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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일대생들 “올드보이 공부합니다”

    예일대생들 “올드보이 공부합니다”

    |뉴헤이븐(미 코네티컷 주) 이도운특파원|‘예일대 학생들도 올드보이에 반했다?’ 미국의 명문 예일대가 올 봄학기부터 처음으로 한국 영화 강좌를 개설했다. 예일대 영화학과와 동아시아학과에서 공동으로 개설한 강좌의 제목은 ‘1961년 이후의 한국 영화’. 담당교수는 예일대 동아시아학과에서 한국어를 담당하는 최승자 교수다. 최 교수는 27일 “최근 미국에서도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필름 스터디측과 공동으로 강좌를 개설했다.”면서 “미국과 한국 학생 등 10명이 수강 중”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가 수업 ‘교재’로 선택한 영화는 10여편. 대부분이 한국 영화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들이다. 특히 학생들이 국제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받은 ‘올드 보이’를 연구해보고 싶다고 요청해 한국의 최신 ‘스타일리스틱 무비’로 수업에 포함시켰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최 교수는 한국영화에 대한 수강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마다 영화가 나온 한국의 사회적 배경을 설명하고 영화 관람, 관람후 토론 등 3단계로 나눠 수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서편제처럼 한국인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정서를 표현한 영화를 미국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어려움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dawn@seoul.co.kr
  • ‘올드보이’의 부활

    ‘올드보이’의 부활

    #사례 1 일본 사가현의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지바는 이색 기업이다. 회사 이름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가리키는 ‘오지상’과 ‘오바상’에서 한자씩 따와 합성한 것이다.1997년 공동 창업한 25명은 모두 60∼75세 노인이다. 젊은 직원은 아예 채용하지 않는다. 사무실에는 ‘노인의, 노인에 의한, 노인을 위한’이라는 사훈이 걸려 있다. 지난해 27만달러(2억 7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 전무 가즈히로 노다(67)는 “올해 마케팅 비용을 크게 늘리면 매출도 크게 늘 것으로 본다.”며 “노인들의 기업 창업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례 2 독일 중서부 데사우에 있는 모터 제조업체 안할트 일렉트로사. 이 회사는 최근 50대 이상 직원들을 대거 새로 뽑았다. 레이너 스토르크 최고경영자(CEO)는 “채용하고 싶어도 젊은 기술자가 없어 젊은 사람만 찾는 기업들은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례 3 북유럽의 핀란드는 가장 성공적인 고령화 국가로 꼽힌다.1990년대 20%에 불과했던 60∼64세 취업 인구는 지난해 40%로 껑충 뛰었다. 국민연금 부담이 줄고, 취업자 확대에 따라 세금도 늘어 재정 상태도 좋아졌다. 경제 성장률도 높아졌다. ●“노인이야말로 유일한 성장 동력” ‘올드 보이’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30일자에서 ‘새로운 노인 시대’라는 제목으로 각국 기업에 불고 있는 역(逆) 세대교체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젊은 노동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대기업 캐논과 미쓰비시 등이 은퇴한 노인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노무라 증권은 4월부터 60세 이상 퇴직자들이 재취업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의 15∼64세 노동인구는 앞으로 15년간 해마다 74만명씩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감소세가 ‘실버 채용’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오히로 오가와 일본대 인구통계학과 교수는 “노인이야말로 우리의 유일한 성장 동력이라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같은 흐름은 일본을 뛰어넘어 전세계로 번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고령 노동자를 위한 연구팀을 구성했다. 이 회사의 45세 이상 직원은 2002년 41%였으나 2011년이면 68%로 높아진다. 독일에 있는 포드자동차 유럽본부는 고령 직원의 건강과 생산성을 관리하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했다.50대 이상 직원이 2008년이면 현재의 곱절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인력 파견회사인 아데코는 나이든 직원을 채용하려는 업체들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고령 취업자는 생산성이 떨어지고 비용 부담이 커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은 이제 낡아빠진 것이 되고 있다. ●‘지식경영의 핵심’ 예찬까지 미국은퇴자협회(AARP) 조사에 따르면 미국 경제활동 인구의 절반은 70세까지 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55세 이상 직원만 22만명이나 된다. 이 회사는 AARP지부와 지역 노인센터에 구인을 요청할 정도다. 고령화는 노동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위기와 연금 붕괴를 야기하고 있다. 프랑스의 정년퇴직 연령은 59세. 평균 수명은 83세다. 프랑스 정부는 20년 이상 연금을 지급해야 할 위기에 놓여 있는 셈이다. 덴마크와 핀란드는 정년퇴직 연령을 상향 조정했다. 프랑스와 독일 기업들은 재취업 기회 확대를 겨냥한 법률 보완에 나서고 있다. 숙련된 기술과 경험, 지식을 가진 노인이야말로 세계 기업들이 외치는 ‘지식경영’의 핵심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이순녀기자의 인터미션] 연극 ‘이’와 영화 ‘왕의 남자’의 상생

    영화 ‘왕의 남자’가 파죽지세의 흥행을 기록하면서 원작인 연극 ‘이(爾)’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원래 지난 22일까지였던 앙코르 공연은 연일 몰려드는 관객들로 30일까지 한 차례 연장된 상태다. 하지만 일찌감치 표가 동이 나자 극장 용은 지난 주말 부랴부랴 31일∼2월2일 3일간 특별공연을 추가했다. 지방에서도 공연 요청이 몰려 극단측은 일정을 맞추느라 행복한 고민중이다. 2000년 초연한 ‘이’는 대학로의 대표적인 흥행작이다. 재공연될 때마다 소극장 객석은 관객들로 꽉 찼다. 하지만 800석 대극장이 매진될 정도의 흥행은 아무래도 영화의 힘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왕의 남자’가 개봉(12월29일)되기 전인 12월6∼21일 공연에서의 객석 점유율이 60∼70%에 불과했던 점은 이를 방증한다. 영화 티켓을 가져오면 30%를 할인해주는 공동 마케팅도 한몫했다. 극장측은 전체 관객 중 영화 티켓을 제시하는 관객이 60%에 이른다고 밝혔다. 원인이야 어쨌든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 같던 연극계로선 모처럼의 단비다. 무엇보다 평소 연극에 관심없던 관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인 건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연극과 영화의 ‘상생 전략’은 이전에도 있었다.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과 원작인 연극 ‘날 보러와요’가 동시 개봉돼 양쪽 모두 흥행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801만 관객을 동원한 ‘웰컴투 동막골’이나 ‘박수칠 때 떠나라’도 연극이 모태였다. ‘탄탄한 원작’과 ‘연기 잘하는 배우’를 찾아 충무로가 꾸준히 대학로에 촉수를 뻗쳐온 반면 연극계는 상대적으로 영화계쪽 움직임에 무관심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학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영화 ‘올드보이’가 연극화되고, 영화 ‘은행나무침대’와 ‘싱글즈’가 뮤지컬로 제작된다. 순수 정극의 한계에서 탈피해 관객들과의 접점을 보다 넓히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영상매체는 물론 몇년 새 같은 무대예술 장르인 뮤지컬의 공세에까지 밀리면서 연극은 점점 더 설자리를 잃고 있다. 연극 ‘이’에 몰린 관객 한명 한명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연극도 재밌네.”라고 느낀 초보 연극 관객들이 내친김에 ‘제2의 이’를 찾아 대학로를 찾았을 때 실망하지 않을 작품을 내놓는 것, 그래서 이들이 든든한 연극 팬으로 남도록 유인하는 것, 그것만이 연극이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coral@seoul.co.kr
  • “웃어라 4050” 1020중심 개그프로그램속의 ‘성인개그’

    “웃어라 4050” 1020중심 개그프로그램속의 ‘성인개그’

    “우리 엄마는 40세가 넘었지만 성대모사는 물론, 모창도 잘하세요. 예전에 꿈이 가수셨어요. 꼭 뽑아 주세요.” 평일 저녁 8시10분부터 방송되는 MBC라디오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연출 김용관)의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성대모사 패러디 코너인 ‘한발 늦은 드라마’에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참여문의가 이어지고 있다.‘3김퀴즈’‘대충토론’등 성인들이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다른 코너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참여도가 높아진 것. 지상파TV들의 각종 개그·오락프로그램들이 10∼20대 젊은 시청자 위주로 흐르면서 중장년층이 TV를 보면서 웃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구세대’ 신세로 밀려나 있을 수만도 없는 일. 성인들을 타깃으로 한 코미디 공연 전용관이 생기고, 개그프로그램에 옛 코미디언들이 출연해 새로운 코미디를 선보이는 등 중장년층의 웃음을 찾아 주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코미디를 즐기려는 성인들의 수요는 분명히 있다는 반증이다. ●‘올드보이’, 성인개그 신호탄? KBS 2TV의 간판 개그프로그램인 ‘폭소클럽’(월요일 오후 11시05분)에 최근 중장년층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코미디언 최양락이 진행하는 코너인 ‘올드보이’에 황기순·이용식·김보화·배영만·김정래·박세민 등 옛 코미디언들이 출연,‘추억의 개그’를 선보이고 있다. 신인 개그맨들과 함께 유행어 등을 이용,‘개그 배틀’을 벌이기도 한다. 최근 녹화장을 찾은 진성만(48)씨는 “딸과 함께 보기 시작했는데 ‘올드보이’의 팬이 됐다.”면서 “속도가 느린 정통 코미디를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을 공략한 ‘올드보이’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반가운 얼굴들이 나온다는 입소문에 시청률은 14∼15%까지 올랐다.‘폭소클럽’ 전체 시청률(7%)의 두배 수준이다. 그러나 과거 개그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요즘 인기개그를 따라하는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폭소클럽’ 서수민 PD는 “이번주부터 배일집·배연정씨가 출연, 후배들에게 고하는 형식의 ‘속풀이장’으로 형식을 바꿨다.”면서 “앞으로 코미디언뿐 아니라 박상규·서수남·이상용씨 등 옛 가수·MC·탤런트 등도 출연, 문화계 ‘올드보이’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폭소클럽’은 또 김형곤·김구라 등이 출연하는 시사코미디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성인코미디 전용관의 앞날은? 코미디에 대한 성인수요를 잡기 위한 시도는 TV 밖에서도 활발하다. 코미디콘텐츠회사 ‘채플린엔터테인먼트’의 유인택 대표가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 시네코아극장에 개관한 성인코미디 전용극장 ‘채플린홀’이 대표적이다. 대학로를 탈피, 종로에서 정통 성인코미디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지난 15일 막을 내린 첫 작품 ‘마누라가 예뻐 보여요’의 흥행은 부진했다. 전체 312석에 매일 100석 안팎의 관객을 끌었을 뿐이다. 유 대표는 “성인코미디에 대한 관심은 불러 일으켰지만 경험·준비 부족으로 작품의 극성이 떨어져 생각만큼 관객을 모으지 못했다.”면서 “2월 하순에 시작할 ‘마누라가 예뻐 보여요2’는 관객들의 웃음과 공감을 높이도록 짜임새를 보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구 코미디언들의 아이디어로 이뤄지는 양질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성인들 웃음 소외되면 안돼” 빠른 템포에 유행어 위주인, 젊은층을 위한 개그도 필요하지만 성인들도 웃음에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8년째 대학로 등에서 성인용 스탠딩개그 공연을 펼치고 있는 개그맨 김형곤씨는 “어른이 웃어야 가족이 화목하고 나라가 편안해진다.”면서 “성인들이 자연스럽게 즐기고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드보이’와 ‘재미있는 라디오’의 사회를 맡고 있는 개그맨 최양락씨는 “10대 개그도 있어야 하지만 40∼50대 코미디도 필요하다.”면서 “성인개그는 ‘구닥다리’라는 편견을 깨고,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세대공감’개그로 거듭나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2006 문화읽기](하)순수예술

    올해 문학에서는 판타지가 강세를 유지하면서 80년대생 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질 것 같다. 미술에서는 추상의 퇴조와 구상의 부각이, 공연에서는 ‘창작 원천기술’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전망이다. 서울신문이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6년 문화 트렌드 순수예술편을 소개한다. ■ 공연-’창작 원천기술’ 선점 경쟁 치열 ‘창작 원천기술을 찾아라’. 올해 공연계를 관통할 화두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에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현상이 본격화되면서 이른바 ‘창작 원천기술’을 선점하려는 경쟁 또한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최근 소극장 창작뮤지컬에서 두각을 나타낸 30대 전후의 젊은 창작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의 장유정, 추민주를 비롯해 성재준, 원미솔, 박새봄 등 젊은 피에 쏠리는 관심이 뜨겁다. 유학파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활황을 맞았던 영화계와 마찬가지로 공연계에도 지난해부터 유학생들이 현장에 투입되면서 창작의 기반을 닦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연극과 영화, 뮤지컬과 영화의 장르간 교류 움직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공연기획사 악어컴퍼니와 영화제작사 싸이더스의 합병은 단적인 예다. 현재 진행 중인 영화 ‘은행나무침대’와 ‘싱글즈’의 뮤지컬 제작은 시너지 효과를 노린 새로운 시도다. 연극 ‘이’와 영화 ‘왕의 남자’가 동반 상승하고,‘영화 ‘올드보이’가 연극으로 만들어지고, 영화감독 김상진이 연극을 연출하는 현상은 이제 더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뮤지컬의 급성장은 누구도 꺾지 못할 대세. 당장 이달에만 ‘노트르담 드 파리’‘프로듀서스’‘지킬 앤드 하이드’ 등 대작 3편이 경쟁을 벌이고, 이어 ‘십계’‘미스 사이공’‘맘마미아’ 등이 줄줄이 무대에 오른다. 일본의 뮤지컬 전문 극단 시키가 올 하반기 롯데월드와 손잡고 한국에 진출할 것인지의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반면 연극은 창작극보다 번역극이 우세를 점하는 가운데 한 작품을 장기적으로 공연하는 레퍼토리 전용관이 상설화될 전망이다. 순수 정극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현실을 감안, 소극장 뮤지컬 레퍼토리를 한두개 보유하면서 정극을 같이 올리거나 연극에 뮤지컬적인 요소를 결합한 관객 지향형 작품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움말 주신 분들 ▲김종헌((주)쇼틱 대표) ▲남기웅(모아엔터테인먼트 대표) ▲송한샘(쇼노트 이사) ▲원종원(뮤지컬평론가) ▲오현실(공연기획사 이다 대표)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문학-힘실린 환상코드…문단은 세대교체올 문학계는 여전히 환상코드가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멀티미디어적 상상력이 문학 상상력을 압도하면서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환상적인 경향의 소설이 강세다. 또한 전통시의 문법과는 전혀 다른 ‘환상시’가 대중적 인기를 예고하고 있다.‘여장 남자 시코쿠’로 주목받은 황병승의 시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결합된 팩션(faction)이 올해도 유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역사적 영웅을 다룬 2005년의 팩션과 달리,2006년의 팩션은 황우석 사태의 영향을 받아 개인의 숨기고 싶은 비밀을 역사에 기대어 말하는 고발성 내지 폭로성 팩션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문단 일각에서는 90년대 문학이 끝났다고 진단하는 이들도 있다. 그것은 올해 김애란, 한유주 등 80년대산(産) 젊은 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리란 지적과 맥을 같이 한다. 사회현실에 대한 부채의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글쓰기를 자랑하는 이들은 사회문제를 다루더라도 이전의 작가들과는 접근법이 사뭇 다르다. 우선 죄의식을 지닌 어두운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흐름은 내면의 성찰에 빠져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던 작가들이 ‘타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는 조짐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대녕, 은희경, 신경숙 등의 올 활동은 새삼 주목된다. 강영숙 등의 예에서 보듯 옌볜 조선족이나 탈북자, 외국인노동자 등의 소재도 보다 활발히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인터넷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설문법의 파괴, 가볍고 찰나적인 주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표현 등이 본격문학을 잠식하면서 마치 영화 같은 분위기의 작품들이 인기를 몰아가고 있다. 복고주의 경향도 뚜렷하다. 개인적인 향수 내지 사회적 향수를 다루는 작품들이 등장할 것이다. 외국 소설은 어떤 경향을 보일까. 지난해에는 ‘연금술사’‘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등 리바이벌 소설이 붐을 이뤘는데, 이런 경향은 올해 한층 심화될 듯하다. 문학 외적인 상황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 문단은 월드컵의 열기로 독자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면서 상반기부터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문학작품들 또한 왜소해질 것이다. ●도움말 주신 분들 ▲문흥술(문학평론가·서울여대 교수) ▲정끝별(시인·명지대 교수) ▲심상대(소설가) ▲김형중(문학평론가 )▲정은숙(시인)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미술-순수한 추상·설치 퇴조 소프트 리얼리즘 뜬다‘추상미술 퇴보, 리얼리즘 부활’‘복고적 민화, 현대적 산수화 부각’ 미술계에선 난해한 추상보다는 구상, 설치미술보다는 회화쪽이 강세를 띨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전통 산수화와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직 우리 관람객들의 작품에 대한 눈높이가 형상성이 있는 작품에 머물러 있는데다 화랑에서도 팔리는 작품 위주로 전시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마치 현대미술의 대표인양 전성기를 구가하던 설치미술이 퇴보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추세를 뒷받침한다. 요즘 미술계에선 ‘그 많던 설치 미술가들은 어디에 갔나.’란 말이 나돌 정도로 설치미술전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순수한 추상보다는 형상성을 가지면서 소프트한 추상이 들어간 작품이 각광받을 것 같다. 꽃그림으로 유명한 김종학을 비롯, 이왈종, 김병종, 김홍주와 같은 이들의 작품이 인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김환기의 구상이 실린 추상, 장욱진·이중섭의 작품류도 이같은 흐름을 타고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반면 작고 작가들 가운데 높이 평가받았던 김기창, 장우성 같은 이들의 그림값은 갈수록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함께 산수화나 문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그리고 현대적 기법의 민화도 높은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나무를 다듬어 그 위에 전통적 소재를 그리는 김덕용, 꽃·인삼 등 잡다한 것들을 컬러풀한 민화로 표현하는 김은진 등이 대표적이다. 전통 산수화에 홀로그램 처리를 하는 신예 김현지도 눈에 띄는 작가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디지털 감각으로 무장한 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가벼운 일상에 예술성을 부여한 작품들도 주목의 대상이다. 또 구상회화의 복귀와 맞물려 다양한 국토 현장과 자연,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도 늘어날 것 같다. 서양화가 강요배·임옥상, 한국화가 김선두·김호석·문봉선·이호신 등이 대표주자다. 미술관, 박물관의 대형 블록버스터 전시도 늘어날 것이다. 국·공립 미술관 관장에 대한 평가 척도로 ‘흥행’ 실적이 중시되고 있기 때문. 하지만 관객몰이식 전시는 우리 미술 발전에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미술인들이 많다. ●도움말 주신 분들 ▲최선호(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서양화가) ▲석철주(추계예술대 교수·한국화가) ▲이호신(한국화가)▲김춘옥(한국전업미술가협회 이사장) ▲이태호(명지대 교수·미술평론가)▲최열(가나미술연구소 기획실장·미술평론가)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2006 ‘문화읽기’

    휴머니즘과 가족을 중시하는 TV드라마, 판타지를 강조한 소설과 80년대생 작가들의 강세, 퇴조하는 추상 대신 리얼리즘을 강화한 미술, 신소재 발굴 보다는 리메이크·리바이벌에 역점을 둔 대중음악.2006년 문화소비의 트렌드를 읽는 키워드들이다. 서울신문은 방송·대중음악·영화·공연·문학·미술 등 각 분야 전문가 32명을 대상으로 올해 문화계를 이끌 트렌드에 관한 설문을 실시, 이같은 예상 흐름을 추출했다. 일부 계층에만 열려 있는 ‘고급문화’로서의 접근이 아니라, 일반인이 공감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의 의견을 물었다. 설문 결과 방송은 ‘대형사극과 가족, 휴머니즘’이, 대중음악은 ‘다양한 통로에 따른 수익창출’이, 영화는 NKB(New Korean Blockbuster·새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각각 키워드로 꼽혔다. 공연은 ‘창작 원천기술 경쟁’이, 문학은 ‘환상코드와 리바이벌 소설’이, 미술은 ‘구상·리얼리즘의 부활’이 올해를 주도할 화두로 부각됐다. ●올해 대중문화 키워드는? 대중문화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방송이다. 방송가 사람들은 올해 화두로 시대배경이 넓어진 사극의 붐과 함께, 가족과 휴머니즘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부활을 점쳤다.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신인배우들과, 탄탄한 구성력을 갖춘 중견작가들이 함께 주목받아 눈길을 끈다. 지난해에 이어 불황의 그늘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대중음악계에서는 재즈나 보사노바풍 복고와 리메이크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틈새’를 노린 새 스타일의 힙합·모던록 등도 인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계는 액션 누아르가 여전히 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왕의 남자’ 등의 뒤를 잇는 제작비 40억∼50억원의 중급의 NKB 영화들이 다양한 소재와 장르로 승부할 것으로 보인다. 톱스타들의 뒤를 이을 차세대 배우들의 탄생 여부와, 박찬욱 감독 등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감독들에 쏠린 기대도 크다. ‘뮤지컬 빅뱅’으로 새해를 시작한 공연계는 영화 ‘은행나무침대’의 뮤지컬화, 영화 ‘올드보이’의 연극화 등 연극과 영화, 뮤지컬 사이의 융합이 더욱 가속화하면서 새로운 시도들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창작 원천기술’이 중시되는 가운데 뮤지컬은 개성있는 소극장 창작물이, 연극은 번역극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동연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장은 “올해는 서로 다른 문화요소나 형태들이 뒤섞이는 일명 ‘크로스(cross)·트랜스(trans)’문화가 또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할 것”이라면서 “성 정체성을 뒤섞는 혼종화, 파페라형의 크로스오버 음악의 부활, 방송·통신의 융합, 트랜스패션 등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문학·미술계, 순항할까? 지난해 인터넷·휴대전화와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했던 문학·출판계와,‘위작 논란’ 등으로 내환이 많았던 미술계는 올해 부활의 몸무림을 칠 것 같다. 문학계에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추구하는 젊은 작가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또 ‘환상코드’와 ‘팩션(사실과 허구의 결합)’, 리바이벌 소설 등의 강세가 여전히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술계는 추상미술이 약세를 띠면서 대신 구상·리얼리즘이 일반인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성기를 구가하던 설치미술이 퇴보하는 대신 디지털 감각을 갖춘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일상을 소재로 한 독특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부종합·정리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올드보이 한대수/한대수 씀

    싱어송 라이터이자 사진작가 한대수(57)가 자전적 에세이집 ‘올드보이 한대수’(생각의 나무 펴냄)를 냈다. 언론에 기고한 글과 최근에 쓴 글을 묶은 책에는 ‘영원한 자유인’을 꿈꾸는 그답게 요즘 음악과 세상을 향한 거침 없는 생각이 특유의 어투로 녹아 있다. 이미 에세이·시집집 등 책을 5권이나 낸 그는 “내 철학을 담은 에세이로는 이 책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나는 왜 음악을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로 시작하는 1장 ‘음악과 예술’에서는 그의 음악 인생을 이야기한다. 그는 “음악은 내 자신도 모르는 잠재의식 속에서 꿈틀거리는 괴물”이라며 음악을 향한 열정을 이야기한다. 2장 ‘나의 해골’에서는 유년시절과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미국의 문화적 정치적 현재를 짚고, 그에 대한 비판과 냉소를 쏟아낸다.9·11 현장, 히피문화, 홈리스 등에 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낸다. 대마초 합법화에 대해 반대입장도 피력한다. 마지막장 ‘노마드’는 아내 옥사나의 고향인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몽골, 유럽 등을 돌아다니며 쓴 여행기로, 직접 찍은 사진을 통해 그만의 자유로운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한국영화 최고의 명대사는?

    가장 인상 깊었던 한국 영화의 명대사는 “초원이 다리는? 백만 불짜리 다리!”(영화 ‘말아톤’ 중에서)로 나타났다. TV 영화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MBC ‘출발 비디오여행’이 오는 20일 600회를 맞는다. 최근 들어 영화 감상을 헤치는 스포일러 프로그램이라는 비판과, 영화의 홍보 수단이라는 비난도 함께 받고 있다. 하지만 93년 ‘출발 비디오산책’으로 시작,13년째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으로 장수하는 프로그램임에는 틀림없다. ‘출발…’이 600회 기념으로 재미있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말부터 2주 동안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약 1만 7000명의 누리꾼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국인이 사랑한 한국 영화 속 명대사’에서는 ‘말아톤’에서 초원이(조승우)와 엄마(김미숙)가 함께 외쳤던 “초원이 다리는? 백만 불짜리 다리!”가 1위를 차지했다.‘친절한 금자씨’의 “너나 잘하세요.”(이영애),‘친구’의 “내가 니 시다바리가?”(장동건),‘올드보이’의 “누구냐, 너?”(최민식)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최고 히트작 ‘웰컴 투 동막골’에서 강혜정이 읊어 웃음을 전달했던 “쟈들하고 친구나?”는 8위. 그럼 한국인이 사랑한 영화 속 악당은 누구일까? 처키(사탄의 인형), 한니발 렉터(양들의 침묵), 골룸(반지의 제왕) 등 외국산 캐릭터가 상위권을 점령한 가운데 한국 영화에서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연기했던 ‘이우진’이 4위에 올랐다.‘공공의 적’에서 이성재가 열연한 ‘조규환’은 6위. 수많은 할리우드 커플을 제치고 ‘엽기적인 그녀’의 차태현-전지현 커플이 한국인이 사랑한 영화 속 커플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또 ‘투캅스’의 안성기-박중훈이 유일한 남-남 커플로 10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 설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영화 음악.‘타이타닉’에서 셀린 디온이 불렀던 ‘마이 하트 윌 고 온’이 정상에 오르며 수년째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했다.‘시네마 천국’의 ‘러브 테마’,‘접속’의 ‘러버스 콘체르토’ 등이 뒤를 이었다. ‘출발…’은 이번 조사를 토대로 한 특집 방송을 20일 오후 12시10분 내보낼 예정이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안동환기자의 현장+] 고용안정센터 희망찾기 르포

    [안동환기자의 현장+] 고용안정센터 희망찾기 르포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내 나이 서른 하고도 7개월.”외식업체 점장이었던 이모씨가 지난 20일 대기표를 구겨쥔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고용안정센터에 실업급여 85만원을 타러 왔다. 집에 있는 날이 늘어갈수록 초조하다. 서른이면 ‘청춘’인데도 말이다. 석달 동안 30곳에 이력서를 내고 6곳에서 면접을 봤지만 소식이 없다. 이씨는 둘째를 임신한 아내 보기가 죽고 싶을 만큼 미안하다. 다음 달이면 이마저 끊긴다.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고용불안의 시대. 어느날 사무실 입구에 붙은 정리해고 명단에서 내 이름 석 자를 발견한다면…. 기자는 서울·강남·북부 등 세 곳의 종합고용안정센터에서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을 만났다. 좌절과 희망의 교차로에서 녹색 신호등을 기다리는 ‘패자 부활전’. 용기있는 당신이라면 실직은 인생의 마침표가 아닌 쉼표가 되지 않을까. ●희망아, 희망아 어디에 있니? 지난 25일 오전 서울 수송동 서울센터.20대부터 40대까지 10명의 실직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사흘 동안 집단상담을 통해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도록 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날마다 6시간을 하루씩 번갈아가며 ‘나를 만나는 날’‘너를 만나는 날’‘희망으로 가는 날’을 경험한다. 나에게서, 우리에게서 취업의 해답을 발견해보자는 취지다. 강사 유명희(35·여)씨가 “여러분 모두 이 프로그램의 18기 동기”라고 소개한다. 어느새 동기가 된 참석자들. 짝을 이뤄 서로를 소개하고 즉석에서 자기만의 대화명을 만들자 서먹했던 분위기가 사라진다. 캐나다로 이민 갔다가 쓰라린 실패만 겪고 돌아온 엔지니어 출신 ‘진짜산’(43), 체불임금도 못받고 해고된 ‘프리덤’(35·여), 주차관리직에서 밀려난 두 아이의 아빠 ‘반석’(34), 실업급여 기간이 끝난 ‘파란’(32), 조리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목마름’(32·여), 취업재수생 ‘파이팅’(24·여).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취업에서 여러 차례 실패를 맛봤다는 것이다. 자기가 가장 버리고 싶은 것과 가장 갖고 싶은 것 한가지씩을 정해 교환하는 요술상점 시간이다. 마음 속에 억눌려 있던 아픔과 고민이 모습을 드러낸다. 유씨는 각자 적어낸 것을 벽에 붙인다.‘경제적 안정’‘비전’‘용기’‘희망’‘지혜’. 이제 가장 버리고 싶은 것을 들고 나와 유씨와 대화를 나눈다. 진짜산은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것 같은 자기의 ‘분노’를 ‘경제적 안정’과 바꾸고 싶다고 소망한다. 새 출발을 위해 이민을 선택했지만 가족들만 고생시켰다는 자책감이 그를 괴롭혀 왔다. 목마름은 ‘두려움’을 ‘희망’으로 교환한 뒤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떨군다. 소심한 성격 때문에 면접관 앞에만 서면 얼어붙는다는 파이팅은 ‘소심함’을 ‘용기’로, 파란은 거듭된 실패로 인한 ‘자책감’을 ‘지혜’로 바꿨다. 박수를 치며 서로를 격려한다. 사흘 뒤 기자는 이들과 함께 ‘희망 2005-145호’라고 적힌 수료증을 받았다. 상장이라도 받은 듯 모두들 밝은 웃음이 넘친다. 혼자만의 희망이 아닌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희망. 그래서 더욱 힘이 나는 희망이 아닐까. ●실직자 하루 300~500명 몰려 서울 역삼동 강남센터 교육장.33명의 신참 실업급여 수급자들이 좌석을 꽉 채웠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삼팔선(38세 퇴직),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남으면 도둑) 등 천차만별이다. 출산이 얼마 안 남은 임신부를 포함, 여성도 절반이나 된다. 홍보 비디오를 시청하는 분위기는 흡사 예비군 훈련장이다. 무표정한 얼굴에 지루함마저 묻어난다. 생계가 급한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실업급여 액수다. 서울 제기동의 북부센터. 매일 300∼500명의 실직자가 밀려든다. 영세민 밀집지역이라 다른 곳의 2∼3배에 이른다. 센터 관계자는 “하루 500명 정도가 찾으면 2억원이 집행된다.”면서 “수급자가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었다.”고 한다. “왜 이렇게 젊은 애들이 많은 게야.” 구직을 위해 온 노인들이 혀를 찬다. 센터에는 40∼50대보다 20∼30대가 더 많이 눈에 띈다. 지난해 20대 실업급여 수급자는 13만 6213명.2002년 8만 7323명,2003년 10만 7791명 등 꾸준한 증가세다.30대는 2002년 8만 9173명,2003년 11만 1787명,2004년 14만 1620명이다. 실업급여에 의지한 자발적 실직자도 많다. 센터에서 만난 정모(26·여)씨. 그는 첫 직장에서 3년 만에 해고당했다. 지난달 다른 회사에 입사가 결정됐지만 포기했다. 임금이 낮아 실업급여를 받는 게 더 나았다. 통신회사의 고객센터 상담원이었던 28세 여성도 내년 봄까지 실업급여로 버틸 참이다. ●억대 연봉자도 실업급여는 내 돈 피보험자가 55만명으로 국내 최대인 강남센터는 부유층 실직자도 많다. 운전기사를 대동하고 실업급여를 받으러 온 외국계 금융회사의 전직 사장부터 명예퇴직한 대기업 이사까지 실업급여는 어쨌든 ‘받아야 할 내 돈’으로 인식된다. 상담창구에서 만난 박상호(59·가명)씨. 그는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정부부처 국장을 하다 2002년 대기업 전무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계약기간 3년이 만료된 지난달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그에게 책정된 실업급여는 최고액인 105만원. 법률로 인정된 일일 실업급여 최고액 3만 5000원이 적용된 것이다. 박씨는 “당장 수입이 끊어진 마당에 많고 적고를 떠나 안 받을 이유가 없다.”면서 “실직자 신세가 돼 보니 이제야 그 심정을 알 것 같다.”고 동감한다. 박씨는 “계약만료 전부터 중소기업의 재무이사나 감사 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면서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꼭 다시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퇴직금이 4억원이 넘는 수급자도 2주에 한번씩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구직활동 증명을 하러 온다. 센터 관계자는 “재취업이 되면 지급이 중단되지만 대부분은 인정된 기간 동안 끝까지 돈을 받는다.”면서 “재취업 때 받는 취업촉진 수당까지도 더 꼼꼼하게 챙긴다.”고 말한다.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 오대수(최민식 분)는 이렇게 독백한다.“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 15년 동안 갇혀 지냈던 그의 독백은 세상으로부터 감금당한 실직자의 심정과 닮아 있다. 센터 한 구석에서 생활정보지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던 김모(45)씨. 그는 하루에도 몇번씩 울고 싶은 심정이란다. 지난 5월까지 작은 광고회사의 관리부장이었던 그는 하루아침에 250만원 월급쟁이에서 97만원짜리 실업급여 수급자가 됐다. 동그라미 표시를 해도 큰 기대는 없다. 다단계판매원 아니면 단순노무직이다. 백수생활 넉달 동안 생긴 깨달음이랄까. 그는 “야멸차게 밀어낸 회사에 울분을 느껴봐야 내 몸만 상할 뿐”이라며 “빨리 털고 새 출발을 해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말한다. 그동안 알고 지내던 거래처마다 문을 두드렸지만 선뜻 받아준다는 곳은 없다. 김씨는 “아파트 경비원을 하기에는 너무 젊다고 밀려나고, 관리직 경력을 살리고 싶지만 4대 보험도 적용 안 되고 봉급이 터무니없이 적다.”면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게 괴롭다.”고 긴 한숨을 내쉰다. 김씨의 가슴에 내려앉은 서릿발을 녹여줄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sunstory@seoul.co.kr
  • “온라인게임 ‘짱구’ 日역수출 내년엔 中·동남아까지 진출”

    “온라인게임 ‘짱구’ 日역수출 내년엔 中·동남아까지 진출”

    “만화 ‘짱구’가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져 일본에 역수출됩니다.” 김승욱(43)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25일 “일본에서 들여온 짱구 캐릭터를 리메이크해 다시 일본으로 수출하게 됐다.”면서 “한국이 온라인 게임의 강국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말했다. 짱구는 1990년 일본에서 들여온 만화 ‘짱구는 못말려’의 주인공. 요즘은 애니메이션으로 한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 중이다. 어린이 팬이 많은 캐릭터다. 대원은 주인공 짱구를 온라인게임 ‘짱구 스프링스’로 만들어 마지막 테스트 중이다. 1차 비공개 테스트에서 100만명이 방문, 대박의 조짐을 보였다. 짱구 스프링스의 컨셉트는 애니메이션처럼 ‘엽기 발랄’이다. 게임으로 거듭나는 데는 1년 6개월이 걸렸다. 김 대표는 “짱구 스프링스를 영화 ‘올드보이’의 일본 판권을 가진 쌍엽사를 통해 수출한다.”면서 “구체적인 가격 등은 짱구의 원작자와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짱구는 내년 중국과 동남아시장에도 진출한다. 김 대표는 “아시아 시장에 대한 권리를 최우선적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짱구 스프링스를 모바일과 연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휴대전화로도 즐길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일본 대중문화 수입업체란 점을 의식,“한국문화 원형복원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전쟁의 신인 치우신화를 다룬 ‘치우천황’을 학습 만화로 만들었다. 치우는 다음 달에 모바일 게임으로도 나온다. 국내 최초 TV 만화영화 ‘달려라 호돌이’를 제작한 김 대표는 ‘지구용사 벡터맨’ 등 여러 편의 만화영화를 기획, 제작한 ‘애니메이션통’이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충무로 ‘맞춤영화 天下’

    충무로 ‘맞춤영화 天下’

    요즘 충무로 제작자들은 만화, 일본소설만 읽는다?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싶겠지만, 사실이다. 주류 관객층에게서 인기검증을 받은 만화나 소설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겨 흥행을 보장받겠다는 계산에서들이다. 이렇듯 지금 충무로는 이른바 ‘기획영화’가 대세이다.‘기획영화’란 흥행실패의 위험도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관객의 입맛에 딱 맞아떨어지도록 기획단계에서부터 제반조건을 갖추고 출발하는 작품들에 대한 통칭.‘올드보이’의 대성공 이후 만화원작에서 시나리오의 모티프를 빌려오는 제작방식이 커다란 트렌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또 하나. 특정 배우의 이미지에 맞게끔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기획영화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들고 제작자나 배우를 찾아헤매던 방식은 그야말로 ‘재래식’이 돼 간다. # 인기만화, 소설을 잡아라! 충무로 제작자들의 책상에는 만화책이 수북하다는 우스갯소리들이 나올 만도 하다. 최근에 제작됐거나 촬영을 기다리고 있는 만화 원작의 작품들이 봇물 터진 듯하다. 먼저 인터넷 만화작가 강풀(본명 강도영)의 작품은 줄줄이 ‘스크린행’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순정만화’‘바보’‘아파트’‘타이밍’ 등 무려 4편이 영화화되고 있는 중이다. 모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연재돼 크게 인기를 모았던 그의 화제작들이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은 영화는 물론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질 채비를 하고 있다. 인터넷에 연재돼 10대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엽기만화 ‘다세포 소녀’(감독 이재용)는 조만간 개봉될 예정이다. 만화 못지않게 상상력의 새 원천이 되고 있는 쪽이 소설이다. 특히 일본 소설은 발빠른 제작자들이 군침 흘리는 요리감이다. 국내 개봉해 10∼20대 여성팬들 사이에서 사랑받았던 일본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2003년)로 흥행의 가능성을 예감했던 것. 12월 개봉을 목표로 한창 막바지 촬영 중인 차태현·송혜교 주연의 멜로 ‘파랑주의보’(감독 전윤수, 제작 아이필름)는 일본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화제작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한국판이다. 메이저 제작사인 싸이더스FNH 쪽도 움직인다. 한 관계자는 “일본의 인기 여류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원작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을 영화화하기로 결정하고 시나리오 작업중”이라면서 “감성적인 대사와 배경 등 일본원작 소설은 우리 정서에 맞도록 변주해 관객 구매력을 높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일본 작가 유이카와 게이의 소설 ‘어깨 너머의 연인’도 영화화할 계획이다. # ‘맞춤 시나리오’ 개발 ‘원작 빌려오기’가 기획영화의 한 축을 이룬다면, 또 한 축은 배우의 체질이나 제작환경에 꼭 들어맞는 ‘맞춤 시나리오’ 개발이다. 덕분에 시나리오가 이 배우, 저 배우에게로 돌아다니는 풍경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 관객의 입맛에 맞는 쪽으로 배우의 특장을 최대한 부각시켜 ‘흥행안전’을 노리는 전략인 셈이다. 27일 개봉하는 로맨틱 드라마 ‘야수와 미녀’(제작 시오필름). 외모 콤플렉스에 휩싸인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영화는 처음부터 류승범을 남자 주인공 모델로 뼈대가 세워졌다. 류승범은 최근 인터뷰에서 “애초에 내 이미지에 맞춰 개발된 시나리오여서 촬영과정이 한결 수월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배우의 소속사가 영화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0일 개봉한 ‘새드무비’가 그 대표사례이다. 정우성 임수정 차태현 신민아 등 출연배우 7명이 모두 싸이더스HQ 소속. 이 영화를 만든 제작사 아이필름의 모회사로, 먼저 캐스팅 모델이 정해진 뒤 시나리오와 감독 등의 조건이 뒤따라붙은 셈이다. 김하늘의 소속사(팝콘매니지먼트)가 만든 영화 제작사 팝콘필름도 그녀의 이미지에 맞는 멜로 시나리오를 집중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기획영화 붐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영화인들도 많아지고 있다. 한 제작자는 “순수창작물이 대접받을 여지가 점점 없어지는데, 몇년씩 땀흘려 참신한 시나리오를 쓰려는 시도를 누가 하겠느냐.”고 혀를 찼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그래픽 유재일기자 jae0903@seoul.co.kr
  • “문학에도 한류열풍 일으켜요”

    “문학에도 한류열풍 일으켜요”

    서울 안암동 고려대앞의 외국인 기숙사 크림슨하우스에는 지난 4일부터 몽골, 베트남, 터키에서 온 작가 6명이 머물고 있다. 오전엔 고려대 한국어 문화교육센터에서 공부하고, 오후에는 자국 언어로 번역중인 한국 작품을 검토하거나 다양한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문학번역원(원장 진형준)이 올해 처음 실시한 ‘해외 작가 초청교류’의 수혜자들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은 문화관광부의 ‘아시아 문화동반자 사업’에 따라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향후 10년 간 매년 3개국의 작가 6명을 교대로 초청할 계획이다.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를 넘어 아시아 문학인들의 친한(親韓)인력풀을 구성하려는 취지다. 이번에 초청된 작가들은 각 나라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30∼40대의 중견 시인·소설가들. 몽골작가연맹이 추천한 남바 불임(35·시인), 바타르 갈산스크(33·시인)와 베트남작가협회가 추천한 여성작가 보 띠 쑤안 하(46·소설가), 뉴엔 칸 지(40·시인), 그리고 터키 문화관광부 공무원이자 시인인 야신 에롤 손메즈(40)와 소설가 겸 영화감독인 르자흐 크라치(35)가 그들이다. 이들 가운데 남바 불임, 바타르 갈산스크, 뉴엔 칸 지는 이전에 한 차례 한국에 온 경험이 있고, 다른 3명은 이번이 첫 방문이다.“터키가 한국전 참전국이어서 전쟁에 대해서만 아는 정도였다.”는 야신 에롤 손메즈는 “직접 와서 보니 한국인들이 잘 웃고, 친절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보 띠 쑤안 하는 “얼마전 식당에서 베트남전 참전용사였던 할아버지를 우연히 만나 판문점을 함께 다녀왔다.”면서 “한국과 베트남은 분단의 경험도 같고, 추석 같은 명절풍습도 비슷해 친근감이 든다.”고 말했다. 몽골, 베트남은 요즘 한류 열풍이 가장 뜨거운 곳이다. 바타르 갈산스크는 “가수 장나라, 신화 등 한국 가수와 배우는 몽골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라고 전했다. 한국에서 방영된 TV드라마는 거의 전부 볼 수 있단다. 터키는 한국 드라마, 가요보다는 한국 영화가 더 유명하다. 르자흐 크라치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김기덕 감독의 작품들을 아주 인상적으로 봤다.”고 말했다. 축구선수 이을용의 활약으로 한국 축구에 대한 터키인들의 관심도 높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문학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작가들인 이들조차 겨우 1∼2권 접했을 정도로 열악하다. 남바 불임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소설이나 시를 읽고 싶어하는 몽골인들은 많은데 번역된 책을 찾기가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터키에서도 ‘한국대표소설선’이 거의 유일한 번역작으로 꼽힌다. 르자흐 크라치는 “이청준이나 김영하 같은 작가의 작품들이 하루 빨리 번역출판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영상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빼앗기는 순수문학의 안타까운 처지는 어디나 비슷한 모양이다. 뉴엔 칸 지는 “베트남에서 소설은 1000부, 시집은 500부를 초판으로 찍는데 시집은 시인이 자비로 출판하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야신 에롤 손메즈는 “사람들이 책을 읽는 건 좋아하지만 사려고 하지는 않는다.”며 씁쓸해했다. 이들은 12월24일까지 석달반가량 한국에 체류한다.10년 전 서울에서 2년 정도 체류했던 남바 불임은 이번 연수가 끝나면 고국에 돌아가 그때의 한국 경험을 소설로 엮어낼 계획이다.“한 나라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들의 눈빛은 한국을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열의로 반짝였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올가을 영화채널 “풍년일세”

    선선한 가을,9월을 맞아 케이블TV 영화전문 채널들이 경쟁적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특히 다양한 한국영화와 외화 대작들이 기다리고 있어 안방영화 마니아들에게 희소식이다. 홈CGV는 한국영화 캠페인 ‘한국영화의 힘’을 시작, 이달 개봉 기대작 3편의 시사회, 예매권 증정 및 코미디 한국영화 4편을 방영할 예정이다. 우선 9월 한달간 ‘한국영화의 힘 빅3 릴레이 시사회’를 갖는다. 전도연·황정민 주연의 ‘너는 내 운명’과 김민준·허준호 주연의 ‘강력 3반’ 시사회를 개최하며, 강동원·하지원 주연의 ‘형사’ 예매권도 나눠준다. 홈CGV 홈페이지를 통해 추첨한다. 이와 함께 매주 토요일 밤 12시에 편성된 ‘한국영화의 힘 특별블록’에서는 ‘대한민국을 웃겨드립니다’라는 테마로 코미디 영화들을 릴레이 방영한다.‘오! 해피데이’(3일)를 시작으로,‘낭만자객’(10일),‘위대한 유산’(17일),‘그녀를 믿지 마세요’(24일) 등이 기다리고 있다. OCN은 오는 7일부터 28일까지 매주 수요일 새벽 4시 ‘할리우드 40대 명배우 특집’을 마련했다.40대의 힘을 보여주는 남자배우 4명의 작품을 엄선, 새벽의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것. 조니 뎁의 ‘슬리피 할로우’(7일)와 브래드 피트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4일), 조지 클루니의 ‘어느 멋진 날’(21일), 톰 크루즈의 ‘제리 맥과이어’(28일) 등이다. OCN은 또 이달 한달간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한국인의 100대 영화음악’ 특집도 진행한다. 최근 1만 8000여명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100대 영화음악’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해서 주옥 같은 영화음악으로 기억에 남는 국내외 영화 5편을 엄선한 것.5위를 차지한 ‘미도의 테마’의 ‘올드보이’(2일)를 시작으로, 긴장감 넘치는 ‘미션임파서블’(9일), 가수지망생의 이야기를 담은 ‘코요테어글리’(16일), 삽입곡 ‘굿바이’로 13위에 오른 `약속´, 셀린 디옹의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으로 영예의 1위를 차지한 ‘타이타닉’(30일) 등이 시청자를 찾아간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 판타스틱 4 장르/예매율 SF액션/3.79%(12세) 감독/배우는 팀 스토리/이안 그루퍼드·제시카 알바 어떤 줄거리 초능력 지닌 남녀, 악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다. 이래서 좋아 박진감 넘치는 호쾌한 액션. 이래서 별로 초능력 캐릭터의 창조 과정과 특징이 허술. 홈피 반응은 “제시카 알바만으로 충분한 영화” ● 웰컴 투 동막골 장르/예매율 드라마/53.32%(12세) 감독/배우는 박광현/정재영·신하균·강혜정 어떤 줄거리 동막골에서 국군, 인민군, 미군의 동거담. 이래서 좋아 넉넉한 산골 풍광, 푸진 웃음, 찡한 감동. 이래서 별로 하염없이 느린 걸음의 이야기 구도. 홈피 반응은 “코믹과 감동의 절묘한 조화” ● 박수칠 때 떠나라 장르/예매율 미스터리 드라마/15.64%(15세) 감독/배우는 장진/차승원·신하균·김지수 어떤 줄거리 TV로 생중계되는 48시간의 수사극. 이래서 좋아 차승원, 신하균의 에너지 넘치는 상황극. 이래서 별로 장르 구분이 어려울 만큼 복잡한 이야기 색깔. 홈피 반응은 “극적 재미, 장진 감독의 독특한 연출” ● 옹박-두번째 미션(18일 개봉) 장르/예매율 액션 어드벤처/9.00%(15세) 감독/배우는 프라차야 핀캐우/토니 자·자니 누엔 어떤 줄거리 도둑맞은 코끼리를 되찾기 위한 고군분투. 이래서 좋아 와이어,CG에 의존하지 않은 100% 실제 액션. 이래서 별로 전편처럼 엉성하고 비약 심한 줄거리. 홈피 반응은 “토니자는 최고의 액션 배우” ● 아일랜드 장르/예매율 SF스릴러/3.55%(12세) 감독/배우는 마이클 베이/이완 맥그리거·스칼렛 요한슨 어떤 줄거리 복제인간들의 ‘시스템 탈출기’ 이래서 좋아 마이클 베이의 화려한 액션이 녹아든 SF. 이래서 별로 철학·윤리적 메시지가 생각보다는 약한 점. 홈피 반응은 “재미도 있고 생각도 하게 되는 영화” ● 친절한 금자씨 장르/예매율 스릴러/3.79%(18세) 감독/배우는 박찬욱/이영애·최민식·오달수 어떤 줄거리 13년 억울한 옥살이, 처절한 여인의 복수 이래서 좋아 이렇게 비틀린 이영애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이래서 별로 여배우에게 더 친절한 ‘박찬욱표’ 스릴러 홈피 반응은 “아름다운 이영애,‘올드보이´ 못 넘은 박찬욱” ● 이대로, 죽을 순 없다(18일 개봉) 장르/예매율 코미디/7.82%(12세) 감독/배우는 이영은/이범수·손현주·최성국 어떤 줄거리 홀아비 불량형사, 딸 위해 죽기를 각오하다. 이래서 좋아 담백해서 부담없이 즐거운 코믹드라마. 이래서 별로 건더기가 없는 공허한 웃음. 홈피 반응은 “무난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
  • 박찬욱 감독 ‘친절한 금자씨’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박찬욱 감독의 신작 ‘친절한 금자씨’(제작 모호필름)가 8월31일부터 9월10일까지 열리는 제6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박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는 ‘공동경비구역 JSA’(베를린·2001년),‘올드보이’(칸·2004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이다.
  • [눈에 띄네 이 얼굴] ‘친절한 금자씨’의 최민식

    화제작 ‘친절한 금자씨’가 그렇게 화려하게 언론의 조명을 받았어도 신기하게 노출되지 않았던 인물이 있다. 금자(이영애 분)의 복수 대상인 백선생 역의 최민식(43)이다. 작품홍보 와중에도 그의 존재가 베일에 가려져온 건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 때문. 스릴러극의 전복적 묘미를 살리기 위해 금자의 처절한 응징을 받는 캐릭터를 제작진은 최대한 감춰놓기로 한 것. 박찬욱 감독의 전작 ‘올드보이’에서 15년을 영문도 모른 채 갇혀 지냈던 그는 이번엔 악랄한 이중인격의 유괴범이다. 말쑥한 차림새의 영어학원 강사로 눈속임했을 뿐, 금자에게 유아 살인누명을 뒤집어씌운 잔인하고 비정한 인물. 출소한 금자의 손에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게 처참히 복수를 당하는 막판 시퀀스는 영화의 ‘알과 핵’이다. 그의 연기부분을 더 자세히 설명하는 것 자체로 스포일러가 되기 십상일 만큼.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친절한 금자씨로 복수3부작 완결 박찬욱 감독

    친절한 금자씨로 복수3부작 완결 박찬욱 감독

    요 며칠새 박찬욱(42) 감독의 눈가엔 피곤이 그득하다.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평소와 달리 인터넷에서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꼼꼼히 검색하기도 한다. 그 이름 석자를 빠트리고는 이제 한국 영화를 말하기 힘들 정도로 최고 감독의 위치에 오른 그이지만, 새 작품을 내 놓고 평가받는 일은 언제나 신경쓰이고 가슴 졸이는 작업이다.‘복수는 나의 것’‘올드보이’에 이은 복수 3부작의 완결판인 박 감독의 신작 ‘친절한 금자씨’(29일 개봉)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 18일 시사회 이후 반응은 뜨겁다 못해 펄펄 끓고 있다.20일 신라 호텔에서 박 감독을 만났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다소 엇갈린다. -많이 엇갈리더라. 심한 악평도 있고,“더 이상 잘 만들기 힘드니 은퇴하라.” 는 극찬도 있고….‘복수는 나의 것’때만큼은 아니더라. 작품에 대해 평점을 매긴다면. -점수로 말하기는 그렇고…후반부만큼은 여지껏 내가 만든 영화 가운데 최고다. 폐교에서 백 선생에게 복수를 할 사람들이 모여 그 방법을 찾고 매장하기까지의 장면이 그렇다. 영화가 제목과 달리 ‘불친절하게’ 느껴진다.‘올드보이’와 달리 고압적인 자세로 관객들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오히려 그 반대다. 관객들의 지성을 믿었다. 더 새롭고 대담한 표현 방법에 이제는 익숙해졌을 거라 생각했다. 낯설어하지 않고 충분히 즐길 거라 생각한다.‘올드보이’때처럼 관객이 주인공과 동일시하길 원치 않았다.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관찰하도록 요구하는 영화다. 이영애에 대한 지나친 배려가 아닌가. 극중 금자의 긴장이 처음 이완되는 순간인 근식과의 정사 신에서 뒷 모습이라도 삽입해 이해를 도울 필요는 없었을까. -본래 예정돼 있었지만, 촬영 직전 뺐다. 영애가 하기 싫어한 것도 있지만, 애초에 찍지 않기로 전제를 했다. 필요했다면 어떻게든 설득했을 것이다. ’친절한 금자씨’로 마침내 박 감독의 복수 3부작이 마침표를 찍었다. 박 감독이 생각하고 추구해 온 ‘복수’란 어떤 것인가. -극중 아이를 잃은 아빠가 말하는 “이런다고 아이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라는 한마디에 ‘복수 3부작’을 관통하는 복수의 개념이 담겨 있다. 아이가 살아오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찌르는 행동.‘어리석은 욕망’이며, 그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역량과 인지도를 지닌 감독이다. 최고의 배우를 고집하지 않아도 투자유치 등 별다른 걱정 없이 영화의 성공을 이뤄낼 것 같은데. -나도 한 명의 관객인데, 내가 좋아하고 반한 배우와 일해보고 싶지 않겠나. 또 나는 스타의 기존 이미지를 뒤집어 활용하는 것을 무척 재미있어 한다. 송강호, 최민식, 이영애도 모두 그런 차원의 캐스팅이다. 하지만 이제는 신인 배우를 키워 스타로 만들어낼 위치가 아닌가. -솔직히 신인 주인공은 나 스스로 두렵다. 현실적으로 스타가 가진 상업적 능력이 나에게는 필요하다. 내가 추구하는 영화는 보편적인 영화가 아니다. 위험한 기획이다. 그나마 최민식과 유지태가 있었기에 ‘올드보이’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거다. 다음엔 어떤 스타의 이미지를 비틀고 싶나. -한 명을 찍어 말하기엔 다른 배우들에게 미안하고…. 전도연, 김혜수, 문근영 정도? 전도연은 애교스럽고 선하고 불쌍한 이미지를, 김혜수는 최근 공포영화 두 편을 통해 바뀐 음침한 이미지를 정반대로 활용해 보고 싶다. 문근영은 말 안해도 알 것이다. 곧 베니스영화제가 시작된다. 경쟁부문 진출 가능성도 점쳐지는데. -올림픽 출전하는 것도 아닌데(웃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경치 좋은 베니스에 간다면 일정 가운데 하루쯤은 가족들과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긴 하다. 칸의 수상은 ‘기적’이자 ‘이변’이었을 뿐이다. 그런 기적을 다시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벌써부터 차기작이 기대된다. -황당무계한 팬터지 요소가 듬뿍 가미된 코믹·로맨스물이다. 정신병원을 전혀 억압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서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를 다룰 것이다. 소수의 의사·간호사를 빼고는 등장인물이 모두 정신병 환자다.CJ가 투자하며 HD영화로 촬영된다. 흥행 욕심은 어느 정도인가. -원금과 금융이자 등 본전 이외에 조금만 더 갖고 가면 되지 않겠나?(웃음)많이 가져갔으면 좋겠지만, 적다 해도 후회는 않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미리 본 ‘친절한 금자씨’

    ‘친절한 금자씨’(제작 모호필름)는 배우 이영애의 ‘허기’를 완벽하게 달래준 스릴러극이 됐다. 순백의 정적인 이미지에 갇혀 있던 이영애에게 숨구멍을 터준 영화는, 배우 자신에게나 관객에게나 전복의 묘미를 안겨준 작품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봄날은 간다’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이영애의 영화’로 괄호치고 출발한 스릴러에서 그녀는 13년 반을 복역하고 갓 출소한 유괴살인범 이금자 역이다. 복역 이후 주인공의 동선을 쫓는 한편으로 카메라는 그녀의 복역생활을 복기하느라 여념없다. 그녀가 교도소에서 ‘친절한 금자씨’란 별명으로 통하기까지 동료죄수들을 얼마나 희생적으로 보살폈는지를 돌이키는 데 공을 들이며 영화는 자연스럽게 관객을 금자씨 편으로 포섭한다. 스릴러물임에도 관객에게 비밀이 거의 없다는 데서 오히려 독특한 감상을 던지는 영화다. 스무살에 살인용의자로 몰려 억울하게 수감된 주인공이 치밀한 복수극을 준비해 왔다는 사실을 한겹두겹 노출시키는 대담한 능청에 “역시, 박찬욱”이란 탄성이 터져나온다. 교도소에 갇힌 13년을 오로지 출감 뒤의 한판 복수극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삼았던 이중인격의 캐릭터를 이영애가 연기한다는 사실 자체가 시종 신선한 화학반응을 자아내는 감상포인트. 그녀가 태연자약하게 수위높은 대사를 날리는 대목들에선 긴장과 이완이 동시에 손잡고 코믹스릴러의 기묘한 분위기를 뿜어내기도 한다. ‘복수는 나의 것’‘올드보이’‘쓰리, 몬스터’ 등 극도의 긴장으로 일관했던 전작들에 비하면 감독은 최대한 어깨 힘을 빼보려 노력한 듯싶다. 감독의 실험적 시도는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절제된 대사로 시각을 집중공략하는 한편으로 금자의 심리와 주변상황을 친절히(?) 해설해 주는 성우의 내레이션, 이따금씩 끼어들어 복수극에 야릇한 팬터지를 입히는 만화적 화면 등은 낯설 만큼 새롭다. 조금은 들뜬 분위기에서 여러 실험을 즐기던 영화는 그러나 결국 ‘박찬욱표’로 되돌아온다. 자신의 핏덩이 아이를 볼모로 살인누명을 씌웠던 유괴범 백 선생(최민식)을 포박한 금자가, 백 선생에게서 아이를 잃었던 부모들로 하여금 손수 그를 응징케 만드는 결말 시퀀스는 ‘날생’의 하드보일드 살인극 자체다. ‘박찬욱 감독이라서 만들 수 있는 영화’임에는 여러모로 틀림없다. 그러나 예민한 관객이라면 ‘불친절한 박 감독’을 발견할 여지 또한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감독이 관객보다 배우를 훨씬 많이 배려했다는 인상을 남기는 몇몇 대목들이 무엇보다 개운찮다. 예컨대 금자가 자신을 연모하는 20세(13년전 금자가 살인누명을 썼던 나이) 빵집 청년에게 잠자리를 허락하는 장면. 죄를 뒤집어쓴 금자가 감방에서 썩은 세월의 무게를 역설하는 비감한 장면일 수 있건만, 섹스신 흉내조차 내지 않고 카메라는 황망히 다음 장면으로 건너뛴다. 극의 핵심에 손상을 주진 않더라도 ‘금자의 일인극’이나 다름없는 영화의 질감을 일궈내는 데는 결정적 흠집으로 꼬집힐 만하다.18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짜릿찌릿 7일간의 DVD여행

    본격적인 한여름 무더위와 함께 기다리던 휴가철이 시작되었다.‘인도차이나’의 하룽 베이나 ‘리플리’의 배경이 되었던 나폴리 같은 곳으로 휴가를 떠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게 문제다. 그렇다고 가까운 해수욕장에 가려니 수많은 인파와 바가지요금과 씨름하기란 또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자칫 피서가 아니라 ‘피로’ 여행이 될 수도 있다. 7일간의 휴가 중 하루이틀쯤은 집에서 얼음물에 발 담그고 보고 싶었던 DVD를 실컷 보는 게 어떨까. 가벼운 발마사지와 더불어 적당한 수면을 취하고 여유롭게 DVD를 감상한다면 바캉스 이상의 충전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살얼음이 살짝 도는 시원한 오미자 화채 한 그릇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속을 파낸 통 수박에 꿀을 넣은 오미자 냉차와 배, 수박 속을 섞으면 여름철 더위는 물론 피로회복에도 그만이다.7일간의 휴가 동안 하루하루 꺼내 볼 수 있는 DVD 다이제스트를 소개한다. 오미자 화채만큼이나 다양한 맛을 내는 영화들을 만나다 보면 한여름 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것이다. 박은영 DVD칼럼니스트·mlue@naver.com ■ MON-주먹이 운다, 아라한 장풍대작전 칠선의 도움으로 도시의 무협 초인이 되었던 교통경찰 상환이 이번엔 열아홉 살의 소년원 복서 상환으로 돌아왔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형제인 류승완 감독과 배우 류승범은 벌써 4편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전작 ‘아라한 장풍대작전’이 코믹한 도시 무협극이었다면 ‘주먹이 운다’는 류승완 감독의 농익은 연출과 성숙한 류승범 연기가 어우러진 비장미 넘치는 복싱 드라마다. 류승완 감독은 DVD 마니아로 유명하다. 수집에도 남다른 열의가 있지만 자신의 영화를 DVD로 제작하는데 있어 국내 어떤 감독보다도 적극적이다.‘아라한 장풍대작전’은 지난해 우수 DVD로 선정될 만큼 깨끗한 화질과 사운드로 주목받았는데,‘주먹이 운다’ 역시 극적인 영화의 구성과 인물들의 우여곡절 많은 인생을 표현한 시각적인 효과와 섬세하고 예민한 사운드가 빼어나다.6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찍은 신인왕전 장면의 메이킹 필름과 감독의 열정적인 코멘터리도 부가영상에 수록되었다. ■ TUE-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하나와 앨리스 최근 일본 멜로영화들이 조용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일본 열도를 열광시킨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결혼을 앞둔 한 남자가 백혈병 소녀와의 첫사랑을 추억하는 내용이다. 다소 신파조의 이야기임에도 첫사랑에 대한 가슴 아픈 기억을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풀어내 국내 극장가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첫사랑 영화의 원조는 누가 뭐래도 이와이 지의 ‘러브레터’가 아닐까. 이와이 감독은 꾸준히 비슷한 심상을 지닌 영화들을 만들어왔는데 특히 최근작인 ‘하나와 앨리스’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귀여운 이야기다. 한 소년을 사이에 두고 예기치 않은 삼각관계에 빠진 두 소녀의 귀여운 거짓말과 성장과정이 동화처럼 전개된다. 순수한 사랑의 느낌을 살린 색감과 배우들과 감독의 교감을 확인할 수 있는 메이킹 필름이 인상적이다. 특히 5분간의 발레 장면은 다시 보고 다시 봐도 예쁘다. ■ WED-프렌즈, 24 만약 이 시리즈들을 보기 시작한다면 앞으로의 DVD 감상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될지도 모른다. 시리즈에는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일단 보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즌 9까지 출시된 ‘프렌즈’가 바로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구성된 여섯 명의 친구들이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매우 일상적이면서도 생활 속에 배어나는 감칠맛이 있다. 뚜렷한 성격을 지닌 캐릭터들과 가족 이상으로 따뜻하게 서로를 감싸안는 우정, 오늘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즐거운 기대감이 있다. 잭 바우어의 테러 진압기 ‘24’를 보려면 한층 더 강한 결심을 해야 한다. 제목 그대로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실시간으로 따라가므로 중독성이 한층 더 강하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단의 활약과 대통령을 둘러싼 음모가 유기적으로 전개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된다. 웬만한 액션 스릴러보다 긴장감이 넘치며, 키퍼 서덜랜드의 안정감 있는 연기는 발군이다. ■ THU-나비효과, 리컨스트럭션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의 태풍을 만든다는 ‘나비효과’는 시간을 되돌려 과거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과거의 작은 변화는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현재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이 DVD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감독판과 극장판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는 것인데 삭제된 7분과 더불어 극장판과 다른 결말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로 이동할 때의 프레임을 뒤흔드는 시각효과와 날카로운 굉음은 DTS 사운드를 통해 입체적으로 표현되었으며 색보정을 거친 영상에선 개성이 넘친다. ‘나비효과’가 자신의 의지대로 과거를 수정했다면,‘리컨스트럭션’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상황이 재구성되는 경우다. 애인을 두고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판 순간 애인과 관련된 모든 이들이 자신을 잊어버린다.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감각적인 카메라는 다양한 질감의 화질을 보여 준다. 독특한 이야기와 연출이 어우러진 지적이며 아름다운 영화다. ■ FRI-맨추리안 캔디데이트, 쏘우 ‘맨추리안 캔디데이트’의 원작인 1962년 버전은 한국전이 배경이었다. 그러나 조나단 드미 감독은 9·11 테러를 겪고 우경화된 미국에서 걸프전에서 대량 기억 조작이 있었다는 가설을 내세운다. 고도의 정치적 함수관계와 심리전이 얽히고 신화적인 상상력까지 더해져 보는 이들에 따라 영화의 해석의 폭도 달라진다. 섬뜩할 정도의 차가운 인물로 분한 메릴 스트립과 덴젤 워싱턴, 리브 슈라이버 등의 연기도 뛰어나다. 영화촬영 전 6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미국의 현실에 대해 토론하는 영상 등 부가영상에도 무게가 실렸다. ‘쏘우’는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영문도 모르는 채 끌려와 살인마의 지령을 따라야 하는 두 남자의 8시간을 긴박하게 쫓는다. 밀폐된 공간 안의 현재와 죄의 원류를 쫓는 과거가 교차되면서 고도의 심리전이 전개된다. 한순간도 예측하기 어려운 긴장감과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는 공포가 입체적인 DVD 사운드로 한층 더 섬뜩하게 표현되었다. ■ SAT-에비에이터, 콘스탄틴 마틴 스코시즈의 역작 ‘에비에이터’는 미국 영화와 항공업계의 신화인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의 일대기를 쫓는다. 미국 항공전문가들이 조언을 구했을 정도로 그는 비행기와 영화에 미쳐 있는 인물이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신경증과 결벽증을 두루 갖춘 인물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해냈다. 비행기를 좋아하던 그는 추락하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더 철저한 자기 소외를 경험하면서 쓸쓸히 죽었다. 부가영상을 통해 실제 하워드 휴즈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이 방대한 영화의 제작과정 다큐멘터리를 확인할 수 있다. 시온을 구하려 했던 레오가 ‘콘스탄틴’에서는 악마의 세력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려는 엑소시스트가 되었다. 절묘하게도 레오와 콘스탄틴은 닮은꼴이다. 어찌 보면 ‘매트릭스’의 외전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적들의 세력은 강하고 고군분투하는 폐병쟁이 영매의 싸움은 눈물겹다. 화려한 영상은 영웅의 활극만큼이나 파워가 넘치고 부가영상 패키지도 묵직하다. ■ SUN-그루지, 링 슬프고 무서운 살인의 기억이 원혼으로 남아 집에 들어온 사람들을 죽인다. 덮고 있는 이불 안에서 푸르고 창백한 얼굴의 소년이 기어 나오는 장면만 떠올려도 ‘주온’은 충분히 공포스럽다. 일본 TV 시리즈로 제작되었다가 영화로 제작되었고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일본 대표 호러다.“끼익”대는 기분 나쁜 소리와 음침한 집의 구조는 공포를 배가시키며 DTS로 예리하게 날을 세운 사운드는 순간순간 소스라치게 만든다. 시미즈 다카시 감독은 TV판 1,2편과 일본 극장판 1,2편 그리고 이례적으로 할리우드판의 연출까지 맡았다. 그러나 일본 공포영화의 최고봉은 여전히 ‘링’이다. 나카다 히데오 감독은 소설을 원작으로 사다코라는 여인의 원한과 복수, 죽음 바이러스의 확장이라는 새로운 공포 코드를 만들었다. 개봉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이상의 공포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고어 버번스키 감독의 할리우드 버전과 비교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가상인터뷰] ‘친절한 금자씨’(29일 개봉)의 이영애

    [가상인터뷰] ‘친절한 금자씨’(29일 개봉)의 이영애

    “‘복수는 나의 것’‘올드보이’를 잇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 완결편이란 정보는 다들 아실테구요. 시사회장을 나오면서 기자들이 그러더군요. 이영애 만나는 즐거움에 문득문득 복수극의 처절함을 잊게 되더라구요. 사실 제가 오랫만에 스크린에 복귀하긴 했어요. ‘봄날은 간다’(2001년) 이후 4년만인데 이번엔 유순한 제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냈답니다. 오로지 복수의 칼을 갈며 13년 반을 감옥에서 썩고 나온, 무시무시한 여자죠. 친절한 미소 뒤로 살떨리게 치밀한 복수극을 준비해온 ‘이금자’의 캐릭터에 다들 놀라시겠죠? 스포일러가 되기 십상이라 영화 얘기를 더는 못 하겠네요. 앗참. 마케팅 전략상 극중 제 파트너에 관한 정보는 거의 노출되지 않았는데요, 복수극의 표적을 바로 최민식씨가 연기했답니다. 송강호 유지태 신하균 등 거물급 스타들이 줄줄이 카메오로 나오는 장면들에선 “과연, 박찬욱 감독!”이라는 탄성이 절로 터지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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