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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숫자로 본 서울]잠실3동 주민은 단1명

    [숫자로 본 서울]잠실3동 주민은 단1명

    서울시내 522개 행정동 가운데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등록 주민이 단 한 사람 뿐인 곳이 있다. 재개발 공사가 한창인 송파구 잠실3동이 그곳이다. 이곳엔 외국인 30명을 포함해 31명이 거주자로 등록돼 있다. 외국인 거주자들은 주소지가 잠실 3동인 롯데호텔 잠실점의 장기 투숙객들과 해외 체류로 미처 이전 신고를 하지 못한 일부 외국인들이다. 하지만 이들 외국인은 신원이 확보되는 대로 이전 신고를 마쳐 지난 6월말 39명이던 이들의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사실 신원이 확인된 한국인이 재개발 공사현장을 거주지 주소로 가지고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단 한명뿐인 한국인은 적법한 절차를 가지고 거주자로 등록돼 있다. 그는 현재 군 복무중인 A씨로 지난 4월 총선 때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행정 절차상 잠실 3동 거주자로 남았다. 독립세대이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주소를 옮기기도 어려웠다. 면적 0.87㎢에 6000여명이 거주했던 잠실 3동은 사람이 살지 않아 지난 6월 동사무소를 잠실1동으로 이관했다. 재개발 공사가 끝나고 입주가 시작되는 오는 2007년이 돼야 잠실 3동은 ‘사람들이 사는 동네’로 부활할 전망이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은 이해하기 힘든 나라?/현인택 고려대 교수·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사람은 때로는 타인의 눈을 통해 자신을 재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을 통해 우리의 현재 위치와 모습이 더욱 잘 이해될 수가 있는 것이다. 외국인이 보는 한국에 대한, 그들로서는 상식으로 좀 이해하기가 어려운, 어쩌면 흥미로운 몇 가지 모습이 있다. 첫째,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 한국인이 이라크전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반미적(또는 반부시적)이라는 것이다. 프랑스나 독일은 물론, 미국과 동맹관계가 없는 국가들보다 50여년간 혈맹관계를 유지해온 한국이 미국에 대해 더 비판적이라는 사실에 대해 외국인, 특히 미국인들은 혼란스러워한다. 한국 국민이 그동안 서구 선진국가 국민들보다 더 자유주의적이거나 반전적(反戰的)이었다는 증거는 없다. 한국안보에 대해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과 가치가 여전히 중요한데 정작 그 파트너인 미국의 전쟁에 대한 한국인들의 냉혹한 평가에 외국인들은 자못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것을 단지 ‘동맹의 노후화’의 결과로만 보기 어려운 점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둘째,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한국인들이 비교적 태평하다는 사실 또한 외국인들에게는 놀라움거리다. 서울을 다녀가는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태도와 인식에 위기감이나 절박감이 전혀 없다는 데서 일단 놀란다.10년 위기의 일상화라기보다 어쩌면 북한 핵은 애초부터 위기가 아닌 듯하다는 인상을 그들은 우리에게서 받는다. 이러한 위협인식 부재의 심리를 설명할 마땅한 이론도 없다. 특히 외국 전문가들은 북한핵문제에 대한 한국의 제3자적 태도를 비판한다. 또한 미국이 북한보다 더 한국안보에 위협적이라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에는 거의 ‘경이’에 가까운 관심을 표명한다. 셋째,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한국 내의 반응에 관한 것이다. 미국 의회가 북한 인권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일부 여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미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북한 주민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보다 북의 정권안보를 통한 한반도 안정화를 더욱 중요시하는 그들의 논리와 태도에 그들이 과거에 소위 민주화 세력이었다는 사실을 설명하면 외국인들은 더욱 놀란다.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의 근본은 인권이라는 매우 기본적 이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넷째, 한국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태도이다. 연간 수출액이 2000억달러를 넘는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여전히 세계화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것은 외국인에게는 커다란 수수께끼다. 경제세계화는 뉴욕타임스 기자 프리드먼이 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언급한 금융, 자본, 기술의 혁명을 요구하는 것인데 이런 기준에서 보면 한국이 지금과 같은 규모의 수출을 이룩한 국가라는 사실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정치권에서 다반사로 뱉어지는 반시장적 언급과 경직될 대로 경직되어버린 노사문화, 경제자유화와는 거리가 먼 각종 규제들을 보면서 외국인들이 느끼는 수수께끼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다섯째, 우리도 깜짝깜짝 놀라지만 한국의 국내정치 소용돌이는 외국인들로서는 거의 이해의 수준을 벗어난다. 한국을 잘 아는 외국 전문가들도 며칠만 한국 뉴스를 놓치면 앞뒤가 이해되질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그들은 탄핵과 헌법의 판단을 구하는 정치권의 극단적 곡예가 어떻게 스스럼없이 일어나는지,50∼60년이 지난 과거사가 어째서 지금 와서 한국정치의 첨예한 갈등의 씨앗이 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한국은 이해하기 힘든 나라라는 인식이 깊어질수록 한국과 세계와의 괴리는 커져간다. 우리가 자신의 논리로만 무장하여 세계를 편의주의적으로 해석하고 자기합리화에 몰두할 때 한국은 점점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 변방으로 전락한다. 외국의 친한파 지인(知人)들은 이제 한국을 심각하게 걱정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 하는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그저 기우라고만 할 수 없는 의미심장한 징후(徵候)이다. 현인택 고려대 교수·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미국 알링턴 성인교육 현장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미국 알링턴 성인교육 현장

    지난 19일 저녁 7시.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카운티의 클레어렌든 중심가에 자리잡은 ‘알링턴 성인교육센터’를 방문하자 3층 상황실에서 근무하던 톰 로이스 야간국장이 반갑게 맞아줬다. 로이스 국장은 기자를 ‘이베이에서 물건 사고팔기’라는 제목의 강좌가 열리는 213호 강의실로 안내했다. 컴퓨터와 인터넷 전문가인 찰스 매쿨이 중년의 남성 1명, 여성 4명과 함께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에 접속, 물건을 사고 파는 과정을 실행해보고 있었다. 로이스가 “한국에서 온 기자가 수업을 참관하고, 촬영도 하고 싶어한다.”고 양해를 구하자 한 여성이 “안녕하세요.”라는 또렷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지난 19일 저녁 7시.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카운티의 클레어렌든 중심가에 자리잡은 ‘알링턴 성인교육센터’를 방문하자 3층 상황실에서 근무하던 톰 로이스 야간국장이 반갑게 맞아줬다. 로이스 국장은 기자를 ‘이베이에서 물건 사고팔기’라는 제목의 강좌가 열리는 213호 강의실로 안내했다. 컴퓨터와 인터넷 전문가인 찰스 매쿨이 중년의 남성 1명, 여성 4명과 함께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에 접속, 물건을 사고 파는 과정을 실행해보고 있었다. 로이스가 “한국에서 온 기자가 수업을 참관하고, 촬영도 하고 싶어한다.”고 양해를 구하자 한 여성이 “안녕하세요.”라는 또렷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알링턴(미 버지니아주)이도운특파원| 이 강좌에서는 매일 수억개의 상품이 새로 올라오는 이베이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상품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지 등 매우 실용적인 내용의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수강자들은 주로 은퇴한 뒤 이베이에서 작은 사업을 구상중이거나 창고에 쌓아둔 물건들을 처분하고 가외 소득도 올리려는 중산층 백인들이다. 교육센터 2층과 3층에서 진행되는 영어와 컴퓨터 기초과목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대부분 아시아와 중남미, 동유럽에서 온 이민자들이었다. 알링턴 성인교육센터 관계자는 “언어와 컴퓨터 등 직업교육에는 이민자들이, 취미교실에는 미국의 중산층 주민들이 주로 참가한다.”고 말했다. ●하루에 두번 문 여는 학교 다음날인 20일 오후 7시. 알링턴 카운티 볼스턴에 자리잡은 워싱턴 리 고등학교. 사방에 어둠이 깔렸지만 교실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이 학교는 하루에 두번 문을 연다. 오전에는 고등학생들을 위해서, 그리고 저녁 7시에는 성인 학생들을 위해서다. 프랑스 태생인 프란 벨 심스 선생님이 가르치는 ‘수채화 그리기’는 최고 인기 강좌다. 수업중인 127호실로 살짝 들어가자 심스 선생님을 중심으로 10여명의 아마추어 화가들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도화지에 스케치와 채색 작업을 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학생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과목은 스페인어 강좌.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의 이민자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미국내에서 스페인어의 효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히스패닉풍의 의상을 차려입은 조시 사르미엔토 선생님이 20명이 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초급 스페인어 문법과 회화를 가르치고 있었다. 대통령 후보간의 TV토론이 벌어지든, 메이저 리그 월드시리즈가 열리든 이 강의실에서는 빈 자리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한국어강좌에는 대기자 명단도 스페인어 수업이 진행되는 116호실 건너편의 117호실에서는 한국어 강의가 한창이었다. 사학을 전공하던 대학시절부터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쳤던 경험이 있는 박명은씨가 하와이 대학에서 출판한 ‘Integrated Korean(통합 한국어)’이라는 교재로 수업한다. 강좌는 정원 12명을 채우고도 현재 5명이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다. 박씨는 “한국에서 입양됐거나 어머니가 한국인인 사람 등 우리나라와 직접 인연이 있는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순수한 미국인 학생”이라며 “한국인 여자친구를 둔 남자도 있고, 직장의 한국인 동료들에게 ‘한국문화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려고 우리말을 배우는 미국인도 있다.”고 학생들의 구성을 설명했다. ●이민자 미국화하는 용광로 역할 알링턴 성인교육센터는 75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교육센터가 보관중인 1952년의 카탈로그에 따르면 당시의 주요 강좌는 이민자들을 ‘미국인화’하기 위한 영어교육과 미국인들의 실생활을 돕기 위한 속독·속기와 전기 등 기술관련 분야의 재교육이었다. 현재도 그같은 교육목표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다만 시대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강좌가 다양해지고, 미술 등 취미관련 강좌가 늘어났을 뿐이다. 워싱턴 리 고등학교에서 만난 방글라데시 출신인 리티 라투바니아(38)는 “7년전 이민왔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계속 고생하다 몇년전 교육센터에서 영어교육을 받은 뒤 세븐일레븐에 취직했다.”면서 “앞으로 여유가 생기면 성인교육센터에서 대학수준 강좌를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알링턴 성인교육센터가 제공하는 강좌는 가을학기 260개, 겨울·봄 학기 230개 등이다. 교육은 클레어렌든의 본부를 중심으로 알링턴 각 지역에 산재한 2개의 직업센터와 7개의 학교에서 이뤄진다. 강좌에 참가하는 학생수는 1년에 6500명 정도. 보통 2∼3달간 일주일에 한번 2∼3시간 정도씩 수업을 하며 적게는 32달러에서 많게는 292달러의 수업료를 낸다. 교육센터측은 최근 들어 ▲수업료를 내기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 프로그램 ▲50세 이상 성인 남녀가 함께 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대화할 수 있는 사교 프로그램 ▲부모와 자녀가 함께 와서 같은 시간대에 각각 필요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가족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중이다. dawn@seoul.co.kr
  • [기고] 한류와 문화 선진국/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외국여행을 하다가 상점에 전시된 한국 상품을 발견하고 감격하던 시절이 한때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외국의 거리에서 한국산 자동차나 전자제품 광고간판을 마주치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경험이 되었다. 한류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중국이나 동남아에서는 문화선진국이라는 우월감에 젖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과연 한국 문화가 무엇인지 의문이 생긴다.5000년 역사를 가진 단일민족이라면서도 한국적 전통이나 문화를 일상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매일 먹는 김치를 빼고 나면, 한국인에게 전통문화라는 것은 대부분 의례용이거나 전시용이다. 한복은 결혼식 때 입는 것이고, 한옥은 관광객을 위해 지은 건물이며, 국악이나 민요는 외국인이 많이 가는 식당에서나 들을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한국처럼 일상에서 고유문화와 관습이 사라진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이고, 일본만 하더라도 수백년 이어온 각종 생활관습과 전통축제가 풍성하다. 대형 백화점이 즐비한 홍콩 시내이지만 도심 곳곳의 시장에 가보면 수천년간 이어져 내려온 중국인들의 삶의 양식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전통문화와 관습을 경시하게 된 것은 지난 한 세기 동안 겪은 역사적 질곡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근대화의 시기와 일제 식민지 지배가 겹치면서, 외국의 것은 합리적이고 좋은 것이지만, 고유한 것은 낡고 불합리하다는 식민지 사고가 한국인들에게 강요되었다. 광복 이후에는 가난하고 배고팠던 과거로부터 탈피하려 경제성장에 몰두하면서 전통적인 것을 외면하는 사고방식이 또다시 체질화되었다. 전통문화와 관습의 급격한 퇴조현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기도 하다. 지독할 정도로 나이 서열을 중시하던 사회가 불과 몇 년 사이에 나이많은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회로 바뀌었다. 이혼을 금기시하던 한국사회가 어느새 세계 최고의 이혼율을 기록한 나라가 되기도 했다. 너무나도 쉽게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을 받아들이는 한국사회인 것이다. 문화적 뿌리가 허약한 한국사회는 정체성 위기를 겪으며 혼란스럽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 수준이 높아지고, 정치적 자유가 증진되고, 문화적 다양성이 확대되긴 했지만, 사회 구성원간의 소통을 돕고 유대를 형성하는 문화적 공통분모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역사적 뜀박질에서 숨을 조금 돌리고 우리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사회가 형성한 새로운 전통문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혹한 정치적 격랑을 겪으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문화적 전통을 축적했기 때문이다. 식민지 지배로 인해 친일도 우리의 문화였고, 반일독립도 우리의 문화였다. 공산주의와 반공이데올로기 모두 우리의 문화였고, 독재정권과 민주화 투쟁 모두 우리의 문화유산이 되었다. 그 결과 서로 상충하고 모순되는 가치들이 공존하는 독특한 한국적 문화가 형성되었다. 아시아에서 한류 열풍이 일고, 한국영화들이 세계적인 호평을 받는 것은 이러한 상호모순적인 가치들, 특히 아시아의 유교적 전통과 서구 개인주의적 가치가 충돌하고 공존하는 한국사회의 역동성에 외국인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와 경험을 토대로 고유문화를 재정립해 나아갈 때 진정한 문화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뒷골목 맛세상] 인천 차이나타운

    [뒷골목 맛세상] 인천 차이나타운

    작가 오정희의 빼어난 단편 ‘중국인 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고 절망적이며 게다가 퇴폐적이다. 주정뱅이, 양공주, 아편중독자 등이 우글거리는 1950년대 전쟁 직후의 ‘중국인 거리’에서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주인공 소녀는 앞날에 대한 한 가닥의 희망도 없이 초조(初潮)를 경험한다. 기실 작가에게 있어서 ‘중국인 거리’란 갓 자의식에 눈뜨는 자신의 내면풍경에 다름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일찍이 구한말 이래 ‘청관’이란 이름으로 인천의 북성동과 선린동 일대에 자리잡고 살아온 화교들의 참혹한 생활사가 단색 판화처럼 실사적 풍경으로 드러나 있기도 하다. ‘…저녁 무렵이 되면 바구니를 팔에 건 중국인들이 몰려들었다. 뒤통수에 쇠똥처럼 바짝 말아붙인 머리를 조금씩 흔들며 엄청나게 두꺼운 귓불에 은고리를 달고 전족한 발을 뒤뚱거리며 여자들은 여러 갈래로 난 길을 통해 마치 땅거미처럼 스름스름 중국인 거리를 향했다. 남자들은 가게 앞에 내놓은 의자에 앉아 말없이 오랫동안 대통 담배를 피우다가 올 때처럼 사라졌다. 그들은 대개 늙은이들이었다. …늙은 중국인들은 우리들에게 가끔씩 미소를 지었다. 통틀어 중국인 거리라고 불리는 동네에, 바로 그들과 인접해 살고 있으면서도 그들 중국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아이들뿐이었다. 어른들은 무관심하게 그러나 경멸하는 어조로 ‘뙈놈들’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들과 전혀 접촉이 없었음에도, 언덕 위의 이층집,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한없는 상상과 호기심의 효모(酵母)였다. 그들은 우리에게 밀수업자, 아편쟁이, 누더기 바늘땀마다 금을 넣은 쿠리, 그리고 말발굽을 울리며 언 땅을 휘몰아치는 마적단, 원수의 생간(肝)을 내어 형님도 한 점, 아우도 한 점 씹어먹는 오랑캐, 사람 고기로 만두를 빚는 백정, 뒤를 보면 바지도 올리기 전 꼿꼿이 언 채 서 있다는 북만주 벌판의 똥덩어리였다. 굳게 닫힌 문의 안쪽에 있는 것은, 십년을 사귀어도 좀체 내뵈지 않는다는 깊은 흉중에 든 것은 금인가, 아편인가, 의심인가.‘ 비단 작가 오정희의 작품 속에서만이 아니라도, 화교라는 이름으로 100년이 넘게 살아온 중국인들에게 우리나라는 척박한 황무지를 넘어 차라리 유형지에 흡사할 터였다. 애오라지 끈질긴 인내심 하나만으로 세계 곳곳에 ‘차이나타운’을 건설하여 어디에서나 나름대로 전통과 문화를 간직한 채 꼿꼿한 자긍심을 지켜온 화교들로서도 유일하게 발을 붙이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걸어야 한 곳이 바로 우리나라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 쇠락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역시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화교들에 대한 각종 제도적인 제한과 거의 악랄하기까지 한 경제적, 사회적 차별정책 때문이었으리라. 그렇듯 어둡고 참담하고 부정적이며 어디를 둘러보아도 단 한 점의 희망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쇠락의 대명사 ‘중국인 거리’가 오늘은 관광특구 차이나타운이란 이름으로 화려하게 거듭 태어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이르러 IMF 극복을 위한 외국자본 유인책의 하나로 외국인들에게 부동산 취득을 가능하게 하면서 화교들에 대한 각종 제한과 차별정책 또한 사라진 것이 빌미가 되어, 일찍이 이 땅을 떠나 타이완, 동남아시아, 미국 등으로 나갔던 2,3 세대의 화교들이 되돌아오고 덩달아 화교 자본도 함께 들어온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초순 열린 ‘제3회 인천중국의 날 문화축제’때 둘러본 차이나타운은 옛날 가난에 찌든 어두운 모습은 거의 흔적조차 사라진 채 관광특구답게 보다 산뜻하고 이국적인 향취가 풍겨나는 화려한 거리였다. 중국풍의 백화점을 위시한 새로운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서는가 하면,20여곳이 넘는 중화요리 식당과 중국잡화점, 중국식품점, 무역회사 등이 한창 번성하고 있었다. 이중에서도 새로 들어선 중화요리 식당들은 저마다 우리가 인천의 차이나타운이라면 습관적으로 떠올리는 자장면의 본고장이라는 식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들의 입맛에 초점을 맞추어 거의 퓨전에 가까운 새로운 메뉴들을 개발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자장면 하나에도 태림봉의 유슬자장면, 자금성의 향토자장면, 태화원의 채식자장면, 북경장의 시금치를 갈아 면을 뽑은 녹색자장면, 본토의 고구마자장면 등, 각 식당의 특성에 따라 전혀 새로운 자장면들이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었다. 태림봉(032-763-1688)은 일반 자장면을 약간 고급화하여 유슬자장면(5000원)이라는 특색 있는 자장면을 내었는데, 원래 유슬이란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가늘게 채 썰어서 볶는다는 뜻으로, 거기에 죽순, 표고버섯, 양파, 팽이버섯, 호박, 당근 등의 야채도 함께 채를 썰어서 자장소스를 만들어 보다 격조 높은 자장면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태림봉에서 맛본 요리 중 으뜸은 튀김초면(8000원)이라는 약간 생경한 이름이었다. 원래 팔진초면으로 더 알려져 있는데, 초면이란 일본의 라면처럼 면발을 기름에 튀겨 꼬불꼬불해진 것을 일컫는다. 팔진초면은 이름처럼 8가지 진기한 재료가 들어간다고 해 붙여진 것이다. 초면에 새우, 조개, 키조개, 오징어, 해삼, 소라 등의 해물과 죽순, 피망, 총각버섯, 샐러리, 청경채 등의 야채를 그릇 가득히 담아 내오는데,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드는 맛이 아연 일품이다. 만일 중화요리에 대하여 일가견을 가진 마니아가 있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태림봉의 기아해삼이란 비싼 요리를 권하겠다. 해삼의 내장을 빼내고 그 속에 새우며 키조개, 전복 등을 다져넣어서 통째로 찌고 튀기고 다시 볶아낸 다음에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잘라낸 이 기아해삼은 원래 쇼양해삼으로 불리는 요리이다. 그런데 옛날 기아자동차 회장이 이 요리에 심취한 나머지 거의 날마다 찾다 보니 중화요리 주방장들 사이에서 마침내 제 이름보다는 기아해삼으로 더 유명해져 버린 것이었다. 기아해삼의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드는 맛은 거의 황홀하여 비단 기아자동차 회장이 아니라도 깊게 빠질 수밖에 없는데, 한 접시에 6만원이나 되는 가격이 아깝지 않게 여겨질 정도였다. 향토자장면(4000원)으로 유명한 자금성(032-761-1688)은 태화원(032-766-7688)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이 곳에선 채식요리들을 권하고 싶다. 태화원의 채식요리는 중국요리로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다. 돼지고기나 닭고기, 쇠고기 같은 일체의 육류는 물론 생선마저도 사용하지 않고 대신에 콩, 표고버섯, 두부, 찹쌀, 감자 등으로 육류며 생선 맛을 내고 있다. 이를테면 콩으로 햄을 만들고 두부로 고기 맛을 내며 한천으로 해파리를 만들고 동고버섯 줄기로 생선을 만들어 내는 식이다. 이렇게 만들어내는 채식요리는 해파리냉채, 라조생선, 라조육, 탕수육, 팔보채, 샥스핀 등으로 물경 50여 가지에 이른다. 공화춘(032-766-0571)에서는 코스요리를 주문할 것을 권하고 싶다.1만 5000원짜리 코스요리에는 3품냉채, 유산슬, 팔보채, 탕수육, 새우칠리소스가 나오고 식사로는 자장면이 따른다.2만원짜리 코스요리에는 삼선샥스핀과 라조생선, 부추잡채가 추가되는데,1만 5000원짜리 코스로도 쉽게 포만감에 이른다. 차이나타운의 중화요리집은 이밖에도 부엔부, 청관, 대창반점, 본토, 신승반점, 주경루, 성림장, 황금성, 향만성, 풍미 등 많다. 만일 이국적인 향취에 취해 거리의 이곳저곳을 느긋하게 구경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한 끼를 때우기 위해서라면 하고많은 식당 중에서 구태여 어느 한 곳을 찾아 기웃거릴 필요가 있을까. 식당 주인들뿐만 아니라 주방장 같은 요리사들을 위시해 종업원 대부분이 화교출신이며 저마다 요리 전문가이다. ●자장면 나이는 121세 자장면이 처음 태어난 것은 1883년 인천이 개항되면서 청국지계가 설정되고 주로 산둥지방의 중국인들이 대거 몰려와 자연스럽게 청요리집들이 생겨나면서 부터였다. 이때 처음으로 청요리를 접한 서민들이 신기한 맛과 싼 가격에 놀랐고, 청요리가 인기를 끌자 누군가가 부두 노동자들을 상대로 싸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산둥지방에서 즐겨먹던 춘장에 생각이 돌아, 마침내 춘장으로 자장소스를 만들어 국수를 비벼먹는 자장면이 탄생한 것이었다. 자장면이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메뉴로 내걸고 장사를 하기 시작한 것은 1905년에 문을 연 공화춘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공화춘은 지금은 당시 화려했던 옛건물의 자취만 남아 있지만 이미 일제 때부터 크게 이름을 날린 고급 요릿집이었다. 물론 지금 차이나타운에 있는 공화춘과는 무관하다. ●“아무거나 고르세요” 차이나타운의 식당 중에 문득 현관에 ‘자장면 없습니다.’라는 쪽지를 붙인 원보(032-773-7888)가 있다. 아니, 자장면을 팔지 않는다니!그러고도 장사가 되나? 약간은 어이없는 기분으로 슬쩍 식당 안을 들여다보면 웬걸 빈 자리가 없게 손님들이 바글거린다. 주로 중국식 만두를 전문으로 하는데 왕만두, 물만두, 찜만두, 군만두가 각각 3000원이고, 생선물만두와 별미만두국이 4000원이다. 어느 만두도 다 맛이 있지만, 별미만두국이야말로 이름 그대로 별미다. 별미만두국은 조개, 굴, 새우, 동죽살 같은 해물에다가 호박과 당근, 양파, 죽순, 송이버섯 등의 야채를 채 썰어 넣어 만두 위에 고명처럼 가득히 얹어준다. 자칫 그릇 밖으로 넘쳐날 것처럼 푸짐하지만 시원하면서도 고소한 국물 맛이 입안에 오래 머문다. 다 먹고나면 정말로 값이 4000원인가 싶게 그 양이며 맛이 뛰어나다. 원보에는 이밖에도 삼선해물탕(5000원), 오향장육이며 오향족발, 해파리냉채, 산동소계라는 닭고기요리가 저마다 1만원인데, 어느 요리든 눈 감고 주문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원보의 유천해 사장은 굳이 자장면을 먹으려면 북경장(032-766-4455)의 자장면을 먹으라고 권했다. 그이의 주장인즉 차이나타운의 자장면이야 맛이 도토리 키재기로 거기에서 거기인데 북경장 자장면이 2000원으로 값이 가장 싸다는 것이었다.
  • 외국인 지분 늘면 주가도 ‘껑충’

    국내증시의 주도권이 외국인들에게 완전히 넘어가는 모습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급격히 오를수록 주가가 많이 오르는 반면, 외국인 지분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종목의 주가는 종합주가지수가 상승하는 기간에도 큰 폭의 하락률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9일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해 말에 비해 5%포인트 이상 오른 90개 종목의 주가는 평균 25.39%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810.71에서 855.77로 5.56% 상승하는데 그쳐 이들 종목의 주가는 외국인 지분율의 상승으로 시장 수익률을 19.83%포인트나 초과했다. 또 지수가 전저점이었던 올 8월2일 728.13에서 이달 19일 현재 855.77로 18.92% 상승하는 동안 외국인 지분율이 5%포인트 이상 늘어난 12개 종목들의 주가는 무려 38.90%나 올랐다. 반면 지난해 말과 이달 19일 사이 외국인 지분율이 5%포인트 이상 하락한 8개 종목의 주가는 종합주가지수가 5.56% 오르는 동안 17.48%나 떨어졌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외국인들이 특정 종목을 사고 팔았다는 것 외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업종과 기업의 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높은 선택능력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지분율 상승폭이 컸던 상위 20위권 기업 가운데 금호산업은 지난해 말 외국인 지분율이 1.60%에서 이달 19일 23.73%로 늘어나는 동안 주가가 무려 334.54%나 올랐다. 반대로 이 기간 외국인 지분율 하락폭이 컸던 상위 20위 종목중 FnC코오롱은 외국인 지분율이 10.99%에서 4.43%로 떨어지는 동안 주가는 50.34% 하락, 반토막이 났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미국서 ‘영어로 쓴 한국사’ 출간 앞둔 김준길 교수

    미국서 ‘영어로 쓴 한국사’ 출간 앞둔 김준길 교수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공부할 때 잘못 인식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예를 들어 ‘사대관계’를 ‘조공’으로 오인한다든가 또 불교가 중국에서 전래됐다는 것 등이지요.” 한국학 전도사로 알려진 김준길(64) 명지대 객원교수. 그는 최근 ‘영어로 쓴 한국사’의 집필을 막 마치고 귀국했다. 출간시기는 내년 1월쯤이며 미국 그린우드 출판사가 작업 중이다. 그는 지난해 7월 브리검영 대학 한국학과 초빙교수로 떠날 때 주위 지인들에게 이같은 평생의 역작을 약속했다. 그의 책은 200여쪽 분량으로 모두 8개 장으로 이루어진다. 그의 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어떤 역사서적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단군신화 ▲화랑 관창 ▲김유신 장군 ▲원효대사와 요석공주 ▲사대관계 ▲불교전래 ▲처용가 ▲가시리 등 우리 민족의 문화사적 에피소드 위주로 다뤄 외국인들이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 고대국가의 형성에서부터 남북정상회담 등 최근의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한국사를 전체적으로 아우르고 있다. 특히 기미독립선언문 등도 현대식 영어로 번역해 우리 민족의 저력을 쉽게 이해하도록 했단다. “프랑스와 영국 등 오랫동안 해외공보관으로 일하면서 이같은 시도의 필요성을 절감했지요. 기존 텍스트를 번역한 책의 경우 외국인들이 연대기별 사건 팩트의 이해는 가능하지만 우리 민족의 특수한 문화사적 큰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는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가 한국사를 쓰게 된 결정적 계기는 88올림픽 준비 당시 해외공보관 문화교류부장으로 일할 때였다. 그는 당시 한국을 방문한 2만여명의 기자를 위한 소개책자를 만들어야 했다. 이때 그는 한국어 번역이 아니라 영어로 직접 한국사를 써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서울대 문리대 사회학과를 나온 그는 서울신문 등 12년 동안 언론계에 몸담고 있다가 77년 문화공보부 전문위원으로 발탁됐다. “내년 책이 발간되면 교민사회와 한국학 대학이 있는 세계 여러나라에 보급할 계획입니다.” 글 김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마니아] 축구용품 수집광 이재형씨

    [마니아] 축구용품 수집광 이재형씨

    “제 정신이 아니라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일종의 사명감이 생깁디다. 제가 아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축구용품이 있는 곳이라면 불길 속이라도 뛰어들 사람이 ‘월드컵 4강의 나라’ 한국에 있다. 그가 사는 26평짜리 아파트는 축구역사 박물관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이름난 축구선수가 되는 꿈을 접어야 했던 이재형(43·서울 성북구 보문동)씨는 축구가 좋아 장가도 가지 않았다. 틈만 나면 미친 듯 고물상과 벼룩시장을 헤집고 다닌다. 장돌뱅이가 따로 없다. ●26평 아파트에 축구자료 8000여점 보관 이씨는 “제발 아파트 이름은 기사에 내지 말아 달라.”며 몇 차례고 거듭 부탁했다. 사는 곳이 알려지면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테고, 다른 데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자료들을 만지다 보면 고의가 아니더라도 훼손시키지 않을까 걱정해서다. 그래서 이사온 지 1년 되도록 성북조기축구회 동료 몇몇만 집으로 데려왔다. 도대체 어떤 것들을 갖고 있기에 이 정도일까. 보유한 자료는 무려 8000여점에 이른다.61년 6월1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감독을 맡았던 ‘한국축구의 전설’ 김용식(1910∼85년) 선생이 베스트11과 간단한 작전을 기록한 메모지 등 ‘비밀’도 더러 끼여 있다. 지난 17일 오후 아파트에 들어서자마자 ‘축구’가 손님을 반겼다. 현관 오른쪽 다음에 김용식 선생이 입었던 빨간색 국가대표 유니폼과 100년 전 영국에서 쓰이던 소가죽 축구공이 유리 진열장을 장식하고 있었다. “66잉글랜드월드컵에서 북한이 8강에 오른 뒤였어요. 충격을 받았는지 김형욱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이듬해 최정예 팀 ‘양지’를 만들었는데, 김용식 선생이 감독을 맡았습니다.” 이씨는 한국축구 역사를 줄줄이 꿰고 있다는 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침실과 거실을 지나 오른쪽 방은 마치 도서관을 옮겨놓은 듯했다. 그는 축구 연구실로 쓰는 6평 남짓한 방 한 칸에만 3000여점이 모였다고 침을 삼키며 말했다. 30여년 전 나온 ‘축구란 무엇인가’(73년), 그 뒤의 ‘월드컵축구’(77년) 등등…. 북한에서 발행한 ‘세계축구계 별들’의 표지에는 ‘주체 90(2001)’이라는 빨간색 직인이 뚜렷하게 찍혀 있었다. 자료실은 단행본과 소설, 기술교본은 물론 신문기사 스크랩까지 축구란 이름이 들어간 것들로 죄다 채워졌다. ●매년 스페인 등 40여개국 돌며 수집 왼쪽 방으로 건너갔다. 깨끗이 정리된 다른 방과 달리 여러 모양의 자료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씨는 “모두 소중한 것들인데 내가 너무 처박아 놨네.”라면서 새삼 씁쓰레한 억지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더니 캐비닛에서 진흙이 묻은 축구화 한 켤레를 꺼냈다. 초등학교 때인 71∼73년 선수로 뛰며 신었던 것을 소중하게 간직해오고 있단다. “공부를 안하고 도무지 돈 안되는 공만 차러 다닌다고 어머니께서 빈 장독대에 숨겨놓곤 했지 뭐예요.” 성북초등 선수 출신인 이씨는 그 때마다 맨발로 축구를 했다고 수줍게 웃었다.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꺾인 꿈을 못버려 성북조기축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회원 60여명 가운데 15명이 초등학교 친구라며 자랑했다. 이날도 움직이기에는 이른 오전 6시부터 회원들과 모교 운동장에서 땀을 흘렸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데서 생겨나는 행복은 무엇보다 값지고 일도 저절로 잘 됩니다. 결국 돈도 따라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금속공학과 출신인 그는 대학졸업 뒤 전공에 맞춰 업체에 들어갔지만 원래 적성이 안 맞던 터여서 일찌감치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꽤 많은 돈이 모였다고 여기던 90년 축구 전문지인 ‘베스트일레븐’에서 직원 모집공고를 보고 응시해 지금은 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급여의 절반 이상을 축구용품 모으기에 쏟아붓는다. 희귀한 자료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어서 휴일이면 인사동, 청계천 등 벼룩시장을 돌고 매월 한 차례 정도 외국으로 나간다. 해마다 휴가를 아꼈다가 11월 장기 해외시찰도 한다. 20세 때 대회 열쇠고리, 배지 등으로 시작한 축구용품 모으기를 위해 스페인, 브라질 등 40여개국을 돌아다녔고 작업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북한대표팀 유니폼 국내 유일 소장 다시 축구용품 이야기로 돌아가는가 했더니 이씨는 큼직한 가방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이 가죽가방도 54스위스월드컵 때 우리나라 대표팀이 유니폼과 축구화 등 장비를 넣었던 것이라고 했다. 첫 월드컵인 30년 우루과이대회 때부터 2002한·일월드컵까지 발행된 우표와 페넌트, 각국 유니폼으로 가방이 가득 차 있었다. 북한 대표팀 유니폼은 국내에서 유일한 것이다. “어떻게 이 많은 것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느냐.”는 물음에 이씨는 담배를 빼물며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어느 일요일 청계천 벼룩시장을 둘러보다 초롱등잔이 너무 예뻐 샀다가 주인에게 우연히 건넨 명함이 행운을 가져다줬다.“사실 축구용품 수집하는 사람인데 물건 나오면 연락을 달라.”고 했더니 며칠 뒤 전화가 왔단다. 당장 달려가보니 ‘보물’이 기다리고 있었다.70년 대한축구협회가 제정한 ‘축구의 노래’가 녹음된 레코드판으로 비매품이어서 아주 희귀한 자료다. 브라질의 펠레와 함께 ‘별 중의 별’로 꼽히는 모잠비크 태생의 포르투갈 전 국가대표 에우세비우(62)가 차던 공을 손에 넣기 위해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을 잇달아 방문했다. 밀라노 경매시장에 공이 선을 보였는데 운이 따랐는지 120만원으로 낙찰받았다. 외국인들은 축구화면 축구화, 배지면 배지만 찾아다니는 식으로 특정물건을 집중 수집하는데 유니폼 수집광만 몰려들었고, 볼 쪽은 아주 적었기 때문이다. 막상 낙찰되고 보니 본인의 사인을 받아놔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영웅으로 받들어지는 그를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수소문 끝에 70년대 벤피카 소속으로 방한할 당시 신문보도 사진을 구했다. 이를 액자로 만들어 바다를 건너가 마침내 승낙을 받아냈다. “아무래도 보이지 않는 손이 나를 돕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언뜻언뜻 들고는 합니다. 행운이 줄을 잇는가 하면, 다행히 잘 보존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지 축구계 원로나 다른 수집가들이 ‘피붙이’나 다름없는 자료들을 건네주니 말입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이재형씨의 계속 꾸는 꿈 2002년 ‘오 필승 코리아’에 이어 2006독일월드컵에서 또 한번 온 국민들을 들뜨게 할 응원가가 80여년 전 글을 가사로 해 이르면 내년 초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재형씨는 고문서 수집가로부터 100만원에 넘겨받은 1923년 축구 응원가를 현대적 감각으로 작곡한 독일월드컵 한국팀 응원가를 이르면 연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 15일 소프라노 유미자 서울시립대 교수와 만나 이에 대해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가 노래하기로 결정했으며, 유명 작곡가를 물색 중이다. “동에 번적(번쩍) 서에 번적/넓은 마당에 무쇠다리/번기불(번갯불) 달녀(달려) 뒤논다(뛰논다)/맨호 갓흔(맹호 같은) 우리 선수/대적할 주구야(자 누구냐) 후래이(플레이) 후래이 후래이 후래이 용감한 건아들.” 일본 연표로 대정(大正) 12년이라는 연도가 선명하게 쓰인 최순경의 ‘필기장’에 창가와 함께 실렸다. 이씨는 “대표팀이 독일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는 내년 2월쯤 새 응원가가 발표되도록 일정을 잡았다.”면서 “외국곡 일색일 뿐 이렇다 할 축구 응원가가 없는 현실에서 다른 나라에 못잖은 역사를 지녔다는 자부심이 밴 쾌거”라고 힘주어 말했다. 70년 만들어진 ‘축구의 노래’는 LP판이어서 10여만원을 들여 CD로 복원해 보급할 생각이다. 이 노래의 가사 2절에도 “맑은 하늘 푸른 언덕/조국 강산에 축구로 즐기자 빛나는 전통/굳건한 무쇠다리/슛하면 꼴인/세계정상 노리는 대한의 축구…”라는 구절이 나온다. 지금은 잘 쓰지 않지만 23년 응원가의 ‘무쇠다리’와 통하는 대목이다. 이씨는 새로 태어나는 응원가와 애써 찾아낸 자료들을 모아 축구 박물관을 세울 꿈에 부풀어 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자신에게 영원한 우상인 ‘갈색 폭격기’ 차범근(50) 전 프랑스월드컵 감독의 화보집을 펴낼 계획도 갖고 있다. 보문동 아파트 주방에 있는 서랍 21개짜리 수납장은 차 전 감독의 사진으로 꽉 찼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물론 부인 오은미(48)씨와 비원에서 데이트하는 장면, 독일 진출을 앞두고 숙소에서 영어공부하는 모습 등은 차씨 본인에게도 없는 사진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월드이슈-외국의 성매매] 유럽등 법제개정 어떻게

    [월드이슈-외국의 성매매] 유럽등 법제개정 어떻게

    프랑스에서도 ‘성매매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지난해 길거리에서 손님들을 끌기 위한 매춘부들의 소극적인 호객행위까지 처벌토록 한 법을 시행한 이후 이 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프랑스 등 유럽과 일본의 성매매 실태와 대응을 살펴본다. |파리 함혜리특파원| 중도우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프랑스는 그 일환으로 지난 해 초 ‘국내 치안법’을 제정, 성매매를 엄격하게 다스리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내무장관(현 경제·재무장관)이 제정을 추진해 ‘사르코지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에 따라 지난해 3월18일 이후 길거리에서 행해지는 대가성 성매매 행위는 모두 제재대상이 됐다. 즉, 적극적으로 손님을 유혹해 매춘을 하는 경우에만 벌금형이 주어지던 것이 법 발효와 함께 소극적인 호객행위까지 2개월 구금에 3750유로(약 550만원)의 벌금형이 가해진다. 예컨대 야한 옷을 입고 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법적인 제재 대상이 된다. 특히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사람이 외국인일 경우 즉각 체류증을 박탈, 국외로 강제 추방한다. ●여권단체 찬성·인권단체 반발 이같은 초강력 처방은 여권운동단체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은 반면 매춘업에 종사하는 여성들과 인권단체들로부터는 생존권 박탈, 인권유린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으며 찬반론이 대립하면서 양측의 시위가 잇따라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사르코지 장관은 의회표결(2003년 1월)에 앞서 “매춘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젊은 여성들을 고용해 성매매를 강요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포주들을 효과적으로 단속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법을 강화해 조직의 연결고리(매춘여성들)를 와해시키는 것 외에 도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법은 범죄의 온상인 포주조직을 겨냥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러시아 마피아 등 국제적인 범죄조직과 연계된 포주 조직은 동부 유럽과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서유럽으로 밀입국하는 여성들을 이용해 엄청난 불법소득을 올리는 것은 물론 마약밀매, 폭력 등 각종 범죄와 연계돼 있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프랑스 경찰 통계에 따르면 1만 5000∼1만 8000명의 여성들이 매춘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인신매매 조직에 의해 팔려와 착취당하고 있는 외국인들이다. 성매매산업과 관련된 경제규모는 대략 20억∼30억유로이지만 이 중 70%가 포주들에게 돌아간다고 프랑스 국립경찰 내 인신매매범검거반(OCRTEH) 측은 밝히고 있다. 포주에게 7년 징역과 15만유로의 벌금형을 내리도록 규정한 기존 형법에 ‘국내 치안법’이 추가되면서 프랑스 전역에서 거리의 매춘은 현저하게 줄었다.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현재 파리에서만 매춘 여성(혹은 남성)들의 수가 40% 감소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매춘 종사자들이 거리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파리시의 크리스토프 카레슈 사회안전담당 부시장은 “국내 치안법의 효과는 매춘여성들의 활동장소를 가로등이 환하게 비치는 대로에서 으슥하고 위험한 뒷골목으로 이동시킨 것에 불과하다.”며 “그들은 단지 보이지 않을 뿐 사라지진 않았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매춘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일하는 사회단체들은 직업 여성들의 수입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협박과 감금을 당하는 여성들이 많고, 심지어 포주들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병을 얻어도 이를 숨기는 등 법이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작은 아파트를 공동으로 빌린 뒤 인터넷이나 무가지 광고란을 통해 호객행위를 하거나 자기 집에서 매춘을 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난 것도 국내 치안법 시행의 부작용으로 꼽힌다. 이런 복잡한 사정이 얽히면서 프랑스에서는 지난 1946년 법에 의해 없어진 유곽을 다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1월 국립과학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63%가 유곽의 재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和·獨 합법화… 伊등선 부활 검토 네덜란드는 지난 2000년 10월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매춘을 합법화했다. 독일도 2001년말부터 매춘을 합법화했다. 네덜란드와 독일은 매춘을 서비스업으로 합법화해 종사자들이 다른 직업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세금을 납부하는 대신 합법적인 고용계약을 통해 의료보험, 실업수당, 연금 등의 사회보장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뉴질랜드 의회도 지난해 매춘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벨기에 의회는 공창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준비중이며 이탈리아도 공창제 부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루마니아 의회도 유사 법안의 입법을 놓고 논란중이며, 체코는 매춘면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스웨덴은 1999년 성을 사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 최고 6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매춘법을 강화했다. lotus@seoul.co.kr
  • 한국 불교 경쟁력 없다

    한국 불교 경쟁력 없다

    1700여년의 장구한 역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온전한 형태의 선 불교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불교. 그러나 한국 불교의 이같은 자부심은 해외에서는 한낱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불교가 들불처럼 번져가는 유럽에서 한국불교는 불모지대나 다름없다. 크고 작은 명상 센터나 참선 단체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서점에 각종 불교 서적들이 빼곡이 들어차는 열풍 속에 한국 불교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인식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 불교 바람의 중심에는 단연 티베트 불교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일본 선불교나 남방불교도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다. 유구한 역사와 선풍을 자랑하는 한국불교가 유럽에서 홀대받는 이유는 무얼까. 유럽 불교의 현장을 찾아 불교가 현대사회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방법이자 삶의 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각광받는 흐름 속에서 한국불교의 현주소를 확인해 보았다. 현재 유럽 전역에서 활동중인 한국불교 사찰과 선원은 손꼽아 10여개 정도. 대부분이 현지 교민들을 위한 정기 법회를 열거나 외국인들을 겨냥한 명상, 요가 등의 단순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수준으로, 본격적인 포교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비해 티베트와 일본 불교, 미얀마 스리랑카 등 남방불교는 영어, 프랑스어 등 현지어 법회와 참선 등을 통해 꾸준히 참여자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영국에서 유일한 한국불교 사찰인 런던 킹스톤의 연화사(주지 일대 스님)만 하더라도 매월 첫째, 셋째주 일요일 두 차례에 걸쳐 법회를 열고 있지만 한국 교민과 상사 주재원 가족, 유학생 50여명 정도가 매번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주중 간헐적으로 진행하는 요가와 명상에 참여하는 외국인은 고작 매회 5∼6명 정도. 사찰이라야 일반 가정집 거실을 개조한 10평 남짓한 법당과 공양간, 주지 스님의 거처가 전부이다. 지난달 중순 주지직을 맡아 취임한 일대 스님은 “1990년 교민들과 주재원, 유학생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건립한, 런던에서 널리 알려진 14년 역사의 한국사찰이지만 현지인들을 끌어모을 프로그램과 공간이 부족하다.”면서 “영어법회와 지역주민 봉사 등을 통한 포교에 한국 불교 종단의 인적, 재정적 지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인근 윔블던의 태국사찰 부다파디파 사원만 하더라도 상황이 다르다. 지난 1976년 태국 정부가 1만 2000여평의 부지를 매입해 28년간 포교활동을 해온 이 사찰은 매주 3차례의 영어법회와 태국 신자들을 위한 법회를 꾸준히 열고 있는데 외국인 참가자가 50%에 이르고 있다. 이 사원은 특히 태국 대사관의 후원으로 5∼20세 대상의 주말 학교를 열어 자연스럽게 포교와 태국문화 홍보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외곽의 토르시에 자리잡은 한국사찰 길상사(주지 무이 스님)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 송광사 파리 분원으로 11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이 사찰 역시 매달 두 차례의 법회를 열고 있지만 교민 40여명 정도가 참석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프랑스 파리 리옹가에 자리잡은 사자후선원(주지 우봉 스님)과 독일 베를린의 국제선원(선원장 성도 스님)과 뒤셀도르프의 한마음선원 독일지원이 해외 포교의 명맥을 어렵게 이어갈 따름이다. 현재 유럽불교연합(EBU)이 추산하는 주요 국가들의 불교신자는 프랑스 400만명, 독일 150만명, 영국 120만명.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헝가리, 폴란드, 러시아, 덴마크 등이 불교를 종교로 인정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자선단체로 인정해 불교 관련 단체와 센터에 각종 면세혜택을 주고 있다. 여기에 프랑스 국영방송인 F2와 오스트리아 국영방송 ORF는 매주 일요일 불교관련 프로그램을 15분에 걸쳐 방송하고 있어 이들 국가에서 불교의 높은 인기를 가늠케 한다. 유럽불교의 대세는 역시 티베트 불교.1989년 달라이 라마의 노벨 평화상 수상과 티베트가 갖고 있는 역사·종교적 배경이 티베트 불교 열풍의 인기비결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그러나 초기불교경전의 산스크리트어 번역과 티베트, 일본 선불교를 학술적으로 정리해온 영국불교협회의 데스몬드 비덜프 부회장은 “유럽에서 티베트 불교가 성한 것은 유창한 언어구사력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유럽 각지에 파견된 승려 등 포교사들의 우수한 수행능력과 포교력이 주효했다.”면서 “이에 비해 한국불교의 경우 역사와 성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영문 자료조차 없어 어려움을 겪는 실정인 만큼 한국 불교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런던·파리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테러단 은신처 신축아파트 1층 선호

    국정원의 방글라데시 테러조직원 추방과 관련,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13일 “국내에 불법 체류해 있는 외국인들의 테러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국내에 잠입한 테러리스트들의 기지는 대도시에 새로 건설된 아파트 1층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법무부가 입수한 알 카에다의 테러 매뉴얼을 최근 공개한 최 의원은 “알 카에다의 매뉴얼에 따르면 비밀요원의 은신처나 명령센터로 도시 안의 아파트나 주택,산과 지형이 험한 곳을 지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매뉴얼에는 특히 아파트를 은신처로 삼을 때의 주의사항으로 ▲도망치기 쉽고 참호를 파기 용이한 1층 ▲급습에 대비한 도주로 마련 ▲사람들이 서로 모르는 새 아파트 등을 꼽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테러 조직원들이 불법취업 형태로 국내에 잠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지난 1997년 관광목적으로 입국해 불법 취업해 있다가 폭행사건에 연루돼 추방된 외국인이 뒤늦게 알 카에다 조직원으로 밝혀졌고,2000년 3월에는 중동 과격단체 헤즈볼라 조직원이 전국 곳곳의 공중전화를 통해 레바논 헤즈볼라 사무소와 통화한 사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2일 이라크 주둔 한국군에 대한 테러공격을 경고한 ‘알마스리’ 단체는 여러 경로로 확인한 결과 존재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이번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 적발로 볼 때 로한 구나랏나 전 유엔 테러방지 조사단장의 말대로 동남아에서 훈련된 테러단체 요원들이 위장 취업을 통해 국내에 잠입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독자의 소리] PIFF 불친절과 바가지 없어야 한다/우정렬(부산 중구 보수동)

    그간 문화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우리 부산에서 이제 의젓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최대의 문화제전인 부산국제영화제가 일부 업소들의 불친절과 바가지 영업행위로 찬물을 끼얹는다니 부끄럽고 안타깝기 그지없다.사실상 이제 외국에서도 부산의 국제영화제 행사를 알고 찾아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인데 모처럼 부산을 찾은 이들에게 돈 몇푼 벌 요량으로 턱없이 바가지나 씌우고 불쾌하게 한다는 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행위가 아닌가. 이처럼 바가지나 쓰고 불친절로 인해 불평불만을 가진 해외관광객들이 다시는 부산을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는가.제발 얄팍한 상술과 당장 눈앞에 보이는 몇푼의 돈벌이 때문에 부산의 이미지와 영화제에 먹칠을 하는 단견적이고 미시적인 시각에서 탈피해 주기 바란다.특히 음식점이나 술집,관광상품점,택시 등이 바가지가 심하다는데 정말 각성하여 친절하고 값싼 가격으로 외국인들을 맞이했으면 한다. 우정렬(부산 중구 보수동)
  • 은행 ‘CEO전쟁’ 돌입

    은행 ‘CEO전쟁’ 돌입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이 새 국민은행장에 내정되면서 은행권 CEO(최고경영자)들의 차기 경쟁구도가 모습을 드러냈다.CEO의 ‘스타성’이 은행의 주가와 평판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 가운데 화려한 경력으로 무장한 8개 시중은행 CEO간 ‘별들의 전쟁’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국민은행이 경영진 교체와 연체대란 등 어려움을 극복하고 ‘공격경영’에 나설 경우 다른 은행들도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외국계 은행출신의 약진 주목 강 국민은행장 내정자가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취임하게 되면 시중은행장 8명 중 6명이 외국은행 출신이나 외국인이 된다.순수 ‘토종 은행장’은 하나은행 김승유,신한은행 신상훈 행장 등 2명뿐이다. 강 내정자는 1979년 씨티은행 뉴욕 본사를 시작으로 뱅커스트러스트그룹 한국대표,도이치은행 한국대표를 지내는 등 20년 이상을 외국은행에서 일했다.한국씨티은행(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의 통합은행)의 행장 내정자로 선정된 하영구 한미은행장도 씨티은행 출신이다. 황영기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도 뱅커스트러스트 서울지점에서 8년간 근무했고,최동수 조흥은행장도 미국 체이스맨해튼 서울지점 부지점장과 호주 웨스트팩은행 서울지점장 등을 거쳤다.미국 뉴브리지캐피탈이 대주주인 제일은행과 미국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의 행장은 각각 로버트 코헨(프랑스)과 로버트 팰런(미국)으로 외국인들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은행지분 보유가 늘고 은행업 영역이 다양해지면서 주주이익을 중시하고 국제감각이 뛰어난 외국계 출신들이 선호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아직 국내 출신들에 비해 이들의 경쟁력이 월등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CEO의 스타성=은행의 가치 은행 CEO의 위상과 이미지는 97년 위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크게 변했다.여기에는 김정태 현 국민은행장이 기여한 바가 컸다.증권 전문가로 스톡옵션을 통한 성과보상,은행자산의 과감한 주식투자,시스템 혁신 등을 통해 은행원의 상징이던 보수적 이미지를 깨뜨렸다.‘김정태 주가’라는 말을 이끌어냈을 만큼 은행 CEO의 ‘스타시대’를 개척했다. 정부가 은행의 기업여신에 대놓고 개입했던 과거와 달리 경영 독립성이 대폭 강화된 것도 CEO 개인역량의 중요성이 부각된 이유다.이번에 강정원 내정자 낙점이 발표되자 증권가에서 환영했던 것도 “정부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인물이 선임됐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부실 떨어내고 미래 성장엔진 확보 은행장들은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피말리는 머리싸움을 벌이고 있다.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익(예대마진)이라는 전통적 수익원이 한계에 부딪힌 게 가장 큰 이유다.금융산업의 은행 집중화가 심해진 것도 은행장들을 치열한 생존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저마다 자산운용부문 확대,투자은행(IB) 진출,방카슈랑스(은행에서의 보험상품 판매) 및 외환운용업 강화 등을 꾀하지만 아직 그럴싸한 수익을 낼 만큼 본궤도에 오른 것은 없다.심각한 가계대출·카드빚 연체 등 부실채권 문제도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있다. 각 은행들이 처한 여건 또한 녹록지 않다.굵은 것만 따져 봐도 국민은행은 옛 국민은행-주택은행-국민카드 등 3자 통합과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았고,우리은행은 80%에 이르는 정부지분의 해소가 과제로 남아 있다.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은 두 기관간 통합을 앞두고 있으며,하나은행도 서울은행 합병의 진통이 마무리되지 않았다.씨티은행과 한미은행의 통합에도 진통이 예상된다.외환·제일 등 두 은행은 대주주(사모펀드)의 특성상 언제든 매각의 태풍에 휩싸일 수 있다.LG투자증권 백동호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이 은행권으로 집중되고 정부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약해지는 등 상황이 급변하면서 CEO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면서 “부실채권 문제가 완화돼 확장 경영을 펼 여지가 생기게 되면 은행 CEO간 경쟁이 더욱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동양의 나폴리’ 제물포 옛모습 조명

    iTV 경인방송이 11일 창사 7주년을 맞아 인천의 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등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먼저 11일 오후 7시20분에 ‘인천 시민과 함께하는 푸른 음악회’를 내보낸다.이번 프로그램은 제40회 인천 시민의 날도 동시에 기념하는 행사.방송인 이택림과 선우경 아나운서의 사회로 인순이,유리상자,UN,이용,옥슨80,건아들,샌드페블즈,김원정,유진 박,대니 정 등이 출연한다. 이어 오후 9시부터는 특집 다큐멘터리 ‘제물포의 유산’을 60분간 방영한다.‘제물포의‘은 120년 전 개항 당시 인천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동북아 국제교역의 중심지로 급부상,제2의 개항을 맞고 있는 인천의 잠재력을 과거로 회귀해 찾아보려는 게 기획의도다. 작은 포구에 지나지 않았던 인천 제물포항은 서구 열강의 이권 다툼이 한창이던 1883년 강제 개항됐다. 우편,금융,교육,철도 등 서구식 제도와 문물이 가장 먼저 뿌리내려 근대화의 선봉 역할을 했지만 외세에 굴복했다는 오명도 뒤따랐다.이 때문에 지금까지 제대로 인천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인천을 기억하는 것뿐 아니라 외국인들에 의해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렸던 제물포의 옛 모습을 3D 컴퓨터그래픽으로 재현해낸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한국어 강사가 되려면 국어학은 필수 맞춤법도 중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국가 공인 한국어교사 자격증이 없는 상태다.따라서 일단 민간에서 실시하는 시험을 통해 자격증,인증서 등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국공립대학 평생대학원 협의회에서 한국어강사 자격시험을 주관하고 있으며,문화관광부 산하 한국어 세계화재단에서도 한국어 교육능력 인증시험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고려대나 연세대 등 일부 사립대학에서도 시험은 없지만 각각 한국어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국공립대학 평생대학원 협의회에서 실시하는 한국어강사 자격시험은 각 국·공립대학 평생대학원에 개설된 한국어교사 양성과정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에게만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한국어 세계화재단이 실시하는 한국어 교육능력 인증시험은 4년제 대학을 마친 사람들에게만 응시자격을 주고 있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국어학 전공의 공부가 필요하다.일반대학 국어국문학과에서 들을 수 있는 국어사,국문학개론,국어음운론,맞춤법 등의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고 특히 한국어 세계화재단의 시험을 준비하려면 교육학 지식도 요구된다. 최근 외국인들의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어교사 자격 국가공인제’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어 관련 주관부처인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상정된 국어기본법이 통과되는 즉시 한국어강사 국가공인제도가 곧바로 도입될 것” 이라고 밝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한국어 강사 지망생 모임 ‘한국어참사랑’

    한국어 강사 지망생 모임 ‘한국어참사랑’

    “우리말에서 ‘굳이’란 단어가 왜 ‘구지’로 소리나는지 혹시 아시나요?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구개음화’가 원래 그런거니까 무작정 외우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우리말이라 하더라도 외국인에게 가르칠 때는 신중해야 해요.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먼저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한국어참사랑’모임의 황현종(53·자영업) 부회장은 ‘한국어 세계화’의 선결과제로 훌륭한 한국어 선생님을 많이 배출하는 것을 꼽았다.그리고 그것이 ‘한국어참사랑’모임의 목표라고 강조 했다. “영어도 가르치는 선생님에 따라 학생들의 실력이 천양지차입니다.실력도 실력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나라에 대한 관심과 호감도도 언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죠.” ●회원들‘한국어교사’시험 도전 ‘한국어참사랑’모임(cafe.daum.net/koreantruelove)은 지난해 12월31일 만들어져 현재 회원 수가 440여명에 이른다.특히 최근 중국,일본을 비롯해 동남아 일대에서 부는 ‘한류’(韓流)열풍에 힘입어 한국어 배우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한국어참사랑’모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순수한 스터디모임인 만큼 처음엔 회원 수를 40명 정도로 제한할 방침이었어요. 회원이 많아봐야 공부하는데 부담만 된다는 생각이었죠.하지만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가입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받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습니다.다만 모임에서의 활동 성과와 성실성 등을 평가해 평생회원,특별회원,우수회원,정회원,준회원 등으로 등급을 구분하고 있어요.” 황 부회장은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20∼30여명은 주로 국·공립대학의 한국어강사들과 국내외에서 한국어 교육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귀띔했다. ‘한국어참사랑’회원들은 대개 국·공립 평생대학원 협의회에서 주관하는 한국어강사 자격시험이나 한국어 세계화재단에서 실시하는 한국어 교육능력 인증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사자격에 대해서는 아직 국가 공인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두 단체에서 주관하는 시험은 국가 공인자격 시험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회원들은 평소 온라인 상으로 한국어 교육 관련 자료와 시험에 대한 정보 등을 교환하며,매달 마지막주 목요일에는 정기 모임을 갖고 직접 만나 세미나를 열고 있다.특히 시험을 3∼4개월 앞둔 시점부터는 ‘시험대비 특별 세미나반’을 꾸려 집중 공부하기도 한다. 지난 9월 4일에 치러진 제6회 한국어강사 자격시험에도 서울지역 ‘한국어참사랑’회원 80여명이 도전했다. “평균 70점을 넘어야 합격인데 큰일났어요.아무래도 69점으로 떨어질 것 같거든요(웃음).” 시험을 치른 ‘한국어참사랑’임용관(47·회사원)씨는 시험이 너무 어려웠다며 너스레를 떤다. 그는 “몇 달 전부터 회원들 10여명이 모여 시험대비 스터디,세미나를 해 왔는데 문제 적중률이 좀 떨어졌던 것 같다.”며 “새삼 한국어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털어놨다.임씨는 이번 시험이 조금 까다로와서 시험을 치른 회원 중 30% 정도 합격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가르쳐보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외국인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일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한달도 지나지 않아서 깨닫게 되죠.” 모임의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제대로 배워야 가르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이 말이 곧 ‘한국어참사랑’의 슬로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씨도 다니던 교회에서 중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 실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이 모임에 가입하게 됐다. “요즘 말로 ‘원리 학습’이라는 거죠.근본 원리를 알고 있어야 배우는 사람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가 있는 겁니다.그래서 짬을 내서 이 모임에서 열심히 공부 중입니다.저만 바라보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에게 어설프게 가르치면 안되잖아요.” ‘한국어참사랑’모임을 만드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 황 부회장도 조만간 자격시험을 볼 계획이다.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해 한국어에 대한 ‘전문지식’이 남다르지만 모임을 이끄는 중심인물인 만큼 자신이 먼저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국어에 대한 새로운 학설들도 공부해야 하고,실력이 녹슬지 않았는지 끊임없는 검증도 필요한 것 같아요.”그는 작은 기업을 이끌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한국어참사랑’모임에는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인터넷에 올라오는 각종 상담들도 황 부회장이 도맡아 답변을 해 주고 있기도 하다. ●“초급 한국어 교육 메카로 키울터” 황 부회장은 최근 회원들의 일본어 능력과 영어 능력을 배양시키는 일에도 몰두하고 있다.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 교사가 그 나라 말을 알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다음 주부터 정기적으로 일본어 스터디가 있어요.최근 KBS드라마 ‘겨울연가’ 때문에 일본에서 한국어 바람이 거셌거든요.이 기회에 일본어가 가능한 한국어 교사를 대거 양성할 방침입니다.” ‘한국어참사랑’의 인터넷 카페에는 한국어 교육과 관련 다양한 자료들이 축적되고 있다. 특히 한국어강사 자격 시험과 한국어 교육능력 인증시험에 관한 자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기출 문제는 물론 문제에 관한 정답과 해설 등이 자세하게 모아져 있다.또한 각종 한국어 관련 학설과 교수들의 한국어 교수법 등 유용한 자료들도 많다. “장기적으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인터넷만 접속하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입니다.지금은 초기단계라 문서화된 자료들 뿐이지만 앞으로 동영상 자료 등을 추가해 명실상부한 초급 한국어 교육의 메카로 키울 것입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400조원 떠도는데 외국자본 유치

    400조원 떠도는데 외국자본 유치

    증시의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이 40%대 중반에 이르면서 국부유출과 경영권 위협 등 부작용이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외국인 투자 유치노력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해외 IR는 갈수록 증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지난 4일 시작된 미국내 기업설명회(IR)에서 캐피탈그룹에 지분매입을 요청했다.자산운용액이 80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규모 자산운용사인 캐피탈그룹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신한금융지주,삼성화재,KT,국민은행 등 국내 주요기업 지분을 각각 5% 이상 갖고 있다.기업은행 관계자는 “외국자본 유치에 따른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자본을 유치함으로써 은행 신인도를 높이고 주가도 띄울 수 있다는 장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올들어 상장·등록법인의 해외 IR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삼성 등 재벌기업에서 금융회사,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해외로 나가 투자를 호소하고 있다.특히 코스닥 등록기업 중에서는 올들어 50개사가 해외 IR를 개최,지난해 전체(19사)의 2.5배에 달했다. 현재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에서 외국인들의 주식보유 규모는 올 8월 말 현재 164조 4891억원으로 전체(398조 4101억원)의 41.3%에 이른다.거래소는 43.0%,코스닥은 20.3% 수준이다.지난해 초만 해도 30%대 중반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이에따라 국내기업들이 외국인에 지급한 배당액은 2001년 1조 2501억원,2002년 2조 1038억원,2003년 2조 7044억원 등 가파르게 늘고 있다.‘국부유출’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국부유출과 경영권 위협 국민대 경제학부 정승일 겸임교수는 “국내 부동자금이 400조∼450조원이고 은행의 부동산 투자액이 200조∼300조에 이를 만큼 돈이 남아도는데 외국에 투자해 달라고 하는 것은 공연한 국부유출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인천대 무역학과 이찬근 교수도 “삼성전자가 지금은 수익을 많이 내니까 문제가 없지만 만일 상황이 나빠질 경우에는 외국인들이 경영자 교체시도에 나설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투기감시센터 허영구 공동대표는 “미국·영국·일본 등 은행의 외국자본은 10%도 안되는 반면 멕시코·브라질은 70∼80%”라면서 “이러다간 우리나라도 해외자본에 종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반면 증권연구원 노희진 연구위원은 “외국자본이 가져오는 부작용보다는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갔을 때 충격이 더 크기 때문에 이를 부정적으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태균 박지윤기자 windsea@seoul.co.kr
  • 외국계 자본 “이번에는 레저단지” 진출러시

    외국계 자본 “이번에는 레저단지” 진출러시

    한동안 국내 빌딩에 눈독을 들였던 외국계 자본들이 지방 개발붐을 타고 레저시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들어 HRH 등 미국의 대형 개발업체들이 국내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으며 일부 사업은 착공단계에 들어서기도 했다. 외국계 자본의 국내 레저시장 진출은 경기부양과 지역균형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또 다른 차원의 국부유출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일각에서는 실현 가능성과 함께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다국적 레저업체가 몰려온다 미국의 HRH건설과 메리어트호텔 등 투자단은 지난달 방한,토지공사 등과 레저단지 개발과 관련된 양해각서를 맺고 최소한 30억달러를 국내에 투자키로 했다.사업성 여부에 따라 규모가 최대 100억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이들의 투자 대지는 인천의 영종도와 청라지구,부산·진해권,광양권 등 경제자유구역이다. 토지공사 외자유치 담당 김원주 팀장은 “9월 중 맺어진 MOU는 포괄적인 것으로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태”라면서 “이달 중 HRH 외에도 참여의사를 가진 기업들이 방한해 본격적인 사업추진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방한단에는 미국의 MGM과 유니버설,시월드 등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J프로젝트에 대한 외국계 자본의 관심도 높다.서남해안벨트에 골프장 등을 건설하는 J프로젝트에는 HRH외에도 미국의 엔지니어링 회사인 벡텔 등이 입질을 하고 있다.전남 해남은 금호그룹이 주축이 돼 벡텔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도 외자유치를 추진 중이다.최근 개발계획과 관련,우선협상대상자를 접수한 결과 나이 아메리카(NAI Amerca)와 랜드마크컨소시엄 2곳과 KS종합건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들은 120∼134층 규모의 빌딩 3개를 짓는 한편 인근에는 호텔 등 레저 시설을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인천은 다음달 삽질 외자를 유치한 레저단지나 업무시설 단지 가운데 가장 사업추진이 빠른 곳은 인천송도신도시.이곳은 포스코건설과 미국의 게일사 등이 이미 최소 30억달러 가량의 자본을 투자하기로 본계약을 했다. 다음달 11일에는 국제업무시설 단지의 착공식이 예정돼 있다.게일사 등은 인근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건설할 계획이다.연말까지 토지매입을 마치고 이르면 내년 말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업비는 총 126억달러 가량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절반은 포스코건설이 조달하고,나머지는 외국자본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우려반 기대반 레저시설에 외자유치가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와 달리 생산 유발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또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도 제기된다.기업도시의 경우 토지환수권을 주고 개발이익의 일부를 기업 몫으로 돌리기는 했지만 외국기업에는 지자체가 땅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HRH 등과 맺은 MOU는 토지는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한 기업체 관계자는 “만약 국내 기업에도 정부가 땅을 제공하고 레저단지를 개발하라고 한다면 누가 못하겠느냐.”면서 “국내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지자체 등이 앞다퉈 나서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외국자본이 욕심을 낼 만큼 사업성이 뛰어난 단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원은 “현재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외자유치를 추진하는 것을 보면 순탄하게 추진됐다고 할 수 없다.”면서 “현재의 상태에서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는 없지만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또 “외국기업에 유인책을 주는데 치중하기보다 국가리스크를 줄이고,외국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쪽으로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해외로 가는 ‘남대문표’…쇼핑몰 접속 급증

    해외로 가는 ‘남대문표’…쇼핑몰 접속 급증

    남대문시장의 인터넷쇼핑몰 ‘e-남대문시장’이 남대문시장의 해외진출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4일 ㈜디지털남대문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한 ‘e-남대문시장’이 개통 1개월만에 일 평균 방문자 수가 두배 이상 늘어나 5000명에 이르며,이 중 100여명이 미국·홍콩·호주·일본 등 해외에서 접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홈페이지에 게시된 상품을 보고 해외 현지에서 판매하고 싶다는 거래 제의도 늘어나고 있다. ●e-남대문 변신 성공 강도현(35) e-남대문시장 운영팀장은 “한국까지 직접 상품을 보러 올 수 없었던 현지 교포들이 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볼 수 있게 되자 미리 견적을 내본 뒤 개별업체로 연락해오고 있다.”며 “외국인들에게도 사이즈가 잘 맞는 유아동복과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액세서리를 중심으로 거래 제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의 유아동복과 액세서리는 아시아와 미국에서 오는 ‘보따리상’들에게 전통적인 인기품목이었다.그러나 e-남대문시장이 개통되면서 현지에서 인터넷으로 상품을 보고 견적을 낼 수 있게 되자 거래 대상이 동유럽,중동,호주 등 장거리 지역의 상인들로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8월 시범운영 기간에 인터넷을 통해 남대문시장의 네일아트 재료를 검색한 뉴질랜드의 상인은 1200여만원어치의 견적을 낸 후 1차로 600만원어치의 상품 구매를 완료했다.강 팀장은 “열흘 전쯤에도 ‘누나가 스위스에서 유아동복 판매가게를 하고 있는데 남대문시장의 제품을 팔도록 연결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e-남대문시장에서 업체와 연결해준 적이 있다.”고 전했다. 남대문시장에서 3년째 아동복가게 ‘쁘띠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안병윤(46)씨는 ‘e-남대문시장’ 사이트가 개통되면서 처음으로 해외 수출에 성공한 경우.안씨는 “일본과 미국 LA지역으로 수출하는 데 성공했고,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홈페이지를 보고 연락한 상인과도 거래를 추진 중이다.”며 “예전에는 샘플을 직접 보내거나 이메일을 통해서만 해외 상인들과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었는데,e-남대문시장이 생기면서 상품을 직접 보며 상담을 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고 거래 성공률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부도 지원채비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오용관(33)씨는 “해외거래가 매출의 70%를 차지한다.”며 “인터넷이 브라질,미국,영국 등지와의 거래를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수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해외 거래 실적이 호조를 보이자 e-남대문시장에 대한 상인들의 호응도 높아지고 있다.현재 e-남대문시장에 등록한 점포는 570여곳,등록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상가가 2개로 200여 점포가 넘는다. ㈜디지털남대문 장성길(41) 이사는 “남대문시장의 해외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e-남대문시장을 영어·일본어·중국어로 된 다국어 사이트로 만들 계획”이라며 “중소기업청과 중구청 및 서울시로부터 비용을 지원받기 위해 내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청 재래시장대책반 문상규(40) 주임은 “다른 시장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e-남대문시장의 실적을 현실적으로 검토한 후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Funny 머니] 美 약값 ‘바가지’

    ‘미국에서 약 사지 마세요.’ 외국인들은 의약 선진국인 미국에서 약을 사오려고 기를 쓰지만,정작 미국 사람들은 미국에서 약을 사지 않으려고 한다.이유는 간단하다.똑같은 약이 외국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미 주간지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에 따르면 3개월 복용치를 기준으로 항궤양제인 아시펙스(Aciphex)는 미국에서 422달러에 팔리는 반면 캐나다에서는 172달러,영국에서는 178달러로 절반도 되지 않는다. 뇌졸중 치료제 플라빅스(Plavix)는 미국에서 397달러지만 캐나다에서는 213달러이고,콜레스테롤 강하제 조코르(Zocor)도 미국에서는 423달러에 팔리는 반면 캐나다에서는 231달러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많은 미국인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외국에서 약을 주문하고,배달받아 먹는다.캐나다와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들이 처방전을 들고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가 약을 사오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특히 미국인들은 캐나다를 선호한다.정부 차원에서 약값을 관리하기 때문에 미국보다 70%나 싸다.더욱이 약국과 약품에 대한 관리가 매우 엄격해 믿을 수 있고,의약품관리시스템이 미국과 비슷해 이용이 편리하다. 미국 보건당국은 “약을 잘못 사서 먹으면 건강을 해친다.”고 경고하지만 일부 미국인들은 “약이 너무 비싸 아예 사먹지 못하면 더 위험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미 민간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주요 약의 평균가격은 2000년에 비해 78.9%나 올랐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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