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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언제부턴가 우린 다시 돌을 들었다/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언제부턴가 우린 다시 돌을 들었다/진경호 논설위원

    돌밖에 없었다. 그것 말고는 내던져 저항할 수단이 없었다. 모두가 나와 돌을 던졌다. 그렇게 1987년 민주화 체제를 만들었다. 돌로 불의(不義)를 깼고, 그 돌을 모아 민주의 초석을 놓았다. 20여년이 흐르고 6명의 최고권력을 내 손으로 뽑아 더는 돌 들 까닭이 없을 듯한 지금, 우리는 돌을 들고 있다. ‘공공의 적’이 사라진 자리에 ‘그들’, 네 편을 세워놓고 연신 돌을 던진다. 엄혹했던 시절의 단일대오는 깨졌고, 오로지 내 편과 네 편이 남았다. 민주주의는 정치 체제가 아니라 사회의 상태를 뜻한다는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말이 옳다면 우리는 여전히 민주화의 과정을 밟고 있을 뿐이다. 사회는 날로 다원화되고 있으나 모 아니면 도만 있을 뿐 개, 걸, 윷은 없는 우리에게 민주는 아직 기다릴 대상일 뿐 누릴 대상이 아니다. 오랜 무명에서 벗어나 ‘직렬 5기통’ 막춤을 신나게 추어대기 시작한 크레용팝 다섯 아이들에게 ‘일베충’ 어쩌고 하며 돌을 던지고, 몇 마디 트위트로 ‘개념 연예인’에 오르면 그 뒤론 하품만 해도 수천, 수만의 ‘닥치고 지지’를 받거나 ‘묻지마 저주’를 받는, 누구나 마녀이고 마녀사냥꾼인 이 땅엔 아직 민주의 날이 오지 않았다. 나와 다름을 포용하는 민주주의를 우린 아직 갖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정치? 그래 맞다. 정치가 문제다. 대권을 차지한 쪽과 잃은 쪽만 있을 뿐, 너도 옳고 너도 옳다고 말할 황희 정승을 갖지 못한 정치가 문제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며 청문대에 세운 증인에게 “광주 경찰이냐”고 따지고, 맞은편 증인에겐 “당신은 진골TK”라고 일갈하는, 천박하고 악한 편 가르기 정치가 문제다. 그렇게 갈라놓고 그 틈새에 제 둥지를 틀려 드는 싸구려 정치가 정말 문제다. 한데, 한데 정녕 정치만 문제일까. 이런 정치를 부추기는 언론은 어떤가. 새해가 열리면 큼지막한 사설로 사회 통합을 목청 높여 부르짖고는 이튿날부터 툭툭 손 털고 남은 364일을 아무런 가책 없이 편 가르고 쪼개는 데 몰두하는 언론은 정녕 문제가 아닌가. 200여년 전 서구 정당의 당보에서 출발한 태생의 한계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언제부턴가 우리 신문은 정파지의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곤 사회 갈등의 첨병이 된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자랑스러워하는 존재가 됐다. 비판이라는 소명을 앞세워 ‘적진’을 매도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내 편의 적의(敵意)를 일깨운다. 진영의 논리만 앞세울 뿐 사회를 하나로 묶으려 아등바등하지 않는다. 5년 전 소고기 촛불시위 때에도, 그 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 때에도, 그리고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으로 정국이 후끈 달아온 지금도 언론은 편을 가르느라 동분서주한다. 갈등 속에서 정치와 언론이 먹고살고, 먹고살기 위해 다시 사회를 갈라 놓는다. 언론학자 터크만은 “뉴스란 세상을 향한 창이며, 사람들은 그 창으로 세상을 보고 알게 된다”고 했다. 언론이 어떤 잣대로 세상을 보고 전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보는 세상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언론이 세상을 그리고 만든다는 말이다. 아전인수에 침소봉대로 무장한 언론이 박수를 받는 한 우리는 늘 뒤틀리고 갈라진 세상에서 허덕이게 된다. “권위가 사라진 세상에서 평등화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는 자기 의사를 저버리고 오로지 다수의 의견을 추종하게 만들 것”이라고 토크빌은 우려했다. 그래서 결국 다수의 횡포가 민주주의를 전제적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어른이 없는 사회다. 심판이 돼야 할 언론마저 공을 차고 있다. 민주주의의 변질, 즉 ‘머릿수가 곧 권력’인 속성으로 인해 저마다 ‘다수’가 되려 두 손에 돌을 쥐고 마주 서는, 왜곡되고 병든 민주주의로 우리가 가고 있다. 대체 지금 누가 이 만인을 향한 만인의 투석전을 말릴 것인가. 언론에 기생하는 정치를 탓하기 전에 언론을 탓하고, 그런 언론이 먹고살 수 있도록 만든 우리를 탓해야 한다. jade@seoul.co.kr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⑨ 정동과 덕수궁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⑨ 정동과 덕수궁

    >> 정동 공사관거리 어떻게 형성됐나 서울 도심 한복판 중구 정동(貞洞)이 외국 공사관 거리로 바뀐 데에는 사연이 있다. 미국공사관이 1883년 정동에 처음 자리 잡으면서 열강이 속속 진입한 것이다. 서울에서 근대의 풍경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곳 정동의 형성은 우연한 계기로 이뤄진 셈이다. 1880년 우리나라에 첫 공사관을 개설한 일본 공사관이 들어선 곳은 서대문 밖이었다. 조선은 외국 공관의 사대문 안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1882년 임오군란 진압 과정에서 청군과 일본군이 도성 안에 주둔하면서 금역은 깨졌다. 새 경계선으로 정한 것이 개천(청계천)이었다. 종묘사직이 있는 개천 안쪽만에라도 외세를 들여놓지 않으려고 버텼다. 일본과 청나라의 틈을 비집고 미국이 사대문 안 정동에 전격 상륙한 것이다. 왜 하필이면 정동이었을까? 조선과 수호조약을 체결한 미국 초대 공사 푸트에게 정동에 공관과 사택을 알선해 준 이는 수송동에 살고 있던 독일인 외교고문 묄렌돌프였다. 통역 윤치호의 처가가 정동에 있었던 이유도 컸다. 그러나 강원도 관찰사 민치상의 아들 민계호의 집을 외국인에게 선뜻 내어 준 것은 고종의 윤허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다. 당시 58세로 나이가 지긋하고 경력도 상당한 푸트에 대한 고종의 개인적 호감이 작용했다고 한다. 푸트는 1만냥을 주고 125칸의 건물이 딸린 한옥을 사들였다. 이 집은 미국 공사관을 거쳐 나중에 미국 대사관저(하비브하우스)가 된다. 푸트는 정동에 정착한 최초의 외국인이 됐다. 이어 영국 영사관(1884년), 러시아 공사관(1885년), 프랑스 공사관(1889년), 독일 영사관(1891년), 벨기에 영사관(1901년) 등이 합류하면서 정동은 양인촌(洋人村)이 됐다. 정동은 서양 외교관이나 선교사, 그들의 가족에게 여러모로 좋은 곳이었다. 인천항이나 한강을 통해 서울 진입이 손쉬운 마포나루와 양화진이 가깝고, 경복궁이나 경운궁에 접근하기 좋다. 사대문 성곽 안이어서 안전하고, 토지와 가옥 매입이 쉬우며, 특정 지역에 모여 살기에 편리했다. 19세기 말엽까지 서울에는 9개 나라의 공관이 있었는데 이 중 7개 나라가 정동 권에 있었다. 중국과 일본의 공관만 정동 밖에 있었다. 개항기 서울에서는 모두 226명의 서양인이 117채의 집을 차지했다. 대부분 정동이나 연지동에 거주했다. 여기에다 청국과 일본인을 포함하면 외국인 수는 모두 3200여명에 이른다. 독립신문 1897년 4월 1일자는 “프랑스인 28명에 가옥 7호, 러시아인 57명에 가옥 22호, 독일인 9명에 가옥 7호, 미국인 95명에 가옥 40호, 영국인 37명에 가옥 41호, 청국인 1273명에 가옥 110호, 일본인 1758명에 622호 등 모두 3257명에 가옥 767호이라더라”라고 보도했다. 이후 13년이 흐른 1910년 서양인 수는 308명으로 별 변화가 없었다. 같은 해 7월 15일자 대한매일신보에 따르면 일본인을 제외한 외국인 수는 2344명이었다. 대한매일신보는 “경성에 거류하는 외국인을 조사한즉슨 영국인이 88명, 미국인 131명, 프랑스인 57명, 독일인 19명, 러시아인 12명, 벨기에인 1명, 청국인 2036명이라더라”라고 보도했다. 미국 공사관의 정동 진입 당시 일본 공사관은 남산자락 아래 예장동에 있었고, 청나라의 공사관 격인 상무총서(商務總暑)는 남별궁터(조선호텔)에 있었다.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주장하는 청은 공사관을 설치하지 않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총영사를 지낸 천수탕(陳樹棠)이 1883년부터 2년간 주조선(駐朝鮮) 상무위원(商務委員)이란 직함을 달고 활동했다. 실질적인 청국대사였다. 그는 외국사절단 회의석상에서 “조선은 중국의 속국이니 나의 직위는 외국 사신 중 우두머리이며, 조선의 정승보다 상석에 앉아야 한다”며 거드름을 피웠다. 후임자인 위안스카이(袁世凱)의 직함은 ‘주찰조선총리교섭통상사의’(駐紮朝鮮總理交涉通商事宜)였다. 1885년부터 10년간 조선총독 행세를 한 위안스카이는 명동 옛 중국 대사관 자리에 총리아문이라는 집무실을 설치했다. 지금의 을지로입구와 마포나루에 청국경찰서와 청국파출소를 각각 두는 등 경찰력을 따로 운영했다. 이들의 위세를 업고 중국 상인들이 소공동을 중심으로 수표동과 관수동에 상권을 형성했다. 정동은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의 능인 정릉(貞陵)이 있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지만 왕자의 난을 치른 태종이 계모의 능을 정릉동으로 옮겨 버렸기 때문에 능의 실체는 없고 이름만 남았다. 미국 공사관 터가 정릉 터로 추정된다. 태조 때 정릉에 설치한 문인석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전성기 정동에는 외국 공사관을 비롯해 배재학당, 이화학당 등 학교와 손탁호텔, 성공회, 구세군 본영, 정동 제일교회, 덕수교회 등 종교시설 등 모두 25개의 큰 건물이 들어서 서울에서 가장 화려하고 분주한 동네였다. 현재도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노르웨이, 네덜란드, 러시아 대사관 등 6개국 대사관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대사관저는 웬만한 대사관을 압도하는 규모다. 정동에 근대의 향기는 여전하지만 자취는 거의 사라졌다. 정동의 옛 공사관과 거리가 그때 그 모습으로 보전됐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을 감출 길 없다. >> 덕수궁인가 경운궁인가 ‘도심 궁궐’ 경운궁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 황궁이었다. 고종은 백성이 모이기 쉬운 경운궁과, 청과 일본의 군사력이 미치기 어려운 정동 외국 공사관을 이용해 기울어져 가는 나라를 일으켜 세우려고 애썼다.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옮겨 정사를 본 1896년 아관파천 이후 1910년 국치일 이전까지 서울의 정치 중심은 경복궁이 아니라 경운궁이었다. 이곳에서 1897년 대한제국 수립을 선언했으며 원구단과 황궁우를 짓는 등 위상회복을 꾀했다. 서대문~종로~동대문~청량리 간 8㎞ 거리의 단선궤도 전차를 1899년 개설했는데 이는 도쿄보다 3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경운궁은 을지로와 충무로 등 주요 도로와 사통팔달 식으로 연결되는 방사성 교통 요충지가 됐다. 조선 500년간 왕족이나 명문가의 거주지이자 사색당파(四色黨派) 중 서인(西人)의 주거지이던 정동이 하루아침에 양인촌으로 둔갑하면서 사실상 열강의 조계지(租界地)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다. 고종은 먼 나라와 친교를 맺어 가까운 나라를 공략한다는 ‘원교근공’(遠交近攻) 계책에 따라 서구열강의 힘을 빌려 일본과 청의 야욕을 막으려고 했다. 고종의 생각은 현실이 됐다. 미국 공사관이 정동에 터를 잡은 지 13년 후인 1896년 2월 11일 고종은 일본군의 눈을 피해 야밤에 경복궁을 탈출, 미국 공사관 안 쪽문을 통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파천했다. 명성황후가 참변을 당한 경복궁에 더 머물길 원치 않았다. 이곳에서 1년 9일을 머물면서 경운궁을 정비했고, 이듬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궁(皇宮)으로 썼다. 1919년 승하할 때까지 23년간 경운궁과 정동을 떠나지 않았다. 경운궁 대안문 앞에서 치러진 국장은 3·1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1907년 고종이 강제 퇴위당하고 나서 경운궁은 덕수궁으로 이름을 바꿨다. 동문 대안문(大安門)을 대한문(大漢門)이라고 이름을 바꿔 정문으로 썼다. 대한제국 시기 열강이 공사관과 교회, 학교 용도로 야금야금 잠식한 경운궁은 3분의1 크기로 쪼그라들었다. 1930년 덕수궁에는 전(殿) 6채, 당(堂) 7채, 헌(軒) 5채 등 18개 건물만 달랑 남았다. 궁궐 부지 2만여 평 중 절반을 또 공원용지로 떼어 냈다. ‘중앙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장충단공원, 남산공원과 함께 서울의 3대 공원으로 지정됐다. 일본을 상징하는 벚나무를 심었다. 역사상 첫 황궁이던 경운궁은 창경궁과 함께 일개 공원으로 전락했다. 경운궁이라는 이름은 역사와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다. 덕수궁이면 어떻고 경운궁이면 어떠하며, 대안문이면 어떻고 대한문이면 또 어떠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비록 우리 손으로 바꿨지만, 일제의 술수와 압력이 개명을 종용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경운궁 명칭 회복운동이 몇 년 전 시작됐다.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경운궁으로 환원하자는 학계와 시민단체 등의 주장에 대해 문화재청은 잔재의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덕수궁을 유지했다. 문화재위원회도 명칭을 변경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못하고, 반대 의견이 많아 명칭 변경 안건에 대한 심의를 보류한다고 밝혔었다. 조선총독부를 해체한 이유를 망각하고 있다. 역사에는 곡절이 있다. 곡절의 진위를 캐묻는 의문과 왜곡 바로잡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진실도 눈을 감고 말 것이다. joo@seoul.co.kr
  • 전자발찌 차고 성폭행·살해 1년… 변한게 없다

    전자발찌 차고 성폭행·살해 1년… 변한게 없다

    2012년 8월 20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 골목. 유치원생 자녀를 배웅하고 돌아온 주부가 집으로 숨어든 괴한의 성폭행 시도에 저항하다가 무참히 살해됐다. 검찰과 경찰 간 성폭행범 DNA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 사이 서진환(43)이 전자발찌를 찬 채 벌인 두 번째 범행이었다는 사실에 여론은 들끓었다. 전 국민을 분노에 떨게 했던 ‘서진환 사건’이 발생한 지 꼭 1년이 됐지만 당시 불거졌던 성폭력 관련 대책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검·경 DNA 정보 공유 ▲전자발찌 관련법 개정 ▲화학적 거세 확대 등의 관련법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개정한 뒤에도 효과가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당시 서진환 사건 이후 검찰이 보유한 수형자 DNA 정보와 경찰이 담당하는 구속 피의자·현장 DNA 정보를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검·경은 DNA 정보를 각각 관리하고 있다. 지난 1월 16일 박영선 민주당 의원 등 18명은 DNA 신원 확인 정보 관련 업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일원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다음 날인 17일에는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 등 11명이 수형자와 용의자 DNA 신원확인 정보를 검·경이 따로 구축하되 의무적으로 연계 운영토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전자발찌로 용의자의 위치 정보를 우선 파악한 뒤, 나중에 영장을 처리할 수 있는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전까지 경찰이 전자발찌를 부착한 용의자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영장을 받아 법무부 보호관찰소에 제출해야 했다. 그 사이 용의자가 다른 범행을 저지르거나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나는 사건이 잇따랐다. 개정된 법률이 지난해 12월 공포됐지만 전자발찌의 실효성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전자발찌를 찬 용의자가 범행을 저지른 뒤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달아나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지난 15일엔 경북 영주시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한 전과가 있는 김종헌(50)이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살인을 저지르고 달아났다. 법무부 중앙관제센터와 경찰의 위치정보 공조가 늦어지는 사이 김종헌은 전자발찌를 끊고 종적을 감춰 버렸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로 DNA와 위치 정보를 실제로 이용해야 할 경찰이 해당 정보를 보유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창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정부 차원의 성범죄 관련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19일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조직과 이용해야 하는 조직의 정보 공유가 안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박근혜 정부가 성범죄 문제를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한 만큼 총리실 아래에 관련 컨트롤타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진환 사건 이후 피해자 나이에 상관없이 재발 가능성에 따라 성충동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 이른바 ‘화학적 거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었다.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공포됐다. 하지만 해당 법률은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일각에서 ‘과도한 인권침해’라는 지적을 받았고 검찰과 법원은 청구와 치료 명령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약물치료와 함께 정신적 치료를 병행해야 상습 성범죄를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충동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정신과 치료가 지속적으로 연계돼야 한다”면서 “성범죄자의 왜곡된 성인식을 바꿔 주지 못하면 엄한 처벌을 한다고 해도 재범을 막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국정원 청문회 후폭풍… ‘광주의 경찰’ 발언 비난+꿋꿋했던 ‘왕따’ 응원

    국정원 청문회 후폭풍… ‘광주의 경찰’ 발언 비난+꿋꿋했던 ‘왕따’ 응원

    19일 열렸던 국정원 댓글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를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청문회 과정에서 여야 특위 위원들간의 공방과 증인들을 상대로 한 거친 질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의 고질적인 지역감정 조장 및 색깔론 발언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청문회 당시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대뜸 “권은희 과장은 광주의 경찰입니까, 대한민국의 경찰입니까?”라고 물었다. 권 증인이 황당한 표정으로 “질문의 의도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도 “대답하라”고 다그치기만 했다. 이어 “모든 경찰은 대한민국의 경찰”이라고 권 증인이 답하자 “그런데 왜 권 증인에게 ‘광주의 딸’이라고 하는지 이상하다”는 논리를 폈다. 앞서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도 민주당 총선에 공천을 신청하기도 했던 김상욱 전 국정원 간부에게 “증인은 고향이 어딥니까?”, “조선대학교 부속고등학교 나왔습니까?”라는 등 지역을 부각시키는 질문을 잇따라 몰아붙였다. 이 의원은 또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을 가리켜 “종북 얘기할 때 반론하는 분은 종북세력과 가까운 분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근거없는 색깔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들에 대해 각계에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20일 ‘국정조사 청문회 현장의 낡은 정치행태에 개탄을 금치 못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국정원 국정조사 증인 청문회장에서 보여준 여야 간 상호 정제되지 않은 막말공방은 반드시 고쳐져야 할 낡은 정치행태”라면서 “스스로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정치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특히 조 의원의 “광주의 경찰인가, 대한민국의 경찰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발언은 명백하게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대한민국 경찰 전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야 할 국조특위 위원이 자극적 언사를 통해 상대방을 자극하고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또 “후진적 발언”이라면서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공공연하게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한다면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정책의지를 국민이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트위터에 조 의원을 발언을 두고 “조 의원에게 묻는다. ‘대한민국 의원이냐, 평양 의원이냐’ 대한민국에 오셨으면 이곳 수준에 좀 맞춰주세요. 어디서 북조선식 선동입니까?”라고 비판했다. 한편 전날 청문회에서 “수사 축소·은폐는 없었다”는 서울경찰청 분석관들에 둘러싸여 혼자 ‘왕따’가 돼 소신발언을 이어왔던 권은희 증인에 대해서는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국정원 댓글사건의 수사 책임자였던 권 증인은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정치개입 의혹 댓글을 찾기 위한 키워드를 줄여달라는 강압적인 요청을 받았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압수수색을 하지 말라고 전화했다”는 등 대선개입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왜 14명이 아니라고 하는데 혼자만 맞다고 하는 이유가 뭐냐”, “국정원 직원의 감금을 현장 수사과장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비롯해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 되기를 바랐고 지금도 대통령이 문재인 후보였으면 하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뜬금없는 공세에도 침착하게 대응했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들의 응원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은 “진실을 왜곡한 수뇌부를 대신해 국정조사에서 당당하게 진실을 밝힌 권 과장의 소신있는 발언이 자랑스럽다”고 했고, 또 다른 경찰은 “경찰관으로서 직업윤리와 사명감을 지키는 걸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문회 상황에 대해 “증인 한 사람에게 수많은 사람이 여러가지 다른 전문성 또는 시각, 의견으로 돌아가면서 집단적인 공격을 하는 린치상황이었다”면서 권 증인의 역할을 부각시켰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트위터에 “권 증인의 마지막 답변은 ‘경찰 수사권은 독립돼야 하고 독립을 위해 지금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 일선 경찰들은 저를 지지하는 경찰이 많다고 생각한다’였다. 왕따 현장의 청문회에서 한치 흔들림도 없이 답변하는 내공에 저도 놀랐고 많은 국민이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애쉬튼커쳐, 애플 공동창업자 영화 ‘잡스’ 혹평에 반박

    애쉬튼커쳐, 애플 공동창업자 영화 ‘잡스’ 혹평에 반박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봉된 스티브 잡스 전기영화 ‘잡스’(Jobs)에 대해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혹평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워즈니악은 IT사이트 기즈모도에 올린 리뷰에서 “오늘밤 ‘잡스’를 관람했다. 전반적으로 연기는 좋았고 기분좋게 관람했다. 그러나 추천할 만한 영화는 못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에는 많은 오류들이 있는데 이는 잡스에 대한 애쉬튼 커쳐(잡스 역)가 스스로 만든 이미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의 이미지가 영화배우 애슈턴에 의해 왜곡되게 묘사되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워즈니악은 영화의 정확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내가 잘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잡스나 애플과 맺었던 관계가 잘못 묘사된 데 대해 기분이 좋지 않다”면서 “이 영화는 잡스에 대해 너무 아첨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화를 보았던 내 친구도 ‘소설(처럼 꾸민 이야기)을 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영화는 스티브가 성공적인 상품(아이팟)을 만들어내고 우리 삶을 바꾼다는 것으로 끝난다”면서 “나는 I시대를 연 스티브의 우수함을 높이 평가하고 내가 그런 상품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 데 대해 감사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그가 초기부터 그런 기술과 우수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즈니악은 애쉬튼 커쳐가 “워즈니악은 스티브 잡스에 대한 영화를 준비 중인 다른 영화사로부터 돈을 받고 (영화 ‘잡스’를) 고의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잘못된 지적이며 그의 이런 말이 그가 여전히 영화 속 캐릭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주말 영화 ‘잡스’의 미국 흥행 성적은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 매출이 당초 예상치인 900만 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670만 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평론가들도 각본과 연출이 다소 엉성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영화는 스티브 잡스가 16세였던 1971년부터 아이팟을 개발한 2001년까지의 삶을 그리고 있다. 한국 개봉일은 오는 29일.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정원 댓글녀 “대선 개입 지시받은 적 없다”

    국정원 댓글녀 “대선 개입 지시받은 적 없다”

    국가정보원의 댓글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특위가 19일 오후 경찰 및 국정원 전·현직 직원 등의 증인 26명이 출석한 가운데 2차 청문회를 열었다. 오전 파행 끝에 겨우 속개된 오후 청문회에서 당사자로 꼽히는 ’국정원 댓글녀’ 김모 직원이 출석해 가림막 안에서 신변을 노출하지 않은 채 증언을 이어갔다. 김 직원은 이날 검정색 상의와 꽃무니 미니스커트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모습으로 국회에 등장했다. 지난해 경찰조사에 임하면서 모자와 안경, 목도리 등으로 꽁꽁 싸맨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날도 서류봉투와 부채,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은 철저히 가렸다. 김 직원은 권성동 새누리당 간사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나 국정원 차장으로부터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야당 후보를 반대하는 댓글을 올리라는 지시를 받았느냐”고 묻자 차분한 말투로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나 국정원 차장으로부터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야당 후보를 반대하는 댓글을 올리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저는 정치개입 내지는 선거개입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활동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심리전단의 댓글 활동을 두고도 “북한과 종북세력이 왜곡 선전선동에 대응하기 위한 활동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 직원은 개인 컴퓨터와 랩톱 하드디스크를 임의 제출한 이유에 대해 “당시 임의 제출을 하지 않으면 감금된 상태에서 오피스텔에서 나갈 방법이 없어서, 억울한 측면이 있어 임의 제출했다”는 설명도 내놨다. 한편 김 직원과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명 국정원 전 3차장도 “대선 개입 의혹을 받을만한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면서 “게시글의 내용은 일방적으로 국가 정책을 홍보하는 성격이 아니라 북한이 우리 정부와 국민을 이간시키려는 주제로 끊임없이 심리전을 감행한 것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청래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여”, 조명철 “광주경찰이냐?” 청문회 말말말

    정청래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여”, 조명철 “광주경찰이냐?” 청문회 말말말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가 19일 26명의 증인들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연 가운데 여야 특위 위원들의 발언들도 격한 발언을 주고 받았다. 이미 오전에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여야 의원들이 공방을 주고받고 고성이 난무하면서 한 차례 파행을 겪은 데다 가까스로 오후부터 진행된 청문회에서도 막말이 오고갔다. 증인들을 대상으로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일방적인 편들기식 질문, 다그치는 질문을 비롯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까지 서슴없이 나왔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당이 제시했던 경찰청 CCTV 동영상 등을 가리켜 “민주당이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정청래 민주당 간사는 “존경하지도 않으면서 자꾸 존경한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의원들이 상대 의원들을 가리켜 “존경하는 OOO 의원님”이라고 관례적으로 말하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정 간사는 그러면서 “이 의원은 전문가들한테 질문할 때는 공부 좀 하고 오라”면서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만날 조작하고 왜곡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는 줄 아느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발끈하며 큰 목소리로 항의했고 이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돼지라는 막말을 한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은 댓글사건의 수사 책임자였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뜬금없이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고 물으면서 “권 과장에게 ‘광주의 딸’이라는 말이 붙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비아냥거렸다. 같은 당 이장우 의원도 김상욱 전 국정원 직원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재차 묻는 등 지역감정을 조장했다는 논란을 받고 있다. 앞서 오전 청문회에서는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가림막 설치를 두고도 갈등이 격화됐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저 (가림막)안은 치외법권 지역처럼 아주 편안히 앉아서 밖의 증인들과 차별이 심하다”면서 “권성동 새누리당 간사는 국회 증인감정법률을 해석함에 있어 국어 공부를 다시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권 간사는 “박 의원과 법적 논쟁을 벌이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면서 “국민들이 사법시험에 합격한 권성동의 법해석을 믿을 것인지, 박영선 의원의 해석을 믿을 것인지 알아서 생각하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증인선서’ 거부한 원세훈·김용판

    ‘증인선서’ 거부한 원세훈·김용판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가 16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두 핵심 증인이 출석한 가운데 열렸다. 두 증인은 모두 국정조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정원 댓글 의혹이나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국기 문란”이라고 몰아붙이면서도 결정적 새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증인들은 검찰 기소 내용을 전면 부인하며 공방만 되풀이해 성과 없는 청문회라는 지적을 받았다. 원 전 원장은 이날 오후 청문회에 출석해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 등에 관한 법률 3조에 따라 제가 선서하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 다만 진실을 그대로 진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청장은 오전에 “증언이 언론 등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진위가 왜곡되거나 잘못 전달될 경우 형사재판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원 전 원장은 심리전단의 댓글 작업에 대해 “사건이 터지고 난 다음에야 알았다”면서 ‘노무현 정부’ 때도 국정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사안에서 홍보성 댓글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자신을 댓글을 통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이 없으며, 2009년쯤 남북대화 때문에 청와대에 대화록을 전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전 청장도 “검찰 공소장 전체 내용을 전면 부인한다”고 밝혔다. 은폐·축소 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지난해 12월 16일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서도 “허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판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의혹 수사 발표 전 국정원 및 새누리당과 수차례 협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당시 박원동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한 차례 통화한 사실은 있지만, (중간 수사 발표 전에) 상의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화폐 이자에 얽힌 불편한 진실을 꼬집다

    지금 세계는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전대미문의 거대하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내놓고 시도하는 이런저런 회생과 극복의 방법도 만족할 만한 효과에선 멀다. 부의 편중과 불평등 심화라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해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곳곳에 비등하지만 궁극의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는 흐름이다. 그런 상황에서 소수의 전문가들은 금융시스템의 근본적 뒤집기에 방점을 찍는다. ‘화폐를 점령하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당연한 패러다임인 화폐와 이자의 오류를 설득력 있게 꼬집고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화폐는 경제 흥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중립 베일’이란 인식부터 철저히 바꾸자는 목소리의 강한 대변이다. 화폐는 이제 더 이상 노력이나 능력, 효율성, 혁신에 대한 보상이 아닌 만큼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 이전에 가치를 창조하는 수단이라는 초기의 무해한 상태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의 집약으로 보인다. 저자는 우선 오늘날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화폐 작용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판단을 콕 찍어 제시한다. 그 오류의 단적인 예는 화폐 이자에 얽힌 불편한 진실이다. 흔히 대출했을 경우에만 지불하는 비용으로 여겨지는 이자. 하지만 생산자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기계 구입비며 관리비, 서비스 제공에 대한 노동임금을 지불한다. 그 비용에 필요한 대출과 이자 지불은 상품 가격에 당연히 포함된다. 만약 가격에 간접적으로 부과된 이자를 지불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노동량을 줄이고도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상위 계층 대부분은 일반 사람들의 이자에서 거둬들인 수익으로 다시 금융 투자를 해 재산을 늘린다. 저자는 이런 금융 시스템이 바로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격차를 벌여 사회 양극화를 불러온 주요 요인으로 지적한다. ‘화폐 점령’이란 그래서 시스템을 왜곡시킨 사회적 합의를 변경해 모두에게 적군이 아닌 아군이 될 수 있는 화폐를 만들자는 새 물결의 집약이다. 책에는 무이자은행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JAK협동조합은행’이며 선박회사에서 많이 쓰는 ‘디머리지(Demurrage)’제도, 오스트리아 포르알베르크에서 주정부 지원을 받아 통용되는 ‘시간 화폐’, 독일 키우가무의 ‘지역 화폐’ 같은 대안 화폐와 시스템이 그 새 물결의 예로 적시된다. 장기적으로 화폐 시스템은 복리 이자로 인해 붕괴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저자는 이렇게 적고 있다. “지금 우리는 탐욕스러운 은행들과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금융 붕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무지한 채 위축되어 안락함만 좇는다면 우리 역시 다가오는 금융사태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삼성 55인치 곡면OLED TV 美서 극찬

    삼성전자의 55인치 곡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미국의 소비자 잡지 컨슈머리포트로부터 ‘영화관의 와이드스크린 느낌’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엄정한 평가를 통해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컨슈머리포트로서는 이례적인 칭찬이다. 컨슈머리포트는 15일 논평을 통해 “삼성의 곡면 OLED TV는 지금까지 우리가 평가한 TV 가운데 최고의 제품”이라면서 자체 개발한 3D 성능 실험에서 ‘A+’라는 최고의 점수를 매겼다. 삼성의 곡면 OLED TV는 화면 밝기·흑색 레벨·1080ppi 고해상도·색 정확도 등 화질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가 모두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구현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액정표시장치(LCD) TV에서 발생하는 화면 왜곡이나 시야각 저하 등은 발견되지 않으며, 일부 플라스마 평판표시장치(PDP) TV처럼 그림자 윤곽이 거칠게 표현되는 현상도 없다고 컨슈머리포트는 설명했다. 3D 안경에 달린 이어폰을 이용하면 한 화면으로 두 사람이 두 개의 방송을 동시에 즐기는 게 가능한 멀티뷰 기능이 컨슈머리포트의 흥미를 끌었다. 두께가 얇으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다만 멀티뷰 상태에서는 화면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3D 영상을 볼 때 화질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는 점은 아쉬웠다고 컨슈머리포트는 지적했다. 또 OLED TV가 TV 산업의 주류가 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으로 ‘화질의 지속성’을 꼽았다. OLED는 다른 디스플레이보다 기대수명이 짧다는 이유에서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추석 전후 이산상봉·DMZ 평화공원 만들자”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이번 추석을 전후로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이 상봉할 수 있도록 북한에서 마음의 문을 열어주기 바란다”며 이산가족 상봉을 공식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한반도를 신뢰와 화합, 협력의 공간으로 만드는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분단과 대결의 유산인 비무장지대(DMZ)에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할 것을 북한에 제의했다. 박 대통령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식 축사를 통해 “북한이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동참한다면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평화를 만드는 것은 상호 신뢰가 쌓여야 가능하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식과 국제규범이 통하는 남북관계를 정립해 진정한 평화와 신뢰를 구축해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하반기 국정운영 방향과 관련, “과거의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으로 되돌려 기본이 바로 선 국가, 일자리와 경제활력이 넘치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나서겠다”며 “잘못된 관행과 부정부패를 바로잡아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는 경제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정책 역량을 더욱 집중해 나갈 것”이라면서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아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을 통해 함께 커가고 창의와 열정으로 무장한 벤처기업들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역동적인 경제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서는 “진정한 협력동반자로 발전될 수 있도록 일본의 정치인들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용기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며 “특히 과거 역사에서 비롯된 고통과 상처를 지금도 안고 살아가고 계신 분이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책임 있고 성의 있는 조치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 차원의 사과와 보상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또 “영혼에 상처를 주고 신체의 일부를 떼어가려고 한다면 어떤 나라, 어떤 국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의 과거사 왜곡과 독도 도발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中 관영언론 원자바오 비판 “4조 위안 마구잡이 투자”

    중국 관영 언론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경기부양을 위해 단행한 ‘4조 위안(약 730조원) 투자’는 문제가 있었다고 처음으로 비판했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지난 14일 “사람들이 현재 당국의 투자 방침에 우려를 표시하는 것은 2008년 이뤄진 ‘4조 위안 투자’의 부작용과 관련이 있는데 앞으로는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영역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정부의 투자 방침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2008년 이뤄진 4조 위안 투자는 타당성과 리스크(위험)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이뤄져 경제 구조 왜곡과 과잉 생산 등 부작용을 낳았지만 향후 투자는 이와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부동산 거품, 과잉 생산 등을 초래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원 전 총리는 물론, 관영 언론들도 ‘4조 위안 투자’는 정확한 결정이라며 옹호하는 입장을 보여 왔으나 처음으로 태도를 바꿔 잘못을 시인한 셈이다. 당국은 지난 7월 중순을 기점으로 각종 투자 방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착륙을 막기 위해 다시 한 번 ‘4조 위안 투자’ 카드를 꺼내 경제를 후퇴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김용판, 사상 초유 국조 증인선서 거부… “재판 중” 사유서 전문

    김용판, 사상 초유 국조 증인선서 거부… “재판 중” 사유서 전문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6일 오전 국정원 국조특위의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김 전 청장은 “이 사건으로 인해 국정조사와 동시에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면서 “증인의 증언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진위가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지면 재판에 영향을 준다”면서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김 전 청장은 이 같은 내용이 사유서를 제출하고 증인선서 대신 사유서를 낭독했다. 다음은 김 전 청장이 낭독한 사유서 내용 전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소환돼 이 자리에 섰다. 국민들이 지대한 관심을 가진 이 사건에 대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진행하는 본 국정조사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인해 국정조사와 동시에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증인의 증언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진위가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지면 재판에 영향을 준다. 증인은 부득이하게 증언감정법 3조1항 및 형사소송법에 따라 선서를 거부하며 원칙적으로 증언을 일체 하지 않겠다. 위원장 이하 위원들이 이 점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2013.8.16 김용판”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광복절 경축사 대북·대일 관계] 韓·日 관계 전망은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일본을 향해 협력과 경고의 메시지를 동시에 던졌다는 점에서 경색된 한·일 관계의 회복 여지는 남겨둔 것으로 평가된다. ‘강온양면’의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중요한 이웃’, ‘협력 동반자’라고 지칭하면서도,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영혼에 상처를 주고 신체 일부를 떼어가려고 한다면 어떤 나라, 어떤 국민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일본과 협력할 것은 하되 과거사 왜곡과 독도 도발 등 원칙적 문제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대일 정책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와 독도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책임 있는 조치를 기대한다는 원론적 표현으로 에둘러 경고한 것은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일본의 역할과 태도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일 관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행보에 달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아베 총리가 우경화 정책을 거세게 밀어붙일수록 양국 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아베 정권이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데다 2016년까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선거가 없어 향후 몇년간 일본의 집권 세력으로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는 데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일본이 중요한 역내 파트너이자 한반도 문제와 대(對)중국 정책에 있어서 ‘레버리지’ 역할을 할 수 있는 한·미·일 3각 공조의 주요 축이라는 점에서 마냥 일본을 외면할 수는 없다는 게 현실적 고민이다. 송석원 경희대 교수는 아베 정권과의 대화가 장기적으로 파행을 보이고 있는 것이 정상적 상황이 아니라고 진단하면서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해도 가벼운 현안부터 대화를 이어가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 하반기 다자 외교 무대에서 한·일 정상 간의 접촉 가능성은 높다. 다음 달 5~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국면 전환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물 봉납료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대신한 아베 총리가 10월 추계 예대제에 직접 참배한다면 한·일관계는 지금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사설] 패전 68년, 일본은 올바로 일어서야 한다

    광복 68돌을 맞은 어제 바다 건너 일본 열도가 보여준 모습은 한·일 양국 관계의 앞날과 동북아시아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안겨준다. 일본 제국주의 오욕의 역사가 종지부를 찍은 지 68년 된 이날 2차 대전 핵심전범들의 위패를 모아놓은 야스쿠니 신사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참배객들이 몰렸다고 한다. 이 중엔 직접 참배하거나 대리인을 보낸 일본 중·참의원 190명도 포함돼 있다. 지난 4월 춘계 예대제 때의 168명을 뛰어넘은 역대 최대 규모다. 일본의 각료 15명 가운데 신도 요시타카 총무상 등 3명도 참배했다. 갈수록 우경화하는 일본의 자화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나마 아베 신조 총리와 그동안 참배를 공언했던 아소 다로 부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한·일 관계를 넘어 일본 스스로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비록 대리인을 통해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고 하나 아베 총리가 참배의 뜻을 접은 것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뜻으로 여겨진다. 동북아에서의 영토 갈등, 역사 갈등을 우려하는 미국 행정부의 뜻도 크게 작용했다고 할 것이다. 지금 일본은 68년 전 패전국의 멍에를 쓰고 만든 평화헌법을 개정해 이른바 ‘정상국가’로 다시 일어서고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아베 총리는 임기 중 개헌을 공언하고 있기까지 하다. 우리는 일본이 훗날 ‘정상국가’로 거듭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엔 대전제가 있다. 100여년 전 침략의 역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있어야 하며,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일본은 스스로 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침략의 역사를 축소·은폐하고 미화하는 교과서로 후대에게 그릇된 역사의식을 심어주고, 독도를 자기들 땅이라 우기며 국제분쟁화하는 행태는 스스로 정상국가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을 자인하는 꼴이 아닌가. 이런 왜곡된 정상국가화로는 한·일 관계의 정상화를 더욱 요원하게 만들 뿐임을 알아야 한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과거사를 직시하는 용기와 동북아의 공동번영을 위한 일본의 역할을 주문했다. 과거 그 어느 8·15 경축사보다 절제된 한국 정상의 메시지를 일본은 잘 헤아려야 한다. 각 영역에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두 나라가 일본의 그릇된 극우 리더십으로 인해 갈수록 간극을 벌리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한 일본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한·일 모두에 유익한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그 이전에 단절되다시피 한 양국 간 외교 행보부터 제 궤도로 돌려놔야 한다. 이는 오롯이 자신들의 몫임을 아베 정부는 십분 헤아리기 바란다.
  • 독일의 끝없는 반성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 왜곡이 계속되는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수용소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슈피겔 등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테판 자이베르트 총리실 대변인은 메르켈 총리가 오는 20일 뮌헨 남부에 있는 다하우 나치 강제수용소 기념관을 찾아 헌화하고 연설도 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독일 수장이 나치 수용소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방문에는 홀로코스트(2차 대전 당시 벌어진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와 뮌헨 바이에른주 교육부 장관 등이 동행할 예정이라고 대변인이 전했다. 메르켈 총리가 다하우 수용소를 방문한 뒤에는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이 나치가 학살을 벌였던 프랑스 북부 오라두 쉬르 글란 마을을 방문해 희생자를 추모할 예정이라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다하우 수용소는 2차 대전 발발 전인 1933년 아돌프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후 만든 정치범 수용소다. 1945년 미국이 수용소를 장악하기 전까지 히틀러는 유대인과 전쟁 포로, 집시, 동성애자, 장애인 등 20만명을 이곳에 가뒀다. 이 과정에서 질병과 기아로 숨진 사람만 4만 1000여명에 이른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광복 68돌…역사 부정하는 日] 한국 역사 소개하는 일본인… 강화군 문화해설사 와카즈키 에이코씨

    [광복 68돌…역사 부정하는 日] 한국 역사 소개하는 일본인… 강화군 문화해설사 와카즈키 에이코씨

    “일본에서 8월 15일은 전쟁이 끝난 날이고, 미국에 패배한 날이에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날을 ‘광복절’이라고 해서 느낌이 사뭇 달랐어요.” 150여년 전 강화도 조약으로 한국의 슬픈 근대사가 시작된 현장에서 한·일 사이의 아픈 역사를 극복하고자 팔을 걷어붙인 일본인이 있다. 주인공은 인천 강화군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하는 와카즈키 에이코(50)씨. 그는 14일 30도가 넘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문화관광 안내소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에게 강화도의 역사를 설명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1995년 한국으로 시집오면서 강화군에 정착한 와카즈키씨는 2006년부터 8년째 관광객에게 강화도의 문화 유적지를 소개하고 있다. 와카즈키씨는 “한국에 와서 역사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면서 “일본에서는 한·일 근현대사가 1910년 한일 강제병합 얘기로 끝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역사교과서와 비교해 보니 일본 교과서는 한·일 관계사를 왜곡한 것도 많고 아예 다루지 않는 사실도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와카즈키씨는 일본 사람들이 그동안 잘못된 역사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께 마땅히 사죄하고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카즈키씨가 한국에서 역사 공부를 시작한 것은 시아버지의 영향이었다. 시집온 첫날 시아버지가 보여준 전주 이씨 족보에 매료됐다. 이후 강화군에서 지원하는 해설사 교육을 받았고 정식으로 문화관광 해설사가 됐다. 그는 “한국의 문화 유적지에는 일본과 얽힌 아픈 역사가 적지 않아 설명할 때 조심스럽다”면서 “한 번은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한 어르신이 일본을 욕해서 얼굴이 화끈거린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와카즈키씨는 한국을 방문한 일본 관광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리는 일이 뿌듯하다고 했다. 그 가운데 일본의 친정어머니가 한국에 대한 생각 자체를 바꾼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그는 “어머니는 한국인을 ‘조선인’이라고 불렀고, 한국에 시집간다고 했을 때는 아예 모녀의 연을 끊자고 했을 정도였다”면서 “그런데 경복궁을 보고서는 ‘한국은 참 고운 나라’라며 ‘그동안 한국을 잘 알지도 못하고 무조건 결혼을 반대해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부와 같은 나라”라면서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일본이 역사를 정확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對日 메시지’ 경고? 설득?

    ‘對日 메시지’ 경고? 설득?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맞는 8·15 광복절에 내놓을 경축사의 내용과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 남북이 14일 실무회담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에 극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남북 관계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꺼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남북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인 만큼 화해와 협력을 구축하기 위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촉구하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에 나올 경우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대북 메시지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일본을 향한 메시지는 ‘수위’가 더 주목된다. 일본 정부의 독도 도발과 각료 및 의원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역사 왜곡 등의 우경화 움직임과 맞물려 강경한 내용의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유난히 원칙을 강조해 온 것을 감안하면 한·일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필요한 언급을 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상회담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한·일 관계의 경색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은 발언 수위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에 대한 ‘경고 메시지’와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설득 메시지’ 중 어느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두느냐가 고민의 핵심이다. 향후 한·일 관계의 풍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직접 발언 내용을 다듬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하반기 국정 운영의 목표를 제시하고 국민들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라는 방향에 맞춰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비리 척결 등 민생·개혁 과제에 대한 추진 의지를 밝힐 가능성이 높다. 한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주한 미 대사관을 통해 공개한 동영상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국민을 대신해 광복절을 맞는 한국 국민에게 축하하게 돼 기쁘다”고 광복절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은 한국의 주요 경축일에 축하 성명을 발표해 왔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10년 맞은 부천만화대상 대상작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0년 맞은 부천만화대상 대상작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올해 10회를 맞은 부천만화대상의 최고 영예는 최근 전 20권으로 완간된 박시백 작가의 대하 역사 교양 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하 조조록·휴머니스트 펴냄)이 차지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2013부천만화대상 대상작으로 박 작가의 ‘조조록’을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송동근 작가의 ‘피터 히스토리아’에 이어 교양 만화가 2년 연속 대상을 거머쥐었다. ‘조조록’은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기록문화 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조선의 정사(正史)를 충실히 담아내면서도 역사를 읽는 재미를 보태 지금까지 70만부 이상 팔려나간 스테디셀러다. 박재동 화백에 이어 한겨레신문 만평을 담당했던 박 작가는 2001년부터 조선왕조실록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03년 첫 권인 ‘개국’을 발표했고, 지난달 첫 권을 낸 지 10년 만에 마지막 권인 ‘망국’을 펴냈다. 박 작가에게는 상금 1000만원과 함께 내년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에서 특별전을 열고, 축제 메인포스터를 그리는 기회가 주어진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에서 출판된 만화와 연재가 종료된 웹툰 등을 대상으로, 만화 관련 단체로부터 추천받은 만화계 인사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후보작을 엄선했다. 두 차례 선정 회의를 거치며 압축된 작품을 놓고 최종심사가 진행됐다. 김형배 전 우리만화연대 회장, 김종범 작가, 강인선 거북이북스 대표, 서찬휘·한상정 만화평론가 등 5명이 최종심에 참여했다. 4대에 걸쳐 우리 근현대사를 걸어온 가족 이야기를 담은 정용연 작가의 자전적인 작품 ‘정가네 소사’(휴머니스트 펴냄)와 경향신문에서 연재되고 있는 네컷 만화 ‘장도리’를 모은 박순찬 작가의 ‘나는 99%다’(비아북 펴냄)가 우수만화상을 받았다. 잊혀진 팔레스타인의 고대사와 왜곡된 근현대사를 다룬 원혜진 작가의 ‘아 팔레스타인’(여우고개 펴냄)이 어린이만화상을 받았다. ‘게릴라들’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출신 엠마뉘엘 르파주 작가의 르포르타주 ‘체르노빌의 봄’(길찾기 펴냄)은 해외작품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신설됐으나 수상작이 없었던 학술평론상은 서은영 박사의 ‘1920년대 매체의 대중화와 만화’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은 이날 열린 제16회 부천국제만화축제 개막식과 함께 치러졌다. 한편, 만화계에서는 올해 부천만화대상 수상 결과를 놓고 일부 분야에 대한 쏠림 현상이 있는 게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교양 학습 만화가 사상 처음으로 대상을 받는 파격을 연출한 데 이어 올해 수상작 대부분이 시사 교양 만화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올해 수상작 가운데 이야기(스토리) 만화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은 ‘정가네 소사’ 정도다. 만화 팬들은 지난해와 올해 최고 화제작이었던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수상 목록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진흥원 관계자는 “미생은 올해 6월말까지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후보작에 오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조록’의 경우 7월에 마지막 권이 공식 출간됐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진흥원 관계자는 “조조록의 경우 가제본이 7월 이전에 나왔기 때문에 심사 과정에서 후보작에 포함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휴머니스트 측은 “가제본이 아니라 애독자를 대상으로 초고본 500부를 미리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휴머니스트는 ‘조조록’ 완간을 앞두고 채색 전 작화 단계의 마지막 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펼친 바 있다. 최종심에 오르지 못했지만 캐러멜 작가의 ‘다이어터’, 이종규·이윤균 작가의 ‘전설의 주먹’, 이재헌·홍기우 작가의 ‘야뇌 백동수’ 등 스토리 만화가 경합을 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부천만화대상 관련, 대상을 제외한 나머지 시상 분야가 해마다 새로 생기고 없어지며 조금씩 달라지는 등 상의 권위를 스스로 깎아 내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부산 전철1호선 태극기 품고 달린다

    부산의 중심을 관통하는 도시철도 1호선에 대형 태극기가 휘날리며 광복절의 의미와 나라 사랑 정신을 일깨운다. 부산교통공사는 태극기 달기 운동의 하나로 도시철도 1호선에 대형 태극기를 부착한 ‘태극기 열차’ 10대가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중앙로 지하 터널을 누빈다고 밝혔다. 가로 2.1m, 세로 1.4m 크기의 태극기는 전동차 안전 운행에 지장이 없는 3, 4, 5번째 객차 양쪽 벽면의 대형 유리판에 열차별 6장씩 총 60장이 부착됐다. 이번 행사는 나라 사랑 정신과 68년 전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독도 영유권 주장과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 등을 보이는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한 경종을 울리려는 것으로,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장 가까운 부산에서부터 태극기 달기 붐을 일으키기 위해 기획됐다. 이와 함께 부산교통공사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108개 역 승강장 행선 안내기 및 방송 시설 등을 통해 나라 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을 적극 홍보한다. 배태수 부산교통공사 사장은 “태극기 열차가 태극기 달기 운동의 마중물이 돼 모든 가정과 직장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기를 기대한다”며 “대중교통인 도시철도에 내걸린 대형 태극기를 통해 광복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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