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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동철의 시시콜콜] 해난, 그 오래된 국가적 과제

    [서동철의 시시콜콜] 해난, 그 오래된 국가적 과제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운항사의 이름이 청해진해운이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진도에서 멀지 않은 완도 청해진은 통일신라시대 동아시아의 해상권을 장악한 장보고 선단의 모항(母港)이었다. 더구나 진도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승전지가 아닌가. 그럴수록 이번 사고는 한때나마 해양강국이었다는 자부심에도 큰 상처를 내고 말았다. 해난 사고는 조세 제도가 정비될수록 국가의 고민거리였다. 고려와 조선 시대 호남과 서부 경남에서 세금으로 징수한 쌀을 수도인 개경이나 한양으로 운송하려면 뱃길을 이용해야 했다. 그런데 조운선(漕運船)이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과정에서 너무나도 자주 침몰사고를 일으켰다. 가장 위험한 바닷길은 충남 태안반도 안흥 앞바다와 안면도 남쪽 해상이었다. 안흥 앞바다의 마도 근해에서는 고려시대 침몰한 여러 척의 화물선에서 청자가 대량 발굴돼 화제를 몰고 오기도 했다. 마도 근해는 통과하기 어렵다는 뜻의 난행량(難行梁)으로 불릴 만큼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물살이 빨라 해난 사고가 잦았다. 안면도 남쪽의 쌀썩은여도 마찬가지다. 이름처럼 조운선이 물속에 가라앉으면서 세곡은 고스란히 썩어들어갔다. 조선 시대 태안 일대에서 침몰한 세곡선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태조 4년(1395)에는 경상도 조운선 16척이 가라앉았다. 태조 3년(1403)에는 5~6월에만 경상도 조운선 54척이 난파했다. 태종 14년(1414)에는 전라도 조운선 66척, 세조 원년(1455)에도 전라도 조운선 54척이 사고를 당했다. 많을 때는 전체 세곡선의 3분의1이 침몰했다는 것이다. 태안반도 남쪽의 천수만과 북쪽의 가로림만을 연결하는 굴포운하의 건설은 고려 인종 12년(1134)부터 추진됐다. 조선시대에도 태조와 태종, 세조가 줄기차게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중종 32년(1537)에는 승려 5000명을 동원해 안흥에서 가까운 의항운하를 개착하는 데 일단 성공했지만, 둑의 흙이 무너져내리면서 상용화에는 실패한다. 결국 인조 연간(1623~1649)부터 안면도의 북쪽을 육지에서 분리하는 공사를 시작해 17세기 후반 완성한다. 난행량은 어쩔 수 없지만, 세곡선이 쌀썩은여라도 피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과거 세곡선 침몰은 경제 규모 자체가 크지 않던 시절 국가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하지만 세월호의 침몰은 국가 경제보다 국가의 위신과 국민의 자존심에 크나큰 충격을 가했다. 조선왕조는 안면도를 섬으로 만드는 국책공사로 문제의 절반은 해결했다. 박근혜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인가. dcsuh@seoul.co.kr
  • 봉심의식·단종제… 강원서 왕릉 테마 문화제

    강원도에서 ‘준경·영경묘 봉심의식’과 ‘단종문화제’ 등 조선시대 왕릉을 테마로 한 문화제가 곳곳에서 열린다. 17일 삼척시와 영월군에 따르면 조선시대 국왕의 준경·영경묘 등 왕릉급 참배를 재현한 봉심의식과 비운의 왕 단종의 넋을 기리는 단종문화제가 줄줄이 펼쳐진다. 삼척지역 주민들이 오래도록 지켜온 조선왕조 발상지 준경묘·영경묘 봉심행차를 재현하는 행사가 19일과 20일 삼척 죽서루 등에서 열린다. 봉심행차는 국왕이 종묘나 왕릉을 참배하던 의식으로, 국왕을 대동한 관찰사와 수호군, 유생, 나졸들이 행차하는 화려한 모습을 재현한다. 국가사적 제524호로 지정된 준경·영경묘는 태조 이성계의 선조묘다. 19일 각종 세미나와 관찰사 봉심행차가 재현되고, 죽서루 광장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인 줄타기 한마당 행사가 펼쳐진다. 48회째를 맞는 단종문화제도 오는 25일부터 사흘간 장릉과 동강 둔치 등 영월읍 일대에서 펼쳐진다. 올 단종제는 ‘단종, 몸짓으로 말하다’를 주제로 25일 장릉에서 전국 일반 및 학생백일장과 도전퀴즈탐험이 열리며 동강 둔치에서는 민속예술경연대회와 정순왕후 선발대회가 개최된다. 저녁에는 개막식과 함께 불꽃놀이·유등 띄우기도 펼쳐진다. 26일에는 가장행렬을 시작으로 장릉에서 단종과 충신 제향이 거행되고 헌다례와 제례악·육일무·소품발표가 선보인다. 동강 둔치에서는 국장을 치르기 전 단종의 넋을 기리는 견전의(遣奠儀)를 거행한 뒤 야간 칡줄행렬에 이어 군민과 관광객이 함께하는 축하공연과 단종 위패를 모시고 숙종 때부터 시작된 길이 70m, 무게 6t의 동서 양편 칡줄다리기·칡줄 돌며 소원빌기가 진행된다. 삼척·영월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조선의 10대 명문가, 그들의 정신과 혼

    조선의 10대 명문가, 그들의 정신과 혼

    명문가, 그 깊은 역사/권오영 외 지음/글항아리/416쪽/3만원 조선왕조는 성리학을 지배이념으로 성립된 중앙집권적 양반 관료 국가로 흔히 인식된다. 그리고 그 시대 많은 지식인들이 관료로 등용되는 지름길이었던 과거의 큰 틀은 유교경전과 역사서의 공부로 집약된다. 조선왕조 500년을 주도했던 양반 관료들은 당연히 유교의 예(禮)와 덕(德)을 겸비한 인재였다. 그 예·덕의 출중한 인재들은 학맥·혼맥을 통해 권력의 정점에 섰고 그 과정에서 많은 부패상을 낳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과 부는 물론 지식까지 독점했던 양반은 조선사 연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명문가, 그 깊은 역사’는 바로 그 조선왕조의 핵심 주체였던 양반 명가들을 통해 조선의 정신과 혼을 반추해 눈길을 끈다. 한국학 연구자들로 구성된 뿌리회가 2004년부터 답사하고 연구해 온 100개의 조선 명문가 중 10개를 추려 소개했다. 한양 조씨 정암, 창녕 성씨 청송, 창녕 조씨 남명, 영일 정씨 송강, 풍산 류씨 겸암·서애, 무안 박씨 무의공, 해주 오씨 추탄, 파평 윤씨 명재, 한양 조씨 주실, 여주 이씨 퇴로 가문이 주인공이다. 책의 특징은 많은 명문가들의 생멸 속에 지금까지 그 맥을 이어오는 대표 명가들의 생성 과정과 영향력을 추적한 점이다. 권력의 정점을 누린 배경과 결속보다는 도와 예의 정신에 초점을 맞춘 점이 도드라진다. 사림정치와 도학정의 시대를 열었던 가문, 의(義) 정신을 바탕으로 불세출의 문학을 이뤄낸 인물들의 가문, 학문정치로 나라의 운명을 갈랐던 명가 등의 카테고리로 묶어 풀어내는 명가의 인재와 그 유산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16세기 사림의 영수로 꼽히는 조광조의 한양 조씨 가문이 등장하고 세를 누렸던 과정은 독특하다. 선조 조인옥은 고려말 이성계에게 위화도 회군을 종용한 인물. 이성계와의 혼인관계를 토대로 기반을 다졌던 조씨 가문은 문종비 복위를 지지하면서 사림성향으로 전환했으며 결국 조광조를 중심으로 중앙에 진출한 사림세력은 도학정치의 이상 실현에 집중했다는 추적이다. 성삼문, 성담수, 성현, 성혼 등 수많은 관료와 학자를 배출한 창녕 성씨 가문의 도학 정치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특히 “도란 큰길과 같다는 성인의 가르침이 분명한데 어찌 알기 어렵다고 하는가”라고 소리쳤던 성수침과 그 아들 성혼의 이황·이이와의 관계도 눈여겨볼 만하다. 율곡과 사단칠정으로 논쟁을 벌이기도 한 성혼은 과거를 단념하고 학문에 온 힘을 쏟은 인물로 그의 ‘이기일발설’은 소론계와 김창협·김창흡 등 일부 노론 학자에 계승돼 학맥을 형성한 바탕이다. 성수침의 묘갈명은 이황이 직접 썼으며 성혼 묘비의 비문은 김집이 짓고 윤순거가 썼다고 하니 두 부자의 학문과 인품에 대한 조선조 학자들의 존경과 칭송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선도와 함께 한국 가사문학의 쌍벽으로 불리는 송강 정철을 배출한 호남 명가 영일 정씨 가문의 배경도 독특하다. 특히 아직 조사되지 않았다는 송강 정철 가문의 고문서들이 소개돼 흥미롭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임태순 선임기자의 5060 리포트] 8년째 도서관에 ‘출근’하는 박춘씨

    [임태순 선임기자의 5060 리포트] 8년째 도서관에 ‘출근’하는 박춘씨

    도서관과 주식, 세계관. 세 단어는 서로 어울리지 않고 아무 연관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박춘(62·서울 강동구 둔촌동)씨에겐 그의 후반부 인생을 지배하는 키워드이자 서로 일맥상통한다. “세상을 살다 힘들고 어려울 땐 도서관으로 가라.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3년간 책을 읽어라. 그러면 지금과 다른 세상이 보이고 다른 삶을 찾을 수 있다.” 서울 송파구 동남로 263 송파도서관에서 8년째 책을 보고 있는 박씨는 두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는 2006년 가을부터 지하철을 타고 도서관으로 출퇴근을 계속하고 있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주는 건 도서관’이라는 그의 지론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회사나 학교를 다니며 바쁠 때는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 미처 몰랐던 자신의 재능을 찾게 된다. 그는 “도서관에 오면 그동안 흘려 넘겼던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면서 “책을 읽으면 생각하게 되고, 생각을 하게 되면 뭔가 정리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는 또 “한 시대의 천재와 수재들이 온 힘을 쏟아부어 평생을 통해 터득한 지식과 지혜를 단 몇 시간 또는 며칠의 독서를 통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으니 우리는 보통 행운아가 아니다”라고 했다. 봉제공장, 부동산중개업 등 자영업을 하며 살아오던 그는 2003년 가을 병원에 입원했다. 진단을 해보니 몸이 굳는 강직성 척추염이었다. 일명 ‘대나무병’으로 불렸다. 8개월 동안 병원을 다니며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았다. 의사가 1시간 이상 움직이라고 해 동네 운동장을 돌며 몸을 추슬렀다.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60만원을 줘 주식을 했다. 집안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자는 생각이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6개월 지나니 20만원이 남아 아들에게 돌려줬다. 2006년 11월부터 송파도서관에 나오기 시작했다. 아파트를 팔아 상가를 구입했으나 시행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빈털터리가 됐다. 아픈 몸으로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아내가 근근이 생계를 꾸려갔지만 고교와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을 뒷바라지하기엔 힘에 부쳤다. 인생의 나락에 빠져든 느낌이었다. 우연히 신문에서 강태공에 대해 쓴 칼럼을 읽었다. 낚시를 하며 때를 기다리던 강태공이 70대에 위수에서 주 문왕을 만나고, 80대에 목야에서 은나라를 쳐부수고 재상이 돼 제나라 시조가 됐다는 내용이다. 글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강태공은 여든에 세상을 움직였는데 예순도 되지 않은 내가 움츠려 들어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나이를 잊어 먹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건강을 되찾고,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도서관을 찾았다. 제대로 공부해서 주식도 해보기로 했다. 경제학, 회계학 등 경제와 관련된 책을 읽으며 밑바닥을 다졌다. 워런 버핏과 벤자민 그레이엄의 주식 분석에 대한 책도 읽었다. 3년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아내가 준 100만원으로 다시 주식을 했다. 다행히 경제에 대한 기반을 다진 때문인지 손실을 보지 않았다. 그의 주식에 대한 기본원칙은 두 가지다. 첫째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고평가가 되면 매매한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과 같은 주식투자 달인들의 투자법이다. 또 하나는 재물의 값이 떨어지면 이제 오를 일만 남았고 반대로 값이 올라가면 내려간다는 것이다.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의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나오는 내용이다. 주식의 가치는 경제학과 회계학을 공부하면 알 수 있다. 소액투자자들은 기관투자가나 애널리스트를 두고 있는 펀드사 등에 비해 자본력이 뒤지고 정보에 어둡다. 개미들이 큰 손을 당해낼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은 개미들처럼 주식을 마음대로 사고팔 수 없다. 주식 매매의 기동성은 소액투자자들이 훨씬 뛰어나다. 그렇다면 주식이 쌀 때 사서 갖고 있다 값이 오르면 팔면 된다. 그는 이 원칙을 고수해 두 번째 주식투자에서는 실패를 하지 않았다. 수익률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주식은 두렵고 알면 알수록 겁이 난다고 했다. 주식을 하기에는 경제적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문명의 시원, 자본주의 태동 등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로마, 중국, 영국·프랑스·독일, 일본 등 강국의 역사에 대해 공부했다. 자본주의를 태동시킨 중세 유럽사와 케인즈학파에 대해서도 책을 읽었다. 왜 근대로 접어들면서 서양이 동양을 점령하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이 일어났을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한 서구 문명이 오늘날 어떻게 지구의 표준적인 가치척도가 됐을까. 궁금증이 커지자 스스로도 종잡을 수 없었다. 마음 가는 대로, 닥치는 대로 책을 봤다. 동·서양 철학, 사상사, 신학, 사회사…. 송파도서관 3층에서 책을 보는 그는 종종 눈이 아프면 2층 어문학실로 가 잡지를 본다. 우연히 수필문학을 읽다 수필가를 공모한다는 공고를 봤다. 디지털에 문외한 이어서 휴대전화도 없는 그는 아들을 시켜 평소 써놓은 글 5편을 워드프로세서로 쳐 보냈다.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당선통지서가 날아와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는 수필반 동료에게 보낸 편지에서 “수필 장르는 체험의 문학으로, 나의 체험을 객관화하면서 나를 비추어보는 인간탐구의 문학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서 “통찰(성찰)을 통해 인생의 깨달음을 얻는 데서 수필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인간이 살아온 자취와 생각의 틀을 지나치게 되면 글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러한 체험과 이를 기반으로 한 사유의 틀은 독서로 얻은 철학, 역사 등 지식을 통해 더 다듬어지고 심화될 것”이라면서 독서관을 피력했다. 그의 사고의 중심은 경제에 있다. 그는 이 편지에서 “문명은 소유권 보장과 사유권의 확대, 확장을 통해 진보해왔다”면서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세상을 이해하기 쉬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철학이야기’, ‘파르메니데스의 세계’, ‘철학의 탄생’ 등 철학도서를 추천한 뒤 우리가 뿌리 내리고 있는 대한민국을 알기 위해서는 ‘헌법이야기’ ‘이승만의 삶과 국가’ ‘한국전쟁’을 일독할 것을 권했다. 또 ‘존 메이너드 케인즈 Ⅰ,Ⅱ’ ‘자유의 길’ ‘국부론’ ‘자본론’ 등의 경제관련 책을 추천했다. 그는 오전 11~12시쯤 도서관으로 와 4~5시간 책을 보고 1시간 남짓 공원을 산책한 뒤 오후 7시쯤 아내 가게로 가 함께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간다. 점심은 도시락을 싸오거나 도서관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종종 생각을 글로 옮기기도 한다. 서세동점에 대해 글을 쓰려다 보니 우선 우리나라 역사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선왕조실록을 보고 있다. 1년 반이나 됐다. 세종, 세조, 선조, 인조실록을 떼고 요즘에는 광해군조를 읽고 있다. 그는 올바르게 살아가려면 옳음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하고 그래야지만 옳음을 체화하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의 가방끈이 긴 것은 아니다. 전남 보성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이 학력의 전부다. 그러나 그는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서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눈과 안목을 길렀다. 이제 생을 정리할 나이가 됐다. 그는 경제적 여유가 있든 없든 한 번쯤 사회와 단절돼 도서관에 파묻혀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작은 목표를 세우면 분별력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책을 좋아하면 괜찮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도서관에 오는 것이 고역이지 않겠느냐고 묻자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책과 담을 쌓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책과 인연이 있는 나를 찾을 수도 있다”면서 “도서관은 숨어있는 나를 발견하게 해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코 나이 때문에 망설이지 말라”고 덧붙인다. 그는 책을 소화하는 방법은 저자의 지식과 체계를 다시 한번 자신의 사유의 공간을 거쳐 가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독서는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지만 산책을 하면 흡수한 지식을 다시 끄집어 내 나의 체계로 재해석하고 재정리하게 돼 독서보다 산책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책을 덮고 목련, 진달래,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오금공원으로 나갔다. stslim@seoul.co.kr
  • 유럽에서 ‘출판·문학 한류’ 가능성 봤다

    유럽에서 ‘출판·문학 한류’ 가능성 봤다

    ‘유럽 도서문화의 본고장에서 출판·문학 한류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한국이 주빈국인 마켓포커스(Market Focus) 국가로 참가하는 2014 런던도서전이 8일(현지시간) 런던시내 얼스코트 전시장에서 개막했다. 10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는 마켓포커스관(516㎡)을 설치하고 알에이치코리아, 블루래빗 등 국내 출판사 10곳과 북잼, 북앤북 등 전자출판업체 7곳 등 25개사의 비즈니스장을 마련했다. 특히 올해에는 한국번역문학원과 영국문화원이 공동으로 이문열, 황석영, 신경숙, 황선미, 한강, 김영하 등 작가 10명을 초대해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문학행사를 통해 한국문학의 저력을 영미권 출판계에 알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2012년 베이징국제도서전, 2013년 도쿄국제도서전 주빈국 참가에 이어 올해 런던도서전 마켓포커스 국가로 참가해 아시아를 넘는 영어권 시장으로의 도약을 시도한다. 개막식에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국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했고, 직지심체요절과 조선왕조실록 같은 세계기록유산들이 보여주듯 오래전부터 출판문화를 발전시켜 왔다”면서 “이번 도서전 마켓포커스 참가를 통해 한국의 출판물을 소개함으로써 오랜 전통과 문화를 세계인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잭스 토마스 런던도서전 조직위원장은 “한국은 세계 13위의 국가 경제규모에 걸맞게 세계 10위 출판시장을 갖고 있으며 인터넷 최강국답게 전자출판계 분야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올해 런던도서전에 초대된 한국 저자들은 이미 이곳에서 많은 독자를 확보한 만큼 한국의 융성하는 출판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영수 출협회장은 “유럽 출판시장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런던 도서전에 마켓포커스로 참여함으로써 유럽권 내 한국 출판의 경쟁력을 시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43회를 맞는 런던도서전은 세계 최대 규모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버금가는 대규모 도서전시회로 영미권에서 저작권 교류가 가장 활발한 행사로 꼽힌다. 올해에는 세계 114개국에서 2만 5000여명의 출판전문인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런던도서전에서는 전자출판 분야의 저작권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영국의 출판시장이 최근 전자출판 쪽으로 빠르게 중심을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문화원 코르티나 버틀러 문학담당국장은 “2012년 기준으로 영국의 출판시장이 전년 대비 1% 성장한 데 비해 전자출판물 구매액은 34% 포인트 늘어난 2억 1600만 파운드(약 4000억원) 규모로 전자책이 영국 전체 출판시장의 12%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막 전날인 7일 QEⅡ 콘퍼런스 센터에서는 영국출판협회, 아마존, 하퍼콜린스, 펭귄 디지털출판사, 예스24 등 약 20여개의 출판 및 콘텐츠 관련 업체가 참석한 가운데 제6회 디지털 마인드 콘퍼런스가 열렸다. 전자책 시장의 잠재력,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하는 방법 등 디지털 시대의 출판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한편 소설가 이정명은 런던도서전을 계기로 한국 문학 불모지인 런던 서점가에서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작가가 윤동주 시인의 삶을 소재로 쓴 팩션 ‘별을 스치는 바람’(The Investigation)은 현지 출간 열흘 만인 지난 7일 대형 서점 워터스톤즈의 소설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금까지 8개국(영국,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대만, 일본) 출판이 확정됐다. 그는 런던도서전 초청작가는 아니지만 지난 7일 런던 세실코트의 유명 서점인 골드스보로에서 사인회를 여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글 사진 런던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풋풋했던 김혜수…조민수·채시라·최명길의 젊은 시절

    풋풋했던 김혜수…조민수·채시라·최명길의 젊은 시절

    김혜수(44), 영화계의 흥행 메이커다. 영화 ‘신라의 달밤’, ‘타짜’, ‘도둑들’, ‘관상’ 모두 대박난 작품들이다. 김혜수는 중학교 3학년 때 ‘네슬레 마일로’ CF모델로 출발했지만 10대임에도 불구, TV드라마 ‘사모곡’에서 성인역을 소화할만큼 ‘성숙’했다. 최근에는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새로운 면모를 과시했다. 조민수(49)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에서 열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영화 피에타는 베니스영화제 작품상을 탄 작품이다. 영화계는 김기덕 감독의 연출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조민수 없었더라면’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에는 SBS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서 커리어우먼으로 출연했다. 채시라(46)의 1984년 ‘가나’초코릿 CF는 대단했다. 애띤 얼굴의 채시라를 곧바로 하이틴 스타로 등극시켰다. 특히 91년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톱스타로 자리매김시켰다. 채시라는 2009년 ‘천추태후’, 2011년 ‘인수대비’에 이어 최근 SBS 드라마 ‘다섯손가락’에서 야누스적인 연기를 펼쳤다. 최명길(52)는 정치인의 아내이자 연기자다. 연기폭이 넓고 높다. 최근에는 ‘금나와라 뚝딱’에서 한지혜의 엄마 역으로 출연했다. 90년 영화 ‘우묵배미의 사랑’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지만 주로 TV에서 활약했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특히 선이 굵은 사극에서 몸을 던지듯 연기했다. ‘용의 눈물’, ‘대왕 세종’, ‘명성왕후’, ‘조선왕조 500년’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軍·孝·天·性 조선에선 그림으로 多 배웠소

    軍·孝·天·性 조선에선 그림으로 多 배웠소

    그림으로 본 조선/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이영경 책임기획/글항아리/464쪽/2만 5000원 한 장의 그림이 때로는 1000권의 책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던가. 선과 면, 색의 조화를 통해 보이는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움직임과 소리, 정신까지도 이미지에 담을 수 있는 까닭이다. 조선 시대를 살았던 우리 선조들은 이미지의 효과를 십분 활용했다.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의 규장각 교양총서 제10권 ‘그림으로 본 조선’은 이미지를 통해 조선의 역사를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충분히 관심을 모을 만하다. 기존 문헌 자료 위주의 역사 읽기에서 조금 비켜 나간 것인데 그 조금의 차이가 매우 큰 의미로 다가온다. 조선 시대 사람들에게 이미지는 단순히 예술적 감상을 위한 회화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기록 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학, 군사, 사상, 교육, 문학, 종교, 춘화(春畵) 등 사용 범위에 제한이 없었다. 문자로는 미처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그림이라는 수단을 통해 더욱 생생하고 정확하게 기록을 남긴 셈이다. 하늘 아래 땅을 딛고 살았던 조선 사람들도 우주에 관심은 많았지만 당시의 도상들을 보면 과학 인식 구조가 전통 시대의 틀에 머물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수많은 천지도(天地圖)는 천원지방,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난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은 것이 하늘은 공(球)처럼 둥글고 그 안쪽에는 물이 절반 정도 채워져 있으며 물 위에 네모난 땅이 떠 있다는 혼천설이다. 조선 전기의 우주론이 동시대 중국에 비해 무척 단순하고 수준이 낮은 이유는 유학자들이 우주의 구조 자체보다는 유가의 가르침 안에서 우주를 이해하려 했기 때문이다. 하늘이 구형일 뿐 아니라 음양의 기가 하늘에서 순환하고 정육면체의 땅이 기에 의해 중앙에 떠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조선 시대 군사 서적은 이미지 활용 기록의 백미라 할 만하다. 조선이 문치주의를 표방한 선비의 나라였던 까닭에 군사력이 취약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왕조 500년을 지탱한 근간이 조선의 전쟁 기술이었음을 수많은 이미지들이 보여주고 있다. 신숙주 등이 집필한 ‘국조오례서례’ 중 하나인 군례(軍禮)에는 창검, 총통완구, 장군화통 등 무기에서부터 병사들이 입는 갑옷까지 상세히 그려져 있다. 1598년 편찬된 조선 최초의 무예서인 ‘무예제보’와 1759년 간행된 ‘무예신보’의 내용에 새로운 훈련 종목을 추가해 1790년(정조 14년) 펴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는 예술 차원으로 성숙한 조선 후기 전투술을 자세히 보여준다. 정조가 직접 편찬 방향을 잡은 후 박제가, 이덕무 등 규장각 검서관이 작업한 무예도보통지는 장창, 기창, 쌍수도, 월도 등 다양한 무기를 사용한 24가지 근접 전투 기술의 병기와 개별 동작 및 전체 움직임에 대해 매우 사실적인 그림과 해설을 붙여 정리했다. 이미지가 보조 역할에 머물지 않고 주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글을 잘 몰랐던 우매한 백성과 시골 아낙들에게 유교적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만든 ‘삼강행실도’가 대표적인 예다. 조선이 건국되고 유교 국가로서 기틀을 다져 나가던 때에 일어난 패륜 사건이 국가 차원에서 백성을 교화시키려는 목적으로 1434년(세종 16년) 삼강행실도를 편찬한 계기가 됐다. 1428년(세종 10년) 진주에 사는 김화(金禾)라는 이가 아버지를 살해한 패륜 사건이 조정에 보고되자 관료들은 유교질서와 가치관을 알릴 수 있는 책을 제작해 백성이 항상 보고 배우도록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중국과 우리나라 역대 사적에서 삼강의 절행이 뛰어난 충신, 효자, 열녀를 110명씩 추려 3권 3책으로 펴낸 책은 그 행적을 먼저 그림으로 그리고 뒷면에 한문 설명과 시, 찬이 덧붙여진 방식이다. 그림이 들어간 이유는 문맹의 백성을 가르치기 위한 방편이었으나 그림의 역할은 그 이상이었다. 하나의 이야기를 몇 개의 장면으로 형상화한 다원적 구성 방식으로 독자의 감성에 호소함으로써 교화의 효과를 배가시키는 핵심 역할을 했다. 처자식이 눈앞에서 죽어 가도 절의를 꺾지 않는 충신, 손가락을 끊고 허벅지를 베어 부모의 병을 고치려 한 효자, 청상과부가 돼 개가를 권유받자 코와 귀를 베어 가며 거부한 영녀(令女) 등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끔찍함과 충격이 묻어나는 이야기들이 숱하게 실려 있다. 조선 시대 기록 자료인 도(圖), 도설(圖說), 도해(圖解)도 빼놓을 수 없다. 글과 그림을 섞어 사물이나 개념을 설명한 것으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림을 사용한 사례다. 궁중의 각종 행사 장면을 그린 반차도(班次圖), 제례 관련 도설은 글과 그림으로 조화롭게 설명한 조선 기록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커버스토리] 독특한 외관 놀랐다, 멀티문화공간 반했다

    [커버스토리] 독특한 외관 놀랐다, 멀티문화공간 반했다

    정부 세종청사에도 봄은 온다.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많은 공무원은 봄을 애타게 기다린다. 변변한 병원 하나 없어 세종청사 내 건강관리센터에 독감 환자가 몰리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던 기억, 허허벌판에 불어오는 공사장 먼지 섞인 겨울바람, 서울보다 평균 2~3도 낮은 기온, 제설 안 된 도로에서 차가 미끄러진 경험 등을 감안하면 꽃 피는 봄은 특히 가족과 떨어져 있는 ‘기러기 공무원’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올해 봄은 지난해와 다르다. 세종청사 주변 아파트가 완공돼 사람들이 입주했고 유명 커피 체인점을 비롯한 가게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가 첫 봄을 맞았다. 이곳 옥상 식당에서 호수공원을 내려다보며 점심을 먹는 것은 아직까지 최고의 사치에 속한다.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양식이지만 춘곤증이 밀려오면 책만 한 수면제가 없고, 주말에는 아이에게 이만한 놀이터가 없다. 세종청사 곳곳에 넓은 주차장이 있음에도 주말이면 불법 주차의 유혹을 받게 되는 유일한 핫 플레이스, 국립세종도서관이다. 지난 2일 찾은 세종특별자치시 다솜3로 세종도서관의 외관은 책을 펼쳐놓은 듯했다. 4층 건물의 정면과 후면은 모두 유리로 이뤄져 있으며 실내 온도와 자연 채광을 위해 해의 방향에 따라 커튼을 친다. 언뜻 공간 효율성 측면에서 양 날개 부분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내부에 들어서면 의문을 풀 수 있는데 우선 바로 만나게 되는 로비는 4층까지 뚫려 있다. 열람실은 4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건축물의 가운데는 평평하고 양쪽 날개에는 층계가 있다. 계단마다 미술품 전시대와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 책상은 계단 아래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찾지 않는 다락방에 숨어 앉아 책을 읽는 듯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세종도서관은 3대 디자인상(레드닷, iF, IDEA) 중 올해 레드닷 디자인상 본상을 확정한 상태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가 주관하는 상으로, 디자인의 혁신성과 기능성 등을 평가한다. 오는 7월 본상을 받은 작품끼리 대상을 두고 다시 한번 경쟁하게 된다. 세계적 디자인 정보 전문 웹진인 디자인붐(www.designboom.com)은 ‘올해의 세계 최고 도서관 10개’(TOP 10 libraries of 2013) 중 첫째로 세종도서관을 꼽았다. 미국 온라인 인테리어 잡지인 홈에디트(www.homedit.com)도 우수한 현대 건축 도서관 12개 중 하나로 세종도서관을 선정했다. 도서관의 총공사비는 1015억원으로 연면적은 2만 1077㎡다. 2011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공사를 했고 지난해 12월 12일 개관했다. 강동진 세종도서관 기획관리과 과장은 “책 모양의 건물 외관은 정보가 전송되는 이미지에서 착안한 것”이라면서 “주차장 등에 설치된 태양광발전기와 지열발전기를 이용해 전체 소모 전력의 약 30%를 충당하고 있으며 어린이 열람실과 성인 열람실을 열린 공간으로 이어 놓은 반면 어린이 열람실의 소음이 성인 열람실에는 잘 들리지 않도록 백색소음기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백색소음은 귀에 쉽게 익숙해지는 소리로 아이들의 말소리, 의자 끄는 소리 등 다른 소리에 대한 주의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건물은 지상 4층, 지하 2층 구조다. 1, 2층에 성인 열람실이 있고 3층에는 강의실과 도서관 업무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옥상이기도 한 4층 일부에는 2개의 식당이 있다. 3층에도 별도로 2개의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건물 정면에서 보면 지하 1층에 어린이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건물의 후면에서 보면 1층이 된다. 어린이 도서관 앞에는 놀이터와 쉼터 등이 마련돼 있고 자연스레 호수공원과 연결된다. 도서관 앞 호수공원은 경기 일산 호수공원보다 약간 크고 8.8㎞의 산책로와 4.7㎞의 자전거 도로가 있다. 성인이 호수 둘레를 걸을 경우 1시간가량 걸린다. 봄에는 매화나무, 라일락, 이팝나무, 영산홍 등이 만들어내는 꽃길이 인상적이다. 오전 5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70m까지 물을 쏘아올리는 희망분수 등 4개의 분수와 5개의 인공섬이 있다. 인공섬에서는 문화 축제 등이 열린다. 어린이 도서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체험형 동화구연실’이다. 강사가 들려주는 동화에 따라 아이들이 몸 동작을 하면 다른 방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는 아이들이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연출된다. 독서통장을 통해 자신이 읽은 책을 기록할 수도 있다. 어린이 도서관은 책상을 놓은 일반 열람실과 별도로 신발을 벗고 방 안에 들어가 앉아서 책을 읽는 열람실이 있다. 이곳 방 안 벽에 마련된 나무 모양 의자는 아이들에게 인기다. 세종도서관은 주말에 특히 붐빈다. 주말의 하루 평균 방문 인원은 3700명으로 평일(2000명)의 거의 2배다. 가족과 함께 세종시에 거주하는 공무원들이 대부분 어린 자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고위 공무원 대다수는 혼자 생활한다. 세종시뿐 아니라 충남 전역에서 방문자가 온다. 세종도서관 측은 방문객들의 항의로 세종시 주민에게만 책을 대여해 줬던 제한을 없앴다. 세종청사에 있는 국립도서관이다 보니 정책도서관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개관일부터 100일 동안 가입한 회원 1만 5367명(방문객은 16만 5000명) 중 공무원은 30.4%(4679명)다. 퇴직 공무원 중에서 정책 멘토를 선정해 이들에게 공동연구실을 줄 계획이다. 공무원들이 정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공무원을 위한 독서토론이나 강연회 등도 운영한다. 박병주 도서관 서비스이용과장은 “세종청사의 중앙부처마다 있는 도서관과 연계해 정책에 필요한 자료를 공급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면서 “세종청사에도 무인도서반납기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국립도서관이 지방에 분관을 낸 것은 세종도서관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 12일 개관일까지 2달 동안 내부 공사를 했다. 목표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도서관’이었다. 자연 채광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서가의 아래쪽에는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달아 책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장서는 총 8만권이다. 이 중 1만권은 기증받았다. 지하 1, 2층에는 총 330만권의 책을 보관할 수 있는 서고를 갖췄다. 또 곳곳에 공중전화 부스와 닮은 휴대전화 부스를 설치해 도서관 열람실 안에서 전화를 받으며 떠드는 경우를 크게 줄였다. 영화를 볼 수 있는 멀티미디어실은 1인석, 연인석, 가족석으로 나뉘어 있다. 가족석에는 대형 텔레비전과 소파가 준비돼 있다. 멀티미디어실과 어린이 도서관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운영한다. 일반 열람실은 아침 9시에 문을 열어 저녁 9시에 문을 닫는다. 도서 대출증은 국립세종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회원으로 등록한 후 도서관을 방문해 발급받을 수 있다.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세종도서관 개관 이후 가장 많이 대여된 책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다. 신의 물방울(아기 다다시), 토지(박경리), 한강(조정래), 고구려(김진명), 정글만리(조정래), 미생(윤태호), 아리랑(조정래), 태백산맥(조정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유홍준) 순이다. 글 사진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글 사진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3,300년 전 ‘이집트 왕 무덤’ 발견…미스터리 시체가?

    3,300년 전 ‘이집트 왕 무덤’ 발견…미스터리 시체가?

    약 3,300년 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나 용도와 건축목적이 불분명한 ‘미스터리 무덤’이 최근 이집트에서 발견돼 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과학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닷컴의 3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무덤은 펜실베이니아 고고학 발굴 팀에 의해 나일 강 중류 서안 고대 이집트 유적지인 ‘아비도스’ 인근에서 발견됐다. 약 7미터 높이의 아치형 구조인 해당 무덤에서는 빨간색 사암 석관과 적·녹색 아뮬렛(amulet, 부적) 각종 부장품이 발견됐다. 흥미로운 것은 석관인데 외형에 ‘호르엠헤브(Horemheb, 고대 이집트 제18왕조 최후의 왕)’을 의미하는 상형문자가 적혀있고 내부에는 사후 세계에 대한 안내서로 알려진 ‘사자의 서’ 내용을 의미하는 각종 그림이 그려져 있다. 정작 석관의 주인인 ‘미라’는 사라지고 없었다. 무덤 주변에서는 의문의 죽임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3~4명의 남성, 10~12명의 여성, 두 명의 아이 해골도 발견됐다. 발굴 팀은 이 무덤이 고대에 적어도 두 번은 도굴당한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이 무덤은 큰 피라미드의 영안실, 예배당의 역할을 했던 작은 피라미드의 일부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호르엠헤브’라는 이름이 적혀있는 것으로 볼 때 이집트 파라오나 그의 가족 혹은 이에 버금가는 엘리트층의 무덤이었을 것으로도 보이는데 무덤 한 쪽에서 발견된 샤브티(Shabti) 인형이 이 가설을 뒷받침한다. 참고로 샤브티는 사후세계에서 시중을 들게 하는 시종인형으로 투탕카멘과 같은 파라오 무덤에서 많이 발견된다. 미스터리는 한 가지 더 남아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임을 당한 남자, 여자, 아이의 해골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발굴을 주도한 펜실베이니아 대학 고고학자 케빈 카일은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무덤의 주인의 시중을 들었던 여성 첩들과 남자 하인일 가능성이다. 이는 시체의 수가 남자보다 여자가 많고 당시 파라오에게 많은 첩이 있었고 일부다처제가 보편적이었다는 것을 생각한 것이다. 두 번째는 이들이 무덤 주인의 일가친척일 가능성으로 해당 무덤이 가족묘일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세 번째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이 무덤에 누군가가 임의적으로 타인의 시체를 매장했다는 추측이다. 연구진은 무덤의 정확한 용도와 해골의 신분을 추측하기 위해 발굴 물에 대한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을 시행할 예정이다. 사진=라이브 사이언스닷컴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박홍환의 시시콜콜] ‘블랙홀’ 시안과 한국

    [박홍환의 시시콜콜] ‘블랙홀’ 시안과 한국

    중국 ‘시안’(西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진(秦)나라 시(始)황제의 병마용갱이다. 지금으로부터 2200여년 전 조성된 인형·마형들의 무덤인 셈인데 그 방대한 규모와 정교함에 실물을 직접 접해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지기 마련이다. 불로장생을 꿈꿨던 진시황은 죽는 순간에도 자신과 병마용의 ‘부활’을 굳건히 믿었던 것은 아닐까. 얼마 전 두 딸과 함께 병마용을 관람한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병마용들의 ‘천의 얼굴’을 일일이 살펴본 뒤 “놀라운 기적”이라며 감탄했다. 어디 미셸뿐인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정상과 지도자들이 병마용을 관람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10년 자신의 56세 생일을 시안에서 병마용들과 함께 했다. 중국 산시(陝西)성의 성도인 시안은 주(周), 진, 한(漢), 당(唐) 등 중국 역대 13개 왕조가 도읍으로 삼았던 곳이다. 도시 곳곳에 역사적 스토리가 넘쳐난다. 손오공과 현장법사의 이야깃거리를 남긴 당대에 가장 번성했다. 장안(長安)으로 불리며 세상의 중심을 자처했다. 실크로드의 관문 역할을 했던 그때도 장안은 ‘블랙홀’처럼 세계인들을 끌어모았다. 시안의 산시박물관에는 코가 크고, 눈이 움푹 들어간 중동계나 코카서스 인종을 형상화한 당삼채(唐三彩) 도자기들이 널려 있다. 우리와도 인연이 깊다. 통일신라 시대의 대문장가 최치원, ‘왕오천축국전’을 저술한 고승 혜초, 당의 서역정벌을 이끈 고구려 유민 출신 장군 고선지 등이 장안을 무대로 대활약을 펼쳤다. 임시정부 광복군이 시안에 주둔하기도 했다.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중국 지도를 펼쳐 놓으면 시안은 정중앙쯤에 자리한다. 병마용들이 ‘부활’하고 1200여년 만에 또다시 세계의 ‘블랙홀’이 된 지금 시안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충칭(重慶)과 함께 중국 정부의 역점사업인 서부대개발의 세 축 가운데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당의 심장부인 장안에 들어가 뚜렷하게 존재를 각인시킨 최치원이나 고선지의 ‘부활’을 기대하는 이유다. 스스로 블랙홀에 빨려들어가 그 정곡을 찔러야 할 때다. 때마침 70억 달러를 투자한 삼성전자의 시안 반도체공장이 오는 5월부터 가동된다고 한다. 역대 중국 투자 중 최대 규모다. 현대차도 인근 충칭(重慶)에 중국 내 네 번째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블랙홀의 중심에 들어서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선전이 기대된다. 한·중관계가 ‘봄날’인데다 기다렸다는 듯 우리 드라마 ‘별그대’가 중국을 휩쓸고 있지 않는가. stinger@seoul.co.kr
  • 멀고 먼 ‘아랍의 봄’

    멀고 먼 ‘아랍의 봄’

    “우리 앞에는 분열이 도사리고 있다. 지금 단결하지 않으면 ‘아랍 공동 행동’은 좌초할 것이다” 셰이크 사바 알 아흐미드 알 사바 쿠웨이트 국왕은 25일(현지시간) 자국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아랍권의 단결을 호소했다. 그러나 각국 정상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특히 시리아 문제와 무슬림형제단 테러단체 지정 여부를 놓고는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반(反)이스라엘’ 기치 아래 1945년 아랍연맹을 출범시킨 이후 단결된 모습을 보였던 아랍 국가들이 분열하고 있다. 연맹에는 페르시아계로 민족이 다른 이란을 제외한 22개 아랍계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연맹 내 페르시아만 산유국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의 분열이 심각하다. 걸프협력회의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오만, 바레인이 속해 있다. 갈등의 중심에는 이 지역의 ‘맏형’ 사우디아라비아와 신흥 ‘맹주’ 카타르가 자리 잡고 있다. 사우디는 최근 이집트와 함께 중동 최대 이슬람운동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규정했고, 카타르에서 자국 대사를 전격 철수시켰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에서 무바라크 정권을 축출하고 민선 정부를 수립했으나 군부에 다시 정권을 내준 뒤 핍박받고 있으며, 사우디에서도 왕조를 붕괴하려는 위험 세력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중동의 패권을 노리는 카타르는 무슬림형제단과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를 적극 지원하며 중동 민주화의 버팀목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아랍연맹 차원에서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연합 대표들이 이에 동조했다. 그러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국왕은 “테러단체는 무고한 민간인을 무차별 살상하는 조직을 말하는데,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무작정 테러 단체로 규정하면 진짜 테러단체들의 입지만 넓혀 준다”고 맞섰다. 시리아 사태 해결을 놓고서도 입장 차가 드러났다. 아랍연맹은 민간인 학살 책임을 물어 2011년 시리아 정부를 연맹에서 추방하는 대신 시리아 반군을 초청했다. 지금까지 연맹은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는 이란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일치된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올해 정상회의에서 반군 대표는 헤드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이라크와 레바논, 알제리가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사우디의 살만 빈 아둘 아지즈 왕자는 “반군을 더 전폭적으로 지원해 정부군과의 힘의 균형을 무너뜨려야 시리아 위기에서 우리 모두가 탈출할 수 있다”고 외쳤으나 끝내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韓·伊 수교 130주년 기념 전시회

    韓·伊 수교 130주년 기념 전시회

    24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한·이탈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 ‘르네상스형 인간, 마키아벨리’ 전시회 개막식에서 마리아 조반나 파디가 메르쿠리(맨 왼쪽) 주한 이탈리아 대사 부인이 참석자들에게 조선 왕조가 제작한 세계 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안내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잉글랜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잉글랜드

    잉글랜드의 북서부를 여행했다. 만나기 전 설레었고, 만나서는 빠져들었고, 지금 그 도시들의 기억을 열병처럼 더듬고 있으니, 이건 사랑이 분명하다. London 런던 섬광과 같던 런던의 밤 북반구의 겨울 해는 오후 3시를 넘긴 런던을 벌써 어둠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버스는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 옆을 천천히 지나간다. 엘리자베스 2세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엘리자베스 타워Elizabeth Tower로 개명한 빅벤Big Ben의 당당한 위용, 푸른빛을 뿜고 돌아가는 런던아이London Eye도 템스강과 제법 잘 어울렸다. 빨간 2층 버스가 사람들을 활기차게 실어 나르고 저녁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트라팔가 광장으로 모여들 무렵, 우리가 향한 곳은 샤드The Shard다. 2013년 2월에 개장한 서유럽에서 가장 높다는 약 310m의 이 빌딩은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작품으로 1만1,000장의 특수 유리가 6도의 경사를 이루며 빌딩을 감싸고 있다. 이름처럼 날카로운 조각을 연상시키는 외관이 고풍스러운 런던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었다지만 샤드는 이미 런던의 명소로 급부상 중이다. 68층에서 내려다보는 런던의 야경 속에 템스강, 타워브리지, 세인트폴 성당도 함께 반짝인다. 영국에 가면 밥은 굶어도 뮤지컬은 보라는 말이 있다. 웨스트엔드West End는 뉴욕 브로드웨이와 함께 세계 뮤지컬의 중심이다.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은 모두 영국 뮤지컬이다. 런던에는 연극과 뮤지컬 전용극장만 100개가 넘는다. 그중 500석 이상의 대규모 뮤지컬 극장 40여 개가 이곳 웨스트엔드에 몰려 있다. 저녁 7시면 런던의 모든 뮤지컬 극장에서 일제히 공연이 시작된다. 그중 우리가 선택한 것은 10년간 롱런하고 있는 <위키드Wicked>다. 서둘러 도착한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Apollo Victoria Theatre은 초록 마녀 엘파바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1부 끝 무렵, 마법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며 부르던 ‘중력을 넘어서Defying Gravity’는 화려한 무대효과와 엄청난 가창력이 어우러져 소름끼칠 정도다. 본토에서 오리지널 뮤지컬을 대하는 이 감동이라니. 더 샤드 www.the-shard.com oxford 옥스포드 옥스퍼드 대학은 없다 런던에서 1시간 30분 거리의 옥스퍼드는 고풍스럽고 온화한 기품이 넘쳐 흘렀다. 흐린 날씨는 옥스퍼드의 클래식함을 더 고고하게 받쳐 줄 뿐 일정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영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하버드, 캠브리지와 함께 세계 최고의 명문으로 꼽히는, 역사와 전통 속에서 무수한 인재를 배출한,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장학금인 로즈 장학금을 수여하는 대학. 일반적으로 기억하는 옥스퍼드 대학은 이렇다. 더하자면 12세기 헨리2세가 영국 학생들의 파리 유학을 금지하면서 옥스퍼드에 흩어져 있던 대학들을 통합해 설립한 것이 옥스퍼드 대학의 시작이다. 옥스퍼드 대학University of Oxford College은 옥스퍼드에 있는 37개 칼리지와 6개의 사설학당의 연맹체를 통틀어 일컫는 것일 뿐, 옥스퍼드 대학교라는 것은 없다. 그러나 영국 문예부흥운동의 중심이자 빅토리아 여왕 때는 종교적 논쟁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곳으로 아웅산 수치, 마가렛 대처, 토니 블레어, 간디, 빌 클린턴 등 46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25명의 영국 총리를 배출한 곳도 옥스퍼드다. 세계를 움직이는 엘리트들의 산실인 만큼 도시를 관통하는 학문적인 자부심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걷는 것만큼 옥스퍼드를 잘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옥스퍼드 공인 가이드로 자랑스럽게 그린 배지를 가슴에 단 하이디 선생은 걷는 것이야말로 옥스퍼드 최고의 여행법이라고 했다. 옥스퍼드 공식 가이드 워킹투어 College & Historic City Centre Tour 다양한 종류의 테마투어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투어라고 할 수 있다. 셀도니언 극장, 보들리안 도서관, 크라이스트처치 등을 약 2시간 이상 돌아본다. www.visitoxfordandoxfordshire.com Stoke-on-Trent 스톡 온 트렌트 영국 도자기의 본고장 런던 북서쪽에 자리한 스톡 온 트렌트는 영국 도자기의 주요 생산지다. 지역에만 25개가 넘는 도자기 팩토리 숍이 있고,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웨지우드, 포트메리온, 버리, 앤슬리, 무어크래프트 등의 브랜드가 이곳에서 나왔다. 1759년 창립된 웨지우드는 가장 영국적인 품위를 지닌 도자기다. 특히 여왕의 자기Potter to Her Majesty라고 불리는 ‘웨지우드 파인 본차이나’ 제품은 세계적으로 웨지우드의 명성을 증명하는 제품이 됐다. 영국 자기 본차이나Bone China는 중국 자기의 우수성을 캐기 위한 영국 도공들의 집념의 결과다. 장석과 고령토에 동물의 뼛가루를 섞어 반투명한 백색을 띠고 단단하다. 천재적인 도공 웨지우드Josiah Wedgwood가 훗날 영국 도자기산업의 중심지가 된 스톡 온 트렌트에 도자기 공장을 세운 것이 1759년. 웨지우드를 아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재스퍼Jasper를 떠올린다. 재스퍼는 유약 대신 산화물을 첨가해 만들어낸 매혹적인 색깔의 바탕에 고전적인 무늬나 초상화를 장식한다. 웨지우드 박물관에서는 웨지우드 홈 세라믹 생산의 250년 역사를 볼 수 있고, 팩토리 숍에서는 웨지우드의 다양한 브랜드를 최대 7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웨지우드에서 약 20분 거리에 자리한 1851년 설립된 버얼리Burleigh는 웨지우드와는 다른 분위기다. 세월이 느껴지는 삐걱대는 건물도 그대로다. 대량생산이 아니라 영국 전통기법으로 핸드프린팅하고 무독성 제품을 고집한다. 수작업이라 문양도 일정하지 않다. 잔잔하거나 고풍스러운 꽃문양 패턴으로 덮인 제품들은 아주 세련되고 우아하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할지 모르지만 영국 왕실에서도 사용하는 유명제품으로 특히 영국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다. 그 명성이 한국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웨지우드 방문자센터 & 박물관 www.wedgwoodvisitorcentre.com 스톡온트렌트 www.visitstoke.co.uk Chester 체스터 중세로의 여행 맨체스터에서 불과 30분,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라는 체스터는 기대 이상이었다. 대영제국의 상흔과 영광을 모두 품은 이 작은 도시의 역사는 1세기로 거슬러 오른다. 체스터는 웨일즈 지방 침략을 위한 로마인들의 거점도시였다. 곳곳에 당시의 유적들이 남아있는데, 가장 체스터다운 풍경은 튜더양식의 상가건물이다. 하얀 벽과 검은 나무가 어우러진 튜더양식의 건물들은 헨리7세부터 시작된 튜더왕조 때 지어진 것으로, 고딕양식에 르네상스 건축의 화려함이 더해졌다. 체스터는 구 시가지를 에워싸고 있는 성벽에 동, 서, 남, 북으로 자리한 네 개의 성문과 이스트게이트 스트리트Eastgate St., 워터게이트 스트리트Watergate St., 노스게이트 스트리트Northgate St. 그리고 남쪽의 브릿지 스트리트Bridge St. 네 개의 메인거리로 되어 있다. 이 4개의 거리가 교차하는 크로스The Cross를 중심으로 로우즈The Rows가 있다. 로우즈는 13~19세기에 형성된 쇼핑가로 소위 중세시대의 아케이드 거리라 할 수 있다. 비가 와도 우산을 사용하지 않고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보통 2층까지는 상가이고 위층은 주택인데 로우즈 안으로 올라가면 거리로 면해 있는 발코니와 중앙 복도 그리고 안쪽으로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겉과 달리 내부는 사뭇 현대적이다. 노르만, 로마네스크, 고딕 등 다양한 건축양식이 혼재되어 있는 체스터 대성당Chester Cathedral과 로마시대부터 있어 왔던 성벽City Walls 주변은 고즈넉했다. 이 성벽의 동쪽 문에는 체스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정교한 시계탑이 서 있다. 1897년, 빅토리아 여왕 즉위 60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것으로,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건축물과 사람들의 행렬은 아무리 봐도 지루하지 않다.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 영국항공 www.britishairways.com, 잉글랜드관광청 www.britholic.com ▶travie info 체셔 오크 디자이너 아웃렛 빌리지 Cheshire Oaks Designer Outlet Village 맨체스터 사람들이 체스터까지 와서 쇼핑을 하는 이유는 8개국 총 21개 아웃렛 매장을 운영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맥아더글렌 아웃렛McArthurGlen Designer Outlets 중 하나로 영국에서 가장 큰 체셔 오크 디자이너 아웃렛 때문이다. 버버리, 폴로, 마이클 쿠어스, 휴고 보스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부터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스포츠 브랜드와 마크 앤 스펜서, 넥스트 등의 하이스트리트 브랜드까지 145개의 브랜드를 최대 6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 가능하고, 10개가 넘는 레스토랑과 카페도 산재해 있다. 쇼핑마니아라면 유럽에서는 쇼핑만 잘해도 본전을 찾고도 남는다는 말을 체스터에서는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 www.mcarthurglen.com
  •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개관…박원순 오세훈 만났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개관…박원순 오세훈 만났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개관’ 최첨단 기법을 적용해 서울 동대문 지역의 랜드마크를 표방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착공 5년 만인 21일 개관했다. DDP는 옛 동대문운동장을 허문 6만2천692㎡ 부지에 총면적 8만 6574㎡, 최고높이 29m, 지하 3층과 지상 4층 규모로 공사비와 운영 준비비 4840억원을 들여 건설됐다. 여성으로는 처음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자하 하디드가 3차원 설계를 했고, 크기와 모양이 다른 알루미늄 패널 4만 5133장이 쓰였다. 막대한 건설비와 주변 경관과 다소 동떨어진 외관 탓에 ‘전시행정’이라는 지적도 일부 있었다. 이에 DDP를 운영하는 서울디자인재단은 내년 수입과 지출을 각각 321억원으로 정해 수지 균형을 달성하고 시민 참여 중심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개관식에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석해 DDP의 비전인 ‘꿈꾸고 만들고 누리는 디자인(Dream, Design, Play DDP)’과 관련, 연설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 땅(동대문)은 왕조의 몰락과 식민지배의 역사, 전쟁 극복과 근대화의 시간들을 기억한다”며 “어쩌면 그래서 이 ‘DDP 우주선’이 조화를 만들어내는 또 다른 역사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DDP는 무려 5천억원이 투자된 프로젝트지만 서울도심 창조산업의 중심지로서 향후 20년간 13조원에 달하는 생산·고용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DDP는 정말 졸작일까요, 명작일까요? 시민의 힘으로 답하겠다”고 덧붙였다. 개관식에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도 참석, 박원순 시장과 인사를 나눴다. 개관식은 서울시 인터넷TV(http://tv.seoul.go.kr)로 생중계됐다. 개관 기념전으로는 간송 전형필 선생의 소장품을 만날 수 있는 간송문화전, 자하 하디드의 작품세계를 전시하는 자하 하디드 360도전, 이탈리아 유명 디자이너 엔조 마리전, 스포츠디자인전, 울름조형대학 1953∼1968전이 열린다. 서울디자인재단은 DDP사업을 주도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도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오세훈 전 시장은 페루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중장기자문단으로 활동 중이어서 불참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형식적인 초청이 되지 않도록 사전에 연락도 하고 조율했지만 오세훈 전 시장 측 외국 일정으로 불발됐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자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우승컵은 결국 우리 것”

    지난 17일 팀당 35경기의 대장정을 마친 여자프로농구는 이제 세 팀만 살아남았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2위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과 3위 서동철 KB스타즈 감독이 18일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컵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위 감독은 “신한은행은 높이가, KB스타즈는 외곽 플레이가 좋은 팀이다. 둘 다 만만치 않은 팀”이라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정규리그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 준 임영희와 박혜진은 챔프전에서도 자기 몫을 할 것이다. 이승아가 아직 어리지만 겁 없이 해 준다면 부족한 한 자리가 메워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6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일구며 ‘신한 왕조’를 구축했다가 지난 시즌 우리은행에 우승컵을 빼앗긴 임 감독은 “올해는 많은 준비를 했다. 시즌 초반 부상 선수가 나왔으나 지금은 회복됐다. 옛 영광을 되찾을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서 감독도 “정규리그 개막 전 팀 창단 50주년을 기념해 꼭 우승하겠다고 공연했다. 기회가 왔으니 약속을 지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 감독은 특히 “변연하가 당연히 베스트 5에 선정될 줄 알았는데 뽑히지 못했다. 감독으로서 무능을 반성한다. PO에서는 120%의 능력을 발휘해 최우수선수(MVP)에 올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임 감독과 서 감독은 모두 2연승으로 빨리 PO를 마무리해 챔프전 준비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3전2선승제 PO는 20일과 22~23일 열리며 5전3선승제 챔프전은 25일부터 시작된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낙찰예상가 400억원 호가…희귀 중국 그릇 홍콩서 경매

    낙찰예상가 400억원 호가…희귀 중국 그릇 홍콩서 경매

    우리 돈으로 4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명대 자기가 다음달 홍콩 경매에 출품되는 것으로 알려져 수집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소더비 아시아가 오는 4월 8일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경매에 중국 명나라 왕조(1368~1644) 시대에 만들어진 매우 희귀한 자기가 2억~3억홍콩달러(약 274억~412억원) 사이에 낙찰될 것이라고 밝혔다. 병아리를 거느린 암탉과 수탉의 모습이 그려져 이른바 ‘치킨 컵’으로 불리는 이 자기는 스위스의 한 개인수집가가 소유했던 것으로 원래 그는 지난 2000년에 팔려고 했었지만 올해로 아흔이 넘긴 나이에 경매에 내놨다고 소더비 측은 설명했다. 지름 8cm 정도 되는 이 자기는 중국 명나라 8대 황제인 성화제(1465-1487) 때 만들어진 것으로, 명대(1368-1644)와 청대(1644-1911)에 복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니콜라스 차우 소더비 아시아 부회장은 “이 상징적인 ‘치킨 컵’의 경매를 맡게 돼 큰 영광”이라면서 “이 자기는 당시에도 보물로 여겨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에 출품되는 자기가 애초 낙찰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0년 11월 영국 런던 경매에서는 청나라 건륭제 시대 분채도자기가 예상가격의 40배인 5160만파운드(895억원)로 중국 예술품 사상 최고 가격에 낙찰돼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친이’ 이재오 “무슨 놈의 당이 1년 내내 ‘예’ 소리만” 독설 논란

    ‘친이’ 이재오 “무슨 놈의 당이 1년 내내 ‘예’ 소리만” 독설 논란

    새누리당 친이계의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이 14일 당을 향해 “꼬라지가 말이 아니다”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무슨 놈의 당이 1년 내내 ‘예’ 소리만 하느냐”면서 이렇게 밝혔다. 최근 당을 향해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온 이 의원이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당을 싸잡아 비난한 것이기 때문에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365일 중에 하루라도 ‘통촉하소서’라고 해야지”라면서 “드라마에서도 왕조시대에 신하들이 ‘성은이 망극 하옵니다’라고 하다가도 가끔은 ‘통촉하소서’라고 하는 것을 못봤나”라고 지적했다. 이는 당 지도부의 ‘종박’(從朴·박근혜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을 뜻함)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그는 또 “위만 쳐다 보느라고 목 좀 빠졌겠구만”이라면서 “그리고 매일 받아적기만 하면 되나. 그리고 매일 불러대기만 하면 되나. 받아쓰기 시험도 아니고”라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이 의원은 특히 “혼자서 다 하려 하니 힘도 들고 성과도 안나서 갈수록 험한 말투가 될 수밖에”라면서 “공천을 국민의 손에 돌려준다고 해놓고 도처에 사람을 심으려고 전략공천이라고 내미니까 힘없는 사람이야 앞에서 ‘예’ 하지만 뒤에서는 욕이 바가지로 나오지”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글 말미에 “이래서 당이 되겠나. 허구헌날 ‘돌돌’ 감싸는 것도 안 질리나”라며 “가끔은 이제 ‘그만하라’는 말도 좀 하지. 거참 딱하네. 일년이 넘도록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고만 하다보니 이젠 서로 눈만 보고 말은 없네”라고도 적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길섶에서] 운석/문소영 논설위원

    지난 9일 밤 경기 수원에서는 커다란 불덩어리가 깜깜한 하늘을 가로질러 추락하는 멋진 광경이 포착됐다. ‘별똥별’로 추정된 이 불덩이는 충북 청주와 남해고속도로에서도 관찰돼 내내 화제가 됐다. 심지어 경남 진주 대곡면의 한 파프리카 재배 비닐하우스에서는 운석으로 추정되는 9.5㎏의 물체가 발견돼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운석(隕石)은 글자 그대로 ‘떨어진 돌’인데 유성(流星)이 다 타버리지 않고 지구에 떨어진 것으로 철, 니켈 합금, 규산염 광물이 주성분이다. 천문학자에 따르면 운석 1㎏에 1억원 정도란다. 소행성 운석은 상대적으로 싸고, 달 운석은 더 비싸고, 화성 운석은 대박이고, 금성이나 수성 운석은 훨씬 더 비싸다고 한다. 운석도 출신성분이 중요한 것이다. 중국 역사에는 춘추전국시대에 철질운석으로 칼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고, 삼국지에서 조조가 동탁을 암살하려다 실패하자 환심을 사려고 운석으로 만든 칼 칠성검을 선물하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광해군 때 강원도에서 포착된 별똥별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이것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모티브였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삼국지 인물들 우상파괴” 파격 평설집 펴낸 마포부구청장

    “삼국지 인물들 우상파괴” 파격 평설집 펴낸 마포부구청장

    “세상에 삼국지는 ‘나관중 삼국지’와 ‘김경한 삼국지’ 딱 두 권”이라며 12권짜리 삼국지를 펴냈던 김경한 마포구 부구청장이 다시 ‘평설 인물 삼국지’를 내놨다. 제목처럼 인물별 캐릭터 얘기다. 널리 알려졌듯 촉한 정통론인 나관중 삼국지는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을 최고 존엄으로 부각시켰다. 삼국지 마니아인 김 부구청장은 정사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면서 우상 파괴에 나섰다. 이번 평설은 그래서 파격적이다. 11일 김 부구청장은 “스스로 무능함을 드러내면서 망한 왕조와 먼 친척뻘이란 이유로 유비의 촉한이 정통성을 갖췄다고 말하는 것은 난센스 중 난센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학에서 어떤 국가가 정통성이 있다고 말한다면 국가의 존립 근거를 합리화할 ‘정당성’이 있고, 국가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 안녕을 확보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유비의 촉한이 조조의 위나라나 손권의 오나라보다 조금도 우위에 있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위나라가 정통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이런 입장이라 인물평은 더 파격적이다. 그는 유비를 어릴 적부터 황제를 꿈꾸던 ‘조폭 출신 야심가’라고 부른다. 관우는 ‘살인범에서 신이 된 사나이’, 제갈량은 ‘탁상물림 선비’다. 반면 조조야말로 ‘한나라 중흥 충신’이다.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요하기 위한,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이고 위험한 책이 삼국지예요. 그럼에도 필독서처럼 통용되고 있으니 ‘이왕이면 정확하게 보라’ 그 말을 해 주고 싶은 겁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문소영의 시시콜콜] 봄을 기다리는 농부

    [문소영의 시시콜콜] 봄을 기다리는 농부

    올봄이면 농사지은 지 5년째가 된다. 경기도 근교에 20여 평 텃밭을 일궈왔다. 시작할 때 한두 달 반짝 재미를 붙였다가 6~7월 잡초가 기승을 부리면 얼른 도망가 묵정밭으로 만들 것으로 다들 짐작했다. 도시에서만 43년을 살았으니 지렁이나 굼벵이에도 화들짝 놀라면서 무슨 농사냐는 빈정거림도 받았다. 농사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좋았던 일은 머리만 쓰던 사람이 몸을 쓰면서 팥죽처럼 들끓는 잡념을 털어낼 수 있었던 점이다. 근육통이 일어나고 몸은 고단해도 머릿속은 개운해지곤 했다. 씨 뿌릴 때는 씨 뿌리는 일에만, 잡초를 제거할 때는 잡초 제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첫해엔 모종을 사서 심었지만, 두 번째 해부터는 씨앗을 수확해 뿌리려고 애썼다. 도시농부 안내책자에서 ‘파종하지 않으면 진정한 농부가 아니다’는 구절 덕분이다. 이때 ‘파종’은 그저 땅에 씨를 뿌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가을에 튼실한 씨앗을 따로 모아 이듬해 봄까지 관리하며 굶어 죽을 지경에 내몰리더라도 종자를 지켜 미래를 기약한, 신석기 시대 이래 수천 년 씨앗의 보호자로서의 아우라가 반영된 것이다. 텃밭에 쭈그리고 앉아 농사는 천하의 큰 근본이라는 ‘농자천하지대본야’(農者天下之大本也)의 뜻을 새기게 된다. 학생 시절 책상머리에서 이 단어를 배울 때와 달리 땡볕에 흙냄새를 맡으며 잡초를 뽑고, 비를 맞으며 김을 매고, 퇴비와 북주기를 하면서 농부의 위대함을 깨닫는다. 농부는 자신과 가족의 입에 들어갈 먹을거리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이웃과 나라를 다스리는 왕과 관료와 양반들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던 사람들이었다. 농번기 여름이면 새벽에 닭이 울 때 논밭에 나가 사위가 깜깜해질 때까지 일하는 고된 작업을 견뎌야 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 고된 농사와 세금 등을 피해 도망가는 양민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를 달래려고 ‘농자천하지대본야’를 강조해야만 했다. 또 조선왕조실록에는 농사를 권한다(권농·勸農)는 어록 1573번과 함께,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밥을 하늘처럼 섬긴다’는 뜻의 ‘국이민위본, 민이식위천’(國以民爲本, 民以食爲天)이라는 말이 세종 때부터 7차례나 나온다. 조선시대의 ‘밥’을 21세기 단어로 바꾸면 ‘민생’(民生)이 된다. 오는 3월 말이면 하지 감자 씨를 심으며 농사를 시작할 것이다. 생활고로 자살하는 국민이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 정부는 과연 국민을 근본으로 삼은 것인지, 복지가 확대돼 민생이 개선되는 봄은 천천히 라도 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논설위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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