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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노 전 대통령 NLL 발언 실체 명백히 규명하길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 이면 협의의 실체를 놓고 대선 정국이 달아올랐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요지의 발언과 함께 100조원가량의 대북 지원을 구두로 약속했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당시 비공개 단독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NL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공동어로 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당시 회담에 배석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과 민주당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준비에 착수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NLL(북방한계선)은 6·25 정전 당시 유엔군 측이 그었으나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등에 의해 뒷받침되면서 실질적인 영토선으로 이어져 왔다. 1, 2차 연평해전 등 NLL을 무력화하려는 북측의 숱한 도발을 막아내며 산화한 우리 젊은이들의 얼이 숨쉬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대통령이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NLL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했다면 그 자체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일뿐더러 이후로도 남북 간 분쟁의 소지를 키운 것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위중한 사안이다. 노 전 대통령은 실제로 남북정상회담 직후 청와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NLL을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건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도 있다. 노 전 대통령 발언의 진상과 정 의원 발언의 근거가 명명백백히 가려져야 한다고 본다. 정 의원 주장대로 북측이 녹음했다는 정상 간 대화록을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갖고 있다면 즉각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1급 비밀’ 운운하며 덮고 가자는 식의 논리로 버티는 건 국민적 혼란을 키울 뿐이다. 남북 관계의 추가적 왜곡을 막기 위해서라도 투명한 진상공개가 요구된다. 물론 이를 통해 그 어떤 근거도 없이 정 의원 등이 선거에 활용할 목적으로 꺼내든 흑색선전임이 드러난다면 이 또한 대선 정국의 혼란을 부추기고 남북 관계에 불필요한 마찰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는 점에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 [김문이 만난사람] 독도연구 위해 귀화한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 호사카 유지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독도연구 위해 귀화한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 호사카 유지 교수

    비에 젖은 모습은 참으로 심금을 울린다. 하여 대중가요 노랫말에도 자주 등장한다. 가수 주현미의 노래 중 ‘비에 젖은 터미널’이 있다. ‘밤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비에 젖은 터미널/인적도 없고 밤바람도 차가운데 어이해서 내 마음을 울려주는가/ 아 당신은 무정한 사람 내마음을 울리는 사람~’ 이 대목을 독도로 옮겨 보자. ‘비에 젖은 독도’라고 말이다. 한 일본인, 그러니까 한국으로 귀화한 독도 사랑인이 어느 비오는 날 독도를 갔을 때 ‘비에 젖은 독도’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큰 바위에서, 그 아래 굽이치는 물결과 빗방울의 만남을 보면서 독도의 숨결과 역사를 느꼈다. 온몸에 전율로 다가온 독도는 ‘무정한 당신’이 아니라 오래도록 ‘기다렸던 유정한 당신’이었다. 호사카 유지(56) 교수, 세종대에서 독도종합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토종 한국인보다 더 독도를 사랑하고 연구하고 세상에 ‘독도는 한국땅임’을 알리고 있다. 그는 한국으로 귀화한 뒤 독도를 방문하던 날 그야말로 비에 젖은 독도를 봤다. 너무도 아름다워 홀딱 반했다. 물론 그 이전부터 독도를 그리워했다. 왜 그랬을까. 지난 5일 오전 서울신문 인터뷰룸에서 그를 만났다. 독도 얘기가 나오자 표정이 즐거웠고 어투는 일본말이 섞였지만 논리정연했다. 그러면서 결론부터 나온다. “일본의 주장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논리개발이 숙제이며 (그들의)논리가 대부분 드러나고 있다. 감정이 아닌 논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 인천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안식년으로 연구할 시간도 부족할 텐데 요즘 하루 3차례씩 강연을 나간다고 했다. 주제는 당연히 ‘독도’다. 먼저 세종대의 독도종합연구소에 관한 얘기부터 나왔다. “독도 주변의 영유권에 관계되는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독도 연구는 1998년부터 했으니까 14년째가 된다. 정식으로 독도종합연구소를 설립한 것은 2008년 5월이다. 연구소에는 연구원 3명, 협력교수 5명, 그리고 필요하면 아웃소싱 등을 하면서 연구를 해나가고 있다.” 그는 2003년 귀화했다. 계기가 흥미롭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4강에 진출하는 것을 보고 한국의 잠재력, 세계적으로 도약하는 한국에 감동하고 귀화를 결심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스포츠 스타가 대부분 재일교포였다. “축구의 가마모토, 야구의 장훈, 역도산, 최배달 등 초인적인 인물들은 전부 재일교포다. 이들을 정말 많이 응원했다. 요즘도 그렇다. 이승엽 선수는 한국에 다시 왔지만 이대호 같은 선수가 한국인이다. 야구경기를 볼 때마다 이승엽과 이대호 선수를 많이 응원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화제가 스포츠로 넘어갔다. 그는 “일본 선수보다 한국 선수들이 착하다. 단결심도 있고 선배를 따르고 그런 점이 매력 있다.”며 웃는다. 일본과 한국 축구경기 때 어디를 응원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한국이죠.”라고 대답한다. 규모면에서 한국 선수들은 일본 선수들보다 한발 더 내디디는 능력이 있다고 표현한다. 얘기가 나온 김에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정말 훌륭하다. 싸이는 개인적으로 안다. 가수 김장훈이 독도행사에 자주 참여했는데, 그때 싸이와 여러 번 만났다. 싸이가 대단한 이유가 있다. 영어를 잘한다. 타고난 유전자가 다르다. 앞으로 한국에는 제2, 제3의 싸이가 나온다. K팝 스타들이 많으니까. 그들은 일본 가수, 중국 가수, 아시아 어느 가수들보다 영어를 잘한다. 노래실력은 물론 퍼포먼스하는 능력이 미국 가수 못지않다.” 그는 스포츠와 연예 분야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신이 났다. “중학교와 대학 때 잠시 야구선수를 했다. 포수와 3루수를 맡았는데 부상을 입어 중도에 그만두었다.”며 웃는다. 그러면서 “싸이는 이제 선두로 나섰고 그를 따라가는 가수들이 한국에 많이 나올 것”이라고 거듭 장담한다. 얘기를 다시 독도로 돌렸다. 그는 지금까지 독도를 6번 다녀왔다. 독도의 사계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갈 때마다 독도는 우리들을 늘 기다리고 있었다.”고 피력했다. 맑은 날씨, 흐린 날씨, 비오는 날씨 등에 관계없이 독도는 여전히 그를 반기고 있었다고 부연한다. “비에 젖은 독도는 정말 아름다웠다. 맑은 날씨에는 독도의 바위모습이 웅장하게 보였고 비에 젖은 (독도의)바위는 베일에 가려진 신비였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사람이 비에 젖은 옷을 입은 것처럼 말이다. 맑은 날씨에는 독도가 생각보다 크게 보였다. 독도는 계절별로 아름다우며 그런 모습을 사랑한다.” 이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들려준다. “일본 측 주장은 이제 성립되지 않으며 극복할 논리개발이 이미 돼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한국은 독도문제와 관련해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일본이 독도 논리를 주장할 때 즉각적으로 받아칠 대응 논리로 맞서야 국제적으로 유리한 여론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본 사람들 가운데 일반인들은 독도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일본 인구 중 10%가 지식인이라고 하면 그 가운데 5% 정도가 독도 얘기를 한다. 직접 일본에 가서 인터뷰도 했지만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독도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교사의 입장에서 혹시 틀린 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일부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했더라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고 있다. 일본에는 양심적인 교사가 많고 잘못 가르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면서 지식인 중 극히 일부가 독도에 대해 큰목소리를 낸다고 말한다. “독도가 한국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이 같은 주장 뒤에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왜곡되고 은폐된 내용들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측은 역사자료와 논리개발만 제대로 하면 (국제적으로)상당히 유리하다. 일본 측은 지금까지 교묘하게 은폐하고 있다.” 일본은 오는 연말 국제사법재판소에 독도문제를 제기할 것이며 그런 상황에서 선진국의 이해가 일본 쪽으로 기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세계인들이 독도의 진실을 알 수 있도록 한국 측이 준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독도문제는 아직 미국의 영향력이 있으며 일본은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다시 강조한다. “독도문제에 대해 한국은 논리가 아니라 감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면 손해다. 스스로 목을 조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에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서양에는 이런 속담이 없다. 말을 앞세워서 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일본의 주장에 즉각 대응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일본의 주장을 완벽하게 극복할 그런 논리를 내세우는 시스템 말이다. 현재까지 연구해 본 결과 일본의 주장은 왜곡되고 은폐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올해 말 그동안 연구한 새로운 결과물을 국내에서 책으로 내고 내년 초에는 일본어판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독도가 한국땅일 수밖에 없는 자료들을 되도록 많이 축적해 놔야 모든 상황에서 유리하다는 생각에서다. 책 속에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조문에 독도를 언급한 대목이 없다는 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을 예정이다. 그 내용과 관련해서 물었더니 모방송국과 같이 한 것이라 지금은 밝힐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으로 귀화했으면서 왜 일본 이름을 사용하고 있을까. 웃으면서 대답한다. 귀화할 때 법원에 ‘호’씨 성을 갖고 갔더니 담당 직원이 “호씨는 중국 성인데 일본 출신이 쓰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 그냥 ‘호사카 유지’로 쓰게 됐다고 한다. 그는 한국인 부인과 결혼해 슬하에 2남1녀를 두었다. 자녀들의 성은 어떻게 쓰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비밀”이라며 웃는다. 부인은 일본 문학동호회 모임에서 만났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국말 배우는 데 어려움은 없었으냐고 묻자 “배우면 배울수록 심오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日 도쿄 출생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국 체류 15년만에 한국으로 귀화…2005년 일본계 인사로 보신각 타종 첫 참가 일본 도쿄 출생이다. 1979년 도쿄대학을 졸업했고 1988년 한·일관계 연구를 위해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8년 세종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으며 2003년 6월 한국 체류 15년 만에 한국으로 귀화했다. 2005년 8월 일본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8·15 보신각 타종 행사에 참가했다. 2012년 현재 세종대 인문과학대학 교양학부 부교수 및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아울러 국립국회도서관 독도자료실 자문위원, 국립국회도서관 홍보대사, 동북아역사재단자문위원, 경북 상주시 홍보대사, 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상임이사, 한국일본학회 이사, 단국대 일본연구소 편집위원, 동아시아 일보학회이사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저술로는 ‘일본제국주의의 민족동화정책분석’(2002), ‘일본고지도에는 독도가 없다’(2005), ‘일본역사를 움직인 여인들’(2006), ‘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2007), ‘우리 역사 독도’(2009), ‘대한민국 독도-일본 논리의 종언’(2010), ‘대한민국 독도교과서’(2012) 등이다. 번역서로는 ‘독도·다케시마 한국의 논리’(2004), ‘한국전쟁’(2006) 등이 있다. 이 밖에 한·일관계사, 독도영유권 문제, 역사교과서문제, 야스쿠니신사문제, 한류와 일본의 우익사상 등에 관한 논문이 다수 있다.
  • ‘버스폰’ 막으니 편법 폐쇄몰 뜬다

    ‘버스폰’ 막으니 편법 폐쇄몰 뜬다

    최근 ‘갤럭시노트2’와 ‘아이폰5’ 등 거물급 스마트폰들이 잇따라 쏟아지는 가운데 온라인 판매업자들보다 휴대전화를 싸게 판다는 ‘폐쇄몰’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의 제재로 ‘버스폰’(버스요금처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휴대전화) 판매가 가로막히자 법인제품 판매업자들이 저렴한 스마트폰을 찾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편법 운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스마트폰 과잉 보조금에 대한 시장조사에 나서면서 휴대전화를 온라인 판매업자들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폐쇄몰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비공개로 운영되지만, 일부는 포털 사이트의 지식검색 등을 통해 인터넷 주소를 알아낼 수 있다. 원래 폐쇄몰은 기업이 임직원과 VIP 고객들에게 제품을 시중보다 70~80% 저렴한 가격으로 은밀하게 판매하는 곳을 말한다. 의류 및 유통업계에서 일반화된 ‘패밀리세일’ 사이트들이 대표적이다. 제품의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가면서도 재고를 소진하고 임직원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스마트폰 폐쇄몰들은 초대받은 회원들에 한해 최신 스마트폰을 비롯해 다양한 휴대전화들을 할인 판매한다. 누구나 가입해 공동 구매로 스마트폰을 싸게 사는 ‘버스폰 카페’들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폐쇄몰들은 카페 쪽지 등을 통해 외부로 드러나지 않게 정보를 주고받으며 법인영업용 특판 제품들까지 판매한다. 법인용 제품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파는 것은 불법이다 보니 폐쇄몰들이 방통위 감시를 피해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다. 최근 폐쇄몰이 인기를 끄는 것은 지난달 100만원에 가까운 최신 스마트폰들이 10만원대에 팔린 ‘버스폰 대란’이 큰 역할을 했다. 시장 왜곡을 경험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스마트폰을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어떻게든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하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한 폐쇄몰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3’ 등 최신 제품들을 할부원금 없이 판매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통사나 제조사, 대리점들이 아직도 방통위의 눈을 피해 은밀히 보조금과 장려금 등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통사가 가이드라인(27만원) 이상의 스마트폰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제재를 가하도록 하고 있지만, 폐쇄몰에 대해서는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버스폰 대란 이후 제조사 차원에서의 장려금 지급은 중단된 것으로 안다.”면서 “아마도 상당수 카페는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폐쇄몰로 위장 홍보하는 일반 휴대전화 커뮤니티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시론] 중국, 시장이 아닌 ‘사람’을 이해해야/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시론] 중국, 시장이 아닌 ‘사람’을 이해해야/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한·중 수교 20주년인 올해에는 언론에 중국 관련 뉴스가 자주 등장했다. 세 보지는 않았지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 소재 기사가 무척 많았던 것 같다. 중국이 우리에게 지니는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관광 부문도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에게 가장 가까운 외국은 한국이고, 방한 중국 관광객의 수는 올해 전년보다 무려 50만명이 늘어난 280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소득이 2만 달러가 넘는 중국인 규모는 이미 한국 전체 인구를 넘어섰다. 그리고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의 출신 지역 또한 동부 연안에서 서부 내륙까지 2선, 3선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방한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라 하지만, 좀 과장하면 방한 중국 관광객 1000만명 시대가 먼 훗날의 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하지만 문제는 만만치 않다. 다음과 같은 의문 때문이다. 우리가 오늘날 중국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지? 중국관광객을 단순히 ‘큰손’이라는 경제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볼 뿐, 문화나 사람의 측면에서는 우리보다 한 수 낮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라는 왜곡된 태도를 지니고 있는 건 아닌지? 또 일천한 경험과 지식만 갖고 광활한 중국을 섣불리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건 그만큼 우리가 중국에 관한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요, 체계적인 대비도 부족했음을 뜻한다. 우리에게 바람직스럽고도 미래지향적인 대(對)중국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나는 한·중 간 다양한 인적 교류야말로 그 무엇보다 우선 돼야 한다고 믿는다. 풀뿌리 민간교류는 시장보다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며, 양국, 나아가서는 국제사회의 번영을 위한 튼튼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중·일 3국 간 긴장관계가 조성되고 있지만, 이런 갈등도 국가 간 민간교류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면 소통의 매개 역할을 하여 보다 지혜롭게 해결될 수 있지 않겠는가. 특히 한·중 간 청소년, 대학생 등의 교류는 정말 필수적이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지금, 우리는 이들을 더욱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가 요구된다. 중국의 청년층은 지적 능력과 신기술에 대한 적응력, 그리고 문화 전파 능력이 대단하다. 한국으로 유학 온 중국 학생들도 어느덧 6만명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중국인의 시각에서 생생하게 한국의 문화와 매력을 자국에 전달하는 훌륭한 민간외교관들이다. 이런 점에 주목하여 한국관광공사는 이들과의 교류에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일변도로 나아가고 있는 유학 편중 현상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더 많은 유학생들이 가도록 하여 양국 간 이해도를 높이고, 중국 전문가가 더 많이 배출되게 해야 한다. 너무나 넓을뿐더러, 지역적으로도 이질적인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초등학교에서 고교생까지 중국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갖도록 하는 교육이 뒷받침되면 좋겠다. 또한 이따금 보이는 중국과 관련된 선정적인 기사는 주요한 보도거리가 아닌 한 언론들이 최대한 자제해 주었으면 한다. 지구촌 시대의 독자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을 포함한 세계인이다. 특히 선정적인 기사들로 인해 한국인들은 부지불식간에 중국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에, 중국인들은 반한감정에 빠지기 쉽다. 또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한·중 민간교류에도 보이지 않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역사와 지정학적 위치 등 어느 모로 보나 세계 어디보다 중국을 더 잘 이해하고 있을 법한 나라는 한국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여느 다른 나라보다도 중국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 우리를 보면 안타깝다. ‘거대 시장’ 이전에 ‘사람과 문화’로서 중국을 바라보는 자세 그리고 상대의 입장에서 자신을 투영해 보는 역지사지의 미덕, 이방인을 배려하는 우리 특유의 전통 미덕을 살리는 자세가 아쉬운 오늘이다.
  • 자동차 블랙박스 ‘이젠 선택 아닌 필수’

    자동차 블랙박스 ‘이젠 선택 아닌 필수’

    최근 방송인 정준하가 차량 접촉사고를 낸 후 도주한 운전자에게 경고의 글을 남겨 화제다. 정준하는 자신의 트위터에 ‘아침 일찍 촬영하고 나와 보니 누가 내 차를 박고 도망갔네. 요즘은 곳곳에 블랙박스가 있다는 사실! 명심하쇼.’라는 내용의 글을 남기면서 차량용 블랙박스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회자됐다. 이제 차량용 블랙박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차량 사고뿐 아니라 주차된 차량 파손 등에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유일한 목격자인 블랙박스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면서 수요 또한 급증하고 있다. 더불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중소형 블랙박스 제조업체와 저가형 중국산 제품에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확한 사고 기록을 위해서는 가격보다는 품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블랙박스 구매, 5계명 차량용 블랙박스 구매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녹화 영상의 품질”이라고 강조한다. 사고 발생 때 블랙박스의 녹화된 영상으로 앞차의 번호판, 신호등의 색상, 차선 등이 식별 가능해야 한다. 최소한 HD급 이상의 고화질급 블랙박스를 구매해야 다양한 상황에서 식별이 가능하다. 하지만 해상도가 높을수록 화질이 좋은 대신에 메모리 용량을 많이 차지해 녹화 시간이 길지 않다는 점에도 유념해야 한다. 블랙박스가 촬영할 수 있는 각도인 화각도 따져봐야 한다. 화각이 좁으면 가까운 것을 자세하게 촬영할 수 있지만 전방 시야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화각이 넓으면 전방 시야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지만 화면의 왜곡현상이 생기고 사물이 멀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평소 본인의 운전습관과 주차상황, 주요 이용도로 등을 고려해 적절한 화각을 선택해야 한다. 블랙박스 전문 제조업체인 팅커웨이 관계자는 “구매 이후 애프터서비스 등이 확실한지도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하는 사항”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시중에 저가형 블랙박스가 범람하면서 녹화 품질과 사후 서비스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 소비 전류가 낮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포인트. 소비 전류는 블랙박스 매뉴얼에 명시돼 있으며, 소비 전류가 낮을수록 자동차 배터리에 영향을 덜 미치고 자체적으로 전원이 꺼져 녹화가 안 되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믿을 만한 브랜드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최근 중국산 제품의 범람과 함께 도산하는 국내 영세 제조업체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이름 있는 회사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또 GPS 기능이 내장된 것을 고르면 사고 위치 등이 기록되기도 한다. ●전문 용어의 뜻은 알아야 차량용 블랙박스의 기본적인 용어를 살펴보자. ‘해상도’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몇 개의 픽셀로 나타냈는지의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다. 즉, 녹화 영상의 정밀도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초기 출시된 블랙박스는 VGA급(640】480) 녹화를 지원하였으나 최근에는 HD급(1280】720)과 풀HD급(1920】1080) 블랙박스가 주로 출시되고 있다. ‘프레임’(fps)도 녹화 영상의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다. 1초의 영상을 구성하는 화면의 수를 나타내며 자연스러운 영상을 위해서는 적어도 초당 25∼30프레임이 필요하다. ‘채널’은 카메라의 개수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1채널은 전방, 2채널은 전·후방 카메라가 장착된 것을 뜻한다. 대형 차량은 전후좌우 등 총 4대의 카메라로 4채널을 구성하기도 한다. 시중에 좋은 품질과 기능을 갖춘 많은 제품이 유통되고 있지만 최근 현대모비스가 출시한 블랙박스 ‘HER-1730’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200만 화소의 HD급으로 주·야간 구분 없는 선명한 해상도와 120도 화면 각도를 갖추고 있다. 가격은 29만원(16GB)이다. 또 팅커웨이의 ‘아이나비 블랙 E100’(15만~21만원)도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150만 화소 이미지 센서 채용, 음성 안내 기능, 외장 GPS 지원 등 한층 강화된 성능을 갖췄다. 또 HD급 화질의 ‘아이나비 블랙 G100’(26만~31만원)은 후방 카메라 연결이 가능한 2채널 기능을 지원해 사용자 편의를 더욱 높였다. 별도 판매하는 전용 후방카메라를 연결하면 후방 영상을 동시에 녹화할 수 있어 전방과 후방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뉴스 WHO] 김종인·이한구, 경제민주화 설전

    [뉴스 WHO] 김종인·이한구, 경제민주화 설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핵심 경제공약인 경제민주화를 놓고 당내 이견과 충돌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와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온건파가 재벌개혁을 둘러싼 각론에서 의견 차이를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 원색적인 비난과 비아냥이 오가는 등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서울신문은 5일 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 논쟁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이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의 생각을 각각 들어봤다.■김종인 새누리 국민행복추진위원장 “李, 대화할 수 있는 사람 아냐…할 일 없으면 내가 물러날 것”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5일 이한구 원내대표를 향해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가 (당 지도부에) 있는 한 경제민주화가 될 것 같지 않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박근혜 대선 후보에게도 “나를 택할 것인지 이 원내대표를 선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그는 또 “(새누리당에서) 할 일이 없으면 물러나면 된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단단히 뿔이 난 것은 박 후보의 핵심 공약인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당 지도부와 박 후보의 미적거림이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곧 봉합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두 사람의 논쟁에 대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 표출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후보는 이와 관련, “경제민주화는 확실히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 주는 발언으로 보이지만 김 위원장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경제민주화 당론이 정해지지 않아)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현재의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나 관심이 없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당이 더 이상 경제민주화 관련 얘기를 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 원내대표와 같은 그런 사람은 대화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나는 이 원내대표와 일을 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박 후보를 돕기 위해 온 것”이라며 이 원내대표에 대해 날을 바짝 세웠다. 김 위원장은 “어제 의원총회에서 이 원내대표가 경제민주화에 대해 빈정거렸다.”면서 “이한구라는 사람이 원내대표를 하는 동안 경제민주화고 무엇이고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날 의총을 통해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의지가 없는 정당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미련이 없음을 내비쳤다. 그는 “(당에서) 할 일이 없으면 뭐하러 여기에 있느냐. 물러나야지.”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내가) 경제민주화를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며 결단의 단계에 이르렀음을 시사했다. 국정감사(5~24일)가 끝나고 난 뒤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기로 한 당의 방침과 관련, 김 위원장은 “그때 가서는 시간이 없다. 한두 번이어야 말이지. 나는 더 이상 적당히 하고 싶지 않다.”며 분을 삭이듯 언급했다. 김 위원장이 이 원내대표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것은 경제민주화의 핵심인 재벌 개혁에 대한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금산분리 등 재벌 지배구조의 개혁과 이른바 ‘골목상권 보호’로 불리는 대기업 업종 제한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김 위원장과 달리 이 원내대표는 공정거래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회 양극화의 시작인 비정규직 문제도 경제민주화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대기업은 생리적으로 탐욕이 끝이 없다.”며 “압축성장 과정에서 세력을 형성한 재벌의 탐욕이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전날 의총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당론과 세부 방향에 대한 결정을 국감 이후로 미뤘다. 당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당내 의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면서다. 당초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의총에서 경제민주화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당 지도부에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이한구 새누리 원내대표 “나 때문에 안된다고 할까봐 지금은 말할 수 없다” 선긋기 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이한구 원내대표는 5일 “나는 몇십 년 동안 연구를 한 사람이지만 내가 말하면 나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경제민주화에 대해)말할 수 없다.”고 선부터 그었다. 그러면서도 “결국 경제민주화의 내용이 중요한데 그게 애매해서 논란이 생긴다.”며 전날 의원총회에서 언급한 ‘보자기론’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경제민주화 논의는 어떤 목표를 갖고 어떻게 하자는 것에 대한 얘기는 없고 막연하게 사람 간에 싸움만 붙이는 상황”이라며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의 대결로 비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 원내대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가 상당히 광의의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광의의 개념으로, 학자마다 어떤 것이 경제민주화인가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이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 논의되는 경제민주화는 협의의 개념인 재벌에 대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란은 재벌개혁에 대한 견해 차이라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새누리당의 재벌개혁 내용은 불공정거래 관행 근절, 일감 몰아주기 근절, 골목상권 보호 등 중소기업 영역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일부에서는 새누리당이 재벌개혁 부분에서 미흡하다고 하지만 총선에서 이런 내용의 공약을 내걸었고 공약을 위한 입법까지 모두 마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총선 이후인 지난 5월 30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 ‘희망사다리 12대 법안’을 발의했다. 12대 법안에서는 정기적인 내부거래 실태 조사를 통해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고 중소기업이 시장의 66% 이상을 지배하는 업종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신규 진출을 금지하도록 했다. 그는 “정책위의장과 후보 공약팀에도 이에 대한 입장정리를 빨리 해 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당의 입장이 필요하다면 국정감사 이후에 다시 의총을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박근혜 대선 후보가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재벌에 대해서는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 때 많은 논의가 이뤄졌고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이를 바탕으로 실제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면서 “이런 실패 경험이 있는데도 사람들이 이를 모두 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직 경제장관들이 경제민주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을 지적하며 “이분들은 수십 년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신 분들인데 이분들의 얘기는 왜 경청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앞서 남덕우 전 총리 등 전직 장관 12명은 지난달 25일 한국선진화포럼이 연 ‘경제민주화에 관한 전직 경제장관 토론회’에서 “정치권이 정작 경제민주화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빼놓고 오직 ‘대기업 때리기’에만 열중하는 모습”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직 장관들은 동시에 “경제력을 남용하는 재벌의 경쟁질서 왜곡을 바로잡는 데 경제민주화 논의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등 재벌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재계의 정화 노력을 촉구했다. 새누리당의 재벌개혁 방향과도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이 원내대표는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순환출자규제법 등이 위헌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일각의 의견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오는 11월 법률심의 과정에서 이런 위헌성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과 경실모 소속 23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한 ‘경제민주화 3호 법안’은 자산총액의 합계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 두고 볼 일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재계 순위 17위인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이 딸 정유경 부사장이 대주주인 계열사 신세계SVN의 빵·피자 사업을 주력 기업인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이 부당지원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적발하고 그제 40억 60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오빠인 정용진 대표이사 부회장도 여동생을 적극적으로 지원토록 지시한 내부 회의록을 공정위는 증거물로 제시했다. 그동안 재벌총수 일가의 ‘땅 짚고 헤엄치기 식’ 부당 내부거래에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신세계SVN은 승승장구했지만 지난 한 해 동안 관련 프랜차이즈 점포 수가 200여개 감소했고, 중소 피자업체의 매출은 34% 줄었다. 경제민주화가 이번 대선의 핫이슈다. 헌법 제119조 2항에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규제의 목적으로 시장지배 및 경쟁력 남용의 방지와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예시하고 있다. 1960~1980년대 경제성장을 이끈 재벌의 강점은 살리되 폐해는 바로잡자는 견지에서 출자총액 제한제 부활, 순환출자 금지, 금산 분리 등 여러 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 캠프 간은 물론 각 경제주체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대목이 적지 않지만, 재벌기업이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골목상권에 침투하는 탐욕스러운 행태는 막아야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재벌이 가진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생기는 왜곡된 경제질서는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국내 10대 재벌이 최근 10년간 집중적으로 확장한 사업분야를 조사해 보니 빵가게, 피자가게, 식당, 프랜차이즈 업체, 서점, 쌀가게 같은 대표적인 골목상권 업종 진출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재벌의 계열사 수 늘리기보다 문어발식 업종 확장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재벌 2세, 3세 경영진의 ‘무임승차’를 돕기 위한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골목상권 지키기가 경제민주화의 첫 단추여야 한다.
  • 은하 중심 블랙홀 주변서 ‘고속 회전 별’ 발견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거대한 블랙홀 주변을 빠르게 회전하는 별이 발견됐다고 4일(현지시각)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 뉴스가 보도했다. 이는 이번 발견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사상 가장 큰 규모로 검증할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S0-102’로 명명된 이 어두운 항성은 블랙홀 주변을 약 11.2년의 주기로 공전하고 있는데 그 속도는 최대 1만 600km나 되며, 지금까지 발견된 대형 천체 중 우리 은하 중심의 블랙홀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공전하고 있다. 블랙홀에 근접한 궤도로 공전하는 항성의 발견은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한다. 최초의 블랙홀 근접 항성은 ‘SO-2’라고 하며 궤도 주기는 약 16년으로 알려졌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앤드리아 게츠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천체물리학 교수는 “이 초질량 블랙홀과 근접한 항성을 연달아 찾아낸 것은 천문학 분야의 급성장을 보여준다.”면서 “이번에 발견된 항성(SO-102)은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사상 수평선)’에 지금까지 발견한 천체보다 100배나 가깝다.”고 말했다. ‘사건의 지평선’은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가 되는 부분으로서 블랙홀과 우주의 경계가 되는 것을 말하며, 일단 경계선 안에 들어가 버리면 빛조차도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 게츠 교수에 따르면 연구진의 첫 번째 목표가 블랙홀에 근접한 천체의 발견이었다면 다음 단계는 연구를 통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검증하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질량은 시간과 공간을 왜곡하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을 늦출 뿐 아니라 거리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은하 중심의 블랙홀은 태양의 400만 배나 되는 질량을 갖고 있지만 그 크기는 불과 10배밖에 안 된다. 이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약 2만 6,000광년 거리에 떨어져 있는데 같은 방향에 있는 별자리의 이름을 따서 ‘궁수자리 A’라고 부르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으로 거대한 블랙홀 주변을 도는 별의 궤도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질량이 시공간을 왜곡하는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옳다면 항성이 자전 1회를 할 때마다 궤도가 조금씩 어긋날 것이다. 즉 이 항성은 공전 시 같은 지점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데이지 꽃잎 형상을 그리게 된다고 한다. 블랙홀의 효과를 검증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 항성의 궤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측하는 것이다. 특히 항성이 블랙홀에 가장 가까이 근접했을 때 어떻게 되는 지가 중요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한 이번 항성과 기존에 발견된 항성의 궤도 주기가 짧은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은하계 중심의 블랙홀을 공전하는 대부분의 항성은 60년이나 그 이상에 걸쳐 궤도를 일주하기 때문에 이들 별을 통해서 불가능했던 관측을 이번 항성의 발견으로 가능하게 됐다고 한다. 이번 발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천체물리학에 저명한 아비 로브 하버드대 교수는 “이번 발견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블랙홀 주변의 항성은 연구 대상인 중력장이 강할수록 효과도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항성의 밝기는 기존 항성의 16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기술의 급격한 발전 덕분에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로브 교수는 “궁수자리 A 근처를 도는 항성은 이들 외에도 상상 이상으로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다른 천체가 주변에 있다면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공간의 왜곡 효과는 하나의 항성만으로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이번 항성의 궤도가 궁수자리 A 이외에 다른 천체로부터도 중력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두 번째 항성의 발견으로 서로 다른 천쳬의 중력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로브 교수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게츠 교수는 “블랙홀 주변의 시공간에 대한 기하학적인 해석은 두 항성의 발견으로 처음 가능하게 됐다. 이런 측정은 항성 하나만으로는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궁수자리 A에서 더 가까운 항성이 앞으로도 발견될 가능성은 있지만 블랙홀에 근접할 수 있는 거리에는 한계가 있다. 블랙홀은 중력이 매우 강력해서 한계를 넘어 접근한 천체가 있다면 집어삼킬 것이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궁수자리 A 주변에 항성이 있다면 늙은 별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놀랍게도 SO-2는 젊은 항성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에 발견된 SO-102도 아직 어린 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향후 연구를 계속해 봐야 알 것이라고 연구진은 전했다. 한편 이번 논문은 사이언스지 10월 5일 자를 통해 발표됐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단체장 발언대] 염태영 수원시장, ‘독도 우리땅’ 유물·자료 한평생 사운 이종학 선생을 아십니까

    [단체장 발언대] 염태영 수원시장, ‘독도 우리땅’ 유물·자료 한평생 사운 이종학 선생을 아십니까

    지금도 우리는 끝나지 않은 전쟁 속에서 살고 있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역사왜곡과 망언을 일삼고 있으며, 중국은 동북공정이란 이름으로 우리 역사를 자신의 것이라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치열한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올바른 역사인식을 심어주고자 한평생 정열을 불태운 분이 있다. 바로 수원 출신 사운(史芸) 이종학(1927~2002) 선생이다. 지금 수원박물관에서는 ‘사운 이종학,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특별기획전을 14일까지 연다. 이종학 선생은 “역사가 대대로 누릴 정신의 옥토라면 지금 제대로 갈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역사를 김매기한다는 뜻으로 자신의 호를 사운이라 짓고, 우리 역사와 영토분쟁에 관한 기록을 찾는 일을 운명이라 여겼다. 이 선생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에 대한 관심과 자료 수집을 시작으로, 일제의 대륙침략 야욕과 강제로 체결된 한일병합의 불법성을 알리기 위해 일본의 도서관과 자료보관소에서 귀중한 자료를 수집해 세상에 공개했다. 또, 독도가 우리의 땅이란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일본 스스로 독도를 한국 땅으로 인정한 자료를 모으는 데 헌신했다. 이렇게 선생이 평생 모은 귀한 자료를 바탕으로 1997년 울릉도에 독도박물관을 개관했고, 선생은 초대 관장으로 활동했다. 그 소임을 다한 뒤에는 ‘한 줌 재 되어도 우리 땅 독도 지킬 터’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런 뜻을 기리기 위해 2002년 독도박물관 앞에는 선생의 묘비를 세우기도 했다. 선생은 평생 방대한 역사 자료를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자료는 ‘꼭 필요한 곳에 보내 활용케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 뜻에 따라 독도박물관, 독립기념관, 현충사에 관련 자료를 기증했고, 2004년에는 수원시에 유물과 자료를 무려 2만여점이나 기증했다. 11월이면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0주년이 된다. 그래서 수원박물관에서는 선생이 기증한 자료를 독도박물관, 독립기념관, 현충사에서 다시 옮겨와 특별기획전을 열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면서 수집한 독도와 조선해 자료, 잃어버린 땅 간도와 일제침략 자료, 화성과 충·효 자료 등 유물 150여점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이 중에는 독도 분쟁의 진실을 알려주는 ‘삼국접양지도’도 있다. 1785년 일본인 실학자 하야시 시헤이가 제작한 이 지도에는 ‘독도는 조선이 소유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것을 일본인 스스로 명확히 밝힌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선생이 일생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서 수집한 유물과 자료는 그저 박제된 전시품이 아니라 우리 가슴과 심장을 뛰게 하는 북소리가 돼 살아 꿈틀대고 있다. 또,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논리가 터무니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분명한 증거가 되고 있다. 이 선생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수원시는 앞으로도 우리 역사 바로알기와 우리 영토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우리가 올바른 역사의식과 나라 사랑의 마음을 키워야만 총성 없는 역사전쟁에서 우리 땅을 굳건히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역사왜곡 日극우기업제품 NO” 연세대생 불매 운동 뜨거운 호응

    “역사왜곡 日극우기업제품 NO” 연세대생 불매 운동 뜨거운 호응

    “우리가 쓰는 필기구나 술, 담배 중에 역사 왜곡을 돕는 일본 기업의 제품이 많더라고요.” 연세대 학생들이 일본 극우단체를 지원하는 현지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하면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광고 동아리 ‘생사여부’(‘생각하는 사람은 여기서 부활한다’를 줄인 말) 회원 24명은 지난달부터 일본 우익 교과서 개정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사히(맥주), 재팬타바코(담배), 니콘(카메라), 펜텔(필기구), 파이로트(필기구) 등 5개 일본 기업 제품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독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놓고 일본 내 극우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학생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동아리 회장인 2학년 김우현(20)씨는 “경기 광주시의 위안부 할머니 단체인 나눔의 집에서 일부 회원이 봉사활동을 한 뒤 경험을 공유하면서 위안부 문제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름방학 내내 플래카드와 불매운동 캠페인 동영상을 제작했다. 지난달 2학기 개강 직후 ‘아직도 위안부가 매춘부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적힌 5개의 펼침막을 신촌캠퍼스 내 취업설명회 홍보물 사이에 설치했다. 동영상은 지난달 27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공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씨는 “이번 캠페인으로 일본 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는 없겠지만 학생들이 위안부 문제 등에 깊이 고민하게 된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安측 “논문표절 보도는 철저한 왜곡”… MBC에 사과 요구

    安측 “논문표절 보도는 철저한 왜곡”… MBC에 사과 요구

    “해도 해도 너무한다. 언론이 언론이길 포기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2일 자신을 향한 혹독한 검증 공세에 언론사를 상대로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불거진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논문 표절 의혹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더욱 적극적인 대응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모습이다. 안 후보 측은 전날 MBC가 보도한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기자들의 문자메시지와 ‘진실의 친구들’ 이란 네거티브 대응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을 확인해 보지 않은 철저한 왜곡이며 캠프에 대한 취재 내용도 명백한 거짓이다. 언론이 언론이기를 포기할 때에야 이렇게 무책임하고 편향적인 보도가 나올 수 있다.”며 해당 언론사의 공식 사과와 책임을 촉구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최근 쏟아진 검증공세에 대한 안 후보 측의 대응 중 가장 높은 수위의 메시지다. 안 후보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도덕성과 신뢰성에 균열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강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MBC는 1일 저녁 뉴스에서 안 후보가 1990년 서울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과 1988년 박사학위를 받은 서울대 서모 교수의 박사논문을 비교한 결과, 서 교수 박사논문 20페이지 가량을 출처도 밝히지 않고 표절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서 교수 논문 중 볼츠만 곡선을 유도하는 설명의 유도식을 거의 베껴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안 후보가 참여한 연구팀이 또 다른 후배의 1992년 논문을 베껴 한국과학재단의 연구비를 받아 착복했다는 의혹도 보도했다. 안 후보 측 네거티브 대응을 맡고 있는 금태섭 상황실장은 2일 서울 공평동 캠프 사무실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이석호 서울대 의대 교수의 말을 인용, “볼츠만 곡선은 뉴튼의 만유인력 법칙과 비견되는 물리학적 법칙으로, 자연현상의 해석에 그의 저서인 프린키피아를 인용하지 않듯, 볼츠만의 원리를 적용할 때 인용문을 달지 않는 것은 관례”라고 정면 반박했다. 연구비 착복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 내용이 없는 보도”라고 일축했다. 안 후보에 대한 검증 공세를 관망해오던 민주통합당도 “지나치게 편파적인 검증”이라며 편을 들었다. 문재인 후보 측 진선미 대변인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검증)방향이 형평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열린세상] 북한 경제정책 변화와 북·중 관계/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북한 경제정책 변화와 북·중 관계/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25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의무교육 기간을 12년으로 연장하고 기초과학 분야와 컴퓨터 및 어학 교육의 중시 등이 강조됐다. 북한은 교육문제 개선을 통해 최근에 강조해 왔던 ‘지식경제강국’의 인적기반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대했던 경제 관련 조치는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의 사례에서 보듯 공개적인 발표 없이 시행된 후에 그 내용이 알려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그때까지는 경제정책 변화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발표된 6·28 경제개선 조치로 대표되는 경제개혁안은 농업 분야에서 분조의 규모를 4~6명 수준으로 축소해 사실상 가족농을 용인하는 한편 목표 초과량을 자유롭게 처분하도록 허용하고, 생산 기업소와 서비스기관에 대한 개인자본의 투자를 허용함으로써 소규모 ‘붉은자본가’를 제한적으로나마 용인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 시장에 대한 지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전반적인 기조를 보면 국가의 통제하에서 시장기능을 적절하게 활용하되 계획기능은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간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시장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가 도입되지 않는 한 경제관리 개선 조치가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판단한다. 결국 북한 경제정책의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는 내부적으로 시장시스템의 도입 수준이, 대외적으로는 외국자본과 기술의 유치가 있다. 특히 경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재원과 기술·설비를 제때에 조달하지 못하면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외부에서 긴급한 수혈이 요구된다는 측면에서는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이와 관련,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에서 경제협력 확대 조건으로 투자환경의 개선을 중국이 요구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시장시스템의 적용이 포함된다. 결국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관리 개선 조치의 성공 여부는 시장시스템을 적절한 수준에서 효과적으로 도입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중국이 경제협력의 확대 조건으로 투자환경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고,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경협 확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와 북·중 경제관계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북·중 경제관계가 북한경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북·중 경제관계의 확대가 북한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 심화로 연결되면서 북한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확대되면서 북한의 경제구조를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세 가지 부문을 살펴보자. 먼저, 북한의 생산시설이 중국의 기술과 설비로 채워져 구조적인 의존관계가 고착화되고 있다. 둘째, 북한화폐에 대한 신뢰도 상실로 중국화폐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결국 북한이 중국 정부의 위안화 국제화전략에 포섭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중국의 산업단지 및 사회간접자본(SOC) 개발과 지하자원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중국자본에 대한 종속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8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방중을 전후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러시아, 일본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과의 경제협력 확대를 놓고 심각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한국의 차기 정부가 북한과 경제협력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이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북·중경협과 남북경협을 대체(경쟁)관계로 인식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향후 환경이 개선될 경우 남북교역을 확대해 나가면서도 북·중 경협의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하여 중국과의 적절한 역할 분담 속에서 공동 이해의 폭을 확대해 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 [사설] ‘상식 역주행’ 日 정부, 양심 일깨운 日 지식인

    훗날 사가(史家)들이 일본 역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시기의 하나로 기록할 역사 왜곡 행태를 일본 정부가 줄기차게 이어가고 있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다 못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국제법에 의한 해결’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엊그제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법치주의가 강화돼야 한다.”며 중국과 분쟁을 빚고 있는 센카쿠 열도와 함께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통해 다룰 것을 주장했다. 부끄러운 제국주의 침탈의 역사 앞에서 국제사회를 상대로 법치주의를 들먹이는 일본 정부의 후안무치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어제 유엔총회 연설에서 지적했듯 일본은 법치를 운운하기에 앞서 역사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하며 국제사법 절차를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일부터 중단해야 한다. 지금 일본은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다. 동북아 침략의 역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통해 21세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 나아갈 것인가, 맹목의 극우주의에 매달려 동북아 평화를 해치고 국제사회의 변방으로 물러설 것인가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상황은 극히 우려스럽다. 극우 강경파의 선봉이라 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올랐다. 내년 총선을 통해 집권과 함께 일본 정부를 이끌 공산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일 수교 50년을 코앞에 두고 있고, 중·일 수교가 40년을 넘기는 상황에서 일본 정치권이 빠른 속도로 동북아 외교 지형을 퇴행시키며 한·일, 중·일 간 외교 마찰을 한층 심화시킬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마침내 자국 정부의 맹목적 행태에 회초리를 들었다는 점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 등 지식인과 시민 800명은 어제 호소문을 통해 “독도와 센카쿠 문제는 일본의 아시아 침략 역사에서 생겨났다.”면서 영토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일본 정부에 견줘 한결 성숙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진정 동북아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고자 한다면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우리 아이가 음란물을 본다면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우리 아이가 음란물을 본다면

    얼마 전 우연히 중학생 아들의 전자사전을 열어 본 이모(40·여)씨는 숨이 턱 막혔다. 전자사전 속엔 과외 교사가 제자와 성행위를 벌이는 속칭 야동이 여러 편 저장돼 있었다. 이씨는 사춘기 아이들이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며 애써 모른 척하고는 있지만, 속으론 걱정이 태산 같다. 이씨는 “막상 내 아들이 음란물을 본다는 것을 확인한 뒤 뭔가는 해야겠는데 어디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막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부모가 무조건 아이를 야단치거나 때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만약 이때 “우리 아들(딸)한테 정말 실망이야.”, “언제부터 이런 거 봤어. 너 오늘부터 컴퓨터 금지야.” 등 다짜고짜 아이를 때리거나 다그치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 아이들은 더욱 숨어서 음란물을 찾아본다고 말한다. 민망함에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청소년 음란물 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 소장은 “부모는 최대한 침착하게 대처하면서 아이들이 언제부터 음란물에 노출됐는지 또 중독됐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인지 정보를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조건 야단치거나 때리면 되레 역효과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좋아하니?”, “언제부터 봤니?”, “느낌이 어떠니?” 등의 질문을 던져 아이와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도 주문한다. 당황한 아이가 대답을 꺼리면 “아빠도(엄마도) 네 나이 때 처음 봤어.”라는 식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아이의 마음을 열게 해야 한다. 이후에는 음란물은 보고 지우도록 유도하고 음란 동영상의 대부분이 과장된 연기나 왜곡된 성의식 등의 내용이라는 점을 확실히 일러 두어야 한다. 남자 아이일 경우 아버지가, 여자 아이일 경우에는 어머니가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등 아이가 사용하는 컴퓨터, 스마트폰을 통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영선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상담교수는 “사춘기 때는 그럴 수 있어 하고 눈감는 것이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 아이 성교육에 적극적으로 부모가 나서야 한다.”면서 “컴퓨터보다 더 음지에서 음란물을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은 늦게 사 줄수록 좋고 컴퓨터에도 반드시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보안관 등 차단 프로그램 설치도 해법 그린아이넷(www.greeninet.or.kr)에서는 인터넷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스마트보안관(www.cleanwave.or.kr)에서는 스마트폰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내려받을 수 있다. 아이의 중독이 심각해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청소년전화(1388), 청소년 탁틴(02-3141-6191) 등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뉴스 WHO] 유엔총회서 강경발언한 노다 총리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독도 및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과 관련, “영유권 문제에서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노다 총리는 26일(현지시간) 총회 기조연설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센카쿠열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우리 영토의 일부분”이라면서 “따라서 (센카쿠를 둘러싼) 영토 분쟁이란 있을 수 없고, 이런 입장에서 후퇴하는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다 총리는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제사회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다 총리는 총회 연설에서도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법치주의가 강화돼야 한다.”며 독도와 센카쿠열도를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한국과 중국을 간접적으로 겨냥했다. 그는 또 독도 문제와 관련,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강제관할권을 모든 국가가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韓 “국제법 원칙 악용” 中 “역사적 사실 왜곡” 한국과 중국은 즉각 반박했다.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7일 “노다 총리가 언급한 법치주의가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우리 정부는 부인하지 않는다.”면서도 “법치주의와 국제사법 절차가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되며 올바른 역사인식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도 이날 기자의 서면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노다 총리가) 국제법 원칙의 허울을 내세우는 것은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 대변인은 “특정 국가(일본)가 역사적 사실과 국제법을 무시하고 공공연히 타국의 영토 주권을 침해하고 반파시스트 전쟁(2차 세계대전) 승리의 결과를 부정하는 것은 전후 국제 질서에 대한 엄중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프랑스의 정통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는 27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청산되지 않은 과거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며,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독도 문제를 다루는 일본의 태도를 질타했다. ●佛언론 “日 자국이익만 챙겨” 질타 한편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8일 오후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올바른 역사 인식의 중요성과 전시 여성의 인권문제에 대해 언급할 예정이다. 정부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연설문에 ‘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이 들어갈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도쿄 이종락특파원·서울 하종훈기자 jrlee@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대하소설 ‘고구려’ 집필 중인 베스트셀러 작가 김진명

    [김문이 만난사람] 대하소설 ‘고구려’ 집필 중인 베스트셀러 작가 김진명

    ‘베스트셀러’는 말 그대로 일정 기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을 뜻한다. 원래 미국에서 시작된 용어이며 우리나라에서는 1954년 정비석의 ‘자유부인’이 출판사상 10만권 돌파를 계기로 ‘베스트셀러’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베스트셀러 작가를 꼽으라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여러 작가가 있겠지만 그중 한 사람이 김진명(53)씨라는 데 주저함이 없겠다. 지난 20년 동안 그가 쓴 책 대부분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지금까지 무려 1300만부나 팔렸다.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최근 600만부를 돌파했다. 이어 ‘하늘이여 땅이여’ 100만부, ‘1026(원제: 한반도)’ 100만부, ‘천년의 금서’ 300만부 등이 팔렸다. 그는 요즘 ‘고구려’를 주제로 13권 분량의 대하소설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고구려 1~4권’을 발간했는데 벌써 100만부를 넘어설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음 달에는 ‘고구려 5권’을 펴낼 예정이며 2014년까지 전 13권 완간을 목표로 치열하게 고구려 역사의 수레바퀴와 씨름하고 있다. 삼국시대 이후의 역사와는 달리 고구려의 역사자료는 상당히 부족한데 어떻게 방대한 양의 대하소설을 이끌어가고 있을까. 최근 들어 ‘고구려’에 천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쓰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그의 필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궁금증이 생겼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시내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자리에 앉으면서 역사소설 ‘고구려’가 서점가는 물론 지자체 도서관에서 인기 순위 상위에 오를 정도로 많이 읽히고 있는 것 같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러자 ‘고구려’에 대해 잠시 설명한다. 고구려 역사 가운데 가장 극적인 시대로 꼽히는 미천왕 때부터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대왕, 장수왕까지 여섯 왕을 그리고 있으며 미천왕과 고국원왕 얘기는 이미 발간됐고 다음 달에 소수림왕 편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구려를 통틀어 미천왕이 가장 중요한 왕이라고 새삼 강조한다. 까닭을 물었더니 “고구려는 건국할 때 ‘우리 땅에서 한나라를 몰아내겠다’는 것을 국시로 삼았는데 미천왕이 낙랑을 몰락시키고 한사군을 몰아내 비로소 명실상부한 한민족의 나라를 이룩한 왕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금세 돌아온다. 그런데 이런 사실이 역사 교과서에는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중국 역사서 곳곳에 이런 내용이 한두마디씩 기록돼 있으며 자료수집을 통해 얻은 팩트를 토대로 글을 쓰고 있다.”면서 ‘고구려’에는 처음 언급되는 역사적 내용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나올 소수림왕과 광개토대왕, 장수왕 편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일부 잘못 알려진 부분도 소설 속에 녹이고 있다고 덧붙인다. ‘고구려’를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그의 목소리가 다소 높아진다. “중국은 지금까지 버려두었던 요하(遼河)문명을 급속도로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고 있습니다. 요하문명에서 황하문명보다 1500년이나 앞선 유물들이 쏟아져나오자 서둘러 동이(東夷)의 조상 치우(蚩尤)를 자신의 조상으로 둔갑시키고 있지요. 이 과정에서 고조선과 고구려는 물론 지금의 우리 한국인의 뿌리까지 자기네 후손으로 편입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작가와 출판사들은 앞다투어 삼국지와 초한지, 수호지 등을 재번역하고 의역해 출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역사인 고구려를 제대로 알 수 있는 문학은 어느 곳에도 없고 누구도 쓰지 않고 있지요.” 삼국지에 등장하는 여러 장수들의 이름은 다 외우면서도 미천왕이 누구이며 소수림왕이 어떠한지조차 잘 모르는 청소년들이 많은 게 현실이라는 것. 따라서 젊은이들이 삼국지를 읽기 전에 고구려를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이 책을 쓰게 됐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삼국지보다 더 재미있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설 여러 자료를 찾고 개발해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심혈을 기울여 글을 쓰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동북아 정세에 대해 나름대로 전망과 분석을 내놓는다. “앞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가게 됩니다. 현재는 한국, 일본, 미국이 중심축이지만 중국이 미국과의 힘의 균형에서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고조선, 고구려, 그리고 북한은 물론 한국까지 이어지는 큰 틀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일본이 견디다 못해 이러한 틀에 끌려올 수밖에 없다고 중국은 판단하고 있지요. 또한 중국이 북한과의 동질화 작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북한이 붕괴되더라도 한국에 금방 흡수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이며, 그것이 바로 동북공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어 우리나라가 왜 대한민국인지 아느냐고 반문했다. 대한민국(大韓民國)에서의 한(韓)은 고조선 이전의 한후(韓候)왕에서 시작돼 고조선과 삼국시대 등 한민족의 뿌리로 이어져 내려오는,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한’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기 때문에 덕수궁 입구에 붙어 있는 대한문(大漢門)의 중국식 한(漢)을 하루 빨리 우리의 한(韓)으로 고쳐야 하며, 우리 민족의 젖줄인 한강(漢江)의 한(漢) 또한 한(韓)으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동서고금에서 보면 역사왜곡으로 인해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으며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역사문제는 미리 깨끗이 정리해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구려는 고조선을 잇는 나라로 우리 문화의 발상지입니다. 고구려를 안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 민족사에서 반드시 지켜내야 할 과거이자 뿌리입니다.” ‘고구려’를 쓰기 위해 어느 정도 준비했느냐는 질문에서 옛고구려 땅을 여러 번 답사하고 어렵게 자료를 수집하는 등 준비에 20년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화제를 바꿨다. ‘무궁화~’를 비롯해 지금까지 쓴 10여권이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됐는데 그런 필력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물었다. “젊었을 때(학창시절) 기본적으로 ‘인간이 쓴 책은 다 읽어 보자’고 해서 모든 것을 팽개치고 책 속에 푹 파묻혔습니다. 새벽에 도서관에 가면 늦은 밤에 돌아오기 일쑤였지요. 철학, 사회학, 물리학, 화학, 천문학, 수학 등 닥치는 대로 다 읽었습니다. 아마 이런 다독의 힘이 일단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원천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세상의 미래, 세상의 메커니즘을 생각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문제를 제공할까, 또 어떤 스타일을 꺼내야 여러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과 세상의 메커니즘, 그리고 미래라는 틀에 어떤 주제와 스타일의 질문을 던져야 할지, 그런 육감과 인식의 작용에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발한 착상과 이야기 반전, 서사적 공간을 만들어 내는 특유의 솜씨로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다고 하겠다. 베스트셀러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평단에서는 김씨를 ‘대중소설가’로 인식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저는 문학의 향기를 좇는 사람이 아닙니다. 또 모든 글이 문학의 향기가 나야 하는 것도 아니지요. 자유로운 정신에서 메시지를 담아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평단은 너무 문예 위주로 형성돼 있어요. 지나치게 문학성이 위주가 되다 보니 청소년들이 재미있는 게임으로 빠지기도 합니다. 이제는 다양성에 대해 눈을 떠야 합니다. 그래야 균형이 잡히는 것이지요. 문예를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문학계는 점점 뒤처지게 됩니다.” ‘고구려’가 끝나면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쓸 생각인지 물었더니 “북한은 남한과 싸울 힘이 없고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때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반도의 앞날을 집중적으로 다뤄 보겠다고 대답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김진명 작가는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보성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외국어대학 법학과를 졸업했다. 학창시절 입시공부와 고시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역사책이나 철학책 등을 좋아해 날마다 남산도서관에 가서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대학 졸업 후 3년 동안 사업을 했으나 실패하면서 집안 재산을 몽땅 날렸다. 그러던 1992년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불거졌고 이에 대한 대응 논리가 별로 없다는 것을 직감한 후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93년 데뷔작인 장편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유명해졌다. 이 책은 지금까지 600만부나 팔렸다. 또한 ‘하늘이여 땅이여’(1998년, 100만부), ‘1026:원제 한반도’(1999년, 100만부), ‘천년의 금서’(2009년, 300만부) 등 잇따라 발표한 작품들 대부분이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인기를 굳혔다. 주요 작품으로는 앞에 언급된 것 외에 ‘몽유도원(원제:가즈오의 나라)’(1995)을 비롯해 ‘황태자비 납치사건’(2001), ‘킹메이커’(2007), ‘카지노’(2009) 등이 있으며 다음달 ‘고구려 5권’을 펴낼 예정이다.
  •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3)음란물 중독, 증상 및 문제점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3)음란물 중독, 증상 및 문제점

    #1. 직장인 A(30)씨는 회식에 참석한 적이 없다. 오후 6시가 되면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한다. 회사에는 “편찮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고 거짓말을 해 놨다. A씨는 지하철에서 빵이나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원룸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켠다. 회사에서 남몰래 받아 놓은 따끈따끈한 동영상을 클릭하며 침을 꼴깍 삼킨다. 그렇게 새벽 1시까지 하루 6시간 넘게 야동(야한 동영상)에 탐닉한다. 주말엔 다른 약속도 없이 밤새도록 포르노만 본다. 숙맥이던 그는 군대 선임의 손에 이끌려 성매매 업소에서 원치 않는 첫 섹스를 한 뒤 음란물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포르노를 볼수록 평범한 이성 관계는 불가능해졌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여성의 치마를 들어 올리고 격렬하게 성폭행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A씨는 “나는 한심한 쓰레기”라면서 “이러다가 결혼도 못 하고 누군가를 강간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한다. #2. 중학생 B(14)군은 하루 많게는 5시간씩 야동·야사(야한 사진)·야설(야한 소설)을 탐닉한다. 수업시간에도, 학원에서도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은 포르노를 본다. 점점 자극적인 것을 찾다 보니 최근에는 강간물과 사디즘·마조히즘(SM)에 심취해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땐 ‘재미’로 같은 반 장애인 친구에게 자위행위를 시켜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자기 전에는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알게 된 또래 여중생과 성인들처럼 폰팅이나 영상 채팅을 한 뒤 잠든다. ‘야매’(야동 매니아)로 불리던 B군은 정도가 지나친 탓에 또래 집단에서도 은근히 따돌림을 받기 시작했다. 맞벌이 부모는 성적이 좋지 않은 아들이 머리가 나쁘다고만 생각한다. A군은 “밥을 먹을 때도, 수업 때도 깨어 있는 내내 포르노 생각뿐”이라면서 “야동 폐인으로 지내다 대학도 못 갈까 봐 두렵다.”고 했다. ●음란물 어릴 때부터, 자주 볼수록 위험 음란물은 성인들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는 건강한 해방구로 보는 시선이 일반적이다. 토크쇼에 출연한 연예인의 ‘야동 사랑’이 솔직한 고백으로 보도됐고, 인기 시트콤의 ‘야동 순재’ 캐릭터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포르노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음지의 중독자’도 늘고 있다. 강동우 성의학연구소장은 “한국인의 5% 정도가 음란물 중독으로 추산된다.”면서 “포르노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타인에게 혐오감이나 정신적 피해를 준다면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소장은 “음란물을 통해 타인의 성관계를 즐기는 관음증은 노출증, 성 도착증, 성범죄 등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발달과 무분별한 성매매, 폐쇄적인 성문화 때문에 한국의 음란물 중독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르노를 자주 보는 청소년이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에 실린 ‘고등학생들의 사이버 음란물 접촉과 성범죄와의 관계성 분석’에 따르면 음란물 접촉 빈도가 높을수록 강제적인 성접촉 등 성범죄를 일으키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의 7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53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음란물을 매일 3시간 이상 보는 학생 중 47.6%는 강제 키스나 애무를, 35.7%는 강간이나 준강간에 해당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답했다. 음란물을 매일 ‘30분 이내로 보거나 전혀 보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의 성범죄 비율은 2.9%를 기록했다. 초등학교 1~3학년 때 처음 음란물을 접한 학생들은 강제 키스·애무(26%), 성관계 강요(23.4%), 성적 접촉(11.7%) 등 성범죄를 행한 비율이 비교적 높았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7월 아동·청소년 1만 22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성인물 이용 실태조사’에서도 음란물을 경험한 청소년의 5%가 ‘성추행·성폭행 충동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성인물을 접하고서 실제 음란 채팅을 하거나(4.9%), 야한 문자·동영상을 전송하거나(4.7%), 몰래카메라를 촬영하는(1.9%)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대답도 적지 않았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가치관이 정립되기 전 음란물을 접하면 음란물 속 왜곡된 성의식을 마치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서 “여성은 남성을 만족하게 해 주는 도구나 강간을 당해도 결국에는 좋아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포르노를 보고 배설하듯 사정하는 건 윤택하고 행복한 성생활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부부관계보다 포르노가 좋아” 사춘기에 형성된 비뚤어진 성 관념이 성인까지 이어지는 게 더 큰 문제다. 성행위의 교감·소통·애정은 등한시하고 시각적인 자극과 쾌락에만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성에 무감각해지거나 일상적인 성관계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다. 서울 중독심리연구소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익명의 섹스 중독자모임’(SAA·Sex Addicts Anonymous)을 여는데 섹스·성매매·자위행위 등에 빠져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음란물 중독을 호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김형근 서울 중독심리연구소장은 “후회하고 자괴감을 느끼기까지 하지만 결국 음란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유외숙 성건강연구소장은 “음란물 중독자들은 파트너와의 관계보다 포르노를 통해 손쉽게 욕구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성은 본능, 쾌락, 수치심과 연결된 부분이라 다른 중독보다 훨씬 파괴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포르노 중독은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나 성 상담가에게 치료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한국학, 역사 옹호 넘어 세계사 위기 해결에 기여해야”

    “한국학, 역사 옹호 넘어 세계사 위기 해결에 기여해야”

    “한국학은 인류의 고민이나 세계사의 위기 진단과 해결에 기여해야 하며, 세계학문을 혁신하는 수준의 이론을 창조해야 하는 만큼 한국학을 넘어서야 한다.”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25일 경기 성남 운중동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에서 열린 제6회 세계한국학대회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조 명예교수는 ‘한국학의 전통과 혁신’이란 제목의 기조연설에서 “중국과 일본에서 한국사를 축소하고 왜곡하는 사태가 지속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 옹호를 한국학의 임무로 삼아 맞대응할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럽과 남미 등 전세계 25개국의 한국학 학자 140여명이 참석해 26일까지 140여편의 논문을 발표·토론하는 이번 학술대회는 역사뿐 아니라 정치, 경제, 법학, 예술, 인류학과 드라마, 영화, K팝 등 다양한 주제의 연구 논문을 통해 한류 열풍의 실체와 이면을 깊이 있게 조명했다. 태국 출라롱콘대학의 미셸 카밀 코레아 교수는 연구 논문 ‘필리핀 여성의 눈에 비친 강한 여성: 한국 TV 드라마 수용분석연구’에서 20~40대 필리핀 직장 여성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국 드라마를 선호하는 이유로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 강한 여성상, 순수한 사랑, 가족 중심적인 가치 등을 꼽았다.”고 소개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의 베로니카 델 발레 교수는 한국 드라마에 나타나는 재벌 이미지를 분석한 논문 ‘이데올로기와 매스미디어: 한국 드라마의 재벌 이미지’를 발표했다. 독도와 관련한 해묵은 일본의 인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영학 한국외대 교수는‘19세기 후반 일본 어민의 동해 밀어와 조선인의 대응’이란 연구논문에서 일본의 수산전문가 구즈우 슈스케는 저서 ‘한해통어지침’(韓海通漁指針, 1903년)을 인용해 “울릉도로부터 동남쪽으로 약 30리, 우리 오키국(隱岐國) 서북으로 같은 거리에 떨어진 바다에 무인도가 한 곳 있다. 하늘이 맑을 때 울릉도의 산봉우리의 높은 곳에서 그것을 볼 수 있다.”고 일본인의 독도인식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구즈우 슈스케가 1903년에 이 책을 편찬했을 때 추천사를 써 준 사람이 당시 일본의 농상무성 수산국장이었던 마키 보쿠신으로, 추천사를 써주었기 때문에 울릉도와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교수는 또한 일본의 메이지 정부는 초기부터 독도를 조선의 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일본 해군 수로국이 펴낸 1894·1899년판 ‘조선수로지’(朝鮮水路誌)는 ‘리앙고루도열암’(독도)을 조선 편에 싣고 있다. 즉 1905년 러일전쟁기에 일본이 러시아 함대를 감시하기 위해 독도를 무단 점거하고 망루를 세우기 직전에 독도를 대한제국 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제임스 루이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와 전성호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다니엘 쉬베켄디엑 성균관대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공동논문 ‘조선후기 삶의 질에 관해서: 인체치수 자료를 중심으로’를 발표한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키 변동 추이를 통해 조선 후기 경제적 상황과 삶의 질을 고찰한 결과 1679년부터 1798년까지 조선 군인들의 키는 3.62~4.25척으로 측정됐다. 이는 임진왜란을 겪은 뒤 회복기에 있던 17세기 중반 초기에 태어난 조선 사람들의 영양상태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18세기까지 키가 대체로 크다가 노론이 장기집권하는 19세기 중·후반이 되면서 다시 줄어들었다.”며 “17~18세기만 해도 조선의 내재적 역량이 컸다.”고 설명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2012 대선후보 심층분석] (3)안철수의 측근 (상)용인술

    [2012 대선후보 심층분석] (3)안철수의 측근 (상)용인술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캠프를 들여다보면 ‘외줄타기’처럼 아슬아슬하다. 정치적 이상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고도의 착지 기술이 필요해 보인다. 개방성을 갖춘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다 보니 최정점의 안 후보가 독단으로 흐르면 오히려 폐쇄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 구조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 ‘탈이념적 용인술’ 역시 제3지대 후보로서 외연을 확장할 수단은 되지만, 안 후보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 함정이 될 수 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안 후보가 캠프 인물로 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서울대 출신의 법조인과 유학파, 경제관료, 교수 등을 중용하는 건 탈정치적 행보의 일환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스펙 위주의 ‘엘리트주의’나 ‘정치적 선민 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의구심이 일 수 있는 부분이다. 안 후보의 출마 선언 4개월 전인 지난 5월의 일이다. 현재 캠프 핵심이 된 A씨는 안 후보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는 색다른 ‘면접’을 치렀다. 안 후보는 그 인사에게 통상적인 질문이 될 수 있는 고향이나 출신 학교는 묻지도 않은 채 제일 먼저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설명하며 의견을 구했다. A씨는 ‘호구 조사’가 생략된 안철수식 면접을 치른 후 안 후보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면접을 통과했고, 안 후보의 지근에서 대선 행보를 돕고 있다. ‘학연·지연·혈연’ 등 이른바 3연(緣)을 묻지 않는 면접을 거친 인사는 그뿐만이 아니다. 안 후보가 조직 내 ‘라인 형성’을 극도로 경계해 안철수 캠프에는 학연·지연·혈연을 고리로 한 연줄이 없다. 이명박 정부의 ‘영포(영일·포항)라인’처럼 지역 등을 기반으로 한 핵심 실세들이 없고 역설적으로 ‘연줄의 힘’을 통해 만들어지는 조직력도 없다. 여느 대권주자들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라인, 실세, 조직이 전무한 ‘3무(無)’ 캠프다. 안 후보가 코드에 맞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영입부터 인선까지 직접 챙긴 ‘안철수의 사람’만이 있다. 공적 라인에 직접 검증한 인사를 앉혀 자신의 의사가 왜곡되거나 초기 구상안이 틀어지는 일이 없도록 완벽을 기하려는 안 후보의 ‘결벽증’마저 느껴진다. ‘3무’는 업무와 기능을 중심으로 캠프 구성원들이 팀제로 얽혀 있는 수평적 네트워크형 대선조직을 가능하게 한다. 안 후보는 출마 전부터 선대본부장이 명령을 하달하는 기존 정치권의 수직적 체계를 벗어나 이런 형태의 대선조직을 구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수평적 네트워크 구조, 개방성·참신성·전문성이 안철수 캠프가 내세우고 있는 강점이다. ●이상·현실 괴리 사이 ‘외줄타기’ 하지만 뒤집어 보면 캠프 구성원 모두가 수평적 관계에 놓인 가운데 안 후보 홀로 정점에 서 있는 구조로 해석될 수도 있다. 안 후보를 가운데 두고 팀장과 팀원들이 바퀴살처럼 뻗어 있는 ‘방사형’이다. 구성원들은 기업 부서처럼 기능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연계돼 있고 끈끈한 연줄이 없다 보니 구심점과 공유하는 가치는 오로지 ‘안철수’뿐이다. 후보 하기에 따라, 특히 후보가 마지막 순간 독단을 내리려 한다면 개방성이 순식간에 폐쇄성으로 변질될 수도 있는 구조다. 후보에게 조언할 최측근 그룹도 없고, 견제할 2인자도 없다. 안 후보의 경제멘토로 주목받았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경제공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 조언자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안 후보와 막역한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 원장을 최측근으로 꼽는 사람도 있지만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와의 단일화는 그도 알지 못했다. 안철수 캠프 팀장급 회의의 대부분은 박선숙 총괄본부장이 주재한다. 연관성 있는 팀들이 모여 토론을 하면 이를 조정, 관리하는 역할이다. 팀장에게는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진다. 권한도 주어진다. 그러나 캠프 관계자는 25일 “충분히 반영하고 고민하되 최종 결정에는 후보의 생각이 가장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논쟁이 벌어지면 어떻게 교통정리를 하느냐.’는 물음에 “지금까지 논쟁을 벌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모든 구성원의 생각이 ‘안철수의 생각’과 일치하거나 논쟁이 붙을 만한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 없었거나 혹은 이에 대한 토론이 심도있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안 후보의 대외적 이미지는 ‘불통’이기보다는 일단 ‘소통’에 가깝다.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며 참석자들과 교감했고 안랩 최고경영자(CEO) 시절에는 사원들과 하루에 한번씩은 면담했다고 한다. 대선출마 직전까지 그는 전국을 돌며 밀도 있게 사람을 만나고 대선 도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면서도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는 고독함을 자처하는 스타일로 비친다. ‘안철수 비토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불통’ 아닌 ‘불통’의 단적인 예로 꼽는 것이 바로 휴대전화다. 억양과 목소리 톤을 통해 감정까지 전달되고 때로는 불편한 말도 들어야 하는 ‘날것’ 그대로의 휴대전화 대신, 정제된 문장이 오가는 이메일만으로 ‘일방적 소통’만 고집한다는 것이다. 연줄을 멀리하거나 2인자 행세를 하려는 ‘킹메이커’를 가차없이 내치는 행동 패턴은 권력 욕구나 완벽주의와도 맞닿아 있다. 안 후보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멘토 역할을 자처하며 자신의 행보에 대해 언론에 이런저런 말을 하자 “저는 나름의 판단이나 역사의식이 있다. 그분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 역할을 하시는 분은 300명 정도 된다.”며 정치권의 대표적 선거전략가인 윤 전 장관을 300명 중 1명으로 만들어 버렸다.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실세에게 영향과 간섭을 받으며 자신의 판단과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상황을 못 견딘다는 얘기다. 안 후보 주위에 각 분야의 엘리트는 많지만 정치적 동지라고 부를 만한 사람을 찾기 힘든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라인업’을 원천 봉쇄한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라인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조직 안에 세력이 형성된다는 것이고, 이 세력의 입김이 거세지면 안 후보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아진다. 라인을 만들었다며 안랩의 한 간부를 자른 일화도 유명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당시를 돌이켜 보며 “라인을 만드는 사람, 그래서 조직을 해치는 사람에겐 가차없다.”고 강조했다. 참모진에 대한 평가는 엄격하다. 안랩에서 안 후보의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창구 역할을 했던 박근우씨는 마감일에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가 안 후보로부터 “어제까지 보고를 기다렸지만 아무 답변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한다면 제 마음속에서 지워버리겠습니다.”란 ‘통첩’을 받았다고 한다. 영입 대상의 성향은 진보·중도·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와야 하는 만큼 의식적으로 진보·중도·보수 간 균형을 맞춰 영입하려는 뜻이 엿보인다. 아직 캠프 가동 초반이긴 하지만 이 때문에 화학적 결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모피아’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 전 경제부총리와 손잡은 것처럼 무소속 후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적 외연을 넓히고 캠프에 중량감을 더하기 위해 코드만 맞다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영입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탈정치적 중용… 엘리트주의? 일부에선 안 후보의 ‘탈이념적 용인술’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정체성’ 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안 후보는 폭넓게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야권 전체적인 합이 진보적 가치이고 진보 정체성을 강조하는데 이것과 다르게 가면 지지층을 결합할 때 난점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정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민주당·새누리당 사람들을 제외하고 캠프를 소수로 꾸리려다 보니 일명 ‘사’자 돌림으로 통하는 퀄리티가 좋은 시민 사회 계열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철수가 지향하는 정치 색깔과도 맞지 않다.”며 “‘안철수가 과연 민주적이냐. 박근혜보다 엘리트주의를 지향하는 게 아닌가’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정·송수연기자 hjlee@seoul.co.kr
  • 강호동·장동건·김병만까지 SM으로… 대형기획사 몸집키우기 어디까지?

    강호동·장동건·김병만까지 SM으로… 대형기획사 몸집키우기 어디까지?

    “SM, YG, JYP 등 ‘연예 권력’에 몸담기 위해 연예인들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줄을 서는 것이 연예계의 현실입니다.”(한 음반기획사 대표)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SM C&C(Culture & Contents)가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거물급 연예인 영입, 드라마·영상 콘텐츠 제작 등으로 덩치를 키우면서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아시아와 세계시장 진출 전략을 내세운 대형 기획사들의 덩치 키우기는 그러지 않아도 양극화가 심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판도를 더욱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3일 매니지먼트 업계에 따르면 SM C&C는 지난 19일 배우 장동건, 김하늘, 한지민이 소속된 ㈜에이엠이엔티를 M&A한 뒤 같은 날 오후 개그맨 김병만, 이수근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SM C&C의 주가는 요동쳤다. 이미 강호동, 신동엽 등 대어급 MC들을 영입했고, SBS 수목극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직접 제작하면서 방송 콘텐츠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한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기획사의 힘은 곧 ‘인기 연예인을 몇 명 보유했느냐’인데 앞으로 몇 년 뒤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대형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만 살아남을 것”이라며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를 걸기에는 현실이 팍팍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SM C&C가 제작하는 드라마에는 소속 아이돌 연예인이 대거 투입돼 SM만의 파티로 불린다. 반면 일각에선 “대형 기획사의 전문·분업화된 시스템과 힘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한류를 이어가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도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어려운 시기를 겪었던 강호동, 타블로, 싸이 등이 울타리를 찾아 대형 기획사인 SM C&C와 YG엔터테인먼트 등에 둥지를 튼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대형 기획사의 문어발식 영업 확장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주식시장의 평가도 냉혹하다. 대거 코스닥 상장에 나서며 연예 비즈니스 활동에 의한 수익보다 펀딩과 차익 실현에 더 열을 올린다는 우려 탓이다. 실제로 SM과 YG를 제외한 대형 기획사들의 영업 실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대형 기획사들이 최근 제작사를 설립해 일선에 뛰어든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자사의 스타 연예인들을 독점적으로 활용,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유통업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불거진 독과점 폐해는 수년 전부터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몇몇 메이저 기획사의 방송 프로그램 독식과 출연진 편중, 스타 연예인의 출연료 급등 등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 기획·제작사와 이들에 소속된 연예인들에게 돌아간다. 거대 스폰서인 대기업들의 시선도 대형 기획사로만 쏠린다. SM이 대형 카드사와 공동 상품개발에 나섰고, YG는 공동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기획사 간 ‘돈싸움’이 부의 편중을 불러오는 이유다. 한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을 한 팀 만드는 데 노래·안무·레슨비 등 매달 수천만원이 든다.”면서 “월세조차 버거워 사금융 대출에 의존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연예인 홀로 독자적인 행보를 걷는 1인 기획사의 등장은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가수 서인영의 ‘서인영 컴퍼니’, 울랄라세션의 ‘울랄라 컴퍼니’, 배우 한은정의 ‘제이엔픽’ 등이다. 규모는 작지만 오랜 기간 같이 해 온 ‘식구들’과 함께 입지를 다지면서 기존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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