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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海에 화려한 휴가 풍파

    심의조 경남 합천군수와 ‘화려한 휴가’를…. 최근 영화 ‘화려한 휴가’가 인기를 끌면서 잠잠하던 경남 합천의 ‘일해공원’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새천년 생명의 숲’을 일해공원으로 바꾼 합천군청 홈페이지에는 이 영화를 관람한 네티즌의 항의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으며, 천주교 정의사회구현 마산교구 사제단도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천주교 사제단 “합천군수와 영화 함께 보자.” 마산교구 사제단은 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천년 생명의 숲을 일해공원으로 변경한 합천군을 비난했다. 사제단은 이를 강행한 심의조 합천군수와 이를 찬성한 합천군의회 의원들이 이 영화를 관람하고 반성할 수 있도록 영화표 11장을 구입해 등기로 발송했다고 밝혔다.9일 오후 7시10분 창원CGV에서 상영하는 영화의 관람권이다. 백남해 신부는 “학살 원흉의 아호가 새겨진 공원에서 우리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며 살고 있는 우리들은 참으로 불행하다.”고 밝혔다. 이 영화가 개봉된 지난달 26일 이후 합천군청 홈페이지는 일해공원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글로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네티즌 최모씨는 “합천은 역사의 단죄를 아직 다 받지 못한 자를 옹호하는 곳으로 오명을 영원히 갖게 될 것이고 우리의 자녀와 청소년들은 그 오명의 역사에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공간인 ‘아고라’에도 반대 의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네티즌 ‘어린작가’는 “세상 어느 나라가 한쪽에서는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로 국민들을 아프게 만들고, 다른 쪽에서는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 죄 없는 국민을 죽인 원흉을 기념하기 위해 공원을 만들겠는가.”라고 비난했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일해공원 개명 철회 서명운동’도 이 영화가 개봉된 이후 다시 탄력을 받아 반대의견을 올린 네티즌이 2만명을 돌파했다. 일해공원 반대 경남대책위는 이달 중순 합천군이 지난달 설치한 ‘일해공원 안내표지판’ 철거를 위한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경남대책위는 지난 3일 일해공원 안내 표지판 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합천군에 보냈다.9일에는 합천군민을 대상으로 ‘화려한 휴가 함께보기’ 운동을 벌일 예정이며, 영화 제작사와 협의해 상영 기간이 끝나면 일해공원에서의 상영도 추진키로 했다. 이에 앞서 5·18 유족단체인 ‘오월어머니회’는 6일 광주 동구 장동에 있는 ‘오월어머니회’ 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사모(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대표 등에게 ‘화려한 휴가’를 함께 보고 공개 토론을 할 것을 제의했다. 오월어머니회 관계자는 “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단성사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예정이며 전사모쪽의 답변이나 반응이 없더라도 영화 감상은 예정대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사모는 ‘화려한 휴가’ 비난 인터넷 카페 ‘전사모’ 자유게시판에는 영화 ‘화려한 휴가’를 비난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전사모는 오는 19일 합천 일해공원에서 여름철 정기모임을 갖고, 공원을 청소하면서 전 전 대통령의 업적을 홍보한 뒤 생가를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20&30] 국내여행 마니아 vs 해외여행 마니아

    ‘뭐하러 해외로 가니. 몰라서 그렇지 국내가 훨씬 더 좋다.’(국내여행 마니아) ‘바가지에 북적대고, 차 막히고…, 해외가 속편하지.’(해외여행 마니아) 여름 휴가에 대해 국내여행 마니아와 해외여행 마니아는 서로 물러서지 않았다. 적은 돈으로 낯선 즐거움을 만끽하겠다는 알뜰 해외여행파. 국토의 속살을 거닐며 나만의 푸른 세상을 만난다는 국토사랑파. 내 형편껏 즐기면 남의 눈치 볼 것 없다는 내맘대로 해외여행파. 여행의 본질은 함께 하는 즐거움이므로 멀리 갈 필요가 없다는 당연지사 국내여행파. 여름휴가 장소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20&30의 4색의 국내여행·해외여행 옹호론을 들어봤다. 류지영 이경주기자 superryu@seoul.co.kr ●해외 여행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조모(32)씨는 “아무리 해외여행 비용이 저렴해도 여행의 질을 고려할 때 국내 여행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비싸게 주고 가는 해외 여행도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수박 겉핥기식’ 관광을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조씨에 따르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언은 여행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는 “우리 국토는 아는 자에게는 서슴없이 속살(?)을 내어준다.”면서 “외국에서 이런 진짜 관광을 하려면 돈으로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산을 좋아하는 그가 최고로 치는 여행지는 지리산 3박4일 종주. 혼자 걷는 산속의 길은 마음의 푸른 평안과 정신의 넓은 자유를 얻기에 최고다. 물론 독일 슈발츠 발트의 흑림처럼 외국에도 좋은 곳이 있다. 그러나 20만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푸른 자연으로 몸보신(?)을 하는 데는 역시 이 나라의 산이 좋단다. 그는 “해외여행이 저렴해졌다고는 하지만 그건 패키지 여행에만 해당된다.”면서 “여행은 나만의 길을 걷는 것인데 해외 패키지 여행은 끌려다니는 것에 불과해 불쾌하다.”고 국내여행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좋은 여행을 결정하는 것은 장소가 아닌 사람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모(36)씨는 “해외여행이 싫은 것이 아니라 굳이 해외여행을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여행은 장소보다 같이 간 사람이 중요하다. 해외나 국내나 개인이 들어가 보지 못한 자연은 무궁무진하며 못 먹어본 산해진미 역시 수없이 많다. 또한 놀이기구든지 동물구경이든지 즐길 것 역시 알고 보면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여행은 변하고 장소 역시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침 일찍 연인과 오른 일출봉은 사랑의 시작이었고, 동료와 오른 설악산은 ‘뭉치면 할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기억된다. 이씨는 “아무리 비싼 해외여행이라 해도 연인이나 동료와 함께한 사랑이나 자신감의 추억만은 못하다.”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연인과 외국에 가면 더 좋지 않으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굳이 비슷한 경험에 몇 배의 돈을 들이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주말에 근처 산이나 계곡으로 좋은 사람과 1박의 여행이라도 떠나보면 몇십만원을 들인 거창한 계획보다 오만원짜리 작은 실천이 더 아름다운 추억을 남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해외여행에는 면세 쇼핑의 특권이 있다 서울 종로구 필동에 사는 최모(29)씨는 이번 여름휴가로 가족이 일본 규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최씨는 유럽의 도시들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았다는 하우스텐보스를 볼 생각에 들떠 있다. 부모님은 뜨거운 온천에 몸을 담글 즐거움을 꿈꾸고 있으며 동생은 일본 거리를 걸으며 맛난 음식을 먹고 싶단다. 하지만 그보다 더 여행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면세점이다. 질에 비해 비싸서 1년 동안 못 사고 부러워만 하던 화장품과 헝겊 가방을 살 계획이다. 김씨는 “남들은 면세점이라고 하면 명품만 생각하지만 국내 브랜드도 많아 평소 쓰는 화장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면서 “요즘은 면세점에서 과소비를 하는 사람보다 알뜰쇼핑을 하는 사람이 더 많더라.”고 전했다. 또 1인당 100만원이 넘게 드는 해외여행을 계획했는데 주위의 질투 섞인 비난은 없냐는 질문에는 “분수란 사람마다 다른데 자신의 돈으로 여유를 즐기는 것까지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조금만 자신과 안 맞아도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어 해외여행이 더욱 좋다.”고 말했다. ●성수기에는 제주보다 동남아가 저렴하다 지난해 어머니를 모시고 제주도로 여름 휴가로 다녀온 유모(31)씨는 올해 캄보디아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해외로 다녀온 이유는 동남아가 제주도보다 오히려 여행 경비가 덜 든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도 여행 경비로 1인당 70만∼80만원가량 들었지만 유명 여행사를 통한 캄보디아는 1인당 50만∼60만원에 불과했다. 성수기 제주도 여행 비용은 중형 렌터카 비용이 하루에 7만원 정도이고, 비행기 비용이 왕복 1인당 20여만원이다. 또한 특산물로 식사를 하면 1인당 2만원은 필요하다. 게다가 캄보디아에서 묵는 호텔 정도에서 지내려면 1박에 20만∼30만원은 한다. 유씨는 어머니와 100여만원 남짓한 비용으로 좋은 시설에 맛깔난 음식, 여기에 앙코르와트도 원없이 구경했다. 원치 않게 지난 6월말 캄보디아 비행기 사고 다음날 출발하는 바람에 안전사고가 무섭기는 했지만 모녀와 한 외국인 3명이서 가이드를 독차지하는 행운(?)도 얻었다. 유씨는 “남들이 많이 가지 않는 기간에 다녀오면 직장에서 휴가 내느라 눈치도 안 보고 웬만한 국내여행보다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면서 “해외여행을 비싸다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감이 있다.”고 말했다.
  •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32) 조선의 운명을 바꾼 역관 홍순언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32) 조선의 운명을 바꾼 역관 홍순언

    문관인 정사(正使)는 공식적인 국서를 전달하고 답서를 받으면 그만이지만, 역관은 배후에서 절충하는 일을 맡았다. 절충하는 과정에는 유창한 외국어가 기본이었지만, 때로는 금품도 오가고, 여러 해 동안 오가며 맺어둔 인맥도 중요했다. 사신들은 일생에 한 두번 가기 때문에 인맥을 쌓을 기회가 없었지만, 역관들은 대여섯 번, 이상적이나 오경석 같은 역관들은 열 번이 넘게 파견되었으므로 각계에 인맥이 형성되었고, 제자들에게 그 인맥을 소개했다. 인맥을 통해 조선과 중국 사이의 외교 현안을 해결한 역관으로는 홍순언(洪純彦)이 가장 유명하다. ●공금 털어 구한 여인이 明 예부시랑의 후처로 홍순언은 젊었을 때에 뜻이 컸고 의기가 있었다. 한번은 북경으로 가는 길에 통주에 이르러, 밤에 청루에서 놀았다. 자태가 특별히 아름다운 한 여자를 보고 마음속으로 기뻐하여, 주인할미에게 부탁하여 한번 놀아보자고 청하였다. 순언이 그 여자의 옷이 흰 것을 보고 그 까닭을 묻자,“첩의 부모는 본래 절강 사람인데, 서울에서 벼슬하다 불행히 염병에 걸려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나그네 길이라 관(棺)이 여관집에 있지만 첩 한몸뿐이라 고향으로 옮겨 장사지낼 돈이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제 몸을 팔게 되었습니다.”라고 말을 마치고는 목메어 울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순언이 불쌍히 여겨 장사지낼 비용을 물으니,“삼백금이면 됩니다.”라고 하였다. 곧 돈자루를 다 털어 주었지만, 끝내 그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여자가 순언의 이름을 물었는데도 이름을 말해주지 않자,“대인께서 성명을 말씀해 주지 않으신다면 첩도 또한 주시는 것을 감히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홍씨라는) 성만 말해 주고 나왔다. 동행 가운데 물정 모르는 짓이라고 비웃지 않는 자가 없었다. 여자는 나중에 예부시랑 석성(石星)의 후처가 되었다. 석성은 순언의 의로움을 높이 여겨, 우리나라 사신을 볼 적마다 반드시 홍역관이 왔는지 물었다. 순언은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공금의 빚을 갚지 못한 것 때문에 잡혀서, 여러 해 동안 옥에 갇혀 있었다. 이때 우리나라에서 종계변무(宗系辨誣) 때문에 전후 열댓 명의 사신이 중국에 다녀왔지만, 아무도 허락받지 못했다. 임금이 노하여 교지를 내렸다. “이것은 역관의 죄이다. 이번에 가서도 또 허락받지 못하고 돌아온다면, 수석 역관 한 사람을 반드시 목 베겠다.” 역관 가운데 감히 가기를 원하는 자가 없자, 역관들이 서로 의논했다.“홍순언은 살아서 옥문 밖으로 나올 희망이 없다. 그가 빚진 돈을 우리들이 갚아 주고 풀려나오게 하여 그를 중국으로 보내는 게 좋겠다. 그는 비록 죽는다 해도 한스러울 게 없겠지.” 모두들 가서 그 뜻을 알리자, 순언도 기꺼이 허락했다. 선조 갑신년(1584)에 순언이 황정욱을 따라서 북경에 이르러 바라보니, 조양문 밖에 비단 장막이 구름처럼 펼쳐 있었다. 한 기병이 쏜살같이 달려와서 홍판사가 누구시냐고 물었다.“예부의 석시랑이 공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 부인과 함께 마중 나왔습니다.” 조금 뒤에 보니 계집종 열댓 명이 부인을 에워싸고 장막 안에서 나왔다. 순언이 몹시 놀라 물러서려고 하자, 석성이 말했다.“당신이 통주에서 은혜 베푼 것을 기억하십니까? 내 아내의 말을 들으니 당신은 참으로 천하에 의로운 선비입니다.” 부인이 무릎을 꿇고 절하기에 순언이 굳이 사양하자, 석성이 “이것은 보은(報恩)의 절이니, 당신이 받지 않으면 안됩니다.” 하였다. 그러고는 크게 잔치를 베풀었다. “조선 사신이 이번에 온 것은 무슨 일 때문입니까?” 하고 석성이 물었다. 순언이 사실대로 대답하자 “당신은 염려하지 마십시오.” 했다. 객관에 머문 지 한 달 남짓한 동안에 과연 조선 정부가 청한 대로 허락되었다. 석성이 주선한 것이다. 순언이 돌아올 때에 부인이 자개상자 열 개에 각각 비단 열 필을 담아 주며,“이것을 첩의 손으로 짜 가지고 공께서 오시길 기다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순언이 사양하며 받지 않고 돌아왔지만, 깃대를 든 자가 압록강까지 와서 그 비단을 놓고 갔다. 비단 끝에는 모두 ‘보은(報恩)’ 두 글자가 수놓여 있었다. 순언이 돌아오자 나라에서는 광국공신(光國功臣) 2등에 기록하고 당릉군(唐陵君)에 봉하였다. 사람들은 그가 사는 동리를 보은단동(報恩緞洞)이라 하였다. 그의 손자 효손(孝孫)은 숙천부사가 되었다. ●조선 왕실의 계보를 바로잡다 정명기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홍순언의 이야기는 39가지 책에 조금씩 다르게 전한다. 그 가운데 서사구조가 분명한 ‘국당배어’‘연려실기술’의 기록을 위에 소개했다. 홍순언의 이야기 가운데 왕조실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종계변무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공민왕이 피살되자 이인임이 나이 어린 우왕을 세웠는데, 명나라 사신 채빈이 본국에 돌아가 공민왕 피살사건을 보고하면 재상인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올까 염려하여 중도에 살해하였다. 정도전·권근·이첨 등의 친명파를 몰아내고 권력을 누렸지만, 이성계가 최영과 함께 군사를 일으켜 유배보냈다. 이성계의 정적인 윤이와 이초가 명나라로 망명해 ‘이성계가 친원파 권신 이인임의 후사(後嗣)’라고 모함했다. 명나라는 이 말을 그대로 믿고 ‘태조실록’과 ‘대명회전(大明會典)’에 기록했다. 이성계가 정적 이인임의 후사라고 기록된 것은 조선 왕실의 가장 큰 모욕이었으므로, 태조뿐만 아니라 대대로 사신을 보내 바로잡으려 했다. 그러나 명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수정해 주지 않았으므로 가장 큰 외교 현안으로 남아 있었다.1584년에 황정욱이 ‘대명회전’ 수정판의 조선관계 기록 등본을 가져오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종계변무’라는 용어는 ‘왕실의 계보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홍순언은 조선 왕실이 종계변무를 본격적으로 해결할 준비를 하면서 역사에 정면으로 등장했다. 선조실록 5년(1572) 9월11일 기사에 “주상이 중국 사신을 접견할 때에 종계(宗系)의 악명(惡名)을 바로잡는 일에 관해 먼저 대략 말하고, 이어 단자(單子)로써 자세히 기록해 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했다. 통사 홍순언 등을 시켜 한어(漢語)로 번역해 단자를 만들어 예조에 주어 아뢰도록 했다.”고 했다. 국서는 한문으로 된 문어체라서 친근감이 없었지만, 단자는 구어체였으므로 간절한 마음이 전달될 수 있었다. 그러나 종계변무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12년 뒤인 선조 17년 11월1일 실록에서야 “종계 및 악명 변무주청사 황정욱과 서장관 한응인 등이 칙서를 받아가지고 돌아왔다.”고 했다. 선조는 그 사실을 종묘에 고한 뒤 죄수들을 사면했으며,“정욱과 응인 및 상통사 홍순언 등에게 가자(加資)하고, 노비와 전택(田宅), 잡물을 차등 있게 하사했다.” 종계변무에 공을 세운 신하들을 광국공신(光國功臣)에 봉했는데, 홍순언에게 2등 당릉부원군을 봉했다.19명 가운데 실무자급인 역관은 홍순언 한 사람만 포함되었다. ●39가지 야담과 소설로 전하는 홍순언 이야기 당릉군에 봉군된 홍순언은 왕궁을 지키는 종2품 우림위장(羽林衛將)까지 승진했는데, 사간원에서 두어 차례 탄핵하였다.“출신이 한미한 서얼이라서 남에게 천대받는다.”는게 이유였는데, 선조는 그가 공신으로 가선대부까지 받았으니 결격사유가 없다고 옹호했다. 역관 홍순언의 능력은 임진왜란이 일어나면서 다시 발휘되었다. 명나라에 원군을 청하러 사신이 가며 그도 따라갔고, 선조와 고관들은 그에게서 반가운 소식이 오기만 기다렸다. 명나라 장수 이여송은 그를 믿고 조선 정세를 파악했으며, 선조가 이여송을 만날 때에도 그가 통역했다. 석성이 과연 홍순언이 구해준 여자와 혼인한 덕분에 조선에 원군을 보냈는지, 역사 자료만 가지고 확인할 수는 없다. 야담이나 야사에서는 여인이 몸을 팔게 된 이유도 달리 나오고, 석성의 벼슬도 달라지며, 그가 해결해 준 현안도 달라진다. ‘청구야담’에는 홍순언이 병술·정해년(1586∼1587) 사이에 북경에 갔다가 청루 문 위에 “은 천 냥이 없으면 들어오지 못한다.”고 쓴 것을 보고는 중국 탕아들도 값이 비싸서 들어갈 생각을 못하는데, 그는 “부르는 값이 그만큼 비싸다면 반드시 뛰어난 미인인 것”이라 생각하고 수천냥을 털어 그 여자를 샀다고 한다. 이미 종계변무가 해결된 뒤이니, 이 책에서는 임진왜란이 일어난 뒤에 원군 요청의 임무를 띠고 홍순언이 파견되었으며, 병부상서 석성이 해결해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종계변무는 외교적 사안이니 예부에서 담당하고, 원군 파견은 군사적 사안이나 병부에서 담당한다. 석성의 벼슬은 그에 따라 달라진다. 홍순언은 공금을 횡령해 청루의 여자를 산 협객인데, 결과적으로 의로운 사람이 되었다. 그의 이야기에 살이 덧붙어 야담과 소설이 39종이나 되고, 박치복이라는 시인은 5언 264구의 장편서사시 ‘보은금(報恩錦)’을 지었다. ●곤담골에 천인 백정교회가 들어서다 그가 살던 동네에는 지금 롯데호텔이 서 있고, 그 앞에 ‘고운담골’ 표지석이 있다.‘보은(報恩)’ 두 글자가 수놓인 비단을 기념해 동네 이름이 보은단골인데, 고운담골, 곤담골로 바뀌었다. 고운담골을 한자로 쓰면 미장동(美牆洞)이다. 임진왜란이 300년 지난 1892년에 무어 선교사가 조선에 왔다가 조선어를 익히기도 전에 곤담골에 이사하여 교회를 시작했다. 그는 조선인을 야만시하던 권위적 선교사와 달라 인목(仁牧)으로 불렸는데, 백정까지도 교회에 나오게 하여 곤담골 ‘백정교회’라는 이름을 얻었다. 서얼 출신 역관이라 천대받던 홍순언의 동네에 백정교회가 세워진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 비판의 날개 단 ‘디 워’… ‘괴물’ 마저 덮치나

    비판의 날개 단 ‘디 워’… ‘괴물’ 마저 덮치나

    심형래 감독의 SF블록버스터 ‘디 워’가 개봉 나흘 만에 관객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지난해 1300만명을 끌어모았던 ‘괴물’과 비슷한 기세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심형래에 대한 인간적 지지가 ‘핵´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을 이끌어내자, 영화계 안팎에서는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심형래 감독에 대한 관객의 인간적인 지지와 성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구’로 대표되는 심형래의 TV 코미디를 즐겨보던 30∼40대 남성 관객이 대거 자녀들과 영화관을 찾으면서 남성이 전체 관객의 56%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례적이다. 특히 심 감독이 최근 TV의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8년 동안에 걸친 영화 제작 과정의 고충을 토로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이 대중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이송희일 “70년대 미국 토스터 모방품” 이송희일 감독이 ‘디 워’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예매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 저예산영화 ‘후회하지 않아’로 주목받는 감독의 대열에 올라선 그는 지난 4일 자신의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에서 “‘디 워’는 영화가 아니다.70년대 청계천에서 마침내 조립에 성공한 미국 토스터의 모방품에 가깝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 영화가 참 ‘거시기’하다는 평론가들의 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악다구니를 쓰는 애국애족의 벌거숭이 꼬마들을 지켜보는 건 정말 한밤의 공포”라고 ‘디 워’를 옹호하는 네티즌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이후 이송희일 감독의 블로그는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으며, 그를 비난하는 글이 인터넷을 휩쓸었다. 한 네티즌은 “‘디 워’가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고 할 순 없지만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은 그 장르적인 면과 상업적인 측면이지, 이런 식의 매도가 아니다.”라면서 “이송희일 감독은 아마도 심형래라는 사람을 감독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을 전제로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말레이시아, ‘태형’ 하는 동영상 공개 논란

    말레이시아, ‘태형’ 하는 동영상 공개 논란

    ‘인권유린’ vs ‘범죄예방’ 최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youtube.com)에 가혹한 채찍질에 고통스러워하는 재소자들의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도마위에 오른 문제의 장면은 말레이시아의 한 지방감옥에서 벌어지는 체벌 장면. 30초 길이의 이 동영상에는 마약거래범으로 추정되는 한 재소자가 견고한 나무틀로 짜여진 고정대에 묶여 거침없이 이어지는 채찍질을 참아내는 장면이 생생히 실려있다. 또 이 영상물에는 이를 악문채 내지르는 재소자의 비명과 선혈이 낭자한 엉덩이의 상처부분이 여과없이 찍혀있어 보는이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이같은 처벌이 가능한 것은 말레이시아에서는 ‘태형’이 적법한 구형제도이기 때문. 말레이시아에서는 마약거래범과 성폭행범과 같은 범죄자들이 태형으로 다스려지고 있어 많은 인권운동가들이 철폐를 요구하는 등 끊임없는 논란을 낳고 있다. 이 동영상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의 변호사협회측은 “이 끔찍한 태형제도 폐지 운동의 일환으로 동영상을 공개했다.”며 “태형이야 말로 정말로 비인간적이며 품위를 떨어뜨리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후 아 키오우(Fu Ah Kiow)내무부장관은 “이 영상물은 “일반 시민들을 위한 교육용 영상물로 태형이 얼마나 끔찍한 형벌인지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그다지 큰 일이 아니다.”라고 태형제도를 옹호했다. 한편 이를 지켜본 네티즌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네티즌 ‘Raymond A Johnson’은 “태형제도 때문에 영국보다 말레이시아의 밤거리가 훨씬 안전할 것”이라고 비꼬았으며 ‘Susan K’는 “역겹다. 정말로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네티즌 ‘Gw, Orpington’은 “마약거래범 한 사람 때문에 100명이 죽는다.”며 옹호했으며 ‘Bob Edwards’는 “형벌이 두려우면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 않으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달았다.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38회 한국법률문화상 수상자 선정 권성 前헌법재판소 재판관

    38회 한국법률문화상 수상자 선정 권성 前헌법재판소 재판관

    1980년 5월의 광주는 잉크가 아닌 피로 기록된 ‘현대사의 원죄’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원죄를 청산하기 위한 다양한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이 이뤄졌지만, 작전명 ‘화려한 휴가’는 여전히 많은 의문점에 둘러싸여 있다.‘화려한 휴가’는 영화로 제작돼 상영 중이다. 지금보다 11년 앞서 이런 의문점들에 직면한 판사가 권성(66)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다.12·12와 5·18 사건의 항소심에서 재판장(서울고법 부장판사)을 맡아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해 논란을 빚었던 이다. 그는 ‘항복한 장수는 죽이지 않는 법(항장불살·降將不殺)’이라는 판결문을 남겼다. 대한변협이 수여하는 ‘한국법률문화상’의 38번째 수상자로 선정된 지난주 권 전 재판관을 만났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에서 정년퇴임한 뒤 미국 댈러웨어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머물다 올 3월 귀국, 법무법인 ‘대륙’의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37년의 법조인 생활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법조계의 원로이지만 가장 먼저 떠올린 사건은 역시 12·12와 5·18 항소심 재판이다. 기록만 캐비넷 6개 분량에다, 검찰과 변호인측이 신청한 증인은 100명 가까이 됐다. 항소심에 들어가기에 앞서 계획표를 짜서 1주일에 두번씩 심리를 진행하는 강행군을 했다. 권 전 재판관은 법원 출두를 거부하는 고 최규하(지난해 작고) 전 대통령에게 구인장을 발부해 증인석에 세웠다. 전직 대통령 3명을 한 법정에 모으는 진기록을 세웠지만, 최 전 대통령은 재임중 국정행위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권 전 재판관은 “최 전 대통령을 강제 구인까지 했는데 끝내 증언을 거부해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배후를 좀 더 밝히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증언을 해주셨으면 참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법원의 판결에 정치적인 영향력을 미치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라면서 법의 신뢰와 권위를 높이기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판결까지 이르는 재판 과정도 힘들었지만,300쪽이 넘는 판결문을 인쇄·제본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판결 전날 법원 회의실에서는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판결문 작성 작업이 벌어졌다.“타이핑을 잘하는 법원 직원 40명 정도가 밤새 판결문을 쳐서 프린터로 뽑았어요. 법원행정처 재직 시절에 알았던 인쇄소 사장에게 부탁해서 제본 기계도 회의실에 들여다놓고, 인쇄소 직원들을 동원해서 대기하고 있다가 프린트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제본을 하게 했죠. 선고가 오전 10시였는데 아침 8시쯤 전화번호부 두께만 한 판결문 100여 부가 완성됐습니다. 판결 전에 내용이 새나가면 큰일나니까 직원들을 10시30분까지 꼼짝 말라고 회의실에 ‘연금’을 해놨죠.(웃음)” 권 전 재판관이 이 사건의 판결문에 인용한 ‘항장불살’이라는 표현은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역사 바로세우기’에 제동을 걸었다는 비난까지 받으며 감형을 결심한 까닭은 무엇일까. “처벌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피로써 피를 씻는 악순환을 계속 되풀이할 수는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이미 광주에서 수없이 피를 흘렸는데 거기에 보태서 또 피를 흘려야 하겠느냐, 이건 어느 시점에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항장불살이란 표현은 국가적 관심이 쏠려 있는 사건인 만큼 감형 이유를 보다 설득력 있게 제시하려다 보니 인용하게 됐습니다.” 그는 감형 판결을 내리면서도 거센 비판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판결 다음날 광주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 중이던 고 홍남순(지난해 작고)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을 때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용은 예상과 정 반대였다. “권 판사, 굉장히 용기있는 판결이었어요. 이쪽에서도 다소 불만 있고, 사형을 원하는 사람이 여럿 있지만 그렇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굉장히 어려운 판결 내려줬어요.” 홍변호사의 이 전화는 권 전 재판관에게 큰 힘이 됐다. 판사실로 항의전화가 오지 않을까 크게 걱정했는데, 대여섯통에 불과했고 그 전화들도 의견이 반반씩 엇갈렸다. 하지만 판결 2년 만에 사면된 ‘피고’의 모습을 보고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당시의 기분을 묻자 권 전 재판관의 입술에 금세 씁쓸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 사면뿐만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정치인과 관련해 법원이 애써 해놓은 재판을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사면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치인들이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재판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참….” 권 전 재판관과 대통령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헌재 재판관이던 2004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맡았다. 헌법재판소법상 탄핵 심판에서 소수의견 공개 여부에 대한 언급이 없어 그의 의견도 비공개됐지만, 전무후무한 역사적 사건에서 그는 아쉬움도 많이 갖고 있다. 퇴임 뒤 소장 공백 사태 등 진통을 겪은 ‘친정’을 보면서 안타까움도 많았다고 한다. 탄핵심판과 행정수도법 등에 대한 판단을 내리며 헌재의 위상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는 그는 “헌법재판소 사건들은 정치인과 관련된 사안이 많은데, 여론 등을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치인들이 많다.”면서 “재판관으로서 이로부터 초연할 수 있는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 대해 “나같은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수상의 영광을 안게 돼 놀랍고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사진 김명국 기자 daunso@seoul.co.kr ■ 용어 클릭 ●한국법률문화상 대한변협이 법조 실무나 법률학 연구를 통해 인권옹호와 법률문화의 향상 등에 공로가 있는 법조인에게 수여하는 법조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1969년 첫 시상을 시작해 올해로 38회를 맞는다. 올해 시상식은 오는 27일 변호사대회에서 열린다. ■ 권성 前 재판관은 누구 권성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별명은 ‘Mr. 소수의견’이다. 헌재가 2001년과 2002년 간통죄의 위헌 여부를 다뤄 8대1,7대2로 합헌결정을 내렸을 당시에 권 전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냈다. 간통은 윤리적 비난의 대상일 뿐이고, 죄가 아니라는 얘기다. 호주제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을 때도 그는 합헌 쪽에 섰다. 신행정수도법에 대해 위헌 결정(8대1)을 내렸을 때는 위헌의견을 냈고, 헌재가 1년 뒤에 행정도시특별법 헌법 소원에 대해 7대2로 각하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합헌의견을 냈을 때도 그는 위헌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소신있는 법관의 모습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Mr. 소수의견’이라는 별명에 대한 그의 솔직한 심정은 어떨까. “만족 못하죠. 내가 밝힌 소수의견이 뒷날 다수의견이 된다면 당당하겠지만, 그 전까지야 어디까지나 소수의견일 뿐입니다.” 헌재에서 내린 판결들 때문에 보수 인사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그의 판결 성향을 보수 일변도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이던 1993년 고 박종철씨 유족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신원권(伸寃權)’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 국가가 유족에게 1억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는 “손해배상이 성립하려면 법률로 보호할 만한 이익이나 권리가 침해됐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가족이 갑자기 죽었을 때 그 원인을 밝히고 싶어하는 건 인간의 당연한 성정이고 권리”라면서 “신원을 못하게 막았으니 ‘신원권’을 침해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권성 전 헌재 재판관은 ▲1941년 충남 연기 출생 ▲경기고·서울대 법대 ▲8회 사법시험 합격(1967년) ▲부산지법 판사(1969년)·서울고법 부장판사(1991년)·서울 행정법원장(1999년)·헌법재판소 재판관(2000∼2006년)
  • “공작정치 상징, 대선서 빠져라”

    한나라당에 ‘손학규 경계령’이 떨어졌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범여권내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줄곧 달리는 상황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의 설훈 전 의원이 손 전 지사 캠프에 합류해서다. 설 전 의원은 지난 24일부터 손 전 지사 캠프에서 ‘상황실장’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설 전 의원의 합류가 DJ의 ‘햇볕정책’을 옹호하며 러브콜을 보내온 손 전 지사에 대한 DJ의 본격적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경계하고 있다. 나경원 대변인은 29일 현안 브리핑에서 “설 전 의원은 김대업과 마찬가지로 이 나라 공작 정치의 상징같은 인물”이라며 “설 전 의원을 자신의 핵심 참모로 기용했다는 것은 손 전 지사 역시 공작정치의 유혹에 이끌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손 전 지사는 ‘정당사의 이완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면서 “공작정치 세력과도 손잡는 이런 분이 만일 대권이라도 잡게 된다면 대한민국 사상 최고의 배신정치의 대명사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나 대변인은 범여권 통합 움직임에 대해서도 “통합이 DJ 극본-박지원 연출‘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고 한다.”고 비판했다.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살아 움직이는 동양고전들’

    우리는 주로 고전과 피동적으로 만나게 된다. 재밌는 소설이나 만화라면 몰라도, 고전을 읽자고 일부러 시간을 내는 때는 그리 많지 않다. 하여 가능하면 고전을 능동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책을 쓰게 된 주요 동기이다. ‘살아 움직이는 동양 고전들´(안티쿠스 펴냄)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는 ‘생생한 맥락 속에서 고전 읽기’라는 말로 압축될 수 있다. 고전이 태어난 당시의 시대적, 지적 상황 등을 최대한으로 복원하면서 읽을 때, 고전에 대한 이해가 한결 생산적일 수 있음을 나름대로 신나게 풀어썼다. 예컨대 고전을 읽을 때는 ‘발화자’와 ‘수신자’의 사회적 위상을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고전을 한결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 수구적 이미지가 강한 공자의 경우를 보자. 당시 집권층에게 오히려 소외됐던 공자. 그는 일관되게 사회적 강자를 향해 예를 지키라고 주문했다. 결코 사회적 약자인 백성을 향해 그런 주문을 한 것이 아니었다. 집권층과 같은 사회적 강자에게 예를 준수하라 요구했던 그를 두고 과연 기득권을 옹호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후반부에선 아무리 피동적으로 만났을지라도, 일단 고전을 접했다면 기왕이면 고전을 쏠쏠하게 써먹자는 필자의 제안을 다뤘다. 이름하여 ‘미디어로서의 고전!’ 역사를 살펴보면 어떤 책이 고전의 반열에 오르는 계기는 거개가 당대 현실에서 그 가치가 입증될 때였다.‘시경’이 경전이 될 수 있었음도 공자가 그것을 이용하여 ‘상상의 공동체로서의 중원’을 구축했기 때문이었다. 법가사상의 결정판인 ‘한비자’가 유가들의 집요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던 것 역시 진시황이 그것을 토대로 제국의 기틀을 다졌기 때문이었다.‘장자’나 ‘묵자’ 등도 개인적인 혹은 사회적인 차원에서 그들을 꾸준히 활용하는 이들이 있었기에,20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전으로 행세할 수 있었다. 고전에 담겨 있는 삶과 사회, 우주에 대한 본원적인 통찰은 이처럼 그저 읽고 마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미디어(도구)’로 삼은 이의 삶에서 오롯이 실현되어 왔다. 이는 고전을 단지 머리로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삶 속에서 그것과 ‘공명’했기에 가능했다. 비록 머리로 읽었지만, 몸에서 공명되는 고전의 세계!고전은 이처럼 가만히 있어도 빛을 발하는 존재가 아니라, 읽는 이와의 실존적 만남 속에서 그 가치가 확인되고 쓸모가 확산되는 존재인 것이다. 김월회 서울대 중문과 교수
  • “박상천대표 한나라와 연합할 수도”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가 26일 “통합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한나라당과 연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장 원내대표는 전북 CBS와의 인터뷰에서 “박상천 대표는 기본적으로 보수 정객으로, 자신과 이념 성향이나 정치성향이 맞는 한나라당과 연합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 (대통합신당 합류에) 한 발 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대표가 대동단결론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독자 생존보다는 도리어 한나라당과 연합하고, 한나라당에 있는 개혁세력은 제3지대 대통합신당에 합류하는 변화를 예측할 수도 있다.”며 새로운 정계개편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에 박 대표측은 “전혀 근거 없는 소설”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재두 민주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당의 원내 사령탑이란 분이 내놓은 발언치고는 너무 저질이어서 민망하다.”면서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구걸하던 열린우리당이 왜 망했는지 알 것 같다.”고 발끈했다. 한편 장 원내대표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전날 사돈인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경선 후보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과 관련,“조 회장을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터키, 더욱 선명한 이슬람국가로

    터키, 더욱 선명한 이슬람국가로

    |파리 이종수특파원|터키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22일(현지 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예상대로 재집권에 승리, 앞으로 이슬람 성향이 강화될 전망이다. 외신들은 친 이슬람 성향의 AKP가 개표 결과 46.3%가 넘는 득표율로 전체 550석 가운데 절반이 넘는 340석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AKP가 다수당이 된 것은 2002년 11월 총선이 처음이다. 세속주의 성향의 두 야당인 공화인민당(CHP)과 국민행동당(MHP)은 각각 112석과 71석을, 무소속은 2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에르도안 총리 “개혁·EU가입 계속 추진” 총선 결과 AKP는 세속주의 야당과 연립정부를 수립하지 않고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있어 이슬람 정책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AKP는 친 이슬람, 친 기업 정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레젭 타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2002년 집권 뒤 연평균 7.3%에 달하는 높은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에 바탕하여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의 터키 경제에 숨통을 불어 넣었다. 총선 승리도 이 같은 경제 발전에 유권자들이 힘을 실어준 결과라는 분석이다. 또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노력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총리는 집권 이후 EU가입에 공을 들였다. 그는 총선 승리 뒤 AKP당사 앞에서 수천명의 지지자들에게 “유럽연합 가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결연하게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민주주의 개혁과 경제발전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 野·군부 반발 변수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무엇보다 세속주의 정파의 반발이 해결 과제다. 그동안 여당은 공공 장소에서 이슬람 전통 의상을 착용하지 못하게 한 규정을 폐지하고 알코올 판매 규제를 추진하면서 세속주의 성향의 야당과 군부와 갈등을 빚었다. 당장 여권이 추진하려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와 대통령 선거 등이 고비다. 여권이 이슬람 인사를 대통령 후보로 밀어붙일 경우 세속주의 성향의 야당과 군부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 4월 세속주의 성향의 현 아흐메트 네스데트 세제르 대통령의 후임을 의회에서 선출할 당시 정의개발당 소속의 압둘라 굴 외무장관이 후보로 출마하자 야당과 군부, 헌법재판소는 삼위일체가 돼 그를 결국 낙마시킨 바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나치게 이슬람 정책에 경도될 때마다 쿠데타나 ‘세속주의 수호자’로서 압력을 행사해온 군부의 반발도 큰 변수다. 이를 의식한 듯 에르도안 총리도 ‘단합’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민주주의와 세속주의, 법치주의의 강력한 옹호자”라며 “모든 지도자들이 함께 터키의 민주주의에 대해 논의하고 법에 의한 통치를 확립시켜 나가자.”고 호소했다. vielee@seoul.co.kr
  • [열린세상] 공익 우선하는 재건축 정책을/김정식 연세대 화폐금융 교수

    [열린세상] 공익 우선하는 재건축 정책을/김정식 연세대 화폐금융 교수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변 잠실의 재건축아파트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하면서 앞으로 재건축 정책은 개인 이익보다는 공공 이익을 우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재건축으로 인한 부작용은 심각하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에서는 재건축 허용을 금기시해 왔다. 그러나 2002년 국민의 정부부터 재건축이 허용되면서 재건축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앞으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먼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소득 양극화는 임금소득과 재산소득의 양극화로 나누어지는데, 재건축은 층수를 높이면서 큰 이득을 가져와 재건축대상 지역 주민의 재산소득을 큰 폭으로 늘어나게 한다. 실제로 강남의 경우 재건축이 허용되면서 2002년을 기준으로 볼 때 지금까지 가격은 5배이상 급등했다. 재건축대상이 아닌 지역과의 재산소득에서 큰 격차가 생긴 것이다. 재산소득 양극화는 그 차이가 너무나 커 쉽게 간격을 줄일 수 없고 노동생산성을 낮게 하는 등 우리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또 다른 부작용은 재건축지역의 아파트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인근 지역으로 파급된다는 사실이다. 주택은 상호 대체관계에 있어 강남의 아파트가격 상승이 인근 신도시의 가격상승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택가격 상승은 임금으로 주택을 마련해야 하는 노동자로 하여금 임금인상을 요구하게 만든다. 그리고 임금인상은 결국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켜 경제를 침체시키는 주된 역할을 하게 된다. 그외에도 재건축은 도시의 교통 혼잡을 가중시키고 공해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인근 신도시에서 도심으로의 진입을 저해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도심은 직장이 있는 곳이다. 따라서 부심에서 도심으로 진입이 가능해야 도시의 기능이 활성화된다. 지금과 같이 도심을 재개발해서 많은 인원이 도심에 거주하면 도심교통이 혼잡해지면서 그 도시의 기능은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도시를 건설할 때는 도시계획에 의해 교통여건을 고려해서 아파트 층수와 거주인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재건축으로 도심 아파트의 층수가 높아지고 가구수가 늘어나는 경우 도심교통이 혼잡해지는 것은 물론 공해를 유발하여 경제의 비효율성이 높아지게 된다. 실제로 서울 한강변 잠실의 경우 재건축으로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를 보면 많은 시민들은 답답해 하고 앞으로 있을 교통체증을 우려하게 된다. 이렇게 부작용이 많은 재건축이 허용된 것은 그동안 공익보다도 특정집단이나 개인의 이익이 우선되어 정책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늦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건축에 대한 정책방향 전환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개인이나 특정집단의 로비에 의해 추진되는 재건축을 강력 규제하고 이에 대한 규제제도를 확립하여 지금까지의 공익을 무시한 잘못된 재건축 정책의 부작용을 막도록 해야 한다. 혹자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재건축으로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로 재건축을 옹호하기도 하고, 개인 재산권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막대한 이익이 남는 재건축 때문에 늘어나는 투기적 수요를, 제한된 재건축 공급물량으로 충당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에서도 공익에 반하는 개인의 이익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해 보면 재건축 규제의 타당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건축의 부작용을 좀 더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공익의 중요성과 재건축의 부작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국민의 의식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앞으로 우리 경제는 재건축의 부작용 때문에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화폐금융 교수
  • ‘굿모닝팝스’ 이지영 학력위조에 애청자 갑론을박

    ‘굿모닝팝스’ 이지영 학력위조에 애청자 갑론을박

    ”제2의 신정아다.” vs “언제 학력보고 방송 들었나?” KBS 라디오 ‘굿모닝 팝스’의 진행을 맡고 있는 인기진행자 이지영(38)씨가 학력을 속인것으로 드러나 ‘신정아 파문’에 이어 또다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씨는 그간 영국 브라이튼대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한것으로 주장해왔으나 실제학력은 브라이튼시에서 기술학교를 전전해 사실상 고졸인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이 프로그램의 애청자 사이에서도 큰 논란이 일고 있다. 굿모닝팝스의 홈페이지에는 이씨를 비난하는 글과 옹호하는 글이 올라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아이디 ‘superaugu’는 “학력이 영어교육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굿모닝팝스의 진행자로 충분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ohy3816’도 “학력은 중요하지 않다. 아침마다 이 방송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게 얼마나 좋았는데…”라고 올렸다. 그러나 이씨를 비난하는 글들도 쇄도했다. ’edytiger’는 “실력이 좋은데 왜 사기를 치나? 실력이 안되니 사기로 커버하는 것”이라고 적었으며 ‘juice77’는 “돈좀 벌려고 학위위조하는 사람들 월급도 가짜돈으로 주면 안되나?”라고 말했다. 또 ‘hunjey’는 “잘못은 잘못이지만 이지영씨 학력보고 굿모닝팝스 들었나? 그냥 사과하고 조용히 떠나게 해라.”라는 의견을 올렸다. 한편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긴급 대책회의를 마련해 조만간 공식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나우뉴스팀@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해리의 연인은 챙 아닌 지니?

    “해리 포터는 절친한 친구인 론 위즐리의 여동생 지니에게 청혼하고 론은 헤르미온느와 결혼식을 올린다.1편부터 해리를 학대해 온 이모부 버논과 이모 페튜니아가 집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인터넷 유출본 중) 1997년부터 시작된 해리 포터 시리즈의 완결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도들(제7편)’이 인터넷에서 유출됐다. 지구촌을 들쑤시고 있는 해리 포터 최종편은 오는 21일(이하 현지시간) 0시부터 출간된다. 캐나다 뉴스통신사 캔웨스트는 16일 총 794쪽에 달하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도들(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중 앞부분 495쪽이 인터넷에 유출됐다고 전했다. 유출본은 출간을 앞둔 책을 사진으로 찍어 PDF파일로 변환한 것이다. 하지만 17일 인터넷에서 입수한 PDF 파일은 총 34장으로 구성된 659쪽 분량이다. 현재 완결편이라는 제목을 단 이 PDF파일은 20여곳의 웹사이트에 올라 있다. 유출본에서는 성인이 된 주인공들의 러브 라인이 결혼으로 이어진다.5편에서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동양계 마법소녀 초 챙과 사랑에 빠진 해리는 유출본에서 론의 여동생 지니에게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이들은 해변에서 로맨틱한 키스 장면도 연출한다. 마침내 지니는 해리의 청혼을 수락한다. 그동안 해리와 론 중 누구와 사랑에 빠지느냐로 주목받은 헤르미온느는 650쪽에서 론과 결혼식을 올린다. 이모부 버논과 페튜니아는 ‘서리가에서의 미스터리한 죽음’이라는 장에서 부엌에서 기묘한 죽음을 맞는다. 유출본 추정 파일이 오른 게시판에는“그럴 듯한 팬픽(원작을 모태로 팬들이 재창작한 작품)이 탄생할 것일 뿐”이라는 댓글부터 진짜 결말이라고 옹호하는 네티즌들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레인코스트 북스 마케팅팀 제이미 브로드허스트 팀장은 “어떤 소문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초미의 관심사인 누가 죽느냐는 유출본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원작자 조앤 K 롤링은 주인공 가운데 두명의 캐릭터가 죽게 된다고 공언했었다. 전 세계적으로 200만명이 예약 주문을 한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도들’의 결말은 저자 롤링과 편집자 등 극소수만 공유한 채 1000만파운드(약 190억원)를 들여 21일 자정까지 철통 보안을 지킨다는 계획이다. 안동환 이재연기자 sunstory@seoul.co.kr
  • [씨줄날줄] 신정아 페르소나/진경호 논설위원

    페르소나(persona). 타인에게 비쳐지는 나를 뜻한다. 사회적 가면인 셈이다.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이를 ‘공적(公的) 성격’이라고 했다. 자상한 아버지와 까다로운 직장상사, 의리에 살고 죽는 학교 선배가 모두 내 자신이듯 인간은 누구나 수많은 페르소나를 지닌 채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철학, 심리학, 연극 등 학문과 예술의 주된 주제였던 페르소나는 근래 마케팅에서 적극 활용된다. 소비자에게 제품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제품 이상의 가치를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로 하여금 침대를 과학이라고 박박 우기도록 만든 것도 바로 한 가구회사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다. 한때 코카콜라가 펩시 흉내를 내 단 맛의 ‘뉴코크’를 내놨다가 매출 급감과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로 곤욕을 치른 것은 미국 문화의 상징으로 각인된 자신들의 페르소나를 깜빡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광고회사 투디멘션스의 창업자 데릭리 암스트롱은 이 페르소나의 가치를 극단적으로 말했다.“실제 성공보다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게 더 값진 성공이다.” 신정아씨의 ‘가짜인생’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캔자스대 학사도,MBA석사도, 예일대 박사도 모두 가짜로 드러났고, 신씨는 동국대 교수직과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자리에서 쫓겨났다. 신데렐라라는 말 그대로 재를 뒤집어쓴 꼴이 됐다. 외제승용차를 모는 예일대 박사에서부터 뛰어난 기획력의 큐레이터, 그리고 지금 불리는 위조의 달인,‘여자 황우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그녀의 페르소나는 천의 얼굴만큼이나 다양하다. 파문이 일면서 미술계의 허술한 검증시스템과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풍토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반면 실력을 학력으로 재단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그녀가 이 사회의 모순을 온몸으로 드러낸 ‘행위예술가’라는 옹호론마저 있다. 지난 10년간 위조서류와 거짓말, 갖은 인맥을 바탕으로 한때나마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성공’을 거둔 그녀의 궤적을 누군가 한번 꼼꼼하게 반추했으면 싶다. 똑똑하고 잘난(척 하는) 페르소나로 가득한 우리 사회의 우스꽝스러운 본모습이 어쩌면 거기에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범여주자들, 영남서 ‘李·朴때리기’

    호남 민심 잡기에 앞다퉈 공을 들이던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영남 땅을 밟고 있다. 범여권 표심의 지렛대는 호남이지만, 인구가 많은 영남의 친여(親與) 표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 주자들의 경쟁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국민경선이 치러질 경우 선거인단이 인구 비례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제주에 이은 두 번째 경선 지역 울산에서 1위를 거머쥔 기세로 노풍(盧風)을 일으킨 전례가 있다. 현재 범여권에 영남 출신 유력 주자가 없는 현실도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지난 12일 대구에 이어 13일에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경선 후보 고향인 포항을 찾았다. 그는 전날 대구에서 이 후보의 대운하를 공격한 데 이어 한나라당 검증 공방 과정에서 이 후보의 태도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유출과정 쪽으로 관심을 돌린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정정당당하게 하는 게 좋겠다.”고 꼬집었다. 또 이 전 시장의 경부운하 공약을 ‘낡은 것’으로 부각시키려는 듯 ‘첨단’의 상징 포항공대 나노기술집적센터(NCNT)를 방문해 “연구개발(R&D)예산을 배로 늘려 5년 간 10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영남권 친노(親盧)표심 흡수를 노리는 이해찬 전 총리도 이날 울산을 방문, 이 후보의 도덕성을 맹공했다. 그는 “자기의 공적 권한(서울시장)으로 사익을 추구하고 공직자 윤리를 무너뜨린 이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면서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시 자기 땅이 있는 서초동 일대 고도제한을 해제한 것은 대선을 떠나 청문회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한명숙 전 총리도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후보의 집안은 부동산 투기 일가”라며 “형, 동생, 처남이 투기하는데 국민에게 투기하지 말라 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서도 “엄정한 법 집행을 말하면서 왜 장물인 정수장학회는 안 돌려주느냐.”고 비난했다. 천정배 의원도 출마 선언 후 첫 지방투어로 대구를 방문했다. 그는 이 후보측의 고소 취하에 대해 “뭐가 그리 구린 곳이 있어 진실을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 검찰이라는 국가기관을 한 개인의 변덕 내지는 사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후보는) 집권하면 사익을 위해 국가권력을 악용할 사람이어서 절대 정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이기도 한 신기남 의원은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정원 X파일’ 논란과 관련,“한나라당 후보들이 이전투구를 하면서 그 화살을 국정원으로 돌렸는데, 정말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전혀 근거가 없다.”고 국정원을 옹호했다. 이처럼 영남 표심 경쟁이 가열되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다음주 중 영남 방문 계획을 급하게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동영상] 가수 이안, TV토론 실언에 네티즌 “버럭!”

    [동영상] 가수 이안, TV토론 실언에 네티즌 “버럭!”

    가수 이안이 12일 밤 방송된 EBS ‘토론카페’(진행 김주환·연출 엄한숙)에서 전원책 변호사와의 논쟁 중의 말 실수로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알파걸, 남성을 넘어서는 여성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 도중 “여자들은 6시가 땡치면 칼퇴근 한다는 발언”에 “꼭 남아서 일을 해야하나요?”라고 말하며 전원책 변호사에게 개인 가족 구성을 물었다. 이에 전원책 변호사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아직 자식이 없다.”라고 밝히자 손바닥을 치며 “진짜요? 그러니까 그러시는 구나.”라고 다소 비아냥대는 듯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전 변호사는 “정말 옳지 못한 토론 태도”라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같은 방송내용을 지켜본 네티즌들은 EBS시청자 게시판에 가수 이안과 프로그램을 비난하고 나섰다. 아이디 ‘mytearz’는 “토론 중 여러 문제점이 많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안이라는 출연자”라고 밝혔으며 offspring21는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들 나와서 잡담하는 토크쇼냐?”고 비난했다. 또 mooning7는 “패널들끼리 인신공격하는데 아무 제재도 못한 사회자를 교체하라.”고 적었으며 marima86는 “프로그램 당장 폐쇄하고 전 변호사님한테 공개사과 하라.”고 밝혔다. 그러나 cjttmxk는 “이안을 옹호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으나 자기 주장만 하는 전 변호사의 태도도 좋지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전 변호사는 “이안씨가 순간적인 실언을 한것 뿐 이런 일로 가수가 매장 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나우뉴스팀@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병자호란 다시 읽기] (27) 이괄의 난이 일어나다Ⅰ

    [병자호란 다시 읽기] (27) 이괄의 난이 일어나다Ⅰ

    반정 직후 인조정권이 명에 대해 충성을 다짐했던 것과 맞물려 후금에 대한 적개심도 높아져 갔다. 인조와 신료들은 후금과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을 가상하고 작전과 승패 향방을 자주 논의하곤 했다. 하지만 후금과의 군사적 대결을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여의치 않았다. 우선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급했던 것은 정권 교체 이후 극히 불안해진 민심을 수습하는 문제였다. ●불안한 민심 예나 지금이나 정권이 바뀌면 여러 가지 후유증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더욱이 반정처럼 정상적인 정권교체가 아니라 무력을 동원한 쿠데타일 경우, 그 후유증은 결코 만만할 수 없었다. 인조정권은 대북파(大北派)를 비롯한 북인들에 대해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했다. 반정군은 창덕궁으로 진입했던 직후부터 ‘살생부’에 올라 있던 인물들을 줄줄이 처형했다. 입궐하라는 명패(命牌)를 받고 가장 먼저 달려 왔던 병조참판 박정길(朴鼎吉)이 최초로 참수되었다. 이윽고 광해군 정권의 핵심이었던 이이첨과 정인홍을 비롯한 32명의 관인들이 복주(伏誅)되었다. 죽음을 겨우 면한 인사들도 대부분 멀리 유배되거나 조정으로부터 쫓겨났다. 복주된 자들의 ‘적산(賊産)’은 몰수되었다. 북인들은 이제 정치적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북인 정권’이 몰락하면서 도성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죽음을 당하거나 관직을 잃은 자들뿐 아니라 하루아침에 실직하게 된 모리배들도 적지 않았다. 자연히 불평과 원망이 높아갔다. 살벌하고 뒤숭숭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날뛰는 자들이 출현했다. 무뢰배들 가운데 ‘인조 호위’를 핑계로 몰려 다니면서 재물 약탈에 재미를 붙이는 자들이 횡행했다. 유생들 가운데는 반정공신들의 종사관(從事官)이란 직함을 갖고 설치는 자들이 있었다. 바뀐 현실 속에서 상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반정공신들은 민심 수습을 꾀하는 한편 인조에 대한 호위를 강화했다. 특히 이귀의 노심초사가 컸다. 그는 무엇보다 ‘반혁명(反革命)’이 일어나지나 않을까 우려했다. 그는 종실(宗室)들의 동향을 주시했다. 인조에게 흥안군(興安君)을 잘 감시하라고 강조하고, 능원군(綾原君)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고 보고했다. 흥안군은 인조의 숙부이고, 능원군은 동생이었다.1623년 7월29일, 우려했던 ‘반혁명’의 움직임이 현실로 나타났다. 전 현령 유응형(柳應泂)이 역모가 일어났다고 고변(告變)했다. 관련자의 진술 가운데 ‘지금 반정한 사람들은 천명(天命)이 돌아간 사람을 왕으로 세워야 했다. 그런데 금상(今上)이 스스로 왕이 된 것은 옳지 않으며, 조정의 사대부들이 하는 행위도 지난날과 다름이 없다. 우리들이 다시 거사하려 하는데, 성공하지 못해도 사육신(死六臣)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란 내용이 나왔다. 인조가 왕위에 오른 것을 비판하고 그것을 되돌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8월25일에도,10월1일에도 고변이 터졌다.10월1일의 공초에서는 ‘지금 하는 짓은 광해군 때보다 더 심하고, 인사가 불공평하고 부역이 무거워 원망이 자자하다.’라는 진술이 나왔다. ●‘정권 안보’를 위한 노심초사 불과 석 달 사이에 세 번이나 고변이 발생하자 인조와 반정공신들은 경악했다.‘정권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쿠데타로 집권한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또 다른 쿠데타가 일어나는 것이다. 인조와 반정공신들은 기찰(譏察)을 강화했다. 기찰이란 ‘반혁명 세력’을 색출하려는 목적으로 감시와 사찰을 벌이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사람들은 ‘사찰 리스트’에 올랐다. 광해군때 벼슬에 있었다가 쫓겨난 인물들이 일차적인 대상이었다. 반정에 동조했던 남인(南人)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찰의 방식이 문제였다. 반정공신들은, 의심되는 인물에게 자기 휘하나 심복을 접근시켰다. 심복들은 ‘사찰 대상자’에게 반정 이후의 변화된 상황에 대해 불평을 늘어 놓거나 스스로 ‘역모를 꾀하고 있다.’고 먼저 고백한다.‘미끼’를 던지는 것이다. 대상자가 동조하거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그를 잡아다가 족치는 방식이었다. 한마디로 공작정치의 냄새가 짙었다. 기찰이 남긴 후유증은 컸다. 불신 풍조가 심해졌다. 병력을 거느리고 있는 무장들은 ‘감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몸을 사렸다. 훈련을 목적으로 병력을 이동시키려 해도 반정공신들이 보낸 밀정들의 감시를 의식해야만 했다. 자연히 군사 훈련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반정공신들은 휘하에 사병(私兵)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들은 반정이 성공한 뒤에도 사병을 해산시키지 않았다. 민심이 불안하기 때문에 인조에 대한 호위(護衛)를 강화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런데 사병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하는 군관(軍官)들의 폐해가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사실상 반정공신들의 개인적인 집사(執事)나 마찬가지였다. 호위를 명분으로, 반정공신들의 위세를 빌려 백성들에 대한 침학을 자행하기도 했다. 그런 그들에게 지급하는 급료는 국고에서 충당되고 있었다. 남인들은, 횡행하는 기찰과 군관들의 폐해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당장 기찰을 중지하고, 군관들을 해산시키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반정공신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반발하는 신료들에게 ‘반혁명 분자’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어렵게 잡은 정권이 또 다른 쿠데타에 의해 붕괴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괄이란 인물 잘 알려진 것처럼 인조정권은 1624년 이괄의 반란 때문에 전복될 뻔했다. 겨우 진압되긴 했지만 이괄의 반란군은 서울을 점령했고, 인조는 공주(公州)까지 쫓겨가는 수모를 겪었다. 반정에 참가하여 광해군 정권을 뒤엎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던 ‘공신’ 이괄이 ‘반란군의 수괴(首魁)’로 변신하게 되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반정을 성공시키던 당일뿐 아니라 성공했던 직후, 이괄은 인조에게 가장 믿음직한 무장이었다. 이괄 또한 인조에게 후금군을 방어하는 대책을 아뢰고,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정권 보위에 나섰다. 인조는 이괄을 서북 변방으로 보내 후금 방어를 맡기려 했다. 그러자 이귀가 반대했다. 그는 ‘이괄을 서울에 남겨 의지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괄에게 호위를 맡기자는 것이었다. 이괄은 1623년 5월, 좌포도대장(左捕盜大將)에 임명되었다. 포도대장 이괄은 5월27일, 군관들을 이끌고 전 부사(府使) 박진장(朴晋章)의 집에 난입했다. 박진장을 ‘반혁명 분자’로 의심하여 기찰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괄의 군관들은 박진장을 끌고 나오면서 그의 노모까지 구타하는가 하면 집을 부수고 재물을 탈취했다. 적어도 1623년 5월까지 이괄은 인조 정권을 지키기 위한 선봉대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변방의 정세가 수상해지자 인조는 8월16일, 이괄을 부원수(副元帥)로 임명하여 서변(西邊)으로 내려가게 했다. 인조가 송별을 위해 그를 접견했을 때, 이괄의 태도는 태연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인조에게 ‘신의 재주가 없는 것을 아시면서 변방의 중임을 맡기시니 은혜를 갚으려고 할 따름’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적이 쳐들어 올 경우 목숨을 바쳐 싸우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그의 휘하에는 1만 5000의 병력이 주어졌다. 녹훈(錄勳)이 문제였다. 이괄이 임지로 떠난 지 세 달 여가 지난 윤 10월18일, 인조는 김류와 이귀를 불러 반정공신들에 대한 논공행상을 논의했다. 정사공신(靖社功臣) 53명을 선정했다. 1등 공신이 10명,2등이 15명,3등이 28명이었다. 김류와 이귀 등은 1등공신이 되고, 이괄은 2등공신 가운데 첫머리에 놓여졌다. 임지에서 소식을 접한 이괄은 불만스러웠다. 더욱이 서울에서는 ‘이괄의 아들이 반란을 꾀했다.’는 소문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자신을 옹호했던 이귀가 ‘이괄을 속히 잡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는 소식도 날아들었다. 이윽고 1624년 1월17일, 이괄은 자신을 체포하기 위해 들이닥친 금부도사 일행을 살해하고 병력을 일으켰다. 인조정권이 그토록 무서워했던 ‘또 다른 쿠데타’가 일어났던 것이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씨줄날줄] 뉴스 이데올로기/함혜리 논설위원

    라디오와 텔레비전 등 전파 미디어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인류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어 위성 방송과 케이블 등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뉴미디어는 국경과 인종을 뛰어넘어 ‘세계는 하나’라는 지구촌의 이데올로기를 확산시켰다. 그 선봉에 선 것이 미국의 뉴스전문채널 CNN이다. CNN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91년 걸프전쟁 때 현지상황을 생생하게 전세계에 방송하면서부터이다.CNN인터내셔널은 유럽, 중동,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태평양 등 6개 지역에 지부를 두고 있는 24시간 세계뉴스 방송망이다. 세계 212개국에서 2억가구가 CNN을 시청하고 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운영하는 뉴스전문채널 BBC월드도 CNN에 못지않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200여국가에서 2억 8000만가구가 시청하고 있다. 지구촌의 수억 인구가 미국과 영국의 시각에서 선별되고, 강조되고, 배제된 뉴스들을 시청하고 있는 셈이다.CNN과 BBC가 전세계의 뉴스 이데올로기를 장악했다는 표현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자유시장 옹호자들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앵글로-색슨적인 시각에서 제작된 뉴스가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것에 대해 ‘글로벌 미디어 제국주의’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뉴스전달 기술이 발달하고, 다양한 뉴스원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각국에서 자국과 지역의 시각을 반영한 뉴스전문채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카타르의 알자지라, 중국의 CCTV-9, 러시아투데이에 이어 프랑스에서는 미국 CNN과 영국 BBC에 맞서 프랑스적 가치관을 전파하려는 뉴스전문 방송 프랑스24가 지난 연말 출범했다. 이란에서는 서방언론의 지배체제에 제동을 걸기 위한 24시간 영어뉴스채널이 지난 2일 공식 출범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영방송도 이달 20일 아프리카 대륙 전역을 대상으로 영어위성채널을 개국할 예정이다.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닫힌 세계를 깨어나게 했다. 다양한 뉴스 전문채널의 등장은 이 세상에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서울광장] 손학규의 고해를 듣고 싶다/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손학규의 고해를 듣고 싶다/이목희 논설위원

    김민환 교수는 요즘 고려대 교수의회 의장을 맡아 심심찮게 언론을 탄다. 교육부와의 내신갈등 과정에서 보수파인 듯 비치지만 소싯적에 운동권 핵심에 이름을 올렸던 이다. 김 교수가 얼마전 서울신문 칼럼을 통해 깜짝 고백을 했다.1970년대 초 군 보안기구에 끌려가 매질과 회유를 당했다. 견디다 못해 불러주는 대로 몇 명을 적었는데 첫번째가 김근태였다. 며칠 뒤 김근태가 그곳에 끌려가 많이 두들겨 맞았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운동권에는 나름의 등급이 있다.“잡혀갔을 때 동료를 얼마나 보호했느냐.”가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다. 김근태 의원은 심한 고문에도 동료를 배반하지 않은 ‘전설의 운동권 투사’로 평가받는다. 김 의원에 버금가는 운동권 경력을 가진 손학규 전 경기지사. 그가 비슷한 처지에서 어땠는지, 전하는 사람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범여권내 손 전 지사 견제세력과 재야 일각에서는 5·18,6·10 당시를 거론한다. 이들은 “민주화 동지들이 고통 속에 있을 때마다 영국 유학을 떠난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던진다. 필자 개인이 듣고 싶은 ‘손학규의 고해’는 민자당 입당과 민자당의 후신인 한나라당 탈당에 대한 변이다. 서강대 교수로 정치입문 직전의 손학규씨를 기자 몇 명과 함께 만났었다.“운동권 출신으로 왜 민자당에 가느냐.”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이 없었다고 기억한다. 탈당과 관련해서는 공·사석에서 “나는 그런 정치 안해.”라는 손 전 지사의 외침이 지금까지 생생하다. 때문에 “손 전지사가 쉽게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변에 얘기했는데, 돌이켜 생각하면 망신(?)스럽다. 곁에서 본 손 전 지사는 과거가 비교적 깨끗하고, 성품이 원만하고, 나름대로 추진력이 있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큰 정치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이종찬·이인제씨가 걸어간 굴곡의 이력이 겹치면서 현실정치의 냉혹함을 잠시 잊은 것은 필자의 불찰이었다. 이제 손 전 지사는 외길 수순으로 들어섰다. 범여권의 적자(嫡子) 자리를 어떡하든 따내야 한다. 방법은 두가지. 스스로 지지율을 올려 지리멸렬한 범여권을 꿰차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치구도에 의존하는 방안이다. 손 전 지사는 포트폴리오에 들어갔다. 이미지 제고를 위해 2차 민심대장정에 나섰다. 햇볕정책을 옹호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환심을 사고, 또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하지 않는 것은 호남과 진보 표심 변화를 겨냥한 투자다. 이중 중도통합, 서민탐방을 내세워 자력으로 지지율을 올리려는 투자는 실패한 경험이 있다. 기대할 만한 투자는 범여권의 자식으로 빨리 인정받는 쪽이다. 그런데 입적 방법이 또 논란거리다.“DJ는 손 전 지사가 괜찮다는 분위기다. 문제는 노 대통령인데, 한나라당 후보 결정 후 손 전 지사를 비토 않도록 압박을 가하면 돌아설 것”이라고 장담하는 대통합론자들이 있다. 이런 말만 믿고 DJ와 노 대통령 사이에서 눈치나 보며 낙점을 기다릴 건가. 얼굴에 탄가루 묻히는, 소극적 이벤트로는 범여권내 어정쩡한 위상이 바뀌지 않는다. 그에게 시급한 것은 화끈한 고해와 변신이다. 민자당 입당, 한나라당 탈당 모두 잘못한 일이다. 한번 더 변신하는 것을 진솔하게 사과하고 범여권 주자로서 정체성, 참여정부와의 관계를 확실히 해야 한다. 그런 뒤 범여권 유권자가 변신을 수용할지 기다리는 게 그래도 낫다고 본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20&30] 해외봉사활동 붐

    [20&30] 해외봉사활동 붐

    ‘오늘도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중에서)’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어려운 지구촌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방학을 맞은 대학생과 휴가를 낸 젊은 직장인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흐름은 비정부기구(NGO), 유엔 등 국제기구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봉사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이력서’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해외 봉사활동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20&30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봉사 활동도 ‘해외로 해외로’ 봉사 시민단체인 지구촌나눔운동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는 권유선(23·여)씨는 2004년 여름 몽골에서 2주 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장래 진로를 국제개발 비정부기구(NGO) 활동으로 정했다. 지난해에는 3월부터 8월까지 인도 콜카타 인근 무슬림마을에서 장기봉사활동을 했다. “‘시스(Shis)’라는 인도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봉사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시스는 영화 ‘시티 오브 조이’ 원작자인 도미니크 라티에르가 후원하는 단체로 유명하죠. 그 단체는 결핵병원, 소액금융, 빈곤층 교육활동, 농아학교 등 빈곤퇴치 사업을 많이 해요. 저는 빈곤층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사로 일했어요. 결핵병원에서 조수 노릇도 했고요.6개월 봉사활동 하고 나서는 6개월 동안 네팔 등지를 여행했습니다.” 권씨는 해외 봉사활동과 여행을 마치고 대학에 돌아와서 대학가에 새롭게 퍼지는 경향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해외봉사활동과 국제 NGO, 유엔 등 국제기구 활동을 준비하는 사람이 적지 않게 늘었다는 것.“제가 1학년 때인 2003년에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최근에는 붐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죠.” 한국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는 추세는 하루아침에 생긴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외국계 기업이나 국제 기구를 지망하는 것을 넘어 국제 NGO에서 일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해외 봉사활동에 참여하려는 젊은이들도 급격히 늘었다. ●각종 프로그램들 생겨나 2005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을 쓴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2006년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반기문 전 외교부 장관 등은 젊은이들의 눈을 세계로 쏠리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자연스레 국제기구와 국제 NGO의 준비단계인 해외 봉사활동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 국제기구나 국제 NGO를 지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다는 다음카페 ‘유엔과 국제기구’와 ‘미래를 여는 지혜’는 회원수만 3만명과 9만명에 육박한다.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국제기아대책기구, 지구촌나눔운동 등 관련 단체들이 운영하는 해외봉사 프로그램도 젊은이들이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세계청년봉사단(KOPION)에서 일하는 오진향씨는 경험으로 치면 권씨의 선배 격이다. 그는 권씨보다 반년 먼저 같은 곳에서 봉사활동을 했다.2005년 8월부터 2006년 5월까지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오씨는 지난해 6월부터는 아예 세계청년봉사단에서 정식으로 일하고 있다. “그 전에는 이런 쪽 활동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4학년 때 유엔 새천년개발목표에 대해 공부하는 연합동아리에 참여한 게 계기였죠. 그 동아리에서 해외장기봉사활동을 해 본 선배를 통해 저도 하게 된 셈이죠. 솔직히 그 전에는 시민단체를 곱지 않게 봤어요. 하지만 인도에서 시민단체를 다시 생각하게 됐지요.” 이런 추세를 감안해 대학가에는 해외봉사활동 강의까지 개설돼 있다. 서울대는 ‘사회봉사3’을 개설해 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탄자니아(15명)나 몽골(19명) 등에서 보름가량 봉사활동을 해야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우리도 지도 밖으로 행군한다” 해외 봉사활동을 넘어 직접 세계 각지를 찾아다니는 젊은이들도 있다. 대학 3학년인 윤여정(22·여)씨는 9월쯤 친구 2명과 함께 외국에 나갈 계획이다. 단순한 배낭 여행이나 해외 관광이 아니다. 세계 각지의 빈곤 현황을 몸소 경험하고 빈곤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목적이다. “대학생들이 중심이 돼 만든 ‘지구촌대학생연합회’라는 개발 NGO에서 활동하면서 지구촌빈곤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공부도 많이 했고 올해에는 회장으로 선출됐어요. 책이나 영상물로만 접하는 게 아니라 직접 현장을 경험하고 싶어졌어요. 빈곤 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현지 젊은이들과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싶었고요.” 이들은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러 단체와 언론사, 여행사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다행히 한 경제신문에서 아시아지역 여행은 후원을 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윤씨는 “12월까지 아시아 각지를 여행한 다음에는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도 가려고 한다.”면서 “여행을 모두 마치는 데 1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해외봉사활동의 ‘그림자’ “해외 봉사를 하면서 이기주의적인 생각을 가진 참가자들을 보면 무척 안타깝습니다. 말로는 도와준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경험을 쌓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정작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삶’인데도 말이죠.” 김경연 월드비전 옹호사업팀 과장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급속히 붐을 이루는 해외봉사활동에 대해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인성교육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봉사교육을 얘기하곤 하는데 ‘시혜’를 베푼다는 우월감에 사로잡혀 봉사 ‘투어’를 갔다 오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폐만 끼치는 경우 적지 않아 그가 지적하는 해외봉사활동의 ‘그림자’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이런 문제점은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해 본 이들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윤여정 지구촌대학생연합회 회장은 “우리도 해외현장활동 갔다 오면 현지 사람들에게 폐만 끼친 건 아닌가 하는 토론을 벌인다.”고 털어놨다. 그는 “유학을 준비하거나 이력서를 채우기 위해 해외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2주 일정에 150만원가량 드는데 차라리 그 돈을 현지 주민들에게 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도움도 못되고 민폐만 끼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우려한다. 김 과장은 “해외봉사활동은 잘만 하면 나눔과 성찰을 이룰 수 있지만 잘못하면 ‘쇼’가 돼 버린다.”고 경고한다. “대부분의 해외 봉사활동 참가자들이 저개발국가에 가서 어떤 봉사를 할 수 있을까요. 결국 단순노력봉사밖에 없습니다. 그걸 위해 현지인들의 생활리듬을 임의대로 바꿔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봉사를 위한 봉사’를 하며 민폐만 끼치게 되는 거죠.” 윤 회장은 “해외봉사활동 가보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몇 가지 없었다.”면서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 사후 프로그램이 부족해 지속성도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사후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해외봉사활동과 함께 국제기구나 국제개발 NGO를 지향하는 젊은이들도 늘어나는 게 요즘 추세다. 하지만 정작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조심스럽다. ●“어려운 지구촌 이웃을 위한 봉사돼야” 한재광 지구촌나눔운동 사업부장은 “최근 국제문제에 관심을 갖는 젊은 친구들이 늘어난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도 “전문가로 대접받고 명성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꼬집는다. 그는 “국제기구활동을 유엔본부활동으로만 생각하는 이들은 안정된 생활과 화려한 외양, 자부심만 좇는 것”이라면서 “각종 고시나 공무원시험 준비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이들을 도우면서 함께하겠다는 것보다는 ‘성공한 직업인’으로 인정받으려고 국제기구나 국제개발NGO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시민단체 인턴이나 자원봉사도 이력서에 한 줄 쓰기 위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요. 시민단체 입장에선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뜨내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런 경우를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징검다리’라고 부릅니다.” 한 부장은 “‘거품’은 곧 꺼질 것”이라면서 “그래도 차근차근 배우려는 건강한 젊은이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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