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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7 상석에 ‘문 대통령’…각국 정상 “한국은 월드챔피언”

    G7 상석에 ‘문 대통령’…각국 정상 “한국은 월드챔피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달라진 위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확대회의 1세션에서 의장국 정상인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바로 오른쪽에 앉았다. 총리 왼쪽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리했다. 의장 바로 옆, 그중에서도 오른쪽이 상석임을 감안했을 때 존슨 총리가 문 대통령을 오른쪽 옆자리에 앉힌 것은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 G7 정상회의와 같은 다자 외교무대에서의 의전 서열은 각국 간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통상 의장국이 참가국 정상의 의전 서열을 결정한다. G7 회원국 정상이 아닌 문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주요 자리 한켠을 차지한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 이어 네 번째 자리에 앉았다.회의장에 도착한 각국 정상들이 나눈 대화에서도 한국이 주가 됐다. 코로나19 대응과 백신 협력 부분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아진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 : 한미회담도 최상이었는데 문 대통령님이 오셨으니 이제 G7도 잘될 겁니다.존슨 총리 : 네. 그렇죠. 한국은 단연 세계 최고의 방역 모범국이죠. 방역 1등이죠. 구테흐스 UN 사무총장 : 맞습니다. 한국 대단해요.마크롱 대통령 : 다들 생각이 같으시네요.문재인 대통령 : (웃음) 그도 그럴 것이 G7 국가(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와 초청국 (한국,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인도)까지 11개국을 비교했을 때 한국의 인구 대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0만 명당 2875명이다. 미국은 100만 명당 10만 명, 영국이 100만 명 당 6740명이 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호주의 경우 100만 명당 1182명으로 확진자가 한국보다 적지만, 사망자는 100만 명당 35.7명으로 한국의 38.6명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은 네 개의 백신(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모더나, 스푸트니크V) 제약사와 위탁 생산 계약을 맺으면서 대량생산과 공급이 가능한 ‘백신 허브’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문 대통령은 ‘보건’을 주제로 한 첫 번째 확대회의에서 “전 세계 수요에 못 미치고 있는 백신의 공급 확대를 위해 한국이 보유한 대량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백신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G7 정상회담 기간 동안 아스트라제네카사의 파스칼 소리오 CEO가 문 대통령을 직접 찾아와 면담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하반기 공급도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라고 요청했고, 소리오 CEO는 “한국이 최우선적인 협력 파트너인 점을 감안하여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답했다. 존슨 총리는 13일 한·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한국은 우수한 방역으로 모범을 보였다. 영국은 한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존슨 총리를 비롯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메르켈 독일 총리,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등과 정상회담을 갖고 코로나19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G7 회원국과 초청국 정상 등이 모두 참석한 기념 촬영식에서도 문 대통령은 가장 앞줄에서 존슨 영국 총리와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이에 서서 촬영했다. 스가 일본 총리와 메르켈 독일 총리,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은 바로 뒷줄에 섰다. 박수현 청와대 사회소통수석은 “G7 정상들 사이, 문 대통령의 자리가 대한민국의 오늘이고, 우리 후세 대통령의 자리는 더 영광될 것임을 확신한다. 이번 G7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대한민국의 과거가 쌓아온 ‘현재의 성취감에 대한 확인’과 ‘미래의 자신감에 대한 확신’”이라고 평가했다.“한국은 코로나 극복을 위한 월드챔피언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오스트리아가 배울 점은 무엇인가요?” 오스트리아 취재진은 쿠르츠 총리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했다. 쿠르츠 총리는 “한국의 기술과 정보 활용은 유럽이 생각하는 가능한 정도를 훨씬 뛰어넘은 것”이라고 답했다. 사전 인터뷰에서도 ‘1차 팬데믹을 통해 한국으로부터 배웠다, 한국은 방역과 백신 모두에서 배울 점이 많은 나라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이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하는 것은 1892년 수교를 맺은 후 내년 130주년을 앞두고 처음이다. 판 데어 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14일 오전 오스트리아 비엔나 호프부르크 왕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코로나 퇴치에 세계 챔피언”이라고 극찬했다. 판 데어 벨렌 대통령은 “한국은 여러 가지 분야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특히 물리치는 데 있어서 정말 세계 챔피언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GDP도 크게 향상돼 나갈 것”이라며 “바이오사이언스가 굉장히 발전돼 있기에 개발이나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 양국간에 협력 가능성도 굉장히 많다. 오스트리아가 가진 기술과 한국의 산업화 기술을 서로 연계시키는 것이 코로나를 퇴치하는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스페인으로 향한 문 대통령은 “경제에서도, 코로나 극복에서도, 문화예술에서도,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세계에서 훨씬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외교 현장에서 느낍니다”라며 “우리는 선도국가,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어 세계사에 새로운 시작을 알릴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충분한 자격이 있고, 해낼 능력이 있습니다”라는 소회를 밝혔다.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한국 외교에도 ‘별의 순간’이 오는가[김헌주의 외교통일수첩]

    한국 외교에도 ‘별의 순간’이 오는가[김헌주의 외교통일수첩]

    자발적 참여 이끈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韓 주도 ‘신기술과 인권’ 유엔 결의 채택몸집 커지며 글로벌 문제 입장 요구받아G7 2년 연속 초청, 준회원국 될 가능성입장 따라 갈등 소지...“부담감 커졌다”#외교부와 유네스코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진행하는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Live Together’. 지난 4월 12일 시작했는데 두 달도 안 된 지난 8일, 300만명 넘는 인원이 ‘좋아요’를 누르며 동참했다. 지난달 31일 100만명에서 8일 만에 200만명 넘게 늘어난 셈이다. 외교부 내에선 “신기하다”, “얼떨떨하다”는 반응과 함께 “새로운 시대의 디지털 공공외교 면모를 보여 준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은 뒤늦게 공공외교에 뛰어든 후발주자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전지구적 문제로 떠오른 혐오와 차별 대응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 온 게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캠페인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게 한몫했다. 외국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 우리 편으로 삼는 공공외교는 정부가 주도를 하지만 다양한 주체들의 자발적 참여를 필요로 한다. 실제 이 캠페인에는 ‘셀럽’으로 불리는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라피티 아티스트’ 심찬양 작가도 참여했는데 그 마음이 지난 3월 발생한 미 애틀랜타 총격 사건의 유족에게도 닿았다. 이 유족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을 모아 달라”며 캠페인에 동참했다. #우리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열리는 제47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신기술과 인권 결의를 상정한다. 코로나19 이후 포용적 회복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신기술도 인권에 기반해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앞서 2019년 7월 41차 인권이사회에서도 우리 정부가 주도한 신기술과 인권 결의가 컨센서스로 채택됐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기술 전반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총체적으로 살펴보자는 취지의 결의였는데 이번에 보고서가 나온다. 과거 한국 외교는 ‘생존’과 직결된 한반도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렇다 보니 다자 외교무대에서도 한국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입장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해야 했다. 하지만 경제 성장과 함께 ‘몸집’이 커진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북한 문제만 얘기할 수는 없는 시대가 됐다. 외교부를 오랫동안 떠나 있다가 지난 2월 복귀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최근 이런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한국의 입장을 묻기 시작했고, 우리도 한마디씩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한국은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선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지만, 미얀마 사태에 대해선 4차례나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규탄 성명을 냈다. 지난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하는 논평을 냈다.#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갖춘 덕분이었다. 한국을 원하는 게 미국뿐일까. ‘선진국 클럽’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도 2년 연속 초청받았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단순 초청보다는 거의 준회원국처럼 앞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3월 한국에서 열린 ‘한·중남미 디지털 협력 포럼’에 과테말라에선 외교장관과 함께 차관 2명(경제·정무)이 모두 왔다. 과테말라 대통령이 한국에 가서 많이 배우고 오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4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코스타리카를 방문했을 때, 차관급인데도 대통령을 예방해 한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한국 팬’으로 알려진 대통령 부인도 동석했다. 중동 국가들은 최근 한국과의 관계를 격상하자고, 아프리카 국가들은 서로 한국에 오겠다고 해 우리 정부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시선이 집중될수록 부담감도 커지기 마련이다. 특히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국 외교가 지역·글로벌 문제에 대해 취하는 입장은 대척점에 있는 국가들과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과거에는 선택할 사안도 적었고, 선택을 하지 않아도 티가 나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분명한 입장을 요구받고 있고 이에 따라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 있어 좀더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게 됐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백신으로 트럼프 넘은 바이든…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분열 중

    백신으로 트럼프 넘은 바이든…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분열 중

    40년 ‘작은정부’ 기조 끝내고 위기 수습트럼프보다 지지도 높지만 평균 못 미쳐공화 13%만 지지… 정치적 양극화 과제오락가락 이민정책·말뿐인 외교도 ‘약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 취임 100일을 맞는 가운데 백신 2억회분 이상을 접종시킨 코로나19 대응으로 각종 설문조사에서 50%가 넘는 국정지지도를 얻으며 전 정권보다 순항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지지자만 바라보는 정치, 좀체 봉합되지 않는 국가 분열, 강한 언사를 앞세운 외교 등은 약점으로 꼽혔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의 직무 지지율은 52%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42%)보다 10% 포인트 높았다. 분야별로 코로나19 대응이 64%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고, 경제 정책(52%)이 뒤를 이었다. CNN은 코로나19와 경기 회복이라는 미국인들의 가장 주된 관심사에 바이든이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면서 100일 내내 5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했다고 전했다.특히 40년간 지속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작은 정부’ 기조를 끝내고 적극 개입으로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나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뉴딜 정책 등 ‘큰 정부’ 기조로 취임 100일 만에 대공황을 이겨 내는 토대를 쌓은 루스벨트 프랭클린 전 대통령과 비견되기도 한다. 하지만 1945년 이후 대통령 14명의 취임 100일 국정지지도와 비교하면 바이든은 밑에서 3번째이며, 평균 지지율(66%)에도 못 미친다. 정치적 양극화가 무엇보다 큰 원인이다. 민주당 지지자 중 무려 90%가 바이든을 지지했지만, 공화당은 13%뿐이었다. 공화당 소속이던 레이건의 민주당 지지율은 62%였고, 민주당 소속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공화당 지지율은 36%였다. 바이든이 사회 통합이라는 기치를 내세웠지만, 이날 NBC방송이 내놓은 설문조사에서 ‘미국은 여전히 분열 중’이라는 응답이 무려 82%였다. 또 바이든의 국정지지도는 53%였지만 국경 안보 및 이민 문제(33%), 중국 문제 대처(35%), 총기 이슈(34%)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향후 이들 문제가 바이든을 괴롭힐 것으로 관측됐다. 폭스뉴스의 이날 설문에서도 바이든의 국정지지도는 58%였지만, 정책 분야별로 볼 때 국경안보(35%)와 이민정책(34%) 지지율은 가장 낮았다. 실제 최근 바이든은 트럼프가 만든 역대 최저 수준의 ‘난민 수용 인원’을 유지키로 했다가, 진보 진영의 반발에 하루 만에 다시 “늘리겠다”고 하는 등 표심에 따라 오락가락했다. 바이든이 외교무대에서 구사하는 거친 언사에 비해 정작 행동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깡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킬러”로 명명했지만 남중국해에 대한 대응 전략은 보이지 않았고, 정작 푸틴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최근 15만명의 병력을 집결시키자 직접 대응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더힐은 이날 칼럼에서 “바이든은 큰 소리로 말하고 있지만 들고 있는 막대기는 약하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대면외교 무대 오르는 정의용...‘김여정 담화’ 정면돌파하나

    대면외교 무대 오르는 정의용...‘김여정 담화’ 정면돌파하나

    사흘간 회담만 4차례 예정17일 한·중남미 포럼 개회사블링컨 장관과 첫 회담 이어18일 2+2회의서 공동성명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7일 한국에서 열리는 다자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사흘 간 회담만 4차례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친다. 미국의 국무·국방장관의 방한 일정과 디지털 분야 국제회의가 동시에 겹치면서다. 북한의 ‘대남 비난 담화’라는 악재까지 겹친 상황에서 첫 외교무대에 오르는 정 장관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16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17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한·중남미 디지털 협력 포럼’ 행사에서 개회사를 한다. 중남미 33개국 전역에 온라인 생중계되지만, 중남미 관련 최대 규모 행사답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브라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등 5개국에서 8명의 장·차관급 인사들이 직접 참석한다. 19일에는 한·코스타리카, 한·과테말라 외교장관 회담도 예정돼 있다. 이에 앞서 정 장관은 17일 오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외교부 청사에서 1시간가량 회담을 한다. 당초 과테말라 외교장관과 16일 회담을 할 예정이었지만 일정 조율 끝에 19일로 연기되면서 블링컨 장관이 첫 외교장관 회담 상대가 됐다. 한미 정상회의 개최, 대북정책 조율, 지역·글로벌 협력 문제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 12일 열린 미·일본·인도·호주의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미측의 설명이 있을 수 있다. 18일 오전에는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가 1시간 반 동안 열린다. 미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동시에 방한하는 것은 11년 만이다. 이 자리에선 다음달 윤곽을 드러낼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미 측과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강도 높은 담화를 내놓으면서 북한과의 대화 복원을 강조해 온 정부 입장이 난감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특별한 사건(김여정 담화)이 생겼다고 해서 실무적으로 의제를 조율하지 않는다”면서 “한반도 문제라는 큰 의제가 있어 장관들이 서로 논의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선 전례대로 공동성명도 채택된다. 이 당국자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이 최초로 발표하는 공동문서로서 한미동맹 발전방향과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글로벌 협력을 모두 포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바이든 “기후변화는 안보위협”…‘기후악당’ 한국에 압박 커지나

    바이든 “기후변화는 안보위협”…‘기후악당’ 한국에 압박 커지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취임식 직후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고 기후변화 문제를 안보위협 사안으로 격상시키는 등 ‘기후변화 외교무대’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국에도 외교적 압박이 커질 수 있다. USA투데이는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완화한 거의 100건의 환경규제를 바이든 당선인이 되돌릴 것으로 보인다”며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이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파리기후협약 5주년인 지난달 12일 “취임 100일 이내 주요국 정상들을 소집해 기후 정상회담을 하겠다”고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풍력 및 태양력 발전을 확대하는 등 2035년까지 100% 청정에너지 경제를 달성하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0) 도달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화석연료 업체 등의 오염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하고, 고속도로에 50만개의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짓겠다고 했다. 특히 기후변화 문제를 대외정책, 국가안보전략, 무역관계 등에 적극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파리기후협약 가입을 주도했던 존 케리 전 국무부 장관을 기후변화 특사로 지명했고, 특사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도 참석토록 해 기후변화가 곧 국가 안보상의 위협이라는 인식을 내보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6년 9월 기후변화를 점증하는 국가안보 위협으로 인정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12월 기후변화를 다시 안보 위협에서 제외했었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에서 생산된 탄소집약적 상품에 탄소조정세를 부과하거나, 전 세계 각국에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 금지를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탄소집약적 사업에 대한 재정지원 중단을 선언토록 제안할 계획이다. 이런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최근 ‘기후악당’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성적을 지표화한 2020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61개국 중 58위를 차지한 바 있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은 첫 임기 내에 무려 2조 달러(약 2208조원)를 기후변화 대응에 투자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폭스뉴스는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지만 주마다 (에너지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막판 트럼프 ‘하나의 중국’ 저격… 대만과 외교접촉 제한 해제

    막판 트럼프 ‘하나의 중국’ 저격… 대만과 외교접촉 제한 해제

    외교관·군·관료들의 대만 접촉을 수십년 동안 제한해 왔던 미국이 이 규제 조치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13~15일엔 켈리 크래프트 주유엔 미국대사가 대만을 방문,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 확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일련의 조치를 임기 막바지에 감행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몽니’라는 평가가 많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수십년 동안 베이징의 공산 정권을 달래기 위해 미국 국무부가 외교관, 군 장병, 다른 공무원과 대만 카운터파트들의 접촉을 규제하는 복잡한 내부 제한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무장관에게 위임된 권한에 따라 행정 기관들은 국무부가 이전에 내린 대만과의 관계에 대한 모든 ‘접촉 지침’을 무효로 간주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폼페이오의 선언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대만을 국제 외교무대에서 고립시키려던 중국의 노력을 저격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미국 정부는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인 1979년 중국과 수교하는 대신 대만과 단교했다. 이후 ‘대만 관계법’이나 ‘대만 국방 지원법’ 등의 국내법을 근거로 대만과의 무역·안보 교류를 이어 왔을 뿐 대만을 국가나 정부로 대우하는 일련의 외교활동을 자제해 왔다. 2017년 취임 직후부터 줄곧 ‘중국 때리기’에 매진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지 않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10~11월 대만에 5조원 규모의 무기 판매 승인을 하는 등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해 왔다. 미국과 대만의 외교적 관계가 복원된다면 다음 단계는 양국 간 재수교, 대만의 국제기구 복귀 등이 된다. 그만큼 차기 행정부에 큰 부담을 지울 민감한 외교적 사안 처리를 트럼프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단행한 셈이다. 이에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미중 관계를 담당했던 에반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중국을 분노하게 만들고, 미국과 대만의 관계를 해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트럼프 행정부가 내내 추진하지 않다가 퇴임을 2주 앞두고 단행했다”고 비난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반면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FT에 “대만과 관련한 최근의 결정 사항들은 오랜 시간 검토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민주당 주도 하원이 지난해 말 대만과의 동맹 강화 내용을 담은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미국이 대만에 대해 전략적 접근을 강화하는 국면에서 차기 민주당 행정부에 부담이 될 난제를 트럼프 행정부가 강행 처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트럼프, APEC 정상회의에 등장한 이유 ‘내가 대통령이야’

    트럼프, APEC 정상회의에 등장한 이유 ‘내가 대통령이야’

    20일 오전(미국 동부시간)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화상 정상회의에 참여한 각국 정상들은 대부분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총리실 청사를 담은 APEC 공식 화면을 배경으로 등장했다. 두 사람이 예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직인 모양 장식을 배경으로 나타났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APEC 깃발을 옆에 세워두고 집무실 배경을 썼다. 대선 패배 이후 백악관에 칩거하면서 공개 활동을 거의 하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정상이 공식 화면을 배경으로 써야 한다는 요청을 거부했다. AFP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배경 사용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왜 이렇게 했는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등장한 외교 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굳이 왜 이런 고집을 피웠을까? 그는 이번 회의 참석을 막판에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대선불복 행보를 이어가는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위상을 분명히 하기 위해 중량감 있는 외교무대 등장을 택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자신이 미국 대통령이란 엄연한 사실을 만방에 보여주려는 의도란 것이다. 불복 행보로 국정 및 외교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점도 있어 보인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강력한 경제성장을 통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번영 증진과 코로나19로부터의 전례 없는 경제적 회복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APEC 정상들은 향후 20년간 APEC 어젠다의 초점을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 맞추는 ‘APEC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의 성공적 개발을 포함해서 미국의 글로벌 보건 리더십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대선 승리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돌아간 이후 공개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사실상 백악관에서 두문불출해왔다. 즐기던 취재진 문답은 일절 없었고 국내 현안과 관련한 일정도 거의 잡지 않았다. 외국 정상과의 통화는 10월 말 프랑스 니스 테러 사건에 따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가 마지막이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APEC 회의 참석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2018년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참석했고 2019년에는 의장국 칠레 정부가 시위 사태로 행사를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약값 인하를 주제로 한 회견도 했다. 일주일 전인 13일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회견을 한 이후 대면 행사를 위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처음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냉전시대 이끈 美 외교 현인… 북핵 타격론 제기도

    냉전시대 이끈 美 외교 현인… 북핵 타격론 제기도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과 조지 HW 부시 행정부에서 유일하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두 번 지낸 브렌트 스코크로프트가 지난 6일(현지시간) 버지니아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95세. 스코크로프트는 1991년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미국 외교정책의 뼈대를 만들었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미국의 3대 외교 거물로 꼽힌다. ‘냉전시대 미국을 이끈 현인’으로도 불린다. 공군 장성 출신인 스코크로프트는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고 이후 40년 가까이 외교무대에 섰다. 1989년부터 4년간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스코크로프트와 함께했던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8일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그는 무엇보다 현실주의자였다. 자신의 명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견해를 확고하게 표현했지만 차이는 그저 차이일 뿐 적을 만들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실제 스코크로프트는 논란이 될 만한 입장을 피력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1989년 중국 톈안먼 광장 대학살 이후 대중 관계를 유지하자며 스스로 베이징 특사로 파견돼 덩샤오핑 당시 주석을 만났다. 1991년 걸프전 때는 연합군을 구축했지만 ‘사막의 폭풍’ 작전 이후 바그다드 진격에는 반대했다. 또 2003년 이라크 침공에도 “전략적 실수”라며 반발했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뒤 1차 북핵 위기가 조성됐을 때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막기 힘들다”며 북핵시설에 대한 제한적 타격론을 제기했다. 반면 그는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보다 소통통로가 돼야 한다고 믿었고, 후임들이 이를 ‘롤모델’로 삼으면서 소위 ‘스코크로프트 모델’이 만들어졌다. 정치분야 저술가인 제임스 만은 8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스코크로프트 모델에 따르면 국가안보보좌관은 국무부,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등의 다양하고 충돌하는 입장을 수렴해 공정하고 균형 있게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벨기에는 도시, 핀란드는 러시아 속국?”… 트럼프는 역대급 ‘뇌순남’?

    “벨기에는 도시, 핀란드는 러시아 속국?”… 트럼프는 역대급 ‘뇌순남’?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신간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에는 기본적인 국제 지리나 국가 관계 등 상식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지가 그대로 담겨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무대에서 ‘무식’을 드러낸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이 전한 볼턴의 신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핀란드가 러시아의 일부냐”고 물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트럼프는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영국이 핵보유국이냐”고 묻기도 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저지른 말실수들을 보면 북유럽의 멀쩡한 국가를 러시아의 속국이라고 착각한 것은 ‘애교’ 수준이라고 할만하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 시절 유세에서 벨기에를 국가가 아닌 도시로 착각하고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은 유세 비디오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고 “지리학에 대한 차기 대통령의 메시지”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는 2018년 백악관에서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 등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발틱’과 ‘발칸’을 수차례 혼동해서 쓰기도 했다. 불가리아와 알바니아, 옛 유고슬라비아 등 유럽 남동부 발칸 반도의 현대사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발칸과 발틱을 바꿔 부르며 당시 참석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이다. 당시 외신들은 영부인 멜라니아가 발칸반도에 속한 슬로베니아 출신이란 것을 생각하면 이같은 착각은 더욱 놀라운 일이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는 부탄 같은 국가가 인도의 일부라고 착각하기도 했다. 남아시아 정세와 관련한 참모들의 브리핑에서 트럼프는 네팔과 부탄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갖추지 못했음이 드러났고, 참모들은 이들 국가가 “인도와 다른 독립국가”라고 설명해야 했다. 트럼프는 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회담에서 네팔을 ‘니플’로, 부탄을 ‘부톤’으로 잘못 발음하기도 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독일 선거제도가 낳은 기적의 통독

    [이종수의 헌법 너머] 독일 선거제도가 낳은 기적의 통독

    선거법 개정안이 난항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석패율제’는 중진들의 재선 보장용이라는 여당의 반대로 끝내 빠졌다. 제1야당에서는 총선에서 현역 의원 절반의 공천 물갈이가 거론되고, 당내 일부 중진들의 불출마 선언이 뒤따른다. 다선(多選)의 중진 정치인들이 이렇듯 당내에서 홀대받고, 마치 온갖 비리와 기득권의 온상으로 인식돼 온 게 우리 정치에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든든한 정치적 자산이어야 할 중진 정치인들이 말 그대로 동네북 신세다. 중진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 내지 못한 탓이다. 아쉽지만 자업자득인 셈이다. 1989년 이른바 동독의 ‘가을혁명’에서부터 비롯된 독일 통일은 1990년 10월 3일에 법적으로 완결됐다. 불과 1년여의 짧은 시간에 동서독 간의 통일조약과 주변국들과의 2+4조약 등을 통해 통일을 둘러싼 많은 복잡한 쟁점들이 어렵사리 합의됐다. 애당초 영국과 러시아 등은 독일의 통일에 노골적으로 반대했다. 이렇듯 국내외의 많은 반대와 저항을 극복하고서 신속하게 통일을 매듭지은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독일의 정치와 외교가 이뤄 낸 쾌거였다. 당시 서독의 총리는 헬무트 콜이었다. 1982년부터 1998년까지 무려 16년 동안 연방총리직에 머문 콜 총리에게는 이후 ‘통일총리’라는 명예가 뒤따른다. 기민당 소속의 콜 총리는 1976년부터 2002년까지 26년 동안 연방의회의원이었는데, 고향의 지역구선거에서는 내내 떨어지다가 총리 시절 끝 무렵에 실시된 두 번의 총선에서만 겨우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그 전까지는 지역선거구에서 경쟁 정당인 사민당의 후보가 줄곧 당선됐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지난 2002년에 실시된 총선에서도 당선된 전체 603명의 의원 중 285명이 지역선거구에서 낙선하고서 정당명부로 당선됐다. 1982년에 그가 연방총리직을 맡고서 우리나라에도 한때 콜 총리 농담시리즈가 회자됐다. 주로 그의 아둔함을 비꼬는 내용들이었는데, 그는 오히려 노회(老獪)한 정치인이었다. 당내의 숱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오랫동안 연방총리직을 독차지했고, 독일 통일에 회의적이었던 러시아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을 우군으로 돌려세웠으며, 서독의 동독 흡수통일에 대다수 동독주민들의 지지를 얻어낸 것은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콜 총리와 함께 독일 통일의 과업을 매듭지은 서독의 외무장관은 한스디트리히 겐셔였다. 겐셔 장관은 독일의 전통적 제3당인 자민당 출신인데, 1965년부터 1998년까지 무려 33년 동안이나 연방의회 의원이었다. 그런데 그는 단 한 번도 지역구에서 당선된 적이 없이 내내 정당명부로만 의원직을 얻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민당은 1949년 이래로 치러진 역대 총선에서 지금껏 지역선거구 당선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겐셔 장관은 1969년부터 5년 동안 내무장관을 맡고서 1974년부터 1992년까지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무려 18년 동안 줄곧 외무장관직을 역임했었다. 주요 국가들의 여러 외무장관이 수시로 바뀌는 와중에 독일의 장수(長壽) 외무장관이 국제외교무대에서 갖는 무게감이야 넉넉히 짐작이 간다. 국제사회의 현안으로 동서독 간의 통일 논의가 급박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겐셔 외무장관이 그간 구축해 온 외교인맥과 경륜이 또한 크게 도움이 됐다. 이렇듯 독일의 급작스런 통일이 마치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면, 이 기적을 일궈 낸 인물이 바로 이들이었다. 물론 이들이 아니었더라도 독일 통일의 역사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가정(假定)에 불과하다. 또한 이 기적은 지역선거구에서 내내 낙선하고도 정당명부를 통해 이들을 오랫동안 의원직에 머물게 했던 독일의 선거제도 덕분이 아니겠는지.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에 충실한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는 다당제 구도 아래 정당 간의 협치를 강제하면서 정치적 안정을 가져왔다. 그리고 지역선거구와 정당명부의 동시 입후보를 허용해서 능력과 경륜을 갖춘 많은 중진 정치인들을 ‘국민의 대표’가 되게끔 한 선거제도가 통일의 대업을 가능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우리의 경우에 총선에 임박해서 정당들이 늘 새 인물을 찾곤 하지만, 부대 자루가 더럽고 낡았는데 새 술만 들이붓는다고 해서 과연 무슨 소용이 있겠는지가 또한 의문이다.
  • 아베에 먼저 손 내민 문대통령…깜짝회담 어떻게 성사됐나

    아베에 먼저 손 내민 문대통령…깜짝회담 어떻게 성사됐나

    문 대통령, 적극적으로 다가가 데려와양측 사전 조율 없이 11분 단독 환담‘대화 통해 풀자’ 양국 정상 공감대 확인 4일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예정에 없던 단독회담을 가져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즉석 만남’이었다.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판결, 일본의 수출 규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으로 냉랭한 한일관계를 고려했을 때 두 정상의 만남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아베 총리에게 만남을 청하면서 깜짝 회담이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린 태국 방콕 ‘노보텔 방콕 임팩트’ 회의장에서 아베 총리를 만났다. 문 대통령은 회의 시작 전에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정상 등과 환담을 했고, 아베 총리는 막 회의장에 도착한 상태였다.아베 총리는 아세안 정상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눈 뒤 문 대통령에게도 인사를 건넸고 문 대통령이 단독 환담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한일 정상은 오전 8시 35분부터 11분 가량 환담했다. 양국 사이에서 이날 환담에 대한 사전 조율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문 대통령이 여러 정상이 보는 앞에서 즉흥적으로 아베 총리를 데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의 만남은 ‘대화를 통해 한일관계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한일 양국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특히 이달 23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앞둔 가운데 칠레에서 16∼17일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취소되면서, 이번 회의가 양국 정상이 대면할 수 있는 마지막 외교무대라는 점 역시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환담에 나서는 데에 영향을 줬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지소미아 종료라는 ‘변곡점’에 다다르기 전 최대한 외교적 해법을 찾으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환담에서 필요하다면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했으며, 아베 총리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노력하자는 답을 했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지난달 24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왕 즉위식 계기 방일 당시 아베 총리와 회담하며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것 역시 이날 환담 성사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친서에서 ‘정상 간 대화는 늘 열려 있다는 입장과 어려운 현안이 극복돼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 역시 지난달 모친상을 당한 문 대통령에게 위로전을 보내기도 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北 최고지도자 방남 땐 ‘세기의 이벤트’… 다자외교 데뷔는 ‘덤’

    北 최고지도자 방남 땐 ‘세기의 이벤트’… 다자외교 데뷔는 ‘덤’

    부산행 성사되면 남북 교착 해소 신호ARF 갔던 北, 아세안에 거부감 덜할 듯다자회담 참석은 국제사회 일원 메시지북미 협상 따라 3차 정상회담 열릴 수도“아직까진 우리 정부 희망 수준” 반론도 국가정보원이 24일 서훈 국정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정보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오는 11월 부산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을 밝혀 주목된다. 북미 협상 진전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방문 가능성이 상당히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만약 김 위원장이 부산에 온다면 사상 최초로 남한 땅을 밟는 북한 최고지도자라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위원장으로서는 집권 이후 처음으로 다자 외교무대에 데뷔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0일 태국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 김 위원장이 함께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이 정상회의 참석을 결정만 한다면, 김 위원장에 대한 공식 초청 등 준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김 위원장의 부산 방문에 대해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다고 들은 바는 없다”면서도 “정부는 통상적으로 정상회의를 준비하면서도 (김 위원장 방문 등)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다자 정상회의 참석은 양자 정상회담보다 부담이 작을 수 있다. 남한을 방문해 4차 정상회담을 가질 경우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아야 하지만, 다자 정상회의는 참석 자체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또 국제사회에서 각축하는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도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수령 체제에서 최고지도자가 다자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전례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다자 회의에 참석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동참한다는 강한 의지”라며 “특히 북한은 매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대표를 보내는 등 아세안은 비교적 익숙하기에 다른 다자회의에 비해 거부감이 덜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부산을 방문할 경우 지난해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자신의 답방을 몸소 이행하는 것이기에 그 자체로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됐던 남북 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한·아세안 정상회의 이전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면 부산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 김 위원장은 평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개최를 희망하고 있어 3차 회담 장소는 제3국으로 타협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3차 북미 정상회담 부산 개최는 물론 김 위원장의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및 부산 방문은 북미 협상의 진전에 달려 있고, 여러 변수도 존재하기에 속단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아직까지 김 위원장의 부산 방문은 정부의 바람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미 협상이 진전되면 가능성이 있겠지만 아세안 국가들이 남북 또는 북미 회담에 들러리를 서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에 반기지 않을 수 있다. 다양한 장애물이 존재하고 있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데스크 시각] 日 수출 규제 맞선 지방정부, 외교무대 주연으로/김승훈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日 수출 규제 맞선 지방정부, 외교무대 주연으로/김승훈 사회2부 차장

    # 지난 7월 30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선 일본 비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국 52곳 지방자치단체로 구성된 ‘일본 수출 규제 공동대응 지방정부연합’이 일본 수출 규제 규탄 대회를 연 것.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김수영 양천구청장, 정원오 성동구청장, 김미경 은평구청장 등 지방정부연합 대표들은 일본 경제보복 조치 철회를 촉구하고, 시민들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지지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가 이뤄질 때까지 일본 제품 불매, 일본 여행 안 가기 등 생활실천운동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했다. 시민들은 일본의 막가파식 행태에 맞서는 지자체들을 응원했다. # 강남구는 구청 본관 1층에 ‘일본 수출 규제 피해 기업 신고 창구’를 설치했다.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 이후 지역 중소기업 피해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다. 구는 중소기업 육성기금 10억원을 긴급 증액, 90억원 규모의 저금리 융자 지원책도 마련했다. 피해 기업은 연 2.4~2.9%의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지방정부가 국가 간 외교무대에 주축으로 등장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한일 갈등 국면에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면서다.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지탄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일본 수출 규제 피해 기업 지원책이 마련되면서 지방정부 역할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간 중앙정부가 도맡아 온 외교무대에 지방정부가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등판, 역할과 기능을 한 것은 처음이다. 1995년 지방자치 도입 이후 24년 만에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갈 길은 아직 멀다. 2016년 2월 제정, 그해 8월 시행된 ‘공공외교법’에선 지방정부를 외교 주체로서 그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 제9조 1항에 국가는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외교 활동을 위해 협력을 요청하는 경우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적·제도적 기반은 마련돼 있지만 진척된 게 전무하다. 국가 간 분쟁 때 지방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국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연구한 것도 없고, 지방정부 역할을 담은 매뉴얼조차 없다. 이번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터져 나온 전국 자치단체 목소리는 국가 간 분쟁 때 지방정부 역할 정립에 많은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생활밀착형 행정으로 대변된다. 주민 생활과 밀접해 주민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제때 마련할 수 있다. 한일 갈등 국면에서도 주민 목소리를 간파해 일본 제품 불매, 일본 여행 안 가기 등 주민들의 자발적 소비자주권운동을 지지, 동참했다. 지역 기업의 어려움 호소에 저금리 융자, 세제 감면 등 여러 대책을 내놨다. 외교 분쟁 때 지방정부의 기본 역할은 지방정부 존재 이유인 ‘주민 목소리와 요구를 뒷받침하는 것’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상대국 국민을 향한 폭행이나 브랜드 가게 훼손 등 잘못된 방향으로 감정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위기관리 능력도 요구된다. 해외 도시와 자매·우호도시 협약을 맺고 긴밀히 소통해 온 경험을 살려 특사·밀사로도 활약할 수 있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종속돼 앵무새 흉내를 내던 시대는 끝났다. 국익과 배치되지 않는다면 지방정부도 독자적 역할을 해야 한다. 국가는 지방정부의 외교적 역할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 국제 규범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국익을 기할 수 있는 ‘대응 조치 사례집’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정부는 국내 지자체 간, 해외 자매·우호도시 간 지방정부 역할을 공동 연구하고 매뉴얼을 공유해야 한다. hunnam@seoul.co.kr
  • “아베 총리, 한국 전향적 해결책 없으면 정상회담 안할 것”

    “아베 총리, 한국 전향적 해결책 없으면 정상회담 안할 것”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한국 정부가 전향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한 국제 외교무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29일 극우 성향의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건설적인’ 대응책을 제시하지 않는 한 한일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연내에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날 수 있는 주요 국제회의로는 9월 하순의 유엔 총회, 10월 31일~11월 4일 태국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담, 11월 16~17일 칠레에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있다. 산케이는 “한일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사태를 일방적으로 만든 한국 측의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라면서 9월 유엔총회 등에 문 대통령이 참석하더라도 현 상태로는 한일 정상 간에 직접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하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볼(공)은 한국 측에 있다”면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압박하며 기다린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중재위원회 구성 요구에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자 지난 4일부터 불화수소 등 한국 기업의 일본산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일본 정부는 또 이르면 다음달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수출 규제상 우대조치를 적용하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해 군사 전용이 가능한 모든 물품의 한국 수출을 통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에 맞서 한국 정부는 이런 조치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즉 정치적 보복이라고 비판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추진하는 등 양국 관계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최악의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에 근거해 이번 사태의 배경이 된 징용 배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징용 배상 관련 대법원 판결은 민사 사안으로 당사자 간 해결이 중요하다며 응하지 않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데스크 시각] 2019년 6월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김미경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2019년 6월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김미경 국제부장

    미국 오하이오주 출신 마음씨 좋은 90살 할아버지 헤즈키아 퍼킨스는 6·25전쟁 참전용사였다. 미국의 수많은 참전용사들처럼 그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자원 입대해 참전했다. 퍼킨스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달 말 CNN 등 미 언론을 통해서였다. 그가 결국 노환으로 숨을 거둔 뒤 마련된 장례식에 멀리 사는 유가족이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게 되자 장례식장 측이 장례식을 불과 하루 앞두고 SNS에 “젊은 시절 한국을 위해 싸운 미군의 상주 역할을 해 달라”는 특별한 안내문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지역 일부 주민들의 관심 정도를 기대했던 장례식장 측은 깜짝 놀랐다. 고인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시민 수천명과 제복을 차려입은 전현직 군인들이 몰려들어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함께 추모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들 중에는 참전용사인 그에게 조의를 표하기 위해 수백 마일을 운전해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장례식장 측은 “참석자들에게 감사하고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사의를 표했다. 호국보훈의달인 6월을 보내며 퍼킨스의 장례식 사연이 떠오른 것은 나라를 위해 싸운 참전용사들에 대한 미국 사회의 예우에 부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우며 좌충우돌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참전용사 앞에서는 작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데이비드 벨라비아 예비역 육군 하사에게 생존한 이라크전 참전용사로는 처음으로 최고 무공훈장을 수여했다. 2016년 워싱턴 특파원 시절 만났던 미 보훈부 관계자는 “미국이 초강대국 자리를 지키며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저력은 참전용사 등 애국자들에 대한 예우로부터 시작된다”며 “애국자들을 영원히 기리고 후손을 챙김으로써 애국심은 더 고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해마다 찾아오는 6월 6일 현충일과 6·25전쟁 기념식은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자리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좌우 이념 대립과 여야 정쟁의 장으로 얼룩지면서 그들에 대한 예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나라를 위해 몸바친 영웅들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지면서 과연 ‘애국’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애국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출신 학교 이름이 써진 깃발을 들고 매주 광화문에 모이는 60~70대 ‘태극기부대’들도, 그동안의 젊은이들과는 무엇인가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90년대생들도 말이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낀 세대’로 양쪽을 다 짊어지고 가는 듯한 30~50대들도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라를 위해 피 흘려 싸운 애국지사도, 참전용사도 잊혀지고 그들과 유족들에 대한 예우도 기념식에서나 빤짝 이뤄지는 나라를 위해 몸을 바쳐 일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올해로 100주년이 된 3·1운동과 6·25전쟁 등 희생의 역사를 분명히 기억하고, 제대로 기록하고, 그에 맞는 평가를 하는 것이 절실하다. 그래야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애국이 후손에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것인지 알게 될 테니 말이다. 마침 6월의 끝자락에 한반도 운명에 영향을 미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한중, 한미 정상회담 등 각종 정상회담이 이어진다. ‘총성 없는 전쟁터’인 외교무대에서 문재인 정부는 북한 비핵화와 남북 화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정쟁과 갈등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나라의 앞날을 위해 애국하는 마음으로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이 또한 역사로 기록돼 후손에게 물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만드는 것도, 기억하고 평가하는 것도, 후대에 물려주는 것도 결국 우리의 몫이다. chaplin7@seoul.co.kr
  • ‘지각대장’ 푸틴, 웬일로 30분 일찍 와 김정은 맞이

    ‘지각대장’ 푸틴, 웬일로 30분 일찍 와 김정은 맞이

    국제 외교무대에서 ‘지각 대장’으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30분이나 일찍 도착해 김 위원장을 맞이해 눈길을 끌었다. 푸틴 대통령은 25일 오후 1시 35분(현지시간)쯤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 S동 건물에 도착했다. 30분이 지난 2시 5분쯤 김 위원장이 회담장에 도착했고, 두 정상은 첫 대면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김 위원장은 “맞아주셔서 영광입니다”라고 화답했다. 평소 외교무대에서 상습적으로 지각해 외국 정상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푸틴 대통령이 먼저 도차해 김 위원장을 반갑게 맞이한 것은 ‘또 지각할 것’이라는 예상을 빗나가게 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러·일 정상회담 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2시간 30분이나 기다리게 했다. 또 그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때도 34분을 지각하며 기다리게 하는 ‘수모’를 안겼다. 러시아 크렘린궁이 구체적인 시간을 고지하는 대신 이날 회담이 오후 1∼2시쯤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날 활짝 웃으며 인사를 나눈 북러 정상은 회담장에 입장해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를 배경으로 도열해 있던 러시아, 북한 수행원들 순서로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양국 수행원을 소개할 때까지만 해도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이내 회담장에 착석한 뒤에는 다소 굳은 표정이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날 핵심 의제가 한반도 비핵화 문제임을 시사하듯 “전 세계 초점이 조선반도 문제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문제를 같이 평가하고 서로의 견해를 공유하고 또 앞으로 공동으로 조정 연구해 나가는 데 대해서 아주 의미 있는 대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국무위원장 재추대를 축하하면서 “(북한이) 현재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큰 노력을 하고 있다. 그 노력을 지지한다”며 양국 간 관계 발전을 모색하자고 화답했다. 한편 이날 전 세계로 생중계된 화면에는 푸틴 대통령과 인사를 마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북측 수행원들을 아무도 안내해주지 않아 한동안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특파원 칼럼] 일본의 ‘피해자 프레임’ 구축에 대응하려면/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일본의 ‘피해자 프레임’ 구축에 대응하려면/김태균 도쿄 특파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일 간 마찰을 훨씬 더 집요하게 자국민과 국제사회에 이슈화하고 있는 쪽은 일본이다. 정부와 정치권, 미디어가 입을 모아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한일 관계’로 현 상황을 규정하며, 국민들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있다. 미국 등 국제 외교무대에서 자국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이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한국에 당했다고 포장하는 ‘피해자 프레임’의 구축이다.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의 상황이 됐고, 그 과정에서 실질적인 위협을 한국 측으로부터 받고 있는데, 이는 순전히 문재인 정부 때문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오래전에 끝난 조선인 강제 동원 배상 문제를 한국이 다시 들고나와 일본 기업에 위해를 가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한국 군함이 공격용 화기관제 레이더로 자위대 초계기를 겨냥했다고 도발적인 선전전을 펴는 것은 일본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이 더이상 과거 식민지배 피해자가 아니라 부당하게 일본을 공격하고 있는 존재라는 조작된 이미지를 부각시켜 보려는 것이다. 또 향후 대항 조치라는 명목으로 한국에 보복적 행동을 취하는 데 나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명분 축적 차원이기도 하다. 일본 사회 저류의 분위기는 과거와 크게 달라져 있다. 식민 지배 종식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가운데 역사수정주의가 득세하고 아베 신조 보수정권의 집권이 지속되면서 가해의 역사에 겸허한 인식을 갖는 사람이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의 반성과 사죄 요구에 대한 염증을 뜻하는 이른바 ‘사죄 피로’의 공감대도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 이런 가운데 다방면에서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축소되고, 한국 경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줄면서 오랜 세월 “깜냥도 안 되면서 ‘극일’을 외치는 옛 식민지” 수준에 머물렀던 한국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현재 상황들은 비단 이번 갈등뿐 아니라 향후 전반적인 한일 간 상황 전개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라질 것임을 일러 주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대응체계 구축을 한국도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정권의 지지 기반을 탄탄히 하기 위해 한국에 필요 이상의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따위의 단순하고 정형적인 분석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동 통계 조작 등 이런저런 어려움에 빠져 있는 아베 정권에 이번 갈등 국면이 크게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런 편의적 분석에 매몰되는 것은 변화한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징용배상 소송과 관련해 일본은 여러 차례에 걸쳐 자국 기업이 피해를 보게 되면 한국에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승소 판결에 따른 한국 측의 법적 조치가 최종 단계에 이르면 일본의 보복 조치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본의 배상을 실현하기 위한 한국의 행동이 이대로 끝날 것이 아니라면 그들 역시 말로만 끝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줄곧 한국이 국제 규약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해 온 일본 정부는 그들의 공언대로 ‘법과 규정을 어기지 않는 한도’에서 한국에 취할 수 있는 조치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이미 일본 정부 안팎에는 ‘너무나 교묘해 지금 당장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막상 발표되고 나면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대항 조치를 확보했다’는 말이 퍼져 있다. 일본이 한국을 가해 당사자로 몰아가며 과거와 다른 대응을 강구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대응 자세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흥분과 분노보다는 냉정한 눈으로 일본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탄탄한 방벽을 쌓아 올려야 할 시점이다. windsea@seoul.co.kr
  • 反외세 항전의 성지 ‘하노이’… 北 의지 내보이자 美 전략적 양보

    反외세 항전의 성지 ‘하노이’… 北 의지 내보이자 美 전략적 양보

    하노이, 佛에 대항한 독립전쟁 중심지 김정은, 외교 지위·정상국가 면모 부각美는 中 겨냥 베트남과 밀접 과시 소득베트남 수도 하노이가 오는 27∼28일 열릴 북·미 2차 정상회담 개최지로 결정된 것은 북한의 강한 의지와 미국의 양보 및 전략적 고려가 작용했다. ‘천년 고도’인 하노이는 프랑스에 대항한 독립전쟁 중심지였고, 북베트남 수도였다가 1976년 통일 베트남의 수도가 된 ‘반(反)외세 항전의 성지’다. 북한은 그동안 하노이를 개최지로 주장했고, 미국은 중부 해안도시 다낭을 지목하면서 물밑 줄다리기를 벌여 왔다. 개최 장소의 정치적 상징성뿐 아니라 경호·의전 등을 고려하며 수싸움을 전개해 온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하노이에 자국 대사관이 있어 경호·회담 준비가 용이하고, 베트남 국가주석 및 총리와 연쇄 회담 개최 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 외교무대에서 최대 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방문설도 이런 맥락에서 흘러나왔다. 김 위원장에게는 조부 김일성 주석이 1958·1964년 당시 호찌민 등 베트남 지도부와 회담을 가졌던 곳을 54년 만에 방문한다는 점에서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1호’의 가능한 항속거리 및 베트남까지 열차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반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했던 다낭을 원했다. 현지에서의 경호 및 의전 경험도 쌓여 있다. CNN은 지난 8일 “다낭과의 경합 속에서 하노이를 선택한 것은 미국의 ‘작은 양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하노이는 김정은에게 베트남 지도자들과의 별도 양자 회담을 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그의 국제적 지위를 강화해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 부각도 극대화할 수 있다. 미국에도 미·중 간 무역전쟁, 남중국해 갈등 등 전략적 경쟁 구도 속에서 ‘체제 전환국’이자 미측에 가까운 베트남과의 밀접한 관계를 과시한다는 점에서 밑질 것이 없는 선택이다. 하노이는 2006년 APEC 정상회의를 열었고, 회담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가장 유력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 후보는 JW메리어트 호텔이다. 도심에 있으면서도 입구를 봉쇄하면 섬처럼 외부와 단절된다. 2016·2017년 두 차례 하노이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지난해 베트남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도 이 호텔을 이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하노이를 찾았을 때 묵었던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도 물망에 올라 있다. 김 위원장의 숙소로는 멜리아 호텔이 거론된다. 북측 인사들이 이용하는 5성급 호텔로 북한대사관과 가깝다. 지난해 말 베트남을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이곳에 묵었다. 2006년 APEC 정상회의 당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용한 쉐라톤 호텔과 인터컨티넨탈 호텔도 물망에 오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날 회담장은 APEC 정상회의를 치렀던 국립컨벤션센터(NCC)가 꼽힌다. 시설도 좋고 트럼프 대통령의 유력 숙소 후보지인 JW메리어트 호텔과 붙어 있어 외부 접근을 차단한 채 도보 이동도 가능하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反외세 항전의 성지 ‘하노이’… 北 의지 내보이자 美 전략적 양보

    反외세 항전의 성지 ‘하노이’… 北 의지 내보이자 美 전략적 양보

    베트남 수도 하노이가 오는 27∼28일 열릴 북·미 2차 정상회담 개최지로 결정된 것은 북한의 강한 의지와 미국의 양보 및 전략적 고려가 작용했다. ‘천년 고도’인 하노이는 프랑스에 대항한 독립전쟁 중심지였고, 북베트남 수도였다가 1976년 통일 베트남의 수도가 된 ‘반(反)외세 항전의 성지’다. 북한은 그동안 하노이를 개최지로 주장했고, 미국은 중부 해안도시 다낭을 지목하면서 물밑 줄다리기를 벌여 왔다. 개최 장소의 정치적 상징성뿐 아니라 경호·의전 등을 고려하며 수싸움을 전개해 온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하노이에 자국 대사관이 있어 경호·회담 준비가 용이하고, 베트남 국가주석 및 총리와 연쇄 회담 개최 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 외교무대에서 최대 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방문설도 이런 맥락에서 흘러나왔다. 김 위원장에게는 조부 김일성 주석이 1958·1964년 당시 호찌민 등 베트남 지도부와 회담을 가졌던 곳을 54년 만에 방문한다는 점에서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1호’의 가능한 항속거리 및 베트남까지 열차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반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했던 다낭을 원했다. 현지에서의 경호 및 의전 경험도 쌓여 있다. CNN은 지난 8일 “다낭과의 경합 속에서 하노이를 선택한 것은 미국의 ‘작은 양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하노이는 김정은에게 베트남 지도자들과의 별도 양자 회담을 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그의 국제적 지위를 강화해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 부각도 극대화할 수 있다. 미국에도 미·중 간 무역전쟁, 남중국해 갈등 등 전략적 경쟁 구도 속에서 ‘체제 전환국’이자 미측에 가까운 베트남과의 밀접한 관계를 과시한다는 점에서 밑질 것이 없는 선택이다. 하노이는 2006년 APEC 정상회의를 열었고, 회담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가장 유력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 후보는 JW메리어트 호텔이다. 도심에 있으면서도 입구를 봉쇄하면 섬처럼 외부와 단절된다. 2016·2017년 두 차례 하노이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지난해 베트남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도 이 호텔을 이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하노이를 찾았을 때 묵었던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도 물망에 올라 있다. 김 위원장의 숙소로는 멜리아 호텔이 거론된다. 북측 인사들이 이용하는 5성급 호텔로 북한대사관과 가깝다. 지난해 말 베트남을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이곳에 묵었다. 2006년 APEC 정상회의 당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용한 쉐라톤 호텔과 인터컨티넨탈 호텔도 물망에 오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날 회담장은 APEC 정상회의를 치렀던 국립컨벤션센터(NCC)가 꼽힌다. 시설도 좋고 트럼프 대통령의 유력 숙소 후보지인 JW메리어트 호텔과 붙어 있어 외부 접근을 차단한 채 도보 이동도 가능하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강경화 외교·비건 특별대표 ‘악수’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2박 3일간 방북 실무협상을 마치고 돌아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나 협상 결과를 설명받기에 앞서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무역전쟁·셧다운 끝내라”… 트럼프·시진핑 빠진 다보스의 성토

    “무역전쟁·셧다운 끝내라”… 트럼프·시진핑 빠진 다보스의 성토

    셧다운 여파 므누신 등 美대표단도 취소 참석자들, 트럼프 통상정책 우려 목소리 IMF “세계경제 암운… 미·중 갈등 풀어야” 브라질 대통령 기조연설… 외교무대 데뷔세계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22일(현지시간)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3박 4일 일정으로 개막됐다. 49회째를 맞은 포럼은 ‘지구화 4.0: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아키텍처 형성’이라는 주제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64개국 정상,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 등 40여개 국제기구 수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영국 윌리엄 왕세손 부부 등 3000여명의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주요 정상들이 불참하는 바람에 ‘반쪽 잔치’로 전락해 빛이 바랬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여파로 자신은 물론 대신 참석 예정이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등 대표단마저 참석을 취소했다. 2017년 개막연설을 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최측근 왕치산(王岐山) 부주석을 대신 보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로 코너에 몰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유가 인상에 항의하는 ‘노란 조끼’ 시위대의 퇴진운동 수습에 바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불참했다. 화웨이 사태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빠졌다. 결국 주요 7개국(G7) 정상 중 메르켈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만 참석했다. 포럼 기조연설은 ‘브라질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맡았다. 지난 1일 취임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국제 외교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노골적인 친미, 반중 정서로 논란이 되고 있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재정균형, 시장개방 등 새 정부의 친시장 정책을 소개하는 한편 정치·이념적 성향 차이를 떠나 경협을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경제적 자유와 양자 협상, 재정 건전성 등 3대 원칙을 바탕으로 세계 모든 국가와 무역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전날 미 정부의 공격적 통상정책과 셧다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해 미·중이 통상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경제 성장 전망이 어두워지고 중국·독일의 경제성장 둔화가 뚜렷한 데다 트럼프 정부 통상정책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AT커니 그레그 포텔 글로벌 리드 파트너는 “관세가 2~3배 오르거나 중국이 아닌 또 다른 나라들도 고율 관세를 맞을 위협을 느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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