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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병원 노조, 6년만에 총파업

    서울대병원 노조가 6년 만에 총파업에 들어간다. 22일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10∼14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찬성률 94%(투표율 90.3%)로 파업을 가결해 이날 오후 7시 10분쯤부터 본관 로비에서 파업 전야제를 시작했다. 노조는 “사측이 실효성 없는 실무교섭만을 요구하며 노조가 요청한 본교섭을 거부했다”면서 “23일 오전 5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파업에 돌입하면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에 배치된 필수 유지 인력을 뺀 노조원 1500여명이 일손을 놓게 돼 병원 운영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이번 파업은 2007년 10월에 이어 6년 만이다. 당시 노조는 연봉제와 팀제 도입 등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응급실 등에 최소 인원만 배치한 채 6일간 파업을 벌였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경영 여건이 나빠지는 상황을 고려해 부서별로 예산을 줄이는 등 비상 경영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최근 5년간 실질적으로 수백억원의 흑자가 난 상태인데도 사측은 경영 악화를 핑계로 환자 치료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임금을 동결하라고 요구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측이 무리한 건물 증축 등 방만한 경영에 따른 회계장부상의 적자 책임을 노동자와 환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는 ▲임금 20만 9000원 인상 ▲인력 충원 ▲병원 건물 확장 공사 철회 ▲의료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흑자가 수백억원이라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실제로는 적자”라고 반박하며 비상 경영과 임금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서울광장] 법치주의와 SNS시대, 위험한 여론/박현갑 논설위원

    [서울광장] 법치주의와 SNS시대, 위험한 여론/박현갑 논설위원

    최근 전교조 사태나 국정원 트위터팀의 대선개입 논란은 법치주의 의미와 소설네트워크 서비스(SNS) 시대에 여론 왜곡의 위험성을 재인식시키고 있다. 전교조는 23일부터 합법노조에서 법외노조로 전락한다. 해직자 9명을 조합에서 탈퇴시키라는 고용노동부 명령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상 해직교사는 교사가 아니다.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은 ‘행정관청은 30일 내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합법노조에 대해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전교조 규약 부칙 5조(해고 조합원의 조합원 자격)는 부당하게 해고된 조합원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 정치 선거개입의혹 특별수사팀의 윤석열 팀장(여주지청장)은 검찰청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직무에서 배제됐다. 윤 팀장이 국정원 직원들의 집 압수수색과 체포과정, 공소장 변경 신청 등 업무를 처리함에서 있어 보고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게 배제 사유다. 검찰청법상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따르도록 돼 있다. 국정원법에는 수사기관이 국정원 직원 수사 시 지체없이 국정원장에게 이를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두 사안 모두 법 위반이다. 법치주의를 가르치고 이를 지켜야 할 교육과 검찰 조직에서 터진 심각한 일이다. 교육부는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된 뒤에도 전임자들이 학교로 복귀하지 않으면 국가공무원법상 직장이탈 금지 조항 위반으로 징계할 방침이다. 법무부도 윤 팀장에 대한 독단적 수사권 행사에 대해 진상조사할 계획이다. 문제는 실질적 법치주의 정신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법치주의가 절대군주의 자의적 통치를 견제하기 위해 나온 민주주의 기본원리임을 감안하면 절차적 합법성도 지켜야 하지만 내용상의 정당성도 따져야 한다. 해직교사를 노조 가입 자격이 없는 것으로 규정하는 현행 법률이 국민의 자유와 인권 보호라는 사회적 정의에 비추어 정당한지, 법률에 근거하지 않는 시행령으로 법외노조라고 규정하는 것이 국가기관의 자의적 법 집행은 아닌지 따질 필요가 있다. 윤 팀장은 검찰 설명과 달리 “상사에게 보고했다”면서 “명백한 범죄행위를 두고 (수사하지 말라는) 위법한 지시를 하는데 상사라고 무조건 따를 수 있느냐”고 수사 외압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절차를 어긴 윤 팀장을 배제한 것은 형식적 법치주의에는 부합하지만 선거개입 의혹 규명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실질적 법치주의 정신에 위배되는 일이다. 국정원 직원들이 사이버공간에서 선거개입을 했다는 검찰 공소장 내용대로라면 국가기관 스스로 여론을 왜곡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전통적 미디어 환경에 비해 뉴미디어 시대에는 여론의 창구는 훨씬 다양해졌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풍부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외려 SNS의 특성으로 인한 여론의 왜곡현상으로 민주주의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더 많다. 사이버 공간은 이용자가 여론형성의 주체가 되기도 하는 수평적 소통공간이다. 특히 트위터의 경우, 페이스북에 비해 불특정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점에서 매스미디어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참여자의 제한에다 선택적 노출과 집중의 반복으로 현실을 잘못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오프라인에 비해 참여자가 제한적인데다 자기와 의견이 유사하거나 동일한 경우, 팔로잉하고 아니면 배척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로 인해 동질적인 사람들과 지속적 교류를 하다 보면 필요 이상으로 동질적인 정보 과잉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조회 건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판단자료로 삼는다면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국정원이나 군 사이버사령부 직원들이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사이버공간을 여론 왜곡 수단으로 삼으려 했다는 것은 뉴미디어의 편향성만을 부추기는 것이자 민주주의 정신을 해치는 일이다. eagleduo@seoul.co.kr
  • 서울대병원 6년만에 총파업…환자들은 어떻게 되나

    서울대병원 6년만에 총파업…환자들은 어떻게 되나

    서울대병원 노조가 23일 오전 5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사는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등의 문제 등을 놓고 이날 오전 2시부터 한 시간 가량 막판 실무교섭을 벌였으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에 최소 필수 인원만 배치한 채 조합원 350∼400여 명이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노조의 총파업은 2007년 10월 이후 6년 만이다. 이어 “파업에 들어가도 사측에 단체교섭을 계속 진행하자고 제안한 상태이며 사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9시 30분 파업 돌입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곧바로 출정식을 할 계획이다. 응급 환자를 돌보는 필수 인력은 유지되더라도 근무 인원이 감소함에 따라 병원 운영에 일부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이날 오전부터 환자 식사 배달이나 수납 업무 등에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비노조원들을 중심으로 근무조를 편성해 의료 공백과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10∼1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94%(투표율 90.3%)로 파업을 가결했다. 노조는 지난 6월부터 ▲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화 및 인력 충원 ▲적정 진료시간 확보 ▲선택진료비 폐지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45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으나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러다 병원 측이 지난 8월 경영 여건이 나빠지는 상황을 고려해 부서별로 예산을 줄이는 등의 ‘비상경영’을 선언하면서 노사 갈등이 더욱 심화했다. 노조는 “사측이 최근 5년간 실질적으로 수백억 원의 흑자상태인데도 경영 악화를 핑계로 인건비를 무리하게 감축하고 임금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사측이 무리한 건물 증축 등 방만한 경영에 따른 회계장부상 적자 책임을 노동자와 환자들에게 떠넘기면서 실질적인 교섭을 거부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그러나 사측은 “흑자가 수백억이라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실제로 적자상태”라고 반박하며 비상경영과 임금동결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007년 10월 연봉제와 팀제 도입 등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응급실 등에 최소 인원만 배치한 채 6일간 파업을 벌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3 국정감사] 취임 닷새째 이사장 ‘무성의 답변’에 혼쭐

    “거기 제 이름 있나요. 아, 나 미치겠네. 솔직히 말해 미치겠습니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정감사에서 취임 닷새째인 안세영 이사장은 “‘역사 왜곡과 학문 탄압에 반대하는 지식인 모임’ 발표에 서명한 적이 있느냐”는 민병두 민주당 의원의 추궁에 대해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보다 못한 김정훈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답변할 때 답변을 신중하게 하세요. 사석이 아닙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부적절한 답변은 계속됐다. 안 이사장은 4개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았고 현재 한전KPS와 삼성증권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라는 지적에 대해 “사외이사는 약과이고 제가 벌여 놓은 일이 많다. 그런데 몸이 바빠서 도저히 이것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답해 논란이 가중됐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바빠서 몸이 피곤한 분이 이사장은 왜 하시나. 공직자행동윤리강령에 따라 사외이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 인식도 없다”고 질책했고,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제가 초면이라 점잖은 말로 말씀드리는데 자중자애하십시오”라고 경고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서울대병원 6년만에 총파업…환자들은 어떻게 되나(종합)

    서울대병원 6년만에 총파업…환자들은 어떻게 되나(종합)

    서울대병원 노조가 23일 오전 5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사는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등의 문제 등을 놓고 이날 오전 2시부터 한 시간 가량 막판 실무교섭을 벌였으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에 최소 필수 인원만 배치한 채 조합원 350∼400여 명이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노조의 총파업은 2007년 10월 이후 6년 만이다. 파업에 참여하는 병원은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 있는 서울대병원과 서울대병원 강남 건강검진센터,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동작구 보라매병원 등 총 세 곳이다. 이어 “파업에 들어가도 사측에 단체교섭을 계속 진행하자고 제안한 상태이며 사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9시 30분 파업 돌입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곧바로 출정식을 할 계획이다. 응급 환자를 돌보는 필수 인력은 유지되더라도 근무 인원이 감소함에 따라 병원 운영에 일부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이날 오전부터 환자 식사 배달이나 수납 업무 등에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비노조원들을 중심으로 근무조를 편성해 의료 공백과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10∼1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94%(투표율 90.3%)로 파업을 가결했다. 노조는 지난 6월부터 ▲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화 및 인력 충원 ▲적정 진료시간 확보 ▲선택진료비 폐지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45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으나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러다 병원 측이 지난 8월 경영 여건이 나빠지는 상황을 고려해 부서별로 예산을 줄이는 등의 ‘비상경영’을 선언하면서 노사 갈등이 더욱 심화했다. 노조는 “사측이 최근 5년간 실질적으로 수백억 원의 흑자상태인데도 경영 악화를 핑계로 인건비를 무리하게 감축하고 임금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사측이 무리한 건물 증축 등 방만한 경영에 따른 회계장부상 적자 책임을 노동자와 환자들에게 떠넘기면서 실질적인 교섭을 거부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그러나 사측은 “흑자가 수백억이라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실제로 적자상태”라고 반박하며 비상경영과 임금동결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007년 10월 연봉제와 팀제 도입 등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응급실 등에 최소 인원만 배치한 채 6일간 파업을 벌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교육부 누가 검토했나 안 밝혀 파문 일 듯

    교육부가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심사를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을 검토하면서 이 과정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교과서 논란이 있었던 지난 2008년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달 12일부터 역사를 전공한 교육부 내 전문직, 학교 현장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한 교사·교수 25명과 자문위원 12명 등 모두 37명으로 구성한 태스크포스팀이 5차례에 걸쳐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객관적 사실과 표기·표현 오류, 서술상의 불균형, 국가 정체성을 왜곡할 수 있는 내용이 검토의 주 목적이었다. 교육부는 이 전문가들에 대해 “가급적이면 특정 단체에 소속되지 않았거나 연구·교육 활동을 하면서 편향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명단 공개에는 반대하지만) 꼭 필요한 사람들을 (태스크포스팀에서) 빼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부의 태도는 교과서 논란을 일단 피하고 보자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앞서 교육부는 2008년 금성출판사 교과서의 좌편향 논란이 일자 당시 6종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해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수정 권고·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전문가들의 명단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냈고 결국 올해 초 대법원에서 교육부가 패소해 명단을 공개했다. 소송에서 판결까지는 4년이 걸렸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교학사 外 오류 많지 않은데… 8종 한꺼번에 수정 권고 적절했나

    교학사 外 오류 많지 않은데… 8종 한꺼번에 수정 권고 적절했나

    “결국 교육부가 ‘역사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21일 교육부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의 수정·보완 권고사항을 전격 발표하면서 역사학계의 이념 논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수정 권고를 따르지 않는 출판사에 수정명령 등 행정권을 발동하기로 선언하면서 긴장감을 더했다. 교학사 이외 7종 교과서 집필진은 “교육부 수정 권고에 무조건 따르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앞서 2008년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좌 편향 논란 당시나 2011년 ‘민주주의’에서 ‘자유민주주의’로 집필기준 수정 논란이 일었을 때에도 교육부 개입이 진보-보수 간 대립을 격화시킨 선례가 있다. 교육부가 8종의 오류 829건을 발표한 뒤 다시 부각된 쟁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우선 교학사를 뺀 다른 교과서 7종의 오류 건수는 62~112건으로 평소 다른 과목에서 발견되는 오류에 비해 과도하게 많지 않은데, 8종 전체가 수정 권고를 받는 게 적절한 지 의문이 제기됐다. 교학사 오류 건수는 251건으로 다른 교과서의 2~4배에 달했다. 심은석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은 “2014학년도 고교 신입생부터 한국사를 수능 필수로 공부하게 된다”면서 “사실 오류, 표현·표기 오류, 서술상 불균형, 국가정체성 왜곡할 수 있는 내용이 실린 교과서를 수정해 올바른 역사인식을 심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8종 교과서를 한꺼번에 분석, 8종이 공통적으로 오류를 범한 경우나 서로 다른 사관을 채택해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 대목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교과서별로 ‘장보고 사망연대’를 841년이나 846년으로 다르게 기술했거나, 고려 시대 ‘안승’과 ‘보장왕’의 관계에 대해 아들·조카·서자 등 이설을 교과서마다 각각 다르게 서술한 부분을 찾아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정도 오류 수정을 위해 고교 현장의 교과서 채택 일정을 연기시키는 초유의 사태를 감수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두 번째로 진보 진영에 교학사에 대해 제기한 우 편향 지적과 보수 진영이 나머지 7종에 대해 제기한 좌 편향 지적을 교육부가 모두 수렴해 수정·보완 권고를 내리면서 오히려 양 진영 모두 불만이 더 고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교육부가 권고한 교학사 수정 권고 건수는 앞서 지난달 역사학계에서 지적한 오류 건수 293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나머지 7종과 관련해 ‘국가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육부가 무더기로 수정 권고를 한 내용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적한 내용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금성·천재·비상교육·두산동아 등 4개 출판사는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해 ‘사람 중심 세계관이고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이라고 북한 자료를 그대로 인용했다가 수정 권고를 받았다. 앞서 여당 의원들이 지적했던 대목이다. 금성출판사는 ‘소련의 치스차코프 포고문’과 ‘미국 맥아더 포고령’을 단순 비교하느라 소련 포고문의 기만성을 서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육부 수정 권고를 받았는데, 앞서 14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지적했던 내용 그대로이다. 세 번째로 교육부가 ‘집필기준 준수 여부’를 수정 권고 기준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명확한 집필기준을 설명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심 실장은 “비상교육 등 3개 출판사의 교과서에 북한 주민 인권문제 서술이 누락시킨 점은 집필기준에 위배됐다”고 했지만, 이 교과서들은 “북한이 인권문제로 인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는 식의 간략한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판사 측에선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얼마나 할애해 어떻게 쓰라는 말인지 기준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교육부가 국사편찬위원회의 ‘부실 검정 의혹’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수정 권고 사항 892건을 찾아냈다는 말은 곧 검정 책임을 맡은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이 부실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졌지만, 교육부는 “여력이 없다”며 검정과정에 대한 조사를 거부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교육부도 못 참은 교학사 중대 오류 3가지

    교육부도 못 참은 교학사 중대 오류 3가지

    역사왜곡 논란의 시작점이 된 교학사 교과서 역시 이번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에서 비켜나지 못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과장하거나 친일 행적을 미화하고,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채택한 부분에서 중점적으로 수정·권고 명령이 내려졌다. 8종 교과서 가운데 가장 많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는 교학사 집필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결코 일제의 지배와 대한민국 시대의 독재를 미화하지 않았으며 일제 식민통치와 독재시대의 역사도 정면으로 바라보고자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과 배치돼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우선 교학사 교과서의 오류로 3·1운동의 한계점을 부각한 점과 항일인사 미화 논란을 빚은 시인 최남선, 동아일보 창업주 김성수에 대한 부분을 꼽았다. 교학사 교과서는 254쪽에서 ‘3·1운동이 갖는 한계점은 무엇이었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생각해보는 코너를 마련했지만, 교육부는 적절치 않다고 보고 ‘3·1운동의 영향이나 의의를 묻는 질문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의견을 내놨다. 교육부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역시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봤다. 276쪽에서 교학사 교과서는 ‘만주의 한국인’을 이승만의 저서라고 소개했지만 교육부는 ‘만주의 한국인들’이 정확한 제목이고 일본의 만주 침략 과정을 조사한 ‘리튼 보고서’에서 발췌한 내용이라 이승만의 저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 사진이 실린 269쪽도 문제가 됐다. 교학사 교과서는 윌슨 대통령을 이승만 대통령의 지도교수라고 지칭했지만 교학사는 지도교수가 아닌 총장이었다고 수정을 권고했다. 이번 교육부의 판단은 진보성향 역사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서 주장한 내용과 동일하다. 독도에 대해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학사 교과서는 355쪽에서 ‘독도’를 ‘무인도’라고 지칭했지만 교육부는 ‘무인도’라는 표현이 일본이 주장하는 무주지(無主地) 선점론에 제시된 표현으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수정·보완을 권고했다. 권고 사항이 마련되자 교학사는 기존 방침대로 수정·보완에 재빠르게 들어갔다. 김호영 교학사 홍보부장은 21일 “수정·보완 권고 부분에 대해 파악한 후 교과서와 대조 중이며 22일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7종 교과서 집필자들은 조만간 대책회의를 열어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안세영 이사장, 국감장에서 “아 나 미치겠네” 논란

    안세영 이사장, 국감장에서 “아 나 미치겠네” 논란

    국회 정무위원회의 22일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정감사에서는 안세영 이사장의 무성의한 답변 태도가 논란을 빚었다. 안 이사장이 이날로 취임한 지 불과 닷새 밖에 안 돼 소관기관에 대한 업무파악 조차 안 된 데다 의원들의 질문에 사석에서 말하는 투의 답변을 이어가자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까지 비판했다. 안 이사장은 보수성향 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지난 6월 ‘역사왜곡과 학문탄압을 걱정하는 지식인 모임’이 낸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탄압하는 민주당을 규탄한다’는 성명서에 서명을 했느냐고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묻자 “하도 서명한 게 많아서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답변했다 혼쭐이 났다. 안 이사장은 그러면서 “거기 제 이름이 있나요? 아, 나 미치겠네”라고 말했다. “솔직히 말해 미치겠습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그러다 새누리당 소속 김정훈 정무위원장에게 “답변을 좀 신중하게 하세요. 사석이 아닙니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기식 의원은 이에 대해 “피감기관장으로서 사인인지, 수장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질책했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도 “이사장님은 ‘자유로운 영혼의 학자 DNA’를 갖고 있는 것 같은데 공무원에 들어왔으니 국민이 바라는 이사장의 역할, 자세, 태도가 뭔지 꼼꼼히 생각해보라”고 꼬집기도 했다. 안 이사장은 ‘경제민주화는 포퓰리즘 경제입법으로 위헌적’이라는 취지의 성명에 이름을 올린 데 대해서도 처음에는 “일부 동의한다”고 했다가 다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꿔 “국정감사를 희롱하러 왔느냐”는 질책도 받았다. 안 이사장은 “사외이사하면서 11억 7600만원을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외이사 한다고 그렇게 많이 안 줘요”라면서 “한 곳당 200만~400만원을 받는다”고 답했다. 그가 삼성증권 및 한전KPS 사외이사를 맡았던 것에 대해 답변한 태도도 논란이 됐다. 안 이사장은 “사외이사를 현재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외부활동을 벌여놓은 게 많은데 사외이사는 약과고 연구회 포럼, 외국학자회까지 있는데 체력적으로 못 견딜 것 같다”면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관둘 건 관두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기식 의원은 “사외이사를 ‘바빠서, 몸이 피곤해 더 이상 못하겠으니까 그만두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공직자행동윤리강령에 따라 사외이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 인식도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안 이사장의 뉴라이트 정책위원장 이력과 과거 언론에 기고했던 글, 발언 등을 거론하며 집중적으로 자격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김기식 의원은 “안 신임 이사장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삐뚤어진 역사인식, 새누리당 편향의 정치행보, 낙하산 논란 속 공기업·대기업 4곳의 사외이사 경력 등으로 미뤄볼 때 국책연구소를 총괄하는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며 임명취소를 요구했다. 그러자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게 국감이지 안 이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의 눈] 학회의 추억/류지영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학회의 추억/류지영 국제부 기자

    96학번인 기자가 대학에 입학했던 때만 해도 전공과목 이외에 철학과 사상, 역사 등을 연구하는 공부모임(학회)들이 꽤 많았다. 대학생이 되면 최소 1년 정도는 과(科) 혹은 단과대 공부모임에 가입해 공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수요일 저녁마다 친구 자취방 같은 곳에 모여 ‘역사란 무엇인가’(E H 카), ‘철학과 굴뚝청소부’(이진경) 같은 책들을 읽고 토론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공부보단 저녁 식사를 겸한 뒤풀이 술자리가 더 재밌긴 했지만 말이다. 단과대 단위 공부모임 가운데 ‘학회평론’이란 곳이 있었다. 학회원 한 명이 동아리방에서 자작곡을 만든다고 통기타를 주물럭거리다 선배들에게 시끄럽다고 타박을 듣곤 했다. 당시 그 학생은 지금 유명인이 된 가수 이적(39)이고, 그가 만들던 노래는 ‘왼손잡이’(1995)라고 한다. 이소룡의 아들 브랜든 리가 출연한 영화 ‘크로우’(1994)에 미쳐 있던 과 후배는 이 영화를 계기로 졸업할 때까지 대중문화 연구 동아리에 전념했고 결국 유명 인디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리드보컬(김남훈·35)이 됐다. 그의 예명인 ‘깜악귀’는 그가 열광하던 영화 제목에서 땄다. 학회 모임 때마다 말도 안 되는 썰렁한 농담으로 원성을 사던 과 선배(김낙호·38)는 유명 미디어·문화 평론가가 된 지금도 당시 별명인 ‘capcold’(정말 썰렁하다는 뜻)를 필명으로 쓴다. 과가 다른데도 자기네 학회에 와서 같이 공부하고 토론하자고 그렇게 조르던 룸메이트는 졸업 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차린 논술학원 사업이 크게 커져 프랜차이즈 학원그룹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그가 이렇게 성공할 줄 알았다면 그때 못 이기는 척 학회에 따라가 같이 공부할 걸 그랬다. 대학 시절에는 학과 공부와 아르바이트로 바쁘기도 했고, 학회에서 다루는 책들이 너무 어려워 모임에 잘 나가지 않았다. ‘자본론’이나 ‘공산당 선언’ 같은 책들을 읽다가 그 논리에 빠져 ‘운동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불혹에 가까운 요즘에 와서야 그때 읽고 토론하며 밤새 이야기하던 인문학 고전들이 개인과 사회에 다양성과 창의성을 제공하는 가장 좋은 원천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최근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현역 의원 100여명이 참여하는 당내 역사 공부모임을 만들었다.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이끌자”는 명분하에 극우 역사관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 채택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과거 일본 자민당이 우리가 그토록 비난하는 극우 역사 교과서를 뿌리내리게 하려고 당내에 만들었던 ‘역사검토위원회’(1993)의 판박이다. 새누리당 안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벌어질 법도 한데 김 의원이 워낙 실세여서인지 가타부타 말 조차도 없다.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함)라는 고사는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다. 사상의 다양성과 자유로움을 추구하기 위한 공부 모임이 특정 정파의 이념 도구로 악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superryu@seoul.co.kr
  • [사설] 정치 중립 외치는 검찰 내부갈등 걱정스럽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 특별수사팀장이 전격 교체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별수사팀을 이끌어 온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하고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이에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그를 수사팀에서 빼 여주지청장으로 복귀시킨 게 논란을 촉발한 사건의 개요다. 많은 의문점을 안고 있고, 이에 따른 우려도 큰 사안이다. 윤 전 팀장은 상부 보고 누락에 대해 “수사기밀이 국정원 측에 누설될 우려 때문”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상부’를 믿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사실상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를 수사 방해 세력으로 규정하는 발언이다. 아울러 그동안 이들이 국정원 사건을 축소하려 일선 수사에 적극 개입해 왔음을 미뤄 짐작하게끔 하는 발언이다. 윤 전 팀장은 “내 할 일은 다했다”는 말로 끝낼 일이 아니다. 검찰 구성원이 아니라 국민의 공복으로서 상부의 부당한 수사 방해가 있었다면 백번 옷 벗을 각오로 이를 정정당당하게 밝히는 것이 온당하다. 그것이 검찰의 독립성을 지키고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그러나 반대로 ‘수사상황이 유출될 우려’에 대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는 검찰법을 어긴 자신의 ‘돌출행동’을 합리화할 제물로 삼아 검찰 수뇌부를 공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번 파문은 지난해 한상대 검찰총장 진퇴 논란에서부터 이어져 온 검찰 내부의 해묵은 갈등과 직결돼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 전 총장 퇴진을 이끌어낸 항명을 주도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측근이 윤 전 팀장이고, 이들이 검찰의 대표적 ‘특수수사통’이라는 점에서 황교안 법무장관을 필두로 한 검찰 내 ‘공안수사통’과 특수수사통 간 집단 갈등이 이번 파문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사실이라면 이만저만 심각한 일이 아니다. 검찰 내부의 패거리 갈등 자체도 있을 수 없는 일이거니와 이런 갈등이 사건 수사를 왜곡된 방향으로 이끌고, 이런 상황에 올라타 검사 개개인이 자신의 정치 성향을 합리화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갖고 사건을 수사한다면, 그리고 이를 호도하기 위해 상대 측을 흠집 내려 한다면 이 나라 공권력의 기본질서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검찰 조직마저 지금 정치판이 돼 가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검찰은 수사 중립을 외치기에 앞서 스스로 정치화돼 가고 있지 않은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 [2013 국정감사] 통계 재탕… 뻥튀기 해석… 여론 낚으려 무리수

    국정감사가 중반전에 돌입하면서 여론과 언론의 주목을 끌기 위한 의원들의 국감자료도 천태만상이다. 매년 재탕하는 통계를 ‘습관적으로 배포’하거나 뻥튀기 통계를 내밀기도 하고, 주장과 입증 근거 사이의 논리적 관계가 빈약하거나 정치적 주장으로 도배한 자료들도 허다하다. ‘밥 먹으면 배부르다’ 식의 내용이 뻔한 자료들도 적지 않다. 박민수 민주당 의원은 20일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전국 1874곳으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냈다. 들여다보면 “이 지역들은 지난해 산사태 취약 대상 지역으로 조사한 곳 중에서 선정했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 높다”는 ‘도돌이표식’ 문제 제기에 불과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의 같은 당 박홍근 의원의 ‘가수 박정현 흥행성은 50점 만점에 27.5점?’ 자료는 한국체육산업개발이 시설 대관 기준으로 가수 흥행성·이미지 향상도 등만을 적용했다고 주장한 내용이었다. 결국 “뚜렷한 대관 기준이 없다”는 단순 결론만 있는 ‘낚시성 자료’였다. 임내현 민주당 의원은 한국도로공사가 제출한 ‘터널 교통사고 현황’ 분석 결과 터널 교통사고 사망자가 2008년에서 2012년 사이 170% 증가해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사망자 수는 2008년 7명, 2009년 7명, 2010년 9명, 2011년 8명으로, 증가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즉, 2008년과 2012년 숫자만 비교해 마치 급증하는 추세에 있는 것처럼 표현한 통계 비틀기 자료였던 것이다. 홍의락 민주당 의원은 “중소기업 전용 쇼핑몰 ‘홈앤쇼핑’ 매출 비율이 대기업 위주로 늘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2012년 홈쇼핑 개국 이후 2년 새 중소기업 편성 비율이 84%에서 81%로 3% 포인트 낮아진 수치만 제시했다. 무리한 정치적 해석을 다는 자료도 있다. 안전행정위 소속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세종청사 이전으로 인한 업무·공간적 비효율 문제를 조목조목 짚은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결론은 엉뚱하게도 “행정관리 주체인 안전행정부가 행정중심복합단지 조성을 위해 세종시로 내려가라”는 것이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재출범 6개월째인 해양수산부에 아마추어적인 업무 추진이 만연해 있다’는 자료의 근거로 “대선공약인 해경특구 법안이 당초 계획과 달리 아직 법안 발의도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수부 관계자는 “조만간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라면서 “지역 감정 여론에 기대는 지역구 사업은 당장 가시적 성과가 없으면 보도자료를 통해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25일 정부의 기초연금 발표 직후 최동익 민주당 의원은 “정부안 발표 후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중 자발적 탈퇴자가 전년 대비 128% 늘었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기초연금안에 대한 반발 여론이 늘어난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발표일 이후 지난 11일까지 탈퇴자 3704명 가운데 53%인 1972명은 취직, 지역가입자 편입 등 비자발적 탈퇴자였다는 공식 통계가 나왔다. 한편 새누리당은 지난 1주일간 왜곡·통계 비틀기 국감 자료가 새누리당 8건, 민주당 35건씩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시진핑 비판한 죄 中교수 결국 해임

    시진핑 비판한 죄 中교수 결국 해임

    민주와 언론 자유를 요구하며 중국의 일당 독재 체제를 비판해온 대표 개혁파 지식인인 베이징대 샤예량(夏業良) 교수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제시한 ‘중국의 꿈’(中國夢)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샤 교수가 몸 담고 있는 베이징대 경제학원은 지난 11일 교수위원회를 열어 샤 교수에 대한 계약 연장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BBC 중문망이 20일 보도했다. 샤 교수가 교수위에 회부된 것은 그가 지난 7월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중국 공산당과 사회주의 제도를 비난하고 시 주석의 ‘중국의 꿈’을 비웃고 왜곡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것과 관련이 있다. 샤 교수는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이미 지난 7월 초 교수 업무 심사를 통과했기 때문에 별도의 교수위원회를 열어 계속 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번 투표에서 교수진 총 34명 중 30명이 그의 계속 고용에 반대표를 던졌다. 샤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일당 독재 종식을 요구한 ‘08헌장’ 서명인 중 한 사람으로 2009년 류윈산(劉雲山) 당시 공산당 선전부장에게 언론 검열 종식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중국 체제를 비판해 왔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소설 속 얼굴로 한국인 정체성을 읽다

    소설 속 얼굴로 한국인 정체성을 읽다

    한국인의 탄생/최정운 지음/미지북스/580쪽/2만원 두 가지 반전이 있는 책이다. 하나는, 묵직한 제목만 봐선 딱딱한 역사서 또는 사상철학서일 거라 짐작되지만 실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근대 문학을 주 재료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저자는 문학 전공자가 아닌 정치학자란 사실이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담론을 집대성한 ‘오월의 사회과학’(1999)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은 최정운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1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정치학자인 저자는 왜 한국인의 정체성의 근원과 진화 과정을 근대 소설의 주인공들에게서 탐색하려는 시도를 했을까. 저자는 우리의 근현대 사상사가 정통적인 방법론으로는 접근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는 책 도입부에서 “우리의 근현대 역사에는 서구의 경우와 같이 사상사로 읽고 분석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저서들, 텍스트가 거의 없다”면서 “사상사적 자료가 그나마 가장 풍부하게 남아 있는 분야가 있다면 문학, 특히 소설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야기들이 보여주는 내용은 사실과 이상과 고민을 포함한 역사적인 현실이며 그러한 역사적 현실의 재구성이 이 책의 목표”라고 썼다. 책은 구한말 망국과 국권 상실의 지옥 같은 불구덩이에서 태어난 근대 한국인이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에 이르는 혼돈의 시기를 헤쳐나오면서 어떻게 새로운 한국인상을 모색하며 정체성을 확립해왔는지를 근대 소설 속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설명한다. 저자는 먼저 20세기 초반 신소설이라 불리는 최초의 근대 소설문학 작품 중 이인직의 ‘혈의 누’, 이해조의 ‘구마검’ 등을 분석하면서 구한말의 ‘홉스적 자연상태’, 즉 보호 기제가 모두 허물어져 생존만을 유일한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에 주목한다. 그러나 한일병합 직전에 이르면 피해자의 모습에서 벗어나려는 새로운 종류의 한국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혐오의 대상이자 무의미한 존재인 대한제국의 ‘국민’ 대신 국가를 매개로 하지 않은 ‘민족’의 개념이 비로소 실체적인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이즈음, 민족주의자들은 개화 민족주의와 저항 민족주의로 갈라진다. 춘원 이광수가 1917년 발표한 ‘무정’의 ‘이형식’이 초기 개화 민족주의자라면 단재 신채호의 1916년작 ‘꿈하늘’의 주인공 ‘한놈’은 저항 민족주의자였다. 저자는, 개화 민족주의자들은 서구의 사상으로 새로운 지도자가 되길 열망했지만 정체성의 기반이 부족했으며, 저항 민족주의자들은 내면의 각성 없이 투쟁 본능만을 갖추고 있어 역사를 추동할 동력이 없었다고 분석한다. 상실감의 시대였던 1920년대, 지식인들은 강한 한국인을 길러내야 한다는 명제에 대체로 합의했다. 김동인은 초기작 ‘약한 자의 슬픔’‘목숨’ 등을 통해 강한 한국인의 모델을 찾아 헤맸지만 이런 노력이 작품 속에 제대로 구현되지는 못했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 서울을 배경으로 기이한 생태의 대도시 지식인들이 등장한다.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이상의 ‘날개’는 현실과 이상의 간극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파리한 지식인들의 초상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한편에선 강한 한국인을 창조하려는 작가들의 노력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저자는 춘원의 ‘유정’속 주인공 최석이 집요함을 핵심적 특징으로 하는 근대 한국인의 최신 모델이며, 이러한 춘원의 작업은 심훈의 ‘상록수’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한다. 같은 시대에 벽초 홍명희는 ‘임꺽정’이라는 새로운 민중영웅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저자는 “춘원은 우파의 입장에서, 벽초는 좌파의 입장에서 유사하면서도 상이한 두 인물을 창시했고, 이 두 영웅의 모델은 현대 한국인에게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책은 벽초가 임꺽정을 통해 이성의 자리에 저항 정신을 심었으며, 원한과 증오에 기반한 순수한 저항 정신이 반지성주의를 확산시켰다고 주장한다. 기실 반지성주의는 일제 시대를 거치는 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풍토였다. 일제에 빌붙어 민족을 배신하고, 서구의 지식을 무작정 들여와 계몽하려는 근대 지식인들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생긴 반감이 1930년대 반지성주의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렇게 형성된 반지성주의가 또 하나의 역사적 저주인 ‘교육만능주의’와 짝을 이뤄 오늘날 우리 사회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해방된 한국인들이 강한 유전자를 확립하기 위해 과도하게 힘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도덕성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근현대 역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 그런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그간 엄청나게 먼 길을 왔고, 우리는 자부심을 느낄 자격이 있다”고 결론짓는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사설] ‘막장종편’ 재승인으로 엄정히 가려내야

    내년 초 재승인 심사를 앞둔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안쓰럽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애초 종편 한 두 곳만 사업 승인을 하는 게 적정했다고 본다”며 ‘종편 정리’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종편의 생존투쟁은 더욱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공동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침묵의 카르텔’을 뒤로 한 채 서로에 대한 날 선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제기한 채널A의 우회투자 의혹을 대서특필하는가 하면 주주명단 공개를 거부하는 MBN을 겨냥한 공세도 만만찮다. 의혹대로 채널A의 편법투자가 사실이라면, MBN이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방송법을 위반했다면 재승인 심사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종편의 편파성과 파행운영에 대해서는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다. 지금 종편은 엄밀한 의미에서 종편이라고 할 수 없다. 지상파 방송처럼 보도와 오락·교양 등 모든 분야의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는 역량, 곧 ‘종합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종편이다. 올해 보도편성 비율은 TV조선은 48.1%, 채널A는 46.2%에 이른다. 이쯤 되면 ‘보도채널’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에 시사토크 프로그램 등을 남발하다보니 종편은 이미 싸구려 ‘정치토론꾼’들의 말놀이 장터가 됐다. 국민의 건전한 여론 형성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이 박이다시피한 자극적·선정적 보도행태는 급기야 ‘5·18 북한군 개입설’ 같은 왜곡방송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하는 참담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종편을 단순한 돈벌이 사업으로만 여긴다면 정말 천박한 일이다. 그동안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공익을 위해 무엇을 해왔는가 되돌아보기 바란다. 종편4사의 지난해 콘텐츠 투자액은 애초 사업계획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7.4%에 불과하다. 그러니 무슨 방송의 알맹이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글로벌 미디어그룹 육성과 방송경쟁력 강화라는 거창한 출범 취지가 무색하다. 이행실적을 재승인 심사에 꼼꼼히 반영해야 한다. 종편 출범 시 정치적 논리가 개재되지 않았다고 할 순 없다. 그나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비극이라도 막으려면 김이라도 제대로 매야 한다. ‘막장’ 수준의 종편을 솎아내지 못하는 한 방송생태계의 발전은 요원하다.
  • [극과 극](11)종로의 노인들 vs 서울광장의 촛불…그들이 사는 법

    [극과 극](11)종로의 노인들 vs 서울광장의 촛불…그들이 사는 법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불거진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으로 올해 여름부터 또 다시 촛불이 모였다. 촛불의 반대편에는 맞불을 놓기 위한 할아버지 부대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과거 ‘가스통 할배’로 불렸던 보수단체 회원들이다. 특히 국정원 사건과 맞물려 지난 8월 말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내란 음모 혐의를 받으며 구속되면서 9월부터 이념 갈등은 최고조로 이르렀다. 벌써 몇 해째, 똑같은 사안을 두고도 너무나 다른 목소리를 내는 보수단체와 진보단체. 이들은 무엇을 말하기 위해 이렇게 모이고, 또 이들을 진짜 움직이게 하는 건 무엇인지, 집회 현장을 함께하며 목소리를 들어봤다. 지난달 6일 오후 2시. 서울 종묘공원에서는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의 주최로 시국강연회가 열렸다. 이곳은 1년 내내 어버이연합이 ‘시국강연회’ 명목으로 경찰에 집회 신고가 돼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집회이지만 참가 인원은 300명을 훌쩍 뛰어 넘었다. 준비된 플라스틱 의자가 부족해 일부 노인들은 주변 보도 블럭에 걸터앉았다. 모두 70~80대로 보이는 남성 노인들이었다. ‘자유 대한민국을 지킵시다’, ‘대한민국을 위하여 뭉치고 싸우자! 이기자!’‘는 내용의 현수막이 곳곳에 붙었다. 이날 강연자는 김진철 남침땅굴을 찾는 사람들 대표였다. 그는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 언급하면서 김대중(DJ)·노무현 전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북한에 ‘퍼주기’를 했다는 내용부터 시작해 안보를 불안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취지였다.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향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는 거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겉으로는 이회창을 밀었지만 속으로는 DJ를 밀어준 것”이라고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던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며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게 대가를 주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어버이연합을 국가유공자로 대우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강연의 핵심은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공격이었다. 이 의원의 내란 음모 혐의 사건이 불거진 직후여서 김 대표의 목소리는 더욱 격앙됐다. 그러면서 안 의원의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느냐”는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는 “안철수는 정치하지 말고 컴퓨터 백신이나 계속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이 야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라는 점에서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노인들은 강연 도중 “종북좌파 척결하자”는 등의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 이날 강연회 참가자들을 위해 어버이연합에서는 백설기 300개를 나눠주었다. 떡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매일 열리는 강연회에는 101세의 노인이 출근도장을 찍기도 한다고 한다.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에게 노인들이 왜 나오는 것인지 물었다. “우리가 과거에 배운 안보관과 현재 젊은이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이 너무 달라 위기감을 느꼈다”는 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일으켜 세운 나라를 종북 세력에 다시 넘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국가관을 젊은이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어버이연합을 움직이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어버이연합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 11개 지부를 두고 있다. 등록한 회원수가 1700여명이고 집회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회원이 아닌 노인들도 참석한다.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70대 후반~80대 초반. 2006년 처음 결성될 당시 서울 종로구 인의동의 4평짜리 사무실에서 시작했는데 현재는 17평으로 규모를 넓혔다.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아 회원들이 후원금을 모으고 각종 폐지, 고물을 주워 이를 팔아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 사무실 한 켠에는 폐지와 플라스틱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주로 목소리를 내는 현장은 북한의 김일성 3부자에 대한 비판, 일본의 역사왜곡 항의, 그리고 이들이 말하는 우리나라의 ‘종북 세력’을 규탄하는 곳들이다. 이러한 집회 현장에서는 어버이연합 외에도 반핵반김국민협의회, 고엽제 전우회, 대한민국 지킴이 민초들의 모임 등 보수단체들이 연합해서 활동하고 있다. 이석기 의원 사태가 일어난 뒤 9월 초 매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첩소굴 통합진보당 해체 요구 1인 시위’, ‘이석기 체포동의안 가결 촉구 집회’ 등을 열기도 했다. 북한과 일본에 대한 항의 집회에서는 가스통을 비롯해 화형식까지 재연됐다. 어버이연합회는 집회 외에도 탈북자 지원 행사 및 초등학생들의 역사교육 등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탈북자들을 찾아 선물세트를 나눠주고 보육원과 양로원에 송편을 보냈다. 지난해에는 경북 지역 초등학생 70명을 초청해 국회와 국립현충원, 전쟁기념관을 견학하며 역사교육을 했다. 추 사무총장은 “젊은 사람들은 우리가 가스통 할배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우리는 젊은이들이 국가관을 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애국을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정반대에 있는 진보단체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절충점‘이라는 게 없어 보일 만큼 팽팽한 평행선을 이어오고 있다. 진보단체는 종류나 규모가 매우 다양하지만 보수단체에서 주로 공격하는 단체들은 강령에 ’자주적 평화통일‘ 등을 명시한 단체들이다. 지난 여름부터 켜지기 시작한 촛불은 전국에서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달 7일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시국회의(국정원 시국회의)가 주최한 촛불집회에 함께했다. 이들의 집회는 보수단체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집회가 열리기 한 시간 전부터 광장은 붐비기 시작했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광야에서’, ‘아리랑’ 등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특히 진보단체의 현장은 회원들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이 열렸다. 어린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30~40대 연령층이 주를 이루었다. 누가 어떤 단체의 회원인지 쉽게 구분할 수 없었다. 깃발을 보고 참가한 단체를 알 수 있을 뿐이다. 시민들은 한 손에는 촛불을 들고 또 다른 손에는 주최 측에서 나눠준 피켓을 들었다.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진보성향 단체들이 모인 한국진보연대 등 진보단체를 비롯해 통합진보당 각 지역위원회, 대학교별 모임과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아고라’ 등 의 커뮤니티 회원들도 대거 모였다. “부정선거 당선무효”, “박근혜는 책임져라”는 등의 구호가 쏟아져 나왔다. 한참 노래가 신나게 울려퍼지다가 집회가 시작되자 일반 시민들이 무대에서 발언하기 시작했다. 미리 주최 측에 신청해 발언권을 주는 방식이다. 광주에서 왔다는 70대 노인이 무대에 섰다. 그는 “이 할아버지가 오죽 답답했으면 여기까지 왔겠느냐”면서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발언자들도 비슷했다. 촛불집회는 지난 6월부터 전국 각지에서 수시로 열리고 있다. 한국진보연대를 비롯해 진보단체들이 모여 전국 지역별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시국회의를 구성하는 등 규모도 더욱 늘어나고 있다. 한 40대 참가자는 “촛불집회가 매주 주말 열리는데 언론에서는 보도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이렇게 나와서 촛불을 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을 것 같아 이렇게 매주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도 “잘못된 게 있고 바로 잡아야 하는데 달라지는 게 없으니 답답할 뿐”이라면서 “지금으로선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여기 나와서 힘을 보태는 것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할배’들 만큼이나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는 대학생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지난해부터 각종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가 대표적이다. 어버이연합 측에서는 “천안함·연평도 포격 사건을 계기로 젊은 친구들이 북한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됐고 이러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우리와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서로 힘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는 대학생들이 “친북·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통합진보당·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은 해체하라”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2009년 창립한 한국대학생포럼 회원들이다. 이들은 “종북 세력의 실체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으로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국가의 기강을 흔드는 종북 세력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면서 “특히 통합진보당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은 국민을 선동도구로 삼아 국가안보를 뒤흔들려하고 있다”며 이들의 해체를 주장했다. 한국대학생포럼 심응진 회장(고려대)은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진보단체의 목소리만 부각되는 점이 아쉬워 보수 성향 대학생들도 올바른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면서 “대학생들이 제대로 된 국가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국대학생포럼에서 겨냥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2002년부터 결성된 대학 총학생회 연합 모임이다. 과거의 한총련과 비슷한 맥락이다. 매년 반값 등록금 공약이 이행되도록 투쟁을 벌이기도 하고 진보단체의 촛불집회에 동참하는 등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목소리도 꾸준히 낸다. 지난달 28일 한대련은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규탄집회와 함께 시국법정을 열었다. 사건의 피의자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대선 당시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 권영세 주중대사(대선 당시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으로 내세우고 학생들이 검사와 판사를 맡아 이들의 혐의 내용을 읊었다. 참가한 나머지 학생들은 배심원이 되어 유·무죄를 판단해 주는 역할을 맡는 방식의 퍼포먼스였다. 결과는 네 명 모두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판사를 맡은 학생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419년, 김용판 전 청장에게 징역 518년, 김무성 의원에게 징역 615년, 권영세 대사에게 징역 1004년을 선고한다”고 판결하자 학생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집회에 참가한 학생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대학생들이 꾸준히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다”면서 “우리가 이렇게 모여 목소리를 내다보면 누군가 귀를 기울여줄까 하는 기대감에 이렇게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아직도 촛불은 전국에서 타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5일은 국정원 사건을 주제로 한 촛불집회가 시작된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100일을 맞이한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역 광장 맞은편 서울게이트웨이타워 앞에서는 대한민국 재향경우회,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등 보수단체들이 어김없이 ‘반(反)국가 종북세력 대척결 10차 국민대회’라는 명칭의 맞불집회를 열었다. 국정원 사건 뿐 아니라 최근 정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화,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임명 등으로 촉발된 역사 논쟁 등 보수단체와 진보단체의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곳곳의 이슈들로 사그라들 기미도 안 보인다. 이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일은 앞으로도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보수단체와 진보단체, 서로의 존재가 각자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키는 데 상당 부분 역할을 하는 것 같이 보인다. 글·사진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국감 이슈] “경찰간부 2명, 국정원 직원의 감사 문자 받아”

    [국감 이슈] “경찰간부 2명, 국정원 직원의 감사 문자 받아”

    여야는 17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서울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수사 축소·은폐 의혹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날 국감에서는 지난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에 관여한 서울경찰청의 간부 2명이 당시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고맙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경찰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축소, 왜곡하기 위해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서 수사과장)을 전보 조치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최현락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현 경찰청 수사국장)과 이병하 수사과장(현 여주경찰서장)이 국정원 직원 안모씨에게서 ‘고맙다’라는 표현이 들어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지난해 12월 16일 경찰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밤 11시 직전에 일부 간부가 국정원으로부터 ‘고맙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정한 수사였다고 말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 전 과장은 “문자메시지를 받기는 했으나 그런 취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같은 당 박남춘 의원은 “국정원 댓글 수사를 축소, 은폐하기 위해 검찰에 송치되기 전에 주무과장인 권 과장을 전보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정석 서울경찰청장은 “기준과 원칙에 따라 보직인사를 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반면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15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진술녹화실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분석관들이 국정원 여직원의 하드디스크 분석 범위를 오히려 확대하는 내용이 나온다”며 축소, 은폐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청장의 답변을 놓고 여야 간 공방으로 국감이 정회되는 등 한때 파행을 겪었다. 김 청장은 김현 민주당 의원의 “당시 국정원 직원과 수사 중인 경찰의 통화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그러자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경찰청장은 김용판 전 청장 재판과 관련해 유의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답변에 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야당 측은 여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반발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美·中 힘겨루기와 한국 외교] (4·끝) 한·미·중·일 전문가 제언

    [美·中 힘겨루기와 한국 외교] (4·끝) 한·미·중·일 전문가 제언

    서울신문은 최근 미국의 일본 집단적 자위권 지지 등 급변하는 동북아 안보 구도와 관련 한·미·중·일의 전문가들로부터 긴급 진단을 구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전문가들은 저마다 한국이 자국 편에 서야한다는 논리를 펴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한국의 현주소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 新냉전 아닌 만큼 한국은 적극적인 다자외교 펼쳐야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중도성향의 한반도 외교안보 전문가인 박인휘(46)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17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냉전시대와는 달리 협력과 갈등이 공존하는 만큼 ‘신(新)냉전’의 도래로 볼 수는 없다”면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기계적인 균형외교를 펼칠 게 아니라 적극적인 다자외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이 본격화되면서 동북아의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신냉전 구도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 동의하는가. -아니다. 2010~2011년 ‘아시아 회귀’란 외교적 목표만 설정했던 미국이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서 미·일동맹 강화 등 행동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과거 냉전과는 다르다. 20세기의 미·소 냉전시대와 현재 주요 2개국(G2) 체제의 다른 점은 협력과 갈등의 공존이다. 아무리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이 구체화된다 해도 어차피 중국의 성장과 생산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세계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중국의 인권·환경, 북핵문제 등 갈등의 소지는 곳곳에 있지만, 미·중 모두 적당한 선에서 관리할 것이다. →미·일동맹 강화가 심상치 않은데. -미국의 동북아 전략은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짠다. 시기적으로 미·일동맹이 강화될 때도, 한·미동맹이 두드러지는 때도 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역내 국가들의 우려가 있지만 미국은 일본을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강화에 대해 미국뿐 아니라 호주, 영국까지 지지했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고도의 전략적 계산인지 전략의 부재인지 알 수 없지만 지나치게 신중하다. 한국과 중국을 뺀 대부분이 자위권 강화를 지지하는 모양새라 자칫 한·중 밀월관계로 비칠 소지도 있다. 적어도 정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강화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식의 외교적 수사라도 표명하는 게 필요하다. →한국의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MD)체계 편입 논란이 거센데. -한·미동맹이 중요하지만, MD 가입은 실익이 없다. 의도하지 않게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특정 무기체계를 구입하거나,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정보·감시능력을 갖춘다든지 선택적으로 할 수는 있다. 다만 그게 MD 편입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중의 힘겨루기 속에 한국 외교는 어떤 길을 찾아야 하나. -지나치게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거나 우리의 국익이 G2의 이해에 함몰되는 걸 경계해야 한다. 구현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한 ‘동북아 균형자론’의 문제의식은 옳았다. 양자외교에만 신경쓰지 말고 경제·문화 등 다양한 차원에서 다자외교에 신경써야 한다. 자유무역협정(FTA), 공적개발원조(ODA), 국제기구 참여 등 세계적인 차원의 연결성을 확보해야 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동아시아 패권 잡으려는 중국의 민족주의 경계하라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6일(현지시간)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은 중국이 일본의 행동을 왜곡함으로써 동아시아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정확히 간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옛 소련과 한반도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 내 대표적 동아시아 전문가로 꼽힌다. →미국의 일본 집단적 자위권 행사 지지가 일본의 군사대국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데. -미국은 오래 전부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해왔다. 그것이 없이는 일본이 미국 등 동맹을 제대로 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방어용이지 공격용이 아니다. 동아시아에서 진정한 군사적 위협은 중국과 북한이다. →중국 봉쇄용은 아닌가. -일본 집단적 자위권의 목적은 북한 미사일이 일본 내 미군 기지나 미국 본토, 동아시아 해역의 미 전함 등을 공격할 때 일본군이 미군 방어를 돕는 것이다. 이라크 등 다른 전장과 평화유지군(PKO) 활동에서 일본군이 미군 방어를 돕는 목적도 있다. 지금은 PKO 활동 중 미군이 다칠 경우에도 일본군은 의료 지원을 할 수 없다.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가 큰데. -아베 총리 등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 문제 우경화는 비생산적이고 개탄할 만하다. 그들은 사실(팩트)이 아닌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7월 총선 이후 아베 총리는 민족주의적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아베 정부에 비공개적으로 민족주의적 행동을 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촉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역사 문제가 한국의 오해를 유발하긴 하지만 지금 한국이 걱정해야 할 것은 일본 민족주의보다는 중국 민족주의다. →일각에서는 미·일 신(新) 밀월관계가 중국을 긴장시키면서 ‘한·미·일 대(對) 북·중’의 신 냉전구도를 초래할 것이란 시각도 있는데. -미국은 북·중으로부터의 위협을 한·미·일 3자동맹으로 대처하려 하고 있다. 중국이 이런 동맹 정책을 왜곡하는 것은 동아시아 패권을 장악하려는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이다.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와 한국의 미국 미사일 방어(MD)망 편입의 빅딜설이 일각에서 나오는데. -한국 언론의 오해다. 그 둘을 연계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정책이 아니다. →그래도 미국은 한국이 MD에 편입되길 바라는 것 아닌가. -그렇다.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한·미·일의 미사일 방어 체계가 통합돼야 한다. 예컨대 야구에서 외야수들이 공을 잡을 때 서로 ‘콜’을 함으로써 공의 궤적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닌가. -북한 미사일 방어용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중국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MD 편입을 거부하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中·美 사이에서 중립 지킬 게 아니라 균형외교 펼 때 옌쉐퉁 중국 칭화대 당대 국제관계학원장 “한국은 중·미 경쟁 구도 속에서 중간점을 찾거나 중립을 지키는 게 아니라 지혜로운 균형 외교를 펴야 국가이익을 지킬 수 있다.” 중국 칭화(淸華)대 당대(當代)국제관계학원 옌쉐퉁(閻學通) 원장은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 대응하기 위해 신형 대국관계 구축이란 개념을 내놨으나 중국의 발전에 따라 중·미 간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으며, 이런 구도 속에서 한국은 균형 외교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미 경쟁이 지역 불안을 조장하는데. -원인은 미국의 중국 견제에서 비롯됐으며 이제는 드러내놓고 견제한다. 중국 미사일이 미국과의 입찰 경쟁에서 이겨 터키에 수출하기로 되자 터키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제동을 걸었고, 미 항공우주국 산하 연구소가 주최하는 국제 학술회의에 중국 국적 과학자의 참석을 제한했다. 나아가 일본과 이달 초 개최한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에서는 “새 도전을 함께 억제하자”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마저 지지했다. 일본과 필리핀 등 국가는 미국의 ‘중국 견제’를 이용해 덩달아 중국에 대항하면서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 →중국의 대응은. -미국의 견제가 심화하면서 중국의 국가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외교 정책도 경제 이익보다 국가 안전을 원칙으로 삼는다. 과거에는 ‘경제 발전’이 외교 정책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정치 안보’가 좌우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적용되나. -우선 동남아 중시정책이다. 그동안 중국과 관계가 좋은 동남아 국가들에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그들이 중국으로부터 이득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지역의 경제적 협력을 통해 정치협력을 이끌고, 정치협력을 다시 안보협력으로 키우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에 대해서는 신형 대국관계 구축을 주지시킨다. 중·미 간 경쟁이 필연적이라면 그 경쟁이 평화로운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윈윈’을 강조하면서 각종 규범을 만들어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중국이 국방비를 대폭 증가시키는데. -충돌을 바라지 않지만 앞일을 장담할 수 없기에 안전을 강화하는 것이다. 중국은 문혁(문화대혁명) 시기와 개혁·개방 초기인 1990년대 초반까지 국방에 거의 투자하지 못했다. 현재 국방비 증강은 과거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성격이다. →중·일이 동북아 긴장을 확대시키는데. -지금은 중국이 아닌 일본이 대화를 거부한다.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에 문제가 있으니 이야기하자는 데 문제가 없다며 대화를 거부한다. →미·중 경쟁 구도에서 한국의 전략은. -중·미와 모두 동맹을 결성할 수 있다. 강소국이 경쟁 중인 두 대국과 동시에 동맹 관계를 가진 전례가 많다. 다만 양쪽과 모두 동맹을 결성할 경우 결과적으로 양쪽 모두와 비동맹이 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지혜로운 균형 외교가 관건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다국간 협의체 구성해 중국의 군사적 위협 줄여라 이종원 와세다대 아시아태평양연구과 교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강력히 드라이브를 거는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움직임이 동북아에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지난 3일 미·일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를 통해 공동선언문 형태로 지지를 표명하며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17일 이종원 와세다대 아시아태평양연구과 교수에게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밀어붙이는 일본의 속내와 향후 동북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미국은 줄곧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했지만 공동선언문 형태로 공식화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전후 일본의 군사적 강화가 미국 정책의 틀 안에서 이뤄진 건 사실이다. 여기에 일본 보수세력의 이해관계가 합치돼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이 진행됐다. 큰 흐름에서 미국이 일본의 군사력을 키워온 건 사실이지만 지금 동북아의 화두는 중국의 군사적 팽창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중시 전략을 추진하지만 재정 위기 때문에 군사력을 삭감할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미국은 망설이면서도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허용하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향후 문제가 될 가능성은. -미국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양날의 칼이다. 이것이 미국의 전략적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아베 신조 정권이 그 틀을 벗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대응에서도 미국과 일본의 방향이 다르다. 일본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댜오) 분쟁을 포함한 중·일 간의 갈등에 미국을 끌어들이며 미국과 군사적 강화를 추진하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중국과의 분쟁을 회피하려고 한다. 견제와 협조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구체적인 범위에 대해서는 올 연말 작성될 신방위대강과 2014년 말까지 결정될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안에 드러날 듯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자문기구인 ‘안전보장의 법적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의 기타오카 신이치 국제대학 학장의 발언을 보면 구체적인 지침이 열거되지는 않고 포괄적인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인 사항은 그때그때 미국과 상의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주변국에서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이 ‘보통국가화’로 이어져 동북아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대해서도 미국은 위협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미국, 중국을 포함한 다국 간 협의체를 만들어서 중국의 군사적 위협 자체를 경감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이 서로 군사력을 확대하게 되면 마치 19세기 말 유럽 군비증강 게임 같은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것을 미국은 원하지 않고 한국에도 좋지 않다. 동북아에서 군사적 위협 자체를 완화시키기 위한 보다 높은 차원의 안전보장 협의체가 필요하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문화마당] 언어의 권위/김재원 KBS 아나운서

    [문화마당] 언어의 권위/김재원 KBS 아나운서

    매년 10월이면 마지막 밤을 노래하는 가수를 기억하듯, 한글과 우리말에 대한 이야기가 유난히 많이 나온다. 심지어 KBS 아나운서실로 우리말 상담전화도 더 많이 걸려온다. 우리말을 잘하는 것으로 먹고살고, 게다가 한국어를 연구하는 팀장을 맡고 있기에 삶의 대부분을 언어의 힘을 생각하며 산다. 뉴스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것 중에 하나는 누군가의 말을 사람들이 안 믿어준다는 사실이다. ‘언어의 권위’ 때문이리라. 권위는 제도, 이념, 인격, 지위 등이 가치의 우월성을 공인시키는 위력이다. 궁극적인 근거는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의 마음에 있다. 따라서 인간 집단에는 여러 권위가 존재한다. 어떤 사람은 인정하는 권위를 다른 사람은 인정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일단 언어의 ‘문자적 권위’를 보자. 언어는 공동체의 규범인 만큼 화폐처럼 표준화가 필요하다. 예부터 언어의 권위는 사전에서 찾았다. 국립국어원 같은 기관에서 권위를 갖고 있었다. 표준어라는 이름하에 맞춤법 규정으로 얽어매던 언어의 권위는 슬슬 그 위엄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개인이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권위를 내세우기도 하고, 대중이 언중의 이름으로 신조어를 만들기도 한다. 방송사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는 의견이나 청소년들의 통신언어를 보면 권위의 폭이 넓어지는 느낌이다. 진짜 얘기하고 싶은 언어의 권위는 ‘인격적 권위’이다. 말하는 사람의 성품과 인격에서 나오는 인격적 권위는 그 사람의 영향력과 진정성, 신뢰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국가조직 총수의 변명을 믿어 주지 않는 사회 풍토 속에서 그의 삶을 아는 사람들은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대중에게는 사랑받지만 동료에게는 그리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방송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진정성의 가면을 쓰고 시청자들에게는 사랑받을지언정, 동료나 선후배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그의 언어의 권위는 그야말로 안팎이 천지차이다. 대중은 모르는 그의 삶을 알기 때문이다. 이것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에토스이다. 언어의 권위는 세계 속에서 ‘문화적 권위’를 갖는다. 언어는 지구촌 사람들을 연결하는 힘이다. 19세기 제국주의 지도가 현재 사용하는 언어지도인 것을 보면 언어는 국가의 힘이다. 한 나라의 최대 수입원이 되는 상품이기도 하고, 개인의 능력을 나타내는 자산이기도 하다. 언어의 영향력은 그 나라의 경제력과 문화지배력을 반영한다. K팝과 한류드라마 열풍으로 우리 언어를 배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세종학당 보급은 반가운 일이다. 그만큼 우리 언어의 문화적 권위가 높아지는 것이리라. 드라마 한류로 인한 한국어의 문화적 권위 상승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주인공이 부인을 두세 명씩 두는 드라마를 보노라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일부다처제 국가로 오해할까봐 겁나기도 한다. 권위의 왜곡이다. 어느 연극계 원로에게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공연계 풍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하나가 있지”라는 문장으로 말문을 연 그 어른은 이렇게 답하셨다. “그때나 지금이나 돈 있고, 권력 있고, 명예 있는 사람들은 늘 공짜표를 원한다니까.” 공짜표를 구하는 그들은 자신의 언어에 권위가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권위는 이미 땅바닥에 있다. “돈 있고, 권력 있고, 명예 있는 사람들은 늘 공짜표를 원한다니까.” 공짜표를 구하는 그들은 자신의 언어에 권위가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권위는 이미 땅바닥에 있다.
  • [2013 국정감사] 민주 “朴정부 공약파기 등 이슈화”

    [2013 국정감사] 민주 “朴정부 공약파기 등 이슈화”

    민주당은 국정감사 초반부에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의혹을 새롭게 제기하면서 일단 기선을 잡았다는 평가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 파기 등을 집중적으로 이슈화해 국감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감 사흘째인 16일 국회에서 국감 긴급현안 점검 간담회를 갖고 “국정감사 초반부터 많은 이슈가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새누리당의 비호와 은폐, 방해의 기도 속에서도 국정감사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감 3대 이슈를 ▲신(新)관권선거 의혹 ▲박근혜 정부의 거짓말과 공약파기 ▲친일·독재 미화 역사왜곡 등으로 압축하고 공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24시 비상국회 운영본부를 가동하며 야심차게 국감에 임했지만 첫날 이렇다 할 이슈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내부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국감 둘째날인 15일 국방위에서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의혹이 터지면서 다시 분위기를 모아가고 있다. 전 대표는 전날 국방위 국정감사를 참관하고 민주당 국방위원들과 현장에서 전략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보건복지위 국감에서는 기초연금 도입 과정에서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위원 전원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는 데 반대했다는 발언을 유도해 내는 등의 성과에 힘입어 박근혜 정부의 공약 파기를 부각시키며 기세를 몰아간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가 국정감사에 앞서 ‘기초연금, 야당 의원 발언 대응’이란 문건을 여당 의원들에게 배포한 것을 두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복지부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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