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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풀려난 ‘세기의 폭로자’

    [씨줄날줄] 풀려난 ‘세기의 폭로자’

    2010년 4월 5일 위키리크스에 ‘부수적 살인’(Collateral Murder)이라는 비디오 파일이 공개됐다. 미군 아파치 헬기의 30㎜ 기관포가 불을 뿜자 지상에 있던 타깃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쓰러진 이들을 살피려고 접근한 비무장 민간인들과 봉고차에도 총격이 가해졌다. 마치 사냥하듯 이뤄진 이날 헬기 사격으로 10여명이 사망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미군이 기습공격을 받고 공격한 무장세력 9명과 민간인 2명(로이터 고용인 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미군의 발표가 거짓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2010년 6월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한 7만 6000건의 미국 정부 미공개 문서를, 그해 10월에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 기록으로 불리는 약 40만건의 문서를 공개했다. 이어진 11월 미국 외교전문 25만건 공개는 전 세계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위키리크스가 한국에 미친 파장도 컸다. 관련 내용은 2011년 9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주한 미 대사관이 생산한 1980건의 외교전문이 모두 공개됐다. 2007년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진영이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의 한국 송환을 미뤄 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했다는 내용, 잠재 대선 후보들에 대한 평가 등이다. 2006년 위키리크스를 창립한 ‘세기의 폭로자’ 줄리언 어산지는 2010년부터 도망자 신세였다. 2010년 스웨덴 당국이 성폭행 혐의로 영국에 있던 그를 송환하려 했지만 2012년 주영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망명했다. 미국 정부가 2018년과 2019년 간첩법 위반 등 총 18건의 혐의로 그를 기소하자 에콰도르 정부는 망명을 철회했다. 어산지는 영국 법원의 스웨덴 송환 명령을 어기고 도주한 혐의로 지금까지 런던 벨마시 교도소에 갇혀 있었다. 어산지가 14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그는 미국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그간 영국 구금 생활을 복역 기간으로 인정받기로 미국 법무부와 합의했다. 26일 미국령 사이판 법원에 출두한 어산지는 5년형을 최종 선고받은 뒤 고향인 호주 캔버라로 떠났다. 어산지의 도피 생활은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국가 안보’와 ‘언론의 자유’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미궁으로 남았다. 황비웅 논설위원
  • 나이에, 극우에, 최악 지지율에 발목… G7 ‘6인의 루저들’

    나이에, 극우에, 최악 지지율에 발목… G7 ‘6인의 루저들’

    바이든, 말실수·사법 리스크 변수마크롱·수낵, 소속당 참패 유력시 기시다, 비자금 의혹에 민심 떠나伊 멜로니 제외 자국서 입지 불안외신들 ‘레임덕’ ‘죽은 자들’ 조롱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며 국제질서를 이끌던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자국 정치에서 악재를 맞닥뜨리며 위기에 빠졌다. 떨어지는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해 승부수를 던져 ‘슈퍼 선거의 해’ 하반기를 대비하고 있지만 오히려 생존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지도자 중 내년 캐나다 회의에선 한두 명만 다시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악시오스 등을 종합하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로 이뤄진 G7 정상 가운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뺀 나머지는 정치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오는 11월 5일 대선을 치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선거일은 한참 남았지만 오는 27일 도널드 트럼트 전 대통령과 맞대결하는 CNN TV 토론이 눈앞에 둔 위기다. 토론장에 들고 갈 수 있는 게 펜과 메모장, 물 한 병이 전부라 기억력과 지구력 싸움을 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와 이상행동 등을 81세라는 나이와 연결 지은 ‘고령 리스크’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뒷돈’ 유죄 평결을 계기로 총공세를 펼 기회를 잡았는데도 차남 헌터 바이든이 총기 불법 소지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은 게 약점이 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전국 지지율에서 격차가 좁혀졌지만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지고 있어 역전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다음달 4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패배가 확실시된다. 그가 속한 보수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에 20% 포인트 넘게 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최측근이 선거 결과를 두고 도박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 동정표까지도 날려 먹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노동당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해 수낵 내각과의 외교 사안 논의를 중단한 상태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6~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에 참패하자 프랑스 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30일 조기 총선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조차 ‘도박’, ‘정치적 불장난’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이번 선거도 참패가 유력시된다.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는 2027년 5월까지로 3년 가까이 남았다. 총선 결과에 따라 야당 총리와 권력을 나누는 ‘동거정부’를 꾸려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유럽의회 선거에서 소속 정당인 사회민주당(SPD)이 참패해 자리가 위태롭다. 사민당은 유럽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에 뒤져 3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독일 헌법상 조기총선 절차가 복잡해 시행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내년 가을 열리는 총선에서 AfD에 정권을 내주지 않으려면 지지율을 반전시킬 대안이 필요하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SPD가 숄츠를 대체할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지지율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보수 성향 요미우리신문 조사(21~23일, 유권자 1023명 대상)에서 내각 지지율은 23%로 지난달보다 3% 포인트 하락했다. 진보 성향 마이니치신문 조사(22~23일, 유권자 1057명 대상)에선 역대 최저치인 17%를 찍었다. 최근 일본 국회를 통과한 자민당 주도 정치자금규정법이 ‘일본 사회를 정상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아서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그의 교체가 예상된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역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고물가·주택난을 해결하지 못해 지지세가 많이 꺾인 상태다. 여론조사 기관 모닝컨설트는 “G7 정상 가운데 지지율 40%를 안정적으로 넘기는 이는 극우 성향 멜로니 총리뿐”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지난 13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는 ‘루저들의 모임’(악시오스), ‘레임덕 정상회의’(더타임스), ‘죽은 자들의 행렬’(가디언)이라는 등 조롱이 이어졌다.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G7 지도자들의 입지 약화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견제 등 지금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뿐 아니라 향후 지구촌을 이끌 G7의 리더십에도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고 NBC방송은 짚었다.
  • ‘고령 리스크’ 바이든, 극우에 밀리는 마크롱…‘슈퍼선거의 해’ 궁지 몰린 G7 수장들

    ‘고령 리스크’ 바이든, 극우에 밀리는 마크롱…‘슈퍼선거의 해’ 궁지 몰린 G7 수장들

    ‘슈퍼 선거의 해’ 절반을 지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견제하며 국제질서를 이끄는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국내 정치 악재를 맞닥뜨리면서 위기에 빠졌다. 하나같이 선거 참패나 지지율 하락으로 정치적 생존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최악의 경우 ‘내년 G7 정상회의에 살아 돌아올 지도자가 1~2명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악시오스 등을 종합하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로 이뤄진 G7 정상 가운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뺀 나머지는 정치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11월 5일 대선을 치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선거일은 한참 남았지만 오는 27일 도널드 트럼트 전 대통령과 맞대결하는 CNN TV토론이 눈앞에 둔 위기다. 토론장에 들고 갈 수 있는 게 펜과 메모장, 물 한 병이 전부라 기억력과 지구력 싸움을 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와 이상행동 등을 81세라는 나이와 연결지은 ‘고령 리스크’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뒷돈’ 유죄 평결을 계기로 총공세를 펼 기회를 잡았는데도 차남 헌터 바이든이 총기 불법 소지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은 게 약점이 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전국 지지율에서 격차가 좁혀졌지만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에 뒤지고 있어 역전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다음 달 4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패배가 확실시된다. 그가 속한 보수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에 20% 포인트 넘게 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최측근이 선거 결과를 두고 도박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 동정표까지도 날려 먹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노동당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해 수낵 내각과의 외교 사안 논의를 중단한 상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6~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에 참패하자 프랑스 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30일 조기 총선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조차 ‘도박’, ‘정치적 불장난’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이번 선거도 참패가 유력시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임기는 2027년 5월까지로 3년 가까이 남았다. 총선 결과에 따라 야당 총리와 권력을 나누는 ‘동거정부’를 꾸려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유럽의회 선거에서 소속 정당인 사회민주당(SPD)이 참패해 자리가 위태롭다. 사민당은 유럽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에 뒤져 3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독일 헌법상 조기총선 절차가 복잡해 시행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내년 가을 열리는 총선에서 AfD에 정권을 내주지 않으려면 지지율을 반전시킬 대안이 필요하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SPD가 숄츠를 대체할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지지율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보수 성향 요미우리신문 조사(21~23일, 유권자 1023명 대상)에서 내각 지지율은 23%로 지난달보다 3% 포인트 하락했다. 진보 성향 마이니치신문 조사(22~23일, 유권자 1057명 대상)에선 역대 최저치인 17%를 찍었다. 최근 일본 국회를 통과한 자민당 주도 정치자금규정법이 ‘일본 사회를 정상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아서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그의 교체가 예상된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역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고물가·주택난을 해결하지 못해 지지세가 많이 꺾인 상태다. 여론조사 기관 모닝컨설트는 “G7 정상 가운데 지지율 40%를 안정적으로 넘기는 이는 극우 성향 멜로니 총리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지난 13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는 ‘루저들의 모임’(악시오스), ‘레임덕 정상회의’(더타임스), ‘죽은 자들의 행렬’(가디언) 등 조롱이 이어졌다.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G7 지도자들의 입지 약화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견제 등 지금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뿐 아니라 향후 지구촌을 이끌 G7의 리더십에도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고 NBC방송은 짚었다.
  • 트럼프 핵심 참모 “대만, 국방비 늘리고 의무복무기간 늘려야”

    트럼프 핵심 참모 “대만, 국방비 늘리고 의무복무기간 늘려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핵심 참모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이상 안보 무임승차는 안 된다’는 경고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7~8월호 기고문에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이런 주장이 담겨 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대만은 연간 약 190억 달러(약 26조원)의 방위비를 지출하는데, 이는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3%가 되지 않는다”면서 “대부분의 미국 동맹국 및 파트너들보다 낫지만 여전히 너무 적다”고 썼다. 이어 “점점 더 위험해지는 이 지역의 다른 나라들도 (자국 방어에) 지출을 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차기 행정부는 미국의 (대만에 대한) 지속적인 안보 공약에 ‘대만이 방위 지출을 더 많이 하고 징병제를 확대하는 등 자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미국 의회가 이스라엘에 제공해 온 보조금과 차관, 무기 공급 등을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베트남에도 제공해 무력 증강을 지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더불어 미국 항공모함 한 척을 대서양에서 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하고 해병대 전체를 태평양 지역에 배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오브라이언은 “미국은 중국과 열린 통신선을 유지해야 하지만 호주와 일본·필리핀·한국 같은 동맹국, 싱가포르와 같은 전통 파트너, 인도네시아·베트남 같은 신흥 파트너 국가들에 대한 ‘태평양 외교’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9년 9월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종료시까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았던 오브라이언은 트럼프 재집권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재기용되거나 국무장관 또는 국방장관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 푸틴 방북한 날… ‘외교안보대화’로 손잡은 한중

    푸틴 방북한 날… ‘외교안보대화’로 손잡은 한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찾은 18일 서울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이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북러와의 협력에 다소 거리를 뒀던 중국이 미묘한 시기에 한국과 안보 관련 대화체를 가동해 그 자체로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가졌다. 한중 외교안보대화는 양국 외교부와 국방부가 참여하는 ‘2+2 대화’ 협의체로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의 양자 회담에서 합의된 사안이다. 2013년과 2015년 국장급으로 열렸다가 9년 만에 외교차관급으로 격상한 것이다. 국방부에서는 국장급인 이승범 국방부 국제정책관과 장바오췬 중국 중앙군사협력판공실 아시아국 부국장 등이 대표단으로 각각 김 차관, 쑨 부부장과 함께 대표단을 꾸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에 (국방부에서) 국장급이 참석했다고 해서 굳어지는 건 아니고 서로 필요하면 참석자 지위를 협의, 조정할 수 있다”며 앞으로 대화체를 활성화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중은 양자 관계를 비롯해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국제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폭넓게 나누며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은 북러 간 군사협력 강화에 대한 우려를 중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전단 살포와 오물 풍선,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정지 등으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한중 간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도 거듭 촉구했다. 북러 정상회담과 같은 날 마치 ‘맞불 외교전’처럼 한중이 서울에서 대화가 열린 데 대해 일각에선 중국도 북러 간 군사협력 강화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쑨 부부장은 대화를 마친 뒤 취재진에 “우연의 일치”라고 밝혔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북러 간 양자 왕래”라고 했다. 이날 오전 한중일 협력사무국(TCS)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서면 축사를 통해 “(3국 협력이) 지역과 글로벌 평화·번영을 촉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며 3국 협력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文·김정은 함께했던 백두산 천지

    文·김정은 함께했던 백두산 천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방북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같은 날 한국과 중국은 서울에서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개최해 한반도에서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 11일 백두산 천지의 북한령인 동파지역에 북한군이 모여 있는 모습. 이곳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함께 방문한 곳이다.
  • 장관도 직접 문자보내 설득…중·러 반대에도 ‘최다 찬성’표로 열린 안보리 北인권 회의 [외안대전]

    장관도 직접 문자보내 설득…중·러 반대에도 ‘최다 찬성’표로 열린 안보리 北인권 회의 [외안대전]

    남북이 오물풍선과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의 맞대응을 주고받으며 한반도 긴장이 한껏 고조된 가운데 지난 12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로 하는 공식 회의가 열렸습니다. 북한의 인권 탄압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규탄하는 것이 낯선 일은 아니지만 이 회의는 열리는 것부터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에도 무릅쓰고 다른 국가들을 설득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는데 그를 위한 물밑 외교전도 치열했다고 합니다.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회의를 가진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입니다. 특히 마침 이달 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한국이 회의를 주재했는데, 한국이 북한 인권 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과거부터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 평화·안보 문제를 다루게 돼 있는 안보리에서 인권 문제를 다루면 안 된다며 북한 인권 안보리 회의를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습니다. 그래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회의가 열렸지만 그 전에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로 채택할지를 두고 ‘절차투표’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절차투표는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을 해야 회의 의제로 삼을 수 있는데 2014년 11개국, 2015년 9개국, 2016년 9개국, 2017년 10개국의 찬성으로 회의가 열렸고, 이후 2022년까지는 회의가 열리지 못했거나 열더라도 비공식 협의로 진행됐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말쯤 한국이 안보리 의장국을 맡게 되는 6월 안에 북한 인권 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루기로 하고 회의 개최를 위한 교섭 활동을 분주하게 벌였다고 합니다. 회의를 하기 위해선 절차투표의 문턱부터 넘어야 하는 만큼 이사국들을 대상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왜 안보리에서 논의해야 하는지 설득 작업을 한 것입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입장을 정하지 못한 일부 이사국 외교장관에게 직접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회의 개최를 지지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자국민에 대한 억압과 수탈 등 인권 탄압이 곧 핵·미사일 개발과도 연결된다며 북한의 인권 문제와 평화·안보 문제가 서로 뗄 수 없는 긴밀한 사안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안보리에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할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그 결과 이번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요청으로 진행된 절차투표에서 15개국 중 12개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로 다루는 것에 찬성했습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스위스, 슬로베니아, 몰타, 에콰도르, 가이아나, 시에라리온, 알제리가 찬성했고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 모잠비크는 기권했습니다. 조 장관이 문자를 보냈던 이사국도 투표에서 회의 개최를 지지했습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과거에도 북한 인권 문제는 회의 개최가 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했다”며 “그러나 이번 회의를 계기로 이미 많은 국가들 사이에서 북한 인권 문제 역시 안보리가 다뤄야 할 안보 이슈라는 공감대가 퍼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공식 회의 전 가진 약식 기자회견 공동발언에 참여한 국가도 지난해 52개국에서 올해 57개국으로 늘었습니다. 외교부는 “특히 신규 동참국에 아르헨티나, 페루, 우루과이 등 중남미 3개국이 포함됐다”며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 사이에서도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할 필요성에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열린 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한 한국과 서방 국가들은 북한의 인권 탄압을 강하게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회의를 주재한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북한의 핵과 인권 침해를 ‘쌍두마차’로 표현하며 북한이 인권 침해를 멈추면 핵 개발도 멈출 것이라며 북한의 행동과 정책이 바뀔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계속 압력을 가할 수 있도록 연대하고, 안보리에서도 북한 인권의 실상을 정례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의 강제송환 금지도 거듭 강조했습니다.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팬데믹으로) 국경을 폐쇄한 뒤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면 북한의 인권 상황은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했다”며 “북한은 1990년대 말 대기근 이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국제사회가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겪는 고통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회의 무산을 시도했던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북한 정권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위해 국내외에서 강제 노동과 자국 노동자들의 착취에 의존하고 있다”며 “북한을 보호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명백한 노력이 부끄럽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14일 김선경 외무성 국제기구 담당 부상의 담화를 통해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상황이 논의된 데 대해 “엄중한 정치적 도발 행위”라며 “미국과 대한민국은 제 집안의 인권 오물부터 걷어내라“며 반발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앞으로도 정부는 북한 인권의 실상과 국제 평화·안보와의 연계성에 대한 국제사회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안보리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무대에서 북한 인권 논의가 계속 이루어지고 더욱 심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이달 중 사이버 안보 관련 회의를 주재해 북한의 악의적인 불법 사이버 활동을 통한 핵·미사일 개발 자금 조달 등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논의할 계획입니다.
  • 푸틴, 18~19일쯤 평양서 김정은 만난다

    푸틴, 18~19일쯤 평양서 김정은 만난다

    최근 남북 간 대치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에서 다음주 한중, 북러가 각각 서울과 평양에서 대화를 갖는다. 양자 관계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만남이라 ‘남북중러’ 4국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며칠 내로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24년 만에 이뤄지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일은 18~19일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기간 수도 아스타나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며칠 안으로 다가온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전개되는 한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전략 대화도 있다”며 “우리가 이를 전부 고려하면서 철저하게 주요 우방국들, 그리고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들이 북한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과 궤를 같이할 수 있도록 순방을 이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중앙아시아에 와서 여전히 북한의 핵 문제를 얘기하고 있고, 또 우크라이나 전쟁을 논의하고 있고,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적인 군사 협력 문제를 논의해 나가고 있다”고도 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예고하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 확인한 건 처음이다. 2000년 이후 24년 만에 성사되는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으로 북한은 ‘뒷배’ 러시아와의 밀착을 과시하며 외교적 돌파구로 삼을 공산이 크다.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가진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교류는 급물살을 탔다. 특히 양측 모두 부인했지만 무기 거래가 진행되며 군사 협력도 가시화했다. 북러 정상이 9개월 만에 평양에서 다시 만나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무기 제공의 대가로 북한을 어느 수준까지 지원할지가 관심사다. 실패했지만 지난달 27일 북한이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2호기에 러시아 측 기술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양국의 군사 협력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단기 거래가 아닌 장기 거래 관계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양국이 군사협력 수준을 냉전 시대 수준으로 높이고 이를 제도화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북한이 1961년 옛 소련과 맺은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은 무력침공·전쟁 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련이 한국과 수교를 맺은 뒤 이 조약은 폐기됐다. 이후 북러가 2000년 체결한 양국 ‘우호·선린·협조 조약’에는 양국 중 한 곳이 ‘침략당할 위기’가 발생하면 쌍방이 ‘즉각 접촉한다’는 내용만 담겨 있다. 그러나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각종 제재, 한러 관계의 관리 필요성, 북한과의 협력 실익 등을 고려할 때 러시아가 북한의 기대만큼 내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푸틴 대통령이 9개월 만에 평양 답방 ‘선물’을 주며 북러 밀착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계속 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핵심 군사기술 이전이라든지 조약 개정 등에는 신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성훈 한국외대 교수는 “정상 간 만남이다 보니 상징적인 차원에서 장기적·전략적 선언 등이 있을 수 있다”며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우주기술 개발 협력 논의도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오는 18일 한중이 서울에서 9년 만에 외교안보 대화를 갖는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관계가 굳어지면서 다소 경색됐던 중국과 그간 직접 논의하지 않았던 안보 현안을 두고 공식 대화기구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양국 관계뿐 아니라 대북 압박 차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고 해석된다. 첫 회의에서는 양국 간 외교안보 사안을 의제로 향후 방향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겠지만 최근 긴장 수위가 높아진 한반도 정세와 거의 같은 시기에 진행되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러 밀착에 대해 “두 나라의 일”이라며 ‘북중러’ 삼각 구도에 거리를 두는 중국이 이번엔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최근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거론되자 북한이 반발하는 등 북중 간 불편한 기색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 日, 군함도 약속 9년째 뭉개… ‘닮은꼴’ 사도광산 놓고 韓외교 시험대

    日, 군함도 약속 9년째 뭉개… ‘닮은꼴’ 사도광산 놓고 韓외교 시험대

    日, 군함도 ‘강제동원’ 명시 약속세계문화유산 등재 후엔 모르쇠작년 보류 권고안 6건 모두 등재사도광산도 역사 보완하면 유력韓, 유네스코 표 대결 등 압박해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가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에 대해 역사 기술 부문을 문제 삼아 문화유산 등재 보류 의견을 낸 뒤 한일 간 외교전이 시작됐다. 일본은 2015년 나가사키현 ‘군함도’(하시마)를 세계문화유산에 올릴 때도 조선인 강제동원 내용을 담으라는 이코모스의 지적을 수용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이번 사도광산 등재 과정도 군함도와 닮은꼴로 진행되는 터라 일본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도록 못박을 한국 정부의 외교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과거 침략 역사를 지우기 위해 사도광산의 등재 대상 기간을 에도 시대(1603~1867년)로 한정해 신청했다. 이코모스가 내놓은 사도광산 평가보고서를 보면 일본 정부의 이러한 꼼수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이코모스는 권고 사항에서 “광업·채굴이 이뤄졌던 모든 시기를 통해 추천 자산에 관한 전체 이력과 역사를 현장에서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설명·전시 전략과 시설·정비 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말은 한국 정부가 요구해 온 대로 태평양전쟁 시기 전쟁 물자 확보처로 활용됐고 조선인을 강제동원해 열악한 환경에서 임금조차 주지 않은 채 일을 시켰다는 내용을 알려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본 측은 이코모스 권고대로 내용을 보완해 다음달 21일부터 31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결정을 도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 21개 위원국이 참여하는 세계유산위원회는 만장일치 결정이 관례지만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등재가 가능하다. 게다가 최근 회원국 사이에서는 자국의 유산 등재를 위해 다른 나라의 등재를 크게 막지 않는 ‘정치·전략적 결정’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통과될 여지가 크다. 지난해 이코모스의 ‘보류’ 권고안을 받은 6건이 모두 보완 과정을 거쳐 그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다만 일본 정부로서도 세계유산위원회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코모스의 권고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일본 정부는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시 관련 약속을 지키지 않아 세계유산위원회에 찍힌 전력이 있다. 일본 정부는 군함도에 대해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할 당시 피해자를 기리는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하고 2020년 도쿄 신주쿠구에 ‘산업유산 정보센터’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곳에선 조선인 강제동원을 알리기는커녕 한국이 역사를 조작하고 있다며 왜곡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2021년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정부에 센터 개선을 촉구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 점을 파고들어 일본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유산위원회의 전례를 보면 실제 표결까지 가서 등재가 이뤄진 일은 거의 없다. 한국 정부가 끝까지 반대해 표결까지 가게 되면 일본 정부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면서도 “일본이 이행을 안 한 전력이 있으니 (권고를) 이행할 거라고 막연히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일본이 약속을 지킬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만약 정부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으면 (등재를) 반대해야 한다”며 투표까지 넘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 군함도 약속 안 지킨 日…사도광산 외교 시험대 오른 韓

    군함도 약속 안 지킨 日…사도광산 외교 시험대 오른 韓

    다음달 21일부터 31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동원이 이뤄진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등재 여부를 놓고 한일 간 치열한 외교전이 시작됐다. 사도광산을 ‘제2의 군함도(하시마)’로 만들지 않기 위해 일본 정부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을지 한국 정부의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지난 6일 사도광산에 대해 “세계유산 목록으로 고려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보류’(일본 내 용어로는 정보 조회)를 권고했다. 이코모스의 권고는 세계유산위원회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이 17세기 세계 최대 금 산출량을 자랑하며 금의 채취에서 정련까지 수작업으로 진행된 유례없는 광산이라며 세계유산에 추천했고 이코모스는 이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과거 침략 역사를 지우기 위해 사도광산을 에도 시대(1603~1867년)에 한해서만 추천했다. 이코모스의 사도광산 평가보고서를 보면 일본 정부의 이러한 꼼수를 정확히 겨냥했다. 이코모스는 권고 사항에서 “광업·채굴이 이뤄졌던 모든 시기를 통한 추천 자산에 관한 전체 이력과 역사를 현장에서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설명·전시 전략과 시설·정비 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말은 한국 정부가 요구해온 대로 태평양전쟁 시기 전쟁 물자 확보처로 활용됐고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열악한 환경과 임금조차 주지 않은 채 일을 시켰다는 내용을 알려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이코모스가 권고한 대로 보완한 다음 사도광산을 다음달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반드시 등재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자신감을 보이는 데는 이코모스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에 지적한 사항만 보완하면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 등 21개 위원국이 참여하는 세계유산위원회는 만장일치 결정이 관례지만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등재가 가능하다. 게다가 최근 세계유산위 회원국 사이에서는 자국의 유산 등재를 위해 다른 나라의 등재를 크게 막지 않는 ‘정치·전략적 결정’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이코모스의 ‘보류’ 권고안을 받은 6건이 모두 보완 과정을 거쳐 그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전력이 있다. 다만 일본 정부로서도 이코모스의 권고를 무시할 수 없고 사도광산에 대한 보완 시 강제 동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떤 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특히 일본 정부는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시 관련 약속을 지키지 않아 세계유산위원회에 찍힌 전력이 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조선인 강제동원이 이뤄진 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하면서 피해자를 기리는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2020년 만들어진 도쿄 신주쿠구에 있는 ‘산업유산 정보센터’는 조선인 강제동원을 알리기는커녕 한국이 역사를 조작하고 있다며 왜곡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2021년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정부가 센터 개선을 촉구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 점을 파고들어 일본 정부를 압박할 필요성이 크다. 세계유산위원회의 전례를 보면 실제 표결까지 가서 등재가 이뤄진 일은 거의 없다. 한국 정부가 끝까지 반대해 표결까지 가게 되면 일본 정부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면서도 “일본이 이행을 안 한 전력이 있으니 (권고를) 이행할 거라고 막연히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일본이 약속을 지킬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만약 정부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으면 “(등재를) 반대해야 할 것”이라며 투표까지 넘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 [용산NOW] 尹 ‘영일만 석유’ 깜짝 발표에 온 나라 ‘들썩’

    [용산NOW] 尹 ‘영일만 석유’ 깜짝 발표에 온 나라 ‘들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국정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깜짝 발표한 이후 온 나라가 들썩였다. 정치권의 갑론을박은 물론이고, 자원 관련주가 하나의 테마로 묶여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등 주식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날 국정브리핑은 윤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목적으로 중요한 정책 사안을 직접 브리핑하겠다는 의중을 밝힌 이후 이뤄진 첫 브리핑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중하순에 관련 내용을 처음으로 보고받았고, 국정브리핑 전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직보를 받은 뒤 직접 이 사안을 국민에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다만, 정부 의뢰로 물리탐사 분석을 맡았던 미국 액트지오사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고문이 입국해 7일 기자회견을 열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앞서 정부가 설명한 내용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1차 시추 결과가 내년 상반기쯤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후 관련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국민에 소상히 알리는 추가적인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이와 별개로 윤 대통령은 숨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하며 국정 동력 확보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5일까지 국내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25개국의 아프리카 국가 정상과 만나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정상회의에 참석한 48개국 대표단과는 공적개발원조(ODA) 규모 확대, 수출금융 제공, 핵심 광물 협력 등의 내용을 담은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윤 대통령의 외교전은 내주에도 이어진다. 오는 10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을 방문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이른바 ‘신흥 시장’으로 평가받는 지역에 외교적 활로를 뚫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순방 이후 6개월 여만에 이뤄지게 됐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앙아시아는 태평양 도서국과 아프리카에 이어 우리가 집중적으로 접근하는 세 번째 전략 지역”이라며 “공통점은 모두 젊고 발전 역동성이 크며 미래 혁신에 대한 열정이 충분한 지역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중앙아시아 방문에서 핵심 광물 공급망 파트너십 강화와 다수의 양해각서(MOU) 서명 등 경제 협력 논의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 尹, 10~15일 투르크·카자흐·우즈벡 국빈 방문...“‘K-실크로드’ 추진”

    尹, 10~15일 투르크·카자흐·우즈벡 국빈 방문...“‘K-실크로드’ 추진”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0일부터 15일까지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을 국빈 방문한다.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순방 이후 7개월만에 재개된 것으로, 김건희 여사도 동행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을 통해 중앙아시아 특화 외교전략인 ‘한-중앙아 K-실크로드’ 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에너지와 인프라 등 다방면에서 경제 협력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부부는 공식초청을 받아 다음주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방문에 나선다”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현지시간으로 10일 오후쯤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시가바트에 도착해 공식 환영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세르다르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고, 양국 기업이 참석하는 비즈니스 포럼 일정을 소화한다. 11~12일에는 카자흐스탄을 찾아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고려인 동포 및 재외국민 동포간담회 등에 참석한다. 13~15일에는 우즈베키스탄을 찾아 정상회담 및 양해각서(MOU) 서명식 일정 등을 소화한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인 고도시 사마르칸트 방문 일정을 마지막으로 귀국길에 오른다. 이번 순방의 의미에 대해 김 차장은 “투르크메니스탄은 세계 4위 천연가스 보유국으로 2008년 수립한 호혜적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에너지와 플랜트 협력을 이어왔다”라며 “에너지와 플랜트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진출 확대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고 조선, 보건의료, 교육 등 보다 다양한 분야로 협력 지평을 확장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기업이 그간 카자흐스탄의 에너지 인프라 제조업에 진출했는데,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기존 경제협력을 더 심화하고 기후변화 등 과학기술 분야료도 협력 지평을 늘릴 것”이라며 “리튬, 우라늄 같은 핵심광물 공급망을 확대하고 경제안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우즈베키스탄 방문과 관련해서는 “자원 부국이자 중앙아시아 핵심 협력국인만큼 핵심광물 공급망 파트너십을 공고히 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의 에너지, 인프라 사업 수주를 지원하며 우호적인 수출 확대 기반을 조성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에 ‘한-중앙아 5개국 정상회의’를 창설할 계획을 밝힌 김 차장은 “‘한-중앙아 K-실크로드’는 인태전략과 한-아세안 연대구상을 잇는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 지역전략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중앙아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킨다는 청사진을 담았다”라며 “중앙아시아와 외교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소통과 교류를 더 강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 [월드 핫피플]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중국과 싸우는 전사로

    [월드 핫피플]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중국과 싸우는 전사로

    마이크 갤러거(40) 전 미국 하원의원은 올 초만 해도 정치계의 ‘라이징 스타’로 꼽혔으나 5선 출마를 포기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지난 21일 그가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자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훼손하며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언행을 자주 해왔다며 제재 조치를 내렸다. 갤러거 전 의원의 중국 입국을 금지하고, 중국 내 자산을 동결한 것이다. 4선 의원으로 8년간 하원에서 일한 갤러거는 공화당 하원의원 가운데 가장 많은 모금 액수를 기록하며 상원 진출이 확실시됐으나 “8년은 긴 시간이며 의회는 가족을 부양하기에 이상적인 장소가 아니다”라며 올해 초 다음 선거 출마를 포기했다. 지하드(이슬람 성전) 반군과 싸우기 위해 해병대에 입대하기 전 아랍어까지 배웠던 갤러거는 어떻게 중국과 싸우는 전사가 됐을까.1984년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태어난 갤러거는 어린 시절부터 특히 냉전 시대 역사에 관심이 깊었다. 2001년 9·11 테러는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다. 아랍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영국 장교인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꿈꿨던 갤러거는 방첩 장교로 근무하면서 중국어에 능통한 해병을 만나게 된다. 중국에서 특파원으로 일하며 지방 정부의 비리에 관한 기사를 쓰다 중국 관리로부터 폭행당했던 매튜 포팅어였다. 포팅어는 이후 트럼프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으로 일했다. 포팅어의 중국에 대한 전략은 갤러거의 대중국 정치 철학을 형성했을 뿐 아니라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국가 안보 전략’의 기초가 됐다. 갤러거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을 ‘신냉전’으로 정의한다. 중국과의 자유무역이 자유 중국을 만들 것이란 닉슨 시대의 생각은 틀렸다며 부정한다. 중국 공산당은 서방의 대열에 참여하길 원하지 않으며 경제력과 군사력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갤러거와 포팅어는 최근 외교전문 잡지 ‘포린 어페어스’를 통해 대중 관계에 있어서 ‘관리’할 것이 아니라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회에서 갤러거는 최연소 위원장이었을뿐 아니라 ‘공화당의 미래 지도자’로 불렸다. 일 년 이상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중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이끌었다.올해 2월에는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당시 대만 총통을 만나기도 했다. 대만 방문 당시 갤러거는 다섯번째 하원의원 선거에 불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22년부터는 미국 언론에 틱톡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글을 기고해 ‘틱톡 금지법’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갤러거 전 의원은 벤처 캐피털 회사인 ‘타이틀타운테크’의 수석 전략 고문으로 새 일자리를 얻었다. 중국 관영언론은 갤러거에 대해 “민감한 중미 관계를 희생시키면서 사익을 추구했다”면서 “중국을 겨냥한 미국 법안의 주요 발의자인 그에게 특정 제재를 가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 경제에는 무언가가 있다’…블룸버그와 포린어페어스가 한국 경제를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 경제에는 무언가가 있다’…블룸버그와 포린어페어스가 한국 경제를 주목하는 이유는

    블룸버그(Bloomberg) 통신과 미국 외교전문지인 포린어페이스(Foreign Affairs) 등 주요 외신들이 한국 경제의 성장과 혁신에 대해 주목하는 기사를 잇따라 게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블룸버그 아시아 경제 담당 컬럼니스트 데니엘 모스(Daniel Moss)는 8일 ‘한국의 경제 붐이 알려지지 않는 것에 대한 놀라움’(A Surprise South Korean Boom is Going Unnoticed)이라는 칼럼에서 “K팝과 한국 영화가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이고, 매우 긍정적 글로벌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칼럼을 통해 “한국의 금리인하 연기, 원화 약세 등 부정적인 여건도 있으나, 해외 수요 강세에 힘입어 한국의 성장은 급등하고 있다”면서 “최신 전자제품과 인공지능을 구동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이 보유한 미래 잠재력으로 한국 경제에는 문화적 수출보다 훨씬 큰 무언가가 있다”고 덧붙였다. 칼럼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하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며 예측치를 크게 웃돌았다. 또한 4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1% 이상 증가했다. 앞서 킹스칼리지 런던 국제관계학 교수 겸 벨기에자유대 한국 석좌교수인 레이먼 마체코 팔도(Ramon Pacheco Pardo) 교수와 킹스 비즈니스 스쿨의 로빈 클링어 비드라(Robyn Klingler-Vidra) 교수는 지난 7일 포린어페어에 쓴 ‘한국과 일본의 혁신 비결’(The Secret to Japanese and South Korean Innovation)이라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에서 한국 정부가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의 협력을 장려해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혁신 및 기술 강국인 한국과 일본은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개방형 혁신 자원이라는 인식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이들이 대기업과 협력해 국가 전체의 혁신성을 지원하도록 장려한다”면서 “스타트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 프로그램인 한국의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가 좋은 예”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LNG 운반 선박 등 세계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진보된 선박을 많이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대기업-스타트업의 협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면서 “한국의 경우 신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은 정부가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네트워크를 통해 대기업과 짝을 이루어 멘토링, 공간, 자금을 지원받으며 아이디어와 제품을 공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北, 해외 韓공관에 테러 징후”… 베트남 등 5곳 경계 경보

    “北, 해외 韓공관에 테러 징후”… 베트남 등 5곳 경계 경보

    정부가 베트남 등 5개 재외공관에 대한 테러 경보를 두 단계 상향 조정했다. 최근 우리 정보 당국이 이들 지역에서 우리 공관원에 대한 북한의 ‘위해 시도’ 첩보를 입수한 데 따른 조치다. 해외공관에 대한 테러 경보를 상향 발령한 것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14년 만이다. 당시에는 해외공관에 대한 경보를 한 단계 격상했다. 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는 2일 ‘테러대책 실무위원회’를 열고 5개 재외공관 테러 경보를 ‘관심’에서 ‘경계’로 두 단계 상향 조정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테러 경보가 상향된 곳은 주캄보디아 대사관, 주라오스 대사관, 주베트남 대사관,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주선양 총영사관 등이다. 테러 경보는 테러 위협의 정도에 따라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로 구분된다. 경계는 ‘테러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에 발령된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해외 파견 북한인들을 관리·감시하는 공관 간부 및 보위성 등 특수기관원들이 ‘자발적인 이탈사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김정은에게 허위 보고하고, 우리 공관원을 대상으로 보복을 기도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장기 체류 해외 파견자들의 귀북이 시작됐는데 북한 체제에 회의를 느낀 공관원, 무역 일꾼, 유학생 등 엘리트들의 이탈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최근 북한이 중국과 동남아·중동 등 여러 국가에서 우리 공관원이나 국민 대상으로 테러를 준비 중인 징후가 다수 입수됨에 따라 유관 기관에 전달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해당 국가들에 요원들을 파견하여 대한민국 공관에 대한 감시를 확대하고, 테러 목표로 삼을 우리 국민을 물색하는 등 구체적인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앞으로도 해외 테러 동향 등을 예의 주시하면서 우리 공관, 공관원 및 재외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북한 테러 위협 징후가 포착된 국가들뿐만 아니라 그 밖의 지역에서도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보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외교부 등 유관 기관과 긴밀히 협조하여 우리 국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외교가에 따르면 이번 테러 경보 상향 국가 중 블라디보스토크와 선양에는 북한 노동자가 파견돼 있고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 3국에는 북한 식당들이 성업 중이다. 이들 식당 역시 북한의 공작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재외공관이 53개에서 44개로 줄고 한국·쿠바 수교 등으로 북한이 외교전에서 수세”라며 “재외공관원의 탈북 등을 막을 반전의 카드로 재외 공관 테러나 재외공관원 납치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테러 경보가 상향 발령된) 5개국은 대표적인 친북 국가로 북한 공관원들이 탈북하기 쉬운 곳”이라고 했다.
  • 北 극초음속 미사일 실제 위협은 어느 정도일까 [외안대전]

    北 극초음속 미사일 실제 위협은 어느 정도일까 [외안대전]

    극초음속 미사일은 북한이 가장 공들여 개발하는 전략무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북한은 지난 2일 ‘화성포-16나’ 시험발사를 공개하며 ‘미사일 체계 완성’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선 대체로 ‘과장됐다’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최근 영국 군사전문가는 괌 미군기지를 무력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으로 본다는 상반된 분석을 내놨습니다. 과연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위협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일단 영국의 한반도 군사전문가 A.B. 에이브람스가 최근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에 기고한 글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화성포-16나’에 대해 “북한의 미사일 기술 발전에서 중요한 진전을 보여주는 사건이며,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 미사일은 고체 연료 엔진과 탄두부에 초음속이 가능한 활공체(HGV)를 사용하여, 사거리를 늘리고 미군의 태평양 지역 주요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했다”라며 “미사일이 이 시설들을 무력화시키거나 파괴한다면 서태평양의 목표물들에 대한 공중, 해군 또는 지상 공격을 할 수 있는 미군의 능력이 심각하게 제한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분석에 대해 국방부는 적극적으로 반박했습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다양한 수단의 혼합 공격을 탐지 및 요격할 수 있는 능력과 유사시 압도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역시 지난 14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음속의 5배 이상으로 종말(하강) 단계에서 소위 활공 기동을 해야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며 “한미가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극초음속 환경 속 마지막 활공 비행이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일단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한이 전날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3000~5500㎞)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미사일 체계 완성’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탄두)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 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를 시험발사했습니다.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김 위원장의 다음 발언입니다. 그는 “우리 공화국 무력의 핵전쟁 억제력 제고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 특대사변”이라면서 “이로써 우리는 각이한 사거리의 모든 전술, 작전, 전략급 미사일들의 고체연료화, 탄두조종화, 핵무기화를 완전무결하게 실현”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전략급 미사일은 전술핵탄두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사거리 1000~3000㎞)인 ‘북극성-2형’, ICBM(5500㎞ 이상)인 ‘화성-18형’ 등입니다. 당시에도 합참에선 회의적인 반응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합참 관계자는 당시 “극초음속 미사일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미사일 분야) 선진국들도 개발 중인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무기 체계”라면서 “북한 역시 전력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주장처럼) 2차 정점 도달이나 풀업 기동(하강 후 상승)은 없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극초음속미사일의 가장 중요한 특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인 셈입니다. 평양에서 괌까지 30분이면 도달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 5(초속 1.7㎞)에서 마하 10에 이르는 속도로 비행하고, 50㎞보다 낮은 고도에서 활강하며 회피 기동을 합니다. 마하 5 속도로 계산하면 평양에서 서울까지 2분만에, 1400㎞ 떨어진 일본 오키나와는 14분, 미국령 괌(3400㎞)은 34분만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북한 발표대로라면 극초음속 미사일은 사실상 ‘한국형 3축체계’(킬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대량응징보복)가 무력화되는 걸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일미군기지 가운데 75%가량이 밀집해 있는 오키나와, B-52 등 미군 전략자산이 배치돼 있는 괌 역시 안심할 수 없게 됩니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본격 나선 건 지난 2021년 1월 열렸던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가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노동당이 채택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초대형 핵탄두 생산, 고체연료 ICBM 개발, 핵잠수함 등과 함께 ‘최우선 5개 과업’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2021년 9월 28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극초음속 1형)을, 2022년 1월 5일과 11일에는 극초음속 2형을 시험발사했습니다. 북한은 2차 발사에선 좌우 변칙 기동에 성공했고 3차 발사에선 요격미사일을 회피하는 활강 기동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뒤이어 지난해 11월에는 고체연료 엔진 지상 분출 시험을 했습니다. 올해 1월 14일에는 이 엔진을 장착한 추진체에 극초음속 탄두를 탑재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3월 19일에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사거리 확대를 위한 추진체 성능 개량을 목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에 장착할 고체연료 엔진 지상 분출 시험을 실시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일 시험발사를 했습니다. 저평가만이 능사는 아냐…예상 뛰어넘는 성능 고도화도 주목해야 사실 북한의 전반적인 미사일 개발 수준을 저평가하는 건 국방부와 합참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취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이에 비해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저평가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강조합니다. 권 교수는 “‘전략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대외적으론 저평가하고 내부에선 냉정히 분석하는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사실 약점을 찾으려고 하면 한도끝도 없다”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개발속도와 성능개량은 그 자체로 심각한 현존하는 위협이다. 별 것 없다는 식으로만 접근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정경운 서울안보포럼 연구기획실장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요격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고도화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극초음속 미사일과 미사일방어체계를 창과 방패로 비유하면, 창이 갈수록 날카로워지니까 방패를 더 두껍게 할 수밖에 없는데 나중에는 방패가 너무 두꺼워 들고 다니기 힘들 정도가 될 수 있다”며 “그게 바로 극초음속 미사일이 가장 무서운 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핵전쟁 시나리오’ 현실로?…이란 핵시설 주변 하늘 ‘번쩍’ 후 폭발[포착](영상)

    ‘핵전쟁 시나리오’ 현실로?…이란 핵시설 주변 하늘 ‘번쩍’ 후 폭발[포착](영상)

    이스라엘이 결국 이란에 대한 재보복에 나섰다. 미국 CNN 등 외신의 1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경 이스라엘이 발사한 미사일들이 이란 국경을 넘어 영토 곳곳을 타격했다. CNN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중부 지역 이스파한 지역을 공격했다. 아스파한 공항 인근에서 대규모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이스파한 지역은 이란의 육군 항공대의 기지가 있는 곳이며, 우랴늄 처리 시설 등 각종 핵 시설도 해당 지역에 있다. 미 폭스뉴스는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이 ‘절제된 규모’(limited in nature)로 이뤄졌다”고 보도했고, 이란 측도 이번 공습으로 인한 피해가 없었다고 발표함에 따라 우려했던 핵 시설에 대한 공습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드론 vs 미사일, 이스라엘이 쓴 무기는? 미국 ABC 등 서방 주요 외신은 이번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재보복 공격을 가하면서 미사일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도 이스라엘이 이란 내 목표물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해당 주장들에 대해 이란은 “(이스라엘의) 무인기(드론) 공격만 있었으며, 이를 모두 격추했다. 현재까지 미사일 공격은 없었다”고 반박했다.이란 우주국 관계자인 호세인 달리리안은 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이 쿼드콥터(프로펠러가 4개 달린드론)를 비행하려는 실패하고 굴욕적인 시도를 했을 뿐이며, 쿼드콥터도 격추됐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방송 역시 “이스라엘의 (무장) 드론 세 대를 요격했다”며 “아무런 피해가 없었으며, 중요한 핵 시설을 포함해 이 지역의 모든 시설이 안전하다”고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공격으로 이란 핵시설에 피해는 없다고 확인했다. 핵 시설 공격 피했지만 긴장감 고조 현재까지 이란의 핵시설에는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스라엘의 추가 도발이 이어진다면 이란이 기존의 ‘핵무기 미보유’ 원칙을 깨고 무기화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은 전날 이란 혁명수비대 핵 안보 담당 사령관 아흐마드 하그탈라브가 이스라엘이 자국 핵시설을 공격할 경우 기존의 핵 원칙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직후 이뤄졌다. 하그탈라브 사령관은 18일 “적(이스라엘)이 우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핵시설을 공격한다면 우리의 핵 원칙과 정책 그리고 이전에 발표했던 고려사항을 모두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우리의 핵시설을 공격한다면, 그들의 핵시설도 (이란의) 첨단 무기로 고스란히 보복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앞서 이란은 2015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및 독일 등 6개국과 핵 프로그램 동결 또는 축소를 대가로 미국, 유엔, 유럽연합(EU) 등의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서명한 바 있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이에 이란도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제한하며 우라늄 농축도를 60%까지 높였다. 현재까지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는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으나, 서방은 이란이 핵무기 제조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고 우려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스라엘과의 분쟁이 본격화되자 핵전쟁 위협이 더욱 높아졌다 분석이 나온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이란이 핵 비확산 조약을 어기고 핵폭탄 개발을 서두르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린스턴대 중동 안보 및 핵 전문가인 호세인 무사비안 역시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의 방향을 무기화로 틀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요소”라고 말했다.
  • 김정은, 中서열 3위와 “협력 강화”… 한미일 vs 북중러 대결구도 심화

    김정은, 中서열 3위와 “협력 강화”… 한미일 vs 북중러 대결구도 심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한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조중통)이 14일 보도했다. 전날 한미일 3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해상 훈련을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공개적으로 진행한 데 이어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이날 방한했다. 한반도 주변에서 외교전이 치열한 가운데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중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 중국당과 정부대표단의 평양 방문은 조중 친선의 불패성을 과시하고 전통적인 두 나라 친선 협조 관계를 시대의 요구에 맞게 강화 발전시켜 나가는 데서 매우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굳건한 친선의 전통을 줄기차게 계승 발전시켜 ‘조중 친선의 해’(북중 수교 75주년)의 책임적인 진전과 성과적인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은 중국 대표단과의 오찬에서 북중 사회주의의 “무궁한 발전”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건배를 제의했다. 조용원·리일환 노동당 비서, 최선희 외무상,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이 참석했고, 김 위원장은 떠나는 자오 위원장 일행을 배웅했다. 자오 위원장의 이번 방북은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해 7월 북한 ‘전승절’(정전협정기념일) 열병식에는 서열 15위 수준인 리훙중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했는데, 자오 위원장은 서열 3위다. 북중러가 힘을 합쳐 ‘반미’를 외치자는 김 위원장의 요청을 중국이 불편해했다는 관측이 대체적이었다면, 중국이 자오 위원장을 보내 북중 관계 강화에 힘을 실은 셈이다. 다만 중국의 속내가 북러 관계 심화에 대한 견제일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방북을 약속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실제 5월 취임 이후 평양을 방문한다면 중국의 ‘동북아 조율자 역할’이 약화될 수 있다. 한미일은 공개 해상훈련뿐 아니라 오는 8월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 때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가정한 연합훈련을 시행한다. 오커스(미국·영국·호주)의 ‘필러2’에 한국과 일본의 합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또 토머스 그린필드 대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활동 종료(4월 30일)를 앞두고 한국을 찾는 만큼 대북 제재 이행 감시망의 공백을 메울 보완책을 모색할 전망이다. 그의 방한은 처음으로, 비무장지대(DMZ)도 찾는다. 주유엔 미국대사의 방한은 2016년 10월 이후 7년 반 만이다.
  • [김경민의 강대국 대한민국] 원자로 연료 공급망이 불안하다

    [김경민의 강대국 대한민국] 원자로 연료 공급망이 불안하다

    원자로 가동에 쓰이는 3~5% 농도의 저농축 우라늄 공급망 리스크가 커져 가고 있다. 100여기의 원자로를 가동하는 원자력 대국 미국은 그동안 값싼 러시아 저농축 우라늄을 수입해 원자로를 가동해 왔다. 1993년 핵무기 비확산에 합의하면서 러시아의 핵무기에 사용되던 고농축 우라늄을 저농축 우라늄으로 전환해 원자력 발전에 쓸 수 있게 만들면 미국이 수입해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지금까지 미국의 원자로 가동은 러시아 저농축 우라늄에 의존해 왔던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핵연료 산업이 크게 쇠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장기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언제든 러시아산 우라늄 공급이 단절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 정부가 유사시에 대비한 대책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에너지부는 러시아산 우라늄 연료 수입을 제한하고 미국 내에서 원자로 연료를 생산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캐나다가 공동으로 총 42억 달러를 투자해 저농축 우라늄의 안정적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저농축 우라늄 공급망 강화에서 일본의 움직임도 기민하다. 북쪽 아오모리현에 있는 원심분리기 공장 가동률을 지금의 6배 이상으로 높여 원자로 연료의 자립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필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기 전 일본에 가서 일본의 원심분리기를 시찰한 적이 있다. 당시 일본 관계자에게 이 원심분리기로 55기의 우라늄 연료를 모두 다 충당하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15% 정도만 생산하고 나머지는 해외에서 수입한다”고 답했다. 외국산이 값이 싸 국내 생산은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미국처럼 러시아, 프랑스 등 해외에 핵연료를 크게 의존하던 일본조차도 러시아발 국제 안보 불안에 따라 핵연료 자체 생산에 주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원자로 연료의 저농축 우라늄 시장은 러시아가 약 50%를 점유하고 있었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는 것을 보고 러시아 의존을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한국은 현재 25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분리기가 없어 연료를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우라늄 연료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나라들은 지금 러시아 리스크 앞에서 원심분리기 가동률을 높이며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원심분리기가 없는 한국은 그 어떠한 방법도 없이 우라늄 생산 국가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미국과 원자력 외교를 펼쳐 일본처럼 원심분리기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심분리기를 보유해야 하는 또 하나의 필연적 이유는 국가안보다. 잠수함은 마지막 군사력이라 할 만큼 바닷속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국방력에서 가장 중요한 전력 중 하나다. 특히 3면이 바다인 한국은 반드시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 지금은 도산 안창호함이 최첨단 잠수함인데, 3주 정도 물속에 숨어 있을 수 있는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공기가 필요 없는 추진체계) 엔진을 달고 있다. 안창호함 이전의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으로 물속에서 며칠 정도만 작전할 수밖에 없었다. 미래의 잠수함은 최소 두 달 정도는 물속에 있을 수 있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돼야 한다. 그래야 중국, 러시아,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 원자력 잠수함의 연료로는 약 20%의 농축도를 가진 우라늄 연료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이 자체적인 원심분리기로 생산할 수 없다면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해야 한다. 원심분리기의 보유는 그 자체로 국가안보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 1993년 외교문서 37만여쪽 공개…北 NPT 탈퇴 후 ‘1차 북핵 위기’ 막전막후

    1993년 외교문서 37만여쪽 공개…北 NPT 탈퇴 후 ‘1차 북핵 위기’ 막전막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반발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며 비롯된 북핵 위기를 둘러싹 각국 동향과 북미 협상 비사가 담긴 1993년 외교문서가 공개됐다. 외교부는 29일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생산 후 ‘30년 경과한 비밀해제 외교문서’ 총 2306권 37만여쪽을 일반에 공개했다. 정부는 국민 알권리 보장과 외교 행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생산된 지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를 지난 1994년부터 매년 공개하고 있다. 올해는 북한의 NPT 탈퇴 선언으로 불거진 ‘제1차 북핵 위기’가 시작된 1993년 문서가 주로 공개됐다. 또 북핵 문제를 둘러싼 유엔을 비롯한 각국의 분주한 동향과 함께 김영삼 대통령의 미국 방문,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전기침 중국 부총리 겸 외교부장 방한, 한국의 소말리아 유엔평화유지군(UNOSOMⅡ) 참여, 대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 등과 관련한 외교문서들이 포함됐다. 이날 공개된 문서들에는 1993년 3월 북한이 NPT를 탈퇴하겠다고 밝히며 촉발된 위기를 봉합하기 위해 당시 로버트 갈루치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 강석주 북한 외교부 제1부부장이 뉴욕과 제네바에서 잇따라 고위급 회담을 갖고 팽팽한 외교 대결을 벌인 기록이 생생하게 담겼다. 북한이 핵을 두고 미국과 담판을 벌이기 시작한 초기에 어떤 체제 안전 보장안 등 반대급부를 얻어내려 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김영삼 정부와 클린턴 정부가 대북 협상 방안을 조율하며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를 어떤 순서로 추진할 것인지도 논의하는 과정이 담겼다. 당시 한국 정부는 북한의 NPT 탈퇴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의견을 취합하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더욱 확산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고, 북한 역시 IAEA 체제가 불공정하다는 주장부터 한미 간 군사훈련(팀 스피리트)을 문제 삼는 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 NPT 탈퇴 선언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각국에서 활발한 외교전을 펼쳤다. 다음 해 북미는 제네바 합의를 통해 북핵 갈등을 해소하고 외교관계를 열기로 했는데 어떻게 이런 합의가 나올 수 있었는지도 들여다볼 수 있다. 북미 핵 협상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주한미군 핵무기 배치와 관련된 1950년대 외교문서를 공개할지를 두고 당시 정부가 고심했다는 사실도 이번에 새롭게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문서들 중에는 1983년 소련에 의한 대한항공(KAL) 여객기 격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시도가 한소 수교 이후인 1992∼1993년 진행된 기록도 담겼다. 1992년 9월 당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방한을 앞두고 노태우 대통령에게 KAL기 블랙박스 내용을 포함한 사건 관계자료를 공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그간 행방이 묘연했던 블랙박스의 존재를 알렸다. 한국 정부는 블랙박스 원본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옐친이 이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넘기겠다고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이밖에 대전엑스포 조직위가 북한의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단계별 계획’을 짰던 내용도 공개됐다. 북한 참석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볼 수 있다. 6월 이후에는 ‘공개외교문서 열람청구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다.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서울 서초동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 열람실’을 직접 방문하거나, ‘공개외교문서 열람·청구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하여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열람·청구시스템으로는 올해 공개된 문서를 오는 6월 이후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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