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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없다·어른’ ‘친구·엄마’ …외면했던 아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

    ‘없다·어른’ ‘친구·엄마’ …외면했던 아이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

    ※ 서울신문의 ‘소년범-죄의 기록’ 기획기사는 소년범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youngOffender/ ----------------------------------------------------------------------------------------------- 소년·소녀 범죄자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청소년 범죄를 막을 실마리가 보인다. 서울신문은 보호처분(보호·교화 목적으로 소년 재판부가 내리는 결정) 경험이 있는 소년 15명과 소녀 12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이 과정에서 수집된 단어 총 5만 4956개를 빅데이터 분석기업 아르스프락시아의 도움을 받아 각각 분석했다. 단어의 언급 빈도를 살피고, 단어의 관계와 맥락을 파악해 핵심 키워드를 찾아내는 ‘의미망 분석’ 작업을 진행해 표면적으로 드러난 주요 화제인 ‘겉의미’ 단어와 내면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반영한 ‘속의미’ 단어를 추출했다. 단순히 소리 내어 말한 언어의 양(발화량)뿐 아니라 해당 단어가 화자에게 갖는 영향력과 화자가 느끼는 감정 분석도 함께 진행했다. 이렇게 드러난 소년과 소녀의 생각은 같은 듯 달랐다. 소년에게선 고민을 터놓을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어른이 없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 엿보였다. 소녀의 언어에선 엄마와 친구 등 기댈 존재가 없다는 데 대한 불안과 외로움이 묻어났다. 인터뷰는 6호 보호처분 시설인 경기 양주 나사로 청소년의 집과 전북 고창 희망샘학교, 법무부 산하 한국소년보호협회의 강원생활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서부지소·광주남부지소의 도움을 받았다.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다. [네트워크 분석] 소년·소녀 범죄자의 인터뷰에서 뽑아낸 핵심 단어들의 관계와 맥락을 그린 ‘네트워크 분석’ 지도. 핵심 단어(원 안) 및 연관어(원 둘레)가 각각의 군집을 이루고, 군집 간 화살표는 선후관계를 뜻한다. 소년들은 생각 없이 → 친구들과 놀다가 → 비행을 저지르고, 소녀들이 지향하는 인간관계는 친구로 귀결된다. [감정 분석] 단어에 담긴 소년·소녀 범죄자의 감정을 분석한 결과 상위권에 꼽힌 긍정어와 부정어. 소년들은 ‘사고’를 가장 부정적으로 느꼈고 소녀들은 ‘싸우다’를 가장 부정적으로 느꼈다. ●소년을 설명하는 단어 ‘없다’·‘어른’·‘폭력’ “별생각이 없어요.” 소년들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핵심 단어는 ‘없다’였다. 이 추상적인 말의 뒤를 ‘학교’, ‘친구’, ‘생각’ 등이 이었다. 주위에 좋은 사람이 없고, 학교나 친구도 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소년들은 범죄에 대한 진지한 생각도 별로 해 본 적 없다. 눈에 띄는 결과는 주변 어른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주제별로 단어를 나눠 보니 ‘부모’와 ‘학교’가 ‘범죄’와 같은 그룹으로 묶였다. 구체적으로 부모는 ‘가출’을 유발하는 ‘싫은’ 존재, 선생님은 ‘무서운’ 존재였다. 소년에게 범죄의 트리거(결정적 계기)는 부모와 학교의 외면이었다. 세훈(15)이는 학교장이 가정법원에 직접 사건을 접수하는 제도인 ‘학교장 통고제’로 두 번째 보호처분을 받았다. “예전부터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질러 보호관찰을 받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이 ‘말을 안 들으면 보호관찰 중이라는 사실을 다른 애들한테 말하겠다’고 해서 대들었더니 다시 시설로 보내졌어요.” 전교생 앞에서 부당한 경험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세훈이는 반성할 생각이 없었다. “한 번 문제아로 찍히면 끝이에요. 불합리해요.” 세훈이는 원망했다. 소년들은 ‘때리다’, ‘싸우다’ 등 폭력 관련 어휘에 가장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폭력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수단인 동시에 ‘내가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기도 했다. 힘의 논리로 서열을 다퉈 온 이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선형(19)이는 동네에서 ‘잘나가는’ 형들이 후배들을 불러 토너먼트식으로 싸움을 시킨 일을 떠올렸다. 먼저 피를 흘리거나 못 싸우겠다고 얘기하면 지는 게 규칙이다. “학교나 동네별로 주먹질을 시켜요. 때리지 않으면 형들한테 맞으니까 그게 무서워서 싸울 수밖에 없었어요.” 다른 소년들도 나고 자란 보육원과 쉼터, 범죄를 저질러 가게 된 소년원과 보호처분 시설에서 만난 형들에게 맞는 일이 흔했다고 털어놨다. ‘여자친구’ 혹은 ‘여자’도 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이성은 양가의 의미였다. 성 자체에 대한 관심이 하나의 축이라면 결혼과 가정이라는 미래를 함께 쌓아 나갈 만한 이성과의 만남이 또 다른 축이다. “비행으로 갑자기 큰돈이 생겨 중학교 2학년 때 성매매를 해 본 적 있다”는 고백처럼 성에 대한 관심이 왜곡된 형태로 나타난 경우도 있었다.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는 “소년범 대부분이 부모와의 정서적 관계가 단절되다 보니 현재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지 못했고, 학교 역시 이런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바꿔 말하면 소년 범죄 해결의 실마리가 어른에게 있다는 의미다. 소년들은 보호처분 경험 자체보다 시설에서 만난 믿음직한 어른의 존재에서 변화의 계기를 찾았다. 아이들은 “나를 문제아 취급하지 않는다”거나 “앞으로 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말을 해 준다”는 시설 선생님을 통해 어른, 나아가 사회에 대한 불신을 일부 해소하고 있었다.●소녀를 설명하는 단어 ‘관계’·‘엄마’·‘동성친구’ “인간관계가 제일 힘들어요.” 소녀에게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핵심 단어는 ‘엄마’와 ‘친구’였다. 소녀 범죄자의 가장 큰 특징은 소년보다 훨씬 관계지향적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친밀한 관계를 원하면서도 방법을 몰라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원만한 사이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게 뒤틀린 관계가 범행의 동기가 되는 경우가 잦았다. 소녀에게는 이성보다 동성이 더 중요했다. 가정 안에서는 아빠보다 엄마와의 관계에 영향을 받았고, 학교에선 남자친구나 남자 선후배가 아닌 동성 친구와의 관계에 더 큰 비중을 뒀다.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와 그로 인한 도피처로서의 친구 관계가 두드러졌다. 친구에게 기대는 것도 엄마에게 받지 못한 애정과 친밀감을 채우고 싶어 하기 때문이었다. 학교 선생님은 이미 관계가 틀어진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연락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이성은 피상적인 관계에 그쳤다. 남자친구 혹은 남자 선배를 지칭하는 ‘오빠’란 단어에는 친밀함 외에 ‘무섭다’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 소녀들이 가장 부정적으로 느끼는 단어는 ‘(친구와) 싸우다’였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단어는 ‘친하다’였다. 이런 심리를 바탕에 둔 소녀들은 친밀감에서 비롯된 범죄의 유혹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인터뷰에서도 “친구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비행을 저질렀다”는 소녀들이 많았다. 서율(18)이도 ‘뒤에서 나를 욕하고 다닌 애한테 따지고 싶다. 나 대신 싸워 달라’는 친구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친구 부탁은 어지간하면 다 들어줘요. 거절하면 친구들이 기분 나빠하잖아요. 그러다 멀어지기라도 하면 진짜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아요.” 비행 청소년 무리에서 소녀들은 부탁에 못 이겨 조건만남(성매매) 혹은 조건사기(성매수남의 돈을 빼앗는 것)에 가담하거나, 자신보다 어리고 무리에서 겉도는 ‘희생양’을 물색해 대신 성매매를 하도록 내몰기도 했다.소녀들은 “사람을 사귀고 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소년원과 시설 보호를 끝마치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 마주할 친구 관계나 가족 관계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 배경에는 가정에서부터 관계 맺기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소녀들은 소년처럼 ‘제대로 된 어른이 없다’는 단정적인 진술을 하진 않았지만 어른을 ‘있더라도 제 역할을 못하는 존재’로 인식했다. 주제별로 단어를 분석해 보니 ‘엄마’라는 주제는 ‘없다’, ‘아니다’, ‘때리다’ 등 부정적 단어와 짝을 이뤘다. 소녀들은 “엄마가 나한테 진짜 관심이 없었다”거나 “엄마가 나를 버려두고 남자들만 만나러 다녔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는 한국 사회에서 신화화된 ‘자애로운 어머니상’에서 벗어난 엄마의 모습에 대한 실망과 상처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엄마의 돌봄을 당연시하는 사회에서 딸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상대적 박탈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이다. 이런 기억은 소녀들의 삶에서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었다. 동시에 소녀들은 엄마와의 완전한 단절보다 관계 회복을 소망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락은 안 되지만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애증 어린 마음과 “엄마가 나한테 편지를 써 주면 좋겠다”는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가 공존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게”…뇌에 전류 흘려 선택 조작 실험 성공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게”…뇌에 전류 흘려 선택 조작 실험 성공

    뇌가 하는 선택의 결과를 제어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연구진이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뇌의 선택 담당 부위에 전기 자극을 가해 선택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만일 이 기술이 사람에게 적용된다면 개인의 의사 결정을 뇌에 전류를 흘리는 스위치 버튼을 가진 제삼자가 지배할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면 이들 연구자는 원숭이의 선택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었던 것일까. 선택은 생물에게 있어 필수적인 능력이다. 좋은 선택은 생존율을 높여 개인이나 종족 전체에 번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택을 담당하는 신경 메커니즘(기전)의 기능은 오랫동안 수수께끼에 싸여 있었다.그런데 최근 안와전두피질이라는 눈 뒤쪽 뇌 영역이 선택의 결과를 제어하는 것으로 밝혀졌었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중 어느 것을 먹을 것인가 하는 선택지가 제시됐을 때 이 뇌 부위의 뉴런(신경 세포)에서 아이스크림에 관한 뇌 회로와 초콜릿에 관한 뇌 회로가 구축돼 양측의 활성도를 비교한다. 그러고나서 아이스크림 뇌 회로가 초콜릿 뇌 회로보다 활발하게 활동하면 뇌가 아이스크림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연구에서는 이 뇌 회로에 외부 전극을 심어 전기적 자극을 가했다. 이는 외부의 전류에 의해 비교 대상이 되는 뇌 회로를 자극함으로써 그 활성도를 바꿔 마지막 선택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 의해 선택 제어를 실현하는 데 있어 연구진은 개체 수가 많고 사람과 비슷해 실험에 자주 쓰이는 히말라야원숭이(학명 Macaca mulatta)의 뇌에 전극을 심어 서로 다른 맛의 주스 A와 B를 마시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주스 A와 B의 조합은 레모네이드나 포도주스, 체리주스, 복숭아주스, 프루트펀치, 사과주스, 크렌베리주스, 페퍼민트티, 키위펀치, 수박주스 또는 소금물 중에서 선택했으며, 원숭이들은 제시된 두 주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그 맛의 주스를 얻어 마실 수 있었다. 또 이때 주스 A는 항상 주스 B보다 맛있는 것으로 조정됐다. 그래서 원숭이들은 대개 주스 A에 해당하는 맛을 선택했다. 하지만 연구진이 뇌에 심은 전극에 전류를 흘려보내자 변화가 나타났다. 선택을 담당하는 중추에 강한 전류를 흘리자 원숭이는 원래 좋아하지 않는 쪽의 주스 B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은 전류의 개입으로 인해 주스 A와 B의 정상적인 뇌 회로 활동 비교가 방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 실험에서는 적정 수준의 전류를 흘리면 원래 취향인 주스 A를 선택할 빈도를 더욱더 높일 수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적정 수준의 전류는 두 개의 뇌 회로 활동을 모두 높였지만, 그와 동시에 활동의 차이까지 벌렸다. 주스 A에 관한 뇌 회로 활동의 상승이 주스 B에 관한 뇌 회로 활동 상승보다 컸다는 것이다. 또다른 실험에서는 주스 A와 B가 하나씩 제시돼 원숭이들에게 시차를 두고 선택할 기회를 줬다. 이 실험에서는 원숭이가 한쪽 주스, 예를 들어 주스 A를 검토하는 동안 강한 전류를 뇌로 흘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원숭이가 다른 주스 B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는 검토 중인 뇌 회로에 강한 전류가 유입되면 계산이 중단돼 검토하던 주스에 관한 매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로 지금까지 기억 장소로 여겨진 뇌의 선택을 전류에 의해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뇌는 생체 소재로 구성된 거대한 전기 회로로서 잘못된 전류가 가전제품에 오작동을 일으키듯 뇌 역시 유입되는 전류에 영향을 받아 최종적인 선택 결과에 오류를 일으켰던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를 총괄한 이 대학 신경과학부 교수인 카밀로 파도아스키오파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원숭이와 사람의 선택 체계가 매우 비슷해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는 등의 작은 선택부터 투자나 결혼 상태를 가리는 등 커다란 선택의 바탕에도 원숭이처럼 선택 회로가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 의한 선택의 제어는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료 분야에서는 치료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조현병이나 우울증 또는 발달장애 등을 가진 환자는 종종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기술을 이용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을 피할 수 있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 최신호(11월 2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교황도 당한 악마의 편집… 바티칸 “동성 결합 지지 발언 왜곡”

    교황도 당한 악마의 편집… 바티칸 “동성 결합 지지 발언 왜곡”

    바티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 결합 지지’ 발언과 관련해 ‘악마의 편집’으로 교황의 발언 진의가 왜곡됐다고 밝히고 나섰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의 비서실에 해당하는 교황청 국무원은 지난주 각국에 주재하는 교황청 대사에게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내 주재국 주교들과 공유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앞서 교황은 지난달 21일 이탈리아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 ‘프란치스코’ 내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들을 거론하며 “그들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가족이 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시민결합법이다. 그것은 그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길이다. 나는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교황의 이런 발언은 가톨릭계가 인정하지 않는 동성 간 시민결합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보수 가톨릭계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불러 왔다. 이에 대해 국무원은 공문에서 다른 시점에 이뤄진 인터뷰 발언들이 다큐에 인용될 때 편집을 통해 하나로 합쳐지면서 그 취지와 맥락이 완전히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교황의 첫 번째 인터뷰 발언은 한 사람이 동성애 성향을 가졌다는 이유로 가족에게서 버림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국무원은 밝혔다. 동성애자들도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는 취지다. 시민결합법 관련 발언 역시 동성 간 결혼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게 바티칸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다큐 제작자인 에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은 현재까지 교황 인터뷰의 편집 과정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그는 ‘프란치스코’ 상영 전 논란의 발언은 다큐를 위해 새로 진행된 인터뷰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다큐에 등장한 교황의 발언은 지난해 5월 멕시코 방송인 텔레비사와의 인터뷰에서 나왔으나 방송되지 않았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김종인 광주로… 닷새 만에 다시 호남행

    김종인 광주로… 닷새 만에 다시 호남행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다시 광주로 향했다. 지난달 29일 전북 전주를 찾은 지 닷새 만이며, 취임 후 다섯 번째 호남행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첫 일정으로 광주시청에서 김종효 광주시 행정부시장, 5개 구 구청장 등과 정책협의회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인 정운천 의원을 비롯해 김기현, 윤재옥, 이달곤 의원 등 호남 지역을 ‘제2의 지역구’로 삼은 의원들이 동행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호남 지역이 4차 혁명을 이끌어 갈 글로벌 첨단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 당은 깊은 애정과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91주년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만세 삼창을 하고 ‘학생의 날’ 노래도 함께 불렀다. 김 위원장은 일정을 오가는 도중 기자들과 만나 보수 진영 일각에서 대구·경북(TK)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을 들며 영남 민심 이반을 우려하는 것과 관련, “(여론조사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가 한번 설정한 것에 대해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5·18역사왜곡처벌법에 관해서는 “그 법 자체를 만드는 데에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내용에 대해서는 입법 과정에서 상식선으로 결정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무엇을 지키려는 검란이냐” 검사들 저격한 이재명(종합)

    “무엇을 지키려는 검란이냐” 검사들 저격한 이재명(종합)

    “검찰개혁 저항과 기득권 사수의 몸짓인권침해·편파 왜곡 수사에는 침묵해”추미애 향한 검사들 ‘댓글 성토’ 이어져여권은 “특권 검사의 개혁 저항” 맞불 일선 검사들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과 감찰권 남발을 비판하는 데 공개적으로 동의한다는 의미의 ‘커밍아웃’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검찰 개혁 저항과 기득권 사수의 몸짓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무엇을 지키려는 검란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선배 동료의 검찰권 남용과 인권침해, 정치적 편파 왜곡 수사에 침묵하는 한 ‘검란’은 충정과 진정성을 의심받는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 지사는 “최근까지 검찰권 남용으로 2년 이상 생사기로를 헤맨 사람으로서 검사들에게 묻고 싶다”면서 “검란을 통해 지키려는 것은 진정 무엇인가”라고 썼다. 이어 “인권보장과 국법질서 유지를 위한 검사의 공익 의무를 보장받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무소불위 권력으로 ‘죄를 덮어 부를 얻고, 죄를 만들어 권력을 얻는’ 잘못된 특권을 지키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익을 위한 행동이라면 선배나 동료들이 범죄조작 증거 은폐를 통해 사법살인과 폭력 장기구금을 저지른 검찰권 남용의 흑역사와 현실은 왜 외면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는 과거 자신과 검찰과의 악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정신질환으로 자살 교통사고까지 낸 수많은 증거를 은폐한 채 ‘이재명이 멀쩡한 형님을 정신질환자로 몰아 강제입원을 시도했다. 형님은 교통사고 때문에 정신질환이 생겼다’는 해괴한 허위공소를 제기하며 불법적 피의사실공표로 마녀사냥과 여론재판을 하고, ‘묻지 않았더라도 알아서 말하지 않으면 거짓말한 것과 마찬가지여서 허위사실공표죄’라는 해괴한 주장으로 유죄판결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파렴치와 무책임, 직권남용과 인권침해에 대해 관련 검사나 지휘부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책임은커녕 사과조차 없다”면서 “증거은폐와 범죄조작으로 1380만 국민이 직접 선출한 도지사를 죽이려 한 검찰이 과연 힘없는 국민들에게는 어떻게 하고 있을지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검사들이 국법질서와 인권의 최종 수호자로서 헌법과 국민의 뜻에 따라 소리 없이 정의수호와 인권보호라는 참된 검사의 길을 가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국민이 부여한 검찰권이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공정하고 정의롭게 행사되는 검찰개혁을 응원한다”고 밝혔다.추 장관을 향한 검사들의 댓글 성토가 멈추지 않는 가운데 여권은 ‘특권 검사의 개혁 저항’이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최근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을 거론하면서 “검찰에서는 반성이나 자기비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이 8부 능선을 넘어가며 일부 특권 검사들의 개혁 저항도 노골화되고 있다”면서 “비검사 출신 장관의 합법적 지휘를 위법이라며 저항하는 것은 아직도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한 잘못된 개혁 저항”이라고 강조했다. 또 검사들의 항명성 댓글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검사와의 대화를 떠올리게 한다고도 했다. 김종민 최고위원도 “이 전 대통령의 거짓말을 덮어주고 노 전 대통령은 벼랑으로 몰아붙였던 정치적 편향이 아직 계속되고 있다”며 “조국 전 법무장관의 가족과 친가·처가는 멸문 지경까지 몰아붙이고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몇 달씩 소환 수사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김종인 호남 구애에 ‘보수 텃밭’ TK 민심 흔들

    김종인 호남 구애에 ‘보수 텃밭’ TK 민심 흔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호남 구애’가 이어지는 가운데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 뒤졌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보수 진영 내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김종인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다시 광주로 향하며 혁신 플랜을 수정할 생각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2일 페이스북에 “TK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낮다는 한국갤럽 조사가 나왔다. (이유는) ‘김종인 효과’라고 본다”며 “TK에서는 4·15 총선에서 반문재인 표를 몰아줬는데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킨 김종인을 삼고초려로 모셔다가 ‘민주당 2중대’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 투쟁을 극우로 몰아 버리니 TK 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김종인을 내보내는 것밖에 없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한 결과 TK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4%로 국민의힘(30%)보다 높았다. 조사 기간 국민의힘 지도부는 광주(27일), 전북(29일)을 찾아 예산 확보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한국갤럽 조사만 놓고 TK 민심을 평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6~30일 2536명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9% 포인트)한 결과에서는 국민의힘의 TK 지지율이 35.8%로 민주당(23.4%)을 크게 앞섰다.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한국갤럽은 전화조사원 면접 100%, 리얼미터는 무선 면접(10%)과 유·무선 자동응답(90%) 혼용 방식을 사용하는데 일반적으로 전화조사원 면접 응답자들이 정치적 의사 표현에 적극적”이라며 “호남 끌어안기에 나선 국민의힘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안팎의 ‘리더십 흔들기’에도 호남 민심 잡기를 이어 가겠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3일에도 광주를 방문해 예산·정책 관련 논의를 한다. 김 위원장은 ‘5·18역사왜곡처벌법’ 추진에 대한 당내 기류를 묻자 “누가 역사를 왜곡하나. 5·18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론 내부 스킨십도 부쩍 늘리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부산 중진 의원들과 오찬, 서울 전·현직 의원들과 만찬을 가졌다. 다만 ‘반문연대’ 구성에 대해서는 “나타나는 사람도 없는데 지금 와서 야권연대 얘기를 꺼내겠느냐”고 선을 그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교황청 “교황의 ‘동성결합 지지’ 발언, 왜곡된 편집”

    교황청 “교황의 ‘동성결합 지지’ 발언, 왜곡된 편집”

    “‘동성결혼 언급 않겠다’ 발언 빠진 채 두 가지 인터뷰 짜깁기”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 결합 지지’ 발언 논란에 대해 교황청이 다큐멘터리 인터뷰가 편집 과정에서 왜곡됐다는 취지로 대응에 나섰다. 1일(현지시간) 가톨릭뉴스통신(CNA) 등에 따르면 교황의 비서실에 해당하는 교황청 국무원은 지난주 전 세계 각국에 주재하는 교황청 대사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내 주재국 주교들과 공유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교황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 내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들을 거론하며 “그들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가족이 될 권리가 있다”면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비참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교황은 또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시민결합법(Civil union law)이다. 그것은 그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다. 나는 이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으로 돼 있다. 이는 가톨릭계가 전통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동성 간 시민결합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돼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성 소수자 권리를 강조하는 측과 진보적인 교계에서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보수 가톨릭계는 반발의 목소리로 들끓었다. 이에 대해 국무원은 공문에서 서로 다른 시점에 진행된 2건의 인터뷰 내용이 다큐멘터리에 인용될 때 편집을 통해 하나로 합쳐지며 발언의 취지와 맥락이 완전히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교황의 첫 번째 인터뷰 발언은 한 사람이 동성애 성향을 가졌다는 이유로 가족에게서 버림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국무원은 밝혔다. 보수적 교계나 일부 언론이 이해한 것처럼 동성애자들도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는 취지다. 시민결합법 지지 발언 역시 동성 간 결혼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과정에서 일부 국가가 동성애자에게도 다른 국민과 똑같이 건강보험과 같은 복지 혜택을 주고자 시민결합법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라고 국무원은 밝혔다. 실제 편집 전 인터뷰 원본에는 ‘동성 간 결혼에 대해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내용이 있으나 다큐멘터리에서는 이 부분이 통째로 잘려 나갔다고 한다. 국무원은 이러한 점을 언급하며 교황이 가톨릭 교리에 어긋나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러시아 태생의 미국인 에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은 그 자신이 동성애자로, 2009년에는 유대인 가정에서의 동성애 자녀 포용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다. 그는 현재까지 다큐멘터리에 인용된 교황 인터뷰의 편집 과정에 대해 해명하지 않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현장] “대검나이트 개업한 줄”…결국 철거되는 ‘윤석열 화환’

    [현장] “대검나이트 개업한 줄”…결국 철거되는 ‘윤석열 화환’

    보수단체 ‘윤석열 응원 화환’ 자진 철거 보수단체 회원들이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세워 놓았던 ‘윤석열 검찰총장 응원 화환’을 자진 철거했다. 경찰과 서초구청에 따르면 자유연대 관계자와 철거업체 직원 등은 이날 오전 9시 50분쯤부터 응원 화환 350여개를 철거했다. 화환 행렬은 지난달 19일 한 시민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입장문’을 둘러싸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운 윤 총장을 응원하는 뜻에서 대검 정문에 화환을 보내며 시작됐다. 같은 달 22일 대검 국정감사를 전후해서는 100개가 넘게 늘었고, 지난달 말에는 300개 이상까지 불어나며 대검을 지나 서초경찰서 인근과 맞은편 서울중앙지검 정문부터 서울고검 후문까지 늘어섰다. 화환 행렬은 대검 국감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윤 총장은 “(화환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세어보진 않았다. 그분들 뜻을 생각해서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대검나이트 개업한 줄”…비꼰 진혜원 검사 지난달 25일에는 진혜원(45·사법연수원 34기)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가 ‘윤석열 화환’에 대해 비판글을 올리기도 했다. 진 검사는 페이스북에 대검 앞 화환 사진을 올리고 “인도에 늘어선 화환이 도로통행을 방해하고 있다”며 “(지지자들의) 진정한 충정이 왜곡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누구든지 교통에 방해가 될 만한 물건을 도로에 함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는 도로교통법 규정을 거론하며 “윤 총장은 지지자들에게 받은 자기 소유물을 도로에 방치한 것이 되는데, 까딱하면 징역 1년의 처벌을 받게 된다”고 했다. 진 검사는 화환 사진을 올리고 “조직폭력배들은 해당 영역에서 위세를 과시하려고 분홍색·붉은색 꽃을 많이 쓴다”며 “서초동에 신 ○서방파가 대검나이트라도 개업한 줄 알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통 마약 등을 판매하거나 안마업소, 노점상 등을 갈취해서 돈을 버는 조직폭력배들은 나이트클럽, 호텔 등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해당 영역에서 위세를 과시하는데, 개업식에 분홍색, 붉은색 꽃을 많이 쓴다”며 “상대방 앞에서 뻘쭘할까봐 화환을 자기들이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대낮에 회칼을 들고 대치하다가 와해된 조직으로 범서방파가 있다”며 “한 꽃집에서 주문한 것처럼 리본 색상과 꽃 색상과 화환 높이가 모두 같다. 단결력이 대단하다. 시민들이 다니는 인도가 좁기도 한 도로이므로, 신속하게 담 안으로 들여놓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겠다”라고 주장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與, 처벌만 강화한 법안 발의 폭주… 형벌만능주의 비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처벌을 대폭 강화한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형벌만능주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는 게 무슨 문제냐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대책에 대한 고민 없는 ‘편의주의적 입법’으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된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주당은 21대 들어 총 23건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대부분은 처벌 조항을 신설하거나 기존에 규정한 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민주당 이정문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개정안은 ‘중대한 신체 위험이 발생해 구조 요청이 있었음에도 구조행위를 하지 않은 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구조 불이행을 범죄로 규정한 ‘나쁜 사마리아인법’이다. 형법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형벌만능주의’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 법안은 5·18을 악의적으로 부인하거나 비방할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여기에는 당 일각에서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형사처벌은 다른 문제”라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표현의 자유 관련 위헌 소지가 있을 것을 우려해 단서조항을 달았는데 상임위원회에서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 등은 대북 전단 살포 시 처벌을 대폭 강화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등을 발의한 상태다. 의원들이 강도 높은 처벌을 법제화하려는 것은 성난 여론에 편승한 대중 추수주의 성격이 강하다. 이를 통해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사이다’라는 평가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안이 생길 때마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정치권의 자극적이고 편의주의적인 입법이란 비판은 꾸준히 나온다. 특히 처벌을 통한 시민 통제는 진보가 추구하는 헌법적 가치와는 정반대에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과거 진보적 법학자로 활동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자신의 저서인 ‘절제의 형법학’에서 “범죄 예방과 범죄인에 대한 응보라는 이유로 형벌을 앞세우거나 극단의 형벌을 동원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형벌 만능주의, 중형, 엄벌주의는 시민사회의 자율적 통제능력의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입법의 취지를 상실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법이 헌법의 가치를 해치는 것을 막으려면 결국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빨간 마후라’부터 ‘n번방’까지… 삐뚤어진 호기심이 낳았다

    ‘빨간 마후라’부터 ‘n번방’까지… 삐뚤어진 호기심이 낳았다

    ※ 서울신문의 ‘소년범-죄의 기록’ 기획기사는 소년범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youngOffender/ ————————————————————————————————————————— 10대 생각 없이 성 콘텐츠 쉽게 모방 경향 왜곡된 성인식·성범죄 묵인 풍토 고쳐야“일본 음란물을 따라 재미 삼아 찍었어요.” (10대 성착취물 ‘빨간 마후라’ 제작자 김모군, 1997년) “호기심에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어요.” (텔레그램 성착취 ‘프로젝트n방’ 운영자 배모군, 2020년)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의 10대 성범죄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괴물이 아니다. 10년, 20년 전에도 이름만 다른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성범죄는 통계상 청소년이 저지르는 흉악범죄 중 유일하게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소년범죄 가운데 살인·강도·방화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성폭력은 2010년 2107건, 2014년 2564건, 2018년 3173건으로 늘었다. 청소년 성범죄는 집단 가해 형태로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1990년에는 전국 각지에서 집단 성폭행을 저지른 10대 폭력서클 일당이 구속됐고 2004년 경남 밀양에서 고교생 40여명이 벌인 집단 성폭행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성범죄를 보는 사회의 왜곡된 시각은 고스란히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쳤다. 1997년 7월 ‘빨간 마후라’ 비디오는 영상 속 10대 피해자가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범죄가 아닌 피해자의 문란한 일탈 정도로 여겨졌다. 비디오방에는 빨간 마후라 영상을 구하려는 어른들이 넘쳤고 각종 패러디물이 제작됐다. 1990년대 인터넷 보급과 함께 몸집을 키운 디지털 성범죄에서도 10대들은 성착취의 계보에 빠짐없이 등장했다. 비디오에서 PC통신, 소라넷, 웹하드, 카카오톡을 거쳐 텔레그램과 다크웹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성범죄의 제작과 유통에 가담한 10대 가해자들이 지속적으로 적발됐다. 성범죄를 주로 다룬 한 검사는 “청소년들은 호기심이 강하고 행위의 결과를 고려하지 않아 자극적인 성 관련 콘텐츠를 쉽게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를 묵인하고, 왜곡된 성 인식을 공유하는 어른들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인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청소년의 성이 금기시되는 상황에서, 바르지 않은 경로로 여성이 성적 도구화되는 콘텐츠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면 왜곡된 성 인식을 갖게 된다”며 “교화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기에 올바른 젠더 교육을 통해 이들이 소년범, 더 나아가서는 성인범이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본 기획기사와 인터랙티브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 “대검나이트 개업한 줄”…‘윤석열 응원’ 화환, 자진 철거(종합)

    “대검나이트 개업한 줄”…‘윤석열 응원’ 화환, 자진 철거(종합)

    “아름다운 꽃을 꽃으로 보지 않는 그들”진혜원 “조폭, 대검나이트라도 개업한 줄”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자유연대’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의 화환을 자진 철거한다고 밝혔다. 대검 청사 앞에는 윤 총장을 응원하고 현 정부의 권력형 비리 척결을 요구하는 뜻에서 보내진 화환이 300개 넘게 늘어섰다. 자유연대는 1일 입장문을 내고 “2일 오전 10시부터 대검 앞 화환을 자진 철거하겠다”면서 “아름다운 꽃을 꽃으로 보지 않고 조직폭력배 등 국민민심과 전혀 다른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는 한심한 인간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인간성에 구토가 나올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화환의 의미는 분명 잘 전달됐다. 악한 자는 사라지고 착하고 용기 있는 사람들이 주인될 날이 꼭 올 것”이라고 했다. 현재 대검 앞에는 윤 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340개 이상 늘어서 있다.앞서 대검은 지난달 29일 자유연대 측에 “서초구청에 적극 협조 해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초구청 역시 지난 26일 자유연대 측에 도시미관과 미풍양속 유지에 지장을 준다는 취지로 “화환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행정대집행 계고서를 보낸 바 있다. ‘대검나이트’ 비꼰 진혜원 검사, ‘윤석열 화환’ 비판 지난달 25일에는 진혜원(45·사법연수원 34기)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가 ‘윤석열 화환’에 대해 비판글을 올리기도 했다. 진 검사는 페이스북에 대검 앞 화환 사진을 올리고 “인도에 늘어선 화환이 도로통행을 방해하고 있다”며 “(지지자들의) 진정한 충정이 왜곡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누구든지 교통에 방해가 될 만한 물건을 도로에 함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는 도로교통법 규정을 거론하며 “윤 총장은 지지자들에게 받은 자기 소유물을 도로에 방치한 것이 되는데, 까딱하면 징역 1년의 처벌을 받게 된다”고 했다.진 검사는 화환 사진을 올리고 “조직폭력배들은 해당 영역에서 위세를 과시하려고 분홍색·붉은색 꽃을 많이 쓴다”며 “서초동에 신 ○서방파가 대검나이트라도 개업한 줄 알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보통 마약 등을 판매하거나 안마업소, 노점상 등을 갈취해서 돈을 버는 조직폭력배들은 나이트클럽, 호텔 등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해당 영역에서 위세를 과시하는데, 개업식에 분홍색, 붉은색 꽃을 많이 쓴다”며 “상대방 앞에서 뻘쭘할까봐 화환을 자기들이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대낮에 회칼을 들고 대치하다가 와해된 조직으로 범서방파가 있다”며 “한 꽃집에서 주문한 것처럼 리본 색상과 꽃 색상과 화환 높이가 모두 같다. 단결력이 대단하다. 시민들이 다니는 인도가 좁기도 한 도로이므로, 신속하게 담 안으로 들여놓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겠다”라고 주장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n번방의 괴물’ 10대가 문제?…‘빨간 마후라’ 때도 막을 기회 놓쳤다 [소년범-죄의 기록]

    ‘n번방의 괴물’ 10대가 문제?…‘빨간 마후라’ 때도 막을 기회 놓쳤다 [소년범-죄의 기록]

    10대들의 성범죄, 어른들의 죄는 없을까 ※ 서울신문의 ‘소년범-죄의 기록’ 기획기사는 소년범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인터랙티브형 기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거나 URL에 복사해 붙여 넣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youngOffender/“일본 음란물을 따라 재미삼아 찍었어요.” (‘빨간마후라’ 제작자 김모군, 1997년)“호기심에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어요.” (‘프로젝트N방’ 운영자 배모군, 2020년)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속 10대 성범죄자들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괴물’이 아니다. 20여 년 전에도 이름만 다른 비슷한 사건들이 줄곧 있었다. 성범죄는 청소년이 저지르는 흉악범죄 중 유일하게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소년만의 문제로 축소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 사회의 성범죄 발생빈도가 늘고, 수법이 진화하는 흐름 속에 10대 가해자가 있는 것임을 깨닫는 것이 해결의 출발점이다. 진화하는 성범죄, 진화하지 못한 단죄 최근 10년간 청소년의 흉악범죄 통계를 보면, 꾸준히 감소 추세인 살인·강도·방화와 달리 성폭력은 2010년 2107건, 2014년 2564건, 2018년 3173건으로 150% 급증했다. 특히 90년대 인터넷 보급 뒤 디지털 성범죄도 계속 몸집을 키워왔는데, 10대들은 그 성착취의 계보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빨간’ 비디오에서 PC통신, 소라넷, 웹하드, 카카오톡을 거쳐 오늘날 텔레그램과 다크웹에 이르렀다. 성범죄를 주로 다룬 한 검사는 “청소년들은 호기심이 강하고 행위의 결과를 고려하지 않아 자극적인 성 관련 콘텐츠를 쉽게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특히 청소년 성범죄는 집단 가해 형태로 발생했다. 1990년에는 전국 각지에서 집단 성폭행을 저지른 10대 폭력서클 일당들이 구속됐다. 2004년 경남 밀양에서 고교생 40여 명이 벌인 집단 성폭행 사건, 2008년 대구 초·중학생 10여 명이 학교 운동장에서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 2013년 강원도 원주 초등학생 3명이 20대 지적 장애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 가해자 나이가 어릴수록 언론은 자극적 헤드라인으로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그뿐이었다. 사회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고 가정과 학교에선 “우리 아이가 강간범일 리 없다”며 안일하게 대처했다. 청소년 비난하면서도 영상 유포하는 어른들 성범죄에 대한 왜곡된 사회의 시각도 고스란히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쳤다. 97년 7월 ‘빨간마후라’ 사건에서 영상 속 10대 피해자는 집단 성폭행을 당했고 그 촬영물은 동의 없이 중·고등학교로 불법 유포됐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범죄가 아닌 문란한 일탈로 여겨졌다. 청소년을 비난하면서도 비디오방에는 빨간마후라 영상을 구하려는 성인 남성들이 넘쳤고 각종 패러디물이 제작됐다.이후 2000년대에는 초등학생들이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로 검거됐고, 2016년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아동 성착취물 공유방을 운영한 15~19세 소년 19명이 대거 입건됐다. ‘n번방 사건’의 전초전들은 과거에도 수없이 있었던 셈이다. 왜곡된 성인식 바로잡고 묵인하는 ‘어른들’ 달라져야 이에 왜곡된 성 인식을 바로잡고 궁극적으로는 성범죄를 묵인하는 ‘어른들의 현실’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인숙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청소년의 성을 금기시하는 현실 속 소년들은 여성이 성적 도구화된 콘텐츠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며 왜곡된 성 인식을 갖게 됐고, 결국 범죄로까지 이어졌다”면서 “교화가능성이 있는 청소년기 올바른 젠더 교육을 통해 이들이 소년범, 더 나아가서는 성인범이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북한선전매체 “6·25전쟁은 북침”… 중국 ‘항미원조’에 힘싣기

    북한선전매체 “6·25전쟁은 북침”… 중국 ‘항미원조’에 힘싣기

    한미와 중국이 6·25전쟁의 침략 주체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북한선전매체가 ‘한미에 의한 북침’을 주장하며 중국에 힘을 실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30일 ‘역사의 진실을 전도하는 파렴치한 망동’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조선전쟁(6·25전쟁)이 미제와 이승만 도배들이 도발한 침략 전쟁이라는 것은 그 무엇으로써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역사의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조선에서 튀어나오는 ‘남침’ 나발은 역사에 대한 무지무도한 왜곡이고 우리에 대한 공공연한 도발”이라며 “침략자·도발자들이 부정한다고 하여 결코 역사가 달라지거나 전범자들의 죄악이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쟁이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이 명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해서는 “애초에 미국의 거수기로 전락돼 공정성과 정의를 줴버린(내팽개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침을 ‘남침’으로 오도하여 채택한 부당한 결의”라고 폄훼했다. 매체는 “아무리 얼토당토않은 망발을 불어대도 미제와 그 주구들의 무력 침공으로부터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영예롭게 수호한 조국해방전쟁을 결코 훼손할 수 없다”며 “위대한 전승의 역사는 영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 자국의 6·25전쟁 참전 70주년 기념 연설에서 6·25전쟁을 미국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전쟁으로 규정하자 한미 양국은 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며 반박한 바 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서울광장] 나훈아를 자꾸 그립게 하는 사람들/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나훈아를 자꾸 그립게 하는 사람들/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알베르 카뮈의 소설 ‘최초의 인간’을 읽은 건 윤희숙 의원 덕분이다. 국회 ‘5분 연설’로 알려진 그가 어느 인터뷰에서 “주인공은 앞선 사람에게서 경험과 지식을 배울 통로가 없어 최초의 인간처럼 성장했다”며 소설을 인용했다. 이전 경험들을 무시하고 최초의 정부처럼 스스로 고립시키는 지금 정부에 빗댔다. 경제학자인 초선 의원이, 부동산 정책 실패를 꼬집는 데 카뮈의 자전 소설을 은유하다니. 교양의 밑천이 이쯤 되는 정치인이 있긴 있구나. 솔직히 좀 감동했다. 나훈아 신드롬이 한 달을 넘고 있다. 수신료 내기 아깝던 바로 그 공영방송에서 칠순 넘은 가수가 어눌하지만 웃는 얼굴로 하고 싶은 말을 맺힌 데 없이 풀어낼 때. 방송사고 아닌가 조마조마했다. ‘변명’을 정독한 것은 순전히 그날 나훈아가 부른 ‘테스형’ 덕이었다. 지난 추석 연휴에 읽었던 두 권의 책은 부지불식간 지성을 자극받았던 결과다. 함량미달 억지 궤변 속에서 문학을 인용하는 현역 정치인은 거의 희귀종이다. 진영 논리의 신경전 없이 온전히 지성을 자극받는 일이 실종되다시피 한 현실. 나훈아를 연호하는 이유가 다르지 않다. 국민 반쪽의 지지만 챙기는 계산법이 아니라 들려 주고 싶은 말을 들려 주는 ‘어른’. 진짜 어른의 목소리를 너무 오랜만에 우리는 들었다. 노가수가 책을 읽어야 좋은 가사도 나온다면서 ‘(소크라)테스형’을 절창하는데. ‘변명’을 안 읽어 보고 배기겠나. 편 가르지 않고 “국민이 힘이 있어야 한다”고 등을 두드려 주는데. 사심 없이 따뜻했을밖에. 소설가 조정래 선생이 왜소해졌다.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돼 버린다”는 발언은 과장어법일 수 있다. 그의 소설을 섬겨 읽었던 이들은 그래도 혼란스럽다. ‘토착왜구’라 지목한 150만명의 친일파는 어디에 살며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조국 사태로 나라가 두쪽 날 때 괴력을 뿜었던 단어가 ‘토착왜구’ 아니었나. 국민 트라우마인 언어가 희수(喜壽)의 문단 큰어른 입에서 쉽게 나올 수 있는가. 소설 장면이 왜곡됐다는 오래전의 비판에 작가는 “내가 쓴 역사적 자료는 객관적”이라 전제했다. “진보적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쓴 책을 중심으로 한 자료”가 근거라고 했다. ‘진보적’이면 객관적이라고 단정해도 되는 건가. 불특정 국민 다수를 토착왜구이니 단죄하자면서 ‘진보=진실’의 등식은 강권해도 되는가. 진보주의는 언제나 우월하며 틀리지 않는다는 이념 콤플렉스에 우리는 언제까지 갇혀 쪼개져야 하는가. 오래된 독자들이 아주 오래 존경했던 작가에게 묻고 있다. 100년도 훨씬 전의 작가 에밀 졸라를 생각하게 된다. 다원주의가 되레 퇴행하고 있는 진보 정권에서의 아이러니다. 프랑스 국민을 12년간 좌우 대결의 소용돌이로 밀어넣었던 드레퓌스 사건에서 그의 다른 목소리가 없었더라면. 사건의 진실은 더 깊이 묻히고 좌우 대결의 국민병은 더 곪았을 것이다. 겨우 원고지 80쪽의 공개서한 ‘나는 고발한다’는 졸라의 이전 40년간 작품들과 맞먹는 위력으로 그를 위대한 지성의 반열에 올렸다. 지금 우리한테 졸라는 없다. 졸라 비슷한 지성도 보이지 않는다. 주류 권력의 비상식에 경고자를 자처했던 이들이 진영 프레임에 몸을 묶어 스스로 성장을 멈췄다. 어떤 소설가는 페이스북의 궤변론자로 맹위를 떨치다 제풀에 지쳤다. 맥락도 없이 ‘조국 지지’ 선언부터 덜컥 하고 말았던 원로 작가와 시인은 예전의 빛을 잃었다. 내 눈에만 그들의 빛이 보이지 않는 걸까. 지성이 몰락한 시대에는 부박한 풍경들이 아무렇지 않게 빚어진다. 다른 사람도 아닌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집앞에서 취재하는 기자의 얼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마구 조롱해도 된다.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망각한 그 장관에게 여당 의원은 “범이 내려와서 검찰이 자라처럼 목을 움츠리고 있는 형국”이라는 찬사를 보낸다. 그래도 된다, 지성이 타락한 시간에는.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는 반지성(인)의 기준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개인적 지적 능력은 높지만 그 사람이 있으면 주위에 웃음이 사라지고, 의심의 눈초리가 번뜩이며, 노동의욕이 저하할 때”, “그 사람의 지력(知力) 탓에 그가 소속한 집단 전체의 지적 능력이 내려갈 때”. 법무부 장관의 페이스북 글이 공개될 때마다 뒤따라 붙는 비판 댓글들은 험악해진다. ‘클라쓰’ 동반 추락 현상이 반복되는 중이다. 다시보기도 안 되는데, 나훈아가 자꾸 그리워진다. sjh@seoul.co.kr
  • [사설] 검찰개혁 시급성 알린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유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성접대 폭로 이후 7년 7개월 만이니, 지연된 정의라고 할 수 있겠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그제 김 전 차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유죄로 판단한 혐의는 2000∼2011년 스폰서 최모씨로부터 받은 4300만원에 대한 뇌물죄였다. 일부나마 사법적 단죄가 이뤄진 것은 정의 실현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만하다. 하지만 윤씨로부터 13차례 성접대 등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 총 1억 3100만원의 수뢰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나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면소 또는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수사로 ‘성접대 의혹’의 실체 규명과 사법 단죄의 기회가 박탈된 것에 대해 국민들의 허탈감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검찰이 이른바 성접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할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2013년과 2014년 1·2차 수사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다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피해자 증언과 성범죄 동영상 등 물증을 무시했고 계좌 추적이나 통신 조회 등 기본적인 수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김 전 차관 이외의 전직 검찰 간부에 대한 스폰서 의혹, 청와대 외압 의혹 등도 흐지부지 처리됐다는 지적이 많다. 기소 독점주의와 편의주의를 틀어쥔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건을 조작 은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김 전 차관 사건은 검사와 스폰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검찰의 권력 눈치보기 등과 같은 검찰 내부의 병폐가 농축된 대표적 사건이다. 2심 판결에서 보듯 검찰 범죄에 대한 검찰 ‘셀프 수사’의 한계를 여과 없이 보여 줬다. 검찰은 두 차례나 무혐의 처리한 당시 수사 관계자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고, 윗선의 은폐 왜곡 지시가 있었다면 분명하게 밝혀내 단죄해야 한다. 국민은 김 전 차관 사건이 폭로된 지 무려 7년 7개월 만에 유죄가 된 이번 2심 판결을 지켜보면서 검찰개혁의 시급성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사법정의 실현과 법치국가의 완성을 위해서라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 검찰, ‘위안부 망언’ 류석춘 불구속 기소

    검찰, ‘위안부 망언’ 류석춘 불구속 기소

    지난해 강의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의 일종’이라 주장하는 등 명예훼손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부장 박현철)는 명예훼손 혐의로 류 전 교수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다만 검찰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대한 모욕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에 따르면 류 전 교수는 지난해 9월 19일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전공과목인 발전사회학 강의 중 50여 명의 학생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춘에 종사하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된 것”이라는 취지로 허위 사실을 발언한 혐의를 받는다. 또 “정대협이 일본군에 강제동원 당한 것처럼 증언하도록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했다”, “정대협 임원들이 통합진보당 간부들이며 정대협이 북한과 연계되어 있어 북한을 추종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정의연 관계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의연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은 류 전 교수가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했다며 그를 고소·고발했다. 한편 류 전 교수는 지난 8월 연세대에서 정년퇴임을 했다. 학교 측은 류 전 교수가 강의 도중 문제제기를 하는 학생에게 “궁금하면 (매춘) 한 번 해볼래요?”라고 발언한 것을 문제삼아 류 전 교수의 퇴임 전 언어적 성희롱으로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멀티태스킹’이 치매 부른다? ‘넛지’가 행동을 악화시킨다?

    ‘멀티태스킹’이 치매 부른다? ‘넛지’가 행동을 악화시킨다?

    스마트기기 함께 쓰는 시간 길어질수록 주의력 감소… 심하면 기억 왜곡될 수도 가벼운 개입으로 행동 유도, 실패 확률 커 우편·이메일·문자메시지 쓰면 효과 없어상식은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들을 말한다. 그렇지만 잘못 알려진 것은 물론 새로운 연구를 통해 기존 상식을 뒤집는 경우도 자주 있다. 최근 뇌신경과학자들이 그동안 상식처럼 받아들여져 왔던 것들이 잘못됐음을 보여 주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들을 잇따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UCSF) 의대 신경과학과, 뉴로스케이프, 신경과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청소년들의 주의집중력과 기억력 저하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10월 29일자에 발표했다. 미디어 멀티태스킹은 동영상이나 TV를 시청하면서 문자메시지나 인터넷 검색, 음악 감상을 하는 것처럼 여러 종류의 디지털 미디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행위다. 뇌신경과학의 발달로 기억과 관련한 비밀들이 하나둘 풀리고 있지만, 여전히 건망증이 생기는 이유, 사람마다 기억력에 차이가 있는 이유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연구팀은 디지털 문화의 부상으로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최근 출시되는 많은 스마트기기는 멀티태스킹에 최적화되도록 설계돼 출시되고 있으며 멀티태스킹을 21세기 인간의 특징이자 성공의 비결로 꼽는 이들도 많다.연구팀은 18~26세 건강한 남녀 80명을 대상으로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기억과 주의력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TV를 보면서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동시에 사용하도록 하고 뇌파측정(EEG)과 동공 크기 변화를 관찰했다. 실험이 끝난 뒤에는 TV 속 내용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응답의 정확성을 측정했다. 또 주당 미디어 멀티태스킹 시간, 비디오게임 사용량에 대한 설문조사와 함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주의집중력, 각종 정신장애 관련 측정을 실시했다. 그 결과 미디어 멀티태스킹 시간이 길수록 심각할 정도로 주의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앤서니 와그너 스탠퍼드대 교수(인지심리학)는 “기억은 주의력이 전제돼야 하며, 집중한다는 것은 기억을 위한 필수 준비과정”이라며 “멀티태스킹은 본인도 인식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이 과정을 ‘해킹’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와그너 교수는 “멀티태스킹은 기억을 위한 신경신호를 감소시킨다”며 “심할 경우 기억이 왜곡되거나 치매와 비슷한 상태에 이르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런던 퀸메리대, 킹스칼리지 런던대, 독일 에어푸르트대, 막스플랑크 인간발달연구소 공동연구팀은 강압적이지 않고 옆구리를 살짝 찌르는 식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넛지’(Nudge)가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거나 가벼운 행동으로 주의를 환기시킨다는 뜻의 ‘넛지’가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개입’이라는 뜻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와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함께 쓴 책 덕분이다. 이후 많은 분야에서 넛지 효과를 이용한 행동개입이 활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넛지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성공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심리학 및 뇌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인지과학 연구경향’ 10월 29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2008~2019년에 발행된 65편의 연구논문들을 메타분석했다. 그 결과 넛지가 행동을 개선하기보다는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회적 규범을 고치기 위한 넛지나 개인의 행동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비슷한 집단의 사례를 들면서 비교하는 식의 넛지가 실패할 확률이 가장 크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또 넛지 수단으로 우편이나 이메일, 문자메시지를 활용할 경우 기대했던 효과를 이끌어 내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그다 오즈먼 런던 퀸메리대 박사(실험심리학)는 “이번 연구는 성공의 지름길처럼 받아들여지는 넛지가 많은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뒤집고 있다”며 “넛지를 설계할 때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예산과 시간 절약은 물론 원하는 행동변화도 일부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설] 리더십 한계 외교 수장, 자리보전 부끄럽지 않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해외공관 직원들의 성비위 및 기강해이 사건 등과 관련해 “리더십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를 이끌고 나갈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각종 사건사고에 대해 국민에게 송구한 심정을 그렇게 표현한 것일 테지만 스스로 지도력의 한계를 인정한 만큼 계속 장관직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더구나 지금 외교부는 성비위뿐 아니라 외교 현안에 대한 무기력한 대응 등 ‘외교력 부재’로 국민적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 아닌가. 강 장관은 그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 해외공관 직원들의 성비위 관련 질의에 자신의 리더십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거꾸로 생각해 보면 외교부가 수십 년 동안 폐쇄적인 남성 위주 조직에서 탈바꿈하고 있는 전환기가 아닌가 싶다”며 남성중심적 조직 문화를 탓했다. 하지만 그가 스스로 언급했듯 장관 취임 이후 성비위 근절을 외교부 혁신의 중요한 부분으로 삼고 3년 넘게 이행해 왔는데도 관련 사고가 그치지 않는 것은 결국 장관의 통솔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단호하고도 강력하게 엄벌하지 않고 항상 물에 물 탄 듯 어물쩍 넘어가니 영(令)이 설 리가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전쟁 역사왜곡 발언에 대한 강 장관의 입장 등도 그냥 넘기기 어렵다. 강 장관은 국감에서 “과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서도 한국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고 명시돼 있는, 논쟁이 끝난 문제”라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는 ‘우리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 발언 하루 뒤에야 논평 형식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늑장 대응한 것도 모자라 ‘중국 입장’을 은연중 인정한 셈이다. 오죽하면 여당 소속인 송영길 외통위원장조차 질책했겠는가. 강 장관은 거취와 관련해 “리더십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대통령이 평가하면 합당한 결정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능력 부족을 자인한다면 임명권자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도 스스로 용퇴하는 게 맞다.
  • “말과 논리가 망해버린 시대… 10년뒤 행복 기대 어려워 암담”

    “말과 논리가 망해버린 시대… 10년뒤 행복 기대 어려워 암담”

    “10년이 지나면 우리가 행복이라고 믿거나 발전이라고 믿었던 게 다 무너지고 전혀 낯선 세상이 올 것 같습니다.” ‘보수논객’ 이문열 작가는 현 시국을 암담하게 진단했다. 이 작가는 10년 후 우리 사회를 생각하면 무력감에 빠져들고 절망스럽다고 했다. “지금 저들은 못할 게 없어요. 우리가 겪어온 걸 모두 해체하고 있고, 합법의 이름 아래 헌법도 바꿀 수 있습니다. 저 사람들 의도와 방향이 좋은 것이길, 이젠 처분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현 시대를 말과 논리가 망해버린 시대라고 규정했다. “말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이상하게 비틀어버리고, 논리를 뒤집습니다.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한 말을 봐도 그렇고. 지금 이 시대엔 말의 효과도, 결과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 작가는 “공자가 세상에서 네 가지 죽을 죄를 말했는데, 그중 하나가 말을 왜곡하거나 함부로 하는 죄”라며 “지금 이 시대엔 ‘공자 시대’ 같으면 죽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도 정치권에 변호사(법조) 출신이 많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나쁜 짓을 막는 데 그 능력을 써먹습니다. 말도 안 되는 것들, 빨간 걸 파랗다고 빡빡 우기고…. 말싸움엔 권력이 끼어들어 한쪽을 편들면 절대 안 됩니다. 그걸 판정해야 할 권력이 한쪽으로 밀고 가니 되지도 않는 말이 춤을 춥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삼성 10조 세금’에… 국민청원까지 간 상속세 인하 논란

    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배우자, 자녀, 부모, 제3자 등 상속인별 구분이 없이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미국과 영국의 최고 상속세율은 40%, 독일은 30% 수준이다. 재계에서도 그간 상속세율 인하,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 등 상속세 부담 완화를 요구해 왔다. 기업을 승계할 때 상속세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 기업인들이 기업 물려주기를 포기하고 매각을 고민하는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사라지게 만들고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논리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피상속인이 탈세, 주가 떨어뜨리기 등 왜곡된 경제활동을 할 가능성이 커 오히려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며 “때문에 상속세율을 낮추든지 최대주주 할증을 없애는 방식으로 수용 가능하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세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속세의 취지 자체가 ‘부의 분산을 통한 기회 균등´이라는 점에서 상속세율의 인하나 폐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선다. 1997년 헌법재판소도 상속세 제도에 대해 ‘재산 상속을 통한 부의 영원한 세습과 집중을 완화해 국민의 경제적 균등을 도모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지만 10~50%까지 누진세를 적용하고 있고, 다양한 공제 제도를 두고 있기 때문에 대재벌을 제외하고는 실제 상속세 부담이 크지 않다”며 “부의 편중이 기회의 불평등 문제로 확산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상속세 폐지는 지나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쏘아 올린 ‘상속세 논란´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며 확전되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상속세를 없애 주세요´란 제목으로 상속세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게시돼 이날 오후 4시 현재 6500여명으로부터 청원 동의를 받았다. ‘상속세 논란’은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지분에 대한 상속세가 10조원 이상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촉발됐다. 국내 주식 부자 1위인 이 회장의 삼성 계열사 주식 평가액은 18조 2000여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보통주 4.18%, 삼성전자 우선주 0.0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SDS 0.01%, 삼성라이온즈 2.50% 등을 들고 있다. 상속 재산이 30억원이 넘으면 상속세 최고세율 50%가 적용되고 고인이 대기업 최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의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면 20%의 할증이 붙는다. 자진신고 공제 3%를 적용하면 유족들은 10조 6000여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천문학적인 상속세가 눈길을 끌면서 ‘상속세율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불거지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삼성 상속세’ 공방이 가열됐다. 전날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상속세 감면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날 정의당은 “이 부회장의 비선 경호실을 방불케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5월 국회입법조사처도 21대 국회가 검토해야 할 주요 입법·정책 현안으로 “명목 상속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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