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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정까지 얼어서야(사설)

    고아원·양로원·장애인의 집 등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후원의 손길이 줄어들었다고 한다.이맘때면 불우 이웃 돕기 성금과 후원자의 발길이 평소의 두배 이상 늘어나는데 올해는 평소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그래서 아직도 김장을 못 담가 애태우는 고아원이 있고 추운 날씨에도 보일러를 켜지 못해 노인들이 떨고 있는 양로원도 있다고 한다.안타까운 일이다. 서민 가계를 꽁꽁 얼어 붙게한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이 겨울을 더욱 얼어 붙게 한 셈이다.게다가 치열하다 못해 과열된 대통령선거전 때문에 불우이웃돕기의 미풍양속이 실종된 것이다.살얼음판을 딛는 것처럼 어려운 경제환경과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선거전 속에서 남을 배려하고 돕는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탓이다. ‘광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도 있는만큼 이런 현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일수도 있다.그러나 우리 살림살이가 어려운 이웃을 이토록 외면해야 할만큼 쪼들리는 것은 아니다.이보다 더 어려운 형편속에서도 우리는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살아왔다.가난한 이웃에게 기름진 냄새 풍기는 것조차 삼가온 것이 전통적인 우리 미덕이다. 물론 사회복지 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을 위해 국가 예산이 집행되고 있다.그같은 복지예산은 그러나 제한돼 있어서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친다.결국 온 국민의 따뜻한 온정이 필요하다. 그 온정은 그것을 받는 사람보다는 사실 주는 사람 자신을 더욱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다. 인도의 빈민굴에서 평생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다 간 마더 데레사는 “나누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소망”이라면서 “쌓아두면 쌓아둘수록 줄 수 있는 것은 적어지고,가진 것이 적으면 적을수록 나누는 방법을 제대로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이제 대통령 선거전도 끝났다.각박해진 마음을 풀고 관용과 사랑의 정신으로 나눔을 실천할 때다.
  • 벌금 낼돈 없어 옥살이 위기/부도 중기사장에 온정 ‘밀물’

    ◎각계각층서 성금·격려 벌금 2백50만원을 낼 돈이 없어 옥살이 위기에 처한 부도 어학기기 제조 중소업체 사장 이상일씨(45·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의 딱한 사연이 보도(서울신문 12월13일자 사회면)된 뒤 이씨를 돕겠다는 온정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이씨는 15일 “신문과 방송을 보고 전화를 걸어온 국민들이 이틀 동안 50명이 넘었다”면서 “용기를 잃지 말고 힘을 내라는 말과 함께 통장 계좌번호를 물어왔다”고 전했다. 특히 생활이 넉넉치 않은 서민들의 격려가 쇄도,국제통화기금(IMF)사태와경기불황 등의 난국도 ‘이웃사랑’에는 장애가 될 수 없음을 보여 주었다. 경기도 농촌진흥원 나춘용씨(59·기능직 9급 운전기사·경기 수원시 권선구)는 이날 상오 이씨를 만나 박봉을 쪼개 모아둔 3백만원을 전달했다. 이씨는 “경기 불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일텐데 넉넉한 형편도 아닌 분이 도움을 주시니 뭐라고 고맙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 추억의 선물(외언내언)

    선물과 뇌물의 경계는 모호하다.그래서 ‘조그마한 선물은 사례도 조그마하다’(프랑스 속담)거나 ‘선물에는 바위도 부서진다’(세르반테스) ‘은밀히 안기는 선물은 화를 가라앉히고 몰래 바치는 뇌물은 거센 분노를 사그러뜨린다’(구약성서) ‘빈손이면 빈말 밖에 돌아오지 않는다’(솔즈베리) 등 고금의 명언들이 전해진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요즘은 지난 1년동안 신세진 사람들에게 마음의 선물을 보내는 때다.이 때를 뇌물 전달 시기로 활용하는 이들도 물론 있다.백화점이 연말이면 선물세트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판매수입을 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오랫동안 백화점의 연말 선물매장에서 밀려났던 내복·수건·양말세트등이 선물품목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한다.국제통화기금(IMF)시대,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어려운 경제난속의 연말연시 선물품목으로 ‘추억의 선물’이 재등장했다는 것이다. 내복이나 수건,양말등은 우리 살림이 그다지 넉넉하지 못했을 때 주고 받던 그야말로 선물이었다.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내복을 선물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였던 당시 우리 사회는 가난하지만 따스한 인정을 느낄수 있는 사회였다. 그러나 형편이 조금 나아지면서 연말 선물 품목은 조미료 세트나 참치세트로 바뀌었다가 다시 구두표,갈비·한과세트 등으로 바뀌었고 최근에는아예 현금과 마찬가지인 백화점 상품권으로 탈바꿈했다.선물을 주는 이의 따스한 체온이 사라지고 대신 뇌물의 성격이 짙어진 것과함께 우리 사회도 삭막해졌다. 불황탓이긴 해도 뇌물이 아닌 조촐한 선물이 다시 등장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가까운 친지끼리 주고 받는 그런 따뜻한 마음이 좀더 확산돼 불우이웃에게까지 가 닿을 수는 없을까. 올 연말엔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는 온정의 손길이 뚝 끊어졌다 한다.‘광(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이 있긴 하다.그러나 지금 우리 곳간은 사실 내복·수건·양말을 선물하던 때보다는 넉넉하다.생활의 거품은 빼야 하겠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어서는 안될 것이다.어려울 때일수록 이웃을 돕는 마음,더불어 사는 삶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은 빛난다.
  • ‘IMF 한파’로 연말 경기 썰렁/고아·양로원 온정손길도 ‘뚝’

    ◎보일러 설치도 못해 월동 ‘막막’/재래시장서도 문닫는곳 속출/연말세일 백화점도 고객 줄어 연말이 썰렁하다.국제통화기금(IMF)협상 타결후 첫휴일인 7일 백화점은 할인 판매 기간임에도 고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대형놀이 공원과 외국계 외식업소,연말 사은용품 매장의 매출액도 격감했다. 국민들의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데다 대기업의 연쇄부도로 상여금과 임금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중소 회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백화점은 연말 특수를 주도하던 상품권이나 선물 세트의 판매가 급감하자 연말 매출액을 지난해보다 30% 정도 낮췄다.일부에선 매출이 예년의 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세일에 들어간 신촌 G백화점은 지난해 하루 평균 5만여명이었던 고객이 3만여명으로 줄었다.이 때문에 당초 예상 매출액 15억원을 1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변두리 주택가 H백화점도 창사 기념으로 거의 전품목을 30% 할인 판매하고 있으나 토·일요일 고객이 예년 평일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G백화점 판촉과 직원 강효창씨(28)는 “연말 할인 판매 기간에는 1년 중고객이 가장 많은 때인데 서민들이 많이 찾는 중·저가품조차 매출이 50%로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 남대문시장은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50∼60대의 45인승 관광버스에 지방 상인들이 가득 타고 올라왔으나 최근에는 40대 안팎으로 줄었다.그나마 26인승 중형 승합차가 대부분이다. 7백여개 상점이 몰려있는 서울 경동시장은 최근 25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외국계 외식업체 T사는 평소 휴일에도 발디딜 틈조차 없었으나 이날은 좌석 400석 가운데 50석만 띄엄띄엄 찼다.T사 대치점은 매출이 40% 정도 줄자 직원 가운데 20%와 아르바이트 직원 전원을 내보내기로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에는 평소 휴일 입장객이 2만명을 넘었으나 이날은 1만여명을 간신히 넘었다.주말 평균 관람객이 1만3천여명에 달하던 여의도 63빌딩 수족관도 8천여명에 불과했다. 고아원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은 아직도 김장과 보일러 설치 등 월동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원생이 120명인 서울 양천구 신월동 ‘나눔의 집’은 지난해 10여건의 위로 방문과 4백여만원의 성금이 답지했으나 올해는 위로 방문 2건에 성금도 1백4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서울 종로구 C양로원은 독지가들의 발길이 아예 끊겼고 한푼의 후원금도 들어오지 않아 추운 날씨에도 보일러를 자주 꺼야 할 형편이다.연말만 되면 눈코 뜰새 없이 바빴던 달력·수첩 등을 인쇄하는 업소들의 주문량도 격감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K기획사 대표 장모씨(49)는 “예년에는 15만부를 인쇄했으나 올해는 주문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 애국가락지(외언내언)

    ‘우리 아기 돌반지로 나라경제 살립시다.’이는 새마을부녀회중앙연합회가 ‘애국가락지 모으기’운동을 전개하면서 내건 구호다.‘애국가락지’란 구한말 나라빚을 갚기위해 손가락에 낀 가락지나 장롱속에 감춰둔 소중한 패물들을 아낌없이 내놓은 옛여성들의 애국심에서 비롯된 단어다.1907년,일본으로부터 들여온 1천3백만환의 차관을 갚기 위해 거국적으로 전개된 이 ‘국채보상운동’은 대구의 독실한 가톨릭신자였던 서상돈이 주동했다.국채 1천3백만환은 대한제국 존망이 직결된 치욕의 돈이라면서 그는 2천만 국민이“담배를 피지 않고 3개월동안 20전씩만 모은다면 이를 갚을수 있다”고 감연히 앞장 선 것이다.이 운동은 전개된지 한달만에 4만여명이 2백30만환을 모았고 황성신문 제국신문 등이 이를 지지하여 좀 더 확산됐으나 통감부와 매국적 정치단체인 일진회의 방해로 좌절되고 말았다.이때 참여한 층이 대부분 여성인데다 당시 사회계층의 최하위층에 속하던 기생들이 자신들의 패물을 의연하여 서울 평양 진주 등지에는 여러형태의 애국부인회가설립되기도 했다. 이번 새마을 가족이 전개하는 ‘애국가락지 모으기’는 우리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시점에서 절박한 국민의지를 보여주자는 역시 범국민운동이다.이제까지 정신없이 치닫던 과소비의 열풍을 잠재우고 나라의 구석구석에 절약과 검소,저축의 열기를 확산시켜 경제 도약을 삼자는 취지다.반찬을 줄이고 자가용을 타지 않고 담배 한개비만 덜 피면 ‘하루 한사람이1천원씩 절약’할 수 있으며 이 돈을 모으면 연간 14조4천억원이 된다니 적잖은 액수다.우리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마른 수건을 다시 짜는 심정’으로 아끼고 덜쓰면서 어려움을 극복해왔다.부도직전의 한 중소기업인은 각자 한사람이 ‘1천원의 온정’을 베풀어준다면 잘나가던 한 중소기업의 부도를 막을수 있다고 호소한다. 장롱속 패물은 언제까지나 싸두고 숨겨두는 것으로는 의미가 없지만 온정을 구하는 이들을 위해 장롱속에서 꺼냈을때 차가운 세상을 비치는 따뜻한 광채를 발하게 된다.
  • 대북 전략목표 북의 민주화로/홍승길(서울논단)

    남북한이 각기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그 방법상 극단적으로 판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남한에서는 15대대통령을 뽑는데 4-5명의 후보자들이 반년여에 걸쳐 경쟁을 벌이면서 ‘총공격’‘핵폭발’등 전쟁용어까지 난무하는 치열한 선거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한에서는 김정일이 당총비서에 취임하면서 당규약상의 선거절차를 아예 무시한채 이른바 ‘추대’라는 희귀한 방법을 동원하였다.그리고는 “실무적 수속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당적인 일대 정치사업으로서 추대한 것”이라고 선전,김정일에 대한 신임은 그 어떤 절차를 초월한 절대의 것임을 역설하고 있다.하긴 선거가 시비를 가리는 절차일진대 하늘이 내린 ‘천출’의 지도자이자 김일성의 교시로 결정된 후계지도자를 놓고 한낱 인간이나 당원들이 왈가왈부하는 일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남북한 모두 정권 변화기 국가권력이양의 방법이 한 나라가 지향하는 가치관의 총체적 표현으로 된다고 할 때 남북한간의 양극단적인 양상은 같은 한 민족,같은 한반도라는 통일의 전제를 새삼 무색케 한다.우리의 선거와 경쟁 그리고 북한의 세습과 추대로 상징되는 양 가치관간의 상반성과 불용성을 또한번 확인했기 때문이다.이러한 형국에서 우리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나라의 통일을 추구해야 하는 입장이다.지난한 일이 아닐수 없다.여기서 우리에게는 우선 난북한간에 존재하고 있는 양극단간의 차이와 간격을 좁혀야 하는 일이 중심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지금 이 시점,그 좁힐수 있는 방안이 우리의 대북정책목표로 분명히 제시 추구되어야 할 것이다.현재 북한은 김정일 자신의 정책을 구상중에 있는 시점이고,우리 역시 정권변화기라는 적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노선 수립에 압박 김일성 사망이후 북한은 체제의 생존과 김정일의 권력기반구축에 급급한 나머지 정책과 관련해서는 이른바 ‘유훈통치’를 내세우면서 새로운 노선을 수립하지 못해왔다.그간 김정일에 의한 ‘현지지도’의 대상이나 ‘노작’의 내용이 거의가 체제관련분야에 집중됐을뿐 정책관련분야까지는 이르지 못했다.이제 김정일이 당총비서에 취임할 정도가 되어 “현재 김정일이 새 조국의 면모를 그리고 있다”는 주장대로 새로운 정책노선을 수립해 나가려는 중이다. 남북한간의 차이와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는,국토분단이후 50여년을 거쳐 남북한간에 나타난 현실을 볼때,우리가 시이고 의이며 북한은 비이자 불의임이 확증되고 있으므로 당연히 북한을 우리에게 접근시켜야 할 것이다.그러자면 북한사회의 민주화가 이룩돼야 하나 이 일은 북한 김정일이 이른바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수하면서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고 버티고 있어 결국 우리의 몫으로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대북전략목표를 북한사회의 민주화로 명확히 정립하고 그 실천의지를 북한에게 확고히 주지시키는 것이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우리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물질적인 부와 경험을 갖고 있다.또한 단계적인 민주화기준을 마련,북한에 제시·강요하면서 수용여하에 따라 대북 강·온정책을 구사해 나가야 할 것이다.이렇게 할때 대북정책의 일관성 시비를 극복할수 있고 특히 근래들어 매우 오만불손해진 북한의 대남태도에도 경고를 줄수 있다.북한이 “통일투쟁에서 확고한 주도권을 장악했다”는 식의 자만으로 우리에게 기세를 부리는 한 순조로운 남북관계의 진행은 기대할 수가 없다. ○민간차원 운동도 병행을 이와같은 정부의 대북전략과 함께 언론 및 사회단체를 비롯한 민간차원에서의 북한사회민주화실현운동도 필수적이다.정부의 입장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민간이 맡아 해야 한다.정부와 민간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내외의 여론이 결집되면서 대북압력으로 작용하게 되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북한사회의 민주화는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체제하의 민족통일을 실현하는데 있어서 그 기본전제로 되는 것이다.
  • 몽골 어느 탈북자의 삶과 고백(흑룡강 7천리:9)

    ◎노동·농사·목부… 고독한 이방인/“자본주의가 나쁘다는 말만 듣고 살아서리 눈으로 보겠다는 생각에 고향을 뛰쳐 나왔디요 외몽골·소련을 거쳐 구라파로갈 타산으로…” 중국으로 넘어오는 북한 동포들이 꽤나 되는 모양이다.탈북자라고 부르는 북한 동포들의 중국 월경은 오늘날의 일만이 아니다.식량난으로 허덕이는 북한의 현실을 고려하면 요즘의 탈북은 설득력을 갖는다.그런데 중국 보다 살기가 좀 나아서 밥술이나 먹던 시대에도 탈북자가 있었다.금을 캐는 노구임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는 이한우씨(62·가명)가 그런 장본인이다.그것도 두차례에 걸친 탈북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역마살이 끼었는지 지금도 떠돌아 다니는 신세다.내몽골에 처자가 산다고 얼버무릴뿐 가족 이야기는 더 하지 않았다.다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대륙에서 살아온 힘겨운 시절만을 털어놓는 것으로 일관했다.그러면서도 연신 주변을 경계하는 눈초리로 목소리를 낮추었다.그가 살아온 처지를 생각하면 그럴수 밖에 없겠지만,신분노출을 꺼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조선땅이 가까운데서 온 작가선생이라 내레 믿고 얘기합네다.내 이름을 구태여 알라고는 하지 마소.수소문만 하면 형제들이 조선에 살지 않갔수.어디 살던 아무개가 중국에 산다는 것이 소문나면 좋지 않을 것입네다.내레 처음 압록강을 건너 단동에서 화물차를 탔으니까,고향이 어디쯤이라는 것은 짐작하실 거우다.선생도 그쪽 사람들 다 굶어 죽게 되었다는 소리 들었디요.내 가족들은 죽지나 않았는지…” 그는 1961년 10월 압록강을 건너 단동에서 무작정 화물열차를 탔다.화물차에 숨어 꼬박 이틀을 달려 어느 역에 닿았다.지금 생각하면 아성이었다는 것이다.중국말을 모르는 지라 벙어리 흉내를 내면서 밥을 빌어 먹었다.그리고 걸어서 하얼빈에 온 그는 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화물차에 올랐다.열차는 쉬지도 않고 하루낮 하루밤을 달린 끝에 내몽골 하이라얼(해라이)에 도착했다. 중국은 당시 살기가 어려웠다.나무껍질과 같은 먹을수 있는 것이라면 다 먹었던 이른바 대식품시대라서 빌어먹기도 어려운 때였다.주린 배를 움켜 쥐고 역 대합실에서 새우잠을 잘 수 밖에….그러다 경찰에 잡혔다.조선인민군 정찰병으로 권투에도 능했던 그였지만,석탄차를 타고온 주제 꼴은 말이 아니었다.자신이 보아도 의심을 받기 딱 좋았다.붙잡히고 나서 곧바로 수용소로 직행했다.그러나 수용소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식량난이 극심해서 죄수가 도망가도 찾지 않았다.그는 수용소에서 만난 몽골족과 함께 탈출한 뒤 말을 훔쳐타고 외몽골로 들어갔다.조선인(북한인)넷에 몽골족 둘을 합해 일행은 여섯이었는데,몽골족 도움으로 조선족들도 모두 몽골족 차림을 했다.중국에는 당시 먹을 것이 없어서 조선족들이 북한으로 떼지어 들어가던 시절,그는 왜 탈북자가 되었는가.그의 말을 들어보면 탈출 목적지는 중국이 아니었다. ○“가족들 죽지나 않았는지…” “외몽골과 소련을 거쳐 서구라파로 들어갈 타산을 댔디요.자본주의가 하도 나쁘다는 말만 듣고 살아서리 눈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입네다.지금은 부자로 사는 남한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네다.여하간 호기심이 많아서리 고향을 뛰쳐나왔디요.중국과 몽골공화국은 다 같은 공산국가고 우호 인방이라 그랬는지 몰라도 내몽골 들어가기가 쉬웠드랬습네다.순라병은 그림자도 없고 철조망 서너 가닥을 늘여 놓았더라 이겁네다.” 그는 일행과 초원 풀더미속에서 잠을 청하다 또 붙잡히고 말았다. 하이라얼 감옥에서 꼬박 두달을 살았다.그리고 나서 추방을 당했다.그를 기다린 곳은 함경도 아오지탄광이었다.그래도 하루 쌀 300g을 배급받았다. 북한은 당시 중국에 비해 사정이 좋아 노동개조를 받는 죄수에게도 쌀을 주었다.요즘 북한과는 천양지판이었으나 그는 또 탈북을 꿈꾸었다.1961년이 돌아오고 음력 설날을 며칠 앞둔 어느날 아오지를 탈출했다.두만강을 건너 도문에 와서 화물열차를 탔다.그래도 있던데가 좋았는지,다시 하이라얼에서 내렸다. ○아오지탄광서 또 탈출 그는 배가 무척 고팠다.자신도 모르게 식당 앞을 서성거리다 식사를 하던 노년의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그는 때를 놓치지 않고 손짓 발짓으로 식사를 구걸했다.여인은 측은한 눈길을 주면서 얼결에 말을 걸었다.조선말이었다.내몽골에서 조선말을듣는 것은 엄동설한에 불을 만나는 것과 같았다.모든 사연을 실토하고 밥 한 그릇을 얻어먹었다.그 여인은 당시 쉰 살의 조선족이었는데,몽골족 남편과 산다고 했다.이름은 이영숙,슬하에는 자식이 없었다. “내 딱한 사정을 듣고 자기를 따라가지 않겠느냐고 묻습데다.내 거절할 이유가 없었디요.하이라얼에서 90리가 떨어진 그 집을 따라 갔더니,몽골족 남편이 양자를 삼겠다고 제의를 해왔디요.그분은 자기 이름을 투린자라고 소개합데다.촌의 당서기고 해서 사는 것도 그만했디요.몽골 초원에서 당서기 양아들로 사니끼니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고….모처럼 좌정을 하게 되었다 이겁네다.” ○넓은 초원서 3년을 목부로 몽골 유목민들은 양자를 두거나 데릴사위를 들이는 일을 해운으로 여기기 일쑤다.그래서 여남은 살을 먹은 소년을 소나 말,양 따위와 바꾸어 데려다 키우는 경우도 있다.이는 초원에서 노동력을 확보하는 수단의 하나인데,온정을 베푼다는 의미도 지녔다.‘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속담처럼 양쪽 모두가 손해볼 것이 없는 양속인지도 모른다.어떻든 초원에서 석 삼년을 목부로 살았다.그러는 동안 몽골말도 배우고 짐승을 방목하는 일에도 이골이 났다.이웃에는 28가구가 사는 조선족 마을이 있었으나 가난하기가 이루 말할수 없었다. 초원에 겨울이 오면 유목민들은 정거생활에 들어간다.그 때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은 우물이다.그래서 이한우씨는 목축을 하면서 우물을 파는 일에 매달렸다.우물을 파서 돈도 제법 번 일이 있다는 그는 노다지 소문을 듣고 흑룡강상류로 들어왔다고 했다.그러나 어디까지나 고독한 이방인으로 초원을 잊지 않았다. “몽골 노래가 왜 음이 길고 높은지 아오? 망망한 초원엔서 방목을 하다 보면 고독할 때가 많디요.그 고독을 달래기 위해 노래를 길고 구성지게 부르는 겁네다.”
  • 자살 소년가장 동생돕기/각계 온정의 손길 잇따라

    지난 18일 외로움과 생활고를 비관,투신 자살한 소년가장 김진윤군(16)의 동생 진우군(12 대구 도원중 1년)을 돕기 위한 각계의 온정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시 황대현 달서구청장은 20일 진우군 집을 방문,“형마저 잃은 슬픔을 딛고 어려운 환경을 꿋꿋이 헤쳐 나갈 것”을 당부하며 금일봉을 전달했다.또 (주)우방의 이순목 회장도 금일봉을 전달했고 우방그룹내 ‘사랑으로 사는 사람들’은 진우군을 돕기 위해 사원식당에 모금함을 설치하고 가출한 김군의 어머니 찾기에 나서기로 했다. 이밖에 김군의 아파트 주민들과 진우군이 다니는 도원중 교직원들도 돕기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 피의자 인권 실질보장/대법 영장실질심사제 개선안 마련 안팎

    ◎영장발부 법원·법관별 편차 줄이고/심사단계서 국선변호인제도 도입 대법원이 8일 영장실질심사제 개선안을 제시한 것은 시행 이후 8개월동안 지적됐던 문제점을 보완하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법원은 이날 올 1월부터 영장실질 심사제를 시행한 결과 형사사법에서의 절차적 정의실현과 수사과정에서의 가혹행위 근절,신중한 인신구속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심사에 맞춰 구속의 사유,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 등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는 등 수사 방식을 바꾸고 영장 신청에 신중을 기함으로써 합리적인 수사 기법 개발을 유도하는 효과도 나타났다. 그러나 문제도 적지 않았다.특히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대한 법원 및 법관별 편차가 심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관계없이 재판에 회부된 뒤에는 범죄에 상응한 엄정한 형을 선고하여야 함에도 불구속 피고인에게는 온정주의적 경향을 보일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수사기관의 애로도 감안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대표적인 예로 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는 원칙적으로 모두 심문한다는 방침에 따라 수사 담당자의 상당수가 피의자 호송에 투입됨으로써 다른 수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대법원은 이날 제시한 영장심사 단계에서의 보석제도 및 국선변호인제도,영장 기각시 검사 항고 제도 도입 등으로 이같은 문제점 가운데 상당 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개선안이 그대로 실현되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검찰이 영장실질심사제 자체에 대해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의 관계자는 “영장이 기각됐을때 검사가 항고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은 수사기관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영장실질 심사제 자체가 검찰의 수사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앞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전·노씨 사면 반대/변협 결의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함정호 변호사)는 18일 ‘권력과 부패’라는 주제로 ‘제9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 대회’를 열고 결의문을 통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형집행 정지나 사면 등을 위한 논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서는 권력형 부정부패 사범에 대한 온정주의적이고 정략적인 사면이 더이상 자행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6·25」 아침에(외언내언)

    47년 되었다.「6·25」라는 말만 들어도 한숨처럼 『아아,그날!』을 몰아쉬던 세대도 이제는 사회를 구성하는 주역의 자리에서 멀어졌다.학교 교사조차 주둔군이나 전쟁시설로 내주고 가건물에서 공부하며 나무판자를 기다랗게 댄 목로집 걸상같은 것에 걸터앉아 강의를 듣던 세대도 현장에서 거의 「용퇴」를 당했다. 전쟁의 비극적인 기억을 멀리 쫓아버리고 오늘의 번성을 이루기 위하여 애써온 그들의 노력으로 오늘의 세대들은 도통 그런 것을 실감할수 없게 되어버렸다.그때의 배고픔 같은 것을 말하면 『라면이라도 먹지 배를 왜 곯았어?』하는 세대들이 이제는 주역으로 전면에 나서고 있다.비극적 패배주의에서 일어나 「기죽지 말고」 자라주기를 바라며 악몽들은 옮겨주지 않은 부모들의 온정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남쪽이 그런 생각을 「효과적」으로 실현시키기에만 몰두해오는 동안에도 북쪽은 6·25를 「끝나지 않은 싸움」으로 붙들어두는 데만 집요하게 매달려오고 있다.정신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오로지 그것만을 무기로 지켜왔다.식량이 없어 무너지는 나라도 그 힘으로 지키려 하고있고 이념의 실패도 그것으로 봉합하려 하고 있고 정권의 연장도 그것만을 의지하고 있다. 그 결과 서방의 군사전문가도,세계적인 한반도 전문가도,국내의 안보팀도,남북문제의 권위자도 한결같이 북한의 전쟁도발 가능성을 예측한다.가족을 이끌고 서해바다를 떠내려온 모험적인 탈북주민은 물론 식량이 떨어져서 걸식을 하러 연변을 떠도는 북한 인민도 「전쟁」카드만을 품고 있는 그들의 속셈을 증언하고 있다.그들이 끝내주지 않으면 47년동안 우리가 아무리 멀리 쫓아버렸다고 믿어왔어도 여전히 살아있는 이 악령같은 전쟁은 우리의 문전을 아직도 배회중이다. 더욱 고약한 일은 그 무기만 들이대면 오금을 못 쓸듯이 주눅이 드는 남쪽의 심정적 허약함을 북측이 끊임없이 이용한다는 점이다.피하는 일만으로는 이런 고약한 버릇을 고치게 할수 없을 것 같다.잽싸게 고지를 선점하려는 속셈으로 휴전선 언저리로 선거운동 영역을 펼치고 있는 후보들은 희떱게 구호만 외치지만 현명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 동포애 유용은 배신행위(사설)

    몇몇 재야단체가 대북 지원성금 일부를 유용한 혐의를 잡고 검찰이 내사를 벌이고 있다 한다.도저히 있어서는 안될 재야단체의 이같은 비도덕적 과오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만의 하나 진실로 확인될 경우 엄격한 응징이 있어야 할것으로 본다. 과거에도 국민성금 모금과정에서 한 기관이 이를 유용한 사실이 밝혀져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일이 있었다.관계자와 기관은 상응하는 처벌을 받고 사회적으로도 매장당하다시피 했다.이번 검찰이 내사에 착수한 대북 지원성금 유용도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때보다 더 무거운 사회적 질책을 면치 못할 것이다. 대북 지원성금은 탈진해 숨질지 모르는 수백만 북한동포를 살리려는 동포애의 결정체다.영양실조로 뼈만 앙상히 남은 어린이,풀뿌리로 연명하는 농민 등 급박한 처지에 놓인 북한동포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십시일반 정성을 모은 것이다.비록 사복을 채운 것은 아니더라도 이런 애처로운 온정이 담긴 돈을 몽땅 대한적십자사에 넘기지 않고 단체운영비 등으로 유용했다면 기탁자에 대한 배신행위로 엄하게 지탄받아 마땅할 것이다. 더욱이 재야단체는 그 어느 조직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다.우월한 도덕성과 올바른 일에 앞장선다는 명분이 재야단체 존립의 근거이며 국민적 지지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그런 재야단체의 성금유용은 존립명분을 스스로 부정하는 치명적 악수인 동시에 북한동포를 돕자는 국민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아닐수 없다. 검찰은 이들이 대북 지원문제와 관련,적법 절차를 밟지 않고 독자적으로 북측과 접촉을 가진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이 역시 사실이라면 관련법 위반은 물론 대북 지원에 혼선을 초래할 소지가 있는 어리석은 시도라고 본다.검찰은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법에 따라 처리해야겠지만 재야단체들은 지금부터라도 북한동포 돕기의 본뜻이 흐려지는 일이 없도록 처신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 국악인 묵계월(이세기의 인물탐구:134)

    ◎76세 고령에도 녹슬지 않는 절창/「훌륭한 가장」 「엄한 스승」 「만년 무대인」으로/「삼설기」 「긴아리랑」 유일하게 맥이어 전수 명창 묵계월의 공연무대를 한번이라도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가 왜 이 시대의 절창인지를 설명할 필요가 없게 된다.지난 95년 가을,74세의 나이로 무대에 선 그는 「청춘홍안은 네자랑 말어라,덧없는 세월에 백발이 되누나」로 시작되는 「청춘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소리 한평생을 정리하는 「묵계월,끝없는 소리의 길」공연에서 그의 모습은 여전히 씩씩했고 세월의 파란만장속에서 갈고 닦은 소리의 관록을 유감없이 과시해 보였다.특히 양반댁 마님이 낭랑한 소리로 이야기책을 읽어내려가는 듯한 「삼설기」는 그만의 독보적 「발군」을 새삼스럽게 확인시켰다. 책상 하나에 등촉을 밝히고 단정하게 앉아 책장을 넘기면서 어느때는 높이고 어느때는 낮추면서 운치와 시취로 경기민요의 진수를 펼친다. ○75년 인간문화재로 「백이숙제 착한이와 도척같은 몹쓸 놈도 죽어지면 허사로다/역려건곤에 부생이 약몽하니 즐거움도 얼만고/병촉야유하며 독서담론 자락하니 한가하기 측량없다…」 그의 음색은 중하청부에서 곱고 섬세하게 꺾어 올려치는 끝막음 소리가 일품이다.더구나 경기지역에서 전수되어온 긴 잡가는 유장하고 은근한 가락에 후렴이 붙는 짧은 장절형식이 흥겨움을 더하여 지루감이 전혀 없다.십이잡가중에서도 그는 적벽가·출인가·선유가·방물가로 75년 인간문화재가 되었고 「삼설기」와 「긴 아리랑」은 그가 유일하게 맥을 잇는 명곡들이다. 늘 깨끗한 한복에 남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는 항상 소리만을 하면서 시름없이 살아온것 같지만 국악의 정상에 우뚝 서기까지 그의 인생 뒤안길은 만단 파란과 희비가 엇갈린다.물론 그가 살아온 한평생이란 우리 국악인 1세대들이 한결같이 겪은 공동의 운명이랄 수가 있다. 눈물없이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세월속에서 그가 그리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이를 구구절절 전해준다.「내 나이 11살때 나는 어머니품을 떠나 남의집 양녀로 가야했다」로 시작되는 사연은 이렇게 이어진다. 그는 서울 광희동에서 이윤기씨와 조성여여사 사이의 다섯딸중 넷째로 태어났다.부친은 노리개의 매듭을 만드는 장인이었으나 매듭으로는 돈벌이가 될수 없어 어머니는 잦은 친정 나들이로 쌀이며 돈을 꾸어다 가족의 생계를 이어 주었다.그런 집안의 넷째딸로서 제대로 귀여움을 받으며 자랄 처지가 아닌데다가 이화자의 민요나 황금심을 좋아하면서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싶은 꿈을 미처 펼쳐보일 여유도 없었다.그때 어머니가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며 키우느니 잘먹고 잘입히는 집에 가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수 있도록」 남의 집에 양녀로 보낸 것이다. 그때부터 본명 이경옥을 버리고 그 집의 성을 따서 「묵계월」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고 분홍치마에 꽃신을 신고 조선권번에 다니면서 주수봉 최정식 스승으로부터 경기민요 십이잡가를 사사,권번학습이 끝난 다음에도 독선생인 김윤태 스승을 모셔다가 가곡 가사 시조를 거쳐 상중하성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을때까지 철저하게 모든 것을 배워 나갔다.자그마한 몸매에서 터져나오는 경기민요 특유의 담백한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애틋함이 스며있었고 가락마다에 「어머니 보고싶은 길고 긴 그리움이 담겨」「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온통 눈물바다를 이루었다」고 했다.16세가 되었을때는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노래실력으로 이팔청춘에 「절창」칭호를 들으면서 과장이나 선비들의 모임에 불려나가 만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제자 가르치는데 정성 허스키한 탁성이 중후한 가운데로 명주고름같은 선이 절로 흘러나오고 마딧소리에 방울목을 얹어 겹창으로 접목시킨 오관청음은 「들을수록 맛이 나고 멋이 난다」는 평을 듣는다.18세가 되자 인력거를 타고 명월관 국일관 천향각을 주름잡았으나 21살에 광산업을 하던 김영배씨를 만나 결혼,그러나 그가 노래를 쉰것은 단란한 생활을 누리던 신혼기와 6·25때 뿐이다.1남2녀를 낳고 살림에 재미를 붙이기도 전에 부군의 사업실패로 이번에는 가족부양을 위해 회갑잔치며 화수회등 여러 모임에 나가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당시로서는 권번을 거치지 않고는 소리를 배울수 없었고 요정에 나가지 않고는 제아무리 명창이라도 명성을 떨칠수 없었다.따라서 부군의 사업실패는 불행한 일이지만 그 사업이 계속 융성했다면 오늘의 묵계월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그는 부군 타계후 혼자서 삼남매를 키워 대학까지 공부시켰고 한편으로는 제자를 가르치면서 「훌륭한 가장」「엄한 스승」「만년 무대인」의 자리를 반듯하게 지켜왔다.오죽하면 소설가 박경수는 한 수필에서 「세상에 이름 날리는 여류 명창치고 일부종사한 사람은 남도 경서 명창을 막론하고 묵계월뿐으로 소리만이 아니라 가정생활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행실녀」라 쓰고 있다. ○내년 데뷔60년 공연준비 평소에는 말수가 적고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않는 결벽증이며 어려운 문제가 있어도 순리에 거슬리는 일은 애써 하지 않는다.요즘은 10년전부터 살고있는 성산동 성산아파트에 혼자 살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만 온정성을 쏟고있다.이웃에 방해될 것을 걱정하여 장구대신 북에다 천을 대어 소리를 죽이고 그가 엄한 스승밑에서 무서운 학습기간을 거친 것처럼 추호의 빈틈이나 용서없이 혹독하게 가르친다. 홍익대 이재흥 교수는 「노랫가락(경기민요)·송서 삼설기·초한가와 긴잡가 장구장단인 도드리 6박·12박은 서울소리 고유의 전통문화로서 묵계월의 존재는 특별히 예술보호차원의 의미마저 갖는것」으로 평가한다.「내가 만약 백살까지 산다면 나는 백살에도 무대에 설것」이라는 그는 내년에는 18세때 처음 무대에 선지 만60년을 맞는 기념공연을 가질 예정이다.지금도 40년대,50년대를 고스란히 거슬러 오를만큼 기억력이 뛰어난 그는 지난해 경기민요에서 한평생 동도를 걸어왔던 안비취를 잃은 것에 못내 상심을 금치 못한다. 서울사람들의 경위 바르고 단정한 성격을 가리켜 경중미인이라고 했던가.「고희를 훌쩍 넘긴 지금도 녹슬지 않은 청음에다 서울 십이잡가를 능란하게 소화하여 지킨다는 것은 소리꾼에서는 100년에 한두명 나올까 말까한 독보적 소리보물」이라는 원로 성경린씨의 말은 일세를 풍미한 명창에 대한 최상의 「치하」와 「경의」표시가 아닐수 없다. □연보 ▲1921년 서울 출생(본명 이경옥) ▲31∼34년 이광식 주수봉사사 ▲34∼37년 경성방송국 출연 ▲36년부터 최정식·김윤태 사사 ▲38년 부민관 명창대회출연 입상 ▲39년 빅터레코드 음반취입 ▲49년 제일극장 명창대회에 스승 최정식 선생과 공연 ▲62년 국악협회 민요분과위원장,재일동포위문 일본순회공연 ▲68년 문공부주최 제1회 명인명창대회,국악대공연출연(장충체육관) ▲69년 「묵계월경기민요」 출반(성음) ▲71년 「한국민요연구회」 설립. ▲75년 중요무형문화재 57호 경기민요 예능보유자지정,「경기12잡가 묵계월전수소」 개설,동아일보주최 국악경연대회심사위원. ▲76∼79년 동아방송 개국기념 공연 ▲83년 한국민속가무예술단 일본공연 ▲87년 LA교민위문 공연. ▲87∼90년 조선일보 주최 「명인명창대회」 출연 ▲90년 「묵계월 인생70­소리 60」 주제의 제1회 개인발표회(호암아트홀),국립국악관현악단(이상규 지휘)과 「십이잡가」 협연,한국민요연구회주최 신춘국악대잔치 특별출연 ▲92년 대한민국국악제 특별출연 ▲94년 경기국악축제(연강홀) ▲95년 「묵계월,끝없는 소리의 길」주제의 제2회 개인발표회(호암아트홀)공연,KTV 「묵계월소리의 세계」특집방송,「묵계월 경기민요」CD출반(오아시스) ▲97년 삼성그룹복지재단주관「효행상 시상식」 축하공연 〈현재〉 국악협회 고문,민요연구회 고문 〈수상〉 세종상(68년) 국악대상(92년)
  • 히트상품 대상/대우 「라노스」 삼성 「명품+1TV」

    ◎한국능률협 공동 선정 한국능률협회는 26일 대우자동차의 소형승용차 라노스와 삼성전자의 명품+1 TV를 올해의 히트상품 대상으로 공동 선정했다. 라노스는 내구성과 안전도가 높아 지난 1·4분기중 동급차종 가운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명품+1 TV는 가로길이를 늘려 기존 TV에서 볼 수 없는 부분까지 보도록 새로운 규격을 선보였다. 능률협회는 또 히트상품 본상으로 대한생명보험의 무배당 그랑프리 보장보험,동양화장품의 과일나라 프라임 클린코팩 세트,롯데제과의 초컬릿 쿠키인 칙촉,삼보컴퓨터의 드림시스 PC,만도기계의 김치저장기인 위니아 딤채,진로의 참나무통 맑은소주,산내들의 산내들 감식초,한국야쿠르트의 발효유 메치니코프,한국외환은행과 외환신용카드의 공무원연금카드·외환카드,웅진코웨이개발의 가정용 냉온정수기 등을 선정했다. 이밖에 지난해 냉장고 수출 1위를 기록한 대우전자의 입체냉장고 탱크는 글로벌 히트상품으로 선정됐다.40년간 조미료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유지한 미원의 발효조미료 미원은 장수히트상품으로 뽑혔다.
  • 「근육병 어린이돕기」 온정 “밀물”

    ◎서울신문·서울방송 주최 모금행사 성황/2시간 중계… 6만여명 1억2천여만원 기탁 「97 장애인의 날 근육병 어린이 돕기 사랑의 한걸음」행사가 20일 낮12시30분부터 하오 3시30분까지 3시간동안 서울 여의도 서울방송 스튜디오와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등 두 곳에서 서울신문사와 서울방송 공동주최로 열렸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근육병 어린이 돕기 성금 모금을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는 서울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서울신문은 자체 전화 자동안내 서비스(ARS) 700­5679번을 통해 한 통화에 2천원씩의 성금을 접수받아 6만여명으로부터 1억2천여만원을 모금했다. 성금은 근육병 장애인들의 재활과 치료 요양소 설립을 위해 근육병 환자를 돕는 「잔디네」 등 관련단체에 기탁된다. 또 시민 400여명이 근육병 어린이 돕기 자원봉사자로 등록했고 많은 업체에서 보장구 지원을 약속하는 등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이 날 행사에는 전문의들이 나와 일반에게 생소한 근육병의 국내외 실태를 설명했으며 근육병 어린이 가족들의 눈물겨운 사연도 소개됐다.사회를 맡은 가수 이문세씨와 탤런트 박상원씨는 출연료 전액을 성금으로 기탁했다.
  • 수자원공 직원들 「작은사랑 나누기 운동」 전개

    ◎월급 쪼개 소년소녀가장 돕기/1가구에 월 10만원씩 연 1억여원 지원 『작은 정성이지만 꾸준히 사랑을 전해줄 겁니다』 한국수자원공사(사장 임정규)4천여 직원이 이달부터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한 「작은 사랑나누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운동은 수자원공사 전직원이 월급의 일부를 쪼개,전국의 모범소년소녀가장에게 고교 졸업때까지 학비와 생활비로 한 가정에 매달 10만원씩 연간 1억2천여만원을 지원하는 것. 이를 위해 직원들은 지난달부터 전국 64개 사무소별로 월급에서 5천원씩 모금하고,사무소 인근학교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모범소년소녀 학생가장 125명을 추천받아 자매결연까지 했다. 수자원공사가 이 운동을 전개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사회봉사가 실질적인 도움보다는 형식에 치우쳤다는 자체평가에 때문. 이에 따라 직원들은 앞으로 소년소녀가장을 부서별로 찾아가거나 회사로 초청키로 하는 등 지속적인 온정을 베풀기로 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이 운동이 사회운동으로 널리 퍼져 보다 많은 불우이웃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정신대 할머니돕기/온국민 온정 쏟아졌다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텔섹 700­5678,삐삐콜 700­5679 통해/일제만행 증언땐 함께 분노/전화모금 사상 최고액 기록/서울신문·스포츠서울·SBS 3·1절 특별행사 『그때 일이 문득 떠오를 때마다 너무도 분한 생각에 얼마나 가슴을 쥐어 뜯었는지 모릅니다.한많은 세월을 원망하며 하늘보고 흘리던 눈물도 이제 말라 버렸어요…』 3·1절 78주년인 지난 1일밤 시간은 엄숙하게 흘러갔다.최근의 어수선한 사회분위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지 못했던 사람들은 한편의 TV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브라운관 앞을 떠날줄 몰랐다.그리고 모두가 눈시울을 붉혔다.평소같으면 모두가 잠들었을 새벽 1시가 지난 후에도 사람들은 쉽게 잠을 청하지 못했다. 이처럼 온 국민을 하나로 묶어준 프로그램은 서울신문·스포츠서울과 SBS-TV가 마련한 「158인의 증언­정신대 할머니 돕기 사랑의 전화」. 생존해있는 158명 정신대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정신대문제를 재조명하고,이들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서울신문·스포츠서울이 운영하는 자동응답서비스(ARS)인 「텔섹5678」번호 02­700­5678과 삐삐콜 번호 02­700­5679를 통해 전화모금을 실시하는 것이 이날 행사의 내용이었다. 국민들의 깊은 관심을 확인하는데는 2시간이라는 방송시간도 길었다.이날 특별생방송이 시작된지 5분이 지나면서 전화가 밀려들어 40여분만에 6만여통이 폭주,전화회선에 쉴 틈을 찾기 어려웠다.새벽 1시 방송이 끝났을때는 모두 13만8천10통을 기록해 전화모금행사로는 사상최고의 모금실적을 올리면서 엄청난 국민적 관심을 반영했다.서울신문·스포츠서울의 「텔섹5678」과 「삐삐콜」이 복잡한 절차없이 간단히 20초의 통화만으로 모금을 실시한 것은 성과의 큰 몫을 했다.이번 행사에 동참한 한국통신 고도통신국 전화정보사업부 공진성 과장은 『짧은 심야방송인 점을 감안할 때 동참자가 이렇게 많을 줄은 예상못했다』면서 『서울신문·스포츠서울이 마련한 이번 이벤트는 전화사서함 모금운동에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스튜디오에 나온 정신대 할머니들이 끝내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은 모습에 시청자들은 감동이상의 가슴 찡한 전율을 느꼈다. 이들 정신대 할머니들이 겪었던 고통은 그들만이 아닌 우리 민족 모두의 아픈 역사다.일본의 진정한 반성과 사죄를 이끌어내 어두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반드시 정리해야 하는 의무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에 온 국민이 참여한 이날 사랑의 전화모금 행사는 더욱 그 의미가 빛날수 있었다.
  • 의장 징계(외언내언)

    지난주 미국 하원 윤리위원회는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이 윤리규정을 위반했다고 결론짓고 견책과 벌금 30만달러의 중징계안을 확정했다.벌금 30만달러는 깅리치의장의 이름으로 제출된 잘못된 자료와 성명으로 인해 윤리위가 추가로 떠맡은 업무부담에 대한 변제의 성격으로 부과된 것이라고 한다. 깅리치 의장은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유포하기 위한 특별강좌를 대학에 열어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비과세 헌금을 받은 것과 관련하여 탈세 및 윤리규정 위반혐의로 지난 2년간 하원의 조사를 받아왔다.미국의 조세법은 세금공제를 받은 헌금은 특정정당을 위해 쓰지 못하도록 돼있다. 하원 윤리위의 낸시 존슨 위원장은 『어떤 의원도 하원 윤리규정을 피할 수 없다』며 의장이라고 징계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그는 『이번 징계안은 전례없이 매우 엄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미국 하원이 의장의 윤리규정 위반사건을 다루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지난 89년엔 당시 짐 라이트 의장의 과다선물 수수 등 비리의혹에 대한 조사활동을 본격화하여 라이트의장에게 미국 의회사상 최초로 도중하차의 불명예를 안긴바 있다. 의장도 이렇게 가차없이 조사하고 징계하는 판이니 그 국회에 기강과 윤리관이 바로 서지 않을수 없다.거기에 비하면 우리 국회는 의원들에게 너무 관대한 「천국」이다.국회 권위와 의원품위를 실추시키는 사건이 비일비재하건만 구시대적 온정주의와 파당정치로 감싸서 어물어물 넘기기가 일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우리는 국회윤리위 제소감으로 동료의원 폭행사건,비행기까지 띄운 초호화 결혼식,호화쇼핑 외유사건,저질발언,허위 재산공개등 허다한 스캔들을 기억하고 있다.그러나 국회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징치한 것이 없다.여야 지도부에 대한 비난발언 외에는 아예 윤리위에 제소조차 되지 않았다.미국 의회처럼 냉혹한 자정노력 없이는 의원의 자질이나 정치의 도덕성을 높이기가 어렵다는 걸 우리 국회는 배워야 한다.
  • 원로들이 말하는 ’97한국의 좌표/이현재·서영훈 대담

    ◎이현재·서영훈/“양보와 희생” 의식혁신운동부터/집단이기·지역감정·과소비 과감히 청산/정직·신용·질서 3대덕목 갖춘 시민키워야 1997년 정축년의 새해가 밝았다.올해는 세계가 불과 3년 앞으로 다가온 21세기를 준비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우리나라도 올해부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으로서 그 대열의 앞에서 달려갈 것이다.국내적으로는 차기대통령을 뽑는 선거도 치러진다.우리 사회의 원로인 이현재 학술원회장(전 국무총리)와 서영훈 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원장(시민운동협의회 상임대표,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 상임대표)은 이경형 서울신문 정치부장의 진행으로 이뤄진 대담을 통해 21세기를 준비하는 올해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 대한 우리의 좌표를 조망하고 과제를 제시했다. ▲이현재 회장=최근 국가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습니다.경제부문의 경쟁력 하락은 그 원인의 진단이 쉽지 않습니다.경기순환적인 차원인 문제일 수도 있고장기 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죠.우선 구조적으로 보자면 우루과이라운드를 거쳐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모든 시장이 개방돼 각국이 상호 경쟁하는 체제가 됐습니다.사실 그전까지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미국 등 무역상대국의 온정주의와 우리의 비관세장벽 등을 통해 발전해온 측면이 있습니다.국내적으로도 세제,금융,행정적인 측면에서 경제개발 중심으로 정책을 이끌어와 우리기업의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높여주기도 했습니다.저임금근로자도 큰 몫을 했고요.그러나 이제는 경제의 국제화,개방화에 따라 정부의 직접지원이 불가능해졌습니다.저임금근로층도 없어졌습니다.이같은 상황변화는 우리경제의 체질적 취약성을 노출하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서영훈 대표=임금,금리,땅값,물류비는 물론 과학기술이나 자본,국제신용까지도 불리한 상황입니다.그렇다면 기업과 근로자의 공존윤리나 근면,절약,질서,신용 능률면에서는 앞서야 하는데 이들마저 뒤떨어져 있습니다.분수에 맞지 않는 낭비가 너무 많고 선진국조차 조심하는 사치품소비가 급증해 위화감도 커지고 있습니다.근로자의 불만이 임금에만 있는게 아닙니다.의료나 교육 등 일상생활이 임금으로 쫓아가지 못하는데서도 불만이 생겨난다고 봐요. ▲이회장=우리사회의 과소비는 과잉소비가 아니라 「과시소비」의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그러나 경제사적으로 보면 국민소득 1만달러를 전후하는 단계에서 과소비와 무절제한 투자는 흔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앞선 국가들은 이런 현상을 제도를 통해서 억제하기도 하고,민족의 기풍이랄까 의식향상을 통해 해결하기도 했습니다.우리의 경우 이제는 규제로 과소비를 억제하기에는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군사정부나 사회주의체제라면 몰라도 지금은 민주의식이 고취돼 규제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장치는 필요합니다. ○세계화수준 걸맞게 ▲서 대표=OECD,WTO 등 국제기구에 가입하면 다른 가입국과 수준을 맞춰야 합니다.해방이 되면서 농경가족주의 사회,유교적 문화가 통째 부정되고 외국 것을 덮어놓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외국문화가 전승문화를 압도했습니다.민족의 주체성이 약하면 외국문화를 선별하지 못하게 됩니다.우리도 이제 자본주의로 경제성장을 이뤄 중진국대열에 들어선만큼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세계 공통의 시민윤리나 정직,신용,근면,질서같은 덕목이 우리는 취약해요.우리 민족이 원래 근면하지만 기율과 질서 등을 강조하다 보면 과거 독재정권이나 하는 것처럼 돼버렸는데 그것과는 구분해야 합니다.무한경쟁시대에서 우리는 경쟁국과 무언가 다른게 있어야 합니다.이는 우리가 무엇으로 다른 나라들과 경쟁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직결됩니다.그것은 한국,한민족의 정체성이며 이를 바탕으로 도덕적·문화적 정신력을 강화하고 개인이나 집단이기주의를 넘어서는 시민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공동체의식 함양을 ▲이 회장=앞으로의 사회는 다양성의 사회가 될 것입니다.다원화된 사회가 존립하려면 다양하면서도 전체를 이끌어주는 공동체의식이 있어야 합니다.다양성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철저한 시민정신이 필요한 것이죠.그러면 그런 시민정신을 어떻게 함양해야 할 것인가.물론 교육도 필요합니다.그러나 무엇보다 모든 구성원이 한발씩 양보하고 희생할 수 있는 정신이 파급돼야 할 것입니다.국가경쟁력 향상이라고 하면 단순히 생산성과 기술혁신을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의식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위원장=문민정부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만 실명제나 선거법,부정부패방지법같은 제도개혁을 많이 했어요.나도 새정부의 정책을 지지했습니다만 몇년이 지난 지금 별로 효력이 나지 않고 있어요.그건 가진 층이라 할 수 있는 지도층이 협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공직자의 부정부패는 고위직보다 중하위직에서 더 심한 것 같습니다. 국민의 모범인 공직자는 정직해야 합니다.공직자가 분발하고 반성하면서 제 도리를 잘 지켜야 해요.현정부가 추진중인 제도적 개혁은 철저히 중단없이 계속돼야 합니다. ▲이 회장=역대 정권가운데 부패방지와 사회정화를 기치로 내걸지 않은 정권은 없습니다.3공화국의 새마을운동,5공화국의 사회정화,6공화국의 신질서,현정권의사회개혁 등이 다 그런 것이죠.그러나 이런 운동이 단 한번도 국민속에 뿌리를 박지 못했습니다.이런 운동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필요합니다.지도층이 말로만 대중을 설득해봤자 따라오지 않습니다. ▲서 대표=요새 국가관,애국심을 얘기하는 사람이 없어요.국가는 가장 큰 공동체입니다.지난 9월의 강릉 무장공비사태를 통해 국민의 안보의식은 상당히 강조된 것으로 봅니다.한총련사태를 보면 현실을 부정하는 과잉통일열기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낍니다.3·1운동까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더라도 우리는 어렵게 선 나라입니다.국제적 역학관계에서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그러나 부정적 시각에 사로잡히지 말고 정신력을 키워 문화를 발전시키고 경제력을 보충하는 일이 중요합니다.고난의 땅에서 고난의 역사를 살아온 우리 민족이 경제·문화적으로 선진국을 만들자는 시점에서 웬만한 차이나 감정,예컨대 집단이기주의나 지역감정같은 것은 초월해야 합니다. ▲이 회장=외국의 저명한 학자가운데도 『한국은 왜 통일을 하려 하느냐.과거 독일과 오스트리아처럼 떨어져서 각각 번영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말을 하는 이가 있습니다.우리의 민족정서를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죠.우리의 젊은층 가운데도 「같은 민족,다른 체제」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갖는 이들도 있지 않습니까.남북한의 통일은 국제질서와의 조화속에서 남북간의 교류를 확대하도록 노력하는 가운데 가까워질수 있을 것입니다.예민한 정치문제를 떠나 경제,문화중심의 교류를 확대하고 공동체의식을 확산한 뒤에 이념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21세기 비전 제시를 ▲서 대표=마지막으로 강조한다면 지도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거듭나야 합니다.세계화,정보화,다원화된 세계에서 집단이기주의,지역감정,소비향략,현실을 무시한 과잉통일 열기 등은 버려야 합니다.1등 국민이란 정직하고 신용있고 질서있는 국민입니다.특히 올해는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인 만큼 21세기,위대한 시대를 준비하는 대통령을 뽑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정한 선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회장=21세기에 대해세계 각국이 기대감을 갖고 나름대로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우리는 거창하게 21세기의 100년이라는 긴 기간을 말하기보다는 이제 막 시작한 97년을 중심으로 생각해봅시다.올해는 대통령선거가 있습니다.바로 그 선거에서 선출된 지도자가 21세기를 열고 21세기의 새 방향을 설정하게 됩니다.이번 선거에서의 선택은 21세기에 대한 비전이 그 기준이 돼야 할 것 입니다.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21세기를 향하는 3년동안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부문이 단 한걸음이라도 전진하는 그런 노력을 다같이 해나간다면 그것이 바로 21세기를 준비하는 자세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북 정권에 보내는 고언(사설)

    돌이켜 보면 잠수함사건은 북한 신정권의 가능성을 가름할수 있는 중요한 잣대였다.결론적으로 말해 우리는 실망했다.그들의 적화전략,기만행위 그 어느 것도 김일성시대와 달라진 것을 우리는 발견할 수가 없었다. 잠수함사건의 마무리에 즈음하여 우리는 북한정권에 대해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자신을 되돌아 볼 것을 권유하면서 몇마디 고언을 하고자 한다.첫째,솔직해야겠다는 것이다. 이 사건 직후 북한은 적반하장의 가증스런 억지로 일관했다.남한에 침투하다가 좌초한 잠수함을 온 세계가 눈을 치켜뜬채 쳐다보고 있는데도 북한은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강변하면서 오히려 한국에 대해 백배천배 보복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사건은 결국 북한이 자신의 과오를 시인·사과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는가. 그동안 세계가 왜 북한을 『깡패정권』 『불한당정권』이라고 부르며 경계했는지에 관해 이젠 북한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북한 동포들의 굶주림이 안쓰러워 온정의 쌀을 보냈던 남한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심어준 장본인도 북한정권이었음을 잊어선 안된다.또 남한에 대해 백배천배 보복을 선동했던 북한의 사회단체나 주민들에겐 무슨 낯으로 대할 것인가.북한정권은 이 사건으로 두번 죽은 셈이 되었다.진실을 왜곡하지 않는 솔직한 정권이었다면 그런 우는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남북기본합의서 정신으로 되돌아 오라는 것이다. 잠수함사건은 남북한 사이에 일어난 일이며,따라서 남북한 양측이 직접 해결했어야 마땅한 일이다.이런 문제의 처리와 관련하여 남북한 사이에는 이미 당사자 해결원칙을 규정한 기본합의서가 수년전에 마련돼 있다.그럼에도 북한은 한국을 배제한채 미국과의 협상에서 이 문제를 처리했다.민족문제 해결에 외세개입을 반대한다는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성에 찬 것인가를 또한번 드러냈다.북한은 진정 민족의 길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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