귀사해서 업무를 정리하기도 한다. 합의를 한 환자를 위해 오후 7시까지 서류정리를 마쳐야 다음날 아침에 보험금이 피해자에게 지급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류정리까지 다 마치고 나면 오후 8∼9시쯤 된다. 다른 손해보험사 대인보상팀 직원들의 하루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우수직원인 이 과장이 한달 동안 관리하는 대인보상 건수는 평균 25건으로 일반적인 보상직원들의 15∼20건보다 많은 편이다. 보통 보상직원들은 하루에 병원 3∼4곳은 최소한 돌아다녀야 한다. 많으면 하루에 5∼6명, 적으면 3∼4명의 환자와 만나 상담하고 합의해야 한다. 사건, 사고가 매월 30∼40여건 발생하기 때문에 미결사건을 빨리 해결해야 한 사람이 20여건을 관리할 수 있다. 보험관계자들은 “그래도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 시장을 30%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보상직원들이 담당하는 지역이 좁아서 일처리가 다소 쉬운 편”이라고 말한다. 같은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더러 있어 이동거리가 적기 때문이다. 반면 시장점유율이 중하위권인 화재보험사의 경우 보상직원이 담당하는 지역이 넓다. 중하위권 보험사의 한 보상 직원은 “하루에 병원 두 곳을 방문하기도 어려울 때가 있다.”면서 “이동거리가 넓어 모두 커버하기가 힘들다보니, 고객이 다소 무리하게 합의금을 요구해도 수용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말한다. 무리하게라도 합의를 하면 바로 퇴원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회사의 부담이 적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합의금을 후하게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한다. 교통사고 환자들과의 면담 과정도 보상직원들에겐 보통 고역이 아니다.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보험사 직원에게 표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멱살을 잡는 등 거친 행동을 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일부는 합의금을 많이 타낼 목적으로 거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원만하게 합의할 생각이 있기 때문에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거친 환자들이 있으면 전직 경찰관들이 포함된 보험사의 보험범죄수사팀(SIU)이 개입한다. 조직 폭력배 등이 개입된 보험사기가 최근 크게 늘고 있어 보험사마다 이런 자체 조직을 두고 있다. 보상직원들이 말하는 요즘의 세태는 가해자들이 ‘도의적 책임’조차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보상직원은 “피해자가 크게 다쳤는 데도 가해자가 종합보험에 들었으니 보험회사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올 때가 많다.”면서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어떻게 한번도 안올 수가 있느냐고 불평을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보상직원들이 가장 골치 아플 때는 진단기간이 종료돼 퇴원을 앞둔 환자들이 합의를 잘 해주지 않을 때다.2주 진단을 받은 경증 환자들이 입원일이 끝났는 데도 계속 통증을 호소하며, 퇴원을 거부하는 일이 최근 2∼3년 사이에 크게 늘었다고 보상직원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속칭’나이롱 환자’의 도덕적 해이 아프지 않은데 꾀병을 부리는 사람들을 흔히 ‘나이롱 환자’로 부른다. 최근 몇년 새 ‘나이롱 환자’의 급증으로 손해보험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직업이 피해자’란 말도 생겼을 정도다. 한 화재보험의 보상팀 직원은 “지난해 고객 중 한 사람을 조회했는데 1년에 12번 교통사고로 입원한 경력이 나왔다.”면서 “매월 합의할 때마다 100만∼150만원 정도 받았다면,‘직업이 피해자’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도 “자동차 파손에 대한 손실액이 5만원이 나왔는데, 그 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가 3개월이나 병원에 입원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현재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8.8%로 손보사의 수지균형 손해율인 72%를 한참 웃돌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회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손해율이 높아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화재도 자동차보험의 비중을 점차 줄이고, 수익성 위주로 사업 구성을 바꾸고 있다.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많을수록 손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의 적자는 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손해보험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06 회계연도(2006년 4월∼2007년 3월)에 자동차 사고로 전국 3164개 병·의원에 입원한 환자 1만 7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입원 중에 병실을 비워둔 환자가 16.6%였다. 이는 2005년보다 0.6% 증가한 수치다. 특히 주말 부재율은 19.9%까지 올라갔다. 입원할 필요가 없는 환자가 입원하고 있는 비율이 그만큼 된다는 얘기다. 손보협회는 자동차보험 입원 환자의 93.9%가 8~9급인 ‘목뼈 염증(경추염좌)’이하의 경상환자들이며 경상 피해자들이 과잉보상 심리에 편승해서 높은 입원율과 장기간의 과잉진료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보협회는 자신이 치료비를 내야 하는 건보환자들의 경우 입원율이 1.8%에 불과하지만, 본인 부담이 없는 자동차보험을 적용받는 사람은 73.9%가 입원하는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입원율이 9%에 불과해, 우리의 73%와 비교할 때 무려 8배 차이가 있다. 일본도 20∼30년 전에는 무조건 입원해야 한다는 풍조가 있었지만, 제도 개선과 사회적 인식 전환으로 이런 큰 변화가 생겼다. ‘나이롱 환자’의 양산은 ‘자동차 사고는 후유증이 무서우니 무조건 입원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탓이 크다. 과잉진료에서 더 나아가 ‘자동차 사고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경기가 어려울 때 나이롱 환자는 더 늘어난다고 한다. 보상경력 11년 차의 메리츠화재의 오재혁 과장은 “보험사의 돈을 ‘공돈’으로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고 말했다. 나이롱 환자 문제가 수그러지지 않아 손보사는 이들을 사기죄로 적극 고발해 수사당국의 힘을 요청하기도 한다. 오 과장은 “보험은 고객들이 갹출한 돈으로 보상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이롱 환자’들의 급증은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고객들의 손해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대인보상에 관한 궁금증 5가지 승용차 운전자인 회사원 최소라(33세·가명)씨는 지난해 가을 퇴근길에 차를 몰다 횡단보도에서 정지신호를 못본 뒤차에 받혔다. 최씨 차의 범퍼가 내려앉았고, 최씨는 ‘경추 염좌’로 2주 진단을 받았다. 최씨는 그 다음날 출근을 했으나, 목과 어깨와 등이 아파서 연월차를 내고 입원했다. 최씨는 입원 당일에 공연을 예약해뒀으나 가지 못해 입장료가 12만원인 공연권을 휴지로 만들고 말았다. 보험사는 최씨에게 어떻게 보상할까. ●소득산정 어떻게 하나= 보험사는 휴업에 따른 손해가 있을 때만 보상을 해준다. 최씨는 연월차를 냈으므로 1일 연월차 보상액 80%에 입원일자를 곱해 보상한다. 여기에 경추염좌 환자는 위로금 25만원이 더 지급되고, 진단서 기간보다 빨리 퇴원하면,‘향후 외과치료비’ 명목으로 입원기간을 제외한 날짜만큼 1일 2만∼5만원까지 계산해준다. 주부는 ‘정부노임단가’ 월 120여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휴지된 공연티켓, 취소한 비행기표 손실은= 최씨가 사용할 수 없게 된 공연티켓은 간접손해인 만큼 보험사가 보상하지 않는다. 여행계획을 취소해, 비행기표를 취소해 입게 된 손해도 원칙적으로 보상하지 않는다. ●합의했는데, 후유증이 생겼다= 최씨가 보험사로부터 100만원 정도의 보상금을 받는 데 합의한 뒤 퇴원했으나 뒤에 교통사고 후유증이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당초 예상하지 못한 손해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합의 효력이 상실된다.”면서 “후유증을 우려해 퇴원을 미룰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다만 후유증의 교통사고 연관성을 환자가 입증해야 한다. ●외국인 피해자의 경우= 외국인 불법취업자들의 자동차사고의 피해도 늘고있다. 판례는 초기 2년은 한국에서 받은 임금, 그 뒤는 출생국가의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미래소득은= 올초 교통사고로 사망한 개그우먼 김형은씨에 대한 현대해상의 보상금 규모가 최근 보험업계의 관심사다. 김씨의 국세청 소득신고가 적을 경우 보험금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보험금에는 사고사망자의 미래가치는 산정되지 않는다. 즉 의대학생이 사망했다고 의사가 됐을 때의 미래소득으로 보험금을 계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5) 칠레 (상)

    [이젠 포스트 BRICs] (5) 칠레 (상)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코트라 무역관이 자리한 칠레 산티아고 서부 프로비덴시아 지구의 셉티엠브레 11번가에는 기업체,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다. 깔끔하게 꾸민 상점, 카페, 레스토랑은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를 방불케 한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산타아고시가 대대적으로 개발 중인 라스 콘데스 지구가 나온다. 하얏트, 메리어트 등 고급 호텔과 칠레 최대의 복합 쇼핑몰(아푸만케) 파르케 아라우코가 들어서 있다. 파르케 아라우코에서는 팔라벨라, 파리스 등 대형 백화점들이 패션의류·가전들을 진열해 놓고 손님들의 발길을 붙든다. 삼성,LG, 대우의 전자제품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최숙영 산티아고 무역관 과장은 “평균 1%대에 불과한 초(超) 저관세가 이곳 사람들의 소비성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여 놓았다. 칠레가 ‘세계의 테스트 마켓’으로 불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칠레가 농업·수산업·광업(1차 산업)과 서비스업(3차 산업)으로 양극화된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강중국(强中國)’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렛대는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등 첨단산업이다. ●1차 산업의 확실한 경쟁력 칠레는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의 비중이 17%(한국 28%)에 불과하다. 북부 아리카 지역 등 일부를 빼면 산업공단이 없다.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이유다. 제조업 수출도 표백펄프, 제재목, 포도주, 어분, 메탄올 등 농림수산물 가공제품이 태반이다. 산업의 원천은 세계 공급량의 40%에 이르는 구리다. 지난해 333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58%를 차지하며 최대 무역흑자를 견인했다.2004년 파운드당 1.30달러이던 국제 구리값이 지난해 2.27달러로 뛴 덕이다. 연어도 지난해 노르웨이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22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포도·아보카도 등 농산물도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한다. 서비스업에서는 유통과 통신, 금융이 강세를 보인다. 한국처럼 칠레에서도 카르푸 등 다국적 유통기업들이 팔라벨라, 파리스, 리플레이, 리데르, 에코노, 알마크, 소디막 등 경쟁력 높은 토착기업에 밀려 철수했다. 이동통신도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달리 텔레포니카 모빌, 엔텔PCS, 클라로 등 3개 토착기업이 시장을 100% 차지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1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칠레는 무역 빗장을 건 다른 중남미 국가와 달리 1970년대에 개방과 자유경쟁 시장체제를 구축했다.73년 쿠데타로 집권한 피노체트는 ‘시카고 학파’를 대거 기용해 개방정책을 폈다. 그 결과, 경쟁력이 없는 제조업은 몰락했지만 질 좋고 값 싼 공산품들이 들어와 국민들의 생활은 나아졌고 1,3차 산업도 안정 속에 성장할 수 있었다.90년 정권 교체 이후에도 이런 기조는 이어져 2003년에는 모든 수입상품에 일괄적으로 6%의 단일관세만 적용하고 있다. 각종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전체 평균 관세율이 1%대에 불과하다. 현재 56개국과 17건의 FTA를 맺고 있다. ●IT와 BT로 도약 칠레는 북유럽의 핀란드를 개발모델로 설정했다. 한선희 산티아고 무역관장은 “통신·화학·제약 등 IT와 BT를 강화하기 위해 핀란드를 벤치마킹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IT기업에 최고 70만달러까지 지원하는 생산진흥청(CORFO)의 ‘이노바 칠레’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자체 기술로 만든 고속도로 요금징수 시스템은 이런 노력의 결실이다. 산티아고에서 발파라이소로 가는 1시간 거리 고속도로에는 톨게이트가 없다. 과속감시 카메라처럼 생긴 장치가 도로 곳곳에 세워져 차량 안에 부착된 센서와 감응, 자동으로 요금을 기록한 뒤 매월 은행계좌를 통해 징수한다. 하지만 이런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 초 추진한 ‘트란 산티아고’(산티아고 교통개혁) 프로젝트는 오히려 대혼란을 가져와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투명성 높은 사회 카를로스 에두아르도 칠레 외국인투자유치위원회 부위원장은 “칠레의 진정한 경쟁력은 대외개방 외에 정치·사회적 안정, 공공부문의 투명성과 청렴성, 선진국 수준의 치안 등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 발표 부패인식지수에서 세계 20위(한국 42위)에 올랐고 지난해 산티아고의 인구 10만명당 살인범죄율도 2명(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48명)에 그쳤다. 부가가치세율이 19%나 되지만 조세행정이 철저해 구멍가게에서조차 영수증을 내주는 게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빈부격차는 사회통합의 걸림돌이다. 칠레 가톨릭대 학생 로만 조시프는 “부의 편중과 교육의 불균형 해소가 칠레 성장의 관건이라는데 대부분이 의견을 같이 한다.”면서 “중산층 이하 자녀의 교육수준 향상을 위해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하지만 현재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칠리안’ 특징은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산티아고 공항에서 미국인들은 특별대우를 받는다. 미국인 전용 입국심사대가 따로 있다. 초강대국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 별도의 입국세를 받기 위해서다.“미국이 우리 국민에게 비자를 요구하니 우리도 미국인에게 비자 발급비용에 해당하는 만큼의 돈을 걷는다.”는 게 칠레 정부의 논리다. 칠레는 다른 나라보다 ‘반미감정’이 강하다.‘유럽의 후손’이라는 자부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거 미국이 피노체트 독재정권을 지원한 데 대한 반감이다.2004년 산티아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칠레 경호원들이 조지 부시 대통령을 따라 만찬장에 들어가는 미국측 경호원들을 제지하다 싸움이 크게 붙었던 것은 유명하다. 중남미 다른 나라들과 동일선상에서 비교되는 것 역시 좋아할 리가 없다.“중남미에서 가장 잘 산다고 으스대고 다른 나라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해 질시를 받는다. 아르헨티나, 페루, 볼리비아 등 인접국들과 모두 사이가 좋지 않다. 일본에 대한 한국·중국의 국민감정과 비슷한 데가 있다.”(교포 장기현씨) 인구 중 백인이 29%로 아르헨티나와 함께 중남미에서 백인 비율이 가장 높다.60%에 이르는 메스티소(원주민·백인 혼혈)도 상당수가 육안으로는 백인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스페인계와 독일계가 많아 정치·사회·경제 제도를 유럽에서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적이고 친분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중남미인들의 특징이 약한 반면 논리적·이성적이며 검소하고 신중한 편이다. 일부에서는 1800년대 중반에 대거 이주한 독일계의 영향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동양계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하지만 한국·중국 등의 빠른 성장에 대해 부러움도 갖고 있다. 이곳의 가족중심 문화는 유명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저녁에 서둘러 퇴근해 집으로 직행한다. 저녁에 아이들 데리고 산책하고 놀아주는 것이 남자들에게 관행화돼 있다. 여성들의 직장생활 비율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내가 전업주부인 경우에도 하루종일 고생했으니 잠시 쉬라는 뜻의 배려라고 한다. 이런 관행이 간혹 회사의 잔업 등 요구와 충돌하기도 한다. windsea@seoul.co.kr ■비즈니스 환경은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 칠레인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높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꼭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다른 어느나라보다도 특히 그렇다는 얘기다. 스페인어권 국가들의 공통적 특징이긴 하지만 칠레에는 영어를 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길거리나 상점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칠레가 지리적으로 고립돼 있을 뿐 아니라 정규교육에 영어과목이 매우 빈약한 탓이다. 유럽을 종주국으로 생각하는 문화적 특성도 작용한다. 비즈니스를 할 때에는 스페인어가 기본이고 부득이하게 영어를 쓸 때에는 반드시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칠레인들은 웬만해선 모험을 하지 않는다. 안전 위주의 신중한 거래가 철칙이다. 수입상의 시험주문의 개념도 다른 나라와 다르다.1회 시험주문을 해보고 품질이 확인되면 정식거래를 트는 게 보통이지만 칠레인들은 3회 시험주문이 보통이다. 기계·장비류는 통상 1∼2년간 시험해 본 뒤에 정식 거래를 시작한다. 오랜 철권통치의 여파로 사회에 아직 불신풍조가 강하다. 믿음을 주는 것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설령 칠레인들이 미덥지 않더라도 속으로만 생각해야지 우리쪽에서 먼저 못 믿겠다는 식의 표정이나 몸짓을 하면 그걸로 거래협상은 끝이다. 코트라 산티아고 무역관 성기주 과장은 “구두로 협의한 내용은 나중에 번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거래는 반드시 문서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칠레가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떨어진다고 얕잡아 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 안된다.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같은 데서는 혹시 먹힐지 몰라도 자존심 강한 칠레인들에게는 상종 못할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게 된다.”(교포 방민수씨·식당업) windsea@seoul.co.kr ■후안 코이만스 칠레카톨릭대 교수 인터뷰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 칠레 최고의 명문으로 통하는 칠레가톨릭대학 경제학부 4층 연구실. 후안 코이만스 교수는 지구 반대편에서 온 ‘코레아’의 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1시간 이상 넘기면서 쉴 새 없이 설명과 주장을 쏟아냈다. 무엇보다도 칠레가 ‘제조업 없는 농산·광산물 수출국’이란 일부의 인식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칠레의 포도와 아보카도가 왜 좋은지 아십니까. 단순히 기후 때문에 그런 게 아니지요. 우리나라 아보카도 농장에서는 물방울을 이용한 첨단농법을 씁니다. 과학과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우리만의 ‘과일 제조업’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컴퓨터·네트워크 등 뉴 테크놀로지에서도 세계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칠레가 항공기 제작에 들어가는 첨단 전자장비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코이만스 교수는 칠레 경제가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계기로 ‘혁신적인 실험’을 꼽았다. 다른 어떤 중남미 국가도 시도하지 않았던 개방경제를 1970년대에 과감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성장-위기-성장-위기의 악순환을 무역장벽 완화와 자유시장체제 도입으로 끊은 것이지요.80년대에 시작한 세제·재정 혁신과 사회보장제도·노동시장 개혁은 거기에 촉매 역할을 했습니다.” “경제부문의 성공은 사회의 안정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빈곤계층 비율이 90년대 초반 전 국민의 절반 가량에서 지금은 18% 정도로 줄었고 생계 자체가 곤란한 극빈층은 5%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코이만스 교수는 이 대목에서 ‘피노체트 17년 독재’를 언급했다.“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누가 뭐래도 국민을 탄압한 철권통치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경제성장의 동력이 그의 통치기간에 나왔던 것도 일정부분 사실입니다. 자유경제, 개방경제, 관료사회 숙정 등은 잘 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는 경제개혁의 완성작이었습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관련해 “한국의 일부 산업분야는 FTA로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농업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칠레조차 FTA로 생과일 수출에서는 득을 봤지만 과일 통조림 수입에서는 큰 손해를 입었다. 시장개방으로 인한 산업간 득실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며 이를 어떻게 조화롭게 상쇄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4) 멕시코

    [이젠 포스트 BRICs] (4) 멕시코

    ■ 푸에블라주 포스코-MPC |푸에블라(멕시코) 김태균특파원|지난달 8일 멕시코 푸에블라주 오에호칭고에 자리한 포스코-MPC가공센터의 준공식장. 이곳에서 좀체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마리오 마린 푸에블라 주지사와 에두아르도 가르사 연방정부 경제부 장관이 한사코 포스코 윤석만 사장에게 단상의 가운데 자리에 앉을 것을 청했다. 자존심 강한 그들은 외국기업이 아무리 큰 투자를 해도 ‘상석(上席)’을 양보하는 법이 없다. 포스코의 위상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단상에 잇따라 오른 주지사와 장관은 포스코에 대해 “비엔베니도.(환영합니다.)” “무차스 그라시아스.(대단히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포스코가 2160만달러를 투자해 만든 포스코-MPC는 연간 17만t 처리능력의 자동차강판 가공센터다. 포스코의 첫번째 멕시코 진출이다. 강판이 대서양 연안 베라크루스항에 도착하면 이를 기차로 310㎞를 날라 가로, 세로로 쓰기 쉽게 절단, 인근 자동차공장과 부품공장에 공급한다.1차 타깃은 푸에블라 최대의 폴크스바겐 공장이다. 초대형 부품업체 마그나멕시코는 포스코-MPC가 설립되자 기존 거래선을 끊고 포스코로 옮겼다. 아라셀리 레예스 과장은 “우리가 중시하는 품질, 신뢰, 가격 3가지를 포스코가 모두 충족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내년에는 2억달러를 들여 동부 연안 타마울리파스주 알타미라에 자동차용 강판 생산공장을 짓는다.2009년부터 연간 40만t씩 강판이 생산된다. 심경휘 포스코-MPC 법인장은 “멕시코는 폴크스바겐, 다임러크라이슬러,GM 등 세계적인 자동차공장과 오토텍, 마그나, 벤틀러 등 1000여개 부품회사가 밀집해 연간 200만대를 생산하는 자동차 대국”이라면서 “우리 공장은 본격적인 미주 자동차 강판시장 공략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 LG전자 몬테레이 법인 |몬테레이(멕시코) 김태균특파원|멕시코 아포다카 공단에 자리한 LG전자 몬테레이 법인(냉장고 생산)이 현지화를 통한 경영혁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실적이 말해준다.1년 전에 비해 생산성이 40% 이상 뛰었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하루 냉장고 생산목표가 4000대였지만 지금은 6000대를 향해 가고 있다. 지난달 5700대를 돌파했다. 생산라인 근로자의 이직률은 연간 10%대에서 3%대로 낮아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지난해 4월 LG전자는 2000년 공장설립 이래 계속해 온 토요일 8시간 전일 근무제를 없앴다. 휴일과 파티에 절대적인 가치를 두는 현지인들의 뜻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실제 토요일 출근율도 70%밖에 안 됐다. 물론 토요일에 쉬는 대신 월∼금요일에 목표량을 모두 달성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또 생산실장 등 3개 직책을 뺀 모든 부서 책임자에 현지인들을 앉혔다. 어지간한 업무는 한국인 주재원을 거치지 말고 바로바로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다. 그러자 이전까지는 마지못해 회의에 나왔던 직원들이 삼삼오오 생산라인이나 휴게실에서 자발적으로 업무효율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산라인, 식당, 휴게실 등도 그들의 요구대로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이를 위해 박영일 법인장이 수시로 한국인 주재원 없이 현지인들만 참석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봉사활동을 좋아하는 멕시코인들의 정서에 착안해 고아원·양로원 방문과 냉장고 지원활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주재원들에게 멕시코인 위에 군림하려 들지 말 것을 주문했습니다. 공장을 계속 이끌고 갈 사람은 어차피 멕시코인들이니 가이드 역할만 충실히 하라고 했습니다. 또 현지인들에게는 한국인들은 얼마 후면 자기 나라로 돌아갈 사람들이다. 결국 여러분밖에는 없다고 수시로 말해 주었습니다.”(박 법인장) windsea@seoul.co.kr ■국내기업 진출 현황 |멕시코시티(멕시코) 김태균특파원|한국기업의 멕시코 직접투자는 1994년 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이후 본격화됐다.93년까지는 누계가 1억달러였지만 작년에는 한해에만 1억 1428만달러(신고 기준)가 투자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누계는 132건,6억 6100만달러다. 다비드 우르타도 멕시코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삼성과 LG는 외국기업이라기보다는 멕시코 고유기업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티후아나 공장(TV, 휴대전화·88년 진출)과 케레타로 공장(냉장고, 세탁기·2003년) 등 2개의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판매법인은 95년에 설립했다. 지난해 전세계 히트상품인 보르도TV를 통해 LCD TV 시장에서 22%의 점유율로 소니를 제치고 선두에 나섰다. 컬러 모니터와 양문형 냉장고도 각각 2000년과 2005년부터 1위를 달리고 있다. 소니, 파나소닉, 필립스 등을 제치고 멕시코시티 베니토 후아레스공항 제2터미널의 PDP 모니터(480대) 공급권을 따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초등학교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소망-유스카이(마야어로 ‘소망’이란 뜻)’라는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기금으로 출연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활동을 펴고 있다. 94년에 티후아나에 진출한 삼성SDI(TV브라운관)는 2005년 7월부터 두께를 기존 제품보다 15㎝ 이상 줄인 ‘빅슬림 브라운관’ 양산을 시작해 제2의 브라운관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88년 멕시코에 진출한 LG전자는 멕시코시티 판매법인을 비롯해 멕시칼리(모니터,LCD TV, 휴대전화), 레이노사(PDP TV), 몬테레이(냉장고) 에 각각 생산법인을 두고 있다.PDP TV,LCD TV, 휴대전화, 세탁기, 에어컨 등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지난해 9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PDP TV는 현지시장 점유율 40%를 넘어서며 압도적인 1위를 했다. 멕시코시티 법인 최원용 과장은 “해발 2000m 이상 고지대에 적합한 화면압력 조절로 제품의 소음을 제거한 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92년 멕시코시티에 판매지사를 세운 금호타이어는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이 안돼 있어 한국 타이어의 관세율이 50%를 넘어서자 사업 철수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올해 세율이 20%로 낮아지면서 다시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티후아나에 현대트랜스리드(HT)를 세워 북미지역 수출용 컨테이너, 트레일러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물산, 대우인터내셔널,LG상사, 효성물산 등 종합상사들도 진출해 있다. windsea@seoul.co.kr ■ 유념해야 할 비즈니스 철칙 |멕시코시티·푸에블라(멕시코) 김태균특파원|멕시코 주재원 K씨는 올 초 이 나라에서 추방을 당할 뻔했다. 어느날 이민청 공무원이 찾아와 “입국할 때에는 ‘매니저’(과장급)라고 신고해 놓고 왜 지금은 ‘디렉터’(부장급)를 맡고 있느냐.”고 다그쳤다. K씨는 “몇 주 전 승진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관리는 막무가내였다. 통사정 끝에 비자를 갱신하는 걸로 마무리됐지만 사실 K씨가 법을 어긴 것은 맞다. 멕시코 이민법에는 취업비자(FM3·1년마다 갱신)에 적힌 회사, 부서, 직책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반드시 이민청에 신고를 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추방당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이민청은 어떠한 문서나 기록도 외국기업이나 외국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 멕시코에서 제대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외국인들에게 가혹할 정도로 까다로운 이민 관련법규 등 다양한 장애물들을 넘어야 한다. 많은 진출기업들은 그 중에서도 어려운 노무 관리를 첫 손에 꼽는다. 허드렛일을 하는 말단 공원이라도 ‘멕시칸’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해서 섣불리 우리식 사고나 행동을 강요하면 부스럼이 나게 된다.“한국에서처럼 ‘일이 많으니 휴일에도 나오라.’ ‘일이 다 안 끝났는데 시간 됐다고 퇴근하나.’와 같은 말들은 십중팔구 반발을 부른다. 근무시간은 확실히 보장하면서 일과 중에 효율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잘못했다고 고함을 치는 것도 역효과만 낼 뿐이다.”(푸에블라 포스코-MPC 서용덕 이사) 한국과 같은 생산성을 기대했다가는 울화통에 시달리게 된다. 한국기업 주재원 A씨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데다 결근도 잦은 편이어서 동일 업무에 한국의 1.5배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불안한 치안 때문에 보안요원 배치 등 부대경비도 많이 들어 전체 노동비용이 꽤 높은 편”이라고 했다. 주재원 B씨는 “느린 행정처리도 골칫거리다. 관공서의 효율이 낮아 한국에서 2∼3일이면 될 일이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 공무원 사이에 촌지·뇌물수수 관행이 다른 나라보다 심한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일부 생활물가는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멕시코시티에 사는 교포 한소훈씨는 “육류·과일 등 농산물은 싸지만 한국 돈으로 200만원짜리 침대,100만원짜리 화장대 등 터무니없이 비싼 것도 많다.”고 했다. windsea@seoul.co.kr ■ 취재후기 기 억력을 동원해 멕시코란 이름에서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태양, 사막, 선인장, 데킬라, 나초와 타코,83년 박종환 축구 4강 신화의 무대, 마야·아스텍 문명, 정열, 마카로니 웨스턴, 솜브레로와 판초, 화가 프리다 칼로. 아마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 멕시코에 대해 연상하는 단어 중에 중립적이거나 우호적인 것들은 여기까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도 나머지의 태반은 멕시칸들의 목숨을 건 미국 월경(越境), 다닥다닥 붙은 누더기 판자촌, 미국 범죄자들이 도주하는 통로, 정치불안과 치안부재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이 차지할 것입니다. 과문(寡聞)이 선입견으로 이어진 탓도 있겠지만 실제 일부 부정적인 이미지들의 상당부분이 눈으로 귀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멕시코가 갖고 있는 고유의 잠재력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무한한 자원이 매장된 광활한 땅과 1억이 넘는 인구, 북미와 중남미를 잇는 절묘한 지정학적 위치 등에서 우러나는 물리적인 힘과 국민적 자존심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거대한 힘의 원천이었습니다. 과거와 달리 교육을 통해 2세의 미래를 바꿔주겠다는 희망도 확산되고 있었고 나라의 미래에 대한 지식인들의 고민도 진지했습니다. 멕시코는 오랫동안 도약대에 오른 채 멈춰 서 있었습니다. 그 멈춤을 끝내고 멕시코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성공적으로 점프를 할 것이냐, 힘에 부쳐 고꾸라지느냐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회개혁의 성패가 좌우할 것입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열린세상] 촛불과 거울/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직원이 부정을 저질렀다고 회사 임원들이 방송에 나와 대국민 사과를 한다. 그런가 하면 아들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온 가족이 카메라 앞에 나와 그를 대신해 사죄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있는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대단히 ‘일본적’이라고 생각했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이는 일본만이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 일반의 특징일지도 모른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직원이 사기를 쳤다고 임원이 사과할 일은 아니고, 아들이 사고를 쳤다고 부모가 사과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사람을 사원으로 뽑거나, 그런 아들을 낳아서 잘못 가르친 것도 ‘잘못’이라 생각하여, 거기서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바로 이게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구와 달리 공동체 정서가 강한 아시아의 정서일 게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나고, 그 범인이 ‘아시아계’라고 알려졌을 때,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바짝 긴장을 했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그 범인이 ‘유럽계’라 알려졌다면, 어땠을까.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혹시 범인이 제 나라 사람이 아닐까 긴장했을까. 물론 그런 우려가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들이 아시아 사람들만큼 거기에 민감할 것 같지는 않다. 범인은 한국 사람으로 알려졌다. 당장 이 일로 미국내 한인들이 싸잡아 범죄자 취급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왔다. 심지어 보복테러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흘러다녔다. 그런데 미국의 반응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모양이다. 그쪽의 여론은 이를 무엇보다도 개인 범죄로 바라보고, 외려 총기소지의 문제를 지적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단다. 덕분에 이 불행한 사태의 수습은 다행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편에서는 미국인들이 이를 개인 범죄로 봐주고,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인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국적으로 미안해한다. 서구적 정서와 아시아적 정서가 만나서 최선의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뉴욕 타임스에서도 “한국인 모두가 미안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인들은 이런 한국인의 태도에서 아마 잔잔한 감동을 받을 것이다. 이처럼 자기와 소속이 같은 사람이 저질렀다 해서 자기가 하지도 않은 일에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귀한 일이다. 문제는 그런 태도의 이면에 깔린 다른 가능성이다. 가령 국내에 거주하는 동남아 외국인이 한국에서 총기 난사사건을 일으켰다고 가정해 보자. 한국 사람들도 미국인들처럼 이를 ‘개인’의 범죄로 생각해 줄까. 아니면 그가 속한 ‘집단’의 책임으로 돌릴까. 내가 볼 때에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언론은 미국인들이 이 사건을 개인 범죄로 여기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외국인이 한국에서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범인과 우연히 국적이 같은 사람들도 그 “다행”을 누릴 수 있을까. 절도, 강도, 폭행 등의 사소한(?) 범죄라도 외국인이 저질렀다고 하면 무섭게 달려들어 “추방하자.”고 악다구니를 퍼붓는 인터넷 분위기를 보건대, 나는 그들은 지금 한국인들이 감사하는 그 “다행”을 누릴 수 없을 것이라 추측한다. 언젠가 프랑스에서 인종 폭동이 일어났을 때, 평등의 나라라는 프랑스 사회의 치부가 드러났다고 은근히 고소해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프랑스쯤 되니까 청년 둘이 감전사했다고 외국인들이 폭동까지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만약에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고 해 보자. 그때 우리 사회 분위기는 어떨까. 아무리 생각해도 1930년대 독일 분위기랑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한 손으로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을 드는 건 어떨까.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