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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구로갑 게리맨더링” 첫 헌소

    서울 구로구 주민이 서울시의회가 정한 자치구의원 선거구가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문제 삼아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것은 처음이다. 구로구 가선거구 주민 송모씨는 6일 “‘서울특별시자치구의회의원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가선거구의 의원 수를 한 사람 줄여 민의를 반영하고자 하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과 조례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의결한 해당 조례에 따라 구로구 지역 동의 통·폐합으로 구로갑 지역 라선거구의 인구가 증가한 데 따라 라선거구의 선출 의원 수를 두 사람에서 세 사람으로 늘리는 대신 구로을 지역 가 선거구의 의원 정수를 세 사람에서 두 사람으로 줄였다. 이에 송씨는 “라선거구의 인구가 1만 5000여명 늘어나고 바선거구 인구가 1만 9000여명 줄어든 데 반해 가선거구는 인구가 3000여명 늘어 큰 변동이 없었다.”면서 “그런데도 인구가 줄어든 바선거구 의원 수는 세 사람으로 그대로 유지하고, 오히려 인구가 늘어난 가선거구에서 의원 한 사람을 줄여 라선거구에 준 것은 평등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서울시의회 의원의 80% 이상을 특정 정당이 차지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는 특정 정당이 선거에서 유리하도록 차별적으로 선거구를 획정한 ‘게리맨더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조례를 제안한 서울시는 구로구 전체를 놓고 선거구별로 구의원 한 사람에 인구수 차이가 적게 나도록 ‘표의 등가성’을 고려해 조정했다고 밝혔다. 라선거구의 인구가 9만 2629명, 가선거구의 인구가 6만 9556명이기 때문에 구의원 숫자를 각각 세 사람, 두 사람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든 자치구에 같은 원칙을 적용했고, 여기에 국회의원 지역구 등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정치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면서 “조례 내용을 정한 선거구획정위원회도 서울시 선관위, 법조계, 언론계 등에서 추천받은 인사들로 구성해 철저한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헌재는 기초의원 한 사람에 인구 편차 상하 60%까지는 헌법상 용인된다고 결정했다. 구로구에서는 조정 전후 모두 이 기준을 위배해 표의 등가성을 침해하지는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선거구나 의원정수 조정 요인이 명확하게 발생했는 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기고]치료 병행해야 성범죄 재범 막는다/최상섭 법무부 치료감호소장·정신과 전문의

    [기고]치료 병행해야 성범죄 재범 막는다/최상섭 법무부 치료감호소장·정신과 전문의

    최근 아동·부녀자를 상대로 한 각종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아 국민들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과연 아동·부녀자를 상대로 한 성폭력 등 흉악범죄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미국의 경우 아동 성폭력 사건이 빈발하자, 1990년 각 주에서 지역사회보호법을 제정하여 성폭력범의 신상을 등록·공개하는 한편, 형량강화, 전자발찌제도, 화학적 거세 등 강력한 수단들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통제적 수단과 함께, 치료에 중점을 두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2000년 성폭력범죄자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특별기구를 만들어 전자발찌, 거짓말 탐지기 등을 통한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재범평가도구를 활용한 진단과 치료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각국이 성폭력범죄자의 재범방지에 매달리는 이유는 성폭력범죄가 피해자나 가족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뿐만 아니라, 성폭력범죄의 빈번한 발생이 국민들의 ‘범죄로부터의 공포감’을 상승시키고, 이는 당국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증대시켜 결국은 정부 선택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약물을 이용한 성욕억제치료(소위 화학적 거세)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각종 부작용, 인권침해, 비용 등의 문제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성폭력범죄자 치료기법은 ‘인지행동 치료프로그램’이다. 잘 훈련된 전문가가 성폭력범죄자의 왜곡된 성인식에 대한 사고체계를 수정함으로써 실제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는 치료과정을 통하여 재범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치료의 효과성은 이미 외국에서의 수많은 재범률 연구결과로 입증되었다. 2004년 미국 핸슨의 연구로 3만명의 성폭력범죄자를 11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치료를 받은 집단의 재범률이 13.2%, 치료를 받지 않은 집단이 57.1%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에서는 2008년부터 전자발찌제도를 도입하고, 2009년부터 치료감호소에 100병상 규모의 ‘성폭력치료재활센터’를 설치·운영 중이다. 치료감호소에서 소아성기호증 환자를 대상으로 6개월간 치료효과를 분석한 결과,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 즉 강간통념 및 성에 대한 인지적 오류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치료재활센터에는 현재 정신과 의사 등 12명의 직원이 소아성기호증 등 29명의 환자를 수용·치료하고 있다. 금년 5월이면 의사·임상심리사 등 20명의 인력이 배치될 예정이나, 2011년 200병상의 시설이 건립되면 추가인력의 배치가 요구된다. 기왕 시작한 전문치료제도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보다 우수한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데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치료를 종료하고 출소한 자들의 재범방지를 위해 보호관찰관은 치료감호소 및 지역사회 의료기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대상자에게 필요한 지속적인 치료 등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성폭력범죄자의 근본적인 재범방지를 위해서는 강력한 통제수단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이러한 통제 수단들과 함께 반드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 본다.
  • 19세기에 출판돼 20세기 대표 사상서 된 사연

    19세기에 출판돼 20세기 대표 사상서 된 사연

    ‘꿈의 해석’의 출판연도는 1900년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 출판된 것은 1899년 10월이고 서점에 진열된 것은 11월4일이다. 새로 시작되는 세기에 맞추려는 흥행심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출판업자의 이 거짓에는 예언적인 진실이 있다. 정신분석학의 신호탄인 ‘꿈의 해석’은 니체와 마르크스의 책과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서가 되었다. 출판 후 몇 년 동안 ‘꿈의 해석’은 언론과 학계의 침묵 속에 내팽개쳐졌다. 그나마 입을 연 몇몇 학자들은 프로이트가 미신과 과학, 예술적 상상력과 과학적 이성을 혼동했다고 혹평했다. 고대 해몽술의 전통을 이어받은 프로이트의 꿈 해석은 주관적인 해석일 뿐 과학적인 진실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프로이트 자신이 꾼 꿈에 대한 해석이고 꿈 해석의 대상도 수면 중의 꿈 자체가 아니라 깨고 난 이후 망각과 왜곡으로 ‘오염된’ 기억내용일 뿐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분석 결과에 대한 사실 검증이 없다는 점에서 ‘꿈의 해석’은 과학서라기보다는 문학서에 가깝다. 프랑스어판은 책 제목을 ‘꿈의 과학(La Science des rves)’으로 달면서 정신분석학의 과학적 타당성을 인정해 주었지만, 오히려 프로이트 자신의 입장은 과학적 진실이야말로 객관적 진실이 아니라 공인된 해석이나 다름없다는 것이었다. 프로이트는 해석 대상의 왜곡 가능성에 대해 오히려 그런 거짓 속에서 무의식의 진실이 드러난다고 보았다. 단지 ‘게임’일 뿐인 진실게임을 통해 진실을 말하거나 ‘농담’의 포장지로 싸서 사랑을 고백하는 경우처럼, 인간은 거짓말을 통해 진실을 드러내는 특이한 존재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프로이트를 찾은 여자 동성애자가 있었는데, 얼마 후 그녀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은 욕망을 담은 꿈을 꾸었다. 프로이트는 그녀의 꿈이 프로이트 자신을 속여 아버지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한 속임수임을 간파했다. 그러나 이런 거짓된 욕망의 꿈은 무의식 속에서 그녀가 자신에게 매혹된 프로이트를 자기 아버지와 동일화시키고 있으며 그녀의 동성애는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이성애적 욕망에 대한 도전 행위라는 진실을 드러낸 것이다. ‘꿈의 해석’은 거짓 속에서 진실을 찾는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신문·수유+너머 공동기획
  • “오만한 일본 주권침해 도발 왜곡교과서 검정 취소하라”

    일본이 초등학교의 모든 사회과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하게 한 데 대해 적극적·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고 일본 정부에 독도 영유권을 표기한 교과서의 검정승인 취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일본 정부의 교과서 검정승인은 오만한 역사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도발행위”라면서 “이는 한·일 양국 미래세대의 진취적 동반자 관계 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일본 정부의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우리 교과서에도 일본의 침탈 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도 日약탈 목록 싣자”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은 “우리 교과서에도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관계에 대해 명확히 표기해 우리 학생들이 약탈문화재 목록 등을 주지해서 일본 학생들을 만나면 토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같은 당 권영진 의원은 “일본이 시도때도 없이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하는 것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자는 것인데, 같은 논리라면 대마도도 우리땅 아니냐.”고 물었다.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대마도 관료들은 조선왕조의 관직을 받고 해마다 부산 동래왜관에 와서 관복을 입고 조선 임금에게 절을 하게 되어 있었다.”면서 “우리 고지도에는 제주도와 대마도가 양쪽 발처럼 그려져 있는데, 이는 대마도가 우리 영역 안에 들어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지도 수집가 인센티브 주자” 외교적 차원의 반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의 일본 영유권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요미우리 보도에 대해 정부가 사실이 아니라고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통령에게 건의해 일본 총리에게 강력 항의하고 시정을 촉구하게 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교과부 이주호 차관은 “총리실·외교통상부와 협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예산지원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2010년도 예산안 심사 때 동북아역사재단의 독도 및 동해표기 오류 시정사업 예산을 2억원 증액할 것을 요구해 교과위에서 의결됐지만, 최종 예산 심의과정에서 모두 삭감됐다.”면서 “이러고서 강력한 대처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독도가 우리 땅임을 증명하는 고지도 등 각종 자료를 모으는 민간 수집가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독파라치’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데스크 시각]김길태 사건이 주는 교훈/이기철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김길태 사건이 주는 교훈/이기철 사회부 차장

    “빨간 점퍼를 입은 다섯 살 여자 아이 OOO을 데리고 있습니다. 서울 XXX동에서 왔습니다. 아이 부모님께서는 빨리 관리사무소로 와 데려가시기 바랍니다.” 봄 행락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주말마다, 놀이공원마다 미아를 찾는 이 같은 방송이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반복될 것이다. 여름철이면 해수욕장을 지키는 경찰도 이같이 알린다. 그러나 아이들의 신상이나 특성을 공개하는 이런 유의 방송은 아이들을 아동 범죄에 고스란히 노출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른 위주의 이런 방송을 “서울 XX동에서 온 OOO씨(아이)가 △△△씨(부모)를 찾습니다. 관리사무소로 와주십시오.”로 바꾸면 어떨까? 보호 중인 사람이 굳이 어린이라는 사실을 알릴 필요는 없다. 김길태 사건이 3월 내내 질풍노도처럼 몰아쳤다. 많은 것이 논의됐다. 아동 성폭행범에게 전자발찌 부착기간을 소급 적용하는 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7월부터 발효된다. 2008년 9월부터 시행된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가 법 제정 이전에 형이 확정된 성폭력범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부착기간도 최장 30년이다. 또 올 1월부터 공개가 시작된 아동 및 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에 대해서도 소급적용하며, 대상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경찰은 직무규정과 달리 체포 순간 김길태 얼굴을 공개했다. 사형 집행에 대한 여론 탐지용 애드벌룬도 띄웠다. 아동 성폭행의 재범 방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부족도 지적됐다. 숨 가쁠 정도로 많은 사안이 거론됐지만 거칠다. 전자발찌 부착과 성폭력범의 신상공개 소급 적용은 형벌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얼굴 공개는 인권과 공익이 교차한다. 그나마 논의된 게 전부 사건이 발생하고 난 뒤의 일이다. 예방보다는 사후약방문 격이다. 무성한 논의만으로 어른들의 책임을 다한 것인가? 성폭행범과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고, 전자발찌를 오래 채워 사회에서 격리하고, 수틀리면 전기의자에 앉히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한다고 아동 성폭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권침해와 함께 헌법이 금지한 소급입법을 들먹임으로써 포퓰리즘에, 또 입법 만능주의에 정신을 뺏기지나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법률로 사회를 옥죄면 죌수록 범행은 더욱 지능화·흉포화할 가능성이 높다. 사형 집형이 범죄예방과는 별 관계가 없었다. 국가인권위 자료에 따르면 1997년 국내 살인사건은 789건이 발생해 23명이 처형됐지만 다음해 살인사건은 오히려 966건으로 증가했다. 아동 성폭행이 많이 발생하고, 범행이 흉포화한 것에 대한 처방이 대증요법 수준을 넘어섰다. 모두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를 돌아보자. TV에는 불륜과 치정이 얽히지 않으면 스토리 구성이 되지 않는 막장 드라마가 넘치고, 게임은 폭력적이며 중독적이다. 성의 상업화도 성행한다. 또 학교는 인성을 왜곡하는 데 오히려 일조한다. 학생들은 배려보다 경쟁을 먼저 배운다. 급우는 평생 가는 친구라기보다 라이벌이 된 지 오래다. 여기서 파생된 엄청난 스트레스 등이 성폭행범을 키우는 요인이다. 마치 모두가 조금씩 개입한 오리엔탈 특급열차 살인사건처럼. 사실 아이들을 범죄에서 보호하기 위한 교육이 어른이나 어린이에게 절실하다. 놀이터에서 아이 혼자 놀게 하는 것도 미국에서는 금지한다. 등·하교를 혼자 하도록 하는 것도 범죄에 노출될 기회를 늘린다.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는 2008년 12월11일 오전 8시30분쯤 혼자 등교하다 범행 대상이 됐다. 김길태 사건 피해자도 혼자 있다가 피해를 당했다. 김길태 사건은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범죄 예방교육과 인성교육이 절실하다는 과제를 남겼다. 이런 논의와 대책이 이 사건의 변곡점이다. 더 근원적 처방이 나와야 또 다른 아동 피해자, 또 다른 성폭력을 막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김길태 사건은 시작이다. chuli@seoul.co.kr
  • [사설] 새 경제팀 재정건전성 더 흔들어선 안돼

    어제 취임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선 이들의 가세로 윤증현 재정경제부 장관과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에서부터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에 이르기까지 경제팀 수장들이 죄다 이른바 모피아(옛 재무부 관료)들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의 경제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유기적인 협력 속에 운용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반면 그런 이유로 정부 내 견제장치가 사라졌으며, 새 경제팀의 성장 드라이브가 가속화하면서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환율주권론자’로 통하는 최 내정자는 지난 2003~2004년 재경부 국제금융국장 시절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환율시장을 왜곡하고 국고를 손실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008년 현 정부 출범 후 재정부 차관으로 발탁된 뒤에도 고환율 정책을 고집하다 한국은행 등의 반발 속에 넉 달 만에 하차하기도 했다. 그만큼 적극적인 환율 개입을 마다 않는 성장주의자다. 현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 총재에 대한 우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증폭된다. 정부의 통화·재정정책을 견제해야 할 한은 총재로서 친정부적인 인상을 주는 데다, 그의 온유한 성품에 미뤄볼 때 과연 최 내정자가 가세한 새 경제팀의 성장 드라이브를 적절히 견제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어제 취임식에서 김 총재는 “한은의 독립성은 기본”이라며 한은의 위상 강화를 강조했으나 시장에선 이런 그의 다짐에 큰 무게를 두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어제 국회에서 열린 재정제도 개편 공청회에선 정부의 재정운용에 대한 국회의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재정 건전화의 시급성이나 정부 내 균형기제가 약화된 현실을 볼 때 타당한 지적이다. 새 경제팀은 성장 드라이브에 재정을 희생시키는 구시대의 정책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 “대마도 영유권 교과서 수록해야”

    한나라당은 1일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의 독도영유권 명기사태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대마도 영유권 문제, 일본의 역사왜곡, 과거 왜구의 침탈 등을 우리 역사교과서에 기술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김성조 정책위의장,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외교통상부에 요구했다고 황진하 제2정조위원장이 전했다. 황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일본이 교과서에 왜곡된 역사를 기술하고 있는 만큼 이에 상응해 우리도 일본의 역사왜곡과 거짓 주장을 교과서에 기재해야 한다.”면서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조해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회의에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과거 왜구의 한반도 침탈, 대마도 영유권 문제, 독도가 우리 땅임을 입증하는 증거사료 등을 교과서에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정책위의장은 “외교부는 조용한 외교를 지향하고 있지만 이는 국민에게 설득력도 없어졌고, 조용한 외교는 더이상 통용될 수 없다.”면서 “필요하다면 권철현 주일대사를 소환하고, 한국에 있는 일본대사도 귀국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외교부는 관계 부처와 협조해 반영할 내용은 최대한 반영하겠다면서도 ‘단호하고 차분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을 확인해 다소 시각차를 보였다. 유 장관은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유지한다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독도영유권 침해 시도에 대해선 단호하고 차분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안상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독도특위를 본격 가동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국회에서 결의문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2일 전체회의를 열어 일본 정부가 초등교과서 독도영유권 명기를 철회하고 공식 사과토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주현진 강주리기자 jhj@seoul.co.kr
  • “日왜곡교과서 중·고로 확대될것”

    “日왜곡교과서 중·고로 확대될것”

    “소학교뿐 아니라 중학교, 고등학교 교과서에까지 다케시마(竹島) 표기는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일본이 소학교 교과서에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표기함에 따라 31일 동북아역사재단 주최로 서울 미근동 재단 사무실에서 긴급하게 대책회의가 열렸다. ‘일본 초등교과서 독도기술과 우리의 대응방안’ 주제의 모임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일본 정부의 방침은 2008년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고, 소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단계별로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일본 문부성이 2008년 3월에 소학교 학습지도요령을, 7월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하면서 ‘학생들에게 영토에 대한 관념을 확실히 해두라.’는 내용을 명문화했다.”고 말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공개한 2009년 일본 소·중·고 사회과 교과서 분석내용에 따르면, 소학교 교과서 가운데 20%, 중학교 50%, 고등학교 교과서는 57.3%(일본사 제외)가 이미 독도를 일본 영역으로 표시하는 경계선을 그려놨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는 “근본적 배경은 2000년 이래 진행된 일본교육의 전반적 우경화이기 때문에 내년 검정에는 8종의 중학교 교과서, 내후년에는 28종 이상되는 고교 교과서에도 이런 방침이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국내 독도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번역서를 좀 더 많이 내 해외에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리고 일본 정부에는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반격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지금 군관계자들을 국회로 부를 때인가

    침몰한 천안함 실종자 구조작업이 악천후로 인해 차질을 빚으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지켜보는 국민들의 가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해군 초계정 천안함 침몰 사고는 정치권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지혜를 짜내 사태수습을 해야 하는 국가적 시련이다. 따라서 정치권이 침몰 원인과 구조 과정의 문제점을 사태를 수습한 뒤 따져도 늦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원인과 책임규명을 놓고 정쟁이나 일삼다가는 참사를 수습하더라도 후유증이 클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내일 임시국회에서 긴급현안 질의를 통해 천안함 사태수습 과정의 문제점을 추궁하기로 했다. 정보위원회 소집은 물론 국회차원의 진상조사 특위 구성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국정조사까지 거론하고 있다. 성급한 군수뇌부 문책론도 나온다. 7일부터는 관계국무위원들을 출석시켜 대정부질문을 통해 사태를 추궁할 예정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사태수습과 진실규명이 먼저이고 책임 추궁은 나중의 일이라고 팽팽히 맞서며 여야 모두 여전히 싸움질을 하고 있다.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그제 이명박 대통령의 백령도 방문에 대해서도 구조작업만 방해한 것이라며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정부가 사건을 특정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은폐 왜곡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시중에 억측과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책임 있는 야당이 취할 태도인지 의심스럽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을 자임한다면 책임정치를 해야 한다. 민주당은 시민단체가 아니고 10년 집권당이다. 현 국면에서 정치공세적인 의혹 제기는 자제하는 게 순리다. 국회의 수장인 김형오 국회의장이 국방차관과 핵심 군지도부를 불러 개별브리핑을 받은 것도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국방장관이나 국방차관 등 군수뇌부를 여기저기 불러 책임추궁이나 할 한가한 시기가 아니다. 실종자 구출을 위해 촌각을 다투는 시기다. 천안함 사태는 사회적, 정치적 파장이 매우 크다. 6·2지방선거 열기를 일시에 식혀버리는 폭발성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국회는 군수뇌부를 부르더라도 인원과 횟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군관계자들을 자꾸 국회로 부르면 언제 사태를 지휘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가뜩이나 침몰 원인과 사태수습 과정을 놓고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침몰을 전후해 북한 잠수정이 움직였다는 첩보가 나오고 있다. 암초에 충돌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함정이 20년이 넘어 피로파괴됐다는 분석도 있다. 자칫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모두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갈지 우려된다. 정치권은 군수뇌부가 진상을 파악하고 대책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원인규명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여야는 정쟁을 접으라. 군을 믿고 지켜보자.
  • [사설] 日 초등생에게도 독도야욕 가르치나

    일본 정부가 초등학생에게까지 독도 영유권 주장을 의무적으로 주입하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문부과학성은 어제 내년부터 사용될 5~6학년 사회 교과서 5개 전부에 독도를 일본 영해로 표기한 지도가 게재된다는 내용의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했다. 기존에는 5개 교과서 가운데 3개 교과서에 독도 지명 표기 없이 점과 선으로 자국 영해임을 표시한 지도가 실려 있고, 이중 1개에는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함께 기술돼 있다. 그런데 이번 검정을 통해 독도 관련 내용이 전혀 없던 2개 교과서에도 독도를 명기하고 선으로 영토를 표기한 지도가 실리게 되면서 앞으로 모든 초등학생들이 영토 개념을 배우는 첫 단계부터 왜곡된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다. 역사의식이 형성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까지 끌어들여서 대한민국 영토임이 명백한 독도를 억지로 빼앗으려는 일본의 치졸한 행태가 참으로 가증스럽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독도는 한국 고유의 영토로서 영유권을 훼손하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하고 교과서 검정 철회와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적인 전략에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매번 끌려가는 듯한 양상을 반복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독도 영유권 주장을 정규 교과에 반영하는 움직임을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지난 2008년 7월 개정한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 ‘다케시마에 대해 일본과 한국 사이에 주장의 차이가 있다.’며 독도 영유권 주장의 길을 텄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는 ‘중학교에서의 학습을 토대로 영토문제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해 사실상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독도 표현이 빠진 것에 안도하면서 사태 확산을 막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보다 적극적이고 단호한 대응을 고려할 때이다.
  • G20 조정국 5개국 “보호주의 배격”

    주요 20개국(G20) 조정국인 한국, 영국,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 5개국 정상들은 30일 공동서한을 통해 “우리는 경제가 회복세를 보인다 해도 필요한 개혁을 하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말고 자기만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 정상들은 이날 공동서한에서 “우리는 지난 금융 위기를 유발시킨 취약성을 해결하기로 한 약속을 함께 이행할 공동책임이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상들은 “현재 세계 경제는 회복의 초기 단계로 여전히 취약하다.”면서 “최근의 불안한 모습은 세계 경제와 금융안정에 대한 위험요소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세계 경제의 수요에 맞게 국제금융기구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국제금융기구의 신뢰성, 정당성 및 효과성을 높이고 역동적인 신흥 개발도상국의 건실한 성장을 반영하며, 지속가능한 성장과 금융안정을 통해 최빈곤층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상들은 특히 “우리는 지속적으로 보호주의 압력을 배격하고 양자 및 지역차원의 협상과 더불어 국내 장벽을 낮춤으로써,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지속적으로 증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또 “은행들이 리스크(위험)에 상응하는 자본과 유동성을 보유하도록 올해 말까지 이에 대한 강화된 국제기준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이런 새로운 기준들은 금융시장이 개선되고 경제회복이 확보되는 대로 2012년 말까지 나라별 시행을 목표로 이행돼야 하며, 모든 주요 금융중심지들은 2011년까지 자본과 유동성에 관한 국제기준인 ‘바젤 Ⅱ’를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고용창출로 복귀하는 것”이라며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정, 통화, 외환, 무역 및 구조개혁 정책이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에 적합하도록 협조적인 전략을 만들어 내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또 “우리는 (오는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세계 경제의 안정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위험요인에 합의하고, 이런 위험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공동조치의 기반이 될 정책대안에 대해 합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오는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정책 권고사항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속가능한 성장에 중요한, 적절한 가격의 다양하고 안정적인 청정에너지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에너지 시장의 기능을 개선하고, 시장을 왜곡하고 미래의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가로막는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또 “지금은 G20 정상들이 이미 합의한 야심찬 개혁목표와 과제들에 대해 성과를 내놓고 공통목표 달성을 위한 협력방안을 찾아야 하는 시기”라면서 “우리 모두가 행동하기로 합의하는 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며, 중요한 것은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日 초등학교 교과서 독도 영토표시 확대

    日 초등학교 교과서 독도 영토표시 확대

    │도쿄 이종락특파원·서울 김상연기자│일본이 내년부터 사용할 초등학교 검정교과서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시하는 등 영유권 주장을 한층 강화, 양국간 외교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즉각 검정 철회와 시정을 요구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30일 오후 3시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를 열어 ‘시마네현에 속해 있는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가 한국 정부에 의해 불법 점거되어 있다.’고 기술하거나 지도상에 점이나 경계선으로 독도가 일본 영해에 포함된 섬처럼 묘사한 초등 사회교과서 5종에 대해 합격 통지했다. 올해까지 사용된 교과서에는 5종 가운데 3종에만 이 같은 기술이나 지도가 들어 있었지만 이번 검정결과로 일본의 모든 초등학생들이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왜곡된 주장을 배우게 되는 셈이다. 지금껏 일본 초등교과서에는 ‘다케시마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표현해 왔을 뿐 이처럼 분명하게 지도에 영유권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외교통상부는 일 정부가 초등학교 사회교과서 지도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등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영선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독도는 한국 고유의 영토로서 영유권을 훼손하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명환 장관은 오후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하면서 검정 철회와 시정을 요구했다. jrlee@seoul.co.kr
  • [수목극 SWOT분석] SBS ‘검사 프린세스’ 벗겨보기

    [수목극 SWOT분석] SBS ‘검사 프린세스’ 벗겨보기

    ‘추노’의 대길이가 떠나 낙(樂)을 잃었던 시청자들에게 풍성한 재미가 찾아왔다. 4월 수목안방극장엔 봄처럼 향긋한 드라마 세 편이 팽팽한 맞대결을 펼친다. 바로 SBS ‘검사 프린세스’와 KBS ‘신데렐라 언니’ 그리고 MBC ‘개인의 취향’이다. 시청자들은 고민 중이다. 31일 오후 10시 동시에 첫 전파를 타는 세편의 드라마 모두 놓칠 수 없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문근영, 손예진, 김소연 등 톱스타 출연은 물론 탄탄한 스토리 구성으로 재미까지 더한다. 서울신문NTN은 ‘채널 선택권’을 거머쥔 시청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각 드라마를 SWOT분석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에 따라 심층 분석해봤다. 제 1장, SBS ‘검사 프린세스’ 편이다. ◆S-강점 ‘특별한 로맨틱 코미디’ “기존의 가볍기만 한 로맨틱 코미디물과는 다르다.” ‘검사 프린세스’의 연출을 맡은 진혁PD는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진정성을 ‘검사 프린세스’에선 느껴볼 수 있다. 진혁PD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모두 똑같지 않다.‘검사 프리센스’에는 드라마가 가져야 하는 진정성이 있다.”며 힘을 준 후 “다시 말해 밝은 분위기와 어울러 삶과 진실, 성장, 감동이 있는 작품이다.”고 전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떠올리면 발랄하고 달콤한 이미지가 그려진다. 현실세계가 아닌 상상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라고 말할 수 있는 것. 하지만 ‘검사 프린세스’는 가벼운 분위기와 더불어 거짓 없는 참된 소재가 뒷받침 된 탄탄한 스토리를 구성했다. 진혁PD는 “진실과 사실이 묻어 나는 작품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공감 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며 “가족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따뜻한 드라마, 캐릭터 개개인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솔직한 드라마로 만들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진정성이 돋보이는 로맨틱 코미디를 그린 ‘검사 프린센스’를 통해 요즘 신세대가 졸업 후 취업을 하고 조직에 들어갔을 때 부딪히는 과정, 올바른 검사상과 사회정의 등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W-약점 ‘톱스타는 부재중’ ‘검사 프린세스’는 빈틈이 있다. 나란히 방송될 경쟁작이 쟁쟁한 출연진들로 구성된데 비해 인지도가 높은 스타가 적다는 점이다. ‘개인의 취향’의 주인공인 손예진과 이민호는 모두 톱스타다. 이밖에 다양한 작품을 통해 얼굴을 알린 김지석과 아이돌인 2AM 임슬옹도 출연한다. ‘신데렐라 언니’는 흥행수표 배우인 문근영과 천정명이 단단한 기둥을 만들었다. 여기에 중년배우 이미숙과 김갑수, 2PM 옥택연까지 힘을 실었다. 반면 ‘검사 프린세스’에선 전작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가 극히 드물다. ‘아이리스’에서 발견된 김소연도 그간 주변인물에 그쳤고 ‘박시후 카드’도 아직 불안하다. 비록 ‘추노’의 최장군 역으로 주가가 오른 한정수와 아나운서에서 배우로 돌변한 최송현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라이벌 드라마에 비해 출연진들이 빈약(?)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시청자들 역시 이점을 우려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전자 게시판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 드라마 갤러리를 통해 “손예진과 문근영, 김소연의 맞대결은 볼 만하겠지만 이민호와 천정명, 박시후의 대결은 모르겠다.” “‘검사 프린세스’만 톱스타와 아이돌 스타가 없다. 흥미롭고 인상적인 스토리로 승부하길 바란다.” 등의 의견을 올렸다. ◆O-기회 ‘여전사 김소연, 이미지 변신 찬스’ 김소연의 도전은 계속된다. ‘아이리스’의 여전사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인 김소연이 이번 ‘검사 프린세스’에선 군화를 벗고 명품구두로 갈아 신는다. 1993년 중학교 때 데뷔한 김소연은 늘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여성미만을 간직해왔다. 고정된 이미지를 고수한 김소연이 만나는 작품마다 주변인물에 머무르며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점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소연이 도회적인 단발머리에 터프한 북한공작원으로 변신했을 때 방송가에서는 김소연의 재발견이라고 입을 모았다. 냉철한 여전사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김소연이 상반된 캐릭터로 분하는 등 이미지 변신에 도전한다. ‘검사 프린세스’에서 김소연이 연기할 마혜리는 왈가닥 검사다. 대기업 회장의 딸로 사법고시에 거뜬히 합격한 초임 미녀 검사지만 머릿속은 빈 수레처럼 요란하다. 신상과 명품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일명 ‘된장녀’ 캐릭터다. 겉멋으로 범벅된 마혜리는 이런저런 사건을 겪으면서 진정한 검사로 성장한다. 김소연은 각오가 대단하다. 지난 17일 ‘검사 프린세스’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김소연은 “온 몸으로 매력을 발산해 한발 더 업그레이드되는 배우가 되겠다.”고 밝혔다. 영화배우 조니 뎁이 해적에서 모자장수로 변신했듯이 김소연도 여전사와 다른 상반된 캐릭터를 소화해낼지 기대된다. ◆T-위협 ‘법조계, 거짓 없이 그려낼까?’ ‘검사 프린세스’는 검사, 판사, 변호사 등 법조계의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일부에선 사뭇 진지하고 보수적인 집단인 법조계를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로 풀어낼 때 왜곡되지는 않을까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2008년 방송된 MBC 드라마 ‘스포트라이트’를 한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언론에 종사하는 기자들의 세계를 전격 해부한 전문직 드라마로 기획됐다. 주인공인 손예진과 지진희가 방송기자로 등장해 사건사고 현장을 뛰어다니며 취재 및 보도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당시 시청자들의 눈길은 차가웠다. ‘스포트라이트’는 초반에 작품성에 대해 호평을 받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2008년 7월 3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 8.1%(TNS 미디어 리서치, 전국 시청률)의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쓸쓸히 퇴장했다. 문제는 진실성과 신뢰도였다. 방송국 기자들의 직업 세계를 다룬 ‘스포트라이트’는 초반 지진희와 손예진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다소 왜곡된 스토리 전개와 과장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해 결국 초라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거짓말이 탄로 나면 시청자들은 돌아선다. 기존 드라마에서 검사라는 직함을 단 주인공이 나왔던 적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법조계를 다루는 드라마는 ‘검사 프린세스’가 최초다. 이 드라마를 통해 복잡한 법률과 현 법조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길 바란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김경미 기자 84rornfl@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자승 총무원장 MB 선거운동”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에 반발하며 ‘2차 폭탄발언’을 예고했던 서울 삼성동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은 대선 당시부터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고 주장했다. 28일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일요법회에서 명진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은 2007년 조계종 중앙종회의장(국회의장 격) 시절 한나라당 당원으로서 선거운동을 했다.”면서 “한 종단의 입법 기구 수장이 특정 후보의 선거 운동에 참여한 게 무엇 때문이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명진 스님에 따르면 자승 스님은 2007년 10월13일 이명박 대통령(당시 후보)과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봉은사로 데리고 왔다. 앞서 두 차례 면담 제안을 거부했던 명진 스님은 이 자리에서도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종교편향 발언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이어 “자승 총무원장은 지난해 12월24일에는 박형준 청와대 수석과 함께 충남 지역 사찰 주지들을 만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협조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재작년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도 자승 총무원장은 청와대 초청에 응해 ‘각하,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죠.’라고 발언했었다.”고 전했다. 총무원 측은 명진 스님의 주장에 대해 “자승 스님은 당시 이상득 부의장과 어떤 사찰도 다닌 적이 없다.”면서 “명진 스님의 발언은 왜곡, 논리적 비약, 끼워 맞추기식의 부적절한 행위”라고 반발했다. ‘소나기 발언’에 대해서는 “다른 종단 관계자의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봉은사 “28일 2차폭로”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재야 불교단체들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사퇴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고, 봉은사는 정·교(政·敎) 유착 고발 ‘2탄’을 예고한 상태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참여불교재가연대 등이 참여한 불교단체 연석회의는 26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를 방문해 안 대표의 사죄와 공직사퇴를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서한은 “(‘정권에 비판적인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안 대표의 발언은 정치지도자로서 있을 수 없는 망언”이라면서 “거짓말로 일관하는 안 대표는 국민 앞에 사죄하고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이어 “한나라당도 더 이상 진실을 왜곡하지 말고 사건 전말을 밝혀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결단을 내리라.”고 주문했다. 항의서한을 전달받은 정병국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잘 살펴보고 논의하겠다.”고 짤막하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명진 스님은 28일 일요법회 때 조계종단과 정치권의 유착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고발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자칫 이번 사태가 불교계 내분으로 비화될 것을 우려한 원로 스님들과 재야 불교단체들이 물밑 중재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한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봉은사 문제와 정치권을 결부시키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사설] 정책 찬반 따지되 낙선운동 변질 안 된다

    지방선거를 70일 남겨두고 이런저런 이름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특정 후보들을 겨냥한 낙선운동에 나설 움직임이라고 한다. 이미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이라는 단체는 지난 22일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예비후보 16명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으로 사실상 낙선운동의 포문을 열었다. 이에 앞서 20여개 천주교 단체들은 지난 8일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347개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했다는 ‘유권자 희망연대’는 4대강 사업에 더해 무상급식을 후보자 판단의 주요정책으로 내놓음으로써 사실상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후보에 대해 낙선운동을 펴나갈 뜻을 시사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선 모처럼 정책선거가 펼쳐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한꺼풀 더 들여다 보면 4대강과 무상급식, 이 두 현안을 쟁점화하고 이를 통해 후보를 찬반의 둘로 나누는 것은 풀뿌리 지방자치 선거를 중앙정치의 전장(戰場)으로 변질시킬 뿐이다. 이미 두 현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중앙당 차원의 정책을 내놓고 공방을 벌여온 터다. 짐짓 정책에 대한 찬반을 기준으로 한다지만 기실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과 진보진영 야권 후보에 대한 지지운동을 펼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지방선거 후보의 정책에 대한 판단 기준을 4대강이나 무상급식으로 좁혀 몰아가는 행위는 지방선거의 왜곡을 부를 공산이 크다.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내 고장의 일꾼을 뽑는 선거다. 따라서 후보를 고르는 잣대도 내 고장의 현안이 중심이 돼야 한다. 어떤 후보가 진정 내 고장의 발전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는지, 이를 실천할 재원확보방안은 갖췄는지 등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매니페스토 선거운동이 정착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경실련이 어제 유권자 운동본부 발족과 함께 “중앙정치권의 정치바람이 아닌 지역발전과 주민복리를 위한 지방선거를 구현할 정책활동을 펴나가겠다.”고 천명한 것은 지방선거에 임하는 시민단체의 올바른 선거운동 방향이라 여겨진다. 선관위의 각별한 감시가 중요한 시점이다. 정책 평가를 빙자한 낙선운동으로 지방선거가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을사늑약·강제징집 부인…日 오욕의 근대사 왜곡 고집

    을사늑약·강제징집 부인…日 오욕의 근대사 왜곡 고집

    제2기 한·일 역사공동위원회가 23일 양국 정부에 제출한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며 공식 활동을 종료했다. 2기 공동위원회는 한·일 고대사 중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의 허구를 확인하는 등 부분적인 성과를 냈다. 하지만 1기 위원회의 쟁점 사항이었던 근·현대사의 식민지 과정 등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보인 채 각자 의견을 병기하는 선에 그쳤다. 또 독도와 종군위안부 문제 등은 논의조차 하지 못해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는 평가다. ●고대사… 임나일본부 허구 확인 2기 위원회가 거둔 가장 큰 수확은 ‘임나일본부설’의 허구를 확인한 것. 한·일 고대사 부분을 연구한 제1분과에서 한국은 “‘일본서기’ 신공(神功) 49년조의 해석을 통해 왜의 임나 지배를 논하던 전형적인 임나일본부설은 설득력을 상실했다.”며 “임나일본부의 외무관서적 성격으로 미루어 ‘안라왜신관’(安羅倭臣館)이라는 용어로 대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시했다. 일본 또한 “한반도에서 왜인의 활동 흔적은 여러 곳에서 인정되지만, 왜국의 영토가 존재했다는 이해는 불가능하다.”며 “왜국이 한반도에서 대대적인 군사 전개를 했다는 이해에는 재검토와 정정이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아울러 일본의 벼농사와 금속 문화가 한반도에서 전래됐다는 사실에도 대체적인 의견일치를 보았다. ●중·근세사… 왜구는 일본 어부 1300~1400년대 한국 연안에서 출몰했던 왜구의 정체에 대해 ‘고려·조선인설’ ‘제주도 해민설’ 등의 주장이 그동안 일본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이들이 쓰시마와 이키, 마쓰우라 등의 영주와 해민(어부)들이었다는 결론을 냈다. 아울러 양국 연구진은 임진왜란의 발발 원인에 대해서도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 정권의 내부 불안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인식을 같이했다. ●근·현대사… 양국 인식차 커 한일병탄 과정과 식민지 시대에 대한 성격 규정 등 근·현대사 부분에서는 양국의 역사 인식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무엇보다 “일본이 한반도를 일방적으로 침략한 것이 아니라 한국 주류 세력도 이에 동조했다.”거나 “고종이 을사조약을 반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조약의 주체로서 반대 운동을 탄압했다.”는 등 일본의 편향된 인식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인 노동자 동원 과정에서 강제와 폭력이 없었다는 주장도 반복된 것으로 드러났다. ●교과서 왜곡관련 논의도 난항 2기 공동위원회에서 처음 수행한 양국 교과서에 대한 연구 역시 현저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일 관계의 지뢰밭’이라 할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문제 등은 주요 의제에서 제외됐다. 한국 측 위원장인 조광 고려대 교수는 “유럽이 30~70년 걸려 공동교과서를 만들었고 아직 의견이 합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는 만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공동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3기 위원회 출범 여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2001년 일본 후소샤(扶桑社) 역사교과서 왜곡 파문을 계기로 이듬해 출범한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는 2005년 6월 1차 보고서를 낸 뒤, 2007년 6월 34명의 위원이 참여한 2기 공동위원회를 출범시켰고, 24개 공동 연구주제에 대해 67차례 회의 끝에 이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사설] 한·일 근현대사 왜곡도 바로잡아야

    역사의 기록은 승자에 치우쳤음을 세계사는 역력히 보여준다. 그런 차원에서 한·일 고대사 왜곡의 상징으로 통했던 임나일본부설의 폐기는 획기적이다. 제2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최종보고서의 내용이다. 과거사 정리 차원에서 한·일 정상이 약속해, 양국 사학자들이 도출한 공식적 사안인 것이다. 늦게나마 허구의 역사를 바로잡은 역사 교정의 인식은 반기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그릇된 역사를 고쳐 현실로 옮기겠다는 실천의지는 멀기만 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일본 임나일본부설은 4세기 중엽∼6세기 중엽 200년간 일본의 야마토(大和)정권이 한반도 남부를 통치했다는 한반도 지배설이다. 백제·신라·가야를 정복해 주물렀고 가야에 둔 일본부(임나일본부)가 그 통치의 핵심이란 주장이다. 임진왜란기 중국(明)을 치기 위해 조선에 길을 내달라는 정명가도(征明假道)의 명분이나, 한·일강제병합의 근저에 임나일본부설을 두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양식 있는 학자·시민들이 끊임없이 허구임을 주장해 왔으나 일본 정부와 주류 사학계는 줄기차게 밀어붙였던 터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의 학자들이, 그것도 정상 간 약속에 따라 국가 간 차원에서 정면으로 뒤집은 인식은 환영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보편적 통사(通史)에 대한 현실적 거부이다. 임나일본부설의 허구를 인정한 마당에 근·현대사의 잘못은 왜 바로잡지 못하느냐는 의구와 불만이 크다. 양국 학자들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을사늑약과 강제병합조약, 한일협정, 식민지 강제동원과 수탈에서 일본 측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한일강제병합조약만 하더라도 국제법적으로 합법적이고 한반도 식민지화는 돌이킬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태평양전쟁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을 놓고도 한일기본조약 체결로 해결됐고 지금의 조약 개정 주장은 정치적인 것으로 일축했다. 일본 측 학자들은 참고수준이나마 일본 교과서의 임나일본부 삭제를 권고키로 했다고 한다. 학자만의 협의에 머물 게 아니라 일본 정상의 약속대로 국격에 맞는 실행이 따라야 할 것이다. 도처에서 빗나간 과거사를 들추고 고발하는 증거와 사료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말만의 청산은 이제 어디서도 통할 수 없다는 역사의 뼈저린 증언을 일본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 [무상급식 공방 대해부 (하)] 전국 이슈화 힘들 것 vs 선거내내 폭발력 커

    [무상급식 공방 대해부 (하)] 전국 이슈화 힘들 것 vs 선거내내 폭발력 커

    무상급식이 ‘6·2 지방선거’에서 결정적인 쟁점이 될까.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에서 제시한 수도이전(세종시) 공약이나 2007년 대선에서 제기한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정치권에서 만들어진 개념이 현장으로 전파된 경우였다. 이와 달리 무상급식 이슈는 직영급식 전환을 촉구해 온 시민단체의 활동으로 부각됐다. 논란의 방향도 “급식의 유형이 학생의 심성에 영향을 미칠까.”라는 등 거시적 정책과 미시적인 영향을 포괄하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논의는 결국 ‘밥 먹는 문제’로 귀결돼 지방선거를 관통하는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무상급식 문제는 사안 자체가 간명하고, 누구나 입장을 가질 수 있어 선거 기간 내내 폭발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한다. 지방선거인 만큼 자녀들의 끼니와 관련된 급식문제가 오히려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① 어떻게 쟁점화 됐나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무상급식은 직접 관련된 초·중·고교생과 학부모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사안이다. 그러나 직접 이해 당사자인 초·중·고교생은 6·2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갖지 못한다. 그런데 무상급식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첫 번째로 여야가 격돌하는 쟁점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결성된 연합 시민단체인 ‘친환경무상급식연대’의 무상급식 서명운동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이의 금지를 통고했다. 2007년 대선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 찬성·반대 운동과 유사한 사례라는 것이다. 선관위의 결정에 급식연대가 반발하면서 이 문제는 아직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선거와 관련한 시민단체의 활동이 지금까지의 낙선운동 등 정치적 색깔이 분명한 운동에서, 무상급식 등 ‘생계형 운동’으로 변화했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급식운동의 주축을 이루는 시민단체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2006년 수도권 지역 위탁급식 학교를 중심으로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기점으로 학교급식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당시 위탁업체의 부실급식 논란이 일어나면서 직영급식 전환 요구가 봇물을 이뤘고 결국 관련 법이 마련됐다. 운동본부는 이후 올 1월19일까지가 기한이었던 직영 전환과 관련, 법정 기한에 따라 충실히 이행되는지를 감시하는 활동을 펴고 있다. 이런 활동의 영향으로 전국 1만 1225개 초·중·고교 가운데 직영급식으로 전환한 학교가 1만 596개로 94.4%에 달하게 됐다. 그러나 이중에서 서울 지역 직영급식 비율은 73.1%로 16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가장 낮다. 이처럼 서울지역의 직영급식 전환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생 수도 다르고, 학교가 폐교하거나 이전할 계획인 곳도 있다.”면서 “직영급식 전환을 앞으로는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고, 직영급식으로 전환하는 유예기간을 1년 더 주는 조치를 취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가 위탁급식을 직영급식으로 바꾸지 않은 학교장 40여명을 집단 고발한 뒤 나온 반응이다. 시민단체는 직영급식으로 전환하지 않은 배경과 관련, 이권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장이나 행정실장, 공무원이 급식비를 횡령하기도 했고 급식업체와 결탁해 돈을 받은 교장이 적발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이 전원 무상급식 전환과 관련, 친환경 급식 실현, 먹거리 질의 개선 등의 주장을 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반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영양사 등의 학교 내 노조 결성 가능성, 예산 부족에 따른 먹거리의 질적 문제 초래 등의 주장을 편다. 살펴보면 이런 반대측의 주장은 직영급식 전환을 반대할 때의 주장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② 선별급식 학생 노출 논란 정말 무상급식을 받는 아이들이 공개되면 학교생활에 영향을 받을까. 무상급식을 받는 학생들의 공개 여부를 두고 여야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무상급식 학생이 알려질 수밖에 없어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민주당 측 주장과 이런 주장이 허위이거나 과장됐다는 한나라당의 반박은 재정 문제와 맞물려 무상급식 논란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야당은 “선별적 무상급식을 실시할 경우 학생들의 면면이 모두 노출돼 ‘눈칫밥’을 먹을 수밖에 없다. 이는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고 주장한다. ‘의무교육 중에는 당연히 식사도 함께 제공되는 것이 옳다.’는 주장과도 상통하는 논리다. 이에 대해 정부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을 활용하면 무상급식 대상 학생들의 노출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학년이 시작될 때 통합전산망에서 무상급식 대상자를 추린 뒤 학교 행정실로 바로 통보하는 방식이다. 가정환경 조사를 통해 무상급식 학생을 선정할 때도 밀봉한 봉투를 학교에 내기 때문에 신분이 드러날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게 교육과학기술부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학교 급식비가 ‘스쿨뱅킹’ 방식으로 학부모 통장에서 학교 계좌로 자동이체되기 때문에 충분히 비밀보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통합전산망을 완벽하게 구축한다고 해도 급우들끼리 누가 무상급식을 받는지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다는 점은 여야가 모두 인정하는 대목이다. 방과후학교 지원 등 다른 복지정책과 급식 문제가 겹칠 수 있고, 학생들끼리 생활하는 과정에서 드러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여당은 “무상급식을 받는 학생도 전혀 창피해하지 않고, 급우들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감수성을 어른의 관점에서 지나치게 예민하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같은 논리로 무상급식 문제를 사회 이슈화하는 게 오히려 일부 학생들의 수치심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일선 학교에서는 논란 자체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수도권의 한 교사는 “선별적 무상급식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는 학생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도 대상에서 제외돼 무상으로 급식을 받지 못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라면서 “무상급식 논의 자체가 기존에 무상급식을 받는 학생이 아니라 이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게 아니었느냐.”고 되물었다. 선별적 무상급식 방식을 적용할 경우 급식비와 관련된 경계지대의 학생이 생길 수밖에 없어 이들에게 급식비를 내도록 교사가 독촉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이런 점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무상급식을 받는 학생·가난하지만 무상급식을 받지 못하는 학생·부유하지만 급식비 독촉을 받는 학생과 이들을 보는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무상급식 논쟁이 자칫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해 왜곡되거나 뒤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③ 외국의 사례 다른 나라에서는 무상급식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을까? 나라마다 교육 제도가 다르듯 무상급식 제공률도 천차만별이다. 복지국가인 스웨덴과 핀란드와 같은 북유럽 국가에서는 100% 무상급식이 이뤄진다. 핀란드는 급식비뿐 아니라 학교에서 거리가 먼 학생들의 교통비까지 지급한다. 하지만 소득세율이 26~57%로 우리보다 10~15%포인트 정도 높은 스웨덴과 우리의 현실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무상급식 비율은 49.5%, 영국은 35.0% 수준이다. 교과부는 중국에서는 교직원에게만 무상급식이 제공될 뿐 학생들에게는 무상급식이 제공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OECD 회원 국가들의 통계 항목에는 무상급식에 관련된 통계가 잘 잡혀 있지 않다. 국가의 복지 척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이 문제가 중앙정부 몫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가적인 통계로 잡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주마다 무상급식 지원율이 다를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비해 교육의 중앙집권화가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 프랑스의 경우에도 급식비 지원은 지자체 단위로 이뤄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무상급식 논란 역시 교부금을 포함한 지자체 예산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이 전면 무상급식을 당론으로 채택한 가운데 한나라당은 민주당 안에 반대하며 이의 당론 채택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교육계 안팎에서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각 나라마다 학생들의 학교 체류시간이 다르고, 수업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교실에서 집단생활을 하면서 점심을 함께 먹고, 저녁도 대부분 학교에서 먹는 체제인 우리나라의 실정을 감안한 급식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무상급식과 관련된 각 당의 정책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어떤 표심으로 나타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상곤 교육감 취임 이후 경기도에서 보듯 무상급식을 실시할지, 하지 않을지 열쇠를 쥐고 있는 게 시·도 의회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지금까지 3차례 경기도교육청이 제출한 추경 예산을 삭감했다. 정당 공천을 받는 시·도 의원들의 경우 중앙당 당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의 당락이 정당 공천에 의해 좌우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6·2 지방선거’의 경우 무려 8차례나 기표를 해야 해, 인물이 누구인지보다 어느 정당 출신인지가 유권자의 표심을 흔드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단계에서 정당별 이해득실을 따지기는 이르지만 무상급식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될 경우 정책 향방에 따라 표심이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단, 시·도 교육감은 원칙적으로 정당 공천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영향은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한ㆍ일 100년 대기획] 청산되지 않은 과거

    [한ㆍ일 100년 대기획] 청산되지 않은 과거

    독도와 역사왜곡 문제는 건전한 한·일 관계에서 결코 우회할 수 없는, 치명적인 현안이다. 미래의 100년을 위한 동반자적 양국 관계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고, 우호 증진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광복과 종전 65년이 지났지만 일본은 여전히 이를 두고 도발적인 책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의 극우 보수주의자들이 주도하는 이 같은 반역사적 도발은 한·일 양국의 미래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로 작용한다. 독도는 우리 땅이고, 대한민국은 고조선 이래로 반만년의 역사를 지켜온 자주 국가이다. 이것이 한국인이 갖는 영토 개념이고, 역사 인식이다. 일본의 정권이나 시민단체가 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무시하며 도발했을 때 우리 국민들은 일제히 격분할 수밖에 없었다. 독도에 대한 실효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를 우리가 이미 갖고 있고 역사 문제는 내정의 측면이 있는 만큼, 한국과 일본을 분쟁지역으로 두드러지게 만드는 게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며 ‘조용한 외교’를 주장한 학자들이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그만큼 독도와 역사왜곡 문제는 국가적 자존심을 흔드는 문제였다. 그런데 2001년 4월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왜곡된 역사교과서가 일본 문부성 검정을 통과하고 2005년 3월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독도)의 날’ 조례를 제정한 뒤 세월이 흐르면서 두 문제를 푸는 방식에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독도 문제는 현대 국가의 근간인 ‘영토’ 개념을 침범한 것이기 때문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되지만, 역사교과서 문제는 왜곡행위를 바로잡는 한편으로 양국이 대립이 아닌 화해를 모색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양국은 2002년 3월 1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를 세웠고, 2007년 6월 2기 위원회를 운영했다. 이 위원회는 24일 최종보고서를 낼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공동역사교과서를 내는 방안은 합의를 보지 못했다. 3기 위원회가 설립된다면 궁극적으로 공동역사교과서를 내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왜곡된 내용을 담은 후소샤와 지유샤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비율은 지난해 1.71%로 미미하지만, 2001년 0.039%에서 2005년 0.39% 등으로 증가세다. 새역모 등의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새역모는 지난해 4월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내놓은 데 이어 다음달 초등학교 역사 과목 격인 사회교과서 검정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사회교과서가 시중에 유통되는 즉시 분석작업을 하기 위해 동북아역사재단 안에 관련 팀을 꾸렸다. 일본이 간헐적으로 독도 영유권 주장과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내놓고, 한국은 이에 대해 반박하는 모습은 곧잘 독일의 전후처리 문제와 비교된다. 전후 패전국인 독일은 나서서 사과를 하고, 프랑스나 폴란드 등 주변국가와 공동역사교과서를 내놓았다. 반면 한·일 관계에서 화해의 손짓을 먼저 내미는 쪽은 피해국인 한국이다. 한국은 1998년 일본문화 개방이라는 결단을 내렸고, 최근 양국의 동반자적 관계 설정에 적극적인 것도 우리 측이다. 때때로 한국 측 대일 협상 대상자를 상대로 ‘지일’(知日)이라든지 ‘친일’(親日) 논란이 나올 정도이다. 동북아역사재단 이명찬 연구위원은 “역사문제는 존재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2차세계대전의 전범과 이후의 경제성장을 이룬 원로층이 동일인인 일본의 특수한 상황에서 이들의 후손인 일본 지도층이 ‘주인공이 되지 못했거나 인륜을 저버린 행위를 한 역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조부를 욕하는 글로 장원급제를 한 사실을 깨닫고 평생 자기부정을 하며 떠돌게 된 것처럼, 아직도 ‘천황’체제를 유지시키고 있는 일본이 스스로의 죄과를 인정하지 못하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런 일본의 집단의식은 독도와 역사왜곡 문제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무관심에서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일본의 가와바타 다쓰오 문부과학상이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하는 등 최근까지 일본 관료들의 망언이 이어질 때마다 한국인들이 규탄하는 반면, 일본인들 중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는 소수이다. 전후 미국 중심의 외교관계에만 치중해 온 일본의 특징이자 한계로 지적되는 현상이다. 지금까지는 한국 정부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 망언에 대해 적절한 대응기술을 습득했다는 평가이다. 역사왜곡에 대해서는 학문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독도 망언에 대해서는 전 국민적인 반발로 대처하는 모습이 매뉴얼처럼 내면화되어 있다. 그래서 독도는 여전히 우리 땅이고, 우리는 여전히 단군 할아버지의 후손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왜곡과 독도 문제에 대해 한층 더 단호하고 발전적인 대응이 필요한 이유는 이 문제들이 한·일 간에 청산되지 않은 부분 자체일 뿐 아니라 이 문제들로 인해 많은 숙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 일제 강제징용 문제, 원폭 피해자 문제, 일본의 헌법개정과 재무장 문제가 모두 역사왜곡과 독도 문제에서 비롯된다. 홍희경 이민영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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