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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TBC 뉴스, ‘단독’ 표현 안 쓴다

    JTBC 뉴스, ‘단독’ 표현 안 쓴다

    JTBC가 앞으로 뉴스 프로그램에서 ‘단독’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JTBC 보도국은 지난주 평기자들을 포함한 회의체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뉴스 혁신안을 최종 결정했다. JTBC 보도국은 “그간 취재 경쟁에서 ‘단독’이 가져다 준 긍정적 효과가 있었던 반면, 표현의 오남용으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단독 기준을 엄정하게 할 것을 논의해왔으나 기준 자체가 모호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결국 아예 사용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고 밝혔다. ‘단독’, 혹은 ‘특종’은 언론사가 뉴스를 취재 보도할 때 타사보다 앞서거나 홀로 취재한 내용 가운데 공익적 가치가 큰 기사를 일컫는 표현이다. 모든 언론사가 취재 경쟁 벌이는 상황에서 ‘단독’, ‘특종’이 경쟁에 유리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채널과 매체가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독’이 남발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로 확인이 어렵다 보니 두 개 이상의 매체가 같은 내용으로 ‘단독’을 붙이는 사례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JTBC 보도국의 한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모험일 수도 있으나, 이제는 이런 논의를 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신뢰도와 영향력 1위의 뉴스’라는 것에 대한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기자들이 이견 없이 동의한 것”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 관계자는 “단독’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 해서 취재의 치열함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실제로 지난 한 주 동안 실험적으로 ‘단독’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는데, 오히려 더 열심히 뛰고 있다”고 했다. JTBC 보도국은 사건 사고 뉴스의 선정성을 배제한다는 원칙도 강화했다. 사안에 대한 지나치게 상세한 묘사, 재연을 통한 사실의 왜곡 등을 방지하겠다는 것. 특히 엽기적 사건이나 치정 사건 등의 경우 필요 이상의 구체적 묘사와 연속 보도를 지양하겠다는 입장이다. 보도국은 “현재도 나름의 기준을 갖고 보도에 임하고 있으나, 우리가 추구하는 ‘뉴스의 품격’을 위해 더욱 신중하자는 의미에서 편집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문]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결심공판 의견진술

    [전문]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결심공판 의견진술

    검찰은 27일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정점이자 ‘몸통’ 격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1천18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구형량을 밝히기에 앞서 의견 진술에 해당하는 ‘논고(論告)’를 통해 이번 사건의 의미와 엄벌 필요성 등을 상세히 밝혔다.검찰은 특히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의 최고 책임자로서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국가 혼란과 분열을 초래했음에도 진지한 반성이나 사과할 의지가 없다”며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302조(증거조사 후의 검사의 의견진술)에 따라 증거조사 등 심리가 끝나면 검사는 사실과 법률적용에 관해 의견을 진술해야 한다. 통상 사건에서는 형량에 관한 의견만 간단히 밝히는 것이 관례이지만, 사회적 영향이 큰 사건이나 중형을 구형하는 사건 등에서는 사건 전반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며 이 내용을 공판 조서에 첨부한다. 다음은 검찰의 논고 전문. 1. 서론 본격적인 논고에 앞서, 먼저 2017. 5. 2. 제1회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지난 10개월 동안 118회의 기일을 진행하면서 실체진실의 발견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신 재판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또한, 이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신 국민 여러분께도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6. 7. 청와대가 대기업들로부터 500억 원을 모금하여 재단을 설립하였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되었고, 2016. 10. 24. 피고인에게 보고된 중요 청와대와 정부부처 문건들이 비선실세로 주목받던 최서원에게 유출되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공개되면서 온 국민이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태라는 전례없이 충격적인 사건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2016. 10. 27. 국정농단 사태의 실체가 조속히 규명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담아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었고, 본격적인 수사를 통해 ‘사초(史草)’로 회자되는 안종범 업무수첩, 피고인과 최서원의 육성이 저장된 정호성 비서관의 휴대전화기, 정치·경제·언론·학계의 유착 실상을 드러내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의 문자메시지 등 다수의 객관적 증거들을 확보하였으며, 2016. 11. 20. 현직 대통령이던 피고인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강요죄,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인지하고 최서원, 안종범, 정호성을 구속기소하였고, 증거와 수사기록을 모두 특별검사에게 인계하였습니다. 2017. 3. 6. 90일 간의 특별검사 수사를 이어받은 이후에는 2017. 3. 10.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된 피고인의 혐의에 수사력을 집중하여 피고인이 최서원과 함께 국정을 농단한 사실을 규명하고, 2017. 4. 17. 삼성·롯데·SK그룹의 총수가 연루된 독직(瀆職) 범행과 774억 원에 달하는 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위헌·위법적인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범행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피고인을 구속기소하여 이 사건 재판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14만 페이지에 달하는 증거기록과 130여 명에 이르는 증인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피고인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였습니다. 2. 주요 혐의에 대한 증거관계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할 주요 증거에 대하여 설명드리겠습니다. 첫째, 안가(安家)라는 밀실에서 이루어진 비공개 단독면담을 통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총 592억 원의 뇌물을 수수하거나 요구한 범행은, 안종범, 김종, 장시호, 최태원, 정유라 등의 진술 및 안종범 업무수첩,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과 각 그룹에서 작성한 단독면담 관련 말씀자료, 최서원의 독일 법인, 영재센터,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송금한 계좌거래내역, 2016. 2.부터 2016. 10.까지 9개월 동안에만 총 845회, 일일 평균 3회 이상 이루어진 피고인과 최서원 간의 차명폰 통화내역, 그리고 정부부처에서 작성된 그룹 현안 관련 청와대 보고 문건, 피고인이 삼성물산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난 문형표 前 보건복지부 장관 판결문 등으로 넉넉히 인정됩니다. 둘째, 18개 대기업을 포함한 53개 전경련 회원사들로부터 774억 원을 강제 모금하여 재단을 설립한 범행은, 최서원의 일부 진술 및 안종범, 최상목을 비롯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 관계자, 이승철 前 부회장 등 전경련 관계자, 총수를 위시한 개별 기업 관계자, 정현식 前 사무총장을 비롯한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관계자들의 진술과, 안종범 업무수첩, 청와대 보고 문건, 전경련과 개별 기업, 재단 관계자들간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 등의 객관적인 물증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셋째, 피고인이 직권을 남용하여 민간 기업을 상대로 최서원 관련 법인과의 용역계약 체결, 후원금 지급 등을 강요하고, 최서원을 위해 민간 기업의 인사에까지 개입한 범행은, 안종범, 조원동, 차은택, 이상화, 김종 및 개별 기업 관계자들의 진술과 그에 부합하는 안종범 업무수첩, 관계자들간 휴대전화 통화내역, 피고인에 대한 보고 문건 등의 객관적 물증으로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넷째, 피고인이 정호성 비서관을 통해 최서원에게 공무상 기밀이 담긴 청와대 문건 등을 유출한 범행은, 정호성, 최서원 진술 및 디지털 포렌식(Forensic) 절차를 통하여 과학적으로 최서원이 사용한 것으로 검증된 최서원의 태블릿PC 내에 저장된 청와대 문건 등에 의하여 충분하게 입증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과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종사자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고 피고인의 지시에 불복하는 공무원들의 사직을 강요한 범행은, 피고인의 지시 및 피고인에게 이행 상황을 보고한 내용이 낱낱이 기재된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문건, 정무수석실, 문체부 작성 문건, 故 김영한 민정수석 업무 수첩 및 청와대 교문수석비서관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 진술과 소위 블랙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본 문화·예술계 관계자들 진술에 의하여 다툼 없이 인정됩니다. 3. 피고인의 양형 관련 이어서 피고인에게 준엄한 형사처벌이 필요한 이유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가. 헌법 가치 훼손 첫째, 피고인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지만 비선실세의 이익을 위하여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사유화함으로써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하였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이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1987년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최초로 과반수 득표에 성공한 피고인은 헌법을 수호하여야 할 책무를 방기하였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자신과 최서원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남용하였으며,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국가기관과 공조직을 동원하여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질서, 직업공무원제 등 헌법에 의해 보장된 핵심 가치를 유린하였습니다. 그 결과 피고인은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으로 파면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습니다. 나. 정경유착(政經癒着) 둘째, 피고인은 국민이 아니라 재벌과 유착되었습니다.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헌법과 법률을 통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광범위하고 막강한 행정, 입법, 사법 권한을 보유한 명실상부(名實相符)한 국내 최고 정치권력자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2016년 기준 국내 주식시장의 6.7%에 달하는 102조 원의 자금으로 삼성전자 지분 9.71%를 비롯하여, 30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 지분 8.85%를 보유한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동원하여 재벌기업 총수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었습니다. 피고인과 단독면담한 이재용, 최태원, 신동빈은 2016년 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국내 GDP의 37%를 차지하는 삼성, SK,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보유한 국내 최고 경제권력자들입니다. 국내 최고 정치권력자인 피고인이 매년 안가라는 밀실에서 은밀하게 최고 경제권력자들을 일대일로 만나 머리를 맞대고, 자신과 최서원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면서 경영권과 직결되는 현안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는 장면은 피고인 스스로 ‘서로 윈윈(Win-Win)하는 자리였다’라고 표현한 바와 같이 전형적인 정경유착(政經癒着)의 모습입니다. 피고인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 자행된 정경유착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함으로써 헌법이 추구하는 ‘경제 민주화’를 통해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자신의 공적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고, 우리 사회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재벌 개혁과, 반칙과 특권을 철폐하여 고질적인 부패 행태의 청산을 열망하는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서민들의 쌈짓돈으로 조성된 국민연금기금을 재벌기업 총수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함으로써 천문학적인 손실을 나누어지게 된 국민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충격과 공분(公憤)을 안겨 주었습니다. 다. 민간 기업의 사유화 셋째, 피고인은 대기업들로 하여금 자신과 최서원이 운영할 재단 설립자금으로 774억 원을 출연하게 하고, 최서원이 지명한 업체들에 일감과 후원금을 몰아주며, 최서원이 지명한 인물들을 별다른 검증절차 없이 채용하고 승진하게 함으로써, 민간 기업을 자신과 최서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전유물로 전락시켜 헌법상 보장된 기업경영의 자유, 기업의 재산권을 중대하게 침해하였습니다. 피고인의 이와 같은 행위는 기업과 사회의 진정한 상생을 위한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 활동과 사회공헌 활동을 왜곡하는 것으로서, 정작 계약을 체결할 충분한 자질을 갖춘 중소기업과 반드시 기업의 후원을 받아야 하는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을 희생시켰고,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인 현실에서 경제 한파와 고령화로 인한 청년 실업 문제와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과 그들의 부모들로 하여금 뼛속 깊이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였으며, 우리 사회가 불법과 반칙이 통하는 사회, 돈과 권력을 가진 특권층만이 성공하고 군림할 수 있는 사회라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 주고, 정부 정책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여, 국가 발전을 위한 토대이자 소중한 사회적 자본인 ‘국민의 국가에 대한 신뢰’라는 가치를 무너뜨렸습니다. 라. 문화·예술계 양극화 넷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문화융성’을 3대 국정 기조 중의 하나로 천명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자신과 정부에 동조하는지를 기준으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블랙(Black)과 화이트(White)로 편을 가름으로써 문화·예술계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크게 위축시켰으며 자신의 불법적인 지시를 이행하는데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고위공무원을 사직시키는 등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마. 피고인의 무책임한 자세 마지막으로, 피고인은 최서원의 국정 개입에 대한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이를 부인하였고, 오히려 그러한 의혹 제기를 실체가 없는 국기문란 행위, 정치공세라고 비난하면서 온 국민을 기만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최서원의 국정 개입이 문제로 대두하자,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음에도, 검찰과 특별검사의 대면조사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회피하였고, 청와대 압수수색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으며, 자신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헌법재판소에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주요 국정농단 사건의 증인으로 채택되었으나 일체 출석을 거부하였고, 지난해 10월 16일 재판부에서 새롭게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더 이상 법원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주장을 끝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재판출석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2016. 7. 국정농단 의혹이 처음 불거진 이래로 약 20개월이 경과한 현재까지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단 한 차례도 보인 적이 없었으며,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국정농단의 진상을 호도하고 실체진실을 왜곡하면서, 검찰과 특별검사는 물론 사법부까지 비난하고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국민은 피고인이 이제라도 잘못을 통감하고 자신의 책임을 겸허히 인정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국민의 이와 같은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오히려 사법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여전히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으며, 일련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과 특별검사의 수사,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및 법원의 판결을 통해 자신의 범죄사실이 객관적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헌법과 법률을 철저히 경시하면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4. 결론 결론으로 피고인에 대한 구형의견을 밝히겠습니다. 피고인은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입니다.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던 피고인은 국정에 한 번도 관여해 본 적이 없는 비선실세에게 국정 운영의 키를 맡겨 국가 위기 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입니다. 국민은 반칙과 특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한 규칙을 끝까지 준수하면서 실력으로 성공한 사람이 존경받고, 대통령이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면서 국민의 사상과 문화적 성향에까지 관여하는 나라가 아니라,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가운데 어떠한 직업을 갖더라도 행복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진정 자유롭고 평등하며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꿈꿔왔습니다. 피고인은 국민의 이와 같은 간절한 꿈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기록되겠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하루빨리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심각하게 훼손된 헌법 가치를 재확립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이 헌정 질서를 유린하여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시키고 국가 혼란과 분열을 초래하였음에도 진지한 반성이나 사과할 의지가 없다는 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의 법정형이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인 점, 피고인이 최서원과 함께 취득한 이익이 수백 억대에 이르는 점, 범행을 부인하면서 허위 주장을 늘어놓고 실체진실의 발견을 방해한 것은 물론이고,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책임을 전적으로 최서원과 측근들에게 전가한 점, 준엄한 사법부의 심판을 통해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대한민국 위정자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반영하여 다음과 같이 구형합니다.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농단한 최종 책임자인 피고인에게 징역 30년 및 뇌물에 해당하는 592억 2,800만 원의 2배에서 5배 범위 내인 벌금 1,185억 원을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연합뉴스
  • [사설] 꿈틀대는 ‘북핵 대화’, 원칙과 자세 가다듬어야

    ‘평창 이후’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제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일행을 1시간 남짓 접견한 데 이어 어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 등 대북라인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김영철 일행의 숙소인 워커힐호텔로 달려가 장시간 이들과 남북 관계 전반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이 그제 평창 회동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며 북·미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에 김영철도 북·미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밝힌 만큼 일단 북핵과 남북 관계, 북·미 대화의 삼각함수를 풀기 위한 실질적 해법 모색이 시작된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더욱이 미 백악관도 어제 ‘비핵화를 위한 대화’라는 전제 아래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만큼 조만간 양측이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탐색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고 할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의 한반도 안보 상황을 놓고 적지 않은 우려가 제기돼 온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북한이 서로 대화의 필요성에 뜻을 같이한 점은 그 자체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에게 우리 대북안보정책의 책임자들이 우르르 몰려가 북핵 논의 진전에 따른 남북 협력 구상 등을 소상하게 논의한 것이 온당한지는 의문이 남는다. 정부는 어제 릴레이 회담을 통해 ‘선(先) 동결, 후(後) 폐기’로 이어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2단계 북핵 해법을 설명하고, 북핵 논의 진전에 상응한 남북 협력 구상과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 북이 취할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려되는 것은 이 과정에서 북에 우리의 ‘패’를 다 꺼내 보여준 것은 아닌지 하는 점이다. 이는 자칫 대북 제재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북으로 하여금 우리 구상을 역으로 활용할 빌미를 제공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미국과의 공조에 균열을 불러올 수도 있는 일이다.  김영철 방문에 야권은 가두시위를 벌이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럴수록 보다 투명하고 원칙 있는 정부의 자세가 요구된다. 국정원장의 비밀방북설과 김여정 방남 1월 합의설 등 남북 간 물밑 접촉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과 의혹이 진작부터 제기돼 왔으나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자세는 온당치도, 유용하지도 않다.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막후 대화는 어디까지나 회담 성사를 위한 차원의 접촉에 그쳐야 하며, 이 경계를 넘어 공식회담은 허울로 두고 실질 논의는 막후 대화를 통해 전개한다면 이는 자칫 과거와 같은 대북 퍼주기 논란 속에 남남 갈등과 남북 관계 왜곡, 대북정책의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남북 관계 개선이 북핵 폐기를 전제로 한다는 기본원칙도 이 시점에 다시 한번 분명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김영철과의 논의 내용을 한점 빠짐없이 소상하게 국민에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국고로 만든 지도에 ‘한사군은 北’ ‘독도 삭제’… 中ㆍ日 논리 추종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국고로 만든 지도에 ‘한사군은 北’ ‘독도 삭제’… 中ㆍ日 논리 추종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이란 것이 있었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 2008~2015년 60여명의 역사학자들에게 47억여원의 국고를 주어서 한국·중국·일본의 역사지도를 만들게 한 사업이다. 그런데 이 지도가 공개되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중국 동북공정 소조’와 일본의 극우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제작했다면 명실이 상부한 지도였기 때문이다. 한사군을 북한으로 그려 중국에 넘겨주었고 조조가 세운 위(魏)나라가 경기도까지 지배했다고 그려 놓았다.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삼국사기’ 초기 기록 불신론을 추종해 서기 4세기에도 ‘신라·백제·가야’는 없었다고 그리지 않았고, 심지어 독도까지 모두 삭제했다. 시진핑이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하고 일본이 평창올림픽에서 ‘한반도기’의 독도 삭제를 요구해 관철시킨 것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모두 우리 내부에서 논리를 제공한 것인데, 그 핵심에 동북아역사재단의 여러 행태가 있었고, 그중 하나가 대한민국 정부 발행으로 간행하려던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이었다. 2015년 국회의 동북아역사왜곡특위에서 그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적하고 나섰다. 5개월 수정 기간을 주었지만 독도는 끝내 누락시켰다. 이 지도가 공개되기 전 매년 두 차례씩 15차례의 평가에서는 84.8~95점의 고득점을 받았지만 국회 지적 후 카르텔을 배제하고 심사하니 14점이란 진짜 점수가 나왔다. 사업은 중단되고 10억원의 환수 조치가 내려졌다. 그런데 새 정권이 임명한 동북아역사재단 김도형 이사장이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이 ‘유사역사학자’들에게 휘둘려 중단됐다면서 사업 재개를 선언해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충격을 주고 있다. 그의 동료들이 대거 연루된 10억원의 연구비 환수 조치를 무효로 만들려는 술수로 추측된다. ●만리장성 동쪽 끝이 평양 부근? 명나라 때 만리장성 서쪽 끝은 지금의 간쑤성(甘肅省) 자위관(嘉峪關)이었고, 동쪽 끝은 허베이성 산하이관(山海關)이었다. 자위관을 비롯한 중국 각지의 장성박물관들은 만리장성 동쪽 끝을 한반도 북부로 그려 놓고 있다. 명나라 때 겨우 허베이성 산하이관까지 온 역사는 모른 체한다. 인터넷상에도 만리장성이 한반도 북부까지라는 외국어 사이트가 넘쳐나지만 이런 역사 침략에 맞서라고 매년 수백억원의 국고를 쏟아붓는 동북아역사재단은 대한민국 정부 공식 입장의 ‘동북아역사지도’를 다시 제작해 중국과 일본이 맞다고 재확인해 주겠다는 것이다. 만리장성의 동쪽 끝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중국 사료는 서진(西晉·265~316)의 무제(武帝) 사마염(司馬炎)이 태강(太康·280~289년) 연간에 만든 ‘태강지리지’(太康地理志)다. 서진 무제는 서기 280년 오(吳)나라를 꺾고 중원을 통일한 기념으로 연호를 태강으로 개정하고 ‘태강지리지’를 편찬했다. ‘사기’ ‘후한서’ ‘삼국지’ 등 중국의 여러 정사에 주석 형태로 내용이 전해진다. 그중 ‘사기’의 ‘하(夏) 본기’ 주석에 “‘태강지리지’에서 ‘낙랑군 수성현에는 갈석산이 있고 만리장성의 기점이다’(樂浪遂城縣有碣石山 長城所起)라고 했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여기 나오는 ‘①수성현 ②갈석산 ③만리장성의 기점(동쪽 끝)’이라는 세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곳이 곧 낙랑군 지역이다.●황해도 수안에 갈석산과 만리장성이? ‘동북아역사지도’는 낙랑군 수성현을 황해도 수안(遂安)으로 그려 놨다. 이것이 사실이려면 황해도 수안에 ‘갈석산’과 ‘만리장성의 유적’이 있어야 한다. 국회 동북아역사왜곡특위에서 황해도 수안으로 비정한 사료적 근거를 요구하자 동북아역사재단은 이병도의 ‘한국고대사연구’(148쪽)를 1차 사료라고 제공했다. 이런 내용이다. “(낙랑군)수성현…자세하지 아니하나 지금 황해도 북단에 있는 수안에 비정하고 싶다. 수안에는 승람 산천조에 요동산(遼東山)이란 산명이 보이고, 관방조(關防條)에 후대 소축(所築)의 성이지만 방원진(防垣鎭)의 동서행성의 석성(石城)이 있고 … 그릇된 기사에도 어떠한 꼬투리가 있는 까닭이다(이병도, ‘낙랑군고’, ‘한국고대사연구’ 148쪽).” 이병도는 ‘승람’, 즉 조선에서 편찬한 ‘동국여지승람’의 황해도 수안군 조에 ‘요동산’이 나오는데 이것이 ‘갈석산’이고, 방원진 석성이 나오는데 이것이 만리장성이라는 것이다. ‘자세하지 아니하나’, 수안에 ‘비정하고 싶다’면서 황해도까지 중국에 넘긴 것을 ‘동북아역사지도’ 제작진이 그대로 추종했고, 중국은 ‘이게 웬 떡이냐’면서 날름 삼켰다.●이나바 이와기치의 논리 추종 그런데 이병도 수안설은 조선총독부의 이나바 이와기치(稻葉岩吉)가 쓴 ‘진 장성 동쪽 끝 및 왕험성에 관한 논고’(秦長城東端及王險城考·1910년)를 표절한 것이다. 이나바 이와기치가 “진 장성의 동쪽 끝이 지금의 조선 황해도 수안의 강역에서 시작하는 것은 … ‘한서’ ‘지리지’(漢志)에 의해서 의심할 바 없다”고 먼저 주장했다. 이나바 이와기치는 ‘한서’ ‘지리지’를 근거로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 황해도 수안이라는 사실이 ‘의심할 바 없다’고 말했지만, ‘한서’ ‘지리지’에는 황해도 수안은커녕 한반도에 대한 서술 자체가 단 한 자도 없다. 모두 거짓말이고 사기다. 이런 사기술이 지금까지 통하는 희한한 집단이 한·중·일 역사학계다. 중국과 일본 역사학자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그런다고 치더라도 한국 역사학자들, 특히 국고로 운영되는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누구를 위해서 이런 지도를 국고로 다시 만들겠다고 역주행하나? ●진짜 낙랑군 수성현과 갈석산 그러나 역사 왜곡은 쉽지 않다.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를 담은 담기양(潭其?)의 ‘중국역사지도집’(전8권)이 이를 말해 준다. ‘동북아역사지도’는 상당 부분을 담기양의 ‘중국역사지도집’을 표절했다. 특히 한사군은 ‘중국역사지도집’ 제2권 ‘진·서한·동한(秦·西漢·東漢) 시기’의 27~28쪽을 표절했다. 그런데 표절도 제대로 못했다. ‘중국역사지도집’ 2권 28쪽은 평양 부근 바닷가에 낙랑군 수성현과 만리장성을 그려 놨지만 정작 27쪽은 갈석산을 허베이성 창리(昌黎)현에 그려 놓았다. 황해도에 그리지 못한 것은 갈석산이 진시황부터 아홉 명의 황제가 오른 ‘구등(九等) 황제산’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중국인들이 ‘신악갈석’(神岳碣石)이라고 높이는 갈석산을 황해도에 그려 국제적 망신을 자초할 수는 없다는 자존심이 있었다. 동북아역사재단과 이 나라 역사학자들은 이런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다. ●만리장성 동쪽 끝은 어디인가? 중국의 ‘수서’(隋書)는 갈석산이 있는 허베이성 창리현을 옛 수성현이라고 말했다. 청나라 역사지리학자인 고조우(顧祖禹)는 ‘독사방여기요’(讀史方輿紀要)에서 창리현 조금 북쪽의 허베이성 루룽(盧龍)현을 설명하며 “영평부(永平府·루룽현) 북쪽 70리에 (만리)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태강지리지’에서 말한 ①수성현 ②갈석산 ③만리장성이란 세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은 지금의 허베이성 창리현 및 루룽현 지역이다. ‘동북아역사지도’는 또 낙랑군 둔유(屯有)현은 황해도 황주(黃州)에 그려 놓고 근거 사료로 역시 이병도설을 국회에 제공했다. ‘고려사’ ‘지리지’의 ‘황주목(黃州牧)조’에 “황주를 다른 책에서는 우동어홀(于冬於忽)이라고 했다”는 구절이 있다. 이병도는 ‘우동어홀’에서 ‘우’ 자와 ‘홀’ 자는 마음대로 빼버리고 ‘동어’(冬於)만 남기는 ‘둔유’(屯有)와 발음이 비슷하다면서 낙랑군 둔유현이 황주라고 우겼다. 이런 코미디 같은 비극으로 점철된 ‘동북아역사지도’를 다시 국고로 간행해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권이 교체됐지만 총독부 사관을 추종하는 식민사학 적폐는 오히려 제 세상 만난 듯 더 기세등등해졌다. 구한말 같다는 탄식이 늘어 간다. ■‘유사역사학’ 용어 출처는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김도형은 언론 간담회에서 ‘유사역사학’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유사’란 용어의 출처는 어디일까? 자칭 역사소설가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원저작권은 조선총독부에 있다. 조선총독부는 1925년 ‘조선의 유사종교’(朝鮮の類似宗敎)라는 책을 발간해 ‘개신교·천주교·불교’는 종교로 분류해 총독부 학무국 종교과에서 관리하고, ‘대종교·천도교·동학교·단군교·보천교·증산도·미륵불교·불법연구회’ 같은 항일 민족종교는 ‘유사종교’로 낙인찍어 독립운동가를 탄압하던 총독부 경무국에서 따로 관장했다. 항일 민족종교를 ‘유사종교’라고 낙인찍고 탄압한 수법을 그대로 본받아서 조선총독부 역사관을 비판하는 학자들에게 악용하는 매카시 수법이다. 아직도 총독부가 지배하는 갈라파고스가 이 나라에는 너무 많다. 전 국민적 각성이 필요하다.
  • 문제 의식 드러낸 작은 영화로 귀환 “100억 들여 사람 꼭 죽여야 하나요”

    문제 의식 드러낸 작은 영화로 귀환 “100억 들여 사람 꼭 죽여야 하나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선 핸드볼 감독이 다 됐던, ‘제보자’에선 진실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사회를 비판했던 임순례(58) 감독이 4년 만에 돌아왔다. 현실에 상처입은 청년들이 시골에서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고 맛보며 스스로를 보듬고 답을 찾아간다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서다.상업영화로도 흥행을 거두고,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로도 관객들을 끄는 그는 왜 순제작비가 고작 15억원에 불과한 ‘작은 영화’로 돌아온 걸까. “요즘엔 소재가 자극적이고 화려하고 속도감 있는 블록버스터 위주로 영화가 만들어지잖아요. 한국영화가 예산을 너무 크게 가져가면서 내용을 폭력으로 채워가는 데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꼭 100억원을 들여 사람을 죽여야 되나’, ‘돈이 많이 들어갈수록 더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줄을 이었죠. 일본 원작 영화를 보고 조용하고 담담한 영화도 관객들에게 영화적으로 색다른 재미와 의미를 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요.”1996년 영화 ‘세 친구’ 연출로 데뷔한 임 감독에겐 줄곧 ‘한국 대표 여성감독’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가 영화계에 발을 붙인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 감독 작품,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은 ‘극소수’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국내 상업영화 가운데 여성 감독의 작품은 총 83편 가운데 7편(8.4%), 여성이 주연을 맡은 작품은 66편 가운데 17편(25.8%)에 불과했다. 임 감독은 대작들이 많아지는 환경이 여성 감독, 여배우 주연 작품 탄생을 가로막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목했다. “예산이 크면 스타 배우가 붙고 메이저 투자사, 배급사가 붙어 상영관을 1500개, 2000개씩 잡아 휩쓸고 가는 패턴으로 영화가 만들어져요. 큰 영화는 폭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 남자 감독들에게 연출 기회가 많고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여성 감독들의 작품은 살아남기 힘든 거죠. 이런 투자배급 상황에서는 다양성이 있는 영화도 상영관이 보장되지 못하면 여배우가 아예 필요가 없거나 여성 캐릭터도 대상화되고 왜곡되는 경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요.”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제보자들’(2014) 등 그간 임 감독의 작품들은 주제도 결도 다채로운 모자이크를 이룬다. 하지만 늘 소외된 이들에게 곁과 시선을 주고 보듬는 시선만큼은 그의 모든 작품을 또렷이 관통하고 있다. 대표 여성 감독인 만큼 그의 이름 뒤에는 고사하질 못해서 거느리고 있는 직함들이 빼곡하다. 인천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대표이사, 다음달 1일 문을 여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공동 대표도 맡았다. “사실 작품 하는 데는 다 방해가 돼요. 감독들은 영화를 만들지 않는 시간 동안에도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이나 찾아오는 아이디어가 창작의 재료가 되니 사실 영화를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제일 좋거든요. 하지만 제가 1세대 여성 감독으로 상징적인 존재가 되다 보니 일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거부할 수가 없어서 하게 돼요.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게 선배 세대의 역할이니까요.” 바쁜 일정 중에도 차기작은 차근히 준비하고 있다. 임 감독은 화가 이중섭의 생애에 관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엔 외부 활동이 많다 보니 제가 선택하기보다 제작사에서 제의가 오면 받아들이는 쪽으로 영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이중섭이 너무 많이 알려진 인물이라 거절했어요. 이후 몇 달 뒤 우연히 제주도에 가서 아침 산책을 하다 이중섭 생가와 미술관을 들렀는데 그의 작품에서 울림이 오더라구요. 바람은 올해 안에 촬영에 들어가 내년에 개봉하는 거예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어준 “미투 운동이 곧 공작이라는 게 아니다”…‘김어준의 뉴스공장’서 해명

    김어준 “미투 운동이 곧 공작이라는 게 아니다”…‘김어준의 뉴스공장’서 해명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이 ‘미투’ 운동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김어준은 26일 방송된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미투’ 운동을 공작에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한 거지, ‘미투’ 운동이 곧 공작이라고 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24일 김어준은 팟캐스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미투 운동에 대해 “공작의 사고 방식으로 보면 (미투 운동은) 첫째, 섹스, 좋은 소재고 주목도가 높다. 둘째, 진보적 가치가 있다”라면서 “주목도가 높은 ‘미투’ 운동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진보 매체를 통해 등장시켜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라고 여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지금 뉴스들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 누군가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이 발언을 ‘미투’ 운동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를 두고 김어준은 “일부 언론과 대형 포털 사이트가 나를 모략하고 있다”면서 “포털 사이트에서는 보통 나에 관해 대부분 부정적인 기사만 외부에 노출한다. 오늘(26일)은 아침부터 검색어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다. 이런 건 처음 본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용서와 위로, 손끝에서 피어나다

    용서와 위로, 손끝에서 피어나다

    “완벽한 인간을 그리는 작업은 내겐 불온한 상상이다. 완벽한 인간의 인체는 허상이거나 가식일 뿐이다. 완전한 상상은 그림 위에 뭉개지고 덧칠돼 켜켜이 쌓인 부조리한 인체들이다.”손가락으로 물감을 뭉개가며 펴바르고 지웠다가 다시 덧칠한다. 붓 대신 손가락으로 어루만진 화폭에서 왜곡되고 해체된 불완전한 인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모호한 표정으로 서로의 어깨를 겯고 고통을 견디는가 하면, 오랜 슬픔에서 깨어난 여인들은 이제 막 걸음을 뗀 유약한 새끼 사슴처럼 지상에 두 다리를 딛고 일어선다.김영미(57) 작가는 자신의 손가락에서 잉태한 이 불완전한 인체들로 악연의 가족사를 ‘씻김굿’ 한다. 새달 1~14일 서울 강남구 아트플러스&린 파인아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인체를 위한 변명’를 통해서다. 전시장에 나올 20여점의 작품은 혹독한 유년의 고통을 불러내고 이를 위무해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작업이다. 외아들인 오빠가 심장병으로 숨지면서 가족의 혹독한 역사는 시작됐다. 대를 잇기 위해 씨받이를 들이고 아버지의 학대가 이어지면서 가족은 산산이 파괴된다. 작가는 흩어진 고통의 기억을 꿰매 서로를 위로하거나 생각에 잠기거나 슬픔을 이겨낸 인간 군상들을 화폭에 일으켜 세웠다. 김 작가는 “가부장제의 형식적이고 가식적인 관습을 통해 대를 이으려 하면서도 가족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가장의 모순은 왜곡된 인간을 그리는 내 작업의 뿌리”라며 “이를 통해 인간이 가진 본래의 잔인함이 얼마나 깊고 절망적인가를 묻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작가가 결국 이른 곳은 이해, 용서와 위로의 경지다. 경계도 분명치 않은 혼란스러운 형상이지만 그가 손가락으로 위로하고 피워낸 인체의 모습과 어둠에서 밝음으로 나아가는 색채에는 작가의 내면을 반영하듯 담담한 아름다움까지 서려 있다. 김영미는 오는 4월 12일 미국 뉴저지주의 복합문화공간 샌디 베넷 아트 갤러리 버건 퍼포밍 아트센터에서도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다음달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일요일 휴관. (02)544-2639.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시론] 보유세 인상을 위한 올바른 접근법/이한상 한국납세자연합회 사무총장

    [시론] 보유세 인상을 위한 올바른 접근법/이한상 한국납세자연합회 사무총장

    치솟는 서울 강남권 집값은 많은 국민들을 열패감에 빠뜨린다. 정부와 여당은 강남 불로소득에 대한 유권자의 무력함을 달래고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보유세 인상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선진국처럼 거래세 비중을 낮추고 보유세 비중을 높이는 것이 조세 정의에 부합하며, 보유세 인상이 강남 집값을 효과적으로 진정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칼을 휘두르기 전에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높은 자영업자 비율이 보여 주듯 우리는 소득 안정성과 장기적 계획 능력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 지난 40년간 급속한 도시 인프라 축적 과정에서 양도 차익과 교육 환경을 찾아 소득에 비해 과도한 대출과 이자를 감수하며 수년마다 아파트 매매를 반복한 ‘메뚜기 사회’였다. 지난 정부는 빚을 내서 집을 사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야단법석까지 떨었다. 그 결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은 절대적이다. 잦은 매매로 거래 세수가 커 부동산 관련 세수가 근로소득세보다 많은 기형적 세수 구조가 이상하지 않다. 우리도 곧 선진국처럼 부동산 거래가 정체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보유세 비중을 높이고 거래세 비중을 낮춰야 부동산 관련 세수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소득의 변동성이 높고 부채에 기댄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인 우리나라 평균 납세자들에게 당장 보유세를 올리는 것이 조세 정의인지 의문이다. 오히려 투기 세력과 다주택자에 대한 거래세 강화가 조세 정의에 더 부합한다. 또 보유세 인상은 지역 간 세수 격차를 증폭시켜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의 단순 비교를 통해 보유세 인상과 거래세 인하 처방을 내리는 것이 말처럼 간단하지 않은 이유다. 보유세 인상이 강남 집값과 부동산 과열 방지의 효과적인 수단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강남 집값이 인프라와 교육 환경의 프리미엄을 반영한다면 바람직한 정책 대응은 비강남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인프라·교육 투자다. 강남 집값이 제한된 공간의 수요와 공급의 반영이라면 보유세 인상은 투기 세력에게는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공급 제한을 통한 가격 상승만 야기할 뿐이다. 강남 집값을 잡는 게 정책의 목표라면 그린벨트 해제와 용적률 상향을 포함한 담대한 공급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 강남에 좋은 집이 계속 공급되니 서두를 것 없다는 확신을 시장에 주는 것보다 결정적인 방법은 없다. 지금의 강남 집값이 적정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소위 강남 불패론자들은 인프라와 교육 여건, 뉴욕·홍콩과 같은 희소성, 성공의 상징이라는 심리적 요인을 강조한다. 하지만 강남 집값은 외국과 비교하면 임대료에 의해 뒷받침되지 못하며, 고령화와 경기 정체로 수요는 점차 정체될 것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만약 현재의 부동산 경기에 거품이 끼어 있다면 중장기적으로 집값은 재건축 멸실에 따른 이주 수요가 사라지고 공급이 증가하는 2~3년 후 시장에 의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보유세 인상을 통해 강남 대 비강남의 이념 구도를 만들고 납세자들과 불필요한 긴장을 야기하는 것보다는 시장에 가격 결정을 맡기는 것이 효과적인 부동산 정책일 수 있다. 2007년의 과열도 결국은 시장에서 조정됐다. 정부는 비강남 지역에 대한 인프라 투자와 강남 지역에 대한 대대적 주택 공급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인식해야 한다. 투기 세력의 가격 담합이나 시세 조정을 막기 위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포함해 가격 정보 장치를 보다 정교하게 수정하고, 집값 왜곡 행위를 엄정 처벌해야 한다. 보유세 인상은 부동산 정책과 별개로 장기적 조세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돼야 한다. 여야 합의 아래 국민적 공감을 얻어 단계적 보유세 증세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수순이다. 이를 통해 보유세 인상이 단기적으로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안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정부가 당장 보유세를 인상하더라도 정밀한 과세 설계를 통해 세금을 낼 능력이 부족한 실거주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 “국정농단 은폐… 혼란 악화” 우병우 1심 징역 2년 6개월

    “국정농단 은폐… 혼란 악화” 우병우 1심 징역 2년 6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확인하고도 축소·은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우병우(사진ㆍ51)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4월 17일 재판에 넘겨진 지 311일 만이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는 22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우 전 수석의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우 전 수석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운영 관련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우 전 수석이 직무감찰을 하지 않았다는 핵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최씨와 안 전 수석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2016년 7월부터 이어졌는데도 진상을 파악하거나 안 전 수석에 대해 감찰을 하지 않았고 진상 은폐에 가담해 국정농단 사태를 더욱 심화시키고 국가의 혼란을 악화시킨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우 전 수석을 향해 “그 뒤에도 국회에 불출석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하는 국민의 여망을 외면하고, 일말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와 변명으로 일관하고 심지어 관련자들의 진술마저 왜곡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고 질책하며 “양형에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2016년 7월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 유용이나 아들의 의무경찰 특혜 보직 의혹 등에 대한 감찰에 착수하자 노골적으로 감찰을 방해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이념적 좌편향’을 이유로 청와대가 부정적 인식을 가졌던 CJ E&M에 대해 고발 조치를 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를 압박했다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도 유죄로 결론 났다. 우 전 수석 측은 선고 직후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4·3 ‘70주년’ 2018 제주 방문의 해] 70년 만에 이제사 말햄수다 “어멍ㆍ아방 눈물 꼭 닦아줍서”

    [4·3 ‘70주년’ 2018 제주 방문의 해] 70년 만에 이제사 말햄수다 “어멍ㆍ아방 눈물 꼭 닦아줍서”

    현대사 최대 비극인 ‘제주4·3사건’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제주도는 올해를 ‘제주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화해와 상생, 평화, 인권의 4·3 역사를 국민과 세계인에게 알리는 다양한 기념 사업을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도민들은 올해가 4·3 완전 해결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제주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는 제주 4·3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한다. 진상조사보고서는 인명 피해가 2만 5000~3만명으로 추정했다. 7년간 제주도민 11%가량이 희생되는 참극이었다. 4·3의 광풍이 그친 1956년 서귀포시 대정읍 섯알오름 자락 옛 일본군 탄약고 터. 야심한 밤 군경의 눈을 피해 유족들은 방치된 132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1950년 여름 140여명이 국군에 의해 억울하게 총살당한 지 6년 만이었다. 유족들은 수습한 시신을 한데 모아 ‘132분의 조상이 한날, 한시, 한곳에서 죽어 뼈가 엉기어 하나가 됐으니 그 후손들도 모두 한 자손’이라는 의미로 ‘백조일손’(百祖一孫)이란 묘비를 세우고 통곡했다. 4·3은 이처럼 강요된 금기 속에 반세기가량 국가 권력에 의해 은폐되고 왜곡됐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자 국회에서 양민학살 진상 규명 조사단이 꾸려지고 학살 피해 접수가 잠시나마 이뤄졌다. 그러나 이듬해 5·16 쿠데타로 강요된 침묵 속에 다시 빠졌다. 1978년 제주 출신 소설가 현기영이 1949년 1월 북촌리에서 벌어진 양민 집단 학살을 다룬 소설 ‘순이삼촌’을 발표하면서 4·3은 마침내 다시 참혹한 모습을 드러냈다. 1989년을 기점으로는 민주화운동단체들이 연합해 4월 3일 ‘4·3 추모 및 범도민 진상규명촉구대회’가 4·3(1948년 기준) 이후 41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적인 추모 행사가 열렸다. 범도민 촉구대회에서는 4·3 관련 정부 보관자료 공개, 연좌제 폐지, 미군정의 4·3 학살 책임 인정, 국회의 4·3 진상조사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1989년 5월 문을 연 제주4·3연구소는 피해자·유족 채록집 ‘이제사 말햄수다’(이제야 말합니다)를 출간했다. 문민정부 수립 후인 1993년에는 제주도의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 피해 신고를 받는 등 4·3 문제를 공론화했다. 1999년 4·3 특별법이 국회에서 제정된 데 이어 2003년 10월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채택됐다. 2003년 10월 제주평화포럼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원수로는 처음 사과했다. 2014년 3월에는 제주 4·3 희생자 추념일이 국가추념일로 공식 지정됐다. 문재인 정부는 4·3의 완전한 해결을 100대 국정 과제로 선정했고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4·3 국가추념일 참석을 약속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중단된 4·3 희생자 유해 발굴 작업도 10년 만에 재개된다. 피해자 국가 배상·보상을 위한 4·3 특별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오영훈(제주시 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보상금 지급 등을 담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률안은 직계나 배우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명시하고, 지급 액수와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직계나 배우자가 없으면 민법이 정한 상속인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 외에도 4·3 당시 억울한 누명을 쓰고 형무소로 끌려간 수형 피해자의 명예가 회복되도록 했다. 유족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4·3 트라우마 치유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오 의원은 “아직도 4·3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정신질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희생자와 유족이 많다”며 “현행 특별법으로는 명예회복과 피해 구제가 미흡해 4·3 완전 해결과 국민 화합 차원에서 법률안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사설] IMF·OECD가 바라본 한국 경제 현주소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 경제에 대해 상당히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구조적 문제 때문에 앞으로 5년간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고용 상황이 매우 안 좋고, 특히 청년층 실업률 개선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 등 외부환경까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IMF가 최근 내놓은 한국 정부와의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3.2%를 정점으로 올해 3.0%로 낮아지고, 이후 매년 1% 포인트씩 떨어져 2022년에는 2.6%까지 추락한다. 잠재성장률은 2020년 2.2%에서 2030년 1.9%, 2040년 1.5%, 2050년 1.2%로 곤두박질칠 전망이다. 문제는 IMF가 이 같은 추락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서비스 부문의 낮은 생산성, 노동과 생산시장 왜곡 같은 문제 등이다. IMF는 해결책으로 생산성 향상과 노동시장 참여 확대를 위한 구조개혁과 재정투자 확대를 권하고 있다.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 투자나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경제의 생산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보육수당 인상 같은 노동정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노동인구 공급을 늘릴 것을 권고했다. 우리 정부가 귀담아들을 만한 제언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계속 뒷걸음질치는 상황도 방치해선 안 된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기준 3.73%로 4년째 후퇴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OECD 회원국 대부분이 2008년 금융위기로 실업률이 치솟았다가 꾸준히 개선돼 금융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지난해 기준 10.3%인 청년실업률은 4년째 두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년층이 서비스업 같은 내수산업에 주로 종사하는데 내수 경기가 계속 침체된 영향이 크다. IMF는 청년층 고용 개선을 위해 내년 이후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추가 인상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을 내놨다. 외려 청년층 실업률을 떨어뜨려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노동시장의 활력을 찾기 위해서라도 청년 고용 확대를 최우선 순위에 두라는 IMF의 충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추가 인상을 하기 전에 인상에 따른 영향을 철저히 평가해야 할 것이다.
  • NBC 망언 해설자 뒤늦은 사과…서경덕 “日 역사왜곡, 영상으로 공부하세요”

    NBC 망언 해설자 뒤늦은 사과…서경덕 “日 역사왜곡, 영상으로 공부하세요”

    평창올림픽 개막식 중계방송 중 ‘일본 식민지배 옹호’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미국의 NBC 해설자 조슈아 쿠퍼 라모가 뒤늦게 사과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평창올림픽 개막식 도중 제 발언에 불쾌감을 느꼈을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잊혀선 안 될 한국 역사의 한 부분을 무시하거나 무례한 언급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뒤늦은 감은 있지만 어쨌든 사과를 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이번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라모의 트위터 계정으로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잔인한 역사 동영상을 보내줬다”고 밝혔다.이번 동영상은 한국·중국·필리핀 등 일본이 아시아 각 나라에서 저지른 전쟁 만행에 대한 역사적인 자료를 보여준 후 아직도 진심 어린 사죄와 보상을 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서 교수는 “우리가 감정적으로만 대응할 것이 아니라,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이 아시아에 저지른 잔인한 역사를 전 세계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려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 교수는 영국의 대표 일간지 더 타임스의 ‘disputed island of Dokdo(분쟁중인 섬 독도)’라고 잘못 표기한 것을 바꾸기 위해 편집국장에게 항의서한을 보내는 등 평창올림픽 기간 중 외신에서의 오류 표기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日 또 독도 도발

    정부 “깊은 유감… 즉각 시정” 일본 문부과학성은 고교학습지도요령 개정안에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와 센카쿠열도(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등 독도 영유권 교육을 의무화한 내용을 넣고 이를 14일 ‘전자정부 종합창구’에 고시했다. 문부과학성이 고시하는 학습지도요령은 교육 내용의 근거를 규정한 것으로, 교과서 제작 및 검정의 법적 근거가 된다. 문부과학성은 고교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에서 “우리나라의 영토 등 국토에 관한 지도를 충실하게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9년에 개정된 고교학습지도요령에는 각 학교에서 영토 교육을 하도록 했지만 독도나 센카쿠열도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2008년 이후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나 교과서 검정을 통해 독도 영유권 교육 강화에 나서면서 현재 모든 초·중·고교에서 이런 내용을 가르치기는 한다. 하지만 학습지도요령에 또 명기함으로써 이에 대한 왜곡 교육을 더욱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하나 더 마련한 셈이다. 고교 역사총합(종합)과 지리종합, 공공 과목에 대한 이 고시안은 여론수렴 작업을 거쳐 하야시 요시마사 문부과학상이 관보에 고시하면 최종 확정되는 요식 절차만을 남겨 놓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개정한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에 이어 올해 고교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함으로써 10년 동안에 걸쳐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왜곡 교육의 근거를 명확하게 마련했다. ‘학습지도요령·해설서·검정 교과서’라는 3가지 틀로 구성된 독도 영유권 왜곡교육의 시스템 구축을 완성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개정된 학습지도요령은 해설서, 검정 교과서 제작 등의 과정을 거쳐 2022년도 신입생들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14일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내고 즉각 시정을 요구했다. 정부는 “일본이 공개한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 개정 초안에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하며 이를 즉각 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의 뜻을 전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일본 고교학습지도요령에도 ‘독도는 일본땅’…왜곡 명시

    일본 문부과학성은 고교학습지도요령 개정안에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등 독도 영유권 교육을 의무화한 내용을 넣고 이를 14일 ‘전자정부 종합창구’에 고시했다. 문부과학성이 고시하는 학습지도요령은 교육 내용의 근거를 규정한 것으로, 교과서 제작 및 검정의 법적 근거가 된다. 문부과학성은 고교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에서 “우리나라의 영토 등 국토에 관한 지도를 충실하게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9년에 개정된 고교학습지도요령에는 각 학교에서 영토 교육을 하도록 했지만 독도나 센카쿠열도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2008년 이후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나 교과서 검정을 통해 독도 영유권 교육 강화에 나서면서 현재 모든 초·중·고교에서 이런 내용을 가르치기는 한다. 하지만 학습지도요령에 또 명기함으로써 이에 대한 왜곡 교육을 더욱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하나 더 마련한 셈이다. 고교 역사총합(종합)과 지리종합, 공공 과목에 대한 이 고시안은 여론수렴 작업을 거쳐 하야시 요시마사 문부과학상이 관보에 고시하면 최종 확정되는 요식 절차만을 남겨놓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개정한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에 이어 올해 고교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함으로써 10년 동안에 걸쳐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왜곡 교육의 근거를 명확하게 마련했다. ‘학습지도요령-해설서-검정 교과서’라는 3가지 틀로 구성된 독도 영유권 왜곡교육의 시스템 구축을 완성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역사총합 과목의 근현대 부분에서는 영토 확정을 다루고, “다케시마와 센카쿠열도의 일본 편입에 대해서도 다룬다”, 지리총합에서는 “다케시마와 센카쿠열도는 고유의 영토임을 다룬다”고 기술했다. 공공 과목에도 같은 내용을 넣고, “일본이 다케시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센카쿠열도에는 영유권 문제가 없다는 점을 다룬다”고 명시했다. 문부과학성 측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지도요령에 넣은 것을 “중학교까지 받은 교육과 연관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된 학습지도요령은 해설서, 검정 교과서 제작 등의 과정을 거쳐 2022년도 신입생들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하면서 독도 일본 영유권 주장을 가르치도록 명시했었다. 초등학교는 5학년 사회, 중학교 지리와 공민, 역사에서 독도와 센카쿠 열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가르치도록 했다. 일본은 2008년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 간에 독도에 대한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도발적 표현을 넣었다. 당시 권철현 주일대사는 이에 항의해 일시 귀국한 바 있다. 일본은 2014년 1월 중·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점을 명시했고, 현재 초중고 사회 교과서 대부분에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다. 아베 정부의 이 같은 교육 현장에서의 역사 왜곡 교육 심화에 따라 한일 관계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수요 에세이] 미투(Me too) 운동이 성공하려면/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수요 에세이] 미투(Me too) 운동이 성공하려면/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지난달 언론에 공개된 검찰 내 성추행 사건 고발은 다른 사건들이 계속 폭로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연일 확대되고 있다. 이제까지 사건들은 대부분 하나의 개별 사건으로 그쳤지만 이번에는 정계, 학계, 체육계, 시민단체, 문학계, 영화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까지 성추행 폭로가 이어지는 릴레이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노벨상 수상자로 추천되기도 했던 저명한 문학 인사의 성추행에 대한 고백도 나왔다. 우리 사회의 존경받는 인사도 이런 추행을 저질러 왔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주는 실망과 충격이 무척 크다. 당연히 더이상 이런 행위는 그냥 덮고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검찰 내 성희롱 사건이 다른 사건들보다도 유독 주목받고 미투 운동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이유는 성추행 등 각종 사건을 수사 또는 지휘하는 검찰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상조사와 수사, 피해 구제가 본질인데 인사상 불이익이나 절차에 관한 논란이 관심을 끌면서 논점이 흐려지고, 어렵게 공개한 고백의 진의가 왜곡되는 부분이 안타깝다. 그러다 보니 사건의 진실 규명이나 가해자에 대한 조사나 처벌은 관심에서 멀어지고 본질이 아닌 문제를 들춰내 서로 비난하기도 한다. 심지어 피해자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왜곡에 가까운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여성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감춰져 왔던 성추행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지만,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미투 운동의 목적이 단순 과거 고발이 아니라 미래 사건에 대한 사전예방과 근절이라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폭로에 그쳐서는 안 된다. 폭로된 사건에 대한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가 진행돼 그에 합당한 판결이 있어야 한다.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내고 거기에 따른 법적, 사회적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미투 운동의 목적이다. 나아가 피해에 대한 미투뿐만 아니라 예방을 위해 긍정적인 노력을 한 미투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일이다. 다른 부처와 회식을 할 기회가 있었다. 대화가 무르익다 보니 평소에도 조금 짓궂었던 분이 자칫하면 성희롱으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훈훈하고 기분 좋은 자리에서 의미 있는 대화 주제도 많을 터인데 왜 저런 이야기를 꺼낼까, 조금 더 진도가 나가면 말려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에 남성 S씨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이렇게 기분 좋은 자리에서 품격 떨어지는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맙시다. 남성을 모독하는 기분이 들어요.” 순간 분위기가 머쓱했지만 다들 맞는 말이라고 동의하면서 다시 원래 분위기로 돌아갔다. 그 일 이후 그는 참석한 사람들에게 그의 존재를 새롭게 각인시켰다. 아마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들도 S씨 말에 동의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우리 주변에 S씨와 같은 사람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2015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직장에서 재직하는 동안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6.4%였다. 피해 내용은 주로 언어적 성희롱으로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하는 행위’ 순이었다. 같은 실태조사 응답자 중 예방교육을 받고 있는 비율은 90.8%로 대부분의 조사 대상자가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강화된 교육에도 불구하고 사건들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성 문제에 대해 유난히 관대한 우리 사회의 구시대적 관습과 권위주의적 의식이 문제일 것이다. 폭력 없는 사회로 나아가려면 상대방을 존중하는 인권의식을 키워야 한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성폭력 예방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권위주의적 직장문화를 개선해 양성평등사회로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 공기업 경영평가단장에 신완선 교수

    공기업 경영평가단장에 신완선 교수

    기획재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담당할 공기업 경영평가단장에 신완선(왼쪽ㆍ58)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를, 준정부기관 경영평가단장에는 김준기(오른쪽ㆍ54)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각각 내정했다고 13일 밝혔다.산업공학을 전공한 신 신임 단장은 한국공기업학회장을 맡는 등 공공기관에 대한 이해가 깊고 경영평가단 평가위원으로 일한 경험도 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공계 출신이 경영평가단장을 맡은 건 2007년 공공기관운영법 제정 이래 처음이다. 이번 경영평가단은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편에 따라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분리해 구성했다. 기재부는 앞으로 2월 말까지 시민·사회단체, 분야별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공기업, 준정부기관 평가단을 구성해 123개에 이르는 공공기관(공기업 35개, 준정부기관 88개)에 대한 2017년 경영실적을 평가할 계획이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최진원(한빛내과원장) 영원(재미) 은경씨 부친상 신창섭(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씨 장인상 12일 고대 구로병원, 발인 15일 오전 6시 (02)857-0444 ?송진섭(서울시당 노인위원회 사무국장)씨 모친상 1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5일 오전 6시. (02)3010-2263 ?이은실(국회사무처 후생서기) 금실(비전아카데미 원장)씨 부친상 윤정석(푸른여행서비스 대표이사) 윤성준(삼영메디케어 부장)씨 장인상 13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5일 오전 6시 40분 (02)2227-7560 한국 홍보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기사에서 ‘독도는 일본 소유’라는 오보를 낸 영국의 더타임스가 정정 기사에서 ‘독도는 분쟁 중인 섬’(disputed island of Dokdo)이라고 잘못 표현한 데 대해 항의 서한을 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서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독도는 분쟁의 섬이 아니라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한국 섬”이라며 “더타임스 측에 이메일로 이번 잘못된 독도 표현을 지적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더타임스 편집국장 앞으로 독도에 관한 영어 영상 CD 및 자료 등을 묶어 함께 발송했다. 서 교수는 “더타임스는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등과 함께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지로 다른 영국의 언론 매체에서도 이런 잘못된 표현을 똑같이 따라 할 수 있기에 잘못된 독도 표현을 반드시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외신에서도 ‘독도는 분쟁 중인 섬’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과 관련해 “이는 일본 정부의 보이지 않는 외교력이 세계적으로 먹히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특히 서 교수는 “독도는 절대 영유권 문제가 될 수 없다”면서 “제국주의 사상을 아직도 못 버리는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을 전 세계에 홍보하는 것이 독도를 지켜 나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강동원 “권력에 이용당했던 시민 억울함 알리고 싶었어요”

    강동원 “권력에 이용당했던 시민 억울함 알리고 싶었어요”

    그는 등장만으로도 시선을 붙든다. 시선을 지속시키는 건 압도적인 외모만이 아니다. 자기 복제 없이 작품마다 다채로운 캐릭터에 몸과 성정을 맞추는 치밀함은 어느새 그의 필모그래피와 연기, 특유의 스타일을 견고하게 만들었다. 2003년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로 연기에 첫발을 뗀 지 16년. 이제는 “영화와 엮인 재미있는 일이라면 (각본·제작 등)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배우 강동원(37)이 진화한 방식이다.그가 오랫동안 품어 온 이야기가 스크린에 내걸린다. 14일 개봉하는 ‘골든슬럼버’(노동석 감독)다. 강동원은 7년 전 원작인 일본 소설을 읽고 영화사에 영화화를 직접 제안했다. 영화의 주제 때문이었다. “평범한 시민이 거대한 권력에 이용당했을 때, 그들의 억울함과 고통을 환기하고 싶었어요. 우리 현대사만 봐도 그런 사람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그 순간만 지나면 대중들의 관심에선 잊히고 피해자들은 재판에 끌려다니며 평생 고생하고 아픔을 겪죠. 그런 지점에 대해 한 번쯤은 짚어 보고 싶었어요. ‘골든슬럼버’가 권력에 대한 평범한 시민의 반격이니까요. 억울한 일을 겪은 분들을 극장에 직접 초대하고 싶었는데 사회적, 정치적으로 왜곡되게 이슈화될까 봐 참았죠.” 영화에서 그는 성실하게 삶을 이어 온 택배기사였다가 한순간에 대선 후보 암살범으로 몰려 추격전의 먹이로 던져진다. 사람들을 순전하게 믿고 타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몸에 밴 선한 택배기사 건우 역을 소화하기 위해 그는 체중도 8㎏가량 불리고 머리도 최대한 촌스럽게 볶았다. “건우는 저와 닮은 면이 많더라구요. 저도 진짜 잘 살려고,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거든요. 데뷔 때 좌우명도 ‘남에게 상처주고 살지 말자’였어요. 한 번 정을 줬던 사람들과 멀어질 때 크게 마음 아파하는 것도 비슷하고요. 그래서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 유독 잘 됐어요.” ‘1987’의 이한열 열사에 이어 ‘골든 슬럼버’의 권력에 일격을 가하는 소시민까지 그의 최근작들은 현시대의 목소리와 호흡을 함께하고 있다. “배우라는 것이 결국은 시대를 대변하는 직업이니 많은 분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는 그는 ‘1987’에 대해 정치적이라는 일각에 목소리에 대해서도 단단한 소신을 밝혔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또 당시를 객관적으로 보는 30대 후반의 남성,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왜 ‘1987’이 정치적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분명 과거에 있었던 역사이고 팩트인데요. (정치적이라는 세력은 그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해대니까 정치적이라고 하겠죠. 정의에 대해 말하는데 정치적인 게 어디 있겠어요.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 강자가 약자에게 부당한 힘을 가하는 일은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데요.” 처음 원작 소설을 보고 머릿속에 그렸던 구상과 7년 만에 영화로 완성된 결과물은 서로 교감하고 있을까. “장단이 있어요. 일본 원작이 너무 마음 아프게 끝나서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했는데 그건 성공한 것 같고요. 좀더 다이내믹한 구성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 늘 예산의 한계가 있으니 그건 아쉽죠. 원래 할리우드에서 탐내던 판권을 우리가 사온 건데 미국에서 찍었으면 얼마나 역동적이었겠어요.” 강동원의 진화는 계속된다. 현재 김지운 감독의 ‘인랑’을 촬영 중인 그는 3월부터 할리우드 영화 ‘쓰나미 LA’ 촬영에 들어간다. 영화 ‘콘 에어’, ‘툼 레이더’ 등을 연출한 사이먼 웨스트 감독의 신작으로 역사상 가장 거대한 쓰나미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덮친다는 내용의 재난 영화다. 강동원은 수족관에서 일하는 서퍼로 재난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하러 다니는 정의로운 역할을 맡는다. “영화에 관한 아이디어라면 늘 쟁여 놓고 있다”는 그는 직접 써 놓은 시나리오까지 품고 있다. ‘어떤 이야기냐’는 물음엔 손사래를 쳐도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는 정성껏 풀어놨다.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공개는 안 돼요(웃음). 가까운 미래와 휴머니즘을 다룬 이야기랄까요.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영화로 만들고 싶어서 쓴 건데 개연성도 떨어지고 2주 만에 써서 그런지 못 봐주겠더라고요. 원래는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있어서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를 쓴 한 외국 작가에게 시놉시스를 간단히 써서 넘기기로 했어요. 쓰다 보니 70쪽이 됐는데 시놉시스를 보내겠다는 사람이 연락도 없고 70쪽이나 써서 보내면 깜짝 놀라겠죠?(웃음)”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英 더 타임스 정정보도 냈지만…서경덕 “독도 표현 또 잘못됐다” 일침

    英 더 타임스 정정보도 냈지만…서경덕 “독도 표현 또 잘못됐다” 일침

    ‘disputed island of Dokdo(분쟁 중인 섬 독도)’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가 독도 표현을 잘못 쓴 영국 언론에 일침을 가했다. 영국 매체 더 타임스는 최근 평창올림픽 관련기사에 ‘독도는 일본 소유’라고 보도한 후 정정기사를 냈지만, 독도 표현이 또 잘못되어 항의서한을 보냈다고 서 교수가 13일 밝혔다. 서 교수는 정정기사에 독도를 ‘disputed island of Dokdo(분쟁 중인 섬 독도)’라고 표기한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도는 분쟁의 섬이 아니라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한국 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더 타임스는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등과 함께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지다. 다른 영국 언론매체에서도 이런 잘못된 표현을 똑같이 따라할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독도 표현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편집국장 앞으로는 독도에 관한 영어 영상 CD 및 자료 등을 묶어 항의서한을 직접 보냈다. 그는 “요즘 들어 다른 외신에서도 ‘disputed island of Dokdo’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 정부의 보이지 않는 외교력이 세계적으로 먹히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 교수는 “독도는 절대 영유권 문제가 될 수 없다. 제국주의 사상을 아직도 못 버린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이다. 우리가 독도를 지켜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 세계에 홍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향후 영국 언론뿐만이 아니라 미국 등 세계적인 주요 언론매체에서의 ‘disputed island of Dokdo’라는 표현을 지속적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서 교수팀은 지난 미국 NBC방송에서의 ‘일본 식민지배 옹호’ 발언에 반박하는 동영상을 즉시 배포하여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누리꾼들이 6만여 건을 확인하는 등 일본의 역사왜곡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서경덕 교수, ‘독도는 분쟁 중’ 정정한 더타임스에 일침

    서경덕 교수, ‘독도는 분쟁 중’ 정정한 더타임스에 일침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에 항의서한을 보냈다.더타임스는 평창올림픽 관련기사에서 ‘독도를 일본 소유’라고 보도한 뒤 정정기사를 냈으나 이번에는 ‘영유권 분쟁 중인 섬’(disputed island of Dokdo)이라고 잘못 표기했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국 더타임스의 독도 표현이 또 잘못되어 강력한 일침을 가했다”면서 “독도는 분쟁의 섬이 아니라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한국섬”이라고 적었다. 서 교수는 “특히 더타임스는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등과 함께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지로 다른 영국의 언론 매체에서도 이런 잘못된 표현을 똑같이 따라 할 수 있기에 잘못된 독도표현을 반드시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서 교수는 더타임스에 이메일로 잘못된 독도표현을 지적하고, 편집국장 앞으로 독도에 관한 영어 영상자료 등을 묶어 항의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독도를 한국섬이 아니라 영유권 분쟁지역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서 교수는 우려했다. 그는 “다른 외신에서도 분쟁섬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 정부의 보이지 않는 외교력이 세계적으로 먹히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독도는 절대 영유권 문제가 될 수 없다”면서 “제국주의 사상을 아직도 못버리고 있는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을 전 세계에 홍보하는 것이 우리 독도를 지켜나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 교수는 미국 NBC 방송이 개막식 때 일본의 식민지배를 옹호하는 발언을 반박하는 동영상을 11일 배포했으며 현재 세계 네티즌 6만여 명이 이 영상을 시청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동북공정으로 자신감 얻은 中…국가 차원 역사영토 확장 야심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동북공정으로 자신감 얻은 中…국가 차원 역사영토 확장 야심

    ●거꾸로 가는 중국의 역사 연구 중국의 저우언라이(周恩來·1898~1976) 총리는 1963년 6월 28일 북한의 조선과학원 대표단을 만나 중국에서 “도문강(圖們江·두만강), 압록강 서쪽은 역사 이래 중국 땅이었다거나, 심지어 고대부터 조선은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황당한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만주는 한국사의 강역이었다고 솔직히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중국은 저우언라이 총리가 비판한 내용과는 거꾸로 만주는 물론 북한 땅도 자신들의 강역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런 주장이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그간 여러 공정(工程), 즉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티베트와 신강 위구르 지역을 영구히 차지하는 데 목적이 있고 나아가 만주는 물론 북한 강역까지 중국사의 범주로 편입하는 데 목적이 있다. 동북공정(東北工程·2002~2007)은 이런 여러 프로젝트 중의 하나였을 뿐이다. 동북공정을 통해 만주는 물론 한사군(漢四郡)을 근거로 지금의 북한 강역까지 중국의 역사영토로 편입했다. 그런데 중국은 동북공정에 앞서 하상주단대공정(夏商周斷代工程·1996~2000)을 진행했다. 그전에 중국은 주(周·서기전 1046~771)나라부터 확실한 역사로 인정하고 하(夏)·상(商·은)나라는 전설 상의 왕조로 간주해 왔다. 그러나 하상주단대공정 끝에 하는 서기전 2070~1600년까지 존속했고, 상은 서기전 1600~1046년까지 존속했다고 주장했다. 중화문명탐원공정(中華文明探源工程·2004~1015)이란 더 큰 프로젝트도 있었다. 하·상·주(夏商周) 이전의 전설 시대였던 삼황오제(三皇五帝)까지도 역사적 사실로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그 일환으로 산서성(山西省) 양분(襄汾)현에서 도사(陶寺) 유적을 발굴했는데, 이를 중국 고대 세 성왕(聖王)이라는 요·순·우(堯舜禹)의 첫 번째인 요 임금의 왕성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中國)이라는 개념이 도사 유적에서 생겼다고 시기를 대폭 끌어올렸다. 그간 중국이라는 개념은 주나라 때 하남성(河南省) 낙양(洛陽) 분지의 중원(中原)지구에서 생긴 것이라고 말해 왔던 것을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국사수정공정(國史修訂工程·2010~2013)도 있었다. ‘사기’(史記)부터 ‘청사고’(淸史稿)까지 중국 역대 스물다섯 왕조의 정사(正史)를 25사(史)라고 하는데 이 전부를 다시 수정해서 발간하는 프로젝트다.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중국이 가장 신경 쓴 것은 한국이었다. 많은 부분에서 한국 상고사와 상충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국 고대사학계가 반발은커녕 중국의 논리, 심지어 동북공정까지 추종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중국은 자신감을 갖고 중화문명전파공정(中華文明傳播工程·2016~2020)을 진행 중이다. 2016년 3월 중국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 소장이자 우리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 대의원인 왕웨이(王巍)가 2016년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회의,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제기한 프로젝트다. 간단히 말해서 그간 여러 프로젝트로 새로 쓴 역사를 중국은 물론 전 세계에 선전하는 공정이다. 중화문명전파공정의 예를 몇 가지만 들어보자. ‘중화문명의 형성’(中華文明的形成)이란 100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대대적으로 방송하고, 100권짜리 ‘중화문명’을 편찬해 일반인에게도 대대적으로 보급한다는 것이다. 이런 다큐멘터리와 책자들을 중국 내 소수민족 언어와 다른 외국어로 번역해 각국 대사관·영사관에 배포하고 전 세계에 있는 공자학원(孔子學院)을 통해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어린이용 그림책과 만화책도 만들고 소학교는 물론 중등학교 및 대학교 교재로도 제작해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새로 만든 역사를 주입시키겠다는 방대한 계획이다. 이 모든 것이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차원에서 진행된다.●탄치샹의 ‘중국역사지도집’ 그런데 중국이 이런 역사 새로 쓰기를 시도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탄치샹(譚其驤·1911~1992)이란 역사지리학자를 주목하면 중국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체계적으로 역사 새로 쓰기에 나섰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학제 간 칸막이를 설치하면서 역사학과 지리학을 단절시켰지만 중국은 다른 모든 나라들처럼 역사학과 지리학이 함께 간다. 1930년 광저우(廣州)에 있는 지난(暨南)대학 역사학과를 졸업한 탄치샹은 옌징(燕京)대학 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1957년부터 1982년까지 상하이 푸단(復旦)대학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역사지리가 전공인 탄치샹은 사회과학원 역사지리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는데 ‘역사상 중국과 중국의 역대강역’(歷史上中國和中國歷代疆域)에서 놀라운 주장을 펼쳤다. 중국 역사강역의 범주에 대해 “청나라 왕조가 통일을 완성한 이후 제국주의가 침략하기 이전의 판도가 중국의 범위”라고 주장한 것이다. 한족(漢族) 왕조인 명나라가 아니라 만주족(여진족) 왕조인 청나라를 중국사의 판도로 설정해야 만주 전역과 지금의 티베트와 신강 위구르 지역까지 계속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치샹의 필생의 성과는 ‘중국역사지도집’(中國歷史地圖集·전8권)이다. 그는 1950년대부터 이 지도집의 편찬을 시작했는데 문화대혁명 때 잠시 지체되었다가 1969년 다시 추진했다. 1973년 초고를 완성하고 내부간행물로 회람하다가 1982년 공식 간행했다. ‘중국역사지도집’은 서기전 108년 한(漢)나라 때부터 서기 313년 서진(西晉) 때까지 중국이 한반도 북부를 차지했다고 그려 놓았다. 낙랑군 등 한사군이 한반도 북부에 있었다는 것이다. 2002년부터 시작한 동북공정은 ‘중국역사지도집’에서 만든 이런 논리를 국가 차원의 연구로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역사 왜곡은 어렵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동북아역사지도’ 내에서도 서로 부딪친다. 역사 왜곡이 그렇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식민사학처럼 사료를 무시한 채 우기기만 하는 ‘무늬만 학문’이라면 모르겠지만 탄치샹은 중국의 사료를 무조건 무시할 수는 없었다. 조선총독부는 한사군의 위치에 대해서 ‘위만조선의 도읍지에 낙랑군이 섰는데, 그곳이 평양’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탄치샹은 한사군에 대한 기초사료인 ‘한서(漢書)’, ‘지리지’(地理志)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서’, ‘지리지’는 위만조선의 도읍지인 왕험성(王險城) 자리에 ‘요동군 험독현’을 세웠다고 말하고 있다. 요동군 소속의 험독현은 요동에 있어야지 지금의 평양에 있을 수는 없었다. 탄치샹은 1988년 ‘석문회편(釋文滙編) 동북권(東北卷)’을 편찬했다. ‘중국역사지도집’의 내용을 글로 설명하는 이론서다. 탄치샹은 이 책에서 요동군 험독현에 대해서 “험독현은 후한(後漢) 때 요동속국(遼東屬國)에 속하게 되었다. 또한 요동속국에 소속된 각 현은 모두 요하(遼河) 서쪽에 있었는데, 험독 한 현만 조선반도에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위만조선의 도읍지에 세운 요동군 험독현은 요하 서쪽에 있어야지 ‘조선(한)반도’ 내에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석문회편 동북권’과 ‘중국역사지도집’은 요동군 험독현을 지금의 요녕성 태안(台安)현 동남쪽 20리의 손성자(孫城子) 지역으로 그렸다. 조선총독부의 ‘위만조선의 도읍지=낙랑군=평양’이라는 주장을 거부하고 ‘한서’, ‘지리지’의 내용을 부분적으로나마 따른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 고대사학계 및 역사 관련 국책 기관들에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과거 홈페이지에 “위만조선은 그 왕성인 왕험성이 현재의 평양시 대동강 북안에 있었는데…”라고 버젓이 써놓고 있었고 지금도 그런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요녕성 안산시에 있었다는 왕험성을 한국이 평양이라고 우기는 희한한 현상이 계속되는 것이다. 역사 문제에 관한 한 대한민국은 여전히 정상적인 국가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中 “한자, 갑골문 전부터 있어” …역사 비틀기 중국은 산서성(山西省) 도사(陶寺) 유적을 가지고 수많은 역사 새로 쓰기를 하고 있다. 동이족 국가인 은(殷·상)나라의 갑골문(甲骨文)이 한자의 원형이라는 사실을 부정한다. 도사 유적에서 나온 편호(扁壺·항아리)에 쓰인 글자가 ‘문’(文) 자와 ‘요’(堯) 자라면서 은나라보다 훨씬 앞선 이때 이미 한자가 생겼고, 중국은 역사 시대에 돌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관상대(觀象臺)도 있었다면서 4700년 전에 하늘을 관찰했다고도 주장한다. 중국이 왜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역사 새로 쓰기에 나서는지 주목하고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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