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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책꽂이]

    대지의 선물(존 세이무어 글, 샐리 세이무어 그림, 조동섭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 환경운동가인 저자가 1953년부터 가족과 자급자족한 생활을 유쾌하게 그린 에세이. 2011년 책 출간 50주년을 기념해 둘째 딸이 저자의 죽음과 출간 이후 달라진 가족의 삶을 보태 다시 냈다. 256쪽. 1만 3800원. 샤워실의 바보들(안근모 지음, 어바웃어북 펴냄) ‘완전고용’을 기대하며 온수 꼭지를 틀다가 뜨거운 물(인플레이션)에 놀라 냉수꼭지를 돌리다가 찬물(경기 침체·실업)에 화들짝하는 ‘경제 바보들’은 어떻게 경제를 말아먹었을까. 322쪽. 1만 6000원. 한국춤이 알고 싶다(유인화 지음, 동아시아 펴냄) 의상과 소품, 출연자의 신체 조건 등 한국춤의 모든 궁금증을 다양한 사진과 자료를 섞어 상세하게 풀었다. 312쪽. 2만 2000원. 아름다운 교회길(전정희 글, 곽경근 사진, 홍성사 펴냄) 전국 각지의 아름다운 교회 20곳을 찾아 세월을 담고 사연을 풀어 냈다. 일간지의 대중문화 선임기자인 저자들이 각각 글로, 사진으로 다양하게 소개한다. 312쪽. 1만 6000원. 두근두근 해외여행(임소정 지음, 꿈의지도 펴냄) 일간지 여행담당 기자가 월급쟁이로 바쁘게 살면서도 10년 동안 26개국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노하우와 테마별 버킷리스트, 알짜 여행지, 알뜰한 항공편 예매법 등을 챙겼다. 404쪽. 1만 6000원.
  • [시간제 일자리 길을 묻고 답을 찾다] 전일·시간제 등 유연한 근무환경이 생산성 높여

    [시간제 일자리 길을 묻고 답을 찾다] 전일·시간제 등 유연한 근무환경이 생산성 높여

    크리스마스 휴가철을 앞둔 지난해 12월 취리히에서 차로 40분을 달려 도착한 곳 세온. 스위스 북부의 작은 마을에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기업이 있다. 15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아웃도어브랜드 ‘마무트’. 1862년 농업용 밧줄을 만들던 가내 수공업 수준의 작은 회사는 현재 전 세계 40여 국가에 지점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에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지점을 두고 있다. 본사 건물과 연결된 제품 생산 공장에는 1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시설 자동화로 본사 공장에는 30명 규모의 노동자만 운영하면 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공장은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가동되며 공장 노동자들은 2개 조가 교대로 투입된다. 공장은 계속 가동해야 하는 특성상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전일제 노동자로 구성되지만 경영, 판촉 분야 등은 다양한 근무 형태로 운영된다. 해럴드 쉬라이버 마무트 스포츠 그룹 매니저는 “우리 회사는 구성원들에게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사람은 공장의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저마다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르다. 충분한 휴식과 개인 생활이 보장돼야 그만큼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무트 본사 경영 파트에는 직원 대부분이 아웃도어 스포츠를 취미로 두고 있다. 회사가 충분한 여가를 보장하면 직원들은 취미생활로 자사 제품을 갖추고 알프스 산맥 곳곳을 오른다. 그런 생활을 통해 품질을 확인하고 신제품 구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날씨가 좋은 거예요. 게다가 그날 회사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적거나 중요하지 않으면 팀장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날 하루는 스위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면 되는 거죠.” 쉬라이버 매니저는 “전일제 근무 직원은 하루 근무 시간에 상관없이 한 주에 40시간 근무만 채우면 된다”고 설명했다. 시간제 노동자는 전일제 노동자 대비 80% 근무가 가장 많다. 주로 생산관리직과 마케팅 부서 직원들이 시간제로 일하는데 300여명의 본사 직원 가운데 25% 정도가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직원별로 근무 시간에만 차이가 있을 뿐 모두 마무트 본사의 정규 직원이며 동일한 회사 복지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휴가 일수는 전체 노동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성별로는 남자 직원 대부분이 80% 시간제를 선호하고 결혼한 여자 직원 사이에서 50% 시간제 근무 인기가 높다. 쉬라이버 매니저는 “전일제 근무 조건으로 입사한 여성이 결혼한 뒤 출산을 하게 되면 육아 문제로 근무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회사에서는 직원의 사정을 적극 반영하고 있으며 결혼이나 출산을 이유로 여성 직원을 해고하는 행위는 마무트뿐만 아니라 스위스 기업에서는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근무 시간을 줄였던 직원이 다시 전일제 근무를 원하면 이 또한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쉬라이버는 스위스의 시간제 일자리 정착 과정에 대해 “정부가 정책으로 이끌었다기보다는 세대가 바뀌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소개했다. 남성 위주의 완전고용 상태에서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기업 입장에서는 일손이 부족하게 됐다. 기성세대에 비해 여성들이 교육을 많이 받게 되면서 사회 진출 욕구도 커졌고 노동시장에 여성이 진출하게 됐다. 이런 과정에서 기업과 노동자 각자가 원하는 시간제 근무 형태가 확산됐다는 게 쉬라이버의 설명이다. 그는 시간제 일자리를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기업이 이를 뒷받침하는 형태의 한국 상황에 대해 “정부로서는 당연히 시간제 근무를 포함한 기업 활동을 도울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기업은 경영자부터 시간제 근무를 도입할 사전 준비를 치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기업은 기존의 전일제 근무 분야에서 어떤 직군을 뽑아 근무 시간을 몇 시간까지 줄일 수 있는지, 이에 따른 업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사진 세온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시간제 일자리 길을 묻고 답을 찾다] 휴직자업무 대체인력 한시적 채용…고용·직업교육·복지 동시해결 가능

    [시간제 일자리 길을 묻고 답을 찾다] 휴직자업무 대체인력 한시적 채용…고용·직업교육·복지 동시해결 가능

    덴마크는 고용시장 유연성에 힘입어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까지 실업률 1.7%대의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를 유지해 왔다. 이후 지난해 말까지 실업률이 6%대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인 인근 유럽 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배경에는 덴마크 노사가 1980년대 후반부터 점진적으로 도입한 ‘직장순환제’(Job Rotation)가 한몫하고 있다. 직장순환제는 기존의 노동자가 육아나 교육연수 등을 이유로 한시적으로 휴직할 경우 실업자를 일시 고용해 해당 업무를 대체하는 방식이다. 실업자는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업무 숙련도가 높아지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기회를 얻는다. 노동의 기회와 교육을 동시에 제공한 뒤 고용률까지 높이는, 교육·고용·복지가 융합된 정책이다. 실업자가 이 제도를 통해 일단 노동 시장에 들어오면 직업훈련센터와 노동조합, 사용자 등이 공동으로 실업자의 업무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훈련까지 책임진다. 여기에 추가적인 초기 직업교육훈련과 계속 직업교육훈련 등 노동자에 대한 꾸준한 교육과 관리로 노동자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후 이 제도는 그 효과가 입증되자 북유럽을 중심으로 전 유럽 국가로 번져 나갔고, 한국도 2009년 한국산업력공단이 이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을 맞춤형으로 대응하는 직업훈련 시스템도 고용률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덴마크 전역에 설치된 100여개의 통합직업훈련센터는 실업자들이 언제든지 재취업을 위한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교육 및 실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실업자들은 매달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증빙서류만 제출하면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어 실업 상태의 부담도 덜어주고 있다. 덴마크 고용자협회(DA) 관계자는 “덴마크도 과거 1990년대 초반에는 실업률이 10%에 육박했지만 고용시장의 유연 안정성과 실업자에 대한 적극적인 노동시장 유인 노력으로 빠른 속도로 실업률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펜하겐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뜸들이는 美연준에 커지는 신흥국 시장 불안

    미국이 무한정 돈 풀기를 끝마치려 하자 우리나라를 비롯해 신흥국들의 시장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경기가 나아진다면’이라는 단서 조항 탓에 양적완화(경기를 살리기 위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축소 시기와 규모는 예측조차 쉽지 않다. 관심을 모았던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21일(현지시간) 공개됐지만 어떤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미국 여건이 고려된 결과다. 오히려 “실업률 7.0%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불완전고용과 구직포기자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새로 나왔다. 시장의 불확실성만 한층 높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등 신흥국들은 마땅한 대비책도 없이 1997년 외환위기 같은 상황을 겪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신흥국 금융시장은 어김없이 요동쳤다. 이날 코스닥은 2.43%(12.90포인트) 내린 517.64로 장을 마쳤고 코스피도 0.98%(18.34포인트) 하락했다. 원 달러 환율은 5.6원 오른 1123.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나은 편이다. 터키 리라화는 사상 최저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는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터키 중앙은행이 21일 기준금리를 깜짝 인상하고 ‘매일 최소 1억 달러를 매각한다’는 성명까지 냈지만 속무무책이었다. 인도네시아는 23일 대응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추세를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흥국이 꺼내 들 ‘카드’는 마땅히 없다. 양적완화도, 출구전략도 미국의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조충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팀장은 “현재 금융불안은 신흥국이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의 말 한마디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언제든지 돈을 빼갈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물론 신흥국들의 책임도 있다. 인도 등 최근 금융불안을 겪는 신흥국들이 그동안 선진국들의 양적완화로 인한 혜택만 누렸을 뿐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대비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미국발 불안은 출구전략이 마무리돼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출구전략의 후폭풍이 최소 3년은 갈 것”이라면서 “1994년 미국이 출구전략으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고 1997년에 우리가 외환위기를 맞았다. 향후 금융시장 불안에 더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김일수 樂山樂水] 왜 국민안전인가?

    [김일수 樂山樂水] 왜 국민안전인가?

    한 열흘 전, 한 신문기사가 필자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전제조건은 안전사회를 확립하는 일이라 강조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섬기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경영목표도 ‘국민안전·사회통합을 추구하는 형사정책 연구기관’이기 때문이었을까. 이렇듯 안전모드는 어느새 다양한 정책전문가들의 눈에 우리 시대의 정신을 읽는 코드가 되었다는 느낌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생산과 시장의 글로벌화와 국제화, 노동시장과 사회적 관계의 유연화, 국가기능의 민영화, 포드주의에 지향된 복지국가가 약속했던 정책의 변화, 포스트모던 시대의 심화와 함께 전통적 결속감과 보편적 공동체정신의 해체 그리고 고도의 개인주의화와 다원화로 인해 사회적 불안정이 증폭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 과정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고, 도처에서 체감정도만 다를 뿐 계속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두 차례에 걸친 경제위기와 금융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한 저력을 확증하긴 했지만, 그로 인해 사회 주변영역으로 내몰린 취약계층의 증가와 사회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의 간극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것이 지난번 대선의 투표성향에서도 드러났다. 문제는 외적 불안요인이 내면세계의 불안으로 파고들고, 이 같은 불안의 순환구조가 해소되지 않은 채 정체에 빠지면 내면세계의 불안감은 자살 아니면 분노와 같은 극단적 행동으로 분출되기 쉽다는 점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공동체의 평화롭고 안전한 삶의 지평을 열어 나가는 프로젝트가 바로 오늘날 안전국가·안전사회의 이념이다. 왜 개인의 자유가 아니고 안전이며, 왜 시장의 효율성이 아니고 안전인가? 경제적 변혁과 국가기능의 변화 등을 포괄하는 거시적인 사회변화가 이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만 놓고 보더라도 산업화시대의 지표는 성장과 완전고용이었다. 최근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우리는 어느새 행복과 안전을 추구하기에 이르렀다. 안전은 후기현대사회의 국가적 정책에서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모든 어젠다 중에서 우선순위를 점한 필수의 문제이다. 단순한 행복추구의 수단이 아니라 행복 그 자체와 동일시하는 단계에 와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정착으로 이제 시민의식은 국가의 신화화나 권력의 폭군화를 염려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국가가 국민의 자유보장보다 국민의 안전과 보호에 더 신경 써 주길 기대하는 추세이다. 여기에서 개인의 안전과 사회의 안전은 상호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사회적 불안의 확산은 안전지향정책의 큰 장애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새로운 위험요인들은 사회 도처에 깔려 있고, 그러한 위험요인들을 국가가 우선적으로 잘 관리함으로써 생활의 안전을 확보해 주기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박 당선인의 정책 프로그램 속에는 안전사회의 프로그램 일부가 제시되고 있다. 성폭력·가정파괴·학교폭력·불량식품을 4대 악으로 상정하고, 이를 근절시켜 사회안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한 주요대책으로 합동성범죄전담반 설치, 범죄예방을 위한 안전시설 확충, 범죄피해자 지원 확대, 범죄취약계층을 위한 경찰력 대폭 증원, 식품안전정보망 구축과 식품표시제 확대 등이 구상될 전망이다. 안전지향적 형사정책은 더 많은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다. 고전적인 범죄 진압 모델에서 예방모델로, 폐쇄적인 사회통제모델에서 개방적인 사회통합모델로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단계에 와 있다. 위험이나 재난으로부터 더 심각한 사회적 트라우마의 고통을 겪지 않도록, 이미 발생한 위험이나 재난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더 나아가 아픈 경험을 벗어나 일상의 평온을 회복하는 자발적 복원능력을 촉진시키는 통합적인 안전정책 수립도 필요하다. 어느새 우리는 웰빙보다 힐링을 자주 이야기하는 상황에 접어들지 않았는가.
  • [기술의 시대 인간의 시대] 40년 전에 꿈꾼 미래, 현실이 되다

    [기술의 시대 인간의 시대] 40년 전에 꿈꾼 미래, 현실이 되다

    사람은 현재를 사는 것일까, 미래를 준비하는 것일까. 과거에서는 교훈과 경험을 얻지만 돌아갈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오늘을 살면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느냐는 점차 복잡해지고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에서 중요한 가치가 된다. 서울신문 창간기획 ‘기술의 시대, 인간의 시대’는 미래사회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았다. 과거에서 바라본 오늘, 그리고 오늘날 바라보는 미래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통해 더 바람직하게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편집자 주 평균수명이 80세까지 연장되고 노령층의 폭증이 새로운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완전 포장된 자동차 도로가 전국 방방곡곡에 뻗치고, 초고속 대량 교통수단의 출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정도면 주파하게 될 것이다. 노동시간은 주40시간, 5일제가 표준이 되고, 도시의 건물은 고층화, 거대화로 바뀌어 상층부는 주택, 중층부는 사무실, 하층부는 상가가 되고, 골프가 일상적인 대중스포츠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1971년 과학기술처(현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함께 내놓은 ‘서기 2000년의 한국에 관한 조사 연구’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의 오늘을 기준으로 그린 미래한국의 청사진이자 한국 최초의 미래보고서였다. 2000년 한국의 인구, 경제, 생활환경과 과학기술의 발전상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진행된 당시 연구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었다. 보고서에는 놀랍게도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을 그대로 담고 있다 당시 연구는 서울과 지방, 국립과 사립 대학생, 대학원생, 육군사관학교 생도 등 555명, 전국 신문사·통신사 편집국 부국장급 이상 간부 및 논설위원 170명, 초·중·고 교장과 교감을 포함해 모두 953명을 대상으로 7개월여에 걸쳐 설문조사했다. 대학 및 대학원생들은 30년 뒤 한국사회를 이끌 세대라는 점이 고려됐다. 연구 결과, 1970년 3140만명이던 인구가 2000년 47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은 실제인 4614만명에 근접했다. 연구는 한국의 인구밀도가 466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밀도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실제 2000년 당시의 인구밀도는 464명/㎢으로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높은 국가로 손꼽혔다. 1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던 서울인구는 2000년 990만명, 45%로 예측한 경제활동인구 비율도 실제 48%로 근사했다. 평균수명 80세, 평균 4명의 핵가족화,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대한 예측도 정확했다. 전국 자동차도로가 완전히 포장되고, 초고속 대중교통수단의 출현으로 서울과 부산을 2시간 이내에 연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실현됐다. 정보가 가장 값비싼 상품이 되고, 치료정보, 법조문 및 판례정보센터 등 활동분야별로 각종 정보센터가 설립돼 정보산업이 본격화한다는 정보혁명의 진전과 관련한 예측도 적중했다. 간장, 된장의 상품화로 장독대가 없어진다거나 전국을 커버하는 자동즉시호출전화(휴대전화)가 보급된다는 전망도 맞았다. 그러나 빗겨간 예측도 있었다. 모든 산업에서 노동수요가 노동공급을 초과해 완전고용이 실현되고, 오히려 노동력 부족 사회가 된다는 예측은 2000년대 이후 3~5%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오늘날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원자력이 일상화해 원자력발전이 전체 발전의 70%를 차지한다거나 연안 대륙붕에서 석유가 발견될 것이라는 전망도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아이를 낳을 때 태아의 성별을 자유로이 조절할 수 있다는 등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예측도 있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대권 3수 손학규의 주요공약

    대권 3수 손학규의 주요공약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14일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함께 잘 사는 사회, 민생 민주주의’를 국정의 기본 방향으로 내세웠다. 손 고문은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은 정의가 바로 서고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사회”라면서 “이를 위해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한 나라, 양극화가 해소되고 대기업·중소기업이 공생하며 부자와 가난한 자가 서로 돕는 나라 등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손 고문은 이날 큰 틀의 대선 공약과 10대 강령을 발표했다. 그는 ‘완전고용국가와 진보적 성장’을 위해 2020년까지 70% 이상의 고용률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노동시간을 단축해 노동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철저히 지켜 비정규직의 노동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민주화와 사회정의’를 위해서는 “기업의 소유구조 및 경영 지배구조를 정상화하고, 조세정의를 구현해 특권 경제구조를 타파할 것”을 강조했고, ‘보편적 복지’를 위한 공약으로는 청년들에게 다양한 삶의 기회를 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청춘연금제도 등을 내세웠다. 교육 정책으로는 “기회의 평등이 완전하게 보장되는 교육을 실현하고, 작은 교실, 작은 학년 등 학교혁신 시스템을 도입해 ‘가족 같은 학교’를 만들어 희망의 사다리를 복원할 것이며, 서울대와 거점 지방 국립대를 네트워크화해 공동학위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고립, 압박정책은 이미 실패했다.”면서 “남북 교류가 단절되지 않았다면 개성공단은 2~3배 발전했을 것이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을 것”이라고 했고, “4대강 사업과 신규 원전 건설 추진”에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와 함께 손 고문은 ▲특권과 강자독식 경제 구조 타파 ▲전국민 주치의제 등 복지 확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중소기업 중심의 진보적 성장 ▲서울대 법인 화 중단 등 교육체제 혁신 ▲한반도 평화 정착 등을 ‘10대 강령’으로 제시했다.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애민·민생·통합의 대통령 될 것”… 세종대왕 동상앞 출정식

    “애민·민생·통합의 대통령 될 것”… 세종대왕 동상앞 출정식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둘러싼 야권 대선주자 간 혈투가 시작됐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민주당 대선 주자 ‘빅3’ 가운데 처음으로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애민·민생·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 선언을 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오는 17일, 정세균 상임고문은 24일, 김영환 의원은 7월 5일, 김두관 경남지사는 7월 중순쯤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어서 이달 말부터 야권의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손 고문은 출마선언식에서 “오늘 나는 역사와 정면으로 부딪치며 살아온 나의 삶과 국정경험을 바탕으로 내 인생의 가장 원대한 꿈에 도전하고자 한다.”며 “사회통합, 남북통합, 정치통합으로 ‘3통의 대한민국’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 혈관 속에는 민주·민생·통합의 피가 흐르고 있다. 나는 늘 시대정신을 행동으로 실천하며 살아왔다.”면서 자신이 ‘3통의 대한민국’을 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완전고용 국가 실현과 진보적 성장을 통한 공동체 시장경제, 보편적 복지를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연설은 30여분간 이어졌다. 이낙연·김동철·김우남·신학용·양승조·오제세·조정식·이찬열·이춘석·최원식 의원과 김영춘·서종표·송민순·이성남·전혜숙·홍재형 전 의원 등 손학규계 전·현 의원들이 모두 참석했다. 또 한명숙 전 대표와 문희상·이미경·원혜영·유인태·신장용·유대운 의원과 천정배 전 의원도 나와 손 상임고문을 축하했다. 손 고문은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국가의 상으로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제시했다. “세종대왕이야말로 백성들의 삶을 챙기는 데서 국정을 시작하고, 만 백성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서 국정을 마무리한 성군이셨다.”며 자신과 세종대왕을 연결 짓기도 했다. 출마선언식에는 손 고문이 그동안 정치를 하면서 만난 각계의 ‘보통사람’ 100여명이 초청돼 자리를 함께했다. 손 고문이 도지사로 있었던 경기도의 취업준비생, 태풍 ‘매미’ 수해복구 지원사업에 나갔다가 만난 이장, 민생투어 때 배를 태워준 선주, 40년간 자신의 머리를 깎아준 이발사, 충남에서 돼지를 키우는 축산인 등이 이 자리의 두 번째 주인공이었다. 손 지사는 이들과 자신의 인연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민생 밀착형’ 대선주자로서의 모습을 부각시켰다. 손 고문은 당초 다음 달 초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었지만 “빨리 나서는 게 좋다.”는 측근들의 조언에 출마 선언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라이벌인 문 상임고문은 네티즌들과 함께 출마선언문을 만들고 있고, 김 경남지사의 지지자들은 잇달아 출마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나와라, 김두관”을 외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한때 10% 후반대의 지지율을 달리다 몇 달째 3% 안팎에 머물러 있는 손 고문으로서는 그만큼 행보를 서둘러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손 고문은 대선출마 선언에 이어 곧바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경기 화성의 농촌을 찾는 것으로 민생 행보를 시작했다. 손 고문은 화성시 송림동 일대의 갈라진 논바닥을 둘러보고 “안타깝다. 우리 농업은 경제수단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정신이기도 한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손 고문은 “서울에서 물이 마르면 난리가 났을 텐데 이런 농촌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아 땅도 타고 농민들 마음도 탄다. 앞으로 이런 현장을 자주 찾아 소외된 지역에도 국민의 관심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통계의 신뢰성과 효율성/강청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4년

    [옴부즈맨 칼럼] 통계의 신뢰성과 효율성/강청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4년

    ‘고용 대박’이란다. 수치만 보면 경제학적으로 ‘완전고용’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완전고용이라는데 주변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장관만 신이 나고 전국의 수만 구직자들은 분노했다. 20대가 겪는 취업난과 고용 현실에는 눈감은 채 입맛에 맞는 통계수치에만 눈 돌린 결과다. 이처럼 통계는 잘 쓰면 주장의 신뢰와 객관성을 담보하는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기도 한다. 이번 경우야 장관의 말실수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때로는 엄청난 규모의 혈세가 낭비되는 사태를 빚기도 한다. 서울신문 15일 자 2면에 실린 용인 경전철 사례가 대표적이다. 엉터리 용역이 낳은 잘못된 통계는 국민 세금 2조 5000억원으로 실패학 교재에 들어갈 사례 하나만 만들어주고 말았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통계는 신뢰를 잃는다. 잃어버린 통계의 ‘신뢰’를 찾아주는 것도 신문의 역할 중 하나다. 정부기관과 이해집단이 자기 입장에 유리하도록 통계 결과를 아전인수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이러한 시도를 모두 방지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독자를 통계의 덫으로부터 구하고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계에 대한 해석과 설명을 강화하는 것이다. 여기서 ‘해석’은 단순히 제시된 자료에 대한 해석이 아닌, 통계와 함께 제시된 해석에 대한 2차 해석도 포함한다. 정부가 고용상황 개선에 대한 증거로 자료를 제시했다면 과연 그 자료가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적합한 것인지, 이번 일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는 아닌지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통계의 신뢰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독자가 통계와 수치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통계의 숨은 의도에 휘둘리는 것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쇄매체의 특성상 신문은 자료에 나타난 수치를 지면에 상세하게 싣기도 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기사의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부르기도 한다. 16일 자 6면의 ‘코스닥 상장사 3분기 순이익 급감’ 기사에서는 매출액 감소를 수치로 죽 나열했는데 읽기가 쉽지 않다. 소수점 두 자리까지 내려가는 숫자를 읽고 바로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뿐더러 일일이 다 읽지도 않을 것이다. 차라리 그래픽으로 나타내거나 한두 문장 정도로 의미를 요약한다면 기사의 주제를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지표를 제시할 때 해당 지표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주는 것도 좋다. 21일 자 1면의 ‘엥겔계수’는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료품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쉽게 와 닿는다. 이번에 논란이 된 실업률은 고시생 같은 취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는데, 이러한 기준을 밝히면 그 맥락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수치의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구체적인 비유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의도 면적의 몇 배’와 같은 표현이 있는데, 정확성은 둘째치고라도 독자가 머릿속으로 그 규모를 떠올려 볼 수 있기에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수치를 제시할 때 참신하고 구체적인 비유를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통계자료의 신뢰성에 나름의 ‘등급’을 부여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검증된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조사결과는 불분명한 누리꾼 조사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뢰성이 보장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시행기관과 같은 공식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임의적인 통계 신뢰등급을 만들어 활용한다면 보다 간편하게 통계의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 22일 자 신문을 펼쳐본다. 30개 가까운 지면에 10개가 넘는 통계와 그래프가 등장한다. 통계 및 수치자료를 자주 활용하는 매체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신문 또한 인용된 자료에 일정부분 책임을 진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통계를 보도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자료의 신뢰성을 검증하고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여 기사에 힘을 더하는 양날의 검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英폭동 원인 제공자는 대처”

    “英폭동 원인 제공자는 대처”

    “지금의 영국 캐머런 정부는 보수당의 뼈대인 구(舊)토리주의적 요소를 상대적으로 강조하는데도 이런 소동이 난 겁니다. 이건 꼭 캐머런 정부 탓만은 아닙니다. 그 이전 노동당 정부는 좌파임에도 대처리즘의 토대 위에서 움직였다는 점, 그 대처리즘은 영국 보수당의 지적 기반이자 전통인 구토리주의를 무너뜨렸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보수주의의 구원투수로 여겨지는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가 실은 영국 보수주의의 파괴자라는 얘기다. 한동안 인구에 회자됐던 ‘제3의 길’도 대처리즘의 변형에 불과하며, 이게 ‘영국 폭동’의 원인(遠因)이라는 설명이다. 고세훈(56)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의 주장이다. ‘국가와 복지’, ‘영국노동당사’ 등 영국 정치경제사에 대한 책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는 그를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고 교수가 영국과 복지라는 화두를 틀어쥐게 된 것은 영국이 최첨단 자본주의 사회이자 복지국가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극좌로 흘러가지 않은 노동당의 전통이 한가지 원인이었다. 또 한 가지 요인은 기득권 층의 양심적 후퇴, 혹은 묵인이었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으로 널리 알려진 윈스턴 처칠(1874~1965)은 “이건 완전 사회주의 법안이잖아.”라고 투덜대면서도 국유화 법안에 서명한 총리다.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헛소리’쯤으로 치부한 존 케인스(1883~1946) 역시 적자재정 편성을 통한 완전고용을 정책목표로 삼았다. 유럽 위기 얘기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균형재정을 얘기하는 한국 보수와 다른 면모다. 고 교수는 영국 보수당 역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인물로 모리스 해럴드 맥밀런(1894~1986)을 꼽았다. “귀족 출신 보수주의자였지만 2차대전 직후 집권한 애틀리 노동당 정부에서 전 산업의 20%를 국유화한 정책을 단 하나도 뒤집지 않았습니다. 영국은 계급으로 찢긴 두개의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국가여야 한다는 원 네이션 토리즘(One Nation Toryism) 전통을 지켜낸 것이지요.” ●“한국 보수, 공동체보다 이해관계 몰두” 보수주의자가 왜 그랬을까. 계급으로 사회를 분열시키는 시장주의는 보수주의자의 적이기 때문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계급’이라는 용어 자체를 가장 경멸하는 이들이 이른바 보수입니다. 그런데 투표나 정책 선택에 있어서 가장 계급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이 다름 아닌 그들입니다. 이게 영국과 한국 보수의 차이점입니다. 영국 보수는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에 관심이 있지만, 한국 보수는 오직 이해관계에 대한 동물적 감각뿐이지요.” 한국에서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복지 논의에 대해 고 교수가 유보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도 강력한 보수주의 전통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처가 영국 보수주의를 파괴했다는 주장도 이 대목에서 나온다. 대처는 보수주의 대신 시장주의를 택했다. 여기에는 역설적이게도 당내 민주화 문제가 겹쳐져 있다. 원래 보수당 당수는 귀족 출신에 10~20년간 원내 정치 경험을 쌓은 이들 가운데 당 원로들이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이가 추대된다. 식료품집 둘째딸이 보수당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전통의 붕괴 덕분이다. 고 교수는 “전통적인 보수당 정치에서 대처가 일종의 외부자(outsider)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 덕분에 대처가 보수당의 오랜 전통인 원 네이션 토리즘을 무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진보진영 강령 대중적 언 어로 순화해야” 진보진영에 대해서도 물었다. 폭력혁명보다 의회민주주의를 신뢰한 노동당의 전략에 대해 당내 좌익그룹들은 극심하게 반발, 탈당하기도 했다. 스웨덴 사민당도 마찬가지다. 노동자계급 국제연대 대신 ‘국민의 집’ 구호를 내걸었을 때 사민당 내 좌익그룹 25%가 탈당했다. “정체성과 관련해 진보진영이 강력한 원칙을 천명하되, 강령이나 원칙을 조금 더 순화된 언어로, 대중적인 언어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회민주주의 국면에서 일반 국민들의 감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변신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그런 차원에서 일각의 ‘종북 논란’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치부했다. “어차피 자연적으로 소멸될 얘기인데 너무 과대평가됐어요. 정말 치열하게 논의되어야 할 원칙은 다른 것들인데….” 때문에 고 교수는 ‘인물로 보는 영국 노동당사’를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리처드 토니(1880~1962) 같은 이가 있어요. 노동당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가인데 이 사람은 평생 평당원으로 지냅니다. 말년에 노동당에서 공로를 인정해 작위를 주겠다고 제안하는데 이 사람 대답이 걸작이에요. ‘내가 노동당에 무슨 해를 끼쳤기에 이러십니까’ 했답니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1980년대에 일부 선보이기도 했는데, 토니가 남긴 책 3부작 번역과 인물평전을 한번 시도해 보고 싶어요.” 하나의 모범을 제시하고 싶다는 얘기다. 그런데 너무 교과서적이지 않을까. “다들 권력의지를 얘기하는데 교과서적 얘기도 있어야지요. 권력의지가 있되 거기에 압도되지 않을 시각과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대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정치인이 많아져야 해요.” 그러면서도 한 마디 덧붙인다. “알고 지내는 정치인 몇몇에게 ‘당대에 살려고 하지 마라. 밀알이 돼라’라고 했더니 ‘모든 정치인은 당대를 산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세종시수정안 발표이후] 전문가 3인 긴급좌담

    [세종시수정안 발표이후] 전문가 3인 긴급좌담

    서울신문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12일 마련했다. 서울신문 회의실에서 산업부 류찬희 기자(부장급) 사회로 진행된 긴급 좌담에는 박양호 국토연구원장,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 하혜수 경북대 교수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수정안에 대해 박 원장은 “신성장동력의 거점을 마련한 새로운 경제모델”이라고 호평한 반면 권 교수는 “세종시 블랙홀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하 교수는 “자족성은 강화됐지만 수도권 분산 기능이 빠졌다.”고 장단점을 열거했다. [세종시수정안 총평]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총평은. 박 원장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치열한 경쟁의 우위를 점하려면 신성장동력의 거점을 만들어 국가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세종시 수정안은 기업·교육·과학·녹색·글로벌 등 다섯 가지가 융합된 적기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나온 방안이라고 본다. 새로운 경제모델과 지방의 교두보를 만들었다고 본다. 권 교수 균형화 논리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내려가기로 했던 산하기관들은 내려갈 명분을 잃었고 혁신도시들은 자연스럽게 분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종시 쏠림 현상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 깨졌다고 본다. 선거 등에서 무려 17번이나 약속했고 24%가 이미 공사가 집행됐으며 주민들은 이사했다. 이를 철석같이 믿고 충청주민들은 투표까지 했다. 수년간 해온 작업을 4개월 만에 뒤집었는데 교육·과학 경제도시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하 교수 수정안은 ‘+알파’인 자족기능에 많은 내용이 담겨 있고, 실제 도시의 자족성과 자립성은 강화됐다. 하지만 핵심이 빠졌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추진 당시의 목적인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에 있는 것을 분산시켜 국가균형의 거점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는데 행정 시스템이 빠졌다. [행정기관 이전 백지화] →행정기관(부처) 이전 백지화에 관한 의견은. 하 교수 행정부처가 분할될 경우 행정비용이 초래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충청주민들의 박탈감이 클 것이다. 거점 분할이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수준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권 교수 청와대, 국회와 9부2처2청이 함께 있으면 효율적이고 그렇지 않으면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대전으로 간다고 하니 3차 산업이 따라서 간 전례도 있다. 대통령, 사법부, 국회가 모두 가면 되겠지만 그건 또 반대하지 않느냐. 2005년 2월 7개의 부처를 분할하자고 했던 사람들이 한나라당 사람들인데 지금 분할 불가론을 주장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박 원장 백지화를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국가간 치열한 경쟁에서는 행정관리가 신속성을 띠어야 하고 행정관리가 부실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경제 위기, 서해교전, 신종플루 등 위기가 언제 닥칠지 모른다. 국가가 신속하게 대응체계를 갖추고 국가 전체 행정이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유일하게 행정기관이 베를린(9개 부처), 본(6개 부처)으로 분산된 독일도 주요 핵심기능이 모두 베를린으로 통합됐다. 행정기관이 본을 떠난 뒤 도이치텔레콤 등 기업들이 들어가 일자리가 2만 5000명에서 5만명으로 늘었다. 공기업 등 산하기관들은 집행기관이고 기업들과 연관된 부분이 많지만 중앙행정부처는 연계성이 낮다. 과기벨트는 클러스터다. 행정기관도 클러스터가 되려면 모여 있어야 한다. ‘선(先) 클러스터, 후(後) 벨트’인데 정부부처 분산은 역으로 가는 것이다. →수도권 과밀해소, 균형발전 측면에서 충청 주민들을 이해시킬 만한 대안인가. 박 원장 지방에 일자리와 돈, 인력이 모이는 게 실질적 균형발전 아니겠느냐. 기업 유치를 통한 생산효과, 일자리,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 등이 마련됐다고 본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행정분할 비용은 3조~5조원이 발생한다. 작은 실리를 버리고 백년대계의 큰 실리를 창출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하 교수 전 세계적으로 수도권 인구 집중도는 우리나라만큼 높은 곳이 없다. 2007년 48.9%, 2020년 52.3%이고 이 속도라면 2030년에는 54%에 육박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특단의 조치가 없다. 환경론자들도 백년대계를 보면 절대 개발하지 말자고 한다. 시각차이일 뿐이다. 당장 정권을 잡은 대통령, 정부에서 백년 후를 내다보자며 지금 신뢰를 작은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권 교수 수도권 과밀비용이 무려 23조 5000억원이다. 2020년에는 차를 타면 서울에서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까지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혁신·기업도시에서 주장하는 ‘세종시 블랙홀’(쏠림현상) 우려에 대해서는. 권 교수 블랙홀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수정안은 기업들에 땅을 헐값으로 주는 계획이다. 기업들이 혁신도시로 가겠는가. 동일한 조건이면 울산, 진주로 갈 필요 없이 세종시로 가려고 할 것이다. 자족용지를 20.7%로 늘렸다고 하는데 녹지 등이 남아 있어 나중에 더 늘려 기업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박 원장 수정안은 혁신·기업도시에 내정돼 있는 업체를 세종시로 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3년간 법인세·소득세를 100% 면제해 주고 2년간 50% 면제해 주는 건 혁신도시도 똑같다. 남은 땅도 없다. 쏠림현상은 국내 경제를 얕보고 하는 소리다. 블랙홀 현상이 아니라 반대로 세종시의 모델이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로 벤치마킹돼 확산될 가능성이 많다. 혁신도시는 산업별 특화모델이기 때문에 서로 소모적 경쟁이 아닌 창의성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하 교수 다른 혁신도시로 갈 도시들이 세종시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자족기능과 실현가능성은] →교육 등 자족기능은 만족스러운가. 실현 가능성은 있나. 권 교수 수정안은 모든 게 새롭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행복도시 마스터플랜에 다 담겨진 내용이다. 이미 고려대, KAIST는 원안에도 들어가 있었다. 당시 고려대 서창캠퍼스가 온다고 해서 해당 지역이 난리가 났었고, KAIST는 이를 우려해 새로운 분야를 넣기로 했다. 교육·과학 비즈니스를 자족기능으로 전제하지 않는 계획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수정안대로라면 완전고용 기준으로 4인 가족이 돼야 50만명이 되는 것인데 현실성이 있나. 또 첨단 녹색산업이란 사람이 몇명 필요 없고 대도시에서 출퇴근할 가능성이 있다. 박 원장 원안은 자족용지가 6.7%밖에 안 되고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최대 17만명밖에 인구 창출효과를 낼 수 없다. 아주 부실한 자족 기능이었다. 수정안에서는 자족용지를 20.7%로 늘리니 25만명의 거점고용(기업 등이 고용하는 인원)과 유발고용(의료, 교육 등 거점고용을 뒷받침하는 인원)까지 50만명의 도시가 된다. 특히 자녀교육에 특별히 신경썼다. 특목고, 자사고는 물론 공교육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하 교수 자족기능이 강화된 건 사실이지만 실제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교육 자치를 할 수 있는 지위가 아울러 구비되지 않으면 계획만 있지 집행단계에서 안 될 수 있다. 충남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고 국회의원들의 의지도 없다. 게다가 다른 도시도 교육특례를 달라고 하면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C, K 형태의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정말 효과 있을까. 박 원장 전 국토의 공동발전 체제를 구축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에는 오송, 오창, 대덕이 들어간다. 전주·광주·대구·부산·울산 등 기존 산업과학시도 같이 공동발전하는 것이다. 벨트 효과는 확산될 것이다. 권 교수 ‘+알파’가 구체화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향후 법개정 향방은] →법 개정이 남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 박 원장 세계는 2020년까지 요동칠 것이다. 세종시는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백년대계를 보고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가야 한다. 일부만 보는 게 아니라 여야 국민 전체적으로 함께 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교육·과학 등의 세종시 접목 모델을 달리 봐야 한다. 권 교수 도시는 15~30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수많은 공청회·토론회와 전문가 의견, 대통령이 나서서 토론하는 등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하 교수 기본적으로 정치라는 게 함께 풀어내야 하는데 공유, 공감 없이 정치권에서는 너무 자기 쪽에서만 해석을 하려고 한다. 그러니 접점이 없다. 상대 입장에서 들여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민 다수의 뜻을 인위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무게중심을 ‘다수의 이익’에 두는 게 공익 마인드다. 정리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뉴스&분석] 원안보다 예산 2배 -고용 3배 자족도시로

    [뉴스&분석] 원안보다 예산 2배 -고용 3배 자족도시로

    삼성·한화·롯데·웅진 등 굴지의 기업에서 첨단제품을 생산한다. 고려대·KAIST 등 명문대에서 첨단학문을 연구한다. 기초과학연구원·중이온가속기연구소·융복합연구센터·국제과학대학원을 거느린 ‘세종국제과학원’(가칭)이 미국 실리콘밸리와 견줄 만한 첨단기술을 개발한다. 외국어고·과학고·특수목적고·자율형고교 등 우수학교에서 학생들이 공부한다. SSF를 비롯한 외국기업과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을 보는 일이 어렵지 않다.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맞먹는 문화시설에서 여가를 즐긴다…. 정부가 11일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해 현실이 된다면 앞으로 10년 뒤 이런 ‘명품도시’를 충남 연기군에서 볼 수 있다. 수정안의 세종시는 우리나라에서는 전무(全無)한 유형이다.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산업도시인 경남 창원시나 행정도시인 경기 과천시와 같은 아날로그식 계획도시가 아니다. 첨단기업과 첨단과학이 만났다는 점에서 송도신도시와 대덕연구단지를 합쳐놓은 컨셉트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밝힌 수정안의 핵심은, 9부2처2청의 행정부처 이전계획(원안)을 전면 백지화하는 대신 기업을 유치해 ‘국제과학 비즈니스벨트’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행정중심 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의 대전환이다. 관건은 세종시가 자족할 수 있느냐다. 행정부처만 덩그러니 옮겨놓으면 공무원들이 밤에는 서울로 퇴근해 버려 유령도시가 된다는 점이 원안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왔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이 들어와 투자를 하면 일자리가 생겨 자족기능이 갖춰진다는 게 수정의 당위론이었다. 수정안은 기업 등이 2020년까지 직접적으로 고용할 인구가 8만 8000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식당 등 부수적으로 생겨나는 고용인구를 15만 8000명으로 잡았다. 합하면 총 고용인구는 24만 6000명이다. 원안 8만 4000명의 3배다. 이들의 가족과 대학생까지 포함하면 세종시 인구는 50만명이 된다. 조원동 세종시 실무기획단장은 “과거 신도시의 예를 보면 일자리가 만들어진 뒤 5~10년 안에 유발 고용효과가 나타났다.”면서 “한화 같은 기업은 당장 올해부터 공장을 착공, 인력을 뽑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정안은 또 원안의 2배인 16조 5000억원을 세종시에 쏟아붓는다. 원안에 이미 예산으로 책정된 8조 5000억원에 기업과 국제과학 비즈니스벨트 등 민간형 투자 8조원을 추가한 개념이다. 하지만 정부의 계산법이 너무 낙관적이란 지적도 있다. 전체(50만명)의 절반(24만 6000명)이 고용인구라면, 산술적으로 아이 둘을 둔 4인가족의 부부들이 전부 취업한 격으로 ‘완전고용’의 유토피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고용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 곁들여진다. 첨단업종은 소수의 고급인력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연기군에서 단순직종을 뺀 신규채용은 별로 없을 것이란 얘기다. 결국 고급인재를 다른 데서 빼오는 개념이라면, 그 가족은 서울에 남으면서 ‘기러기 가족’이 양산될 수도 있다. 수정안이 명문고 유치 등 자녀교육 구상을 비중있게 담은 것은 이런 우려 때문인 것 같다. 수정안은 또 원안보다 10년을 앞당긴 2020년까지 세종시를 완성하겠다고 했다. 기업 입주와 고교 설립 등 상당 부분이 현 정부 임기인 2012년 이전에 시작된다. 콘텐츠에 대한 신뢰를 속도로 보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상연 강주리기자 carlos@seoul.co.kr
  • [발언대] 취업시장 한파, 자격증으로 극복하자/송승호 한국산업인력공단 감사

    [발언대] 취업시장 한파, 자격증으로 극복하자/송승호 한국산업인력공단 감사

    최근 청년실업 문제가 국가적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청년실업 해소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의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취업난과 고용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계청의 지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업률은 3.2%인 데 반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배가 넘는 7.5%였다. 이처럼 취업난이 심화되다 보니, 청년 구직자뿐만 아니라 직장인과 주부들까지도 객관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자격증 취득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격증 취득이 곧바로 100% 취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신력과 전문성이 있는 기관으로부터 자신의 능력을 공식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취업에 유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누구나 소지하고 있는 자격증은 취업시장에서 운전면허증처럼 취급받기 십상이다. 특히 ‘묻지마’식 자격증 취득은 구직자에게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따라서 자격증 취득에 앞서 먼저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확인한 뒤 ‘왜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목표를 정하고 사전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공신력 없는 자격증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에 ‘미공인’ 자격증 취득은 삼가고,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국가공인기관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자격증의 희소가치를 염두에 두고 친환경이나 녹색성장, 대체에너지 관련 분야 등 시대 변화의 흐름에 맞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사회는 학벌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또 취업시장에서 완전고용이 실현되지 않는 한 자격증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구직자의 옥석을 가리는 데 자격증만큼 유용한 판단기준도 없어서다. 자격증 취득을 통해 희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한다면 자격증은 어느 순간 길이 되고 그 빛이 될 것이다. 송승호 한국산업인력공단 감사
  • [열린세상] 이제 기업이 고용문제 해결에 나설 차례다/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이제 기업이 고용문제 해결에 나설 차례다/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급속한 성장세로 온 세상의 부러움을 사던 한국경제는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로 모든 것을 잃은 듯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뼈를 깎는 노력과 IMF의 강압에 가까운 제도 개선 요구를 수용한 결과 위기를 극복했다. 그런데 2008년 또다시 모든 것을 잃은 듯했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세계경제의 불안정 속에서도 다시 한 번 세상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빠르게 경제위기를 극복해가고 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국제적 호평에 가려져 있는 어두운 단면이 여럿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한국경제가 세상 어디에서든 발생하는 작은 충격에도 예외 없이, 그것도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제시스템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나비효과를 가장 강력하게 반영하는 롤러코스터 경제가 되었다는 점과 함께 확인되고 있는 것은 전보다 많은 생산을 하는 데 보다 적은 수의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다. 롤러코스터 경제와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다음 정부가 해야 할 핵심적인 과제다. 우선 완전고용의 달성을 경제정책의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요소 투입을 중심으로 하던 산업화 초기 단계와는 달리 고용을 기업의 이윤논리에 맡겨 두거나 경제성장의 부산물 정도로만 취급할 경우 사회적 자원, 특히 인력의 낭비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을 고용 없는 성장 추세가 명확히 보여준다. 헌법적 권리인 국민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와 정부의 의무다. 더불어 급격한 경기변동에 대한 내생적 조절장치인 사회안전망을 보다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최근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공공고용서비스 인프라를 대폭 확대해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이 필요할 경우 언제 어디서든 최고 수준의 고용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용서비스를 포함한 사회안전망의 확대는 미래의 경제위기에 대비한 사회적 투자다. 정부의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한숨을 돌린 기업도 고용문제에 대한 지속가능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할 시점이다. 물론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단기적인 관점에서 인력 감축 등 임기응변으로 대처해 나가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런데 진행 중인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과 함께 위기에 숨어 있는 기회를 활용하고 위기로부터 배울 수 있어야 한다. 핵심은 경제위기가 모든 요소들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과 위기를 극복한 다음에는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따라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확대된다는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미래를 위해 이상적인 조건을 창출하는 데 필요한 장기적인 관점, 전략과 조치가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노동력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경제적인 부담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또 다른 것은 근로자 집단 사이에 서로 상이한 생애 단계에 적합하게 일할 수 있는 근로조건을 구축하고 관련 훈련을 기획하는 일이다. 함께 일하고 싶은 기업이 되기 위한 경쟁을 통해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근로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나이와 성과 무관하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면 격렬한 노사 갈등을 한국의 특징으로 알고 있는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들에게 노동사회에 진입할 기회를 주기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해야 한다. 여기에는 창조성과 함께 노사 간의 진정한 협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경쟁을 지원하고 촉진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과제이다. 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 진중권 “MB 직장 한 번 구해보세요”

    진중권 “MB 직장 한 번 구해보세요”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논객인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2일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과 관련,”이명박 학생, 데모하다 징역 살고 군대는 폐가 나빠서 면제.이런 포트폴리오를 들고 한 번 직접 일자리 구하는 데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야유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전날 라디오 연설를 통해 청년실업 문제를 언급하면서 “젊은이들은 편안하고 좋은 직장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신발끈을 조이고 자신을 낮춰 기름때를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이명박 학생 포트폴리오’란 글을 올리면서 “ 아무리 눈 씻고 봐도 제대로 된 고용 창출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기껏 내놓는 얘기가 해외자원봉사와 워킹홀리데이이다.”라고 비난했다.그는 “이걸 고용대책이라고 내놓다니 이 정도면 거의 개그 수준”이라고 비아냥거린 뒤 “그런데 청와대산 개그는 실없이 웃다가 마지막에는 서글퍼지는 특징이 있다.”며 이 대통령의 연설을 혹평했다.  ’임시직으로 일할 망정 지방 중소기업에는 취업하려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냉난방 잘되는 사무실에서 하는 경험만이 경험은 아니다’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지방에 내려가면 일자리가 얼마든지 있는데 요즘 애들이 군기가 빠져 냉난방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 있는 일자리도 마다한다는 이야기”라고 비꼰 진 교수는 “이 정책의 유일한 근거가 자기가 사석에서 들었다는 ‘일화’”라고 꼬집었다.그는 “서울에만 일자리가 없는 줄 아나 본데 지방에서라도 뽑아만 준다면,이력서 들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 젊은이들이 아마 몇 개 군단 병력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 교수는 이 대통령의 ‘워킹 홀리데이’ 확대 방안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취업이 아니라 돈 없는 집 자식이 어학연수를 받는 방식의 하나인 것 같다.”며 “열심히 워킹 홀리데이 해서 영어 실력을 쌓아 돌아와도, 이 땅에는 받아줄 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해외 취업을 권장한 것에에 대해서도 “국내에서도 일자리를 못 얻는 젊은이들이 머나먼 외국에서,그것도 사정이 대한민국보다 더 어려운 나라에서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구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라며 “게다가 자기 나라 젊은이들 일자리도 못 주는 나라에서 외국인들에게 취업 비자나 제대로 내줄까.”라고 반박했다.  진 교수는 “당장 실업에서 해방시켜 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은 힘들어도 희망은 있어야 하지 않는가.”라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으면, 그런 비전 정도는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고작 내놓은 발상이 ‘대운하면 어떻고 4대강 정비면 어떠냐’ 이거저거 가릴 것 없이 일단 공사판 벌여놓을 테니 냉난방 되는 곳에서 호강할 생각 말고 밖에서 고생할 생각이나 하라는 것인가.”라면서 “그러는 대통령 영식께서는 사돈기업에 취직하시더구만…근데 한국 타이어는 냉난방도 안 되나.”라며 이 대통령의 외아들 시형씨의 한국타이어 입사를 비난했다.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자신의 현대건설 근무경험을 언급한 것에 대해 진 교수는 “(이 대통령은) 툭하면 자기 성공담 늘어놓는다.60~70년대야 한국이 정신 없이 성장하느라 거의 완전고용 상태다.그때와 지금이 상황이 같나.”라고 반박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중소기업 취직하라구요? MB님 아들은요?” 진중권 “전여옥은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냈나” 박선영 “MB,누구한테 충고냐?” 라디오연설 비난      
  • [내 책을 말한다] 중국과 세계경제 연결의 특이성

    2008년, 올림픽 개최 준비와 티베트의 저항, 그리고 대규모 지진 등 현기증 나는 여러 가지 변화들 속에 묻혀, 그렇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고, 또한 이런 변화들의 배경을 이루는 중요한 면모들이 중국 사회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나는 2006년부터 준비되어 왔고, 수많은 논란을 동반한 노동계약법이 본격 시행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두 해 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중국의 거대한 외환보유고 수준이 이제는 완전히 세계 1위의 자리를 공고히했고, 달러 대비 인민폐의 외환 비율도 처음으로 7.0 이하로 하락하였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변화가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 ‘금융세계화’라는 우리 시대의 전 지구적 변화가 중국적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두드러진 특징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먼저 노동계약법에 대해 살펴보자. 개혁개방시기 중국의 새로운 체제가 중시해 온 ‘탈사회주의’ 요소의 핵심적 특징 중 하나는 고용의 유연성 도입이다. 쉽게 말해 종신직장, 완전고용 개념을 버리고 이제는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고, 다양한 방식의 고용제도를 도입할 수 있고, 임금도 차별화할 수 있는 노동력 관리체제를 만들려 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는데, 삶의 안정성이 무너져 내린 도시 노동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고, 농촌에서 대대적으로 유입된 농민공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으며, 구조조정을 거쳐 배출된 면직 노동자들을 보호할 어떤 장치도 존재하지 않았다.2000년대 들어 ‘조화사회’라는 구호가 등장한 것은, 그만큼 사회가 조화롭지 못하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했다. 노동계약법의 등장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데, 다양한 원천에서 부각되어 온 사회적 갈등을 법적 틀을 통해 해결의 방향을 모색해 보려는 노력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오히려 본격적으로 새로운 갈등과 대립의 출발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국이 처한 난점을 보여준다. 노동계약법의 문제가 금융세계화의 충격이 국내적으로 미친 영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면, 중국 외환보유고의 급성장은 중국과 세계 경제의 연관고리의 중요성을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 이런 양면성, 특히 그 취약성은 중국의 개혁개방이 벌써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동아시아 내의 국제적 분업구조의 하위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기도 하다. 중국은 동아시아 발전모델을 복제하면서도, 그 발전모델 자체가 지속될 수 없는 시기에 그 모델을 복제하고 있다는 특이성을 보이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창비 펴냄. 백승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기고] 경제난국, 과학기술 투자로 극복하자/양지원 KAIST 대외부총장

    [기고] 경제난국, 과학기술 투자로 극복하자/양지원 KAIST 대외부총장

    지금 우리 경제는 저성장 구도가 장기·고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10여년전 일본이 겪었던 것보다 더욱 심한 경기불황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일본 경제는 4∼5년전부터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면서 회복세로 U턴했다. 기업의 매출이 급격히 신장되고 취업률 또한 경제전성기의 완전고용 상태로 돌아서고 있다. 일본의 저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만일 한국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면 우리의 경제회복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경제전문가들의 시각에 앞서 기술자로서의 의견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촛불시위를 통해 보기만 해도 우리의 과학기술과 합리적인 사고의 수준은 실망스럽다기보다는 도를 넘었다. 그동안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던 IT를 비롯해 조선, 철강, 자동차 등의 수출 상품들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들이 기술개발 투자에 등한했기 때문이다. 정부주도의 연구개발 투자도 효율성 면에서는 문제가 많았다. 원천기술개발을 위해 기초분야에 과감하고도 지속적인 투자를 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급격한 경제발전을 거듭한 우리의 현실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면, 경제발전의 주된 역할을 해왔던 대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앞장서기가 어려웠던 것이 우리 사회구조 속에서 또한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지금 기업들은 원천기술의 부재를 뛰어넘을 묘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사상 초유의 고유가와 원자재 값의 폭등에 이어 잇단 파업이 예고되고 있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끊임없이 절치부심함으로써 후일에 대비하고 생존력을 높여가야 한다. 동서양을 통틀어 과학기술력으로 위기를 극복한 국가의 예는 많다. 전후에 프랑스는 과감한 과학기술 투자에 기반한 공업발전으로 경제가 회복되었으며, 공산당 차원에서 과학기술분야의 연구 강화, 인재 중시 및 창조 시스템을 만들어온 중국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2005년에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 발사에 성공하는 등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힘찬 시동을 걸고 있다. 단기간에 극복한 예도 있었지만 장기간에 걸친 전략으로 어려운 상황을 반전의 기회로 삼았던 경우를 돌아보면 예외없이 사람과 기술개발에 과감하고도 지속적인 투자가 있었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책도 중요하겠지만 대한민국이라는 함정이 어느 정도의 파도에는 끄덕도 않고 난파의 위기에 다시는 내몰리지 않을 단단한 기초를 다져야 할 것이다. 현재도 귀중한 국민 세금으로 집행되는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투자 및 인력양성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규모로 볼 때 한정된 재원으로 모든 분야의 연구를 잘할 수는 없겠지만 인력에 대한 투자도 신중을 기하여야만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가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사전적인 의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효율성을 분석하여 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작금의 정치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의 경쟁상대인 선진국들은 오래 전에 겪은 진통들을 우리는 뒤늦게 겪고 있을뿐더러 그것도 대단히 심한 강도로 겪어내고 있다. 이제 다시 일어나 뛰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과 정부 그리고 기업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여당이 다시 기운을 차리고 차분한 마음으로 해야 할 일을 순서에 따라 하길 바란다. 연구중심대학에 대한 투자는 국가와 민족의 미래에 대한 대책이다. 양지원 KAIST 대외부총장
  • [데스크시각] 성장보다 물가가 우선이다/손성진 경제부장

    [데스크시각] 성장보다 물가가 우선이다/손성진 경제부장

    경제정책의 2대 가치는 성장과 물가다. 그런데 성장과 물가는 서로 모순 관계에 있다. 성장을 추구하자면 물가상승을 용인해야 하고 물가를 잡으려면 성장을 우선 순위에서 배제해야 한다.‘필립스 곡선’을 창안한 필립스도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은 역수관계에 있다고 했다. 실업률이 낮을수록 물가상승률이 높고 반대로 물가상승률이 낮을수록 실업률은 높다. 즉,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다. 그렇다면 선택의 문제다. 이명박 정부는 두 가지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7% 성장을 내걸었던 만큼 성장률을 높여야 하는데 치솟는 물가를 팽개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두 목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23일에는 “지금은 물가 안정이 7% 성장이나 일자리 창출보다 더 시급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활필수품 52가지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달 8일에는 “내수가 너무 위축되지 않도록 관심 갖는 게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나 정부의 경제정책 담당자들도 대통령의 한마디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혼란 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성장 중시가 분명한 것 같다. 추경 예산 편성을 통한 경기부양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환율에 개입해서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 한다. 과연 물가보다 성장이 중요할까. 재래시장을 다니면서 서민 경제를 살려주겠다던 이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자면 그렇지 않다. 서민에게 성장의 과실은 덜 배분되고 물가상승의 피해는 더 크게 닥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전에 성장의 혜택은 전 계층에 비교적 골고루 돌아갔다. 그러나 지금은 소득 상위계층에 과실이 더 많이 떨어지고 있다.2002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1만 6달러였는데 지난해에는 2만 45달러로 2배 늘어났다. 이 기간 도시근로자 상위 10%의 월소득은 687만원에서 지난해 888만원으로 29% 증가했다. 그러나 하위 10%의 월소득은 83만원에서 98만원으로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 격차는 2002년 8.25배였지만 지난해 9.03배로 격차가 벌어졌다. 다시 말하면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서민층의 소득은 늘지 않았다. 양극화가 더 심화된 것이다. 물가상승의 피해는 서민이 더 크게 본다. 자동차 기름값이 한 달에 20만원에 30만원으로 오른다면 한 달에 200만원을 버는 서민에게는 큰 부담이지만 1000만원을 버는 고소득층에게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한 경제연구원의 조사에서는 서민층이 소비하는 상품의 가격이 더 올랐다. 정부가 중점을 둬야 할 일은 경기를 부양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다. 민생의 내실을 다지는 일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 적절한 분배 정책으로 근로 의욕을 높여야 한다.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 하는 묵은 논쟁을 다시 끄집어 내자는 것은 아니다. 성장 정책으로 소득이 늘어나겠지만 물가상승으로 상쇄된다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물가억제 정책이 우선이다. 성장을 포기하란 것은 아니다. 성장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성장을 위한 대기업 중심의 정책은 부의 편중을 악화시킬 수 있다. 껍데기만 성장한 한국의 모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조급하게 서두를 필요도 없다. 새 정부에 거는 기대는 크다. 그러나 서민을 돌보지 않는 내실없는 성장은 신기루일 뿐이다. 잠재성장률을 뛰어넘는 경제성장은 어렵기도 하겠지만 부작용이 따른다. 경제의 바닥을 다지고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일시적인 경제 띄우기는 안 된다. 국가가 주도해 성장동력원을 찾는 일이 더 급하다. 손성진 경제부장 sonsj@seoul.co.kr
  • [지방시대] 고용 불안에 한숨짓는 소리/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요즘 어느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일자리 부족과 고용 불안에 한숨짓는 소리가 들린다.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나이 지긋한 이는 또 그대로 걱정이 많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완전고용에 가깝던 노동시장 여건이 외환 위기와 구조 조정기를 거치면서 나타난 변화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경제 환경이 바뀌었으니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작용이라 여길 수 있겠지만, 저소득 가정과 중산층에 불어닥친 충격이 매섭고 고통스럽다. 사실 대다수 가정은 생계를 책임진 가장의 벌이가 불안정해질 경우 하루하루 견뎌나갈 길이 막막하다.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미칠 영향이 엄청나 그렇다. 당장 경제적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으니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욱이 이러한 상태가 오래도록 이어지면 일상을 평소처럼 유지하기 곤란할뿐더러 가족 상호간 갈등마저 잦아진다. 열악한 고용 사정이 가족 내부에 긴장을 더하는 조짐들은 숱하다. 우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가장이 식구들을 상대로 드러내는 불만과 분노는 서로에게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주거나 가족 해체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이혼율은 외환 위기 이후 두드러지게 늘어나더니,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상당수가 이혼에 이른 주된 이유로 경제적 요인을 들어 달라진 살림살이와 가족간 유대 약화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일자리 부족과 고용불안은 어린이나 노인들에게도 고통이다. 우리 사회 보호시설 아동 수만 하더라도 외환위기를 겪기 전에는 매년 수천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이를 훨씬 넘어선다. 그만큼 방치된 아이들이 많고, 넉넉지 못한 가정 형편 탓에 복지시설로 양육을 떠넘기는 부모가 의외로 적지 않다는 뜻이다. 노인보호시설이라 해서 다를 바 없다. 힘겹게 사는 자녀들의 모습을 보다 못해 스스로 집 나서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도저히 부양할 능력이 모자라 제 부모를 노인시설에 위탁하는 자식도 여럿이다. 현실이 이처럼 안타까운데도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긴장상태에 빠진 가정의 고통은 가까운 시일 내 끝날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한편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경제 기반 흔들림으로 인한 부작용은 일부 가정의 절박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쉽게 풀기 힘든 과제를 던져놓았다. 무엇보다 우리 주변이 이웃의 어려움을 그저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각박해진 나머지 문제 해결에 애쓰는 대신 사회 통합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다양한 이해 집단이 타협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고 저마다 쏟아내는 갖가지 요구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토록 실망스러운 오늘을 더 나은 내일로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양보와 관심이다. 지금껏 그늘진 곳에 관심 기울인 사람들은 많았으되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 서툴렀고, 관심이 부족한 사람들은 아예 양보의 필요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양보와 관심 나누기에 익숙한 곳일수록 개인이나 사회의 긴장이 적다. 새로운 대통령을 배출한 한 해의 끝자락이다. 어느덧 계절은 추위를 더해 가는데 구석구석 따스함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부디 새로 시작될 다섯 해 동안에는 일자리 부족과 고용불안이 덜하고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정에 훈훈한 온기가 돌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젊은이들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모든 세대들이 벅찬 희망에 들뜰 수 있기를 바란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 [외환위기 10년 그리고 미래] (4) 달라진 기업, 직장인 문화

    [외환위기 10년 그리고 미래] (4) 달라진 기업, 직장인 문화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은 3분기(7∼9월) 기업설명회(IR)를 앞두고 윤종용 부회장에게 결재서류를 내밀었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1조 4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윤 부회장은 꼼꼼하게 훑어본 뒤에 서류에 서명했다. 주우식 부사장은 지난달 12일 IR때 이 사실을 발표했다. 예전 같으면 그룹의 승인을 받아야 할 사안이었지만 그런 절차는 생략됐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2일 “과거에는 그룹 비서실이 시시콜콜 계열사의 모든 일에 간여했지만 이제는 투자만 해도 금액이 엄청 크거나 신규투자일 때만 그룹에서 타당성 심사를 한다.”고 밝혔다. 추가 투자는 보완 투자에 해당돼 각 계열사에서 알아서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비공식적으로는 그룹에 사전 보고를 했겠지만 그룹의 원격 조종이 약화되고 각 계열사의 독립 경영이 강화된 것만은 명백한 변화다. 그 변화의 중심에 외환위기가 있다. ●생존방식 변화…“내 돈으로 잘 아는 분야만 한다” 외환위기 이후 달라진 점으로 기업들은 재무·소유·사업구조의 변화를 공통적으로 꼽는다. 우선 재무 구조가 건전해졌다.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의 부채비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347%에서 지난해 83%로 급격히 떨어졌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계열사간 순환출자 고리도 상당부분 끊어냈다.SK·LG·두산 등 주요 그룹들이 잇따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것은 그 변화의 결과다. 사업구조는 ‘문어발’에서 전문적 다각화로 옮겨갔다. SK그룹의 한 임원은 “생존의 방식이 변했다.”면서 “외환위기 전에는 남의 돈 빌려 잘 모르는 분야까지 손댔지만 지금은 내 돈으로 잘 아는 분야만 한다.”고 전했다. 경영 형태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과거에는 ‘오너(회장)-그룹 비서실(명칭은 그룹마다 다름)-각 계열사 경영진’의 역삼각형 구조였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황제 경영’,‘독단 경영’이 뭇매를 맞으면서 이사회 위주의 계열사 독립 경영이 강화됐다. 삼성그룹만 하더라도 한때 400명에 이르렀던 비서실(현 전략기획실) 규모가 지금은 100명으로 줄었다. 대신 사외이사 숫자가 늘었다. 준법감시인도 생겼다. 윤리강령도 잇따라 도입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사외이사 수가 사내이사보다 많다. 이는 인사 시스템의 변화로 이어졌다.LG그룹의 한 임원은 “과거에는 그룹이 인재를 한꺼번에 그물로 떠올려 각 계열사에 배치했지만, 지금은 각 계열사가 필요한 부문에 각자 원하는 인재상을 낚아올린다.”고 말했다.‘그물형’에서 ‘낚시형’으로 바뀐 것이다. 팀간·개인간 성과보수 체계가 도입된 것도 외환위기가 가져온 변화다. ●“또 주범 몰릴라”…투자 소극적 과다한 빚과 과잉 투자가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기업들은 너도나도 유상증자를 단행, 현금자산 불리기에 나섰다.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의 내부 유보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현재 총 364조원이다. 유보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유보율은 616%다. 자본금의 6배를 쌓아놓고 있다는 얘기다.1997년(259%)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삼성전자의 유보금은 무려 51조원이다. 포스코는 19조원, 현대차는 15조원,LG전자는 4조 7000억원,SK에너지는 4조 6000억원의 유보금이 있다. 손영기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장은 “유보금이 많다는 것은 돈 쓸 데를 못 찾았거나 돈 쓸 곳이 있는데도 쓰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그는 “투자보다는 부채비율 하락을 우선시하는 보수적 경영전략이 위환위기 발생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며 “이는 미래 성장잠재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0대그룹의 한 임원은 “한번 호되게 덴 탓에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것도 사실이지만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경영권 방어가 불안해진 것도 한 요인”이라고 털어놓았다. 정부가 차등 의결권(지배주주나 우호주주에게 의결권을 더 많이 부여) 등 제도적인 방어 장치를 보장해주지 않다 보니 비상시에 대비해 실탄(현금)을 축적할 수밖에 없다는 항변이다. 특별취재팀 ■ 달라진 직장문화 언제부턴가 하나의 사회현상을 설명할 때 외환위기를 기준으로 삼곤 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 ‘이전’과 ‘이후’를 갈라 변화의 폭을 얘기한다. 외환위기가 사회에 가져다준 변화는 그만큼 깊고 넓다. 외환위기는 완전고용과 평생직장 시대의 종언(終焉)이었다. 압축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성숙단계에 접어든 경제구조에서 비롯된 측면까지도 사람들의 뇌리에는 외환위기의 여파로 기억된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불안이 심해졌다.‘삼팔선’(38세 퇴직),‘사오정’(45세 정년),‘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남아 있으면 도둑) 등에 구조조정의 그늘이 녹아있다면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구백’(20대 90%가 백수),‘십장생’(10대도 장차 백수가 될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낙바생’(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어렵게 취직한 취업생),‘삼일절’(31세면 취업길 막힌다) 등은 오라는 곳 없는 청년실업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채용 때마다 사상 최대의 경쟁률 기록이 새로 씌어진다. 지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9급 공무원 시험(부산·울산·경남·제주) 공채의 경쟁률은 7명 모집에 1만 3984명이 응시, 무려 1998대1을 기록했다. 비정규직의 일반화도 외환위기 이후 보편화됐다. 올 8월까지 정부 추산 비정규직은 570만명(노동계 추산은 최대 900만명)으로 전체 근로자 1588만명의 36%를 차지한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2년(384만명)의 1.5배다. 직업선택에서도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한 결혼정보업체 조사에서 ‘공무원’이 남녀 모두 배우자의 직업 선호도 1위라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기업은 능력과 효율을 중시하고 개인들 역시 직장에 대한 충성도가 약해지고 이직도 급증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직장을 4차례나 옮긴 회사원 박모(37)씨는 “내가 회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는 내가 당장의 급여보다도 장기적으로 오래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찾은 결과”라면서 “나의 발전 가능성에 따라 언제든 새로운 직장으로 옮길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는 연공서열 문화가 능력과 효율성 중심으로 바뀌는 인식의 변화도 가져왔다. 거의 대부분 회사원들이 업무성과에 상관없이 똑같은 만큼을 나눠 갖던 시대가 끝나고 연봉제에 추가 성과급제로 전환했다. 그러다보니 직장내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스스로 재력을 쌓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억대 연봉받기 위한 십계명, 몸값 올리기 비법,1억 연봉의 조건, 도전 1억 연봉, 부동산·주식 투자 비법 등 서적들이 서점가 베스트셀러를 장악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 일어서는 벤처 서울 강남 테헤란로는 한때 ‘벤처밸리’로 불렸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벤처회사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헤란로에는 벤처기업들을 찾는 것은 쉽지않게 됐다. 벤처기업들이 있던 자리에는 삼성·현대·애플·포스코·퀄컴 등 이름있는 회사들이 들어와 있다. 외환위기로 경제가 힘들어졌을 때 ‘벤처’들은 우리 기업의 ‘희망’이었다. 일자리 측면에서도 벤처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1998∼2005년 대기업 일자리는 5.8% 줄었지만 벤처 일자리는 23.9% 늘었다. 하지만 긍정적 기능만큼이나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벤처기업이라면 기업도 알 필요가 없다는 ‘묻지마 투자’의 광풍이 지나자 벤처기업들은 투자난에 시달렸다. 결국 많은 기업들은 문을 닫았다. 벤처에 투자했다 돈을 날린 많은 투자자들은 ‘벤처’라는 단어에도 거부감을 표시할 정도였다. ‘국내 1호 벤처’로 불리던 메디슨.96년 코스닥에 등록해 한때 시가총액이 당시 현대자동차보다 많은 3조원을 기록했다. 한때 50여개의 자회사를 거느리던 이민화 회장의 메디슨은 벤처거품이 꺼진 뒤 자금난으로 2002년 1월 부도처리됐다. 메디슨뿐 아니라 ‘1세대 벤처스타’라고 불리던 장흥순 터보테크 사장과 김형순 로커스 사장 등도 각각 분식회계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수모를 겪었다.2000년 당시 주가가 30만원까지 올랐던 황제주 새롬기술의 오상도 사장은 허위공시로 구속됐다. 거품은 꺼졌지만 2003년을 기점으로 벤처업계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법정관리를 졸업한 메디슨은 국내외 초음파 진단기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법정관리 중인 터보테크도 차량용 매연 저감장치사업에 뛰어드는 등 사업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3년 7702개였던 벤처기업수는 지난해 1만 2218개로 늘었다. 벤처투자액은 2003년 7870억원에서 2006년에는 1조 231억원으로 뛰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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