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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완장문화/이기동 논설위원

    윤흥길의 소설 ‘완장’은 권력의 허황함에 빠져드는 인간의 나약한 과시욕을 풍자한 작품이다.땅투기로 떼돈을 번 졸부의 눈에 들어 저수지 감시원 완장을 얻어 차고 거들먹거리는 주인공과,그를 손가락질하는 동네주민들의 관계는 바로 희화화된 우리 인생의 자화상이다.노무현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일부 언론을 ‘완장문화’로 지칭하고 이들과의 전의를 드러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또 한바탕 소동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당선자 시절부터 되풀이해온 ‘조폭언론’운운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발언이라 미루어 짐작은 간다.노 대통령은 나아가 자신이 지금 “완장문화에 도전하고 있으며,군림문화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행정수도에 반대하는 언론들을 가리켜 “정부청사 가까운 곳에 거대 빌딩을 가진 신문사들”로 규정한 것과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완장은 권력의 하수인들이나 차는 것이다.나치 치하 유럽국가들에서는 나치 완장을 찬 부역자들이 있었고,아프리카에서 백인 노예상들을 도와 노예사냥에 나선 것도 완장 찬 흑인들이었다.우리는 6·25전쟁통에 붉은 완장 찬 머슴들이 주인가족을 처형하고,한편에선 완장 찬 보도연맹원들이 좌익인사들을 쥐잡듯 했던 모습을 보았다.우리 역사에서 완장은 무상한 권력에 기생하는 인간의 순응주의를 상징한다. 설마 노 대통령이 이런 부정적 어의를 알면서 완장언론이라는 말을 쓴 것은 아니었으리라.노 대통령은 거대 언론은 권력이고 자신은 그 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공격당하는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분류에 줄곧 집착해왔다.그 언론권력을 조폭언론이라 부르다,이번에는 완장문화로 새롭게 지칭한 셈이다.완장이 권력이라면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우리 체제에서 제일 큰 완장 찬 사람은 대통령이다.그밖에 완장 찬 세력을 굳이 꼽자면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와 정부,친여 인터넷 매체,방송,노동계,법조 등에 포진한 친여 인사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언론은,왜 지금처럼 개혁대상이 됐는지 스스로 쉼없이 자문하고 반성해야 한다.하지만 백보를 양보해도,대통령이 언론을 완장문화로 부른 것은 부적절했다.대통령도 비판 없는 언론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언론의 권력비판은 소설 ‘완장’의 주인공처럼 손바닥만한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그것이 언론의 사명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盧대통령 “우리는 ‘완장문화’에 도전”

    노무현 대통령이 일부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태도를 ‘완장문화’라고 비판하며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고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이 9일 뒤늦게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정홍보처의 ‘브리핑제 추진현황 및 개선방안’ 보고를 받고 “언론의 부정적 보도에 대해서는 참고 견디면서 언론에 게재되는 의견에는 신뢰성 게임을 해야 한다.”면서 “언론과 적당한 관계는 안 되며 우리는 ‘완장문화’에 도전하고 있으므로 군림문화에 굴복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견에 대해서는 반박하고 공식 반론을 제기하며 정정을 요구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언론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으며 언론을 둘러싼 문화개혁,일종의 행정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정책을 조정하는 과정에 보도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정책 발표는 공보관 입회하에 브리핑실에서 하고 혼선을 막기 위한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와 관련,김 대변인은 “완장문화라는 표현은 언론 문화 전반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일부 부정적 사례를 비유한 것”이라고 밝혔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한국, 파라과이와 1-1로 비겼다

    ‘아쉽지만 괜찮아!’ 푹푹 찌는 무더위를 날려버리기에 1골은 부족했다.승리도 아쉬웠다.하지만 3만여 명의 관중들은 태극전사들을 믿음직스러운 눈길로 지켜봤다. 김호곤(53)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26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황태자’ 조재진(23·시미즈 펄스)이 선제골을 터뜨렸으나 경기 종료 2분을 앞두고 동점골을 내줘 ‘남미의 복병’ 파라과이와 1-1로 비겼다. ‘김호곤호’는 올림픽 최종예선 이후 공식 평가전 2연속 무득점에서 벗어났다.또 지난 2월 일본 오사카 원정 패배 뒤 열린 공식 경기(유럽 클럽 경기 제외) 10연속 무패(8승2무)를 이어갔다. 한국은 오는 30일 제주 서귀포에서 본선 C조에 속한 호주와 평가전을 치른 뒤,다음달 5일 프랑스 파리에서 현지 클럽팀과 최종 리허설을 갖는다.이어 6일에는 첫 경기가 열리는 그리스 테살로니키로 이동,그리스와의 한판 승부(12일)를 준비하게 된다. 비록 무승부로 끝났지만 한국은 공·수 조직력에서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공격-미드필더-수비 사이의 간격을 촘촘하게 유지하며 상대를 압박했고,최성국(21·울산) 최태욱(인천) 박규선(이상 23·전북) 등이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의 측면을 흔들었다.골은 순식간에 터졌다.전반 3분 최태욱이 상대 왼쪽 측면을 침투한 박규선에게 깨끗한 전진 패스를 배달했고,박규선은 상대 골키퍼를 앞으로 끌어낸 뒤 문전으로 쇄도한 조재진에게 공을 건넸다.조재진은 오른발로 침착하게 골망을 가르며 지난 5월 1일 올림픽 최종예선 중국전 이후 86일 만에 짜릿함을 느꼈다. ‘리틀 칸’ 김영광(21·전남)은 정확하고 민첩한 판단으로 후반 25분 교체되기까지 골문을 지켜 지난 2월 일본전 실점 이후 공식 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을 889분으로 늘렸다. 이날 주장 완장을 차고 스리백을 조율한 ‘맏형’ 유상철(33·요코하마)은 후반 미드필더로 뛰었다.또 김호곤 감독은 김영광 등 주전 6명을 빼면서 평가전 의미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하지만 라인업이 흔들리면서 역습을 허용했으며,인저리타임 때 파라과이의 주장 엔시소(30·올림피아)의 프리킥이 보가도의 헤딩골로 이어져 손 안에 쥔 승리를 놓쳤다. 고양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김호곤 한국 감독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이겼어야 하는데 아쉽다.후반 막판까지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이 아쉬운 한판이었다. 선수들을 고르게 활용하느라 여러 차례 위치 변동을 실험했다.앞으로 선수활용을 줄이겠다. ●아니발 루이스 파라과이 감독 한국이 전반에 정말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하지만 후반에 한국이 선수를 많이 교체하면서 우리가 효과적으로 기습 작전을 펼칠 수 있었다. 당초 생각보다 한국은 너무 좋은 팀이었다.
  • [EURO 2004] 체코 최고의 미드필더 네드베드

    “최고의 미드필더는 나야,나!” 잉글랜드전 3분의 기적을 연출한 ‘아트사커 지휘관’ 지네딘 지단(32·프랑스)은 그리스와의 8강전에서 패해 집으로 갔다.‘프리킥의 달인’ 데이비드 베컴(29·잉글랜드)은 페널티킥과 승부차기를 실축하는 등 망신을 사며 발길을 돌렸다.홈팀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32)도 예전 같은 몸놀림이 아니다. 라이벌들의 잇단 부진 속에 체코의 ‘핵’ 파벨 네드베드(32)가 명실상부한 최고의 미드필더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2일 새벽 ‘돌풍’ 그리스와의 4강전 승리는 물론,조국을 28년 만에 정점에 올려놓겠다는 각오.폭넓은 시야,정교한 패스와 돌파,강력한 슈팅 등 최고 미드필더의 삼박자를 두루 갖춘 그는 1991년 프로에 뛰어든 이래,지난해 이탈리아 프로축구 유벤투스를 리그 2연패로 이끌었고 그해 수많은 기라성들을 제치고 ‘유럽 올해의 선수’에 뽑히는 등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다.그러나 국가대항전에서는 유로96 준우승이 최고 성적.그동안 메이저 대회 무관에 그치고 있어 더욱 투지를 불사르고 있다. 덴마크전 옐로카드로 4강전에 또 한번 경고를 받는다면 결승전에 출장할 수 없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지난해 AC 밀란(이탈리아)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경고누적으로 나서지 못하며 준우승에 그친 쓰라림도 있다.그러나 그는 “경고 누적을 의식,몸싸움에서 움츠러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네드베드의 4강전 맞상대는 ‘핵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리스의 미드필더 테오도로스 자고라키스(33).그리스 현역 A매치 최다 출장 기록(90회) 보유자이며 공·수를 연결하는 팀의 중추로,벌써 80경기 이상 주장 완장을 차고 활약해왔다. 지난 4경기에서 360분 동안 쉴 새없이 뛰면서 불도저같은 체력을 자랑하고 있는 자고라키스도 네드베드처럼 경고누적 상태지만 ‘이변의 완결판’을 만들기 위해 날을 곧추세우고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마니아]서울시장배 생활체육야구

    불과 닷새 전 아끼는 친구를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낸 슬픔도….프로야구판에서 훨훨 날아보려던 꿈을,날아든 볼에 맞아 한 쪽 눈을 잃는 바람에 문턱에서 물거품으로 돌려보낸 어이없는 과거도….아리도록 가슴을 파고 들곤 하던 모든 아픔들이 ‘따앙∼’ 알루미늄 방망이 소리 속에서 홈런볼처럼 하늘로 멀리멀리 사라져만 갔다. 서울시장배 국민생활체육야구대회가 지난 6일 오전 10시 도봉산 자락이 손에 잡힐 듯한 도봉2동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열렸다. ●‘선출’ 마니아를 잡아라 선수신분을 확인하느라 플레이볼 시간이 조금 늦어진 오전 10시10분쯤 땅딸막(?)한 체구를 한 선수가 엉덩이를 뒤로 빼며 타석에 들어섰다.“선수 23명이 하나같이 둥글둥글하게 생겨 무슨 야구단이냐,씨름단이지?”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백상(白象) 자이언츠의 재간둥이 이상윤(24)이었다. 백상은 무리지어 생활하는 코끼리처럼 “야구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 한 똘똘 뭉쳐서 화끈하게 해보자.”는 뜻으로 붙여졌다.상대는 2부 리그에서 갓 올라와 처녀출전한 유니리더스다. 야구 동지들은 이상윤을 ‘선출’이라고 귀띔했다.한때 다이아몬드를 누볐던 선수 출신을 줄여 말한 것이다. 선출은 역시 셌다.인천 동산고를 나온 이상윤은 유니리더스 선발 천준태(30)로부터 3구째를 받아쳐 그림같은 중전안타를 뽑아냈다.이어 1사 1·3루에서는 또 다른 선출인 ‘하구라’ 하성진(23·유신고 졸)의 우익수 플라이 때 홈으로 내달아 첫 득점까지 올리며 기쁨을 두배로 늘렸다. 유니리더스 또한 선출 힘으로 금방 따라잡았다.1회말 공격에서 김희성(25·대구고-동의대)이 볼을 골라내 걸어나간 뒤 2루를 훔쳤다.메이저리거 서재응(뉴욕 메츠)의 고교·대학 동기생 박현철(27·광주일고-인하대)이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엮어내 김희성을 안방으로 불러들였다. ●비선출 “우리도 있다” 그러나 백상은 3,4회에 각각 3점씩 보태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이번엔 학창시절 선수 유니폼을 입어보지 못한 비선출들의 몫이 컸다. 3회 첫 타자 임선묵(24)이 왼쪽 발목에 맞는 볼로 절룩거리면서도 디딤돌을 놓았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웃음지으며 1루로 뛰어갔다.그는 1사에서 ‘하구라’의 우익수 앞 안타에 힘입어 2루를 밟았다. 이 때만 해도 덕아웃을 지키던 동료들의 입에서는 “3회까지 한 점 밖에 못 뽑았다.”는 탄식이 간간이 터져나왔다.하지만 주장 장승현(29)이 마침 ‘완장 값’을 했다.좌익수 앞 2루타로 루상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여 스코어를 3-1로 만들었다.장승현도 뒤이은 이민기(25)의 우익수 앞 땅볼 안타 때 4점째를 뽑아냈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타점도 비선출 임선묵에게서 나왔다.4회 선두타자 김만영(26)이 우익수 왼쪽 안타로 신호탄을 쐈다.이에 보답하듯 이상윤은 중견수 왼쪽으로 빠지는 결승 3루타로 거들었다.뒤이어 5-1에서 이날의 히어로 임선묵은 유니리더스 천준태의 직구를 노려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2점짜리 홈런으로 기세를 한껏 높였다. ●고른 실력이 승부 가르다 유니리더스는 1-7로 6점이나 뒤진 5회 상황이 심상찮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에 따라 타자로 돌아선 천준태의 3루타와 김희성,민윤기(28)의 안타를 묶어 2점을 따라갔다. 그러나 6회에 다시 백상의 임선묵과 선출 이용주(25·배명고 졸),하성진에게 잇따라 ‘안타 뭇매’를 맞아 힘겹게 얻은 2점을 도로 헌납한 셈이 됐다.3-9로 뒤따라가기엔 이미 늦어버린 유니리더스는 이어진 공격에서 1점을 낚아 체면치레를 했다. 백상은 마지막 공격에서 5점차 리드에도 마음을 놓지 못한 듯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첫 타자 한양수(23)가 몸에 맞는 볼,1사에서 이용주가 천준태를 구원등판한 정승모(35)의 공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끝에 볼넷을 만들어 기회를 엿봤다.곧장 폭발한 하성진,유영동의 연속 안타는 ‘코끼리’들에게 승리를 자축하는 선물이 됐다.12-4,8점차의 대승이었다. 짜릿한 승리를 맛본 백상 손준환(40) 감독은 “선출 몇몇 보다는 골고루 플레이를 잘 하는 게 전력에는 필수적”이라면서 “우린 최소한 주2회 이상 실전을 통해 이런 팀을 일구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與, 우선처리 50개법안

    원내 과반수를 확보한 열린우리당이 20일 17대 국회 개원과 함께 우선적으로 처리하려는 50여개 법안들을 정리했다.일부 법안은 한나라당도 크게 반대하지 않아 통과 여지가 크지만 여야간 견해차가 큰 경우도 있다. ●불법정치자금은 국고로 환수 먼저 정치권에서 ‘검은 돈’의 고리를 차단하려는 법안들이 포함됐다.불법정치자금 국고환수특별법,돈세탁방지법 등이 해당된다.여야 모두 총선과정에서 ‘금권정치’를 타파하고 깨끗한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거듭 다짐한 터여서 통과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세부적인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하면 진통이 불가피하다.예컨대 2000만원 이상 금융거래를 할 때 금융결제원 보고를 의무화하는 열린우리당의 돈세탁방지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보고대상 금융거래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 야당측의 입장이다. 형사소송법을 개정,500만원 이상 뇌물을 수수한 사람은 반드시 기소하도록 하는 방안은 야당측의 반대에 앞서 당정협의과정에서부터 이견이 예상된다.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어긋나기 때문이다. 국민소환제도는 대부분의 정당들이 총선공약을 내세웠거나 입법화 검토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열린우리당에서는 주민의 10% 또는 3분의1 이상 발의와 투표자의 50% 이상 찬성으로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을 소환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야당 일각에서는 당선일로부터 1년 이내,임기종료 전 1년 이내에는 발의를 제한하는 등 정략적인 남용을 막기 위해 구체적인 보완장치 마련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밖에 공직자윤리법을 개정,1급 이상 고위공무원이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재산증식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공직자 소유 주식 백지신탁제도 도입에는 여야간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는 편이다. ●선거연령 인하는 내년 이후에 열린우리당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을 개정,유권자의 연령을 만 19세로 낮춘다는 방침이다.당초 만 18세로 낮추자는 입장이었으나 한나라당에서 현행 20세 유지를 주장하는 것을 감안,19세로 조정했다.열린우리당 정책위 박경필 수석 전문위원은 “야당이 끝내 반대한다면 내년 이후에 정개특위 등을 열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축적 입장을 내보였다. ●재래시장육성 특별법은 입법가능 재래시장육성 특별법은 열린우리당이 통과에 역점을 두는 법안이다.무분별한 대형할인점의 출점을 제한하는 한편 재래시장상품권 개발 등으로 재래시장을 육성시키자는 게 법안의 골자다.이 법안의 원안 통과는 아니더라도 입법취지는 충분히 반영될 전망이다. 총선 과정에서 각 당에서 내건 공약들이 비슷했기 때문이다.한나라당에서는 ‘재래시장 현대화 5개년계획’을,민주당은 재래시장활성화 방안을 냈었다. 이밖에 교사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개선,우수한 인재가 교직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려는 우수교원확보법,보전가치가 큰 자연자산을 보호하는 국민신탁법률 등도 열린우리당의 우선 통과대상 법안에 포함됐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병세 위험” 뒷돈 진단서

    서울대병원 의사들과 서울구치소 고위간부들이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 등 재소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형집행정지 및 구속집행정지에 유리한 진단서 등을 발급해주다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郭尙道)는 재소자 석방을 둘러싼 금품수수 비리에 대한 일제 수사를 벌여 전 서울구치소 의무과장 정진철(52)씨 등 3명을 구속기소,전 서울대병원장 이모(67)씨와 전 서울구치소장 임모(59)씨,전 한보그룹 회장 정보근(40)씨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구속집행정지는 피의자가 중병,근친의 관혼상제,국가시험 등이 있을 때,형집행정지는 재소자가 생명이 위독할 정도의 중병이거나 출산,고령일 때 거주를 제한해 일시 석방하는 제도다. 정태수씨의 주치의였던 이 전 서울대병원장은 99년 8월 정씨가 고혈압·협심증 등에 따른 형집행정지 신청을 내자 정씨에게 유리한 내용의 소견서를 작성해주고 정씨의 아들인 보근씨로부터 사례비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원장은 진단서에 ‘극히 위험한 질환’ 등 석방에 도움이 될 문구를 넣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병원 의사인 이모(53) 교수는 2001년 8월 배임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경찰서를 탈출한 뒤 자수한 전 D종건 대표 이모씨의 구속집행정지를 위해 1500만원을 받고 “수감생활을 계속하면 급사 위험이 있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발부해 줬다. 정 전 과장은 당시 이씨의 구속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수감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취지의 진단서를 끊어주다가 이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고 “뇌경색 증상이 나타나면 치명적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진단내용을 바꿔줬다. 검찰은 형집행정지 및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기 위해서는 ‘구치소내 의료시설로는 치료가 어렵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켜야 하기 때문에 외부 병원에서의 진료를 둘러싸고 브로커를 통한 불법 청탁의 여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임 전 소장은 김인태 전 경남종금 회장의 외부 병원 진료를 허용해주고 950만원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진단서나 소견서 기재 내용의 신뢰성·정확성을 담보하고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
  • [‘폭설대란’ 복구 명암] 라면 사러 20㎞ 고립마을 ‘발동동’

    폭설피해 3일째인 8일 일선 지자체들은 공무원과 경찰,인근 군부대 등의 도움을 받아 복구작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으나 장비와 인력이 크게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특히 산골마을의 무너진 축사나 비닐하우스 등에는 충분한 손길이 미치지 못해 농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라면 사러 충청도까지 갑니다.” 경북 문경시 가은읍 일부 지역이 폭설로 나흘째 외부와 고립돼 있다. 가은읍 완장리 홍주막마을 16가구 주민들은 평균 50㎝에 이르는 폭설로 유일한 외부 연결도로인 지방도 922호가 끊겼다. 문경시는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인원과 장비가 부족한 데다 도로 경사가 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8일 현재 홍주막마을에서 10㎞ 남짓 떨어진 가은읍 완장리까지 복구한 상태다. 이로 인해 이 마을 주민들은 응급 복구된 충청도쪽 도로를 통해 충북 괴산군까지 20㎞를 가서 생필품을 구해오고 있다. 마을 반장인 정충호(60)씨는 “오이와 배추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20동이 눈 무게에 못이겨 무너졌다.”며 “빨리 복구하지 않으면 모두 쓰레기가 될 것”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정씨는 또 “생필품은 괴산군에서 구하고 있으나 거리가 멀어 주민 불편이 크다.”면서 “복구에 많은 시간이 걸리면 주민들의 먹을거리라도 우선 공급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완장리 강홍명(64) 이장은 “우리 마을도 8일 오후에야 복구됐다.”며 “해발 400m나 되는 불란치재를 넘어야 하는 홍주막마을이 언제 외부와 소통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문경시 관계자는 “군인과 공무원,주민 등을 동원 복구작업을 하고 있으나 불란치재의 경사가 심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호계면 봉서2리 23가구 주민들도 이날 오후에야 제설작업에 나선 군 장병 등의 도움으로 외부와 소통이 됐다. 주민들은 간이상수도 시설이 완비돼 생활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외부와의 유일한 연결통로인 산골도로가 폭설로 막힘에 따라 두려움과 답답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이 마을 최모(48)씨는 “축사 붕괴 등 재산피해가 잇따랐으나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복구작업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경 한찬규기자 cghan@˝
  • [실직 여성가장의 고단한 삶]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사회복지 차원에서 실직 여성가장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전담기구 마련이 필요합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40) 소장은 여성가장 지원의 걸림돌은 자녀양육이라며 관련시설 확충을 강조했다.아직 우리 사회는 남성 위주로 직업·취업체계가 이뤄져 있기 때문에 여성들의 취업은 제약이 따른다.일부 여성가장들의 경우 자신이 처한 환경을 숨기고 남 앞에 나서기도 꺼려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그는 “전국의 소상공인 지원센터 등에 여성가장 전담 상담원을 지정하고,이들에게 적합한 업종이나 직종을 적극 개발하고 정보와 컨설팅을 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저소득 여성가장의 경우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생활하면서 육아 부담 때문에 선뜻 일자리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저소득 여성가장 지원대책은 육아문제 해결방안과 병행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업자금 지원의 다양한 창구가 마련돼 있지만 여성가장 입장에서 보면 이용이 쉽지 않다. 이런 탓에 김 소장은 좀더 유연성 있는 융자지원 제도와 함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여성가장 인력 풀제’ 운영방안을 제시했다. 창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민간 컨설팅 업체들도 참여시키고 여성가장 지원 업체에는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냈다. 예를 들어 홈스쿨이나 공예관련,아동관련 업종에 여성가장이 가맹점으로 가입할 경우 할인혜택을 주도록 여성부나 노동부 등에서 ‘여성우대기업 인증’ 등을 해주는 방법으로 체인본사에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창업이 늘고 있고,프랜차이즈 업종의 가맹점주 대부분이 여성인 점에 착안한 것이다. 김 소장은 “현재 정부에서 마련한 실직 여성가장 취업 프로그램은 시대흐름에 뒤떨어진 분야도 있다.”며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취업훈련 개발과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유진상기자 jsr@˝
  • 하프타임 / 박용수, 8경기만에 공격포인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뛰고 있는 한인 공격수 박용수(미네소타 와일드)가 8경기 만에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박용수는 14일 버펄로 세이버스와의 정규리그 홈경기 30차전에서 15분29초 동안 라이트 공격수로 뛰면서 도움을 올려 팀의 3-2 승리에 힘을 보탰다.주장 완장을 찬 박용수는 0-1로 뒤지던 1피리어드 14분40초 절묘한 패스로 비에메르의 선제골을 연결시켜 침체된 팀 분위기를 돌려놓으며 올시즌 4골 7도움째를 기록했다.
  • 冬鬪 해법 없나 / (중)‘손배가압류’ 노·사·정 입장

    12일 민주노총이 또다시 대대적인 총파업에 이어 도심 시위를 벌인다.동투가 한층 뜨거워지는 것이다.동투를 가져온 손배·가압류 철회 및 비정규직 차별철폐 문제에 대한 노사정(勞使政) 3자의 견해를 들어본다.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요구사항은 노조 및 노조원에 대한 손배·가압류 금지와 비정규직 차별철폐다.비정규직이 전체 임금 근로자의 57%에 이르고,정규직의 절반밖에 안되는 임금을 받는 등 극심한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는 나몰라라고 하고 있다. 또 노동자들이 잇따라 분신자살하고 있는데도 손배·가압류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손을 놓고 있다. 정부가 노동자들을 분신 투신자살 항거로 내모는 손배가압류·노동탄압과 비정규직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예정대로 12일 2차 총파업에 돌입한다.총파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손배가압류 및 비정규직 차별에 대해 팔짱을 끼고 있을 경우 매주 수요일 총력집중투쟁을 벌일 것이다. ●권기홍 노동부장관 손배·가압류 및 비정규직 관련 제도를 빠른 시일안에 개선하겠다.부당노동행위 방지를 위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유형별 처리방안을 이달 중 마련하고 지방노동청별로 ‘부당노동행위 특별대책반’을 운영하겠다. 아울러 손배·가압류 범위를 제한하는 쪽으로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겠다.신원보증법이나 민사집행법 등을 개정,노조활동과 관련된 경우 월급의 50%까지 가능하게 돼 있는 가압류 한도를 낮출 계획이다.또 신원보증인은 책임범위를 축소,쟁의행위와 관련한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특히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조합비 수입의 일정비율을 가압류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가압류시에도 최저생계비는 보호하겠다.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관련,공공부문의 경우 부처별로 소관 비정규직 관련 대책을 제출토록 해 연말까지 대책을 만들겠다.민간부문은 다음주 초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가칭 ‘기간제 및 시간제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하겠다. ●조남홍 경총 부회장 손배·가압류 문제는 모든 파업이 아니라 불법 파업에서만 발생한다. 노조가 주장하는 손배·가압류 신청 제한은 일종의 면책 특권으로 노사간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불법 파업을 조장할 위험성을 갖고 있다.나아가 기존 민사법의 일반적 법 원리를 무너뜨리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결코 용납돼서는 안된다.노동계의 손배·가압류 남용 주장은 자신들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법원이 최종 판단할 사항이다. 정부 역시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개입으로 불법소지를 조기에 제거하고 노사관계가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지는 기존 노조의 이기주의와 정리해고의 어려움 등이 어우러져 생겨난 만큼 모든 것을 사용자측에 부담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임금삭감 등 기존 노조의 희생과 노동시장 유연성도 뒷받침돼야 한다. 김용수 김경두기자 dragon@
  • 이슈 따라잡기 / 철도청 공사전환 연금승계 ‘시끌’

    철도산업구조개혁의 핵심 쟁점인 철도청의 공사전환 뒤 공무원연금 승계문제가 ‘20년 한정 가입방안’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건설교통부·철도청과 철도 공무원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건교부 등은 관계부처간 협의를 거쳐 철도청의 공사 전환으로 공무원 신분을 상실해도 공무원 연금수령 가능시기인 20년까지 제한적으로 공무원연금 불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철도공사법 수정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안에 대해 철도청 공무원직장협의회와 철도노조는 즉각 폐지와 보완장치 마련을 각각 요구하며 반대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16대 국회에서 철도구조개혁을 마무리하려는 정부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라며 반발하는 공무원들의 입장이 부딪치면서 국회 심의를 앞둔 철도공사법의 처리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철도청 공직협과 노조,정부안 반대 정부안은 3조 9000억원가량의 공무원연금 추가 재정부담과 공무원 신분을 상실한 공사 직원에 대한 특혜 논란을 야기한다.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철도 공무원의 피해를 줄여 구조개혁 동참을 유도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공무원연금법에 특례 규정을 신설하는 등 관련법 개정절차가 비교적 쉽다는 점도 작용했다. 그러나 철도노조와 철도청 공직협은 입장이 다르다.자발적 체제 전환이 아닌 만큼 기존 직원의 신분상,경제상 불이익은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무원연금 20년 연계방안은 철도직원들이 현행 공무원연금과 비교해 6000만∼1억원 가량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수용 불가라는 것이다. 특히 연금 산정과 지급시기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입장이다.연금산정 기본이 되는 보수월액(기본급+정액수당)에서 승진은 인정하지 않고 호봉승급만을 반영했다는 것이다.다시 말해 9급 5호봉으로 공사에 들어간 직원은 승진하더라도 15년 후에는 9급 20호봉의 연금을 받게 된다. 연금지급시기도 정부안은 공사전환 당시 20년을 넘긴 사람은 봉급과 연금을 함께 받지만 19년차인 직원은 1년을 더 근무해 수급권이 생기더라도 그로부터 10년 후에나 연금을 수령하게 돼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와 공직협 구체적 해법에선 차이 노조와 공직협은그러나 철도 직원들의 퇴직급여상 불이익을 방지토록 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준수를 요구하면서도 각론에서는 미세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노조는 지급시기를 20년 특례발생 시점으로 일치시키고 보수월액 산정방법 개선을 통해 불이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반면 공직협은 이보다 강경하게 현행 유지 및 정부안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공직협은 이런 맥락에서 “합리적인 대안없이 연금문제를 포함한 철도공사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경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방침”이라며 “공동소송 신청을 접수키로 했으며 손해배상 청구액은 20년 미만의 직원이 2만여명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1조원 이상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노조 박인호 기획국장은 “노조는 철도공사법 개정안이 반영되지 않는 개정안의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해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공사법 통과를 주도한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낙선운동도 펼쳐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
  • 급여 ‘0원’… 졸지에 신용불량자로

    ■손배·가압류 고통 노조원 생활 정부가 29일 노조 및 노조원에 대한 사용자의 손배소·가압류 남용 방지 대책 등을 발표한 것은 부작용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1월 두산중공업 노조원 배달호씨 분신 이후 손배소·가압류를 못이겨 분신·자살하는 노조원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정부의 대책 발표에 맞춰 노조와 노조원에 대한 손배소·가압류 실태 등을 알아본다. “손해배상·가압류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누군가 또 죽게 될 것입니다.이것이 이 땅의 노동자가 처한 ‘현실’입니다.” 흥국생명보험에 근무하는 김덕의(36)씨는 29일 이번달 급여지급 명세서를 보며 애꿎은 담배만 잇달아 피워댔다.몇번이나 들여다봐도 명세서에 찍힌 지급액은 ‘0원’이다.그는 회사 노조 전임자로서 파업을 이끌었었다. 지난 7월부터 200만원 남짓한 월급 가운데 50%는 회사가 걸어놓은 가압류 때문에 자동적으로 빠져나간다.지난달부터는 회사측이 파업중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한다며 나머지 돈마저 지급하지 않고 있다. ●“외식은 꿈도 꿀 수 없다” 김씨는 가족과 외식할 수도 없다.형제들에게 생활비를 빌릴 면목도 더 이상 없다.김씨는 “비용 4만원을 줄이려 7살짜리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교실을 끊어야 하는 가장의 심정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최문정(31·여)씨는 결혼자금을 모아둔 통장에 회사가 가압류를 걸어 한 푼도 인출할 수 없게 됐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최씨는 “‘이 곳이 12년째 다닌 직장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지난 8월 결혼 당시 대출받은 4200만원의 이자도 갚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렇듯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인’ 가압류는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다.김씨를 포함한 노조 상근자 5명에게는 각각 9500만원,노동조합에는 1억 9500만원의 가압류가 걸려 있다.개인적으로 한 달에 100만원씩 내도 앞으로 8년 이상 꼬박 갚아야 한다.대부분 생활비는 금융기관에서 빌리고 있다.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노조위원장 등 2명의 해고자는 신용불량자가 됐다. ●입사 때 보증선 사람에게도 가압류 노동자들에게 손배 가압류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파업을 한 노조에 대해 사측이 행사하는 가장 대표적인 법적 대응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자부품 납품업체인 한국시그네틱스는 2001년 10월 노조파업으로 2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노조원 9명의 월급과 5명의 부동산을 가압류했다.회사측은 해고자의 월급 압류가 어렵게 되자 체불임금과 퇴직금은 물론 입사시 연대보증을 섰던 친지의 부동산까지 가압류를 진행했다. 해고자 김칠순(36·여)씨는 2000년 입사 당시 신원보증을 섰던 오빠의 집이 가압류됐다.김씨는 “오빠가 지난해 영농자금 대출을 받으러 갔다가 집이 가압류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면서 “친척들 볼 면목이 없어 명절에도 고향을 찾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올해 2차례 파업으로 75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전국철도노조도 매월 2억여원의 조합비를 가압류 당하고 있다.철도노조 백남희 교육선전국장은 “정부가 손배·가압류 남발을 시정할 의지가 있다면 국가기관인 철도청의 불법 가압류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측 “적법한 권리 행사일 뿐” 사용자측은 ‘손배가압류는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법적인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흥국생명 사측관계자는 “최근 가압류를 이유로 노동자가 분신하는 사태가 일어나면서 모든 것이 사업자의 책임인 듯 몰고 있지만 파업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노조와 가압류 결정을 내려준 법원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철도청측은 “조합비 일부를 노조에 지급하지 않는 것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조합비에서 ‘상계’처리 한 것으로 정당한 조치”라고 일축했다. 전국경제인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는 법에 따른 정당한 권리이며,최소한의 자구조치이므로 이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외국에서도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하거나 민사집행상의 특혜를 인정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유영규 이세영기자 whoami@ ■민노총이 밝힌 남용실태 권기홍 노동부 장관이 29일 “이른 시일 내에 사용자의 손배·가압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부는 정작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노동부는 노조 및 노조원에 대한 사용자의 손배·가압류 총액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있다.그저 민주노총 집계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날 현재 손배·가압류 규모는 총 46개 사업장에서 1481억 7000만원으로 집계됐다.이중에서 손해배상 청구액은 589억 7000만원이며 가압류 금액은 892억원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손배·가압류 규모는 총 5개 사업장 394억 7000만원으로 전체의 26.7%를 차지하고 있다.정부가 사용자의 손배·가압류 남용을 막겠다고 하면서도,자신은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 액수를 가압류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노총 손낙구 실장은 “철도청 75억원,발전회사 45억원,서울지하철 57억원,예금보험공사 13억원 등 공공부문에서 엄청난 규모의 손해배상이 청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끼친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데 노동계가 자신의 책임을 사용자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면서 “노동계의 무책임한 손배·가압류 폐지주장에 대해 정부는 법과 원칙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수기자 dragon@ ■정부 대책은 노조원들이 손배·가압류에 시달리다 분신·자살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는 데에는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도 한몫을 하고 있다.올초 노무현 대통령은 “지나친 손배·가압류는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었다.노동부 역시 지난 9월 초 노사관계 개혁 로드맵을 발표하며 “손배·가압류 범위를 제한하는 등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추진 중인 방안은 노동관계법 개정보다 신원보증법이나 민사집행법 등을 개정하는 쪽인 것으로 알려졌다.노조활동과 관련된 경우 월급의 50%까지 가능하게 돼 있는 가압류 한도를 낮출 계획이다.또 신원보증인은 가압류 때 책임비율을 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특히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조합비 수입의 일정비율을 가압류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불법파업으로 손실을 입은 사용자가 손배·가압류를 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노조활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노조원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노동부의 입장이다. 이와 함께 법원도 가압류 요건을 종전보다 강화,엄격한 심사를 거치기로 했다.대법원은 이에 따라 종전에는 사용자측 소명자료만 검토해 가압류를 결정했으나 앞으로는 근로자에 대한 소명도 적극 활용키로 했다.사용자가 가압류 신청이 기각될 경우 재신청이나 중복신청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규제키로 했다. 김용수기자
  • 분단의 현장 ‘JSA 50년’ 르포/ 냉전 상처속 변화의 바람 ‘솔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경비임무 이양 문제가 한·미 양국간에 한창 논의되고 있다.다음달 초 한·미 양국은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6차회의’를 갖고 이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게다가 다음달 22일은 이 곳 경비를 맡은 유엔사령부 경비대대 보니파스부대가 창설된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다.JSA와 보니파스 부대를 둘러보고 50년 만에 초래되고 있는 변화의 실상을 살펴봤다. 몇해전 ‘JSA’라는 영화로 우리에게 친숙해진 JSA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반경 400m의 타원형 비무장 지대.높이 10㎝·폭 50㎝의 시멘트로 금을 긋고 있는 분계선.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곳이다.분단의 현장인 이 곳에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미군은 DMZ 정찰팀만 운용 지난 22일 오전 통일대교를 지나 판문점으로 가는 길은 들국화가 만발했다.1시간여 만에 버스가 멈추자,‘캠프 보니파스’란 안내판이 눈에 띈다..원래는 ‘캠프 키티호크’였으나 1976년 8월 미루나무 사건 당시 보니파스 대위가 살해된 직후부터 ‘보니파스 대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장교 5명과 사병 10명으로 출발한 이 부대는 지금은 부대원이 600여명에 이른다. 1980년대까지만해도 부대원 대부분이 미군이었으나 1991년 군사정전위 수석대표가 한국군 장성으로 바뀌면서 한국군 숫자가 늘어났다.요즘에는 한국군이 350여명으로 전체 부대원의 70%를 차지하고 있다.판문점을 둘러싼 경계초소 근무자도 거의 한국군이다.대대장만 미군이고,부대대장과 중대장 및 소대장은 모두 한국군이다. 보니파스 부대의 한 관계자는 “JSA에는 본부중대와 경비중대가 있는데,경비중대는 전원 한국군이,본부중대는 3분의 1가량이 한국군”이라면서 “미군은 비무장지대(DMZ)에서 정찰활동을 벌이는 부대인 보이스카우트팀만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JSA 전우회’의 이청근 총무는 “8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군이 차지하는 비율이 불과 5∼10%정도였다.”면서 “한국군 장교들이 지휘를 맡고 있어 사병들의 사기도 굉장히 높다고 한다.”고 말했다. ●북, 정전위 무시 부대마크 달아 판문점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었다.유엔측과 북한측 군사관계자들이 만나는 푸른 막사 주변에는 ‘JSA’라는 부대마크가 선명한 우리측 경비병 5∼6명이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부동자세로 북측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불과 5m 앞에는 북측 경비병 3∼4명이 콘크리트로 만든 군사분계선 바로 앞에 서 있다.붉은색바탕에 노란색으로 새겨진 ‘판문점 부대’라는 견장이 눈에 띄었다.남북의 경비병들은 무표정하게 상대방을 쏘아보고 있을 뿐이다. 우리측의 이모병장은 “북한측은 얼마전 반드시 차게 돼 있는 헌병 완장을 떼내고,대신 금지돼 있는 부대마크를 부착했다.”면서 “정전위를 무시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군인들의 얼굴과는 달리 판문점에는 생동감이 흘렀다.의외로 남북 양쪽 모두 관광객이 많았다. 이날 북측 판문각 앞에는 민간인 복장의 20여명이 갑자기 나타났다. JSA 소속 이모 병장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북측 판문점을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면서 “중국·러시아·동남아 등 각국의 관광객들이 하루 200∼30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북측에는 관광버스 한 대가 도착했고 30여명이 차에서 내려 판문각 안으로 총총 사라졌다. 우리측 지역에도 관광객이 하루 평균 1000여명에 이른다.지난해 가을보다 1.5배가량 늘어났다.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45분 간격으로 관광버스가 줄을 잇고 있다.전체 관광객의 40%는 일본인이라고 판문점 안내원인 유엔사 소속 매카베 상병은 설명했다. ●“한국군은 잘 훈련된 군인” 판문점에서 가장 눈길을 끈 곳은 사병식당이었다.점심 한끼 값이 3달러 25센트로 4000원가량이다.식당에는 한국군과 미군이 뒤섞여 있었다.장교 사병 가릴 것없이 식판을 들고 음식을 덜었다.점심 도중 옆에 있던 한 미군 병사에게 JSA경비를 한국군이 맡는 데 대해 의견을 묻자 그는 “정치적인 문제는 별 관심이 없다.다만 이곳에 근무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또 이라크 파병에 대해 그는 “한국군은 잘 훈련된 군인”이라고 대답했다. 김문기자 km@ ■JSA 경비임무 이양 언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경비임무를 한국군에 넘기는 문제는 시기 조정만을 남겨 둔상태다.현재 주한미군이 맡고 있는 JSA 경비임무의 한국군 이양에 한·미 양국이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협상에 비춰 한국군이 JSA 경비임무를 이양받는 것은 2006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JSA의 경비는 한국군 350여명,미군 250명 등 600명으로 구성된 유엔사 경비대대 소관이다.하지만 미군은 대부분 중대본부에서 행정업무만을 다루고 있어,경비는 사실상 한국군이 맡고 있다.하지만 이 곳의 경비임무를 한국군이 ‘완전히’ 이양받는 문제는 그리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JSA는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위상과 한·미동맹 관계 등을 함축적으로 나타낼 만큼 ‘상징성’이 크다.현재 동서로 그어진 155마일(248㎞) 군사분계선(MDL) 가운데 미군이 경비업무에 관여하고 있는 지역은 이 JSA가 유일하다.JSA에 대한 경비임무가 한국군에 이양되면 비로소 군사분계선 전역의 경계임무 책임이 한국군에 넘어오는 셈이다. 그동안 미측은 JSA에 근무하는 미군들이 군사적 상황시 미국의 자동개입을 보장하는 ‘인계철선’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가급적 빨리 JSA 경비임무를 넘기려는 입장이었던 반면,한국측은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이 가중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쪽이었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미래 한·미동맹 3차 회의에서 주한미군이 한국군에 이양할 10개의 ‘특정임무’를 놓고 협상을 벌인 끝에 JSA 경비임무를 내년 말까지 한국군에 이양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두 달 뒤인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4차 회의에서 한국측이 한반도 안보 불안감을 이유로 이양시기를 늦출 것을 요구,일단 2006년까지는 병력 규모는 다소 줄이더라도 JSA 경비대대의 대대장을 미군이 계속 맡는 등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결국 이 문제는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시기 문제 등이 최종 타결될 거능성이 높다. 조승진기자 redtrain@ ■관광객 상대 사진촬영 김연겸씨 “북측 판문점을 찾는 관광객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분단의 현장이자 24시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판문점에서 5년째 사진촬영을 전문으로 해온 김연겸(36·사진)씨.관광객에게 사진을 찍어주거나 판문점의 이모저모 등을 카메라에 담느라 바쁘다. 김씨는 “북한측 관광객은 오전 10∼12시 사이에 자주 찾아온다.”면서 “이때마다 북한군 경비병들이 갑자기 나타나 경비를 서다가 관광객이 떠나가면 사라지곤 한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을 상대하다보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다.지난 달에는 경주재향군인회 소속인 한 노인이 군 재직시 입었던 전투복을 입고 보란 듯이 판문점을 방문했지만 JSA경비대대 외에는 전투복을 입을 수 없다는 규칙에 따라 발길을 돌려야 했다. 말로만 듣던 판문점에 와서 북한군인들을 코앞에 맞닥뜨리자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잠시 실신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또 판문점 막사를 사이에 두고 그어진 군사분계선을 응시하며 “이 선만 넘으면 고향에 갈 수 있는데…”하며 넋을 잃고 한동안 북녘땅을 바라보는 실향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유엔사의 크고 작은 행사에도 초대될 만큼 JSA내에서는 스타이다.미군 친구들도 여럿 사귀었다.김씨는 “주한미군은 반드시 한번씩 JSA근무를 거쳐가고 또 JSA근무 시절을 가장 보람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1군사령부 사진병 출신인 그는 “고향이 파주 문산이기 때문에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판문점과 함께 동고동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문기자
  • [사설] 재신임 정국 힘겨루기 안돼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12월 재신임 국민투표 방안을 야당이 반대해 전도가 매우 불투명하다.민주당은 위헌요소를 들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고,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국회연설을 통해 ‘고도의 정치술수’로 깎아내린 뒤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의 비리 규명을 재신임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이는 여의치 않으면 최 전 비서관 수사 결과를 대통령 탄핵의 고리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읽혀진다. 물론 노 대통령의 재신임 결단을 청와대는 고뇌의 결과라고 설명하나,정치적 승부의 성격도 내재되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그런 점에서 정치적 논쟁을 피할 수는 없다고 본다.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정치권의 논란이 총선용 힘겨루기로 흐를 조짐을 보이고 있어 심히 걱정스럽다. 이유야 어떻든,이런 우려스러운 상황은 피해야 한다.이것은 정략만 있고,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무책임한 당리당략의 정치다.경제침체가 시민생활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고,외국인 투자자도 한국에 점차 매력을 잃어가는 현실에서 재신임 정국의 장기화와 첨예화는 국민들의 주름살만 깊어지게 할 뿐이다.나라가 결딴난 상황에서 설사 총선에 승리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노 대통령의 제안은 사실상 한나라당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그런데 재신임 투표를 탄핵으로 선회하려는 것은 부적절하다.떳떳하게 불신임 이후 대안을 제시하면서 불신임 논리를 개발해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온당한 자세일 것이다. 청와대 역시 재신임 문제가 노 대통령과 정치권의 문제라고 손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위헌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적 보완장치가 필요한지 검토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특히 검찰수사와 관련해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은 일체 삼가야 한다.검찰도 SK 비자금 수사에 국가미래가 달려있다는 점을 인식해 성역없이 수사해야 한다.검찰의 최 전 비서관 수사결과가 정치권의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 상암의 밤 스타 탄생/김동진 2골 폭발… ‘차세대 킬러’ 예약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에는 박경훈 코치가 있다.최순호 포항 감독 등과 함께 지난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을 풍미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박 코치의 특기는 오버래핑이었다.수비지역에 있다가 공격 전환때 순식간에 상대 진영 깊숙이 바람처럼 파고드는 플레이는 지금도 많은 팬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17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 올림픽대표팀간 라이벌전에서 박 코치를 쏙 빼닮은 선수가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왼쪽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김동진(21·안양). ‘차세대 킬러’로 주목받는 최성국(20·울산) 조재진(22·광주)과 지난 7월 일본 도쿄 라이벌전에서 선제골을 작렬시킨 최태욱(22·안양) 등을 제치고 일본의 골문을 연 선수는 바로 김동진.전반 한국이 얻은 두 차례의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모두 골을 연결시키며 2-1 승리를 이끌어 형님격인 국가대표팀이 최근 상암경기장에서 당한 5연패 ‘징크스’를 대신 씻어 주었다.183㎝ 72㎏의 탄탄한 체격에 프로무대에서도 이미 6골이나 터뜨린 ‘오버래핑의 명수’인 그에게 첫번째 기회가 찾아온 건 전반 6분.최태욱이 얻은 오른쪽 코너킥 찬스에서 키커 최원권의 날카로운 킥이 반대편 골 포스트쪽으로 날아드는 순간,수비와 공격수가 엉켜 있는 틈새에서 돌고래처럼 솟구쳐 오른 붉은 유니폼이 관중들의 눈에 들어온 순간,공은 그의 머리를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전광석화 같은 공격가담으로 마크맨이 채 따라붙지 못했다. 뜻밖의 선제골에 붉은색으로 물든 관중석에서는 “한골 더”라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열망이 현실로 나타난 것은 전반 32분.이번에는 최성국의 왼쪽 코너킥.킥은 낮게 왼쪽 골포스트 쪽으로 흘러 들어왔다.공이 떨어지는 지점에 역시 김동진이 있었다.논스톱 왼발 터닝 슛.공은 방향을 잃고 넘어지는 일본 골키퍼 구로카와 다쿠야의 몸을 스치며 반대편 골문 구석으로 파고 들었다. 좀체 골문을 열 능력이 없어 보이던 일본은 후반 32분 이시카와 나오히로가 미드필드 오른쪽을 가르며 띄워 준 센터링을 골마우스 왼편으로 뛰어든 다카마쓰 다이키가헤딩슛,한골을 만회했다.상승세를 탄 일본은 막판 총공세로 무승부를 노렸지만 조성환 조병국 박용호가 포진한 한국의 스리백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한국의 이날 플레이에 대해 “측면과 중앙을 적절히 배분하고 수비 배후공간의 활용도를 높인 공격의 다양성이 한 단계 성숙해진 느낌”이라고 후한 점수를 줬다.그러나 “골 결정력을 더욱 높이고,후반 중반 이후 급격히 떨어진 체력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영완 이창구기자 kwyoung@ 김동진은 누구 김동진은 움베르투 코엘류 국가대표팀 감독도 인정한 한국축구의 차세대 주자. 안양공고를 졸업한 지난 2000년 프로축구 안양에 입단했고,같은해 청소년대표(19세 이하)를 시작으로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에 이어 올해 올림픽대표,‘코엘류호 1기’ 멤버로도 이름을 올렸다.프로 3년째인 올시즌 K-리그에서 5골 2도움으로 팀내 공격포인트에서 상위를 달리고 있다.프로 통산 46경기 6골. 이날 경기에서도 보여줬듯이 높이를 활용한 골문 앞에서의 헤딩과 왼발에 의한 골 결정력은 팀내 최고 수준이다.올시즌 5골 가운데 2골이 헤딩골,다른 2골이 왼발로 넣은 것이다. 공수를 모두 아우르는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자질은 물론 중거리 슛도 발군이라는 것이 중평.여기에 나이답지 않게 리더십까지 갖췄다.올시즌 개막전에서 조광래 안양 감독이 부상중인 김성재를 대신해 주장 완장을 맡겼을 정도다.“위기가 닥칠수록 더욱 침착해진다.”는 것이 조 감독의 평이다. 김동진은 “내 생애 이렇게 좋은 날은 처음이며 이런 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서 “오늘 경기로 자신감을 갖게 됐으며 앞으로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최병규기자 ●승장 김호곤 한국팀 감독 양팀 모두 좋은 경기를 했다.전반에는 우세했지만 후반 중반 이후 밀리다 골을 내준 것이 아쉽다.교체 선수가 제 역할을 못했고,격렬한 경기로 부상과 체력 저하가 원인이었다.확실한 스트라이커 부재는 조재진 정조국 남궁도 등에 대한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 해결하겠다. 일본은 지난 7월 도쿄 경기때보다 정신력과 집중력이 한층 향상됐다.자주 경기를 가졌으면 한다. ●패장 야마모토 마사쿠니 일본팀 감독 양팀이 모든 재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만족한다.우리팀의 장·단점을 확인한 것도 나름대로의 수확이지만 1골을 끝내 만회 못한 것은 아쉽다. 새로 기용된 선수와 변화된 시스템을 시험하려 했으나 선수들이 각자의 위기 상황에서 회복이 늦었던 것이 패인이다.조재진이 우리 수비수를 내내 괴롭힌 것도 경기를 어렵게 만든 이유다.
  • 신협도 10월부터 개인대출/ 藥인가 毒인가

    오는 10월말부터 일반인도 신용협동조합에서 1인당 최고 6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신용평가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신협들이 개인대출 시장에 적극 뛰어들 경우,신용불량자 양산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정치권이 신협중앙회에 개인대출을 허용해준 결과다.전문가들은 “1997년 예금보호대상 금융기관에 신협을 ‘정치논리’로 포함시켰다가 약 5조원의 공적자금 투입을 야기한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신협의 개인대출 부실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재정경제부는 2일 신협중앙회의 개인대출 취급 허용 등을 핵심으로 하는 신협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을 3일 입법예고해 10월3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비조합원도 1인당 최고 6억원까지 현재 일반인이 신협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반드시 조합에 가입해야 한다.앞으로는 비조합원도 자유롭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이같은 혜택을 이미 주고 있는 농협과의 형평성을 맞춘 조치다.또 일반 개인이 개별(단위) 신협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동일인 대출한도)가 꽉 차 더 이상 대출이 불가능할 경우,신협중앙회에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지금은 중앙회는 일절 개인대출을 취급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단위신협의 동일인 대출한도는 자기자본금(평균 16억원)의 20% 또는 총자산의 1%이다.평균 3억원가량 된다.중앙회의 개인대출 한도는 1인당 최고 3억원(법인 80억원)이다.따라서 개인은 통틀어 6억원 안팎을 신협에서 빌릴 수 있다. ●대출심사허술… 信不者 양산 우려 신협중앙회는 개인대출을 취급해본 경험이 전혀 없다.돈을 빌려주기에 앞서 개인의 신용위험을 측정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허술한 대출심사→부실여신 증가→신용불량자 양산’의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경부와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은 신협중앙회의 개인대출 허용을 강력히 반대했다.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정부안(案)에도 없던 개인대출 허용 조항을 신협법 개정안에 추가했고,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재경부 박재식(朴在植) 보험제도 과장은 “신협중앙회의 부실대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전문가 한 사람을 반드시 영입하도록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산운용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전문가 1인으로 대출 리스크(위험) 관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신협의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말 8.6%에서 올 6월말 현재 10.9%로 급등했다.신협중앙회가 안고 있는 누적 적자액만 지난 6월말 현재 7223억원에 이른다.중앙회측은 “이같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사업 발굴이 절실하다.”며 개인대출 취급의 불가피성을 주장한다. ●내년부터 예보 대상서 제외 요주의 신협은 내년부터 정부가 보장하는 예금보호대상 금융기관에서 빠진다.그렇더라도 중앙회가 자체 조성한 예금보호 기금으로 최고 5000만원(이자 포함)까지 보장해 준다.보호 대상은 예탁금,적금,공제금 등이다.논란이 됐던 조합원 출자금은 예탁금과 마찬가지로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점을 감안해 중앙회장이 ‘보호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했다. 금감원측은 “단위조합이 고객의 상환 요구에 대비해의무적으로 중앙회에 쌓아둬야 하는 상환준비금 비율을 현행(50% 이상)보다 더 높이는 등 거래의 안전성을 높였다.”면서 “그러나 어디까지나 자체 예금보호 기관인 만큼 고객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안미현기자 hyun@
  • 부동산 보유세 논란 / 내용·문제점

    정부가 1일 발표한 부동산 보유과세 개편안의 핵심은 비싼 집에 살수록 세금을 많이 물리고,땅부자들에게는 거액의 세금(종합부동산세)을 별도로 물리겠다는 것이다.재테크 수단으로서의 부동산 매력을 감퇴시켜 투기바람을 잡겠다는 의도다.아울러 부동산으로 걷는 세금(1조 4000억원)이 자동차로 걷는 세금(1조 5000억원)보다도 적은,우리나라 특유의 기형적 과세 현실도 시정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전문가들은 바람직한 개선방향이라고 지지한다. 그러나 땅부자들이 조기 상속이나 증여의 방법으로 명의를 분산시킬 경우 신설세금 부담을 교묘히 피해나갈 수 있는 등 허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지난 98년 폐지된 ‘토지초과이득세’의 재판(再版)이라는 비판도 있다.기득권층의 반발과 내년 총선 분위기 속에서 입법화 여부는 미지수이다. ●부동산 보유세 어떻게 바뀌나 우선 아파트의 경우 당장 내년부터 세금을 매기는 기준가격(과세표준)의 주요 잣대가 현행 ‘면적’에서 ‘시가’(국세청 기준시가)로 바뀐다.토지는 2006년부터 무조건 개별 공시지가의 50%(현행 36.1%) 금액에 세금이 매겨진다.자치단체장들에게 일임했던 과표 권한을 법률로 강제화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과표는 올리되 세율은 단일화 정부안대로라면 토지든,집이든 과표가 크게 올라 세금부담이 일률적으로 늘어나는 문제점이 생긴다.재경부 이종규(李鍾奎) 재산소비세심의관은 “세율을 전반적으로 인하하는 등 중산·서민층의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는 기술적 보완장치를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토지의 경우 1단계 때 물리는 지방세에 대해서는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물론 땅부자들에게만 물리는 국세에는 누진세율이 적용된다.1단계 지방세나 2단계 국세 가운데 어느 한쪽에만 누진세율을 매겨야 한다는 김진표(金振杓) 부총리의 주장이 관철된 대목이다.가장 낮은 세금(최저세율)을 내는 기준과표(토지 2000만원,건물 1200만원)도 상향된다.이렇게 되면 납세자의 80∼90%가 최저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법리논쟁·편법 탈루 차단이 과제 조세연구원 노영훈(盧泳熏) 연구위원은 “땅부자 산출기준이 인별(人別)로되어 있어 상속·증여 등의 방법으로 부동산 명의를 분산시키면 손쉽게 세금부담을 피해갈 수 있다.”면서 “부동산 과다보유자의 기준을 좀 더 촘촘히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참여연대 하승수 변호사는 “과거의 토초세는 미실현 이익에 세금을 부과했지만 신설 국세는 부동산 보유사실에 매기는 것인 만큼 위헌 소지가 적다.”고 말했다.하지만 일본이 90년대 초 이와 유사한 세금을 도입했다가 폐지한 전례가 있어 법리논쟁이 예상된다. 안미현기자 hyun@
  • 이슈 따라잡기 / ‘1회용컵 줄이기’ 신경전

    환경부와 시민단체가 1회용 컵을 줄이는 문제를 두고 또다시 팽팽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1회용 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패스트푸드점과 테이크아웃점을 대상으로 도입한 ‘자율협약 체결’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난 조사가 단초다. 18일 환경부가 집계한 상반기 자율협약 실천내용에 따르면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하는 고객 7명 중 6명이 유상 판매되는 1회용 컵을 환불받지 않고 그냥 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시민단체는 문제점이 분명히 드러난 만큼 효율성 제고를 위해 법적·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1회용 컵 미환불금의 사용처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소비자부담만 가중 비난 환경부가 1회용 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7개 패스트푸드점과 체결한 자발적 협약 이행실태를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에 1925만 4000개의 1회용 컵이 판매됐으나 이 가운데 14.5%인 278만 9000개만 회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관계자는 “테이크아웃점은 협약시행 초기임에도 고객들의 참여율이 높게 나타났다.”면서 “다만 패스트푸드점의 경우 고객들이 1회용 컵을 사용한 후 그냥 버리기 때문에 회수율이 낮게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주장은 다르다.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이하 쓰시협)는 “환경부가 제도적 편의를 위해 자율적 협약을 마련했다.”면서 “이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보다 강제적인 법적 규제조항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환불금 사용처 분명해야 특히 환경부와 업계,시민단체는 1회용 컵 미환불금에 대한 사용처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상반기 패스트푸드점과 테이크아웃점에서 1회용 컵 판매대금으로 벌어들인 금액은 27억 8700만원.이 가운데 23.5%인 4억 8000만원이 고객에게 환불됐고 환불되지 않은 금액 가운데 10억 3600만원은 이미 집행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는 환경미화원 자녀 장학금,환경단체 지원 등에 사용했다고 주장한다.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상당부분이 매장로고 제작 등 업계 홍보비용으로 사용돼 자율적 협약 내용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민단체 주장대로 법적 강제조항을 만들어 규제하면 공정거래법상 위법사항으로 논란을 빚을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진상기자 jsr@
  • 아! 낙원에 살 천사가 없는지 천사가 살 낙원이 없는지/ 16년만에 중단편집 낙원?천사? 낸 윤흥길

    “지금까지는 과거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부터는 요즘의 현상이 과거의 어떤 일에 연원을 두고 있으며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를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분단과 민족’이란 두 화두를 업고 30여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해온 중견작가 윤흥길(61)이 작품집 ‘낙원?천사?’(민음사 펴냄)를 냈다.창작집 출간으로는 ‘꿈꾸는 자의 나성’이후 16년 만이고 신작으로는 장편 ‘꿈꾸는 자의 나성’이후 6년만이다. 작가는 예의 겸손함이 밴 느릿한 어조로 “사실 공백은 별로 없었다.”며 “80년대부터 장편을 주로 쓰느라(그의 대표 장편 ‘에미’‘완장’등은 이 시기 씌어졌다.)중·단편집을 오랜만에 내서 그렇게 보이는가 보다.”고 설명했다.독자를 위해 작품 세계를 좀 풀어달라고 부탁하자 “표제작 ‘낙원?천사?’는 사랑이 없는 비정한 세계를 살펴본 것이고 ‘산불’은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의 문제를 찾아본 것”이라고 말한다.“나머지 중편 ‘쌀’은 주식인 쌀이 알게 모르게 민족 정체성에 미쳐온 영향을 더듬어본 작품”이라고 덧붙인다. ‘낙원…’과 ‘산불’엔 대학교가 공간적 배경이다.95년부터 한서대교수로 재직한 그는 “학생과 접촉이 늘다 보니 캠퍼스 풍경이 관심사로 자리잡았다.‘낙원…’는 어느 지방대 단신뉴스가 모티프였는데 동료교수의 비슷한 경험도 살려 보편적 이야기로 만들었다.대학 안에서 기숙하다가 얼어죽은 ‘천사’라는 별명의 부랑 청소년 오군을 소재로 한 작품.오군의 죽음을 추적하는 학보사 기자가 담은 다양한 인물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으로서 그의 죽음을 방치했을지 모를 야박한 세태를 상징한다. ‘산불’은 한서대에 있었던 실화에 소설이라는 무늬를 씌운 작품 이라고 설명한다.고아 출신의 주인공이 학생운동을 하던 중 고문에 못이겨 친구들 이름을 자백한 죄의식에 시달리다 시골의 신흥 대학촌에서 숨어들어가 살면서 겪는 방화 누명 등을 다룬 것이다.‘쌀’은 월남한 장인·장모가 북한 쌀로 장모의 병을 치료하는 해프닝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환기시킨다. 이번 작품집엔 작가가 30년전 ‘장마’에서 탁월하게 조화시킨 분단과 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배어있으면서도 문학적 절차탁마가 더해졌다.작가는 “조상의 해학미와 민족의 특성에 쏠리는 관심은 어쩔 수 없다.”라며 “젊은이들이 구질구질한 어려운 시절 이야기를 안좋아 한다고 소설로 쓰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라고 단호하게 말한다.그는 “반세기 동안 숱한 정책을 적용했지만 통일은 여전히 요원한 현실에서 문학을 매개로 민족 동질성을 회복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10월경 창작과비평사에서 연작소설집 ‘때와 곳’(가제)도 펴낼 계획이다.초등학교 졸업후 40년만에 모인 동창생들이 회고하는 6·25전후의 이야기로 9편의 연작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보탠 11편의 소설집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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