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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호시절’ 막 내리나

    은행 ‘호시절’ 막 내리나

    은행들의 ‘태평성대’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양호한 실적을 보였지만 분기별 실적 지표가 대부분 하향세를 타고 있다.‘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가능케 했던 은행의 고유 업무가 제2금융권으로 대거 이동할 조짐까지 보인다. 이익이 줄면 은행들은 수익지표의 적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외형 경쟁을 자제하고 자산 건전성 및 수익성 강화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 외형 경쟁을 위해 소비자들에게 베풀었던 금리 및 수수료 혜택을 거둬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대출도 위축돼 경기 침체를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 ●올해 들어 실적 계속 악화 국민은행의 3·4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2조 25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5% 증가했다. 그러나 3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기대 이하다.3분기 수익 6781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8%, 직전 분기 대비 12.7% 감소한 수치다. 이자이익과 순이자마진(NIM), 비이자이익, 총자산순이익률(ROA), 자기자본순이익률(ROE) 등 대부분의 수익성 지표가 올 들어 악화 추세다. 하나은행 역시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작년 대비 1028억원(14.6%) 증가한 8043억원이었지만, 분기별로는 1분기 3068억원,2분기 2512억원,3분기 2463억원으로 계속 하락했다.NIM 등 핵심지표도 물론 줄줄이 떨어졌다.1일 실적을 발표한 우리은행도 3분기까지 누적으로 1조 244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3분기 순익은 3963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은행의 고유영역이 사라진다 은행이 독점하던 금융시스템도 격변기를 맞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제정되면 증권사들도 수표결제, 계좌이체, 신용카드결제와 같은 지급결제 기능을 갖게 될 전망이다. 은행은 ‘계좌’를 무기로 누렸던 급여이체 등의 영역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또 금융감독 당국은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서민금융기관들도 수표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보험사에서 예금과 적금 등 은행 상품을 파는 어슈어뱅킹이 도입될 전망이다. 은행은 상품 판매창구를 놓고 보험사와 대결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인터넷뱅킹 등 전자금융거래의 사고 입증 책임을 전적으로 은행이 져야 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대형 시중은행의 대주주가 대부분 외국인들인 마당에 굳이 은행의 독점적 지위를 계속 지켜줄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고 말했다. ●소비자 부담 가중 가능성 국민은행 신현갑 부행장은 지난달 30일 실적발표에서 “아파트 집단대출과 중소기업대출에서의 경쟁 격화로 이자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면서 “시장금리가 오르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자마진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은행들이 언제까지 예금금리를 후하게 주고, 대출금리를 깎아주는 경쟁을 할 수 있느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역마진을 보면서 은행업을 할 수는 없다.”면서 “향후 예대마진 확대와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수수료 인상, 엄격한 기업대출 등을 통해 적정 수익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일부 시중은행들은 예금금리 인하에 나섰으며, 외형 확장에서 수익성 강화로 영업전략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우진 연구위원은 “내년 은행권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성장 한계라는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자산확대 경쟁에 따른 고성장 후유증과 경기둔화로 인한 대출수요 감소로 여신증가율이 한자릿수에 그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셔우드 홀’의 삶 연극무대 오른다

    ‘셔우드 홀’의 삶 연극무대 오른다

    “나는 아직도 한국을 사랑합니다. 내가 죽거든 내가 태어나서 자랐던 사랑하는 이 나라, 또한 내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 누이동생이 잠들어 있는 한국땅에 묻어주시기 바랍니다.” 셔우드 홀이 1984년 한국을 찾아 양화진을 참배한 뒤 남긴 유언. (전략)진찰실에서 웰치 감독과 셔우드가 요양소 건립 문제를 상의중. 셔우드:폐결핵이 외국에서는 20명 중에 한 명꼴로 걸리고 있는데, 여기 조선에서는 다섯 명꼴로 걸리고 있습니다. 하도 많이 죽으니까 결핵에 걸리기만 하면 죽었다 그런 심정이 들어서 자살하는 숫자가 병사하는 수보다 더 많아요. 웰치:심각하군. (중략)소리:두 척의 여객선이 11월6일 제물포항에 기착하니 승선에 차질이 없도록 하시오. 셔우드가 책보 같은 태극기를 소나무에 건다. 메리안:그건 언제 준비하셨어요. 셔우드:해주에서 환송연할 때 간호원이 몰래 주머니에 찔러 넣어주었어. 메리안:조선, 이 아름다운 강산에 22년 지냈어요, 우리.(후략) 우리나라에 최초로 크리스마스 실을 보급한 캐나다인 선교의사 셔우드 홀 일가의 이야기가 한국 연극계의 거장 오태석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손을 거쳐 연극으로 다시 태어난다. 마포구(구청장 신영섭)는 ‘양화진 성지화 사업’ 홍보의 일환으로 양화진 알리기 연극공연을 추진, 내년 초 작품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오 감독이 직접 대본을 쓴 연극의 제목은 ‘양화진 사랑’으로 벌써 무대연습을 코앞에 두고 있다. 마포구는 지난해 7월부터 희곡의 시놉시스를 공모, 올 5월 모집공고를 통해 오 감독이 대표로 있는 극단 ‘목화’를 최종 연극 공연업체로 선정했다.1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번 연극은 내년 1월 마포문화센터에서 막을 올릴 예정이다. ‘양화진 사랑’은 이역만리 조선에 온몸을 바친 뒤 양화진에 묻힌 세 명의 ‘닥터 홀’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셔우드 홀의 부모인 윌리엄 제임스 홀과 로제타 홀은 평양에서 의학과 기독교를 전한 부부 선교사이다. 로제타 홀은 우리나라에 처음 점자를 들여왔고, 조선 여자의과대학을 만들었다. 셔우드 홀(작은사진)은 조선의 결핵 퇴치를 위해 크리스마스 실을 고안, 발행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결핵요양원을 설립했다.1893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1년 캐나다에서 타계한 그는 유언대로 그의 부모가 묻혀 있는 양화진에 잠들었다. 연극에는 푸른 눈의 의사들이 혼돈기 조선에서 이룬 업적과 그 과정에서 겪었던 고초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신질환을 앓는 소녀의 귀신을 쫓겠다며 정수리에 인두질을 하는 무당을 말리던 제임스 홀이 뭇매를 맞는 장면이나 기껏 결핵을 치료해 돌려보냈더니 가족들이 서양 악귀가 붙었다며 생 사슴피를 억지로 먹이고 두들겨 패 끝내 숨진 소년의 이야기 등은 무지했던 우리 민족의 삶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줘 씁쓸한 실소를 자아낸다. 셔우드 홀이 처음 거북선 모양의 실을 고안했다가 애국심을 고취시킨다며 일제에 의해 독립군 간첩으로 몰려 고문을 당하는 장면에서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밀려오기도 한다. 동·서양의 화합을 상징하는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묘원은 최근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 내셔널 트러스트 보전 대상지 시민공모전’에서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 8곳 중 한 군데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곳에는 셔우드 홀 일가를 비롯해 ‘대한매일신보’를 창설한 베델 선생 등 17개국 575기의 묘가 조성되어 있다. 마포구 관계자는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우리나라에 평생을 바친 외국인들의 뜻과 이들이 잠들어 있는 양화진의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연극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세계를 비벼라… ‘전주비빔밥’ 中 1호점 개설

    세계를 비벼라… ‘전주비빔밥’ 中 1호점 개설

    맛의 고장 전북 전주를 대표하는 ‘전주 비빔밥’이 세계로 뻗어 나간다. 전주시는 일본, 중국 등에서 한류열풍을 타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전주 비빔밥’을 미국, 캐나다 등 북미와 유럽까지 진출시킬 방침이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선호하는 비빔밥으로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1단계 포석이다. ●세계로 간다 한국전통발효식품협회와 전주 가족회관은 내년 초 중국 지린성 창춘시에 전주비빔밥 판매점 1호점을 개설한다. 이 판매점에서는 콩나물, 고사리 등 나물 위주의 전통 전주비빔밥과 해물, 햄, 김치, 불고기를 넣은 새로운 비빔밥 10여종을 판매할 계획이다. 가족회관은 또 일본 도쿄에서 합작으로 운영되고 있는 비빔밥 판매점 외에 다른 한 곳에 개설을 추진 중이다. 전주비빔밥의 해외판매점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일본 도쿄 1곳, 가나자와시 2곳 외에 3∼4곳이 중국, 일본, 미국, 캐나다 등에 설립될 예정이다. 전주비빔밥을 냉동식품으로 개발한 전주비빔밥㈜도 일본과 중국에 매년 75만명분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설립된 이 회사는 사업 초기 10만∼20만명분 수출에 그쳤으나 최근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창춘시 중이실업유한공사와 공동으로 현지에 전주비빔밥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난 2002년부터 전주 비빔밥 국제화를 위해 해외판매점을 개설하고 있다.”면서 “중국내 다른 지역과 북미지역으로 대폭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주비빔밥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맛이 좋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야채와 고기가 적당히 배합된 ‘웰빙식품’이란 인식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맛의 비결은 28년간 전주비빔밥을 연구하고 만들어온 김연임(69·가족회관 대표)씨는 “비빔밥은 한우사골 육수로 지은 흰 밥에 정성 들여 손질한 신선한 재료와 전통고추장을 넣어 비비는 한국 고유의 음식”이라며 “양념을 아끼지 않는 전라도의 후덕한 인심과 손맛의 결정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5월 일본 도쿄 미스코시 백화점에서 일주일간 비빔밥 행사를 할 때 일본인들로부터 맛이 좋고 한꺼번에 많은 야채와 탄수화물,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일등식품이라는 극찬을 받았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식품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비빔밥은 시금치, 콩나물, 고사리, 미나리, 도라지, 황포묵, 잣 등 20∼25가지의 각종 재료와 육회, 계란, 고추장, 참기름 등을 넣어 함께 비비기 때문에 현대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각종 영양소를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게 해준다. 전북대 차연수(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비빔밥은 에너지 함량이 500∼600㎉로 적당히 낮고 한 끼 식사로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제공해 주는 균형식”이라며 “비타민 A,C와 섬유소 함량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과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건강식으로 권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시에는 가족회관, 성미당, 한국집, 한국관 등 20여개 비빔밥 전문점이 성업 중이며 서울 등 대도시에도 분점을 내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하재봉의 영화읽기] 호텔 르완다

    [하재봉의 영화읽기] 호텔 르완다

    북아일랜드 폭탄 테러 사건으로 체포된 평범한 아일랜드 청년의 무죄를 증명하는 과정을 그린 다니엘 데이 루이스 주연의 <아버지의 이름으로>.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은 테리 조지였다. 그는 북아일랜드에서 체포되어 런던에서 재판을 받았던 청년의 실제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완벽하게 자료 수집한 후, 실화에 바탕을 둔 뛰어난 극영화를 만들었다. <호텔 르완다>는 1994년 르완다 전역에서 벌어진 후투족과 투치족의 종족 분쟁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외형적으로도 잘 구분이 안 가는 후투족과 투치족은 르완다가 20세기 초 벨기에 식민지로 있을 때부터 갈등관계를 빚어 왔다. 벨기에는 르완다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후투족과 투치족을 구별하는 부족 신원카드를 만들었고, 소수의 투치족을 서구식 교육으로 훈련시켰다. 1960년대 초 벨기에가 철수하고 식민지는 르완다와 부룬디로 분리된다. 르완다는 후투족이 통치하고 부룬디는 투치족이 다스리지만, 르완다에도 수많은 투치족이 거주하고 있었다. 투치족은 르완다애국전선을 만들어서 후투족의 살육으로부터 투치족을 보호하려고 했다. 2500명의 유엔 군대가 후투족과 투치족의 내전을 막기 위해 르완다에 배치되었지만 유엔평화유지군은 그들의 행동을 감독만 할 수 있었다. 1994년 4월 6일, 후투족 과격주의자들은 평화협정을 맺은 르완다와 부룬디의 대통령이 탄 비행기를 공격해서 모두 살해하고 르완다에 있던 투치족 고위 인사와 중도파 후투족들을 살해한다. 그로부터 약 백일 동안 백만여 명에 가까운 르완다인이 살해되었다. 이 끔찍한 종족 분쟁은, 함께 살아온 타종족을 증오해서 그 종족의 씨를 말리기 위해 어린이와 부녀자를 표적으로 참혹한 살해가 전개되었다. 하지만 서방 각국은 애써 이 학살을 외면하려고 했다. 영화 <호텔 르완다>는 인류 사상 가장 잔혹한 학살이 벌어졌던 바로 그때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의 감동은, 실화에 바탕을 두고 전개되는 생생한 소재 발굴과 디테일한 묘사로 사건 현장의 생동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데서 비롯된다.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 있는 벨기에 기업 소유의 특급호텔 ‘밀 콜린스’의 지배인인 폴(돈 치들 분)을 중심으로 백만 여 명이 학살된 비극적 현장의 참혹함을 긴장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밀 콜린스 호텔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머물고 있고 유엔군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로 생각되자 과격 후투족의 학살을 피해 많은 투치족 피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지배인 폴은 후투족이지만 부인은 투치족이었다. 폴은 후투족의 학살로부터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후투족 장군에게 지속적으로 뇌물을 주고, 또 그 동안 밀 콜린스 호텔을 방문했던 해외의 저명 인사들에게 수없이 전화를 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르완다 사태에 대한 국제적 여론을 환기시킨다. 밀 콜린스 호텔에는 무려 1268명의 투치족 난민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한 방에 수십 명이 머물고 복도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후투족 과격파의 살해 위협에 떨고 있었다. 평범한 호텔 지배인 폴이 처음부터 영웅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갖고 있는 보통의 시민이었다. 하지만 끔찍한 대량학살로부터 자기 가족을 지키려는 그의 노력은 점차 이웃들로 손을 뻗치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그를 믿고 밀 콜린스 호텔로 모여든 1268명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한다. 마치 아프리카판 <쉰들러 리스트>를 보는 것 같은 폴의 용기 있는 행동은 <호텔 르완다>가 발생하는 감동의 원천이다. 이야기의 긴박감으로부터 우리는 잠시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폴이 지키려고 노력하는 가장 소중한 인간의 생명, 존엄성, 가족의 가치 등이 우리에게 깊은 공감대를 주기 때문이다. <호텔 르완다>는 후투족과 투치족의 내전을 본격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킬링 필드>같은 학살 장면의 직접적 노출은 최소화해서 표현되고 있다. 이야기는 철저하게 호텔 지배인 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영웅이 되어 가는 그의 모습은 우리를 깊게 감동시킨다. 그가 자기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굳게 지키려고 노력했던 그 가치가 우리 삶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것임을 우리는 잘 알기 때문이다. 테리 조지 감독의 의도대로 관객들은 <호텔 르완다>를 보고 난 후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는 아직도 이처럼 생명의 소중함을 짓밟고 인간적인 권리를 말살하는 비인간적, 비윤리적 학살이 쉴새없이 자행되고 있으며 우리는 우리 자신의 안락하고 소중한 삶만을 생각한 채 그런 비극적 현장으로부터 자신을 의도적으로 소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폴 역의 돈 치들은, 주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졌다. 아카데미 수상작 <트래픽>(2000년)에서 스티븐 소더버그와 처음 만난 후 계속해서 <오션스 일레븐>부터 <오션스 투엘브>를 거쳐 <오션스 써틴>까지 함께 작업하고 있다. 흑인 중에서도 석탄처럼 검은 가장 새까만 피부를 갖고 있는 그는, <애프터 선셋>(2004년)과 <대통령을 죽여라>(2004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크래쉬>(2004년) 등에서 조연급으로 활약한 바 있다. 타렌티노의 <재키 브라운>의 원작 소설을 쓰기도 했던 엘모어 레오너드의 소설을 각색해서 영화로 만든 <티쇼밍고 블루스>로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그 외에도 르완다 유엔평화유지군의 올리버 대령 역으로 출연한 닉 놀테는 로버트 드니로와 공연한 <케이프 피어>(1991년)에서 생애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바 있지만, <호텔 르완다>에서는 평화 유지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무고한 사람들이 학살되어 가는 것을 지켜 볼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입장을 표현하고 있다. 호텔 밀 콜린스의 소유주인 벨기에 기업 회장으로 출연한 장 르노, 르완다의 종군 기자로 등장하는 <글래디에이터>의 로마 폭군 호아킨 피닉스 등은 각각 자신의 존재감만으로도 영화를 꽉 채워주는 좋은 배우들이다. 테리 조지 감독은 돈 치들이 맡은 호텔 지배인 폴을 중심으로 균형감각 있게 인물을 배치하고 사건을 끌고 가면서 르완다 학살의 야만적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외형적으로는 르완다 사태의 핵심에서 비켜서 있는 것 같지만 그러나 디테일한 세부 묘사와 살아 있는 캐릭터 확립으로, 종족 분쟁의 비극적 모습을 훨씬 더 리얼하게 그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문화마당] 우리 미술관 해외에 눈 돌리자/임영균 중앙대 교수· 사진작가

    해외 미술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고 경영자인 박물관장과 큐레이터들은 미술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그야말로 고투를 벌인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좀 낯선 소리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마땅히 이런 시대가 와야 하지 않을까. 최근에 필자는 뉴욕 조지 이스트만 코닥이 운영하는 코닥 사진 영화 박물관의 국제자문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코닥 사진 박물관은 1839년 사진이 발명된 이래 세계 최초의 사진 작품부터 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유명작가인 신디 셔면의 작품까지 22만여점을 소장한 이름 그대로 세계 최초, 최고의 사진 영화 박물관이다. 코닥 박물관은 최근 예술서적 출판사로 정평이 있는 독일의 타셴 출판사와 공동으로 박물관 소장 작품을 토대로 최초의 사진부터 최근 사진까지 총망라한 ‘사진,1839-현재’라는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사진 작품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관장인 앤서니 바넘은 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몇 년간 수입이 증가한 것은 ‘트래블링 엑시비션’과 뉴욕주로부터 받은 지원금들 때문이라며 2005년 대차대조표를 보여줬다. 그러면서 해외 자문위원들에게 자국의 전시환경을 물었다. 그는 기회가 되면 미국 내에서의 순회 전시를 유럽과 아시아 지역까지 확산하고 싶다고 했다. 관장은 멕시코에서 온 큐레이터에게 그곳에서 전시를 하려면 어떤 아이템이 좋을지 물었고, 필자에게도 역시 한국에서 전시를 하게 되면 현대 사진이 좋을지, 아니면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초기 사진이 좋을지 물었다. 이에 필자는 한국에서는 아직 최초의 사진을 역사책에서나 보았을 뿐 전시 된 적은 없는 만큼 초창기 사진 작품이 좋겠다고 말했다. 필자가 알고 있는 베를린 뉴 뮤지엄의 관장 알렉산더 토르니나 헬무트 뉴턴 뮤지엄의 마티아스 하르데, 뉴욕 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출신인 사진부장 피터 가라시 등은 하나같이 미술관에서 직급이 올라가면 갈수록 무엇보다 경영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펀드레이징이 부진하고 전시기획을 잘못해 관객 수입을 올리지 못하면 그것은 충분한 사임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업인 전시 기획보다 기금을 모으기 위해 비즈니스맨이나 예술재단에 관계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도 해외에 자랑할 만한 규모의 국립 중앙박물관이 들어섰다. 그러나 개관식을 전후해 입장한 무료 관객을 제외하고는 입장료 수입이 형편없어 우려의 소리가 높다. 하나의 자구책이라고 해야 할까. 중앙박물관은 세계 정상의 미술관인 프랑스 루브르 미술관의 중요 미술품들을 들여와 전시할 예정이다. 물론 우리나라 관객들은 프랑스 파리까지 가지 않고도 훌륭한 미술품을 볼 수 있으니 큰 행운이다. 그렇지만 좀더 냉정히 생각해보자. 코닥 사진 박물관처럼, 혹은 루브르 박물관처럼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해외에 전시할, 혹은 전시 패키지를 수출할 생각은 할 수 없는가. 루브르 박물관의 입장객은 자국민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다. 그만큼 루브르 박물관은 해외 관람객 유치에 신경을 쓰고, 그럼으로써 해외 관광객을 유치해 관광 수익까지 증대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 중앙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문화유산인 불상들만 가지고도 충분히 유럽과 미주지역에서 큰 호응을 얻으리라고 생각한다. 유럽의 지식인들은 지금 불교에 푹 빠져 있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우리나라 불상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운 것은 흔치 않다. 일본과 중국이 있지만 일반인의 눈으로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 불상은 아름답다. 유능한 박물관장이라면 서양 미술을 수입만 하지 말고 수출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수입은 돈만 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자기나라 미술을 많이 수입하는 한국사람에게 정부에서 훈장도 주지 않는가. 임영균 중앙대 교수· 사진작가
  • 외국인투자자 코스닥 지배력 급증

    외국인투자자 코스닥 지배력 급증

    올들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10조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판 금액이 산 금액보다 많은 것)했지만 외국인 주주가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대량 보유한 사례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는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회사가 지난 9개월 사이 22%가량 증가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택과 집중의 투자 방식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핵 위기 등으로 인한 국가적 위험이 있지만 발전 가능성이 큰 종목이라면 투자를 늘리고 있는 셈이다. 23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코스닥시장 종목이 지난해 말 222개에서 올 9월 말에는 270개로 42개나 늘어났다. 이는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29%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같은 기간 214개에서 237개로 24개(11%) 늘어났다. 외국인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유가증권시장의 상장사가 36%나 된다는 얘기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이 투자한 회사는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또 국내에서 독과점 성격이 강하고 이익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에 앞서 동북아시아의 전초기지를 마련하는 성격도 있다. 지난 9월 미국계투자펀드인 워싱턴글로벌펀드를 유상증자에 참여시킨 우성넥스티어는 중견 디지털TV생산업체이다. 워싱턴글로벌펀드는 지분 10.87%로 최대 주주가 됐다. 홍콩의 HSBC핼비스파트너스와 미국계 투자펀드인 그랜탐메이요펀드가 논술업체인 메가스터디 주식을 5.04%,5.57%씩 사들였다. 미국계인 오펜하이머펀드는 지난해 9월부터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위성셋톱박스 제조업체인 휴맥스 주식을 꾸준히 매입, 현재 12.6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카리브해에 있는 버뮤다군도에 본거지를 둔 DKR오아시스펀드는 유비스타의 해외 전환사채(CB)를 지난 5월 사들여 지분 28.94%를 갖고 있다. 유비스타는 온세통신의 모(母)회사로 지난해 세계적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아시아지역 계열사와 관계사가 증자에 참여했다. 골드만삭스는 주식 일부를 팔았으나 지금도 지분 6.74%를 갖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출판업체인 미디어코프(구 영진닷컴)는 지난 19일 골드만삭스의 유동화전문회사인 트라이엄프인베스먼트가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이 만든 정보기술전문 투자회사인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가 투자할 기업에도 코스닥 기업들이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금융기관으로부터도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코스닥발전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우리투자증권의 이윤학 부장은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이익을 많이 내고 매출 안정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외국인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장은 “외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주식을 팔고 있지만 발전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는 투자하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 종목은 주가가 낮기 때문에 수억원 단위로 투자하는 외국인이 들어갈 경우 5%를 넘기가 쉽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그동안의 외국인 매도는 40∼50%씩 다소 많이 갖고 있던 지분을 정리하는 것”이라면서 “시장 전체보다는 개별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함혜리기자의 프렌치 리포트] (1) 관용의 나라에 관용이 없다

    [함혜리기자의 프렌치 리포트] (1) 관용의 나라에 관용이 없다

    지금부터 약 1년 전의 일이다. 전 세계 언론은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요·방화사태를 연일 대서특필했다. 신문·방송만 보고 있으면 마치 프랑스가 내전상태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지난해 10월27일 파리 북부 교외의 클리시-수-부아에서 10대 무슬림 소년 2명이 경찰의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감전사하면서 촉발된 소요사태 1주년을 앞두고 프랑스에서는 다시 대규모 폭력 사태가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엄청난 물적·인적 피해를 안겼던 지난 해의 소요사태를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그동안 프랑스에 대해 갖고 있었던 고정관념(혹은 이미지)과 진실(혹은 현실) 간의 괴리가 얼마나 컸는지를 실감했다. 프랑스는 여행 가이드북에 소개된 대로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것으로만 가득한 나라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당장에 거꾸러질 나라는 물론 아니다. 유구한 역사와 함께 전국에는 문화유산이 넘쳐나고 드넓은 국토는 아름답고 기름지다. 오랜 세월 다양하고 깊이있는 문화와 예술을 향유한 나라답게 프랑스인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과 이를 국부(國富)로 가꿔 나가는 노하우는 놀랍다. 지난 3년간 파리특파원 생활의 체험을 바탕으로 프랑스에 대한 거짓과 진실을 파헤쳐 본다. 프랑스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책 가운데 하나가 홍세화씨의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다.90년대 중반에 발간된 이 책은 한국에 돌아올 수 없는 처지였던 저자가 프랑스에 정치적 망명을 하고, 호구지책으로 택시운전사를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적었는데, 특히 프랑스가 오래 전부터 중시해 온 관용(톨레랑스) 정신을 부각시켜 화제가 됐었다. 이 책은 프랑스를 사회 저변에 다양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뿌리내리고 있는 관용의 사회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프랑스에서 살면서 내린 결론은 ‘프랑스에는 더 이상 톨레랑스가 없다.’는 것이다. ●톨레랑스 ‘제로’! 프랑스의 치안총책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범죄와의 전쟁을 논할 때마다 “톨레랑스 제로”라고 강조한다. 모든 범죄를 단호하게 다스리겠다는 뜻이지만 이 말을 접하면서 한치의 관용이나 아량도 기대할 수 없는 살벌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섬뜩함이 느껴졌었다. 물론 톨레랑스가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겠지만 의미는 확실히 퇴색했다.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 자국 보호주의가 심화되는가 하면 인본주의, 인도주의를 제일로 치던 가치관도 바뀌고 있다. 특히 각종 사회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외국인들을 기피하는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물가가 올라서 하루 먹고 살기 힘든데다,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는데 톨레랑스는 너무 한가한 얘기라는 거다. 역사적으로 프랑스에서 관용이 명문화된 것은 1598년 앙리 4세가 선포한 낭트칙령에서다. 다음 세기 접어들어 식민지 시대가 개막되면서 프랑스는 미개한 인류에 대한 ‘문명화(文明化)의 사명’을 내세우며 그들 나름의 관용정책을 확대시켰다. 민주주의가 태동한 나라는 아니지만 인본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관용정책과 함께 민주주의를 꽃피운 나라는 프랑스다. 법보다 인간이 앞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프랑스 땅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불법 입국자라도 현행범이 아니면 이들을 추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지난해 11월 소요사태 이후 사르코지 장관은 불법 체류자들을 색출해 강제추방하겠다고 공언하고 공화국에 적합한 사람들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의 새 이민법을 추진했다. 프랑스인들도 대부분 정부의 이런 강경한 태도를 지지하고 있다. ●관용정책의 딜레마 식민지 시대가 종식되면서 북아프리카의 알제리, 모로코를 비롯해 아프리가 흑인, 베트남인들은 ‘자유·평등·박애의 나라’ 프랑스로 몰려들었다. 이들을 프랑스는 관용의 정신으로 받아들였다. 정치적 망명자에 대해서는 더욱 관대했다. 문제는 이민자들을 프랑스 사회에 통합시키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프랑스는 지난 해 가을의 소요사태와 같은 뼈아픈 매를 맞아야 했다. 프랑스 정부를 더욱 골치 아프게 하는 것은 밀려드는 불법이민자들이다. 프랑스엔 현재 20만∼40만명의 불법 이민자가 존재한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화재 등 각종 재난에 노출돼 있다. 불법이민자들이지만 프랑스에서 사고를 당하면 책임은 정부에 떠넘겨진다.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상황은 더욱 드라마틱해진다. 프랑스 정부는 불법 이민자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여비까지 제공하며 불법이민자 청소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인권단체와 사회당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프랑스 전역의 무슬림(이슬람교도) 수는 전체 인구의 10%에 가까운 500만명을 헤아린다. 이는 유럽 국가 중에서 최대 규모다.10명 중 1명은 무슬림이라는 얘기인데, 실상은 이보다 더하다. 무슬림들이 모여사는 파리 북부지역이나 교외지역에 가보면 10명 중 1명이 프랑스인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대낮에도 날치기, 도난, 차량방화, 폭행 등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가지 않는다. 일부 지역은 경찰들도 근무를 기피할 정도다. 경찰 전문가들에 따르면 파리교외 이민자 밀집 지역의 범죄는 더욱 조직적이고 정도도 심해지고 있다. ●심화되는 인종차별주의 지난해 프랑스 소요사태는 이민자들에 대한 사회통합 정책이 실패한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에 팽배한 인종차별주의다. 프랑스 사회에서는 경제적·사회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관용이 점점 사라지는 반면 인종차별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프랑스가 사회주의의 본산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 프랑스인들의 인식은 갈수록 우향우의 경향을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이폽(IFOP) 조사 결과 프랑스인 10명 중 4명 정도는 “극우파의 정책이 프랑스 사람들의 관심사에 가깝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극우파인 국민전선(FN)의 장마리 르펜 당수는 이민을 반대하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수차례 벌금형을 받았던 인물이다. 프랑스에서는 드러내 놓고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 프랑스인들은 인종차별주의자로 불리기를 원치 않으며 1972년 이후로 인종차별은 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 행위가 됐다. 그러나 겉으로는 인도주의와 인본주의를 외치지만 속으로는 엄연히 인종차별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일본이나 미국 등 부자 나라 사람들에게는 관대하지만 동남아, 아프리카 등 가난한 제 3세계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중성을 보인다. 프랑스는 주택문제가 무척 심각한데 아프리카 사람들은 집을 계약하기가 무척 힘들다. 복덕방은 이들에게 아예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정해진 거주지가 없으면 이 나라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아랍식 이름을 갖고 있으면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다.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은 프랑스의 공립학교에서 프랑스식 교육을 받는다. 라 마르세즈(프랑스 국가)를 부르고 프랑스어를 프랑스인처럼 구사하지만 이들은 자신을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에서는 엄연하게 인종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lotus@seoul.co.kr
  • 외국인 경영인이 본 북핵이후 한국금융시장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이후에도 한국의 금융시장은 커다란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핵실험 발표가 있은 지난 9일 하루만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오르는 등 불안했으나 이후 빠르게 회복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이 통과한 지난 16일에도 시장은 좀처럼 출렁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금융전문가들은 북한 문제에 대한 시장의 ‘내성’ 때문이라는 시각과 안보 불감증에서 원인을 찾는 등 다양한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과연 외국인 투자자들은 핵 정국에 놓여 있는 한국의 금융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진단하는지,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의 두 경영인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 “우려 있지만 철수 고려안해” 자산운용 규모 3278억달러(336조원)로 세계 20대 자산운용사 중의 하나인 크레디트스위스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블루머(38) 회장은 북핵 정국에 휩싸여 있는 한국시장에 대해 낙관론을 폈다. 우리나라를 방문 중인 블루머 회장은 1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북핵 문제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를 빌미로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북핵 우려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시장을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예의주시할 것이나 자산운용 관리자로서 항상 비즈니스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시장은 일단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하면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스트레스가 완화되면 곧바로 회복력을 보이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지금의 북핵 문제가 주가에는 단기 악재임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또 “자산운용, 투자은행, 프라이빗뱅킹(PB) 등 크레디트스위스의 전 사업부문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중요한 시장”이라고 평가한 뒤 “한국시장 투자에 의지를 갖고 있다.”며 한국시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지정학적인 불안정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확대를 유발할 것인지에 대해 “해외 투자 확대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증가 추세”라면서 “한국이 아닌 다른 신흥국가(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는 것은 한국이 지금 처해 있는 북핵 관련 사항 때문이 아닌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항상 일반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우리크레디트스위스운용이 지난해 6월 출범한 지 처음으로 크레디트스위스의 펀드상품인 ‘동유럽 주식 펀드’와 ‘글로벌 천연자원 주식 펀드’의 관련 기업 설명회도 있었다. 우리크레디트스위스자산운용은 우리금융이 우리자산운용의 지분 30%를 크레디트스위스사에 양도해 만든 합작회사다. 한국시장 공략의 첫 작품으로 이번에 출시된 동유럽 펀드는 유럽연합을 기반으로 꾸준히 5∼8%대의 지속적 성장을 보이고 있는 동유럽 기업들의 주식에 주로 투자하게 된다. 글로벌 천연자원 주식형 펀드는 에너지, 철강, 목재, 화학원료 등을 생산하는 전 세계의 천연자원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천연자원에 대한 수요의 지속적인 확대로 관련 기업들의 높은 성장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낙관적 판단 내리기는 일러” “북한 핵 실험에 대한 외국인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아직 이르다.” 농협CA투자신탁운용의 필립 페르슈롱 상무(자산운용본부)는 1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위기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행태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농협CA투자신탁운용은 농협과 프랑스 최대 금융그룹인 크레디 아그리콜의 자산운용사가 공동출자,2003년에 만들어진 회사이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올 들어 10조원가량을 순매도(판 금액이 산 금액보다 많은 것)했고, 북한의 핵 실험을 전후로 잠깐 순매수세를 보였지만 이후 여전히 순매도세”라고 전했다. 실제 외국인들은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주식시장에서 8146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으나 이후 12일부터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페르슈롱 상무는 “주식시장도 북핵 실험 직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하는 등 V자 곡선을 그리며 이전 상황으로 돌아갔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가 본격적인 실행단계에 접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북핵 사태에 대한 외국인의 입장이 아직은 중립적”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한국 경제라고 지적한 페르슈롱 상무는 ‘물리적 충돌(군사행동을 지칭)’이 없다는 가정 아래에서 한국 경제는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국내 소비 위축은 “북핵 사태 이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지만 북핵 사태가 낙관적인 기대치는 낮췄다.”고 밝혔다. 원·달러환율에 대해서는 북핵 사태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많은 투자가들이 우려했던 1달러당 900원대로 내려가지 않고 940∼980원대를 유지할 전망이고, 이는 자동차나 정보기술(IT) 등 수출기업들에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 채권이나 주식시장은 여전히 좋은 투자처라고 평가하면서도 “북핵 사태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핵 사태 이후 프랑스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안부를 묻는 이메일이나 전화를 많이 받았다는 페르슈롱 상무는 “상황이 심각하고 심각성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도 한국민은 50년간 이 상황에 살아서 그런지 익숙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국에 산 지 1년이 조금 넘은 페르슈롱 상무는 “북한이 외부 세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맞는데 지금과 같은 행동이 도움을 바라는 사람의 행동은 아닌 것 같다.”며 의아해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Seoul in] 민원봉사과에 영·일·중어 번역기

    용산구(구청장 박장규) 외국인들을 위해 민원봉사과에 영어·일어·중국어 등이 지원되는 번역기를 설치한다. 이는 외국인 밀집지역인 용산구의 외국인 수가 최근 급증하면서 다양한 민원 수요가 발생함에 따라 마련한 것으로 구는 앞으로 외국인 설문조사를 통해 필요한 부분을 적극 수렴할 계획이다.
  • [Local] 연제문화원 ‘지구촌 한마음교실’

    부산 연제문화원(원장 최민일)은 30일부터 오는 11월24일까지 4주간 해외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지구촌 한마음 문화교실’을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참가자들은 우리나라 전통무용인 부채춤과 전통음식 만드는 법 등을 배우게 된다. 문화원은 결혼이주여성인 외국인들이 한국무용 배우기와 전통음식만들기 등의 우리문화 체험을 통해 한국사회와 가정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구촌 한마음 문화교실을 마련했다. 문의 (051)665-4458.
  •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서울 오금동 ‘독천낙지골’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서울 오금동 ‘독천낙지골’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다. 주꾸미는 봄에 맛있고 낙지는 가을에 가장 맛있다는 뜻이다. 낙지는 알을 낳는 때인 5월부터 8월말까지 금어기를 거쳐 9월부터 잡기 시작한다. 지금이 목포, 영암, 순천 등에서 한참 낙지가 많이 잡히는 철이다. 우리가 흔히 삽을 들고 갯벌에서 잡는 모습을 TV를 통해 많이 보았지만 사실은 배를 타고 바다에서 주낙으로 잡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낙지를 좋아한다. 칼로 잘게 잘라도 꿈틀꿈틀 움직이는 낙지를 참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입천장에 쩍쩍 달라붙지만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또 목포 등 산지에선 세발낙지(조그만 새끼낙지)를 젓가락에 감아 통채로 먹기도 한다. 외국인들이 보면 ‘으∼악’하고 비명을 지르지만 그 맛은 정말 특별하다. 하지만 산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죽은 낙지를 쓰고 매운 양념과 함께 요리를 하기 때문에 낙지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없다. 낙지의 담백하고 개운한 맛을 살리려면 양념을 많이 하지 않거나 살아있는 것을 먹는 것이 좋다. 낙지는 예부터 스태미나 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낙지에 풍부한 단백질과 비타민 B2, 칼슘 인 등의 무기질 때문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타우린이 풍부하다. 타우린은 신체 각 부분의 기능을 높여 여러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 질병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또 교감신경 억제 작용이 있어 고혈압을 개선할 뿐 아니라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의 양을 늘리고 심근의 수축력을 높여 심부전을 방지하는 작용도 있어 심부전 치료를 위한 의약제로 사용되는 성분이다. 이런 영양학적인 우수성 때문에 남도에서는 산모에게 미역국을 끓여 줄 때도 낙지를 넣어서 원기회복을 돕기도 했다. 낙지는 저지방, 저칼로리, 고단백질 식품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에게도 좋은 거의 ‘만병통치약’과 같다. 산지에 가서 먹는 그 맛만큼은 아니겠지만, 서울에서도 싱싱한 낙지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그 중 송파구 오금동의 독천낙지골은 낙지로 유명한 전남 영암 독천의 지명을 딴 식당이다. 이 곳에서는 무안, 완도 등에서 싱싱한 낙지를 매일 공수해오며, 양념으로 쓰는 고춧가루와 참기름도 전남 영암에서 난 것만 쓴다. 이 곳의 낙지볶음은 낙지 본래의 맛을 가릴 정도로 많이 맵지 않고, 싱싱한 산낙지를 살짝 익혀 콩나물, 미나리와 함께 내는데 연하고 단 낙지에 어우러지는 매콤하면서 약간 새콤한 양념의 맛이 여느 집에서 먹기 어려운 별미이다. 낙지 연포탕 또한 낙지의 맛을 살리기 위해 양념과 간을 최대한 자제한다. 다시마와 멸치로 국물을 내고, 여기에 흔히 들어가는 모시조개 대신 굴을 넣어서인지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 좋다. 낙지를 잘못 자르면 먹물 주머니가 터져 국물이 검게 변하므로 친절히 잘라주시는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필자가 이 곳을 방문했을 때 세발낙지를 시켰더니 ‘30분 뒤면 오늘 물건이 들어오니 기다렸다 그걸 드시라’는 주인의 말에 더욱 기분이 좋아졌던 곳이기도 하다. 곁들여 나오는 반찬들도 맛깔스러운데 많이 짜지 않으면서 감칠맛이 나는 갈치속젓과 쫄깃한 창란젓 등도 모두 안주인이 직접 담근 것이다. 투박한 총각김치와 깔끔한 무나물도 맛나다. 낙지연포탕, 갈낙탕 3만5000원, 낙지비빔밥 7000원, 낙지볶음 3만 5000원이며 산낙지와 낙지구이는 시가에 따라 달라진다. 매월 첫째, 셋째 주 토요일 쉰다.(02)402-3160 또한 혹시 전남 순천에 간다면 낙지나라(061-742-2667)를 추천한다. 가장 싸게 산낙지를 먹을 수 있는 집이다. 주인 정득수씨가 직접 바다에서 잡아오는 낙지를 원가에 준다. 물론 집 한 쪽에 마련된 식탁에서 먹을 수도 있고 전화로 주문하면 고속버스를 이용해 보내준다. 생물이므로 택배는 불가능하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마리당 3000원 선. 여성전문병원 ‘한송이 W클리닉´ 원장
  • 2280억弗 ‘외환보유고의 힘’

    2280억弗 ‘외환보유고의 힘’

    “외환보유고가 ‘북핵 쇼크’를 잠재웠다.”북한의 핵실험 이후 금융시장 주변에서 나온 평가들이다. ●외환보유고의 위력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일 금융시장은 충격에 휩싸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평상심을 되찾았다. 환율, 주가, 금리 등 금융시장의 미시 변수들이 동요되지 않았다.1997년 11월 외환위기 직후 보여줬던 패닉 현상과는 대조적인 상황이었다. 코스피지수는 북핵실험 당일에는 전 거래일(4일)보다 32.6포인트나 떨어져 1319.14를 기록했으나,5일 만인 16일에는 1356.72,18일에는 1354.26으로 마감하는 등 북핵쇼크 이전 상태를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도 9일에는 15.1원이나 올라 달러당 960원대로 치솟았으나 점차 회복세를 보여 950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금리는 큰 폭의 변화가 없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에서의 거래 규모가 전체의 40%에 가까운 외국인들의 자본유출이 거의 없었고, 금융시장이 안정됐던 배경에는 2200여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가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도이치방크,JP모건 등 외국투자 회사들도 “북핵쇼크가 중장기적으로는 투자심리 위축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풍부한 외환보유고 덕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도 최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A+’였던 것이 순식간에 B+로 9단계나 떨어졌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존의 A등급이 그대로 유지됐다. ●적정 규모 여부는 여전히 논란 한국은행이 국제통화기금(IMF) 규정에 근거해 마련한 외환보유고 적정 규모 수준은 3500억달러가량으로 본다. 이는 경상지급액의 3개월(700억∼800억달러)+단기외채(잔여만기 1년 이내의 외채 포함,1000억달러)+자본도피(국내거주자의 자본이전)+자본유출(외국인 국내투자분 유출 규모,2700억달러)+현지금융(해외법인에 대한 국내의 보증) 등을 고려한 액수다. 지난 9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2282억 2000만달러로 세계 5위다. 한은 변재영 국제기획팀장은 “외환보유고의 적정 규모는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현재 외환보유고가 많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통화안정채권 발행 규모(162조원)에 따른 이자만 연간 5조∼6조원에 이른다는 비난이 있지만, 북핵 등과 같은 사태에서 외환보유고의 상징적인 액수가 가져다 준 효과는 대단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의 주식투자 비중(38∼39%), 자본자유화, 글로벌 경제에 따른 현지금융 확대, 북핵 등 남북관계의 지정학적인 리스크(위험) 등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변수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등 외국계 외환 전문가들은 한국의 외환보유고의 최소 규모는 단기외채 규모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넘어선 외환보유고는 수익성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천의 얼굴을 한 인도의 우편제도

    천의 얼굴을 한 인도의 우편제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큰 면적과 11억에 가까운 인구가 살아가는 인도의 우편제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흔히들 인도는 ‘다양성diversity’이라는 개념을 배제하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하는데, 인도의 우편제도 역시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체국을 운영하고 있다. 그 수가 무려 155,516개(2006년 현재 기준)에 이르며 우편행정에 종사하는 인력만 60만 명에 달한다. 1774년 4월 1일 우편업무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어 1852년부터 당시 인도식민을 담당했던 동인도회사의 관리 하에 우표가 발행되기 시작했다고 하니 인도의 우편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하지만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인도 우편행정은 정부 투자가 시급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05년까지 전산화 작업을 마친 우체국은 전국을 통틀어 800여 개 정도로, 전체 우체국 수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배달방식은 우체부가 걸어 다니며 가가호호 우편물을 배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도 전역을 통틀어 그나마 1,200대 정도 된다는 우편배달용 오토바이는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 위주로 배당되어 있다 보니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그저 우체부 아저씨가 병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할 판국. 독특한 배달방식도 있다. 인도 동북부 나갈랜드주의 우체부들은 자신의 도착을 알리기 위해 양쪽 다리에 방울을 묶고 다닌다. 주요 도시인 코히마와 디마푸르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봉투 위에 적힌 이름만으로 우편물 수취인을 찾아가야 하는데 상당수의 주민들이 부족, 씨족 단위로 여전히 정글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패가 없는 지역에서 우체부가 수취인을 찾아가는 그 특별한 기술과 고충은 신문기사화 되었을 정도다. 인도의 우편제도와 관련하여 두 가지가 눈에 띈다. 하나는 네 가지 색깔의 우체통이고, 또 하나는 인도 체신부가 규정한 소포 포장 방법이다. 인도의 길거리를 걷다 보면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노란색의 네 가지 우체통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초록색은 지역 내에 배달되는 우편물, 파란색은 인도의 대도시로 배달되는 우편물, 노란색은 지방정부의 수도로 배달되어 가는 우편물, 빨간색은 기타 지역으로 가는 우편물들을 넣게 되어 있다. 인도의 체신부가 1년에 90억 통 이상의 우편물을 취급한다고 하니 일차적인 분류의 필요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외국인들에게는 인도의 소포포장 방식이 좀 유별나 보인다. 무게 200g 이상의 소포는 단단한 박스에 담거나 천으로 씌운 후 바느질까지 해가야 접수를 받아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체국 건물 옆에는 소포 포장만을 담당하는 가게들이 하나씩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소포 포장규정은 내용물의 파손과 분실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분실 방지 목적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인도에서는 우편물이 아예 도착하지 않거나 내용물 중 일부가 사라진 채 배달되는 경우가 많다. 소포뿐만 아니라 편지나 엽서도 우체국에 직접 가서 우표에 소인이 찍히는 것까지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이는 우체국 직원들이 우표를 떼어내서 다시 파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우편제도와 관련하여 최근에도 웃지 못할 일이 하나 있었다. 얼마 전 어머니의 생신 즈음이었다. 엽서로 축하인사를 보내고 얼마 후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하는데 엽서와 인도과자를 잘 받았다고 하시는 것이다. ‘내가 인도 과자를 보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과자를 보낸 적이 없기에 어머니께 출처를 알 수 없는 그 과자를 드시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어머니께서는 “우리 아들이 공부하느라 힘들어서 과자 보낸 것도 기억하지를 못하는구나” 하시며 오히려 나를 안쓰러워하시는 것이 아닌가. 추정컨대, 과자를 담은 어느 인도인의 소포에 내가 보낸 엽서가 딱 달라붙어버려서는 한국까지 배달된 것이다. 언제부턴가 ‘IT 강국’이라는 칭호가 인도를 수식하는 말로 자리를 잡으면서 마치 인도가 첨단화, 디지털화 된 것 같이 비춰지기도 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잦은 인도의 우체국에는 오늘도 손으로 직접 쓴 편지와 엽서를 부치러 온 수많은 사람이 밝은 표정으로 줄을 서있다. 가끔은 그런 인간적인 냄새가 그리워서 엽서 한 장을 들고 인도의 우체국으로 달려가곤 한다. 신민하_한국외대 인도어과를 졸업하고 인도 델리대학교 대학원에서 인도근대사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미운 정 고운 정이 흠뻑 든 인도와의 연애에서 당분간 빠져나올 생각이 없어 보이는 스물여덟 청년입니다. 월간<샘터> 2006.07
  • 한강 뱃길 출근 내년엔 현실로

    한강 뱃길 출근 내년엔 현실로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버스를 타고 들어서자 오른쪽에는 하늘공원, 왼쪽에는 노을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쪽에는 과거 쓰레기 동산이었던 난지도의 모습을 잊지 말라는 듯 마포자원회수시설의 굴뚝이 우뚝 솟아 있다. 저 굴뚝이 머지 않아 전망대로 거듭난다니, 서울시가 계획하고 있는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를 잇는 ‘하늘다리’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높이 96m에 길이만 450m에 이를 하늘다리 전망대에서는 선유도와 여의도지구는 물론 멀리 한강 하구의 고즈넉한 모습도 한눈에 들어올 것이다. 서울시가 유람선을 타고 한강을 둘러보며 ‘한강르네상스’의 청사진을 가늠해볼 수 있는 선상 기자설명회를 열었다. 아직은 과거의 무분별한 개발로 척박해진 모습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지만, 둔치 곳곳에 푸르게 뿌리를 내리는 나무들을 보며 머지않은 미래에 진정한 서울의 젖줄로 거듭날 한강의 모습을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었다. 선착장에 가기 위해 지나친 난지 지구 캠프장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반팔로 뛰어다니는 어린이들이 눈에 띄었다.3년 뒤 월드컵 공원과 시민공원을 잇는 길이 50m의 보행녹도가 완성되면 그곳에서 달리기 내기를 하는 아이들로 활기가 넘칠 것이다. 난지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상류 쪽으로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양화대교 북단 즈음의 언덕에 높게 솟은 십자가가 보인다. 대원군의 천주교 박해로 수많은 신자들이 피를 흘렸던 절두산이 바로 저곳이다. 서울시의 계획대로 내후년 절두산 성지 주변에 홍보관과 학습관이 설치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이들이 어두운 우리 근대사에 대해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평일 오전, 요트 몇 척만이 유유히 떠가고 있는 한강은 유난히 넓어 보였다. 차를 타고 무심히 다리를 통해 건너다니기만 했던 한강의 폭이 1㎞나 된다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놀라게 된다. 곧 내년 가을부터 운행될 관광콜택시와 수륙양용버스가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모습이 그려진다. 외국인들은 철마다 물새떼들이 찾아와 알을 품는 밤섬을 지나치면서 서울에 이런 곳이 있냐며 눈에 휘둥그레질 것이다. 직장인들도 ‘오늘은 차가 막혀 배를 타고 출근했다.’고 예사롭게 말하게 될 것이다. 유람선이 잠수교 밑을 지나자 차들이 쌩쌩 속도를 내며 달리는 반포대교가 올려다 보인다. 하지만 눈을 감으니 내년이면 완성될 반포대교 낙하분수가 조명을 받아 반짝일 환상적인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쯤이면 보행전용도로로 바뀔 잠수교에서 유람선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이들도 있으리라. 이날의 짧은 여정은 수중보가 설치되어 있는 잠실대교를 앞둔 선착장에서 끝이 났다. 지금은 4m정도의 낙차가 나는 수중보까지 갈 수 없지만, 배가 지나다니게 되면 항로를 잇는 갑문 역할을 해줄 것이다. 잠실 선착장에 내리니 밑둥 지름이 40㎝가 넘는 나무들이 곳곳에서 인사를 했다. 이팝나무와 느티나무, 메타세콰이어 등 인공그늘막을 대신해줄 아름드리 나무들은 4년 안에 한강 둔치의 자전거 도로를 따라 5000그루나 자리를 잡게 된다. 이 나무들은 지난 수해 때 한강 둔치가 며칠씩 침수됐을 때에도 끄떡없이 견뎌냈다. 한강을 푸르게 할 이 ‘친구’들이 궂은 비바람에도 굳게 뿌리내려주길 바라며 잠실 선착장을 떠났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중계석] “상상력이 기업 미래 좌우”/강우현 남이섬 사장

    “상상력에 따라 기업 운명이 좌우됩니다. 경영에 상상을 접목하세요” ㈜남이섬의 강우현(53) 사장은 1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백지상상’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강 사장은 “상상력이 창의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구성원의 상상력 수준에 따라 가정·회사·국가의 미래 운명이 달라지기도 한다.”면서 무역업계 CEO들에게 기업경영에 상상을 접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홍익대 응용미술학과를 나와 대학원에서 광고디자인을 전공하는 등 경제·경영과는 무관했던 사람이 남이섬의 성공을 이끈 비결은 상상경영”이라면서 “남이섬을 처음 맡았을 때 손님도 돈도 없었지만 수많은 손님들로 혼잡한 숲길 여기저기서 외국인들이 사진 찍는 모습을 상상하고, 이를 실현하는 방법을 연구한 결과 벌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었다.”고 주장했다. 강 사장은 2001년 연봉 100원의 조건으로 남이섬의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후 경영혁신과 환경경영을 통해 남이섬을 먹고 마시는 유원지에서 문화예술과 자연생태가 어우러진 관광지로 탈바꿈시켰다. 취임 5년만인 지난해 관광객 수를 2001년 27만 5000명에서 167만명으로 6배 이상, 매출을 100억원으로 5배 이상 늘린 것이다. 강 사장은 “누구는 남이섬에 IT가 없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고 IT(imagination technology·상상테크놀로지)가 있다.”며 “앞으로 1억달러 규모의 ‘상상펀드’를 만들어 문화마을을 조성하는 데 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남이섬의 성공에 대해 놀라워하는 이들이 많은데 남이섬 성공은 원래 계획돼 있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남이섬 경영의 결과를 충분히 예측하고 있었고, 남이섬의 성공 신화는 웰빙이 아니라 창조적 역발상을 통한 윌빙(Will-Being) 성공 사례”라고 강조했다. 강우현 남이섬 사장
  • [Seoul in] 외국인 실명 인증 인터넷서비스

    서초구(구청장 박성중) 외국인도 인터넷으로 구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청 홈페이지에 외국인 실명인증 서비스를 실시한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실명인증이 되지 않았던 외국인들의 생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관내 거주 외국인들은 인터넷 실명 등록을 통해 민원을 요청하거나 구정 아이디어를 등록할 수 있게 됐다.
  • [與野, 북핵 해법 ‘마이웨이’] “對北포용은 核포용정책”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의 금강산관광 자제를 촉구했다.‘제재’가 가장 효율적인 북핵 해법이란 판단에 기초한다. 강 대표는 이어 점심 때는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주한 미국 및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현대아산을 방문한 것과 대조된다. 양측의 ‘우군 늘리기’ 경쟁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이 자리에서 웨인 첨리 주한 미 상공회의소(암참)회장, 장 자크 그로하 EU상의 소장 등은 “유엔 결의안에 따른 대북 제재조치가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유기준 대변인이 전했다. 이들은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이 중단될 경우 외국인 투자에 미칠 영향에 대해 “투자에 있어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문제나 심지어 핵실험 문제도 고려된 적이 없다. 미국의 안보 우산이 확고하다면 외국인들은 우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강 대표는 “한나라당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적극 지지하고 국제공조 아래 차질없이 이행되기를 기대한다.”며 “북핵 불용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본 원칙 아래 북핵 사태의 조기 해결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앞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주말 여러 보도를 보면 ‘날씨가 좋은 데 금강산에 계속 가자.’는 식으로 이를 촉진시키는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북 포용정책은 핵 포용정책”이라면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이 땅에서 핵을 없앤다는 목표를 위해 당분간 금강산관광 등에서 국민이 협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정부 예산은 물론이고 지자체 관련예산이 있다면 한푼도 반영되지 않도록 조치를 다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강창희 최고위원은 “광역자치단체장들과 협의해 금강산 관광을 알선하고 앞장서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말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금강산사업을 총괄하는 이종혁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대남 심리전, 정보자료 분석을 담당하는 통일전선부 직할 조통위 연구원장이라는 사실을 정부가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붉은지옥’ 다녀왔어요

    ‘붉은지옥’ 다녀왔어요

    납북되었던 KAL기 승객중 39명이 붉은 지옥 65일만에 다시 자유를 되찾았다. 악몽처럼 지긋지긋하던 공포의 65일을 지낸 귀환승객들은 입을 모아 북괴의 만행을 규탄했다. 낯선 연포비행장에 내린 KAL기 탑승객들은 곧 함흥시 교외 함곡역 대합실에 끌려 갔다. 저녁 7시까지 영하 20도의 강추위속에서 승객들은 불안·공포에 떨어야 했다. 7시가 조금 지나 처음으로 승객앞에서 공식으로 입을 연 것은 별 3개를 단 북괴군 장교.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25년간 떨어져 있다 만나니 반갑수다. 그렇게 시무룩하게만 있지말고 웃읍시다』하며 『귀한 손님이니 좋은「호텔」로 모시겠다』고 했다. 그 괴뢰군의 인솔 아래 승객들이 끌려간 곳은 함흥 역전의 어느 여관. 북괴군들은 승객을 한 사람에 한 방씩 따로 떼어놓더니 일절 서로의 접촉을 막았다. 승객들은 북한서의 첫날밤을 뜬 눈으로 새우고 다음날인 12일 하루도 꼬박 공포에 떨며 보냈다. 13일밤 12시쯤 북괴군들은 평양으로 간다면서 한 사람씩 방에서 끌어 내었다. 평양에 도착한 것은 14일 낮 12시쯤. 승객들은 대동강 여관과 평양 여관에 나누어 수용되었다. 식사가 끝나자 북괴군들은 최초의 신문을 시작, 『함흥에 처음 와서 어떻게 느꼈느냐?』『평양 경치가 어떠냐?』『남쪽 실정은 어떠냐?』는 등 15일까지 이틀동안 계속 승객들의 집, 가족 상황과 먼 친척까지 캐어묻고 교우관계, 재산, 출신성분, 현재의 성분 등을 철저히 조사했다. 계속 승객들은 격리 수용된 채 소위 교양강좌라는 것을 받았는데 교양강좌의 내용이라는게 판에 박은 듯 상투적인 거짓말투성이. 일례로 국군파월을 강제적인 것이라고 허위조작하는가 하면 김일성의 증조부가 옛날 대동강에 온 「셔먼」 호를 격퇴시켰다는 등의 허무맹랑한 거짓말 일색. 이런 교양강좌 때 승객중에서 소신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면 그 사람은 그 다음날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다. 이번에 돌아오지 못한 승객의 대부분이 젊은 지식층인 것도 바로 이 때문. 귀환승객 가운데도 박명원(朴明源)여인 같은 이는 국군파월이 지원제라고 말하자 『당신은 정부의 앞잡이냐? 남편을 잡아와야 정신을 차리겠느냐』고 협박. 또 손호길(孫鎬吉)씨는 평양에 간 뒤 며칠 안되어 갑자기 일행중에서 없어졌다. 약 20일뒤 다시 돌아온 손씨는 『날 살려달라』면서 말도 제대로 못했다. 얼굴이 상한 것은 물론 말할 수 없는 병자가 되어 있었다. 손씨의 말을 따르면 북괴쪽은 『당신에겐 이상한 점이 있으니 고쳐주겠다』면서 끌고 가더니 약을 먹이고 전깃불이 번쩍 하더니 그만 정신을 잃었다는 것. 깨어보니 자신도 모르게 주사를 맞았는데 말도 제대로 못할 정신이상자가 되어 버렸다. 또 돌아오지 못한 황원(黃元) 기자는 정월 초하룻날 『가고파』를 선창했는데 며칠뒤 어디론지 사라졌다. 붉은 지옥 65일은 이래서 살아있다기보단 오히려 죽어 지내는 편이었다. 승객들은 거의가 매를 맞고 고문을 당했는데 승객들은 한 자리에 모이는 교양강좌 시간을 이용, 서로 쪽지를 교환하며 서로가 당한 사정 얘기를 나누었다. 괴뢰군들은 항상 승객들을 감시했기때문에 한시도 마음놓고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평양에 끌려온지 며칠뒤 TV를 보여주었는데 이 때 조종사 유병하(柳炳夏)씨와 부조종사 최석만(崔石滿)씨가 TV에 끌려나와 소위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사전조작에 의한 것임이 분명했다. 이 TV 기자회견 시청은 그 뒤 또 한 번 있었다. 65일 동안 마음대로 밖에 나가 볼 시간은 물론 한 번도 없었다. 기껏 보는 것이라야 북괴가 전시효과를 노려 만들어 놓은 평양시내의 이른바 혁명박물관, 예술관, 만경대, 농장등. 이런 곳들은 평양을 찾는 외국인들을 위해 전시효과를 노려 마련된 것. 이번 귀환승객 중 유일한 부부 송환자인 권오집(權五執) 씨의 부인 최돈숙(崔燉淑) 여인은 부모없이 서울에 남겨져 있는 4남매 생각에 신음도 전폐, 울기만 했다. 그러자 북괴 안내원들은 『왜 울고 불고 행패를 부리느냐?』면서 위협, 그러자 최여인은 지지않고 『난 여기서 안죽겠다. 자식이 있는 대한민국에 가서 죽겠다』고 강경히 버티어 욕을 먹으며 고초를 겪기도. 연금되어 있는 여관에서 담당 안내원들과 이론으로 따지고 들면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는 것이 공식. 이들이 돌아오게 되었다는 것을 안 것은 귀환 하루 전인 13일 저녁. 북괴안내원들이 『내일이면 돌아간다』고 말했다. 14일 하오 개성을 거쳐 4시 44분 판문점에 도착, 자칫하면 못 건널 뻔했던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거쳐 다시 자유대한의 품으로 돌아왔다. [선데이서울 70년 2월 22일호 제3권 8호 통권 제 73호]
  • [Book Review] ‘히말라야 주역’으로 우뚝서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아래 타메라는 마을에 사는 셰르파 네 사람은 모두 합쳐 스물아홉번이나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다. 라크파 리타는 다섯 번, 그의 동생 카미 리타는 네 번 올랐으며, 사십대 초반인 아파와 앙 리타는 각각 열 차례나 등정했다. 만일 이들이 미국에 살았다면 나이키와 펩시의 홍보 대가로 수백만달러를 벌고,‘뉴스위크’,‘피플’ 등 유명잡지의 표지모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지 맬러리, 에드먼드 힐러리 등 히말라야 거봉을 오른 유명 서구 등반가들과 달리 이들 셰르파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셰르파, 희말라야의 전설’(조너선 닐 지음, 서영철 옮김, 지호 펴냄)은 그동안 히밀라야 등반의 이름없는 조연으로만 인식됐던 셰르파들을 당당한 주역으로 복권시킨 책이다. 셰르파는 500여년 전 티베트에서 살다가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로 넘어오면서 집단을 이룬 부족의 이름이다. 뿌리 없는 이방인이었던 그들은 당시 최하층 계급으로 편입되어 짐꾼이나 인력거꾼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이들이 산을 오르기 시작한 것은 100여년 전부터다. 히말라야의 존재가 서구에 알려진뒤 백인 등반가들이 몰려들면서 등산에 필요한 짐을 운반하기 위해 이들을 고용했던 것. 셰르파들은 백인 등반가들을 위해 식량과 의복, 텐트, 산소통, 연료, 의약품 등 한 사람당 적게는 20㎏, 많게는 50㎏에 달하는 짐을 지고 산을 올랐다. 등반가들은 이들이 운반한 고기, 치즈 등을 실컷 먹으며 두꺼운 방한복을 입었지만, 셰르파들은 빵과 얇은 옷에 만족해야 했다. 악천후에 짐을 나르다 목숨을 잃는 일도 잦았다. 1977년 대폭풍이 불어 네팔 전역에서 트레킹여행자 일행이 눈속에 갇혔을 때 많은 외국인들은 헬리콥터로 구조되었지만, 이들의 짐을 날랐던 셰르파들은 그대로 남겨졌다. 아무도 그들의 구출비용을 대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중 여럿이 사망했다. 히말라야 남체 근처 루크라 뒤쪽 고개에서 혹한에 포터 한 사람이 사망했는데 그의 등짐에는 트레킹 여행자들을 위한 야영 침낭과 오리털 재킷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가 이 짐을 운반하는 대가로 받은 돈은 하루 3달러였다. 책은 이같은 혹독한 상황에서 셰르파들이 일구어낸 성취를 세밀하게 그려낸다.1939년 K2에서 셰르파가 정상 공격조 일원이 된 일, 하산 과정에서 미국 등반가가 혼자 고립됐을 때 모든 백인 등반가들이 포기했음에도 셰르파들만이 그를 구하러 올라간 일,1954년 톈징 노르가이라는 셰르파가 에베레스트를 처음 등정하는 과정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은이는 이 책을 위해 수개월간 셰르파 마을에 거주하며 셰르파 말을 배우고 그들의 문화와 관습을 익혔다고 한다. 또 실제 역사적인 등반에 동반했던 노인들과 그들의 가족을 여러차례 인터뷰했다. 많은 변화와 개선이 있었지만 상당수 산악인들은 여전히 셰르파를 자신들의 편의에 의해 고용한 ‘짐꾼’이나 ‘하인’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그런 편견과 몰이해를 넘어 셰르파의 진정한 삶과 역사를 알리기 위한 저자의 애정 어린 기록으로 읽혀지는 책이다.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경제침체 장기화할 우려”

    경제 5단체장들은 13일 북한 핵실험에 따른 경제상황과 관련,“현재로서는 안정 국면이나 앞으로 2차 핵실험이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조치가 잇따를 경우 경제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 5단체장들은 이날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초청으로 이뤄진 정책간담회에서 “외국인 투자비율이 타이완 등 경쟁국들에 비해 지나치게 낮고, 더 이상 떨어지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이날 간담회에는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이희범 무역협회, 김용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 5단체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한나라당에선 강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 전재희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자들이 참석했다. A 단체장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투자비율은 타이완이 13%를 웃도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9% 선에 불과하다.”며 “북핵 사태가 악화될 경우, 외국인투자비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우리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B 단체장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수위에 따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면서 “더욱이 북한이 유엔 결의안에 반발해 2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외국인 투자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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