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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갈길 먼 경제활력… 난제 해결을 위한 이니셔티브/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시론] 갈길 먼 경제활력… 난제 해결을 위한 이니셔티브/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위기가 되풀이되고 전례 없는 정책노력이 강화되고 있지만 새해를 맞이한 우리의 주변정세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게다가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은 근본차원에서 해결보다는 일단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해결에 필요한 포괄적인 처방이나 개혁을 솔선수범할 리더십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부지불식간에 통합된 환경이지만 국가단위의 지배구조로 인해 우리의 민생을 위협하는 글로벌 차원의 충격이나 환경문제 등에 대해 딱히 개입할 근거도 방법도 마땅찮다. 이러한 구도가 쉽게 바뀌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수세적 대응만으로 점차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비(非)기축통화국으로서의 정책 선택에 근본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 달러체제의 양적완화와 아베노믹스의 연장선상에서 불가피한 금리나 환율관련 충격은 우리의 취약부문인 가계부채나 자산시장의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대기업 위주로 편중된 우리 경제의 특성상 자칫 안정성장 기조마저 흔들릴 수 있다. 반면 정책 선택의 폭은 극도로 좁다. 주력 성장엔진의 출력저하를 막으려면 외환시장 개입 등이 불가피해지고 수반되는 부담요인은 서민경제에 전가되기 쉽다. 재정부담으로 사회안전망의 유지조차 버거워진다. 고용기반이 취약해지고 자산가격이 불안해지는 데 비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경제주체들의 기초 체력은 저하되고 있다. 결국 해답은 민간주도의 적극적 이니셔티브다. 현 시점에서 우리 스스로의 미래를 보호하려면 첫째, 과거와 같이 정부와 정책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국은 소방수 역할 대신 경제주체 스스로의 준비가 가능한 개방 여건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동안 위축된 민간부문을 대신하느라 정부주도의 개입과 지원이 강화되면서 우리의 생태계는 의존적이며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모했다. 둘째, 세계적인 환경변화와 흐름에 부합하는 각종 규제나 법규 및 기술표준의 개정작업이 적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에서 외면받는 각종 기술 및 보안관련 표준을 인위적인 인센티브로 연장시키는 역행 드라이브는 자기 발에 총쏘기일 뿐이다. 배경에 관계없이 창의성과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경쟁환경이 우선시돼야 한다. 셋째, 현실의 이면에 숨어 있는 공급자 위주의 시장교란, 불공정 행위 및 담합 등 시장왜곡과 마찰요인을 관리하려면 무의미한 실적위주의 칸막이식 대응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쏠림현상의 심화로 점차 황폐화되고 활력이 저하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려면 경제주체 모두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경제 활력은 보이지 않는 각종 진입장벽으로 질식당하고 있는 생태계를 살아 숨 쉬는 기회의 장으로 변모시키려면 뇌관제거 작업과 이니셔티브가 필요하다. 가계부채문제 해결은 우리 경제가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는 데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소비 흐름을 짓누르는 과잉부채를 민관협동기구의 시장참여로 해결해야 한다. 후유증이 우려되는 부채탕감 대신 부채를 배드뱅크로 이전하고 유동화시켜 채무상환 부담이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축소지향적 구도를 종식시켜야 한다. 노사합의하에 실질임금을 인위적으로 높여서라도 우선적으로 소비가 가능한 소득 흐름을 만드는 노력도 강화돼야 한다. 아베노믹스와 같이 축소지향적 악순환 구도의 대반전을 주도하려는 과감한 정책이니셔티브도 필요하다. 또한 미래를 위한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초기의 거대 위험을 정부나 공공기관이 민관합동방식으로 분담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이러한 일련의 준비가 민간주도로 시장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는 보다 선진화된 방식으로 적극적인 배후 역할에 나서야 한다. 개방과 다양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분위기 쇄신, 문제 해결의 주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이 시대에 요구되는 분위기 반전의 핵심카드이다.
  • 교육부 ‘한국사 교육지원팀’ 신설

    최근 한·중·일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동북아 역사 분쟁과 관련, 체계적 대응을 위해 한국사 연구와 일선 학교에서의 한국사 교육을 지원하는 ‘역사교육지원팀’이 교육부 내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신설됐다. 중국 동북공정과 일본의 독도·위안부 망언 등 주변국의 역사왜곡에 대처하는 한편 교학사 교과서 채택 파문과 관련, 향후 역사 교육에서 교육부가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19일 “최근 역사 전공자 3명으로 역사교육지원팀을 만들었다”면서 “지난해 8월 발표한 ‘역사교육 강화방안’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총괄하는 업무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역사교육 강화방안’ 추진과 관련, 역사교육지원팀은 초·중등 교사의 역사교육 전문성을 강화하고 수능 한국사 예시문항을 개발해 배포하는 등 학교의 한국사 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팀은 또 한국연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국사편찬위원회 등 유관기관 간 역할을 조정하는 일을 맡는다. 동북아 역사 분쟁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학과 학술단체의 한국사 연구를 지원하는 업무도 담당한다. 수능 필수과목 지정으로 최근 과열 조짐을 보이는 한국사 사교육에 대한 대책도 마련한다. 교육부는 지난주 한국사 분야에 별도로 40억원의 예산을 책정, 한국사 연구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北, 위장 평화공세”… 원칙론 입각 대북정책 기조 그대로 유지

    정부가 17일 북한 국방위원회의 ‘중대 제안’에 대해 거부의 뜻을 분명히 한 것은 원칙론에 입각한 현 정부 대북정책의 기조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군사훈련 중단과 같은, 사실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을 한 것 자체가 일종의 ‘위장 평화 공세’라는 게 우리 정부의 분석이다. 반면 경색된 남북관계 회복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유연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북한 국방위의 제안을 ‘사실 왜곡’과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판단했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간 비방 중지에 대한 합의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면서 북한의 ‘선의’를 문장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를 밝혔다. 군 당국자도 “마치 북한이 지금 하는 행태가 평화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오히려 남남 갈등을 유도하고 향후 도발 명분을 축적하는 심리전술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 같은 우리 정부의 원칙론 고수가 북한의 의도에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의 이번 제안이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 명의였다는 점에서 북한의 기존 대화 제의와는 의미가 다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정부가 통일부 대변인을 통해 ‘제안 거부’의 뜻을 밝힌 이날 오전 같은 시간에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사무처에 통행·통신·통관(3통) 분과위원회를 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서해 5도 등 전방에서의 긴장 완화 조치를 시사한 점 등에 주목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는 북한이 먼저 행동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정도의 답변으로 여지를 남겼어야 했다”면서 “(이번 정부의 논평은)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같은 청와대 내 군 출신 인사들의 시각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통일론,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 등 정부의 최근 모습과 이번 정부의 논평은 일관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이 ▲현재 진행 중인 동계훈련 일시 중단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전진 배치된 공격헬기 후방 배치 ▲대남 비방 전단(삐라) 살포 중지 등의 ‘행동’을 취하며 회담 제안 등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호응하지 않으면 북한이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며 남측의 거부를 도발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대외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밤 ‘태도를 바로 가져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중대 제안은 북남 사이에 조성된 현 사태를 수습하고, 핵재난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도”라며 남측의 수용을 재차 촉구했다. 북한은 “국방위 제안의 의미를 똑바로 알고 적극 호응해야 한다”며 “기회는 언제나 차례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설] 北, 비방 중지 제안 앞서 대화 진정성 보여야

    정부는 북한의 전날 상호 비방·중상 중지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제안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혔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어제 논평을 통해 “북한이 사실을 왜곡하고 터무니없는 주장과 여론을 호도하려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방·중상 중지 합의를 위반하면서 그동안 비방·중상을 지속해 온 것은 바로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로선 북이 겉으로 대화 제스처를 보였지만 향후 도발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음을 경계하는 기류인 셈이다. 사실 북한이 느닷없이 어느 것 하나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을 ‘중대 제안’이라고 일방적으로 내민 의도를 잘 봐야 한다. 군사적 적대행위를 하지 말자고 한 북의 구체적 노림수는 키리졸브 등 한국과 미국의 연례적 방어훈련을 차단하는 데 목적을 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우리의 군사훈련은 주권국가가 행하는 연례적 방어 훈련”이라며 북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일축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특히 핵 재난을 막기 위한 상호 조치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이후 또 다른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정부가 북측의 제안을 향후 도발을 위한 ‘위장 대화 제의’, ‘명분 축적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가 거기 있다. 북한이 도발 이후의 책임을 우리 측에 모두 떠넘기기 위해 미리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제안을 슬쩍 던져 놓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연초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일”이라며 단호히 대처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정부가 북한이 1월 말~3월 초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진정 남북 간의 평화를 원한다면 말로 싸우지 말자고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핵 문제의 본질이 바로 북한의 핵개발에서 비롯된 것임을 애써 외면하고 핵 재난을 막기 위한 상호 조치를 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분명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연례적으로 하는 방어훈련을 도발로 간주하겠다는 북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더구나 자신들의 제안이 모두 받아들여지면 이산가족 상봉을 하겠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어떠한 조건도 달아서는 안 될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군사·정치문제와 연계한 것만 봐도 북은 기존의 입장에서 별로 변한 게 없어 보인다. 북한이 남북관계의 진전을 조금이라도 기대한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운 대화 공세부터 거둬야 한다.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인다 해도 진정성 없는 대화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남북의 신뢰 회복을 위한 첫 걸음은 우리가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에서 시작하는 것이 순리다.
  • “여론 호도 유감” 정부, 北 제안 거부

    정부는 17일 “북한이 사실을 왜곡하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여론을 호도하려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북한 국방위원회가 전날 발표한 소위 ‘중대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의 키 리졸브 한·미군사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 방어적 연례 훈련인 만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의 입장 설명과 브리핑을 통해 “남북 간 비방 중상 중지 합의를 위반하면서 그동안 비방 중상을 지속해 온 것은 바로 북한”이라면서 “북한은 남북 간의 신뢰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백악관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할 뜻을 밝혔다. 제이 카니 대변인은 “한국과의 군사적 관계나 훈련 등에서 전혀 변경할 게 없다”고 말했다. 서울 안석 기자 ccto@seoul.co.kr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시론] 우리 경제에 디플레이션은 올 것인가/김병화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前 한은 부총재보

    [시론] 우리 경제에 디플레이션은 올 것인가/김병화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前 한은 부총재보

    얼마 전 통계청은 작년 한 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3%로 발표했다. 이러한 물가 상승률은 1997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물가 상승률이 0.8%에 그친 1999년을 제외하고는 역사상 가장 낮은 것이다. 우리나라가 과거 반세기 넘게 인플레이션과 힘겨운 싸움을 벌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처럼 낮은 물가 상승률을 우리 경제가 성숙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징표로 해석하면서 뿌듯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처럼 낮은 물가 상승률이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전조가 아닐까 우려하면서 이에 대비해 보다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할 것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디플레이션은 소득과 부의 분배구조를 왜곡시킬 뿐 아니라 수요 위축과 물가하락이 되풀이되는 악순환 과정을 통해 경제를 피폐하게 한다. 그럼 가까운 장래에 우리나라가 디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이 있을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디플레이션의 원인이다. 현대의 금융시스템이 자리 잡은 20세기 이후 디플레이션은 대부분 금융위기에 기인한 총수요의 급격한 위축 결과이며 금융위기는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의 폭락, 대규모 대출 부실화 등으로 인해 대형 금융기관이 파산하는 경우에 일어났다. 이처럼 금융시스템이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면 자본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지지 못해 극도의 투자 부진을 시작으로 경제가 급격히 위축돼 성장률 급락, 실업률 폭등을 겪게 된다. 둘째는 우리가 걱정하는 디플레이션이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다면 어떤 양태로 나타날 것인가이다. 선진국의 경우 자산가격 거품 붕괴에 따른 금융위기에 의해 초래되는 디플레이션은 총수요의 급격한 위축과 물가수준의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 금융위기의 결과가 초단기적으로는 총수요의 급격한 위축과 함께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며 물가 하락은 어느 정도의 시차가 지나서야 나타날 것이다. 왜냐하면 원화는 달러, 엔화와는 달리 국제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국제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의 금융위기는 단기적으로는 외국자본의 유출과 환율 급등을 가져와 수입물가 폭등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7년에 시작된 우리나라의 금융위기는 1998년에는 마이너스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 1999년에는 제로 수준의 물가상승률로 나타났다. 이 두 가지가 의미하는 바는 금융안정이 최선의 디플레이션 방지책이며 물가지표의 움직임은 디플레이션의 예측은 물론 적시 인식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에서 디플레이션을 촉발할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인 위험요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가계부채와 기업부실 문제이다. 우리나라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미국, 일본에 비해 현저히 높을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지금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소 회복세를 나타내던 기업의 수익성도 2011년 이후 다시 악화되기 시작해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계속 하락하는 등 기업 간 양극화도 나날이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하여 가계부채나 기업부실 문제가 악화될 경우 완충 역할을 해야 할 금융기관의 경영건전성이 2011년 이후 악화되고 있어 금융시스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을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가지표의 움직임에 예민하기보다는 가계부채 누증, 기업 수익성 악화 및 양극화 심화, 금융기관의 건전성 약화 등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 1997년 금융위기가 한보사태로부터 촉발된 금융시스템의 마비를 통하여 우리 경제의 위기로 이어졌듯이 디플레이션의 얼굴을 한 대불황이 만약 일어난다면 그것은 물가하락이 아닌 금융위기라는 길을 통해 우리 경제에 다가설 것이기 때문이다.
  • 온실가스 배출권 내년부터 거래

    온실가스 배출권 내년부터 거래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가 내년부터 주식처럼 시장에서 거래된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기관으로 지정된 한국거래소는 오는 9월까지 전산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10월부터 모의시장을 운영한 뒤 내년 초 탄소배출권 시장을 출범시킨다고 15일 발표했다. 배출권 거래 단위는 이산화탄소 1t이며 거래 시간은 오전 10시에서 12시까지 2시간이다. 일반 투자자가 참여하지 않아 거래 빈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짧은 시간에 보다 집중적으로 주문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장 개시(오전 10시~10시 30분)와 장 마감(오전 11시 30분~12시) 때는 호가를 모아 하나의 가격으로 처리하는 단일가 매매, 장중(오전 10시 30분~11시 30분)에는 일반 접속매매로 처리된다. 환경부로부터 배출권을 할당받은 온실가스 배출 총량 12만 5000t 이상 업체 500여개가 회원으로 참여한다. 업체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정 수수료와 변동 수수료가 면제된다. 관련 법상 개인과 금융투자업자도 시장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2020년까지는 할당 대상업체와 산업은행 등 4개 공적 금융기관 참여로 제한했다. 가격 급변동을 막기 위한 안정장치도 마련된다. 이호철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은 “접속매매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 가격이 급등락하면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를, 단일가매매에서는 가격 왜곡을 막기 위한 ‘랜덤엔드’(임의 종료)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배출량 허용한도 부족분 및 잉여분의 일정 부분을 장내에서 의무적으로 거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광역단체장 신년 인터뷰] 강운태 광주시장

    [광역단체장 신년 인터뷰] 강운태 광주시장

    “2015년은 광주 공동체가 역사상 가장 큰 전환점을 맞는 해입니다. 유니버시아드대회 개최, 호남선 KTX 개통,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등으로 도시의 위상을 가름할 굵직한 행사가 예정됐기 때문입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15일 서울신문과 가진 새해 인터뷰에서 “모처럼 맞은 도약과 상승의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가 내년의 중요성을 이처럼 강조한 것은 6·4 지방선거에 재출마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그는 “지금은 시정에 전념하겠다”며 “민주당 경선후보 등록 시점이 3월 말~4월 초쯤으로 예정된 만큼 그때 가서 최종 결심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안철수 신당’이란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안철수 신당이 아직 구체적 실체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크게 앞질러 왔기 때문이다.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가 큰데. -지금은 안철수 신당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민주당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는 유권자의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안철수 신당으로 쏠린 까닭이다. 그러나 안철수 신당이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지지기반을 호남과 수도권만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이념과 정체성도 민주당과 구별되지 않는다. 강력한 야당이 필요한 시점인데 야권을 둘로 가르는 안철수 신당 창당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권자들도 야권 분열을 초래할 안철수 신당 창당을 새 정치로 보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 한 지방신문의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차이지만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안철수 신당을 앞지른 것도 이런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거대 여당에 대항하기 위해선 민주당을 개혁하는 게 신당 창당보다 효과적이다. →전국적 관심을 끈 맥쿼리 자본에 대한 후속 조처는. -법원이 광주시가 제2순환도로 1구간 투자사에 내린 ‘자본구조 원상회복 명령’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행정명령 이행 시한이 2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15일 현재 22일). 맥쿼리가 2001년 협약 당시 대로 자기자본과 타인(투자자) 자본 비율을 회복시키려면 적어도 3000여억원이 필요한 만큼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본다. 기간 내 원상회복을 하지 않을 경우 강제 매입을 추진하겠다. 회사 측이 자본비율을 원래대로 맞춰 놓더라도 ‘공익처분’을 검토 중이다. 이는 민간투자법에 자본구조, 예상통행량, 수익률 등이 지나치게 왜곡됐을 경우 재계약 또는 사업자 등록 취소 등을 가능토록 했기 때문이다. →자립형 에너지 생산도시 구축을 선언했는데. -2050년까지 사용하는 8000GW의 에너지를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장기적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광주의 한 업체가 개발한 심부지열 시추 방식이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에너지 자유도시’를 만든다는 복안이다. 오는 22일 지열 전문가인 브레겔 미국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 교수가 광주에서 ‘3.5㎞ 심부지열 활용 방안 발표회’에 참석해 심부열 효율을 측정하고 활용 방안을 발표한다. 이때 구글의 에너지 분야 협력회사인 미국 알타락사 기술진이 참여해 광주시와 공동으로 지열발전소 건립 등을 논의한다. 최근 광주의 한 업체가 ‘워터해머’ 방식으로 지하 3502m까지 뚫는 데 성공했다. 이곳의 지열이 100도 안팎에 이른 만큼 전기 에너지로의 전환 여부를 모색하는 자리다. 나머지는 태양광, 수소연료 전지, 도심 소수력 등으로 채우면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다고 본다. →내년 여름 치러지는 유니버시아드대회 준비는. -체육시설, 선수촌, 교통, 숙박 등 분야별로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특히 통역 등 자원봉사자를 많이 활용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2015년 대회 때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유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단일팀 구성을 추진 중이다. 인권과 평화를 지향하는 유니버시아드의 정신에 걸맞게 스포츠를 통해 평화통일의 징검다리를 놓는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민들의 의사가 최대 반영될 수 있도록 시민주권 시대를 열겠다. 민주·인권·평화와 복지, 경제 등 풍요로운 공동체 실현을 위해 발로 뛰겠다. 유니버시아드,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의 철저한 준비와 성공적 개최 등을 통해 도시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겠다. 문화 콘텐츠, 발광다이오드(LED) 등 첨단과학 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데도 소홀하지 않겠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이스라엘 국방 “케리가 구세주냐” 맹비난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중재를 맡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해 만년 우방인 양국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인 예디오트 아하라노트는 14일(현지시간) 모셰 야알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케리 장관을 향해 “이해할 수 없는 집착과 구세주라도 된 듯한 열정에 사로잡힌 채 행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야알론 장관은 당국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이·팔 협정과 관련된 미국의 안보 계획에 대해 “그 내용이 적혀 있는 종이 값만도 못하다”면서 “케리는 나에게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가르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케리가 노벨상을 받고 우리를 가만 놔두는 것만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며 케리 장관이 노벨 평화상을 바라보고 중재에 나선 것처럼 비꼬았다. 야알론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미국은 즉각 항의했다. 백악관 제이 카니 대변인은 “해당 보도 내용이 맞다면 무례하고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우방국의 국방장관이 케리의 진의에 의심을 품고 그의 제안을 왜곡해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고 날을 세웠다. 파문이 커지자 이스라엘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야알론 장관실은 “케리 장관을 모욕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미국과 의견 충돌이 있어도 그것은 사안에 관한 문제이지 특정 개인에 대한 다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알론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으로 대표적 강경파이다. 한편 케리 장관은 이날 바티칸에서 교황청 국무장관인 피에트로 파롤린 대주교를 만나 “중동지역 평화 확립은 미국과 로마 교황청의 ‘공동 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몇 주 내로 다시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팔 평화협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이슈&논쟁] 의료 민영화

    [이슈&논쟁] 의료 민영화

    박근혜 정부가 투자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료서비스 규제 완화 정책이 ‘의료 민영화’ 논란으로 번지면서 연초 정국을 강타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추진 중인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과 원격진료, 법인약국 등에 반대하며 3월3일 총파업을 예고했고, 정부는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이라고 반박하며 엄정대응 방침을 밝혔다. 국내 여론은 의료 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과 원격진료 등이 의료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란 찬성론과 오히려 병원을 영리화해 진료비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반대론으로 나뉘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신은규 동서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와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겸 대변인에게 한국 의료의 갈 길을 들어봤다. [贊] 신은규 동서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국민건강보험 체계는 그대로 유지… 투자 유치해 의료산업 활성화해야 최근 병원이 주식회사 형태의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고, 약국 역시 주식회사 형태로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서비스산업 규제완화 정책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의료 민영화를 부를 것이라며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고 맹장수술비가 1000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각종 괴담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단편적 사실과 정보의 왜곡이 난무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일관되게 검토돼 온 규제개혁 관련 정책이 의료민영화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도 어찌 보면 소통의 단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정권을 초월해 줄기차게 이러한 정책이 검토되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때다. 정부 발표에 대한 반대논리를 세심하게 따져보자. 의료서비스 공급자 즉, 의료기관의 85% 이상은 사실상 설립주체가 민간이다. 이처럼 민간이 운영하는 기관에서 대부분 의료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는 이미 현실적으로 의료는 민영화된 공급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시하는 의료서비스의 가격구조에 따르고 있는 상황이기에 설립과 운영주체가 민간이라도 사회보험체계 속에서 의료공급자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보험체계가 제시하는 공공성은 의료서비스 공급자의 설립주체가 민간일지라도 국민건강권을 지탱하기 위해 헌법상 흔들리지 않는 가치다. 이와 관련해 의료기관들이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벗어나고자 제기한 헌법소원이 4차례나 진행됐고, 헌법재판소는 모든 사안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제도가 헌법에 부합하다는 판결을 내렸기에 민영화된 의료서비스 공급자들이라도 국민건강보험제도를 흔들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발표한 배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산업은 주변의 다른 국가에서 15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성장했다. 이는 보다 새로운 의료서비스의 다양성이 점차 요구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기존의 비영리법인 형태의 병원을 유지한 상태로 시장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주식회사형 자회사를 세워 새로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달라는 병원들의 오랜 요구사항을 일부분 제한된 형태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러한 주식회사를 통해 투자에 대한 출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의료법인들의 입장에서는 과감한 투자보다 보수적인 운영을 지속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해외환자 유치실적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미래산업 분야에서 기회를 잃게 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핵심은 어떻게 하면 성장하고 있는 신산업에서 양질의 고용창출을 만들어내느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음이 분명하다. 정부 발표안에 따르면 외부 자본이 의료법인 병원의 자회사 지분 중 49%까지만 투자할 수 있어 1대 주주는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의사협회나 시민단체들의 주장처럼 민간 자본들이 유입되면 수익을 지향하는 특성상 진료보다 부대사업을 중시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더욱이 인터넷 등의 매체에서는 의료 민영화가 되면 의료비가 늘어나고, 의료법인의 형태를 유지한 상태로 자회사만을 주식회사 형태로 허용하고,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체계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이 상당히 왜곡된 것이다. 미국처럼 특정 건강보험상품 가입자만 진료하거나 자본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병원을 세우는 것은 여전히 허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대론자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장이 바뀌면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민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국민에게 건강보험료 인상을 대신할 수 있는 효율적인 대안을 정책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反]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휴대전화 원격진료는 오진 가능성… 영리 자회사 설립 땐 편법 부대사업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보건의료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대표적으로 ‘의사-환자’ 간 휴대 전화 진료를 허용하는 원격의료법을 추진해야 하고 보건의료서비스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이에 따라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입법예고 하는 한편, 의료법인으로 하여금 영리 자회사를 세워 각종 의료부대사업을 통해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내용의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원격의료라는 이름의 휴대 전화 진료는 오진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 국민의 건강권을 크게 해칠 수 있다. 정보기술(IT)이 아무리 발달해도 수치화하여 전달할 수 있는 비침습적(인체에 고통을 주지 않고 실시하는 검사로 얻은) 생체정보는 혈압, 맥박, 체온, 호흡수, 심전도 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의료를 모르는 산업계와 경제부처 사람들은 이러한 생체정보만 전송하면 건강상태가 전달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이 생체정보들은 사람이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죽음의 문턱에 갈 때가 되어야만 변동이 온다.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의료로 인한 오진의 책임은 의사에게, 건강상의 위해는 환자에게 오롯이 돌아간다. 소화제 하나를 개발하는 데도 10년의 기간과 1조원의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이유는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다. 하물며 전 국민의 건강이 달려 있는 휴대 전화 진료를 단 한 번의 시범사업도 하지 않은 채 굳이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신형 자동차를 잘 만드려고 해도 나중에 문제가 생겨 리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대충 만들고 리콜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과 같다. 국민 생명권과 직결되는 보건의료분야에서 이러한 식의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생명이 아닌 투자확대와 효용을 위해 추진되는 원격의료 논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또한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대책은 병원의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고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국민 의료서비스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법인의 투자와 배당이 가능한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부대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는 왜 문제가 초래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임시적인 방편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며, 그동안 제기된 영리의료법인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지금도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치료원가의 75%만 지급함으로써 진료만으로는 의료기관에서 정상적인 이윤창출이 어려우니 부족한 치료비를 의사가 환자로부터 추가로 받아내야 하는 상황인데 정부는 이러한 왜곡된 건강보험제도는 그대로 방치하고 수익창출을 위한 편법을 확대하란 뜻이다. 즉 학교 선생님이 급여가 부족해 학습지, 교복을 팔아야 한다면 학생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듯, 의사도 정상적인 진료로 수익을 보전하지 못하면 진료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항목으로 수익 창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지 않고 영리병원을 강행하는 것은 투자활성화가 아니라 편법활성화이다. 보건의료제도는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생명으로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원격의료, 영리병원 허용을 반대하는 의료계를 두고 정부와 기업인들은 ‘밥그릇싸움’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의료산업은 산업이기에 앞서 의료다. 따라서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하기 이전에 먼저 의료를 하는 의사들에 의해 충분한 기간 동안 의학적 타당성과 안전성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것을 지적해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의사들은 의료 전문가다. 전문가를 배제한 채 비전문가들이 만드는 제도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필수적인 의료체계의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과의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 [이슈&논쟁] 의료 민영화

    [이슈&논쟁] 의료 민영화

    박근혜 정부가 투자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료서비스 규제 완화 정책이 ‘의료 민영화’ 논란으로 번지면서 연초 정국을 강타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추진 중인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과 원격진료, 법인약국 등에 반대하며 3월3일 총파업을 예고했고, 정부는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이라고 반박하며 엄정대응 방침을 밝혔다. 국내 여론은 의료 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과 원격진료 등이 의료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란 찬성론과 오히려 병원을 영리화해 진료비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반대론으로 나뉘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신은규 동서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와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겸 대변인에게 한국 의료의 갈 길을 들어봤다.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 <贊> 국민건강보험 체계는 그대로 유지… 투자 유치해 의료산업 활성화해야 신은규 동서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최근 병원이 주식회사 형태의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고, 약국 역시 주식회사 형태로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서비스산업 규제완화 정책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의료 민영화를 부를 것이라며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고 맹장수술비가 1000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각종 괴담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단편적 사실과 정보의 왜곡이 난무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일관되게 검토돼 온 규제개혁 관련 정책이 의료민영화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도 어찌 보면 소통의 단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정권을 초월해 줄기차게 이러한 정책이 검토되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때다. 정부 발표에 대한 반대논리를 세심하게 따져보자. 의료서비스 공급자 즉, 의료기관의 85% 이상은 사실상 설립주체가 민간이다. 이처럼 민간이 운영하는 기관에서 대부분 의료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는 이미 현실적으로 의료는 민영화된 공급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시하는 의료서비스의 가격구조에 따르고 있는 상황이기에 설립과 운영주체가 민간이라도 사회보험체계 속에서 의료공급자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보험체계가 제시하는 공공성은 의료서비스 공급자의 설립주체가 민간일지라도 국민건강권을 지탱하기 위해 헌법상 흔들리지 않는 가치다. 이와 관련해 의료기관들이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벗어나고자 제기한 헌법소원이 4차례나 진행됐고, 헌법재판소는 모든 사안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제도가 헌법에 부합하다는 판결을 내렸기에 민영화된 의료서비스 공급자들이라도 국민건강보험제도를 흔들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발표한 배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산업은 주변의 다른 국가에서 15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성장했다. 이는 보다 새로운 의료서비스의 다양성이 점차 요구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기존의 비영리법인 형태의 병원을 유지한 상태로 시장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주식회사형 자회사를 세워 새로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달라는 병원들의 오랜 요구사항을 일부분 제한된 형태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러한 주식회사를 통해 투자에 대한 출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의료법인들의 입장에서는 과감한 투자보다 보수적인 운영을 지속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해외환자 유치실적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미래산업 분야에서 기회를 잃게 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핵심은 어떻게 하면 성장하고 있는 신산업에서 양질의 고용창출을 만들어내느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음이 분명하다. 정부 발표안에 따르면 외부 자본이 의료법인 병원의 자회사 지분 중 49%까지만 투자할 수 있어 1대 주주는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의사협회나 시민단체들의 주장처럼 민간 자본들이 유입되면 수익을 지향하는 특성상 진료보다 부대사업을 중시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더욱이 인터넷 등의 매체에서는 의료 민영화가 되면 의료비가 늘어나고, 의료법인의 형태를 유지한 상태로 자회사만을 주식회사 형태로 허용한다는 주장 등이 나돌고 있다. 미국처럼 특정 건강보험상품 가입자만 진료하거나 자본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병원을 세우는 것은 여전히 허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대론자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장이 바뀌면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민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국민에게 건강보험료 인상을 대신할 수 있는 효율적인 대안을 정책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 <反> 휴대전화 원격진료는 오진 가능성… 영리 자회사 설립 땐 편법 부대사업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보건의료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대표적으로 ‘의사-환자’ 간 휴대 전화 진료를 허용하는 원격의료법을 추진해야 하고 보건의료서비스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이에 따라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입법예고 하는 한편, 의료법인으로 하여금 영리 자회사를 세워 각종 의료부대사업을 통해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내용의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원격의료라는 이름의 휴대 전화 진료는 오진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 국민의 건강권을 크게 해칠 수 있다. 정보기술(IT)이 아무리 발달해도 수치화하여 전달할 수 있는 비침습적(인체에 고통을 주지 않고 실시하는 검사로 얻은) 생체정보는 혈압, 맥박, 체온, 호흡수, 심전도 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의료를 모르는 산업계와 경제부처 사람들은 이러한 생체정보만 전송하면 건강상태가 전달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이 생체정보들은 사람이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죽음의 문턱에 갈 때가 되어야만 변동이 온다.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의료로 인한 오진의 책임은 의사에게, 건강상의 위해는 환자에게 오롯이 돌아간다. 소화제 하나를 개발하는 데도 10년의 기간과 1조원의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이유는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다. 하물며 전 국민의 건강이 달려 있는 휴대 전화 진료를 단 한 번의 시범사업도 하지 않은 채 굳이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신형 자동차를 잘 만드려고 해도 나중에 문제가 생겨 리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대충 만들고 리콜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과 같다. 국민 생명권과 직결되는 보건의료분야에서 이러한 식의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생명이 아닌 투자확대와 효용을 위해 추진되는 원격의료 논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또한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대책은 병원의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고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국민 의료서비스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법인의 투자와 배당이 가능한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부대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는 왜 문제가 초래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임시적인 방편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며, 그동안 제기된 영리의료법인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지금도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치료원가의 75%만 지급함으로써 진료만으로는 의료기관에서 정상적인 이윤창출이 어려우니 부족한 치료비를 의사가 환자로부터 추가로 받아내야 하는 상황인데 정부는 이러한 왜곡된 건강보험제도는 그대로 방치하고 수익창출을 위한 편법을 확대하란 뜻이다. 즉 학교 선생님이 급여가 부족해 학습지, 교복을 팔아야 한다면 학생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듯, 의사도 정상적인 진료로 수익을 보전하지 못하면 진료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항목으로 수익 창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지 않고 영리병원을 강행하는 것은 투자활성화가 아니라 편법활성화이다. 보건의료제도는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생명으로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원격의료, 영리병원 허용을 반대하는 의료계를 두고 정부와 기업인들은 ‘밥그릇싸움’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의료산업은 산업이기에 앞서 의료다. 따라서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하기 이전에 먼저 의료를 하는 의사들에 의해 충분한 기간 동안 의학적 타당성과 안전성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것을 지적해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의사들은 의료 전문가다. 전문가를 배제한 채 비전문가들이 만드는 제도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필수적인 의료체계의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과의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 부산·경남, ‘맥쿼리 승소’ 광주시 벤치마킹

    광주시가 최근 제2순환도로 자본구조변경 원상회복명령 항소심에서 ‘맥쿼리 자본’에 승소하면서 상황이 비슷한 다른 자치단체의 벤치마킹이 잇따르고 있다. 13일 시에 따르면 유사한 소송을 진행 중인 부산과 경남 등 민자도로를 둘러싸고 투자회사와 갈등을 빚는 각 지자체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경남도는 최근 담당공무원을 광주시에 파견해 민간투자사업자에 대한 구체적 대응 논리와 법리 해석 부분 등을 견학했다. 경남도는 맥쿼리 자본이 지분 70%(1128억원)로 참여한 마창대교와 관련해 맥쿼리에 자본구조 원상회복 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이미 광주 사례를 벤치마킹해 수정터널과 백양터널 민간사업자(맥쿼리 등)에 ‘자금구조 시정을 위한 감독명령’을 내렸으며 현재 부산지방법원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부산시는 수정터널과 백양터널의 자본구조 변경 내용이 광주와 거의 비슷한 만큼 향후 법원의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시는 맥쿼리가 광주처럼 자본구조 변경 등을 통해 지금까지 이자로만 건설비의 두 배에 달하는 3000억원 이상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등도 이번 승소와 관련, 잇따라 성명을 내고 투자사에 운영권 반납을 촉구했다. 광주경실련, 참여자치21 등도 성명에서 “이번 판결로 최대 1조원에 이르는 혈세를 절감하게 됐다”며 “국제 투기 자본의 왜곡된 경영 행태에 경종을 울린 바람직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광주고법은 지난 9일 맥쿼리인프라투융자 소유의 광주순환도로투자㈜가 광주시를 상대로 낸 ‘원상회복을 위한 감독명령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시의 명령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광주시는 앞서 맥쿼리가 2003년 2순환도로 1구간(두암IC~지원IC 5.67㎞) 사업지분을 인수한 뒤 자기자본 비율을 6.94%로 축소하고 차입자본에 대한 이자율을 10~20% 높이는 방식으로 2012년까지 재정지원금 1393억원을 챙겼다며 자기자본 구조 원상회복 명령을 내려 지난해 2월 1심에서도 승소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춘천 닭갈비업소 뿔 났다’…노로바이러스 감염설 질병관리본부 해명 요구

    ‘춘천 닭갈비업소 뿔 났다’…노로바이러스 감염설 질병관리본부 해명 요구

    얼마 전 발생한 외국인 관광객 집단 노로바이러스 감염의 근원지가 춘천닭갈비로 알려지자 지역 관광업계가 14일 당국의 해명을 요구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춘천닭갈비협회는 이날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질병관리본부의 안일한 업무 처리로 춘천 지역 닭갈비 업소들이 도산 위기에 처했다”면서 “춘천닭갈비가 노로바이러스와는 관계없다는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질병관리본부가 언론사에 자료를 준 적이 없어 자신들이 해명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는 것은 서민의 생계를 외면한 무책임한 대응”이라면서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지 않아 피해가 지속한다면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협회 관계자는 “춘천시보건소 등의 조사 결과 노로바이러스 감염 외국인 관광객은 춘천에 오기 전 증세를 보인 데다 여러 곳을 거쳤고 그들이 먹은 것은 닭갈비가 아니라 다른 음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문제가 된 업소는 노로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먹는 물 문제로 춘천시보건소가 위생조치를 내렸으나 노로바이러스 때문으로 왜곡됐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관광객 춘천 닭갈비 노로바이러스 감염설은 지난 9일 한 언론이 춘천 닭갈비업소에서 관광객이 닭갈비를 먹고 감염됐다고 보도하면서 매출 감소 등으로 이어졌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언론에 자료를 준 적이 없고 닭갈비 등 특정 음식으로 감염됐다고 발표한 사실이 없는 데다 강원도와 춘천시에 충분히 설명을 한 만큼 추가 조치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도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외국인 관광객의 노로바이러스 감염과 춘천닭갈비는 무관한 것으로 판명됐으나 춘천닭갈비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돼 매출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춘천닭갈비협회는 시내 중심지 업소는 평소보다 20∼30%, 외곽은 50% 정도 매출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13일 춘천시도 질병관리본부의 자료가 사실과 다르다며 공식 해명을 요구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탐사보도-공익제보 끝나지 않은 싸움] 제보자 35명 중 28명 “개인적 원한 오해”

    “새 정부가 들어서자 야당 국회의원들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달라고 요청했었죠. 하지만 저는 조용히 연구에만 전념하고 싶을 뿐 이제 제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습니다.” 2008년 5월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정비계획의 실체는 대운하”라고 폭로해 파문을 일으킨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김이태(52) 박사는 12일 “정치적 논란의 한복판에 뛰어들기를 원하지 않고 잊혀져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로 연구원과 동료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공익 제보자의 길을 걷고서도 스트레스와 주변인의 시선 때문에 음지에 남기를 선택한 이들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호루라기재단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익제보자의 75%가 제보 1년 이내에 심각한 대인 기피증을 겪었고, 86%가 극한의 좌절감을 경험했다. 서울신문의 설문조사 결과도 공익 제보자 35명 중 28명이 공익 제보 이후 주변인들로부터 개인적인 원한이나 사적인 감정 때문이라는 시선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공익 제보자들은 순수한 마음에서 한 공익 제보가 처음 취지와 달리 언론과 정치권 등에 의해 왜곡되는 것이 두렵고 공익 제보 이후 크게 변한 것 없는 현실에 실망해 세상에 알려지지 않기를 원했다. 하천 수질관리 전문가인 김 박사는 “국가출연기관으로서 연구원이 이전까지는 다양한 의사 결정 시스템에 의해 체계적으로 정책의 타당성을 검증했었는데 갑자기 대통령 개인 요구사항에 부합하기 위해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려 했기 때문”이라면서 제보의 동기가 공명심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공익 제보를 해도 별로 바뀐 것이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고통의 추억도 이들을 ‘음지’에 가둬둔 데 한몫했다. 2002년 차세대 전투기(FX) 선정 과정에서 국방부 핵심 인사의 부당한 압력을 폭로한 조주형(61) 전 공군대령도 “언론에 공익 제보자의 힘든 사연이 공개될 때마다 공익 제보를 하기 어려운 사회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 같다”는 이유로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군 복무 중인 1990년 10월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을 고발했던 윤석양(49)씨도 “비슷한 이야기만 계속해도 변하지 않는 우리 사회와 언론에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라고 마찬가지로 거절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익 제보자의 개인적 용기에 대해 우리 사회와 조직은 제보자들의 이해관계와 ‘의도’를 따지면서 여론몰이로 핍박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들이 여전히 세상에 나오기를 꺼리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불신과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된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셈”이라고 진단했다.
  • 당정, 원격진료 유예기간 연장 등 전향 검토

    정부와 새누리당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당정협의를 갖고 “국민건강권을 볼모로 하는 파업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당정은 의사협회가 정부의 대화 제의를 수용한 것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원격진료·의료법인 자법인 도입 원칙은 재확인했다. 다만 의료계의 우려를 반영해 현재 1년 6개월로 계획된 원격진료 유예기간의 연장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장치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위 새누리당 간사인 유재중 의원은 당정협의 후 기자들에게 “원격의료 문제와 관련해 추가적인 법안이 필요하다면 의견을 더 수렴할 수도 있다”면서 “의료법인 자법인 문제도 합리적으로 논의해 의료의 공공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협의에서 신경림 의원은 국회 내 보건의료 특위 구성을 제안했고, 의사협회 대변인 출신인 문정림 의원은 “의료계 제안에 대해 어떤 형식으로 협의체를 끌고 갈지 구체적 계획을 갖고 협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정협의에 참석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협의체에서 원격진료와 투자 활성화에 대한 이견을 어디까지 조정할지 논의하고 의료수가 조정 문제도 다뤄 보겠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그러나 “정부는 의료 공공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국민 편의를 높이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의료계는 이런 취지를 영리법인 추진으로 왜곡하면서 반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종범 정책위 부의장도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이나 원격진료는 다른 나라에 비해 늦게 추진되는 상황”이라면서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는 영리법인과 비슷하게 추진을 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공공성에 기초해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의협 9만여명 중 과반수 동의해야… ‘의료대란’ 가능성 적어

    2000년 의료체계의 혁명과도 같았던 의약분업은 사상 초유의 의료계 집단 휴진 사태를 불렀다. 전국 2만여개의 병·의원 중 70% 이상이 문을 닫았고 의대 교수까지 파업에 동참하면서 대형병원 진료마저 마비됐다. 당시 가운을 벗고 거리로 나섰던 의사들이 원격진료, 병원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 등 정부의 의료규제 완화 정책에 반발하며 또다시 총파업의 갈림길에 섰다. 즉시 진료 거부에 나서는 대신 정부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오는 3월 3일 조건부 총파업을 결의했지만, 파업 예정일까지 한 달 보름여 동안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14년 만에 의사들의 집단 휴·폐업이 재현될 수도 있다. 당장 이번 주 열리는 국무회의가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4일 국무회의에서 휴대전화 등을 통해 의사가 환자를 원격 진료하는 원격의료법 개정안이 의결될 경우 3월 3일 이전이라도 반나절 휴진 등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정부는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되 입법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의사협회 측에서 원격 의료로 인한 오진 문제 등을 제기한다면 검토할 여지는 있겠지만, 정부 내 입법절차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의견 수렴을) 병행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무회의에서 원격의료법이 의결된다면 의료계를 자극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병원이 자회사를 만들어 의료관광 등 부대사업을 하도록 허용하는 투자활성화 대책을 놓고도 양측 간 견해가 크게 엇갈린다. 의협은 정부가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을 수정 또는 철회한다면 실제로 파업에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철회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이 차관은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를 일부 넓힌다고 해서 의료의 공공성이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의사협회가 이를 왜곡해 파업을 거론하고 있는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자회사 설립 허용이 결국 의료민영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해 총파업이 현실화된다고 해도 의료대란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일부 의견도 있다. 실제 파업을 하려면 모바일이나 우편을 통해 의협 전체 회원 9만 5000여명의 의사를 물어 적어도 절반 이상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협 차원에서 파업이 결정되더라도 의료계 내 의견이 다양하고 종합병원 참여율이 낮아 대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열린세상] 소통, 제대로 된 ‘말길’이 필요하다/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열린세상] 소통, 제대로 된 ‘말길’이 필요하다/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사례 1. 22일이라는 사상 최장 파업을 기록한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운영법인을 위한 철도운영사업 면허 발급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사례 2. 80년대 시국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변호인’은 개봉 3주 만에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평론가는 당시의 폭압적 권력을 고발한 영화가 오늘의 시민 정서와도 공명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사례 3. 자기 이해와 직접 관련이 있는 정치사회적 이슈에만 민감하게 반응했던 젊은 세대들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통해 정치참여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기 시작했다. 사례 4.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했던 스무 개 남짓 고등학교들이 처음의 결정을 번복해 채택률이 0%대에 머물렀다. 시민사회와 고등학생들은 SNS와 대자보를 통해 채택 거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노동자, 시민, 대학생, 청소년들이 정부의 정책의사 결정 과정을 신뢰하지 않으며 권력의 집행이 일방적이라고 인식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법과 원칙에 입각한 정책집행을 강조하지만,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시민사회의 보편적 상식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권력의 의사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시민사회는 ‘소통의 부재’를 주장하는데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집권세력은 이러한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새해 들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했고,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과 만찬도 가졌다. 언론은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를 ‘소통’과 ‘홍보’의 두 개념으로 요약한다. 그런데 집권세력이나 언론 모두 ‘소통’과 ‘홍보’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언론인들을 자주 만나 기삿거리들을 제공하고 정부 입장을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행위를 ‘소통’과 ‘홍보’라고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게 ‘소통’이 아니듯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공개하는 게 ‘홍보’가 아니다. ‘소통’과 ‘홍보’는 자기중심적이 아닌 타자 지향적 개념이다. 여론, 그리고 시민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소통은 집권 세력으로 하여금 시민의 생각과 판단(여론)을 정책의사 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역할을 하고, 홍보는 쌍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부와 시민사회 간의 호혜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한다. 결국 소통과 홍보는 수레를 움직이는 두 바퀴와 같다. 개념을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수레는 전진하기도 하고 역주행하기도 한다. ‘소통’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언로(言路), 즉 ‘말길’이다. ‘말길’이 트여야만 민심이 정책결정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시민의 생각을 권력자에게 전하는 가장 중요한 말길이다. 언론은 여론형성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정치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이 언론에 정책의사 결정 과정을 감시하고, 정치적 이슈에 대한 관점 형성을 돕는 사실과 의견을 제공함으로써 정치에 대해 숙고하는 시민 양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력과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제대로 된 말길이 필요하다. 공공의 가치보다 시장과 경쟁을 절대 가치로 삼는 저널리즘, 정권과의 관계에 따라 권력의 일방적 집행을 눈감는 편향된 저널리즘, 세대 간 통합보다는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저널리즘, 시민사회의 역사왜곡 교과서 비판을 외압으로 호도하는 정부를 편드는 저널리즘은 ‘소통’을 방해하는 해로운 존재이자 정부의 역주행을 돕는 ‘협력자’일 수밖에 없다. 영화가 저널리즘을 대신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소통 구조가 왜곡됐다는 것을 뜻한다. 시민의 생각과 의견이 존중되는 사회커뮤니케이션 구조를 갖춰야 한다. 권력의 정책의사결정이 보편적 상식과 공명한다면 시민사회는 정부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언론은 여론, 즉 시민사회의 보편적 상식이 정책의사 결정 과정에 올바로 반영되는지를 감시하는 본연의 저널리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언로가 통하면 국가가 다스려져 편안하고, 언로가 막히면 국가가 어지러워 망한다.’(문종실록)
  • [서울광장] 교학사 교과서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교학사 교과서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서동철 논설위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훑어볼 기회가 있었다. 야당으로 하여금 ‘역사교과서 친일 독재미화 왜곡 대책위원회’까지 만들게 한 ‘문제아’다. 하지만 논란이 빚어진 현대사 대목은 뜻밖에 여간 주의해서 읽지 않으면 보수적 의도를 알아차리기가 쉽지는 않았다. 5·16 군사정변을 다룬 대목만 해도 쿠데타라는 것을 명확히 적시하고 있다. 물론 쿠데타의 결과 오늘날의 경제발전이 가능했다는 느낌을 주도록 서술해 나간 것은 의도적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야당조차 경제 부흥이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功) 만큼은 부인만 하지는 않는 것 아닌가. 출판사 측이 밝힌 대로 진보진영의 집중공격을 받은 이후 내용의 상당 부분을 수정한 결과일 것이다. 분노가 치미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학자적 양심에 기반하지도 않은 서술로 평지풍파를 일으켰다는 뜻 아닌가. 욕먹으면 얼마든지 내용을 바꿔줄 수도 있는 정도의 부실한 학문적 소신으로 한국사 교과서 편찬에 나선 지은이들의 용기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결국 보수 시각 한국사 교과서의 보급이 사실상 좌절된 것도 역량을 제대로 동원하지 못하고 스스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보수의 무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보수적 시각의 교과서가 추진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야당의 주장처럼 여당 실세의 주도로 보수적인 역사학자들을 불러모아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만들도록 했는지는 더욱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진보진영의 공세가 거세지자 교과서의 지은이라는 사람이 공공연히 여당 지도부와 자리를 함께하며 ‘외압’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교과서의 학문적 순수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자신들이 만든 교과서가 역사에 대한 소신이 아니라 정치적 요구에 따라 쓰였다고 자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닌 게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으니 비난이 일자 스스럼없이 고쳐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는 역사 교육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의미가 있었다. 과거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 편향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한국사 교과서는 전체적으로 진보적 시각의 서술이 우세하다. 역사란 기본적으로 진보적 사고를 요하는 학문이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럴수록 학생들에게 역사를 보는 시각의 다양성을 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수 교과서의 도입을 반대 할 일은 아니다. 그러니 보수 교과서의 존재조차 부인하려는 진보진영의 움직임은 교학사 교과서를 추진한 보수진영 만큼이나 정치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교학사 교과서는 올해 새로 한국사 교과서를 선정한 전국의 1794개 고교 가운데 단 한 곳에서만 채택됐다고 한다. 이 학교는 오는 3월 문을 열 예정이라니 아직은 학생도, 학부모도, 동문도 없다. 반대할 사람이 없어 채택된 것으로 보이지만 개교한 이후에는 같은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상을 설득시킬 준비를 전혀 갖추지 못한 채 세상에 나온 교과서의 최후다. 진영 간 대결 양상의 ‘교과서 전쟁’은 결국 보수의 패배로 끝나가고 있다. 당분간은 교육 현장에 보수적 시각의 한국사 교과서는 아예 말도 꺼낼 수 없게 만든 처절한 패배다. 그 결과 다양한 시각의 역사 교육에 대한 기대는 저 멀리 물 건너갔다. 교학사 교과서에 관여한 사람들이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이다. 여당에서 한국사를 국정교과서로 만들어야 한다고 시대를 거스르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도 보수 교과서를 출범시키지 못한 데 따른 분풀이성 무리수일 뿐이다. 진보진영도 교과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보수 시각 교과서의 보급을 가로막을수록 국정 교과서를 만들자는 목소리는 커지고, 사회적 혼란 또한 더욱 증폭될 것이다. dcsuh@seoul.co.kr
  • 여야, 역사교과서 검정 정면충돌

    교학사 역사교과서로 시작된 정치권의 역사 전쟁이 ‘역사교과서 검정 방식’을 놓고 충돌하는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새누리당은 현 검정 체제에서 과거 국정교과서 체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유신시대로 회귀하자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국정교과서 환원을 주장하고 있어 조만간 당론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최 원내대표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역사교과서가 오히려 국민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불필요한 갈등을 생산한다면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국정교과서로 다시 돌아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며 국정 체제를 들고 나왔다. 최 원내대표는 “교과서 검정제도 채택은 다양한 시각을 가진 다양한 교과서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 검정제도로 인해 우리나라에는 지나친 좌편향 역사교과서밖에 없다는 논란이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고 지금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교학사 역사교과서 반대 운동에 대해 “새로운 시각의 교과서에 대해 자신들의 시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지메(왕따·집단 따돌림)’를 가하고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내는 것은 문제”라며 “역사는 진영 논리에 따라 춤을 춰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황 대표도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역사는 한 가지 교과서로 가르치는 게 국가적 임무가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있다”고 밝혀 국정교과서로의 환원을 강하게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물론,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등도 국정교과서 환원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서 장관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이미 2015년 교육 과정 개정안 총론 고시 과정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도 새누리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유신시대의 회귀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민주당 ‘역사교과서 친일독재 미화왜곡 대책위원회’는 “국정교과서 전환 주장은 교학사 교과서가 학생과 학부모의 거부로 채택률 0%대가 되자 엉뚱하게 화풀이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간사인 유기홍 민주당 의원도 “교학사 교과서로 촉발된 일련의 역사 왜곡을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 쿠데타’로 규정한다”며 “현재 세계에서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쓰는 나라는 북한, 러시아, 중국, 베트남 같은 사회주의 국가와 말레이시아 정도”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교문위에서 역사교과서의 국정교과서 환원 주장 등에 대한 긴급현안질의를 요구할 예정이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교학사 역사교과서 문제를 지렛대로 삼아 ‘좌편향 교과서 수정-교과서 검정 방식 변경’이라는 짜여진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교과서 채택률이 0%대라고 해도 한 곳이라도 채택하면 해당 교과서 내용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반영해야 한다”면서 “새누리당이 의도적으로 논쟁을 확대시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정교과서는 정부가 교과서를 만드는 반면, 현행 검정 체제는 민간 출판사가 교과서를 만들면 국사편찬위원회가 이를 검정하는 방식이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安, 새누리 ‘텃밭’·민주 ‘성지’ 동시 공략

    安, 새누리 ‘텃밭’·민주 ‘성지’ 동시 공략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는 8일 대구에서 새해 첫 신당 설명회를 열었다. 이후 안 의원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이동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같은 날 새누리당의 ‘텃밭’과 민주당의 ‘성지’를 동시에 찾으며 영남권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최근 영입한 윤여준 새정추 의장도 이날 처음으로 동행했다. 신당 창당을 위한 움직임이 보다 공격적으로 변해 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안 의원은 이날 대구 중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제까지 대구 주류 정치세력은 대구의 자부심인 보수성을 왜곡했다”며 “낙후한 보수가 대구의 모습인 척 행세했다”고 새누리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안 의원은 이어 “수십년 대구 시민의 지지를 받아 온 정치세력은 책임성을 검증받을 때가 됐다. 과감히 지역주의를 걷어 달라”고 호소했다. 윤 의장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후보를 낼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도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안 의원 측은 신당의 성공을 위해서는 야권 지지층을 넘어 중도·보수층으로의 외연 확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영남권의 성과가 절실하다. 안 의원이 이날 “보수는 새 정치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새 정치는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의 융합을 통해 합리적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바람”이라고 규정지은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안 의원은 권 여사를 예방해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지역 갈등 해소였다”며 영호남의 1당 체제를 바꾸겠다는 뜻을 전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서울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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