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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정보도 청구 남발’ 견제장치 마련

    ‘정정보도 청구 남발’ 견제장치 마련

    29일 신문법·언론중재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언론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권을 폭넓게 인정했다. 언론중재법은 언론사의 고의·과실, 위법성이 없더라도 정정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 허위보도로 인한 권리 침해를 정정하지 않은 것은 정의에 반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사생활, 인권 등이 중시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정정보도청구가 남발돼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언론의 방어권 또한 보장했다. 헌재는 정정보도청구소송을 가처분절차에 따라 받아들이도록 한 언론중재법 조항에 대해 “언론이 사회적 관심사를 신속히 보도하는 것을 위축시켜 민주주의의 기초인 자유언론의 공적기능을 저하시킨다.”며 위헌결정했다. 정정보도를 손쉽게 청구할 수 있는 대신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를 보다 까다롭게 증명하도록 하고 절차를 갖춰 신속한 결론보다는 공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언론시장 질서와 여론의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는 논란에 휘말렸던 일간신문법인의 방송 미디어 겸영금지 조항은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신문간의 복수소유는 오히려 언론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도 있다며 관련 법률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일단 법률을 적용하도록 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신문시장에서 시장지배적사업자를 인정하지 않았다. 발행부수만으로 점유율을 평가하는 것과 서로 다른 신문사들의 개별적인 선호도를 일괄적으로 판단한 점은 비합리적이며 신문의 지배적 지위는 결국 독자의 개별적·정신적 선택에 의한 것으로 불공정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시장지배적사업자에게 신문발전기금을 주지 않도록 한 규정도 자연스럽게 위헌 결정이 났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사설] 아쉬움 큰 신문법 위헌 결정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의 핵심 조항들이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1개 신문사가 전국 발행부수의 30%이상, 또는 3개이하 신문사가 60%이상 차지할 때를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한 조항을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한 신문사가 다른 신문·통신의 지분을 50%이상 소유하지 못하게 한 조항에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반면 전체 발행부수와 유가 판매부수를 신문발전위원회에 신고하게 하고 이를 거부할 때 과태료 2000만원을 부과토록 한 조항은 합헌으로 인정했다.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이같은 결정이 신문법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헌법재판소는 신문사의 경영정보 공개 의무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신문기업은 일반기업에 비해 공적 기능과 사회적 책임이 크기 때문에 경영 활동 자료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고 신문시장의 경쟁질서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신문의 사회적 기능과 시장경쟁의 정상화를 강조한 이 논리는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이같은 논리가 신문사의 ‘경영정보 공개’에는 해당하면서 신문시장의 기본질서를 왜곡·파괴하는 ‘독과점 폐해’에는 왜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지금 신문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독자의 선택이 신문의 방향성과 지면의 질(質)에 따라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거대 자본을 앞세운 판매구조에 좌우되는 데 있다. 즉 독자를 유혹하는 현금봉투·상품권·자전거 등 금품 제공이 시장지배력을 결정하는 것이다. 한국언론재단이 전국 신문·방송·통신사 기자 311명을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신문법 찬반’ 내용을 보면 신문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는 데 57.6%가 찬성했으며 반대는 38.6%에 그쳤다. 언론의 일선에서 뛰는 기자들의 바람과도 배치되는 헌재의 이번 결정이 신문시장의 정상적인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 경남도 새달 ‘인사 폭풍’ 예고

    경남도가 김태호 지사의 도정 2기를 맞아 인적 쇄신을 통해 일하는 분위기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28일 경남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다음달 중순 단행할 인사에 앞서 산하 공공기관 및 출자·출연기관장에게 재신임을 물으라고 통보했다. 이들의 능력과 성과를 검증해 물갈이하고, 특정 연령층이 일부 직급에 집중된 인적 구조도 개선하는 1석2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김 지사는 최근 실·국장회의에서 “공무원사회도 성과주의를 소홀히 할 수 없다.”면서 “산하기관의 인적·물적·정책적인 부분의 점검 및 평가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자신의 도정 2기를 끌고갈 간부진을 능력과 성과위주로 재편하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에 따라 1948·49년생 일부 간부들은 후배를 위해 용퇴, 출자·출연기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인사에 숨통이 트이고, 왜곡된 인사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단체장 이상 간부 37명 가운데 50년생 이후 출생자는 14명뿐이며, 나머지는 48·49년생.따라서 다음달 인사는 큰 폭으로 단행된다. 고위직 승진자는 이사관 2명을 비롯, 부이사관 5∼6명, 서기관 13∼15명 등에 달한다.여기에 고참 서기관 6∼7명이 부군수로 영전되면 ‘줄줄이 승진’으로 이어져 한바탕 ‘잔치판’이 예상된다. 그러나 인재가 바닥난 상태여서 김 지사의 포석이 그리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사관의 경우 보직경로와 공직경력만 놓고 보면 기획실장에는 강성준 진주부시장과 백중기 양산부시장의 경합이 예상된다.도의회 사무처장은 최수남 자치행정국장이 노리고 있으나 청내 여론은 대인관계가 원만한 현길원 김해부시장을 적임자로 꼽는다. 이준화 통영부시장과 김형균 함안부군수, 김영철 고성부군수 등이 부이사관으로 승진해 도청에 진입할 전망이며, 농업기술원장은 자체승진으로 굳어졌다. 나머지 3∼4자리를 놓고 ‘복도통신’은 최숙희 밀양부시장 등을 거명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누가 부군수로 영전하느냐도 관심사다.6∼7자리나 생기지만 벌써부터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는 등 경쟁이 만만찮다.최고참인 김종호 경제정책과장과 같은 날 승진한 김무철 비서실장, 조기호 공보관, 배종대 기획관, 안기섭 총무과장, 최우환 행정과장, 정종인 예산담당관 등이 낙점을 기대하고 있다. 김정덕 도시계획과장과 김재기 도로과장도 경쟁대열에 합세했다. 부군수의 경우 군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를 남겨놓고 있어 쉽게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내년 예산·기금 237조 요구

    내년 예산·기금 237조 요구

    정부 각 부처가 내년도 살림살이에 필요하다며 요구한 예산과 기금 총지출 규모는 237조원으로 올해보다 6.8% 증가했다. 분야별로는 국방과 사회복지, 교육분야의 증가율이 8∼9%대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기획예산처는 28일 중앙부처와 각종 위원회 등 60개 기관이 요구한 내년도 예산·기금 총지출 규모를 집계한 결과,237조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 정부 부처가 사용키로 한 총예산 222조원보다 15조원 증가한 것이며,‘2005∼2009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지출규모’ 중 내년도 계획안인 234조 8000억원보다도 2조 2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올해 총예산 증가율은 5.9%였다. 분야별로 보면 국방분야가 올해보다 2조 3000억원 증가한 24조 8000억원을 요구해 증가율(9.9%)이 가장 높았다.‘국방개혁 2020’에 따른 방위력 개선사업에 예산이 집중 배정된 것이 특징이다. 이어 사회복지·보건(9.1%), 교육(8.1%) 등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사회복지·보건분야 예산요구액 61조 1000억원이 전체 예산요구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7%로, 올해 예산에서 사회복지·보건분야가 차지한 비중 23.7%보다 2%포인트 높다. 정해방 기획처 재정운용실장은 “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톱다운)가 도입되기 전에는 부처에 ‘많이 요구하고 보자’는 관행이 팽배해 예산요구 증가율이 25% 안팎에 달했으나 올해에는 6.8% 증가에 그쳐 과다하게 요구하는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주요 내용 및 이색사업 사회복지·보건분야 예산 요구액 61조 1000억원 가운데 4대 연금 지급액이 15조 1065억원으로 25%를 차지한다. 여기에 건강보험가입자 지원(3조 9817억원), 의료급여(3조 5895억원), 기초생활보장급여(2조 5777억원) 등을 합치면 41%로 절반 가까이 된다. 영유아 보육료 지원규모도 대폭 늘어난다. 사회복지·보건 분야 신규사업으로 노인 돌보미 바우처(375억원)와 한부모가족 생활안정종합지원(13억원) 등이 눈에 띈다. 지역아동센터에 아동복지교사 파견도 신규 사업이다. 교육분야는 유아교육, 학자금대출신용보증기금 지원, 외국역사교과서 왜곡대책 예산이 많이 늘었다. 내년부터 농어촌으로 확대되는 방과후 학교지원 예산이 1455억원 새로 편성됐다. 국제결혼이 늘면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사업도 생겼다. 교육부의 다문화가정자녀 교육지원(13억 9400만원)과 농촌지역여성 결혼이민자가족지원(19억 2300만원)이 대표적이다. 농림부는 쌀농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품질쌀브랜드 육성지원 사업에 530억원의 예산을 요구했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따라 영화산업지원금으로 1000억원이 편성됐고, 개성공단 내 북한 근로자들을 위한 숙소 건립예산으로 980억원이 잡혔다. 기획처는 오는 9월 말까지 부처 협의를 통해 최종 정부안을 마련한 뒤 10월2일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사설] 김영남씨 가족의 이유있는 분노

    납북 고교생 김영남(45)씨의 어머니 최계월(82)씨가 내일 금강산에서 꿈에 그리던 막내아들 김씨와 상봉한다. 여름방학을 맞아 전북 군산의 선유도로 놀러간 뒤로 소식이 끊긴지 28년. 새파란 고교생에서 어느덧 중년의 가장으로 바뀐 아들이건만 익사한 줄 알고 제사까지 지내온 최 할머니의 그 벅찬 심경이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 수면제로 잠을 청해야 하는 그 흥분과, 아들이 좋아했던 약밥을 챙기는 그 설렘은 비단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가 아니어도 충분히 헤아리고 남을 일이다. 최 할머니의 아들 상봉은 납북자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제기된 상황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북측이 공개적인 납북자 상봉을 받아들인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2000년 2차 상봉 이후 14명의 납북자 가족과 14명의 국군포로 가족,1명의 전시납북자 가족이 만났지만 모두 비공개였다. 북측의 태도 변화는 물론 나름의 정치적 계산을 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인도적 차원의 이번 만남을 가로막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하겠다. 또한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도 안될 일이다. 그런 점에서 김영남씨의 처 요코다 메구미씨 가족을 비롯한 일본의 납북자단체가 보인 자세는 유감이다. 북이 전한 메구미씨의 유해를 인정치 않는 이들은 자칫 메구미씨의 사망이 확인됨으로써 대북 압박의 고삐를 놓칠까봐 김영남씨 가족 상봉을 한사코 말렸다고 한다. 이 단체의 부회장이 역사왜곡 교과서를 주도하는 모임의 핵심인사인 점을 감안할 때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담긴 행동으로 보인다. 어떤 경우에도 납북자 문제는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해결해야 한다. 이는 북한뿐 아니라 일본에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동병상련임에도 사돈의 모자 상봉을 함께 축하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 [서울 자치구 새얼굴] 맹정주 강남구청장 당선자

    [서울 자치구 새얼굴] 맹정주 강남구청장 당선자

    ‘기획2과장, 사회개발기획과장, 자금기획과장, 종합기획과장….’ 맹정주(59) 서울 강남구청장 당선자는 경제기획통이다. 기획의 달인(?)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맹 당선자는 경제기획원에서 기획 관련 과장은 모두 거쳤다. 국장까지 포함하면 ‘기획’자 붙은 부서는 5∼6번쯤 맡았다. ●지연·학연 따지지 않는 스타일 특히 종합기획과장은 1960∼80년대 한국경제를 견인했던 경제기획원 내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자리다. “20대에 3차경제개발 5개년계획’에 참여했어요. 국민소득 2만달러를 바라보는 시대가 됐는데 나도 톱니바퀴 가운데 하나였다고 자부합니다.” 맹 당선자는 어느 면에서는 실패(?)한 경제관료이다. 물론 조달청 차장(98년)과 국무총리실 경제행정조정관(99년) 등을 지냈다. 하지만 경제기획원 종합기획과장을 거친 전임자들이 대부분 장·차관의 길을 걸었던 것에 비하면 그는 좀 다른 궤적을 그렸다. 관료사회에 존재하는 줄서기와 지연·학연 등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스타일 때문에 ‘물먹었다.’는 표현이 맞는지도 모른다. 그는 자기 소신이 강하다. 옳다고 생각하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방식을 고수한다. 강점이자 단점이다. 지방선거 출마는 이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 처음에는 출마는 생각지도 않았다. 순탄한 길을 걸었고, 순탄한 길이 보장된 삶이었다. 그를 선거판에 끌어낸 것은 세상이었다.“어렵게 이만큼이나마 일궈 놓았는데 언제부턴가 세상이 기대와 다르게 돌아가고 있어요. 그냥 앉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어요.” 고향에 출마할까 생각도 했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 경제기획원과 국무총리실 등에서 쌓은 경험을 살리려면 서울에서도 강남이어야 했다. ●존경받는 강남 만들 터 그는 강남의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확충에 주력할 계획이다. 전일보육 제도 도입, 감세정책, 중기 활성화 전략, 문화공간 확충 등의 시책들이 대기중이다. 하지만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강남의 왜곡된 이미지를 바꾸는 것. “강남을 한국의 존경받는 대표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세상을 바꾸는데 국회의원이 낫지 않느냐.’고 묻자 “국회의원은 너무 정치적이어서 구청장을 택했는데 선거는 역시 정치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선거를 치렀다. 공천에서부터 선거운동은 쉽지 않았다. 하루에 점심·저녁 자리를 5∼6곳씩 찾아다녔는데 정작 저녁 때 보니 점심을 굶었더란다. 고된 선거운동에 힘이 되어준 사람은 부인 서창옥(연세대 의대 치료방사선과) 교수다. 처음에는 “무슨 출마냐.”고 반대하더니 막상 출마를 하자 적극 도와줬단다. 연애(중매+연애)시절 “매일 생사를 넘나드는 암환자들을 대하다 보니 웬만한 일에는 속상해하지 않는다.”는 말에 ‘이 여자와 결혼하면 마음고생은 안 하겠구나.’싶어 결혼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눌변에 표정도 굳은 편이다. 하지만 겉과 달리 부드럽고 섬세하다. 천안 광덕면에서 태어난 ‘촌놈’ 때문인지도 모른다. 은행원인 아버지 덕에 온양온천·영동·합덕·덕수초등학교 등 초등학교 4곳을 다녔다. 담임도 12명이나 된다. 서울로 올라오기 전 4·5·6학년을 다녔던 영동초등학교 동창들은 지금도 자주 만난다. 주량은 소주 한병. 지금도 경제기획원 공보관 시절(92년) 만났던 기자들과 가끔 소주잔을 기울이곤 한다. ■ 프로필 ▲출생 47년 천안 ▲학력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하버드대 케네디스쿨(행정학석사) ▲경력 행시10회, 경제기획원 공보관·예산총괄심의관·정책조정국장, 재정경제원 국고국장·국민생활국장, 조달청 차장, 국무총리실 경제행정조정관, 한국증권금융 사장 ▲수상 녹조근정 포장 ▲가족관계 서창옥씨와 1녀 ▲취미 서예, 바둑 ▲기호음식 청국장 ▲존경하는 인물 김재익 전 청와대경제수석 ▲좌우명 진인사대천명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열린세상] 우리는 행복하다/박강문 대진대 초빙교수

    지난 일요일은 6·25동란 발발 56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공식적인 기념행사는 없었다.‘햇볕’ 정권에서 ‘좌파’ 정권을 거치면서 공식적인 6·25 기념행사가 흐지부지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젠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로 시작하는 노랫말도 가물가물해지고 있다. 이런 결과는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져서인가? 그렇지는 않다. 가해측의 참회와 사죄가 없었으므로 용서와 화해의 단계도 없었다. 올해 6월은 월드컵 광풍의 달이었다. 밤낮 없이 모든 지상파 텔레비전은 “이래도 축구 안 볼래?”하면서 축구공 놀이 하나에 전국민을 몰아넣었다.1950년의 6월25일을 상기하게 하는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축구 축제와 6·25 비극은 함께 걸기에 어울리는 그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역사적 대사건을 그렇듯 철저히 외면한다는 것은 너무하다. 한국 축구단이 24일 새벽 스위스에 0대2로 지면서 월드컵 광풍은 끝났지만,25일 당일조차 텔레비전은 일요일의 오락 프로그램으로 국민들을 즐겁게 해줄 뿐이었다. 대한민국 짜자작 짝짝. 너와 나의 챔피언. 우리에게 6월은 행복한 달이었다. 월드컵이 없었어도 우리 텔레비전은 6월의 우리를 충분히 행복하게 해 주었을 테지만. 6일 현충일에는 국영방송이 마오쩌둥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긴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국군과 국제연합군이 압록강변까지 전진해 국토 단일화가 눈앞에 보일 때 중공군이 얼어붙은 강을 넘어 대거 쳐들어 왔다. 아군은 무수한 희생자를 내면서 눈물의 1·4후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국토 수복 기회를 짓밟았으며 수많은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가 현충일 프로그램의 자랑스러운 주인공이 되었다. 옛날 일은 흘러간 일, 오늘 우리는 그저 행복하다. 지금 우리가 중국과 국교를 트고 광범하게 교류하고 있는 세상이 되어 있다 해도 이럴 수는 없다. 대학생을 가르치는 나는 월드컵으로 모두 미쳐 돌아가는 6월 어느 날 ‘6·25동란’ 비디오를 틀어 주고 감상문을 쓰도록 했다. 대부분의 학생이 이 비디오를 보고서야 그토록 처참한 전쟁이었음을 처음 실감했으며 전쟁의 원인과 과정 역시 처음 알게 되었다고 적었다.6·25동란을 ‘민족해방전쟁’이니 ‘미완의 통일전쟁’이니 떠드는 학자들이 나오고, 교단에서 “군대 가지 말아라. 군대는 살인기술을 가르치는 데다.”하고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있으니, 학생들이 제대로 이 전쟁에 관해 배웠을 리가 없다. 초등 및 중등과정에서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좀 가르쳐 주면 좋겠다.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고 개탄하게 되는 일면도 있지만, 이런 걱정은 수천년 전의 진흙판 문서에도 있는 것이다. 세계의 다른 아이들과 견주어 보면 우리 아이들은 훨씬 건실하고 예의바르다. 이런 아이들한테 국기에 경례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못된 어른들이 있는 것이 문제다. 감수성이 예민할 때 머릿속에 잘못 심어 놓은 것을 나중에 고쳐 주기는 힘들다. 6월에 6·15 남북공동선언을 기념하는 행사를 요란하게 하면서 6·25 기념행사를 외면하는 것은 잘못이다. 과거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현재에 할 일을 제대로 알지 못하며 바람직한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 국민을 무작정 행복하게 만드는 역사왜곡, 교육왜곡의 폐해가 심각하다. 통일작업은 진정한 화해 과정 없이는 신뢰가 쌓이지 않아 어느 한계선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 연방제나 경제협력 등은 기술적인 문제일 뿐이다. 정신의 융합이 함께 가지 않는 기술적인 통일은 성취된다고 해도 분란의 씨앗을 뿌린다. 우리가 젖어 있는 환상에서 이따금 깨게 해서 실상을 다시 살펴보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라고도 하고, 또 무엇이 어찌되면 “전국이 전쟁 화염에 휩싸일 것이다.”라고도 말한다. 이런 폭언은 우리 천진한 꿈을 깨우는 역설적인 교훈의 효과가 있다. 그래도 우리는 그저 행복하다. 너와 나의 챔피언, 대한민국. 낙관주의자들의 나라. 박강문 대진대 초빙교수
  • 김영남씨 가족 日과 사실상 관계단절

    김영남씨 가족 日과 사실상 관계단절

    1978년 납북된 김영남(45)씨의 가족들이 오는 28일 김씨와의 금강산 상봉을 앞두고 일본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는 등 정치적 성향을 보이는 일본측 인사들과의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김영남씨가 납북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북한측은 사망했다고 주장)의 남편으로 알려진 이후 한·일 양측간에 공동으로 이뤄져 온 상봉·송환 노력은 일단 중단됐다. 김영남씨의 누나 김영자(48)씨는 25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일본측 ‘납북 일본인 구출을 위한 전국 협의회’(구조회)와 메구미 가족 모두 우리와 다른 목적으로 동생을 이용하려는 것 같다.”면서 “금강산 상봉장에서 일본 언론의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영남씨의 가족과 ‘납북자 가족모임’(대표 최성용)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납북자 지원단체인 ‘구조회’와 더 이상 연대하지 않겠다.”며 결별선언을 한 바 있다. 양측의 갈등이 심화된 직접적인 계기는 김영남씨의 어머니 최계월(82)씨와 영자씨, 최성용 대표 등이 지난달 말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어난 ‘통역 왜곡사건’에서 비롯됐다. 영자씨와 최 대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일본 니가타현 이즈미다 히로히코 지사와의 오찬 자리에서 영자씨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동생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일본측 통역은 “메구미 부모와 상의해 결정하겠다.”라고 허위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영자씨가 즉각 항의하자 일본측 통역은 “구조회에서 그렇게 해 달라고 했다.”고 실토했고 이에 김씨 가족은 바로 오찬자리를 떠났다. 이즈미다 지사가 영자씨 일행에게 두 번이나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모두 거절했다. 특히 영자씨는 “구조회와 메구미 가족이 ‘영남이를 만나러 평양에 가서는 안 된다.’고 종용했다.”면서 “부모와 자식이 만나는 것은 천륜인데 왜 만나지 말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구조회와 메구미 부모는 가족상봉을 통해 김영남씨가 메구미의 죽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만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측 관계자는 “메구미의 사망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 구조회 등 일본 우익계열이 이를 더 이상 정치문제화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들이 모자 상봉을 극구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메구미가 사망했다는 증거로 메구미의 유골을 보냈지만 그동안 일본은 유골이 가짜라면서 사망사실을 부인해 왔다. 일본 우익인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구조회는 김영남-메구미 문제를 북한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관측이 있어 왔다. 실제로 구조회의 부회장인 니시오카 쓰토무는 역사왜곡 교과서를 주도하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주요 인사로 활동 중이다. 최근 일본의 일부 언론이 김영자씨와 최 대표에 대해 좋지 않은 보도를 한 것도 감정적으로 양측을 더욱 벌어지게 했다. 일본의 한 언론은 최근 보도에서 김영자씨를 비난하는 한편 최성용 대표에 대해서도 가족과 언론들 사이를 지시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일본측 태도 서운… 영남이 만날 준비 바빠” 김영남씨의 누나 김영자(48)씨는 동생과의 28년 만의 만남을 앞두고 반갑고 설레는 마음 한편으로 착잡한 마음도 크다고 했다. 영자씨는 “동생 문제가 일본 언론과 단체의 노력 덕분에 크게 이슈화된 게 사실이고, 이를 고맙게 생각하지만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서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영남이와 만나기로 결정된 이후 (김영남씨와 북한에서 결혼한)요코타 메구미 가족으로부터 ‘축하한다.’ 등 전화 한 통 없었다. 서운하지만 나름대로 사정은 있었을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오는 28일 금강산 상봉장에는 영자씨와 어머니 최계월(82)씨가 함께 간다. 북측에서는 영남씨 혼자 나오기로 돼 있지만 요코타 메구미와 사이에 낳은 딸 혜경양이 나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버리지 않고 있다. 최씨 모녀는 며칠 전부터 영남씨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몇번이나 쇼핑을 하는 등 갖은 정성을 들여왔다.“영남이를 위해 옷가지와 영양제, 가족사진을 준비했어요. 또 북한에서는 메구미가 사망했다고 하지만 생존해 있을 수도 있어 여자들이 좋아할 화장품과 의류, 가방 등도 샀지요. 물론 혜경이를 위한 선물도 마련했지요.”하지만 일본측의 정치적 움직임 때문에 사돈측(메구미의 가족)과 함께 금강산에 가겠다던 당초의 희망이 물거품된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사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도 힘들게 된 것이 못내 속상한 듯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유선 강자 KT “속타네”

    KT가 ‘동네 북’ 신세가 됐다.LG텔레콤의 ‘기분 존(Zone)’으로 한 방을 먹은 KT가 이번에는 하나로텔레콤의 ‘집전화 공격’에 직면한 것이다. KT는 LGT의 공세에 초기엔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결국 통신위원회에 사실 왜곡 중단 등의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LGT가 무섭다기보다는 SK텔레콤 등이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들고 나오면 큰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KT의 우려는 현실화될 조짐이다. 우선 동종 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이 공격 선봉에 섰다. 하나로텔레콤은 지난주 일부 무가지에 자사의 집전화 요금이 KT보다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번호는 그대로인 채 서비스 회사만 바꿀 수 있는 번호이동 광고를 냈다. 하나로텔레콤은 자사의 초고속인터넷 하나포스 광고모델로 활동했던 탤런트 김선아를 ‘기사광고(애드버토리얼)’에 등장시켰다. 물론 이 광고는 KT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광고를 읽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K’가 KT임을 알 수 있게 했다.하나로텔레콤은 앞면에 ‘김선아,K와 완전 결별 선언’이라는 제목의 기사광고를 배치해 독자들의 호기심을 끈 뒤 뒷면에 ‘자사 집전화가 KT의 절반 가격’임을 강조하는 등 세부 내용을 담은 관련 기사광고를 실었다.KT는 하나로텔레콤의 이 같은 공세에 일단 무대응 방침이지만 언제까지 갈지는 미지수다.LGT에도 처음엔 무대응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략을 바꿨기 때문이다.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개기일식·만주역사등 다큐 ‘잔치’

    우주, 블랙홀, 발해사, 교육, 저출산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 ‘다큐멘터리 잔치’가 21일부터 한달간 펼쳐진다. EBS는 22일 공사창립 6주년을 맞아 자체 제작한 5편의 다큐멘터리를 6월과 7월에 걸쳐 편성했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이집트 개기일식과 스웨덴의 오로라를 직접 촬영한 ‘The Sun’을 필두로, 본격적인 우주시대를 앞두고 6개월에 걸쳐 제작한 ‘아인슈타인과 블랙홀’, 우리에게 잊혀진 역사로 남아 있는 만주지역의 의미를 파헤쳐보는 ‘역사복원시리즈-두만강에서 흑룡강까지’, 저출산 문제를 심도있게 다룬 ‘저출산에 관한 보고서’, 아시아 국가들의 교육을 3부작으로 다룬 ‘아시아의 교육’ 등이다. 21일 방송되는 ‘The Sun’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천체를 다룬다. 태양과 관련한 다양한 현상을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특히 개기일식의 모든 과정을 이집트에서 직접 촬영해 보여준다. 22,23일 연속 방송되는 ‘역사복원시리즈-두만강에서 흑룡강까지’는 만주가 우리 역사와 어떤 관계이며 위상은 무엇인지, 나아가 현재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을 다각적으로 검증한다. 이효종 PD는 “발해사가 중국에 의해 왜곡되는 상황에서 만주와 우리 민족과의 연계성을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기존 자료와 새로운 자료들을 바탕으로 현장성을 최대한 살렸다.”고 말했다.1부 ‘발해여말갈’은 두만강 하구와 연해주 해안가에서 부산 동삼동 조개무지와 유사한 유물·유적이 광범위하게 발견되는 현상에 주목한다.2부 ‘사라진 이름-두만강 달미’는 10세기쯤 태동해 만주를 지배했던 발해의 정체성을 탐구하기 위해 연해주에 산재한 발해 유물의 조사 및 발굴을 통해 고고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아시아의 교육’과 ‘저출산에 관한 보고서’는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EIDF) 기간(7월10∼16일)에 편성됐다.‘아시아의 교육’은 인도 교육의 양극화 실태와 비평준화 교육이 일반화해 모든 학교가 최고를 향해 경쟁하는 싱가포르 학교를 밀착 취재했다.‘저출산에 관한 보고서’는 저출산의 원인과 일본·프랑스·스웨덴 등의 실패와 성공사례를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마지막으로 다음달 21일과 28일 방송되는 ‘아인슈타인과 블랙홀’은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현대의 우주론을 다룬다. 중력연구와 중력파 탐색을 위한 블랙홀 연구, 딥임팩트, 빅뱅 등을 소개하기 위해 미국 NASA와 독일 막스 프랑크 연구소 등을 취재했다. 특히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촬영한 태양풍과 지구자기장이 충돌해 생기는 오로라도 보여준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자국주의 배제된 중국사

    우리는 흔히 역사를 ‘반박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로 간주한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론인지도 모른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시도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굳이 동북공정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중국인이 쓰는 중국사는 한족 혹은 중국을 중심에 놓고 역사 전반을 이해하는 태도를 드러내기 쉽다. 최근 출간된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중국사 강의’(저우스펀 지음, 김영수 옮김, 돌베개 펴냄)는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역사학계의 영향권에서 한 발 비켜나 있는 아마추어 역사학자이자 문학작가, 화가다. 그래서인지 자민족 또는 자국중심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비교적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한 예로 저자는 유가 학술에 의해 지배돼온 전통 중국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소수민족과 그 정권의 역할에 대해서도 ‘엄정한’ 눈길을 보낸다.“만주족 군주가 중국 전통을 준수하는 정도는 전 왕조의 토박이 황제를 뛰어넘을 정도였다.…청 왕조는 역대 어떤 한족 통치자들보다 더 한족 문화의 가르침을 지키면서 농업과 누에치기를 장려하고 황무지 개간을 장려했다.” 최근의 고고학 연구와 유적 발굴 성과를 적극 반영, 신화 속 허구로만 치부돼온 하(夏)·상(商)·주(周) 3대를 비롯한 그 이전 시대를 현실 역사로 끌어낸 점도 눈에 띈다. 저자는 삼황오제의 고대 신화시대부터 1912년 신해혁명으로 청 왕조가 숨을 거둘 때까지 중국의 역사를 11개 시대로 나눠 서술한다. 단순히 왕조에 따라 구분한 게 아니라 역사발전 과정과 시대적 특색을 고려한 점이 돋보인다. 다양한 사진과 그림, 지도, 도표 등을 활용해 현장감 있고 비주얼한 역사책으로 꾸몄다.3만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자기 목’ 죄는 카드사 포인트전쟁

    ‘자기 목’ 죄는 카드사 포인트전쟁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가 고객 사용액의 2%인데, 일부 카드사들은 그 2%를 다시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있습니다. 같은 카드사 입장에서 봐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2%의 포인트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은 그만큼 수익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입니다.‘기초체력’이 안 되면서 무리하게 따라오는 다른 업체들이 문제지요.” 신용카드 사용액의 일정액을 포인트(1점=1원)로 적립해주는 포인트 마케팅이 가열되면서 카드업계 내부에서도 과당경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시작된 ‘포인트 전쟁’이 자칫 카드사의 수익 구조를 왜곡시켜 제2의 카드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포인트가 출혈경쟁의 주범? 그동안 포인트 적립에 인색했던 카드사들은 최근 포인트 적립률을 부쩍 올리면서도 자신들보다 더 쌓아주는 카드사들이 수익성은 따지지 않고 고객 빼앗기 차원에서 무리하게 포인트를 쌓아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동안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포인트를 쌓아주던 카드사들은 “자신 없으면 따라오지 말라.”고 되받아친다. 이런 갑론을박 속에서 포인트 적립률은 계속 높아져 급기야 금융감독원이 지난 2주 동안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처음으로 모든 카드사에 대해 강도 높은 특별 검사까지 벌였다. 금감원 비은행검사국 관계자는 “과거처럼 무자격자에 대한 카드 남발 현상은 사라졌지만 과도한 마케팅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 평균 포인트 적립률은 0.2∼2% 수준이다. 가맹점과 특별 계약을 맺은 경우에는 적립률이 5%가 넘는다. 현대, 삼성카드 등이 전통적으로 사용액의 2% 정도를 포인트로 쌓아줬지만 요즘은 모든 카드사들이 적립률을 대폭 높였다. 일부 카드사들은 아예 포인트 광고를 별도로 제작할 정도다. 포인트는 가격 할인이나 마찬가지여서 많이 쌓아줄수록 소비자에게는 유리하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무분별하게 경쟁하다 수익구조가 악화되면 카드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전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현재 카드사들이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평균 수수료는 카드사용액의 2% 정도다. 포인트 적립률이 2%면 가맹점 수수료를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려주는 셈이다. ●금감원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욱이 ‘포인트 경쟁’이 주유할인이나 현금서비스 경쟁 등으로 확산되는 조짐마저 보인다. 요즘 카드사들은 주유시 ℓ당 50∼80원을 적립해 주거나 할인해준다. 카드사가 주유소에서 받는 가맹점 수수료는 1.5% 정도이다. 휘발유 1ℓ 가격이 1500원이라고 가정할 때 카드사는 주유소에서 22.5원의 수수료를 받아 50∼80원을 고객에게 돌려줘 손해 나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마케팅 비용이 높아져 수익성이 떨어지자 카드사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수수료율이 높은 현금서비스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대폭 낮추거나 ‘캐시백 이벤트’ 등으로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이지만 과도한 현금서비스는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직결될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태 이후 카드시장이 성숙되면서 신규 고객 창출보다는 기존 고객 지키기가 더 큰 관심사가 됐다.”면서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는 데는 포인트 적립보다 더 좋은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모든 카드사에 대해 ‘특검’을 실시한 것도 포인트 적립 등 일부 마케팅이 과열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카드사태 이후 무분별한 카드 발급은 사라졌고,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개선됐으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카드사들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제살깎기식 경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특정 카드사가 무리한 마케팅을 펼치면 다른 카드사들도 무조건 따라가는 경향이 짙다.”면서 “검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수익성이 훼손될 정도로 경쟁이 과열됐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시정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열린세상] 지역복지협의체,활성화되고 있나/이태복 전 보건복지부장관

    며칠 전에 울주군의 지역복지대회에 다녀왔다. 울주군과 시설, 지역주민대표들이 참여하여 당면 복지과제와 발전방향, 이를 위한 지역복지협의체의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자리이다. 울주군은 전국의 군 단위 자치체로서는 유일하게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복지사무소 시범사업에 참여한 곳이라서 복지사업에 대한 군수 이하 간부들과 복지전담공무원들의 자세가 남달랐다. 다른 군 단위 지자체가 시범사업을 신청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제까지 관성적으로 해왔던 복지 관련 업무를 고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일에 매달려야 하고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엄창섭 군수 이하 관계자들의 용기에 격려를 보내고 싶다. 이날 대회에서 필자는 지역복지협의체가 대부분 과거의 지역복지협의회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지역복지와 깊은 관련을 갖고 있는 복지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태도변화, 지역복지시설 대표와 전문가들의 자세전환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역복지협의체의 위원이 과거의 지역복지협의회 위원과 대부분 비슷하고, 자치단체장이 바뀐 지역에서만 일부 교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2005년부터 시작된 지방분권화작업으로 지역복지협의체가 법적으로 해야 될 일은 매우 중요해졌다. 가장 중요한 일은 지역복지계획을 지역복지협의체가 실제적으로 준비하고 계획을 짜서 집행하고 또 평가하는 일이다. 이 계획의 구체적 실현성을 위해 지역이 복지수요와 욕구, 복지자원 등 복지와 보건, 고용 등 제반 복지관련 데이터를 조사하고 중요현안도 챙겨야 한다. 그런데 전국 대부분의 지역복지협의체가 변화된 위상에 걸맞은 역할과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첫째 이유는 사회복지사업법으로 지역복지협의체의 역할과 임무를 보장해 주고 있는데도 대개의 위원들이 이를 잘 모르고 있고, 위원들의 대표성과 회의의 민주적 운영에 애매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울주군처럼 지역복지협의체의 활성화를 위한 토론을 거쳐 정확한 인식을 갖게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하지만 복지부 차원에서 위원인선의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지침으로 통일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둘째로 지역복지협의체에서 지역주민의 기대가 대개 지역복지계획수립에 있는데, 이 계획수립이 아직도 계획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치단체장 선거 시기에 나왔던 선거구호나 선전과 비슷하다. 구체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복지계획 수립이 이뤄지고 있지 못한 것이다.1∼2년 전부터 복지 데이터 확보를 강조하자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지역대학에 2000만∼3000만원의 연구용역을 의뢰해 복지 데이터와 복지계획을 작성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자기 지역에 맞는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한 복지계획이 수립되려면 지역주민의 생활실태조사는 물론이고 실업자와 비정규직, 만성질환자별 통계 등 필수적인 요소들이 파악돼야 하는데 그런 통계자료를 갖고 있는 지자체는 거의 없다. 정확한 정보의 공유가 없는 막연한 욕구조사는 지역복지발전을 거꾸로 왜곡시킬 위험성도 갖게 된다. 따라서 지역복지협의체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 즉 여러 부처로 나눠져 있는 복지관련 업무의 통합과 일원화, 지역복지협의체 위원의 대표성과 운영의 민주성을 보장할 수 있는 지침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지역의 경우 대형건물 신축 등 전시성 복지사업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욕구를 정확하게 조사하고 그에 기초한 장단기 계획수립 과정에 지역주민과 전문가들의 실질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관의 들러리가 아니라 지역복지의 주체로서 민·관 협력과정이 중요하다. 울주군의 경우 민간위원장의 자세가 적극적이고 공정한 인물이므로 이같은 문제점을 잘 극복하여 군 단위 지자체에 가장 모범적인 지역복지협의체 운영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울주군 지역복지 관련 여러분들의 건투를 빈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장관
  • ‘연개소문’ 주연 유동근 · 이태곤

    ‘연개소문’ 주연 유동근 · 이태곤

    안으로는 180여 명의 대신을 죽이고, 영류왕을 시해한 뒤 보장왕을 옹립해 정권을 장악한 쿠데타의 장본인. 밖으로는 당나라의 침입을 네 차례나 막아내며 바람 앞에 등불이었던 조국을 구해낸 영웅. 고구려 말기 최고 권력자였던 연개소문에 대한 평가는 입장에 따라 분명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두 남자가 연개소문을 만난다. 관록파 배우 유동근과 새내기 연기자 이태곤이다. 새달 초 막을 올리는 SBS 100부작 대하사극 ‘연개소문’(연출 이종한, 극본 이환경)에서다. 유동근은 중·장년 연개소문을, 이태곤은 젊은 시절 연개소문을 연기한다. # 부드러운 남자 이태곤, 거친 장군으로 변신하다 내용적으로는 비판이 많았지만 주말극 가운데 최고 인기를 끌고 있는 SBS ‘하늘이시여’에서 남자 주인공 왕모 역할을 했던 이태곤이 부드러움을 털어내고 갑옷을 챙겨 입는다. 모델 활동과 광고 외에 연기 경력이 일천했던 그는 드라마 첫 출연에 주인공이라는 행운을 잡았고, 스타덤에 올랐다. 쉬지 않고 같은 시간대 드라마에 얼굴을 내미는 것이 부담스러울 터인데 “기회가 왔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영화 ‘글래디에이터’나 ‘브레이브 하트’를 50번이나 넘게 봤다고 한다.‘장희빈’,‘용의 눈물’,‘태조 왕건’ 등 국내 사극도 즐겨 보기는 마찬가지. 무엇보다, 왕모는 부드럽고 착한 남자의 전형이었으나 연개소문은 강한 남자로 전혀 다른 색깔의 캐릭터라 강행군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당한 로맨스도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다만 지금 대한민국 남성상은 ‘닭살 애교’가 더 먹히는데 연개소문은 상당히 거친 이미지라 시청자들이 어색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역시 사극 대사가 어렵다. 새로운 용어도 많아 사극 재방송을 열심히 보며 연습하고 있다는 이태곤은 첫 사극 분장에 “머리에 아령을 얹어놓은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감독님이 선물한 책으로 연개소문을 차츰 알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전쟁 영웅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 중후한 남자 유동근, 새로운 인물 창조에 나서다 사극 전문 연기자라고 해도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바로 그, 사극으로 잔뼈가 굵은 유동근은 먼저 연개소문의 오검(五劍)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자신도 멋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오행에 근거를 뒀다. 상대가 쓰는 검에 따라 사용하는 검을 달리했고, 때문에 연개소문은 언제나 이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갑옷 무게만 18㎏이다. 오검까지 합하면 27∼28㎏ 정도 나간다.”면서 “너무 무거웠고 말도 힘들어했다.”고 미소를 띠었다. 그러더니 불쑥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일견 그냥 꺼낸 이야기 같았다. 하지만 영웅을 제대로 창조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이 있는데, 한순간 갑옷 무게가 무겁다고 한 것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사극이 방영될 때마다 나오는 왜곡 문제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만큼 연개소문은 문제적인 인물이다. 유동근은 “당 태종과 라이벌 관계였고, 지략가였던 면모를 긍정적으로 그려 나가겠지만, 부정적인 면도 다뤄지기 때문에 미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경쟁적 관계에 있는 MBC 퓨전 사극 ‘주몽’에 대해서도 살짝 견해를 물었다.“앞다퉈 고구려 드라마가 나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며 ‘주몽’도 흥미롭고 재미있다.”면서 “드라마 ‘연개소문’은 멋을 앞세우기보다 조심스럽고 진실하게 영웅의 발자취를 쫓아가는 정통 사극이 될 것”이라며 차별점을 분명히 했다.“항상 작품에 임할 때마다 떨린다.”고 자세를 낮춘 유동근이 자신의 바람대로, 여느 드라마보다 힘이 있고 남성적인 작품을 일궈낼지 주목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소장학자들 “민노당만의 리더십이 없다”

    진보진영 몰락의 신호탄인가? 5·31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되면서 진보진영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진보적 소장학자들의 모임인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가 14일 개최한 ‘한국민주주의와 5·31지방선거’ 포럼에서는 이 위기감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이광일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한나라당의 압승’ 자체에는 별 무게를 두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와 2002년 지방선거 결과와 비교해보면, 투표율은 외려 올랐고 한나라당과 개혁정당에 대한 지지율(2002년 민주당과 2004년 열린우리당+민주당)은 별 차이가 없다. 그것보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진보진영에 대한 거부감. 그는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지방정치에 있어서는 알록달록 보도블록이나 열심히 깔아주는 역할에만 그친다는 점에서 별 차별성이 없다.”면서 “그럼에도 왜 노동자·농민이 자신을 위한다는 민주노동당을 찍지 않느냐가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박상훈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민노당에 직접적으로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 박 교수는 “지난 지방선거 때와 달리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지 않는데 이는 내부 정파간 알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특히 힘에 부친다는 말에 대해서는 “언제까지 국민의식 부족이나 기득권층 반발, 조중동의 왜곡이 문제라고 말할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 때문에 민노당의 핵심 과제는 “정치적 리더십 부재”라고 강조했다. 민노당이 뭔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민노당만의 리더십과 정치학을 개발해야 하는데 아직도 “권력독점을 막고 인물과 리더 개인 중심의 당 운영은 안 하겠다.”는 도덕률에만 얽매여 있다는 비판이다. 토론에 나선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역시 “지난 10여년간 보수세력의 능동화가 추진되어 왔다.”면서 “그런 맥락에서 ‘정권심판론’이 ‘진보심판론’으로 확대될 위험이 가장 무섭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조직노동자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민노당도 비판했다.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도 “민심이 진보진영의 무능에 대해서는 반응하면서, 이라크파병이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신자유주의적 보수공조에 대해서는 반응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신자유주의 담론에 대한 ‘진보진영의 총체적 패배’를 뜻할 수 있다는 경고라는 것.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학 교수는 약간 다른 의견을 냈다. 근본적으로 중도개혁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진보정당이 홀로 설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조 교수는 “일반사람들은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게 정상이고, 그들에게 ‘김대중=노무현=김정일’은 하나의 공식이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일종의 입술과 이빨의 관계라 할 수 있는 중도개혁세력과 진보정당의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4) 몸의 느낌과 구체적 사유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4) 몸의 느낌과 구체적 사유

    몸이 철학의 화두로 등장하게 된 것은 일생동안 몸을 의지해서 우리가 삶을 유지하기에 그렇다. 몸과 함께 세상에 등장했고 몸을 두고 우리가 세상을 떠나기에 몸은 이 세상을 사는 인간의 절대한계인 것 같다. 그 몸이 무엇일까? 서양철학에서도 19∼20세기의 생철학이나 실존철학이 대두할 때까지 몸은 영혼의 생각을 현실화시키는 객관적 도구 정도로 오랫동안 하찮게 여겨졌다. 프랑스의 베르그송이나 독일의 쇼펜하우어나 니체 등의 생철학자 시대를 지나 본격적으로 몸을 철학의 화두로 가장 먼저 떠올린 이가 20세기의 프랑스의 두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과 메를로-퐁티라고 나는 생각한다. 두 사람 다 철학적 현상학자다. 현상학은 세상의 진리가 의식현상 속에 숨어 있다고 여겨 의식세계의 모든 현상적 활동을 분석하는 철학의 방법론을 말한다. 의식이 생활세계에 축을 박고 있기에 생활세계의 의식현상은 몸을 떠나서 해명이 안 되므로 현상학은 몸을 의식활동 속에 내재화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은 의식의 실존화를 뜻한다. 실존화는 몸이 놓여 있는 ‘여기’와 ‘지금’의 구체적 상황을 떠난 의식은 단지 뿌리 없는 가공의 생각에 그칠 뿐이라는 것을 말한다. 인간이 죽을 때까지 자기의 몸을 떠날 수 없다는 인간조건은 죽을 때까지 실존적 생활세계의 상황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과 같다. 몸이라는 실존적 인간조건을 도외시하는 어떤 의식의 생각이나 관념도 다 허구적이라는 것이다. 몸은 직접 느끼고, 의식은 몸의 지각을 개념적으로 생각한다. 몸의 느낌(지각)이 의식의 생각으로 통일되면, 그것이 나의 느낌을 개념화한 나의 생각이다. 그런데 몸은 상황 속에서 느끼고 있는데, 개념적 생각은 선진외국에서 빌려 와서 몸의 느낌과 별도로 외국에서 배운 개념적 생각을 보편성의 이름으로 펼치게 되면, 몸의 느낌과 의식의 개념이 따로 놀든지, 아니면 개념이 실존적 느낌을 자기 식대로 왜곡하든지 한다. 이런 현상이 한국 대학의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일반적 모양새가 아닌가? 그래서 한국 대학에서 배운 학문이 헛돌거나 겉돈다. 이 말은 한국 대학의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이 땅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이 무심결에 토해내는 무의식적 정감의 형용사나 부사적 내용을 보편적 명사개념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본의 아니게 좌절시키거나 무의미한 것으로 취급하여 오히려 그 상황의 실존적 말을 봉쇄하는 결과를 빚게 한다는 것과 같다. 나는 세계적인 유수한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다 먼저 그 학문이 자란 몸과 같은 상황이 토해내는 정감적 언어를 보편적인 개념적 언어로 승화시키거나 승진시킨 것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몸과 실존적 상황은 유사한 뜻이다. 몸의 느낌은 실존적 상황의 분위기와 같다. 몸은 그 분위기를 직접 느낀다. 그리고 그 상황의 분위기가 몸에 쌓여 습기(習氣)를 이룬다. 몸은 단지 객관적인 이 몸뚱이의 물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죽은 시체를 우리가 몸이라 부르지 않는다. 여기서 나는 다시 저 율곡의 이통기국(理通氣局=보편적 理는 氣의 특수한 제약과 함께 실존함)(13회 글)과 기발이승(氣發理乘=氣가 발양하면 이미 理가 그 氣를 타고 있음)의 사상을 생각한다. 이통기국은 이(理)라는 생각의 보편성이 기(氣)라는 몸의 기질과 별개로 떨어져서 존재하지 않음을 가리킨다. 기발이승은 몸의 정감적 기질이 기운의 힘으로 바뀌어지면, 바로 보편적 이(理)의 개념어가 그 기운의 힘 속에 같이 타고 있음을 말한다. 이통기국은 보편적 생각이 상황이란 몸을 떠나서 실존하지 않음을 말하고, 기발이승은 기질이 기운의 힘으로 바뀌는 문화의 창조 속에 이미 보편적 이(理)가 깃들어 있음을 가리킨다. 기질은 보편적 생각(개념)을 늘 특수하게 제약시킨다. 특수한 기질이 장애가 되기도 한다. 그 기질이 운명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애와 운명적 제약의 역할을 하는 그 기질이 동시에 우리를 일으키게 하는 기운의 힘을 주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땅으로 쓰러진 자가 그 땅을 다시 밟고 일어서는 것과 같이 기질의 제약으로 갇힌 자는 다시 그 기질을 기운으로 승화시켜야 다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질을 기운의 힘으로 돌리게 하는 것이 인문·사회과학이고 예술의 역할이겠다. 몸의 느낌을 배제한 개념적 생각은 생활세계에서 늘 공허하다. 몸의 느낌보다 앞선 경험은 없다. 몸의 느낌과 괴리된 개념의 생각은 빌려온 생각일 뿐이다. 빌려온 생각은 아무리 화려해도 그것은 가화(假花)에 불과하다. 마르셀이 그의 저서 ‘형이상학일기’에서 참다운 철학은 ‘자신의 몸이 느낀 한계경험(limit-experience)을 실현하는 역사’라고 말했다. 이 말이 의미심장하다. 철학사에 등록될 만한 가치를 지닌 철학들은 다 철학자들의 몸이 느낀 ‘한계경험’들을 보편적 의미로 승화시킨 것에 다름 아니겠다. 한계경험’이란 말은 경험의 시원적인 출발지인 한계상황과 같은 의미다. 인간은 몸을 벗어나지 못하듯이, 자기가 태어난 한계상황(역사적·언어적 상황)을 탈출하지 못한다. 이것이 인간조건이다. 그런데 그 한계경험인 한계상황이 괴롭거나 고통스럽지 않으면, 철학적 사유가 잉태되지 않는다. 창조적인 모든 철학사상은 몸이 느낀 한계상황이 주는 아픔에서 해방되려는 자기 치유의 과정과 다르지 않겠다. 마르셀은 몸의 느낌이 상황의 고통과 직접 접목함에 있어서 거짓이 거기에 끼지 않는다고 본다. 모든 거짓은 개념적으로 간접적인 생각에서 발동하는데, 느낌은 상황 속에 직접 ‘잠기는 관여’(immerged participation)라고 그의 저서 ‘존재의 신비’(1권)에서 말했다. 내 몸은 상황의 거짓 없는 역사요, 분위기다. 몸은 각자가 살아온 집안과 나라의 분위기를 나타낸다. 몸은 각자가 생각하기 이전에 이미 배어 있는 생활경험의 원초적 한계다. 그 원초적 한계를 넘어 인간은 개념적 생각을 비상시킬 수 없다. 몸은 자기와 상황과의 공동소속의 경험이므로 같은 한계상황 속에 살아온 사람들은 같은 몸의 행동양식을 공유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몸의 지각은 내가 느끼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반성 이전에 함께 느끼는 차원이 된다. 이런 공동지각을 메를로-퐁티는 ‘세상사람이 지각한다.’(It is perceived.)라고 언명했다. 마르셀이 말한 상황 속에 ‘잠기는 몸의 관여’는 메를로-퐁티가 그의 저서 ‘지각의 현상학’에서 몸을 ‘세상에 바쳐진 주체’(the subject devoted to the world)로서 표현하고 있는 내용과 닮았다. 몸을 주체로 표현하고 있으나, 그 주체의 개념은 자의식의 명징한 주체가 아니라, 의식과 세상이 애매하게 혼융되어 있는 개념으로서의 주체다. 메를로-퐁티에게 주체로서의 몸은 재래의 의식철학이 주장한 순수의식의 주체가 아니고, 생활세계와 뒤섞인 애매모호한 주체다.‘지각의 현상학’에서 메를로-퐁티는 ‘내 몸은 세상에 속하면서도 나에게 속한다.’고 말했다. 내 몸이 세상에 속하기에 생활세계가 안고 온 무의식적인 역사를 벗어나지 않고, 또 내 몸이 나의 것이므로 몸이 느끼는 것에 대한 반성이 가능하다. 몸은 생활세계의 역사적 무의식의 사실인 ‘반성되지 않은 것’(the unreflected)과 의식의 반성(reflection)과의 사이에 놓인 중간의 애매모호한 영역과 같다. 메를로-퐁티에게 철학은 의식의 반성인데, 그 반성은 반성되지 않고 있는 무의식적인 공동정감의 모호한 느낌을 철학적 반성의 토대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다. 이 말은 마르셀이 철학을 ‘한계경험을 실현하는 역사’라고 말한 것과 유사하다. 그러므로 학문이나 예술로서의 철학적 반성은 생활세계에 젖은 몸의 공동적 습관인 ‘반성되지 않은 것’을 반성해서 그것을 의미화하고 자유화하는 것이다. 몸은 생각을 낳는 모든 경험의 토대로서의 느낌을 뜻한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살아온 일생의 경험의 역사일 뿐만 아니라, 내 이전의 역사가 배어 있는 생활공간의 분위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몸의 경험을 우리는 업(業)이라 불러도 좋겠다. 그 느낌에서부터 생각이 발단된다. 철학은 우리의 몸에 공통적으로 배어 있는 역사적 공동업(共同業)에 대한 반성과 같다. 업은 기질이다. 철학은 그 업의 기질에 대한 반성이겠다. 철학은 업의 기질을 기운의 힘으로 승진시키는 개념적 생각이지만, 그 개념적 생각이 업의 기질을 100% 투명하게 반성할 수 없다. 왜냐하면 100%의 투명한 반성은 몸의 경험을 벗어난 순수 관념의 영역에서 가능한데, 인간의 철학적 사유는 그 몸의 한계상황을 초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철학은 몸을 통해 그 업의 괴로운 소리를 부분적으로 들으면서 그것을 기운의 힘으로 변형시키지만, 그 철학적 반성은 업이 지닌 무의미의 짐을 다 내려놓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철학적 반성인 업의 해방은 무의미의 어둠을 온전히 지울 수 없으므로 마치 선악의 이중주(3·4회 글)처럼 늘 현실에서 의미와 무의미가 분리되지 않고 같이 따라다닌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겠다. 평화의 유지는 부드러운 선의지로서만 가능하지 않고, 잔혹한 폭력을 가장 잘 제어하는 보다 덜 잔혹한 폭력이 용인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100% 진선진미한 역사현실을 이룩한다는 주장은 다 현실성이 없는 가공의 공상에 불과하다. 철학사에 등장한 구체적 철학사상은 각 철학자의 몸이 느낀 원초적 역사의 경험을 토대로 아픈 몸의 느낌을 치유하고자 하는 의학사상과 다를 바 없겠다. 그러나 모든 병을 다 치유하는 완전한 해방으로서의 반성은 몸을 지닌 인간조건에서 불가능하다. 철학사상은 어떤 부분적 업의 아픔을 처방했을 뿐이지, 모든 정치문화적 아픔을 일시에 다 제거하겠다든지, 할 수 있다고 여기면 큰 오만이다. 점진적인 치유가 있을 뿐이다. 우리의 기질은 대박을 공상한다. 정치적·경제적으로 성질 급한 대박의 공상적 기질이 장구하고 원대한 원력의 기운으로 승화되기 위하여 우리는 냄비에서 가마솥으로 요리하고 인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 철학의 처방은 역사적 상황을 통해 몸이 절실하게 느낀 무의식적 말을 잘 들으려고 고요히 사색하는 자에게 가능하지, 빌려온 관념에 사로잡힌 유식한 이들이 화끈하게 큰소리치는 마당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1인당 경제지표’의 함정

    재정경제부가 11일 국가채무나 가계부채, 조세부담액과 같은 경제지표에는 1인당 기준의 사용을 배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해하기 쉽고 다른 나라와 비교가 가능하지만 지나친 단순화로 경제의 실상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의 밑바탕에는 일부 언론들이 참여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들 지표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범정부 차원의 불만이 깔려 있다. 이른바 ‘오보 대응책’의 일환에 따라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재경부는 지난해 국민 1인당 국가채무가 513만원이라는 언론의 보도는 잘못됐다고 주장했다.국가채무 248조원을 단순히 인구로 나눈 것은 경제적 의미가 없으며 정확한 개념은 국가채무에서 국가자산을 빼야 한다고 했다. 즉 1인당 국가자산(국유재산과 국가채권) 944만원을 감안하면 국가채무가 아니라 1인당 순 국가자산이 431만원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1인당 조세부담액과 관련해서는 언론의 ‘자의적’ 판단으로 경제의 동태적인 구조변화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인구증가율이 둔화되면서 경제규모가 커지면 세제정책에 변화가 없어도 1인당 조세부담액은 당연히 커지지 않겠냐고 했다. 게다가 전체 조세수입액을 인구로 나눠 1인당 조세부담액을 산출하면 개인뿐 아니라 기업이 낸 세금(법인세)까지 포함돼 일반 국민들이 내는 세금이 부풀려진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세 가운데 법인세 비중은 23.4%이고 개인과 법인이 함께 낸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각각 5%와 28.3%인 점을 내세웠다. 또한 1인당 소득세 부담액도 현재 근로소득자의 51%와 자영사업자의 48%가 세금을 내지 않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이른바 ‘계층간 조세부담의 분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 납세자의 상위 20%가 근로소득세의 75%, 종합소득세의 90%를 각각 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공식 발표하는 1인당 실질소득조차 지역별 격차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재경부는 조세부담이나 국가채무는 1인당 기준이 아닌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표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소득세는 계층별 평균 조세부담,1인당 개인부채는 자산 측면을 고려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1인당 지표는 통계상 특징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국민의 평균값을 대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납치문제 협의 일방 발표” 李통일, 日의원 면담 취소

    일본 집권 자민당 납치문제 대책본부장(아이사와 이치로 간사장 대리)이 지난 9일 “12·13일 방한해 한국의 통일·외교 장관과 ‘납치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한국측이 면담 계획 자체를 취소하는 등 발끈하고 나섰다. 11일 통일부 당국자는 “사전에 합의된 바 없는 납치문제를 논의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없는 한 부득불 면담을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이 당국자는 “이종석 장관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과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시절의 개인적인 인연을 고려, 아이사와 의원의 면담요청을 수용했던 것이며, 면담 약속은 개인적이며 의례적이었던 것”이라고 소개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 여부는 아직 확정된 바 없으며 만나더라도 납치문제와 같은 특정사안을 테이블 위에 정식으로 놓고 협의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나 역사왜곡, 특히 ‘독도 도발’을 이유로 정치 분야의 고위직 교류에 대해선 신중 기조를 유지해왔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신연숙칼럼] ‘풀뿌리’ 이대로 뽑혀선 안된다

    [신연숙칼럼] ‘풀뿌리’ 이대로 뽑혀선 안된다

    5·31지방선거가 ‘무능정권’을 통쾌하게 ‘응징’하고 막을 내렸다.‘대선 때 잘못 행사한 한 표 때문에 손등을 찍고 있다.’던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는 ‘명석한 판단’을 자신하며 투표장을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한 표 때문에 또다시 4년간 손등을 찍어야 할지도 모른다. 자치단체장도, 그를 견제해야 할 의회 의원도 특정 정당의 수중에 넘어가, 지역 살림을 어떻게 말아먹든 시비 걸 장치조차 무력화돼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선거는 겨우 싹트고 있던 생활정치, 풀뿌리 민주주의를 짓이겨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초의회에까지 정당공천제가 도입돼 당대결 구도가 되는 바람에 순수한 지역 일꾼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져야 했던 것이다. 우리 마을, 내 고장 살림을 꾸릴 일꾼까지 중앙정치인들에게 좌지우지되는 현상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의 취지는 지역에 사는 풀뿌리 주민들의 의사를 지역정치에 반영하라는 데 있지 않았던가. 지난 4년간 구의원으로서 알차게 활동하고도 낙선한 한 후배와의 대화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이며, 그래도 왜 풀뿌리민주주의의 희망이 무모하기만 한 것은 아닌지를 느끼게 해주었기에 여기에 소개한다. 패배를 예상했나. -지난 4년간 열심히 했기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정당공천제는 정당을 통하지 않고 풀뿌리민주주의 활동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장애물이다. 정당 후보는 예비후보등록을 한 3월19일부터 번호를 부여받았지만 무소속은 정식등록을 한 5월17일에야 처음 번호를 받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다. 출발부터가 불리했다. 생활정치를 실천하며 연대했던 현역 10명 중 9명이 낙선했다. 정당공천을 받지 그랬나. -4년간 정당에 뿌리를 둔 이들의 폐해가 어떤 것인지를 지켜봤기에 공천받을 생각을 안 했다. 당선자들 다 아는데 동네 이권에나 개입하던 사람들이다. 생활정치보다 국회의원 충성도 순으로 공천받았다. 지난 4년간 기억에 남는 활동은. -서울시내 중학교에서 처음으로 직영급식을 실시하게 했다.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5일 근무제로 생긴 ‘놀토’에 어린이마을학교를 엄마들과 같이 운영하기도 했다. 지역현장에는 낮동안엔 여성들이 많다. 여성들이 생활밀착정치를 하기에 유리하다. 그런데도 표로 연결이 안 됐나. -구의원후보가 나서 무능정부 심판하자고 하는데 무슨 얘기가 통하나. 후보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선거공보가 30개가 넘었다. 읽어봤다는 사람 10%도 안 됐다. 투표 전날까지 도장 어섯번 찍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투표방법 알려주는 게 선거운동이었다. 유급제에 대한 생각은. -이런 현실에서 예산낭비 아닌가. 유급제 논리는 그만큼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 한통속이니 예산은 예산대로, 월급은 월급대로 나갈 것 아닌가. 앞으로는 뭐하나. -지역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알기 때문에 예서 멈출 수는 없다. 주민의 자치활동이 워낙 미약해 노력하려 한다. 그래도 의회에 견제세력이 나타날 것이다. 지역주민이 받쳐줘야 한다. 낙담하지 않는 그녀에게서 풀뿌리의 힘이 느껴졌다. 우리는 어떻게든 풀잎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든 선거방식과 방법의 개혁이든, 지방자치제도가 더 이상 왜곡되지 않도록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yshin@seoul.co.kr
  • 노대통령 선거패배 책임 인정

    노무현(얼굴) 대통령은 5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여당이 선거에서 졌는데 대통령이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지난 2일 정책홍보토론회에서 “한 두번 선거로 나라가 잘 되고 못되는 것이 아니다.”는 언급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것과 관련,“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 지난 2일 언급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 논란을 매듭지으려는 데 초점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선거 결과에 대해 자신의 책임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노 대통령은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과 관련,“개각을 해서 장관을 교체하고, 또 정책기조를 바꾸고 하자는데 그런 것이 책임정치가 아니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과거에는 관행에 따라 선거가 끝나면 장관을 바꾸고 국정기조도 바꾸고 했는데,(선거 결과에 대한) 진단과 대안마련 없이 무조건 바꾸고 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후진적 정치문화 속에서 보지 말고 차분하게 체계적으로 진단해야 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당분간 국정운영의 기조를 유지하되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앞으로 각종 정책 집행 과정을 통해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따라서 국면전환용 개각은 당분간 단행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대통령으로서 선거 결과에 대해 포괄적 책임을 지겠다는 인식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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