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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면문화 줄이고 기동성 높이자”

    “대면(對面) 문화의 감소” Vs “찾아가는 서비스의 구현” 내년 중앙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정부가 ‘행정 효율’ 극대화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처 간 협업을 통한 비효율성 최소화가 최대 관건이다. 부처들이 서울, 세종시 등으로 분산된 상태에서도 국정이 원활히 진행되려면 영상회의 장치 등 각종 하드웨어 구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공직사회의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18일 정부관계자는 “부처별 협업문화 개선 아이디어를 들여다본 결과 세종시 이전 이후 공직사회는 한마디로 ‘대면문화의 축소’와 ‘개별 부처의 기동성 강화’가 새로운 업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됐다.”고 밝혔다. 앞서 총리실은 행정안전부와 함께 부처별로 정부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협업 문화 개선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아이디어 공모 결과에 따르면 세종시로 옮겨가는 기획재정부의 동선이 그 어느 부처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는 당장 내년 말부터 예산심사를 위해 다른 부처들을 직접 찾아나서는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지금까지는 다른 부처들이 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타내기 위해 재정부로 일일이 걸음해 ‘읍소’하던 것이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재정부는 행정효율을 위해 부처들을 직접 찾아나서는 ‘순회 예산 심의’를 자처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에 남는 행정안전부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인사와 관련된 협의를 하기 위해 타 부처에서 행안부를 찾아오는 게 관례였다면 세종시 이주 이후에는 행안부가 세종시나 과천청사 쪽으로 부지런히 출장을 다니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인사나 예산의 경우 직접 찾아가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 때문에 지금까지는 찾아오지 말라고 해도 일일이 찾아가는 행정문화가 자리 잡았다.”면서 “주요 부서들이 궁극적으로 영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하는 등 공무원들이 대면하지 않고도 협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업무행태 자체를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면문화의 축소 트렌드는 그러나 국회 쪽에서는 예외가 될 듯하다. 정부 부처들이 국회 감사를 받아야 하는 데다 ‘입법 로비’도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국회 쪽의 의지가 앞서지 않는 이상은 부처 관계자들이 부지런히 ‘국회행’을 하는 풍경은 변함없을 전망이다. 국세청과 보훈처는 세종시 인근 인력 활용 방안을 내놨다. 외부평가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등의 운영을 위해 학계, 언론계 등 외부 인사를 두루 초빙해야 하는데, 업무 신속성을 위해 멀리 서울 쪽 인사들보다는 세종시 인근의 관계자들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복안이다. 내년 세종시로 내려가는 총리실의 ‘히든카드’는 총리 공관을 서울, 세종시 양쪽에서 운영한다는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당장 해외귀빈 등이 예방하면 세종시까지 찾아가기가 물리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 데다 가더라도 숙박할 장소가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세종시 이전 이후 총리가 서울에서 주재해야 하는 각종 위원회 관련 회의는 하루에 몰아서 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국무조정회의는 영상회의실을 이용하는 쪽으로 추진 중이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억압정권 붕괴 北도 예외 아니다”

    “억압정권 붕괴 北도 예외 아니다”

    버락 오바마(얼굴)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양자 정상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핵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중동·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사태가 북한에서 가능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독재 정권에서 민주화로 가는 과정에는 항상 불안감도 있고 위험도 따르지만 우리가 보아 온 것은 인간 정신이 결국은 억압정권을 물리친다는 것”이라면서 “북한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사람들이 한국의 성공을 본다면 시장경제와 민주화와 자유가 그들의 후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현실 앞세운 통과냐, 정쟁 휩쓸린 표류냐… 기로에 선 한국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비준, 처리함에 따라 비준의 ‘공’이 한국 국회로 넘어왔다. 13일 현재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된 한·미 FTA 비준안에 대해 야권을 중심으로 재재협상의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청와대와 정부가 전방위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여야의 힘겨루기로 인해 이달 말까지 FTA 이행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경우 내년 1월 1일 FTA 발효 자체가 어려워져 대외신인도 하락 등의 경제적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8월 한·미 FTA 비준안 처리의 선결조건으로 ‘10+2안’을 들고 나왔다. 이 안은 재재협상을 통해 쇠고기 관세 철폐 유예, 중소상인 보호장치 확보, 개성공단 제품 인정을 위한 역외가공조항 도입, 의약품 분야 허가·특허 연계제도 폐지, 금융 세이프가드 실효성 강화 등 10개의 안을 관철시키자는 것이다. 통상절차법 제정, 무역조정지원제도 강화 등 2개의 국내 보완대책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현재도 이 안을 중심으로 여당과 정부를 압박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비준안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권 내부 ‘일부 수용설’ 혼란도 하지만 정부는 야권이 요구하는 한·미 FTA 이행법안의 재재협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 상하 양원이 통과시킨 한·미 FTA 이행법안은 지난 2007년 두 나라가 공식 서명한 FTA 합의문과 올해 2월 양국 통상장관이 교환한 추가협상 서한을 근간으로 한다. 외교부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서 재재협상을 통해 이행법안을 수정할 경우 미국 의회가 다시 수정된 내용으로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시간적으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협정문 자체에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남은 최종 선택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비준안을 처리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판단만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일부 주요 인사들도 야권의 재재협상 요구에 대해 ‘일부 수용 가능성’을 흘리고 있어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재재협상 주장은 끝난 얘기다. 비준안이 더 이상 정치쟁점화되어서는 안 된다.”며 “FTA가 우리 국익에 기여하는지 따져보고, 피해예상 분야에 대해서는 기존의 보완대책을 내실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비준안 처리 지연 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우선 국가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고 미국의 거센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FTA 발효가 지연되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커다란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이달 내 국회 통과에 총력 미국에서 전기자동차가 새로운 활로로 부각되는데 현행처럼 관세를 부담할 경우, 한국산 배터리가 아무리 경쟁력을 갖췄다고 해도 중국산·일본산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는 이달 내 국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축으로 대 국회 설득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자칫 정쟁에 휩쓸려 장기 표류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野 “쇠고기 관세철폐 유예” 與 “다른 상품도 연계… 수용 어려워”

    野 “쇠고기 관세철폐 유예” 與 “다른 상품도 연계… 수용 어려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둘러싼 여야 간 쟁점 가운데 농축산업의 주요 품목인 쇠고기에 대한 관세 철폐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쇠고기의 관세 철폐를 일정기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세를 10년간 유예하고 11년차부터 8%씩 철폐해 15년차에 40% 관세를 모두 없애는 방안이다. 그러나 정부 측은 한·미 간 교역규모가 큰 쇠고기 양허 일정 조정을 요구할 경우 다른 주요 상품들의 양허 일정 조정과 연계돼 전반적인 재협상 요구로 확산,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소상공인들의 보호책에 대해서도 의견이 팽팽하다. 민주당은 중소상인 적합업종 특별법과 외국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규제할 유통산업발전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등을 마련해 중소상공인들에 대한 보호 근거를 협정안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이런 법안들이 16년 전에 발효된 세계무역기구(WTO)의 서비스 협정과 불합치 문제가 발생해 한·미 FTA만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불가 문제도 쟁점이다. 민주당은 역외가공 조항을 도입해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북한의 도발 상황에서 미국 측이 재재협상에서 인정할 가능성이 없어 향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의약품 분야의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유럽연합(EU)과의 FTA에서 불법으로 규정된 조항을 부활시켜주는 셈이 된다며 조항 삭제와 함께 최근 입법예고한 약사법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특허 보호와 복제약의 조기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라며 3년의 유예기간 중 조정을 주장하고 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도 논란이 뜨겁다. 민주당은 국내 기업 보호를 위해 즉각 조항 삭제를 요구하는 반면, 정부는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재협상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또 서비스시장 개방 방식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네거티브 방식에서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당사국간 분쟁해결절차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한국 금융도 ‘탐욕’ 벗어라

    한국 금융도 ‘탐욕’ 벗어라

    전 세계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반(反)월가’ 시위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시위의 핵심인 금융계의 탐욕에 한국 금융도 예외가 아니다. 반월가 시위는 한국 금융이 탐욕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약자 배려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 금융계 원로들은 금융계가 반성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 해소와 사회적 약자 배려에 적극 나서라고 주문한다.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금융권 임원 연봉을 임원 개개인의 연봉과 기본급, 성과급 등으로 나눠서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미국 월가 시위를 보다시피 위기일수록 사회적 약자의 불만이 많을 수 있으니 우리나라 금융은 이를 아울러야 한다.”고 참석한 산은·KB·신한·우리·하나 등 5대 금융지주 회장에게 강도 높게 주문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금융계의 탐욕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배려가 필요하다.”면서 “우리 금융계가 탐욕을 배제하고 배려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서울신문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 그리고 한국에서 일고 있는 불만의 본질은 빈익빈 부익부”라면서 “열매가 금융에만 집중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10대 증권사의 월평균 급여(661만원)가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현대중공업·LG전자의 월급(503만원)보다 23.9%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계가 선도하던 신자유주의 체제 전체가 반성해야 하는 것이며 금융계뿐 아니라 부유층까지 사회복지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올해 20조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들이 ‘배당잔치’를 벌일 게 아니라 충당금으로 쌓아 금융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시중은행장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배당을 자제하고 내부유보금을 충분히 적립하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월가와 여의도의 금융회사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은 같지만 과정과 책임이 다르다.”면서 차별성을 강조한 뒤 금융업계가 사회공헌 활동 사업에 전년보다 15% 증가한 6800억원을 지출하기로 한 것은 월가 시위의 본질을 모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그는 “탐욕이 곧 자본주의 속성이라고 볼 때 정부가 이들을 절제시키는 여러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금융권 임원 전체의 연봉을 묶어서 공시하지 말고 임원 개개인별로 스톡옵션, 기본급, 성과급을 따로 구분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행장은 “미국처럼 단기성과에 집착하고 성과급이 높은 금융업의 속성 때문에 회사는 망해도 임원은 연봉을 가져가는 도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복지천국’ 스웨덴식 보편적 복지국가 핵심은

    복지정책의 쟁점은 수혜자가 아니라 부담자다. 결혼, 출산, 육아, 교육, 실업 등 삶에서 누구나 부딪히게 될 위험에 국가적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데 뭐라 할 사람은 없다. 해서 반대론자들은 늘 부담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다. 복지논쟁이 불붙으면서 이 부분도 비교적 상세히 거론되기 시작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최근 내놓은 ‘역동적 복지국가의 길’(도서출판 밈 펴냄)에서 주목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들이 복지국가를 좌파적 이념이 아니라 새로운 자본주의로 본다는 점이다. 좌파가 아니라는 점은 보편적 복지가 결국 자본가들에게도 이득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결혼, 육아, 실업 등에 대한 노동자들의 부담이 적어야 임금인상 압박이 줄고, 구조조정이 용이해진다. 역사적으로도 복지국가론은 우파보다 좌파들의 공격 대상이었다. 무크지 창간 형식이다. 2, 3, 4권을 내면서 지속적으로 ‘계몽’하겠다는 의미다. 또 한 가지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라는 단체 자체가 야권과 깊은 연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민주당이 내건 ‘증세 없는 복지’를 비판한다는 점이다. 정치인에게 증세 주장이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와 같다. 그래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때문에 이들의 목표는 정치권 비판 그 자체라기보다, 증세 주장의 토양을 마련해주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13편의 논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글은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의 글 ‘복지국가의 조세재정-역사에서 배운다’이다. 국민대 교수를 지낸 정 위원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와 함께 베스트셀러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쓰기도 했다.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증세라고 하면 흔히 부유세를 떠올린다. 고소득층에게 고도의 누진적 과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정 위원은 한국적 상황에서 참고할 점은 있으나, 문제가 있는 방식이라고 본다. ‘복지의 전범’으로 꼽히는 스웨덴 사례를 예로 든다. 1930년대 사민당 집권기에 가장 먼저 추진된 정책 가운데 하나가 법인세 인하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권의 법인세 인하를 비판하는 사람들로서는 다소 뜻밖이다. 아울러 재분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부가가치세율이 한국은 10%, 스웨덴은 25%다. 그런데 스웨덴은 복지천국이다. 정 위원이 보기에 부유층에게 고액의 소득세를 매기는 행태는 정치적 불안정의 결과다. 실제 미국과 영국은 1929년 대공황 이후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80~90%대까지 높였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 부자를 쥐어짜는 것이어서다. 대공황과 세계대전 와중이라 반대할 명분도 없다. 반면, 스웨덴은 최고세율이 47%를 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영국의 조세 수입 가운데 소득세와 법인세 비중은 40%에 그친 반면, 스웨덴은 1940년대부터 50%를 넘어섰다. 정 위원이 분석해 보니 미국, 영국은 급하게 세율을 올리는 데 따른 정치적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각종 공제제도와 감면제도를 마련했다. 명목상 최고세율은 치솟는데 조세 수입은 크게 늘지 않은 이유다. 반면 스웨덴은 세율을 높이지 않되 예외가 되는 구멍을 막았다. 예나 지금이나 인구의 대다수는 고소득층이 아니라 중·저소득층이다. 조금 적더라도 더 넓게 걷다 보니 더 많은 조세가 가능했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등장한 고도의 누진적 과세는 정치적 변동에 따라 언제든 급격히 사라진다. 최고세율을 79%에서 33%로 대폭 깎아내린 미국 레이건 정권이 대표적 예다. 정 위원은 이런 비교작업을 통해 복지국가는 재분배에 역진적이라는 소비세 비중이 오히려 높고, 복지에 후진적인 나라들은 개인소득세와 법인세에 크게 의존한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보편적 복지란 부자가 가진 것을 뺏어와 나눠 갖는 개념이 아니라, 낸 것을 다시 되돌려받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물론 소득에 따라 부담하는 세금의 차이는 있지만 이 차이는 좀 더 부드러워야 하고, 대신 감면·공제제도는 대폭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위원은 “이렇게 해야 왜 내가 낸 돈으로 남들이 이득을 보느냐는 정치적 불만을 제압할 수 있고, 이는 복지정책 자체의 제도적 안정성에 기여한다.”고 지적한다.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보편적 증세가, 다시 말해 “돈 많은 너희들이 세금 다 내라.”가 아니라 “돈 없는 나도 버는 만큼 세금을 내겠다.”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대통령 아프리카 간다고 시민 50만명 김포가도에 도열해...”

    “대통령 아프리카 간다고 시민 50만명 김포가도에 도열해...”

    1982년 8월 16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아프리카 4개국과 캐나다 순방길에 오르던 날 시내 곳곳에 대형 태극기가 걸렸고 김포가도를 가득 메운 50만명의 시민들은 태극기를 흔들었다. 대통령의 해외방문을 알리는 구름다리 형태의 대형 홍보물 2개가 광화문 대로를 가로질러 설치됐다. 기념탑이 6개, 현판은 무려 26개나 세워졌다. 대통령 내외가 비행기에 오르기 전 공항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화동(花童)들의 꽃다발 증정은 필수였다. 이 자리에는 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 등 3부 요인과 국무위원들이 모두 나왔다. 각각 1000명의 합창단과 환송단이 행사 분위기를 달궜다. 의전(儀典). 공직사회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방식이자 행사 참석자들을 격에 맞게 예우하는 방식’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일반국민에게는 상사를 잘 모시는 일이나 허례허식과 유사한 말 정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1960~80년대 군부정권에서는 대통령 등 소수의 고위직 권위를 돋보이게 하는 수단으로 쓰였던 것도 사실이다. 남북한 대결 상황에서 대내외적으로 국가의 권위를 인정받고자 성대한 의전은 필요했다. 1979년 국회 ‘의전편람’ 머리말에는 “외국인과의 사교에 있어 의전의 중요성을 거듭 명심해야 한다. 우리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북괴의 악랄한 외교적 도전이 세계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때 이를 분쇄하고….”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군사정권 권위 높이려 과다하게 이용 하지만, 시대에 따라 국가행사에서 의전 양상과 그 속에 담긴 생각은 사뭇 달라졌다. 화려하고 복잡했던 의전이 1990년대 이후 점차 간소화·민주화·합리화·실용화됐다. 올 8월 이명박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설 때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 등만 나와 조촐하게 공항에서 환송하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같은 국제회의에서 의전은 세계 정상들에게 국내 특산품을 소개하고 문화를 알리는 비즈니스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권혁문 행안부 의정담당관은 의전을 “상대를 예우하는 방법”이라고 정의, 거창한 의미부여를 피했다. 달라진 의전 양상은 의전의 기준이 되는 편람의 내용이 달라진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84년 총무처에서 펴낸 ‘정부의전 편람’의 환송·영 행사 부분에는 ‘일반적으로 환송장식은 출발 3일전에 완료하여 출발후 3일까지 존치시키고 환영장식은 환송장식의 개수(改修)를 도착 3일전에 완료하며 환영가두의 주요소에 보완장식을 하여 귀국후 1일까지 존치시키고 철거토록한다’고 돼 있다. 이에 비해 2008년 ‘정부의전편람’에는 ‘대통령 외국방문에 따른 공항 환송·영 의식은 서울공항에서 검소하고 정중하게 거행한다’고 돼 있다. 과거에는 또 국가행사에 참석하는 관료들의 공직서열도 세분화해 직접 명시했다. 그 서열에 따라 좌석배치는 물론 함께 차량을 탈 때나 걸을 때 위치도 달라졌다. 1970년 외무부의 ‘의전실무편람’은 ‘우리나라 서열표’라는 이름으로 1~58위까지 주요직책의 서열을 정리해놨다. 대통령을 1순위로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등 삼부 요인이 2~4순위에, 국무위원들이 10위에 올랐다. 이어 지금의 국가정보원장에 해당하는 중앙정보부장이 11위, 국회 상임위원장 12명이 12위, 대법원 판사 15명이 13위로 돼 있다. 또 국립대학교 총장들은 20위인데, 총장별 순위도 서울대·충남대·전북대·전남대·경북대·부산대 순으로 정해져 있다. 국회의원은 21위로 총장보다 서열이 낮았다. 그밖에 시·도지사 중에서는 서울시장이 14위, 부산시장이 32위를 기록했고 이북 5도를 포함한 당시 도지사 14명의 서열은 33위로 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황해·평남·평북·함남·함북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기준 유연해 자리배치 신경전 이에 비해 오늘날에는 이런 구체적인 공직자 서열 구분은 사라졌다. 다만, 공직 직위가 있을 때는 ▲직위(계급) 순위 ▲헌법 및 정부조직법상의 기관순위 ▲기관장 선순위 ▲상급기관 선순위 ▲국가기관 선순위 등으로, 직위가 없을 때는 ▲전직 ▲연령 ▲행사 관련성 ▲정부 산하단체, 공익단체 협회장, 관련민간단체장 순이라는 대략적인 기준만 정해져 있을 뿐이다. 더욱이 ‘2008년 정부의전편람’에는 ‘예우기준 실제 적용은 행사의 성격, 행사와의 관련성 등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해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때로 유연한 의전 기준 때문에 행사 참석자 간의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행사 때마다 서열에 따라 자리를 배치하는 것이 가장 곤혹스러운 일이 돼 버렸다. 광역의회 분과위원장이 자신보다 기초의회 의장을 먼저 소개했다고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하고, 고등학교 후배가 자신보다 상석에 앉은 일 때문에 멱살잡이하는 일도 벌어진다. 그래서 행사 진행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자리배치는 잘해 봐야 늘 본전”이라는 푸념도 나온다. 의전 전문가들은 “정부의 의전 기준에 맞추려고 하지 말고 행사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관행을 존중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면서 “정부의전편람도 정부가 해왔던 관행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MB, 퇴임후 내곡동 사저로

    MB, 퇴임후 내곡동 사저로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후 이전에 살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이 아니라 서초구 내곡동으로 간다. 청와대 측은 9일 “논현동 자택이 주택밀집지여서 진입로가 복잡하고 협소하며 인근 지역에 이미 3∼4층 건물이 있어 안전상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고려해 지난 5월 초 내곡동을 새로운 사저부지로 선정하고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논현동 일대 땅값이 평당 3500만원가량으로 지난해 배정된 경호시설용 부지매입비 40억원으로는 330㎡ 정도밖에 살 수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 내외가 거주할 내곡동 사저용 부지는 463㎡, 경호관들이 활용할 경호시설용 부지는 2143㎡로 모두 9필지 2606㎡이다. 지난 5월 이곳 땅주인인 한정식집 주인 Y(56·여)씨와 부지 매매계약을 맺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퇴임후 경호시설(서울 동교동) 부지는 227.7㎡,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호시설(경남 봉하마을) 부지는 1464.54㎡다. 이 과정에서 사저 건립을 위한 부지 463㎡를 이 대통령 장남 시형(33)씨 명의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사저 부지 구입 비용으로는 지금까지 모두 11억 2000만원이 들어갔으며, 이 중 6억원은 김윤옥 여사 소유의 논현동 땅을 담보로 시형씨가 농협으로부터 대출을 받았고, 나머지 5억 2000만원은 이 대통령의 친척들로부터 빌렸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직장생활 3년 차에 불과한 아들 명의로 거액의 부동산을 매입한 경위와 진짜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매입 경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변인은 또 “친척으로부터 5억원 이상을 빌렸다는데 그 친척이 누구인지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김성수·구혜영기자 sskim@seoul.co.kr
  • [사설] 솔선수범은커녕 건보료 떼먹은 공공기관

    건강보험료 떼먹는 데는 공공기관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엊그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1월부터 올 8월까지 실시한 ‘사업장 지도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공무원 및 교직원 사업장 2495개 가운데 4분의3인 1874개 사업장이 소득을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건강보험료를 적게 납부해 123억 3300만원을 추징당했다. 특히 공공기관의 추징비율은 75%나 돼 44%인 민간사업장을 월등히 앞섰다. 건보료 성실납부로 모범을 보여야 할 공직사회에 건보료 떼먹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건보료 납부실태를 기관별로 보면 교육기관이 가장 비양심적이었다. 2156개 교육기관 가운데 1638개 기관이 건보료를 적게 내 불성실 납부율이 75.9%로 가장 높았으며, 지자체가 75.6%로 뒤를 이었다. 중앙정부가 그나마 64.7%로 가장 낮았지만 자료제출을 거부한 기획재정부, 법무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 힘있는 기관을 포함했을 경우 그 수치가 얼마나 올라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건보 재정은 해마다 악화일로에 있다. 노인인구의 급증으로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의료비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조 2994억원에 이르렀던 건보 재정적자는 2015년 5조원으로 늘어난 뒤 불과 5년 뒤인 2020년에는 3배가 넘는 17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무원들이 건보료를 적게 내 개인 호주머니를 채운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모럴 해저드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공무원들은 연금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연간 1조원 이상의 보조를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은 정년이 보장돼 기업 등 민간에 비해 고용안정성도 뛰어나다. 처우도 개선돼 요즘 공무원 월급을 박봉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 만큼 공직사회는 건보료 성실납부에 앞장서야 한다. 다행히 소득 축소가 민간과 달리 의도적인 게 아니고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라고 하니 쉬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건강보험공단도 성실납부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해 건보료 누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 [씨줄날줄] 마에킨(前金)/박대출 논설위원

    1863년 미국의 노예제도가 폐지됐다. 남북전쟁 직후였다. 해방 흑인들은 노동력밖에 없었다. 식료품이나 옷을 살 돈이 필요했다. 농장주에게 전차금(前借)을 받고 일했다. 일종의 선급금(先給)이었다. 전차금엔 높은 이자가 매겨졌다. 노동자들은 늘 빚에 쪼들렸다. 해방 흑인뿐만 아니었다. 가난한 백인도 마찬가지였다. 전차금 제도는 신(新)노예계약이었던 셈이다. 이런 악순환은 남부의 농업을 더 뻗어나지 못하게 했다. 2차 세계대전 전까지 이런 나라는 허다했다. 전차금이란 미리 받는 임금이었다. 일을 해서 갚기로 약정하는 돈이었다. 저임금으론 전차금을 갚기 어려웠다. 고리(高利)일수록 더했다. 근로자 착취로 이어졌다. 국가 개입은 전후에 이르러서다. 우리 근로기준법도 엄격하다. 전차금 상계의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전차금을 임금으로 갚을 수는 있다. 이를테면 가불 같은 형태로 가능하다. 학자금 대여나 주택구입자금 대부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임금과의 상계 조건을 달지는 못한다. 빌려 쓴 ‘빚’과 미리 받은 ‘임금’을 구분한 것이다. 현실은 법과 다르다. 빚과 임금의 경계가 모호하다. 오히려 빚으로 더 많이 쓰인다. 전차금은 일본에선 전금(前金)으로 불린다. ‘마에킨’으로 발음된다. 우리나라에선 ‘마이낑’ ‘마이킹’으로 변용됐다.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는 속어다. 유흥가에서 많이 쓴다. 업주가 여종업원에게 빌려주는 돈이다. 고리의 이자가 붙기 십상이다. 여종업원들에겐 목돈이 필요하다. 성형은 아예 초기 투자다. 의상비, 주거비도 한두 푼이 아니다. 업주로부터 마에킨을 받아 충당할 도리밖에 없다. 수천만원에서 1억원대도 있다고 한다. 제일저축은행이 대형 사고를 쳤다. 마에킨을 담보로 불법 대출을 했다가 탈이 났다. 유흥업소에 빌려준 규모가 1546억원에 이른다. 밤무대 종사자를 상대로 무리한 짓을 벌였다. ‘강남 유흥업소 대출 특화상품’이란 이름으로. 이를테면 아가씨 담보 대출인 셈이다. 이자가 무려 18~23%에 달했다. 멀쩡한 고객이 찾을 리 만무하다. 30개 업소는 폐업했고, 업주 36명은 신용불량자였다. 2000년 음반 발행이 연간 4000만장을 넘었다. 당시 음반업계는 전속금 명목으로 마에킨을 줬다. 마에킨이 수십억원에 달한 가수도 있었다. 마에킨은 몸값을 가늠하는 척도다. 하지만 수입이 보장될 때 얘기다. 그러지 못하면 마에킨의 노예가 된다. 어느 분야든 예외가 없다. 그 위험률은 액수와 정비례한다. 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21)경조사비

    [테마로 본 공직사회] (21)경조사비

    5만원, 3만원.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뜀박질하는 현실에서 보통사람들에게 이 액수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 수치들의 상징성은 공직사회에서만큼은 각별하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에게 이 액수 규정은 내심 고마운 것이다. “가뜩이나 경제사정도 답답한데, 한도액을 엄격히 묶어주니 다행스러울 따름”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간간이 다른 얘기도 들린다. “요즘 어디 5만원, 3만원으로 제대로 인사치레를 할 수가 있느냐?”는 조심스러운 의견들이다. 이 단위는 공직사회의 반부패, 청렴성을 대변하는 제도적 장치다. 5만원은 경조사 때 주고받을 수 있는 경조금품의 한도이고, 3만원은 직무관련자에게 받아도 되는 선물, 향응의 통상적 관례 범위다. 공무원 행동강령 제17조에는 공무원이 경조사를 통지하고 경조금(품)을 주고받는 데 대한 규정이 들어 있다. 행동강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관련자나 직무관련 공무원에게 경조사를 알려서는 안 된다. 다만 예외가 있다. 친족이나 현재 또는 과거에 근무했던 기관의 소속 직원에게는 통지해도 된다. 따라서 거의 모든 정부기관들은 직원들의 경조사를 내부통신망으로 알리는 게 원칙으로 통한다. 이때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된 액수가 5만원이다. 단 이를 기준선으로 각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소속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경조금품 상한규모를 정하게 돼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관계자는 “5만원은 행동강령에서 제시한 적성선인데도 거의 대부분 정부기관들이 이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면서 “기관장 재량에 맡겨진 만큼 일부 공직유관단체들에서는 주사급 이하는 3만원, 사무관급 이상은 5만원으로 액수 규정이 나눠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행동강령’ 예외 규정 몰라 불편 호소 이 액수 규정이 나온 것은 공무원 행동강령이 제정·시행된 2003년부터다. 중앙부처의 한 국장은 “일반 사회에서는 아주 각별한 관계자의 경조사에 달랑 5만원짜리 봉투를 전하면 민망할 수도 있겠지만, 10여년 가까이 적응되다 보니 이제는 받든 주든 솔직히 그 액수가 속 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가 공직사회의 규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행정안전부의 한 사무관은 “개인적으로 꼭 특별한 성의를 보여야 하는 사람에게는 그 액수가 민망할 때가 더러 있다.”면서 “받는 사람이 공무원 행동강령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면, 구구하게 설명을 해줄 수도 없고 두고두고 찜찜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강령의 예외규정을 정확히 몰라 불편을 호소하는 공무원들도 의외로 많다. 권익위에는 현실에 맞게 경조금 상한선을 올리는 편이 낫다는 민원이 적잖이 접수되는 건 그래서다. 권익위 관계자는 “예외규정을 모르는 이들은 절친한 친구 등에게 받는 경조금도 5만원 한도액을 꼭 지켜야만 하느냐는 문의를 자주 해온다.”고 말했다. 행동강령에는 공무원이 소속된 종교 및 친목단체에서 제공되는 경조금품은 기준금액을 초과해도 되는 것으로 돼 있다. 따라서 직무관련자가 아닌 친구는 이 범주에 포함돼 5만원 이상을 받아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기관의 분위기에 따라 경조사에 대한 고지 절차에도 차이가 있다. 감사원, 권익위 등 감찰기관을 포함한 몇몇 곳에서는 간부들의 경조사는 아예 고지되지 않는 게 암묵적 관행이다. 감사원의 경우 한 감사위원의 딸 결혼식을 며칠 앞둔 지난달 29일 관련 사실을 아는 내부 직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 내부 직원은 “일반 직원들의 경조사는 고지되지만 지금까지 간부들의 경조사, 특히 그들 자녀의 혼사에 축의금을 내본 기억은 거의 없다.”면서 “특별히 그들에게만 금지규정을 두는 게 아닌데도 간부급이 되면 그런 관행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봉투 한 장으로 간단히 오가는 경조금품과는 달리 공직사회에서 선물(향응) 주고받기는 생각보다 더 까다롭고 번거롭다. ●위반 사례 2003년 이후 62건 불과 행동강령 제14조에는 공무원은 직무관련자로부터 금전, 부동산, 선물 또는 향응을 기본적으로는 받아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통상적 관례의 범위(3만원)에서 제공되는 음식물이나 편의는 받을 수 있다. “승진 등 인사가 있으면 외부 지인들에게서 3만원이 넘는 난화분을 선물해도 괜찮느냐는 확인전화가 미리 걸려온다.”는 한 공무원은 “직무와 무관한 사람이라면 사실상 선물 액수 제한은 없지만, 이래저래 주변 눈치가 보여서 무조건 보내지 말라고만 얘기한다.”고 씁쓸해했다. 반면, 또 다른 공무원은 “공무 관련 외국인을 만나는 식사자리 등 3만원 규정을 상대 쪽에서 불편해하는 경우가 솔직히 많다.”면서도 “비현실적 규정이라는 내부 의견도 있지만, 그 규범에 맞추려 의식하는 과정에서 긴장이 유지되는 만큼 3만원이라는 계도액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년에 한두 차례 각 기관들은 자체적으로 경조사나 선물 관련 행동강령 위반여부를 정기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경조사의 경우는 자체 적발 사례가 거의 없다. 권익위에 접수된 경조사 통지 및 경조금품 위반 사례는 지난해의 경우 단 9건. 행동강령이 시행된 2003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다 합해도 62건에 불과하다. 중앙부처의 한 감사담당자는 “고지 과정이 합당했는지 정도를 점검할 수 있을 뿐, 실제로 자진신고하지 않는 이상 위반사례를 찾아내서 징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5만원, 3만원의 금액 기준은 공무원들이 스스로의 행위를 단속하게 하는 선언적 의미가 사실상 더 큰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사설] 점점 늘어나는 주한미군 범죄를 우려한다

    얼마 전 경기 동두천의 한 고시텔에서 한국 여학생이 주한미군 병사에 의해 성폭행당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미국 국무부가 즉각 유감을 표명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주한미군에 의한 잇단 강력범죄에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SOFA 규정에 따르면 현행범이 아닌 경우 미군 측에서 신병 인도 요청을 하면 넘겨줘야 한다. 그런 만큼 검찰이 구속 기소해 신병을 넘겨 받을 때까지 용의자는 얼마든지 증거를 조작하거나 진술을 바꿀 수 있다. 이번 성폭행 사건처럼 죄질이 극악함에도 현행범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면 문제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미국 정부의 주한미군 병력 감축에 따라 최근 한국 내 미군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반면 미군의 범죄는 꾸준히 느는 추세다. 지난해 7월 주한미군의 야간 통행금지가 전면 해제되면서 미군 범죄 증가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경찰도 2006년까지 감소하던 미군 범죄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원인의 하나로 주한미군사령부의 통행금지 해제 조치를 꼽는다. ‘주한미군 야간통행금지법’ 제정을 검토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2002년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 이후 논란을 거듭해온 SOFA 독소조항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외교통상부는 앞으로 추가적인 문제점이 발견되면 미국 측에 SOFA 조항 보완에 대해 협의를 제의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 소극적이고 안이한 자세로는 일상화된 주한미군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없다. 정말 SOFA에 규정된 이른바 12대 중대범죄에 관한 미군의 수사에 특별한 문제점이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군 범죄로 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정부는 독소조항 검토를 말했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미군 당국도 주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한 규정을 바꾸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최근 ‘도가니 신드롬’이 보여주듯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어떤 가혹한 처벌을 해서라도 근절해야 한다는 게 국민 여론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주한미군의 성범죄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SOFA 재개정을 포함한 총체적 주한미군 범죄 대책을 마련할 때다.
  • [문화마당] 아이유와 대학 특례 입학/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아이유와 대학 특례 입학/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고3 수험생에게 대학 합격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본인에게도, 뒷바라지를 해온 부모들에게도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으랴. 그런데 이를 마다한 수험생이 있다. 인기 가수 아이유가 바로 그다. 올해 연예인 수험생 중 연예관련학과가 있는 대학의 스카우트 표적 1순위가 그였다. 몇몇 대학은 아이유 모시기에 공을 들였다. 며칠 전 아이유는 연예 특례 입학을 정중히 거절했다. 그 이유가 눈길을 끈다. ‘대학 진학의 필요성을 아직 느끼지 못했다.’였다. 또한 가수로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그것을 함께 병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대학생이란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1993년 5월생. 만 18세. 아이유의 그 같은 결단은 한낱 가십성 뉴스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때가 되면 으레 해야 할 일들을 거부한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더군다나 우리의 교육 정서는 학업에 있어서만큼 예외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를 감안한다면, 그 같은 결단은 주목 받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아이유였기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이유가 방송사의 가요프로그램 녹화 무대에서 한껏 노래 솜씨를 발휘하고 내려와서 첫 번째로 하는 일은 무대복을 벗고 화장을 지운 뒤 교복을 입는 것이다. 스태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그녀는 ‘스스로’ 고등학생의 본분으로 돌아간다. 진학 포기라는 용단을 내리긴 했지만 음악 이론과 뮤지션으로서의 성장을 위해 때가 되면 공부를 다시 하겠다는 그녀의 다짐은 우리 가요계의 미래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연예인이 되면 대학 진학은 ‘옵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많은 청소년들이 인기도 누리고 대학 진학 특례도 누리는 모습을 보면서 연예인을 선망하게 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매년 입시철마다 나오는 문제지만, 연예인 대학 특례입학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다. 연극·영화학과와 음악 관련 학과 등에 진학하려는 수험생은 한 해 1만명 내외다. 이상 과열이랄 수도 있는 이런 인기는 연예인이 얼마나 선망의 대상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연예인 특례입학을 한 학생들 가운데는 정말 예술적 기질이 넘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기획사의 홍보력 덕에 TV에 몇번 나왔다는 것만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도 있다. 특례입학생 중에는 출석 여부와 관계없이 학교 책임 아래 졸업까지 보장받는 사람도 있다 하니 더더욱 놀랍다. 연예 관련 학과가 인기를 끌다 보니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관련 학과를 만드는 대학들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체계적이고 내실 있는 교육시스템을 통해 인재를 길러야 하지만 인기 학과임을 자랑하기 위해 기존 연예인을 받아들여 학교 홍보에 주력하는 방식을 쓴다. 100년을 내다봐야 한다는 대학 행정의 우울한 단면이다. 교육 행정은 상술이 아니다. 진중하고도 진중해야 한다. ‘출석’이 중요한 것은 학문에서 정보 교류를 하는 법, 정기 공연 등을 통한 통합적 메커니즘을 배우기 때문이다. 이런 진지한 협동작업을 통해 예술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참된 예술인으로 성장하는 일이다. 이런 과정 없이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연예 관련 학과에 대한 입시준비도 그야말로 벼락치기다. 성적이 고만고만하니까 실기 비중이 큰 연예 관련 학과로 급히 눈을 돌린다. 중·고교 시절 연극 한 편 보지 않고, 시나리오나 희곡 하나 진지하게 읽어본 적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기본’이라 할 것도 없을 정도로 민망한 수준이다. 이는 실기 현장에서 곧장 드러난다. 겉멋만 잔뜩 들어간, 유행어만 남발하는, 깊이와 느낌이 전혀 없는, 그런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올해도 연예 관련 학과의 경쟁률은 치솟을 전망이다. 즉흥적이고 근시안적 대학행정과 준비 없이 오직 스타만을 꿈꾸는 수험생들. 우리 교육이 이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입학 자격을 갖추고도 대학 진학을 하지 않는 가수 아이유의 결단을 이제는 되짚어 볼 때다.
  • 친인척 관리 靑 민정1비서관실

    “지라시(사설정보지)에라도 한 줄 언급이 되면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하는지 아니면 단순 루머에 불과한지 반드시 확인해 보고 있다. 비리를 사전에 예방하는 목적도 있다.” 측근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로 청와대의 대통령 친인척·측근 관리가 한층 강화되는 양상이다. 김두우 전 홍보수석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외에 추가 측근 비리가 터져 나올 경우 임기 후반 권력 누수를 차단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1400명 수시로 관리 청와대 친인척, 측근을 담당하고 있는 곳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1비서관(신학수 비서관)실이다. 전임자인 장다사로 기획관리실장에 이어 이 일을 맡고 있는 신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고향(포항) 후배로, 오랫동안 이 대통령을 수행했기 때문에 친인척 관리 업무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정1비서관실에서는 약 1400명에 달하는 대통령 친인척을 수시로 관리하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은 친족은 8촌 이내, 외가 쪽은 6촌 이내, 처가 쪽은 6촌 이내까지 포함된다. 친인척은 친밀도에 따라 A, B, C, D 등 4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구체적인 비리 정황이 포착되면 즉각 대면조사에 들어간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친인척인 A그룹은 1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은 별도의 분류 기준이 없으며 청와대 전·현직 고위참모나 전·현직 정부기관장 등이 일반적인 대상이다. 청와대는 이들에 대해서는 평상시 무조건 동태를 관찰하지는 않지만, 첩보 등을 통해 비위가 의심되면 곧바로 정밀감시에 들어간다. 대통령이 성역 없는 측근 비리 척결을 강조한 이후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사정기관회의가 상설기구로 처음 출범한 만큼 앞으로는 관련 사정기관끼리 유기적인 협조를 강화하고, 비위 혐의를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본다는 게 청와대의 방침이다. ●장관·靑참모도 관찰대상에 청와대 관계자는 “친인척이나 측근 중 현재까지 눈에 띄는 비위 혐의가 거론되는 사람은 없다.”면서 “다만 한번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그런 점을 특히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열린세상] 반값등록금 감사/문명재 연세대 언더우드 행정학 특훈교수

    [열린세상] 반값등록금 감사/문명재 연세대 언더우드 행정학 특훈교수

    반값 등록금 문제가 개학과 함께 다시금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다. 1990년까지만 해도 33.2%에 불과하던 대학 진학률이 80%에 육박하다 보니 등록금을 걱정하지 않는 집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록금 마련에 허리가 휘는 부모가 많아졌고 당사자인 대학생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이러다 보니 ‘반값 등록금’ 해법에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학등록금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는 대학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대학의 경쟁력과 청년실업 문제와 맞물려 있는 사회적 문제다. 선진국에 비해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우리나라 대학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재원 확보를 명분으로 등록금을 인상해온 것이 사실이다. 한편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등록금의 투자 수익률(?)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등록금의 인상 원인이나 대학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보다는 반값 등록금이라는 포장과 상표에 관심이 많다.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 문제를 추스르기는커녕 비난의 화살을 대학으로 돌리기에 급급하다. 시나브로 대학과 사회 그리고 학생 간의 불만과 불신이 증폭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러한 가운데 감사원이 직접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초유의 감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66개 대학의 ‘교육재정 배분 및 집행실태’를 감사하기 위하여 감사인력 399명이 동원되었다. 학사일정을 고려하여 학기 시작 전에 감사가 종료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2차례 연장되어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나가는데 감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대학도 있다. 수감기관인 대학은 감사에 매달리느라 본업인 교육과 연구지원 업무에 공백이 생길 지경이라며 볼멘소리를 낸다. 내부와 외부 감사는 건강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통제기제다. 물론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대학은 자체 감사와 함께 정기적으로 교육부의 감사를 받는다. 이러한 감사를 통해 대학은 뼈아픈 자정의 노력을 벌이거나 도약과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 실시한 감사원의 사립대학 감사는 기존의 교육부 감사와 달리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사립대학이 감사대상 기관이 되는지 여부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감사의 목적과 범위도 논란거리다. 정부의 특정한 재정지원에 대한 감사가 아닌, 사립대학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는 자칫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교육재정에 대한 감사라고는 하나 ‘반값 등록금 감사’의 성격이 농후한 이상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기획한 감사라는 의심을 받기 십상이다. 반값 등록금을 위한 해법도 혼란스럽다. 경상회계 중에서 감가상각비만 적립할 수 있도록 개정된 사학법 규정도 문제다. 현실적 책임을 강조하는 규정이 오히려 교육과 연구에 대한 대학의 미래투자를 원천적으로 막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체질을 개선해 오던 대학들은 미래에 대한 준비 대신 현재의 비용구조 개선을 통해 등록금을 인하하라는 갑작스러운 요청에 혼란스럽다. 이는 달리기 선수에게 경기 중에 빨리 뛰라고 독촉하다가 갑자기 제자리뛰기만 하라는 것과 같다. 최근 어떤 미국 주립대학은 주정부의 재정지원은 줄어드는 데 반해 간섭은 많아진다며 주립대학 신분을 포기하는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정부의 간섭에 대한 대학의 민감성을 보여주는 얘기다. 망치를 든 사람은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반값 등록금의 눈으로 대학재정을 살펴보면 모든 게 등록금을 인상시키는 비용으로만 보인다. 시설 개선이나 우수교원 확보가 경쟁력을 위한 투자가 아닌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치부되면 대학의 미래는 어둡다. 무엇보다도 대학이 앞장서서 장학금을 늘리고 투명한 행정으로 사회적 책임을 제고해 나가야 하지만 정부도 부실한 대학을 정리하는 한편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대학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돕는 배필’이 되어야 한다. 망치를 든 손으로 못질과 함께 대패질도 해야 비로소 집을 지을 수 있다.
  • [新 개인정보 보호시대] (1) 30일 시행 관련법 내용

    하루가 멀다 하고 개인정보 유출 소식이 잇따른다. 대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카드사, 포털사이트, 여권발급기 관련업체 등 민·관·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안전지대가 없다. 수천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신상정보가 불특정 공간을 떠돈다는 불안감과 두려움 속에 벌거벗은 느낌으로 산다. 이런 가운데 오는 30일부터 개인의 권익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개인정보보호법이 전면 시행된다. 세 차례에 걸쳐 법 시행을 통해 바뀌는 내용과 개인과 사업자들의 피해 예방 및 구제 방법을 꼼꼼히 따져 본다. #사례1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찰청,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은 물론 개인정보보호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까지 포함한 10개 주요 공공기관에서 갖고 있는 40억여건의 개인정보 중 7억 900만건이 보유 기간을 넘겼음에도 파기되지 않고 있었다. 개인정보 보호 불감증에 민관이 예외가 없음을 보여준다. #사례2 출출한 밤, 야식이 생각났다. 동네 ‘꼬꼬댁 치킨’에 전화를 걸었다. 지난주에 처음 시켜봤는데 맛이 꽤 좋았던 기억이 났다. “양념 반, 프라이드 반 주세요. 생맥주 2000㏄도요.” “네, 알겠습니다. ××아파트 ×동 ××호로 총알같이 쏘겠습니다.” 20분 뒤 버젓이 현금영수증까지 만들어 왔다. 개인정보를 저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는데 어떻게 이미 알고 있지? 불법 아냐? 야식을 먹는 내내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기업들 ‘민감정보’ 수집 원천금지 오는 30일부터 개인정보보호법이 전면 시행된다. 그동안 공공기관 개인정보법, 정보통신망이용촉진법, 신용정보이용법, 의료법 등 특정 대상별로 나누어져 있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들이 하나로 모아지게 된다. 대기업, 공공기관은 물론 동창회, 부동산중개소, 비디오대여점, 치킨집, 피자집 등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350만 사업자가 적용대상이다. ●위반땐 5000만원이하 과태료 위에서 예로 든 ‘사례2’의 경우 현행 법으로는 규제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면 반드시 법에 따라 이용 목적과 이용 기간 등을 자세히 알려준 뒤 동의를 받고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위반하면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례1’은 현재 공공기관 개인정보법이 있지만 과태료 등 처벌 조항은 없었다. 오는 30일 이후에는 보유 기간이 지났는데도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않을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동안 기업들은 관행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해 온갖 개인 정보를 수집했으며 동의하지 않을 경우 가입이 불가능한 일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 등 ‘고유식별 정보’와 사상·신념, 건강, 성생활 등 ‘민감정보’는 원칙적으로 처리가 금지된다. 반드시 필요한 경우 정보주체의 별도 동의를 받아야 한다. CCTV 설치 또한 마찬가지다. 목욕탕, 화장실 등은 당연히 안 된다. 커피점 등에서 직원의 근태를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설치할 수 없다. 공개된 장소에 설치할 수 있는 경우는 범죄예방, 시설안전, 화재예방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국한된다. 또 이 경우에는 반드시 어떤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한다는 안내판을 두어야 한다. 안내판 미설치 시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권헌영 광운대 과학기술법학과 교수는 “개인 입장에서는 신상정보를 더욱 보호받고 구제 절차가 더 구체화돼서 좋지만 자칫 영세사업자를 비롯한 기업 입장에서 늘어난 비용이 개인들에게 다시 전가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열린세상] ‘安風’의 정치적 교훈/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安風’의 정치적 교훈/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설의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니 정치와 언론이 안철수 바람에 매달리고 더 키우고 싶어하는 듯하다. 왜 그럴까. 그동안의 정치가 보여주지 못했던 모처럼의 흥미와 감동, 그리고 유익을 조금이라도 더 끌고 가고 싶은 심사가 작동한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여야 정당 가릴 것 없이, 심지어 대통령과 청와대까지도 유권자의 정서, 희망사항과는 한참 동떨어진 채 빗나가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정당은 물론, 청와대까지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 학생처럼 놀라고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그야말로 현실이고 조직이기 때문에 닷새간의 안철수 바람이 현실 정치에서 실제 정치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치적 돌풍을 일으킨 그 짧은 기간에서조차 안 교수는 ‘간이 배 밖에 나왔다.’는 등의 험한 말을 들어야 했고 안 교수 스스로 ‘한나라당 응징’이라는 사실상 정치적 실언을 함으로써, 그가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기존 정치인과 같은 처지에 빠져들 뻔했다. 그러나 최고의 관심과 인기를 누릴 때 떠나는 스타처럼, 안 교수는 안풍(安風)이 최고점에 다다를 때 홀연히 정치판에서 퇴장함으로써 최고의 정치적 효과를 거두고, 신비감이라는 부수적인 과실도 얻을 수 있었다. 문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총선, 대선을 앞둔 정치판도가 안풍이 가라앉는다고 해서 결코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극히 짧은 안철수 돌풍은 그간의 정치판의 속살을 거의 모조리 드러내 버리면서 현실정치가 이렇게 변해야 한다는 몇 가지 정치적 교훈을 남기고 물러났다.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안풍 또는 다른 형태의 안풍이 언제든지 몰아닥칠 터이다. 첫째, 정치권력의 소통노력, 소통 능력의 중요성에 대한 일침이다. 안철수 돌풍의 계기가 됐던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정당들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보지만, 결국 투표 결과는 집권세력의 소통 부재에 대한 항의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무상급식 정책 자체는 지자체 예산의 효율적 집행 측면에서 분명 포퓰리즘적인 속성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오세훈 전 시장과 야당이 이 문제를 정책이 아니라 정치 투표로 끌고 가면서 어느새 이미 집권세력과 시민과의 소통 문제가 이번 투표의 핵심이 돼 버렸다. 이번 투표 결과는 결국 여러 업적에도 불구하고 시민과의 소통에 문제를 드러낸 대통령과 집권 정당에 대한 집단적인 불만의 표현이었다. 소통의 문제는 야당도 예외가 아니어서, 안풍은 야당에 결코 유리하게만 작용하지 않고 있다. 소통 능력의 문제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당락의 주요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현재 급부상하고 있는 차기 대권 후보들의 공통된 특징은 들려줄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고, 그 스토리를 가지고 유권자와 소통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안풍은 국정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대안 이슈에 대한 갈구를 암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집권정당이든 야당이든 유권자들을 감동시킬 국정 이슈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러니 소통도 잘 안 된다. 4대강, 경제 살리기, 공정사회, 공생 등은 나름대로 취지는 좋지만 일방적이고 도식적이어서 관심과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안철수 바람을 통해 뭔가 창의적이고 대안적인 국정이슈, 그리고 이슈에 접근하는 다른 방식에 대한 갈구를 드러냈다. 차기 지도자가 되는 길은 창의적인 국정 이슈의 창출과 그것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는 데 있다. 셋째, 안철수 바람을 일으킨 미디어가 무엇이었느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풍은 신문 방송, 또는 독립적인 온라인 매체와 같은 소위 전통적인 언론매체에 의해서 불어 닥치지 않았다. 뉴스가 아니라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 등 소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또 온라인도, 오프라인 미디어도 아닌 ‘청춘 콘서트’와 같은 탈미디어 경로를 통해 안철수 교수는 어느새 스타 정치인이 됐다. 안풍은 정치뿐만 아니라 언론매체에도 변화와 창의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 [사설] 여야 언제까지 ‘안풍’에 우왕좌왕할 건가

    여야가 10·26 재·보선을 앞두고 ‘안철수 바람’에 휘청대며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의 돌풍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이어지고 있다. 그 돌풍이 워낙 거센 탓에 한나라당은 대항마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민주당은 아예 존재감 없는 식물정당으로 전락했다. 이처럼 여야 할 것 없이 위상이 끝없이 추락하는데도 집안싸움만 벌이고 있다. 정치권 불신에 대한 민심의 경고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로만 외칠 뿐 자성의 실천이 없다. 더 이상 우왕좌왕하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한나라당은 최고위원·중진의원들 간에 고성까지 주고받으며 한심한 설전을 벌였다.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은커녕 당 대표와 대변인이 좌파 타령을 해댄다. 낡은 이념의 잣대로 내 편, 네 편을 갈라서 위기 상황을 모면하려는 구시대적이고 단세포적인 발상일 뿐이다. 더구나 일부 ‘486 의원’은 또다시 집안식구에게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며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현직 총리까지 서울시장 후보로 차출하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빈약한 인재풀을 드러냈다. 서울시장은 기본적으로 행정가다. 집권당답게 더 이상 갈팡질팡하지 말고 선거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 정치적 색채를 빼고 경륜과 덕식을 갖춘 후보를 내서 당당히 승부하면 될 것이다. 민주당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에서 아예 변방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던 후보들은 닭 쫓던 개와 다름없는 처지가 됐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를 자처하던 손학규 대표는 지지율이 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와 비주류 간에 험한 설전은 그칠 줄 모른다. 민주당은 야권 후보 단일화에만 급급해하며 반사이득만 챙기려는 행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외부 세력에 의존하지 말고 자립심부터 키울 일이다. 양당 내부에서는 환골탈태하자, 깊은 자기 성찰을 하자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직은 공허하다. 이른바 ‘안풍’은 정당 정치에 대한 불신임 선고나 다름없다. 사망선고로 이어질 것이냐, 재생의 기회를 얻을 것이냐는 양당의 몫이다. 진정성을 내보일 때 새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탈정쟁, 탈이념, 탈기득권 등 ‘3탈(脫) 선언’을 하고 실천하길 바란다.
  • [데스크 시각] 미국의 9·11 대처법/박찬구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미국의 9·11 대처법/박찬구 국제부 차장

    400년 전 영국에서 신대륙으로 처음 이주한 사람들에게 ‘안전’은 낯선 대륙에서의 생존을 위한 최고의 가치였다. 황량한 들판에 집을 짓고 울타리로 영역을 표시한 이주자들에게 ‘총기’는 나와 가족을 지키는 필수품이었다. 하지만 안전을 담보하던 총기는 ‘개척’이란 이름 아래 원주민을 토벌하고 학살하는 수단으로 탈바꿈해 버린다. 방어적인 총기는, ‘잠재적 위험’이라는 명분으로 원주민을 몰아내는 공세적·침략적 도구로 돌변했다. 1890년 운디드니 대학살 사건으로 최후를 맞은 아메리칸 인디언의 비극적 역사는 미국인이 주창하는 안전과 자유의 이율배반을 보여준다. 수세대가 지난 뒤 슈퍼 파워로 등극한 필그림의 후손들은 전 지구촌을 상대로 예의 안전과 자유를 설파하게 된다. ‘설’(說)파는 말에만 그치지 않고, 종종 첨단 기술과 무기를 동반한다. 무엇보다 미국은 소련의 붕괴를 유일무이한 지구촌 수비대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로 삼는다. ‘공세적 안전’이라는 종교를 신봉하는 미국인에게 2001년 9·11 사건은 엄청난 충격이었음에 분명하다. 당시 희생자들의 마지막 기억은 무엇이었을까. 사랑하는 이들과의 순간순간, 영문 모를 죽음에 대한 존재적 공포, 안전이 무너지고 허공에 남겨진 극심한 불안감이 아니었을까. 누구나 최후에는 태어날 당시의 원천으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이들에게,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정치 역학으로서의 안전과 자유가 어떤 의미로 다가갔을지, 다시 생각게 하는 9·11 10주년이다. 그날 이후 미국의 대처법은 공세적 안전과 일방주의 안보의 전형을 보여준다. 반(反)테러는 동전의 양면으로 지구촌에 다가왔다. 끝내 신용등급 하락을 맞은 미국의 반테러 비용은 10년 동안 3조 2280억 달러, 한화로 3450조원에 이른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장에서는 6000명이 넘는 미군이 숨졌고, 적어도 25만명이 부상했다. 세계 각국도 미국발(發) 반테러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AP통신은 10년 동안 66개 국가에서 12만명이 테러용의자로 붙잡혔고, 이 가운데 적어도 3만 5000명이 기소됐다고 전했다. 9·11 이전에 테러 혐의를 받고 기소된 용의자는 한해 수백명에 불과했다고 통신은 적시했다. ‘잠재적 위험’에 대한 과민 반응이라 할 만하다. 일부 국가에서는 시위 현장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 시민들까지 반테러의 덫에 걸렸다. 심지어 터키와 중국은 테러 관련법으로 수천명의 반체제주의자들을 옭아맨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러니다. 모순이고 부조리다. 경제와 생명의 손실, 표현과 시위의 억압, 권위주의 정권의 체제 강화…. 안전과 안보의 불가피한 비용이라고 하기엔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아 보인다. 미국의 반테러전에 동원된 아프간 자국 군인 가운데 2만 4000명이 올 들어 6월까지 생업으로 돌아가기 위해 탈영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지난해의 2배 수준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리더십이 부족한 현장 사령관들의 부패와 휴가 금지 조치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비단 미국의 반테러 전쟁이 아니더라도, 지구촌은 치유가 쉽지 않은 중병을 앓고 있다. 남반구는 고질적인 가난과 기아에 시달리고 있고, 북반구는 금융과 재정의 위기로 휘청이고 있다. 종교 간, 좌우 간, 부족 간 테러는 갈수록 비(非)인간화의 양태를 띠고 있다. 급기야 유럽 지식인층에서는 세계화의 말기적 현상에서 벗어나려면 탈(脫)세계화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중병의 근저에는 ‘워싱턴 프로세스’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의 거센 역풍이 도사리고 있다. 한국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백수십년 전 운디드니의 교훈으로 돌아가면, 미국의 새로운 대처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공존과 공생이다. 개인과 공동체, 국가와 지구촌, 이윤과 인성, 일방과 쌍방향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전체와 부분의 조화 속에 안전을 공유할 수 있는, 더디지만 견고한 디딤돌이 될 터이다. 주먹을 쥐지 말고 손바닥을 넓게 펴야, 멀리 오래 갈 수 있는 법이다. ckpark@seoul.co.kr
  • [사설] ‘폴리스 라인’을 공권력 생명선으로 지켜라

    공권력이 제 역할을 해야 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최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강정마을 사태에서 우리는 공권력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명백한 불법행위에도 공권력이 손을 놓고 있는 행태는 과도한 공권력 행사만큼이나 잘못된 일이다. 더도 덜도 말고 ‘법대로만’ 하면 된다. 경찰이 그제 도로 불법 점거나 폴리스 라인(경찰저지선) 침범의 경우 법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그런 맥락에서 타당하다. 경찰은 세종로나 태평로 등 서울 도심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또 폭력시위나 장시간 도로를 점거한 단체는 일정 기간 유사한 집회를 열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도로 시위행진은 이제 주말행사가 되다시피 했다. 몇 시간씩 교통이 마비돼도 경찰은 이렇다 할 대책 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불법을 방치한다는 비난까지 듣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훼손돼선 안 된다. 시민사회 일각에선 경찰의 강경 방침은 공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한다. 공권력 과잉이 자칫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우려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공공의 안녕이 명백히 침해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무한정 보장해야 할 시위의 자유는 없다. 사회의 공동선(共同善)을 허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경찰은 공청회 등 보다 촘촘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새로운 집회·시위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마련하기 바란다. 이제 우리의 집회·시위문화도 변해야 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선진국형 ‘평화 시위’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고된 집회 장소를 이탈해선 안 된다. 폴리스 라인은 시위대와 경찰에겐 각각 인권과 공권력을 지켜주는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유력 정치인이 시위 도중 폴리스 라인을 넘었다가 체포됐다는 외신이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는 법치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경찰은 도로 행진의 시작과 종료 시간을 엄격히 지키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 정도로 불법시위를 뿌리뽑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면, 공권력 행사는 그 이상 단호하고 엄정해야 한다. 법치에 예외가 있어선 결코 법치를 바로 세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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