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외교전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저소득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문재인 정부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결렬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가족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815
  • [사설] 4강 연쇄 정상회담서 사드 돌파구 찾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러시아, 중국, 라오스 순방을 위해 출국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2차 동방경제포럼(EEF)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이어 7일부터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및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담,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에 한반도 안보와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일·중·러 4강 정상회담을 포함해 다양한 양자회담을 갖고 북핵 공조를 강화하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둘러싼 난제들을 해결하는 기회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번 순방은 동북아 주변 4강 정상들과의 연쇄 접촉이 이뤄지는 만큼 격변에 휩싸여 있는 우리 외교·안보의 중요한 분수령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한·중, 한·러 정상회담이다. 지난 7월 주한 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발표한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급격하게 냉랭해진 상황이라 관계 복원 여부가 시급한 화두가 됐다. 자칫 한·미·일과 중·러로 나뉘어 대북 공조에 심각한 균열을 부를 수 있는 만큼 사드 문제를 비롯한 북핵 등 경색된 안보 환경과 새로운 경제협력의 돌파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한·중 수교 이후 가장 험악한 관계까지 치달았던 만큼 애초 한·중 정상회담 성사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럼에도 한·중 정상이 머리를 맞대기로 한 것은 양국 관계가 파행으로 지속돼선 안 되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양국 정부의 노력이 합일점을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역시 G20 정상회의 주최국으로서 이번 다자회담을 성공적 개최하는 것을 중요한 외교 목표로 꼽고 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갈등으로 일본, 미국과의 대립 구도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더 안정적인 안보 환경이 필요한 시점이라 한국과의 사드 갈등을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이다. 한·중 수교 24년 동안 가장 험악한 관계로 치달았던 만큼 양국 정상회담에선 사드로 인한 갈등을 풀고 북핵 공조를 복원할 좋은 기회가 돼야 한다. 박 대통령은 사드가 중국을 봉쇄하는 한·미·일 지역동맹 차원이 아니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를 배치할 이유가 없다는 ‘조건부 사드 배치론’ 같은 유연한 외교 자세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야 한다. 나아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한 한·중 관계가 특정 이슈로 인해 흔들릴 정도로 허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양국의 확고한 인식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다자 정상회의는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이 서로 다른 입장과 복잡한 계산을 갖고 나오는 외교전이라는 점에서 한국도 더 능동적이고 유연한 자세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리 외교를 펼쳐야 할 것이다.
  • 阿 구애 나선 日, 속내는 안보리 상임국 진출

    阿 구애 나선 日, 속내는 안보리 상임국 진출

    기술 1000만·의료 2만 인력 육성 현지인 中 투자 피로… 대안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유롭고 열린 인도양·태평양’이란 새 외교전략을 제시하면서 아프리카에 뜨거운 구애를 했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게이단렌 회장을 비롯한 민간기업 고위 임원 80여명도 동행해 ‘지구촌 마지막 거대 시장’ 진출을 대대적으로 시도하면서 아베 정부와 손발을 맞췄다. ●아베, 첫 아프리카 TICAD 개최 참석 아베 총리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27~28일 열린 제6회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 참석해 개막 연설 등을 통해 2018년까지 3년 동안 전력, 교통 등 사회간접시설 구축에 1조엔 등 모두 3조엔(약 33조 44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술인력 1500명, 공장 근로자 5만명 등 1000만명에 대한 교육 지원과 에볼라바이러스 등 보건·위생을 위해 의료·간호 인력 2만명을 양성하는 등 “아프리카의 실질적 발전에 공헌하겠다”고 말했다. TICAD는 일본 주도의 개발회의지만 아프리카 현지 개최는 1993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번에는 남수단이 처음 참석하는 등 50개국이 참여했다. 아베 총리는 회의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연결하는 인도양·태평양을 자유 항해와 국제법에 기반해 평화와 번영의 지대로 성장시키자”며 “힘, 협박과 무관한 자유와 법치, 시장경제를 성장시켜야 할 책임이 일본에 있다”고 중국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중국의 공세적 진출에 피로와 우려를 느끼기 시작한 아프리카 현지인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일본이 부각되는 점도 겨냥했다. 아프리카는 식민지를 경영했던 영국, 프랑스가 각각 누적 투자액 593억 달러, 518억 달러로 기득권을 갖고 있지만 중국이 이들에 도전하는 양상이다. 중국의 대아프리카 누적 투자액은 323억 달러로, 일본(100억 달러)보다 3배가량 많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 업체와 화교들의 지역 경제 장악과 현지 정치 등에 대한 영향력 강화 등이 두드러지자 현지에서 ‘중국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블랙 중산층’ 잡으려 발 넓히는 日기업 반면 일본은 기술력과 노하우 전수, 인력 교육 및 양성,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지속적 보수·유지 책임 등을 내세우며 아프리카 국가들을 설득하고 있다. 폭발적으로 커 가는 ‘블랙 중산층’을 잡으려는 일본 기업의 움직임도 숨가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산 14만대의 공장을 가진 도요타와 4만대의 생산 규모를 갖고 있는 닛산 등은 생산량 확대와 거점 다각화를 검토 중이다. 나이지리아에 15만대의 오토바이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혼다도 거점 확대를 고려 중이고, 야마하 역시 7만대 규모의 오토바이 공장 거점을 물색 중이다. 식품업체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산요식품과 니신그룹 등도 나이지리아와 케냐 등에서 사업을 넓히고 있다. 석유, 제철 등 자원 개발에 앞장서 온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이토추 등 종합상사들도 지열발전 등 발전소 및 인프라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22년까지 지열로 아프리카에서 약 300만 가구분의 전력 생산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세네갈과 274억엔 규모의 해수담수화 사업 및 의료보건 지원(84억엔) 등 다양한 차관 프로그램에도 합의했다. ●성장전력 다각화 ‘나이로비 선언’ 채택 일본 신문들은 28일 “최후 거대 시장에 일본 기업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아프리카 투자·진출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NHK는 유엔 개혁과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과정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TICAD에서 자원 편중 성장 탈피 및 성장전략의 다각화, 테러 근절 및 사회 안정화, 에볼라 감염 차단 등 의료보건 협력 등의 내용을 담은 나이로비 선언도 채택됐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한·중·일 외교장관 도쿄 집결…하반기 ‘정상외교’ 조율 탐색전

    한·중·일 외교장관 도쿄 집결…하반기 ‘정상외교’ 조율 탐색전

    한·중, 한·일 회담 개최도 협의 사드·위안부 지원 등 논의할 듯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비롯한 한·중·일 간 외교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3국이 23~24일 일본 도쿄에서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키로 합의했다. 특히 이번 회의는 다음달부터 줄줄이 이어지는 하반기 정상외교 일정을 앞두고 열려 정상외교전의 ‘탐색전’ 성격이 짙은 것으로 평가된다. 외교부는 22일 “제8차 한·일·중 외교장관회의가 23~24일 일본 도쿄에서 윤병세(왼쪽) 외교부 장관, 기시다 후미오(가운데) 일본 외무상,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 참석하에 열릴 예정”이라면서 “한·일, 한·중 외교장관 간 양자회담 개최도 관련국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3국 장관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는 동북아 지역 및 국제 정세 안정을 위한 한·중·일 협력 방안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에 방점을 찍은 3국 장관회의와는 달리 양자회담은 예민한 이슈가 산적해 있다. 한·중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 차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계기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부장은 사드 배치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중·일 역시 동중국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을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회의 개최 발표가 늦어진 이유도 센카쿠를 둘러싼 중·일 문제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일 간에는 위안부 지원 재단 운영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회의 기간에는 다음달부터 이어지는 정상외교 일정을 앞두고 각국 간 정상회담 개최 여부 및 의제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외교는 9월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을 시작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이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까지 줄줄이 예정돼 있다. 그사이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도 예상된다. 외교소식통은 “장관회의 때 거론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구체적 일시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달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한일NGO “야스쿠니 무단합사 어떻게 생각하나” 아베에 공개질의

    A급 전범을 신으로 받드는 야스쿠니(靖國)신사에 한국인이 합사된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야스쿠니신사의 한국인 합사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낸 원고단체, ‘야스쿠니 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 ‘평화의 등불을! 야스쿠니의 어둠에 촛불 행동 실행위원회’ 등 한국과 일본 단체 관계자는 12일 오후 일본 내각부를 방문해 야스쿠니신사의 합사 문제에 관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보내는 질의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야스쿠니신사에 한반도 출신 전쟁 희생자 2만여 명이 합사되는 등 유족의 의견에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전사자를 합사하는 문제를 거론하고서 “야스쿠니신사가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와 같은 시설이라는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 이에 대한 견해는 무엇이냐”고 따졌다. 아베 총리는 2013년 5월 미국 외교전문매체인 ‘포린 어페어스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미국 국민이 전사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장소인 알링턴 국립묘지를 생각해 보라”며 자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미 대통령이 알링턴 묘지에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양국단체는 야스쿠니신사가 태평양전쟁이 침략전쟁이 아니라 식민지 해방을 위한 싸움, 즉 성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아베 총리는 이런 역사 인식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이들은 아베 정권이 안보관련법을 제·개정함에 따라 일본이 전쟁하는 국가가 됐다고 규정하면서 전사자가 발생하면 이들을 또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할지 아니면 다른 계획이 있는지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일제 강점기에 징병 돼 전사한 아버지의 이름을 야스쿠니신사 합사자 명부에서 빼달라며 소송 중인 이희자(73·여) 야스쿠니 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 공동대표는 질의서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가족도 모르게 아버지를 합사한 것이 정당한 일인지 묻고 싶다”며 “이름을 빼달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우냐”고 물었다. 야스쿠니신사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이들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며 이곳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 6천여 명이 합사돼 있다. 연합뉴스
  • 北, ARF 의장성명 뒤집기 실패

    외면 당한 리용호 좌석 변경 ‘굴욕’ 北, 또 난수 방송… 공작원용인 듯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우려를 담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이 회의 폐막 다음날인 27일 채택되자 이에 불만을 품은 북한이 성명 문구 수정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29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ARF 의장성명 발표 후 의장국인 라오스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는데 라오스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해 ARF 의장성명에는 핵실험 일자가 명시됐고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우려와 북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우리 정부가 강조해 온 내용이 사실상 모두 반영되자, 북한 측은 외교전에서의 ‘완패’를 막기 위해 친북 국가이자 올해 의장국인 라오스를 통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라오스는 전날 오전 문안 수정을 위한 회의 일정을 공지했으나 점심 즈음 회의가 취소됐다고 알렸다. 북한을 달래기 위해 형식적으로 회의를 소집한 뒤 다른 회원국 등의 반발을 근거로 다시 취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라오스는 북한과의 양자 협의에서 “모든 회원국이 동의했고 이미 발표된 문안이라 수정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이번 ARF에서 중국 왕이 부장과의 밀착을 과시했지만 다른 참가국들로부터는 ‘왕따’에 가까운 외면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5일 환영 만찬에는 한 외교장관이 리 외무상과 가까이 앉을 수 없다며 라오스 측에 자리 변경을 요구해 좌석 배치가 바뀌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은 이날 또다시 난수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 평양방송은 정규 보도를 마친 오전 1시 15분(한국시간)부터 12분간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27호 탐사대원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수학 복습과제를 알려드리겠습니다”라며 “459페이지 35번, 913페이지 55번…”과 같은 식으로 다섯 자리 숫자를 읽었다. 북한은 난수 방송을 중단한 지 16년 만인 올해 이를 재개해 이날까지 총 세 차례 방송했다. 이에 대해서는 “선전 또는 교란 목적일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실제 공작원의 재방송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심리전이라면 굳이 똑같은 내용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예상 깨고… ‘북핵’ 충실 반영… ‘친북’ 라오스서 韓외교 성과

    예상 깨고… ‘북핵’ 충실 반영… ‘친북’ 라오스서 韓외교 성과

    北 미사일 발사까지 직접 거론… 유엔 안보리 2270호 준수 촉구 작년보다 구체화… 수위 강해져 ‘사드 외교전’ 추후에도 공 들여야 27일 우여곡절 끝에 채택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의장성명에 포함된 북핵 관련 문구는 지난해보다 상당 수준 구체화되고, 그 수위 역시 상승했다. 특히 올해 초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구체적인 도발 행위를 거론한 데다 북한을 향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준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로써 남북한이 라오스 현지에서 벌인 치열한 외교전에서 우리 정부가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당초 올해 ARF 의장성명은 상당 기간 진통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의장성명은 참가국들의 의견을 모두 반영해 만장일치 형식으로 채택된다. 때문에 쟁점이 많으면 문구 조율에만 며칠씩 걸린다. 지난해와 2014년에는 나흘이 걸렸고, 2012년에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으로 성명 채택 자체가 무산되기도 했다. 올해는 북핵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남중국해 등 ‘메가톤’급 이슈들이 즐비한 탓에 단시간 내 성명 채택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기류였다. 특히 대표적인 친북 국가인 라오스가 올해 의장국을 맡은 탓에 북핵 관련 강도 높은 문구를 넣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성명이 예상 외로 빠른 시간에 채택됐으며 북핵 관련 내용도 충실히 반영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우리가 반영코자 하는 요소들이 사실상 충실히 포함됐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사전 양자 협의 등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미·일·호주 등과 견고한 공조를 이뤄 왔던 것이 만족스런 결과를 도출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성명에 담긴 “장관들은 한반도의 평화·안정·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갈등을 평화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을 강조했다”면서 “장관들은 긴장을 완화하고 그 어떠한 비생산적 행동(any counter-productive moves)도 자제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는 내용에서 진일보한 표현을 성명에 담아냈다. 아울러 올해 성명에 중·러가 주장한 사드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적잖은 성과로 평가된다. 다만 중·러가 최근 유엔에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제출하는 등 연합전선을 펴고 있어 앞으로도 ‘사드 외교전’에는 계속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이날까지 현지에 남아 문구 조율에 관여했지만, 우리 정부와 동맹국들의 공조를 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우리 정부에서는 김형진 외교부 차관보가 남아 현장을 지휘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ul.co.kr
  • ARF 의장성명 “북핵·미사일 우려”… ‘사드’ 언급 없었다

    남중국해 평화적 해결 재확인 남북한을 비롯해 6자 회담 당사국이 모두 참석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는 27일 북한의 핵·미사일 등 한반도 상황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는 표현이 담긴 의장성명을 진통 끝에 채택했다. ARF 폐막 하루 만이다. 우리 정부가 우려했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표현은 의장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초 ‘고전’을 예상했던 우리 외교당국으로서는 최상의 성과로 평가된다. ARF 의장국인 라오스가 이날 공개한 의장성명은 “장관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북한의 1월 6일 핵실험과 2월 7일 로켓 발사, 7월 9일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포함한 한반도의 현 상황 전개에 우려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의장성명은 이어 “장관들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아세안의 지지를 재언급했다”면서 “대부분의 장관은 북한이 안보리 결의 2270호를 포함한 모든 관련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모든 관련 측이 평화적 한반도 비핵화의 추가적 진전을 위해 역내 평화 안보를 유지하고 6자 회담의 조기 재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공통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 장관은 인도주의적 우려에 대응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사드 한반도 배치 관련 문안의 포함 여부를 놓고는 한·미 대표단이 강력한 공동 전선을 펼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 등 일부 국가가 집요하게 사드 배치를 비난하는 문구를 포함하고자 시도했지만 관련 양자 접촉과 문안 교섭을 통해 반영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활동 수행에서 자제력을 발휘하며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행동을 피하고, 당사국이 유엔해양법협약을 비롯한 국제법에 따라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할 필요성을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27개 ARF 참가국은 전날 ARF 리트리트 및 총회에서 의장성명 문구를 두고 치열한 외교전을 벌였다. 특히 북핵과 사드, 남중국해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커 폐막 직후 성명을 채택하지 못 했고 문구 조율이 이날까지 이어졌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총성 없는 외교전쟁 무대’ ARF란…北 참여 유일 다자협의체

    ‘총성 없는 외교전쟁 무대’ ARF란…北 참여 유일 다자협의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외교 수장들이 총출동하는 다자 안보 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매년 ‘총성 없는 외교전쟁’이 펼쳐지는 무대이자 ‘전쟁터’이다. 올해는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리고 있다. ARF는 1994년 역내 정치·안보 문제를 논의할 목적으로 아세안(ASEAN)의 확대외무장관회의(PMC)를 모태로 출범했다. 27개 회원국은 필리핀, 베트남, 태국, 라오스 등 ASEAN 10개국과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대화상대 10개국, 북한과 몽골 등 기타 7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와 남중국해 문제, 테러·폭력적 극단주의 대응 등이 의제로 다뤄진다. 북한이 참여하는 역내 유일의 다자협의체라는 점에서 남북한의 외교전쟁 무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 등 역내 안보 문제로 충돌하는 경향도 보인다. ARF를 계기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ASEAN+3(한·중·일), 한-ASEAN, 한-메콩 등 ASEAN 관련 다자 회의체의 외교장관회의도 연쇄적으로 개최된다. EAS는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위해 동아시아연구그룹(East Asia Study Group: EASG)이 권고한 26개 협력사업의 하나로 2005년에 출범했다. 회원국은 ASEAN 10개국과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8개국이다. 연례 정상회의와 외교장관회의가 있으며 △에너지 △금융 △교육 △보건 △재난관리 △ASEAN 연계성 등 6개 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각료급 및 고위급 협의채널이 신설되는 추세다. ASEAN+3는 ASEAN이 1997년 12월 아시아 금융위기 해결 방안 등 논의하기 위해 한·중·일 3개국 정상을 동시에 초청한 것을 계기로 발족했다. 한-ASEAN 외교장관회의는 양측 간 협력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협력방향과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1997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2011년에 출범한 한-메콩 외교장관회의에는 한국,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태국, 베트남 등 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中, 아세안 ‘남중국해 외교전’ 일단 승리

    베트남·말레이 등 관련국은 반발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이 많이 포함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흔들기에 성공했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이 진통 끝에 공동성명을 냈으나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대한 비판이나 중국의 주장을 무력화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에 대한 반응 등 핵심 문구가 빠졌기 때문이다. 25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세안 외교장관은 연례 외교장관회담 이틀째인 이날 남중국해 분쟁 등에 대해 원론적인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우리는 최근 진행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정, 안전과 항행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PCA 판결이나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대한 입장은 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PCA에 소송을 제기해 유리한 판결을 끌어낸 필리핀과 분쟁 핵심 당사국인 베트남 등은 이런 내용을 성명에 담아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친중 국가인 캄보디아가 적극적으로 반대하면서 회담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결국 전날 3차례 회의에 이은 25일 긴급회의를 거치고도 아세안의 ‘전원합의’ 의사결정 원칙 앞에 무너진 필리핀은 요구를 접었고 중국은 공개적으로 캄보디아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4일부터 태국, 싱가포르, 브루나이 외교 수장과 연쇄 회동하며 아세안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아세안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문제에서 공동성명 발표에 실패하면서 회원국 간 불신이 커지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베트남은 성명을 통해 “남중국해 문제는 아세안 회원국의 연대를 검증할 수 있는 시험대였지만 외교장관들은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중국의 압력에 불만을 품었던 말레이시아의 외교장관은 아예 회담에 불참하고 사무국장을 대신 참석시켰다.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동남아연구소의 말콤 쿡 연구원은 “캄보디아가 아세안을 마비시키고 회원국 간의 연대와 결집력을 훼손했다”면서 “아세안은 남중국해 문제의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밀려났다”고 분석했다. 미국, 일본, 호주는 중국을 협공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은 3개국 전략대화를 열고 PCA 결정을 수용하라고 중국에 촉구했다. 한편 왕 부장과 기시다 외상 간 중·일 양자회담에서는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기시다 외무상은 “PCA 판결을 수용하지 않는 중국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왕이 부장은 “분쟁 당사국이 아닌 일본은 개입하지 말라”고 맞섰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사설] 사드·북핵 창조적 해법 발휘해야 할 ARF 외교

    어제부터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중국과 핵과 탄도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 아시아에서 힘의 우위를 유지하려는 미국 등 6자회담국 외교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열한 외교전에 돌입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북핵·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최근 폐막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의 모멘텀을 이어 간다는 구상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출국에 앞서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문제, 남중국해 문제, 테러 문제 같은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드와 남중국해 문제로 더 복잡해진 정세와 이번 ARF 의장국이 북한과 중국에 가까운 라오스라는 점에서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윤 장관은 아세안 각국을 포함해 25일 한·미, 한·일 회담을 갖지만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사드 배치와 관련, 양국의 불편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은 사드 배치를 통해 다소 소원해진 한·중 관계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갖은 책략에 골몰할 것이다.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해 이런 외교·안보적 지형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한·미 대 중·러, 또는 한·중 간 갈등 구도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한국 외교는 사드 배치와 남중국해 분쟁, 북핵 문제가 중첩적으로 얽히면서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 북한을 압박함으로써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한다는 외교·안보 전략이 심각한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군사 주권과 자위권 차원에서 결정한 사드 배치는 중국과 러시아의 격한 반발은 물론 고립된 북한의 입지만 강화시키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심혈을 기울여 구축한 유엔 대북 제재망이 허물어질 위기에 처해 있고 냉랭했던 북·중 관계에 복원의 에너지를 불어넣은 꼴이 된 것이다. 우리는 이번 외교무대를 통해 북핵 저지와 함께 사드 배치가 북핵을 겨냥한 전략적 조치임을 중국에 이해시키면서 지속적인 한·중 협력을 추진해 나가도록 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한반도에 서서히 닥쳐오는 신냉전 구도가 정착되지 않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국익을 창출할 수 있는 창조적 외교 해법을 이번 ARF 외교 무대에서 도출해야 한다.
  • 한밤에 만난 韓·中 외교장관 ‘사드 설전’

    한밤에 만난 韓·中 외교장관 ‘사드 설전’

    왕이 “한국의 행위, 양국 신뢰 해쳐” 윤병세 “北 이외 제3국 겨냥 아니다” ARF 개막… 남북 전방위 외교전 북핵 문제를 둘러싼 남북 외교당국의 전면전이 시작됐다. 남북 외교수장은 24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비롯한 연쇄 회의가 열리는 라오스 비엔티안에 도착해 6자 회담 당사국 및 아세안 지역 외교장관들을 상대로 전방위 외교전에 돌입했다. 두 수장은 26일까지 라오스에서 북핵에 관해 서로에게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위해 외교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에 따라 추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모멘텀이 어떻게 이어질지도 정해질 전망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비엔티안에 도착해 밤늦게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했다. 지난 8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감정이 악화된 뒤 처음으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마주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적 조치이며 제3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대북 제재에 관한 협력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왕이 부장은 “최근 한국의 행위는 양국의 신뢰에 손해를 끼쳤다. 이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한국이 우리 사이의 식지 않은 관계를 위해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할지 들어보려고 한다”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왕 부장이 ‘실질적인 행동’을 언급한 것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 프로세스를 중단할 것을 사실상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사드 배치 프로세스가 한중 양자관계까지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이에 대해 “양국관계가 긴밀해질수록 여러가지 도전이 있을 수 있다”며 “그동안 양국이 깊은 뿌리를 쌓아왔기 때문에 극복하지 못할 사안들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사드 배치 원인인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해결을 위해 중국의 역할이 필요함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북한 외무상으로서 이번 ARF에서 ‘데뷔 무대’를 갖는 리용호 외무상은 이날 중국을 경유해 입국했다. 국제사회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리 외무상은 이날 왕이 부장과 같은 비행편인 중국 쿤밍(昆明)발 동방항공을 이용해 라오스에 입국하며 친선을 과시했다. 왕 부장은 윤 장관과 회담을 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오늘이나 내일 만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It‘s possible)고 답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한·중 외교장관 회담 일정을 확정 짓지 못했던 우리 외교당국으로서는 북한 측에 허를 찔린 셈이다. 리 외무상은 26일까지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행보를 이어 갈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ARF 회의는 남북 외교수장이 모두 참석하는 유일한 지역 행사라 외교 전면전이나 다름없다”면서 “현장은 물론 외교부 본부에서도 전방위로 양자 회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北, 26일 아세안안보포럼 참석… 남북 외교전 정면 승부 펼칠 듯

    北, 26일 아세안안보포럼 참석… 남북 외교전 정면 승부 펼칠 듯

    北, ASEM 북핵 규탄 성명 반발 제11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마무리되면서 외교가의 시선은 오는 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쏠리고 있다. 이번 ARF에는 북한 리용호 신임 외무상이 이끄는 북측 대표단의 참석이 확실시돼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남북 외교당국의 정면 승부가 벌어질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18일 “ARF를 앞두고 북측도 대표단이 묶을 숙소를 현지에 잡았다”면서 “리 외무상이 참석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는 26일 ARF 외교장관회의에 앞서 이번 주말부터 외교 일정이 줄줄이 이어진다. 23일 아세안+3 고위급회의(SOM)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고위급회의를 시작으로 24, 25일에 참석국 간 양자 회담이 연쇄적으로 벌어진다. 26일에는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와 EAS 외교장관회의, ARF 외교장관회의가 연속해서 열린다. 최근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및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동북아의 긴장도가 높아졌지만 ASEM에서 중·러는 대북 제재 의지가 변함 없음을 재확인했다. 또 북핵 개발을 강력 규탄하는 의장 성명도 채택됐다. 이에 북측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더욱 격화시키는 무분별한 처사”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ASEM과 달리 ARF에서는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회원국이 된 2000년부터 매년 ARF에 대표단을 보내 우호적인 아세안 국가들을 대상으로 핵미사일 개발의 정당성을 강조해 왔다. 올해 회의는 뛰어난 영어 실력과 유연한 외교 스타일을 가졌다는 리 외무상의 데뷔 무대이기도 해 참석국들도 북한 대표단을 주목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북한은 최근 평양 주재 아세안 국가 대사들을 상대로 북핵, 사드, 인권 제재 등 현안에 대한 정세 설명회를 잇달아 여는 등 여론전을 펼쳐 왔다. 이 외교 소식통은 “친북 국가로 알려진 라오스가 ARF 의장국이라는 점도 당국으로서는 부담”이라면서 “의장 성명이 순조롭게 채택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좀비 세상’을 준비하라! 美국방부 의대, 관련 과정 열어

    ‘좀비 세상’을 준비하라! 美국방부 의대, 관련 과정 열어

    좀비들의 공격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의료 교육과정이 미군 대학에 마련돼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최근 미 국방부는 산하기관인 군의관 의과대학(USU)에 좀비 유행병에 대처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해 교육 중이라고 밝혔다. '좀비 사랑'(?)이 유별한 미국이지만 국민의 세금을 좀비 대처에 쓴다는 것은 어찌보면 황당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CONOP 8888’로 불리는 좀비 공격 방어전략도 짜놓고 있을 정도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만약 좀비가 창궐했을 때를 대비해 이를 격리하고 백신을 투입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해 놓은 것이다. 캐서린 링 교수는 "좀비 유행병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고 교육하고 있다"면서 "실제로는 학생들의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곧 전염병등 대규모의 돌발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처하는 훈련도구로 '좀비' 만한 것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특히 미 국방부는 지난 2011년 좀비의 위협으로부터 인명을 구하기 위한 군사작전인 'CONOP 8888’도 세워놓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지난 2014년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CONOP 8888은 ▲인명 보호를 위한 방어선을 유지 ▲좀비 위협을 퇴치하기 위한 작전 돌입 ▲정부가 법질서를 회복하도록 돕는 3단계 대응방안으로 이뤄져있다. 그러나 이 좀비 대응전략 역시 실제 좀비의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을 전제했다기 보다는 좀비 시나리오가 훈련도구로 유용하다고 판단해 내부 훈련용으로 기획했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美한복판 ‘남중국해 한판’… 美 “눈 안 감아” 中 “美, 긴장 유발”

    美한복판 ‘남중국해 한판’… 美 “눈 안 감아” 中 “美, 긴장 유발”

    “상설중재재판소 판결을 지지한다. 남중국해 문제에 눈을 감지 않을 것이다.”(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이 남중국해 긴장을 유발했다.”(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면서 필리핀의 동맹인 미국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복판에서 중국과 뜨거운 대리전을 벌였다. 미국과 중국 간 외교관계에서 카운터파트인 크리튼브링크 백악관 보좌관과 추이 대사가 3시간여 간격으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 참석, 뜨거운 공방을 주고받았다. 크리튼브링크는 이날 CSIS 주최 남중국해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어떤 다른 분야에 대한 협력의 대가로 이 필수적 수로(남중국해)에 눈감는 일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뒤 PCA 판결에 대해 “우리는 법규를 지지하며 모든 국가가 크기나 힘에 관계없이 법에 따라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리튼브링크는 이어 “우리는 일부의 주장처럼 역내 개입의 구실을 마련하고자 남중국해의 긴장을 조성하는 데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며 “우리는 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남중국해를 중국을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공섬) 매립을 확장하고, 국제 수로와 영공을 지나는 민간선박과 군함, 항공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영유권) 주장을 강화시켜 주는 것도 아니고 역내 안정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중국과 인근 국가 간의 긴장만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우리는 국제법에 따라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조건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3시간 30분 뒤 같은 장소에 등장한 추이 대사는 PCA 판결에 반대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밝히며 중국 정부의 거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의 행사 참석은 전날 오후 갑작스럽게 정해져, 크리튼브링크 등 미 정부의 반응에 적극 대응하라는 중국 본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추이 대사는 이번 판결이 PCA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고 “선의가 아닌 분명한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PCA의 판결이 “분쟁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 구성원들의 협상·협의 노력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중국은 남중국해의 ‘섬들과 암초들’에 대해 오랫동안 ‘주권’을 행사해 왔고 도전을 받지 않았으나 5~6년 전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이 나오면서 이 지역의 신뢰가 약해지고 갈등이 증폭됐다”며 미 측에 책임을 넘겼다. 이에 한 참석자가 “미국이 개입해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냐”고 따지자 그는 “아시아 회귀가 나온 같은 시기에 긴장이 고조됐고, 해석의 문제”라고 거듭 주장한 뒤 “미국이 올해 큰 결정(대선)을 하는데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추이 대사는 필리핀 새 정부에 대화의 문은 열려 있고, 남중국해 문제는 미국과의 영유권 분쟁 문제가 아닌 만큼 미·중 관계에 악영향을 주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낮췄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美국방부 의료대학 ‘좀비’ 대처하는 교육 과정 개설

    美국방부 의료대학 ‘좀비’ 대처하는 교육 과정 개설

    좀비들의 공격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의료 교육과정이 미군 대학에 마련돼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최근 미 국방부는 산하기관인 군의관 의과대학(USU)에 좀비 유행병에 대처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해 교육 중이라고 밝혔다. '좀비 사랑'(?)이 유별한 미국이지만 국민의 세금을 좀비 대처에 쓴다는 것은 어찌보면 황당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CONOP 8888’로 불리는 좀비 공격 방어전략도 짜놓고 있을 정도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만약 좀비가 창궐했을 때를 대비해 이를 격리하고 백신을 투입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해 놓은 것이다. 캐서린 링 교수는 "좀비 유행병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고 교육하고 있다"면서 "실제로는 학생들의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곧 전염병등 대규모의 돌발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처하는 훈련도구로 '좀비' 만한 것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특히 미 국방부는 지난 2011년 좀비의 위협으로부터 인명을 구하기 위한 군사작전인 'CONOP 8888’도 세워놓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지난 2014년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CONOP 8888은 ▲인명 보호를 위한 방어선을 유지 ▲좀비 위협을 퇴치하기 위한 작전 돌입 ▲정부가 법질서를 회복하도록 돕는 3단계 대응방안으로 이뤄져있다. 그러나 이 좀비 대응전략 역시 실제 좀비의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을 전제했다기 보다는 좀비 시나리오가 훈련도구로 유용하다고 판단해 내부 훈련용으로 기획했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시진핑 축전 한 통… ‘고립’ 북한에 숨통?

    시진핑 축전 한 통… ‘고립’ 북한에 숨통?

    국무위원장 추대 김정은에게 노동신문 1면 보도 친선 과시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장으로 추대된 북한 김정은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개인 명의로 축전을 보냈다. 며칠 사이 북·중이 서로 축전을 주고받으며 대외에 친선을 과시하는 듯한 모양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일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국무위원회 위원장에 추대된 것에 대해 열렬한 축하를 보낸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축전에서 “중조(중국과 북한) 친선은 두 나라의 공동의 귀중한 재부(財富)”라면서 “중국 측은 조선 측과 함께 두 나라 사이의 전통적인 친선협조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킴으로써 두 나라와 두 나라 인민들에게 복리를 가져다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중국공산당 창건 95돌을 맞아 시 주석에게 축전을 보냈다. 이틀 사이 북·중 지도자들이 서로 축전을 주고받은 셈이다. 보통 사회주의 정당 간에는 주요 행사 시 축전을 보내는 게 관례다. 하지만 다소 달라진 분위기도 감지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당대회 당시 시 주석의 축전은 신문 7면에 작게 게재했지만 이번에는 1면을 할애해 보도했다. 기관지의 보도 행태만 봐서는 올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으로 관계가 악화됐던 때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에 최근 북·중 관계가 어느 정도 회복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대회 직후 방중한 북한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중국은 유엔에 대북 제재 이행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오는 12일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이 예정된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커지자 대응 카드로 중국이 대북 레버리지 확대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북한은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적 고립이 심해지면서 최근 쿠바 등 우호국들을 대상으로 외교전을 펼치며 활로를 찾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특히 오는 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대화 분위기 조성 및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위한 여론전을 대대적으로 펼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ARF는 북한 리용호 외무상의 데뷔무대라 어느 때보다 치열한 남북 외교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남중국해 분쟁 기름 부을 ‘중재 판결’ 12일 나온다

    남중국해 분쟁 기름 부을 ‘중재 판결’ 12일 나온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중재 판결 날짜가 정해졌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는 7월 12일 오전 11시에 남중국해 분쟁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지난 28일 밝혔다. 중재 신청은 필리핀이 했지만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보는 중국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재판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련의 재판 과정을 모두 부정해 왔다. 예상대로 판결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면 중국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 탈퇴, 남중국해 일대에 방공식별구역 설정 등 극단적인 방식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재판 결과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 오히려 갈등만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은 2013년 중재 신청을 내면서 중국이 주장하는 ‘9단선’ 내 일부 섬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유엔해양법협약과 맞는지 판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중국이 1947년 설정한 9단선은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그은 9개의 선으로 중국은 9단선 안쪽 약 80%가 자국 영해라고 못 박았다. 필리핀은 또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미스치프 환초(메이지자오), 수비 환초(주비자오), 파이어리크로스 환초(융수자오) 등은 간조기에만 드러나는 산호초여서 영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당사국이 존재하는 남중국해 분쟁은 유엔해양법협약상 PCA 관할이 인정되지 않는 ‘주권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필리핀이 양자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로 한 양국 간 협약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제소한 것 자체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밝히고 있다. PCA가 필리핀의 손을 들어 주면 미국, 일본 등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은 “판결을 존중하라”며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국은 국제사회의 리더가 될 수 없다”는 논리로 외교전을 펼칠 게 뻔하다. 그러나 중국은 연 5조 달러의 상품이 오가는 남중국해 질서권을 미국에 빼앗기면 해양 진출이 좌절돼 ‘대국 굴기’가 요원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등 47개국을 우군으로 만들어 놓았다. 특히 중국이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면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中 비밀무기상 리팡웨이…안 잡나, 못 잡나

    中 비밀무기상 리팡웨이…안 잡나, 못 잡나

    전통적으로 북한과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를 유지해 오던 중국이 지난 14일, 돌연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 전용 가능 품목 40여 종에 대한 대북 수출 금지를 발표하고 나섰다. 중국 상무부가 공고문을 통해 밝힌 대북 수출 금지 품목은 핵물질 추출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과 미사일 부품 제조에 쓰이는 특수합금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국제사회는 중국의 이러한 조치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실 중국의 이러한 제스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할 때마다 UN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결의에 찬성표를 던지며 국제사회의 북한 봉쇄에 뜻을 함께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하지만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부터 사치품에 이르기까지 북한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거의 모든 물품은 중국을 통해 반입될 정도로 중국은 국제적 결의를 이행하지 않아 왔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중국의 전략물자 대북 수출 금지 선포에 환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다른 경로를 통해 우회적으로 북한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주지 않을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北 주체기술, 알고 보면 ‘메이드 인 차이나’ 청와대 상공을 비행하며 몰래 사진을 찍어간 무인기부터 신형 300mm 방사포 KN-09, 미국 일부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과 핵무기에 이르기까지 최근 이슈가 되었던 북한 신형 무기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부품과 기술의 상당 부분이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는 점이다. 2014년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는 중국제 SKY-09P를 들여와 무기개발을 담당하는 조선인민군 제1501군부대에서 개조개발한 제품이었고, 계룡대는 물론 영남과 호남, 제주 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의 모든 공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신형 KN-09 300mm 방사포는 중국군도 사용하는 XC2030 8톤 트럭 차체에 중국의 수출형 방사포 AR-3 기술을 참고해 개발한 발사대와 로켓을 얹은 물건으로 그 형상과 추정 성능이 중국제 오리지널과 대단히 흡사하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입수한 무기 부품과 기술은 무인기와 방사포 같은 전술 무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해 UN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를 통과시킨 이듬해인 2010년,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3000만 위안을 받고 삼강특수차량(三江瓦力特特种车辆有限公司)이라는 업체 주도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차량 WS51200을 개발해 북한에 ‘목재 운반용 차량’으로 위장해 직접 공급해주기까지 했다. 무려 16개의 바퀴를 갖는 대형 트럭인 WS51200는 그 계열 트럭이 중국군 전략미사일 부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트럭이었는데, 북한은 이러한 트럭을 아무런 제재 없이 정식으로 계약해서 반입, 불과 1년 만에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차량으로 개조해 등장시켰다. 북한은 이러한 신형 무기들이 북한의 ‘주체기술’로 개발한 고유의 모델이라고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암시장을 통해 구한 기술과 부품을 활용해 기존의 무기체계와 결합하거나 개량한 것들이 대부분으로, 이들 무기들은 중국의 도움 없이는 개발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북한은 군수산업을 제2경제라고 칭하며 막대한 예산과 인원을 투입해 육성하고 있지만, 폐쇄된 사회 구조의 특성상 외국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기 어렵고, 경제력의 한계 때문에 첨단 무기 개발에 투입할 자금이 항상 부족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은 해킹 등을 통해 해외 업체의 기술을 빼돌리거나 공작원을 이용해 상용 부품을 밀수하여 부족한 기술과 부품을 조달했다. 북한이 중국을 통해 기술과 부품을 얻는 방식은 간단했다. 중국 각지에 일반 기업으로 위장한 업체를 차려놓고 중국의 대학이나 기업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의뢰하거나 부품을 구매해 북한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북한은 중국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중국인 또는 조선족을 매수해 업체를 차려놓고 합법적으로 기술과 부품을 구입해 자국으로 빼돌려 왔다. 최근 단둥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된 수십여 명의 북한 기업인들과 중국인들이 바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던 공작원들이었다. 이들은 미사일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전자부품을 밀수하다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은 오래 전부터 미사일의 관성유도장치에 사용되는 중앙연산처리장치(CPU)나 메모리 카드, 각종 센서와 장거리 통신용 송수신 안테나 등을 밀수해 왔고, 이 밀수품들은 대부분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을 넘어 북한으로 반입됐다. 덕분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신형 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부품을 조달할 수 있었고, 이러한 방법을 통해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KN-09 방사포와 같은 위협적인 무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中 정부 비호 받는 죽음의 상인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파키스탄 핵무기의 아버지’라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가 만든 핵기술 밀거래 암시장 ‘칸 네트워크(Khan Network)'의 도움을 받았다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은 중국인 무기 밀거래상 리팡웨이(李方偉)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데이비드 리(David Lee)나 카를 리(Karl Lee), 패트릭(Patrick) 등 사용하는 가명만 15개가 넘는 리팡웨이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대량살상무기 판매 혐의로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있는 중국 국적의 무기 밀매상이다. 미 국무부에서 비확산·군축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로버트 아인혼(Robert Einhorn)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리팡웨이는 칸 박사 다음가는 거물”이라고 평가할 만큼 악명이 무기 밀매업자다.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다롄(大連)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리팡웨이는 표면적으로는 합법적인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이다. 그러나 FBI와 미 연방검찰은 리팡웨이가 운영하는 다롄 소재 무역회사 림트(LIMMT)가 탄도 미사일 부품과 우라늄 농축 재료를 밀수하는 업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를 쫓고 있다. 이 회사는 미사일 추진체에 사용될 수 있는 특수합금 철봉 24.5톤과 특수 알루미늄 합금 15톤을 이란국방산업기구(DIO·Defense Industries Organization)와 같은 이란 국영 업체는 물론 핵무기 개발에 연루되어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던 이란기업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Shahid Hemmat Industrial Group)과 샤히드 바커리 산업그룹(SBIG·Shahid Bagheri Industrial Group) 등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FBI가 추정하는 거래 건수는 최소 165건, 거래액은 1000만 달러 이상에 달한다. FBI는 그가 북한-중국-이란에 걸쳐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미사일 기술 및 부품 거래를 중개하고, 양국에 기술과 부품을 직접 판매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해외 전문가들은 그 사례로 북한 미사일과 이란 미사일 사이의 기술적 유사성을 제시했다. 북한이 지난 2월 발사한 광명성 4호는 페어링(위성덮개)과 3단 추진체의 크기와 형상이 이란이 2009년에 발사했던 위성발사체 사피르 2호(Safir-II)의 페어링 및 2단 추진체와 거의 똑같거나 대단히 흡사하다. 또한 북한이 올해 초 공개한 고체연료 로켓 연소실험에 등장한 추진체는 이란의 고체연료 중거리 미사일 세질(Sejil)과 동형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과 이란이 중거리 미사일 기술에서 기술을 교류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정부의 비밀 외교전문에는 이란이 북한제 무수단 중거리 탄도 미사일 19기를 중국 다롄항에서 화물선에 선적, 자국의 반다르아바스(Bandar Abbas)항을 통해 반입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중국 다롄이 이란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거래 중개소 역할을 해왔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는 무기 중개뿐만 아니라 무기 부품 개발에도 나서 미사일 부품이나 우라늄 농축 시설에 필요한 특수강이나 정밀연마기, 심지어 현재 탄도 미사일 유도장치에 쓰이는 광섬유 자이로스코프 등을 제조하는 업체를 12개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FBI는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리팡웨이와 그의 회사가 아직도 건재하며, 그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을 개연성이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그동안 리팡웨이의 주요 고객이었던 이란은 핵 협상이 타결되면서 더 이상 리팡웨이와 거래할 필요가 없어졌다. 더욱이 이란과의 거래를 위해 리팡웨이가 미국 등 세계 각국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가 FBI에 적발되면서 해외에 있는 대부분의 계좌가 동결 및 압수 조치되어 더 이상의 해외 활동이 어려워졌다.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The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무기 개발에 필요한 부품과 기술을 조달하는데 리팡웨이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었다. 월스트리트 저널 역시 지난 1월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특수강과 정밀연마기 등 미사일 제조에 필요한 재료와 관련 기술들을 중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제조에 협조하고 있는 중국 기업이 바로 리팡웨이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리팡웨이가 중국정부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 연방검찰이 리팡웨이를 기소한 이후 미 국무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에 리팡웨이의 신병을 넘겨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중국은 이를 번번이 거부했다. 중국정부는 UN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리팡웨이를 체포하거나 단속하지 않았고, 덕분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시킬 수 있었다. 최근 중국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국경 지역에서 북한 무기 밀매상들을 대거 체포한 것은 기만작전이다. 이번에 단둥 지역에서 검거된 중국인 밀수업자들은 북한의 제2경제위원회 공작원들과 전자제품과 귀금속류를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이들에게 무기제조에 필요한 전자제품을 북한과 거래한 혐의를 적용했지만, 이들이 거래한 품목은 일반적인 상거래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제품들이었다. 가령 컴퓨터용 SD램 메모리나 중앙연산장치(CPU), 그래픽카드(GPU), 디지털카메라에 흔히 쓰이는 CCD카메라 등은 전자상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품목이지만, 고성능 CPU와 GPU는 미사일의 관성유도장치의 연산장치로, CCD 카메라는 미사일의 유도장치에 적용될 수 있어 대북 수출 금지 품목에 해당된다. 실제로 우리 해군이 인양한 은하3호의 미사일 잔해에서 국내 S모 업체가 제작한 SD램 카드 2개와 중국산 CCD카메라 및 전선과 같은 상용 제품이 발견되기도 했다. 즉, 이번에 중국 공안이 검거한 밀수업자들은 일반적인 상용품을 북한에 판매해온 ‘잔챙이’들에 불과하며, 마치 중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한 연극에 동원된 희생양일 뿐이다. 중국정부가 진정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막고자 했다면 국제사회가 오랜 기간 추적해온 거물인 리팡웨이부터 체포하고 처벌했어야 했지만, 리팡웨이와 그의 회사는 아직도 건재하다. 중국이 이러한 연극을 벌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드(THAAD) 때문이다. 사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도움이 대단히 컸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를 추진하자 북한을 제재·압박하는 역할을 해주는 척 하면서 한반도 사드 배치 필요성을 희석시키기 위한 노림수에서 이번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차후 이러한 자신들의 ‘공(功)’을 거론하며 우리나라에 사드 배치 논의 철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일본, 인도, 나아가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합세해 구축하고 있는 대중국 포위망을 극복하기 위해 태평양 연안의 협력국가가 반드시 필요한 중국은 오랜 기간 순망치한의 관계였던 북한을 버릴 수 없다. 이런 국제정치적 역학관계를 무시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 아닐까?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美FBI, ‘中 무기상 리팡웨이를 잡아라!’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美FBI, ‘中 무기상 리팡웨이를 잡아라!’

    전통적으로 북한과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를 유지해 오던 중국이 지난 14일, 돌연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 전용 가능 품목 40여 종에 대한 대북 수출 금지를 발표하고 나섰다. 중국 상무부가 공고문을 통해 밝힌 대북 수출 금지 품목은 핵물질 추출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학물질과 미사일 부품 제조에 쓰이는 특수합금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국제사회는 중국의 이러한 조치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실 중국의 이러한 제스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할 때마다 UN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결의에 찬성표를 던지며 국제사회의 북한 봉쇄에 뜻을 함께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하지만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부터 사치품에 이르기까지 북한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거의 모든 물품은 중국을 통해 반입될 정도로 중국은 국제적 결의를 이행하지 않아 왔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중국의 전략물자 대북 수출 금지 선포에 환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다른 경로를 통해 우회적으로 북한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주지 않을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北 주체기술, 알고 보면 ‘메이드 인 차이나’ 청와대 상공을 비행하며 몰래 사진을 찍어간 무인기부터 신형 300mm 방사포 KN-09, 미국 일부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과 핵무기에 이르기까지 최근 이슈가 되었던 북한 신형 무기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부품과 기술의 상당 부분이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는 점이다. 2014년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는 중국제 SKY-09P를 들여와 무기개발을 담당하는 조선인민군 제1501군부대에서 개조개발한 제품이었고, 계룡대는 물론 영남과 호남, 제주 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의 모든 공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신형 KN-09 300mm 방사포는 중국군도 사용하는 XC2030 8톤 트럭 차체에 중국의 수출형 방사포 AR-3 기술을 참고해 개발한 발사대와 로켓을 얹은 물건으로 그 형상과 추정 성능이 중국제 오리지널과 대단히 흡사하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입수한 무기 부품과 기술은 무인기와 방사포 같은 전술 무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해 UN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를 통과시킨 이듬해인 2010년,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3000만 위안을 받고 삼강특수차량(三江瓦力特特种车辆有限公司)이라는 업체 주도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차량 WS51200을 개발해 북한에 ‘목재 운반용 차량’으로 위장해 직접 공급해주기까지 했다. 무려 16개의 바퀴를 갖는 대형 트럭인 WS51200는 그 계열 트럭이 중국군 전략미사일 부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트럭이었는데, 북한은 이러한 트럭을 아무런 제재 없이 정식으로 계약해서 반입, 불과 1년 만에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차량으로 개조해 등장시켰다. 북한은 이러한 신형 무기들이 북한의 ‘주체기술’로 개발한 고유의 모델이라고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암시장을 통해 구한 기술과 부품을 활용해 기존의 무기체계와 결합하거나 개량한 것들이 대부분으로, 이들 무기들은 중국의 도움 없이는 개발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북한은 군수산업을 제2경제라고 칭하며 막대한 예산과 인원을 투입해 육성하고 있지만, 폐쇄된 사회 구조의 특성상 외국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기 어렵고, 경제력의 한계 때문에 첨단 무기 개발에 투입할 자금이 항상 부족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은 해킹 등을 통해 해외 업체의 기술을 빼돌리거나 공작원을 이용해 상용 부품을 밀수하여 부족한 기술과 부품을 조달했다. 북한이 중국을 통해 기술과 부품을 얻는 방식은 간단했다. 중국 각지에 일반 기업으로 위장한 업체를 차려놓고 중국의 대학이나 기업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의뢰하거나 부품을 구매해 북한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북한은 중국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중국인 또는 조선족을 매수해 업체를 차려놓고 합법적으로 기술과 부품을 구입해 자국으로 빼돌려 왔다. 최근 단둥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된 수십여 명의 북한 기업인들과 중국인들이 바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던 공작원들이었다. 이들은 미사일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전자부품을 밀수하다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은 오래 전부터 미사일의 관성유도장치에 사용되는 중앙연산처리장치(CPU)나 메모리 카드, 각종 센서와 장거리 통신용 송수신 안테나 등을 밀수해 왔고, 이 밀수품들은 대부분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을 넘어 북한으로 반입됐다. 덕분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신형 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부품을 조달할 수 있었고, 이러한 방법을 통해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KN-09 방사포와 같은 위협적인 무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中 정부 비호 받는 죽음의 상인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파키스탄 핵무기의 아버지’라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가 만든 핵기술 밀거래 암시장 ‘칸 네트워크(Khan Network)'의 도움을 받았다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은 중국인 무기 밀거래상 리팡웨이(李方偉)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데이비드 리(David Lee)나 카를 리(Karl Lee), 패트릭(Patrick) 등 사용하는 가명만 15개가 넘는 리팡웨이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대량살상무기 판매 혐의로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있는 중국 국적의 무기 밀매상이다. 미 국무부에서 비확산·군축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로버트 아인혼(Robert Einhorn)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리팡웨이는 칸 박사 다음가는 거물”이라고 평가할 만큼 악명이 무기 밀매업자다.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다롄(大連)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리팡웨이는 표면적으로는 합법적인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이다. 그러나 FBI와 미 연방검찰은 리팡웨이가 운영하는 다롄 소재 무역회사 림트(LIMMT)가 탄도 미사일 부품과 우라늄 농축 재료를 밀수하는 업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를 쫓고 있다. 이 회사는 미사일 추진체에 사용될 수 있는 특수합금 철봉 24.5톤과 특수 알루미늄 합금 15톤을 이란국방산업기구(DIO·Defense Industries Organization)와 같은 이란 국영 업체는 물론 핵무기 개발에 연루되어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던 이란기업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Shahid Hemmat Industrial Group)과 샤히드 바커리 산업그룹(SBIG·Shahid Bagheri Industrial Group) 등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FBI가 추정하는 거래 건수는 최소 165건, 거래액은 1000만 달러 이상에 달한다. FBI는 그가 북한-중국-이란에 걸쳐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미사일 기술 및 부품 거래를 중개하고, 양국에 기술과 부품을 직접 판매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해외 전문가들은 그 사례로 북한 미사일과 이란 미사일 사이의 기술적 유사성을 제시했다. 북한이 지난 2월 발사한 광명성 4호는 페어링(위성덮개)과 3단 추진체의 크기와 형상이 이란이 2009년에 발사했던 위성발사체 사피르 2호(Safir-II)의 페어링 및 2단 추진체와 거의 똑같거나 대단히 흡사하다. 또한 북한이 올해 초 공개한 고체연료 로켓 연소실험에 등장한 추진체는 이란의 고체연료 중거리 미사일 세질(Sejil)과 동형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과 이란이 중거리 미사일 기술에서 기술을 교류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정부의 비밀 외교전문에는 이란이 북한제 무수단 중거리 탄도 미사일 19기를 중국 다롄항에서 화물선에 선적, 자국의 반다르아바스(Bandar Abbas)항을 통해 반입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중국 다롄이 이란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거래 중개소 역할을 해왔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는 무기 중개뿐만 아니라 무기 부품 개발에도 나서 미사일 부품이나 우라늄 농축 시설에 필요한 특수강이나 정밀연마기, 심지어 현재 탄도 미사일 유도장치에 쓰이는 광섬유 자이로스코프 등을 제조하는 업체를 12개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FBI는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리팡웨이와 그의 회사가 아직도 건재하며, 그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을 개연성이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그동안 리팡웨이의 주요 고객이었던 이란은 핵 협상이 타결되면서 더 이상 리팡웨이와 거래할 필요가 없어졌다. 더욱이 이란과의 거래를 위해 리팡웨이가 미국 등 세계 각국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가 FBI에 적발되면서 해외에 있는 대부분의 계좌가 동결 및 압수 조치되어 더 이상의 해외 활동이 어려워졌다.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The 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무기 개발에 필요한 부품과 기술을 조달하는데 리팡웨이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었다. 월스트리트 저널 역시 지난 1월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특수강과 정밀연마기 등 미사일 제조에 필요한 재료와 관련 기술들을 중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제조에 협조하고 있는 중국 기업이 바로 리팡웨이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리팡웨이가 중국정부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 연방검찰이 리팡웨이를 기소한 이후 미 국무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에 리팡웨이의 신병을 넘겨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중국은 이를 번번이 거부했다. 중국정부는 UN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리팡웨이를 체포하거나 단속하지 않았고, 덕분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시킬 수 있었다. 최근 중국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국경 지역에서 북한 무기 밀매상들을 대거 체포한 것은 기만작전이다. 이번에 단둥 지역에서 검거된 중국인 밀수업자들은 북한의 제2경제위원회 공작원들과 전자제품과 귀금속류를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이들에게 무기제조에 필요한 전자제품을 북한과 거래한 혐의를 적용했지만, 이들이 거래한 품목은 일반적인 상거래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제품들이었다. 가령 컴퓨터용 SD램 메모리나 중앙연산장치(CPU), 그래픽카드(GPU), 디지털카메라에 흔히 쓰이는 CCD카메라 등은 전자상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품목이지만, 고성능 CPU와 GPU는 미사일의 관성유도장치의 연산장치로, CCD 카메라는 미사일의 유도장치에 적용될 수 있어 대북 수출 금지 품목에 해당된다. 실제로 우리 해군이 인양한 은하3호의 미사일 잔해에서 국내 S모 업체가 제작한 SD램 카드 2개와 중국산 CCD카메라 및 전선과 같은 상용 제품이 발견되기도 했다. 즉, 이번에 중국 공안이 검거한 밀수업자들은 일반적인 상용품을 북한에 판매해온 ‘잔챙이’들에 불과하며, 마치 중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한 연극에 동원된 희생양일 뿐이다. 중국정부가 진정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막고자 했다면 국제사회가 오랜 기간 추적해온 거물인 리팡웨이부터 체포하고 처벌했어야 했지만, 리팡웨이와 그의 회사는 아직도 건재하다. 중국이 이러한 연극을 벌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드(THAAD) 때문이다. 사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도움이 대단히 컸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를 추진하자 북한을 제재·압박하는 역할을 해주는 척 하면서 한반도 사드 배치 필요성을 희석시키기 위한 노림수에서 이번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차후 이러한 자신들의 ‘공(功)’을 거론하며 우리나라에 사드 배치 논의 철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일본, 인도, 나아가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합세해 구축하고 있는 대중국 포위망을 극복하기 위해 태평양 연안의 협력국가가 반드시 필요한 중국은 오랜 기간 순망치한의 관계였던 북한을 버릴 수 없다. 이런 국제정치적 역학관계를 무시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 아닐까?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도광양회’ 주창 中외교 원로 우젠민 별세

    ‘도광양회’ 주창 中외교 원로 우젠민 별세

    중국의 유연한 외교를 주창해 온 외교원로 우젠민(吳建民·77) 전 중국 외교학원 원장이 지난 18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우 전 원장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외교전략인 ‘도광양회’(韜光養晦·칼집에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힘을 기르며 기다린다)의 신봉자로 대표적인 온건파 외교관이었다.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우 전 원장은 이날 새벽 4시쯤 후베이성 우한의 한 지하차도에서 타고 가던 뷰익 승용차가 난간을 들이받으면서 동승한 우한대 정보학원 주샤오츠(朱曉馳) 교수와 함께 사망했다. 우 전 원장은 우한대로 강연을 하러 가던 길이었다. 우 전 원장은 1939년 충칭에서 태어나 1959년 베이징외국어학원 불문과를 졸업한 뒤 외교부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우 전 원장은 마오쩌둥(毛澤東), 저우언라이(周恩來) 등 중국의 전직 지도자들의 프랑스어 전담 통역사로 일했다. 1971년 중국이 유엔 상임이사국에 올랐을 당시 중국의 첫 유엔 상주직원으로 파견돼 근무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외교학원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후진을 양성했다. 그는 생전에 중국 외교가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의 포로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대국굴기’ 외교를 뒷받침하는 민족주의적 이론가들과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