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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상국씨 자살파장] 청와대 반응

    청와대는 11일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씨에게 인사청탁 차원에서 돈을 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이날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듣고 한강에 투신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관계자들은 “대형 악재가 터졌다.”면서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곤혹스러워했다.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이 끝난 직후에는 “국민들을 납득시킬 만한 성공적인 기자회견이었다.”고 평가했다.‘철저한 대통령 측근 관리’ 및 ‘인사청탁시 패가망신’ 사례 등을 적시,변화하는 권력의 흐름을 보여줬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남씨가 투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여론의 악화를 걱정했다. 악화된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야당이 탄핵 표결을 강행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아직 상황파악이 끝나지 않아 논평을 할 만하지 못하다.”며 말문을 닫았다. 노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안희정씨 등 측근과 형 건평씨의 잘못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이해’를 구한 반면,건평씨에게 인사청탁을 한 인사나 야당에 대해선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또 너무 시시콜콜하게 말을 많이 했다는 지적도 있다. 노 대통령은 안희정·최도술씨의 불법자금 모금과 관련,“착복 고의가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고 성심껏 변호했다. 남상국 전 사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고 인사청탁을 했던 건평씨에 대해서도 “돈을 탐해서 전화할 사람은 아니라는 믿음이 있다.”면서 적극 옹호했다. 건평씨의 3차례 청탁을 모두 외면한 사연도 소개했다. 문소영기자 symun@˝
  • 송두율 15년刑 구형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오세헌)는 9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부장 이대경)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논고를 통해 “피고인은 73년 노동당 입당 이후 30년간 북한의 지령에 따라 대남 공작활동을 벌여왔다.”면서 “국가보안법이 적용돼 기소된 최고위급 인사인 데다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최후진술에서 “국보법은 지상유일의 분단국가가 통일된 민족국가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는 반통일적 장애물”이라면서 “학문적 양심에 따른 학술활동을 시대착오적 법률로 재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검찰은 “피고인은 91년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된 뒤 ‘경계인’이란 가면을 쓰고 주체사상을 남한사회에 전파하는 대남공작활동을 펼쳐왔다.”면서 저서·기고문 작성과 남북학술대회를 사례로 들었다.이어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명언을 들어 검찰은 “피고인은 남파공작원으로 남한 주요인사를 암살하진 않았지만,선전·선동 활동으로 우리 사회에 더 많은 해악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 변호인단은 이날 “황장엽 북한 전 노동당비서도 ‘외국인이 정치국 후보위원이 될 순 없다.’고 진술한 데다 국정원 자료에서도 북한은 ‘김철수’란 이름을 외부인사를 부를 때 흔히 사용했다.”며 정치국 후보위원이란 증거 또한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송두율교수 최후진술문 존경하는 재판장님 국내외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진행된 이번 재판에 많은 노고를 기울여주신 재판부에 우선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 드려 여러 재판 과정을 거쳐 지금에까지 이른 저의 심정은 여러 가지로 착잡합니다. 한편으로는 악몽 같기만 했던 지난 일이 일단 끝난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분단시대를 뒤로하고 이제 바야흐로 통일시대로 접어들었다고 기뻐하며 가슴 가득 희망에 부푼 많은 분들에게 이번 재판의 결과가 어떤 의미를 던질 것인지를 가늠해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가 보안법의 실체 외국 땅에서 40년 가까이 살아온 저로서는 지금까지 ‘국가보안법’ 하면 겨우 ‘반국가단체’, ‘고무-찬양’, ‘잠입-탈출’, ‘회합-통신’과 같은 단어정도를 연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넉 달 넘게 ‘국정원’ 조사로부터 시작해서 검찰의 심문조사를 거치며 지금까지 숨 가쁘게 이어져온 수 차례에 걸친 재판 과정을 통하여, 저는 ‘국가보안법’의 실체를 몸으로 터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국가보안법’을 저에게 적용하려는 검찰의 시도가 얼마나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는가 하는 것을 저의 변호인단 측에서 법적으로 충분히 지적했기 때문에 그것을 재차 여기서 반복할 필요를 느끼지는 않습니다. 그 대신 ‘국가보안법’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에 대해서는 짧은 언급이나마 절실한 듯이 보입니다. 여러 가지 가운데 우선 두 문제만 지적하고자 합니다. 베를린 시의 중심에 있는 쇠네베르거 우퍼(Schoeneberger Ufer) 거리에는 재독 ‘대한민국’ 대사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부터 자동차로 겨우 10분 정도 떨어진 글린카 거리(Glinkastrasse)에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대사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외국인이 평양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 대사관을 방문하여, 입국사증의 신청 등 필요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그런데 검찰의 ‘공소장’은 제가 이 대사관을 방문한 것이 “국가를 참칭한 반국가단체가 지배하는 지역”으로 들어가 ‘반국가단체’의 성원과 ‘회합-통신’한 죄를 범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지금 평양에 상주하는 독일대사관 직원들은 모두 ‘국가보안법’의 위반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서울에 있는 괴테 문화원(Goethe-Institut) 원장은 평양에 있는 괴테 문화원의 ‘독서실’을 함께 관장해야 하기 때문에, 자주 평양을 방문해야 합니다. 검찰의 논리를 따른다면 이러한 행위 역시 당연히 ‘잠입-탈출’ 죄를 범한 것이 됩니다. 그래서 제 사건을 보고 충격을 받은 독일인들은 한국이 드디어는 ‘국가보안법’을 독일에까지 수출하려 하느냐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합니다. 뿐만 아니라 16년 전에 제가 독일말로 쓴 책의 내용을 문제삼아 역시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양 검찰이 논리를 세우는 것을 보고 모두 아연실색하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매년 10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제 도서박람회(Buchmesse)’가 열립니다. 이 행사기간 1871년 독일제국헌법을 제정 통과시킨 제국의회가 열렸던 파울교회(Paulskirche)에서는 인류문화의 지적보고인 책을 통해서 평화에 기여한 인사에게 유명한 평화상(Friedenspreis)도 수여됩니다. 내년 2005년에는 한국이 이 박람회 측에서 특별 선정한 ‘손님나라’(Gastland)가 되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해서 ‘고금상정례문’이나 ‘직지심경’등을 인쇄해서 인류문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문화 국에 대한 당연한 예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나라임에도 아직도 사상 관련 저술에 중세 때나 가능한 마녀 사냥 식의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반문화적인 현실을 이 세계는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 오늘의 세계는 문화를 존중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데도, 우리의 공안 검찰은 이러한 반문화적인 작태를 태연히 자행함으로써 한국의 국위를 너무나도 심각하게 실추시키고 있습니다. 검찰은 ‘실정법’이라는 이유를 들어 ‘국가보안법’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은 지상유일의 ‘분단국가’가 통일된 민족국가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반통일적 장애물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법은 세계화의 기치아래 ‘세계 시민사회(Weltbuergergesellschaft)’를 지향하는 오늘의 국제적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습니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대학이 있는 뮌스터 시에는 ‘30년전쟁(1618~48)’을 종결시킨 ‘베스트팔리아 평화조약(Westfaelischer Friedensvertrag)’이 체결된 회의실에 아직도 보존되어 있습니다. 근세 국제법적인 의미에서 최초의 평와 조약이라고 불리우는 이 평화조약의 정신은 칸트의 ‘영구평화론(Zum ewigen Frieden)’을 거쳐 나치 독일을 피해 미국에 망명, 법을 통한 평화를 설파해서 초국가적인 평화기구인 UN의 설립정신에 기여한 한스 켈젠(Hans Kelsen)의 법철학의 근간을 이루었습니다. 민족국가를 기초로 해서 국성 이러한 평화개념은 이제 민족 국가의 국경개념을 희미하게 만드는 ‘세계화’의 과정 속에서 국가대신에 ‘시민사회’에 근거한 보다 보편적이고 사해동포적인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탈현대적(postmodern)인 법 이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은 ‘남북기본합의서’가 이미 밝히고 있는 원칙, 즉 남북은 통일을 지향하고 있는 ‘특수한 관계’도 인정치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에 말한 ‘베스트팔리아 평화조약’이 전제하고 잇는 국민 , 국토, 그리고 주권이라는 기본요건마저 무시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17세기 중반의 법 이해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법 아닌 법입니다. 나의 ‘통일철학’ 그러나 저는 이 기회에 -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심정으로 - 이러한 ‘국가보안법’이 이해하려고 시도하지도 않고 또 이해할 수도 없는 저의 통일 철학의 핵심을 간략히 밝히고자 합니다. 통일 문제를 말할 때, 언제나 저는 제일 먼저 ‘상생(相生)’의 원칙을 강조해 왔습니다. 불교적 용어로 이해되고 있는 ‘상생’은 ‘연기(緣起)’라는 개념을 전제합니다. 즉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이 가르침은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의 민족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는 ‘남이냐, 북이냐’라는 양자택일의 논리가 아니라 ‘남과 북’이 공유하는 관계를 중시하는 논리로서, 저는 큰 대나무와 저 작은 대나무가 실은 땅속에서 뿌리를 통하여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비유를 들어 이 관계를 설명합니다. 1989년 봄, 비엔나에 있는 유명한 ‘문학의 집(Literaturhaus)’에서 행한 ‘탈현대의 고고학(Zur Archaelogie der Postmoderne)’이라는 강연에서 저는 대나무와 도토리나무의 비유를 들어 현대의 인식론적인 문제를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어미 대나무(母竹)로부터 뿌리가 옆으로 퍼지면서 일정한 거리에 죽순이 나오는데 이들이 서로 연결되어 번식하면서 무성한 대나무밭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러나 도토리나무는 도토리가 땅에 떨어져 떡잎이 나오고 어느 정도 성장하지만 어미 도토리나무의 무성한 잎의 그늘 때문에 이 어린 나무는 자라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습니다. 대나무는 ‘관계철학’, 도토리나무는’주관철학’을 각각 상징합니다. 또 ‘관계철학’은 ‘상생’을, ‘주관철학’은 나만이 옳다는 ‘아만(我慢)’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상생’의 원칙에 입각할 때, 비로소 남과 북은 서로를 ‘자기 속의 타자(他者)’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게 됩니다. 남과 북이 똑같다면 이미 통일이 이룩된 상태일 것이고, 남과 북이 완전히 다르다면 통일이야기를 꺼낼 필요조차 없는 상황일 것이기 때문에,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남북은 긴장 속에서도 계속 줄기찬 여유를 지니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태도는 통일을 어떤 ‘사건’이 아니라, 끊임없이 전개되는 ‘과정’으로서 바라보는 훈련을 요구합니다. 왜냐하면 반세기 이상 서로 이질적으로 형성되어온 남북의 체험공간은 서로의 기대 지평을 달리 만들어 왔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라는 ‘과정’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서로가 ‘주인’과 ‘종’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는 그리하여 서로의 관점을 바꾸어 보는 ‘합리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폭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평화적 수단을 통해 갈등을 해결한다는 이러한 원칙을 우리의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록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체제의 수립이라는 ‘적극적’ 의미의 평화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전쟁이 없다는 의미에서는 ‘소극적’인 의미의 평화 정도만이라도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오늘의 한반도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상생’, ‘자기 속의 타자’, ‘과정’, ‘합리적인 대화’ 그리고 ‘평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제 스스로의 ‘통일철학’의 실현을 위해 ‘배제하고 동시에 통합하는 제3의 무엇’을 지향하고자 하는 ‘경계인’의 삶을 “기회주의적”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제 뇌리 속에는 초기 불교의 성전 ‘쌍윳따 니까야’의 함축적인 비유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즉, 흰 소와 검은 소가 서로 묶여 있는 것을 보고, 대개는 검은 소가 흰 소에, 또는 흰 소가 검은 소에 묶여있다고 보는데, 사실은 이 두 소를 서로 묶고 있는 것은 단지 ‘끈’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남과 북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비유는 남이 북에게, 또는 북이 남에게 묶여 있는 것으로 보기보다는, 이 남북의 ‘사이’를 생각해보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 남북을 가르는 휴전선이라는 ‘제3의 공간’이 전 한반도로 확장된다면, 위에서 지적했습니다만, 전쟁이 없다는 뜻에서의 소극적인 평화 정도는 가능하다는 발상으로 통하기 때문입니다. ‘경계인’의 의미 37년 만에 ‘경계인’으로서 제 조국 땅을 밟으면서, 저는 ‘조직 사회학’에서 종종 거론되는 다섯 마리 원숭이에 대한 우화를 생각했습니다. 원숭이 사육사가 매일 아침 나무 꼭대기에 신선한 바나나를 매달고, 그 근처에 전류를 통하게 했습니다. 첫 번째 원숭이가 바나나를 따먹으려고 나무에 오르다가 흐르는 강한 전기에 놀라 곧 포기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원숭이도 흐르는 강한 전기에 놀라 연이어 포기했습니다. 이튿날 새롭게 우리 안에 들어온 다섯 번째 원숭이가 걸려있는 바나나를 보고 나무에 오르려고 하자 이미 혼난 경험이 있는 네 마리 원숭이가 다 나서서 그를 말렸습니다. 그러나 이 다섯 번째 원숭이는 이 만류를 뿌리쳤습니다. 사육사가 이미 전류를 끊었는데도 네 마리 원숭이는 그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이 우화는 지식의 역할이 사회에서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한 것입니다. 즉 ‘지식은 조직을 멍청하게 만든다(Intelligenzmacht Organisation dumm)’는 역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를 항상 깨어있게 하는 지식은 기존의 선입견을 파괴하고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이른바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Andersdenkender)’을 요구합니다. 국가보안법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국가정보원’과 ‘공안검찰’ 및 이른바 ‘거대 언론’,그리고 이에 덧붙여 기존의 선입견을 ‘지식’으로 포장하고 확대 재생산시켜온 이른바 ‘지식인들’이 바로 위에서 지적한 네 마리 원숭이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저는 동시에 이 사회를 항상 깨어있게 만드는 많은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다섯번째 원숭이는 ‘해방 이후 최대간첩’이니 ‘말 바꾸는 지식인’이라고 저를 매도하는 네 마리의 원숭이가 벌이는 그 시끄러운 굿판(Affentheater) 속에서도 달리 생각하고 행동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회를 건강하고 새롭게 만드는 지식체계의 구성은 사실 그리 간단치는 않습니다. 특히 사회의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이를 예방하는 문제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복잡해질수록 더욱 어려운 과제로서 등장합니다. 또한 ‘위험사회’니 ‘보험사회’니 하는 말처럼, 위험이 항시적으로 도처에 도사리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우리들의 감각이 둔화하기 때문에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생태철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 Bateson)은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 설명합니다. 개구리를 미지근한 물에 넣어 점차적으로 조금씩 온도를 높여서 가열하면 이 개구리는 끊는 물 속에서 그만 죽습니다. 그러나 만약 끊는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이 개구리는 펄쩍 뛰어 밖으로 도망치려고 시도합니다. 이 비유는 분단 시대를 오래 살아온 우리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국가보안법’이 민주화 진전에 따라 유명무실하게 되었다고 믿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저의 입국을 전후해서 생긴 소용돌이는 분명히 큰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민족분단을 확대 재생산해온 우리의 의식구조 속에서 제 문제가 충격적이라면, 저는 차라리 이 충격이 지속적이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놀라게 했던 모든 사건도 곧 잊혀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또 한번의 가능한 충격을 곧 있을 재판의 결과에서 기대해 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네 마리 원숭이가 벌였던 그 시끄러운 굿판이 결국 도깨비장난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몰고 올 또 한번의 충격을 기대해 봅니다. 그러한 충격은 우리의 정신적 위기상황을 적극적으로 깨닫게 하는 일종의 ‘정신 생태학(Oekologie des Geistes)’을 가능케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이러한 ‘정신생태학’은 자연환경을 문제시하는 ‘생태학’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저의 문제를 계기로 해서 분단된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서로 화해할 수 있는 그러한 아름다운 나라로 한 걸음 더 다가섰으면 하고 저는 바랍니다. 최후진술을 마치면서 저는 부모가 난 땅을 난생처음 밟았다가 기대가 실망으로 뒤바뀐 엄청난 충격을 경험했던 저의 자식들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거는 기대도 같은 맥락이라고 믿습니다. 이 나라가 깨어있고 또 건강해서 바로 그 때문에 사랑할만하다는 확신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판결을 저의 가족들이 기다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민족과 세계를 함께 생각하면서 걸어온 지난 40년 가까운 학자생활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轉機)를 맞아 또 한번 비상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는 그러한 재판의 결과를 기대합니다. 온 나라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재판부의 미래지향적인 판결에 희망을 걸면서 저의 최후진술을 경청해주신 재판부에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2004년 3월 9일 송두율 ˝
  • [여학생 교복선택 논란] 실용성 바지 vs 옷맵시 치마

    여학생 바지 교복 허용 문제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도 극명하게 대비된다.학부모들은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바지 허용론’을,학생들은 자기표현에 무게중심을 둔 ‘치마 옹호론’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복은 1886년 이화학당 여학생들이 입은 한복의 치마 저고리가 시초다.태평양 전쟁이 막바지로 접어들었던 1940년대에는 한때 여학생들이 ‘몸뻬’라는 작업복 바지에 블라우스를 교복으로 입기도 했다. 이후 1969년 당시 문교부의 중학교 평준화 시책에 따라 모든 중·고교의 교복이 획일화됐고,이 때문에 여학생들은 치마 외에는 선택권이 없었다.하지만 83년 교복제도가 폐지된 데 이어 86년부터 교복 착용 및 선택 권한을 각 학교에 일임했기 때문에 여학생들이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는 셈이다. 학부모들은 실용성 등을 감안해 바지 교복을 입어줄 것을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중학생과 고등학생 딸을 둔 박모(44·여·송파구 풍납동)씨는 “바지가 여름철에는 땀 흡수에,겨울철에는 보온에 유리한데 치마만 입어야 하는 아이를 보면 안쓰러울 때가 있다.”면서 “치마는 행동에도 제약이 큰 만큼 바지와 선택해 입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경우 실제 바지 교복을 입을 수 있는 여학생들조차도 치마를 즐겨 입는 게 사실이다.서울 송곡여고 정미화 학생부장은 “학생들이 바지보다 치마를 선호한다.”면서 “날씨가 추워도 바지 교복을 입는 학생 수는 10명 가운데 1∼2명에 그친다.”고 설명했다.이에 대해 학생들은 바지가 갖는 실용적인 측면은 인정하지만,외모에 민감한 청소년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말한다.홍모(17·서울 관악구 신림동)양은 “초등학교 때 이미 바지를 입는 데 익숙해졌는데 갑자기 치마만 입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교복은 주로 체형에 비해 큰 치수를 사기 때문에 치마가 바지보다 옷맵시를 살리기가 쉬워 치마를 입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학부모와 학생간 견해차를 극복하기 위한 타협점을 찾는 게 쉬워 보이지만,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한벌에 20만∼30만원을 호가하는 교복을 철마다 또는 해마다 몇 벌씩 사줄 수 있을 만큼 여유있는 가정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장세훈 이유종기자 bell@˝
  • 미래, 진화의 코드를 읽어라/마티아스 호르크스 지음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큰 욕망 가운데 하나다.고대 그리스의 델포이 신탁으로부터 현대의 미래학 혹은 트렌드 연구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끊임없이 미래를 분석하고 창조해 왔다.인간의 ‘미래만들기’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된다.하나는 문명종말론으로 대변되는 미래 냉소주의이고,다른 하나는 첨단기술옹호론이나 기술만능주의 같은 미래 낙관주의다. ‘미래,진화의 코드를 읽어라’(마티아스 호르크스 지음.이온화 옮김,넥서스북스 펴냄)는 이같은 두 가지 태도 모두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독일 태생의 미래연구가인 저자는 단순한 낙관도 비관도 아닌 보다 냉정한 ‘트렌드관’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저자는 ‘세계는 진화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나아가 트렌드를 생물계의 진화과정으로 설명한다.밀림의 동식물들이 각각 소생활권에서 서식하며 개별적으로 진화하듯 미래의 인간 역시 개인에게 닥칠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순발력과 적응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트렌드는 세계 경제와 문화의 흐름인 동시에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진화의 작동원리다.저자는 트렌드가 어떻게,어떤 속도로 진행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메가트렌드는 무엇일까.저자는 여성,고령화,개성화,코쿠닝(cocooning,가정 위주의 생활양식),교양 등을 현대사회의 대표적인 거대물결로 꼽는다.이런 메가트렌드는 독립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서로 맞물리며 파도타기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여성 메가트렌드가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현상 같은 것이 그 한 예다. 책은 ‘트렌드와 역트렌드의 변증법’이라는 주제 아래 불량취미,슬로 푸드,슬로 시티 같은 역트렌드도 다뤄 눈길을 끈다.속도와 경쟁에 지친 현대인에게 ‘슬로 트렌드’는 특히 호소력을 발휘한다.알려지지 않은 그리스의 섬이나 스코틀랜드 고지대의 오두막 등이 도시인들에게 높은 값에 팔려 나가는가 하면 이탈리아에선 많은 도시가 ‘슬로 시티’를 선포하기도 했다.진화 코드의 해독능력은 ‘미래형’ 인간의 필수조건이다.1만2500원. 김종면기자˝
  • 동양은 어떻게 서양을 계몽했는가/J J 클라크 지음

    우리는 흔히 서양이 동양을 계몽한 것으로 생각한다.하지만 ‘계몽’은 서양의 전유물이 아니다.서양의 지적 전통엔 동양사상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우리가 통상 서양 고유의 산물로 여겨온 서양철학과 예술,문화도 엄밀히 따져보면 서양 고유의 사상과 동양사상의 합작품임을 알 수 있다.영국 킹스턴대 교수인 J J 클라크가 쓴 ‘동양은 어떻게 서양을 계몽했는가’(장세룡 옮김,우물이 있는 집 펴냄)는 제목이 암시하듯 동양에 결정적인 빚을 지고 있는 서양의 철학자·예술가·과학자들의 사상세계를 다룬 책이다.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대표적인 중국예찬론자였다.예수회 선교사들로부터 공자를 배운 그는 훗날 ‘중국 고아’등 희곡과 ‘자디그(Zadig)’같은 철학소설을 써 유럽인들의 관습을 비판했다.또한 유교이념을 통해 앙시앙 레짐의 폭정을 고발하고 민중의 미신에 맞서 싸웠을 뿐 아니라 관용을 모르는 가톨릭 교회를 공격했다.볼테르는 유교를 독단적이지 않고 성직자도 없는 자비로운 종교의 꽃으로 보았다. 인도가 서양에 끼친 영향은 중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칸트는 자신의 초월적 관념론이 인도철학과 맥이 통함을 발견했으며,그리스 문명과 문화의 옹호자를 자처한 괴테는 힌두교 성전 우파니샤드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불교와 힌두교에서 허무주의를 찾아낸 쇼펜하우어는 “우파니샤드는 세상에서 가장 유익하고 고상한 저서”라고 했고,힌두교에 매료된 프리드리히 셸링은 “인도인들의 신성한 텍스트가 성서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찬사를 보냈다.“나는 유럽의 부처가 될 것이다.”라고 한 니체.그는 동양철학을 전통 기독교를 파산시키는 도구로 이용했다. 동양이 서양을 계몽했다는 저자의 논지를 좇다보면 동양과 서양의 지적 정체성 자체에 의문을 갖게 된다.근대에 들어선 적어도 서구가 동양에 끼친 영향이 큰 것 아니냐는 주장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1만 4000원. 김종면기자˝
  • 체니부통령 레즈비언 딸에 동성애자 ‘反개헌’ 요청쇄도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딸 매리(34)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동성결혼 금지 정책으로 곤경에 처했다. 매리 체니는 스스로 공언한 레즈비언으로 현재 보수적 동성애자 단체인 공화당단결연대(RUC)의 이사이며,부시·체니 공화당 후보의 재선 캠프에서 일하고 있다. 동성애자 인권옹호자들은 인터넷에 dearmary.com이라는 사이트까지 만들어 매리가 부시 대통령의 동성결혼 금지를 위한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지난 13일 사이트가 개설된 이후 지금까지 무려 8000건의 글이 올라왔으며,1만달러의 성금도 모였다.또 1만명 이상의 동성애자가 가입한 LCR 등 보수적 동성애 단체들은 부시 대통령이 실제로 입법을 추진하면 지지를 철회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그러나 아직까지 매리는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부시·체니 캠프의 대변인 제니퍼 밀러와이즈도 이와 관련한 발언 요청을 거부했다. 매리는 공화당 재선 캠프에 들어가기 전에 쿠어스 맥주의 동성애자 마케팅 담당으로 일하기도 했다.체니 부통령은 지난 2000년 선거 당시 “동성애자 결혼을 인정할 것인가는 각 주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도운기자 dawn@˝
  • ‘동성결혼’ 美대선 변수?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동성결혼 문제가 미 대선정국의 핫 이슈로 등장했다.샌프란시스코에 이어 최근 뉴멕시코에서도 동성커플에 결혼증명서를 발급하려 하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5일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헌법개정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민주당은 병역 의혹 등을 동성결혼 문제로 무마시켜 정국을 전환시키려는 대선 책략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혼은 남편과 아내의 결합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일개 주나 시의 일부 운동권 판사와 지방 관리들이 결혼을 재정의하려는 시도는 미 전역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결정적이고 민주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앞서 매사추세츠주 대법원은 4일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권고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의회가 ‘남편과 아내’의 결합을 결혼으로 정의하는 헌법 개정안을 신속히 통과시킨 뒤 각주에 보내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부시 대통령은 남성과 여성의 결혼이 문명의 가장 기본적 제도로 헌법을 개정하는 것만이 결혼의 의미를 영원히 바꾸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부시 대통령은 각 주의 의회가 결혼 이외의 다른 제도를 정의할 수 있도록 선택할 여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결혼은 아니지만 버몬트주에서 허용하는 ‘시민적 결합’을 묵인할 수 있다는 일종의 정치적 배려다. ●보수세 결집을 위한 대선용 카드인가? 부시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보수층은 즉각 환영했다.워싱턴에 있는 보수적 법률사무소 ‘법과 정의를 위한 미국 센터’의 제이 세쿨로 대표는 “결혼을 남녀간 제도로 국한하려는 사람들을 결집하는 데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에 기반을 둔 가족옹호그룹 ‘자유시장재단’의 켈리 색켈포드 회장도 “결혼 제도를 보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슈는 없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표는 24일 열린 공화당 주지사 모임에서 “케리 후보는 각종 이슈에서 ‘양다리 걸치기’를 한다.”고 부시 대통령이 직접 비난한 다음날 나왔다.이 때문에 이라크 정보왜곡,실업문제,병역 의혹 등의 현안에 물타기하면서 케리 후보가 동성결혼 등 각종 이슈에 분명한 선을 긋지 않는다는 점을 공략하기 위한 일종의 전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공화·민주 양당의 현 의석분포에선 헌법개정이 쉽지 않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헌법에 차별적인 요소를 담을 수 없다” 민주당의 하원 지도자 낸시 펠로시는 “과거 어느 헌법 개정도 특정 그룹을 차별화하는 데 사용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의 테리 매컬리프 위원장도 “게이나 레즈비언 가족에 대한 공격을 선거전략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고 헌법개정에 반대할 뜻을 밝혔다.케리 후보는 “정치적 어려움에 빠진 대통령이 대선정국에 들어가면서 먼저 헌법을 개정하려는 데 미국민은 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케리 후보도 동성결혼에는 반대한다. 동성커플에 결혼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우익을 개입시키려는 발표라며 반발했으며 각종 게이 단체들 역시 대대적인 반대운동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mip@˝
  • 美대선 핫이슈 ‘해외 아웃소싱’

    미국도 ‘고용 없는 성장’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실업난 해소와 고용창출 문제가 대선가도의 핵심 변수로 급부상 중이다.아울러 미국내 일자리의 해외유출 논란은 국가간 자유무역협정 체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자리 논쟁과 자유무역협정 최근 “기업들의 해외 아웃소싱(하청생산)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공화당 주류) “해외 아웃소싱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외국에 빼앗기게 한다.”(민주당측)는 등 해외 아웃소싱 문제가 쟁점화하고 있다.그레고리 맨큐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이 이달 중순 ‘대통령에 대한 경제보고서’를 내놓으며 해외 아웃소싱이 미국 기업에 이롭다고 적극 옹호한 이후 부터다.이는 1993년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제에 대한 찬성·지지 논란으로 비화됐다고 23일 외신들이 전했다.미국·멕시코·캐나다를 하나로 묶은 자유무역체제가 등장,“일자리를 잃은 미국인은 그다지 많지 않다.”(공화당측)는 주장에 대해 민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이에 따라 호주와 태국 등 이라크에서 미국을 지지했던 나라들에 대해 NAFTA와 유사한 협정 체결을 제의했던 부시 대통령은 최근 노동자들의 실직 문제가 부각되자 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선 가급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지피족,미국인 일자리 뺏는다? 미국의 제조업 분야에서 42개월 연속 일자리 감소로 3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특히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22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야당의 공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른바 ‘지피(zippie:활기찬 사람이란 뜻의 조어)족’ 시대의 도래 논란까지 일고 있다.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22일자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정보화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인도의 젊은이들인 지피족들에 의해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빼앗기는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주장했다.미국의 주요 해외 아웃소싱 기지로 부상한 인도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이춘규기자 taein@˝
  • [열린세상] 책을 팔아 책을 사다/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헌 책을 읽을 때마다 절대 만날 수도,알 수도 없는 전 주인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그리고,이 책은 어디에서 여기까지 넘어 왔을까 그 내력에 대해 상상하곤 한다. 평생 책을 읽는 이들에게 재산 목록 1호는 당연히 책이다.하지만 재산 가치로 그다지 좋은 품목이 아니다.한번이라도 책을 팔아본 사람은 안다.당장 돈이 아쉬운데,지갑과 통장은 바짝 말라 버렸고,집안에 있는 값 나가는 물건이라고는 책밖에 없어 책 한 보따리 싸 들고 헌 책방 찾아가는 심정을.단골 책방의 주인도 가지고 온 책은 반가워할지언정 책 값 칠 때에는 야박할 수밖에 없다.헌 책방도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그걸 뻔히 알면서도 한 보따리 책 팔아 몇 만원 쥐고 나오는 심정을 뭐라고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는 참 난감하다. 어렵게 구입한 책을 헌책방에 왕창 판 적이 있다.옥스퍼드 영어사전 한 질을 꼭 갖고 싶었던 것이다.도서관에 갈 때마다 나는 그 사전 앞을 그냥 지나치지를 못했다.하루는 꿈에 짙은 청색 장정의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직접 등장하기까지 했다.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그 때는 나름대로 비장하게 ‘이건 분명히 사전을 사야 할 운명이다.’라고 생각했다.결심하고 나니 제일 걸리는 게 3000달러라는 책값이었다.생각다 못해 나는 책 한 트럭을 내다 팔았다. 책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지만,나는 정말 그들에게 면목이 없었다.그래도 부족해서 아내 몰래 책장 사이에 끼워둔 비상금의 일부도 털어 넣었다.스무 권짜리 사전 한 질을 방에다 놓고,나는 이틀 밤잠을 설쳤다. 두달 전,옥스퍼드영어사전 제작 과정을 담은 사이먼 윈체스터의 두 번째 책 ‘모든 것의 의미(The meaning of everything)’를 읽다가 한 장의 광고 엽서를 발견했다.75주년 기념으로 옥스퍼드 사전을 895달러에 판다는 것이다.공교롭게도 그 가격은 내가 아내한테 옥스퍼드 사전을 싸게 샀다고 거짓말했을 때의 액수와 비슷했다.하지만,나는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자신이 처음으로 번 1000달러로 1971년 옥스퍼드 사전을 샀다는 리타메어 브라운은 그것이 자기 일생을 통틀어 가장 현명한 쇼핑이라고 했다.그렇게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한 트럭의 책을 팔아 스무권의 사전을 산 쇼핑을 자책하지는 않는다. 위안을 주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한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조선시대 선비 이덕무 같은 이도 글 읽는 데에는 능했지만,돈 버는 데에는 재주가 없는 탓에 논어를 병풍 삼아 한서를 이불 삼아 추위를 이겼다.밥을 굶다 못해 ‘맹자’를 팔아 배를 채웠다고 하니 더 말해 무엇하랴.유유상종이라고 했던가.이덕무의 글 친구 유득공은 그 이야기를 듣고,자신의 ‘좌씨전’을 팔아 이덕무에게 술을 사 주었다. 책을 팔고 나서 땅바닥을 내리친 사람들 가운데 미술사학자 김용준 선생을 따라갈 이가 또 있을까.그의 책 ‘근원수필’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담겨있다.끼니거리가 다 떨어진 김용준 선생이 부인에게 쌀과 고기를 사 들고 오겠다고 큰소리치며 나간 곳은 명동의 서점.중국의 대표적 자전인 ‘강희자전’(康熙字典)을 들고 나가 보았지만,결과는 참혹했다. 쌀 한 말에 800원하는 세상에 귀한 책을 50원에 날린 것이다.돈이 없어 팔기는 팔았으나,그 다음 날부터 전전긍긍 책이 팔리지나 않았나 싶어 사흘이 멀다 하고 그 책방에 드나든다.꼭 한 달 만에야 돈이 생긴 그가 팔지 않겠다는 주인과 다툰 끝에 20원의 돈을 더 얹어 70원을 주고 되사고야 만다. 헌 책을 읽을 때마다 절대 만날 수도,알 수도 없는 전 주인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그리고,이 책은 어디에서 여기까지 넘어 왔을까 그 내력에 대해 상상하곤 한다.내가 팔았던 책들은 지금 어디에서 누구에게 읽히고 있을까.내 도장이 찍힌 책들은 그래도 다시 돌아올 희망이 있을까. 서울 신촌의 어느 헌 책방에 갔다가 대학원생쯤으로 보이는 어느 학생이 책을 파는 모습을 보았다.어깨는 축 처져 있었고,얼굴은 착잡해 보였다.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그 학생이 그 돈으로 다시 책을 살 것이라는 것을.책을 팔아 다시 책을 사는 바보,그 바보들을 나는 옹호한다.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 교정보호·이민청 신설-법무·검찰개편 로드맵

    2006년까지는 교정보호청이,2010년까지는 이민청이 법무부 외청으로 신설될 전망이다.또 부적격한 검사를 가려내기 위한 검사 적격심사제도 시행방안을 마련,빠른 시일내 실시키로 했다. 법무부는 이같은 내용의 법무·검찰 조직개편 로드맵을 완성,22일 발간한 ‘인권존중의 법질서’라는 정책자료집에 담아 발표했다. 이 안에 따르면 법무부는 2006년까지 교정국과 보호국을 폐지하는 대신 외청으로 교정보호청을 설치하고 10월부터 준비작업에 들어간다.미국,영국,호주 등이 교정 기능을 외청이나 독립된 부로 운영하고 있고,현재 교정국과 보호국에 소속된 인원이 1만 9185명으로 경찰청·철도청에 이어 3위 규모라는 점을 외청화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또 출입국관리 행정의 전문성·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출입국관리국도 외청화해 오는 2010년까지 이민청을 신설키로 했다. 검찰조직 개편은 인권옹호와 검사 위상강화에 맞춰졌다.우선 검찰이 직접 수사를 맡기보다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키로 했다. 또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찰인사 체계 구축을 위해 외부용역 등을 통해 검사 업무실적 평가 시스템을 만든 다음 내년 4월부터 검사 직무분석을 시범실시키로 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
  • [데스크 시각] 감동의 정치지도자 없다/이목희 정치부장

    취재 기자와 내근 데스크간에는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식으로 원고를 고치려면 내 이름은 빼 주세요.” 현장 기자들의 직설적인 항의도 받는다. 정치부장 모임에서 얘기를 꺼내 봤다. “그런 건 약과요.낮에 고쳐 놓으면,밤에 들어와 다시 바꿔놓기도 하는데….” “기사 심하게 고쳤다고 사표도 내던데,뭐.” 정치부는 조그마한 세상이다.다양한 스펙트럼과 소신을 가진 기자들이 모여 있다.자기 기사에 애정과 자부심을 갖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하지만 특정정파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상호 신뢰가 필요하다. 80년대 중반 처음 정당을 출입했다.당시 데스크-기자 갈등은 주로 여야 문제에서 비롯됐다.현장기자들은 심정적으로 야당을 지지했다.지면에 맘 같이 반영이 안 되니 욕구불만이 쌓였다.곱씹어 보면 특정인을 좋아했던 것 같다.YS,DJ,JP ‘3김씨’가 야당판을 주도할 때다.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정당 출입기자들과 얘기해 보면 특정 정치인을 향한 애정은 없어 보인다.보수·진보,정치적 관점의 차이가 주로 드러난다. “타사를 둘러봐도 최병렬 대표를 좋아하는 기자들이 별로 없다.” “조순형 대표는 범접 자체가 어렵다.” “정동영 의장은 가볍고,이벤트성이다.” 대부분 자신이 출입하는 정당 대표 평가를 넉넉하게 하지 않았다. 한편으론 기자들이 옹호하려는 정치지도자가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단순히 정치권력과 언론의 유착 약화라고 보긴 힘들다.그보다는 ‘감동의 정치지도자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기자도 한 명의 유권자다.바로 곁에서 호(好)-불호(不好)를 느낄 수 있는 1차적 관찰자다.기사는 객관성을 강조한다 해도 개인 감정은 가질 수 있다.기자들에게 감동을 못 주면서 정당의 리더가 되려는 것은 무리다. 최병렬 대표가 사면초가에 처했다.대표 취임 불과 7개월만이다.출입기자들에게도 평가받지 못한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한 후배기자는 “훈수는 잘 두지만 스스로 리더가 되기는 어렵다.”고 최 대표를 평했다.다른 기자는 “힘이 없으면 통합력이라도 발휘해야 할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최 대표의 결정적 미스는 여론의 흐름을 잘못 읽은 것이다.이회창·서청원씨가 질타를 받으니 마치 자기가 도덕적 우위에 있는 양 착각에 빠졌다.‘떠넘기기’ 발언이 나왔다. 야당 대표의 선명성은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집중될 때 효과가 있다.전체 구도를 잊고 당내 입지에만 신경 쓴다면 결과는 뻔하다.‘이회창 세력’은 역사가 떨어낼 수 있는 것이다. 여권의 총선 전략에 편승,뜻을 이루려 한다면 무리가 따른다. 야당 대표로서 명분을 잃지 않아야 최 대표가 산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같이 책임지는 자세로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 조 대표와 정 의장도 최 대표의 곤경을 즐길 처지는 아니다.연쇄 리더십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조 대표가 영원한 비주류라고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스킨십 강화가 필요하다.”,“정 의장은 깊이를 더해야 한다.대통령과의 관계 정립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출입기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각 당 출입기자들이 “OOO대표를 잘 써 줍시다.”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상황을 그려본다.데스크 노릇이 더 불편해지더라도 재미는 있을 듯싶다. 이목희 정치부장 mhlee@˝
  • 사퇴 갈림길 선 '딘’

    |워싱턴 백문일특파원|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벼랑끝에 몰렸다.17일 위스콘신 예비선거에서 져도 민주당 후보 경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측근들은 사퇴를 종용중인 것으로 전해졌다.따라서 17일 예비선거 결과가 민주당 경선을 결정짓는 ‘쐐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일각에서는 케리의 ‘러닝 메이트’로 부통령 후보감을 거론한다.부시 진영은 케리 후보를 실질적 경쟁자로 보고 공격적 자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기로에 선 딘,탄력붙는 케리 딘 후보가 배수진을 친 위스콘신에서 케리 후보가 50% 안팎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자 딘의 일부 참모들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딘의 선거본부장인 스티브 그로스맨은 “딘이 위스콘신에서 지면 그의 풀뿌리 조직을 당세의 확장과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한 조직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위스콘신의 밀워키에서 열린 민주당 후보 토론회에서 딘 후보는 케리 후보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심경’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그는 “부시 대통령이 특수이익단체와 관련,누군가를 공격하는 데 지나치게 민감하다.”고 말했다.앞서 딘 후보가 케리와 이익단체의 유착문제를 집중 성토한 것과는 대조적이다.그는 경선에 남겠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케리 후보를 방해하지 않고 민주당에 끝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전략상의 변화일 수 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부통령 후보감 케리 후보로 대세가 굳어지면서 러닝 메이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남부출신인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노스 캐롤라이나)이 꾸준히 거론되지만 그는 부통령직을 원치 않는다고 여러차례 말했다.다만 버지니아와 테네시에서의 패배 이후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선 ‘노’라고 말하지 않아 생각이 달라진 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렀다.경선을 포기하고 케리 후보 지지를 선언한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사령관은 부통령직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군 경력의 이미지가 케리 후보와 중복된다는 게 흠으로 꼽혔다.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에드워즈 후보가 뉴멕시코에 방문했을 때 노골적인 ‘사인’을 보냈던 그는 에드워즈가 추락하자 케리 후보가 부통령직을 제안하면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케리 진영에서는 부시측의 공격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부통령 후보를 조기에 밝혀야 한다는 의견과 시간을 두고 여러 후보감들을 평가해야 한다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mip@˝
  • 기업수익 '치맛바람’이 좌우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면 기업경영이 투명해지고 그만큼 수익성도 높아질까.이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보고서가 최근 미국에서 나왔다. 뉴욕에 있는 여성경영자 권익옹호 및 조사기관인 캐털리스트가 발표한 ‘기업경영과 남녀 다양성의 상관관계’라는 보고서에서 여성 임원들이 많은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시가대비투자수익률(TRS·배당수익+시세차익)이 여성 임원 수가 적은 기업들보다 35.1%와 34% 각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캐털리스트는 지난 1996년부터 2000년까지 5년간 포천 5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이 있는 35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353개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수가 많은 순으로 4개 그룹으로 나눠 ROE와 TRS를 비교했다.소비자유통과 소비재,금융,정보산업,통신 등 5개 산업을 비교했다. 조사결과 시티그룹 사우스웨스트항공 비아컴 에이본 등 여성 임원수가 많은 88개 기업의 조사기간 중 ROE는 17.7%로,여성 임원수가 가장 적은 89개 기업들의 13.1%보다 35.1%가 높았다.기업 평균은 15.7%였다.TRS도 여성 임원들이 많은 기업들은 127.3%로 여성 임원수가 적은 기업들의 95.3%보다 34%가 높았다.기업평균은 109.9%. 캐털리스트는 또 역으로 수익성이 높은 기업들의 경우 여성 임원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 기업의 수익성과 여성 기업인과의 관계는 쌍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노스 캐롤라이나대 경영대학원 하비 와그너 교수는 “생각보다 여성 임원수가 많은 기업과 아주 적은 기업간의 수익률 차이가 크게 나타나 놀랐다.”고 말했다. 캐털리스트의 일린 랭 사장은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여성 임원수와 기업의 수익성과의 인과관계가 규명된 것은 아니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균미기자 kmkim@˝
  • '민주 경선’ 김빼기 나선 부시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0일 미주리 스프링필드의 한 기계공장을 방문했다.취임 이후 미주리를 찾은 게 벌써 15번째다.2000년 대선에서 간신히 승리한 ‘격전지’를 관리한다는 측면뿐 아니라 드라마보다 재미있게 전개되는 최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의중이 내포됐다.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의 ‘경선열기’가 뜨거운 주에는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지난달 29일 뉴햄프셔 예비선거가 끝난 뒤에도 그랬고,5일에는 사우스 캐롤라이나도 방문했다.미주리는 리처드 게파트 하원의원이 경선을 포기하고 존 케리(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을 지지하면서 민주당의 ‘세’가 거세지는 분위기다. 특히 민주당 후보들이 이라크 정보왜곡과 실업 등 경제문제를 파상적으로 공격하자 부시 대통령은 직접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8일 NBC의 대담 프로그램 ‘언론과의 만남’에 출연,이라크 전쟁을 옹호한 것은 부시 대통령이 대선정국의 주도권을 민주당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9일에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가 만든 412쪽의 ‘대통령경제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연례 보고서이지만 제출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민주당이 미시간 등 경기를 타는 지역에서 주말 격전을 치르며 실업문제 등을 강력히 비난한 직후다.첫 경선이 열린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다음날인 1월20일 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로 민주당에 쏠리는 관심을 ‘물타기’한 것과도 흡사하다. mip@˝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한국인 63만명 최다

    |도쿄 황성기특파원|일본에는 177만명(2001년말 현재)의 외국인이 산다. 당국에 등록된 외국인 중 재일 한국·조선인이 63만명(전체의 35.6%)으로 제일 많다. 중국(38만명),브라질(26만명),필리핀(16만명),페루(5만명)가 그 뒤를 잇는 국가로 아시아,남미계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여행 등의 단기체류가 아닌 재일동포 같은 영주·정주 외국인은 물론 유학·취업 등을 위해 일정기간 체류하려면 사는 곳의 행정기관에 외국인 등록을 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자국민에게는 하지 않는 지문날인을 외국인에게 강요하다 20년 가까운 내외국인의 지문날인 철폐운동 끝에 1999년 전면 폐지했다. 지금은 구청에 외국인 등록을 할 때 인적사항을 기입하고,본인 확인 절차를 마치면 외국인 등록증을 교부받을 수 있게 됐다. 외국인 노동자는 22만 8000명.한국만큼이나 외국인들이 일본에서 일자리를 얻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5%를 넘는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고급두뇌나 현장 근로자 등 노동력 부족은 심각한 상태이다. 일본 최대의 경제단체인 ‘니혼게이단렌(日本經團連)’의 오쿠다 히로시 회장(도요타자동차 회장)은 “61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깜짝 제안을 하기도 했다. 아직도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은 많다. 특히 외국인 불법체류나 범죄율이 높은 점,일자리를 외국인에게 빼앗긴다는 우려 때문에 가까운 시일 안에 오쿠다 회장의 제안이 실현될 것 같지는 않다. 지난해 4월 내각부가 발표한 ‘인권옹호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인과 같은 권리를 갖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대답한 사람은 21.8%였다. 1997년 조사때(18.5%)보다 높아진 것은 외국인의 인권에 대해서만큼은 일본인 의식이 뒷걸음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직도 일부 호텔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숙박을 거부하는가 하면,공중 목욕탕에서는 공공연히 ‘외국인 출입금지’ 안내판을 붙여놓기도 해 기삿거리가 되기도 한다.˝
  • 들뜨는 '케리’ 속타는 '부시’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민주당 경선에서 케리 후보의 상승세에 몸이 단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8일 NBC ‘언론과의 만남’에 전격 출연했다.이라크전을 옹호하고 자신의 병역기피 의혹을 적극 해명했다.대통령 취임 이후 그가 인터뷰로 진행된 TV 프로그램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라크 정보왜곡 논란 등으로 대통령의 업무수행 지지도가 연일 추락하자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백악관이 직감했다는 관측이다.껄끄러운 질문들이 예상됐지만 수세로 일관하기보다 공세로 나가야 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이 적극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의 방송 출연은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존 케리(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대통령의 병역기피 의혹을 거론한 시점과 맞물려 관심을 끌었다.케리 후보는 이날 메인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도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승리,실질적인 ‘세’를 과시했다. 이날 승리로 케리 후보는 예비선거가 치러진 12개주 가운데 10개주를 석권,경선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다른 후보들이 경선에서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과 달리 그는 11월 ‘본선’을 겨냥해 부시 대통령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케리는 아직 후보지명자가 아니다.”고 그의 도전을 비켜갔으나 대선에서 이슈가 될 만한 사항들을 하나씩 설명했다. 텍사스에서 앨라배마로 전속된 뒤 주 방위군을 무단이탈했다는 케리 후보의 주장에 부시 대통령은 “F-102 항공기를 조종했으며 명예제대했다.”고 부인했다.그러나 만기제대를 8개월 앞두고 병역을 중단했는지 여부에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입학하려고 그 문제를 군대와 잘 해결했다.”고 얼버무려 의심을 말끔히 풀지는 못했다. 이라크 정보왜곡 진상조사위의 발표를 내년 3월로 늦춘 것과 관련,그는 “내가 시간을 벌려고 일부러 늦췄다고 누군가 생각할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인들이 (선거전에)그 문제를 평가할 충분한 시간이 있으며 나도 논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스위크가 5,6일 18세 이상의 미 성인 1004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 지지도는 1주일 전 49%에서 48%로 떨어졌다.재선에 반대하는 의견도 50%로 찬성하는 응답 45%를 앞섰다.케리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는 40% 대 50%로 크게 뒤졌다.내셔널 애넌버그 일렉션 서베이의 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도는 54%로 지난달 64%에서 10%포인트 추락했다.AP통신과 입소스의 공동조사에서는 47%로 지난달보다 9%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을 찍겠다는 대답(37%)보다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응답(43%)이 훨씬 앞섰다. mip@˝
  • 'WMD파문’ 사임 BBC 前사장 10억대 회고록 출판 계약

    |런던 AFP 연합|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오보 파문으로 지난달 사임한 그레그 다이크 전 영국 BBC방송 사장이 50만파운드(약 10억원)를 받기로 하고 회고록 출판 계약을 체결했다고 영국의 일간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이크 전 사장과 회고록 출판 계약을 맺은 출판사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하퍼 콜린스다. 다이크 전 사장은 대법관인 브라이언 허튼경이 이끄는 조사위원회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BBC의 보도 내용을 비난하고 영국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지난달 29일 BBC에서 사직했다. 하퍼 콜린스의 대변인은 회고록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강삼재 ‘安風’ 폭로]입닫은 YS 장고 돌입?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6일 입을 굳게 닫았다.현안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이곤 했던 과거와는 달리 아무런 논평도,언급도 내지 않았다.강삼재 의원의 발언에 대해 상당히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상황을 종합해볼 때 YS는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적어도 지금까지는 그가 안풍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하는 구도로 흘러가는 듯한 분위기다.하지만 YS가 특유의 돌파력으로 상황을 타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설령 그가 자신이 희생양이 되는 걸 택할 지언정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길을 택할 것”이라는 분석도 대두된다. 하지만 끝까지 침묵으로 버틸지,또다시 ‘깜짝쇼’로 반전을 시도할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그의 통치 스타일을 감안하면 예측한다는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다.YS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이번 총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자신의 대변인 격인 박종웅 의원의 방문조차 만류한 것으로 전해진다.부산에 있던 박 의원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상도동 자택을 방문하겠다고 하자,“네가 오면 언론에 한두마디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오지 말라.”고 했다는 후문이다.자신의 행보나 의중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 엿보인다.YS가 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박종웅 의원은 이날 부산에서 지역구민들을 상대로 의정보고회를 갖다가 기자들로부터 강 의원의 법정진술 내용을 전해들었다.박 의원은 “정말 강 의원이 그런 말을 했느냐.”고 여러차례 반문하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논평을 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YS를 만나보고 말하겠다.”고 피한 뒤 저녁에 급히 상경하던 길이었다. 앞서 김 전 대통령은 상도동 자택에서 비서진들로부터 강 의원의 진술내용을 보고 받았다고 한다.그러나 비서진들은 보고를 받은 김 전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김기수 비서실장 등 비서진들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는 등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상도동측은 오후부터 취재진들이 몰리자 자택으로 통하는 골목길 초소에서부터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등 민감해했다. 한편 상도동의 일부 관계자들은 강삼재 의원의 발언을 “상상도 못할 일”이라면서 YS를 옹호하기도 했다.문민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를 지낸 한 관계자는 “강 총장은 아마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면 죄가 감해지거나 무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식으로 진술한 것 아니냐.”며 “뭔가 오판한 것 같다.”고 말했다.경남 거제에서 무소속으로 총선출마를 선언한 YS의 차남 현철씨측도 강 총장의 진술이 지역 총선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는 등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지운기자 jj@˝
  • [서울광장]'실미도’와 집단기억/이기동 논설위원

    실미도의 추억은 무장공비,위수령,10월 유신,대한항공기 폭파,남북대화 등으로 점철된 우리의 집단기억을 이렇게 파고든다. 관객 1000만 돌파를 눈앞에 둔 영화 ‘실미도’의 성공비결 중 하나는 이 영화가 중장년층의 집단기억을 건드린 것이라고 한다.영화는 실제로 지난 1968년 1월 포박당한 채 TV 카메라 앞에 끌려나와 “박정희의 모가지를 따러 왔수다.”라고 내뱉던 그 북한 군인의 말에서 받은 충격을 생생히 떠올려 주었다.그뒤 일어난 실미도 684부대원들의 비극적인 죽음.그때 여남은 살에 불과했던 중년의 ‘우리들’은 영화관을 나와 돌아오는 길에서도 내내 눈물을 훔쳐야 했다. 실미도의 추억은 무장공비,위수령,10월 유신,대한항공기 폭파,남북대화 등으로 점철된 우리의 집단기억을 이렇게 파고든다.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 기억들은 계기만 있으면 이렇게 불쑥 되살아나 우리의 눈물샘,분노샘을 자극한다.영문도 모른 채 지옥훈련을 받고 “김일성의 목을 따오라.”는 명령을 받은 31명의 젊은이들.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화해 무드속 남북대화의 걸림돌 취급을 받게 되자 이들은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이들이 죽은 날은 1차 남북적십자회담 접촉이 있은 이틀 뒤인 1971년 8월23일이었다.그로부터 꼭 1년 뒤 남북한은 평양에서 남북적십자회담 첫 본회담을 가졌다.남북화해를 앞세운 국가주의의 위력 앞에 실미도 대원들은 무력했고 이후 32년 동안 이들의 죽음은 역사 속에 묻혔다.하지만 북한 핵문제를 놓고 공방중인 현실을 보면 당시 그들의 죽음이 그들이 절규한 대로 ‘개죽음’이 된 것 같아 분통이 터질 뿐이다.국방부가 겨우 이들의 신원 일부를 확인했지만 진상규명과 이들의 명예회복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다. 우리의 의식 속에는 한층 더 깊고 모질게 자리한 또 하나의 집단기억,6·25가 있다.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이 전쟁의 추억을 되살려 준다.전장으로 내몰린 뒤 광기어린 살상기계로 변해가는 심성 착한 형제의 비극은 중년·노년의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품고 살아가는 악몽 같은 것이다.3년간의 전투에서 250만명이 죽고 수백만 이산가족의 한을 만들어낸 전쟁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념전쟁으로 세계전쟁을 구분한다.첫 번째 전쟁은 순수 아리안 혈통의 지배를 꿈꾸는 나치가 일으킨 2차세계대전이고 두 번째 전쟁은 노동자계급의 지배를 실현하려 했던 공산주의가 서방과 벌인 냉전이다.9·11 이후 전개되는 이슬람·기독교권의 이념전은 세 번째 대전이다.이슬람이 자살테러라는 무기를 들고 서구문명과 벌이는 전쟁이다.냉전의 틀을 못 벗어난 우리는 이 3개 전쟁의 요소들을 함께 안고 살아간다. 600만명의 동족을 아우슈비츠에서 잃은 유대인들은 지금도 생존에 대한 강박증을 안고 산다고 한다.6·25는 우리에게 ‘아우슈비츠’ 같은 것이다.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의 의식은 이 전쟁이 남겨준 강박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그래서 이 강박관념은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가장 손쉽게 호소하고 싶어하는 소재가 됐다.퍼주기와 홍위병 논란,반미와 숭미론,지난 대선을 장식한 촛불 시위대의 반미구호 언저리에도 전쟁의 추억은 예외없이 일렁거렸다. 친노(盧) 성향 단체인 국민참여 0415 등이 주축이 된 시민단체들의 선거활동을 장려해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야당이 불법 장려행위라고 들고 일어났다.친북세력의 발호를 우려한 김수환 추기경의 발언을 비판하는 글과 이를 다시 비난·옹호하는 단체와 글이 뒤섞여 난무하고 있다.우리는 이렇게 해서 몇 안 남은 권위를 또 하나 잃어버렸다.김 추기경은 이제 더 이상 말하지 않을 것이다.이제 이 혼탁과 과열을 막을 이는 대통령뿐이다.만약 대통령이 지금처럼 올인 총선전략을 계속한다면 이는 국민들에게 정말 못할 짓을 하는 것이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
  • 美 게이부부 첫 인정

    |워싱턴 백문일특파원|5월 중순부터 미국에서 ‘남편’이나 ‘아내’의 구분이 없는 첫 ‘게이 부부’가 탄생하게 됐다.물론 미 전역이 아니라 동북부 지역 인구 643만명의 매사추세츠 주에서만 가능하다. 4일 매사추세츠 주 대법원은 동성간 결혼을 기존 이성간 결혼처럼 똑같이 인정하는 ‘권고의견’을 내놓았다.이에 따라 주 상원은 5월18일 게이 커플을 합법화하는 법을 제정해야 하며,매사추세츠는 미국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첫번째 주가 될 전망이다. 대법원의 마거릿 마설 선임 판사는 이날 의견서에서 “게이 커플들을 위한 ‘완전한 결혼’만이 주 헌법에 부합된다.”고 지적했다.버몬트 주에서 인정하는 동성간 ‘결합’이 아닌 일반적인 ‘결혼’이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같은 결정이 내려지자 미 전역에선 찬반 논란이 들끓었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주의자들은 가정의 근간을 해친다며 강력히 반대했고,동성간 권리 옹호자들은 용기있는 결정이라며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이날 결정은 지난해 11월18일 주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동성결혼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당시 법원은 ‘이성간 결혼법’을 파기하면서 게이 커플에게도 결혼할 권리를 허용해야 한다고 결정했다.동시에 6개월 이내에 주 의회가 게이 커플의 결혼에 따른 권리와 혜택을 보장하는 법을 만들도록 명령했다. 주 상원은 법 제정에 앞서 버몬트와 같은 ‘결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해도 되는지 대법원에 문의했으나 이날 ‘노(No)’라는 대답을 얻은 것이다. 버몬트 주는 1999년 법원의 결정에 따라 결혼한 게이 커플에게 건강수당이나 상속권 등 부분적인 권리를 줬지만 ‘결혼(marrige)’ 대신 ‘결합(union)’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해 차별성을 뒀다. m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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