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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봄을 준비하는 제의 조각, 윈난의 저패기/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봄을 준비하는 제의 조각, 윈난의 저패기/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햇살은 길어졌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다가오고 있다. 겨우내 묵혔던 텃밭을 보며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때다. 누군가는 씨앗을 고르고, 누군가는 감자에 싹을 틔울 준비를 하리라. 먹거리를 장만할 준비에 게으를 새가 없던 옛날 사람들은 부지런히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 혹은 부를 쌓기 위해 한편으론 노동을 하고, 한편으론 제사를 지냈다. 조선의 왕조차 신농씨에게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제를 올리고 친경(親耕)을 하지 않았던가. 1957년쯤 중국 윈난(雲南)성에서도 제사를 지내고, 파종을 하는 장면이 조각된 저패기가 여러 점 발굴됐다. 저패기는 문자 그대로 당시 화폐로 쓰였던 조개껍질을 담아 두던 용기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청동기는 다른 지역에서는 발견된 바 없으므로 저패기는 윈난 지역에 있었던 전국(??) 특유의 용기라 할 수 있다. 전국이 자리하고 있었던 윈난성 스자이(石寨)산에서는 모두 32점의 저패기가 발굴됐는데 하나같이 원통형 몸통에 다종다양한 조각을 뚜껑에 올린 것이었다. 그중에는 뿔이 긴 소들이 둥글게 걸어가는 듯한 모습이 조각된 것도 있고, 그사이에 금박을 입힌 무사가 말을 탄 형상이 섞여 있는 것도 있으며, 수확이나 파종 혹은 전투나 수렵, 때로는 제사 장면을 묘사한 것도 있다.스자이산 유적에서는 16만점의 조개껍질이 출토됐다고 하는데 윈난은 내륙지방이므로 이 조개껍질은 오랜 기간 이뤄진 윈난과 해양세력의 교류를 보여 주는 것이다. 이 조개껍질들은 인도양에서 나는 조개로 알려졌는데 보통 카우리조개라 불린다. 카우리는 이른 시기부터 오랜 세월 세계의 화폐 역할을 했다. 인도양의 유명 관광지 몰디브가 주산지다. 윈난과 몰디브 인근 해상세력 간의 활발한 무역 활동의 결과라 할 수 있는 카우리조개를 담아 두는 일종의 금고가 바로 이 저패기인 것이다. 전국의 왕실이나 귀족들이 조개껍질을 보관하고, 그것으로 자신들의 부와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만든 청동기에 당시 최고의 주조 기술과 역량이 발휘됐음은 당연하다. 저패기 뚜껑의 조각이 많아 꽤나 무겁고, 그 무게만큼 재료인 동이 많이 쓰였다.전한(前漢) 중기 무덤으로 여겨지는 스자이산 제12호 묘에서 나온 이 저패기 뚜껑에는 모두 127명의 인물과 동물 조각, 그리고 바닥이 높고 지붕이 가파른 건물 조각이 있다. 저패기 좌우에 손잡이 역할을 하는 호랑이 같은 짐승이 달려 있다. 호랑이형 손잡이는 다른 저패기에도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이다. 위가 넓고 아래가 좁은 특이한 지붕의 건물에는 제사를 주관하는 신관과 제사용 청동북이 늘어서 있다. 건물 주위에는 희생으로 쓰일 짐승을 도살하는 장면, 교역하는 모습, 죄인인지 포로인지 기둥에 묶어 둔 사람도 보인다. 제사와 관련된 다양한 장면들이 불과 지름 30㎝의 세계 안에 압축적으로 표현돼 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잔치와도 같은 제사를 올리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풍속화를 보는 듯하다. 제의는 끝났다. 바야흐로 봄을 맞을 시간이다.
  • ‘시험의 나라’ 韓에 존재했던 입시비리…‘찬스’ 사라질 수 있을까 [클로저]

    ‘시험의 나라’ 韓에 존재했던 입시비리…‘찬스’ 사라질 수 있을까 [클로저]

    尹 ‘입시비리 엄단’ 강조기묘·임진과옥…시험 관리 ‘역부족’‘얼자 출신’ 등용 위한 ‘꼼수’도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0일 당선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앞서 공약집을 통해 ‘공정과 상식의 회복, 대한민국 정상화’를 내세우며 ‘입시비리 엄단·취업비리 근절’, ‘입시제도 단순화·정시 비율 확대 조정’을 강조했습니다. MZ세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공정’ 문제를 두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건데요. 이른바 ‘아빠 찬스’·‘엄마 찬스’가 입시를 좌우하지 않게 만들겠다는 약속입니다. 그의 약속이 지켜질지는 지켜봐야겠고요. 최근 MZ세대만 입시 문제에 민감한 것처럼 보도가 이어졌으나 우리나라는 길게 이어져 온 과거 시험 역사만큼 시험 공정성 에 민감했던 나라입니다. ‘시험의 나라’ 조선에서 우리 선조들은 시험을 두고 어떤 시비를 가렸는지 살펴보며 지혜를 엿봅시다. ● 비 내리던 시험날, 부정행위 단속은 어려웠다 숙종 38년, 과거 부정 사건이 발생합니다. 임진년(1712년)의 일이라 임진과옥이라 부르는데요. 조선왕조실록에는 과옥에 대한 처분 이후에도 신하들의 상소가 이어집니다. 과옥에 대한 논의를 반박하거나 불공정함을 상소하는 내용입니다. 시험지를 추후에 끼워 넣거나 응시자들을 관련자들이 대놓고 찾아다니는 등 입시 비리를 저지른 일이었는데요. “그런데 방(榜)이 나온 뒤 들으니, 틈을 타서 시권을 바치는 사람들이 더러는 장막 안으로 들어가 고사(考査)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하기에, 마음속으로 그 사이에 무슨 수가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하객(賀客)들에게 말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숙종실록, 숙종 38년 8월) “비에 옷이 젖고 다급한 가운데 한 사람의 글씨로 두 시권을 모두 써서 모두 합격하기란 그야말로 절대로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이헌영 등의 공사(供辭)를 보건대, ‘시권 안에는 다른 글씨로 쓸 수 없기 때문에 형의 글씨가 비록 낫기는 하지만 아우가 그대로 써서 바쳤다.’고 한 것은 실제 사정(事情)에 가까운 것으로 글을 미리 지어 놓았던 증거로 단정해 버리는 것은 실로 억측(臆測)에 가까운 일입니다.” “이헌영 형제의 일로 말하자면 그 형은 비록 조금 이름이 있으나, 그 아우가 글을 못함은 세상이 다 아는 바인데, 각기 지은 시권을 같은 필적으로 써서 모두 선발(選拔)되었기에 미리 글을 지어 놓았던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입니다. 이미 의심스러운 단서가 있는데도 (중략)” 임진과옥을 두고 논의하던 발언들입니다.  이에 따르면 과거 시험 당일 비가 내렸고요. 응시생은 수천명에 달했습니다. 폭우, 응시생 대거 입실로 인한 장소 미비, 사간 외출 단속 없음, 어둠 속 시권 제출 등이 문제가 됐습니다. 과거 시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거죠. 당시 숙종은 “미리 글을 지어놓았다는 것은 이미 현저한 단서가 없다. 더욱이 다시 시험을 보임은 국조(國朝) 이래 있지 않던 일이니, 단정코 불가함을 알 수 있다. 그냥 두라”고 했죠. 당시 이 형제들의 글씨체가 동일한지의 여부, 형의 글실력은 월등하지만 동생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판 등을 들어 증거를 찾는 논쟁이 있던 상황입니다. 이미 써둔 시험지를 추후 몰래 넣어두기까지 했던 대범한 일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진 거죠. 이후 당시 시관이던 소론 예조판서 이돈이 임명된 후 응시생을 만났던 일, 이헌영·이헌장 형제에게 답안지를 준비하도록 했던 일이 조사로 발각됐죠. 이후 세 명이 처벌받았습니다.● 시험, 세력 확산 수단되며 비리 발생부정 청탁…답안 검사하며 내용 바꾸기도 이런 모습은요. 과거 시험 중심으로 이뤄지던 조선 후기, 문과가 기존 정치 세력의 입지를 굳히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자신의 세력을 공고히 하려 아는 이의 아들에게 시험 주제를 미리 알리는 경우도 있었고요. 합격자가 나와도 그의 출신을 문제삼아 파직을 상소하는 일도 가능했습니다. 이 모든 게 사실상 부정행위죠. 조선 시대 벌어졌던 부정행위 문제는 이게 처음이 아니에요. “기묘년(1699) 과옥(科獄)이 일어난 당초에 고(故) 상신(相臣) 남구만(南九萬)이 또한 다시 시험 보일 것을 계청(啓請)한 일이 있어, 그 전의 사례들을 똑똑하게 상고할 수 있으니 (중략)” 이는 임진과옥 전에 있던 과거 부정 사건 기묘과옥을 언급한 것인데요. “부(賦)로 고쳐서 지어 원편(原篇)에다 쓰고…(중략)…첫머리의 제술만 보고서 끝에 가서 고쳐 쓴 것은 몰랐기 때문에…(중략)…부사(賦詞)를 고쳐 쓴 정상에 대해서는 같이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사람 가운데 목도한 이가 있어 (중략)” (숙종실록, 숙종 25년 11월) “먼저 바친 것이 더러 뒤에 끼워지기도 하고 뒤에 바친 것이 앞에 끼워지기도 합니다…(중략)…밤이 깊어졌었고, 그때는 시권을 거둔 것이 이미 많아서 소요스러운 지경에 이르고 있었으니, 스스로 시권을 바치고도 그것이 어느 축(軸)으로 들어갔는지 분명히 알 수가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같이 과장에 있던 거자(擧子)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떻게 자기 일은 버려두고 다른 사람이 바친 시권의 이르고 늦은 것을 살펴보았겠습니까? ”해가 저문 뒤에 이성휘가 와서 말하기를, ‘지금 지은 표(表)가 매우 마음에 차지 않아서 부(賦)로 고쳐 지으려 한다.’ 하고, 즉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부를 짓는 것을 미처 목도(目覩)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송성의 의심스런 단서는…(중략)…표(表)를 지었는데 부(賦)로 합격되었다는 데 달려 있습니다. …(중략)…과거(科擧)를 도둑질한 것으로, 곧 더욱 간교한 자인 것입니다.“ 당시 답안지의 글씨체를 베껴 임금에게 올리던 등록관이 청탁을 받아 답안지를 고쳐썼던 일에 대한 논쟁입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엄청난 입시 비리죠. 이미 제출한 답안지를 검시관이 개입해 내용을 추가하거나 바꿔준 겁니다. 당시 연루된 관리 전원이 유배 처리됐고 과거 자체가 무효로 처리됐습니다. 이후 이 때의 과거 합격자 중 복권을 신청하는 등의 일이 있었으나 숙종은 ”유생이 고할 일이 아니다“라는 등 거절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과옥 자체 처분에 대해 상소를 올리기도 했죠. 글쎄요. 억울한 이도 있었을까요. ● 능력있지만 출신 미천…별시로 등용내정자가 있던 시험 그런가 하면 왕이 직접 나서 아끼는 신하의 합격을 위해 손을 쓴 적도 있습니다. 우리에겐 ‘간신’으로 알려진 유자광입니다. 서얼 출신으로 신분의 벽에 부딪혔던 그는 능력이 출중해도 출신 때문에 활약이 어려웠습니다. 29세에 경복궁 문지기로 일하던 그는 세조의 눈에 들어 정5품 병조정랑에 이르는데요. ”가령 신에게 정병(精兵) 3백을 주시면, 이시애의 목을 매어서 대궐 아래에 초치할 수 있겠습니다.“ (세조실록, 세조 13년 6월) ”임금이 웃으시고 명하여 술자리를 베풀고, 극진히 즐기고는 파하였다.“ 함길도에서 일어난 반란이 한 달 넘게 이어지자 유자광이 1467년 이들을 진압한 건데요. 실제 저 발언대로 실천해 세조의 신임을 얻었습니다. 반란이 종결된 이후 세조는 반란 진압에 공을 세운 이들을 공신으로 세웠습니다만 유자광은 출신의 벽 때문에 공신 책봉은 되지 못합니다. 대신 정5품 병조정랑이 된 건데요. 본래 정5품 병조정랑은 과거 급제 후 가능한 일입니다. 눈치채셨나요. 순서가 바뀌었죠. 유자광을 높이 쓰려 했던 세조가 1468년 별시를 시행해 그를 합격시킨 겁니다. 당시 신숙주에게 명하던 세조의 발언을 볼까요. ”유자광(柳子光)의 대책(對策) 이 좋은 것 같은데, 어찌하여 합격시키지 않았느냐?“ (세조실록, 세조 14년 2월) ”대책 속에 고어(古語)를 전용(全用)한데다 문법(文法)도 또한 소홀하여, 이 때문에 합격시키지 않았습니다.“  ”비록 고어(古語)를 썼다 하더라도 묻는 본의(本意)에 어그러지지 않았다면 의리에 해로울 것이 없지 않겠는가?“ ”하고, 이에 유자광을 1등으로 삼고, 유상(柳常)·정현조(鄭顯祖)를 2등으로 삼고, 이평(李枰)을 3등으로 삼았는데, 유자광은 첩(妾)의 아들로서 시험에 나아가게 하여 특별히 상등의 급제에 두고 즉시 병조 참지(兵曹參知)를 제수하니, 조정의 의논이 자못 놀라와 하였다.“ ‘자못 놀라웠다’. 사실상 내정자가 있던 시험인 셈입니다. 이 모든 것이 과거 시험의 나라 조선에서 벌어졌던 입시 부정 사례 중 일부인데요. 우리의 내일은 어떤 역사가 적힐지 궁금하네요.
  • 몇 개의 가면 뒤 명성황후의 진짜 얼굴 [공연 리뷰]

    몇 개의 가면 뒤 명성황후의 진짜 얼굴 [공연 리뷰]

    “왜 내 꽃엔 얼굴이 없느냐. 아마도 대궁째 꺾인 게로구나. 내 꽃이 너무 무거웠던가.” 누구나 그의 이름을 알지만 누구도 그의 진짜 얼굴을 알지 못한다. 조선의 마지막 국모이자 대한제국의 첫 황후가 된 여인. 명성황후를 입체적으로 그려 낸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가 다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작품은 단 한 장의 사진도 남기지 않은 명성황후의 미스터리한 에피소드에 픽션을 더해 기존 역사관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꾼다. 특히 역사적 인물이 아닌 ‘휘’라는 가공인물을 화자로 내세우면서 명성황후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평범한 인물 휘를 통해 관객은 여러 가면 속에 가려진 명성황후를 온전히 바라볼 거리를 얻는다. 우유부단한 고종과 강압적인 대원군 사이에서 처절하게 싸우던 국모, 자신에 대한 험담을 쏟는 냉랭한 민심에 분노해 동네(장호원)를 연못으로 만들어 버리는 왕비, 아이를 잃고 ‘자식 잡아먹었다’고 비난받는 어머니, 무속신앙에 의지하고 굿판을 벌이는 존재, 열강의 희생자 등 모두 명성황후의 얼굴이다. 하지만 다층적인 얼굴을 관통하는 정서는 하나, 외로움이다. 임오군란(1882)에서 갑신정변(1884), 을미사변(1895)까지 근대 개화기 폭풍우 속에서 관객은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기댈 수 없고 내어 줄 수도 없는 한 사람의 얼굴을 오롯이 보게 된다. 젊은 혁명가였던 개화파의 우두머리 김옥균,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 속에 조선왕조를 일으키고 싶었던 대원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평화적이고 자주적인 독립국가를 꿈꿨지만 거세당한 비운의 왕 고종, 역사의 격동기 속에서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명성황후 등이 벌인 치열한 갈등은 무대 단차를 활용해 더 극렬하게 표현된다. 가무극은 전통의 현대적 해석과 동시대성을 추구하는 총체 예술로 여타 뮤지컬과는 차별화된 콘셉트를 보여 준다. 한국적 소재와 양식, 세계관을 동시대 감각과 무대 언어로 녹여 낸다. 작품에는 영혼을 극락으로 천도하는 진오기굿과 원한을 달래고 나쁜 기운을 없애는 살풀이춤 등 무속신앙의 요소가 담겼다. 아름다운 미장센과 음악은 역사극의 고루함을 지워 버린다. 국상 장면에서 앙상블의 흰 한복 위로 애책문(왕이나 왕비의 죽음을 애도해 지은 글)의 실제 내용이 프로젝션을 통해 투영되는 것을 비롯해 핸드드로잉을 기본으로 한 영상 미술은 무대 미학의 정점을 보는 듯하다. 명성황후 역은 2013년 초연부터 이번까지 모두 네 차례 무대에 오르며 정교한 캐릭터 구축과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여 온 차지연과 맑은 음색과 안정감 있는 가창력을 보유한 하은서가 맡았다. 지난 시즌에 이어 김용한이 고종 역을 연기하며 최인형이 민영익 역으로 합류했다. 대원군 역에는 금승훈이 캐스팅됐다. 출연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잠시 중단된 공연은 16일 재개돼 20일까지 진행된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 ‘天下’ 패권 넘어서는 균형… 대륙이 꿈꾸는 세계

    ‘天下’ 패권 넘어서는 균형… 대륙이 꿈꾸는 세계

    中, 서구의 투쟁적 세계관 반대 공존·관계·포용적 ‘천하론’ 철학 균형 통한 국제사회 운영 설파‘중국은 왜 그럴까.’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간혹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우리와의 관계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중국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최근 러시아의 침공으로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를 향해 서방의 지원이 잇따르는 가운데 러시아와 동맹축을 만들어 미국과 유럽의 대러 제재에 반대하고 있는 것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여러 나라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든다. 미국과 서구를 중심으로 한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중국의 철학적 근거를 풀어낸 책이 최근 국내에 출간됐다. 2005년 ‘천하체계’로 많은 논쟁을 일으킨 중국의 정치철학자 자오팅양이 천하론의 개념을 추가·보완해 2016년 다시 펴낸 ‘천하, 세계와 미래에 대한 중국의 철학’이다.이 책이 우리가 ‘중국’과 ‘천하’라는 단어를 연결 지었을 때 흔히 떠오르는 중화사상이나 중국이 세계를 다 호령한다는 식의 사고를 옹호하거나 주창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염두에 두는 게 좋다. 책은 고대부터 내려온 중국의 정치사상과 서구 정치사상을 대조하며 중국의 근간으로 볼 수 있는 천하론으로 새로운 국제정치를 보여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각종 분쟁을 해결하지 못해 전쟁이 거듭되고 불평등과 빈부 격차가 만연하며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등으로 지구가 신음하고 있는 현재의 세계를 “엉망이고 형편없는 실패한 시스템”이라 꼬집는다.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약 3000년 전 주나라 주공(周公)이 세운 세계 정치 질서인 ‘천하’를 제시한다. 저자는 도시국가를 뿌리로 하는 서구와 달리 고대 중국은 처음부터 미완성의 개념으로, 주권과 법적 국경의 개념 없이 영토도 실력 변화에 따라 움직였다며 출발부터 다른 점을 우선 설명한다.서구가 인간의 본성을 투쟁으로 규정하고(홉스) 개인의 이익 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삼아 경쟁을 강조하며 타자를 적대시하고 정복과 침략을 정당화했다면 고대 중국의 천하는 투쟁 대신 공존을, 개인 대신 관계를, 충돌 대신 포용을 강조하는 정치 개념이다. ‘무외’(無外·외부가 없다)와 ‘협화’(協和·서로 협력하며 화합함)의 가치는 외부와 분명하게 긋는 경계를 흐트려 이론상으로는 누구라도 천하질서 구축에 참여할 권리가 있고 어떤 민족도 천하질서의 주도자가 될 수 있다고 정의하며, 대립적인 외부성을 배제하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인정했다. 때문에 수많은 변화를 경험하면서도 공정한 분배를 강조하는 등 덕(德)과 인(仁) 같은 도리를 지켰으며, 여러 문화를 아우르듯 한쪽만의 변화가 아닌 상호적인 변화를 꾀했다고 짚는다. 이러한 천하 체계로 주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긴 왕조로 800년간 지속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 역시 “너무 이상적인 설계라 주나라도 결국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단순히 ‘천하’를 중국을 비롯한 국가를 넘어 세계라는 상위 개념으로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누구나 질서를 구축하고 공존하며 포용할 수 있는 세계가 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천하론에 따르면 화합할 수 없는 타자는 없다. 따라서 다르다는 이유로 충돌하거나 일방적인 패권이 아닌 함께 나눌 수 있는 균형이 국제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당장의 극심한 갈등과 대립을 해소할 순 없겠지만 한번쯤은 꿈꿔 볼 만한 세계의 모습이기도 하다.
  • [정승민의 막론하고] 난세와 위기/북튜버

    [정승민의 막론하고] 난세와 위기/북튜버

    동물학대로 결방됐던 사극 ‘태종 이방원’이 방영을 재개했다. 난세의 권력 투쟁에 지금의 대통령 선거를 투영하는 재미가 있는지 인기가 상당하다. 난세를 요즘말로 바꾸면 위기쯤 될 것 같다. 이방원이 활약했던 당대는 위기의 꼭짓점이었다. 원에서 명으로 대륙의 주인이 교체되면서 대외 여건이 급변하고 공민왕의 개혁정책은 기득권층의 반발로 악화일로였다. 오늘의 불안을 잠재우고 내일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새로운 정치집단이 출현할 수밖에 없다. 친원파 일색의 권문세족에 도전하는 신진사대부가 대항세력으로 대거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사회개혁을 지향하는 신예들의 이데올로기로 장착된 것은 성리학이다. 위기에 처한 남송의 현실을 타개해서 백성을 구하려는 주자의 고뇌와 모색이 빚어낸 실천적 이론이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고려의 사대부들이 주자학에 매료되어 국가개혁의 전도사로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앙가주망’이다. 하지만 이들은 곧바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고려의 충신과 조선의 공신 사이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이색과 정몽주는 불사이군의 절의파를 택했고 정도전과 조준은 치국평천하의 경세파를 골랐다. 현실을 위기로 진단하는 인식은 같았지만 풀어나가는 해법이 천양지차가 된 것은 무슨 까닭일까. 역사학자 도현철은 두 계파의 경제력 차이와 사상적 분화가 정치 노선의 충돌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대지주인 이색은 혈연을 우선하는 친친(親親)의 입장이다. 가족관계라는 토대 위에 공적인 관계가 세워진다는 것이다. 몸소 집도 짓고 농사일도 한 정도전 같은 신진들에게는 사회적 대의가 사적인 인정보다 윗길이다. 친친보다는 존존(尊尊)이다. 그래서 부모 덕에 벼슬하는 음서나 과거급제자가 시험관을 스승으로 떠받드는 좌주문생제를 비판하면서 능력 위주의 인재 등용을 제창한다. 생각의 다름은 권력정치의 영역에서 극적으로 나타났다. 절의파에게 군신 관계는 혈연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원한 인연이다. 온통 문제투성이 부모라도 버릴 수 없듯이 고려 왕조와 운명을 같이하는 것은 당연한 행동양식이다. 반면 경세파에게 의리로 맺어진 사회적 관계는 명분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결별이 가능하다. 국왕도 대의에 합치되지 않으면 갈아치울 수 있다는 것이 역성혁명론의 골자가 아닌가. 왕이 덕을 잃으면 새로운 왕조가 시작된다는 천명사상을 수용한 창업 노선은 조선의 개국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충신파와 공신파 각각의 아이콘이 정몽주와 정도전이다. 한 스승 밑에서 함께 공부한 두 사람은 벗님에서 정적이 됐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제로섬 상황에서 저무는 고려가 떠오르는 조선을 억누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파워 게임의 승자가 정도전으로 낙착되는 듯했으나 막장 드라마를 압도하는 현실이 펼쳐지면서 역사의 승패는 뒤바뀌었다. 두 사람 모두를 죽인 이방원이 왕실의 정통성 강화를 위해 정몽주를 충절의 전범이자 유학의 도통으로 우뚝 세운 것이다. 거꾸로 정도전은 조선왕조 500년 내내 폄하되다가 끝자락에 가서야 재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충신과 공신 모두의 지향점은 선하고 올바른 세상이었다. 부귀보다 인의, 득실보다 시비를 추구하며 민중을 구하려고 몸을 던지던 ‘젊은 그들’이 있었기에 새 사회가 열릴 수 있었다. 지금도 600여년 전처럼 위기의 시대다.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침공, 북핵, 저출산, 일자리 감소, 젠더 갈등같이 한국 사회를 폭파시킬 일촉즉발의 뇌관들이 널려 있다. 하지만 그때처럼 낡은 기득권체제를 혁파하려는 희생적이고 해방적인 사상과 세력이 없다는 점에서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며칠 남지 않은 대선에서 드러난 후보들의 언행과 행적을 곱씹으니 어지러운 마음만 한가득하다.
  • 李, 서울서 “민심의 물결 믿는다”

    李, 서울서 “민심의 물결 믿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3일 “세상에 잔파도는 많지만 민심의 도도한 물결은 파도가 거부할 수 없다. 국민과 역사를 믿는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를 ‘잔파도’에 빗대 깎아내리며 “노무현 전 대통령 말씀대로 조직해서 행동하자”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 보신각터 유세에서 “1인 1표의 민주공화국에서,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집단지성이 우리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2030 여성 타깃’으로 진행된 보신각 유세에서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의 역사를 설명하며 “여성들의 한 표 한 표에는 이렇게 많은 이의 희생과 역사의 무게가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귀중한 한 표로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구태 정치, 구태 세력에 확실한 심판을 하겠느냐”며 “평등한 대한민국, 양성평등의 나라 저 이재명이 확실하게 책임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이후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 유세에서 윤·안 단일화를 겨냥한 듯 “왕조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감히 정치인 몇몇이 이 나라의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초박빙이라고 한다. 열 표 차이로 결정 날지도 모른다고 한다”며 “우리가 한 분 한 분 나서서 김대중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생각으로, ‘담벼락에 고함이라도 치는 심정’으로 실천하자”고 했다. 이 후보는 전날 단일화를 이룬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와 손을 잡고 등장한 후 포옹을 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윤·안 단일화를 “이익에 따른 야합”이라고 규정한 뒤 “저와 이재명 후보는 가치와 철학을 공유한다. 이재명의 추진력과 김동연의 일머리가 합쳐지면 못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강서 발산역 앞 유세에서는 “뭐 별거 아니다”라며 “우리가 역사를 되돌아봐도 언제나 위기 땐 백성이 국민이 나라를 구했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지자들이 “윤석열을 구속시켜 주라”고 하자 이 후보는 “이런 소리 저한테 하지 말라. 잘못하면 정치 보복한다는 소리 나온다”며 웃으면서도 “뿌린 대로 거두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마지막 유세지인 금천에서는 “국민 누구도 가난함 때문에 비참함을 느끼지 않고, 아프고 병들어도 곤란하지 않고, 나이 들고 약해져도 외롭지 않고 내가 사는 사회가 안전하다, 국가가 마지막 순간에는 나를 지켜 줄 것이다, 이런 세상을 만드는 게 저의 꿈”이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의 발언 후 지지자들은 “이재명 후보가 가는 길에 국민이 불빛이 돼 주겠다”며 휴대전화 플래시를 비췄다.
  • 이재명 “정치인 몇몇 나라 운명 마음대로 할 수 있나” 尹·安 직격

    이재명 “정치인 몇몇 나라 운명 마음대로 할 수 있나” 尹·安 직격

    “세계 5강, 국민소득 5만달러 못 만들어낼 이유 없어”安 “단일화 실망한 당원들에 사과...모든 것 던질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단일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 유세에서 ”이 나라의 권력은 분명히 국민에게 있다고 헌법 1조에 써놨는데, 현실에선 그 권력을 특정 집단이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왕조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1인1표의 국민주권국가에서 감히 정치인 몇몇이 이 나라의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나“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백성은 군주를 물 위에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뒤집어엎을 수 있는 강물 같은 것“이라며 ”저에게 기회를 주시면 세계 5강, 국민소득 5만달러, 주가지수 5000포인트를 못 만들어낼 이유가 없다. 제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는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의혹을 겨냥해 ”평화를 확보하고 한반도가 안정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줄어든다“며 ”미국에서 하는 것처럼 주가조작에 80년, 100년씩 징역 보내고 이익 본 것에 몇 배씩 물어내게 해서 시장이 투명하다면 확실하게 5000포인트 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초박빙이라고 한다. 10표 차이로 결정 날지 모른다고 한다“며 ”내일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된다. 행동하지 않은 양심은 악의 편이란 심정으로, 담벼락에다 대고 고함이라도 치는 심정으로 실천하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말대로 우리가 조직해서 행동하자“고 독려했다. 한편 안 대표는 이날 당원들에게 재차 사과했다. 이날 안 대표는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저와 함께 거친 광야에서 꿈꾸고 노래했던 우리 일당백 당원동지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오직 더 좋은 대한민국과 시대교체를 열망하며 저의 단일화 결심에 반대하고 실망하신 당원동지 여러분께 우선 깊이깊이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는 ”다 함께 모여 한 분 한 분 귀한 말씀 여쭙고 결정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거듭 송구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 대표는 이날 단일화 기자회견에서도 “제3당으로 존속하면서 열심히 투쟁하기를 원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그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면서 “그분들이 실망하시지 않도록 반드시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제 실행력을 증명해서 그분들께 보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한국 우려대로…보그 ‘한푸’, 중국 왜곡 주장 근거 됐다

    한국 우려대로…보그 ‘한푸’, 중국 왜곡 주장 근거 됐다

    일부 중국인의 한국 비하 근거 된 보그 ‘한푸’ 화보“한국에 역사 없다” 황당 왜곡 주장까지패션잡지 화보, 역사적 근거로 활용하려는 일부 中 여론이달초 미국 패션잡지 보그가 한국 한복을 ‘한푸’로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게재해 논란이 됐던 가운데 일부 한국 네티즌들이 우려했듯 중국 네티즌들은 이 잡지 기록을 토대로 ‘한복공정’ 주장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 “보그 게시물, 韓 자극…웃기다” 중국 인터넷 포털 넷이즈에는 1일 ‘미국 대중잡지의 한푸 소개는 한국의 잘못된 역사 교육 편견을 깨줄 것’이라는 취지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자신을 글로벌 소식을 전하는 에디터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는 이 글에 보그의 인스타그램 화면을 다수 포함했다. 에디터는 “한푸는 최근 몇 년동안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중국 전통 의상이다”라며 “보그가 올린 게시물은 한국 네티즌들에게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네티즌들은 보그 인스타그램 게시물 댓글을 통해 ‘저것은 한복’이라고 말한며 욕한다”면서 “웃기다”고까지 적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보그에게 역사를 공부한 적은 있느냐고 묻고있다”며 “나는 이 지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인에게 역사가 있느냐. 무엇을 가르치느냐”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사는 한국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것”이라며 “전세계의 우수한 문화가 한국의 역사에 섞여있다. 신세대들은 자신에게 멋진 전통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랜 역사 교육을 받고 한심하고 혐오스러운 생각을 가진 것”이라고 왜곡했다. 에디터는 “한국인들 자신의 문화·역사적 자산이 많지 않은 것은 안타깝다”며 “한국엔 그들만의 의복 체계가 없었다. 다 한푸의 개량된 버전이다. 아니, 어쩌면 개량된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극단적 주장도 내놓았다. 그러면서 “한국 네티즌들에게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며 “왜곡된 역사를 기록하며 열등감을 극복하려 하지 말라. 우리 중국인들은 우리 문화를 더 보호하며 왜곡되지 말게 하자”고까지 했다. 이는 사실과 다른 황당한 주장이다. 한복은 한국의 전통의상이며 영국 옥스퍼드 사전 등에도 명백히 기재돼 있다. 또한 중국이 자신들의 소수민족의 독립을 막기 위해 인근 국가들에 대한 지나친 ‘문화공정’을 시도, 마찰을 빚는다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바다. 또한 해당 글이 ‘한푸에 대한 올바른 기록’이라고 언급한 보그의 해당 화보는 캐나다에 거주하는 유튜버 쉬잉(Shiyin)을 촬영한 것이다. 중국 본토에서는 유튜브 서비스 활용이 불가능하다. 쉬잉은 인터뷰에서 분명히 자신은 캐나다에 살았으며 한복의 존재를 몰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다 중국에 돌아갔을 때 룸메이트로부터 한푸라고 소개를 받았고 이를 유튜브에 업로드하자 반응이 좋아 지속적으로 입게 됐다고 설명했다. ● 보그 한푸 화보, 어떤 내용 담았나 앞서 이달초 미국 패션 잡지 보그의 Wang씨 성을 가진 에디터가 작성한 한푸 화보 논란이 재점화됐다. 인터뷰는 지난해 3월에 진행됐는데 이 때 기사에 발행됐던 사진과 글귀를 2일쯤 보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이다. 한복공정에 국내 여론은 자극받았다.  기사는 에디터가 ‘스타일 부흥’ 꼭지로 작성한 것이다. 기사에는 쉬잉이 한복으로 보이는 복장을 입은 사진이 다수 포함됐다.  미국 매거진이 역사적 검증도 없이 한푸라는 중국의 일방적 주장을 실었다는 점도 국내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지점이다. 보그는 기사에서 “중국의 옷은 몸에 핏되는 치파오를 일반적으로 일컫는다”면서도 “그러나 한 왕조가 지배하던 시대의 전통 복장인 한푸는 중국에서 가장 지배적이고 역사적인 의상으로 보인다. 당나라, 송나라, 명나라 시대의 옷들은 가장 인기가 좋다. 아름답게 드리운 흘러내리는 로브 형태에 장식이 가미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해당 인플루언서가 한복으로 보이는 복장을 입고 촬영한 사진을 게재한다. 이 사진에 대한 설명에는 “명나라 시대의 의복”이라는 왜곡된 설명이 첨부됐다. ● ‘브리저튼’ 관련…시대극 의상 조명 취지 매체는 “현재 중국의 젊은이들은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브리저튼’의 영향을 받아 (시대극 속) 헤어·메이크업을 한다”며 “한푸에 빠진 사람들은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가며 크게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한복을 지속해서 한푸라고 적었다. 브리저튼은 2020년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국 배경 다룬 시대극이다. 미국에서 제작했다. 공개 당시 넷플릭스 시청순위 1위를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기사가 중국 현지의 한복에 대한 제대로 된 시선을 담은 것인지 모호한 지점이 존재한다.  다음은 인플루언서와의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해당 인플루언서는 “캐나다에서 자라면서 중국 시대극을 많이 봤다”며 “한푸를 살 수 있는지 몰랐다. 2016년에 중국으로 이주한 후 내 룸메이트가 한푸를 소개했고 그 때부터 (한푸를)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나는 한푸를 계속 입고 있다”며 “한푸는 내 문화권에 속했다는 자신감을 준다. 캐나다에서는 중국인으로서 전통 복장을 입고 가는 날이 되면 무슨 옷을 입을지 몰랐다. 하지만 이제 나는 한푸가 있다는 걸 안다”고 했다. 보그는 황당하게도 자신은 전문가가 아니라 한복 애호가일뿐이라는 인플루언서에게 한푸 디자인의 역사적 고증은 어떻게 따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인플루언서는 “많은 한푸 브랜드들이 역사적 사료를 갖고 있다”며 “7~10세기 당나라의 기록이 적지만 10~13세기 송나라 기록은 많다. 그리고 15~17세기 명나라 기록도 참고한다”고 주장했다.  보그는 해당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SNS에 공유하는 서양 복식 브랜드에 대해서는 “western fashion”이라고 명백히 밝히며 다른 질문을 이어갔다. 질문에 전부 한복을 “hanfu”라고 말한 것과는 극명히 대조적이다. 인플루언서는 일본 전통 복장 기모노에 대해서는 명백히 “kimono”라고 설명했고, 보그는 이를 그대로 적었다. 보그는 자사 인스타그램에 해당 인플루언서의 사진을 공유하며 “한푸의 인기가 소셜미디어에서 높다”며 “한족이 중국을 지배할 때 입었던 옷”이라고 같은 왜곡 주장을 전하고 있다. 한국 네티즌들은 이런 상황을 우려해 한복에 대한 글을 영문으로 작성해 댓글을 달고 있다. 1일 현재에도 보그 인스타그램, 쉬잉의 유튜브 댓글에도 이런 정정 댓글들은 확인할 수 있다.
  • [마감 후] 왕의 살해/강병철 사회부 기자

    [마감 후] 왕의 살해/강병철 사회부 기자

    옛 아프리카 수단의 코르도판 지역을 다스렸던 왕은 ‘나파타의 납’이라 불렸다. 납은 그 땅의 모든 금과 구리를 소유했고 주변국에 지배력을 행사하며 무기와 노예를 조공으로 받았다. 납은 가장 부유하고 강한 권력자였다. 그러나 통치 기간이 짧았다. 나파타의 사제들은 밤마다 천문을 관측했다. 왕을 죽여야 하는 날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날이 오면 나라 안의 모든 불이 꺼지고 어둠 속에서 왕은 살해됐다. 그리고 사제들은 다시 불을 지피고 새 왕을 옹립했다. 물론 그의 운명도 전임자와 다르지 않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신의 가면’에 실린 ‘카시 파괴의 전설’이다. 권력의 정점인 왕을 살해하는 풍습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발견된다. 종교학, 인류학 분야 고전인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는 권력 교체에 수반되는 왕의 살해 예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이탈리아 네미 지역 ‘숲의 왕’은 전임자를 죽이고서 왕이 된다. 남인도의 왕은 5년간 절대권력을 휘두르다 임기가 끝나면 참수를 당했다. 여기서 왕은 공동체의 풍요를 상징한다. 그 상징적인 힘이 소진될 즈음 왕은 왕성한 에너지를 지닌 후임자로 교체된다. 이로써 풍요의 기운이 부활한다고 보는 것이다. 전임 왕의 살해는 새 시대를 극적으로 선포하고 새 왕권의 안정을 보장하는 장치로도 기능한다. 프레이저는 이것이 인간 사회에 반복되는 정치 권력과 공동체의 본질이라고 봤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도 닮은 구석이 많다. 우리는 5년마다 새 지도자를 세운다. 신임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풍요와 번영, 활력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으며 말이다. 흔히 대선은 지난 평가보다 앞으로의 기대를 반영하는 ‘전망적 투표’ 성격이 강하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새 시대가 열릴 때 지난 권력이 사라져야 하는 것도 비슷하다. 신화가 은유라는 점에서 사라짐을 꼭 극단적 형태로 볼 필요는 없겠다. 구권력은 깔끔하게 전권을 넘겨주고 신권력은 온전한 책임하에 국정을 주도하는 모습, 그 정도가 이상적인 현대적 변형이 아닐까. 그러나 우리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끝이 좋지 않았다. 정권 교체 때는 특히 더 그랬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은 참 우려스럽다. 야당 후보가 말하는 적폐수사는 정치보복과의 구분이 쉽지 않다. 청와대와 여당이 발끈하고 윤 후보가 한발 물러난 것도 둘 사이 동전의 양면 같은 속성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 말은 특히 검찰에 한참 잘못된 메시지를 줬다. 윤 후보는 검찰 권력의 복원까지 공약한 터다. 그럼 소위 검찰개혁 바람이 휩쓴 문재인 정부에서 숨죽여 칼 갈던 검사들의 눈이 어디로 쏠릴지는 뻔하지 않나. 새 권력이 지난 권력에 칼을 겨누는 반복된 불행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 ‘이렇게 왕이 계속 살해돼 아무도 왕위에 오르려 하지 않아 결국 왕조는 몰락했다.’ 황금가지 속 이야기의 결말이 그렇다. 그럼 검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손놓고 있어야 하나. 그럴 수는 없다. 검찰과 공수처는 죽은 권력이 아니라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랬듯, 그래서 지금의 윤 후보가 탄생했듯 후보들은 검찰이 산 권력을 수사하는 길을 열어 주겠다고 해야 한다. 물론 ‘내로남불’은 없다고도 덧붙여라. 그것이 진정으로 검찰을 복원하고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
  • [데스크 시각] 당신이 원하는 리더는 어떤 사람입니까/주현진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당신이 원하는 리더는 어떤 사람입니까/주현진 국제부장

    “상대가 사사로운 욕심으로 일을 도모할 때는 공명정대하다고 격려해 거침없이 할 수 있도록 해라. 상대가 하려는 일을 두고 스스로 속으로 천박하다고 느껴 망설이면서도 안달이 났을 때는 그 의도를 적극 칭찬하며, 만약 하지 않는다면 유감이라고 말해라. 상대가 불명예스러운 일을 했을 때는 같은 선례를 들어 해로울 것이 없다고 합리화해주고,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도 같은 사례를 들어 문제가 없다고 안심시켜야 한다.” 동양 ‘제왕학’(帝王學)의 창시자인 한비자(韓非子)는 신하가 어떻게 하면 왕의 뜻을 잘 헤아려 환심을 살 수 있는가를 두고 ‘한비자’의 세난(說難) 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한 순자(荀子)의 제자인 한비자는 인간을 추동하는 힘은 오로지 사적인 이익인 만큼 왕을 상대로 설득할 때는 왕의 이익을 중심으로 해야 화(禍)를 면하고 성공할 수 있으며, 왕은 이 같은 이치를 알고 신하의 말과 행동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통치의 핵심은 사람을 알고 씀에 있다고 강조한 한비자가 한자리 차지하겠다고 접근해 오는 유세객이나 신하가 아닌 왕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 셈이다. 한비자는 전국시대 약소국인 한(韓)나라 출신으로 왕이 제왕학으로 무장해야 나라가 강해진다고 주장했다. 법치주의인 법(法), 신하를 검증하는 능력인 술(術), 그리고 강한 카리스마인 세(勢)를 방법으로 제시했으며, 그중에서도 신하를 잘 쓰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한비자 내외저설(內外儲說) 편에 나오는 구맹주산(狗猛酒酸) 고사도 같은 맥락이다. 술집 주인이 자신에게만 꼬리를 치는 사나운 개인 줄도 모르고 곁에 두고 귀여워했다가 손님들 발길이 끊겼다는 이야기를 통해 쓰는 사람을 분별하고 경계하라고 충고했다. 팔간(八姦) 편에서는 신하가 왕에게 저지르는 여덟 가지 악행을 구체화하며 여기에 말려들면 자멸한다고 경고했다. 잠자리를 같이하는 자를 경계하라는 동상(同床), 곁에 둔 측근의 말에 현혹되지 말라는 재방(在傍), 친인척에게 이용당하지 말라는 부형(父兄), 미녀, 슈퍼카 등 기호와 욕망을 채우도록 부추겨 재앙을 일으키는 양앙(養殃), 공적인 재물을 허투루 쓰면서 백성의 환심을 사는 민맹(民萌), 여론을 조작해 왕의 판단을 흐리는 유행(流行), 무력과 같은 위세를 빌려 권력을 휘두르는 위강(威强), 큰 나라를 섬기도록 하고 그 나라를 이용해 왕을 좌우하는 사방(四方)이 그것이다. 한비자는 왕이 속내를 보여 약점을 드러냈기에 이런 것들에 취약해진다며 냉철함을 견지하고 사람을 가리고 또 가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비자의 이론은 독재정치 봉건시대 착취 계급인 왕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 씀은 리더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 인재는 인재를 찾고, 개는 개만 찾듯 그 왕에 그 신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비자의 법가 이론을 중용한 진시황은 덕분에 대륙을 처음 통일한 황제가 됐지만 급사 후 이사(李斯), 조고(趙高) 등 간신들에게 후계가 휘둘렸고, 가장 무능한 왕자가 대를 이으면서 왕권이 농락당하고 통일 왕조는 15년 만에 단명했다. 다음달 9일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유세전이 한창이다. 대장동 게이트, 북한과 안보, 부동산과 세금 등 모든 사안을 놓고 경쟁을 넘어 상대방을 헐뜯는 네거티브전이 뜨겁다. 주권재민 시대인 만큼 투표권자가 왕의 입장에서 좋은 신하를 고른다는 마음으로 투표해야 한다. 속임수로 과오를 가리고, 감언이설로 이뤄질 수 없는 공약을 꾸미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당신이 원하는 리더는 당신의 수준을 보여 줌과 동시에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 순천시, 신도심 고압송전선로 지중화사업 착공

    순천시, 신도심 고압송전선로 지중화사업 착공

    순천시가 해룡면, 왕조1·2동 주변 도심권 고압송전선로 지중화사업을 본격 시작한다. 시는 24일 왕지2지구도시개발사업 부지에서 도심권 고압송전선로 지중화사업 착공 기념식을 갖고 첫 삽을 떴다. 이번 지중화는 주거 밀집지역을 통과하는 345kv, 154kv 고압송전선로 6㎞를 지중화해 송전철탑 15기를 철거하는 사업이다. 2023년 12월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345kv 송전선로는 해룡면 율산교차로 인근에서 지봉로를 따라 왕지동 왕지2지구도시개발사업 부지까지 총 연장 3.9㎞ 구간이다. 154kv 송전선로는 남양휴튼 아파트 뒤에서 성가롤로병원 북쪽 17번국도 인근의 총 연장 2.1㎞다. 지봉로를 따라 왕지2지구도시개발사업 부지를 통과해 매설하게 된다.이 사업은 지난 2010년 10월 순천시가 한전에 도심권 고압송전선로 지중화을 요구하면서 시작됐으나 정체기에 있었다. 이후 순천시와 시의회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2016년 11월 지중화 업무협약을 체결, 추진에 힘이 붙었다. 왕지2지구도시개발사업 지구가 들어서면서 345kv 지중화 구간을 확대하고, 154kv 지중화도 추가해 2019년 10월 현 사업구간으로 지중화 계획을 확정했다. 도시계획시설변경, 설계 등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올해 착공한다. 특히 이번 사업은 왕지2지구도시개발조합이 협업한 민관협력형 사업이라는 데 의미가 크다. 허석 시장은 “지중화사업이 완료되면 순천시는 도심권에 송전탑이 없는 도시가 돼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과 함께 도시미관이 개선된다”며 “생태도시 순천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허 시장은 “공사로 인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환경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시민 숙원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영천시, 올해 ‘의병의 날’ 행사 성공 개최 준비 돌입

    영천시, 올해 ‘의병의 날’ 행사 성공 개최 준비 돌입

    경북 영천시가 ‘제12회 대한민국 의병의 날’ 기념식을 앞두고 성공 개최를 위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영천시는 국가 행사인 12번째 ‘의병의 날’ 기념일을 오는 6월 15일 영천 조양공원 일대 강변공원에서 개최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기념 행사는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경북도와 영천시가 주관한다. 이날 행사가 열리는 조양공원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영천성 수복전투가 벌어졌던 격전지이다. 이 전투는 권응수 의병대장을 중심으로 각지의 의병 3560여명이 영천성 수복이라는 목표 아래 단결해 517명의 일본군을 참수하는 대승을 거뒀다. 조선왕조실록은 ‘영천성수복전투를 이순신의 공로와 맞먹는 최고의 승전’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시는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 이달부터 준비에 들어간다. 우선 오는 28일부터 의병의 날 기념행사 ‘시민참여 댓글 이벤트’를 진행한다. 시민들에게 의병의 날 기념 행사 개최를 알리고, 의병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수렴하기 위해서다. 참여방법은 영천시 공식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게시글에 댓글로 참여가 가능하고, 영천시청 공식 홈페이지의 링크를 통해서도 쉽게 게시글로 접근할 수 있다. 또 시민과 함께하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시민 의병단’, ‘어린이 의병단’을 조직하고 지역 문화예술단체 공연 등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학생들에게 영천 의병의 역사적 의미를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학예사와 함께하는 의병사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다. 6월 10일~15일까지는 전시 및 체험부스를 운영해 시민과 관람객에게 의병 관련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하기로 했다. 영천시가 올해 의병의 날 최종 개최지로 선정된 데는 3개의 주요 의병활동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최초의 대규모 육지전을 승리로 이끈 영천성수복전투와 구한말 영천지역의 향교를 중심으로 을미의병(1895년), 1906년 3월 의병장 정용기 등이 중심이 된 산남의진(山南義陳) 등이다. 의병의 날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싸운 의병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2010년 제정한 국가 기념일이다. 호국보훈의 달 첫 날인 6월 1일로 정했다.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의병장이 최초 의병을 일으킨 날(음력 4월 22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도 6월 1일이다. 최기문 영천시장은 “올해 의병의 날 기념 행사 유치를 계기로 국난극복의 DNA를 가진 영천지역의 의병 역사를 전수 조사해 체계적 관리하는 등 영천을 ‘대한민국 의병 도시’로 육성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 [김동률의 아포리즘] 고종의 길, 망국의 길/서강대 교수(매체경영)

    [김동률의 아포리즘] 고종의 길, 망국의 길/서강대 교수(매체경영)

    당신은 고종의 재위 기간을 아시는가. 가끔 강의실에서 고종의 재위 기간을 물어보면 대부분 10년 안팎으로 답한다. 4~5년에서부터 길어야 10년 정도라는 것이다. 이해가 간다. 왕조가 망하던 격동기 군주를 감안한 대답일 것이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그는 무려 44년간 군주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스스로 자신의 오랜 재위 기간을 축하하는 기념비도 세웠다. 광화문 네거리 칭경비가 바로 그것이다. 그는 격동기에 어떻게 오랜 세월 자리를 꿰차고 있었을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답은 아주 간단하다. 오로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종묘사직, 조선 민중의 안위, 행복은 관심 밖이었다. 자신이 지닌 부와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면 일본에, 때로는 중국에, 가끔은 러시아에 붙었다. 이런 부단한 노력 덕분에 44년간 왕 자리를 보전하게 된다. 조선왕조 500여년 중 영조, 숙종에 이어 세 번째로 길다. 그에 대한 증언은 넘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잘한 것은 자신의 공으로, 잘못은 모두 남 탓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걸핏하면 자신에게 다산 정약용과 같은 충신이 없음을 개탄했다. 그래서 1883년(고종 20년) 어명으로 다산의 ‘여유당전서’를 정밀 필사케 했다. 그러나 다산을 높이 평가했지만 행동은 정반대였다. 평생을 현실감 없이 착각 속에서 살았다. 이는 망국 후 자결했던 매천 황헌의 ‘매천야록’에 소상하게 나와 있다. “자신이 웅대한 지략과 불세출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며…”라고 기술돼 있다. 고종은 메이지유신으로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을 몹시 부러워하면서도 권력을 잃는 입헌군주제는 원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극히 무능하고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진영의 특권만 챙긴 인물이다. 그런 고종을 빼어난 인물이라고 잊혀질 만하면 미화하는 주장도 있다. 식민사관이다. 격변기에 나름 잘 대응했다는 것이다. 망국의 책임도 고종에게 전가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당찮은 주장이다. 500년 왕조가 허망하게 망한 책임은 고종에게 있다.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실체적 진실이다. 같은 시기에 근대화에 성공한 메이지유신을 보면 답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고종과 메이지 일본왕은 같은 해 태어났지만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오늘 덕수궁 뒷길을 걸으니 온갖 생각이 든다. 아관파천, 1896년 고종이 일제 감시를 피해 경복궁을 떠나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망갔던 길이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러시아 공사관까지 이어지는 총 120m의 길. 그는 그날 러시아에 오로지 자신의 자리를 구걸하기 위해 내달린 것이다. 그런 치욕의 길을 ‘고종의 길’로 조성해 떠들썩하게 미화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의도가 궁금하다. 고종의 저열한 권력집착증에 조선은 나아갈 방향조차 잃었다. 광화문 네거리 칭경비는 고종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인물인지를 증거해 준다. 1902년 자신의 즉위 40년을 축하하기 위해 세웠다. 당시 돈으로 100만원 들었다. 그해 국가예산이 800여만원이었으니 예산의 8분의1이 잔치 비용으로 들어간 것이다. 열강의 탐욕은 더해 가고 나라는 백척간두에 섰지만 고종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제국의 화려했던 마지막 잔치가 끝나고 3년 뒤 조선은 사실상 망했다(을사보호조약). 어두운 비각 안에 웅크리고 있는 칭경비를 보면 한없는 분노를 느낀다. 무능한 지도자 탓에 망국의 선조들이 당한 고초를 생각하면 침이라도 뱉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나는 서울시민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부끄럽기 때문이다. 오늘 칭경비를 보면서 어리석고 우유부단한 지도자에게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연민마저도 아끼고 싶은 심정이 든다. 진실을 외면하면 안 된다. 고종의 길은 없다. 고종의 길은 망국의 길일 뿐이다.
  • [황두진의 안에서 보는 건축] 메모리 비즈니스/건축가

    [황두진의 안에서 보는 건축] 메모리 비즈니스/건축가

    대한민국은 혁신국가다.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각종 대외적 지표를 보면 부정하기가 더 어렵다. 일례로 2018년 블룸버그의 혁신지수 1위 국가가 대한민국이었다. 2위가 스웨덴, 3위는 싱가포르였다. 2021년 다시 1위 차지를 차지하면서 ‘탈환’이라는 표현까지 동원됐다. 같은 해 유엔 산하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선정한 ‘2021년 글로벌 혁신지수’ 5위에 오르는 등 혁신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세계적 지위는 대단하다. 2020년에는 2위였으니 오히려 이전보다 떨어진 결과가 이렇다. 근대사를 봐도 이해가 간다. 왕조국가였다가 식민지가 됐는데, 상당수 왕족들이 살아 있었지만 독립운동의 목표는 왕조국가 재건이 아니라 민주공화국 수립이었다. 오랜 시간 한자 문화권에 있던 나라가 한글 전용을 실천하기 시작한 것도 놀랍다(물론 아직도 논란이 진행 중이다). 외래 종교를 받아들이면서 전통적 제사 문화에 큰 변화가 온 것, 중고등학교 시험을 철폐한 것, 전통적인 농업 국가가 빠른 속도로 기계와 전자 공업을 습득한 것,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적 수준인 것 등등을 또 다른 예로 삼을 만하다. 혁신을 지향하는 나라인지라 사람들은 새것을 유난히 좋아한다. 새것을 향한 열망은 단순히 개인적 선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현상이다. 대표적으로는 새집, 그중에서 새 아파트에 대해 열광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삶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의 연대가 엇비슷한 경우가 생긴다. 신축 대규모 단지형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을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그러다가 또 다른 새것이 등장하면 결코 오래되지 않은 것들이 새것으로서의 매력을 빠르게 잃어 간다. 새것은 새것인 순간 이미 낡아 있다. 이 대목에서 ‘메모리 비즈니스’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기억산업’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이 담기는 장소나 분위기와 같은 것들을 중요하게 다루는 산업이라고 하겠다. 쉽게 말해서 카페나 식당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혁신국가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산업이 잘 자리잡기 어렵다. 연애 시절 자주 가던 골목길 안, 비좁은 카페에 자식들을 데리고 가서 ‘여기서 엄마와 아빠가 말이지…’라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그런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 기억의 장소가 사라지는 것은 가게 주인의 사업적 아픔만이 아니다.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만들었던 사람들 인생의 몇 페이지 또한 찢겨 나간다. 하지만 앞을 보고 달려가는 혁신국가 대한민국에서는 이 또한 일상의 한 부분이다. ‘다른 게 또 생기겠지’ 하다 보면 실제로 그런 것이 나타난다. 그래서 그곳에 잠시 정 붙이고 추억과 기억을 담다 보면 어느 날 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푯말이 나붙는다. 한 세대는 마치 영겁처럼 긴 시간이다. 이제 기억을 오래 담을 수 있는 것은 현실의 세계가 아니라 오히려 다양한 SNS, 그리고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이다. 이 모든 혁신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 5월만 가족의 달인가요… 3월, 온 가족 떠나 볼까요

    5월만 가족의 달인가요… 3월, 온 가족 떠나 볼까요

    한국관광공사가 3월에 가 볼 만한 곳을 추천했다. 테마는 ‘힘나는 가족여행’이다.①강원 강릉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홍길동전’을 쓴 허균과 그의 누이 허난설헌을 기리는 공간이다. 공원 내 허균·허난설헌기념관에서 남매의 작품과 삶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생가터와 울창한 솔숲이 있는 야외 공원이다. 키 큰 소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피톤치드를 마시며 고즈넉하게 산책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시원해진다. 기념공원 앞은 경포대다.②대전 뿌리공원 ‘효’를 테마로 꾸민 독특한 공간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조선왕조실록’이 왕가의 기록이라면, 족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기록’이다. 244개 문중에서 기증한 성씨 조형물, 한국족보박물관, 예쁜 산책로와 아늑한 산림욕장 등으로 이뤄졌다. 잘 정돈된 잔디광장은 가족 피크닉 장소로 손색이 없다.③부산 평화공원 남구 평화공원은 부산 사람들의 가족 나들이 명소다. 세계 유일의 유엔 기념 묘지인 재한유엔기념공원(국가등록문화재) 옆에 조성됐다. 잔디광장과 생태연못 등의 공간에 ‘평화의 문’, ‘Peace’ 등 다양한 조형물이 어우러졌다. 공원과 연결된 대연수목전시원은 가볍게 걷기 좋은 공간이다. 옛 동해남부선 철도를 활용한 부산 최고의 ‘핫플’ 해운대블루라인파크도 인근에 있다.④전북 무주 태권도원 ‘태권도의 모든 것’을 만나는 힘 솟는 별천지다. 태권도 공연장, 전용 경기장, 체험장 등을 갖췄다. 태권도 고단자를 기리는 전통 가옥, 수련장을 돌아볼 수 있고 봄 향기 피어나는 산책로를 걷거나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올라 무주를 조망하는 색다른 일과도 즐길 수 있다.⑤제주돌문화공원 제주를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과 그 아들들인 오백장군의 전설을 소재로 조성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제주돌박물관, 옛 초가 마을을 재현한 돌한마을, 오백장군갤러리 등 볼거리가 많다. 박물관 옥상의 하늘연못에선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 ‘국민 성우‘ 오승룡 성우협회 고문 별세

    ‘국민 성우‘ 오승룡 성우협회 고문 별세

    1950∼1960년대 라디오 전성시대를 이끌어온 ‘국민 성우’ 오승룡 한국성우협회 고문이 2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87세. 만성신부전을 오래 앓던 고인은 최근 건강이 나빠져 병원에 입원했다가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1935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중학교 시절인 1949년 라디오 어린이극 ‘똘똘이의 모험’으로 연기를 시작했다가 1954년 KBS 전신인 서울중앙방송국 성우 1기로 선발되면서 성우의 길을 걸었다. 대표작은 MBC 라디오 시사 풍자극 ‘오발탄’이다. 군사정권 시절의 부정부패와 사회 부조리를 고발했던 프로그램이다. 고인은 생전의 한 인터뷰에서 “외압때문에 (프로그램이) 없어질 뻔한 적도 있었는데, 도망 다니면서 (방송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고인은 KBS에서 ‘퀴즈 올림픽’, ‘세월 60년, 노래 60년’ 등의 진행자를 맡았고, 서울교통방송(TBS)에서 ‘서울이야기’, 전국교통방송(TBN)에서 ‘세월 100년, 노래 100년’, ‘서울야곡’ 등을 진행했다. 또 영화 ‘코리안 커넥션’(1990)의 허장춘 역 등을 비롯해, 드라마 ‘조선왕조 500년 뿌리깊은나무’(1983), ‘어사 박문수’(2002∼2003), ‘상도’(2001∼2002)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 기량도 선보였다. 고인은 2011년에 대한민국대중문화예술상 문화훈장을 받았다. KBS연기대상 성우부문, 대한민국방송대상 라디오연기대상, KBS연기대상 공로상 등 다양한 상도 받았다. 빈소는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다. 발인은 24일로 예정됐다. 김지예 기자
  • 태조 이성계 어진마저 “한복 중국 것 증거”라는 중국 [클로저]

    태조 이성계 어진마저 “한복 중국 것 증거”라는 중국 [클로저]

    개회식 한복 등장 논란 이후 ‘적반하장’ 중국어진부터 국내 가수 의상까지 ‘황당 왜곡’‘한복 공정’에 뿔난 국내 분위기를 두고 중국이 적반하장식 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곤룡포 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드시나요. 사극에 등장하는 왕이 입은 붉은 곤룡포가 떠오르시나요. 혹은 세자가 입고 있는 어두운 푸른색(아청색)의 청룡포가 떠오르시나요. 흑색에 가까운 곤룡포를 입고 ‘대취타’에 맞춰 연기하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슈가가 떠오르실까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모든 곤룡포, 다 우리 것이 맞습니다. 다만 시기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죠. 또한 왕이 아청색이나 흑색 곤룡포를 입은 것은, 영화적 허용일 뿐 실제 역사와는 다소 다릅니다. 조선 왕이 일상복으로 입던 곤룡포는 붉은색이 정설이죠. 세자 시절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딱 한 명, 다른 색의 곤룡포를 입고 어진에 남겨진 이가 있습니다. 바로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중국이 황당한 주장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이젠 태조 이성계 어진을 두고 “한복이 자신들의 것”이었다는 주장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청색 곤룡포를 콘셉트로 삼은 국내 가수를 향해 공격도 합니다. “개량된 한푸”라는 황당한 주장입니다. 모두 다 중국의 것이라는 명백한 역사 왜곡 내용입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동계베이징올림픽 개회식 이후 한중 수교 30주년에도 불구, 양국간의 ‘역린’이 되어버린 한복 때문에 중국 내 일각에서 무리한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입니다. 개회식에 등장한 조선족을 맡은 배우가 입은 한복 탓에 국내 여론은 ‘한복 공정’이 아니냐며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이전부터 중국이 한국 고대사, 나아가 문화까지 손을 뻗쳐 자국의 것으로 흡수하려 시도 중이기 때문입니다. 뿔난 국내 여론은 중국에도 전해졌고, 이들은 한국의 여론에 되레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는데요. 소수민족 대상 흡수 정책 탓입니다. 중국은 대다수를 이룬 한족과 55개 소수 민족으로 구성됐는데요. 이 밖에도 중국에서 공인하지 않은 극소수 민족도 많습니다. 이들 중 한 곳이라도 독립을 시도한다면 중국으로선 당혹스럽겠죠. 이 때문에 동북아 전문가들은 중국이 동북공정뿐 아니라 소프트파워를 활용, 자꾸만 자신들의 역사를 왜곡할 만한 문화 기록을 남긴다고 지적합니다. 어쩐 일인지 이번엔 태조 이성계 어진이 그들이 자국 논리를 합리화하는데 쓰이고 있습니다. 복수의 중국 인터넷 에디터들이 태조 이성계 어진은 중국의 한복이 한국에 간 증거라는 왜곡 주장을 담은 글을 내놓고 있죠.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한 왕이라는 것쯤은 아실 겁니다. 현재 모셔져 있는 그의 어진 속 곤룡포 색상은 혹시 기억하십니까. 남아 있는 조선 시대 왕들의 어진 속 곤룡포가 붉은색인 것과 달리 그의 곤룡포는 청색입니다. 이는 새로 세운 왕조의 독립성을 천명하기 위한 상징이 짙은데요.  조선 숙종 때에도 왜 태조께서 청색 곤룡포를 입고 계신 건지 호기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 숙종이 신하들에게 물은 기록이 있죠. 나름의 결론을 내린 것은 고려 시대 당시 숭상하던 색상이 청색이었다는 점입니다. 고려 시대에 숭상하던 색상이 청색이니 역성혁명을 일으킨 왕이지만 그 문화는 남아 색상을 활용했을 거란 추측인데요. 그런데 이성계가 고려를 건국한 왕건과 달리 고려 왕족들을 철저하게 없애려 한 것을 생각하면 다소 아이러니죠. 그에 반면, 그 숭상하던 고귀한 색상 문화는 수용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당시 스스로 황제의 나라라고 내세우던 중국과 달리 청색을 내세워 독자성을 세우려고 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한 조선이 동쪽에 있는 나라이니 동쪽을 상징하는 색상인 청색을 골랐을 거란 해석입니다. 어떤 해석이든, 중국 일각에서 주장하는 태조 이성계 어진이 자신들 중국에서 유래한 한복의 증거라는 주장은 다소 어폐가 있습니다. 물론 명나라와 사대관계를 맺은 후대의 왕에 와서는 붉은 곤룡포를 입습니다. 그 땐 명나라가 조선에 붉은색을 지정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태조 이성계의 청룡포가 중국의 유산이라는 건 어떤 해석을 봐도 말이 안 되는 주장인 셈입니다. 심지어 역사 속 자신들의 옷과 다르니 “중국의 개량 한푸”라는 말을 붙인 겁니다.  ‘오자탈주(惡紫奪朱)’. 자주색이 붉은색을 빼앗는다는 뜻입니다. 가짜가 진짜를 내몰았다는 말이죠. 거짓된 것이 참된 것을 욕보인다는 뜻도 됩니다. 더는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되겠죠. 가짜가 진짜의 자리를 차지하지 않도록 우리 역시 부단히 기록해야 하겠습니다.
  • 산호초 앉아 ‘찰칵’ 알고보니 멸종위기종…“최대 징역 10년”

    산호초 앉아 ‘찰칵’ 알고보니 멸종위기종…“최대 징역 10년”

    산호초 위에 앉아 사진을 찍고 페이스북에 올린 남성이 징역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이 남성이 앉은 산호초는 멸종위기종이었고, 태국 법에 의해 최대 100만 바트(약 3670만원)의 벌금과 최대 10년의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다. 방콕포스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태국 환경부 해양연안자원국은 동부 사따힙 코크람 노이 바닷속 산호초 위에 앉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40대 남성 위수트르 라타나사티안에게 조치를 취해달라는 고발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산호초를 손상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으며, 문제의 사진이 지난해 찍은 것이지만 지난 토요일에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국은 보호종 및 멸종위기종을 훼손하는 관광객에 대해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2019년 국내 한 예능프로그램이 대왕조개를 채취해 먹는 모습을 방송했다가 경찰에 고발됐다. 대왕조개 역시 태국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는 생물이다. 당시 국립공원 측은 출연진이 대왕조개를 불법 채취하고 이를 접시로 사용하는 방송 장면을 캡처해 경찰에 제출했다.
  • 中 ‘한복’ 침략에 반격… 올해 대표 홍보 유산으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해 논란이 된 한복이 올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대표 홍보 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문화재청은 ‘올해의 대표 홍보 문화유산’으로 한복을 포함해 경복궁, 팔만대장경, 백제역사유적지구, 조선왕조 궁중음식과 떡 등 5개를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한복은 한국 고유의 옷이고, 경복궁은 조선시대 중심 궁궐이다. 팔만대장경이라고도 불리는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은 고려시대 외적 침입을 막기 위해 조성한 불교 경전 목판이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공주·부여·익산에 있는 백제 유적을 뜻한다. 조선왕실의 궁중음식과 떡 만들기는 각각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대표 문화유산은 지난해 9~12월 국내 거주 외국인과 내국인 각각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선호도·설문 조사를 통해 결정됐다. 외국인이 57개 후보 가운데 10개를 추렸고, 내국인이 10개 중 5개를 뽑았다. 내국인 조사 결과 한복이 28.8%로 1위였고, 경복궁이 15.3%로 2위였다. 올해의 대표 홍보 문화유산 선정은 한국 문화를 외국인 등에게 알리기 위해 지난해 시작됐다. 지난해는 김치 만들기, 수원 화성, 창덕궁,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등 4건이 선정됐다. 문화재청은 문화유산 홍보 계획을 세워 주변국의 ‘문화공정’에 대응하고, 소셜미디어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유산을 알릴 예정이다.
  • “中 단순 한복공정 아냐…‘소프트파워’로 왜곡 정당화” 美 전문가 일침

    “中 단순 한복공정 아냐…‘소프트파워’로 왜곡 정당화” 美 전문가 일침

    “중국, 역사 왜곡 지속해 한국 화 불러”“동계베이징올림픽 개회식, 첫 논란 아냐”美 동북아 전문가 “중국, 소프트파워로 역사 왜곡 정당화”동계베이징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사람이 한복을 입은 것에 대해 설왕설래가 벌어진 가운데, 중국의 이번 시도는 ‘한복공정’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화재청은 16일 한복을 올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대표 홍보 문화유산으로 선정하는 등 주변국의 ‘문화공정’에 대응하고 있다. 인도 신문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10일 한중간에 벌어진 문화공정을 두고 관련 기사를 실었다. 매체는 기사에서 “개회식으로 한국을 자극한 중국의 한복공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인도에서도 한중간의 문화공정을 주목한 것이다.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한 때 인도 최대 신문으로 불리던 곳이다. 이들은 기사에서 지난 4일 동계베이징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여성이 한복을 입고 나와 한국인들의 성토를 불렀다고 적고 있다. 뉴델리에서 작성된 이 기사는 중국은 해당 여성이 소수민족인 조선족을 상징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한국인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중국인이 문화를 훔쳐가고 있다고 표현한다”며 “이전에도 이런 정치적 맥락에서 벌어진 한중간의 갈등은 존재했다”고 짚었다. 매체는 “조선족을 대표하기 위해 한복을 활용했다는 주장은 중국이 한국 문화의 여러 측면이 중국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려는 시도와 연관있는 것”이라며 “이전에도 있던 유사한 사례로 중국이 한국 문화와 정체성 관련 필수적인 부분을 전유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짚었다. 기사가 추가로 언급한 것은 김치다. 한국 전통 음식인 김치를 두고 중국이 지난 2020년 자국 음식 ‘파오차이’와 혼용한 것을 두고 표현한 것을 두고 논란이 있던 것을 짚은 것이다.  이 당시 중국 매체 환구시보는 중국 시장 관리·감독 전문 매체인 중국시장간괌보를 인용, 중국이 주도해 김치 산업의 6개 식품 국제 표준을 제정했다고 보도해 국내 여론을 자극했다. 이들은 또 중국의 ISO 인가 획득으로 김치 종주국인 한국이 굴욕을 당했다고까지 소개했었다. 그러나 이들이 ISO 인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쓰촨 김치’는 중국 쓰촨성의 염장 채소로 우리나라 김치와는 다른 식품이다. 당시 영국 BBC방송도 “중국 김치는 파오차이라는 이름으로 공급되고 있다. ISO 문서는 이번 식품 규격이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는데 중국 언론이 이와 다르게 보도했다”고 했었다. 매체는 이 때의 논란을 언급하며 “당시 미국 글로벌타임즈도 중국의 관련 표현에 한국인들이 화가 났다는 내용을 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내 반중 여론이 심해 농림축삼식품부가 나서 이번 (중국의 파오차이 관련 건은) 김치와 무관하다고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진위 논란에도 중국 여론은 김치가 자국의 것이라는 왜곡 주장을 이어갔다고 매체는 보도했다.기사는 그러면서 동북아 전문가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er)가 홍콩 아시아타임즈에 기고한 기사를 언급했다. 매체에 언급된 클링너는 미국 보수 연구집단 헤리티지 재단에서 한반도 문제를 전담하고 있는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동북아 전문가라고 소개하고 있으며 최근에도 언론 인터뷰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매체에 따르면, 클링너는 당시 기고에서 “한국 역사 핵심 요소를 찬탈하고 고구려가 ‘중국 왕조 관할에 속한 국가’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시도는 남북한에 불을 붙였다”며 “한중 관계에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일부 연구자들은 이런 중국의 역사 왜곡 시도가 베이징동계올림픽 사건에 드러났듯 왜곡된 문화를 활용한 (잘못된) 소프트파워로 중국이 중심이라는 역사적 기반을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클링너는 고구려를 기점으로 (한중간) 갈등이 시작된 것은 중국이 중국의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으라는 한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1948년 이전 한국 역사에 대한 모든 언급을 삭제한 데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2002년 ‘동북아 프로젝트’로 한국 역사에 대한 자신의 주장에 학문적, 과학적 신빙성을 부여,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했다. 동북공정은 2000년 12월 중국공산당 중앙이 승인했고 2002년 2월 말 베이징에서 시작했다. 문제는 이들이 고구려를 비롯한 고조선과 발해 등 한국고대사와 관련된 한국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이에 대해 항의를 하고 역사왜곡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었다. 매체는 기사 말미 주한 중국 대사관이 국내 한복공정 여론에 대해 답한 “한복은 한반도, 조선족(The Korean people in China)의 것이며 같은 원류를 갖고 있기에 의복을 포함한 동일한 전통 문화를 갖고 있다”는 내용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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