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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로국밥’ 다문화주의 실패 ‘ 섞어찌개’ 혼종성이 답이다

    ‘따로국밥’ 다문화주의 실패 ‘ 섞어찌개’ 혼종성이 답이다

    프랑스 ‘부르카 금지법’(공공장소에서 무슬림 여성의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은 퍼주기 복지정책으로 경제가 거덜난 데 따른 우경화 때문인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럽 각국 정상들이 다문화주의의 실패를 인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 좋다는 다문화주의를 폐기한다니 우경화도 보통 우경화가 아니다. ●“다문화주의는 관용 빙자한 방치” 그런데 이게 그렇게만 볼 문제는 아니다. 유럽 지식인들은 다문화주의를 미국식 인종 차별주의와 비슷하게 여기면서 본디 비판적이었다. 미국의 백인 주류층이 소수 민족에 ‘너희들은 너희들끼리 모여서 잘 살아라.’라고 얘기하는 것을 그럴 듯하게 포장한 것이 다문화주의일 뿐이라는 비판이다. ‘관용을 빙자한 방치’라는 얘기다. 때문에 비판론자들은 오래 전부터 ‘따로국밥’ 격인 미국식 다문화주의의 대안으로 ‘섞어찌개’인 혼종성(hybridity)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다문화주의 실패 선언과 부르카 금지법은 다문화주의에서 혼종성으로 유럽의 정책 기조가 본격 이동하는 징후로도 해석될 수 있다. 쉽게 말해 다문화주의라는 이름으로 이슬람계 이주민들이 도시 외곽 슬럼가에 옹기종기 모여 살게 내버려 둘 것이냐, 아니면 그들에게도 공화국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이슬람 테두리를 일정 정도 벗겨내야 하느냐라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혼종성 자체는 무조건 긍정적인가. 이런 논의에 관심이 있다면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이 오는 3~4일 서울 신촌 이대 LG컨벤션홀에서 여는 국제학술대회 ‘문화 혼종성과 유동적 정체성’(Cultural Hybridity and Migrating Identities)을 지켜볼 만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논문은 클레어 알렉산더 영국 런던정경대 사회학과 교수의 ‘결혼 시장 : 젠더화되는 문화혼종성’이다. 알렉산더 교수는 3년에 걸친 실증연구 결과를 토대로 혼종성 자체는 중립적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혼종성 형성에도 전통의 힘 작용” ‘부르카 금지법’에 대한 비판은 간단하다. “신사적이고 합리적인 백인 남성이 황색 남성에게서 황색 여성을 구해주는 이미지”로 쓰일 위험성을 부각시킨다. 황색 인종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백인 남성이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는 백인 남성들에게 ‘문명화 사명’이라는 임무를 지운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식민주의적 발상이다. 그러나 이런 다문화주의적 비판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그렇다고 부르카에 여성 억압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억압받는 여성들이 스스로 발언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나, 또 그렇게 나온 발언은 무조건 긍정적인가라는 것도 문제로 남는다.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혼종성이라는 것도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왜곡되기 마련이며, 이 왜곡된 혼종성조차 무조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다문화주의의 잘못을 다시 한번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알렉산더 교수의 지적이다. 알렉산더 교수는 이 지점에서 결혼을 통해 영국으로 이주한 방글라데시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을 실제 인터뷰 자료로 드러낸다. 이젠 영국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방글라데시 전통 문화로 되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여성이 등장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영어를 못한다거나 바깥에서 나쁜 물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로 집에 갇히거나 얻어맞는 여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혼종성의 형성에도 기존 전통의 힘이 여전히 작용한다는 얘기다. 이런 실증자료를 바탕으로 알렉산더 교수는 “그동안 혼종성은 종종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개념으로 각광받아 왔지만 혼종성 그 자체는 문화적 차이를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하며, 민족과 문화의 순수성이라는 본질주의적 개념을 강화하기도 하고 해체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혼종성을 약한 버전과 강한 버전으로 구별하자.”고 제안한다. 약한 혼종성이 “단순히 문화가 뒤섞이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강한 혼종성은 “문화적 만남이 발생시키는 논쟁적인 영역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깊게 논의해야 할 대목은 바로 이 강한 혼종성 영역이라는 얘기다. ●‘백색신화’ 로버트 영 기조강연 앞서 학술대회 기조강연은 ‘백색신화’(White Mythologies)라는 저서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후기식민주의자 로버트 영 미국 뉴욕대 비교문화학 석좌교수가 맡는다. 기조강연 주제는 ‘혼종성과 문화 번역의 타자성’(Hybridity and The Otherness of Cultural Translation)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감사위원 이번엔 지하철 상가 비리 연루 의혹

    “사건이 왜곡되는 데 감사원이 이용되는 느낌이다.”, “악의적인 흔들기 아니냐.” 감사원은 31일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구속과 함께 감사위원들과 관련된 의혹 제기가 잇따르는 데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감사원은 일부 언론을 통해 제기된 배국환 감사위원의 서울메트로 관련 비리업체 관계자 접촉 건은 “감사 대상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하고 변호인을 사무실에서 만난 것 자체가 문제 될 수는 없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이 같은 대응은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면서 그동안 유지해 왔던 ‘자성 모드’와는 다른 모습이다. 언론과 검찰 주변에서 나돌고 있는 감사위원의 저축은행 사태 추가 관련 설이 감사원의 위상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배 위원도 “지난해 11, 12월쯤 이 변호사를 두 차례 만난 바 있다.”면서 “메트로 감사의 주심으로서 감사를 진행한 사무처 이외에 피감기관 변호인 측의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피감기관이 아니라 변호인을 만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런 것을 의혹으로 보도한 것은 악의적인 감사원 흔들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감사위원은 “서울메트로 감사 건은 법리적 검토 과정을 거쳐 사무처가 제출한 원안대로 통과됐는데도 이상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돼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사설] 고엽제 의혹 반미로 몰고가려 해선 안 된다

    경북 왜관 미군기지 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 의혹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동조사가 개시됐다. 조사단은 엊그제 화학물질이 묻혔다는 기지 내 ‘D구역’에서 지하수가 유입되는 곳 등 ‘필수조사대상’ 지역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에 들어갔다. 검사항목이 많아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주일 이상 걸릴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조사의 신뢰성이다. 한·미 양측이 공히 한 점 의문 없는 조사를 다짐했지만 국민의 불신감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제 막 조사가 시작된 마당에 환경부가 다이옥신 검출 논란에 대해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성급하게 발표한 것은 오히려 불신을 증폭시키는 어설픈 처사다. 파장이 우려되는 민감한 사안일수록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해야 한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군기지 환경사고는 1990년대 이래 간단없이 발생했다. 하지만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선언적 규정으로 말미암아 정부는 미군 측에 이렇다 할 책임 한번 변변히 묻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미군 또한 공동조사와 비용분담에 난색을 표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한·미 양국이 신속하게 공동조사에 나선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그만큼 고엽제 문제는 여타의 환경사고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비상한’ 사태라는 얘기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상을 파악하고 현실화할지도 모를 환경피해를 막는 일이다.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사’(私)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 인사들은 캠프 캐럴 촛불문화제를 여는 등 벌써부터 한·미관계나 이념적 사안으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효순·미선양 9주기를 앞두고 반미 감정을 자극하는 불쏘시개로 삼으려는 의도마저 감지되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그동안 주한미군에 의한 환경사고 처리가 미진했다고 해도 일단 조사가 시작된 이상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물론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미군 측에 모든 법적·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 일에 앞장서는 것이 바로 깨어 있는 시민, 의식 있는 정치인의 할 일이다. 섣부른 선동이 아니라 차가운 이성이 해결책이다.
  • “北, 외부세계에 대해 왜곡된 정보 가져…한국이 여러 채널 통해 정보 퍼 뜨려야”

    “정보는 핵무기보다 강합니다. 북한에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를 퍼뜨려야 합니다.” 한국과 북한의 대사를 겸임하고 있는 9개국 대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근 북한 소식과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27일 서울 방배동 한국외교협회에서 열린 ‘북한겸임대사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두산 벨라 슬로바키아 대사는 “북한이 외부세계에 대해 매우 왜곡된 정보를 갖고 있다.”면서 “한국이 가능한 한 많은 교류 채널을 가동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벨라 대사는 “김영남 위원장 등 북 고위층과의 만남에서 그들이 햇볕정책과 6·15공동선언 등에 향수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면서 “북한 당국자들이 미국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난했다. 외세의 간섭없이 평화적이고 독립적으로 통일을 이루고 싶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전했다. 1980년대에 4년간 주 북한 대사를 지낸 바 있는 렌젤 미클로시 헝가리 대사는 “20년이 지나 북한을 다시 방문했는데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것을 보고 기분이 매우 우울했다.”면서 “진심으로 북한 사회의 변화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3번째 방문했지만 북한이 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한국에 좋을 것이 없다.”면서 “모든 당사국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 멘크벨트 네덜란드 대사도 “인권문제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으나 ‘우리는 유엔의 지침에 따르고 있다. 당신들이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위대한 지도자의 업적을 미화하는 데 급급했다.”고 전하면서 “외교관으로서 처음 겪은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멘크벨트 대사는 네덜란드가 집을 지어주거나 6~9세 어린이에 대한 식량지원을 돕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호텔에 렉서스를 타고 온천을 하러 온 사람들을 봤는데 식량 살 돈은 없다고 한다. (식량지원 요청이) 2012년 강성대국을 준비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북한에서 돌아온 멘크벨트 대사는 북한을 안전하고, 깨끗하고, 훈련이 잘된 사람들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사람들이 나를 보면 스파이를 보듯 눈을 잘 맞추려 하지 않고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하면 불쾌해하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1990년대 초반의 중국과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벨라 대사는 가난에 빠진 북한의 풍경을 ‘절망적’이라고 표현한 뒤 “날씨는 좋았지만 중국 국경을 넘어가면서 녹색은 거의 없는 벌거벗은 산을 봤다.”고 설명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4대강 예산 줄여 年3조원으로 반값등록금 실현”

    “4대강 예산 줄여 年3조원으로 반값등록금 실현”

    “그렇게 비판하더니 이제 와서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 정책을 쇄신성과로 포장하는 건 잘못된 겁니다.” 민주당의 정책통으로 보편적 복지 재원조달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이용섭 의원은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 정책을 비판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지난 1월 ‘3(무상급식·보육·의료)+1(반값 등록금)’ 보편적 복지정책을 발표하며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자 한나라당과 정부는 ‘세금폭탄’ ‘망국적 선거용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면서 “한나라당이 엊그제까지 반대하던 정책을 전환하려면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라고 꼬집었다. 4·27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한나라당이 부자감세 철회, 반값 등록금 등 ‘민주당 따라 하기’로 공을 가로채려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밝힌 민주당의 반값 등록금 정책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소득구간 10분위 중 가장 낮은 1분위 이하에게 등록금 전액인 700만원 지원 ▲정부에서 현재 지원하고 있지 않은 소득구간 2~4분위 학생에게는 등록금 절반인 350만원 지원 ▲소득 5분위 이하에게는 30%인 210만원 지원 ▲취업 후 학자금대출(ICL) 조건 완화(C학점 이상, 군복무기간 무이자, 이자 2~3%) 등이다. 한나라당은 연간 2조 5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 기초생활수급자의 장학금 지급은 현행 45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확대하고 소득구간 하위 50% 이하 학생에게 20~50%로 장학금을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의원은 “2013~2017년까지 5년 집권 계획이며, 연간 3조 1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4대강 홍보비 등 낭비성·중복 예산을 줄이고, 왜곡된 조세 체제를 정상화하면 증세 없이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7월에 더 구체화된 마스터플랜(최종계획)을 발표하겠다.”면서 “시도당 전국 순회를 통해 당원들을 이해시키고 전문가 대상 공청회도 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반값 등록금 정책안을 비교하며 “여당 안은 방향 제시만 있을 뿐 정교하지도 않고 실현성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천정배 최고위원이 언급한 ‘무상등록금’은 “우리나라 재정 여력상 단계적으로 가는 게 좋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 의원은 정부·여당 간 반값 등록금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는 것과 관련, “국민을 혼란하게 하고 국정 불안을 초래한다.”면서 “여당·정부·청와대는 당정청 협의 등 내부 정리를 한 뒤에 야당과 정책 협의를 해야 한다.”며 여야 정책협의체 가동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5·18 여고생 일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결정

    ‘5·18 여고생 일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결정

     지난 80년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을 기록한 한 여고생의 일기장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다.  주인공은 서울에서 교육청 장학사로 재직 중인 주소연씨(49·여). 주씨는 광주여고 3학년 재학때 도청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목격한 5·18 상황을 일기로 적었다. 그의 일기에는 당시 신문 자료 스크랩과 함께 언론의 왜곡 보도에 대한 견해와 현장 상황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80년 5월22일 일기는 “교내에서 학원의 자율화를 외치던 민주화운동은 18일 거리에서 본격화 됐다.”고 적었다. 그녀는 “18일 정부에서 공수부대를 파견해 차마 입으로 말할 수 없는 만행을 벌였고 광주 시민들은 무차별 학살 당했다. 밝혀진 사망자만 200명이 넘었지만 언론에서는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광주시민을 폭도로 몰았다.”고 전했다.  주씨의 일기장 기록에 따르면 그 해 23일 정부의 방침으로 광주시의 시외 전화와 시내외 버스 등 통신 및 교통수단이 마비됐다. 주씨는 “정부가 광주에 저지른 만행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외부 접촉 수단을 끊은 것”이라고 적었다.  24일에는 “영어는 믿어도 한국어는 못 믿는다.”면서 5·18에 대한 국내 언론을 비판했다. 이날 주씨는 “이런 사태에 광주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면서 “정부의 어떤 꼬임과 달콤한 말에도 절대 속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고 기록했다.  한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는 23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제 10차 비공개 회의를 열어 주씨의 일기를 비롯한 한국의 5·18 기록물과 ‘일성록’을 심의,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등재를 권고하기로 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26일 TV 하이라이트]

    ●역사스페셜(KBS1 밤 10시) 철저한 관찰을 통한 대상의 사실적인 묘사를 추구했던 윤두서. 그러나 그의 자화상에 그려진 구레나룻은 사자갈기처럼 좌우로 뻗어 있어 자연스러운 수염이라고 보기 어렵다.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그린 것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윤두서는 왜 왜곡을 선택했을까. 국내 최고의 전문가와 함께 윤두서의 자화상을 그대로 재현해 본다. ●애플 캔디걸(KBS2 오후 3시 35분) 꿈사탕을 처음 알게 된 애플은 스위트 마을에 있는 과자나무를 공부하겠다는 핑계로 꿈나무를 찾아간다. 꿈사탕은 먹음직스럽게 영롱한 빛을 내며 애플을 유혹한다. 애플은 먹지 않으려고 나무에 머리를 박으며 참아보지만, 꿈사탕은 그 충격으로 떨어지고 , 결국 애플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꿈사탕을 먹게 된다. ●몽땅 내 사랑(MBC 밤 7시 45분) 은희가 미선이 예전에 근육질의 남자를 좋아했었다고 말하자. 김 원장은 은희의 말에 질투심을 느끼며 옥엽에게 근육 운동을 배우기 시작한다. 영옥은 김 집사가 아직도 혜옥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김 집사와 혜옥을 이어주려는 ‘집사님 사랑 도움 추진회’를 발족하고, 태풍은 이를 해체시키기 위해 위원장을 맡는다. ●한밤의 TV연예(SBS 밤 11시 15분) 걸 그룹 춘추전국시대라 일컬어도 손색없을 만큼 걸 그룹들이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거세지는 걸그룹 열풍을 ‘한밤의 TV연예’에서 진단한다. 쏟아져 나오듯이 생산되는 걸 그룹들 때문에 대중들도 얼굴과 이름을 다 알지 못할 정도다. 과연 활동 중인 걸 그룹은 다른 걸 그룹들을 알고 있을지 함께 알아 본다. ●세계테마기행(EBS 밤 8시 50분) 영혼의 안식처 히말라야의 타왕은 시킴과 더불어 중국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먼바족이 세운 먼 왕국의 영토였다. 이후 티베트와 부탄 왕국에 분리 흡수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타왕에는 1681년 5대 달라이 라마인 응가왕 롭상 갸초의 지시로 대규모 사원이 세워지면서 티베트 불교가 뿌리를 내렸다는데…. ●생명(OBS 밤 11시) 5학년 겨울을 나며 부쩍 심각해진 정태의 척추측만증이 스스로 한 걸음도 떼기 힘들 만큼 악화된 상태로 인해 가족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병이 최악으로 진행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아는 만큼 정태의 상태가 날로 심각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은 참으로 어렵고도 참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 [옴부즈맨 칼럼] 오디션 프로와 신문의 전략/정용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

    [옴부즈맨 칼럼] 오디션 프로와 신문의 전략/정용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

    국제적인 부패감시 민간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는 매년 한 차례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한다. 기업인을 포함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공무원과 정치인의 부패 정도를 점수로 측정한다. 2010년 조사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5.4점으로 조사대상 178개국 중 39위다. 절대 부패에서 갓 벗어난 상태를 나타내는 5점대에 수년간 머물러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97점)에도 한참 모자란다. 고위 공직자의 ‘전관예우’도 이러한 부패의 고리 중 하나임이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드러났다. 서울신문도 연일 1면 머리기사로 관련 내용을 실어 깊이 있게 다뤘다. ‘퇴직공직자 로펌행 원천봉쇄’(5월 18일), ‘로펌 고문·위원 55% 경제권력 출신’(5월 19일), ‘지경부 끗발 1위…1년 12명꼴 요직 꿰찼다’(5월 20일), ‘돈 좇아…연봉 5억까지 불법로비로 정부 拷問’(5월 21일). 톱뉴스 외에도 5월 18일부터 사흘 동안 ‘전관예우 관행 끝내자’는 강도 높은 지면 제목까지 달고 2면과 3면에 분석 기사를 실었다. 토요일자 신문엔 ‘대한민국 고문(顧問)의 세계’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기사 내용도 시민단체의 자료와 연구기관의 보고서, 관련 데이터 분석과 인터뷰 등을 적절히 배치해 잘 기획된 심층분석 기사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전문성이 투영된 기사를 통해 독자는 제한된 지면을 풍부하게 만드는 콘텐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기사(5월 19일)는 기존의 보도 관행을 탈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기사는 2008년 이후 3년 연속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가 올랐으며 2011년 평가에서는 55개국 가운데 국가경쟁력 22위로 ‘역대 최고’를 달성했음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보도참고자료와 지나치게 닮은꼴이다. 서민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물가 부문이 41위에서 52위로 하락한 결과는 간과하지 말아야 했다. 매년 5월에 발표되는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매년 9월 발표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경쟁력 지수와 자주 비교된다. 서울신문은 작년에 ‘WEF 한국국가경쟁력 3년째 하락’(2010년 9월 10일)이라는 기사에서 IMD의 결과와 차이가 난다고만 보도했다. 서로 상반되는 국가경쟁력 순위를 매년 반복해서 보도만 할 게 아니라 왜 차이가 나는지 속시원하게 풀어 줄 분석기사가 필요하다. 지금 방송에선 오디션 프로그램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케이블 방송에서 신인들을 대상으로 실력으로 승부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더니 지상파방송사에는 직업 가수들 간의 실력대결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서 주목받고 있는 가수의 인터뷰(5월 16일)와 ‘위대한 탄생’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하는 가수의 인터뷰(5월 19일)가 신문에 실릴 정도로 화제다.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인이건 노래를 직업으로 하는 기성가수건 ‘낙하산’이나 ‘전관예우’가 아니라 실력으로 경쟁한다는 공정한 규칙이 그 한 가지 이유다. 시청자가 직접 평가에 참여할 수 있다는 ‘소통’이라는 문화 코드를 적용했다는 점이 또 다른 이유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외모와 춤과 같은, 어찌 보면 진정한 가수에게는 부차적인 요소가 가창력보다 더 주목받던 그간의 왜곡을 바로잡는다는 생각에 시청자가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공감은 노래에 혼신의 노력을 담아내는 가수의 ‘진정성’을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신문 독자는 기사의 진정성을 어디서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인지 자문해 본다. 그 대답에서 신문의 생존전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초여름 밤 더위 오페라로 식히세요”

    “초여름 밤 더위 오페라로 식히세요”

    초여름 밤의 더위를 누그러뜨릴 오페라 축제가 열린다.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이나 이탈리아의 베로나 페스티벌 같은 세계적인 축제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국립오페라단의 잇따른 흥행과 케이블방송 ‘오페라스타’ 등으로 한껏 고조된 오페라 열기를 풀무질하기에는 충분하다. 새달 23일부터 7월 24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토월극장에서 열리는 ‘2011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이 그 무대다. 조창연 페스티벌 운영위원장은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페스티벌 흥행만 생각하면 보탬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창작오페라를 개발하지 않으면 세계무대로 진출할 수 없다.”면서 “기존의 작품성 높은 이탈리아 오페라와 함께 ‘논개’ ‘메밀꽃 필 무렵’ 등 창작오페라도 함께 올린다.”고 밝혔다. 호남오페라단의 ‘논개’(7월 12~15일)는 2006년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초연될 당시 소리꾼과 성악가, 국악 관현악기와 서양 관현악기가 한 무대에서 조화롭게 버무러져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조장남 단장은 “장수 현감 최경회의 후처인 논개가 진주 기생으로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는 한편 가장 한국적인 창작오페라 소재여서 선택했다.”면서 “판소리와 국악기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쓰이지만 상충되지 않게 밸런스를 맞췄다.”고 설명했다. 국립오페라단이 리하르트 바그너의 악극 ‘니벨룽의 반지’ 중 세 번째 이야기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각색한 ‘지그프리트의 검’(7월 1~10일)도 기대된다. 지난해 라벨의 ‘어린이와 마법’의 성공에 고무된 국립오페라단이 내놓은 두 번째 어린이오페라다.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은 “영화 ‘반지의 제왕’처럼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구미오페라단의 ‘메밀꽃 필 무렵’(7월 21~24일)과 베세토 오페라단의 ‘토스카’(7월 2~6일), 글로리아오페라단의 ‘청교도’(6월 23~26일)도 선보인다. 축제에 앞서 새달 18일 한강 세빛둥둥섬(플로팅아일랜드) 야외수상무대에서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등 오페라 부파(18세기의 희극 오페라)의 아리아들을 공연하는 갈라콘서트가 열린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직제왜곡 비판한 이형기 바른교회아카데미 연구위원장 “사역자가 권력 되면서 한국 교회가 무너졌다”

    직제왜곡 비판한 이형기 바른교회아카데미 연구위원장 “사역자가 권력 되면서 한국 교회가 무너졌다”

    지난 18일 서울 명동 청어람에선 이색 제언이 나와 관심을 끌었다. 바른교회아카데미가 한국교회를 향해 공식적으로 낸 ‘한국교회 직제 개선을 위한 제안’. 모두 7개항의 이 제안은 계급·신분화한 직제로부터 교회 공동체성을 회복할 것을 비롯해 직제가 사도의 신분이 아닌 사역 혹은 직무를 이어받은 사실을 명심할 것과 개인의 임의적 결정보다 집단적 협의와 합의를 통한 결정에 철저하게 따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금 개신교 위기의 근본적 이유를 교회 직제의 왜곡에 집중한 제안인 만큼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교회에 만연한 직제의 왜곡은 위험 수위를 훨씬 넘었다. 항간에선 교회를 위한 직제가 아닌, 직제를 위한 교회라는 말이 무성할 정도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회에선 직제 왜곡을 거론하는 게 금기시 돼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직제를 위한 교회’라는 말까지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장신대) 교정에서 만난 이형기(73) 바른교회아카데미 연구위원장(장신대 명예교수)은 “무너져 내리는 한국교회가 지금처럼 왜곡된 교회 직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개선과 회생을 기대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교회의 직제라면 전문 사역자인 목사·감독과 일반 사역자인 장로·집사·권사를 말한다. 목사·감독이 말씀과 성례집행을 담당한다면 장로는 목사를 도와 치리와 돌봄을 진행한다. 그런가 하면 집사는 사랑과 자비의 행위에 치중하며 한국교회에만 있는 독특한 사역형태인 권사는 여성 지도력 계발과 함께 기도·권면을 강조한다. 문제는 이 직제가 분화된 사역의 형태가 아니라 신분과 계급으로 고착화돼 권력과 파워(힘)의 상징처럼 변질됐다는 점이다. 사실 개신교계엔 ‘일개 집사가 목사에게 왜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는 식의 강압과 힘의 행정이 다반사다. 당회 등에서 모든 교권이 목사에 집중되거나 거꾸로 목사와 제직회가 허수아비로 전락한 채 전횡에 가까운 장로체제로 유지되는 교회도 적지않다. 집사·권사가 그저 전문 사역자의 시중쯤으로 전락한 교회도 적지않다. ●“일개 집사가 감히…” 강압도 “모든 신자와 사역자는 복음 신앙에 바탕한 같은 하나님 자녀로서 동등한 신분이라고 봐야한다. 그런 가운데 공동체 차원의 직제가 주어지는 것이다.” 전문 사역자라면 단지 열두 제자와 사도들의 말씀 선포와 성례집행을 위한 사역을 물려받은 것뿐인데 마치 그 제자·사도들의 유일무이한 신분을 물려받은 것처럼 행동하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이 교수는 말한다. “종교개혁은 가톨릭의 전문사역자들이 평신도와 구분되는 성직자 계급을 형성한 것을 비판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개신교는 존재한다.”는 이 교수는 그래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원로목사와 가족들의 교회 사유화 논란이나 한국 최대의 교회연합체인 한기총 내홍도 뒤틀린 교회 직제의 교정 노력을 통해 정리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개신교 낳은 종교개혁 되살려야 “교회는 이제 성경과 기독교 전통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입각해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복음선교 말고도 공적인 영역에서의 빛과 소금을 담당할 중차대한 입장에 있다.” 교회 밖에서 하나님의 선교를 연대 진행해야 할 교회가 개인의 영성과 구원에 몰입하는 기복주의와 사사(私事)화의 깊은 늪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참을 수 없단다. 이미 오래 전부터 교회 직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 왔다는 이 교수. “교회들을 향해 어렵게 주문한 직제 개선에 대한 당장의 반응을 기대하기란 어렵다.”면서도 목회자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순회강연과 홍보활동을 편뒤 ‘한국교회 개혁 지침서’를 내겠다고 벼른다. 글 사진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장·차관 ‘현장행정’ 빛과 그림자

    장·차관 ‘현장행정’ 빛과 그림자

    지난 23일 이명박 대통령이 신임 차관들에게 현장행정을 강조한 것과 관련, 각 부처 기관장들의 현장행정 실태를 파악한 결과, 대부분의 기관장들은 현장행정을 나름대로 충실히 하고 있었다. ●“현장에 답이 있다” 주간·월단위 방문 서울신문이 24일 파악한 바에 따르면 장·차관 등 기관장들은 주간 단위 또는 월단위로 현장을 찾고 있었다. 이돈구 산림청장은 25일 백두대간 산림훼손 복원지에 이어 27일에는 거제의 소나무 재선충 방제지, 다음달 1일에는 양양 낙산사 산불 조림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24일 인천에서 학부모 특강을 하는 등 차관시절부터 해온 주 1회 현장방문을 지금도 이어오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전도사’로 나선 윤영선 관세청장은 다달이 지역 상공회의소와 대학 등을 찾아다니며 FTA이후 경제상황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오는 27일 부산지역을 방문해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서다. 기관장들의 이 같은 현장방문은 리더십의 변화로 비쳐지고 있다. 조직관리나 업무추진보다 행정 수요자인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가려운 곳을 헤아려주는 ‘소통의 행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정책 왜곡 전달 사전차단 효과 이승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부처의 정책이 지자체 등 일선 행정 현장까지 100% 전달되지 않고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정책 결정권자인 장·차관들이 직접 정책 현장을 챙기면 이러한 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구제역이 창궐했던 올 초 유정복 농림식품부장관과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등은 1주일에도 1~2번 이상씩 현장을 방문해 방역상태 등을 점검했다. 4대강 문제, 연평도 포격사건, 물가 급등, 저축은행 부실문제 등 현안이 있는 곳엔 장·차관들의 발길이 잦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장방문을 통해 현안이 반드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주무 장관으로서 국민들에게 주는 행정의 체감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장·차관의 현장방문에 대해 곱지않은 시각도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각 부처 장관들이 앞다투 듯 현장을 찾는 것이 볼썽 사납다는 것. 일과성 전시행정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현장에서 행정수요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복지나 교육 등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업무일수록 정책결정권자로서의 조정능력을 키우는 데 더 진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현장 방문을 통해 현장의 공무원과 지역 주민 등의 의견을 정책에 담게 되면 실효성은 더욱 증가하지만 장·차관 의전 등의 문제로 업무가 지연되거나 마비되지 않도록 사전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장들 ‘결재 먼저 받기’ 쟁 탈전 기관장이 현장에 나가는 시간이 많을수록 정책 결정 과정이 늦춰진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일부 부처에서는 장관 결재를 받아야 하는 사항에 대해 누가 먼저 받는지를 놓고 국장들 간의 힘겨루기가 벌어지기도 한다. 행안부의 한 간부는 “구제역이 피크를 이뤘을 땐 장관실 비서진 모니터에 결재 순서가 적힌 메모지가 빼곡했다.”면서 “결재를 먼저 받기 위해 쟁탈전이 벌어져 비서들에게 귀띔하고 순서를 바꿔놓을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를 의식이나 한듯 몇몇 장관들은 주로 주말을 이용해 현장방문을 한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과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자주 이용했다. 결재 등 내부적인 업무처리에 지장을 주지 않을 뿐더러 일정관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동구기자·부처종합 yidonggu@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0)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10)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

    “다행스럽게 사르트르가 있었다. 사르트르는 우리들의 외부였다. 그는 정말로 뒤뜰에서 부는 바람이었다. 그는 우리들에게 새로이 자리잡은 질서를 견딜 수 있는 힘을 준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그런 수단이었다. 그는 하나의 모델, 하나의 방법 혹은 하나의 전형이 아니라 약간의 신선한 공기, 바람이었다. 카페 드 플로르에 들어서면서 그는 이상하게도 지식인들의 분위기를 바꿔 버리는 그런 지식인이었다.”(들뢰즈 ‘대담’) 1980년 4월 19일, 파리 몽파르나스는 인파로 넘쳐났다. 한 꼬마의 말로 회자되듯이 “사르트르의 죽음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것. 이 스펙터클한 장례식 행렬 속에는 도무지 하나로 파악될 수 없는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한데 섞여 있었다. 보기 흉하리만치 작달만한 신체, 까칠한 피부, 썩은 치아, 실명한 한쪽 눈에 콧소리 섞인 목소리를 지닌 철학자. 사르트르만큼 세인의 관심을 받은 철학자가 또 있을까. 어떤 사건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그의 입을 주시했으며, 그에게 무언가를 기대했다. 그는,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표현대로 ‘대중의 열정과 조급함의 대상’이었다. 사르트르 역시 자신에게 떨어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공적 삶과 사적 삶이 분리될 수 없다고 믿었으며, 자신의 삶과 철학이 당대에든 후대에든 ‘투명하게’ 노출되기를 바랐다.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열광했고, 또 한없이 분노했다. ●사르트르의 영광과 비참 세계 제2차대전 직후인 1945년.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사르트르의 강연회는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몰린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의자가 부서지고 고함소리가 난무했으며, 몇몇은 실신했다. 그들은 왜 거기 모였는가? 그들 중에 난해하기 짝이 없는 텍스트인 ‘존재와 무’를, 그의 처녀작 ‘구토’를 읽은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다. 그 당시 프랑스에서 사르트르는 하나의 ‘유행’이었다. 이 강연은 즉각적으로 그에 대한 오해와 비난을 야기했다. 젊은 들뢰즈와 그의 친구들은 ‘휴머니즘’이라는 낡은 모토에 아연실색했으며, 레비-스트로스를 위시한 일단의 ‘구조주의자’(미셸 푸코를 포함해서)들은 역사와 주체의 책임을 말하는 그의 논리를 도무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리고 사르트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존주의’라는 용어는 사르트르의 꼬리표가 되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사르트르’라는 이름은 대중문화처럼 삽시간에 소비되었으며, 1950년대와 60년대에 세계 각지의 민족해방운동단체, 혁명집단, 압제당하는 소수집단들은 앞을 다퉈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중에는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인 프란츠 파농도 있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그는 증오의 표적이 되었다. 그의 소설 ‘구토’는 세상의 모든 오물과 악취에 비유되었으며, 그의 여성 편력과 취향은 소설 속의 묘사와 비교되면서 끊임없이 가십거리가 되었고, 그의 아파트에는 두 차례에 걸쳐 폭탄이 투하되기도 했다. 좌파, 우파, 공산주의자, 반공주의자, 신, 도덕, 국가 등등 사람들은 사르트르를 거의 모든 것의 이름으로 공격하고 비난했다. 심지어 알튀세르는 이런 ‘사기꾼’의 입을 막으려면 채찍으로 때리는 수밖에 없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 영광과 비참 사이에 사르트르가 있다. 그는 끊임없이 인용되었으며, 그보다 더 많이 오해되었다. 사르트르라는, 한 시대의 아이콘에 대한 애정을 담아 쓴 꼼꼼하고도 깊이 있는 평전 ‘사르트르의 세기’의 저자 베르나르 앙리 레비는 사르트르에게 가해진 당대의 비난들, 즉 휴머니스트·역사주의자·주체주의자 등의 명명으로부터 사르트르를 구출해 내려고 한다. 사르트르는 영속적인 본질과 내면을 지닌 인간 주체를 믿기는커녕 끊임없이 ‘인간’ 자체를 회의하고 자아를 부정했으며, 고리타분한 역사의 진보 따위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분출하고 단절하고 폭발하는 ‘사건들의 도래’를 기다렸다는 것이 레비의 생각이다. 사르트르의 텍스트에 대한 가치판단은 해석자의 몫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누구나 그를 비난할 수 있었지만 당대의 누구도 그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사르트르의 ‘뒤틀리고 왜곡된 사유’를 비난했던 푸코도 마지막 대담에서는 자신이 그에게 진 빚을 고백했으며, 들뢰즈 역시 그러했다. “마지막 철학자는 사르트르야. 알겠나. 우리 모두는 그에게 모든 것을 빚지고 있어.” ●나는 지식인이다, 나는 작가다 20세기 철학자 중 사르트르만큼 다양한 장르에 열정적으로 참여한 지식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문학, 정치, 연극, 저널리즘, 비평, 방송, 샹송 작사 등 그는 글로 참여할 수 있는 거의 전 영역을 종횡무진했던, 말 그대로 ‘총체적 지식인’이었다. 사르트르가 지향했던 ‘총체적 지식인’의 이미지는 보부아르의 ‘이별의 의식’에 나오는 한 구절로 단번에 짐작된다. “내가 당신을 알게 되었을 때, 당신 스스로 스피노자이면서 동시에 스탕달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지요.” 스피노자와 스탕달, 냉정한 철학자와 이야기하는 사기꾼을 동시에 꿈꾸었던 철학자. 사르트르는 자기 시대를 사유하기 위해 수많은 철학자를 경유했고, 이를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 문학을 필요로 했다. 그에게 문학과 철학은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세계에 참여하는 두 개의 동시적 글쓰기요 존재양식이었다. 정치와 문학, 정치와 철학 역시 마찬가지였다. 때로는 지식인으로, 때로는 작가로, 그는 필요할 때마다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발언하고 행동했다. 전후에 벌어진 거의 모든 시위 현장에는 사르트르, 그가 있었다. 1947년에 발표된 ‘문학이란 무엇인가’는 문학에 대한 이론이라기보다는 ‘쓴다는 행위’에 대한 현재적 질문으로 구성된 텍스트다.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왜 쓰는가? 누구를 위하여 쓰는가? 사실, 아무도 이런 물음을 스스로 제기해본 일이 없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르트르의 답은 이렇다. 작가는 자기 시대에 관해 쓰고, 자기 시대를 위해 쓰며, 그럼으로써 현재의 다수에게 호소해야 한다는 것. 문학작품은 바나나처럼, ‘상하기 전에’ 소비되어야 한다. 문학 자체가 현재의 상황으로부터, 즉 이 시대의 비참함과 가난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는 ‘후세의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지금을 위해, 지금에 대해 말해야 한다. 이게 바로 사르트르의 그 유명한 ‘참여문학론’이다. 우리가 흔히 오해하듯이, 사르트르는 ‘문학’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현실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학 자체가 이미 ‘참여된’ 것이라고 말한다. 사물에 이름을 부여하는 행위 자체가 이 세계에 참여하는 행위라는 것. 사르트르는 자신의 작품을 틈날 때마다 가다듬고 수정하는 그런 유의 작가가 아니었다. 작가의 임무는 걸작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대중을 도발하는 것이라는 믿음. 이 믿음 하에서 그는 사유의 속도로 글을 써내려갔고, 불멸의 작가가 되기보다는 현재에 어필하는 ‘공공작가’가 되기를 소망했다. “작가는 설령 그것이 가장 명예로운 방식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기관화되는 것을 거부해야 합니다(…) 인간과 문화는 ‘기관’의 간섭 없이 존재해야 합니다.” 잘 알려진 대로 사르트르는 ‘기관’이 주는 일체의 상과 지위를 거부했다. 1945년에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거부했으며,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직도 거부했다. 그리고 1964년에는 노벨상 수상마저 거부한다.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줄 뻔했던 작품 ‘말’은 사르트르의 유년기를 담은 일종의 자전소설이다. 사람들은 ‘말’이라는 작품을 통해 사르트르가 ‘참여문학’이라는 유치한 망상에서 벗어나 문학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레비에 따르면, ‘말’은 문학에 고하는 이별선언문이다. 문학이 세계를 치유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야말로 병증이었다는, 자신이 유년기부터 앓아오던 ‘문학’이라는 병증으로부터 이제야 벗어났다는 섬뜩한 고백. 그러니까 스웨덴 한림원은 문학에 이별을 고한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려 했던 셈이다. 희대의 아이러니! 사르트르는 끊임없이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는 척하면서 대중을 배반한다. 그래서 누구도 사르트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 그를 사랑했던 이들도, 그를 증오했던 이들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의 삶은 그대로 그의 텍스트였다는 사실이다. 저자의 죽음이 말해지는 시대에, 사르트르는 여전히 텍스트와 삶의 일치를 꿈꿨다. 그런 점에서 그는 가장 20세기다운, 20세기의 작가다. “내가 미래에 요구하는 것은, 그 미래가 어떤 것이든지 간에, 나의 작품을 읽어달라는 것이다.” 채운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한국현대사학회 출범…초대 학회장 권희영 교수

    한국현대사학회 출범…초대 학회장 권희영 교수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학술모임인 한국현대사학회가 20일 오후 1시 30분 서울교대 에듀윌센터에서 창립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초대 학회장에 선임된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창립 대회사에서 “우리가 누리는 물적 풍요와 다원적 시민사회는 그네들(우리 할아버지와 부모 세대)의 피와 땀이 씨앗이 되어 거둔 결실”이라면서 “그럼에도 우리 지식사회의 한국현대사 연구는 이런 성취를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현대사학회는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제대로 조명하자는 취지에서 ‘한국의 현대사학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이날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김학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보정석좌교수는 ‘한국현대사학의 과제’라는 기조강연에서 한국현대사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일차 사료 발굴에 주력 ▲한국현대사에 대한 세계사적 안목에서의 접근 ▲일차 사료에 대한 교차 점검 ▲정치적·이념적 편향으로부터의 역사해석 왜곡에서 벗어나기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김명섭 연세대 교수는 ‘한국현대사 인식의 새로운 진보를 위한 성찰’이라는 논문에서 “반공주의라는 인식틀에 맞서서 현대사의 진실에 다가가고자 했던 노력은 역설적으로 ‘반반공’이라는 새로운 인식틀을 만들어냈다.”면서 “냉전시기 반공이 절대적 기준이 된 반공주의가 학문을 억압했다면 도그마가 된 ‘반반공’ 역시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른바 진보 좌파 진영이 북한의 3대 세습독재나 정치범수용소의 참상에 대해 어떠한 비판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김일성에 대한 한국 지성계의 인식적 궤적은 반공주의와 반반공주의를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킨다. 김일성의 항일 무장투쟁 경력을 직시하되 그것이 공산주의에 입각한 것이었다는 점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日정부 주도… 영토야욕 노골화 위안부 삭제등 교과서 서술 후퇴”

    “日정부 주도… 영토야욕 노골화 위안부 삭제등 교과서 서술 후퇴”

    지난 3월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이후, 일본 측의 일방적인 역사왜곡에 국내 여론은 들끓었다. 이후 두 달여 만에 일본 역사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학술적 분석 및 그 실체를 규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역사문제연구소·한국역사연구회 등은 20일 오후 2시 서울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에서 ‘2011년 일본 중학교 역사·공민교과서 분석심포지엄’을 갖고 역사 왜곡으로 문제시되는 일본 역사교과서와 역사인식에 대한 학술적 분석을 시도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등은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일본 정부에 교과서 수정을 요구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공동의 역사 인식 토대를 마련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이신철 성균관대 교수는 “2011년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는 정부 주도의 역사왜곡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른 기술을 한 지유샤·이쿠호샤판 교과서가 통과되는 등 애국심이 강조되고, 영토야욕이 노골화됐다.”면서 “아시아태평양전쟁을 ‘아시아해방전쟁’, ‘대동아전쟁’ 등으로 미화하거나 전체 교과서에 위안부에 대한 내용이 삭제되는 등 내용 면에서 심각한 후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2001년부터 일본 내에서 ‘극좌교과서’로 공격받았던 일본서적신사의 교과서는 도산으로 아예 검정신청도 하지 못했다.”면서 “이는 일본 전반의 교과서 서술이 얼마나 후퇴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짚었다. 은정태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일본의 한국 강제병합 관련 서술 분석’을 통해 한국 강제합병에 대한 지유샤·이쿠호샤 등 두 우익교과서의 왜곡된 서술을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은 연구원은 “2001~2009년 ‘일본정부는 일본의 안전과 만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한국의 병합이 필요하다’고 서술한 것을 2011년도 교과서에서 ‘일본정부는 일본의 안전과 만주의 권익을 방위하기 위해 한국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바꿨다.”고 지적했다. 은 연구원은 이어 “안중근에 대한 기술도 독립운동가·민족운동가가 일반적이지만, 두 우익 교과서에서는 각각 운동가와 청년이라고 지칭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일제강점기 서술에 대한 문제점도 드러났다. 신주백 연세대 교수는 발표에서 “지유샤·동경서적 등 출판사에서는 일제강점기를 ‘근대화’로 표현해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가학적 폭력과 폭언으로 포장된 사랑

    가학적 폭력과 폭언으로 포장된 사랑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광어’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백가흠(31)의 첫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문학동네 펴냄)가 재출간됐다. 모두 8편의 소설 중 표제작 ‘귀뚜라미가 온다’는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갯바람처럼 거칠고 비린 냄새가 난다. 능도 유원지의 바람횟집과 달구분식이 소설의 무대다. 바람횟집에는 스물여섯 살 남자와 서른네 살 여자가 산다. 달구분식은 달구와 노모가 꾸려간다. 바람횟집의 남자와 여자는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나이를 속인 채 사랑을 한다. 남자는 여자를 ‘시발년’이나 ‘미친년’, 기분 좋을 땐 ‘뚱띵’이라고 부른다. 잠이 오지 않거나, 여자 혼자 텔레비전을 볼 때 장난삼아 섹스를 한다. 또 옆집 달구네가 시끄러워지면 싸우는 소리 듣기 싫어 섹스를 한다. 여자는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장사 때문에 항상 안절부절못하며 전어철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옆집 달구는 거의 매일 술에 취해 노모를 상습적으로 구타한다. “이런, 꺼억, 시벌년”하면서 주먹을 휘두른다. 노모는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좁은 틈으로 몸을 감추며 매일 밤을 보낸다. 이들의 왜곡되고 폭력적인 관계는 ‘귀뚜라미’라는 태풍이 섬을 휩쓸면서 끝난다. 바람횟집 여자는 어렵게 구한 전어가 태풍에 휩쓸려 가자 그것을 건지려다 파도 속에서 사라진다. 달구의 노모는 아들에게 맞을 때마다 피하던 좁은 틈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물속에 잠기고 만다. 작가는 쳇바퀴 굴러 가듯 반복되는 가난한 삶을 가진 주인공들에게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노력도 희망도 주지 않는다. 자신이 마련한 돈을 가지고 사라져 버리는 여자를 붙잡지 않는 남자(‘광어’), 생계수단으로 부인의 포주 노릇을 하는 남편과 이를 수용하는 부인(‘밤의 조건’), 자신의 가족을 잔인하게 죽이고 처음 본 여자의 집에서 자살하는 남자(‘구두’) 등 그들만의 세상에서 앞으로 나아가기란 죽을 만큼 힘겨운 일이다. 평론가 김형중씨는 “백가흠 소설의 주인공은 남자이며, 모성애의 원형적인 질투에 기인한 경쟁과 소유욕으로 점철된 잔인한 폭력성이 ‘피학적 헌신’, ‘가학적 폭행’, 강간, 신성모독 등으로 사랑을 표현하게 하고 있다.”면서 “백가흠은 남성 판타지와 폭력성에 대한 심리학적 탐구에서, 철학적 탐구로 이행해 가는 도정에 있다.”고 작품세계를 평했다. 1만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외신보도의 문제/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외신보도의 문제/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때 종속이론이 한국 학계를 풍미한 적이 있다. 한국경제가 대외 선진경제에 종속되어 독자적인 발전의 길을 모색할 수 없다는 이 이론은 현상이 그렇지 않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퇴조했다. 언론학계에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학자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허버트 실러는 미국의 양심이라는 촘스키 교수에 버금가는 대표적인 미국 비판론자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 치열할 때인 1969년에 나온 ‘미국 제국’은 그의 대표작으로, 미국이 전 세계를 지배하고자 얼마나 정보·문화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를 폭로한 책이다. 만약 어떤 나라가 패권을 차지하고 이를 유지하려 한다면 정보·문화의 지배는 필수적이다. 한 나라의 패권에는 지배당하는 자의 불만이 있게 마련이고 이를 무마하려면 큰 비용이 드는데, 패권적 정보와 문화는 아예 이런 인식을 막아 불만이 생기지 않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국제 뉴스는 이 점에서 단적인 사례다. 잘 알려졌다시피 서울신문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언론들은 대부분의 국제 뉴스를 CNN이나 로이터 같은 국제 뉴스사들이나 국제 정세에 민감한 선진국 언론들의 공급에 의존한다. 우리도 특파원이 일부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교류가 많은 나라에 국한된다. 허버트 실러가 한참 인용될 때인 1980년대 초중반에도 그랬지만 그때에 비해 나라의 부가 몇 배나 증가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특히 수시로 벌어진 전쟁 탓에 국제 뉴스의 온상이 된 중동의 경우는 최근의 재스민 혁명이나 리비아 사태에 이르기까지 이들 국제 언론사의 취재 범위를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고 최근 연구는 말한다. 그러나 이 점은 이들 뉴스의 진위 여부를 떠나 중동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크게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 ‘동침 언론’으로 직역될 수 있는 이른바 ‘임베디드 저널리즘’(embedded journalism)은 이들 언론의 약점을 지적한 말로, 전쟁에 참여한 한쪽 군대와 같은 침상을 쓰는 기자가 어떻게 양쪽을 공평하게 볼 수 있겠는가를 빗대는 말이다. 결국, 그 뉴스들은 미국(또는 영국, 나토 등)의 시각을 그대로 옮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은 언론 통제에 실패해 낭패를 봤던 베트남 전쟁 이후 매우 체계적이고 집중적이 된 미국의 전쟁 언론정책, 특히 걸프전쟁을 떠올려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이들 언론사가 미국의 정책을 무작정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아니다. 이들도 나름의 관점과 상당한 자율성을 가지고 취재에 임한다. 또 지금은 국제 언론사들이 이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알자지라 같은 중동 소재의 뉴스사들도 뉴스를 생산하고, 심심치 않게 우리 언론에도 인용된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대안들은 압도적인 군사력과 정보력을 앞세운 미국의 체계적인 정보관리에 턱없이 못 미친다. 빠르고 생생한 뉴스를 추구하는 이들 언론에 문제의 핵심에 있는 사담 후세인이나 오사마 빈라덴, 카다피 등에 대한 각종 정보는 그야말로 금쪽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보는 군사적으로 매우 비밀스러운 것이며, 그에 준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면 가까이 갈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것이다. 미국의 국방부나 CIA 같은 정보기관이 언론에 중요하게 취급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들이 전략적으로 흘려주는 정보는 국제 언론사들에 의해 다시 가공되고 전 세계로 전파된다. 가치 높은 뉴스를 얻으려면 이들의 이런 관리를 받는 게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오사마 빈라덴의 죽음을 두고 끊임없이 제기되는 각종 의문과 루머, 리비아 사태의 향배를 둘러싼 확인할 길 없는 이런저런 예단과 추측성 전망은 앞으로 생길 이와 비슷한 또 다른 어떤 사태에서 큰 차이 없이 반복될 것이다. 마치 이라크전이 걸프전의 쌍둥이였던 것처럼. 지난 1980년대에 실러의 주장을 처음 들으면서 충격을 느꼈던 우리 언론이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별다른 돌파구 없이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
  • [5·18민주화운동 31주년] 5·18 왜곡 활동에 국민혈세가 줄줄?

    [5·18민주화운동 31주년] 5·18 왜곡 활동에 국민혈세가 줄줄?

    정부로부터 활동자금을 지원받는 일부 보수단체들이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과 의미를 훼손하고 역사적으로 검증된 사실마저 왜곡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학살 北소행” 단체 세계유산 반대청원 17일 보수단체인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국정협) 등 보수단체에 따르면 국정협과 ‘한미우호증진협의회’ 소속 대표들은 최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를 찾아 5·18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광주시민 학살은 북한특수부대 소행”이라는 내용의 ‘광주 5·18사건 유네스코 등재 반대 청원서’를 한글과 영문으로 각각 작성했다. 청원서를 직접 작성한 한미우호증진협의회 한국지부 서석구 대표는 “5·18은 명백한 북한군의 소행”이라면서 “다시 한번 청원서를 제출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추진위)는 5·18 당시 정부와 전남도청 등이 만든 자료와 관련 사진, 시민 성명서 등을 지난해 3월 유네스코에 제출한 바 있다. 오는 22일부터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총회에서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보수단체들이 5·18 민주화운동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반대하는 청원을 낸 것으로 알려지자 국민들 사이에서는 “명백한 역사 왜곡 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정협과 한미우호증진협의회가 제출한 청원서에는 “살인자들은 한국군이 아니라 북한이 파견한 북한특수부대 군인들이었습니다. 북한군이 광주시민과 남한 군인들을 이간질시키기 위하여 무고한 광주시민을 사살하였기 때문에 광주사건이 악화되었습니다.”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국고지원에 사후관리도 강화해야” 여기에다 5·18 민주화운동 등 역사적 사실을 훼손하려는 단체들 중 일부가 정부로부터 활동지원금을 받고 있어 논란을 확대시키고 있다. 국정협은 지난달 12일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2011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220개 단체에 포함돼 4500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 국정협은 행안부 공익사업선정위원회에 ‘국가 정통성과 정체성 회복을 위한 국민통합활동’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지원금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실제로 이들이 국가 정체성을 알리기는커녕 5·18 민주화운동 관련, 왜곡된 사실만 확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재근 참여연대 시민감시팀장은 “국정협 등 단체에서 정부 지원금을 직접 역사왜곡 활동에 썼다는 것이 확인되면 환수 대상이 되겠지만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면서 “국고를 지원할 경우 사후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꼴불견’ 보수단체 “5·18은 북한특수부대 짓”

    정부로부터 활동자금을 지원받는 일부 보수단체들이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과 의미를 훼손하고 역사적으로 검증된 사실마저 왜곡하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보수단체인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국정협) 등 보수단체에 따르면 국정협과 ‘한미우호증진협의회’ 소속 대표들은 최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를 찾아 5·18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광주시민 학살은 북한특수부대 소행”이라는 내용의 ‘광주 5·18사건 유네스코 등재 반대 청원서’를 한글과 영문으로 각각 작성했다. 청원서를 직접 작성한 한미우호증진협의회 한국지부 서석구 대표는 “5·18은 명백한 북한군의 소행”이라면서 “다시 한번 청원서를 제출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추진위)는 5·18 당시 정부와 전남도청 등이 만든 자료와 관련 사진, 시민 성명서 등을 지난해 3월 유네스코에 제출한 바 있다. 오는 22일부터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총회에서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보수단체들이 5·18 민주화운동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반대하는 청원을 낸 것으로 알려지자 국민들 사이에서는 “명백한 역사 왜곡 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정협과 한미우호증진협의회가 제출한 청원서에는 “살인자들은 한국군이 아니라 북한이 파견한 북한특수부대 군인들이었습니다. 북한군이 광주시민과 남한 군인들을 이간질시키기 위하여 무고한 광주시민을 사살하였기 때문에 광주사건이 악화되었습니다.”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에다 5·18 민주화운동 등 역사적 사실을 훼손하려는 단체들 중 일부가 정부로부터 활동지원금을 받고 있어 논란을 확대시키고 있다. 국정협은 지난달 12일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2011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220개 단체에 포함돼 4500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 국정협은 행안부 공익사업선정위원회에 ‘국가 정통성과 정체성 회복을 위한 국민통합활동’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지원금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실제로 이들이 국가 정체성을 알리기는커녕 5·18 민주화운동 관련, 왜곡된 사실만 확산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재근 참여연대 시민감시팀장은 “국정협 등 단체에서 정부 지원금을 직접 역사왜곡 활동에 썼다는 것이 확인되면 환수 대상이 되겠지만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면서 “국고를 지원할 경우 사후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지방시대] 분양가상한제 나아갈 길/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지방시대] 분양가상한제 나아갈 길/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신축주택은 하루라도 살았다면 시장에서 중고주택의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중고주택은 신축주택가격의 85% 정도 낮은 수준이고, 일본은 2003년 조사에 따르면 중고 아파트 가격이 신축 아파트 평당 구입가격의 64% 정도 된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신축주택의 가격은 당연히 중고주택의 가격보다 높다. 너무나 뻔하고도 지당한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 각국의 주택시장에서 당연한 얘기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다. 물론 일부지역에서는 중고주택에 비해 신축주택의 가격이 높지만 일반적으로 그 가격 차가 그다지 크지 않고, 오히려 중고주택의 가격이 신규 분양주택의 새로운 가격기준이 되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형성에 있어서 나타나는 기이한 문제의 본질은 중고품이 신상품보다 높은 가격으로 형성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주택가격의 전복 현상은 개인의 자산 축적 욕구와 공공의 정책적 판단 오류에 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 주택가격이 일정수준으로 유지돼야만 하는, 다시 말해 금융상품화 및 주택의 자본예속화로 인해 주거로부터 자유를 박탈하는 사회풍토에도 있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분양가상한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분양가상한제는 공공택지 내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 주상복합 등을 포함한 민간주택 등도 원가에 적정수익률을 더해 분양가를 정하는 것이다. 즉, 주변 주택가격의 시가보다 낮게 신규분양가격을 책정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이는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정책적·심리적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의 침체 국면에서는 주택사업자의 공급의욕 감소,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사업 지연 및 공급물량 감소, 중고주택에 비해 저렴한 신축주택을 기대하는 투기 수요의 양산으로 인한 주택시장 내 수요 왜곡 현상 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분양가상한제의 적극적인 개선 및 폐지가 요구된다. 물론, 전면 폐지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85㎡를 초과하는 분양주택에 대해서 폐지하는 것은 무방할 것이다. 적어도 이 규모의 주택을 분양받고자 하는 수요층은 어느 정도 구매력을 확보하고 있는 계층이며, 일정요건의 금융조건에 부합하면 충분히 주택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60~85㎡ 미만의 주택이나, 60㎡ 미만 소형분양주택의 경우에는 일정한 제한을 두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1인가구, 2인가구의 증가나 고령화로 인해 노인세대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서 소형주택은 복지적 주택개념에 입각해 신규분양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60~85㎡ 미만의 주택은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해 부동산시장의 국지적 특성을 살리고, 지역실정에 맞는 분양가상한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괄적이고 무차별적인 분양가상한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서민형의 소형주택은 강력한 가격통제정책을 실시하고, 중·대형의 주택은 민간사업자의 자율성과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합한 가격수준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주택자본주의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정비해야 할 과제다.
  • [데스크 시각] 금감원이 사는 길/박정현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금감원이 사는 길/박정현 경제부장

    저축은행 사태는 금융감독원 비리로 발전됐고, 이제는 ‘금융강도원’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의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사태를 보면서 국회 청문회를 다시 들어봤다. 지난 4월 20일 국회는 전·현직 금융 수장을 불러모아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 규명 및 대책 마련 청문회를 가졌다. 참석한다, 안 한다는 논란 끝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참석해 뉴스 가치는 어느 때보나 높았지만 차분히 청문회 중계를 지켜볼 여유는 없었다. 한달 가까운 시간이 지난 시점에 굳이 국회 홈페이지를 찾아가 동영상을 다시 들여다본 까닭은 국회의원들이 금융 수장에게 뭐라고 했을지가 궁금해서다. 그리고 금융수장들은 어떤 방어 논리를 폈을지를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부실 저축은행 정책을 편 금융위의 잘잘못에 관심이 집중됐고, 금감원은 책임 공방에서 살짝 비켜 있는 듯했다. 회의는 오전에 시작됐건만 이헌재·진념 전 부총리는 오후 4시쯤 느긋하게 출석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 수장을 대상으로 정책 잘못을 따졌고, 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의 금융 수장을 타깃으로 삼는 분위기였다. 이헌재·진념 전 부총리, 전광우·진동수 전 금융(감독)위원장, 김종창 전 금감원장 등의 전직 수장 5명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감원장 등 8명의 증인. 그들은 명성답게 국회의원들의 질타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정책적인 실패였지 않느냐, 지금이라도 실패였다고 인정하라는 식의 국회의원 추궁에 수장들은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면서 “지금이라도 그때의 정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부실의 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위풍당당했다. “공직자라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에둘러 책임을 인정하는 ‘따거’의 모습을 보여준 이는 윤증현 장관 정도가 유일했다. 우리나라에는 왜 앨런 그린스펀 같은 이가 나오지 않는가.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시절에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고 지난해 고해성사했다. 자신의 정책이 70%는 옳았지만, 30%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틀린 것 같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일부 책임이 자신에게도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무려 21년 동안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맡았던 그로서는 경제정책의 잘못을 인정하는 게 무척이나 자존심 상했을 법하다. 숱한 금융 수장들이 정책수립과 집행을 했건만 공식 사과는 김석동 위원장의 몫이었다. 김 위원장은 3월 17일 저축은행 영업정지 조치를 하면서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었다. 저축은행이라는 폭탄돌리기를 하다가 자신의 임기에 터진 것을 놓고 전직 금융 수장들을 대리한 포괄적인 사과의 성격이다. 잘못된 저축은행 정책을 펴서 영업정지 사태를 빚고, 예금주들에게 불편을 준 데 대한 사과인 동시에 예금한 돈 가운데 5000만원이 넘는 돈 2173억원을 찾지 못하게 된 3만 2000여명의 예금주를 향해 고개를 숙인 것이다. 그뿐이다. 직원이 강남 이사 비용 명목으로 2억원을 받고, 승용차를 받아 챙긴 사실이 밝혀져도 금감원은 말이 없다.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대통령이 금감원을 방문해서 유례 없는 질타를 해도 마찬가지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서인가. 침묵 속에는 현재의 소나기가 시간이 지나면 곧 그칠 것이라는 안일함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자신들은 평균 연봉 9000만원을 받으면서 ‘소박하게’ 살고 있을 뿐이고, 일부 직원들이 저지른 개인 비리에 불과한데 왜 금감원 조직 전체를 흔드느냐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현재의 검찰 수사 진행상황이 본질과 달리 왜곡돼 있다는 불만도 가질 법하다. 금감원은 사상 최대 규모라는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직 추스르기도 중요하겠지만 금감원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에 대한 처절한 반성을 해야 한다. 수습책에 앞서 밥그릇 싸움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금감원이 사는 길의 시작은 반성과 사과다. jh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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