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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면 사재기, 애그플레이션의 나비효과”

    곡물값 상승(애그플레이션)에 따른 나비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라면 사재기가 한 예다. 나비효과란 지구상 어디에선가 일어난 조그만 원인이 예측할 수 없는 큰 결과로 발전해 갈 수 있음을 뜻한다. 대우증권 정근해 선임 연구원은 20일 보고서에서 “라면 사재기는 나비효과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곡물가격 상승 관련 기업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이날 종자회사인 농우바이오, 해충박멸제를 만드는 휴바이론 등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곡물 관련 주요 종목이 오름세를 나타냈다. 정 연구원은 “기후 요인으로 인한 공급감소에 식량·에너지·투기수요가 가세, 식품 인플레이션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부진을 재고로 충당하면서 곡물 재고율이 위험수준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세계 곡물 재고율은 15%가량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권장 재고율은 18∼19%다.현재 세계는 대체에너지인 바이오 에탄올 생산 붐으로 다른 작물 대신 옥수수를 생산하는 농가가 늘고 있으며, 곡물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투기가 가세, 가격이 왜곡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다 식량 민족주의도 한몫 거들고 있다. 세계 5위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밀가루 값 상승이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 자국의 밀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중국, 우크라이나, 인도네시아 등은 이미 농산물 수출세를 인상, 수출을 억제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사료를 포함한 식량 자급률이 27%에 불과, 곡물가격 상승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김창호 홍보처장 “교수복직 안해”

    김창호 홍보처장 “교수복직 안해”

    기자실 통폐합 작업을 이끈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명지대 교수로 복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처장은 20일 명지대 동료교수 등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문화부에 통합될 홍보처 식구들이 답답해하는 상황에서 복직 문제로 시끌벅적하게 논쟁을 하거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다.”면서 “대학에 사표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그러나 “저의 복직은 공적인 행위라기보다는 개인적 행위이고 복직 자체는 교권 차원에서 보호되고 있는데도 불구, 일부 언론은 복직이라는 제 사적인 영역, 그것도 합법적으로 보장된 교수의 권리를 위협하는 이슈를 생산하면서 저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답을 요구하고 있다.”며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또 “사의가 마치 제가 ‘왜곡되고 편협한 언론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지만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이 정당하다는 점은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매스미디어 뒤에 숨은 허와실

    매스미디어 뒤에 숨은 허와실

    젊은 작가 진기종(27)의 첫 개인전 ‘온 에어(On-Air)’시리즈가 소격동 아라리오 서울에서 선보이고 있다.9·11테러 장면을 보여주는 CNN, 미국의 이라크 바그다드 폭격 소식을 전하는 알 자지라, 밀림을 조명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아폴로11호의 달착륙 장면을 담은 디스커버리, 황우석 사태를 보도하는 YTN….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TV 8대의 화면엔 지구촌 곳곳을 장식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명멸한다. 마치 의도적으로 녹화된 내용인 듯한 이들 사건의 진실은 딴 데 놓였다. 벽을 지나 전시장 안쪽 깊숙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볼거리들이 복잡하게 얽혀 전시되나, 정작 작가의 의도는 선명하다.TV를 비롯한 매스미디어가 뿜어내는 이미지들이 얼마나 작위적으로 왜곡될 수 있는지를 비판하는 작품들이다. 경원대 환경조각과를 졸업한 작가는 졸업작품으로 만든 ‘세계시체지도’로 여러 단체전에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온 에어’시리즈는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전에서 호평받은 작품. 이번 전시는 그때 작품에 5개의 채널을 추가한 시리즈이다.(02)723-6190.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현장서 시스템으로 일하라”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가 향후 청와대 비서실 운영과 관련한 구상을 내놓았다.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할 비서실 수장으로서 청와대 운용의 ‘매뉴얼’을 제시한 셈이다. 유 내정자는 17일까지 이틀간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인수위원 및 청와대 수석비서관 합동워크숍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선진국들이 이미 가 있는 상태가 아니라 선진국이 지향하는 선진국”이라면서 “지금부터는 누가 가본 적이 없는 새로운 길을 내는 과정”이라고 밝혔다.●“李 당선인 성공 스토리 제도화해야” 특히 “이 당선인의 성공 스토리를 개인의 신화가 아니라 국가적인 것으로 확대·연장해 제도화해야 한다.”며 이 당선인을 통해 ‘새로운 지향점’에 이를 것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창의적, 효율적으로 일할 것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을 것 ▲형식보다 실질을 추구할 것 ▲현장에서 일할 것 ▲시스템으로 일할 것 등의 5가지 업무지침을 제시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5년 동안 강조해 온 ‘시스템에 의한 업무’를 천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시스템이 흔들리면 대통령이 흔들리고 시스템이 가동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 내정자는 “국정이 다양해졌고 많은 네트워크까지 연결돼 시스템으로 일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는 되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본다.”고 덧붙였다.●“지난 정권 잃어버린 10년 아니다” 유 내정자는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이라 평가하는 과거 정부에 대해 다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두번의 정권을 우리 역사에서 잃어버렸다고 표현하나 개인적으로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세계 역사상 전례없이 성공적으로 이뤄냈고 그 과정에서 미진하고 지나쳤던 부분, 왜곡됐던 부분을 바로잡고 소화하는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정권은 ‘숨고르기 단계’였고 이명박 정부는 ‘도약하는 단계’라는 평가다.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 국내학계 통섭 논쟁 ‘솔솔’

    국내학계 통섭 논쟁 ‘솔솔’

    ‘통섭(統攝)’을 놓고 국내 학계에 논쟁이 솔솔 지펴지고 있다. 최근 지식계의 대표적 화두 가운데 하나가 통섭이다. 미국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책 ‘통섭’(1998)이 화두의 발원지고, 윌슨의 제자이자 2005년 책을 번역·출간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화두의 전파자다. 최 교수 스스로 “통섭이라는 용어와 개념은 꺼내 놓기 무섭게 날개 달린 듯 학계는 물론 기업과 사회로 퍼져나갔다.”고 평할 만큼 통섭은 사회적 인지도를 한껏 높이고 있다. 통섭은 분과학문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지식의 대통합’을 주창한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다양화되고 전문화되는 현대 지식 사회에선 매우 호소력 있는 메시지임에 틀림없다. ●“통섭은 과학제국주의” 반면 한국을 벗어나면 통섭은 매우 논쟁적 개념이다.‘몰논쟁적’인 국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미국에서 윌슨의 통섭론은 인문학자와 사회과학자뿐 아니라 윌슨과 같은 생물학자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다. 국내의 ‘통섭 논쟁’은 이제 발아 단계다. 더디지만 싹은 트고 있다. 윌슨의 논리를 ‘미신’이라고 비판하는 미국 시인 웬델 베리의 ‘삶은 기적이다’(녹색평론사)도 2006년 번역돼 나왔다. 국내 ‘통섭 현상’을 바라보는 비판론의 골자는 한국 통섭론자들이 통섭의 양지에만 주목하고 음지는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판론의 일차 타깃은 통섭이란 번역어다. 영어 단어 ‘consilience´를 최 교수는 통합, 통일, 일치, 합치 등 익숙한 용어 대신 전문 학술용어 뉘앙스가 강한 ‘통섭’이라고 옮겼다. 한자어 또한 ‘사물에 널리 통한다.’는 뜻의 ‘통섭(通涉)’이 아닌 ‘거느닐 통´(統)과 ‘잡을 섭´(攝)을 붙여 ‘큰 줄기를 잡다.’란 의미로 풀이했다. 김흡영 강남대 신학부 교수는 최 교수의 번역을 윌슨의 과학제국주의를 그대로 이식한 용어라고 혹평한다. 김 교수는 최근 출간된 ‘배움과 한국인의 삶’(전상인·정범모·김형국 엮음, 나남 펴냄)에 실은 글 ‘통섭을 반대한다’에서 “(최 교수가) 기존의 ‘두루 통한다’는 말을 쓰지 않고 고의적으로 ‘포섭하여 통제한다’는 의미의 한자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보기에 자연과학의 인문학 ‘정복’을 암시하는 윌슨의 통섭론은 과학제국주의이자 황우석 사태가 보여준 과학파시즘적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학적 현상→심리학적 현상→생물학적 현상→물리학적 현상’으로 이어지는 환원주의 입장을 취하는 윌슨의 논리도 비판 대상이다. 김 교수는 “윌슨에 의하면 환원주의 방법론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과학이 아니고, 윌슨의 통섭론은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환원주의 방법론으로 재편하자는 것”이라면서 “이미 본토에서 부적격 판정이 난 실패한 기획이 뒤늦게 한국에 전파돼 유능한 통섭전도사들의 화려한 수사학에 의해 성공적으로 부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윌슨과 다르다” 당사자인 최 교수의 설명은 다르다. 환원주의가 통섭적 연구를 위한 하나의 방법론일 수는 있으나 모든 통섭적 연구가 환원주의적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학문의 대통합이 오로지 자연과학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진정한 통섭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원활한 소통으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통섭론이 윌슨의 한계를 극복·발전시킨 것이란 뜻이다. 최종덕 상지대 교양과 교수는 지난해 7월 ‘통섭에 대한 오해’(한국의철학회 여름 세미나 발표)란 글에서 “최재천 교수가 통섭을 환원적 통합이 아닌 상호적 통합에 있다고 믿는다면 윌슨 저서의 유명도에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태도를 분명히 한 뒤 통섭의 의미를 전개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논쟁은 이제 시작 단계다. 활발한 공방을 거친 후에야 한국적 통섭론은 왜곡과 발전적 극복 사이에서 제 길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변화 느껴지는 개성공단서 희망 봤어요”

    “변화 느껴지는 개성공단서 희망 봤어요”

    “한국과 미국이 모두 큰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 두 나라 관계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점진적이고 현실적인 변화를 기대한다.”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원장은 1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반도 미래포럼 국제학술회의에서 두 나라 관계의 분명한 변화를 기대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한반도 미래포럼은 NEAR 재단(이사장 정덕구) 산하 북한경제 전문 연구단체다. ●“FTA 실패하면 한·미관계 훼손 우려” 오버도퍼는 숭례문 전소 사건에 대해 “소중한 문화유산이 훼손된 것에 대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북 정책이 강경해질 것이 분명하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당선되면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정책을 펴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한 “미국민들은 경제인 출신의 보수주의자인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대해 놀라워하고 있다.”며 “이 당선인의 드라마틱한 인생에 대해 감동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미국에 이익이 별로 없기 때문에 국내에선 인기없는 주제”라면서도 “FTA가 실패하면 양국관계에 훼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2일 방문한 개성공단에서 희망을 봤다고 강조했다.1980년 첫 방문 때는 조그만 마을에 불과했던 이곳이 이제 근대화된 도시로 탈바꿈했으며 시민들도 편안해 보여 북한이 그동안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0년간 왜곡된 안보 전략 우선순위 바로잡아야” ‘신정부의 동북아 정책과 한반도’라는 주제로 발제한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선진국들과의 네트워크 공조가 필요하다.”며 “지난 10년간 왜곡된 안보 전략의 우선순위를 바로잡고 한·미관계 복원을 핵심으로 한 4강외교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일관계와 한반도’라는 주제로 발제한 데라다 데루수케 전 주한 일본대사는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는 전임총리와 달리 아시아 중시정책을 펼치고 이명박 신정부도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실용주의 외교를 펼칠 것으로 밝혀 두 나라 관계는 많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는 역사교과서 문제 등으로 두 나라 관계가 악화됐으나 최근 들어 두 나라 간 고위층의 접촉이 급증하는 등 관계 개선 바람이 불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중관계와 한반도’라는 주제로 발제한 렌 시아노 중국 푸단대학교 부학장은 “수교 후 지난 15년 동안 두 나라 관계는 급속히 발전했다.”며 “신정부와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핵문제에 대해 “한반도 평화 구축은 비핵화와 6자회담의 성공에 달려 있다.”며 “중국은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폴리널리스트’ 윤리 논란

    ‘폴리널리스트’ 윤리 논란

    오는 4월9일 실시되는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언론사를 떠나는 언론인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직업 선택의 자유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언론 활동을 정계 진출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현재까지 총선 예비후보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전·현직 언론인은 모두 40여명. 역대 총선 최다 수준이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3월26일까지는 아직 시일이 남아있는 만큼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중에는 KBS 안형환 전 정치외교팀 부장, 신성범·박선규 전 기자를 비롯해 SBS 홍지만 전 앵커,MBN 박종진 전 앵커, 조선일보 이진동 전 기자 등 최근까지 현직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언론사 내부에서는 불안정한 언론계의 현실, 개인적인 진로관과 시대상의 변화 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읽어달라는 주문이 많다. 조선일보의 한 관계자는 “10년만에 정권이 바뀌면서 대기 수요가 몰린 것일 뿐, 특별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면서 “신문사 내부 게이트 키핑 시스템이 탄탄한 만큼, 기자 개인이 자신의 정계진출을 위해 기사나 언론인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할 여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부의 시각은 곱지 않다. 권·언유착의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언론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 하는 ‘폴리널리스트’(politics+journalist)라는 것이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불과 2∼3개월 전까지 공정보도를 논하던 사람들이 총선에 임박해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언론인으로서의 윤리의식이나 문제의식이 희박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도 “우리나라 정치 풍토에서 현직 언론인의 공천 신청은 왜곡·편파·불공정 보도를 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언론계 안팎에서는 언론사 자체 윤리강령이나 단체협약을 강화하는 등 실효성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기자들이 줄줄이 사직서를 낸 KBS의 경우, 윤리강령에 구체적 기한을 명시해두고 있지만 유명무실했다는 지적이다.2003년 9월에 개정한 KBS 윤리강령 3항에는 “공영방송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TV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 그리고 정치관련 취재 및 제작 담당자는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김창룡 교수는 “자체 윤리강령을 어긴 사람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비판 성명을 발표하거나 공천을 신청한 정당에 공문을 보내 불이익을 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심석태 SBS본부장은 “현직 기자나 앵커가 곧바로 정치권으로 옮겨가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남길 수 있다.”면서 “향후 일정 기간을 두도록 하는 개선방안 마련을 모색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박승규 KBS본부장도 “KBS 출신 중 최근까지 정당을 출입하는 등 윤리강령을 정면으로 위반한 사례는 없었지만, 대국민 신뢰도와 관련이 있는 만큼, 윤리강령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노조 차원에서의 논의를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금융감독기구 개편 논란 심화

    금융감독의 조직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세(勢)몰이 단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경제와 금융분야 전공 교수 147명은 11일 서울 중구 세실레스토랑에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신설을 골자로 하는 경제·금융 부처 개편안의 철회를 요구했다.●경제·금융 전공교수 147명 개편안 철회 요구교수들은 “금융위원회가 금융 감독 외에 재경부의 금융정책 기능을 담당하고 예금보험공사까지 관할하게 되면 정책적 목적을 위해 감독 기능이 왜곡되는 관치금융의 폐해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금융감독기구 개편은 시장친화적이고 독립적인 공적 민간 통합기구를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재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부혁신TF팀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기존 금융감독위원회의 감독기능이 금융감독원으로 이관되는 형태로 금감원도 권한이 강화된다.”면서 “낙하산 인사 등을 억제하는 다양한 견제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개편안”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금융위에 대한 견제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감원 등 다양한 기관이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금융계 350명, 언론계 100명, 학계 50명을 대상으로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79.0%가 금융위가 금융정책과 감독권한을 동시에 보유할 경우 관치금융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3.8%는 금융위가 금융정책을, 금감원이 금융감독을 나눠 담당하는 것이 옳다고 답변했다. 금융감독기구의 수장은 민간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답변이 67.8%였고, 금감원의 인사권 독립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95.2%에 달했다.●인수위“정책·금융감독만 정부가” 한편 선진국의 금융감독 기능을 보면 영국과 미국은 민간기구에서, 독일과 일본은 정부가 맡고 있다.이와 관련, 인수위는 우리나라는 정책과 금융감독은 정부가 하되 상당부분을 민간에 위임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노조는 ▲금융감독원의 인사·예산권 ▲감독권 행사 여부 결정권 ▲금융위원회 안건 부의권 ▲금융위원회의 금융감독원장 당연직 참여 등을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 출신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번 논란에서 금융회사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점은 그동안 검사 관행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순환보직 형태로 운영되는 공무원에게 금융감독기능을 맡길 경우 전문성과 현장 대응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개도국 식품값 관리 딜레마

    개도국 식품값 관리 딜레마

    ‘수요는 늘고 가격은 오르고 가격통제의 부작용은 쌓여만 가고’ 국제 식품가격 급등으로 개발도상국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보고서를 인용, 국제식품 가격이 치솟자 개발도상국들이 구시대의 정책인 가격통제에 나서는 바람에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BO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24개 개도국의 식품 가격은 11%나 올라 2006년 4.5%에 비해 2배를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이같은 가격상승은 유가 상승으로 생산비용과 운송비용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WSJ에 따르면 중국의 콩 수요는 지난해 4700만t으로,1990년의 1100만t에 비해 4배 수준으로 늘었다. 식품가격 상승으로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이 4.4%를 기록,25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으며 멕시코와 말레이시아, 파키스탄에서는 식품값 상승과 공급부족으로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식품가격이 급등하면서 개도국들은 가격통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돼지고기와 계란을 비롯한 농산품을 생산과 관련된 업계에서 가격을 인상할 경우 정부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태국도 인스턴트 국수와 식용유 제품에 가격통제 정책을 취했으며, 러시아도 특정한 종류의 빵과 계란·우유 등에 대한 가격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멕시코는 국민들의 제2 주식인 토틸라(옥수수 가루를 반죽해 만든 얇고 둥근 떡) 가격을, 베네수엘라는 우유와 설탕 등 농산품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70년대 미국의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가격을 통제했지만 효과는 단기간에 그쳤고 74년 물가상승률이 10%를 넘는 등 부작용을 낳았다. 농업 전문 연구업체 인포마이코노믹스의 브루스 셰어 최고경영자(CEO)는 “인위적인 가격통제는 사재기를 유발,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불안을 조장하고 가격이 더 크게 오를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개도국 식품값 관리 딜레마

    개도국 식품값 관리 딜레마

    ‘수요는 늘고 가격은 오르고 가격통제의 부작용은 쌓여만 가고’국제 식품가격 급등으로 개발도상국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보고서를 인용, 국제식품 가격이 치솟자 개발도상국들이 구시대의 정책인 가격통제에 나서는 바람에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BO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24개 개도국의 식품 가격은 11%나 올라 2006년 4.5%에 비해 2배를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이같은 가격상승은 유가 상승으로 생산비용과 운송비용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WSJ에 따르면 중국의 콩 수요는 지난해 4700만t으로,1990년의 1100만t에 비해 4배 수준으로 늘었다. 식품가격 상승으로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이 4.4%를 기록,25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으며 멕시코와 말레이시아, 파키스탄에서는 식품값 상승과 공급부족으로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식품가격이 급등하면서 개도국들은 가격통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돼지고기와 계란을 비롯한 농산품을 생산과 관련된 업계에 가격을 인상할 경우 정부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 했다. 태국도 인스턴트 국수와 식용유 제품에 가격통제 정책을 취했으며 러시아도 특정한 종류의 빵과 계란, 우유 등에 대한 가격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멕시코는 국민들의 제2 주식인 토틸라(옥수수 가루를 반죽해 만든 얇고 둥근 떡) 가격을, 베네수엘라는 우유와 설탕 등 농산품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70년대 미국의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가격을 통제했지만 효과는 단기간에 그쳤고 74년 물가상승률이 10%를 넘는 등 부작용을 낳았다. 농업 전문 연구업체 인포마이코노믹스의 브루스 셰어 최고경영자(CEO)는 “인위적인 가격통제는 사재기를 유발,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불안을 조장하고 가격이 더 크게 오를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서울대 교수 “대운하 반대” 집단행동

    서울대 교수 80명이 실명으로 한반도 대운하 건설 반대 모임을 발족하고 공동 행동에 나섰다. 서울대 교수들이 특정 정책을 놓고 이처럼 대규모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 교수 80명은 31일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을 발족하고 명단을 공개했다. 이 교수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운하 비판 글을 실어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들은 첫 집단행동으로 이날 법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교수와 학생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 대운하,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이 교수와 함께 김상종(자연대 생명과학부)·김정욱(환경대학원)·송영배(인문대 철학과) 교수가 공동대표를 맡았다.임현진 사회대학장, 조국 법대 교수, 박찬욱 정치학과 교수, 김정희 미대 교수 등 대부분의 단과대 교수들이 포함됐다. 이들은 이날 대운하 건설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했다.최영찬 농생대 교수는 “2월까지 서명운동을 진행한 뒤 건설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라면서 “교수들의 호응이 예상보다 커 진보·보수 성향을 떠나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교수와 학생 말고도 건설업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토론회장 복도까지 꽉 채웠다. 경제, 건설, 환경, 문화 부문 전문가들로 구성된 발표자들은 강도 높은 대운하 건설 비판을 쏟아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찬성측이 비용 계산에서 유지관리비를 의도적으로 빼고 골재 판매비를 늘리고 산업 파급효과까지 포함시켜 비용 편익 비율을 부풀렸다.”고 주장했다.그는 “경부운하는 19세기형 수송체계로 서울∼부산 거리를 6시간에서 72시간으로 지체시켜 100년 전 뉴딜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홍수 위험과 수질 오염은 엄연한 사실인데 이를 왜곡하고 정치적 논리로 몰아붙이고 있다. 공학적 논의가 상실됐다.”면서 “서울에서 부산간 교량 120개 중 80개는 교체해야 하는데 잘못된 자료로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김정욱 환경대학원 교수는 “미 플로리다 운하처럼 자연 질서를 파괴해 강을 직선으로 만들고 웅덩이로 만들면 수중 생물이 죽고 홍수 범람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국토는 대통령의 소유가 아니다. 운하 건설은 국운 쇠퇴의 길이다.”라고 비판했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에 정당은 있는가/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 한국에 정당은 있는가/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미국에서는 대선이 한창이다. 지난 1월 중순 ‘마틴 루터 킹의 날’을 앞두고 힐러리는 마틴 루터 킹이 흑인 인권운동을 했지만 정작 법을 제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은 존슨 대통령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바로 민주당을 극한 대치상태로 몰아넣었다. 오바마측은 힐러리가 흑인운동가의 업적을 깎아내리는 대신 백인 대통령 치적을 부각시켰다며 강력 비판했다. 힐러리는 자신의 발언이 왜곡됐다고 해명했지만 흑인표가 크게 이탈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며칠 만에 두 사람은 민주당의 단합을 위한다며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대선이 끝났다.1792년부터 출발했다는 미국의 민주당은 역사상 가장 치열한 당내 경선 속에서도 위상을 갈수록 높이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의 전통야당이라는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후보단일화를 극력 피하더니 달랑 1%의 표만 얻었다. 그런 민주당이 갑자기 총선을 앞두고 합당은커녕 후보단일화마저 반대했던 대통합민주신당과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 대선에서 참패한 대통합민주신당은 한나라당에서 떨어져 나온 대통령 경선후보를 당의 대표로 모셨다. 그러자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후보측은 분당도 고려할 수 있다며 시위 중이다. 분당 위험은 한나라당에도 있다. 한나라당의 대통령 경선후보 한 사람은 자신의 계파가 공천에서 밀리면 분당도 불사하겠다며 협박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봉합하고 있지만 공천 뚜껑이 열리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당이란 원래 비슷한 이념과 정책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정치적 권력을 획득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집단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과연 그러한 정당이 있는가? 한국의 정당이란 비슷한 이념과 정책을 공유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이합집산한다. 어느 한 정당만 이념이나 정책과 상관없이 단세포 아메바처럼 뭉치고 헤어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모든 정당이 거의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정치문화의 수준이 된다. 정상적인 정당정치의 문화가 아니라 뿌리없고 원칙없는 이합집산이라는 정당정치의 천박한 문화다. 기성정당과 차별화를 추구하는 신생정당이라고 해서 더 나을 것이라곤 없다. 지난 2000년 총선에서 이념정당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민주노동당은 신자유주의 ‘시베리아 한파’를 이기지 못하고 종북주의니 평등주의니 서로 삿대질하며 탈당과 분당을 거론한다. 기성정치와 얼치기 개혁정당을 매몰차게 비판하면서 비타협적인 대선 캠페인을 펼쳤던 창조한국당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더 심하다. 선거비용 처리와 당내 비민주주의 때문에 당이 쪼개질 판이다. 새로운 정당에 기대를 걸었던 소박한 백성들의 가슴을 마구 후벼대는 일이다. 한데 이것은 또 무슨 일인가? ‘미스터 쓴소리’가 이번에는 정당코미디의 완결판을 선보였다. 언제나 입바른 소리와 꼬장꼬장한 원칙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했다지만 이번에는 한나라당으로 입당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통야당 당수의 후손으로 수십 년을 버틴 미스터 쓴소리가 경제살리기와 한·미동맹 강화가 자신의 소신이라며 한나라당행을 선언한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미스터 쓴소리의 입당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 막대기를 꽂아도 이길 기세인 한나라당은 너무 많은 출마 희망자들이 몰려 교통정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입가의 쓴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100일 정도 남은 총선을 앞두고 더 유치찬란하고 황당무계한 탈당, 분당, 이합집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언제쯤 이 땅에는 백성들을 무서워하는 정당이 생길 것인가? 언제쯤 이 땅에는 미국의 민주당처럼 200살이 넘은 정당의 위신을 서로 애지중지하는 날이 올 것인가?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 [사설] 총수에 富 몰아주며 규제완화 요구하나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 결과, 재벌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일수록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일감을 몰아주거나 납품가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소액주주에게 돌아갈 이익이 재벌총수 등 지배주주에게 떠넘겨졌다는 뜻이다. 더구나 외환위기 이후 재벌에 대한 투명성 규제가 강화됐음에도 이러한 ‘부(富) 몰아주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는 통계도 함께 제시됐다. 재벌 총수 일가가 쥐꼬리만한 지분으로도 상대적으로 많은 배당금을 챙긴 데에는 이같은 비정상적인 부의 이전 메커니즘이 작동했던 결과라 하겠다. 재벌기업들은 경영투명성을 강화하는 조치가 취해질 때마다 기업의 투자를 발목잡는다며 볼멘소리를 해왔다. 그리고 자신들은 글로벌 회계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선전해 왔다. 하지만 KDI 보고서에 따르면 재벌은 여전히 불투명한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의 사적 이익 극대화를 추구했다는 것이 입증됐다. 차기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키로 하고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완화하는 등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쏟아내자 ‘재벌의 욕심을 제어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제기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KDI도 지적했듯이 지분율과 통제권의 괴리에 따른 재벌 총수 일가의 왜곡된 제몫 챙기기 관행을 바로잡으려면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공시를 확대하는 등 공적 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소액주주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에 앞서 재계는 1998년 출자총액제한제가 폐지되자 이를 재벌총수 일가의 지배권만 강화하는 쪽으로 악용했다가 1년도 못돼 부활케 한 과오를 다시 되풀이해선 안 된다. 자율에는 그만큼 책임도 따른다. 차기 정부의 규제완화가 또 다른 역풍을 불러들이지 않도록 재계 스스로 규율하기 바란다.
  • [막오른 로스쿨시대] 비대위 집행부 문답

    “로스쿨 출발부터 진골·성골로 나누자는 거냐. 로스쿨 개원을 앞두고 이뤄진 졸속 결정이며 분명한 정책적 실패다.” 올바른 로스쿨을 위한 시민인권노동법학계 비상대책위원회 집행부는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격앙된 목소리로 로스쿨 심의결과를 비판했다. 비대위 공동대표인 석종현 단국대 법대교수,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와 공동 상임집행위원장 정용상 동국대 법대교수, 이상수 서강대 법대교수 등 집행부 9명이, 탈락한 10여개 대학의 위임을 받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입장정리는 어떻게 됐나. -(예비인가 심의)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예비인가 대학의 입학 정원도 거의 4배의 편차인데 이를 이해할 합리적 근거는 없다고 본다. ▶심사 과정 등 행정정보 공개요청은 따로 하나. -일단은 폐기처분 금지 가처분을 내고 재심의를 요청한다. 일반 행정정보 공개 청구는 내부 일정 등을 문제로 거부될 수도 있다. 복잡한 문제라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점수도 알려주지 않고 커트라인도 안 알려주지 않는가. 굉장히 불합리하다. ▶정원 배정에 대한 입장은. -대학별로 4배가 차이 나도록 정원을 배정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성대 120명, 건국대 40명이다. 그만큼 교육여건의 차이가 있다는 말인가. 권력이나 다른 여건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원 40명으로 로스쿨을 운영하라는 건 땅을 파서 하라는 얘기다. 아니면 등록금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씩 받으라는 얘기다. 현재 방식으로 간다면 ‘어디 로스쿨 출신 변호사’라는 얘기가 나오고 출발부터 진골ㆍ성골을 나눌 카르텔이 형성될 우려가 크다. 이건 로스쿨의 본질을 왜곡하는 요소들이 개입돼 덕지덕지 엉망이 됐다는 거다. 개원을 앞두고 졸속적으로 결정됐고 분명한 정책적 실패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인문학의 밑바탕을 까는 수도사들

    인문학의 밑바탕을 까는 수도사들

    “한국 인문학에 ‘슬로건’은 있지만 ‘베이스’는 없습니다. 우리는 ‘1차 자료 번역’이란 인문학의 베이스를 놓는 수도사들입니다.” 이정호(57·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정암학당 이사장은 학당 연구원들을 ‘수도사’에 빗댔다. 주목받고 인기 있는 연구 대신 인문학 밑바탕을 까는 비인기 학문(고대철학 원전 번역)을 택해 “연구실에 처박혔다.”는 뜻이다.“그저 숨어서 공부하는 사람들인데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미화되기 싫다.”며 언론 노출도 꺼렸다. 학문적 명예욕이 아닌 사명감을 좇아 좁은 연구실에 유폐된 사람들.‘수도사적 학문태도´란 그들 스스로의 표현이야말로 정암학당의 어제와 오늘을 그대로 요약해준다. ●“우리를 밟고 가라” 그리스철학 연구집단 정암학당이 최근 사단법인화했다. 원전 강독을 시작한 지 10여년 만이다. 지난해 12월 법인인가를 받았고, 올 1월 법인등기를 마쳤다.2월19일에는 현판식도 갖는다. 현판엔 ‘그리스 로마 원전을 연구하는 사단법인 정암학당’이라 새겼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글씨를 쓴 현판은 정암학당의 정체성 그 자체다. 원전 연구·번역 외엔 다른 연구도, 사업도 하지 않는다. 지난해 4월부터 펴내고 있는 플라톤 전집(최근 나온 ‘에우튀데모스’와 ‘메넥세노스’까지 현재 6권 출간)은 오로지 정체성에만 복무해 일궈낸 땀의 결실이다. 2000년 3월 이정호 교수가 선친의 재산을 밑천으로 설립한 정암학당은 1997년 시작한 강독모임을 뿌리로 한다. 그리스철학 연구자 몇 명이 매주 한 차례씩 모여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을 공부했다. 때마침 진보 철학자들의 모임인 한국철학사상연구회(한철연) 소장 학자들이 서양고대철학 분과를 만들면서 이 교수의 강독모임과 인적 결합을 맺었고, 한동안 단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원전을 읽었다. 학당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업에 매달려온 이유는 서양 고대철학이 모든 인문학 사유의 원형질이란 믿음 때문이다.30일 서울 혜화동 정암학당에서 만난 이 교수는 “현실의 반성적 지표를 찾을 때 문제의식의 모태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고대철학에 가 닿는다.”고 말했다. “우리말로 번역된 1차 자료는 2차,3차 우리식 사유로 발전하는 근본 바탕이 되지만, 영어와 일어 중역을 거치며 오염된 원전은 2차,3차 사유까지 왜곡시켜 왔다.”는 지적도 뼈아프다. 이 교수는 “1차 자료가 없어 연구를 못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 목표”라고 했다. 정암학당의 진담반 농담반 모토는 ‘우리를 밟고 가라.’다. 학당의 고전연구는 현실과 동떨어진 학자적 관심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연구자들에게 고대철학은 첨예한 현실 문제에 적극 개입하고 반추하게 만드는 동력이다. 이 교수는 “신자유주의적 즉물성이 품위 있는 삶을 갈수록 방해하는 지금, 고전철학의 인문적 가치야말로 삶을 버티게 만드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이 교수와 김인곤(51) 학당장은 삼성 비자금 사태의 엄정한 특검수사를 촉구한 ‘철학자앙가주망네트워크’에 이름을 올렸다. 학문적 관심은 고대에 두지만 시선은 늘 현실에 밀착시켜온 학당의 연구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오역 줄이기 위한 집중 공동작업 정확한 번역을 위한 학당의 공동작업은 학계에서 유명하다. 책임연구자가 최대한 완성도 높은 초역을 해오면, 나머지 연구자들은 원문과 번역문을 놓고 한 자 한 자 타당성을 검증한다. 의견이 일치할 때까지 최종 번역어 합의를 유보한 채 토론을 거듭하고, 그 과정에서 얼굴을 붉히며 싸우기도 한다. 방학 때면 강원도 횡성에 마련된 학당에서 합숙하며 집중독해를 병행한다. 그리스어 원전 해독능력이 충분치 않은 일반 대학에선 시도하기 힘든 작업방식이다.“정암학당이 학문공동체를 표방하지만 매우 전문적인 집단일 수밖에 없다.”고 김 학당장이 말하는 이유다. 섣불리 학당을 대중화했다가는 대중이 읽을 수 있는 1차 자료는 영원히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여타 생계활동 없이 번역작업에만 몰두해온 연구원들은 자연히 가난하다. 학당에서 연구를 맡아 진행해도 고작 70만원을 받는 게 전부다. 지금까진 이 대부분을 이 교수의 사재에서 충당했다. 학당의 사단법인화는 무엇보다 연구원들 20여명의 시급한 생활안정을 고려해 추진됐다. 이 교수는 “97년 강독모임부터 활동해온 김 학당장의 경우 대학 출강도 안 나가고 번역에만 헌신해왔다.”면서 “연구원들에게 최소한의 공부 여건을 만들어 주려면 학당이 외부의 물적·형식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학당은 법인 설립을 계기로 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새달 19일 ‘사단법인 정암학당’은 강원도 횡성 학당에서 1차 이사회를 연다. 글ㆍ사진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美 대선 후보경선] “오바마, 새시대 이끌 탁월한 지도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왜곡과 허위의 낡은 정치와 단절하고 새 시대를 대변할 탁월한 지도력을 지닌 지도자다.” 에드워드 케네디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28일(현지시간) 오바마 의원을 지지하면서 그를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잇는 새로운 지도자로 치켜세웠다. 케네디 상원의원은 이날 워싱턴 시내 아메리칸대에서 아들 패트릭 케네디 하원의원과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롤라인과 함께 오바마 의원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오바마와 함께 우리는 인종과 성, 민족을 차별하는 과거 정치를 마감하게 될 것”이라면서 “오바마는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뛰어난 지도력과 인품을 지녔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바마 의원의 경험 부족을 겨냥한 클린턴 부부의 발언을 겨냥,“그는 취임 첫날부터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준비된 대통령감”이라고 반박했다. 그동안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서 특정 후보 지지를 자제해 왔던 케네디 의원의 지지선언으로 다음달 5일 슈퍼화요일을 앞두고 다소 열세에 몰렸던 오바마 의원이 반전의 기반을 마련했다. 케네디 의원이 노조와 히스패닉, 노인 유권자들의 표를 오바마에게 몰아줄 것으로 오바마측은 기대하고 있다. 클린턴 부부와 친분을 유지해온 케네디 의원이 힐러리가 아닌 오바마를 지지한 것은 젊은 세대들을 끌어안는 오바마의 정치적 비전과 변화에 대한 열정 때문인 것으로 측근들은 전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경선이 무르익으면서 상·하원의원과 유명 인사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후보들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28일 상원의원 중 힐러리 지지를 선언한 사람은 11명이며,8명은 오바마를 지지했다. 하원에서는 힐러리가 72명으로부터 지지를 얻어냈고, 오바마는 44명,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15명으로부터 각각 지지를 얻었다.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보수단체 ‘제주4·3사건 폭동’ 주장 파문

    일부 보수단체가 정부의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폐기하고 4·3평화공원 공사를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진정하고 나서 제주 4·3사건 유가족 등 관련 기관·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28일 제주 4·3사건 관련 기관·단체에 따르면 건국유족회 제주유족회, 자유시민연대, 대한민국수호연합 등 5개 단체 대표로 구성된 ‘제주 4·3사건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위’가 지난 24일 대통령직인수위에 진정서를 보내 이같이 요구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진상보고서가 제주 4·3사건과 관련된 사형수, 무기수를 비롯해 폭동에 가담한 1만 3564명을 희생자로 만들기 위해 ‘제주 4·3폭동’을 ‘제주 4·3민중봉기’라고 가짜로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또 “제주시 봉개동에 ‘폭도공원’(평화공원)을 조성해 국군과 경찰을 증오와 타도의 대상이 되게 하고 대한민국을 적화통일 학습장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2003년 정부가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를 확정하고, 이를 토대로 노무현 대통령이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사과하자 위헌이라며 이듬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소송을 제기했으나 각하된 바 있다. 한편 대통령직 인수위는 최근 제주 4·3위원회 등 14개 과거사위를 폐지하고 이를 진실화해위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다.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단독]“참여정부 성공한 정치 실험이라더니…”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한 달을 남겨두고 친노세력들과 연쇄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돼 향후 진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자신의 ‘정치적 전위부대’로 꼽히는 참여정부 평가포럼 회원들과 만났다. 노 대통령은 회동에서 참여정부 정책의 정당성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에 대한 평가, 퇴임 이후 구상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3일과 19∼20일에는 노사모 회원들과,23∼24일에는 청와대 전·현직 직원들과 잇따라 만남을 가졌다. 노 대통령은 참평포럼과의 회동에서 다른 ‘정치적 동반자’들을 만났을 때보다 더욱 구체적으로 지난 5년을 돌아봤다고 한다. 회동 대상의 성격이 이를 방증한다. 참평포럼 자체가 참여정부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안희정씨 등 이날 참석자 면면만 봐도 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라는 것이 전체 목표 속에서 봐야지 정권 중심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를 의식한 듯 “처음엔 참여정부의 개혁을 성공한 정치실험이라고 하더니 나중엔 역사가 평가해줄 것이라고 말해 암담했다.”면서도 “그러나 진보는 작은 성과가 쌓이고 쌓여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나는) 제도를 만들며 역사의 기틀을 세웠다.”고 회고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참여정부 들어 사회복지 예산이 경제부처 예산을 넘어섰는데 이는 기획예산처가 독립돼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부처가 통합되면 경제논리에 좌우될 수밖에 없고 복지사회로 나가는 데 어려움이 많아질 것”이라며 걱정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그동안 참여정부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평가포럼을 만들어 내게 힘을 보태주고 참여정부에 대한 왜곡된 평가를 올바르게 잡아줘서 고맙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원칙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자만이 이길 수 있다. 이 길에는 많은 인원이 필요하진 않다.”면서 “앞으로 진영에 내려가서도 여러분과 계속 소통하고 싶다.”며 퇴임 이후 ‘정치적 거점’인 봉하마을에서의 활동 계획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 홈커밍데이 행사에서 “내가 봉하마을을 선택한 것은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를 (정치적으로)거절한 지역이라서다.”라고 알려졌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윤곽 드러내는 李 정부 내각] 경제 투톱 재정부 강만수·금융위장 하영구 유력

    [윤곽 드러내는 李 정부 내각] 경제 투톱 재정부 강만수·금융위장 하영구 유력

    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 인선이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주호영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25일 “새 정부 초대 각료 인선은 다음 주초쯤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조직개편안의 국회 통과 일정과 별개로 이 당선인은 내정자 면담을 진행 중이다. 장관 대상자 정밀검증이 진행되는 가운데 하마평이 무성하다. ●경제부처 수장에 민·관 조화 맞출듯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합친 기획재정부 첫 장관으로는 강만수 전 재정경제원 차관이 유력하다. 외환위기 당시 차관을 지냈다.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과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 등도 거명되지만, 정원이 1000명을 넘는 부를 관할하기 위해 무게감 있는 인사가 장관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고 있다. 윤 전 장관은 다른 각료 인선 물망에도 올라 있지만 총선 출마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와 함께 경제정책의 ‘투 톱’을 이룰 금융위원회의 첫 위원장은 민간 출신이 맡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첫 위원장으로 실무형 금융 전문가로 평가받는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부상했다. 이 당선인측 관계자는 “새 정부의 규제철폐 정책은 특히 금융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면서 “업무의 효율성 면에서나 상징성 면에서 첫번째 금융위원장은 관료나 학자보다 민간에서 발탁하는 게 좋겠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 선대위에 참여한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도 물망에 올랐으나, 삼성 출신으로 참고인 신분이지만 현재 수사 중인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편에서는 첫 위원장이기에 국정운영 경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석동 재경부 차관, 공적자금관리위원을 지낸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 등의 이름이 꾸준히 나오는 배경이다.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을 합친 지식경제부 초대 장관으로는 김칠두 산업단지공단이사장이 유력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김 이사장은 복수차관제를 도입하기 전에 마지막 차관으로 인수위원인 윤진식 전 장관과 호흡을 맞췄다. 산자부 무역투자실장이던 박봉규 대구시 정무부시장과 이창용 서울대 교수도 거론된다.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를 합친 국토해양부 장관에는 이 당선인 측근인 곽승준 고려대 교수와 최재덕 전 건교부 차관,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 장석효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기능 우선 부서서 통합부처 장관 배출 통합부처 장관 임명을 보면 개편된 부처의 헤게모니를 누가 쥘지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부처별로 주력 기능에 정통한 인사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게 조직개편이 제 궤도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외교부와 통일부를 통합한 외교통일부 장관 물망에는 외교부 인맥이 우선적으로 오르고 있다. 유명환 주일 대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사는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등이 불거진 지난해 초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대사로 임명됐다. 이태식 주미대사가 유 대사와 경합하고 있다고 한다. 현인택 고려대 교수도 후보군에 들어 있다. 한때 장관 후보로도 거론되던 권종락 당선인 외교보좌역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부와 보건복지부를 합친 보건복지여성부의 첫 장관은 여성이 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재희 의원과 이봉화 전 서울시여성정책관이 물망에 오르지만, 전 의원이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 있다는 평가다. 전 의원은 이 당선인의 보건복지 분야 공약을 총괄했다. ●정책 일관성 위해 이 측근 전진배치 중앙인사위원회와 국가비상기획위원회 기능 등을 가져와 재정기획부와 함께 ‘공룡’ 부처라는 비판을 받은 행정안전부 첫 장관으로는 원세훈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이 당선인 인맥의 주요축을 형성하는 서울시 출신 인맥들 상당수가 행정안전부로 편입될지도 관전 포인트이다. 원 전 부시장이 행정안전부 장관에 안착한다면 ‘물꼬’를 트는 셈이다. 인수위 정부혁신·규제개혁TF팀장인 박재완 의원이 원 전 부시장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조직 개편안 후속 작업의 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백성운 전 경기도 부지사와 이만의 전 환경부 차관, 권형신 전 한국소방검정공사 사장 등의 이름도 나온다. 교육과학부 장관에는 총리 후보로도 거론된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우선 순위에 들어 있으나 본인은 위원장직을 마친 뒤 숙명여대 총장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과 오세정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 등이 통합부처의 첫번째 수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모두 교육개혁과 글로벌 교육 강화를 강조한다. 영어공교육 강화 등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총괄한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이 장관을 맡아 정책을 궤도에 올리는 작업을 펴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내부에서 나왔지만, 청와대행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방부 장관 유임 가능성에 촉각 조직개편에서 비껴섰던 법무부와 국방부 등도 수장 교체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정성진 법무장관은 교체로, 김장수 국방장관은 유임이 검토되고 있으나 본인은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장관에는 천정배 전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저항해 사표를 낸 김종빈 전 검찰총장과 이종찬 전 서울고검장,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국방부 장관 1순위는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꼿꼿한 자세로 악수를 해 화제를 낳았던 김장수 현 국방부 장관이다. 변수도 다름아닌 고사의 뜻을 밝히고 있는 김 장관 자신이다. 안광찬 국가비상기획위원장과 이상희 전 합참의장, 김인종 전 2군사령관 등이 차기 장관감으로 꼽히고 있다. 정통부의 일부 기능을 흡수한 문화부 새 장관감으로는 유인촌 중앙대 교수와 박범훈 중앙대 총장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김대식 동서대 교수도 후보군에 들었다. 덩치가 커진 농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에는 정운천 한국농업CEO연합회 회장과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노동부 장관 후보군에는 문형남 전 한국기술교육대 총장과 김원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정병석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등이 포함됐다. 환경부 장관 후보 군에는 이선룡 전 금강환경관리청장과 신현국 문경시장이 포함됐다. 전광삼 홍희경기자 hisam@seoul.co.kr
  • 盧의 새정부 개편안 발언으로 불거진 3角 갈등

    盧의 새정부 개편안 발언으로 불거진 3角 갈등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가 치열한 3각 공방을 펼치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이 개편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타협하지 말라.”며 한껏 전의를 돋웠다. 이에 손 대표는 이 당선인의 정부조직 개편 강행을 비난하면서도 노 대통령에게 ‘끼어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차별화에 나섰다. 판이한 국정철학을 지닌 현직과 차기 대통령의 갈등에 4·9총선을 겨냥한 여야의 주도권 싸움이 맞물리면서 정부조직 개편이 어디로 향할지 점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2일 노 대통령이 “철학과 소신이 충돌하는 개편안을 수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하며 ‘장군’을 부르자 23일에는 이명박 당선인이 정면돌파 의지를 천명하며 ‘멍군’으로 응수했다. 이 당선인은 한나라당에 “대통합민주신당 등과 타협하지 말고 원안대로 통과시켜 달라.”고 거듭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원안 통과를 위해 모든 노력과 협조를 구한다는 원칙”이라면서 “필요할 경우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지만, 현재 어떤 구체적인 계획은 가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23일 저녁에도 한나라당 원내대표단 및 행자위 소속 의원들과 모처에서 만찬을 갖고 정부조직개편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에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이 당선인은 자신이 직접 통합신당 의원들을 만나 설득할 의사가 있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전봇대 뽑듯 일방적으로 강요해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오만과 독선”이라며 이 당선인을 공격하던 손 대표는 이날 공격의 포문을 노 대통령에게로 돌렸다. 이 당선인과 한창 대립각을 세우며 입지를 넓혀가는 판에 느닷없이 끼어든 노 대통령을 제지하고 나선 것이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는 국회에서 이 문제를 본격 논의하기도 전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듯한 발언으로 논의의 흐름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신중한 자세를 요망한다.”며 노 대통령을 작심한 듯 비판했다. 취임 이후 “참여정부의 잘된 정책은 계승하겠다.”고 말하는 등 노 대통령과 분명한 각 세우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기도 했던 그는 그러나 이날만큼은 ‘노무현 프레임’에서 확실히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노 대통령의 발언이 이 당선인 외에도 통합신당을 겨냥했다는 점도 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앞으로라도 조직 개편 문제가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지려면 해당 상임위에서 관련된 40여개의 법안을 다 검토해야 한다.”면서 “이를 행자위에서 일괄해서 처리하려 하는 것은 국정운영의 원칙에 맞지 않고 그 절차가 졸속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합신당은 한나라당과 개편안을 행자위에서 처리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당내에서도 ‘노-이’ 대결 구도 재현을 경계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우상호 대변인은 “한나라당과 심의해서 충분히 우리 의견을 반영할 텐데 대통령이 굳이 왈가왈부해서 사안의 성격을 왜곡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인수위와 신당측으로부터 협공을 당하자 비판 수위를 더욱 높였다. 먼저 인수위와 한나라당이 ‘권력 남용’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군사작전같이 개편안을 처리하려고 하면서 무조건 도장 찍으라는 것이야말로 시작되지도 않은 권력을 남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특히 손 대표에 대해서는 “인수위측의 정부조직 개편 내용을 알고 하는 발언인지 철학이 의심스럽다.”고 정면으로 공격했다. 심지어 “(손 대표의 발언은)일부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논조를 무작정 따라가는 태도로서, 매우 실망스럽고 정치지도자로서 자질이 매우 의심스럽다.”고까지 비난했다. 구혜영 나길회 김지훈기자 kkir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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