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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4 전통문화축제 7일 화려한 팡파르/내고장 향토문화제 꽃피운다

    ◎진해군항제 시작으로 11월까지 전국 7곳서/정인원 3천명 참가… 전토예술 세계화 역점/의상·소도구등 2만점 동원… 예산 총4억원 투입/서울신문사·금성 공동주최 「94 향토문화축제 지원사업」의 첫번째 결실인 「충무공 승전행차행렬」이 오는 7일 군항제가 열리는 경남 진해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올해로 5회를 맞는 「향토문화축제 지원사업」은 서울신문사와 금성사가 우리의 전통축제를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키고 지역문화를 육성하기 위해 지난 90년부터 시작한 것.KBS의 후원아래 회를 거듭할수록 지역민의 폭넓은 호응을 얻고있는 이 축제는 이제는 전국 각 지역 향토문화제의 대표적 행사로 뿌리를 내렸다.올해는 특히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지역축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방침으로,행사진행도 단순행차행렬 일변도에서 벗어나 가·무·낙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지는 역동적인 무대를 꾸미는데 역점을 둘 예정이어서 한층 관심을 모은다. ○「축제예술」이 진행 올해는 전국의 대표적인 향토문화제 기간중 각 지역의 특색과 전통이 담긴 일곱차례의 축제행사를 펼친다.이벤트전문기획사인 「축제예술」(대표 허규)이 연출·진행을 맡은 이번 행사에는 4억여원이 투입됐으며 출연할 총인원은 3천여명,의상·소도구·장비등 예상 소요물품도 2만점에 이르는 등 완벽을 기해 어느해보다 알찬 축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주최측은 전통축제행렬을 해당지역의 역사적·문화적 특성을 살린 축제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현지의 민속놀이및 민요와의 연관성을 고려,내용을 재구성했다.또 각 지역의 문화예술인·향토사가등 지역문화 담당자들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축제의 완성도를 높인 것도 올해의 특징.이밖에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향토문화제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지역유지등 현지주민과 관계저명인사등을 중심인물로 출연케 할 예정이다. 전국을 신명난 축제의 마당으로 만들게 될 이번 행사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본다. ▷진해 군항제◁ 충무공의 기개가 어린 충절의 고장 진해에서 벚꽃 만발한 가운데 펼쳐질 군항제가 7일 우렁찬 팡파르를 울린다. 올해로 32회를 맞는 군항제는 이충무공호국정신선양회가 주최하는 종합향토예술제.「충무공승전행차」는 경축식이 열리는 진해 공설운동장에서 필승로∼충무공시비∼진해역을 거쳐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2·5㎞구간에서 펼쳐진다. 경축식은 충무공의 안골포해전 승리를 알리는 파발마가 폭죽과 연막탄이 터지는 가운데 식장으로 달려 들어오며 시작된다.이어 충무공이 취타대의 주악속에 입장하면 최초의 승리를 알리는 장계가 낭송되고 승전무와 검무·사물놀이등 축하공연이 펼쳐진다.경축식이 끝나면 사물놀이패와 충무공의 영정을 앞세운 승전행차행렬이 출발한다.행렬에는 거북선과 판옥선이 등장해 충무공의 기개를 드높인다.또 시내중심가에서는 축포속에 판굿을 벌이는등 풍성한 볼거리를 마련,주민과 관광객들의 적극적인 참여하에 축제분위기의 절정을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진도 영등제◁ 전남 진도군 회동마을 신비의 바닷길 현장에서 「영등살놀이」가 다채롭게 펼쳐진다.25·26일 이틀간 진행될 이번 공연은 전남 진도지방에 전해내려오는 「영등살」에 얽힌 설화와 이 지방의 민속예술을 축제극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25일 영등제의 시작을 알리는 고유제에 이어 흥겨운 신뱃노래 연주속에 서울가무악예술단의 신장기춤이 펼쳐진다.본행사날인 26일에는 길놀이와 씻김굿을 통해 「영등살」설화의 주인공인 「뽕할머니」를 모셔오고 진도의 풍속에 따라 재액을 쫓고 바다의 수호신을 맞아들이는 무속의식도 선보인다.한편 영등살은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마을 사이 2.8㎞에 이르는 바다가 매년 음력 3월초 간만의 차로 바닷길을 이루는 현상으로 외국에는 한국판 「모세의 기적」으로 잘 알려져있다. ▷남원 춘향제◁ ○국악의 문화상품화 판소리의 고향인 남원고을에서 열리는 춘향제는 정절의 상징인 춘향의 얼을 부각시키고 한국여인의 아름다움을 드날리기 위해 춘향문화선양회가 마련한 향토축제.64회의 연륜을 자랑하는 행사답게 실속있는 내용으로 꾸며진다.5월18일 광한루 특설무대에서 펼쳐질 「춘향전」(이몽룡 타령)은 올해가 국악의 해인 만큼 「국악의 문화상품화」에 무게중심을 둔 것이 특징.이에 따라 단순한 행렬위주의행사 대신 인간문화재 박동진·오정숙·은희진·박후성씨등 국내 정상급 명창들이 대거 참여,지금은 사라진 협율사창극을 재현해내는 이색무대로 꾸민다.이번에 선보일 춘향전은 구한말 전문창극단체인 협률사에서 공연되었던 창극을 오늘에 다시 본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부여 백제문화제◁ 올해로 40회를 맞는 백제문화제가 오는 10월2일 백제의 고도인 부여 구드레공원에서 열린다.「백제의 영광」을 내세운 이번 행사에는 중요 무형문화재 제58호인 줄타기와 경서도 소리를 위주로 꾸민다.축제의 압권은 환상적인 울림이 돋보이는 가무악 「다스림」공연.특히 이 춤무대는 백제선현의 원혼을 달래고 인간의 화합과 전진을 다짐하는 내용의 검무가 물결처럼 이어지는 장관을 연출해낼 예정이어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경주 신라문화제◁ 오는 10월9일로 예정된 신라문화제는 신라문화선양회가 찬란했던 신라의 문화를 보전·계승하기 위해 주관하는 향토축제.국악대제전·미술대전·궁도대회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이번 문화제에서도 「태종무열왕 행차행렬」을 재현한다.삼국통일의 기틀을 다진 태종무열왕을 중심으로 김유신장군과 화랑의 행렬을 편성,민족의 숙원인 통일의 사명감을 고취시킨다는 방침.태종무열왕을 앞세운 행렬은 취타대·농악대등을 포함,4백여명으로 편성할 예정이다. ▷충주 우륵문화제◁ ○충효사상 재조명 신라의 악사 우륵을 기리는 우륵문화제는 올해 24회로 오는 10월12일 충주 공설운동장과 시내일원에서 열릴예정이다.이번에 마련된 「임경업장군 출진행렬」은 금나라와 싸우기 위해 전장에 나서는 임경업 장군의 장렬한 모습을 행렬로 재현한 것.안으로는 이괄의 난을 평정하고 밖으로는 왜적을 물리치려던 장군의 기개와 국난극복 의지·충효사상을 재조명한다는 것이 기획의도다.장군을 모시는 청신과정을 통해 장군의 혼을 받드는 제의식이 서두를 장식한다.이어 태껸시연등으로 흥을 돋우며 취타·화관무등 군사들의 사기를 돋우는 위안잔치가 벌어진다.행렬은 공설운동장에서 시작,시청∼제1·2로터리를 거쳐 중앙공원에 이르는 3㎞구간에서 펼쳐진다. ▷진주 개천예술제◁개천예술제는 경상남도가 해마다 거도적으로 벌이는 종합예술제이다.오는 11월4일 선보일 「김시민 목사행렬」은 진주성을 죽음으로 지킨 선현들의 숭고한 호국정신을 기리고 진주의 역사적 이미지를 고양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김시민 목사를 중심으로 민·관·군이 한덩어리가 되어 왜적을 물리친 사실을 행렬화한다.특히 이번 행렬은 진주 검무 및 진주 오광대·쾌지나칭칭나네 민요와 민속연희등 특징적인 군무의장형식을 도입해 「고수사전지계」의 투철한 정신을 살린 것이 특징. 전도와 취타대·대고·목사 및 군사·의병·민속연희단의 순으로 진행되며 모두 4백여명이 호흡을 맞춘다.
  • 일인소설 「생의 남은날들」 영서 인기

    ◎런던서 성장한 작가 가쓰오의 3번째 작품/영귀족집안의 하인소재로… 부커상 받아 일본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성장한 작가 이시구로 가쓰오(39)의 영어소설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하루키 무라카미등 서구에서의 오랜생활로 영어를 세련되게 구사하는 일본인작가의 맥을 잇는 셈이다. 무라카미가 일본인으로서 민족적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기 보다 정서와 문체,주제등에서 서구지향적인 면이 두드러지는데 반해 이시구로는 영국과 일본에 대한 그의 기억을 촘촘히 이어 국경을 넘나드는 소설을 완성시키고 있다. 지난해 영국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가 제작해 각종 세계영화제에 출품한 영화 「생의 남은 날들」은 바로 그의 세번째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영국 귀족집안의 불독처럼 충실한 하인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은 지난 89년 영국의 권위있는 부커(Booker)상을 수상했으며 오랫동안 베스트 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소설에 대해 『인물의 정신적인 면이 전형적인일본소설과 흡사하다』고 말한바 있다. 가쓰오는 25세 되던 해 「고원의 전망」으로 문단에 등장했다.이 책은 발간되자마자 13개국 언어로 번역될만큼 화제를 모았으며 두번째 소설 「부동하는 세계의 예술가」는 매년 우수한 책에 수여되는 올해의 책 소설부문에 선정됐다. 그의 소설가로서 10여년의 경력을 보면 많은 작품을 쓰지는 않았지만 일단 책이 발간되면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음을 알 수 있다. 평론가들로부터 진지한 소설이 갖출수 있는 모든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는 그의 소설은 일견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오를 요소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찾을 수가 없으며 흥미진진한 드라마적 성격도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의 모든 소설은 아주 낯선 세계(마치 차를 타고가다 전혀 엉뚱한 곳에서 내린 것처럼)에서 당황해하는 1인칭 화자의 독백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영국 런던에서 스코틀랜드 부인과 살고 있는 이시구로는 어린시절 일본 남쪽 나가사키의 나무와 다타미로 만들어진 전통 일본식 집에서 살았던 경험을 마음깊이 담고 있다. 그는 사무라이 칼앞에 무릎꿇고 앉아 있었던 당시를 떠올리며 『지금 생각하면 매우 낯선 풍경이지만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60년대 해양학자인 그의 아버지가 연구활동을 위해 영국으로 건너왔을 때 5살난 그는 새로운 삶으로 뛰어들게 됐다. 성장하면서 집안에서는 일본을,밖에서는 영국을 경험하며 자란 그는 자연스레 두세계를 체험한 것이다.
  • 떠오른 별/격동의 93년… 지구촌 인물의 부심

    ◎「20세기 최대과제」 중동평화 새 장 열어/라빈/아라파트/7년 줄다리기 「UR」 매듭… 국제화 선도/서덜랜드 올해 국제질서의 특징은 국제화와 평화정착으로 요약된다.개별국가들은 이 질서위에서 각각 변화와 개혁의 시대에 불을 댕겼다. 국제화를 이끈 주역으로는 우루과이 라운드를 주물렀던 피터 서덜랜드 가트(GATT)사무총장,리언 브리튼 유럽공동체(EC)집행위원,미키 캔터 미무역대표가 손꼽힌다.세계평화를 선도한 쪽에서는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총리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야세르 아라파트의장,데 클레르크 남아공대통령과 넬슨 만델라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장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호소카와 모리히로 일본총리와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검사는 국내개혁의 기수로 떠올랐다.개혁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러시아 자민당당수,베니지르 부토,모하메드 아이디드 소말리아 군벌지도자도 각각 국민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국제질서의 한 흐름을 형성했다. 브리튼 EC집행위원은 최대 무역파트너인 캔터 미협상대표와 함께 밤을 세워가며 이견을 조정,국가간 무역장벽을 무너뜨림으로써 21세기 「선진국 중심」신경제질서를 창출했다.이들 사이에서 서덜랜드 가트사무총장은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자유무역이론을 들어『협상이 실패하면 지구촌의 모두가 공멸할 것』이라며 협상을 독려했다. 협상과정에서 발라뒤르 프랑스총리는 자국의 음향·영상부문을 지키는데 성공함으로써 국내경제를 걱정하는 제3세계권에 「경제외교」의 소중함을 깨우쳐주기도 했다. 라빈 이스라엘총리와 PLO의 아라파트의장은 「20세기 최대과제」로 불리던 중동평화협정에 서명함으로써 반세기간 지속된 증오와 반목의 역사를 청산하는데 청신호를 보냈다.이 파장은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등에 「평화도미노」현상을 일으키면서 이스라엘의 대아랍권 관계개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그러나 국경문제등 몇몇 「작은문제」를 놓고 계속 포격이 그치지 않는등 실질적 중동평화는 해를 넘기는 과제가 됐다. 국제평화와 관련,데 클레르크 남아공대통령과 만델라ANC의장도 뺄 수 없는 인물.3백여년간 지속돼 온 흑·백 인종차별의 벽을 깨뜨렸다는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했다.새로 참정권을 얻은 흑인의 수가 6배나 많아 만델라의장이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민당의 「정권독식」을 종식시킨 호소카와 일본총리는 일본의 오랜 정경유착의 사슬을 끊고 새정치에의 활로를 열어가며 신세대정치의 선봉장으로 떠올랐다.「칠인칠색」의 연립7당을 이끌면서도 38년의 긴 세월동안 자민당도 해내지 못한 정치개혁법안을 최근 중의원에서 통과시켰다. 정치지도자는 아니지만 이탈리아의 피에트로검사 역시 지구촌의 개혁시대를 연 인물로 세계적인 시선을 모았다.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운동의 주창자 피에트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경찰관으로 근무하다 뒤늦게 사법시험에 합격한 입지전적인 인물.지난해 2월 밀라노의 한 사회당간부가 건설업자로 부터 병원신축을 미끼로 7백만리라(3백5만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을 포착,기소한것을 시발로 지금까지 각계인사 수십명의 비리를 캐내 응징했다.그의 초상화를 넣은 티셔츠와 크리스마스카드,자서전등이 전국적으로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을 정도로 국민적인 추앙을 받고 있다. 러시아 「12·12」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지리노프스키 자민당당수는 과거의 러시아제국,소비에트연방에 지대한 관심을 두며 국민을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국제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다.이른바 러시아 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그는 이번 총선에서 친옐친의 「러시아의 선택」에 이어 일약 제2당을 창출,옐친의 최대정적으로 떠올랐다. 벌써부터 유럽을 돌며 각국의 사회당과 관계를 강화하는 등 그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88년 회교권의 첫 여성총리에 올랐다 3년만에 축출된 부토가 지난 10월 총선을 통해 재집권한 것도 올해의 뉴스.당시 칸대통령과 나와즈 샤리프총리의 권력투쟁과정을 이용,결국 두사람 모두를 역사속으로 보낸 그녀는 아메드 레가리전외무장관을 대통령에 당선시키면서 권력기반을 강화했다. 그녀의 파키스탄인민당(PPP)이 과반수의 의석확보에 실패한데다 정부의 재정악화등으로 정정불안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더욱이 인도와 카슈미르주 영유권을 둘러싸고 분쟁이 계속되고 있고 핵무기개발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질시 역시 그녀에게 큰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소말리아의 군벌지도자 아이디드장군은 미국을 주축으로 한 유엔에 맞서 싸우다 결국 미군의 철수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국내적인「영웅」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지는 별/일 자민당 38년 독주 막내려 정계떠나/미야자와/러시아의 보·혁대결서 저항하다 수감/루츠코이 하스블라토프 영욕의 부침은 언제든 있게 마련.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각국의 집권자들이 개혁과 변화의 거센 바람에 내몰려 사라졌다.개인적 비리뿐 아니라 「과거와의 단절」을 요구하는 시대의 조류 때문이다. 이들이 화려했던 무대를 떠난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대체로 ▲정권교체에 따른 퇴진 ▲시대의 조류를 거부하고 끝까지 버티다 쫓겨난 경우 ▲부패와 관련된 권력형비리등으로 분류된다. 「변화」의 태풍과 함께 들이닥친 정권교체로 자리를 내준 대표적 인물은 미야자와 기이치 전일본총리(74).미야자와는 지난 6월 내각불신임안이 중의원에서 통과된데 이어 7월총선에서 자민당이 원내과반수 확보에 실패,38년간의 자민당 1당체제를 연립내각에 넘겨주고 담담히 정계를 떠난 비운의 정치가가 됐다. 이와 달리 지난 10월 보·혁대결에서 총부리로 맞서다 백기를 들고 항복을 선언한 러시아 보수파 「3인방」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전최고회의의장(50),알렉산드로 루츠코이 전부통령(46),발레리 조르킨 전헌법재판소장(50)은 권좌대신 감옥살이를 그 대가로 받은 케이스. 이들 가운데 루츠코이와 하스블라토프는 「집단소요 선동죄」로 모스크바 근교 레포르토보 교도소에 수감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고 조르킨은 재판소장자리에서 쫓겨나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이들에 비해 이탈리아 전총리이자 종신상원의원인 줄리오 안드레오티(74)와 전사회당 당수인 베티노 크락시하원의원(59)은 이탈리아 사법당국의 부패척결을 위한 이른바 「미니 폴리테」에 걸려들어 늘그막에 수모를 당했다.안드레오티는 마피아와의 결탁으로 면책특권이 박탈됐는가 하면 크락시는 정치자금법위반혐의로 당수직을사임했다. 게다가 비외른 엥홀름 독일 사민당 전당수(53)는 지난 4월 6년전 주의회선거에서 흑색선전을 선거전략으로 악용한 사건이 밝혀져 은퇴,12년만의 재집권 꿈이 물거품이 됐고 프랑스출신의 자크 아탈리 전유럽부흥개발총재(49)도 공직생활의 비리로 철퇴를 맞고 쫓겨났다. 하지만 「사라진 올해의 인물」로 가장 주목을 끄는 집권자는 역시 캐나다의 첫 여성총리였던 킴 캠벨전총리(46).기라성같은 남성정치인들을 제치고 혜성처럼 화려하게 정계에 입문했던 캠벨은 전임자 브라이언 멀로니 전총리가 물려준 달갑잖은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에 수완을 발휘하지 못한채 지난 10월 총선에서 고배를 들고 4개월만에 도중 하차,최단명 총리가 됐다. 특히 대처 영국 전총리에 이어 대담한 여성으로 한껏 기대를 모았던 그의 퇴장은 세계여성지도자의 국제무대 활약에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밖에 클린턴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등장,군개혁에 앞장섰던 레스 애스핀 전미국방장관(55)은 지난 15일 그 개혁의 도마위에 스스로 희생당한 불운의 인물이 됐다.하원 군사위원장 출신으로 군사전문가인 애스핀은 그동안 냉전종식에 따른 국방예산의 대대적인 삭감을 주장하다 군부의 반발로 물러남으로써 클린턴 행정부에서 이탈한 첫 각료라는 오명을 남겼다. 팝뮤직의 황제 마이클 잭슨(35)도 어린이 성추행 스캔들로 미사법당국으로부터 알몸수색을 당하는등 물의를 빚었다. ◎사라진 별/세계최대 마약왕… 경찰에 피살/에스코바르/아동자선 활동 편 은막의 여왕/오드리 햅번 올해도 지구상의 수많은 큰 별들이 사라졌다. 정치인으로는 일본 금권·파벌정치의 대명사였던 다나카 가쿠에이(전중각영) 전총리가 75세를 일기로 12월 세상을 떴다.도쿄대 출신이 판치는 일본정계에서 국교졸업 학력으로 풍운아처럼 일세를 풍미했으며 록히드 스캔들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당하기도 했다. 피에르 베레고부아 전프랑스총리(67)는 지난 3월 사회당의 총선참패로 총리직에서 물러난뒤 한 기업인으로부터 1백만프랑을 무이자 대부받은 것이 언론에 보도되자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5월 자살했다.라나싱헤 프레마다사 스리랑카대통령이 민족분규의 희생양으로 타밀반군에 의해 암살된 것도 같은 달이었다. 투루구트 오잘 터키대통령(66)과,보두앵1세 벨기에국왕(62)은 4월과 7월 각각 서거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대법관으로 24년간 재임한 민권운동의 거목 서굿 마샬과,닉슨전미대통령의 부인 패트리샤 라이언 닉슨여사도 올해 생을 마감했다. 콜롬비아 최대의 마약조직인 메데인 카르텔의 두목이었던 파블로 에스코바르(44)는 12월 정부군에 사살됐다.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현대판 「로빈 후드」로 알려진 파란만장의 일생을 끝내 비참하게 마감한 것이다. 문화계에선 「로마의 휴일」에서의 깜찍한 연기로 전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던 오드리 헵번(63)이 오랜 투병생활끝에 스위스 로잔에서 1월 유명을 달리했다.그는 말년엔 국제아동기금 순회대사로 소말리아등 지구촌 곳곳의 불우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풀었다. 이탈리아 출신의 20세기 영화계 거장으로 「길」등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던 페데리코 펠리니(73)감독과,홍콩의 스타였던 이소용의 아들이며 역시 액션스타였던 브랜든 리(28)도 촬영중 권총사고로 올해 타계했다. 러시아 태생의 금세기 최고 남자 발레 댄서인 루돌프 누레예프(54)는 1월 파리의 한 병원에서 에이즈로 숨졌다.61년 러시아 키로프발레단원으로 유럽순회공연도중 파리에서 망명했었다.「파리대왕」의 작가인 대문호 윌리엄 골딩과 미국이 낳은 불멸의 성악가 마리안 앤더슨도 고인이 됐다.
  • 격동의 93경제 결산/경제부기자 방담

    ◎실명제 실시·UR파고로 “국제화 시련”/쌀개방… 냉엄한 국제현실 일깨워/10월 대난설·화폐개혁 악성루머도/그린벨트 개선안 사고없이 마무리/금융계 「사정한파」… 은행장 넷 옷벗어/배종렬·김승연회장 전격 구속… 재계 충격/헬기엔진조립·TGV 등 재벌 이권싸움 치열/「경쟁력 강화 민간위」 구성… 경제 활로 모색 신경제 첫해인 올 한햇동안 우리 경제는 개혁의 물결속에 경기회복을 위해 숨가쁘게 돌아갔다.이를 위해 신경제 5개년 계획,금융실명제,2단계 금리자유화 등 혁명적인 제도개혁이 잇따랐다.국제적으로도 우루과이 라운드(UR)타결과 이에 따른 쌀시장개방 등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격동속의 올 경제계를 경제부기자들의 방담으로 짚어본다. ­경제계의 93년은 대변혁의 파노라마가 잇따라 펼쳐진 한해로 기록될 것입니다.특히 금융실명제는 문민정부가 단행한 가장 혁명적인 제도개혁이었습니다.그러나 당초 우려와 달리 빨리 정착돼 대혼란을 예견했던 많은 사람들의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실명제 실시가 국민들에게 준 충격은 대단했습니다.실명제가 실시되기 전부터 실명으로 거래를 해온 대다수 사람 들까지도 마치 세상이 뒤집힐 것으로 보고 한동안 초 긴장을 했습니다.10월 금융대란설이니 화폐개혁이니 하는 악성 루머들이 난무해 혹세무민하는 양상도 없지않았지만 금융시장은 생각보다 빨리 안정을 되찾았습니다.개혁은 역시 일거에 해치워야 한다는 사실도 실명제가 남긴 또하나의 교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1월부터 실시된 2단계 금리자유화는 「타율과 관의 보호」에 길들여진 우리 금융계를 자율과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으로 내몰았고 연말에 돌출한 UR협상의 타결은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벅찬 과제까지 안겨주었습니다. ○2단계 금리자유화 ­새정부가 들어서자 마자 금융계를 덮친 「A급 사정태풍」은 김준협 전 서울신탁은행장을 비롯,4명의 은행장의 옷을 잇따라 벗겼지요.그 중 안영모 전 동화은행장의 경우는 거액의 비자금 운용과 관련돼 현직에서 구속되는 사태로 비화됐습니다.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YS의 은행장 인사 불개입 원칙 천명에 이어 나온 「은행장 추천위원회」 제도는 금융 자율화의 핵심인 은행장 인사의 자율화를 향한 커다란 진전으로 평가돼야 할 것입니다.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지만 재계는 올해 「지옥」과 「천당」을 함께 경험한 한해였습니다.총수들의 경우는 더욱 그랬었죠.「성역없는 사정」의 분위기 속에서 지난 6월 배종렬 한양그룹 회장이 구속됐고,11월에는 현대그룹의 실질적 총수인 정주영 명예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이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전격 구속돼 재계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습니다. 이는 전례가 드문 것으로 정경유착의 고리가 단절된 탓이란 해석이 나왔죠.그러나 이같은 분위기는 결과적으로 재계 스스로 체질개선을 하는데 도움을 준 측면이 많았습니다.기업하도급 비리실태 조사,위장계열사 조사,내부거래 실사 등에 따라 재계는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니까요.또 공산품 가격을 동결하고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는가 하면 의식개혁과 투자확대 조치를 취했습니다. ­맞습니다.그 과정에서 나온것이 「이건희 신드롬」이라 불리는 삼성의 「질경영」입니다.정부의 개혁조치에 부응,이회장은 삼성의 개혁을 통해 재계개혁의 불을 당겼습니다.혁신적인 인사조치는 타그룹의 모범이 돼 재계의 「물갈이」를 선도했죠.또 그가 역설한 사회간접자본(SOC)의 중요성은 정부 정책에까지 반영됐습니다. ­최종현 전경련회장이 「국가경쟁력 강화 민간위원회」를 구성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재계 차원의 활로 모색이라 할 수 있죠.위축된 경제의 물꼬를 트기 위해 재계가 하나로 뭉친 것이니까요.대통령이 거는 기대도 상당하기 때문에 무척 고무된 것이 사실입니다.아직까진 가시적인 성과가 없지만 새해에는 나타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재계는 대형사업의 이권싸움 또한 치열했습니다.헬기엔진 조립업체 변경과 중형 항공기 제작 주도업체를 둘러싼 「공중전」,승용차 신규진출 및 고속철도 사업과 관련한 「지상전」,조선소 도크 신규증설에 따른 「해상전」 등 입체전이 전개됐죠.상호비방에서 법정소송으로까지 비화됐습니다. ○금융시장 안정 찾아 ­재계가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업종전문화 시책이골격을 드러내 산업정책사에 한 획을 긋게 됐습니다.알려진 대로 업종전문화는 30대그룹을 대상으로 주력업종을 선정,여신관리 제외와 같은 금융지원과 공장입지 지원 등을 해줌으로써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자는 게 골자입니다.신경제 이념인 자율을 살리자는 쪽으로 결론이 나 정부의 개입을 줄인점이 특색이라면 특색이지요.여기에 우루과이 라운드(UR) 타결에 대비,직접지원을 택하지 않고 여신관리 예외와 같은 규제완화 방식의 간접지원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춘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됩니다. ­산업현장은 그런대로 모양이 좋았습니다.올 수출이 당초 계획보다 7억달러 가량 모자라는 8백28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나 상공자원부가 수정전망을 하기 전의 목표치가 8백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실적입니다.자동차와 조선 등 중화학 업종이 엔고 특수로 호황을 누렸습니다.반도체는 「돈을 긁는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장사가 잘 됐습니다.물론 신발이나 섬유 등 경공업은 올 한해도 어려웠지요.또 국제 유가의 하락으로 공산품 값 상승요인이 상당분상쇄되고 원유도입액이 줄어 무역수지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농림수산부가 올해처럼 정신없이 바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연례 행사인 추곡수매 문제를 채 마무리 하기도 전에 우루과이 라운드 농산물 협상으로 눈코 뜰새 없었으니까요.더욱이 올해는 「냉해」라는 돌출변수까지 겹치는 바람에 무척 복잡했지요.하기야 농림수산부로선 국민의 시선이 UR협상에서의 쌀 시장 개방문제에 온통 집중됐던 게 차라리 다행스러운 점도 있었지요.정부의 추곡 수매안,냉해대책에 대한 농민과 각종 단체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잖습니까. ○정주영회장에 실형 ­올해의 빅 뉴스중의 뉴스인 쌀 시장 개방이 앞으로 끼칠 파장이 어떨 지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그러나 쌀 시장 개방이 우리에게 끼칠 영향에 대해 어느 누구도 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정부는 일본보다 아주 유리한 조건으로 쌀 시장을 부분 개방하게 됐다고 강조하지만 실제 그 파급효과는 오는 95년 이후에 가서야 가시화되기 때문이지요. 어쨌거나 이번 UR협상은 우리의 의지나 힘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냉엄한 국제 사회의 현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국민의식의 국제화를 앞당기는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김영삼대통령이 『경제를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고 선언한 이래 경제기획원 등 경제부처가 무척 바빴죠.대통령이 취임직후부터 격주간격으로 과천청사를 방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할 정도로 「경제회생」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입니다. ­물러난 이경식부총리 얘기도 한마디 해야 할 것 같군요.새 정부 출범뒤 줄곧 청와대 경제비서실의 박재윤수석에 밀리다가 실명제로 이부총리의 위상이 바로서는 계기를 잡았지요.그러나 나라 전체가 홍역을 치른 UR태풍은 끝내 그를 단명 경제총수로 끝나게 하고 말았습니다. ­이부총리는 쌀개방 파동으로 물러났지만 퇴임 후에도 『같은 일을 다시 해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UR대응 방법이 최상이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쌀 개방에 따른 문책성 경질에 다소 서운해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새로 등장한 정재석 부총리는 파격적인 언행으로 과천청사는 물론 내각안에서도 관심의 인물로 등장했습니다.과거 「박정희 경제스쿨」의 우등생이었던 그는 기획원 관료 출신으로서의 배짱과 소신이 너무나도 뚜렸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세계일류기업 육성 ­건설부는 고병우 전장관을 비롯,전 직원들은 올 상반기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문제에 매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지난 71년 처음 지정된 이래 재산권 침해 등으로 수많은 민원을 야기한 그린벨트 제도는 역대 건설 장관들에게는 「뜨거운 감자」였습니다.그린벨트 완화는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지만 지난 해부터 올 9월 말까지 개선시안을 마련하겠다고 공표해 놓은 상태여서 어찌 되었든 개선이 불가피했습니다. 제도의 취지는 살리되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초로 대대적인 실태조사가 실시됐고 여러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개정안이 발표됐습니다.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이 과천 청사와 건설부 직원들 집을 찾아가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국세청도 어느해보다 안팎으로 바빴습니다.먼저 연초 포항제철에 대한 세무조사를 꼽을 수 있지요.국세청은 포철이 오랫동안 세무조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하게 됐다고 밝혔지만,박태준씨에 초점을 둔 조사였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지요. ­올해 처음 정기과세된 토지초과이득세(토초세) 파동도 사건이었지요.당초 토초세를 내야 할 24만명의 납세자 가운데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토초세가 문제가 있다는 언론 플레이를 한데다 일부 언론도 이해에 따라 동조하기도 했지요. ­맞습니다.토초세가 처음 나왔을 때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던 언론이 대부분 반대로 돌아서고,토초세를 처음에 찬성했던 일부 학자들도 시류에 따라 왔다갔다 했습니다.토초세가 도입될 당시부터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지적은 있었지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한 것은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기 위한 것 아니었습니까. ○주가 23%나 올라 ­실명제의 부작용과 실물부문에 대한 투기를 막기 위해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자금출처 조사가 약방의 감초 격으로 동원됐지요.국세청의 의사와는 관계없는 이런 엄포로 투기는 잠재울 수 있었지만,무슨 일이든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동원하려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이 많아요.이러다가 양치는 소년의 이야기와 같이 불신이 높아지고 조세저항도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지요. ­사정한파도 잊기 어려운 일이지요.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도마위에 올랐던 국세청이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재산이 70억원 이상인 재산가가 2백명이나 된다는 일부 보도까지 나와 더욱 곤혹스러워 했지요. ­올해 경제가 회복기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가장 피부에 와닿게 해준 경제지표는 주가지수인 것 같습니다.실명제나 UR 타결 등 국내·외의 충격 속에서도 주가는 연초 대비 23%나 올랐을 뿐 아니라 1년중 약 5개월의 거래량이 5천만주가 넘고 거래대금도 1조원이 넘는 활황 장세였습니다.55억달러가 넘는 외국계 자금에 힘입은 바도 크지만 내년도 경제가 지금보다는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자들을 증시로 발길을 돌리게 만든 셈이죠. ­올해에는 특히 실명제로 그동안증시를 휘젓고 다니던 큰손들이 비중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물론 기업의 수익률이나 성장성,안정성 등 과학적 기법에 의거한 투자방식이 비로소 뿌리를 내리게 됐습니다.풍문이나 작전이 전처럼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이죠. □참석자 채수인차장 정종석기자 염주영〃 권혁찬〃 우득정〃 박선화〃 함혜리〃 곽태헌〃 오승호〃 김현철〃 백문일〃
  • ROTC 첫 대장 박세환장군(올해의 인물:7·끝)

    ◎“인맥·파벌 탈피” 군 변화의 상징 ROTC창설 33년만에 첫 4성장군에 오른 박세환2군사령관.그의 등장은 올해 문민정부가 추진한 군개혁작업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인맥과 파벌로 형성된 「하나회」등 「정치군인」들의 위세에 좌지우지됐던 군인사가 제자리를 찾아 능력있는 사람들이 고루 등용되는 시대가 열렸음을 알려준다. 지난 5월24일 단행된 「12·12 문책인사」에서 2군사령관의 중책을 맡게 된 박대장은 재임 7개월여만에 군 사기진작에 남다른 열의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 군대로서 신성한 국토방위의 임무에 온 몸을 바치는 것」을 신앙처럼 여기는 그의 「군대철학」은 앞으로도 계속 개혁의 고삐를 조여야하는 군이 명심해야 할 신조가 아닐 수 없다.고려대 정외과 출신으로 63년 소위로 임관,사단장·군단장등을 거쳤다. 『나 혼자서 뭐가 잘 났다고…』면서 한사코 카메라를 사양하는 그의 모습은 문민시대의 군인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 실명제 실무주역 임지순씨/재무부 소득세제과장(올해의 인물)

    ◎“개혁중의 개혁”… 극비 합숙작업 금융실명제의 전격실시는 문민정부의 「개혁중의 개혁」이었다.엄청난 규모의 지하경제,정치·경제발전을 가로막아왔던 정경유착의 고리를 과함하게 끊는 금융실명제를 전격실시할수 있도록 극비리에 준비한 실무주역 재무부 임지순소득세제과장(45).임과장은 공식발표 한달전인 지난 7월12일 『금융실명제를 완성하라』는 명령을 받고 준비에 나서 과천에 아파트를 빌려놓고 6명의 동료와 함께 보름 동안 매달렸다.가족과 동료들에게 해외 출장이라는 거짓말했고 가족과의 두차례의 통화에서도 발신지를 미국이라고 속였다. 엄청난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과 역사적 개혁작업에 참여한다는 책임감으로 하룻밤도 제대로 잡을 이루지 못했다.부작용과 반발도 컸지만 역대정권이 필여성은 인정하면서도 반발때문에 미루어왔던 엄청난 과제를 일단 시작했다는데 임과장은 크나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금융실명제는 금융관행의 실명화는 물론 의식개혁,나아가 깨끗한 사회로 나가는 모든 제도개혁의 출발점으로의 의미가 엄청나다』는 임과장은 예금주의 비밀보장을 강화하는 방안 및 오는 96년 시행될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종합과세 준비로 오늘도 바쁘다.
  • 축구대표팀 GK 최인영(올해의 인물:5)

    ◎몸던져 선방… 월드컵 본선행 견인 지난 10월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린 94년 미국월드컵축구대회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은 온 국민을 기대와 탄식,그리고 환희로 들뜨게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열사의 격전장에서 한국팀 최후의 방어선을 지킨 GK 최인영(31·현대)은 무수히 날아드는 상대 슛을 몸을 사리지 않고 선방,월드컵 3회연속 진출의 위업을 이룬 주역이었다. 최인영의 방어력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특히 국민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였던 일본과의 대결에서 막판에 한골을 내주긴 했으나 밀물처럼 몰아붙인 그들의 날카로운 공격얼 뛰어난 판단력으로 잘 막아아냈다.최인영의 몸놀림은 마치 한마리 날렵한 치타같았다.그의 동작 하나하나에 국민들은 웃고 울어야만 했다. 내년이면 축구선수로서는 환갑을 훨씬 넘는 32살이 되는 최인영은 『한국축구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축구인생을 걸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
  • 680여개 사업펼쳐 독서 붐 점화(93문화계결산:출판)

    ◎과대광고 자제 등 활발한 자정운동 효과/출판계 노력과 달리 판매량은 2.5% 줄어/시집·실명역사소설 고전… 비소설류 강세 93년은「책의해」답게 책의 중요함과 독서의 필요성을 국민 모두가 다시한번 되새겨본 한해였다.「책의해」조직위원회를 비롯해 출판계는 모처럼 맞이한 국민의 관심을 실제적인 독서인구 증가로 연결시키기 위해 온힘을 다 했고 그 결과 우리의 독서·출판 문화는 한단계 질적인 상승을 이루었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국민의 지지가 결코 낮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지가 책 판매량과 바로 연결되지 않은사실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출판계는 올해 「책의해」를 맞아 6백80여가지의 다양한 사업들을 벌였다. 지난 5월7∼13일 한국종합전시장에서 펼쳐진 「서울 도서전」을 비롯해 「책의해 인물 선정」「해변 도서전」「전국민 독서실태 조사」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특히 「서울 도서전」에는 김영삼대통령이 참석해 개막테이프를 끊는등 도서전사상 최대 인파인 55만명이 찾아 흥겨운 잔치 분위기를 이루었다.이들 행사에는 정부 각 기관과 지방자치단체,금융기관,일반 기업체등이 적극 참여해 범국민적인 독서의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이같은 외부적인 여건에 힘입어 출판계도 여러가지 자정 노력을 보였다. 출판물 채택료를 없애고 과대광고를 자제하는 운동을 벌인 점,중복출판 근절을 위한 제도 마련,퇴폐 음란도서 추방운동을 벌인 점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대한출판문화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11월말까지 발간된 책은 모두 2만3천5백57 종류에 1억2천4백59만3천5백12권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종류는 5.1% 늘어났으나 부수는 2.5% 줄어든 수치이다. 해마다 5∼10% 늘어나는 추세였던 발행부수가 올들어 줄어든 것은 출판사의 판매 전략이 다품종 소량생산쪽으로 흘러간데다 대학입시제도에「수학능력시험제도」가 도입되면서 학습참고서 판매가 부진했던 게 큰 요인이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책의 해 중점 사업으로 추진된「독서진흥법」을 놓고 출판계와 도서관협회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법 제정 여부가 해를 넘기게 된 것도 관계자들을안타깝게 하는 부분이다. 한편 올해의 독서 경향을 보면 소설이 베스트셀러 수위권을 지키던 예년과는 달리 비소설류가 많은 인기를 끈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종로서적등 서울시내 대형서점이 집계한 베스트셀러는 ▲위기철의「반갑다 논리야」 ▲석용산스님의 「여보게 저승갈 때 뭘 가지고 가지」 ▲그라시안의「세상보는 지혜」 ▲이청준의 소설「서편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등이었다. 「반갑다 논리야」는 수학능력시험의 영향으로 판매에 불이 붙어 나온지 1년만에 90쇄,2백만부가 팔리는 초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베스트셀러를 기록한데 대해서는 출판계도 처음 의아해 했으나 이제는 인문과학분야의책도 내용이 충실하면 얼마든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는 본보기로 말해주고 있다. 시집과 인문과학 도서,실명 역사소설등은 올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 오명 대전엑스포 조직위장(올해의 인물)

    ◎1천4백만명에 “과학체험” 전도 5척 단구에 날카로운 눈빛이 당찬 인상을 주는 오명 대전엑스포조직위원장(53).엑스포사상 최초로 개발도상국에서 주최한 대회를 총지휘하여 1천4백만명의 최다관중 동원,93간일의 최장기 대축제 등등의 찬사를 받을만큼 대전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80년대 체신부 장관을 지내며 전전자교환기(TDX)개발등 정보통신 현대화에 견인차 역할을 해낸 그가 엑스포에도 탁월한 행정력과 과학 마인드를 발휘,21세기를 앞둔 지금 우리가 어느 목표를 향해 힘을 모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전국민의 3분의 1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체험을 한 것이 최대의 성과』라는 그는 이 체험은 바로「과학의 대중화」「국민의식의 선진화」「한국의 세계화」로 연결되기에『더없이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내년 2월7일까지의 한시적인 성격의 엑스포조직위에서 마무리 작업중 한국야구위원회 총재로 선임된 그는 유네스코가 뽑은「올해의 인물」이기도 하다.
  • 무대예술 도약발판 마련(93문화계결산:연극)

    ◎연극원 개원 확정/창작극 풍성/공연장 대폭 확충/국제교류 활발… 외설시비로 몸살 앓고/대표적 작품·화제의 배우 없어 한계 노출 93년 연극계는 전문인력양성기관과 최신식 공연장의 확보로 연극발전을 위한 장기적 포석이 마련된 해였다.그리고 유난히도 창작극 공연이 왕성해 그만큼 거둬들인 수확도 적지않았다.그러나 하드웨어는 마련됐지만 이를 채울수 있는 좋은 공연,화제작과 화제의 인물은 거의 없어 아쉬웠던 한해이기도 했다. 올해 최대의 뉴스는 내년 3월 개원하는 한국종합예술학교 연극원 원장내정과 신입생선발을 꼽을수 있다.연극과 관련예술분야의 수준향상에 가장 절실한 전문인력의 교육·양성기관 발족은 연극계 숙원사업의 달성이라는 선언적 의의 못지않게 연극의 발전을 주도해나갈 이론과 실기의 실질적 터전을 마련했다는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원장이 누가 될 것인가를 놓고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연극계는 신임 김우옥원장을 중심으로 성공적인 운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을 수 있을지에 시선이 집중돼있다.연극원 개원확정과 함께 올해는 또 공연장이 대폭 확충됐다.지난 2월 개관한 예술의전당내에 최신식 시설을 갖춘 대·중·실험극장등 3개극장이 확보돼 규모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공연을 올릴 수 있게 됐다.단,교통이 불편해 관객들의 접근이 쉽지않다는 것이 흠으로 지적된다.이밖에 연강홀,북촌창우극장,강남의 실험극장,연단소극장등 20여개의 소극장이 대학로와 혜화동 일대에 새로 문을 열어 소극장연극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편 올 연극계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는 크게 늘어난 창작극 공연.번역극이 강세를 보였던 예년과 비교해 상당히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대표적으로 극단 연우무대의 「한국 현대연극의 재발견Ⅱ」,극단 산울림의 「오늘의 한국연극」,작은신화의 「우리 연극 만들기」등 시리즈무대를 꼽을수 있다.예술의전당도 가세해 12월부터 「예술의 전당이 만드는 우리시대의 연극」을 올리고 있으며,내년부터는 「오늘의 작가」시리즈를 기획·제작할 계획이다.연우무대처럼 숨겨져있던 작품들을 발굴하거나 기존작품을 재평가하는 무대도 있었지만 대부분 신작을 발굴·공연했던 의미있는 무대로 평가된다.시리즈 공연외에 눈여겨볼만한 창작극도 많았다.「북어대가리」「홍동지는 살어있다」「백마강 달밤에」「피고지고 피고지고」「바보각시」등 10여편.그런가하면 2년간의 장기공연에서 해외공연길까지 오른 「불 좀 꺼주세요」와 「북어대가리」처럼 장기공연에 들어간 공연도 여럿 있어 창작극의 미래를 밝게 했다. 연극 「불의 가면」으로 촉발돼 「햄릿머신」「북회귀선」으로 가열됐던 「외설시비」는 빼놓을 수 없는 올해의 사건중 하나다.호기심에 찬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연극관객의 저변확대와는 거리가 먼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해 오히려 「진짜 관객」의 발길을 돌려놓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밖에 연극의 국제교류 또한 눈에 띄게 늘었다.극단 자유의 「햄릿」·연희단거리패의 「바보각시」·대학로극장의 「불 좀 꺼주세요」등의 해외공연,신주쿠 양산박의 「인어전설」·폴란드 비브제제극단의 「미스 줄리」·호주 플레이박스극단의「리어왕」·모스크바 국립원형극장의 「닥터 지바고」등의 내한공연이 그것들. 그러나 연극계에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대표적으로 내세울만한 작품 하나,배우 한명 제대로 없어 실질적인 의미에서는 상당히 척박했던 한해로도 볼 수 있다.
  •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올해의 인물:3)

    ◎「질경영」 주창… 재계변화 이끌어 재계에 신경영 바람을 일으키며 변화를 선도한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이건희 신드롬」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93년 경제계의 「명예혁명」을 이끌었다해도 지나치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 변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은 『마누라만 빼고 전부 바꿔보자』는 경영철학으로 나타나 재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삼성을 2류 기업이라고 평하며 국제화시대에 기업이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질경영을 위해 도입한 조기출·퇴근제는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생활양식으로 뿌리내렸고 잇단 혁신조치는 신정부의 개혁구상과 맥을 같이 했다. 지난 5년간 대중앞에 나서지 않아 한때 「한국의 하워드 휴즈」에 비유되기도 했으나 올해 새 모습으로 탈바꿈했다.내년 목표를 신경영 실천으로 잡고 있는 이회장은 『인간성과 도덕성의 회복을 통해 우리사회의 공동발전을 추구하겠다』고 다짐한다.
  • “대쪽 재상” 개혁2기 고삐 당길듯/이회창 신임총리 스토리

    ◎「성역없는 사정」 일궈낸 「개혁선봉장」/고시 8회… 45세때 일약 대법관 탈락/88년 「동해선거」땐 「불법」보고 선관위장 자퇴 개혁을 기치로 출발한 문민정부 아래 「성역없는 사정」의 대명사로 불리던 이회창 신임국무총리.어찌보면 그는 우리가 바라는 이 시대의 「신한국인」인지도 모른다. 이신임총리가 「사정의 칼」을 들고 새 정부의 개혁선봉장으로 국민 앞에 나선 것은 지난 2월25일,김영삼대통령의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부터다.대법원장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던 「대쪽같은」 소신의 그가 개혁의 한 축인 감사원장에 발탁되면서 였다. 당시 여론은 그의 감사원장 발탁을 김대통령 인사의 절묘함으로 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감사원장으로 내정된 그의 일성은 이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국회의 임명동의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소감이나 감사원 운영계획에 대한 포부를 밝히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그가 아니면 할수없는 참으로 그다운 얘기였다.이 발언은 새 정부의 이미지와 겹쳐 참신함을 더했고,국민에게 보다많은 기대를 심어줬다. 그는 개혁의 파고가 사회 곳곳을 휩쓸고간 지난 10개월 동안 이를 유감없이 보여줬다.언론들이 앞다퉈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것도 그가 재임기간중 국민 모두의 바람이었던 개혁과 구태의 청산에 얼마나 성실히 임했는가를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감사원장으로 있는 동안 우리 사회에는 그의 청정한 「사정의 칼날」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늘 개혁의 현장에 앞장서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율곡사업」「평화의 댐」등 굵직굵직한 감사로 감히 넘보기 어려웠던 군과 안기부,나아가 권부로 불리던 청와대까지 성역 없는 감사의 대상으로 삼았다.김대통령을 도와 문민의 정신인 「법에 의한 국정 운영」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그는 여기서 중단하지 않았다.국민의 일상과 관련된 민원행정,세무,건설,금융등 생활감사 부분에도 메스를 가했다. 구조적 부정부패와 무사안일에 대한 쾌도난마의 감사방식은 참으로 엄격했다.한때 정부내에서 조차 「청와대와의 불화설」이 나돌 정도로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의 이같은 행보는 사실 예측가능한 것이었다.공직인생의 대부분을 법관으로 살아온 이신임총리의 평소철학은 「사법 적극주의」로 요약되고 있다.즉 사법부가 법조문의 해석에 얽매이지 말고 판결을 통해 사회정의를 실현하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김대통령이 그를 감사원장으로 내정하면서 『대법원장이 되어야 할 분인데…』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법관시절,그는 많은 일화를 남겼다.특히 박세경변호사 계엄법위반사건은 헌법정신 수호와 인권보장이란 측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판으로 기록되고 있다.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재직중이던 89년에는 강원 동해시및 서울 영등포 을구 국회의원 재선거 과정에서 불법선거를 제대로 막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 모든 공직자의 수범이 되기도 했다. 고시 8회인 이신임총리는 지난 60년 인천지법판사로 임관돼 서울 민사지법 부장판사,서울고법 부장판사,법원행정처 기획실장을 거쳐 81년 일약 45세의 나이로 대법관에 임명됐다.그러나 86년 대법관 재임명에서 탈락되는 수난을 겪었다.서울이 고향으로 서울지검장을 지낸 이홍규변호사(85)의 아들이자 대법관을 지낸 한성수씨의 사위다.부인 한인옥여사(55)와의 사이에 2남1녀.
  • 여배우 오정해양(올해의 인물:2)

    ◎「서편제 신드롬」 창출한 「소리꾼 스타」 애절한 남도 가락으로 스크린에 투영된 여우 오정해양.그녀는 화려한 스타 탄생과는 거리를 두고 한을 가슴에 안은 한국 여인으로 데뷔했다.소리가,아니면 어린 가슴에 응어리진 삶이 슬퍼서일까,살포시 감은 눈매가 서럽다.71년 9월5일생.1m61㎝의 키,43㎏의 가녀린 몸에서 어떻게 그런 한의 소리가 나오는지….그래서 영화 「서편제」의 관객들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녀는 93년 최고의 신데렐라임에 틀림없다.「관객 1백만명 돌파」라는 영화사의 신기원을 이룩하고 「서편제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제1회 상해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따내는 영광도 얻었다. 눈덮인 산골마을에서 임권택감독과의 두번째 작품 「태백산맥」의 새끼무당 소화역으로 거듭나고 있는 그녀는 『서편제가 성공할수 있었던것은 국내에서 조차 판소리의 아름다움이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이제부터라도 우리 고유의 것을 되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회창 감사원장(올해의 인물:1)

    ◎성역없는 감사… 「율곡」 비리 등 척결 숨가쁘게 달려온「신한국」1년­구시대를 과감히 청산하고 새 세상을 활짝 여는 개혁의 해였다. 그리고 그 개혁의 현장엔 늘 감사원이 앞장서 있었다.이른바「율곡사업」과 「평화의 댐」등에 대한 잇단 감사를 통해 감사원은 수십년 동안 구축된 군과 안기부,그리고 청와대까지 포함해 누구도 함부로 여기지 못했던 「성역」들을 과감하게 무너뜨렸다.감사원이 이처럼 국가최고사정기관으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회창감사원장의 존재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해도 결코 지나친 평가가 아니다.이원장은 지난 2월25일 김영삼대통령정부의 출범과 함께 부임,감사원의 기능을 일신시키며 공직사회에 만연된 구조적 부정부패와 무사안일을 쾌도난마처럼 척결해나갔다. 그는 한해를 돌이켜보며 「어려웠지만 대체로 뜻한대로 일해왔다」고 자평한 뒤 「새해에는 정부의 정책이 올바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옆에서 돕는감사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이도운기자〉
  • APEC 각국 경제블록화 손익 “저울질”

    ◎참가국의 입장/미주도 결속에 중·아세안 “경계”/산업기반 달라 “주저”… 한·호는 적극 호응 17일부터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지도자들의 입장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우선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이 APEC의 빠른 강화에 의한 경제공동체 설립을 선호하는 반면 일부 동남아국가연합(ASEAN)국가들은 마지못해 참석하는 인상마저 풍기고 있다. 한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은 이들 사이에서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미국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중국은 이번 모임을 대미관계 개선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입장이다.즉 경제문제를 주로 다루게 될 이번 모임에서 오히려 정치적 사안에 체중을 실으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경제문제에 관한한 중국도 ASEAN 제국과 시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15개 회원국 모두가 역내 교역질서 확립이라는 대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이처럼 각자 다른 입장과 견해를 보이는 것은 각국이 처한 산업기반과 교역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올해의 순번제 의장국으로서 이번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알려진대로 이번 회의에 가장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미국은 태평양 양안을 끼고 있는 회원국들이 하나의 경제 블록을 형성,EC 통합에 대비하고 세계 국민총생산의 절반 이상,세계 교역량의 40%를 점하고 있는 동시에 가장 빠른 성장을 계속해갈 것으로 예상되는 역내시장에 주도적으로 뛰어들어 미국경제 성장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각료회담 뿐 아니라 지도자 회담을 주최함으로써 이 지역에 대한 안보적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것도 안보적 유대가 경제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애초 각료회의에서 무역·투자에 관한 기본문서(TIF)를 법적 구속력을 갖는 협정 형태로 추진하려다 개도국들의 반발에 밀려 일단 선언 형태로 채택하기로 양보했다.그러나 이는 APEC 회의에 임하는 미국의 저의를 잘 나타내주는 한 단면이다.미국은 또 이번 모임에서 재무장관회담의 정례화를 제안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나아가 장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국가들까지 끌어들여 세계 교역구조를 EC와 APEC로 양분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미국에 버금가는 선진강국으로서 미국의 견해에 동조하는 동시에 이 회의를 아태지역에 대한 지도력 강화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APEC가 경제공동체로 발전해 다자간협상이 이뤄지고 상호 문호가 개방되어도 아쉬울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그만한 산업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선진국이면서도 아시아권에 대한 주도권 장악을 위해 아시아국이라는 지리적 위치를 내세우며 ASEAN국들을 두둔하는 제스처를 쓰고 있을 뿐이다.일본이 이번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및 ASEAN국들의 대립을 조정하는 가교역을 자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호주·뉴질랜드 등은 현재 어느 권역에도 포함돼 있지 않으면서 한결 같이 대미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다.따라서 이들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실패로 끝날 경우 집요하게 나타날 미국의 쌍무협상 요구보다는 일정한 룰에 의한 다자간 협상이 단연 유리하다는 입장에 있다. 특히 한국은 ASEAN국들과도 상대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어 이번회의에서 잘만 하면 선진국과 개도국의 시각차를 조율해가며 아태지역에서 지도적 위치를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이번 회의의 최대 장애물이 ASEAN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이들은 대체로 미국이 아태지역에 주도적으로 뛰어드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이점에 있어서는 중국도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 이들의 우려는 피차 성문을 열어 젖히고 강자와 백병전을 벌일 경우 약자만 만신창이가 될 것이라는 간단명료한 사실에 논거를 두고 있다. 문호개방으로 투자에 대한 완전한 수익보장이 이뤄지고 물품교역에 따르는 관세장벽이 낮아지면 취약한 개도국의 산업기반이 강국에 의해 유린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ASEAN과 중국의 주장이다.상호개방은 원론적으로는 호혜평등의 원칙이랄 수 있지만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강자의 논리일 뿐이다. ASEAN국들이 아쉬운대로 안주할 경제블록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이들이 급속한 APEC강화를 꺼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말레이시아가 특히 이에 단호히 반대하는 것은 총수출량의 70%를 ASEAN국들이 소화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6개국은 내년 1월1일을 기산점으로 15년후에는 서로 5% 이하의 공동특혜관세를 시행키로 합의해 놓은 상태이고 나아가 역외개도국들을 끌어들이는 동아시아경제협의체(EAEC)형성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고민은 결국 APEC의 급속한 경제 블록화를 꺼려하면서도 끝끝내 이를 배척하기엔 현재 ASEAN이란 마당이 너무 좁다는데 있다. 강대국들에 대한 이같은 경계에도 불구하고 개도국 지도자들은 UR협상 타결의 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는 현상황에서 예측되는 쌍무협상과 무역전쟁의 공포로 인해 무거운 발길을 시애틀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준비상황·일정/“맨처음 주제발표” 완벽준비/김 대통령,자문팀 구성… 10월부터 “공부” 김영삼대통령이 한·미,한·중정상회담등 5차례의 정상회담과 아태경제협의체(APEC)지도자 경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7일 출국한다.문민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첫 해외 나들이이고 8박 9일이라는 짧지않은 기간이어서 여러모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특히 김대통령의 일정은 10분 간격으로 짜여있을 만큼 빡빡해 주위에서 건강을 염려할 정도이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방미준비에 심혈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대통령이 타고갈 전용 비행기는 과거에는 충분한 기간을 임차해 완벽한 내부 개조작업을 벌였으나 이번엔 최소한의 작업만을 한 상태이다.또 경제인들의 수행을 못하도록 했다.부득이하게 전세기를 낸 대한항공의 조중훈회장과 한미경제협의회 회장으로 미리 방미한 구평회럭키금성상사회장이 수행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김대통령의 APEC정상회의와 양자 정상회담을 위한 「특별과외」.시애틀 「블레이크 섬」의 정상회의장은 가로 세로 사방 9m에 불과해 정상들 외에는 어느 누구의 배석도 허락되지 않는다.자국어와 영어로 번갈아 통역할 통역요원들 조차 정상회의장과 약간 떨어진 곳에서 폐쇄회로를 통해 발언자의 말을 듣고 이를 자국 정상들에게 전달해야 할 정도다.회의진행은 간소복 차림의 정상들이 뚜렷하게 정해진 주제없이 자신의 철학과 생각을 여과없이 털어놓도록 짜여 있다.김대통령은 더구나 첫회의 주제발표를 해야할 처지이다. 김대통령은 지난 10월부터 매주 토요일 하오일정을 잡지않고 APEC정상회의 공부를 했다고 한다.박재윤경제수석등 참모진은 보고때 각종 국제경제문제및 APEC를 통한 역내 통상현안등을 보고 해왔으며 특히 김대통령의 APEC에 대한 공부를 위해 지난 9월 특별자문팀을 만들어 가동해왔다.APEC 저명인사그룹 멤버인 김만제전부총리와 김기환전한국개발원원장,박영철신경제전문위원회위원장,유장희대외경제정책 연구원장등으로 구성된 자문팀은 매주 토요일 저녁 회동을 갖고 공부자료를 마련,보고했다는 것. 한미정상회담등 기타 개별정상회담은 정종욱외교안보수석이 분담,준비를 해왔다.하루평균 2∼3회씩 김대통령과 독대,북한핵문제를 비롯,정상회담의제 등을 보고하는 일이 정수석의 일과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김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 수석회의를 마지막으로 내용 파악을 거의 완벽하게 마쳤다는 것이다.이제 APEC정상회의및 양자회담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영어실력도 상당히 늘어 웬만한 대화내용은 알아듣고 다음 할말을 준비할 정도』라고 말했다. ○…김대통령과 강택민중국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아직 장소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양측의 숙소가 아닌 제3의 장소를 물색중이다.강주석은 시애틀에 머무르는 동안 대부분의 참석 정상들을 자신의 숙소로 초청,면담을 가질 계획이나 김대통령만은 격식을 고려해 제3의 장소로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첫 기착지인 LA는 흑인폭동으로 앙금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어서 경호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지역.경호상 자세한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코리아 타운을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이 확정됐다.김대통령은 당초 미 상·하양원합동회의에서 연설할 예정이었으나 미의회가 추수감사절 휴회에 들어가 폴리하원의장 오찬으로 의회일정을 대신했다. 김대통령에 대한 미의회의 관심을 반영하듯 하원의장 주최오찬임에도 상원원내총무가 참석하는등 명실공히 상·하 양원지도자가 모두 참석하는 모임이 된다.고어 미부통령이 김대통령과의 오찬을희망했으나 막바지 단계에서 빠졌다. 클린턴대통령부부가 주최하는 백악관 만찬은 클린턴대통령 취임이후 처음 열리는 만찬으로 워싱턴의 지도자 1백20여명이 참석해 전미VIP의 얼굴을 대부분 만날 수 있는 매머드이다.백악관측은 만찬이 끝난 뒤에는 김대통령내외를 위한 특별공연까지 마련하는 파격적인 예우를 베풀고 있다. 김대통령은 워싱턴 도착 이튿날인 22일에는 알링턴 국립묘지에 헌화하는데 이날이 고케네디대통령의 30주기 기일이어서 케네디대통령묘소에도 특별히 헌화할 예정이다.외국지도자 중에서는 케네디 대통령이 김대통령의 가장 좋아하는 인물중의 하나여서 일정이 기가 막히게 짜인 셈이다. ◎회담방식·장소/15국지도자 노타이차림 자유토론/회담장 블레이크섬 시애틀서 뱃길 30분/절경의 해양주립공원… 훈제연어로 유명 이번 아태경제협력체(APEC)지도자회의는 여타 정상회담과 달리 사실상 의전절차가 거의 생략된채 15개 회원국 지도자들이 노타이 차림으로 자유토론을 벌이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회의는 우선 「가슴을 열고 토의하자」는 클린턴 미대통령의 구상에 따라 통역이나 각료·보좌관들조차 배석하지 않는다. 각국 통역들은 회담장의 TV를 통해 회담장 밖에서 자국 지도자에게 동시통역을 하며 상오회의를 끝내고 진행될 오찬석상에만 동시통역이 배석한다. 블레이크섬 삼나무 판잣집의 작은 방에는 책상이나 마이크장치가 설치되지 않으며 지도자들이 「연설」이 아닌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자리도 U자형으로 배열된다. 상오 9시부터 하오 3시반까지 진행될 이 회의에서 첫 의제인 「21세기 아태지역의 장래에 대한 전망」에 관해 첫번째로 발언할 정상은 김영삼대통령. 김대통령이 APEC의 장래와 한국의 개혁정책 등에 관해 약 5분간 발제를 하면 이어 각국 정상들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자유토론을 한 뒤 「아태지역 경제성장을 위한 우선 고려사항」과 「공동목표달성을 위한 방법」등 제2,제3의 의제로 차례로 넘어간다. ◎「에메랄드시티」별명 오는 20일 열릴 APEC정상회담 개최지인 시애틀은 미국인들의 여론조사에서 항상 가장 살기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미북서부지역의 무역·교통·교육의 중심지. 아시아지역으로부터 자동차나 전자장비 등 수입품들이 많이 도착하는 항구도시이고 미본토중 동양과 가장 가깝다는 점에서 APEC회의 개최지로는 최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구 2백50만명으로 워싱턴주 최대 도시인 시애틀은 태평양에 접해있는데다 워싱턴호수가 도시를 가로 질러 항상 파란물이 넘실대기 때문에 「에메랄드 시티」라고도 불린다. 한편 정상들의 지도자회의가 열릴 블레이크섬은 시애틀항구에서 배편으로 약 30분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규모는 여의도 보다 약간 작다.이 섬은 해양주립공원으로 지정된 관광명소이지만 평소에는 산림감시인 2명만이 교대로 상주할 만큼 한적한 곳이며 숲이 울창하고 해변의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 피아니스트 백낙호씨(이세기의 인물탐구:38)

    ◎음악혼 불사르는 건반의 마술사/풍부한 예술감각·정상의 기량으로 청중 매료/연주회 2백여회… 베토벤곡 “환상적 해석” 평가 「스위스 루체른호에서 달빛을 받고 일렁거리는 조각배」. 이는 베토벤 월광소나타를 듣고 19세기 유럽시인들이 평한 찬사다. 한번 귀기울이기 시작하면 그곳에 흠뻑 빠지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현란한 음의 희롱과 꿈결같은 멜로디,우울과 불안과 기대와 사랑에 눈먼 쓰라림을 극복하려는 듯 4분의 4박자 프레스토는 걷잡을 수 없는 파도처럼 몸부림친다. 피아노의 거장 프란츠 리스트는 「사람의 혼을 조용히 일깨우는 아다지오 소수테누토와 격정의 프레스토 사이에서 행복감을 노래하는 제2악장」을 향해 가라앉은 분위기의 리타르단도와 점점 거세지는 크레센도의 「두개의 심연속에 놓여진 꽃」 또는 이 둘 사이의 「금빛 가교」에 비유하기도 했다. 백락호의 「월광」은 좀 더 영롱하다.처음엔 구름을 헤치고 활짝 드러낸 얼굴처럼 눈이 부시리 만큼 한점 티없이 휘황찬란하다.절제된 감정과 은은하고 환상적인 녹턴(야상곡)의 분위기는 듣는 이의 가슴을 진주 타래로 꾸며준다.그러다가 차츰 음 하나하나가 생동감있게 연결되고 종장으로 치닫는 속도가 거세지면서 달빛은 산산조각 분쇄되어 폭우로 퍼붓는다. ○확신에 찬 두들김 그의 연주는 어느 경우에도 애매하다든가 모호한 감은 찾아볼 수 없다.간혹 화창한 봄날의 청람같은 무드가 느껴지는가 하면 확신을 가지고 두들기는 건반은 청중에게 안심과 안도를 안겨준다. 음악평론가 이강숙씨는 그의 베토벤 연주는 「음악의 혼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화성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남다르다」고 말한다.음악적 진실에 과장이 없고 음악의 상을 명확하게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그의 연주는 그만큼 설득력이 강하다.한치의 오차없이 음색의 변화에 깊이 파고들어 곡의 완성과 함께 벅찬 감동과 품위있는 여운이 깃들어 있다. 그가 연주하지 않은 피아노곡은 거의 없다.모차르트에서 베토벤,베버와 슈베르트 멘델스존 쇼팽 차이코프스키 스크리아빈에 이르기까지 지난 45년간 그가 애정과 정성을 쏟지않은 곡은 없다고 할 수 있다.그중에서도 베토벤과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해석은 「환상적 경지」란 평을 듣고 있다. 「노워크 아워」지의 에드워드 버가미니나 그와 두차례나 협연한 바 있는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벌 세노프스키도 「어느 한 대목에도 허점이 없이 면밀한 주의력과 힘찬 핑거레이션」에 감탄한 바 있다. 대부분의 연주가들이 그런 것처럼 그도 5살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서울 가회동에서 의학박사 백태성씨(고)와 조은희여사(86)사이의 5남4녀중 장남으로 출생.외과의사인 부친은 플루트를 직접 연주하고 집안은 언제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는 병원에서 큰 수술이 있으면 시술하는 것을 눈여겨 보기도 했지만 폴란드의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인 파데레프스키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월광에 호소하는 듯한 천상의 소리와 엘먼의 달콤하고 매력적인 바이올린 선율에 매료되어 장차 음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부친은 의사가 되기를 원했으나 장남이 음악에 심취하자 파데레프스키가 빈의 거장 레세티츠키 밑에서 피아노를 사사하던 이야기,베를린파리 런던 뉴욕에 진출하여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기까지의 입지전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때부터 단 한번의 회의나 갈등없이 그는 음악의 길로만 똑바로 걸어왔다고 말한다.『음악은 이미 숙명이며 나의 생애였기 때문에』 그는 어떤 곡에도 당황하지 않는다.수많은 평자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처럼 「확신에 찬 두들김」으로 청중의 가슴을 정확하게 두들길 뿐이다. ○음악을 숙명으로 75년 대구 영남대가 강당을 새로 짓고 그를 초청했을때 연주회가 시작되자마자 불이 나간 적이 있었다.그날의 첫 곡은 슈만 피아노 협주곡 2번. 빠른 템포의 알레그로 비바체로 힘찬 화음에 이어 제1테마가 나타나기도 전에 불이 나간 바람에 장래가 술렁거리는 중에도 그는 아름다운 안단티노에서 스케르초와 프레스토까지 17분의 연주를 완벽하게 끝냈다.물론 다음곡 다음곡에서도 불이 들어오지 않아 촛불이 출렁거리는 속에서 연주를 진행해나갔고 어느때보다 뜨거운 박수를 받았으나 그는 「연주자를 믿는 청중의 태도」에 박수를 되돌렸다. 지난해 런던 비숍스게이트홀에서의 피아노 독주도 마찬가지다.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연주중에 어디선가 벌이 날아들어 아무리 피아노를 두들겨도 그의 왼쪽 손등에서 도무지 움직이지 않았다.벌에 쏘일 경우 손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오로지 연주에만 몰두했다.청중은 이를 알리 없었고 그의 매니저인 찰스 핀치씨만이 이 사실을 알고 발을 동동 굴렀다.그리고 그의 끈질김과 인내심과 암보에 감탄했다. 백낙호씨는 온화하고 겸허하다.정중하고 진솔한 성격으로 좀체 희비의 높낮이를 드러내지 않는다.다만 음악에서만은 좀더 공부하고 싶은 갈망에 목말라 했으나 유학의 길은 손에 닿지 않았다. 부친은 개성에서 경북등 도립병원으로 전전하는 월급쟁이에 불과했고 형제가 많은데 외국유학까지 가겠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뜻하지 않은 행운이 날아들었다.당시 미국대사관부영사이자 아마추어 첼리스트였던 마이클 베이츠가 그의 독주회에서 베토벤 「비창」과 「열정」을 듣고는 예일대 장학생으로 추천해준 것이다. 베토벤은 이처럼그와 인연이 깊다.후에 빈 교향악단의 지휘자 쿨트 뵈스와도 바로 「월광」연주가 계기가 되어 「황제」협연이 이루어졌다.그는 서울대를 졸업했지만 53년 예일대에서 1학년부터 다시 시작했다.그러나 크나이젤 하계 음악학교에서 아튀르 발삼교수를 만나 사사하고 예일대 관현악단과 협연을 하게 되기까지 그는 「참으로 많은 고생」을 해야만 했다. 낮에는 학교공부와 시간강사 피아노조교로,밤에는 접시닦이와 청소 아르바이트 그리고 새벽엔 연습등 예일에서의 6년은 인생의 전환이 될만큼 슬픔·고뇌·가난으로 점철되었고 비로소 뉴욕 줄리어드로 진출하면서 그의 앞길에 연분홍빛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첫번째 행운은 음악도의 선망인 에델마커스교수에게 지휘법·실내악·피아노문헌을 공부한 일이고 폴 주코프스키와의 줄리어드정기연주 협연,타운홀 WQXR(뉴욕FM)방송국에서의 독주회,그리고 잊지못할 일은 정명화·경화자매의 줄리어드 입시때 피아노반주를 맡은 일,루빈스타인·리히터·하이페츠연주와 뵈링의 마지막 「토스카」를 본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행운은 이어져 모교인 서울대가 그를 교수로 불러들였고 귀국독주회에서 특유의 베토벤 「열정」소나타 바하 「파르티타」 쇼팽·스크리아빈·드뷔시를 고루 선보여 유한철·박용구·김형주등 국내 평자들로부터 「진실한 예술성」 「세련된 의지」 「맑은 쾌감」 「콘서트 피아니스트로서의 탁월한 테크닉」등의 화려한 평에 휩싸였다. 그해 KBS의 인기아나운서이던 이정희씨를 만나 결혼,1남2녀가 모두 빈음대 졸업후 음악가가 된 것도 행운의 하나다(장녀 혜영씨는 KBS 교향악단 제1바이올리니스트,차녀 혜선씨는 뉴서울 필하모니 첼리스트,아들 정엽씨는 빈음대서 피아노 전공후 연구과정중). 그는 요즘도 새벽5시에 일어나서 예일대 줄리어드 음대시절과 똑같이 연습에 임하고 있다.75년이후 런던 심포니 매니저인 찰스 핀치씨와 계약되어 동남아·유럽연주 스케줄을 짜기 때문에 그는 교수와 연주활동을 적절하게 누릴 수 있게 되었다.따라서 하루 2시간씩의 매일 연습으로 해외연주 서울 지방연주 협연 등에 대비하고 있다.음악없이 어떻게 살 수있었을까.그는 피와 살과 그를 구성하는 세포하나까지도 음악으로 이루어졌음을 부인하지 않는다.입속에서 한소절의 허밍만으로도 벌써 몸속에 희열과 의욕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낀다. ○7년만에 독주회 91년 학교와 연주외에 모처럼 IMC(국제음악협의회)한국대표로 참여,지난 제25차 총회에서 동양권에서는 처음으로 임기 6년의 집행위원에 피선되었고 한달에 한번씩 예일대 재경 동문회 조찬에 나가는 정도.술은 맥주 한두잔에 애연가.선배인 전봉초,동료 이남수씨 등과 전람회장,연주회장 등에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그는 수많은 지방연주 해외연주 협연등 2백여회의 연주에도 불구하고 지난봄 호암아트홀서 7년만의 서울 독주회를 개최,그날의 「월광」소나타는 세월이 갈수록 영롱함과 격정이 진하여 피아노의 칸타빌레는 한층 우아하고 리타르단도와 크레센도는 정열의 다이내믹스로 절정을 이루었다. 마침내 그의 월광은 산산조각으로 분산되었고 청중도 연주자도 달빛의 폭우에 흠뻑 젖어 한동안 침묵에서 헤어 나올줄을 몰랐다.내년이면 대학교수 정년,그의 예술의 열정시대가 아마도 그때부터 막을 올리게 됨을 예고하고 있었다. □연보 ▲1929년 서울 출생 ▲1946년 개성 송도중 졸업 ▲1946년 서울대음대 입학 ▲1949년 서울대 음대관현악단 협연으로 「신인연주회」데뷔 ▲1950년 6월24일 백낙호 피아노 독주회(서울시공관) ▲1950년 해군교향악단 입단 ▲1952년 서울대 음대 졸업(김원복 윤기선사사) ▲1953년 서울대 강사·도미 ▲1957년 예일대 음대 졸업(예일대교향악단협연) 아튀르 발삼 사사 ▲1958년 예일대 음대대학원 졸업·예일대 강사·에델마커스 갈라미안 사사 ▲1962년 줄리어드 음대 연구과수료·줄리어드 정기연주회협연 ▲1962년 뉴욕 타운홀에서 피아노 독주회 ▲1963년 귀국 서울대 음대 재직 ▲1963년 서울시공관서 귀국독주회 ▲1964년 KBS교향악단과 협연(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1972년 대북 시립교향악단과 협연 ▲1972년 싱가포르에서 피아노 독주회 ▲1975년 빈교향악단과 협연,쿨트 뵈스지휘 ▲1975년 하와이대학서 피아노 독주회 ▲1976년 방콕서 피아노 독주회 ▲1977년 빈교향악단과 협연·서울시향협연(홍콩 시민회관)·말레이시아시향 협연(콸라룸푸르)·국향협연(국립극장) ▲1978년 방콕·싱가포르 피아노 독주·일본 도쿄교향악단 협연 ▲1979년 하와이대학서 피아노 독주회 ▲1980년 빈 교향악단과 협연·핀란드시향협연(81년)·미시간에서 피아노 독주회(82년)·빈교향악단·핀란드교향악단·서울시향협연(84년)·영국 아바딘 음악제서 서울대음대교향악단과 연주(85년)·KBS교향악단과 서울 수원 부산 인천 연주·대전 협연(87년)등 협연·해외독주등 2백여회 ▲1987년 서울대 음대 학장·LA심포니·춘천시향협연·이탈리아 우르비노 하기 국제대학초빙교수(88년)·KBS교향악단과 데뷔 40주년기념 연주회(89년)·이탈리아 페사로 하기음악제초빙교수(90년) ▲1992년 영국 런던 비숍스게이트홀서 피아노독주회및 런던음악제 초빙 교수 ▲1993년 3월 서울 호암아트홀서 피아노독주회및 부산 대구 대전서 독주회 서울대 음대 교수·IMC(국제음악협의회)한국대표(91년이후)한국음악협회 부이사장·한국 피아노 학회 회장·IMC 집행위원 대한민국 문화예술상·80년 올해의 음악상(음협제정)·「월간음악」상·영창음악상·예술대상(예총)
  •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가 모리슨의 생애와 작품세계

    ◎「흑인여성」 이중 소외 형상화/섬세한 문체에 주변이야기 담아/흑인사회의 과거·현재 집중 조명/버지니아 울프 연구로 석사학위… 극작가로도 명성 금년도 노벨문학상수상자인 미국의 흑인여류작가 토니 모리슨(62)은 흑인여성들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소리없는 인종갈등을 그린 미국최고의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토니 모리슨의 수상은 흑인여성으로는 첫 수상이며 여류작가로는 8번째,미국인으로는 10번째이다. 모두 6편의 소설을 쓴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이자 최근작인 「재즈」(92년작)는 1920년대 미국 할렘가를 배경으로 재즈음악의 깊은 슬픔과 변덕스러움을 바탕으로 한 흑인부부와 다양한 주변인물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섬세하고 서정적인 문체로 그린 작품이다.베스트셀러가 된 이 소설은 화장품외판원인 「조」가 아내몰래 사귀던 18살의 소녀를 총으로 쏘아 죽이면서 전개된다.이 사실을 알게된 아내 「바이올렛」이 소녀의 장례식에 찾아가 소동을 벌이지만 작가는 단순한 치정사건을 화해의 정신으로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있다.또 자신의 조카를 살해하고 모욕했던 부부를 용서하는 「멘프레드」,남편과 정을 통하다 죽임을 다한 처녀를 결국 용서하고 연민을 보내는 여주인공 「바이올렛」등 인물을 통해 삶의 고통과 황폐함을 뛰어 넘는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토니 모리슨은 지난 70년 데뷔작인 「가장 푸른 눈」의 출판으로 첫 성공을 거둔 재능과 운을 겸비한 작가.이 작품은 금발에 푸른눈이 사회의 규범이 되고 있는 사회에서 한 흑인어린이가 겪는 소외감을 묘사해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이어 74년에 발표한 「술라」「솔로몬의 노래」(77년),「타르베이비」(81년)등 일련의 작품에서도 일관되게 흑인사회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에 천착해왔다. 그녀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안겨준 것은 87년 퓰리처상 소설부문 수상작인 「소중한 사람」(Beloved).흑인노예 어머니의 고통스런 삶을 그린 이 소설은 미국 남북전쟁후 186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한 흑인 노예 어머니가 딸에게마저 노예의 굴레를 안겨주지 않기위해 자신의 손으로 딸을 숨지게 한뒤 겪는 고통이 줄거리를 이룬 이 작품은 노예제도의 비인간성을 폭로한 것으로 출간하자마자 대단한 화제를 모았다. 퓰리처상 수상이전 토니 모리슨의 높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전국서적상,비평가상등 각종 문화상을 받지 못한데 격분한 저명한 흑인작가및 비평가 48명이 항의성명을 발표하는 소동을 빚는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소설가이자 명문 프린스턴대학 고전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토니 모리슨은 뮤지컬 「뉴올리언스」,「꿈꾸는 에미트」등을 쓴 극작가로도 유명하며 미국 유수출판사인 랜덤하우스편집인직도 맡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 로레인에서 흑인노동자 가정의 4남매중 둘째로 태어난 모리슨의 올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지난91년 남아공의 네이딘 고디마,92년 영연방 세인트루시아의 데릭 월코트에 이어 3년 연속으로 인종및 흑인문제를 다룬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돼 세계문학조류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토니 모리슨은 지난 88년 「소중한 사람」이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선정되면서 국내에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솔로몬의 노래」「재즈」등 3편이 번역·출판돼 있다.「재즈」는 동시출간된 또다른 흑인여류작가 앨리스 워커의 「은밀한 기쁨을 간직하며」와 함께 흑인문학의 진수를 보였다는 평을 얻으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흑인이라는 불리한 장벽을 뛰어넘고 미국최고의 작가로 이름을 떨친뒤 노벨문학상마저 거머쥔 토니 모리슨은 현재 3자녀의 어머니이자 이혼녀이다. 모리슨은 이번 수상으로 6백70만 크로네(미화 82만5천달러)를 받는다.시상식은 오는 12월10일 열린다. ◎모리스 연보/「소중한 사람」으로 88년 퓰리처상 ▲31년 미국 오하이오주 로레인 출생.어릴때 이름은 클로에 앤터니 워포드 ▲49년 워싱턴D.C. 하워드대 입학.재학중 자메이카출신의 건축학도 해럴드 모리슨과 결혼 ▲55년 포크너와 버지니아 울프 연구로 코넬대에서 석사학위 취득 ▲64년 이혼한뒤 뉴욕으로 가 출판사 「랜덤 하우스」의 편집인이 됨.이후 권투선수인 무하마드 알리를 다룬 책을 펴내 베스트셀러기록 ▲70년 첫소설 「가장 푸른 눈」출간 ▲74년 두번째 소설 「술라」출간,「내셔널 북 어워드」의 후보작이 됨 ▲77년 「솔로몬의 노래」출간,미국 비평가협회상 수상 ▲81년 「타르 베이비」출간 ▲83년 뮤지컬을 위한 희곡 「뉴 올리언스」출간 ▲88년 「소중한 사람」출간,퓰리처상 수상 ▲89년 프린스턴대 교수 ▲92년 「재즈」출간 ◎수상 소감/“영광이다… 열악한 환경이 밑거름” 대학동료로부터 이날 아침(미국 시간) 수상소식을 전해들은 모리슨씨는 『뭐라 말할 수 없이 기쁘다.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도 노벨문학상이 이제서야 미국의 「흑인작가」에게 돌아가게 된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그녀는 또 『이렇게 큰 상을 받게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이 기쁜 소식을 연로하신 어머니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작품들은 현재 세계 14개국어로 번역,출판돼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그녀는 지난 81년 소설「타르 베이비」발표 당시 자신의 이야기가 미국의 권위있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커버스토리로 다뤄지자 『이같이 편견이 심한 사회에서 중년의 흑인여성을 주간지의 표지로 내세운 것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었다.그녀는 또 『나는 흑인 작가 또는 흑인 여성작가라고 지칭되는 것을 상관하지 않는다.왜냐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흑인 여성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폭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훨씬 깊고 광범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흑인여성작가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밝힌 바 있다.그녀는 『내가 「흑인 여성」이기 때문에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흑인 여성」으로서 백인위주의 남성사회에서 처해있는 이중삼중의 열악한 환경이 보다 폭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이것을 작품속에 그려낼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선정 이유/“독특한 구성·시적 표현들 높이 사” 한림원은 7일 미국의 흑인소설가 토니 모리슨씨가 미국사회 현실의 가장 근원적인 단면들을 마치 환영을 쫓는듯한 강한 힘과 시적 표현들로 뛰어나게 형상화시켜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한림원 관계자는 『그녀가 문학을 통해 인종의 족쇄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해 왔으며 특히 이런 강한 주제를 시적인 언어들로 표현해냈다』고 밝혔다. 한림원 관계자는 또 『그녀는 윌리엄 포크너 등 미국 남부출신 소설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지만 특유의 독자적인 서술법을 발전시켜 왔다』면서 『특히 작품에 따라 서술방식을 달리하고 있는 점이 독특하다』고 덧붙였다. 한림원 관계자는 그녀의 작품들은 무엇보다도 인간,좁게는 흑인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심오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모리슨은 92년에 출간한 자신의 수필집에서 『나는 작품을 쓸때마다 내가 성과 인종차별이 심한 사회에서 미국의 흑인여성으로서 얼마만큼 자유로울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천착해 왔다』며 자신의 작품관을 밝혔었다.
  • 제13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대상 서상원작 「…미래를 향한…」

    ◎우수상엔 이천수씨의 「환상」/특선/진장현씨의 「토기장이…」등 5점/장려상/신수길·전문재씨 외3명 받아/26일부터 서울갤러리서 전시 제13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서 영예의 대상(상금 5백만원)은 「S=K의 미래를 향한 움직임」을 출품한 서상원씨(28·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607동 403호)에게 돌아갔다. 우수상은 「환상」을 출품한 이천수씨(29·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 796의 4)가 특선은 ▲민지희(26·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87동 1208호) ▲서병주(28·서울 관악구 신림9동 건영아파트 7동 1407호) ▲이동구(31·경기도 고양시 성사동 주공아파트 220동 208호) ▲진장현(45·서울 종로구 창성동 99) ▲김일용씨(30·서울 동작구 상도4동 산65의 41)가 각각 차지했다. 그밖에 장려상은 신길수,전문재,김희연,박상구,정재진씨가 선정됐다. 국내 도예계에서 가장 권위있고 전통있는 공모전으로 올해 13회를 맞은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는 1백98명의 응모자가 2백24점의 작품을 출품했고 이가운데 대상등 입상자 12명과 입선자 59명(작품 60점)을 선정했다. 올해 심사는 권순형(서울대교수·심사위원장) 조정현(이화여대교수) 신상호(홍익대교수) 이부웅(단국대교수) 임무근(서울여대교수)씨가 맡았다. 입상및 입선작은 오는 26일부터 31일까지 서울 프레스센터 1층 서울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입상자 명단◁ △김혜진 △오순학 △김승희 △이재석 △박선순 △조영은 △현경란 △곽노훈 △김남경 △신윤희 △신윤희 △김기현 △최철형 △이지연 △이영실 △최승주 △이강심 △최병만 △박재연 △안성민 △이석영 △정춘정 △정혜선 △민홍동 △조영국 △정지숙 △김미성 △김선영 △박채련 △심희정 △정민숙 △허윤영 △양용진 △현의경 △최경화 △손희정 △정인숙 △이양재 △한혜정 △장숙희 △김영기 △안해옥 △유태근 △조일묵 △이춘림 △이항렬 △신민근 △홍성환 △유성희 △서미경 △강병옥 △한유미 △손순경 △최남길 △신미영 △김명희 △이인철 △안병옥 △손종만 △박재현 ◎뽑고나서/“색유약 구사·소성과정등 무리없이 처리/수차례 걸쳐 협의… 특성있는 작품 엄선” 13회째가 되는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현대 도예로서의 새로운 창의력과 능력을 우리의 긴 도예역사에 버금가는 새로운 경지로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하겠다. 올해 출품된 작품 경향은 예년과 다름없이 의욕넘친 역작들을 볼 수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일률적인 점토를 사용한 성형으로 도조적인 것과 오브제적인 작품이 많고 유약의 구사능력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를 느낀다. 공모전 초창기에는 기물 중심의 작품이 태반이었는데 근간에는 도조적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이같은 점은 세계의 도예가 미술로서의 범주속에서 필요이상의 긍지를 느끼면서 단순하고 욕망적인 자기의 이상을 높이고자 하는데 있다고 생각되어 염려스럽기도 하다. 도예의 원천은 역사적으로 동양에서 발생되어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 미술사에서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지금부터 다시한번 생각하여 우리의 뿌리를 찾아 현대적이며 심도있고 창의적인 도예세계를 구축하여 가는 길을 모색해 볼 시점에 온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에 대상으로는 서상원작 「S=K의 미래를 향한 움직임」이 수상하였는데 아마도 꿈 속에서 성장하는 자기 세계를 표현한 작품으로 성형에서나 많은 색유약을 구사한 것이나 그리고 소성에서도 어려웠던 작업 과정이 무리없이 처리되었다는 점에서 영광을 얻었다.다음으로 우수상에는 이철수작 「환상」이 선정되었는데 물레성형 과정을 통한 여러 부위를 접목한 자연스럽고도 균형있는 형태로서 유약처리와 일체감을 나타내고 있다.그 외의 입선권의 작품은 수차에 걸친 엄선으로 특성있는 작품을 선정하였다. 전체적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폭넓은 재료와 유약의 선택,그리고 소성에서 이루어지는 효과적인 감각을 포착하여 각자 나름대로 반복된 시련을 거쳐 자기의 멋의 세계를 이루어 주었으면 하는 점이다. ◎대상 서상원씨/“한국도예 세계진출에 한몫 하고파”/고3때 입문… 상금으로 내년 뉴욕 유학(인터뷰)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서 올해의 대상을 거머쥔 서상원씨(28)는 『좋은 작품이 많이 출품돼 제게 이런 영광이 돌아올 줄은 정말 몰랐다』고수상소감을 밝혔다.『오늘이 있기까지 뒷바라지해주신 부모님과 스승님들,힘을 북돋워준 친구들에게 감사한다』는 그는 상금 5백만원을 유학경비로 쓰겠다며 밝은 웃음을 보였다. 지난해 같은 공모전에 출품,특선을 한후 두번째 도전에서 도예계 가장 큰상의 영예를 안은 행운아 서씨는 평범한 가정에서 큰 어려움없이 자신의 전공을 닦아온 인물.국민학교때부터 미술을 좋아했으나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하기는 고3때부터.당시 도예를 전공한 미술선생의 영향으로 도예의 길을 선택,홍익대 도예과를 졸업(90년)하고 동대학원 4학기에 재학중이다. 『갈수록 심오하고 힘든 작업이 도예의 경지지만 평생 순수예술의 측면에서 도예인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그는 『세계무대에 진출해서 한국의 도예를 인식시키는데 한몫을 하고 싶다』고. 대상 수상작 「S=K의 미래를 향한 움직임」은 조합토로 빚어 전통안료를 이용한 유약을 바른 작품.구상에서 제작까지 5개월이 걸린 역작으로 『상상속의 세계,동화속의 세계를 나름대로 해석하여 미래지향적으로 표현했다』는설명을 붙이고 있다.상상과 동화의 이미지를 한곳에 집중시켜 한 덩어리의 조형물을 제작,강렬한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색깔도 자유분방하게 쓸수있는 것을 다 써봤다고 한다. 『미술 타장르에 비해 여러가지 측면에서 지원이 부족하고 낙후된 도예계에 서울현대도예공모전과 규모있는 공모전의 증가와 정책적인 배려가 절실하다』는 그는 내년 여름 대학원을 마치면 개인전을 갖고 뉴욕으로 유학갈 예정이다.아직 미혼이다.
  • 무용평론가 정병호씨(이세기의 인물탐구:37)

    ◎민속춤 발굴을 평생의 업으로/30년동안 전국 돌며 잊혀져 가는 농악·굿 채록/진도 씻김굿 등 재현… 24개춤 문화재 선정 기여/양반춤 어깻짓도 일품… 요즘 「최승희무용」 재평가작업 몰두 상모달린 전립과 전복을 입고 세마치장단인 왼삼채와 덩더궁이로 농악패가 동네를 휘돌기 시작하면 온몸에 뜨거운 피가 솟구치면서 두둥실 어깨춤이 절로 난다. 무용평론가 정병호씨는 어릴 때부터 농악대 리더인 열두발 채상돌리기 상쇠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천하지대본의 기를 앞세우고 쇠꾼이 추는 부들상모놀이며 장고잡이들의 설장고춤,북을 멘 북잡이들의 설북놀이와 상모쓴 버꾸잡이들의 채상놀이,징과 꽹과리소리에 맞춰 정신없이 빠지다보면 자신도 농악의 한 패거리가 되어 지치도록 신명을 낸 기분이다.실제로 그는 부모 몰래 옷자락 펄럭이며 추는 무동의 꽃사비춤을 출만큼 농악과 굿에 홀려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전국의 굿판이나 농악판에는 그가 나타나지 않는 자리가 없다. 전남 영광의 풍년굿인 칠월꽃대림굿·농사굿·메굿과 여수에서 한참 들어가는 여천 백초리 가장농악,진도 소포리 마을농악,부여에서만 볼 수 있는 은산별신제며 충북 옥천 마티(마치)마을 부락제,경기도 도당굿,통영 오구새남굿,진도 도깨비굿,강릉·양주·횡성·예천·남원등등 굽이굽이 누비고 다닌다. 민속춤을 발굴한다는 명목으로 현장조사를 위한 것이라곤 하지만 지난 30년동안 최남단 도서지방에서 각도 산간벽지에 이르기까지 춤이 있는 곳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만큼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예인 기질 타고나 현장에 가서 하나의 굿을 보고 유래를 더듬거나 채록하려면 춤꾼들에게 술을 대접하거나 사례비를 내기도 하고 자신의 춤으로 흥을 돋우기도 한다.너름새가 크고 어깻짓이 일품인 그의 양반춤·한량춤은 그곳 토박이 춤꾼들을 한눈에 매혹하여 춤과 춤이 어우러져 흥청거리는 한밤을 지샌다. 평소에 점잖고 근엄하기만한 대학교수로서 그의 일면에 그런 한량기질·예인기질은 어쩌면 타고 태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이른바 서민층에서만 추어지던 병신춤이며 곱사춤 발탈과 휘겡이춤도 냉대받고 천대받던 것을 그가 발굴해서 정립해놓은 춤이다. 농악이나 굿은 마을전체가 축제분위기로 어울리는 협동춤이라면 병신춤이나 곱사춤은 신분이 다른 계층에 대한 익살과 풍자,서민의 애환과 해학을 담아 지난날의 시대상과 지역의 풍습을 꾸밈없이 반영하고 있다. 병신춤만해도 처음은 허튼춤으로 시작하여 턱붙인 곱사춤,엉덩이 빠진 곱사춤,안팎 곱사춤,문둥이 곱사춤,절룸발이 곱사춤으로 이어지고 곰배팔이와 오리발 흉내등 명연기가 곁들여져 인간의 진한 삶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 병신춤으로 유명한 공옥진도 바로 그가 발굴해낸 인기 연희자다. 78년4월 전라도 정읍에서 남의 집 잔치에 불려다니던 공옥진을 서울에 데려다가 처음엔 그녀가 묵고 있던 종로 청진여관 옥상에서 몇사람에게 병신춤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자그마한 공옥진은 손과 발을 오그려뜨린 괴상한 춤사위를 다양하게 선보였고 이 연희는 그가 회장으로 있던 전통무용연구회 주최로 공간사랑에서 한달간 공연되어 민속예술분야로서는 최장기록을 세울만큼 장안의 화제가 됐었다. 그다음은 울진·강릉·주문진·삼척등 주로 해안지역을 따라 오귀굿·용굿으로 대를 잇고 있는 김석출을 소개,이는 70여명의 무인을 배출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세습무가로 지금도 30여명의 무인을 이끌고 풍어제를 위한 미포별신굿을 보존케 하고 있다. 그외에도 목포출신으로 전국각지로 돌아다니며 정착치 못하고 있던 호남승무·살풀이춤의 이매방의 YMCA강당 공연을 주선,무형문화재 지정에 앞장섰고 밀양 백중놀이와 덧배기춤의 하보경옹,진도 씻김굿의 박병천,필봉농악 양승룡,이동안옹의 태평무와 발탈도 그가 발굴하여 문화재로 지정된 케이스다. 조금도 늦추지 않고 민속춤에 대한 연구와 발굴에 정열을 쏟는 한편 마을춤의 복원과 대중화를 실천해나가면서 최근에는 몽골등 동북아 무용의 비교로 한국춤 원류찾기,친일파 사회주의자로 낙인찍혀 40여년간 어둠속에 묻혀버린 최승희의 삶과 예술에 손대고 있다. ○나주 부농의 종손 전남 나주 산정동 대지 3천평이 넘는 「산정밑에」로 유명한 대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는 집에서 피아노와 첼로·아코디언을 배울만큼 부족함이 없는 밝은 환경에서 자라났다. 그러나 피아노보다는 집안 머슴들과 이뤄진 농악팀에 합류하기를 즐겨 엄격한 부친에게 걸핏하면 매맞고 갇히기 일쑤,집안에서 쫓겨나기가 다반사였다. 부친 정홍봉씨는 호남지방에서 알아주는 토호의 종손에다 시대에 앞장서는 인텔리로 일찍이 서울에 유학하여 휘문고와 서울대공대 전신인 경성고등공업학교를 졸업,시인 이상과는 서울공대 동기동창생이다. 전남 제일의 방직회사인 종방 대표이사로 있다가 6·25후 광주공업고와 여수고 교장을 지낸 교육자. 그러고보니 4남2녀중 집안을 이어갈 장남이 춤과 꽹과리장단에 미친 모습은 가관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어쩌다 저런 것이 우리 집안에 태어났나』 『엉뚱하게도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느냐』는 노발대발이 그치지 않았고 어머니 김수순여사는 이런 아들을 부군에게 감추고 빌기 위해 한숨과 눈물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보수적이고 귀족적인 부친에게 반발하는 기분으로 농악이며 굿판에 끈질기게 따라다녔고 43년 광주극장에서 공연된 최승희의 무용발표회를 본 것이 춤에서 영영 헤어나올 수 없는 계기가 돼버렸다. 그때도 집에서 돈을 주지 않아 아끼던 아코디언을 전당포에 잡혀 무용발표회 입장권을 샀다. 『이세상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예인이 있었던가』 온통 넋을 빼앗긴 채 천하의 개인을 한번쯤은 더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고교를 졸업하자 서울에 뛰쳐올라왔고 지금 명동 YWCA자리에 있던 조선교육무용연구소에 들어갔다.당시 현대무용의 선두주자이던 한귀봉씨에게 현재 극작가로 활약하는 차범석,「춤」지 발행인 조동화와 함께 춤을 배우면서 최승희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포기한 적이 없었다. ○서울음대에 입학 한편으로는 서울대음대에 적을 두고 전봉초씨에게 첼로를 배우다가 6·25후 고향에 내려가 다시 조선대를 졸업.춤추기보다 무용평론과 이론으로 돌게 된다. 그는 반짝이는 다재다능으로 악보 없이 쇼팽의 마주르카 원무곡을 칠 수 있는 피아노 솜씨를 지녔으나 고향의 머슴방에 드나들며 두들기던 꽹과리소리를 잊지 못했고 가슴을 후비듯 스치는 마을의 신들린 축제를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마침 문예진흥원이 사라져가는 민속무용에 관심을 기울이자 그는 그가 평생을 두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깨달았다.그때부터 전국을 누비며 징과 꽹과리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순간 움츠렸던 영혼이 잠을 깬듯 온몸에 활기와 생기가 솟구쳤다.어디선가 굿판이 벌어진다는 정보에 따라 좇아가기도 하지만 현장에 가서 소문을 듣고 즉흥적으로 탐사를 떠나기도 한다. 민속학자 임동권씨는 『아마 그가 하지 않았다면 농촌의 현대화 물결에 밀려 우리만의 독특한 민속·무속춤이 그대로 소멸될 뻔했다』고 할 정도다. ○청정한 성품 지녀 특히나 「멀고 아득한 땅」이란 인식 때문에 조선조 유배지로 유명한 진도 씻김굿과 동네번영을 위한 도깨비굿,사람의 죽음을 삶의 연장으로 승화시키는 다시래기는 이 지방 특유의 것으로 50∼60년전부터 서서히 사라져가는 것을 그가 채록하여 보충해서 재현시킨 「작품」이다. 지난해 30년동안 몸담았던 중앙대를 정년퇴직하면서 그는 그가 10대때 흠모해 마지않던 세계적 무희 최승희무용의 재평가작업에 본격적으로 집착하여 일제시대 최승희의 라이벌이었던 영화배우 이향란(지금은 야마구치 도시코로 개명),최승희평전을 쓴 가바시오 사부로(고도웅삼낭)등 인터뷰된 사람만도 90여명.최근에 집필에 들어갔다.가족은 부인 서정구여사(61)와 아들형제.근면성실하고 예술에 대한 청정한 일념이 성품이다. 그처럼이나 춤을 만류하던 부친의 뜻대로 그는 무대에서 춤추는 대신 부친처럼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춤의 아름다움은 은은하고 고요한 가운데 맺고 어르면서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무동작의 여백일뿐,무수한 선들과 숨막히는 정지가 바로 그의 몸부림에 끊임없이 명멸하고 있음을 그만은 알고 있다. □연보 ▲1927년 전남 나주출생 ▲1946년 광주농업고졸업 ▲1946년 서울대음대입학(첼로전공) ▲1947년 조선교육무용연구소(현대무용가 한귀봉사사) ▲1955년 조선대 문이대 체육과(무용전공)졸업 ▲1961년 서라벌예대 무용과강사,고대출강 ▲1962년 서울대 대학원입학,서울대 사대강사,단국대체육과조교수 ▲1963년 중앙대무용과교수 ▲1964년부터 민속무,무속무 발굴 위한 현장답사 ▲1974년 중앙대 대학원졸업 ▲1976년 문화예술진흥원 무용교원 심사위원 ▲1977∼85년 전통무용연구회회장 ▲1978∼현재 민속학회 상임이사 ▲ 〃 국제극예술협회(ITI)한국본부 상임위원 ▲1981년 문화공보부 문화재위원 ▲1989년 홍콩화교대학서 명예문학박사 ▲1992년 중앙대 정년퇴임 중앙대 명예교수 이대 숙대 세종대 한양대학원출강 문체부 문화재위원 시문화재위원 국립극장운영위원·무용분과 레퍼토리위원 진도씻김굿 밀양백중놀이 필봉농락 호남승무 이동안 태평무와발탈 진도다시래기 평택,강릉,이리농락 통영검무 영산재 통영사도놀음 송파답교놀이 김숙자살풀이춤 이매방살풀이춤등 24개 문화재지정을 위한 발굴조사 보고서 외 논문 250편,평론 1백여편 발표 「창작무용」(교육무용협회 69년)「세계의 민속무용」(교육도서 71년)「민속춤」(청림사 74년)「춤사위」(문예진흥원 81년)「한국춤」(열화당 85년)「농락」(열화당 86년)「한국민속춤」(삼성출판사 91년)「민속기행」(눈빛사 92년)일본어판 「한국□민속무용」(동경백제사 93년)등 16권 전라남도 문화상,한국무용협회 학술분야 문화대상,한국출판협회「올해의 책」(「한국춤」「농악」)선정
  • 원폭피해 실질보상 촉구/유가족 5백명/히로시마 투하 48돌 위령제

    한국원폭피해자협회(회장 이종만)회원과 피해자·유족등 5백여명은 히로시마 원폭투하 48주년인 6일 상오 서울 마장동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 문화회관에서 「제26회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제」를 갖고 피폭 생존자에 대한 실질적인 생계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서 이회장은 개식사를 통해 『지난 91년 한·일 정부의 합의로 2백76억원의 원폭피해자 지원금이 전달됐지만 아직까지 충분한 생계대책이 보장되지 못한 상태』라며 당국의 성의있는 보상책을 요구했다. 한편 한국기독교여성연합회도 이날 하오2시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 1백주년기념관에서 원폭피해자들을 위한 평화마당행사를 열고 원폭피해자협회 대구·경북지부장 김분순할머니(67)에게 올해의 인물상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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