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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사실왜곡에 적극 대응…정부, 로키 모드서 선회

    日 사실왜곡에 적극 대응…정부, 로키 모드서 선회

    靑 정의용 실장도 NSC 상임위 소집 레이더 논란 등 日 도발 대책 논의 외교부 “부적절한 언행 지속 유감” 강제징용 피해자 국내 자산 압류 신청 신일철주금 “지극히 유감… 대응할 것”지난해 10월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 후 ‘로키’(low key) 대응을 유지했던 정부가 새해에는 일본의 사실 왜곡에 대해 ‘적극 대응’으로 기조를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3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일 열린 새해 첫 내부 회의에서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나 광개토대왕함의 일본 초계기 레이더 겨냥 논란과 관련해 외교부가 대응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이 총리가 적극 대응을 주문한 것”이라며 “로키였던 정부의 대일 대응기조가 바뀌었다”고 했다. 실제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이 대법원 판결을 국제법 위반으로 단정하는 등 비외교적이며 양국 관계 발전에 역행하는 부적절한 언행을 지속하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연 뒤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한·일 레이더 공방과 관련해 “NSC 상임위원들은 동해상에서 북한 조난 어선을 구조 중인 긴박한 상황에서 우리 함정에 대해 일본 초계기가 저고도로 근접 비행한 사건의 심각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전날 국방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겨냥한 듯 “일본이 동영상을 공개하고 고위 당국자까지 나서 일방적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저공비행으로 우리 함정을 위협한 일본이 사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후 일본이 ‘폭거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도를 넘은 공격을 지속하자 지난해 11월 이 총리 명의로 깊은 우려를 담은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가 지난 1일 TV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는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했다”며 “(광개토대왕함의) 화기 관제 레이더의 조준은 위험한 행위로 재발방지책을 확실히 해 주길 바란다”고 주장하는 등 새해 벽두부터 의도적인 공세가 재개되자 각 부처의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날도 공세를 이어 갔다. 강제징용 피해자가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 절차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외무성 간부는 “기업에 손해가 있다면 무언가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신일철주금 측도 “지극히 유감이며 정부와 상담한 뒤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토 마사히사 외무성 부대신은 레이더 논란에 대해 이날 트위터에 “영상에도 있듯이 위험한 비행은 아니었다”며 “한국은 이를 아니라고 할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일본 기업의 자산이 압류될 경우 대응 조치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일본 내 한국 기업의 자산 압류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서울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최저임금 시행령 헌법소원은 무리수”

    “최저임금 시행령 헌법소원은 무리수”

    주휴수당 폐지 땐 사실상 16% 임금 삭감 경사노위 논의 안건 채택도 쉽지 않을 듯최저임금 산정에 법정 주휴시간을 포함시킨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에 반발한 소상공인연합회가 청구한 헌법소원이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정부가 (대법원 판례를 무시해) 삼권분립 원칙을 깼다”는 이유를 댔지만 정부는 헌법에 배치될 만큼 중대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3일 학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연합회의 헌법소원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은 위임입법 사항으로 정부의 고유권한이어서 그렇다. 게다가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주휴수당 지급 의무가 새로 생기는 것도 아닌 만큼 헌법상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고용노동부는 법원의 해석도 시행령 개정에 따라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법체계에서 위임입법은 일반적이고 최저임금 산정 근로시간도 지금껏 시행령으로 규정해 왔다”면서 “헌법재판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문제 삼을지 명확하지 않지만 소상공인연합회가 헌재에 의지해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시행령 개정은 현행법에서 미비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를 새로운 부담처럼 왜곡하는 주장에 대해선 헌재가 옳은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경영계가 요구하는 주휴수당 폐지는 논의 안건으로 올리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여당은 주휴수당 폐지를 반대하고 있으며 정부도 전체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주휴수당이 폐지되면 사실상 16%의 임금 삭감이 발생하는 만큼 대화 자체를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주휴수당 폐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김진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유급휴일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한 주휴수당 개념을 없애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휴일이 보장되고 있으며 급여 수준도 올랐기 때문에 주휴수당 제도에 대한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단독]日 사실왜곡에 적극대응... 정부 로키 기조서 선회

    [단독]日 사실왜곡에 적극대응... 정부 로키 기조서 선회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 후 ‘로키’(low key) 대응을 유지했던 정부가 새해에는 일본의 사실 왜곡에 대해 ‘적극 대응’으로 기조를 변경했다.  정부 관계자는 3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일 열린 새해 첫 내부 회의에서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나 광개토대왕함의 일본 초계기 레이더 겨냥 논란과 관련해 외교부가 대응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는 실질적으로 이 총리가 일선 부처에 대응을 주문한 것”이라며 “지난해 로키였던 정부의 대일 대응기조가 바뀌었다”고 했다.  실제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이 대법원 판결을 국제법 위반으로 단정하는 등 비외교적이며 양국 관계 발전에 역행하는 부적절한 언행을 지속하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연 뒤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한·일 레이더 공방과 관련해 “NSC 상임위원들은 동해상에서 북한 조난 어선을 구조 중인 긴박한 상황에서 우리 함정에 대해 일본 초계기가 저고도로 근접 비행한 사건의 심각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전날 국방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겨냥한 듯 “일본이 동영상을 공개하고 고위 당국자까지 나서 일방적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저공비행으로 우리 함정을 위협한 일본이 사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후 일본이 ‘폭거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도를 넘은 공격을 지속하자 지난해 11월 이 총리 명의로 깊은 우려를 담은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가 지난 1일 TV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는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했다”며 “(광개토대왕함의) 화기 관제 레이더의 조준은 위험한 행위로 재발방지책을 확실히 해 주길 바란다”고 주장하는 등 새해 벽두부터 의도적인 공세가 재개되자 각 부처의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날도 공세를 이어 갔다. 강제징용 피해자가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 절차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외무성 간부는 “기업에 손해가 있다면 무언가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신일철주금 측도 “지극히 유감이며 정부와 상담한 뒤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토 마사히사 외무성 부대신은 레이더 논란에 대해 이날 트위터에 “영상에도 있듯이 위험한 비행은 아니었다”며 “한국은 이를 아니라고 할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일본 기업의 자산이 압류될 경우 대응 조치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일본 내 한국 기업의 자산 압류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서울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기재부 “신재민, 3년차 신참 사무관…본질 왜곡·국민 호도”

    기재부 “신재민, 3년차 신참 사무관…본질 왜곡·국민 호도”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차영환 현 국무조정실 2차관(전 청와대 비서관)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의혹을 제기하자 기재부가 반박에 나섰다. 기재부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 전 사무관은 수습기간을 제외하면 실제 근무기간이 만 3년 정도인 신참 사무관”이라며 “접근할 수 있는 업무 내용에 많은 제한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실무 담당자로서 정책결정 과정에서 극히 일부만 참여하고 있음에도 마치 주요정책의 전체 의사결정 과정을 아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크게 왜곡시키고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전 사무관이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앞서 신 전 사무관은 차 전 비서관이 국채발행 계획을 담은 기재부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차 전 비서관이 기재부에 연락한 것은 지난 2017년 12월 국채 발행규모 등에 대해 최종 확인하는 차원에서 했던 것이며 차 전 비서관이 국고채 발행계획을 취소하거나 회수하려고 연락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39.4% 이상으로 맞추라고 했다는 신 전 사무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기재부는 “김 전 부총리가 언급한 국가채무비율 39.4%는 적자국채 추가 발행 규모 시나리오에 따라 채무비율이 어떻게 변하는지 검토하는 과정에서 논의된 여러가지 대안에 포함됐던 수치 중 하나였다”고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기재부는 이날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은 청와대의 민간기업 인사 개입과 적자 국채 발행 추진 의혹 등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유시민의 알릴레오’ 팟캐스트 티저 공개…4일 문정인과 첫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 팟캐스트 티저 공개…4일 문정인과 첫 방송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오는 4일 밤 12시 정치·사회 현안을 다룰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한다. 노무현재단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정책 현안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그 역사와 맥락을 들여다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팟캐스트 방송의 제목은 ‘유시민의 알릴레오’로 유시민 이사장의 진행으로 주제별 현안에 대한 전문가를 초대해 대담하는 형식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또 여론조사 전문가인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 고정 출연해 각종 통계로 나타난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계획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노무현재단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와 왜곡된 의견을 바로잡는 ‘고칠레오’와 노 전 대통령의 육성 어록을 소개하고 그 배경을 설명하는 ‘유심(USIM)’ 코너도 마련한다. 노무현재단은 매주 금요일 밤 12시에 재단 홈페이지, 팟빵, 유튜브, 아이튠스, 카카오TV, 네이버TV 등에서 프로그램을 공개할 계획이다.노무현재단은 이날 유시민 이사장이 출연하는 1분 분량의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3일에는 첫 방송 예고편을 공개한다. 오는 4일 첫 방송 초대 손님으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출연한다. 유시민 이사장과 문정인 특보의 대담은 남북·북미 관계 현안, 한반도 평화를 향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성과와 과제 등을 주제로 2회 연속 방송될 예정이다. 유시민 이사장은 재단을 통해 “사실에 따라 합리적 추론으로 삶과 정책의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경포대 프레임’ 경계하는 文… 올해 경제 성과 ‘올인’

    ‘경포대 프레임’ 경계하는 文… 올해 경제 성과 ‘올인’

    정부 비판 일부 언론에 정치적 의도 의심 저평가 지속 땐 참여정부처럼 국정 발목 일각 “경제정책 성과 체감도 낮다” 지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경제 실패 프레임’을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성과가 있어도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 그 성과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취사선택해서 보도하고 싶은 것만 부정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이 너무도 안타깝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프레임’이란 표현을 공개적으로 쓴 것은 처음이다. 경제위기가 현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전에도 대통령은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경제 실패 프레임’을 언급했지만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청와대가 이번에는 대통령의 ‘작심 발언’을 공개한 데는 경제 분야에서 거둔 소기의 성과마저 싸잡혀서 언론에 의해 저평가되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프레임에 갇혀 정책 추진 동력이 상실될 것이란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야당이 퍼뜨린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프레임’에 대해 문 대통령이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경제 정책 중에 성과가 있는 것은 그것대로 평가하고 인정해야 하는데 ‘기승전(起承轉) 경제정책 실패, 경제 위기’라는 식으로 다루는 일부 언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꼽은 대표적 ‘왜곡 보도’ 사례는 소비 지표다. 문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 오찬에서 “예를 들어 올해 소비는 지표상 좋게 나타났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소비심리 지수의 지속적 악화를 얘기하며 소비가 계속 안 되는 것처럼 일관되게 보도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제정책을 맡고 있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경제 실패론과 위기론을 계속 얘기하면 위축된 국민들이 지갑을 닫아 소비 심리가 더 악화하고 경제는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했다. 이어 “2017년 경제성장률 3.1%, 2018년은 2.7% 전후, 2019년인 올해도 2.7% 전후로 국내 가용 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범위에서 경제가 소위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며 “올해는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경제 실패 프레임’만을 탓하기에는 고용 등 체감경기가 너무 나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2019년 1월 중소기업 경기 전망 조사’를 한 결과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경기 지표는 전월보다 2.9포인트 낮은 81.3으로 나타났다. 이에 문 대통령 역시 최저임금과 52시간 정책을 일부 수정하는 등 여론의 지적을 시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성과를 내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앙상블/채기성

    [2019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앙상블/채기성

    사실 경희를 만나려고 만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먼저 경희를 봤다면 나는 아마도 버스에 타지 않았을 것이다. 나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J가 그녀의 어머니를 논현동 게장 집으로 퇴근 시간에 맞춰 모셔 오지 않았더라면 굳이 몸을 구겨 가며 버스를 탈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경희를 만나고 나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정체 탓에 긴 행렬로 이어진 차들 사이를 뚫고 버스는 간신히 일 차선으로 빠져나와 정류장 쪽으로 겨우 몸을 돌렸다. 출입문 앞 쪽까지 가득 찬 사람들의 무게를 견디며 몸을 늘어뜨리고 천천히 기어 오는 버스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일찍 나오지 그랬어. 조금 늦을 것 같다는 내 문자에 대한 J의 회신에도 한숨이 생략된 것처럼 느껴졌다.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남들보다 도로 쪽에 위태로울 정도로 바짝 붙어 섰다. 버스 앞문이 열리기는 했지만 입구까지 막아서 있는 사람들을 어깨로 밀어내며 올랐다. 내 바로 뒤에서 어깨로 등을 떠밀던 한 남자는 문이 닫히지 않자 결국 내릴 수밖에 없었다. 남자의 낭패한 표정이 나에게는 왠지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버스 문이 겨우 닫혔다. 수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몰려들었지만 선택받은 사람은 나 혼자였다. 근래 들어 가장 운이 좋은 순간이었다.다음 정거장에서 앞쪽으로 몇 사람이 내리면서 문이 열렸다. 출입구 난간에 서 있던 나는 다시 사람들을 밀치고 버스 안쪽으로 올라섰다.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좁은 버스 출입구로 몰려들었지만 탈 수 있는 사람은 몇 사람 없었다. 출입구 쪽의 사람들에게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거기에는 퇴근 때보다 더 짙어진 어둠이 있었다. 버스 안의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무표정하게 저마다의 핸드폰을 보며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버스 창에 반사되어 보였다. 차례로 사람들을 훑어보다 버스 중간 즈음에서 나처럼 창밖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낮은 조도의 등 아래에서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경희였다. 오래전부터 나에게 닿아 있었던 것 같은 무거운 시선. 사람들을 비집고 버스에 탈 때부터 나를 알아봤을 것 같은 시선. 아니면 그전부터. 우리가 서로 보지 않았던 시절부터 그래 왔다고 하더라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경희의 무겁고 오래된 시선에 사로잡혀 나는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표정한 사람들의 흔들림을 사이에 두고, 경희와 나는 창을 통해 비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앞으로 내려도 되죠?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이 기사 쪽을 향해 몸을 치켜세웠다. 버스 기사는 대답이 없었다. 버스 앞쪽으로 끼어들어 미적거리는 차량 때문에 예민해졌는지 기사는 후미 등을 반복해서 껐다가 켜 댔다. 버스 기사는 앞쪽 출입문은 되도록 열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앞쪽으로 내리는 사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 줄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한두 명 탈 수 있는 공간이라도 타기 위해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이 몰리면서 어깨로, 등으로, 자기 곁에 있는 사람들을 밀어냈다. 버스 기사는 혼잡을 피하기 위해 뒷문을 먼저 열어 사람들을 그쪽으로 유도한 다음 앞문을 열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뒤쪽이든 앞쪽이든 누군가 탈 만한 공간은 없었다. 일단 버스 앞쪽 난간에 매달린 다음, 문이 닫힐 수 있도록 까치발을 하고 몸을 앞으로 밀어대는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지만, 위험하다는 기사의 만류로 내려설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타겠다며 몸을 구겨 넣다가 버스를 출발조차 못 하게 만들었던 나를 경희가 봤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얼굴에 열이 올랐다. 고개를 쭉 뻗어서 경희가 있는 쪽을 보려고 했지만 그렇게 해서는 경희를 볼 수 없었다. 다시 창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 움직이지 않고 내게로 향해 있는 경희의 시선이 머물러 있었다. * 경희를 마지막으로 봤던 것은 그녀가 독일로 떠나기 바로 전날이었는데, 그날은 그녀의 생일이었다. 나는 경희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먼저 연락하지는 않았다. 매년 경희의 생일을 챙겨 온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때만큼은 그녀의 생일을 챙길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연락을 한 것은 내가 아니라 경희였다. 독일로 떠나기 전에 꼭 나를 보고 떠나야 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러마 했다. 신용카드 연체 독촉 전화와 문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외출을 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 됐다. 수개월간 회사의 급여가 체납된 끝에 회사를 그만둔 상태였다. 밀린 임금과 퇴직금이 언제 들어올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한동안 내지 못했던 월세 비용과 저축, 보험, 통신 요금의 더미에 묻혀 나는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억지로 그 더미를 뚫고 나가 경희를 만나 웃으며 생일을 챙겨 줄 수 있을 만한 여력이 전혀 없던 것이었다. 그녀를 만나는 시간만큼이나 연체된 카드 대금이 불어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돈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커피 한 잔은 사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비참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오늘은 내가 살게. 함께 밥을 먹거나 술을 먹고 나서 경희가 보통 그렇게 얘기하면 나는, 배우가 무슨 돈이 있어, 하고는 늘 그렇듯이 그녀보다 한발 앞서 호기롭게 계산을 하고는 했다. 정말 유명한 배우가 되면, 그때야말로 나를 잊지 말고. 그리고 내가 다짐하듯이 경희의 눈을 보며 얘기하면, 보통 그녀는 익살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명한 배우라는 말이 낯간지럽다는 듯이. 오늘은 내가 살게. 경희가 그렇게 말하면 그렇게 하게 내버려 두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나서야 나는 옷을 챙겨서 나갈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늘 만나던 홍대입구 8번 출구에서 만나 경의선 숲길 쪽으로 걸어가면서 경희는 딱히 어디를 가자거나 뭘 먹고 싶다고 선뜻 말하지 않았다. 둘이 자주 가던,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듣기에 괜찮고, 또 무엇보다도 술이며 안주가 그리 비싸지 않은 익숙한 곳 몇 군데를 얘기해 봤지만 경희는 하나같이 마뜩잖은 표정을 지으면서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와인을 마시고 싶어. 그럼 어디? 뭘 하고 싶은데. 그렇게 물으려던 참이었다. 와인. 경희를 따라 입 밖으로 뱉어진 단어의 모음 두 개가 허공에서 공허하게 떠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두 개의 원 안으로 와인이 무한대로 부어지고 있는 게 떠올려졌다. 경희와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함께 와인을 마셔 본 적이 없었다. 가자, 안 그래도 생일인데. 그건 비싸잖아. 사실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건 결국 나에게 향한 말일 뿐, 경희에게 닿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경희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가지 않을 수는 없어 나는 그렇게 하자고 말했다. 걸음을 옮기는 중에도 와인과 곁들여져 나올 샐러드와 안주 같은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내가 낼게. 와인을 다 마시고 나서 자리를 뜰 때 경희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 그저 작은 위안이 되었다. 경희가 그 말을 할 때면 아주 단호하고, 무엇보다 진짜 멋있어 보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좋아 보인다며 경희가 앞장서 들어간 곳은 이층짜리 주택을 개조해 만든 건물이었다. 그냥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건물 앞에 주차된 차들은 거의 대형 수입차 세단이었다. 광택이 도는 창문 안쪽으로 와인을 마시며 앞에 앉은 남자를 그윽이 바라보는 여자가 보였다. 푸른색을 띠는 롱 드롭 귀걸이가 여자가 웃을 때마다 흔들렸다. 거기 안쪽에 있는 여자와 양복을 입은 남자, 그리고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어쩐지 다른 세상의 사람들 같았는데 그래서 그 안쪽으로 들어간다는 게 여간 내키는 일이 아니었다. 진짜인 사람들은 저기에 있는데, 여기에 어울리는 사람들은 저기 있는데, 그 사람들을 따라 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사람처럼 스스로 여겨져서 그랬다. 와인을 좋아하는 줄 몰랐네. 경희는 그 말을 듣고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옷가지들을 풀지 않고 걸치고 있던 머플러를 더 조여 맸다. 춥기도 하고. 와인을 마시면 몸이 좀 따뜻해지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고 경희는 익살스럽게 웃었다. 마음도. 그 말과 동시에 머금고 있던 웃음이 바람에 꺼진 촛불처럼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그 순간, 경희의 표정은 차갑고, 두 눈은 아래쪽 어딘가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일 것이라고 나는 직감했지만 그에 대해서 바로 묻지는 않았다. 경희는 나와 대화 중에도 반복해서 몇 번쯤 웃다가 다시 떠오르는 생각을 제어하지 못하겠는지 허공에 떠 있는 생각들을 겨냥한 채 눈을 겨눴다. 경희는 내가 한 말을 자주 놓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반복해서 물었다. 경희와 나 사이의 대화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계속 어긋나고 있었다. 딱히 서로에게 닿을 만한 대화가 없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건 우리가 서로에 대해서 내적 요구가 가장 큰 마음속의 것들을 꺼내 놓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경희가 와인 한 병을 더 마시자고 하기 전에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고, 경희는 와인을 마실 때마다 잔을 비웠다. 처음에는 와인 잔에 반쯤 따르던 나도 양을 삼분의 일로 줄였다. 와인의 건조한 습기가 그녀의 입술에 붙어 입술 틈 사이로 갈라졌다. 깊숙이 몸 안으로 채워 넣을 것이 필요한 사람처럼 경희는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잔으로 담은 붉은색 와인을 몸속으로 들이부었다. 미처 저어할 틈도 없이 경희는 추가로 와인을 주문했다. 경희처럼 단번에 와인을 마셔 버려도 취기가 오르지 않았다. 그곳을 나올 때 경희보다 앞서 나오면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이 이십오만 원쯤이었는데, 내가 낼게, 라고 경희가 나선 것은 아니었다. 오늘은 네 생일이니까, 이 정도쯤 괜찮아. 내가 먼저 그렇게 얘기하자 경희는 고맙다는 말을 했다. 평소보다 돈을 더 많이 쓴 게 아니냐며 한 번쯤 얘기해 줄 수는 없는 것일까. 나도 위로받고 싶다고. 와인을 마시는 내내 대화가 엇갈린 경희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이 마음속에서 웅얼거렸다. 내가 힘들 때도 타인을 챙겨야 한다는 모순이 나를 초라하게 만들고 있었다. 경희가 독일로 떠난 이후, 우리는 만난 적이 없었다. * 팔꿈치로 등을 짓이기는 듯이 세게 문질렀다가 신경질적으로 툭툭 치는 사람은 내 뒤에 서있던 중년의 여성이었다. 등을 마주 보고 서 있었는데 등을 찌르듯이 뾰족한 팔꿈치로 계속 찔러서 나는 최대한 여자의 등과 멀어지려 앞쪽으로 몸을 바짝 당기고는, 등을 활자로 폈다. 상대적으로 배가 앞쪽으로 들이밀어지는 바람에 이번에는 바로 앞에 서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나를 흘겨봤다. 배를 살짝 집어넣자 다시 여자의 팔꿈치 찌르기가 계속됐다. 내가 앞쪽으로 바짝 다가설수록, 그렇게 해서 생긴 빈 공간을 여자가 오히려 좁혀오는 것 같았다. 앞 남자는 몸이 닿는 게 싫은지 어깨춤으로 나를 살짝 밀쳐냈다. 하는 수 없이 활자로 핀 등을 일자로 세우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자의 날카롭고 뾰족한 팔꿈치와 닿았다. 왜 자꾸 밀고 그러냐는 여자의 거친 음성과 얼굴이 동시에 나에게 쏟아졌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내 쪽을 쳐다봤다. 저도 계속 밀려서요. 여자에게 따지려 들면 더 싸움이 날까 봐 나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젊은 사람이 싸가지가 없긴. 여자는 그렇게 자기 말만 하고는 몸을 획 돌렸다. 결국 그 말을 타인, 상대방에게 던지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의도한 사람처럼 여자는 그 말을 던지고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여자의 팔을 붙잡고 지금 뭐라고 한 거냐며 따지며 물었을 텐데 나는 일부러 평정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저 뒤쪽의 경희도 여기를, 지금 나를 보고 있을 것이었다. 여자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방어하는 내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었다. 버스에 탈 때부터, 여자가 팔꿈치로 나를 찌르고,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듣고 있는 순간까지 전부 그대로를 경희는 다 보고 있는 것이었다. 경희와 친구로 지내면서 보여 준 적이 없었던 민낯의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만 있는 것 같았다. 버스에 타지 말았어야 한다니까. 나를 탓하는 목소리가 뇌에서 진동 주파처럼 반복적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거기요, 그런 사람 아니에요, 아주머니. 경희의 목소리였다. 아주머니, 방금 뒤에 있는 남자한테 소리 지르신 아주머니요. 차들이 밖으로 늘어서 있었다. 옆 차선으로 옮기려는 차들이 켠 주황색 방향지시등이 깜빡이고, 좁은 틈 사이로 조금이라도 움직이려 하거나 끼어드는 차선을 막아서는 차들의 붉은 후미등이 헤드라이트 불빛과 뒤섞여 흔들리고 있었다. 여자는 사람들로 가려진 버스 뒤쪽을 고개를 돌려가며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뭐야, 누구야. 방금 전의 격앙된 목소리보다 누그러진 신중한 목소리로 여자는 중얼거렸다. 그런 사람 아니라구요, 아주머니 옆에 있는 남자. 싸가지 없는 사람 아니에요. 김이 서리기 시작한 창 위로 희미하게 얹힌 도로의 풍경이 캔버스에서 흘러내린 물감들이 아무렇게나 뒤섞여 만들어 낸 그림 같았다. 경희의 목소리가 내게는 비현실적으로 들렸기 때문인지 바로 앞의 풍경도 아득하게 느껴졌다. 뭐야, 누구야. 누군데 그래 지금. 여자는 연신 뒤쪽을 쳐다보다가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아줌마, 이제 조용히 좀 하세요. 여자 앞쪽에 앉아 있던 중년의 남자가 여자를 향해 말했다. 아니, 내가 괜히 그래요? 여자가 정색을 하고 남자를 내려 봤는데 동시에 여자의 목소리가 버스 기사의 욕설에 묻혔다. 버스 기사는 이제는 참기 힘들다는 듯이 운전석 옆의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버스 앞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싸가지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뚫고 경희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사람들의 고개와 시선이 다시 버스 뒤쪽으로 향했다. 경희의 그 말이 귓속에서 울리더니 가슴으로 내려와 울렸다. * 경희와 만나지 않고 지내던 시간 동안 나는 딱 한번 그녀의 연극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을 시작했다며 한번 보러 오라는 문자를 받고 나서였다. 경희가 독일로 떠난 이후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는 그녀가 언제 한국에 돌아왔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이후에도 몇 번쯤 경희가 먼저 연락을 해 왔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한동안 일을 하지 않고 있다가 다시 들어간 직장에서의 일이 절실하기도 했고, 그만큼 일상과 일과 중에는 일보다 중요한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책상 한쪽에서 진동으로 울리고 있는 휴대폰 액정 화면 위에 경희라는 이름이 몇 번인가 떠 있었고, 손을 키보드 위에 올려놓은 채 나는 그것을 무심하게 지켜보았다. 진동이 그치고 이름이 사라진 자리에 매번 무표정한 내 얼굴 표정이 비쳐 보였다. 다시 전화가 오면 받아야겠다고, 아마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도 같았다. 그러나 경희가 두 번 연속으로 전화를 하는 일은 없었다. 경희에게 연락도 없이 소극장으로 향한 건, 한 번도 그녀가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시작할 만큼 간절히 원하던 뮤지컬을 떠나 갑작스럽게 다른 장르의 무대로 간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고, 연극 무대에 선 경희가 어떤 모습인지 멀리서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나는 애써 그녀의 변화를 모른 척하고 싶었지만 그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독일로 그녀가 떠난 뒤로 내게 몇 번이나 연락했는지, 언제 연락했는지를 모두 세고 있었던 것처럼 노력해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회사 휴게실에서 커피를 내릴 때, 누군가 뒤에서 손으로 등을 짚을 때, 차를 운전하다가 커브를 돌 때 같은 평범한 순간들의 틈을 타고 떠올려지는 기억들이었다. 나랑 사귀자. 농담이라며 경희가 무심코 던진 말이 한동안 얼마나 나를 들뜨게 했는지,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선 그녀를 단순히 객석에서 바라보던 일이 그렇게나 떨릴 만한 일이었는지를 재차 묻는 것 같은 기억들이었다. 기억들은 금세 사라졌다가 다시 불현듯 나타났다. 그래서 경희와 멀어지기 위해서는 갖고 있던 기억들이 완전히 소진되어 떠올릴 거리가 없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한때 삶의 중심과 사건들을 나누고 공유했던 경희와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이상할 것도 없었다. 어떤 시절 속에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관계의 인과와 고리가 있는 것일 뿐이고, 우리는 지금 막 그 인과를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완전히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그 힘에 저항하는 관습과 기억의 뜨거운 층위를 뚫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경희의 연극을 보러 온 것은 그런 생각의 연장이었다. 연극 무대에 선 경희를 확인하면 끝내 그 층위를 완전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내가 그 기억들의 저항에 설득되었기 때문이었다. 중년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된 연극의 삼분의 일이 지나갈 무렵까지도 경희는 무대에서 보이지 않았다. 진한 화장을 하고 등장한 중년 남자의 딸이 경희일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 중년 남자의 내연 관계인 직장 후배도 아니었다. 극의 중반 즈음을 지나서 등장한 중년 여성이 경희였다. 앞서 등장한 여성들이 모두 경희가 아닐까 생각했던 탓인지 중년의 여성으로 나타난 경희가 뜻밖에도 낯설게 느껴졌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이게 분장을 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동안 경희가 뮤지컬에서 맡아 왔던 역할들에 비하면 지나치게 정적으로 보였다. 정돈되지 않은 머리와 유행이 지난 옷들을 차려입은 그 역할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중년의 역할은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적정하게 소화해 낼 수 있는 게 아니냐며, 연극이 끝난 후에 찾아가 경희에게 얘기해 주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그런 나이가 되면 말이야, 표현하지 않으려 해도 연기가 자연스러워질 텐데 굳이 왜. 나는 경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거기까지 떠올리다가 멈췄다. 넌 내 말을 들은 적이 없지. 정작 내가 경희에게 하고 싶던 말은 그 말이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사실은 그 말 안에 내가 경희를 미워하는 감정이 얼마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그 감정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이상하게도 경희가 독백을 할 때마다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일부러 무대 뒤편으로 자리를 잡아 놓기도 했고, 소극장이지만 그래도 무대 조명이 밝아서 어두운 객석의 사람들을 쉽게 알아보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음에도, 경희의 시선이 내게로 고정되어 있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경희를 외면하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 그때 혹시 말없이 소극장을 찾아가 공연을 보고 있던 나를 경희가 알아봤는지, 그리고 그녀가 뮤지컬에서 연극무대로 전향한 이유 중에 어떤 것을 먼저 물어볼지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경희네가 했던 연극 공연을 보러 갔었다고, 차라리 그렇게 말을 시작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경희는 알아, 혹은 그랬어? 그렇게 둘 중에 하나로 대답하고, 나는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먼저 알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렇게 다시 관계가 시작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145번 버스는 여전히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정체가 심한 신사동 고개에서부터 가로수길 입구를 거쳐 신사동 사거리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차들이 어지럽게 엉켜 있었다. 신사동 고개에서 정차했다가 출발한 버스는 그나마 정체가 덜한 좌회전 차선으로 옮겨 갔다가, 신사역이 가까워오자 사 차선에서 일 차선으로 한 번에 가로질러 갔다. 그사이 각 차선에 겹쳐 있던 차들 몇 대가 신경질적으로 클랙슨을 울려 댔다. 버스 기사의 거친 운전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자리에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사람들 모두 금요일 퇴근길의 정체가 지겨운 표정이었다. 이번 정류장에 내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과 앉으려는 사람, 내리기 쉽도록 문 옆으로 가 있으려는 사람들이 뒤섞이는 동안 사람들에게 밀려났는지 경희의 모습은 창에 보이지 않았다. 버스가 느릿하게 가는 동안 나는 자주 버스 뒤편을 쳐다보았다. 사람들의 등과 머리 사이 틈새 어딘가에 경희가 목에 두른 파란색과 검은색 도트 무늬가 새겨진 스카프가 보이는 것도 같았다. 버스는 신사역 정류장 바로 앞에 차를 대지 못하고, 조금 미치지 못한 곳에 정차한 상태에서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앞 뒤 문 밖으로 쏟아져 내렸다. 나는 내리려는 사람들을 먼저 비집고 들어가 버스 뒤편으로 향했다. 이제는 텅 비다시피 한 버스를 아무리 찾고 둘러봐도, 경희는 없었다. * 아마도 신사역에 도착하기 전이나 아니면 그보다 전 정류장에 내렸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혹 다른 사람을 경희로 착각한 것이 아니었는지 의심도 해 보았지만 그건 분명히 아니었다. 그렇게 깊고 말간 눈빛으로 나를 빤히 쳐다볼 수 있는 사람은 경희밖에 없었다. 화가 렘브란트는 자신의 연대기에 따라 자화상을 그려 냈는데, 청년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은 비록 달라졌어도 눈빛만큼은 그대로인 것처럼 느껴진다. 육체는 사라져도 눈빛만큼은 영겁의 시간을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나는 한눈에 경희의 눈빛을 알아볼 수 있었다. 경희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해도 눈빛 하나로 그녀를 구분해 낼 자신이 있었다. 그녀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버스 창을 통해서였지만 서로를 알아보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랬으므로 버스에서 내려 신사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집에 도착해서도, 날이 지나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며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그녀가 있었으나 사라졌던 자리와 음성을 지우지 못하고 더듬거리며 있었다. 몇 번쯤 핸드폰을 들고 경희의 연락처를 훑다가 말고, 통화 버튼을 누르려다 멈추고를 반복했다. 갑자기 사라진 그녀에게 집중되는 생각의 관성이 오히려 나 자신을 괴롭힐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버스에서 경희를 만나기 이전으로 그저, 돌아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시, 그녀와 연결된 세계에 살고 머물게 될 것이었다. 그녀와 단절된 삶으로서의 세계. 그것이 내가 원하는 일이었으므로 나는 그날의 일을 기억 속에서 정리하기로 했다. 버스에서의 만남과 기억에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버스에서 경희가 사라진 이유도 묻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마음먹은 대로 경희가 정리가 된 적은 없었다. 삶의 어디선가 경희는 꼭 뛰쳐나오는 것이었다. 145번 버스에서처럼. 전우영씨죠. 굵고 낮은 목소리 톤을 가진 한 남자의 전화를 받은 것은 내가 어느 정도 경희에 관한 일을 어느 정도 잊고 있을 때였다. 회사 연수원에서 승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받다가 밀려오는 졸음 때문에 잠깐 교육장을 나와 라운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던 때였다. 그렇습니다만. 차경희씨의 오랜 친구라고 들었습니다. 남자의 입에서 경희의 이름이 불려졌을 때, 그녀를 생각지 않고 지내던 시간들은 금세 증발되고, 애써 한쪽에 치워 놓고 쌓아 두려 했던 경희의 기억들이 눈앞으로 함몰되어 쏟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자의 음성에서 느껴진 알 수 없이 무겁고 감당하지 못할 어떤 예감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남자가 전한 것은 경희의 죽음이었다. 그저 한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우영씨가 가장 친했던 친구라고 해서요. 마지막에 경희는 우영씨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지만요. 제가 대신이나마 한번 만나 뵈어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남자의 무거운 목소리는 내 무의식의 심연보다 깊어 그곳에서 나를 끌어내리는 소리 같았다. 온 힘을 다해 끌어내리는 목소리. 반드시 나를 만나야만 한다는 의지와 무게로 나의 목을 끌어안는 목소리였다. 그건 그래서 남자의 목소리라기보다 내 목소리인 것 같았다. 남자를 통해서라도 경희를 알아내야만 한다는 목소리. 그런데 혹시, 전화를 주신 분은 누구시죠. 아, 제 소개를 하지 않았네요. 남자가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다듬었다. 경희의 소식이 믿어지지 않았으므로 나는 섣불리 어떤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남자의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반쯤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저는 김재철이라고 합니다. 남자는 굵은 톤으로 지금까지의 조심스러운 말투와 다르게 기운차게 자신을 소개했다. 남자의 이름이 상당히 낯익다는 생각이 들어 기억 속 어딘가 존재하는지 떠올려 보고 있었는데, 남자가 이어 꺼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그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경희와 같은 배우였습니다. 뮤지컬을 오래 같이 했습니다. *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지만 나는 남자를 만나지 않았다. 남자의 얘기를 듣고, 동창들이나 친구들을 수소문해 경희가 안치되어 있는 납골당을 찾아갔다. 그리고 근 한 달 동안 계속 술을 마셨는데 그때마다 경희에 대한 모든 사소한 기억까지 기억해 내려고 애를 썼다. 경희에 대한 기억을 꺼내면 꺼낼수록 그 기억들의 중심에는 어떤 죄책감이 놓여 있었다. 그녀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기억들을 끊어 내려 했던 죄책감을 희석시키고자 나는 끊임없이 그녀의 기억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이상했던 것은, 오 개월 전에 이미 떠난 그녀가 어떻게 불과 이 개월 전에 버스 안에서 나를 마주칠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나는 술을 마시면서도, 출근을 하면서도 서류 더미 위로 떠올려지는 그 물음에 대해 제대로 답할 수가 없었다. 내가 본 것은 경희, 차경희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남자에게 먼저 연락을 한 것은 그 일에 대해 한 번쯤 말해 보고 싶어서였다. 내가 본 것이 경희에 대한 일종의 환영이었는지, 아니면 착시였는지, 혹은 다른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어서였다. 고백하자면 내가 그녀에게 갖게 된 어떤 죄책감이 버스 안에서의 기억과 강하게 밀착되어 내게서 한시도 떨어져 나가지 않고 있음이 괴로워서였다. 남자는 예상대로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경희가 했던 한 뮤지컬 공연에서 수도 없이 그녀를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리던 상대 남자 배우. 남자는 그때처럼 팔 근육이 여전히 우람했다. 콧수염뿐이었던 수염이 턱 밑까지 깊고 거칠게 길러져 있었다. 더 달라진 게 있다면 한데 묵어 허리까지 내렸던 긴 머리를 잘라내 버린 것이었다. 그가 자신을 들어 올리기 쉽도록 해야 한다며 경희 스스로 다이어트와 금식을 하면서 몸무게를 조절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분명히 버스 안에 있었던 겁니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남자는 경희가 버스 안에 있었던 게 분명하다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실은 버스에 없었던 게 아니구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어긋난 겁니다. 그런 일이 종종 있어요. 과거의 시간에 놓여 있던 어떤 순간의 지형이 어긋나거나 뒤틀려서 현재의 시간 어딘가에 다시 배치가 된 겁니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우영씨가 본 건 경희가 맞아요. 그럼, 시간의 잘못된 인과다? 그렇다기보다 찢어 붙이기 같은 거죠. 저쪽 시간에서 잘못 끼워진 시간이 현재의 어떤 시간에 다시 조합된 거예요. 껴 맞춰진 거죠. 그런들 어쩔 수가 없어요. 그건, 시간이 하는 일이니까. 깨진 거울의 한쪽 면에 새 거울 조각을 맞추듯이. 가급적 오류를 그런 방식으로 해결해 가면서, 되도록 완벽한 시간성을 구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그러나 모든 것들을 통제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그러니 우영씨가 본 건 그와 같은 통제에서 벗어난 시간의 왜곡으로 일어난 일이다, 이겁니다. 이 세상에 없는데도 나타날 수 있는? 내가 반문하자 남자는 한쪽 눈으로 윙크를 하며 한 손으로는 엄지와 검지를 ㄴ자로 만들어 나를 쏘는 흉내를 냈다. 쿨. 언제나 만날 수 있다 이 말입니다. 돌이켜 보면, 내가 경희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언젠가부터 그림자처럼 그녀 곁에 붙어있는 남자가 같이 떠올려졌다. 그 남자에 대해 아직도야? 그렇게 물으면 경희는 다른 얘기를 하고 싶어 했다. 왜 대답을 안 해? 그렇게 다시 경희에게 물으며 본론으로 돌아가면, 네가 싫어하잖아. 경희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 깊고 비어 있는 눈빛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그런 대화는 경희와 만날 때마다 반복이 됐다. 나 역시 경희가 싫어할 것을 알면서도 그게, 매번 집요하게 그 남자에 대해 물었다. 그 사람. 그 사람 뭐? 취기가 볼에 붉게 오른 경희의 오른쪽 눈가가 엷게 떨렸다. 이런 얘기를 더 이상 주고받고 싶어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 사람 만나러 가지 말라고, 독일에. 독일로 떠나기 전 만났던 그때를 생각해 보면 그래서, 내가 잔인하게 느껴졌다. 언제까지 아내가 있는 사람을 만날 건데, 너. 그래도 그 정도는 늘 경희에게 하는 얘기였으니 어쩌면 거기까지만 말하고 멈췄어도 괜찮을 법했다. 경희는 내가 연이어 던진 말을 듣고 감정적으로 완전히 무너지는 것 같았다. 너는 그 사람의 아내까지 망치려는 거야. 그때, 경희에게 그렇게 소리치며 화를 내고 짜증스럽게 말한 게, 오랜 실직 상태로 지쳐 있던 나 자신에 대한 분노였는지, 아니면 정말 경희가 나의 상태와 상관없이 자신의 생일만 챙기려 드는 것 같다고 여긴 것 때문이었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분명한 건 내가 오랫동안 그녀의 편이 돼주기보다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며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었고, 어쩌면 경희는 내가 자신을 혐오스럽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에게 실망하며 마음을 닫아 버리려 노력했던 나와 달리, 이제는 세상에 없는 경희에 대해서도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말하는 남자에게서 나는 어떤 종류의 패배감을 느꼈는데, 자세히 그 감정을 살펴보니 더 깊은 안쪽에는 경희에 대한 부채의 감정이 거기 머물러 있었다. 나를 실망스럽게 쳐다보는 것 같은 경희의 얼굴처럼. * 경희는 그즈음 자주 뮤지컬계를 떠나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 그럴 때마다 그렇게 사랑하는 뮤지컬을 떠날 수 있겠냐고 농담조로 말하면 경희는 별 말없이 허공을 쳐다보고는 했다. 그제야 그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있다는 듯이. 더 큰 박수를 받는 건 주연급뿐이잖아. 그래서 경희가 그렇게 덜컥 그 얘기를 꺼냈을 때, 정말 그녀에게 뮤지컬에 대한 권태로움이 심각하게 찾아왔구나 싶었다. 경희는 수년째 뮤지컬 무대에서 코러스와 춤을 뒷받침하는 앙상블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자랑스러워했기 때문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출연 배우들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박수를 받는 주연의 뒷모습을 같은 무대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고 했던 그녀였다. 주연에게 기립 박수를 치는 사람들 중의 하나에 불과한 것처럼 경희가 말했을 때, 경희에게는 뮤지컬을 더 이상 할 수 있는 어떤 동력도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주연을 맡는 사람은 따로 있더라고. 경희의 그 말이 내게는 인생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될 일은 없는 것 같다고 토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자조 섞인 말투로 뮤지컬을 떠나야 하는 이유들을 말하던 끝에, 경희는 그 남자, 김재철이라는 사람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최근에 막을 내린 뮤지컬에서 경희의 파트너 역할을 했던 남자 배우라고 했다. 경희의 뮤지컬을 빠지지 않고 보던 나에게도 익숙한 남자 배우였다. 한데 묶은 긴 머리와 양 팔의 근육을 드러낸 화려한 의상을 입고 경희와 호흡을 맞추던 강한 인상의 그를 나도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무대에서 경희를 몇 번씩이나 어깨 위로 들어 올리고, 경희의 두 손만을 잡고 몸을 쭉 뻗은 경희를 회전시키는 등의 고난도 동작을 소화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남자가 유부남이었다는 사실은 서울 공연이 끝나고 시작한 지방 투어 때, 회식이 끝나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기 전, 자신에게 입맞춤을 하고 난 다음에야 알았다고 했다.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마음을 돌리기에는 그때는 이미 늦었었다고 경희는 고백했다. 경희는 남자의 아내가, 그 공연을 주최한 뮤지컬 회사의 안무가라는 사실은 남자와 조금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한 후에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남자의 아내가 보는 앞에서 경희는 매일 남자와 공연 연습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묘해. 경희는 남자와 남자의 아내 앞에서 연습을 하고 있던 순간을 그렇게 묘사했다. 미쳤어?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듯이 경희에게 소리를 질렀다. 나를 의심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는 아내와 나를 부서질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 사이의 중심에 내가 있는 거잖아. 그런 셋을 단원들이 바라보고 있고 말이야. 너와 남자의 관계를 단원들이 알아? 아내도? 알고 있는 것 같아. 경희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내가 이 극의 주인공이야. * 경희가 뮤지컬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것이 한정된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뮤지컬에 대한 권태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남자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경희를 버스에서 마주쳤을 때, 나는 먼저 그 이유를 묻고 싶었었다. 사실 나는 경희가 뮤지컬을 떠난 이유보다 남자와의 관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지를 묻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걸 더 궁금해할 것이라는 것을 경희는 아마 알고 있었을까. 그래서 버스에서 사라진 걸까. 나는 오래 경희의 곁에 머물러 있었지만, 생각해 보니 그녀의 편에 서있던 순간들은 많지 않았다. 내가 경희에게 던지고 싶던 질문들은 그래서 수거되어야 할 것들이었다. 더 이상 경희에게 닿지 말아야 할 것들이었다. 퇴근 시간 무렵 145번을 탈 때면, 발뒤꿈치를 들고 버스 안쪽을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가만히 서서 고개만 돌려가며 사람들 사이 틈으로만 봐서는 경희를 찾아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어 가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경희를 다시 만난다면, 아무것도 묻지 않고, 함께 춤을 춰야겠다고 생각했다. 버스 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 편을 들어 주는 경희의 목소리가 가끔 환영처럼 들렸다.
  • 조국 “민간인 사찰 어불성설…사실이라면 전 즉시 파면돼야”

    조국 “민간인 사찰 어불성설…사실이라면 전 즉시 파면돼야”

    비위 행위가 적발돼 중징계 대상이 된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주장 등을 근거로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하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제가 정말 민간인 사찰을 했다면 전 즉시 파면돼야 한다”면서 강하게 반박했다. 조 수석은 31일 청와대 현안보고를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 일이 국정원(국가정보원)의 수백, 수천명 요원을 철수시킨 것”이라면서 “열 몇 명의 행정요원으로 민간인을 사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맞섰다. 조 수석은 “민간인 사찰이라 함은 몇가지 요건이 있다. 권력기관의 지시, 정치적 의도와 목적, 특정 대상과 특정 인물을 목표로 해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지금 특감반(특별감찰반)원 김태우가 수집한 것은 민간정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민간사찰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 정보조차도 데스크, 감찰반장을 통해서 폐기되거나 관련부서로 전달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논란이 된 청와대 특감반 사건에 대해 “핵심은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징계처분이 확실시되자 정당한 업무처리를 왜곡해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고 자신의 비위 행위를 숨기고자 희대의 농간을 부리는 데 있다”면서 “(이번 논란은) 김태우 수사관의 비위 행위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위 혐의자의 일방적인 허위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일부 언론에 보도되고 뒤이어 정치 쟁점화했다”면서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통해 비위의 실체가 더 명확해질 것이다. 책략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단언컨대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은 이전 정부와 다르게 민간인을 사찰하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다”면서 “애초부터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사찰은 엄격히 금지해왔다”고 말했다. ‘환경부 산하기관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해서도 “그 문건에 있는 사람들 중 임기 전 퇴직은 4명에 불과하고, 2명은 임기 만료까지 근무, 7명은 임기 초과 근무여서 현재까지 근무하는 사람이 3명”이라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조직적으로 찍어냈다고 한다면 어떻게 임기를 다 채우고 지금까지 근무하겠나.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근혜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리스트를 만들어 최종적으로 8명 중 5명을 좌천보내 기소됐는데 무죄가 됐다”면서 “세평 수집은 인사검증, 복무점검, 직무감찰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민정수석실의 업무수행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며 지원사격했다. 박 의원이 “설령 만에 하나라도 (환경부 문건이) 지시에 의해 작성됐다고 해도 법원 판결에 비춰보면 블랙리스트 문건이 아닌 거죠”라고 묻자 조 수석은 “네. 일단 전제는 지시(했냐의) 문제가 있지만, 지시한 바는 전혀 없고. 환경부 감사관실에서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고 답했다. 조 수석은 “지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느냐”는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의에 “이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이 아주 크다”면서 “이 사태를 정확히 수습하는 것이 책임질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과거 특감반원의 습성을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생각도 든다”면서 “돌이켜 보면 민정수석실에서 특감반 관리에 있어서 더 치밀하고 더 정밀히 점검했어야 했다고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국회 출석 50분 만에 입 연 조국 “김태우, 희대의 농간 부려”

    국회 출석 50분 만에 입 연 조국 “김태우, 희대의 농간 부려”

    여야 의사진행발언으로 충돌임종석 “언제든 책임 질 준비”조국 “책략은 진실 이기지 못해” 청와대 전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이 제기한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강한 어조로 부인했다. 조 수석은 “핵심은 김태우 수사관의 비위 행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김 수사관이 징계 처분이 확실시되자 자신의 비리를 숨기고자 희대의 농간을 부리고 있다”고 밝혔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번 사건의 본질은 비위로 곤경에 처한 범죄자가 자기 생존을 위해 국정을 흔들어보겠다는 비뚤어진 일탈 행위”라고 규정했다. 조 수석과 임 실장은 3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회의는 오전 10시 시작됐지만 두 사람은 50분이 지나도록 입을 열지 못했다. 여야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으로 강하게 충돌하면서 질의가 진행되지 못한 탓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 민정수석실 비서관들이 출석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더불어민주당은 여야가 사전에 조 수석과 임 실장의 출석에 합의해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여야 의원의 고성이 오간 뒤 본격적인 질의가 시간되기 전 임 실장과 조 수석이 준비해온 발언을 읽어나갔다. 임 실장은 “김태우 수사관은 업무과정에서 과거 경험과 폐습을 버리지 못하고 업무범위를 넘나드는 일탈행위를 저질렀다”며 “민정수석실이 매단계 시정명령하고 엄중경고하고 근신조치 하는 등 바로잡고자 했지만 일탈을 멈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 실장은 김 수사관에 대해 “지금 그는 자신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고 결심한 사람처럼 보인다”며 언론 등에 감찰 문서를 유포한 것에 유감을 나타냈다. 임 실장은 비서실장으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비서실의 불찰을 뼈 아프게 생각한다. 왜 그런 비위혐의자를 애초에 걸러내지 못 했는지, 왜 좀더 일찍 돌려보내지 못했는지, 왜 좀더 엄하게 청와대 공직기강을 세우지 못했는지…”라며 “따가운 질책은 겸허히 받겠다. 대통령께 송구하고 국민들께 죄송하고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비서실장으로 언제든 책임을 질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이어 발언권을 얻은 조 수석은 “단언컨대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민간인 사찰을 하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다”며 “정치 반대자의 사찰을 엄격히 금지하고 특감반원들이 관할 범위 밖 미확인 정보를 수집해오면 법에 따라 폐기하거나 관련 부처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김태우 수사관이 과거정부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첩보를 계속 수집했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은 “책략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 오늘 이 자리에서 왜곡된 주장의 진실이 선명히 드러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민정수석으로서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는 것이 적절한 지 의문이 있었지만 고 김용균씨가 저를 이 자리에 소환했다”며 “민정수석의 국회 불출석 관행보다는 김용균법 처리가 더 중요하다는 대통령의 결심 때문”이라고 전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조국 “민간인사찰 터무니 없는 정치공세”

    조국 “민간인사찰 터무니 없는 정치공세”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 전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에 대해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조국 수석은 “민간인사찰 등의 주장은 터무니 없는 정치공세로 확인될 것”이라면서 “왜곡된 주장이 여과없이 언론에 보도된 것”에 유감을 나타냈다. 조 수석은 “문재인정부는 특별감찰 등 모든 업무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고 말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어 청와대 전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 사태에 대한 보고를 듣고 폭로 내용의 진위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한다. 회의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참석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에 나와 현안 관련 질의응답을 하는 것은 2006년 8월 전해철 민정수석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여야는 특히 이번 파문의 핵심 당사자인 조 수석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아침식사 거르면 당뇨병 걸릴 위험 33% 커진다

    [건강을 부탁해] 아침식사 거르면 당뇨병 걸릴 위험 33% 커진다

    아침식사를 거르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현저하게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뒤셀도르프 당뇨병센터 연구팀이 식단이 당뇨병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기존 연구 6건의 참가자 총 9만6000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침식사를 거르는 사람들은 제2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33%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1주에 적어도 4번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의 경우 당뇨 위험은 항상 아침을 먹는 사람들의 경우보다 55% 더 높았다. 이에 대해 이번 연구를 이끈 사브리나 슐레진저 박사는 전 세계 30%의 사람들이 아침식사를 거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슐레진저 박사에 따르면, 과체중인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침식사를 거를 가능성이 더 높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런 행위가 전반적인 열량 섭취를 줄일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처음에 과체중인 사람들이 제2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으므로 이런 점이 결과를 왜곡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은 참가자들의 체질량을 고려하더라도 아침식사를 거르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22%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슐레진저 박사는 “우리는 아침식사를 거르는 사람들이 낮에 더 많은 간식을 먹고 전반적으로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또 점심을 많이 먹는데 이는 포도당과 인슐린을 급격히 늘려 신진대사에 좋지 않고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슐레진저 박사는 바쁜 현대인들이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책으로 “뮤즐리와 같은 시리얼(통귀리와 기타 곡류, 생과일이나 말린 과일, 견과류를 혼합해 만든 아침식사용 스위스 시리얼)로 아침식사를 하면 이런 상태를 피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영약학 저널’(Journal of Nutrition)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김경수 지사에 징역 5년 구형…특검 “공직을 거래대상 삼았다” vs 김 지사 “선의 악용했다”

    김경수 지사에 징역 5년 구형…특검 “공직을 거래대상 삼았다” vs 김 지사 “선의 악용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드루킹’ 김동원씨와 함께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28일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2부(부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컴퓨터 등 업무방해 혐의에 징역 3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엔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은 “유력한 정치인이 선거지원 명목으로 접촉한 사조직을 접촉하고 댓글조작에 가담해 정치적 민의 왜곡에 동참했다”면서 “선거 위해 공직을 거래 대상으로 취급한 일탈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등을 위해 댓글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또 드루킹 김씨에게 경제적공진화를위한모임(경공모) 회원인 도모 변호사의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 제공 의사를 밝힌 혐의도 받는다.  하지만 김 지사 측은 재판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다. 재판에서 김 지사 측은 “파주 사무실을 방문한 것은 맞지만 ‘킹크랩’ 시연을 보거나 개발을 승인한 적은 없다”고 말해왔다. 이날 김 지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면서 “특검도 내가 먼저 요청했을 만큼 이 사건 실체를 밝히고 싶었다”며 “마지막까지 재판에서 이 사건의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김 지사는 최후진술에서 “경공모 모임 외에도 여러 모임 참석 요청 등에 대해 성심껏 만나 응대했다. 이런 나의 선의를 악용하고 조직 장악을 위해 활용했다고 본다”면서 “문재인 정부까지 공격한 저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 물어야 한다”며 드루킹 일당을 비판했다.  한편 특검은 지난 26일 드루킹 김씨의 결심 공판에서 김씨에게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김 지사에 대한 선고는 드루킹 일당과 함께 내년 1월 25일에 이뤄진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김동성 이혼, 장시호 실검 등장 “또 다른 일들 있었다”

    김동성 이혼, 장시호 실검 등장 “또 다른 일들 있었다”

    김동성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결혼 14년 만에 이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그와 염문설이 있었던 장시호도 ‘실검’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김동성 부부의 측근이라고 주장하는 A씨가 “장시호 관련 소문 이후에도 부부간의 신뢰를 깨는 또 다른 일들이 있었다”고 밝혀 이혼 사유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27일 스포츠서울에 따르면 김동성은 최근 아내 오모씨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김동성이 코치로 일하면서 멀리 떨어져 지내며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게 이유다. 김동성은 다른 소송 없이 원만하게 합의 이혼했으며 1남 1녀 양육은 오씨가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매체는 김동성의 ‘다른 소송 없이 이혼했다’는 발언과 배치되는 주장도 함께 보도했다. 두 사람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A씨의 말을 인용해 “오씨는 아이들을 생각해 가정이 깨지는 것을 막고 싶어 했다”며 “이번 이혼을 진행하면서 또 다른 고소를 진행 중인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A씨는 “사실 2015년에도 집을 나가고 중간에 연락이 와서 이혼 서류에 도장만 찍어주면 큰 일을 한다는 등을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에도 오씨는 아이들을 생각해 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용히 이혼을 하려고 했는데 합의 이혼 후에는 말이 또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사자가 아니지만 오씨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혹시라도 왜곡되게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면서 “이혼 사유에 대해 있는 사실 그대로 전달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성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알려지던 당시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와 한때 내연관계였다는 소문이 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열린 재판에서 장시호는 “2015년 1월부터 김동성과 교제한 게 사실”이라며 “당시 (이혼을 고려하던) 김동성이 살던 집에서 짐을 가지고 나와 오갈 데가 없어 이모(최순실) 집에서 머물며 같이 살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동성은 같은 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2015년 3월 이전 아내와 이혼을 고려해 힘든 상황에서 장시호와 문자는 많이 주고받았지만 사귀지 않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아침식사 거르면 당뇨 위험 33% 껑충…대책은?

    아침식사 거르면 당뇨 위험 33% 껑충…대책은?

    아침식사를 거르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현저하게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뒤셀도르프 당뇨병센터 연구팀이 식단이 당뇨병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기존 연구 6건의 참가자 총 9만6000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침식사를 거르는 사람들은 제2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33%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1주에 적어도 4번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의 경우 당뇨 위험은 항상 아침을 먹는 사람들의 경우보다 55% 더 높았다. 이에 대해 이번 연구를 이끈 사브리나 슐레진저 박사는 전 세계 30%의 사람들이 아침식사를 거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슐레진저 박사에 따르면, 과체중인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침식사를 거를 가능성이 더 높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런 행위가 전반적인 열량 섭취를 줄일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처음에 과체중인 사람들이 제2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으므로 이런 점이 결과를 왜곡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은 참가자들의 체질량을 고려하더라도 아침식사를 거르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22%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슐레진저 박사는 “우리는 아침식사를 거르는 사람들이 낮에 더 많은 간식을 먹고 전반적으로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또 점심을 많이 먹는데 이는 포도당과 인슐린을 급격히 늘려 신진대사에 좋지 않고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슐레진저 박사는 바쁜 현대인들이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책으로 “뮤즐리와 같은 시리얼(통귀리와 기타 곡류, 생과일이나 말린 과일, 견과류를 혼합해 만든 아침식사용 스위스 시리얼)로 아침식사를 하면 이런 상태를 피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영약학 저널’(Journal of Nutrition)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드루킹’ 김동원, 징역7년 구형…“댓글조작 중대범죄”

    ‘드루킹’ 김동원, 징역7년 구형…“댓글조작 중대범죄”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드루킹’ 김동원씨(49)가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드루킹 일당의 결심 공판에서 이와 같이 구형했다. 이는 김씨가 고(故) 노회찬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전 보좌관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모두 포함한 것이다. 앞서 특검은 별도의 진행된 뇌물공여 사건에서 김씨에게 징역 10개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는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이날 업무방해 혐의 구형량까지 합치면 모두 징역 9년 4개월이다. 특검은 “소수 의견을 다수 의견처럼 꾸며 민의를 왜곡하고자 한 것으로,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용납될 수 없는 중대범죄이자 여론 조작을 위해 동원되는 정치 주변 사조직의 실체가 드러난 사건”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오늘의 눈] 한은의 ‘당돌한 보고서’ 기대한다/장진복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한은의 ‘당돌한 보고서’ 기대한다/장진복 경제부 기자

    1997년 외환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 속 한국은행은 경제 위기를 예견한 보고서를 내놓으며 자기 목소리를 내는 ‘당돌한’ 기관으로 묘사돼 있다. 영화를 둘러싼 ‘사실 왜곡’ 논란을 떠나 적어도 영화 속 한은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경제 정책을 만들거나 바꾸려면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데, 영화 속 한은은 그때그때 국내외 경제 움직임을 분석하고 적절한 방향을 제시한다.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최저임금 문제와 관련해 한은은 ‘최저임금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저임금 근로자의 수입이 되레 줄어들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속도조절 논의를 시작한 시기에 맞춰 내놓은 시의적절하고 유의미한 보고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로 오른 것은 2018년부터인데, 조사 대상 기간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를 의식한 듯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출입기자단과의 송년회에서 “모든 고용 통계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숫자로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이 민감한 현안 관련 조사를 스스로 피하거나, 두루뭉술한 결론으로 매듭짓는다는 지적도 많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한은이 정부 정책과 방향이 다른 보고서를 걸러내기도 한다고 한다”(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 “잘하면 잘한다고 하고 아니면 경고를 보내야 정책이 제대로 바로잡혀 간다”(한국당 추경호 의원)는 질타가 쏟아졌다. 한은은 최근 ‘남북 경협의 취업유발 효과’를 주제로 진행한 보고서를 데이터 부족 등을 이유로 내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 일각에선 ‘취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연구를 멈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경제 현상에 대한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없으면 언제 닥칠지 모르는 크고 작은 위기들을 놓칠 수 있다. 뒷북은 아무나 칠 수 있지만, 경종은 누구나 울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불확실성이 큰 경제 이슈일수록 더욱 필요한 게 중앙은행의 역할이다. 한은이 영화에서처럼 말과 행동이 아닌 보고서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이유다. viviana49@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日 초계기 겨눈 韓 구축함, 잘잘못 따져보니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日 초계기 겨눈 韓 구축함, 잘잘못 따져보니

    지난 20일, 독도 동북방 180km 수역에서 북한 조난 선박을 구조하던 한국해군 제1함대 소속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의 일본 초계기 레이더 조준 시비가 한·일간의 외교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쟁점의 핵심은 한국해군 군함이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향해 의도적으로 사격통제레이더를 겨누었는지 여부다. 한국해군은 일본 초계기를 향해 위협적인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일본은 한국 구축함이 초계기를 향해 여러 차례 사격통제레이더를 조준했다고 항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구의 주장이 사실일까? 우선 양측 간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해보았다. 사건 발생 당시 광개토대왕함의 위치는 독도에서 동북방 방향으로 180km 가량 떨어진 대화퇴어장 인근 한·일 중간수역이었다. 광개토대왕함은 이 일대에서 조난 신호를 송출하고 표류하던 북한 선박을 찾기 위한 인도적 목적의 수색작전을 수행하는 중이었다. 기존 보도와 해군 측 설명에 따르면 당시 광개토대왕함은 조난 선박을 찾기 위해 모든 레이더를 풀가동하고 있었다. 광개토대왕함에는 대공레이더로 AN/SPS-49(V), 대공/대수상 겸용으로 MW-08 3차원 대공감시 레이더, 항법 레이더로 SPS-95K 레이더, 사격통제레이더로 STIR 180 레이더가 갖춰져 있었다. 이들 레이더 가운데 해상에 표류한 선박을 볼 수 있는 레이더는 MW-08과 STIR 180 2종이었다. 사실 평상시라면 MW-08 레이더만으로 목표 선박을 찾을 수 있었겠지만, 이 날은 그렇지 못했다. 기상이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MW-08은 우리 해군의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3척,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6척에 탑재된 주력 대공레이더지만, 최근 운용되고 있는 함정용 대공 레이더 가운데서는 가장 낮은 수준의 성능을 가진 레이더다. 소형 표적의 정밀 탐색과는 거리가 먼 G밴드 대역을 사용하며, 출력도 낮아 탐지 거리도 매우 짧다. 이 레이더의 스펙상 최대 탐지거리는 110km지만, 일반적인 중소형 여객기는 80km 정도, 전투기 사이즈의 표적은 20~30km 거리에서 탐지가 가능할 정도로 능력이 형편없다. 사건이 발생했던 12월 20일 일본 인근 해상의 파랑도(Sea wave chart)를 보면, 당시 광개토대왕함이 있었던 한일중간수역 동북방 해역에는 4미터의 너울과 5미터의 높은 파도가 출렁이고 있었다. 즉, 파도가 너무 높아 파도 속에 가려진 작은 목선 크기의 구조 대상 선박을 찾기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구조 대상 선박이 북한 선박이라고 해서 구조작전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국내법은 물론, 국제협약에 의거하여 구조작전이 의무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해상 수색과 구조에 관한 국제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Maritime Search and Rescue)’ 가입 국가이며, 국제해사기구(IMO)의 SOLAS(Safety of Life at Sea) 협약에도 가입되어 있다. 따라서 광개토대왕함은 국내외 정치적 상황이나 기상 여건 따위는 고려하지 말고 조난당한 북한 선박을 구조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이 때문에 광개토대왕함은 사격통제레이더인 STIR 180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 레이더는 I밴드와 K밴드 대역의 전파를 이용해 최대 185km 거리까지 빔 방사가 가능하며, 미사일 유도를 위한 사격통제레이더이기 때문에 MW-08보다 훨씬 더 정밀하게 표적을 찾아낼 수 있다. 문제는 광개토대왕함이 인도적 측면에서의 국제적 협약은 준수했을지 모르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국제 협약은 완전히 어겼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CUES(Code for Unplanned Encounters at Sea), 즉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 기준’ 가입 국가다. CUES 제2장 제8절 제1항에 따르면 사격통제레이더를 이용한 조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광개토대왕함은 탐지거리 250km가 넘는 AN/SPS-49(V)5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노토반도 인근 상공에서 비행 중인 비행체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했을 것이다. 정밀 수색을 위해 STIR 180 레이더를 가동하려 했다면 레이더 빔 방사 방향 전방에 있는 항공기가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사전에 이를 일본 측에 통보했어야 했다. 특히 노토반도 상공은 일본은 물론 동맹국인 미군, 캐나다, 뉴질랜드 등 우방국 해상초계기들이 동해 초계 비행에 투입될 때 수시로 드나드는 공역이다. 일본 본토와 가까운 해역에서 사격통제레이더를 조사하면서 CUES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것은 광개토대왕함의 명백한 실책이다. 일반적인 대공 레이더와 달리 STIR 180은 사격통제용레이더, 즉 미사일을 유도용 레이더다. 광개토대왕함에 탑재된 시 스패로(Sea Sparrow) 함대공 미사일은 반능동(Semi-active) 유도방식으로 STIR 180 레이더가 쏜 빔이 표적에 맞고 반사되면 그 반사파를 따라 유도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STIR 180의 레이더 빔이 해상자위대 P-1에 맞았다면 당연히 P-1의 레이더 경보 장치(Radar warning receiver)가 울렸을 것이고, 이는 RWR 레코더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일본 측이 ‘증거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물론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함정에 적대적 행위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풍랑이 심한 곳에서 구조작전을 수행하던 중, 구조 대상 선박을 찾기 위해 정밀도가 우수한 사격통제레이더를 켰는데, 그 레이더 전파의 최대 도달거리 근처에 있던 일본 초계기가 우연히 그 빔에 맞은 것뿐이었다. 단순 해프닝이지만, 이것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광개토대왕함의 명백한 실수다. 사격장 안전수칙을 생각해보자. 사격장에서는 오발 사고를 막기 위해 장전된 총이든 빈총이든 절대 총구를 이리저리 돌리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통제한다. 진짜 쏠 의사가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총구 전방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한-일 레이더 갈등도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보면 광개토대왕함의 CUES 규정 위반이 사건의 단초를 제공했다. 아무리 선박 구조가 급했어도 우방국 항공기들이 자주 다니는 해역, 그것도 일본 해안선과 가까운 곳에서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한다면 사전에 이를 통지하고 적대 의사가 없음을 알리는 조치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다급한 구조작전 중 발생한 단순한 해프닝을 확대·왜곡해 외교문제로 끌어가고 있는 일본의 행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일본은 방위성 고위 관계자가 나서 “이번 행위가 일본을 위협하고 자위대원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한 행위”라며 한국을 맹비난하고 있지만, 어불성설이다. 당시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P-1 초계기 사이의 거리는 100km가 훨씬 넘었다. 백번 양보해서 광개토대왕함이 고의를 가지고 사격통제레이더로 P-1 초계기를 조준했다 하더라도, 광개토대왕함에 탑재된 RIM-7P 함대공 미사일의 사거리는 18km를 조금 넘는 수준이기 때문에 죽었다 깨어나도 일본 초계기를 공격할 수 없으며, 당시 사건을 겪은 해상자위대 승무원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한국해군 광개토대왕함은 해난 구조와 관련된 국제협약은 충실히 준수하며 구조작전을 수행했지만, 일본 본토와 가까운 바다, 그것도 주요 우방국 항공기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길목에서 사격통제레이더를 켜면서 주변에 경보 전파를 하지 않은 우발적 충돌 방지 규범 위반을 저질렀다. 사실 일본 방위성 관계자의 주장대로 이번 사건은 한국 측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면 깔끔하게 해결될 사안이었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는 함정의 위치와 레이더 가동 여부와 관련하여 몇 번이나 말을 바꾸며 “일본이 저공비행 등 위협 행위를 했다”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광개토대왕함의 사소한 규정 위반으로 촉발된 사건이 이제는 양국 국민들 간의 민족 감정 충돌과 외교적 대립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양측 언론들은 이 사건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며 민족 감정에 불을 지피고 있고, 국민들 역시 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일본 영해 가까이 접근한 것도 한국이고, 그 근처에서 국제 협약상으로 금지된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한 것도 한국인데 일본은 그 증거까지 가지고 있다. 일본이 아무리 죽일 듯이 미워도 한국이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맞다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후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한 매뉴얼과 소통 채널도 만들어야 한다. 백해무익한 감정싸움에만 매몰되지 말고 이성을 되찾아야 할 때다. 이일우 군사 (자주국방네트워크 ) finmil@nate.com
  • [사설] 노사, 최저임금법 시행령 수정안 수용해야

    법정 주휴일은 최저임금 산정을 위한 시간과 임금에 포함하되 노사가 합의로 정하는 약정휴일(주로 토요일)은 제외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의 수정안이 나왔다. 이 안대로라면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시간당 최저임금 8350원을 주지 않는 기업은 최저임금법 처벌 대상이다.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논의하고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임금체계 개편 시정 기간을 최대 6개월까지 부여하고, 연말 종료 예정이던 52시간 근로제 계도 기간도 내년 3월 말까지로 늘리는 안이 통과됐다. 이번 수정안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이 크다며 반발한 경영계 고충을 고려한 차선책이다. 차관회의를 통과한 시행령 개정안은 국무회의에서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저임금 인상 탓에 인건비 부담에다 자영업자 폐업 등 부작용이 크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인 정부가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정 주휴시간을 포함해 월 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한 것은 노동계 입장을 반영했다. 경총이 “임시방편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방안”이라는 등 사용자 단체가 수정안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경제 불황을 내세워 최저임금제를 부인하는 식으로 논란을 확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재계 등은 지난 6월 최저임금법 산입범위에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해 사용자 단체의 요구를 반영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또 주 52시간 근로제의 본격 적용 시간을 3개월 더 유예하고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시정 기간을 최장 6개월로 해 사용자들이 적응할 시간도 줬다. 차제에 국회는 최저임금법 산입범위는 법에서 다루고, 적용 시간은 시행령에 위임해 생긴 입법 불일치를 해소해야 한다. 국회는 지난 6월 최저임금법 개정 때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늘리면서 적용 시간은 정부에 위임했다. 그러나 노사가 첨예하게 갈등하는 사안이라면 시행령과 같은 행정입법에 위임하지 말고 국회에서 충분히 토의해 부작용을 최소화했어야 했다. 논란이 된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이다. 그러나 산업화시대에 저임금 구조에서 근로자 생계보장을 위해 도입된, 선진국에 거의 없는 수당이라면 기본급으로 흡수하는 등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 기본급은 낮게, 상여금은 높게 구성된 왜곡된 임금체계도 이번 기회에 합리적으로 고쳐야 한다. 5000만원 이상의 연봉자인데 최저임금법 위반 논란이 제기된 일부 기업은 기본급이 전체 급여의 40%도 안 된다.
  • 文대통령 생일 ‘OK’·김정은 환영 ‘NO’… 의견 광고 어디까지

    文대통령 생일 ‘OK’·김정은 환영 ‘NO’… 의견 광고 어디까지

    ‘위인맞이환영단’ 광고 불허… “정치적 견해” “무조건 금지 과도” 지적… 제한적 허용 선회 서울교통公, 내년초 심의 가이드라인 확정“이 광고의 자리는 신촌역이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한을 환영하는 단체인 위인맞이환영단은 24일 이렇게 적힌 손팻말과 함께 김 위원장 사진이 걸린 광고판을 들고 서울 서대문구 신촌 명물거리로 나왔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내에 김 위원장 환영 광고를 내걸려던 계획을 무산시킨 서울교통공사 측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김수근(35) 단장은 “지난 17일 광고 신청을 했는데 이틀 만에 ‘정치적 의견 광고는 안 된다’며 불가 입장을 전달받았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을 환영하는 것은 정치적 의견이 아니다. 전 민족이 함께 염원하는 통일과 관련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단체는 지난달 30일 300만원을 목표로 지하철 광고 모금을 진행했지만 모금액이 100만원도 넘지 않자 모금을 중단한 뒤 광고 게재가 가능한지 확인에 나섰다. 이를 계기로 지하철 내 ‘의견 광고’의 허용 범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의견 광고는 ‘정치·성별·이념·인권·종교’ 등과 관련한 메시지가 담긴 광고를 의미한다.서울교통공사는 사회적 갈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서울 1~8호선 지하철 역사 내에서는 ‘의견 광고’ 게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일자 내부 심의를 거쳐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4일 광고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 1월 ‘의견 광고 제한적 허용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확정하고 내년 2월 사규에 포함해 의견 광고를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 정치·성별·이념 등과 관련된 광고는 내부 심의를 거친 뒤 광고심의위원회의 표결로 게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공사는 상업 광고가 아닌 의견 광고에 대해서는 성 역할 고정관념, 특정 계층에 대한 왜곡된 시각 등 체크리스트를 통해 광고 게재 여부를 심사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 모임(열대과일애호가모임)이 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서울 주요 환승역 10곳에 광고를 게재한 데 이어 지난 5월 숙명여대 학생들이 페미니즘 광고를 승인받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자 6월 22일 의견 광고를 전격 금지했다. 이후 아이돌 팬클럽 광고(6월)와 콘돔, 통일 기원 광고(7월) 등 의견 광고가 접수됐지만 불가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어디까지를 의견 광고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공사 측도 한 발 물러나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공익에 해를 끼치거나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광고를 무조건 승인할 수는 없다”면서 “가이드라인은 사회 변화의 흐름, 국민의 의식 수준에 기초해 미래지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자기주장만 내세우면 또 다른 갈등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면서 “표현의 자유 못지않게 공동체를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5·18 발포자 국립묘지 안장 취소해야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을 향해 최초로 발포한 계엄군이 국립묘지에 안장됐다는 논란과 관련해 5월 단체들이 성명을 내고 즉각 훈포장 취소와 시혜 중지를 촉구했다. 5·18기념재단과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등은 21일 성명을 내고 5·18민주화운동 당시 가해 군인들에 대한 훈포장 및 예우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5월 관련 단체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최초 발포자가 국립묘지에 버젓이 안장된 것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이 앞선다”며 “이는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의 근원지는 여전히 국가와 정부라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권력찬탈의 도구로서 무고한 시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댄 5·18학살현장 군인들의 심리적 고통을 모르는 바 아니나 그들은 전사자가 아니며 더더구나 국가유공자도 아니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적 정통성을 바로 세운 역사적 사건이 5·18이라는 국가 차원의 전제가 있음에도 이들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5·18 당시 시민들에 총격 등 폭력을 가한 군인들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훈포장 및 국립묘지 안장 등 모든 예우 조치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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