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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on] ‘52시간 족쇄’와 엔비디아 ‘황금 수갑’

    [서울on] ‘52시간 족쇄’와 엔비디아 ‘황금 수갑’

    지난 4일 반도체 분야의 주 52시간 근무제에 관한 기사가 쏟아졌다. 하나같이 엔비디아는 밤샘 연구로 저만치 달려가는데 우리는 주 52시간 ‘족쇄’에 묶여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의 ‘화이트칼라 면제’(White Collar Exemption), 일본의 ‘고도 프로페셔널’, 심지어는 중국의 ‘996(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한다) 문화’까지 예로 들며, 우리도 반도체 연구개발(R&D)에 ‘올인’하려면 근로시간 규제에서 예외가 필요하다는 재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여당인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을 골자로 한 반도체특별법을 당론 발의했고, 그 안에 반도체 개발 인력에 주 52시간제를 예외 적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주 52시간제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기업들은 납기가 임박하면 개발자들은 밤을 새워서라도 이를 맞추려고 하지만 근무시간이 초과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셧다운’돼 일을 하고 싶어도 더 못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지금의 반도체 산업 부진이 결코 52시간제 때문이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현행법에서도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의 인가를 거쳐 주 64시간까지 초과 근무가 가능하며, 삼성전자도 반도체 분야에서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중요한 건 반도체 개발자들을 주 52시간제에서 제외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반도체 인재를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미국의 화이트칼라 면제 제도는 엄밀히 말해 근무시간에 관한 규제 면제라기보다는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면제다. 미국은 근로기준법상 주 40시간을 초과해 일하면 임금의 1.5배의 시간 외 수당을 제공해야 하는데 임원이나 전문직, 고소득자(연봉 10만 7432달러, 약 1억 5000만원)에 대해선 이러한 초과 수당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미국 경제 잡지인 포천에서 묘사한 ‘황금 수갑’을 찬 채 매일 새벽 1~2시까지 일하는 엔비디아 직원들의 모습은 과연 좋은 예시일까. 이들은 과도한 압박으로 하루 수차례 열리는 회의에서도 자주 고성을 지르며 싸운다. 그럼에도 회사를 떠나지 않는 건 AI 칩 분야를 선도하는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와 4년에 걸쳐 지급되는 주식을 놓치지 않으려는 지극히 실리적인 이유에서다. 미국 컨설팅회사 매킨지 보고서를 보면 다른 한쪽에서는 반도체 분야 인재들이 속속 이탈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설문조사에서 미국의 전자 및 반도체 직원의 53%는 6개월 이내 직장을 떠날 것 같다고 답했는데, 2021년 40%에서 훨씬 늘어났다. 반도체 분야 종사자들은 자동차나 빅테크 분야와 비교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고위 경영진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은 노동 시간에 비례해 성과가 나오는 분야가 아니다. 그런데도 개발자들에게 시간 외 ‘열정 근무’를 요구하는 과거 방식으로 과연 언제까지 반도체 인재들을 붙잡아 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융아 산업부 기자
  • 헤즈볼라 대변인, 이스라엘 폭격에 사망

    헤즈볼라 대변인, 이스라엘 폭격에 사망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무함마드 아피프 수석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숨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헤즈볼라 관계자는 이날 AP통신에 “레바논 베이루트 공습으로 아피프 대변인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주요 거점인 베이루트 남부 교외가 아닌 시내 중심부 라스알나바아 지역을 공습했으며 이례적으로 사전에 대피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습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2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를 공습해 아피프 대변인이 하던 기자회견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는 9월 말 폭사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측근으로 과거 헤즈볼라 자체 방송인 알 마나르TV를 관리했다.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영토를 점령하지 못했으며 헤즈볼라는 장기전을 치를 충분한 무기와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美 보편 관세 땐 韓 금융 위축… 불확실성 없애는 속도전 중요”[트럼프 시대 한국경제 답을 묻다]

    “美 보편 관세 땐 韓 금융 위축… 불확실성 없애는 속도전 중요”[트럼프 시대 한국경제 답을 묻다]

    ‘달러 강세’ 언제까지 이어질까트럼프 1기 때 취임 후 하향 안정화자국 보호주의·패러다임 전환 가속美 관세 장벽, 한국 수출 영향은2년 전 IRA 시행 땐 韓 수출 성장관세 탄력성 낮은 광물류 등은 기회정부·기업 어떻게 풀어야 하나 美와 소통 채널 총동원 ‘신속 대응’한국 ‘美 성장에 기여’ 주지시켜야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후 주요 국가에서 ‘트럼프 랠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역주행을 이어 가고 있다. 13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고 증시는 맥을 못 췄다. 정철(59) 한국경제연구원(KERI) 원장 겸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총괄대표(CRO)는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편 관세를 시행하면 물가가 올라 자국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그 여파로 한국 금융시장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를 높이면 미국 소비자 부담을 키워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미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높여 대응하면 달러화가 절상(가치 상승)될 수밖에 없어서 국내 금융시장도 악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정 원장은 트럼프 2기가 한국경제에 미칠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경제팀과 ‘속도전’으로 소통을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강달러 현상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트럼프 1기 때도 취임 직전까지 환율이 급등했다. 하지만 취임 후에는 하향 안정화했다. 강달러가 과도해지면 미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어 트럼프 측도 부담이다. 다만 앞으로 환율이 안정세로 접어들더라도 미국 경제가 견조하게 성장하고 금리가 오른다면 당분간 환율은 1300원 중반대 아래로 내려가진 않을 듯하다.” -강달러가 이어지면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텐데. “강달러가 이어지면 전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 10월 수입물가가 전월보다 2.2% 올랐다. 최근 높은 원달러 환율도 수입물가 상승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한국의 최대 수입품인 원유도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아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주식시장이 이틀째 급락했는데. “보편 관세를 시행하면 미국에는 수입품 가격이 10% 이상 올라가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는 미국의 금융시장과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준다. 또 미국이 금리를 높게 유지하면 우리도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해 주식시장을 포함한 국내 금융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재등장이 미칠 파장은 어디까지일까. “세계 경제와 국제통상 질서에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퇴색하고 자국 중심의 보호주의가 확산하면서 기술 패권 경쟁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때 시작된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보편적 관세’ 부과 가능성은. “보편적 관세를 매기겠다고 누누이 이야기해 온 데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트럼프의 ‘정책 드라이브’가 힘을 받게 됐다.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지만 트럼프 1기 때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관세 부과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에도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하면 한국에도 보편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더군다나 미국에 한국은 상품무역수지 적자가 꽤 큰 국가라서 FTA 체결국이라고 예외를 둘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관세 장벽은 한국 수출에 어떤 영향을 줄까. “관세 탄력성이 높은 자동차나 반도체 같은 주력 수출 상품들이 관세에 민감하게 반응해 단기적으로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이건 관세만 고려한 상황이다. 가령 글로벌 공급망 측면에서 미국이 한국 반도체를 덜 사게 될 경우 대체 국가가 마땅치 않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발효되면서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해 우려가 컸지만 수출은 성장했다. 그만큼 한국 자동차가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니까 탄력성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관세 탄력성이 낮은 품목도 있나. “광물류나 플라스틱, 선박은 관세 탄력성이 낮은 데다 미국의 수입 수요가 꾸준해서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품목이다. 물론 관세와 수요를 중심으로 본 학술적 분석일 뿐이다.” -기회 요인은 없을까. “클리셰(진부한 표현)처럼 들릴지 몰라도 위기와 기회는 항상 같이 온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은 기업에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인 것은 확실하다. 2년 전 여름에 한국은 IRA 시행에 따른 수출 타격을 걱정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IRA 폐기를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와 기업이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이끌어 가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미국이 대중국 견제 정책을 강화하는 기조 속에서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까. “중요한 건 속도전이다.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다양한 소통 채널을 마련했을 텐데 가용 채널을 모두 활용해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한국이 대미 투자 1위 국가이고,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가 큰 이유는 한국이 미국에 투자를 많이 하고 중간재를 많이 수출한 영향이라는 점을 취임 이전부터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 경제가 성장했고 고용에 기여했다는 점도 주지시켜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너무 미국과 중국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정철 원장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몸담으면서 한국무역협회 수석이코노미스트,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민간위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자문관, 한국국제통상학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 햄버거·피자로 한 끼 때우는 비만 아동…지방간 위험 1.75배

    햄버거·피자로 한 끼 때우는 비만 아동…지방간 위험 1.75배

    세끼 중 한 끼를 햄버거나 피자 등 ‘초가공식품’으로 해결하는 비만 아동은 이런 음식을 적게 먹는 비만 아동과 비교해 지방간 발생 위험이 1.75배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초가공식품이 비만 아동·청소년의 대사 이상 위험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초가공식품은 식품 보존과 맛 내기를 위해 식품에서 추출하거나 합성한 물질을 넣어 만든 것이다. 탄산음료, 대량 생산된 빵, 케이크, 쿠키, 달고 짠 스낵, 소스, 사탕 및 초콜릿, 레토르트,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육류 가공식품(햄), 가당 시리얼 등이 모두 포함된다. 다이어트를 위해 많이 찾는 제로슈거음료도 예외가 아니다. 연구팀은 체질량지수(BMI)가 85 이상인 8~17세 비만 아동·청소년 149명을 대상으로 초가공식품 섭취와 대사 이상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들은 하루 섭취 식품량의 20.4%, 하루 섭취 에너지의 25.6%를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하고 있었다. 섭취 수준이 가장 높은 그룹은 하루 섭취 식품량의 38.0%, 하루 섭취 에너지의 44.8%를 초가공식품에서 얻고 있었다. 세끼 중 한 끼 이상을 초가공식품으로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상위 30%는 섭취 수준이 가장 낮은 하위 30%에 비해 지방간 위험이 1.75배, 혈당 조절이 원활하지 못해 혈액에 인슐린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인슐린 저항성’ 위험이 2.44배 높았다. 인슐린 저항성은 제2형 당뇨병을 초래할 수 있다. 간 지방이 10% 이상인 중등도 이상의 지방간 위험은 4.1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섭취하는 식품 중 초가공식품 비율이 10% 증가하면 중등도 이상의 지방간 질환 유병 위험이 1.37배 늘고, 인슐린 저항성 유병 위험은 1.3배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전에 자기공명영상(MRI)으로 149명의 간을 촬영한 결과 어린 나이인데도 83%가 지방간이 있었고, 62.8%는 인슐린 저항성이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양 및 건강분야 국제학술지(Nutrients) 온라인에 게재됐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 원장은 “비만 아동·청소년의 대사질환 유병위험을 줄이려면 초가공식품의 섭취에 유의할 필요가 있으며, 아동·청소년의 초가공식품 섭취 감소를 위한 가정, 보육·교육시설 등의 문제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6개월 임신부도 총살했다던데…北 ‘공개처형’ 인정

    6개월 임신부도 총살했다던데…北 ‘공개처형’ 인정

    북한이 극단적인 인권침해로 꼽히는 ‘공개처형’ 관행을 사실상 인정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북한에 대한 유엔의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 절차에 북한 대표단 일원으로 나온 박광호 중앙재판소 국장은 “예외적으로 공개처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원칙적으로 사형은 정해진 장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밝히며 “예외적으로 공개처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누범자 중에서도 타인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했거나 ▲살인을 저지르고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거나 ▲피해자 가족이 강력하게 공개처형을 원할 경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다며 공개처형 관행을 사실상 시인했다. 박 국장은 북한이 지금껏 부인했던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간첩이나 테러리스트 등 반(反)국가 범죄자와 사회주의에 대한 불만으로 체제전복적인 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수는 많지 않다”면서도 “이런 범죄자들은 교화시설에 수용되고, 다른 범죄자들과는 분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화시설 수용자들은 자체적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고, 신문을 읽을 수도 있다. 또한 수용자들에겐 위생적인 환경과 운동 기회도 제공된다”고 주장했다. 지금껏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침해를 비판하는 국제사회에 대해 “공화국에는 정치범이 없다”며 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왔다. “청소년·임신부 가리지 않는다”“K팝·드라마 걸려도 공개처형”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공개처형 등 공포 정치를 이어 나가고 있다. 특히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하 ‘반동법’) 등을 근거로 남한 노래·영화 유포자를 공개처형하며 주민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통일부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는 북한의 반동법 적용 공개처형 사례도 처음 실렸다.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은 통일부에 “2022년 황해남도의 한 광산에서 ‘괴뢰(남한) 놈들의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다가 체포됐다’며 한 청년을 공개처형하는 걸 봤다”고 증언했다.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는 청소년과 임신부 공개처형에 관한 증언도 담겼다. 보고서가 인용한 탈북민들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2018년 청진시에서 미신 및 종교행위로 주민 2명을 공개처형했는데, 처형된 사람 중 1명이 18세 미만이었다고 한다. 2015년 원산시 경기장에서는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16~17세 청소년 6명이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고 아편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고 곧바로 총살되었다고 한다. 2017년에는 집에서 춤추는 한 여성의 동영상이 시중에 유포됐는데, 영상 속 여성이 손가락으로 김일성의 초상화를 가리킨 동작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영상 속 여성은 결국 사상이 불온하다는 이유로 공개처형당했는데, 당시 그 여성은 임신 6개월이었다고 한다. 한 탈북민은 2018년 평안남도 안전국 주관 공개처형에서 사격수 3명이 처형대상자 1명당 3발씩 총 9발을 발사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총살 후 안전원은 처형대상자가 사망했는지 확인하는데,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이 있자 다시 총을 쏴 확인 사살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 라면 하나에 김밥 한줄 시키고 돈 모자라 취소한 모자…몰래 대신 계산한 손님 사연

    라면 하나에 김밥 한줄 시키고 돈 모자라 취소한 모자…몰래 대신 계산한 손님 사연

    분식집에서 라면 한 그릇과 김밥 한 줄을 시킨 모자가 돈이 부족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다른 손님이 이를 몰래 대신 계산해줬다는 경험담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어제 점심에 분식집에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어제 오전 개인적으로 일정을 좀 보고선 점심 조금 늦은 시간에 있었던 일”이라며 사무실 앞 분식집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라면에 김밥 한 줄을 시켜서 먹고 있던 글쓴이는 한 어머니와 대여섯살 정도 되는 아들이 함께 들어와 그들 역시 라면 하나에 김밥 한 줄을 주문하는 모습을 봤다. 그런데 어머니가 점퍼 주머니에서 지폐 몇 장과 동전을 꺼내서 하나씩 세다가 갑자기 라면을 취소했다고 한다. 주방에 이미 주문이 들어갔기에 취소가 안 되는 상황에 글쓴이는 ‘아이고, 돈이 모자라시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글쓴이는 허겁지겁 자신의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가서 “저분들(모자) 것도 같이 계산해주세요”라고 하고 계산을 하고 나왔다면서 “괜한 오지랖이었나 싶기도 하다”라고 조언을 구했다. 한 이용자가 “(라면 주문이 취소됐다면) 둘이서 김밥 한 줄이었을 텐데 엄마는 배고프겠네요”라면서 “진짜 돈이 모자라서 그런 거였다면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이용자는 “팔순이 훨씬 넘은 노모가 제가 명절 때 가면 ‘어릴 때 너희들 많이 못 먹여서 내가 지금도 맘이 아프다’라고 가끔 말씀하시는데 댓글 보니 슬프네요. 그때는 거의 다 같이 못살 때였는데”라고 거들었다. 이에 글쓴이는 답글로 “제가 살던 곳이 섬이라 패스트푸드점이 없었습니다. 외가 쪽 가족 행사가 육지의 도심에 있어 어머니와 여동생이 같이 올라가 우연히 터미널 근처에서 패스트푸드점을 보고 햄버거 하나 사달라고 졸라서 가게 된 적이 있었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이어 “어머니가 주문하는 방법이나 계산하는 방법을 모르고 테이블에 앉아 천원짜리 몇 장과 동전을 합하던 모습이 아직도 제 기억에는 생생하다”라면서 “50원짜리와 10원짜리를 세고 계시던 어머니가 그때는 왜 그리도 창피했는지. 괜시리 그때 어머니한테 성내던 철부지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제가 쓴 글이 그때 상황하고는 같지는 않지만 문득 그때 모습이 떠올라 가슴 한켠이 미어지고 애잔해진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이용자가 글쓴이가 대신 계산하고 나온 사연에 “멋지십니다”라는 댓글을 달자 글쓴이는 “전혀 멋지지 않고, 되려 제가 그 어머니께 괜히 자존심을 건드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아직도 든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이에 한 이용자는 “저도 몇 년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혹시나 자존심 상해할까봐 망설이다 결제 못한 걸 아직도 후회하고 있다. 두 형제였는데, 지금은 잘 지냈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을 또) 보게 되면 이제는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고 한다”라면서 “글쓴이님은 저 같은 후회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격려했다. 다른 이용자는 “요즘 세상이 너무너무 힘든가 봐요. 누군가에게는 작은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엄청 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몇몇 이용자가 글쓴이가 적은 사연이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하자 글쓴이는 “자작이라고 하기엔 저는 그리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 법사위, 야당 주도로 檢·監 특활비 전액 삭감… 與 “보복성” 반발

    법사위, 야당 주도로 檢·監 특활비 전액 삭감… 與 “보복성” 반발

    법사위, 법무부 검찰 특수활동비 등 0원 의결법무부 소관 예산 487억 3900만원 순감與, 예산안 처리 반발하며 표결 직전 퇴장내년도 검찰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를 전액 삭감하는 내용의 예산안이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검찰 보복성 삭감’이라며 반발하다 의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법무부와 감사원, 대법원 등 소관 기관 6곳의 2025년도 예산안을 심사·의결했다. 법사위는 법부무 검찰 활동 등을 위한 특수활동비 80억 900만원과 특정업무경비 506억원 등을 전액 삭감했다.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15억원과 특수업무경비 45억원도 전액 예산안에서 빠졌다. 그 결과, 법무부 소관 예산은 487억 3900만원이 순감됐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산결산기금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보고에서 “특활비와 경비 세부 내용 제출을 요구하며 충분한 소명이 없으면 전액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으나, 검찰과 감사원은 자료를 내지 않았다”면서 “이렇게 특혜와 예외가 많은 부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법무부 특히 검찰에서 해왔던 일에 대한 자업자득이다. 한마디로 말씀을 드리면 ‘네 돈이라면 그렇게 쓰겠니’라는 물음표를 갖고, 예산소위 위원들은 심사에 임했다”라며 ”내역이 입증되지 않는 것은 전액 삭감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어느 기관의 특활비나 특정업무 경비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전액 삭감하는 것은 기관 운영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특정 기관의 특정 업무에 대한 삭감은 국민이 보기에도 대단히 감정적인 결정이 같이 혼재되어있다고 오해하실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을 수사했던 검사들의 탄핵에 그치지 않고 보복성의 활동 예산을 깎아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표를 수사했다는 사유로 심사자료를 왜 더 많이 내야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법사위원들의 이해 충돌 소지를 놓고도 여야는 부딪혔다. 주 의원은 ”민주당 위원님들이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고 해서 감사원 예산을 한 항목도 늘리지 않고 건건이 빠짐없이 없앴다. 감사를 받은 위원님들이 법사위에 들어오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 위원장은 ”야당 탄압 정치보복을 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라면서 ”이해충돌 이야기하시는데 왜 이해충돌이 있는 김건희 특검법을 남편인 윤석열 대통령이 막나“라고 맞받았다. 예산안 의결 후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아쉬움이 많다. 여기 검찰(공무원)을 역임하신 분들이 많을 텐데 (검찰이) 그렇게 엉망으로 돈을 쓰고 집행하지 않는다. 잘 좀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특정업무경비 관련 자료 요구를 받은 게 지난주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기회가 없이 의결이 되어서 자료를 제출하면 재고해달라”고 말했다.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한편 법사위의 예산안 삭감과 관련해 임세진 법무부 검찰과장은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 ‘박빙’ 미국 대선 승부처는 젠지 젊은이들

    ‘박빙’ 미국 대선 승부처는 젠지 젊은이들

    초박빙 세를 보이는 미국 대선의 승부처로 18~29살의 젠지(Z 세대)가 떠오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젊은 여성은 미국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집단으로 평가되지만 전체 세대의 정치적 성향은 더 다양하다. NBC 방송의 3일(현지시간) 마지막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남성에서 18%포인트(P),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에서 16%P로 이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남성 집단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젊은 남성의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그의 큰 숙제라고 지적했다. 국가 제도에 점점 더 환멸을 느끼고 있는 미국의 이대남(20대 남성)이 구세대와 여성보다 정치와 단절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젠지 세대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재선시켰던 나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생하는 정치적 격변을 지켜봤고, 2020년 트럼프를 물리치기 위해 나섰다가 대통령이 양보를 거부하는 것도 목격했다. 자기 세대의 삶이 이전 세대보다 더 나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은 미국의 젠지도 예외가 아니다. NBC 방송은 경제적 불평등 증가, 기후 변화, 기술 발전이 젊은이들의 불안을 조장한다고 조사했다. 66.8%로 21세기 미국 선거 사상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던 2020년 대선에서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증가하긴 했지만, 노년층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18~24살 사이의 투표율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50% 수준이었고, 특히 남성의 투표율이 여성보다 낮았다. 반면 65~74살 사이의 미국인은 75%가 4년 전 투표에 참여했다. 정장을 주로 입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필라델피아의 스니커즈 대회에 참가하는가 하면 뉴저지의 격투기 대회에도 등장해 젊은 남성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유튜브 구독자 2000만명을 보유한 권투 선수 제이크 폴의 유튜브에도 출연했다. 이런 전략은 해리스 부통령의 여성 표를 상쇄할 수 있지만, 남성적이고 저속한 발언으로 여성의 환멸을 살 우려도 있다. 하버드 대학 정치학 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젊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30살 미만의 등록 유권자 집단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20%P 앞서고 있다. 투표 의향이 확실한 18~29살 남성은 55% 대 38%로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 지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투표할지 잘 모르겠다고 답한 18~29살 남성 집단에서 해리스 부통령보다 11%P 앞서고 있어 젠지 남성의 투표율이 트럼프의 핵심 승부처로 지목됐다. 남녀 통틀어 젠지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해리스 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던질 것은 확실하지만,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민주당에 거부감을 느끼는 젊은 남성의 표를 공화당이 얼마나 더 끌어모을지가 관건이다. 5일까지 투표권을 행사하는 젠지 숫자는 4100만명으로 2020년 선거에서 너무 어려 투표하지 못했던 수백만 명이 이번에 선거권을 행사하게 된다.
  • 팔레스타인 피눈물 먹고 자라는 ‘스타트업 국가’의 민낯 [세책길]

    팔레스타인 피눈물 먹고 자라는 ‘스타트업 국가’의 민낯 [세책길]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학교 수업시간에 “부지런한 유대인, 게으른 아랍인” 이야기를 듣는 건 흔한 일이었다. 유대인은 똑똑하고 단결력이 좋다, 아랍인들의 탄압과 침입을 막아내고 있다, 우리도 유대인들을 배워야 한다. 그런 게 말 그대로 상식이었다. 전쟁이 났을 때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전세계에서 이스라엘로 몰려드는 반면 아랍 국가들 젊은이들은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공항으로 몰려들었다는 ‘어디선가 누군가가 했다는 이야기’는 약방에 감초로 등장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먼지가 풀풀 날리는 곳에서 사는데, 유대인들은 ‘키부츠’라는 협동농장에서 힘을 합쳐 사막을 옥토로 바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글이 중학교 교재에 실려 있었다.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이스라엘은 부지런해서 사막을 옥토로 바꾸고 아랍인들은 게을러서 황무지에서 사는 줄 알았다. 하지만 대학 시절 읽은 어떤 책을 보고서야 알게 됐다. 이스라엘 농부들이 활짝 웃으며 농사짓는 사진에 등장하는 키부츠는 원래 그곳에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내쫓았던 곳이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막 먼지 날리는 황무지에서 사는 건 올리브나무를 가꾸고 농사를 짓던 고향에서 쫓겨났기 때문이었다. 그 얘기가 그렇게나 충격적일 수가 없었다. 국제엠네스티는 지난해 5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최대도시인 헤브론 검문소에 ‘붉은 늑대’라고 부르는 인공지능 안면인식 시스템을 설치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감시하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를 ‘자동화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라고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검문소에 설치한 카메라 수십대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얼굴을 스캔해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이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통과시킬지 여부를 통보해주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런 방식은 가자지구에서도 동일하게 사용됐다. 게다가 하마스를 상대로 한 전투에선 CCTV, 드론, 위성으로 수집한 이미지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공습표적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군사작전에 참여하는 단계까지 왔다. 물론, 이런 방식 덕분에 민간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피와 눈물이 흐르는 땅’ 위에서 자라난 군수산업<팔레스타인 실험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과정에서 발전시킨 방위산업과 보안산업을 이용해 돈벌이를 해온 실태를 고발하는 책이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홀로코스트 산업>을 비롯해 <만들어진 유대인>, <이스라엘에 대한 열가지 신화> 등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벌이는 악행을 비판하는 책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모두 저자가 유대인이다. <팔레스타인 실험실>을 쓴 앤터니 로엔스턴 역시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 있는 “자유로운 시온주의 가정”에서 자란 “무신론자 유대인(15~16쪽)”이다. 저자의 할아버지는 1939년 나치를 피해 난민 신세로 오스트레일리아에 정착했다고 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 이스라엘을 조국으로 느끼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점차 “팔레스타인인을 겨냥한 공공연한 인종주의와 이스라엘의 모든 행동에 대한 반사적인 지지가 불편해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를 “광신적 종교집단 같았다”고 표현했다(15쪽). 저자는 이스라엘 점령체제의 본질이란 이스라엘 인권단체인 베첼렘이 2021년에 낸 보고서에서 밝혔듯이 “아파르트헤이트”에 다름아니라고 규정한다(17쪽). 이런 주장을 들으면 이스라엘 정부는 십중팔구 ‘반유대주의’라고 반발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실험실>에는 이스라엘의 솔직한 속내를 공공연하게 드러낸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현재 이스라엘 집권여당인 리쿠드당 소속 정치인인 이스라엘 카츠는 2022년 5월 의회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제 나는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나부끼는 아랍 학생들에게 경고했습니다. 1948년을 기억하라. 우리의 독립전쟁과 너희의 나크바를 기억하라. 밧줄을 너무 팽팽히 잡아당기지 마라(290~291쪽).” 리쿠드당과 함께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독실한 시온주의당’ 지도자이자 네타냐후 총리의 협력자인 국회의원 베잘렐 스모트리치는 2021년 10월 아랍계 국회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 여기에 앉아 있는 건 순전히 실수 때문이야. (이스라엘 건국 총리) 벤구리온이 일을 마무리하지 않고 1948년에 당신들을 몰아내지 않았기 때문이지(106쪽).” 두 사람은 동일한 역사적 사건을 상기시켰다. 나크바란 아랍어로 재앙이라는 뜻이다. 1948년에 일어났다. 이스라엘 민병대 등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인구 190만명 가운데 75만명이 강제로 쫓겨나 난민이 되었고, 531개 마을이 파괴되고 1만5000명이 살해됐다. 그러므로 두 정치인의 발언은 마치 일본 국회의원이 재일동포들에게 ‘관동대지진 같은 꼴 다시 당하고 싶지 않으면 조심하는 게 신상에 좋을거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피와 눈물이 흐르는 땅’ 위에 이스라엘이 건국됐다. 그런 바탕 위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감시하고 추방하고 총을 겨누고 있다고 지적한다. <팔레스타인 실험실>은 감시하고 추방하고 탄압하는 기법이 발전하다 못해 어느덧 이스라엘 경제를 떠받치는 거대한 산업이 돼 버렸다고 폭로한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뿌리는이스라엘 감시산업은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인공지능이나 안면인식기술, 드론을 활용하고 휴대전화를 감청하는 등 각종 첨단 감시장비는 최근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살해 논란이 계속되면서 많이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세계에서 10번째로 방위산업 수출로 많은 돈을 버는 국가라는 것도 중요하다. 1984년부터 1988년까지 뉴욕타임스 예루살렘 지국장으로 일했던 토머스 프리드먼이 ‘이스라엘 경제는 어떻게 해외 무기 판매에 중독되었는가’라는 특집 기사에서 밝혔듯이, “이스라엘 사업가들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무기상이다(49쪽).” 방위산업과 감시산업 발전의 원동력이자 현장 실습장이 팔레스타인이다. 결국 이스라엘이 실전에서 시험을 거쳤다고 홍보하는 무기란 결국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저항을 차단하고, 사위를 진압하며,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공격하는 데 사용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팔레스타인 실험실은 이스라엘의 독보적인 홍보 포인트(21쪽)”가 돼 버렸다. 이스라엘을 ‘스타트업 국가’이며, 수많은 스타트업이 군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고 치켜세우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들의 군복무 경험이 사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는다. 정보부대 8200에서 제대한 43명이 2014년 네타냐후 총리와 베니 간츠 참모총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낸 적이 있다. “군사 통치를 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스파이 활동과 감시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습니다. … 수집, 저장되는 정보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칩니다. 정치적 박해를 위해, 그리고 협력자를 선별하고 팔레스타인 사회의 집단끼리 대립하게 함으로써 사회 내부에 분열을 일으키기 위해 정보가 사용됩니다(130~131쪽).” 이스라엘 정보부대 8200 소속 한 내부고발자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의 모든 전화 통화를 들을 수 있다며 이렇게 증언했다. “동성애자를 찾아내어 친척들에게 알리겠다고 압박할 수도 있고, 바람피우는 남자를 발견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누군가가 빚을 지고 있다는 걸 알아내면 어떻게 될까요? 그 사람한테 접촉해서 협력의 댓가로 빚을 갚을 돈을 주겠다고 하면 됩니다(132쪽).” 홀로코스트 생존자 후손이 고발하는 ‘추악한 거래’칠레에서 살다가 1973년 군부 쿠데타 이후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로 망명한 다니엘 실버만이란 사람이 있다. 한참 뛰어놀아야 할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불법체포돼 감옥에 끌려갔다. 결국 아버지는 고문을 당한 끝에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고통받는 유대인들을 받아준 고마운 조국이었을까. 실버만은 어른이 되어서야 이스라엘이 칠레 군부에 상당한 무기지원을 하고 군경 교육훈련을 지원하는 등 긴밀한 교류를 했음을 알게 됐다. 이스라엘이 가르친 고문기법으로 아버지가 죽은 셈이다. 저자는 칠레,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파나마, 스리랑카, 미얀마, 르완다 등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이스라엘의 ‘추악한 거래’ 사례를 상세히 들려준다. 악명높은 독재자들이 이스라엘의 주요 고객 명단으로 등장한다. 피노체트(칠레), 차우셰스쿠(루마니아) 뿐 아니라 아파르트헤이트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1985년에 이스라엘 의회 대외관계위원장을 지냈던 요하나 라마티가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학교에서 연설하면서 털어놓은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도우려 하지 않는 유일한 정부 체제가 있다면 그건 반미 국가일 것입니다(65쪽).” “이스라엘은 수십년간 워싱턴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종종 미국이 공개적인 지원보다는 은밀한 지지를 선호한 지역에서 활동했다. 가령 이스라엘은 냉전 시기에 미국 의회가 미국 기관들의 공식적인 활동을 봉쇄한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의 경찰을 지원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까지도 콜롬비아의 암살대를 훈련 무장시켰다(52쪽).”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부터 가자지구에서 거대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 옛날 신문을 조금만 찾아보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나 서안지구에 군대를 보내고 폭격을 하는 뉴스는 수십년간 되풀이된 연례행사같은 일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때마다 이스라엘은 ‘테러와의 전쟁’이나 ‘테러리스트에 맞서 고향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어쨌든 꽤 잘 먹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덧 시대는 변하고 있다. 국제사회 여론은 갈수록 이스라엘에 비판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 여론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가 정부 정책까지 바꾸진 못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가진 ‘신뢰자본’이 갈수록 고갈된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적어도 수십년 전 한국 사회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유대인’ 신화가 상식이었지만 이제는 이스라엘과 태극기를 함께 흔드는 사람들이 대체로 괴랄하다는 취급을 받는 것만 봐도 변화는 분명해 보인다. 저자는 이스라엘이 좀 더 나은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완전히 격리시키고 이스라엘을 유대인 순혈주의 국가로 바꿔 버리는 ‘두 국가 해법’을 반대하고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동등한 시민으로서 함께 사는 ‘한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게 대표적이다. 저자가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스라엘의 악행이 자칫 홀로코스트 피해자라는 역사적 정당성마저 무너뜨리지 않을까 하는 근심이 책 곳곳에서 느껴진다. “많은 나라에서 유대 국가에 대한 여론이 꾸준히 돌어서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행동과 방위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국제사회에서 따돌림 당하는 불가촉천민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296쪽).”
  • ‘기후 위기 시대 관광산업은 지속할 수 있을까’…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 제1회 ‘관광상생포럼’ 개최

    ‘기후 위기 시대 관광산업은 지속할 수 있을까’…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 제1회 ‘관광상생포럼’ 개최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 시대 관광산업은 지속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기후 위기 시대 관광산업 생존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관광상생포럼’이 개최됐다.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 주최로 최근 열린 ‘관광 상생포럼’에서 관광 분야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로 인한 관광산업의 영향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기후 위기 시대 관광산업의 대응 전략과 해법’을 주제로 서울 종로구 HJBC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포럼에는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 김형우 원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토론자로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안희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 박정록 서울시 관광협회 회장 권한대행이 참석했다. 김 원장은 “팬데믹의 경우 2~3년 버티면 소멸하는 일회성 재앙이지만, 기후 위기는 한번 무너지면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의 재앙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라면서 “이제는 진통제만 구하기보다는 진정한 치료제를 구하는 자세로 이 문제를 극복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련의 과정 속에서 지속가능한 관광 발전을 위해 매력 있는 콘텐츠를 마련하고 미래 비전도 구하는 적응과 대응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위기의 현주소 진단한다면.김형우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 원장(사회): 올 여름은 무척 길고 더웠다. 지난 5월 시작된 여름이 추석을 지나 9월 하순까지 이어졌다. 그 고통의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기후 위기를 톡톡히 실감케 해주었다. 기후 위기는 이제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수준이다. 우리가 당면한 기후 위기의 현주소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2024년은 기상청 117년 역사상 가장 더운 한 해였다. 지구 온난화를 넘어 ‘열탕화’(global boiling)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한마디로 ‘기후 위기’는 ‘지구 위기’이고, 이는 ‘한반도기후 위기’와 직결된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기후 위기가 더 강력하게 엄습해오고 있다. 안희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 우리나라가 2021년 9월 24일 탄소중립 기본법을 제정했다. 법의 전체 명칭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 기본법)이다. 이 법에는 기후 위기를 극단적인 날씨 변화뿐만 아니라, 물 부족, 식량 부족, 그리고 해양의 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정의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물 부족은 심각하다. 물 부족 국가를 크게 3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더불어 우리는 기후 위기로 인한 다양한 현상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가격이 폭등했던 사과 이슈도 그 중 하나다. 박정록 서울시 관광협회 회장 권한대행: 기후 위기 상황이 확대되면서 ‘기후 우울증’이라는 신조어까지 낳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기상이변, 기후재난이 현존하는 위험인 만큼 당장 해결해야 할 심각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오히려 정부 당국의 정책이 느긋하지 않나 싶다. 국소적으로 발생하는 시장 환경에는 거의 무방비 상태다. 김형우 원장: 2024년은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한 해였다. 역설적으로 올해가 향후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고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문제는 기후 위기가 팬데믹처럼 일단락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부터 더 거세게 닥칠 것이다. 당장 일상에서 큰 변화를 목도하고 있는데, 바닷물 온도 상승이 대표적이다. 동해의 오징어가 귀해졌고, 제주 방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슈퍼태풍 발생도 바닷물 고온 현상과 밀접하다. 엘니뇨에 따른 온난화는 대기정체로 극심한 미세먼지를 부른다. 올해는 기후 위기를 일상 속에서 제대로 실감하는 한 해였다. 아직 극심한 가뭄은 겪지 않았는데,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식량 위기가 더 치명적 재앙일 텐데 걱정이다. 과연 지금의 기후변화 폭주를 멈춰 세울 수 있을지. 인간의 과도한 욕망을 잠재우지 않는 한 그 해결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현재 기후 위기 상황이 관광 분야에는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김형우 원장: 기후 위기는 일상의 행복과 밀접한 관광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관광은 기후 위기의 유발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하다. 현재 기후 위기 상황이 관광 분야에는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김남조 교수: 안타깝게도 우리 관광 분야는 현재의 기후 위기 상황을 그다지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것 같다. 당장 기후 위기를 해소하려는 행동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관광산업은 다분히 자연 자원 의존적 형태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기후 위기 상황과 대단히 밀접하다. 이를테면 수온이 섭씨 28도 이상 오르면 위기 상황이 닥친다. 일단 어획량에 차질을 빚어 어민 생계를 위협하고, 상인들의 영업이익 손실 발생은 관광객의 비용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또한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가 리조트, 호텔, 음식점들이 상당히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너무 폭염이 닥치면 오히려 해수욕장 방문객이 줄어든다. 그런데 이러한 재난은 사건이 크게 터졌을 때야 비로소 대중들의 인식이 올라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내 잊고 지낸다. 올여름도 무척 더웠지만, 또 찬 바람이 불어오니 추위 걱정에 언제 더웠나 싶다. 국민의 지속적인 인식의 유지 확대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체계적 대응책이 필요하다. 당장 극복이 어려운 만큼 기후변화에 대한 완화책, 적응책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한다. 안희자 실장: 2021년에 탄소중립 대응에 대한 관광산업의 대응 방향이라는 연구를 진행했다. 관광업계에서 어떻게 이 이슈에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다고 봤다. 실제로 업종 중 기후 위기의 당면 이슈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는 교통 영역, 그중 항공 산업이다. 작년에 프랑스에서는 철도가 운행되는 2시간 30분 이내 거리의 국내선 항공은 운항을 폐지했다. 대신 기차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이를 입법화해서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비행기가 기차보다 승객 1인당 77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항공업계는 일련의 상황을 발등에 떨어진 불로 인식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교통 영역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다. 루프트한자의 경우 항공권을 예약하게 되면 승객의 탄소배출 부분을 비용에 반영시켜 계산한다. 결국은 소비자의 여행 비용 증가로 전가되는 구조다. 그다음 주의 깊게 봐야 하는 부분이 숙박 시설, 건물 부분이다. 대규모 숙박 시설, 소위 대형 리조트 중심의 시설들은 이미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적용을 받는 업체들이 있다. 하지만 경영 효율화를 고민하는 업계 입장으로서는 당장 부담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이슈는 민간의 당면한 과제이지만 사실은 소비자들도 인식을 공유하고 함께 대응해 나가야 할 이슈라고 본다. 박정록 회장: 올여름 무더웠던 제주도는 기후 위기의 피해를 본 사례다. 열대야가 50일을 넘었고, 설상가상으로 여행경비나 물가상승 폭이 다른 지역에 비해 급등해서 많은 관광객을 다른 지역이나 일본 등지로 빼앗겼다. 그간 전통적인 열대 해변이 늘 주목을 받는 흐름이었는데, 이제 올해부터 양태가 완전히 바뀌었다. 오히려 극지방에 있는 핀란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과거에는 비선호 지역들이 올해부터는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들 지역의 경우 올해 50~150%까지 관광객이 급증했다. 일본 삿포로도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기후 위기가 가져온 트렌드 변화다. 탄소중립, ESG 영역 등에 대한 거시적 언급들이 실제 관광산업 쪽에서 어떤 유형으로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 아직 예측이 잘 안 된다. 더 큰 문제는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지자체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세밀한 정책들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은 기대하기가 좀 어렵지 않나 싶다. 특히 우리 관광업계의 80%가 5인 미만의 중소기업들이다 보니 이들에게 ESG 경영, 탄소중립 저탄소 배출 운운이 실제 와닿지 않는 내용이다. 따라서 정부 주도로 이제 큰 틀에서의 어떤 어젠다가 되고 또 세밀한 정책들이 나와서 산업이 어떻게 움직여질 것인가에 대한 선제적인 방향성을 좀 만들어주면 좋겠다. 그게 어찌 보면 이번 좌담회가 하나의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보고 있다. 김형우 원장: 우리 국내 관광시장을 보면 기후 위기가 여행 시기, 지역 인기도, 축제·이벤트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손실도 크게 늘고 있다. 관광, 레저, 스포츠 산업은 운영 기간 감소와 유지보수에 큰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 스키장도 방문객 감소에 제설 비용 등이 늘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뉴질랜드에 있는 남반구 최고의 스키장 두 곳이 문을 닫았다. 지구온난화로 눈 없는 알프스는 이제 ‘푸르게’ 멍들어가고 있다. 기후 위기가 가져온 관광의 현주소다. 그런데 우리는 기후 위기라는 대단히 현실적 사안에 관념적이고 다분히 거시적인 대응만을 하는 느낌이니 더 큰 문제다. 관광은 천수답과도 같다. 여행객은 날씨를 보고 움직인다. 폭염, 폭우, 폭설, 한파, 미세먼지 등이 발생시, 실내 나들이 시설을 더 늘리는 등 구체적이고도 맞춤형 대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관광 영세기업, 지자체 등에도 구체적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거의 팬데믹 대응 수준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다. 지금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할 일이 대단히 많다. 기후 위기 대응 관련 이번 파리올림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에어컨 없는 선수단 숙소와 버스 등으로 비록 불편을 끼치기도 했지만 2024 파리올림픽이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큰 틀을 관철하기 위한 메가 이벤트로 기억될 것이다. 당위적 가치 앞에서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당한 자세를 평가해주고 싶다. 특히 주요 명소 주변에 가설경기장을 설치해 비용도 줄이고 관광지 홍보도 해내는 스포츠관광의 전형도 실현해 냈다. 옳은 방향을 실천하는 국가라는 이미지 홍보에서도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기후 위기에 대한 관광 분야 대응의 현주소는.김형우 원장: 최근 관광 분야 기후 위기 대응 사례를 보자면, 흔히 이벤트 현장에서 휴지 줍는 플러깅, 플라스틱류와 일회용품 사용 자제, 숙박업소 친환경 어매니티 사용 등의 정도가 주로 행해지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ESG 경영을 무슨 큰 성과처럼 내세운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지를 위장하는 ‘그린워싱’(겉으로만 친환경적인 가치를 표방하는 것)도 행하고 있다. 이 같은 인식과 실천으로는 현 상황 대응에 상당히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관광 분야 대응의 현주소,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김남조 교수: 문화체육관광부의 ‘제4차 관광개발기본계획’(2022~2031)을 보면 기후 위기에 대한 관광부문 정책을 알 수 있다. 이 계획의 ‘제2절 지속 가능 관광 개발 가치 구현’에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관광부문 실천’과 ‘관광 자원의 보존과 지속 가능한 관광기반 구축’을 지침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른 추진 과제로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관광 개발 추진, 보존과 활용이 조화된 생태관광 육성, 유휴자원 재생을 통한 관광 자원화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관광 개발 추진에서는 세부 과제로 ‘관광 개발사업 추진 시 탄소 감축 목표 설정 및 이행,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관광(단)지 개발 및 운영, 노후 관광(단)지 시설의 그린 리모델링, 신재생 에너지 단지의 지역 관광 자원화를 제시하고 있다. 기본계획 차원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해 제대로 정책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그 후 세부적 실천계획의 수립과 실천에 대해 명목 뿐의 계획이 아니라 확실한 실천계획이 될 수 있도록 인력을 가동하는 등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안희자 실장: 우리의 관광 정책 안에서 기후 위기를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를 좀 말씀드리고 싶은데, 사실 없지는 않다. 관광 정책 영역 안에서는 기후 위기 대응과 관련된 이슈는 지속 가능한 관광의 틀 안에서 다루고 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4년 1월 23일에 관광기본법이 개정되었고, 관광기본법 제9조에 지속가능한 관광의 체계적 추진을 포함하고 있다. 내용에는 ‘정부가 관광 자원의 보호, 또 환경친화적인 개발과 이용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항상 논하고 있는 현재와 미래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한 관광 시책을 추진해야 한다’라는 내용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는 정책 영역에서도 이 기후변화로 통칭하는 위기에 대해서 일정 인식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관광진흥법 제48조에 지속가능 관광 활성화가 포함되어 있다. 이렇듯 우리의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이런 대응 기반은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좀 아쉬운 것은 이러한 지속 가능한 과거 시책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 확보, 또 실행 영역에서의 사업들이 눈에 잘 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보완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업계에서도 기후변화와 관련된 대응의 가이드라인, 실천적인 매뉴얼들을 많이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정록 회장: 대응이라는 어떤 용어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아직은 대응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일단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과제로 삼아서 비로소 이제 그 과제를 실천할 단계가 아닌가 싶다. 이게 인큐베이팅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이미 환경부는 환경 차원에서, 문화관광부도 같은 맥락에서 관광산업 쪽에 도입해서 지역의 경우 생태관광, 서울 같은 대도심의 경우에는 도심 관광 등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어 있다. 그런 부문에서의 정책의 깊이가 조금 더 보강되어주면 좋지 않을까 한다. 지역도 해양 관광, 에코투어리즘 등 여러 대안을 만들고 있다. 서울은 한강,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산을 통한 등산 관광을 추진하고 있다. 김형우 원장: 앞서 말씀들 하신 것처럼 큰 틀의 국가 정책이 수립되었다고는 하지만 원하는 만큼 운용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다. 일단 실무 부서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다면, 당장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아니겠는가. 당장 범람, 침수, 산사태, 산불 등 기후 위기로 인한 재앙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재난에 노출되기 쉬운 해안가, 강변, 산자락 등에 들어서는 건축물 인허가부터 기후 위기 대응 매뉴얼이 철저히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부, 국토부, 문체부 등 관련 부처들이 서로 정보공유를 해야만 한다. 데이터는 소중한 국가 자산이다. 협업 정신으로 현재의 기후 위기 대응에 함께 발 벗고 나선다면 시너지를 낼 것이다.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최근 지자체들이 다투어 정원을 조성하고 있는데 기후 위기 대응에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는 국내 대표적 정원도시인 전남 순천시의 선한 영향력 덕분이다. 순천의 성공적인 정원박람회 개최, 그리고 생태경제를 이끈 정원도시의 추진전략은 기후 위기 시대 지역도 시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다.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지자체들이 정원 조성에 지나친 조급함, 경쟁심을 앞세운 나머지 규모와 화려함으로 승부를 보려는 자세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느긋하게 숙고한 산물로서 지역의 매력을 듬뿍 담은 개성 있는 정원이야말로 힐링 관광의 명소, 기후 위기 대응 모두를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해법은.김형우 원장: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해결책이라는 게 간단치 않다. 특히 오늘의 주제가 당면 문제이지만 추상적인 내용들이 많다. 기후 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솔루션은 무엇일까. 김남조 교수: 공공 부문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전략 수립과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 대략 7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①기후 위기로 인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큰 관광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관광기금이 필요하다. ②ESG 경영을 통한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간이 필요하고, ③탄소 배출량 측정과 모든 성과를 수치화해서 모니터링 해야 한다. ④플랫폼 구축을 통한 탄소 관련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⑤탄소중립과 관련된 다양한 인증을 취득하도록 해야한다. ⑥공급 차원에서 탄소중립 대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⑦ 탄소세 부과를 적극 고민할 필요하 있다. 안희자 실장: 사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말 실천의 문제인 것 같다. 실행 가능한 실천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첫 번째로는 업계와 소비자, 공급 영역과 수요 측면에서 추천할 수 있는 플랜들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공급 영역에서는 실제 본인들의 탄소 배출량에 대한 어떤 기준점이 필요할 것이다. 실제 어느 정도 배출하고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그리고 실질적으로 변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 이런 것들이 필요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본인들이 여행함으로써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내가 비행기를 타고 유럽을 다녀온다면 도대체 이게 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그런 수치로도 표현될 필요가 있겠다. 우리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고 변화시키기 위해서 뭘 해야 할지에 대한 것들도 알려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당신이 오늘 투숙을 했다. 그러면 투숙할 때 본인이 배출한 탄소량이 얼마라는 게 영수증에 나타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기준을 잘 지키면 즉각적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불어 환경부의 환경 ‘성적표지마크’를 서비스 분야에도 도입해서 인증받은 프로그램들을 내국인뿐만 아니라 인바운드 관광객들한테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박정록 회장: 관광산업 현장에서 볼 때 기후 위기 대응과 관련해서 더 구체성을 띠는 게 필요하다. 관광산업이 우리나라 5대 수출 산업이라고 하면서도 상응하는 지위와 예산, 범주 등을 고려하자면 상당히 공허하다. 관광에서의 기후 위기 대응도 이러한 부분의 해결과 무관치 않다. 관광 정책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현실성 있는 대응이 가능한 것이다. 관광업계에서는 ①생태계를 체험하는 관광 프로그램인 에코투어리즘 활성화, ②기후변화로 접근 어려운 관광지, 가상현실(VR)로 체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 관광 및 대체 관광 개발, ③지역사회와 연계한 로컬 커뮤니티 중심의 관광 개발, ④ 환경보호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ESG 경영 도입, ⑤기후 회복력 있는 새로운 형태의 관광지 개발, ⑥비수기 관광 활성화를 통해 특정 시즌 관광 분산, 새로운 시기에 관광 수요 창출, ⑦ 비수기나 기후변화 조건에서도 운영 가능한 실내외 체험 행사를 결합한 기후 적응형 상품 개발 등이 필요하다. 김형우 원장: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된 유익한 포럼이었다. 오늘 포럼에서 논의한 내용에 덧붙여 중요한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①기후 위기 대응 관련 유관부서들인 국토부, 환경부, 문체부, 지자체 등의 총체적이고, 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 ②기후 위기·오버투어리즘 대응 등의 목적세로 인바운드 관광객에 입국세(관광세)를 부과를 검토해야 한다. 지금은 출국세 감면에 따른 관광진흥기금의 빈 곳간을 대체할 자금도 필요한 때다. ③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기후 위기 대응 상시적 리스크 매니지먼트 시스템 가동하고, ④지자체의 경우 계절 의존적 축제 과감히 구조조정해야 한다. ⑤ 기업, 그린워싱 자제하고 진정성 있는 대응 노력 경주해야 하며, ⑥기후 위기 패러다임전환이기 적응을 위한 관광 영세업체 적극 지원, ⑦ 탄소배출 저감 소비자 실천을 위한 강력한 규제 시행 등을 해야할 것이다.
  • 韓 “11월 내 국민 우려 지점 해결책 제시… 특별감찰관은 필요”

    韓 “11월 내 국민 우려 지점 해결책 제시… 특별감찰관은 필요”

    국민들 김 여사 문제에 우려·걱정새달 의정 갈등 풀고 선제적 해결“당 절체절명 위기… 다음은 없어특별감찰관 자발적·주체적 추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은 30일 “개혁 동력을 위해 11월 내 의정 갈등을 풀고 국민이 우려하는 지점에 대한 해결책을 관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에 김건희 여사 문제를 털어야 한다는 입장을 재강조한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드러난 문제들을 비롯해 국민들이 우려하는 지점들에 대해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국민이 우려하는 지점’에 대한 질문에 “김 여사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우려와 걱정이 있고, 그 문제가 주요한 부분이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여당 내 계파 갈등 조짐을 보이는 특별감찰관 추천 강행과 관련해선 “특별감찰관은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의 문제를 예방하는 기관이고 지금 그런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이 그것조차 머뭇거린다면 ‘정말 민심을 알긴 아는 거야’라는 생각을 (국민들이) 하실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 대표는 “이견을 토론할 충분한 절차는 보장돼야 하지만 국민의힘이 결국 등 떠밀리지 않고 변화와 쇄신을 주도해야 한다”며 “그 첫걸음이 문재인 정부가 5년 내내 미루고 (윤석열 정부 출범 뒤) 2년 반 동안 해 오지 않았던 특별감찰관을 우리가 자발적, 주체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특별감찰관이 무산되면 자체적으로 김 여사 특검안을 발의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특별감찰관은 관철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만 답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도 변화의 길로 가고 있다고 본다”며 “저희가 요청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길을 찾기 위해 대통령실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래야 한다고 기대한다”고도 했다. 또 “국민의힘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지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다음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정치적 홀로서기’를 보여 준 첫 사례로 평가되는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해선 “협의체를 통해 의정 갈등을 풀고 의료 공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며 민주당을 향해 “협의체 참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이재명) 대표가 직접 밝히라”고 촉구했다. 한 대표는 내년 4월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해선 “원내·원외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개인적으로 뭘 하느냐 하는 차원은 생각하지 않고, 당의 위기 극복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 당권·대권 분리 조항에 따라 차기 대선에 나서려면 내년 9월에 당대표를 사퇴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당헌·당규를 손질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결정할 문제도 아니고, 당심과 민심이 정할 문제”라며 “너무 먼 이야기”라고 답했다. 한편 특별감찰관 추천과 관련한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으로 계획했던 4선 이상 중진 간담회를 취소했다. 친한(친한동훈)계는 추 원내대표가 한 대표의 100일 기자간담회 직전 중진 간담회를 잡은 데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 100일 맞은 한동훈, 국회의원 보궐 출마·차기 대권 일정은

    100일 맞은 한동훈, 국회의원 보궐 출마·차기 대권 일정은

    한동훈 취임 100일 기자회견“11월 내 개혁 동력 위해 해결책 관철”“김건희 여사 우려가 주요 부분”내년 4월 국회의원 보궐 출마는“원내·원외 중요하지 않아”당권·대권 분리조항 폐지에는“당심과 민심이 정할 문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은 30일 “개혁 동력을 위해 11월 내 의정 갈등을 풀고 ‘국민이 우려하는 지점’에 대한 해결책을 관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에 김건희 여사 문제를 털어야 한다는 입장을 재강조한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드러난 문제들을 비롯해 국민들이 우려하는 지점들에 대해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국민이 우려하는 지점’에 대한 질문에 “김 여사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우려와 걱정이 있고, 그 문제가 주요한 부분이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여당 내 계파 갈등 조짐을 보이는 특별감찰관 추천 강행과 관련해선 “특별감찰관은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의 문제를 예방하는 기관이고 지금 그런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이 그것조차 머뭇거린다면 ‘정말 민심을 알긴 아는 거야’라는 생각을 (국민들이) 하실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 대표는 “이견을 토론할 충분한 절차는 보장돼야 하지만 국민의힘이 결국 등 떠밀리지 않고 변화와 쇄신을 주도해야 한다”며 “그 첫걸음이 문재인 정부가 5년 내내 미루고 (윤석열 정부 출범 뒤) 2년 반 동안 해 오지 않았던 특별감찰관을 우리가 자발적, 주체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특별감찰관이 무산되면 자체적으로 김 여사 특검안을 발의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특별감찰관은 관철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만 답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도 변화의 길로 가고 있다고 본다”며 “저희가 요청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길을 찾기 위해 대통령실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래야 한다고 기대한다”고도 했다. 또 “국민의힘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지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다음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정치적 홀로서기’를 보여 준 첫 사례로 평가되는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해선 “협의체를 통해 의정 갈등을 풀고 의료 공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며 민주당을 향해 “협의체 참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이재명) 대표가 직접 밝히라”고 촉구했다. 한 대표는 내년 4월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해선 “원내·원외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개인적으로 뭘 하느냐 하는 차원은 생각하지 않고, 당의 위기 극복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 당권·대권 분리 조항에 따라 차기 대선에 나서려면 내년 9월에 당대표를 사퇴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당헌·당규를 손질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단계에서 이렇다 저렇다 할 단계가 아니다. 제가 결정할 문제도 아니고, 당심과 민심이 정할 문제”라며 “너무 먼 이야기”라고 답했다. 한편 특별감찰관 추천과 관련한 의원총회 소집 및 표결 여부 등에 대해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으로 계획했던 4선 이상 중진 간담회를 취소했다. 친한(친한동훈)계는 추 원내대표가 한 대표의 100일 기자간담회 직전 중진 간담회를 잡은 데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 송일국이 전한 막내 ‘깜짝’ 근황…“만세, 지역 검도 대회서 3등 했다”

    송일국이 전한 막내 ‘깜짝’ 근황…“만세, 지역 검도 대회서 3등 했다”

    배우 송일국이 세쌍둥이 아들 중 막내인 만세군의 근황을 전했다. 송일국은 23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만세가 지역 검도 대회에서 3등을 했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검도 대회에 출전한 만세군의 모습이 담겨 있다. 또 다른 사진에는 만세군을 응원하러 온 대한군과 민국군의 모습도 담겨 있다. 송일국은 2008년 판사 정승연씨와 결혼해 슬하에 세 아들을 뒀다. 송일국과 세쌍둥이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해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 6월에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폭풍 성장’한 모습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특히 ‘삼둥이’는 현재 모두 키 170㎝가 넘는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이날 방송에서 송일국은 아내와의 연애사도 공개했다. 그는 “아내를 소개해 준 사람이 연예부 기자였다”면서 “마침 아내가 시간이 되는 날이 광복절이라서 그날 소개팅을 했는데 첫눈에 반했다”고 전했다. 송일국은 또한 작품 출연 섭외가 줄었다는 고충을 전하면서도 “일보다 가족이 우선”이라며 진한 부성애를 드러내기도 했다.
  • “누가 먼저 깃발 꽂나”…빅테크도 탐내는 소형모듈원전[딥앤이지테크]

    “누가 먼저 깃발 꽂나”…빅테크도 탐내는 소형모듈원전[딥앤이지테크]

    기업들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과 기술에 맞춰 국경 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에도 깊숙이 들어온 첨단 기술과 이를 이끄는 빅테크의 소식을 흥미롭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려는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이 원전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특히 ‘동네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이 5~10년 내로 상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구글,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기업도 ‘미래 전력’ 입도선매에 나선 것입니다. SMR은 전기출력 규모가 300㎿e 이하의 소형모듈원자로로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담은 게 특징입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위험이 대형 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다만 방사성 폐기물 문제는 SMR도 예외가 아닌데다 실제 가동되는 건 없다보니 과연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달립니다. SMR을 개발하는 국가들은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경제성, 기술적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있지만 상용화에 가장 먼저 성공한다면 이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용희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20일 “탄소 중립, 전기화는 피할 수 없는 방향이고 원자력 역할이 클 것으로 본다”면서 “대형 원전에 비해 안전성이 업그레이드된 SMR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큰 건 맞지만 많은 건설이 이뤄져야 경제성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인허가가 제 때 안 되면 SMR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미국 정부처럼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구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스타트업 카이로스 파워가 앞으로 가동할 6~7개 원자로에서 총 500메가와트(㎿)의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구글이 소형원전 기업과 계약을 맺은 건 처음입니다. 500㎿는 수십만 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전력량입니다. 카이로스는 첫 번째 소형모듈형 원자로를 2030년 안에 가동한다는 계획입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16일(현지시간) 미국 기업 3곳과 소형원전 개발·투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미 버지니아주 에너지 기업인 도미니언의 기존 원전 인근에 SMR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아마존은 이를 통해 300㎿ 이상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워싱턴주에 위치한 공공 전력 공급 기업인 에너지 노스웨스트와도 계약을 체결하고 이 업체의 4개 SMR 건설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들 원자로는 초기에 약 320㎿의 전력을 생산하게 됩니다. 노스웨스트가 건설하는 원자료에 사용될 첨단 원자로와 연료를 공급하는 엑스-에너지에도 투자했습니다. 엑스-에너지에는 국내 기업들도 지분 투자를 하며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곳입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투자한 스타트업 오클로는 최근 미 에너지부(DOE)로부터 연료제조시설 개념 설계에 대한 승인을 획득했습니다. 오클로는 2027년 첫 SMR 가동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빅테크 입장에선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24시간 가동되는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SMR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서도 전력을 공급받고 있지만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달 미 원자력발전 1위 업체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데이터센터에 20년간 전력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미 정부도 전폭 지원에 나섰습니다. 내년 1월까지 SMR의 국내 배치에 자금 지원 신청을 받는 중입니다. 선정된 두 가지 SMR 기술에 대해 최대 8억 달러(약 1조 970억원)가 지원되고 1억 달러(약 1370억원)는 SMR 배치의 장애 요인을 해소하는 데 쓰인다고 합니다. 지원 대상 SMR은 냉각수로 경수를 사용하고 저농축 우라늄 원료를 사용하는 핵분열 원자로로, 호기당 전기 출력은 50~350㎿e입니다.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도 SMR 개발에 나서는 등 전 세계 80여종의 SMR이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서로 먼저 ‘최초 상용화’라는 고지에 깃발을 꽂기 위해 내달리는 형국인데, 실제 상용화가 이뤄지면 승자독식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진흥전략본부장은 “SMR 시장이 초반에는 (냉각재로) 물을 사용하는 원자로를 쓰다가 2030년 중반 넘어가면 비경수형(4세대·냉각재로 물이 아닌 다른 물질 사용) 원자로가 경쟁할 것으로 예측됐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다양한 기술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실제 현장에서 ‘전기를 제대로 만들어내느냐’다”면서 “원래 비용, 사업 모델 안에서 작동되는지를 봐야 한다. 한국은 기존 대형 원전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어 서두른다면 충분히 경쟁해볼 만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한식 아직 ‘파인다이닝’ 갈 길 멀어… 기본 지키며 현지화해야” [전경하의 집중]

    “한식 아직 ‘파인다이닝’ 갈 길 멀어… 기본 지키며 현지화해야” [전경하의 집중]

    ‘흑백요리사’ 에드워드 리 주목누벨퀴진에 한식 접목 인상적미학적 요리 연구 활발해지길조선시대에 있던 파인다이닝 진연·진찬, 식민지 되며 사라져새로운 재해석 통해 재생해야포장마차 배달음식이던 日스시 中딤섬도 원래는 길거리 음식고급화되고 서구 현지화로 성공맛의 균질화엔 소비자들도 책임노포 잇고 다양한 음식점 있어야K푸드 범위 확장 놓고 고민 필요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 요리계급 전쟁’이 화제다. 출연한 요리사들의 식당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고 프로그램 내용에 관한 글과 동영상이 매일 쏟아지고 소비된다. 넷플릭스는 ‘흑백요리사 시즌2’를 제작, 내년 하반기에 공개하기로 했다. ‘흑백요리사’가 우리 음식문화와 사회에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세계적으로 K푸드 열풍도 불고 있는데 한식은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까. 이런 다양한 질문들을 국내 최초 음식인문학자인 주영하 교수에게 물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민속학을 담당하고 있는 주 교수가 안식년을 맞아 지난 8월부터 영국 런던에 거주 중이라 인터뷰는 지난 12일 화상으로 진행됐다. -‘흑백요리사’에서 어떤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제작진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에드워드 리, 이균의 출연이 신의 한 수였다. 그는 누벨퀴진에 한식을 계속 접목시키면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아갔다. 한식이나 유사한 한식이 결승전에 올라가지 않았다면 한국 요리 경연인데 왜 한식이 힘을 못 쓰냐는 지적이 나왔을 거다. 한식 하는 분들과 통화했는데 프로그램에서 한식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인이면서도 이탈리아·프랑스·일본·중국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가 많다는 것을 보여 줬다. 개인적으로는 한식이 계층화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식은 아직 오트퀴진이나 누벨퀴진으로 가는 길에 접어들지 않았다. 5~6년 사이 한식을 하는 분들이 파인다이닝을 시작했는데 아직 성공 사례가 없다. ‘흑백요리사’를 계기로 많은 전문가들이 표준 한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한식을 미학적 요리 관점에서도 활발히 연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오트퀴진은 18세기에 자리잡은 프랑스 왕실의 전통 코스 요리를 뜻한다. 이에 반발해 100년 뒤 가벼운 요리를 지향하는 누벨퀴진이 등장했다. 오트퀴진은 육류 중심의 다양한 소스와 향신료를 사용하고 누벨퀴진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재료로 짧은 시간에 요리한다. 둘 다 완성도 높은 음식, 파인다이닝이 목표다.) -국내에서 파인다이닝이 수용될 수 있을까. “서구는 산업화를 거치고 시민사회가 되면서 집밥과 음식점 식사가 분리됐는데 한국은 아직 집밥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점에서 먹어도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식사로 보는 시각이 있다. ‘흑백요리사’를 보면서 20~30대가 주류가 되는 20년 후에는 한국에서도 파인다이닝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젊은 세대는 국경을 넘어서 다양한 경험을 한 세대다. 조선 성리학을 좋아하는 일본 기업가가 20년 전에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매년 한국인 학자 10여명을 불러 심포지엄을 했다. 그리고 최고급 식당에서 1인당 3만~5만엔의 식사를 대접했다. 언젠가 식사 끝나고 헤어졌는데 남성 교수들이 다른 곳으로 몰려가길래 몰래 따라가 봤더니 라면집으로 갔다고 했다. 누벨퀴진은 양이 적다. 그걸 2시간 설명 들으면서 먹고 나면 나도 배가 고프다. 5060은 포식의 세대다. 식민지, 전쟁, 가난, 압축성장의 시대를 거치면서 포식하기를 원했다. 우리에게도 파인다이닝이 있었다. 조선시대 임금들은 일상과 잔치를 구분해 일상에서는 소박하게 먹으려고 노력했다. 잔치인 진연이나 진찬에서는 단품 요리와 여기에 맞춘 술 또는 음료가 나왔다. 보통 요리 7가지에 술이 하나씩 나왔는데 많으면 9번, 적으면 3번이었다. 식민지가 되면서 사라졌다. 당시 메뉴와 음식을 내는 방식을 재해석해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재료들을 개념화하고 연구하며 요리 기술이 있는 분들과 공유의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다음달 궁중음식전시회가 열리는데 한국식 누벨퀴진 재생에 필요한 행사다.” -일본과 중국은 어떤가. “일본의 스시는 18~19세기 포장마차에서 배달했던 음식이었다. 일본의 경제적 성공에 냉장시스템이 갖춰지고 누적된 노하우가 터지면서 고급화됐다. 1980년대 미국 할리우드에서 스시 열풍을 일으켰던 요리사 노부 마쓰히사는 페루 등에 살아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었고 유명 배우들과 교류했다. 당시 일본이 워크맨 등 작은 물건을 잘 만든다는 명성까지 더해져 스시가 고급화됐다. 중국 딤섬도 원래 길거리 음식이었다. 화교가 200년 전 서양으로 이주하면서 송나라의 음식이 세계로 퍼져나갔다. 송나라는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잘살던 나라다. 런던에 중식점 하카산(홍콩계 영국인으로 요리 컨설턴트로 유명한 앨런 야우가 운영하는 체인점. 마이애미, 두바이, 상하이 등 세계에 14개 지점이 있다)이 있는데 중식을 누벨퀴진으로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했다고 평가된다. 한식의 현지화가 중요하다. 이민자들의 향수를 당기는 음식이 아니고 한국 음식의 기본을 가지고 현지인들이 자기화해야 한다.” -현재 한식 수준은. “강의할 때 농담 삼아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전국에 사는 친구나 친척들과 약속해서 감자탕집에 가라. 감자탕을 먹으면서 영상통화를 하면 거의 똑같은 맛과 모양의 감자탕을 동시에 먹을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라고. 그만큼 맛이 균질화돼 있고 체인점화돼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문화자본과 경제자본의 소유 형태에 따라 맛의 계급을 나눴다. 프랑스인을 인터뷰해 보니 계급에 따라 즐겨 먹는 와인, 자주 가는 음식점 등이 구분됐다. 한국은 이런 구분이 안 된다. 급속하게 성장했기 때문에 200년 동안 성장한 국가들의 경험과는 다르다.”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나. “노포가 이어지고 중심가에 다양한 메뉴의 음식점이 자리잡아야 한다. 경제적·문화적 수준에 맞는 다양한 음식점이 있어야 한다. 요리 수준과 서빙 방식도 마찬가지다. 음식 소비를 맛과 가성비에만 한정하지 말고 주방과 홀의 수준도 함께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음식의 균질화·체인화에는 소비자들 책임도 있다. 가지김치나 수박껍질김치, 호박김치를 맛있게 만들어서 돈을 받겠다고 작정하는 요리사가 있어야 하고 그걸 돈 내고 먹겠다는 소비자가 있어야 한다. 중국에서 수입한 배추김치는 무한리필하는 것이 당연하다. 음식을 레벨화해야 한다. 문화적 투자인데 식품회사들은 시간이 오래 걸려 투자하기 어렵다. 정부가 주도하면 관료화될 가능성도 크다. 자발적 ‘미식시민연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에는 노포가 많다. “오래된 가족제도 때문이다. 가업을 장남이 이어받지 않으면 장남은 가족 구성원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성은 유지되는데 결혼식 등 가족행사에서 자리가 없어진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지매를 안 당하기 위해 물려받는 거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점을 가업으로 이어받는 경우가 드물었다. 최근 들어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뜬 음식점이나 떡집들이 가족 단위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K푸드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서양에 살고 있는 아시아계의 경제적 수준이 중상위층에 해당한다. 그들의 구매력이 높아졌다. 현재 인기를 끄는 것이 떡볶이 등 길거리 음식과 가공식품 중심이다. 이 범위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음식인문학자가 된 배경은. “1980년대 중반, 대학원을 식품영양학과로 가려고 했는데 당시에는 남성이라고 안 받아줬다. 대학 전공인 사학과에서는 음식의 역사는 학문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문화인류학을 선택했다. 문화인류학자는 현지조사를 하는데 현지조사에서 음식을 만난다. 모든 음식은 오랫동안 각 지역에서 먹어 왔기 때문에 그 지역 사람들에게 건강을 위해, 혹은 맛을 위해 문화적으로 적용된 결과물이다. 1960년대부터 문화인류학자들이 중심이 돼 음식의 역사를 연구하고 이론화했다. ‘음식인문학’이란 용어는 내 논문을 책으로 만든 출판사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가 만들었다. 2010년대 당시 인문학 열풍이 불었다. 나는 음식인문학을 인문사회과학적 관점에서 음식에 대한 연구라고 정의한다.” -책마다 긴 참고문헌과 각주가 인상적이다. “나는 푸드칼럼니스트가 아니고 학자다. 학술적으로 음식에 대해 쓴 책이기 때문에 단행본을 쓸 때도 논문처럼 각주나 참고문헌은 반드시 넣고 있다. 매년 책을 1~2권 쓰느라 논문을 못 쓰고 있는데, 논문 검색만 하는 연구자가 내 책을 인용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보관된 자료의 양이 방대해 보인다. 중국·일본 자료도 많고. “연구비 받으면 하는 첫 번째 일이 외장하드 구입이다. 수십개의 20TB 외장하드에 관련 자료들이 다 담겨 있어 해외에 있어도 작업하는 데 별 무리는 없다. 지금 런던에서도 컴퓨터 3대 켜 놓고 작업하고 있다.”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가 번역된다는데. “컬럼비아대 출판부에서 제안이 왔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원으로 원고 샘플을 번역했는데 전체를 번역하자고 한다. 번역료가 2000만원 정도 필요한데 미국 출판사는 지원하지 않는다. 한국문학번역원은 문학작품에 한정해 지원한다. 중국·일본의 음식 역사와 관련된 책은 오래전에 영어권에서 다양한 저자와 내용으로 출판됐고 2010년대 이후 베트남, 태국으로도 범위가 넓어졌다. 내 책은 이미 일본, 베트남, 중국, 대만에서는 번역됐다. 영어로도 번역될 필요가 있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다.” ■주영하 교수는 음식을 문화와 역사,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연구한다. 음식의 역사에 대해 각종 문헌에 기반해 통념과 다른 사실을 밝히는 데 주저함이 없다. 문화인류학자로서 관찰이 체화돼 매일 기록을 남긴다.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서강대에서 역사학을, 한양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1998년 중국 중앙민족대에서 민족학(문화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이후 유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풀무원에서 김치박물관 학예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음식의 세계에 입문했다. 일본 가고시마대 심층문화학과(2007~2008년), 캐나다 브리시티컬럼비아대 아시아학과(2017~2018년)에서 1년간 방문교수로 지냈다. 현재는 영국 런던대 SOAS에서 방문교수로 체류 중이다. ‘식탁 위의 한국사’, ‘조선의 미식가들’ 등 20여권의 음식 관련 단독 저서를 썼다. 전경하 논설위원
  • 나루마당서 즐기고, 오곡마당서 맛보고, 잔치마당서 비비고… 가을이 깃든 여주의 어울림 마당

    나루마당서 즐기고, 오곡마당서 맛보고, 잔치마당서 비비고… 가을이 깃든 여주의 어울림 마당

    깊어가는 가을, 축제의 계절이다. 경기 여주시는 18일 천년고찰 신륵사 관광지 일대에서 ‘2024 여주오곡나루축제’의 막을 올린다고 16일 밝혔다. 20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여주오곡나루축제는 맑은 물과 비옥한 땅을 자랑하는 여주에서 쌀과 고구마 등 다양한 농특산물을 옛 나루터를 통해 임금님께 진상하던 역사를 재현하는 대표적인 가을축제다. 특히 올해는 ‘여주 전통문화를 세계인과 함께 즐기는 축제’를 주제로, 글로벌 축제로서의 도약을 시도한다. 오곡나루축제는 쌍용거 줄다리기, 황포돛배 진상식을 시작으로 ‘나루마당’, ‘오곡마당’, ‘잔치마당’ 등 3개의 축제장에서 각 마당의 특색을 살린 다채로운 공연 등이 펼쳐진다. 여기에 여주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색다른 신규 프로그램이 더해져 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한강의 뱃길을 통하면 서울에서 여주까지는 하룻길이다. 게다가 여주는 장삿배와 세곡선의 중간 기착지였다. 조선시대 번창했던 4대 나루 중 서울의 광나루와 마포나루 두 곳을 뺀 나머지 두 곳이 여주의 조포나루와 이포나루라는 점은 그 무렵 여주 상권의 위상을 짐작하게 한다. 이 한강 뱃길 역사가 나루마당의 탄생 배경이다. ●LED 공연·달빛보트 등 볼거리 풍성 먼저 옛 나루장터에서 펼쳐지는 나루마당에서는 남한강을 바라보며 가족이 함께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강변 주막이 설치되고 지역 예술인들의 다양한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여주 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로 직접 만드는 바비큐 꼬치 체험, 전통 타악을 발광다이오드(LED) 라이팅으로 재해석한 전통 퓨전공연 ‘천고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강 위에는 옛 나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유람선인 황포돛배가 떠다니고 선상 음악회와 강 위에서 옛날식 불꽃축제인 화려한 ‘낙화놀이’도 볼 수 있다. 은하수낙화놀이는 한지에 불을 붙여 불꽃이 하늘을 수놓는 장관을 연출하는 여주 가남읍 본두리 마을의 전통 불꽃놀이다. 또 남한강에서는 아름다운 달빛을 배경으로 한 ‘달빛 보트’, 여주와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레이저 불꽃놀이로 표현한 멀티미디어쇼 ‘세종, 여주 품에 잠들다’ 등의 야간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달빛 보트는 남한강의 고요한 밤 물길을 아름다운 달빛 보트와 함께 힐링하며 오곡나루축제를 추억하게 만드는 수변 프로그램이다. 또한 소원지길 행사는 아름다운 남한강을 바라보며 한지에 소원을 적어 사랑하는 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최근 ‘부처핸섬’, ‘극락왕생’ 등의 대표곡으로 ‘힙한 불교’란 새로운 장을 열며 MZ세대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 뉴진스님이 일렉트로댄스뮤직(EDM) 디제잉 공연을 펼친다. 천년고찰 신륵사를 배경으로 펼쳐져 전통과 현대가 결합한 공연 분위기를 자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여주시 홍보대사인 그룹 쿨 출신 가수 김성수도 디제잉 공연을 선보인다. ●즉석 군고구마 무료로 제공 풍성한 오곡마당에는 여주에서 키운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난전이 서고 여주 농산물로 만든 먹거리 부스가 들어선다. 오곡을 운반하는 과정을 재현한 풍물 길놀이에 이어 풍물패의 놀이마당도 펼쳐진다. 초대형 장작불 군고구마 통 5개를 일렬로 배치해 달콤한 여주 고구마를 즉석에서 구워 무료로 나눠 준다. 수십m 길이의 터널식 고구마 통에서 구운 여주 고구마의 달콤한 맛은 올해도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 줄 것이다. ●오곡비빔밥·가양주 품평회도 관심 오곡마당에서는 올해 특별한 먹거리 팝업 부스가 운영돼 ‘랍스터 급식’ 김민지 영양사가 여주 농특산물로 만든 3종 메뉴, ‘버터 장조림 가지튀김 덮밥 & 참외 샐러드’ 등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잔치마당에서는 매년 큰 인기를 끌어 온 ‘가마솥 여주 쌀·오곡 비빔밥 먹기’가 진행된다. 밥맛 좋은 여주쌀로 대형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갓 지은 밥에 신선한 나물과 채소를 곁들인 오곡 비빔밥은 맛이 일품이다. 이와 함께 여주 진상미로 만든 가양주를 대상으로 한 ‘가양주 품평회’를 통해 출품된 탁주와 증류주를 시음할 기회도 제공돼 애주가들의 큰 관심을 끌 전망이다.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은 여주오곡나루축제의 정신적 토대를 한글을 창조한 ‘세종’의 창의성과 애민 정신에서 찾는다. 그래서 이번 축제의 주제 공연도 ‘세종, 여주 품에 잠들다’이다. 여주는 세종의 외가인 동시에 세종이 잠들어 있는 영릉이 있다. 올해는 한국관광공사와 협력해 20여개국, 3000여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들과 함께 할 다양한 한류 문화교류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여주시는 이번 축제에서 방문객 30만명을 목표로 삼는다. 이 중 75%는 외지인이다. 여주시는 한강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와 오학동 남한강 둔치 시민공원을 연내 완공, 이번 축제가 열리는 신륵사 관광단지 일대를 체류형 관광지로 개발하고 여주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충우 여주시장은 “여주오곡나루축제를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도약시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번 오곡나루축제에서는 관람객들을 위해 여주의 농특산물을 활용한 건강하고 맛있는 메뉴를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니 여주로 오셔서 맘껏 드시고 즐기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어 “여주시는 많은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기대만큼 지역경제에 별 보탬이 되지 못했다”며 “한강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와 오학동 남한강 둔치 시민공원을 연내 완공해 이번 축제가 열리는 신륵사 관광단지 일대를 체류형 관광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여주오곡나루축제는 이 계획의 길라잡이인 셈”이라고 밝혔다. 여주의 대표적 관광지인 천년고찰 신륵사는 뒤에는 숲이 우거지고 왼쪽으로는 암벽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마당 앞으로는 여강이라 하는 남한강이 유유히 흐른다. 가을빛 고운 날 가족 나들이 와서 오곡나루축제를 즐기고 천년고찰 신륵사도 둘러보면 ‘여주의 맛과 멋’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다. 경강선 철도 여주역과 신륵사관광지 행사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도 운행될 예정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주차와 음주운전 고민을 덜 수 있다.
  • 한강 노벨상 수상뒤 첫 글, 드디어 공개…‘깃털’ 읽어보니 [전문]

    한강 노벨상 수상뒤 첫 글, 드디어 공개…‘깃털’ 읽어보니 [전문]

    “문득 외할머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다.” 한강 작가가 자신이 동인으로 활동하는 뉴스레터 형식의 무크지에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글을 게재했다. 온라인 동인 무크지 ‘보풀’은 지난 15일 저녁 발행한 제3호 레터에서 한강이 쓴 ‘깃털’이라는 짧은 산문을 소개했다. 분량이 900자가 넘는 이 글에서 한강은 외할머니와의 추억을 돌아본다. “문득 외할머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다. 사랑이 담긴 눈으로 지그시 내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손을 뻗어 등을 토닥이는 순간. 그 사랑이 사실은 당신의 외동딸을 향한 것이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등을 토닥인 다음엔 언제나 반복해 말씀하셨으니까. 엄마를 정말 닮았구나. 눈이 영락없이 똑같다.” 한강은 어린 시절 찬장 서랍을 열고 유과나 약과를 꺼내 쥐어주던 외할머니의 모습을 추억하며 “내가 한입 베어무는 즉시 할머니의 얼굴이 환해졌다. 내 기쁨과 할머니의 웃음 사이에 무슨 전선이 연결돼 불이 켜지는 것처럼”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글을 이어간다. “늦게 얻은 막내딸의 둘째 아이인 나에게, 외할머니는 처음부터 흰 새의 깃털 같은 머리칼을 가진 분이었다. (중략) 그 깃털 같은 머리칼을 동그랗게 틀어올려 은비녀를 꽂은 사람. 반들반들한 주목 지팡이를 짚고 굽은 허리로 천천히 걷는 사람.” 한강은 외할머니의 부고를 들은 밤도 떠올렸다. “부고를 듣고 외가에 내려간 밤, 먼저 내려와 있던 엄마는 나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 얼굴 볼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손을 잡고 병풍 뒤로 가 고요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짤막한 글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유난히 흰 깃털을 가진 새를 볼 때, 스위치를 켠 것같이 심장 속 어둑한 방에 불이 들어올 때가 있다.” 한강은 지난 8월 발행을 시작한 이 무크지에 ‘보풀 사전’이라는 코너를 연재 중이다. ‘보풀’은 뮤지션 이햇빛, 사진가 전명은, 전시기획자 최희승과 한강이 모인 4인의 동인 ‘보푸라기’가 모여 뉴스레터 형식으로 발행하는 무크지다. 보풀은 소셜미디어(SNS)에 일주일 전 게시한 글에서 “보푸라기 동인 한강은 소설을 쓴다. 가볍고 부드러운 것들에 이끌려 작은 잡지 ‘보풀’을 상상하게 됐다”고 적었다. 한편 한강은 노벨문학상 발표 후 스웨덴 공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주목받고 싶지 않다”며 “이 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깃털문득 외할머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다. 사랑이 담긴 눈으로 지그시 내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손을 뻗어 등을 토닥이는 순간. 그 사랑이 사실은 당신의 외동딸을 향한 것이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등을 토닥인 다음엔 언제나 반복해 말씀하셨으니까. 엄마를 정말 닮았구나. 눈이 영락없이 똑같다.외갓집의 부엌 안쪽에는 널찍하고 어둑한 창고 방이 있었는데, 어린 내가 방학 때 내려가면 외할머니는 내 손을 붙잡고 제일 먼저 그 방으로 가셨다. 찬장 서랍을 열고 유과나 약과를 꺼내 쥐어주며 말씀하셨다. 어서 먹어라. 내가 한입 베어무는 즉시 할머니의 얼굴이 환해졌다. 내 기쁨과 할머니의 웃음 사이에 무슨 전선이 연결돼 불이 켜지는 것처럼.외할머니에게는 자식이 둘뿐이었다. 큰아들이 태어난 뒤 막내딸을 얻기까지 십이 년에 걸쳐 세 아이를 낳았지만 모두 다섯 살이 되기 전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늦게 얻은 막내딸의 둘째 아이인 나에게, 외할머니는 처음부터 흰 새의 깃털 같은 머리칼을 가진 분이었다.그 깃털 같은 머리칼을 동그랗게 틀어올려 은비녀를 꽂은 사람. 반들반들한 주목 지팡이를 짚고 굽은 허리로 천천히 걷는 사람. 대학 1학년 여름방학에 혼자 외가로 내려가 며칠 머물다 올라오던 아침, 발톱을 깎아드리자 할머니는 ‘하나도 안 아프게 깎는다… (네 엄마가) 잘 키웠다’고 중얼거리며 내 머리를 쓸었다. 헤어질 때면 언제나 했던 인삿말을 그날도 하셨다. 아프지 마라. 엄마 말 잘 듣고. 그해 10월 부고를 듣고 외가에 내려간 밤, 먼저 내려와 있던 엄마는 나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 얼굴 볼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손을 잡고 병풍 뒤로 가 고요한 얼굴을 보여주었다.유난히 흰 깃털을 가진 새를 볼 때, 스위치를 켠 것같이 심장 속 어둑한 방에 불이 들어올 때가 있다.
  • 이상아, 전남편 김한석에 분노…“죽일 수도 있어서 이혼했다더라”

    이상아, 전남편 김한석에 분노…“죽일 수도 있어서 이혼했다더라”

    배우 이상아가 전남편인 개그맨 김한석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이상아는 15일 방송된 TV조선 ‘이제 혼자다’에 출연해 자신의 세 번의 결혼·이혼 얘기를 털어놨다. 이상아는 이날 어머니와 함께 TV를 시청하며 채널을 돌리던 중 전남편인 김한석이 진행을 맡은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이상아는 어머니에게 “나 이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왔었다. 미친 거 아니냐”라고 했다. 이어 “어린 작가였는데 나에 대해서 잘 몰랐나 보더라”라며 “내가 어이가 없어서 거기 ‘K군(김한석) 안 나오냐’고 물으니 ‘아직 MC 하고 계신다’라고 답하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 난 안 한다. 주변에 물어봐라. 내가 왜 안 하는지’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상아는 또 “가끔 전남편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출연한 방송을)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혼’ 타이틀을 단 모 프로그램에서 (전남편이) ‘이혼은 죽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하는 거다’라는 얘기를 하더라.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남편과 4개월 같이 살고 8개월간 별거했다. 결혼 두세 달 만에 (이혼할 것 같다는) 느낌이 왔지만 결혼했으면 책임져야겠단 생각에 끝까지 기다렸다”며 “(전남편이) 밖에 나가 집에 안 들어오길래 무속인도 찾아가 800만원 돈 들여 굿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탄대로였던 인생에 이혼이란 첫 실패가 두려웠다. 이혼이란 흠집이 싫어 잘 살려고 했다”며 “하지만 결혼 1년 만에 이혼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상아는 1997년 김한석과 결혼했으나 1년 만에 이혼했다. 이후 2000년 가수 겸 영화 기획자 전철과 재혼했다가 1년 만에 이혼했고, 세 번째 남편과는 2003년 결혼해 2016년 이혼했다.
  • [열린세상] 특례시 기준을 다시 검토하자

    [열린세상] 특례시 기준을 다시 검토하자

    최근 지방 소멸의 어두운 상황을 접하고 보니 불현듯 2019년에 쓴 시론이 떠오른다. 그 내용인즉 특례시는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100만 대도시에 한정하자는 것이었다. 이제 상황이 급변해 지방의 100만 대도시는 기대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불과 5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그런 글을 썼다니 자괴감이 밀려온다. 지금 우리나라는 수도권 일극 집중과 저출산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군소 시군들은 소멸의 9부 능선에서 허덕이고 있다. 지방의 대도시도 예외가 아니다. 비수도권에서 유일한 특례시인 창원시는 인구 100만명 선을 지키기에 급급하다. 이러다 특례시는 수도권만을 위한 반쪽짜리 제도로 쪼그라들 것이다. 수도권은 수원시, 용인시, 고양시에 이어 화성시도 곧 특례시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를 반영하듯 비수도권 대도시에 대해서는 특례시 지정 요건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례시 기준 개편 이전에 제도가 도입된 목적과 용도를 따져 봐야 한다. 2022년 당시 특례시는 광역시가 되지 못한 100만 대도시의 자치역량에 걸맞은 권한 이양에 방점이 찍혔다. 인구라는 하나의 기준이 적용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방 소멸 방지라는 목적이 부각되고 있다. 거센 지방 소멸의 불길을 잡기 위한 교두보가 필요하므로 지방의 대도시에 권한과 재원을 과감히 이양해야 한다. 그래서 수도권의 특례시 용도는 자치 역량에 맞는 권한 이양이지만 비수도권의 특례시 용도는 지방 소멸 방지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특례시의 용도가 다르다면 지정 요건도 지역별로 달리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 밀집 지역인 수도권 대도시와 제조업 기반의 비수도권 대도시는 분명 차이가 있다. 지역 특성과 관계없이 인구 100만명 이상으로 정한 특례시 기준에 대한 근본적 손질이 필요하다. 수도권은 지금처럼 100만명 이상으로 하더라도 비수도권은 인구 기준을 낮추는 대신 다른 조건을 추가해야 한다. 한 가지 유력한 기준은 인구 50만명과 플러스알파이다. 플러스알파에는 면적, 시군 통합, 거점기능이 포함될 수 있다. 인구는 왜 50만명인가. 지방자치법에 50만 대도시 특례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것을 근거로 삼은 것이다. 면적과 시군 통합에 관한 근거도 또렷하다. 지방분권균형발전법은 인구 30만명 이상이면서 면적 1000㎢ 이상인 지자체는 50만 대도시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군 통합을 통해 면적 기준을 채울 수 있는 길을 열어 둔 셈이다. 또한 지방 소멸 방지라는 용도를 생각하면 거점 기준도 포함해야 한다. 이렇게 기준을 바꾸면 비수도권의 특례시는 인구 50만명 이상에 더해 면적, 시군 통합, 거점기능 중 하나를 채우면 된다. 더구나 시군 통합과 면적 기준을 채울 수 없는 지방 대도시도 거점 기능에 기대어 특례시가 될 수 있다. 과연 이런 기준에 해당하는 지방 대도시가 얼마나 될까. 충남의 천안시, 충북의 청주시, 전북의 전주시, 경남의 김해시, 경북의 포항시 등이 후보군이다. 또한 통합이 거론되는 진주·사천·산청, 목포·신안·무안, 안동·영주·예천이 통합하면 그 기준을 채울 수 있다. 특례시 제도 개편을 위해서는 수도권의 지지가 필요하다. 수도권 대도시들은 비수도권의 특례시 기준 완화에 반대한다. 지방에만 도움이 되는 불공평한 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제로섬이 아닌 순망치한의 관계에 있다. 비수도권이 무너지면 수도권의 과밀 혼잡과 과부하로 나타난다. 이처럼 특례시 기준 변경은 비수도권뿐 아니라 수도권에도 도움이 된다. 어떤 제도든 영원할 수는 없다. 환경과 여건이 바뀌면 변화는 불가피하다. 지방 소멸의 대재난 앞에서 특례시 지정 요건도 재검토돼야 한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 특례시 기준도 지역의 여건 차이를 고려해 다르게 할 필요가 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 [길섶에서] 다른 우물

    [길섶에서] 다른 우물

    한 가지 일을 수십년씩 해 온 사람들은 그 자체로 존경을 받거나 경외의 대상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직업이 늘어나고, 선호하는 직업도 변하고 30~40대에 여러 직업을 옮겨 다니는 게 능력의 잣대처럼 된 지금 시대는 존경의 대상이 달라졌다. 1년 전쯤인가 어느 정치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내 경력을 들은 그로부터 “레전드”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레전드에 담긴 뜻이 경외가 아닌 것쯤은 안다. 내 직업 선택에 반대를 했던 어머니가 “그렇게 고집을 부리겠다면 한 우물을 파라”고 당부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십년간 한 우물을 파왔지만 이제는 다른 우물 맛도 볼 때가 됐지 싶다. 어떤 우물을 파야 물이 쏟아져 나올지는 미지수다. 10대와 20대 초반의 꿈이었던 노마드 같은 유랑의 길도 하나의 선택지일 수 있겠다. 동년배나 선후배들의 인생 새 길에 대해서 많이 듣는다. 그 어떤 선택이든 귀담아들을 만한 것들이다. 그래도 건강이 허락하고 일할 수 있을 때까지는 그 수많은 세상 일의 몇 가지라도 더 겪어 보는 게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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